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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깔깔깔]

    ●화상 한 남자가 해변에서 몇시간 동안 잠이 들었다가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병원에서 2도 화상진단을 받았다. 피부에 물집이 잡히고 심한 고통을 느끼는 그에게 의사는 식염수와 전해질 등이 포함된 정맥 주사를 놓고 4시간마다 한번씩 비아그라를 먹도록 처방했다. 그러자 간호사가 놀라서 물었다. “비아그라가 효과가 있나요?” 간호사가 물었다. “그걸 먹어야 환자복이 다리에 눌러붙지 않지.”●피장파장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저녁식사에 초대받고 자기가 찍은 사진 몇장을 가져갔다. 그의 작품을 본 안주인이 감탄하며 말했다. “사진들이 아주 멋있어요. 카메라가 아주 좋은가 봐요.” 나중에 사진작가가 집을 뜨면서 안주인을 향해 말했다. “저녁식사 정말 맛있었습니다. 아주 좋은 냄비를 쓰시는가 봅니다.”
  • [여행·레저 단신]

    ●롯데월드 수영장 리뉴얼 오픈 롯데월드 시설물을 보수하기 위해 휴장했던 롯데월드 수영장이 새롭게 단장하고 4월1일부터 정상 영업에 들어간다. 정규풀은 물론, 취향별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테마풀이 자랑거리. 특히 6m 깊이의 투명한 유리로 만든 ‘잠수풀’은 많은 주목을 받을 듯하다. 야자수를 이용해 이국적인 남국의 해변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외모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리뉴얼 오픈을 기념하는 축하 이벤트가 4월 한달간 진행된다. 롯데월드 홈페이지(www.lotteworld.com)에서 할인 우대권을 출력해 가져가면 입장료를 50%(사우나, 슬라이드 제외)할인해 준다.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7월초에 오픈할 예정. 성인 1만원, 초등학생 8000원.(02)411-4506. ●에버랜드는 밤에 가라? 봄꽃축제 ‘플라워 카니발’을 벌이고 있는 에버랜드(www.everland.com)는 매일 밤 9시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람객들을 유혹한다. 가장 신경을 쓴 이벤트는 ‘야간 꽃길 산책코스’. 산책길 곳곳에 가로등과 함께 높이 70cm의 할로겐등을 설치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환상적인 조명으로 산책길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문라이트 퍼레이드’,2000발의 폭죽이 밤하늘을 장식하는 ‘올림푸스 판타지’ 등의 이벤트도 준비했다.4월5일까지.(031)320-5000. ●서울랜드 ‘신나는 체험 교실’ 서울랜드(www.seoulland.co.kr)는 수학의 원리를 재밌게 배우는 ‘수학 창의력 교실’과 ‘성교육관’ 등을 한층 업그레이드해 관람객들에게 유익하고 즐거운 체험 교실을 선사할 계획이다. ‘봄꽃체험’과 ‘생태학습체험’ 등 단체 학생들을 위한 봄맞이 현장 체험학습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했다.(02)509-6000.
  • [OUR STORY] 유채와 쪽빛 만났을때

    [OUR STORY] 유채와 쪽빛 만났을때

    ‘영변에 약산 진달래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제주의 유채꽃은? 와락 품에 안겨 절대 보내지 못한다고 해볼거나. 맞다. 노란 유채꽃 색깔은 사람의 마음을 꽉 붙잡는다. 연인의 품, 그립고도 너무나 오랜만에 만나는 님의 품이라고 하면 어디 덧나지는 않을 터. 노랑색과 더불어 명시성을 가장 도드라지게 하는 것이 검정색이다. 그래서 노오란 유채꽃과 검은 돌담길이 어우러진 이맘때의 제주는 도도한 자태로 이방인의 시선을 송두리째 차지한다. 언제 가도 좋은 제주.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그 중 하나가 스쿠터 여행. 서울에서 일어난 클래식 스쿠터 열풍이 지난해 여름 제주에 상륙해 이젠 어엿한 관광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물오른 제주의 봄내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데다, 렌터카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이 장점. 조작방법 또한 간단해 자전거를 타본 사람이면 누구나 금방 익숙해 질 수 있다. 스쿠터 하나 빌려타고 노란 유채꽃에 파묻힌 제주의 봄을 만끽해 보는 건 어떨까. 마침 주말께면 벚꽃도 만개한다 하니 금상첨화 아닌가. 길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나만의 길을 달려보자. 글 사진 제주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제주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배기량 50㏄ 스쿠터를 빌려 타고 해안도로 드라이브에 나섰다. 포근하고 촉촉한 봄바람이 온몸을 애무하듯 훑고 지나간다. 코끝을 스치는 봄내음 연둣빛 신록으로 빛나는 들녘, 노오란 유채꽃이 감싸안은 검은 돌담길.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들이 줄을 잇는다. # 바다를 벗하며 달리다 차로는 들어갈 수 없는 조그만 마을길을 돌고 돌아 애월읍 신엄리에 스쿠터를 세웠다.‘남쪽에 있는 뜨락’이라는 뜻에서 ‘남뜨리’라고도 불리는 곳. 새로 조성한 유채꽃 단지에 노오란 유채꽃들이 가득 차 있다.2차선 도로 사이로 이웃한 쪽빛 바다와 어우러진 모습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비릿한 바다냄새를 음미하며 천천히 스쿠터를 몰았다. 도로 곳곳이 시속 50㎞ 제한구역. 과속단속 카메라에 찍힐 일도 없지만, 구태여 빨리 달릴 이유도 없다. 애월읍 한담동 아침하늘 휴게소에서 바라본 지중해풍의 바다는 너무도 이국적이어서 비췻빛이라는 순우리말보다는 에메랄드빛 바다라고 해야 제격일 듯하다. 풍경화에 필요한 구도의 3요소가 변화와 통일, 그리고 균형이라던가. 파란 하늘과 에메랄드 빛 바다, 손바닥만한 이름없는 모래사장과 검은 수중여 등이 어우러지며 진경산수화를 그려내고 있다. 언덕 바로 아래는 ‘4·3 사건’의 아픔이 남아 있는 곳. 처절한 핏빛 아픔이 쪽빛 바다와 노란색 유채꽃 물결의 아름다움으로 승화된 것이리라. 한담동에서 곽지리를 잇는 해변 산책로는 화가들과 사진 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에메랄드빛 바다는 협재와 금능해수욕장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 제주에서 가장 바다빛이 곱다는 곳. 걸음 한번 내디디면 닿을 듯한 비양도가 호박빛을 띤 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차귀도를 지나 물질을 끝내고 돌아오는 해녀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산방산에 도착하니 어느덧 해거름. 뉘엿뉘엿 해가 질 때 다시한번 유채꽃을 유심히 들여다 보시라. 화사했던 한낮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절반쯤 남은 파란 하늘과 붉은 노을 사이에 선 유채꽃들의 요염함에 가슴이 두방망이질 친다. # 반드시 둘러봐야 할 여행코스 제대로 일주를 하자면 3박4일은 족히 걸린다. 하지만 그 정도 시간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 제주의 봄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짧은 일정이라도 반드시 둘러봐야 하는 구간이 있다. ●하귀∼애월간 해안도로 제주공항을 나와 가장 먼저 마주하는 해안도로다. 전체길이는 약 10㎞. 독특하고 아름다운 카페 등이 밀집해 있어 다른 해안도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천혜의 자연미가 다소 훼손돼 있다는 느낌도 받지만, 화려하고 들뜬 분위기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어울리는 코스다. ●귀덕∼협재간 해안도로 제주에서 물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협재해수욕장과 금능해수욕장 등을 만날 수 있다.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바다를 만끽하기에 가장 좋은 코스. 비양도가 지척으로 보이는 하얀색 해변을 따라 승마체험도 해볼 수 있다. ●고산∼일과간 해안도로 한치 건조대 위로 떨어지는 차귀도의 낙조와 고산리 드넓은 보리밭 등을 보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코스. 총길이는 10㎞가량 된다. 고산리에서 신도리를 거쳐 일과리에 이르는 구간은 소박한 어촌풍경 일색이다. 오가는 차량이 거의 없어 드라이브의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 고산리에서 신도리로 향하다 보면 제주 서부지역 최고의 천연전망대라는 수월봉과 만난다.‘노꼬물오름’이라고도 불리는 수월봉은 정상까지 포장돼 있어 이름만큼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해발 77m의 조그만 오름이지만, 바닷가 쪽으로 돌출되어 있어 탁월한 전망을 제공한다. ●신산∼세화간 해안도로 가장 다채로운 풍광을 자랑하는 코스다. 신산리에서 하도리, 성산, 종달리를 거쳐 구좌읍 세화리까지 연결돼 있다. 영화촬영지였던 섭지코지와 큰 소가 엎드린 형상의 우도, 성산일출봉, 왜구의 침입을 막기위해 세웠다는 별방성지, 제주의 민속신앙을 엿볼 수 있는 종달리 신당 등을 품고 있다. 특히 우도는 자전거와 스쿠터의 천국. 유채꽃 만발한 13㎞의 해안도로를 도는데 스쿠터로 1시간이면 충분하다. 우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성산포 항에서 배를 타야 한다. 성인 5500원. 스쿠터는 3300원(왕복 기준, 해상공원 입장료 포함). 우도에서 마지막 배가 오후 5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시간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064)782-5671. # 여행일정 짜기 대부분의 대여업체들이 민박 등 숙박업소와 제휴체제를 갖추고 있다. 가급적 숙소를 중심으로 여행계획을 짜는 것이 유리하다. 또 해안도로를 따라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것이 볼거리도 많고 안전하다. ●1박2일 첫째날은 차귀도와 산방산을 거쳐 중문에서 하룻밤 자는 것이 좋다. 협재·금능 해수욕장 등 그림같은 해안도로와 마주할 수 있다. 일몰 포인트는 산방산 일대를 추천할 만 하다. 유채꽃밭 위로 붉은 기운을 쏟아내는 일몰이 장관. 이튿날은 선택관광이다. 서귀포와 성산 등 해안도로를 따라 달릴 수도 있고,95번 국도를 타고 새별오름 등 내륙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도 있다. ●2박3일 중문과 성산에서 각 1박씩 하는 것이 좋다. 중문과 서귀포 지역에 유명관광지가 밀집해 있기 때문에 아예 중문에서 2박을 하는 것도 괜찮다. 이 경우 첫째날은 차귀도 낙조와 모슬포 용머리해안, 둘째날은 산방산과 천제연폭포, 주상절리대, 마지막날은 서귀포시 쇠소깍, 남원읍의 큰엉해안 등으로 계획을 짜면 된다.1만원 정도 수수료를 내면 중문에서 스쿠터를 반납할 수도 있다. # 비가 오는 날이면 이곳을 가보자 ●제주 워터월드(www.jejuwaterworld.co.kr) 서귀포시 월드컵 경기장 내에 마련된 물놀이 시설로 바데풀과 스파 등은 물론, 닥터피시탕과 국내 최장을 자랑하는 길이 200m 실내 유수풀 등을 갖추고 있다.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25일 재개장했다. 이곳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감귤이벤트탕. 서귀포시 법환동 마을과 일사일촌 협약을 맺고,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감귤을 이용한 각종 체험 상품들을 준비했다. 무료로 양껏 감귤을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감귤즙으로 전신 마사지를 할 수도 있다. 어른 2만 5000원, 어린이 2만원.(064)739-1930∼3. ●건강과 성 박물관 한 방송사 프로그램을 통해 ‘미성년자 입장금지 박물관’으로 유명해졌다. 여태껏 숨겨오기만 ‘성(性)’을 낮뜨겁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펼쳐놓았다. 한 성 건강교육 자료, 가격이 천만원에 달하는 리얼 돌(real doll) 등 성 관련 기구와 유물 등이 전시돼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성교육전시관 3개관, 세계 성문화전시관 2개관, 섹스판타지관, 북카페 등으로 구성됐다. 입장은 만 18세 이상. 보호자를 동반할 경우 청소년과 어린이 입장도 가능하다. 입장료는 어른 9000원. 남제주군 안덕면 감산리.(064)792-5700. ■ 출발전 점검 이렇게 하세요 여행동화(064-713-4779), 스쿠터하이킹(742-5006), 제주 바이커스(711-4979), 한라 하이킹(712-2678∼9) 등의 업체가 영업중이다. 50㏄는 2만원,125㏄는 3만원을 받는다(24시간 기준, 헬멧 포함). 카드를 받지 않는 업체가 대부분이어서, 미리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안전 스쿠터는 자동차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여행자 보험에서도 가입을 회피하는 경우가 있다. 안전운전이 최선. 스쿠터는 엔진출력이 낮기 때문에 고속화도로나 산간도로를 달리는 데 무리가 따른다. 사고위험이 큰 고속화도로(1100.516.99.11.1117번 도로, 산록도로)들은 피하는 것이 상책. 자전거와 스쿠터를 위한 길이 잘 마련된 해안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준비 1. 스쿠터를 몰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동차운전면허증이나 원동기 면허증이 있어야 한다. 2. 봄이라고는 해도 여전히 아침·저녁으로는 차다. 겉옷 속에 덧입을 얇은 방풍재킷 하나쯤 가져가야 한다. 장갑은 필수. 가방은 메고 탈 수 있는 배낭형이 좋다. 여성의 경우 짧은 치마나 하이힐은 금물. 3. 연료통이 작기 때문에 따로 연료게이지가 달려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40∼50㎞정도 주행한 다음 연료를 채워넣는 것이 좋다. 또 1시간 정도 주행한 다음 10분정도는 쉬어야 엔진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 ‘거장’ 조정래·김원일 다시 묻는다

    한 남자가 있다. 일제 때 군대에 끌려가 일본 관동군에서 복무하다 몽골전투에 참가한 이 남자는 동료 ‘조센징’들과 함께 소련군에 포로로 잡힌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소련군으로 ‘전향’한 이들은 서부전선으로 이동해 독일군과 전투를 하다 또 다시 독일군의 포로가 된다. 수용소에서의 간단없는 삶 끝에 독일군 ‘동방대대’에 편입된 이들은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의 ‘대서양 방어선’ 건설에 투입됐다가 미군의 포로가 된다.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본군, 소련군, 독일군이 된 이들의 ‘기막힌’ 운명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인간이 어떻게 이 지경까지 전락할 수 있을까. 다른 한 남자가 있다. 할아버지는 ‘독립투사-관동군 731부대 보초-빨치산’이라는 특이한 경력이 있고, 아버지는 ‘산업화의 주역’으로 현장에서 오른쪽 팔목 밑을 프레스에 잃은 뒤 가정폭력을 일삼고, 행패나 부리며 살더니 결국 ‘개백정’으로 전락했다. 공교롭게도 부자가 다 고향인 밀양으로 돌아와 조용하게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지내다 죽는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거구 유전자를 물려받아 신장 190㎝인 ‘그 남자’는 또 어떤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개백정 짓에 이골이 난 그는 중학생 때부터 이름난 깡패짓을 하더니 고등학교 문턱도 못가고 교도소만 들락거렸다. 가출했던 누이는 ‘YH사태’때 투신했다가 장애인이 됐다. 아버지한테 강간을 당해 억지로 결혼한 어미는 정신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들의 ‘기막힌’ 운명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피’의 그림자가 이렇게 짙을 수 있을까. 문단의 두 거두인 소설가 조정래(64)씨와 김원일(65)씨가 ‘인간’에 천착한 문제작 ‘오 하느님’(문학동네 펴냄)과 ‘전갈’(실천문학사 펴냄)을 최근 각각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은 각각 장대한 ‘공간’과 ‘시간’을 다루고 있다. ‘오 하느님’이 아시아, 유럽, 미주를 아우르는 거대공간을 갖고 있다면,‘전갈’은 100년이라는 긴 시간이 무대다. 두 작품 모두 ‘의도적으로 잊혀진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노르망디 해변에서 붙잡힌 동양인 독일군의 모습을 담은 빛바랜 사진 한 장에서 출발한 ‘오 하느님’이나 우리가 애써 외면하려 했던 ‘일제 부역자’ ‘산업화 역군’ ‘조폭’ 등 3대를 그린 ‘전갈’은 모두 우리들의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올해 조씨는 등단 37년, 김씨는 41년째를 맞았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양감 넘치는 대하소설을 주로 발표해온 조씨이기에 사실 이번 작품은 의외다. 계간지 문학동네에 겨우 두 차례 연재한 경장편이다. 하지만 소재나 주제는 이전 작품에 견줘 전혀 가볍지 않다. 결코 우리 민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씨는 “‘도대체 인간이 인간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하는 범인류적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장편의 제목은 ‘맙소사’라는 뜻이 강한 ‘오마이갓(Oh my God)’과 다르지 않는 ‘절망적 절규’를 담고 있는 셈이다. 조씨는 “역사가 바뀌어도 강대국은 끊임없이 약소국을 억압할 것”이라면서 “이는 결국 인류공통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며 작가는 이런 문제를 계속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도 5∼6편 정도 이같은 범인류적 주제를 다룬 작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갈’은 김씨의 13번째 장편이다. 지난해말 갑자기 찾아온 병마(뇌경색)를 딛고 난산한 작품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김씨는 “처음부터 지독하게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려고 작정하고 썼다.”면서 “당대에는 소수집단으로 분류될지라도 그들의 발자취야말로 우리 현대사의 한 부분을 담당했던 그림자와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3대 가운데 아버지인 ‘강천동’은 작가가 만들어낸 캐릭터일 뿐이지만 우리들의 아버지이자 형이고, 아들과 꼭 닮았다. 아직 온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작가는 가을에 또다시 중단편집을 한권 더 낼 작정이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OUR STORY] 풋내나는 봄…기적이 오라네

    [OUR STORY] 풋내나는 봄…기적이 오라네

    꽃의 향기가 가득한 봄의 들녘을 상상해본다. 혹 눈이라도 감을세라 온갖 꽃들이 코끝에 달려와 간지럽힌다. 가족과 연인을 부른다. 문득 낭만의 기차를 떠올린다. 봄길,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며 진달래, 개나리가 만발한 꽃동산 그림처럼 펼쳐진다. 춘정을 부추기는 이 봄날, 어찌 몸과 마음이 동하지 않을까. 추억을 쌓는, 즐거운 봄꽃 기차여행을 떠나보자. 매화의 광양, 벚꽃의 진해, 그리고 산수유의 구례 등이 대표적인 봄꽃 여행지로 알려져 있지만, 거제도의 외도 역시 봄꽃 테마여행으로 빠지지 않는 곳이다. 한려수도 해상국립공원에 자리잡은 덕에, 섬에서 평생 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워 ‘파라다이스(천국)’라는 별칭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 조그마한 섬을 왜 환상의 섬이라 부르는 걸까? 비록 작은 섬이지만, 눈으로 840여종의 아열대식물과 조각공원, 지중해풍 양식의 정원 등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이국적인 풍경을 보고, 코로는 섬에 가득한 꽃향기에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귀로 섬안에 가득한 감미로운 음악을 듣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워하다 배를 놓치기도 한다. 게다가 바다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해금강까지 덤으로 구경 할 수 있는 기차여행 코스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글 사진 외도 박준규 철도여행가 ■ 환상의 섬 외도 무박2일 기차여행 외도까지 가는 일정은 무박 2일이다. 매주 금·토요일에 출발한다. 지난 금요일, 저녁밥을 일찍 먹고 가족과 함께 열차 시각에 맞춰 서울 영등포역에 도착했다. 손에 손을 잡은 가족들, 팔짱을 낀 연인들이 마냥 즐거워보였다. ■ 첫째날 22:10 서울 영등포역 2층 구내약국 앞에서 여행가이드를 소개를 받은 뒤, 일정표와 좌석표, 배지 등을 받았다. 좌석표에는 이름과 함께 버스와 열차의 좌석번호가 적혀 있었다. 22:37 개찰구를 나와 부전행 무궁화호 열차를 확인한 다음 탑승. 외도가 경남의 끝자락에 있기 때문에 열차는 3시간30분, 다시 버스로 3시간 정도 타야 하는 다소 피곤한 일정이다. 하지만 천국을 구경을 한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지루함보다는 즐거움이 앞선다. 22:47 열차가 영등포역을 출발하면서, 무박 2일간의 외도 기차여행이 시작됐다. 열차도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집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곳. 따뜻한 커피와 함께 휴대한 MP3의 감미로운 음악을 감상하다, 입이 출출하면 오가는 한국철도유통 아저씨에게 구운 계란과 음료수를 사서 시장함을 잊는다. 오랜만에 만난 옆 좌석의 친구와 추억을 떠올리며 소곤소곤 수다를 떨거나,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대구역이다. ■ 둘째날 02:17 대구역에 도착하면 무궁화호 열차와의 짧은 만남을 마치고 버스로 바꾸어 타야 한다. 첫번째 목적지 거제시 학동몽돌해수욕장까지는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대구역을 출발한 관광버스는 마산, 통영을 거쳐 학동몽돌해수욕장에 도착했다. 05:20 학동몽돌해수욕장은 해변이 모래가 아닌 몽돌로 이루어졌다. 학(鶴)과 비슷한 모양을 해 학동, 흑진주처럼 검은 몽돌이 합쳐서 학동몽돌해수욕장이라 불린다. 환경부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에 지정할 만큼 파도와 몽돌이 부딪치는 소리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천연기념물 233호로 지정이 된 인근 동백림의 동백꽃이 활짝 피어 있으니, 보면 볼수록 눈이 즐거워진다. 06:30 소나무가 바위를 뚫고 자란 묘한 모습의 신선대 바위(일명 잠수함 바위)를 둘러보았다. 마치 신선이 바둑을 두는 형상이다. 길 건너편을 바라보면 진달래꽃이 피어 있으니, 조심조심 꽃밭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어 보자. 진달래꽃 냄새에 취해 잠시 꽃밭의 공주와 왕자로 변신하는 것은 어떨까? 07:00 신선대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도장포유람선터미널. 유람선 출항에 앞서 MBC 드라마 ‘회전목마’ 등의 촬영지였던 바람의 언덕을 둘러보았다. 예전 마을 아낙네들이 뱃길 떠난 남편을 기다리던 곳. 티 없이 맑은 하늘과 새하얀 구름, 그리고 코발트빛 바다와 황톳빛 들판이 어우러져 한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바닷바람은 마치 음료수처럼 시원하기 그지없다. 오전 7시에 출발한 유람선은 해금강 선회관광을 한 뒤, 외도로 향했다.10분쯤 달렸을까. 바다의 금강산, 아니 세계 최고의 조각가라도 만들 수 없는 기암괴석군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로 해금강이었다. 07:20 해금강의 원래 이름은 칡뿌리가 뻗어 내렸다는 갈도(갈곶도). 지금은 명승 제2호로 바다의 금강산이라는 뜻을 가진 해금강으로 불리고 있다. 유람선 선장의 감칠맛 나는 설명을 듣고 있자니 두꺼비바위, 선녀바위 등 각각의 절벽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느 때보다 선장의 뛰어난 운항기술을 요하는 곳이 해금강 선회관광의 하이라이트라 불리는 십자동굴.‘해금강 선회관광을 하면서 십자동굴을 못 가봤다면, 용을 그린 다음 눈을 그리지 못한 것과 같다.’는 말처럼 신비로움의 극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09:30 외도는 해금강과 달리 상륙관광이다. 섬 보호를 위해 주류, 담배 등은 반입이 되지 않는다. 드라마 ‘겨울연가’ 마지막회 촬영지이며, 한려수도해상국립공원인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일대 약 4만 4000평에 야자수 등 840여 종의 아열대 식물과 3000여종의 수목이 어우러져 있다. 지중해의 한 도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이국적인 모습을 바라보면, 자연과 예술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공간, 마치 천국에 와있는 듯한 착각마저 느낀다. 사막식물이 모여 있는 선인장 동산, 지중해식 정원 비너스 가든, 대마도까지 볼 수 있는 전망대 등 관람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과 인간의 조화, 여행의 즐거움 등을 만끽할 수 있는 볼거리들로 가득 차 있다. 11:20 외도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1시간30여분. 너무 짧은 편이라 아쉽지만, 자연보호를 위한 노력과 후대에 좋은 관광지를 남겨주기 위해서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외도관광을 마친 다음 마산시 호성온천으로 향했다.27℃ 청정알칼리수로 유명한 곳. 뜨끈뜨끈한 온천물로 씻고 나니 여행의 피로가 일순간 사라지는 듯하다. 12:30 마산 하면 떠오르는 것이 어시장과 아귀찜. 바다 냄새를 맡으며 싱싱하고 푸짐한 회와 해산물로 점심식사를 한 다음, 조선 영·정조 때부터 이어져 온 마산어시장을 둘러보았다. 17:10 마산어시장에서 대구광역시 망우공원까지는 2시간쯤 소요된다. 망우공원은 전국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홍의장군 곽재우의 공을 기리기 위하여 세워진 곳. 말위에서 장검을 곧추세운 곽재우 장군의 동상과 하얀 성벽위에 지어진 ‘영남제일관’이란 누각이 인상적이다. 18:15 동대구역을 출발했다. 갈 때는 무궁화호를 타고 3시간 30분여를 달려야 했지만, 돌아올 때는 KTX다. 시속 300㎞로 달려 1시간50분이면 서울역에 도착한다. 20:06 아쉬움을 안은 채 서울역에 도착. 무박 2일 동안 함께한 여행동료, 가이드와 석별의 정을 나눈 다음 곧바로 다음 여행을 기약했다. # 여행수첩 경인관광여행사(www.ktx7788.co.kr)는 왕복열차요금과 연계버스요금, 유람선료, 입장료 등이 포함된 외도여행상품을 내놓았다. 외도와 해금강 외에 신선대, 바람의 언덕 등 명소를 돌아볼 수 있다. 어른 8만 9000원, 어린이 7만 5000원.(032)343-7788,(080)343-7788.
  • 신안 ‘흑산도’ 홍어 아리랑

    신안 ‘흑산도’ 홍어 아리랑

    뱃길이 요즘 같지 않았던 시절, 섬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곳이었다. 요즘은 참 많이 변했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뭍사람들이 한없이 그리는 곳이 바로 섬. 특히 흑산도 등 1004개의 섬을 거느린 ‘천사의 섬’ 신안군은 도시인들에겐 신기루와 같은 곳이다. 파시를 이루던 시절, 항구의 개들도 돈을 물고 다녔고, 요즘처럼 보궐선거라도 치를 때면 일가붙이 3대가 말을 안 할 만큼 작은 대륙 흑산도와 소금처럼 하얗게 빛나는 비금·도초도를 다녀왔다. 글 사진 흑산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다도해 뱃길 여행의 진수 유달산을 뒤로하고 흑산도행 쾌속선이 미끄러지듯 목포항을 빠져나갔다. 목포에서 흑산도까지는 92.7㎞. 뱃길로는 230여리나 된다.5월이 지나야 겨울이 끝났다고 말할 정도로 일교차가 심하고 바람과 안개가 많은 곳. 쾌속선을 타고 나는 듯 달려도 2시간30분가량 걸린다. 그나마 배가 연중 120일 가까이 출항을 못할 만큼 변덕 심한 날씨는 체감상의 거리를 더욱 멀게 한다. 목포에서 비금·도초도까지는 그야말로 다도해 뱃길의 진수다. 하늘보다 파란 옥빛 바닷길에 늘어선 섬들이 다가서는가 하면 어느새 멀어져 간다. 섬 어귀를 돌아서면 조그만 수중여 위에 앉아있던 바다 가마우지들이 길동무 하자는 듯, 물수제비를 뜨며 날아 오른다. 도무지 지루할 틈이 없다. 잠시 비금·도초도에 들러 승객을 내려준 배가 드디어 큰바다로 나왔다. 물길이 험해지기 시작했다. 비금·도초도까지 포장도로를 달려왔다면, 흑산도까지 1시간 남짓한 바닷길은 마치 놀이공원의 ‘롤러 코스터’나 ‘바이킹’을 타는 듯했다. 홍도의 절경에 취해 웃다가 사나운 흑산도 바닷길에 눈물 흘린다더니, 딱 그 모양이다. 흑산도에 다가서자 속도를 줄인 쾌속선이 길게 누운 S자 모양을 그리며 예리항 여객터미널로 들어섰다. 이미자의 노래 ‘흑산도 아가씨’가 흘러나왔다. 서울의 어느 오래된 다방에서 듣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 어디선가 ‘머나먼 그 서울을 그리던’ 흑산도 아가씨가 뛰쳐나와 팔을 부여잡을 것만 같다. 관광객과 주민들을 내려놓은 쾌속선은 더 머무를 이유가 없다는 듯 지체없이 사라졌다. 뭍과 단절된다는 생각에 묘한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도 섬사람들은 오랫동안 이런 단절감을 느끼면서 살아왔을 게다. # 처녀신과 피리부는 소년 서둘러 섬 일주에 나섰다. 해안선을 따라 유람선을 타고 구경할 수도 있지만, 섬마을의 속살을 보기 위해서는 육로여행이 제격. 섬 일주도로 포장률이 85%에 달해 별 어려움 없이 둘러볼 수 있다. 본섬을 비롯해 홍도, 가거도 등 유인도 11개와 무인도 89개 등 10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25개 마을에 5000명 가까운 주민이 사는 제법 큰 섬이다. 가장 먼저 닿은 곳은 바다에 제물로 던져졌던 처녀의 혼을 모신 진리(鎭里)의 처녀당. 귀신을 부른다는 초령목(招靈木)을 타고 앉아 있는 모습이다. 처녀의 단심(丹心)인 양 붉디붉은 동백꽃이 흩뿌려진 이곳엔 처녀신과 피리부는 소년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고 있다. 어느 날 뭍에서 잘생긴 소년 하나가 옹기 장수들과 함께 섬을 찾았다. 소년이 사당 옆 소나무 위에 걸터앉아 피리를 불었더니, 아름다운 피리소리에 반한 처녀신이 옹기배가 떠나지 못하도록 바람과 파도를 일으켰단다. 소년을 놔두고 가야만 배가 뜰 수 있다는 무당의 말에 옹기 장수들은 소년을 마을로 심부름 보내고는 몰래 떠나버렸다. 결국 소년은 마냥 옹기배만 기다리다 굶어 죽었다는 얘기. 그래선가, 한서린 소년의 무덤에는 이상하게도 풀이 자라질 않는다. 가끔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소년이 추울까 하여 덮어준 솔잎만이 무덤 위에 수북하다. 큰 소나무 밑이라 그늘이 져서 풀이 자라지 못할 뿐인데도, 어쩐지 스산해지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 흑산도 최고의 절경 상라봉 죄인을 감금했던 옥섬과 흰 비단을 펼쳐놓은 듯한 배낭기미 해수욕장을 지나 상라산으로 오르는 12굽이 ‘용고개’와 마주했다. 일주도로 여행의 백미인 곳. 꽃보다 아름다운 잎이라던가. 상라산을 뒤덮은 100∼150년된 동백나무의 잎들이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였다. 사면이 뻥 뚫린 상라봉 전망대에서 굽어본 다도해의 모습이 장관이다. 흑산도 최고의 절경이라더니, 과연 명불허전.12굽이 도로와 함께 진리, 예리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뒤편으로는 기다란 장도와 홍도가 줄을 섰다.‘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주변 스피커에서 예의 낭랑한 가락이 울려퍼지자 물밀 듯 감흥이 몰려왔다.‘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들은 대부분 뭍을 향해 떠났지만, 비경만은 남아 이방인들을 반겨주는 듯하다. # 절경들과 나란히 달리는 일주도로 24㎞에 달하는 해안 일주도로는 곳곳에 아찔함을 숨겨 놓았다. 가파르고 꼬불꼬불한 도로를 달리다 보면 절벽 따라 길을 낸 480m짜리 ‘하늘다리’와도 만난다. 리아스식 해안의 절경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일주도로의 가장 큰 장점. 어느 화가가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려낼 수 있을까. 한반도 모양의 지도바위와 서산머리 칠형제 섬, 그리고 곤촌리, 심리 등 아름다운 해안마을들이 캔버스를 수놓는다. 문암약수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사리마을(모래미)로 들어섰다. 다산 정약용의 형 약전이 유배돼 15년을 머물렀던 곳.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돌담길이 인상적이다. 돌담길 끄트머리에는 정약전이 섬마을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쳤다는 복성재(復性齋)가 퇴락한 모습으로 서있다. 이 마을 이장이었던 박찬식(70)씨는 바닷가 마을 주변 해안에도 저마다 주인이 있다고 했다. 바닷가에 있는 지형지물을 경계로 마을과 마을간, 그리고 마을내 주민들간에 일정한 해산물 채취 구역이 정해져 있는 것. 이태원이 쓴 ‘현산어보를 찾아서´는 장다랭이 토지바위에서 대구밀인 둔벙까지’‘상낭기미 취개에서 짝지개까지’‘줄여목에서 이참봉 손 씻는 개까지’ 등으로 적고 있다. 순 우리말 표현이 정겹다. 섬을 통틀어 논이라곤 한뼘도 없는 까닭에 쌀 대신 인동초와 더덕, 천궁 등으로 농주(農酒)를 만들었다. 사리마을 부두민박(061-246-3587)에서는 마을마다 맛이 다르다는 흑산도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1ℓ 한통에 5000원. 거북손과 톳 등 인근에서 채취한 싱싱한 해산물 안주는 무료다. # 홍탁에 취하고 흑산도 절경에 취하고 흑산도를 대표하는 해산물은 단연 홍어. 수놈의 경우 ‘같잖은 가오리’가 생식기는 두개인 데다 ‘암컷을 잡으면 수컷은 부록’이라고 할 만큼 연중 짝짓기를 해 ‘본초강목’에서는 ‘해음어(海淫魚)’라 일컫기도 했다. 모두 9척의 배가 20∼60마일 떨어진 동지나해 주변 어장에서 ‘걸낙’을 이용해 잡는다. 걸낙은 미끼를 쓰지 않는 낚시방법. 홍어가 다니는 길목에 4∼5일, 많게는 10일 정도 설치해 둔 다음, 오가는 홍어를 잡는 것이다. 시기적으로는 꽃이 필 무렵인 3월까지가 절정이다.5∼6월은 산란철 금어기. 여름철에 잡히는 놈은 ‘개홍어’라고 해서 맛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출어를 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흑산 홍어가 맛이 좋은 이유는 산란을 위해 연평도로 올라가기 직전 잡히기 때문. 살이 찰지기도 하려니와 불그레한 고깃결이 슬레이트 지붕처럼 올록볼록하다. 다소 밋밋한 칠레산과 비교해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무게를 기준으로 8㎏이 넘는 1등급 대홍어(40만∼50만원을 호가한다)부터 2㎏ 미만의 ‘폴랭이’까지 모두 7등급으로 나뉜다.‘1코 2날개 3꼬리’라 해서 몸의 각 부분마다 맛 등급을 정해 놓기도 했다. 내장은 물론, 뼈까지 연해 어디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이른 봄 보리싹과 함께 끓인 ‘홍어애(간 또는 내장) 국’은 애간장을 녹일 지경. 수컷은 대부분 5㎏ 미만으로, 몸무게도 적고 맛도 덜해 암컷에 비해 값이 훨씬 눅다. 요즘 흑산도엔 홍어가 풍년이다. 눈엣가시 같던 중국어선들이 해경의 지속적인 단속으로 눈에 띄게 줄어든 데다, 어부들의 자발적인 불법조업 규제로 홍어의 개체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칠레산 가오리에 만족해야 했던 식도락가들에게 입맛 당기는 희소식이다. 코끝이 찡할 정도로 삭힌 홍어가 오늘날 대표적인 발효음식의 하나로 자리잡은 배경에는 흑산 어부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체험이 숨겨져 있다. 돛단배로 뭍에 이르기 위해서는 1∼2주일이 걸리던 옛날, 잡은 생선을 내다 팔아야 하는 어부들에게 순풍만 있었던 것은 아닐 게다. 육지에 도착하는 날이 늦어지면 생선이 모두 썩게 마련. 끼니를 잇기 위해 상한 생선을 먹는 과정에서, 다른 생선과는 달리 홍어는 전혀 탈이 없었다. 오히려 암모니아처럼 톡 쏘는 냄새가 심해질수록 맛 또한 깊이를 더해 갔던 것. 나주 영산포에 이르러 삭힌 홍어를 먹는 ‘즐거운 고통’이 세인들을 ‘별스러운 중독성’에 빠뜨리면서 오늘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요즘은 현지에서 택배도 가능하다.18만∼45만원선. 흑산도수협 (061)275-5033. # 하얗게 빛나는 비금도 큰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닮았다는 섬, 비금도(飛禽島)는 소금의 섬이자 바람의 섬. 여름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생겨났다는 천일염전에서 희디 흰 소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목포에서 54㎞, 쾌속선으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3900여명의 주민이 48㎢ 크기의 섬에서 올망졸망 살아간다. 선왕산과 함께 비금도를 대표하는 여행지는 하누넘 해수욕장. 아담한 하트모양을 하고 있어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딱 좋은 곳이다.‘하누넘’은 ‘산 너머 그곳에 가면 하늘밖에 없다’는 뜻. 이처럼 비금도에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작은 해변이 많으니, 시간이 된다면 나만의 해변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도초도는 1996년 우아한 아치형의 서남문대교가 완공되면서 비금도와 형제섬이 됐다. 반달처럼 생긴 백사장이 3㎞ 가까이 이어진 시목해수욕장과 거무스름한 절벽이 이채로운 시목리 일대의 해안 절벽지대가 가볼 만한 곳. 오는 2020년엔 세계 최대 규모의 야생동물 사파리가 들어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초면사무소 (061)275-6696. # 여행정보 ●홍도+흑산도 여행 홍도와 흑산도는 하나의 여행코스로 묶어지게 마련.1박2일 여행 프로그램을 계획해 보자. 서울 용산역 오전 8시30분 KTX→11시57분 목포 도착→오후 1시 흑산도행 쾌속선→오후 3시 흑산도 도착후 섬 일주→이튿날 오전 9시50분 홍도행 쾌속선→오전 10시20분 홍도 도착→12시20분 홍도유람선(2시간,1만 7000원)→오후 3시40분 홍도 출발→오후 6시10분 목포 도착→오후 7시 서울행 KTX. 홍도 해상 유람선 (061)246-2244. 솔항공여행사(www.soltour.co.kr)는 함평해수찜과 비금·도초도를 KTX전용차량으로 둘러보는 상품을 준비했다. 어른 18만 5000원, 어린이 16만원.(02)2279-5959. ●제1회 흑산도 개매기 체험축제 4월14일 배낭기미와 진리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리는 숭어잡이 축제. 매년 이곳에는 한식을 전후로 맨손으로 잡을 만큼 숭어떼가 몰려든다. 각종 체험행사와 청정해산물 판매행사 등이 열린다. 신안군청(www.sinan.go.kr)문화관광과 (061)240-8356. # 가는 길 목포에서 비금·도초도와 흑산도를 거쳐 홍도까지 가는 쾌속선이 오전 7시50분, 오후 1시 두차례 운항한다. 성수기엔 오후 2시에 출발하기도 한다. 비금·도초도까지 1만 4900원, 흑산도 2만 6700원, 홍도 3만 2600원. 동양고속 (061)243-2111∼4, 남해고속 (061)244-9915∼6. 흑산도에는 택시 9대와 관광버스 5대가 운행 중이다. 섬 일주 택시요금은 2시간 기준 6만원, 버스요금은 1인당 1만5000원. 동양택시 (061)246-5006,(011)9559-1429, 개인택시 (061)246-4110,(011)644-9776. 관광버스 (061)275-9744. 해상유람선은 오전 8시와 오후 1시,5시 세차례 운항.1인당 1만 5000원.(061)275-9115,(011)633-9115.
  • 『해변의 정사』메거폰 잡는 신봉승(辛奉承)씨

    『해변의 정사』메거폰 잡는 신봉승(辛奉承)씨

    10년동안 1백70여편의 「시나리오」를 내놓은 정력작가 신봉승(辛奉承)씨(38)가 감독「데뷔」 날짜를 8월3일로 잡아놓았다. 첫 작품『해변(海邊)의 정사(情事)』가 8월3일 그의 고향인 강릉(江陵)에서 「크랭크·인」 하게 된 것. 영화계 안팎을 유달리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그의 감독「데뷔」말씀은-. 신봉승씨의 감독「데뷔」 가 유별나게 요란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는 것 같다. 그 첫째가 그의 지명도, 영화계 안팎에 그를 아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60년 국방부의 3백만원 현상「시나리오」공모에서 『두고온 산하(山河)』로 당선, 작가생활을 시작했으니까 이미 영화계 10년을 꼽는다. 그동안 그는 『갯마을』『산(山)불』『팔도강산(八道江山)』『봄봄』등의 화제작 각색을 계속하면서 꾸준히 기반을 다져왔다. 굴곡과 이합집산이 심한 영화계에서 그가 누린 평탄한 전진은 그를 영화계의 행운아로 꼽아도 될 것 같다. 그동안 영화화한 각본이 1백70여편. 이 숫자는 국내 어느 「시나리오·라이터」보다도 많은 숫자고 1년 평균 17편이란 다산작가로서의 그의 정력을 말해준다. 작품의 질적문제를 따지기 전에 시일이 급할 때면 제작자들은 우선 이 속성작가 신태승씨를 찾는다는게 거의 통례가 돼있다. 그 다음은 이른바 문화의 저개발지대라는 영화계에서 신씨가 차지하고 있는 「인텔리」적 비중이다. 그는 「시나리오」를 쓰기전인 56연도 『현대문학(現代文學)』지(誌)를 통해서 시인, 평론가로 문단에 들어섰다. 이것은 그의 시인 평론가로서의 비중여부보다 영화계에서 쉽사리 뿌리를 박을 수 있는 기반이 되었던게 사실이다. 지금도 동국대(東國大) 강사란 직함에다가 경희대(慶凞大)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연구하고 있는 시학도. 신씨가 감독으로 「데뷔」한다는 소문은 작년 가을부터였다. 신씨는 자신의 감독 「데뷔」가 「생리적인 욕구」라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쓰다보면 울화통이 터질때가 많아요. 영화가 되어서야 비로소 작품으로 발표되는데 감독이 자기 취향대로 뜯어 고쳐버리거든요』 또 하나의 이유는 『국산영화를 지금 상태로 방치할 수 없는 일종의 사명감』 때문에 나섰다고 자못 거창한 결의를 보였다. 국산영화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는건 최근 2,3년에 걸쳐 지적되고 있지만 신통한 대책이 나타나지 않고있는게 사실이다. 신씨는 말한다. 『뭐니 뭐니 해도 영화가 타락하는건 감독의 책임입니다. 감독으로서의 재능, 실력도 없는데다가 근성이 없기 때문이죠』 그는 근성(根性)이란 말을 곧잘 뇌까린다. 『제작자의 요구나 배우의 횡포에 결코 타협하지 않겠읍니다. 감독 마음대로 만드는 겁니다』 그 예로서 그는 8월 3일부터 12일까지 『해변의 정사』에 출연하는 배우들 모두 강릉「로케」지에 묶어 둘 예정이며 「필름」이나 소도구의 제한은 결코 받지 않겠다고 말한다. 영화가 감독의 작품임을 똑똑히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해변의 정사』는 송병수(宋炳洙)씨의 단편소설 『한여름의 권태』를 신씨 자신이 각색, 윤정희(尹靜姬) 남궁원(南宮遠)등이 출연한다. 촬영에 들어가기전에 6백 30「커트」의 한「커트」한「신」을 마치 그림 펴보이듯 설명하는, 완전 「콘티」를 갖고 있다. 작품에 들어가는 그의 자세를 알만하다. 『이제까지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한 그림이 될겁이다. 촬영수법이 완전히 서구적이니까요』 그의 말이 그대로 영화가 되나면 이 의욕있는 신인감독의 영화는 국산영화가 빠진 침체상태에서 조금쯤 활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선데이서울 70년 7월 26일호 제3권 30호 통권 제 95호]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산장의 여인’권혜경의 삶과 사랑(2)

    가수 권혜경(본명 권오명·權五明).1931년 삼척에서 출생해 의정부로 이사해 지냈던 유년시절, 대문을 세 번이나 열어야만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부유하고 엄격한 가정에서 자랐다. 당시 조흥은행에 입사해 사회에 첫발을 디딘 그녀는 1956년 당시 서울중앙방송국(현 KBS) 가수모집에 응시, 전속가수 3기생으로 발탁된다.‘사랑이 메아리칠 때’의 가수 안다성씨가 그녀의 방송국 입사 동기다. KBS 전속가수가 된 지 얼마 후 발표하는 ‘산장의 여인’에 이어 그는 당대 최고 작곡가들인 손목인, 이재호, 손석우, 박춘석씨 등과 손잡고 라디오 드라마 ‘호반에서 그들은’의 주제가인 ‘호반의 벤치’ 그리고 1959년에 개봉된 신상옥 감독의 영화 ‘동심초’의 주제가 등을 취입한다. 예명 ‘권혜경’은 본인 스스로 지었다. 특히 ‘벼슬 경(卿)’자를 이름에 선택했을 만큼 엘리트 의식 또한 강했다. 실제로 그녀는 그때까지 가요의 주류를 이루던 트로트 창법과는 다른 클래식한 창법으로 등장했다. 권혜경씨는 ‘산장의 여인’을 시작으로 인기 가수 대열에 들어선 지 2년 뒤 1959년, 그녀 나이 스물여덟에 심장판막증 판명을 받으면서 기구한 운명이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 강행한 음반 취입과 공연 등으로 ‘허리가 18인치까지 줄어들었을 정도’였다고 회고한다. 이러한 투병 속에 연예 활동을 하던 전성기의 권혜경은 또다시 후두암까지 선고받는 등 무려 네 가지나 되는 불치의 병마에 시달린다. 그녀의 또 다른 대표곡 ‘물새 우는 해변’은 작곡가 박춘석씨가 투병 중인 그녀를 배려해 호흡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원곡의 멜로디 일부를 개작까지 해 건네준 곡이다. 당시 치료차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지불해야 했던 치료비가 자그마치 2억 5000만원 정도였다고 술회했다. 이러한 삶에 대한 집착의 대가로 그녀는 당시 매스컴의 보도대로 기적적으로 소생하는 듯했지만 또다시 병이 재발하는 등 몇 년간의 가수 활동 내내 사투를 반복했다. 노래 ‘산장의 여인’의 끝부분, 한 구절처럼 그녀는 홀로 ‘재생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로 종교에 귀의하기도 했다. 본래는 수녀가 되고 싶어 했지만 절에서 목숨을 건진 후 불자가 된다. 가톨릭에서 불교로 개종하면서 청담(淸潭) 스님으로부터 하루 5000배씩 절을 하라는 명을 받고 또 다른 힘든 고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비로소 ‘대명화(大明華)’라는 법명을 받기도 했다. 한때 ‘산장의 여인’을 만들어 부르게 한 작사가 반야월 선생에게 ‘하필이면 슬픈 노래를 내게 주어 이렇게 힘들고 외로운 인생을 살게 했느냐.’고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 적도 있다고 전해지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러한 시련을 딛고 일어섰다. 스스로 남은 인생 모두를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 위로하며 자신보다 못한 이웃들을 위한 봉사활동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근 50여년 간 전국 교도소를 돌며 사형수, 무기수,10대 범죄자 등 재소자들을 격려해오고 있어 수인들 사이에서 지금도 ‘어머니’라는 칭호로 불리고 있다. 교도소 위문공연, 강연만도 400여차례. 이러한 공로로 권혜경은 제34회 세계인권의 날에 인권옹호유공 표창을 비롯해 현재까지 표창만도 500여회 수상했다. 한때 그녀의 빨간 통굽 하이힐은 이제 고무신으로, 그리고 무스와 스프레이로 치장했던 화려한 헤어스타일은 어느덧 백발로 변했지만 아직도 가발을 네 개나 갖고 있는 ‘멋쟁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밤은 깊어갔고 이윽고 그녀의 노래가 ‘동심초’로부터 시작되었다.‘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이 노래를 들으며 여전히 혼자인 그녀의 삶과 사랑이 오버랩되었다. 대중음악평론가 sachilo@empal.com
  • 새달 5일 광안리 바다 ‘빛의 화폭’ 된다

    새달 5일 광안리 바다 ‘빛의 화폭’ 된다

    부산시는 5일 야경이 뛰어난 광안대교 등 광안리해수욕장 일대 1.5㎞ 구간을 ‘빛과 영상’이 조화를 이루는 세계 최첨단 멀티미디어 테마마크로 조성하는 ‘광안리 야간경관조명’사업이 최근 마무리 돼 다음달 5일 준공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광안리 야간경관조명 사업은 2005년 11월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비디오 예술의 창시자인 고 백남준 씨등 세계 거장 6명의 작품이 선정됐으며,4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설치작업을 진행 해 왔었다. ‘바다·빛 미술관(Busan New Media Mseum)’을 주제로 한 이들 설치 작품은 ▲심문섭(한국)‘섬으로 가는길’▲백남준(한국)의 유작인‘디지테이션’ ▲제니홀쳐(미국) ‘디지털 빛의 메시지’▲쟝피에르 레노(프랑스)의 ‘생명의 원천’▲샤를드모(프랑스)의 ‘영상 인터렉티브’▲얀 카슬레(프랑스)의 ‘은하수 바다’등 6개이다. 해수욕장 일대에 세계적인 작품이 대규모로 설치돼 미술공간으로 꾸며지기는광안리 해수욕장이 국내 처음이다. 낮에는 자연의 빛으로 세계의 유명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밤에는 빛과 영상이 조화를 이룬 뉴 테크놀로지의 종합적인 연출로 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하게된다. 특히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인 백씨를 비롯해 세계 유명작가의 작품들이 설치돼 더욱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다. 이들 작품은 영구적으로 설치되며 백사장, 수면공간, 광안대교를 입체적으로 연결하는 3차원 공간의 영상프로그램이아름다운 자연과 빛이 함께 어우러진 빛의 향연을 연출하게 된다. 백씨의 ‘디지테이션’은 광안리 해변 호메르스 호텔앞에 세워지며 청자촛대위에 모니터 5대를 세워 등대와 같은 이미지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뉴미디어와 예술, 자연의 만남을 상징한다. ‘디지털 빛의 메시지(제니홀터 작 )’는 수영구 문화센터 옥상에서 빔 프로젝트를 백사장쪽으로 쏘며, 삶과 사회에 관한 함축적인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하게 된다.‘생명의 원천(장피에르 레노)’은 붉은 동백꽃을 연상시키는 화분 모양의 작품으로, 전세계 유명도시에 놓여 있는 화분을 광안리에 놓음으로써 광안리를 세계적 장소와 동격화 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상 인터렉티브(샤를 드모)’는 민락동 광안해변공원 왼쪽에 세워지며 폐쇄된 공간을 벗어나 야외에 세워진 LED대형 화면을 통해 꾸밈없는 우리의 일상을 보여준다.‘은하수 바다(얀 카슬레)’는 광안리 해변 테마거리 화단에 1600개의 조명을 설치, 은하수의 빛 처럼 광안리를 비추고 녹지공간과 백색파도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이밖에 ‘섬으로 가는 길(심문섭)’은 광안리해수욕장 중앙 해수면에 고사분수 시설을 설치, 새로운 이상을 꿈꾸는 인간의 여정을 이미지로 표현하게 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야간 경관 조명사업이 완료됨에 따라 광안리 해수욕장 일대가 최첨단 멀티미디어 테마파크로 탈바꿈돼 관광명소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깔깔깔]

    ●시계를 돌려줘야 하나요? 한 절도범이 시계를 훔친 혐의로 기소됐으나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게 판결 이유다.‘무죄를 선고한다.’며 석방을 명하는 판사에게 범인이 물었다. “판사님, 그런데 시계는 돌려줘야 하나요?”●악어는 어디에 미국 플로리다 앞바다에서 낚시를 즐기던 관광객의 보트가 뒤집혔다. 그는 수영을 할 수 있었지만 악어가 겁나서 전복된 보트에 매달려 있었다. 해변에서 한 노인을 발견하자 그는 “이 근처에 혹시 악어가 있나요?” 라고 소리쳐 묻자 “악어는 없어진지 오래요.” 안전하다고 생각한 관광객은 느긋하게 해변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해변으로 반쯤 접근 했을 때 “그런데 어떻게 악어들을 없앴어요?” “우리가 악어를 어떻게 한 게 아니라 상어들이 나타나서 다 잡아 먹어버렸다오.”
  • [HAPPY KOREA] 다리 세우고 年100만 발길 “관광부흥 꿈꾼다”

    [HAPPY KOREA] 다리 세우고 年100만 발길 “관광부흥 꿈꾼다”

    명사십리해수욕장은 2005년 해양수산부로부터 전국 최우수 해수욕장으로 선정된 곳이다. 주변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모래가 가늘디 가늘어 모래찜질을 하면 신경통·관절염·피부질환·무좀 등에 각별한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사십리(明沙十里)라는 이름의 해수욕장이 여럿 있다. 하지만 신지도의 명사십리해수욕장은 명사(鳴沙) 즉, 모래가 운다는 뜻이다. 은빛 모래밭이 파도에 쓸리면서 내는 소리가 십리 밖까지 퍼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안선의 길이가 3.8㎞나 되고 백사장의 너비만도 150m에 달하는 데다 수심이 아주 완만해 가족 단위의 피서객들이 만족할 만한 곳이다. 싱싱하고 풍부한 해산물의 집산지와 수군(水軍)의 군사요충지였던 완도(莞島)가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드라마 촬영장소로 유명해 지면서 외지인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해 연간 500만명이 찾아 몇 년 전에 비해 5배가량 늘었다.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로 선정된 신지면 ‘신리·대곡리’(울모래마을)는 이런 분위기를 살려 1990년대 광어양식으로 잘 살던 시절을 다시 만들어보자는 열의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계획과 주민들의 움직임, 군청의 의지 등을 들여다 봤다. ●“다리없을 때 힘들었제” “얼마전까지만 해도 배를 타고 읍소재지로 목욕을 하러 가야 할 정도였제. 하지만 다리가 생긴 뒤 외지인들이 몰려오면서 잘살아 보자며 주민들끼리 머리를 맞댔지라.” 마을 주민 정양기(53·상업)씨는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이 마을은 2005년까지 섬이었다. 읍소재지까지 가기 위해서는 배를 이용해야 했다. 때문에 주민들이 이곳에서 생활하거나, 외지인이 찾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정씨는 “가장 불편한 것이 문화적인 혜택과 아이들의 학교문제, 병원을 이용하는 일이었다.”고 되돌아 보았다. 이 지역은 1990년대 광어 등 어류 양식을 할 때 번영기였다. 처음 양식을 한 사람들은 가구당 평균 5억원 정도의 수입을 올렸단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주민들이 어류 양식을 시작했다. 한때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농담마저 했었다.”고 분위기를 군청 관계자가 전했다. 그만큼 번창했던 것이다.3∼4년 잘 벌었지만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양식 어가가 늘면서 가격이 폭락했고, 결국 어가들이 붕괴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그래서 일부는 전복양식으로 전환해 재미를 본 사람도 많지만 여전히 광어 양식과 농사를 짓는 주민이 많다. 대부분 2000만∼3000만원 정도의 수입을 낸다. 예전을 그리워하며 ‘정신적 공황’에 빠져 있거나, 아예 마을을 등지는 경우도 많아 1996년 1951명이던 주민이 현재는 1564명으로 줄었다.10년 사이에 387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다리 생기면서 외지인 몰려와 하지만, 신지도에도 햇볕이 들기 시작했다.2005년 12월 완도읍과 신지면 사이에 신지대교가 세워지면서 사실상 육지가 됐다. 주민들의 읍내 이용이 한결 수월해졌다. 가장 큰 변화는 외지인이 몰려온다는 것. 드라마 해신의 영향으로 완도까지 찾아온 외지인들이 ‘명사십리’해수욕장을 승용차로 올 수 있게 됐다. 지난해 관광객은 100만명이 넘었다. 완도를 찾는 전체 관광객 가운데 5분의1이 신지면으로 건너오는 것이다. 배로 올 때의 15만명에 비해 엄청 늘었다. ●“살기 좋고, 가고 싶고, 일자리 있는 곳으로” 주민들간에 해보자는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완도군청 한희석 정책개발팀장은 “행자부에 우수지역 신청을 하기에 앞서 먼저 완도군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했다.”면서 “주민들이 공모안을 내기 위해 수많은 회의를 거쳤고, 그 과정에 해보자는 열의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완도군은 공모를 거쳐 우수 관광자원인 명사십리해수욕장을 이용해 ‘살기좋은 울모래 마을만들기’로 확정했다. 신리와 대곡리가 명사십리 해변을 끼고 있어 ‘울모래마을’로 이름을 붙인 것이다. 기존의 마을은 이웃간 정이 넘치도록 공동체 복원에 나서 ‘품격 있고 문화적 향기가 배어나는’ 마을로 만든다. 마을의 경관과 미관을 개선하고 문화, 복지, 교육의 기능을 강화한다. 명사십리해변은 쾌적하고 특색 있는 관광지로 꾸며 ‘가고 싶은 해변’으로 만든다. 해변가에 있는 낡은 집들은 모두 헐고 대신 민박마을로 재개발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관광객을 수용하려는 것. 택지조성은 군청에서 해주고 집은 주민들이 짓는다. 바로 옆에는 해양펜션단지조성을 추진 중인데 120억원 정도 소요된다. 마을과 해변 사이 30만평을 활용해 해양생물산업단지를 조성해 일자리와 소득을 높이는 ‘안정적인 일자리 만들기’사업을 추진한다. 해양생물을 연구할 연구센터도 100억원을 들여 짓고 있다. 마을과 해변을 자전거길로 연결, 휴식과 일, 주거, 관광을 함께 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글 완도 조덕현·남기창기자 hyoun@seoul.co.kr 사진 완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성인병 예방’ 비파로 활로 개척 “비파 등 특산품으로 잘살아 볼랑게요.” 울모래마을 주민들은 요즘 지역 특산품인 비파나무를 심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부푼 꿈을 키우고 있다. 광어나 전복 양식을 많이 하지만 농토가 풍부한 탓에 지역특산품을 재배해 관광객을 상대로 판매를 하면 또다른 수입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일근(52·완도군 신지면 대곡리) 비파작목반장은 “비파가 성인병 예방 등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올해 비파나무를 재배할 주민 33명으로 작목반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 반장은 “비파의 잎은 차로 개발할 수 있고, 씨앗은 항암치료에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옛날부터 ‘비파나무가 자라는 가정에는 아픈 사람이 없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효능이 알려져 있다. 주민들은 비파를 이용해 찜질방과 해수탕을 만들어 늘어나는 관광객을 상대로 체험관광을 늘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현재 4.5㏊에 불과한 비파 재배면적을 올해엔 10㏊로 늘리기로 했다. 군청에서 공동사업으로 투자해 50㏊까지 늘릴 계획이다. 민들은 앞으로 비파로 캔 음료 등의 가공식품을 만드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완도군 농업기술센터와 전남도 난지시험장에서 기술지원과 수목갱신에 대해 도움을 받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농협의 참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농협이 주민을 위한 조직인 점을 고려해 주민이 생산한 비파를 가공해 판매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군청-농협-주민간 협약체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완도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살기좋은’ 전국으로 확산해야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의지가 아니라 중앙정부의 의지입니다. 이 사업은 계속 추진돼야 합니다.” 김종식 완도군수는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공모과정에서 주민들이 잘살아 보자는 데 힘을 모아가고 있다.”며 “이 사업은 정말 전국적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군수는 “대상지역을 중심으로 해조류를 잘 키우고 가공하는 산업을 육성해 수산업의 미래를 열 것”이라면서 “이곳이 전남도의 미래 전략산업단지의 센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일이 옛날 청해진의 미래, 해양강국의 청사진을 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자체와 주민의 의지는 확고하며, 관건은 ‘중앙정부의 의지’라고 주장했다.“중앙정부에서 패키지를 얼마나 잘 엮느냐가 중요합니다. 단순히 상·하수도를 놔주고, 도로를 늘리는 수준이라면 의미없어요. 부처 이기주의를 버려야 합니다.” 김 군수는 “정부가 주민을 상대로 공모과정을 거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면서 “만일 사업이 중단되면 공모과정에 오랜만에 뜻을 세운 주민들의 실망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군청 안팎에선 사업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오른 땅값을 들었다. 최근 완도 일대에 대한 개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땅값이 크게 올랐다.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는 면적이 약 30만평인데, 명사십리 주변 대지는 평당 30만∼40만원, 요지는 70만∼80만원 정도다. 더구나 이미 상당 부분은 외지인에게 넘어간 실정이다. 그래서 수용을 하려면 예산상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완도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OUR STORY] 봄마중 가는 길은 행복하다

    [OUR STORY] 봄마중 가는 길은 행복하다

    봄이 멀지 않았다. 반가운 사람들이 나누는 인사가 겨울옷을 먼저 벗어냈다.“겨울이 매섭다.”던 사람들,“이제 겨울도 끝물”이라더니 며칠 새 “봄 다 됐네.”로 인사말을 바꾼다. 어느새 풍향을 달리한 바람에는 겨울의 혹독한 살풍경 대신 남녘의 살가운 햇볕이 얹혀 온다. 그 바람 끝에 얼굴을 디밀고 흠흠 꽃내음을 맡으려는 도시인들에게 봄은 반갑게 풋풋한 품을 연다. 남녘의 시인이 보낸 편지글 속에서도 물씬 봄의 향기가 묻어난다. 그의 매화예찬은 오롯하게 피어나는 홍매화의 서정이기도 하고, 시한을 힘겹게 넘어온 우리들의 월동기이기도 하다. 이 겨울 내내 저 매화를 기다려 왔습니다. 겨울이 유난히 추웠기에 그대와 나란히 서서 꽃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얼어서 터진 남루의 손등 감추지 않고, 그대의 손을 잡고 꽃 앞에 서고 싶었습니다.(중략)오늘 홍매화꽃 사태 속에서 그대는 나의 꽃이었습니다. 우리는 억겁 인연의 가지에서 만난 따뜻한 햇살과 꽃이었습니다. 나는 그대에게로 무너지는 햇살이었고, 그대는 나에게로만 피는 꽃이었습니다.’(정일근 시인의 ‘사람의 사랑도 꽃이 될 수 있으니’ 중에서) 그 시인의 오감을 일깨운 봄의 장대한 서사가 막 시작되려 한다. 봄, 그 현란한 ‘만화방창(萬化方暢)’의 조화 속에서 목숨이란 목숨은 모두 새 뼈를 얻고, 거기에 새 피와 살을 얹어 또 한 해를 준비할 것이다. 모두들 길가로 나서 어디에서 흘러들었는지도 모르는 익숙한 향기에 다시 취할 것이고, 나설 길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아련하게 추억할 것이다. 언젠가 이빨 시리게 맞았던 이른 봄날의 아릿한 바람과 그 바람에 실려온 아름다운 가슴앓이를. 문득, 꽃집에 다발로 실려와 놓인 남녘의 솜털 보드라운 버들개지의 벙그는 아퀴가 눈길을 끈다. 그 곁에 각시처럼 자리를 잡은 목련의 물오른 꽃망울이 수줍다 못해 부르르 제 몸을 떨고 있다. 화려한 봄 축제의 기억은 겨울이 길었던 사람들의 가슴에서 먼저 꽃망울을 터뜨린다. 봄이다. 남녘은 벌써 분주하다. 매화는 난분분하며 온 천지에 향기를 퍼뜨리고, 수더분한 산수유는 마을 어귀나 산발치에 아무렇게나 서서 겨울의 수묵에 샛노란 생명의 명도(明度)를 더한다. 아쉬운 무엇이 있어 더 머뭇거릴 것인가. 짧디나 짧은 봄, 그 봄으로 가자. 살 떨리게 반가운 꽃들을 찾아서.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남도로 떠나는 봄맞이 여행 우수를 지난 봄이 경칩을 향해 줄달음 치고 있다. 봄처녀들의 가슴이 까닭없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는 것도 이맘때. 겨울이 맥없이 꼬리를 감추는 모습에서 서운함도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오는 봄이 달갑지 않을 이유 또한 없다. 남도의 들녘에서는 벌써 꽃소식이 전해온다. 문득 엉뚱한 상상이 고개를 쳐든다. 꽃이 북상하는 속도는 얼마나 될까? 남도의 끝자락 해남에서 서울까지는 천리길, 400㎞정도 된다. 이곳에서 전해진 꽃소식이 10일 뒤면 서울에 가 닿는다니, 하루에 40㎞정도 가는 셈이다. 오는 봄을 맞으러 전라남도 무안과 함평 등을 다녀왔다. 세발낙지와 함평한우 등 먹거리와 은빛 숭어가 뛰노는 함평만 등 볼거리가 많아 봄맞이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글 사진 무안·함평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한우와 나비의 고장 함평 남도에 오면 가장 정감이 가는 것이 농가의 지붕. 팔작지붕이며 우진각 지붕 등 우리 고유의 지붕형태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집들이 꽤 많다. 멋들어지게 뻗어나간 처마를 보라. 마치 파란 봄하늘 속으로 훨훨 날아갈 것만 같지 않은가. 기능성만 강조하느라 멋없이 지붕 위를 싹뚝 잘라버린 양옥집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머리만큼은 서양 것에 양보하지 않겠다는 올곧은 자존심이 엿보인다. 점심 무렵 도착한 함평읍. 봄빛이 완연하다. 아직 겨울에 발목잡힌 도회지만 생각하고 걸쳐입은 두툼한 방한복이 여간 거추장스럽지 않다. 얇아진 옷만큼이나 오가는 주민들의 표정도 밝고 가볍다. 사실 함평은 이제껏 여행지로서는 특출나게 내세울 것이 없는 곳이었다. 함평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나비축제(www.hampyeong.jeonnam.kr). 우리나라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관광축제다. 올해는 5월 3∼8일까지 열린다. 나비 외에 유명한 것이 천지한우.‘전라도 소값을 좌우한다.’는 함평 우시장 덕분에 질좋은 한우고기를 싼값에 먹을 수 있다. 근동에서 음식솜씨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금송식당(061-324-5775)에 들어섰다. 생고기를 주문했더니 금방이라도 핏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검붉은 한우고기가 쟁반 가득 담겨 나왔다. 주인 김정애(50)씨의 음식자랑이 거침없이 이어졌다.“소고기는 앞다리를 먹어야 하지라. 앞박살, 양지, 홍두깨, 아롱사태, 부채뼈 살 등 5가지 부위가 골고루 섞여 있응께 맘껏 드시쇼.” 생고기 1인분 1만 7000원, 생고기 비빔밥은 5000원을 받는다. # 감태향 가득한 돌머리 해안 달고 쫄깃한 한우 생고기로 허기를 채운 다음 돌머리(石頭)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바다를 향해 뻗어나간 육지의 끝이 바위로 되어 있어 돌머리라 했다. 돌부리가 해수명당과 연결돼 있다 해서 광산 김씨들이 묏자리를 잡은 곳이기도 하다. 물오른 봄바다. 감태(甘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언제든 질리지 않는 해조류 특유의 비릿하고 상큼한 향기다. 함평만 너머로는 해제반도가 손에 잡힐 듯 다가선다. 바닷물을 방조제 형태로 막아 만든 2700평의 수영장이 독특하다. 썰물 때도 해수욕을 즐길 수 있도록 노천 바다수영장을 만든 것. 수영장 둑이 높지 않아서 밀물 때 바닷물이 흘러들어와 자연스레 물갈이가 된다. 바닷물과 함께 들어온 물고기들도 썰물 때면 꼼짝없이 갇히게 될 터. 사람과 물고기들이 너나없이 한 곳에서 놀게 될 듯하다. # 펄떡거리는 숭어회 함평만과 해제반도 칠산 앞바다에서 잡아올린 숭어는 눈가에 황금색을 띠는 참숭어. 제철에다 자연산이다. 숭어껍질은 살짝 데쳐 소금장에 찍어먹는데, 꼬들꼬들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숭어회 역시 달고 쫀득하기 이를데 없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붉은색 살을 보면 침이 절로 괸다. 바닷물에 한번 씻어놓으면 살이 더욱 꼬들꼬들해진다. 회를 뜨고 남은 뼈로끓인 매운탕은 국물맛이 달고 시원하다. 조금 때는 숭어가 잡히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 돌머리관광횟집(061-322-9228) 주인장의 음식솜씨가 제법 알려져 있다. 숭어회 1접시에 3만원을 받는데, 싱싱한 자연산 석굴 등 해산물이 푸짐하게 곁들여진다. ■ 무안에서 즐기는 5색 진미 무안 들녘은 황토땅. 차라리 붉은 색에 가깝다. 황토 들판 옆으로 푸른 양파와 마늘밭, 그리고 파아란 하늘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먹거리 천국이기도 하다. 한번 나들이에 5가지 감칠 맛을 맛볼 수 있다 해서 ‘무안 5미(五味)’라는 이름이 따로 붙었다.짚불 삼겹살, 양파 한우, 도리포 숭어, 영산강 장어, 무안 낙지 등. 들과 바다에서, 그리고 강에서 ‘오색진미’를 맛볼 수 있다. 들에서 나는 별미로는 단연 돼지짚불구이. 목포에 홍어삼합이 있다면, 사창리에는 짚불삼겹살 삼합이 있다. 삼겹살과 양파김치, 기젓(갯벌 게로 만든 젓갈) 등이 어우러져 조화를 낸다. 암퇘지 삼겹살과 목살, 목등심 등을 볏짚을 이용해 1분정도 구워먹는데, 고기 속에 스며든 짚의 향긋한 냄새가 일품. 두암식당(061-452-3775)이 많이 알려져 있다. 삼겹살과 양파김치 원조를 자랑하는 곳. 김정순 할머니가 문을 연 이래 2대에 걸쳐 50년 동안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1인분 한 판에 6000원. 강에서 나는 음식으로는 명산리 장어구이가 첫손 꼽힌다. 영산강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장어마을이 형성돼 있다. 영산강 장어는 한때 바닥을 긁으면 그물 그득 잡힐 정도로 유명했다. 영산강 하구둑 축조 이후 장어가 크게 줄긴 했지만, 명산장어집(061-452-3379)은 3대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4미(1㎏ 4마리)에 4만원. 장어집 인근에는 동양 최대의 백련 서식지가 있다. 숭어와 더불어 바다에서 나는 먹거리로 세발낙지를 빼놓을 수 없다. 일에 지쳐 쓰러진 소에게 먹이면 벌떡 일어선다는 스태미나 식품. 주낙으로 건져 올리는 게 아니라 뻘에서 삽으로 파서 꺼낸다. 착 달라붙는 힘이 여간 아닌데다 맛 또한 일품이다. 무안 낙지는 통째로 먹어야 제맛이다. 특히 산낙지를 대소금에 비벼 잠시 기절시킨 다음 먹는 ‘기절낙지’는 별미 중 별미. 무안읍 공용터미널 뒤편에 기절낙지집들이 몰려 있다. 하남횟집(061-453-5805), 청계수산(061-453-5256) 등이 유명하다. 한 마리당 6000∼7000원. # 봄은 바다에서도 자란다 현경면 월두포구는 달머리(月頭)라는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곳. 우리나라 최초의 갯벌 습지 보존지역인 함해만이 이곳 해운리에서 해제반도 만풍리까지 이어진다. 수령 300년 된 곰솔나무가 마을의 수호신처럼 서 있는 가운데, 오른편 갯벌엔 연둣빛 감태가 푸르름을 뽐내고, 왼쪽편엔 초록빛 바다가 바람에 넘실댄다. 땅과 바다, 그리고 하늘이 맞닿은 절묘한 풍경이다. 제 아무리 바람이 매섭고 파도가 거칠어도 밀려오는 봄기운을 막을 수는 없는 것. 붉은 생명력을 토해내는 황토밭과 푸른 바다 위로 봄빛이 찬란하다. ■ 기차타고 꽃마중 가요 ●섬진강 매화 청송여행사(www.114ktx.com)는 3월10일 오전 7시 30분 영등포역을 출발해 임실 청매실농원, 익산 등을 둘러보고 오후 10시 30분에 용산역으로 돌아오는 상품을 마련했다. 어른 4만 3000원, 어린이 4만원.1577-7788. 홍익여행사(www.7788tour.co.kr)는 매화향 가득한 섬진강과 남원 등을 둘러본다. 용산역 오전 7시 출발, 오후 10시 49분 도착.3월17,18일. 어른 4만 9000원, 어린이 4만 6000원.(02)717-1002. ●진해군항제 벚꽃 3월31일과 4월1,4,5,8일 등 총 6회 운행한다. 진해 해군사령부, 제왕산 등을 돌아본다. 서울역 오전 7시 10분 출발, 오후 10시 50분 도착. 어른 5만 5000원, 어린이 5만 3000원. 경인관광여행사(www.ktx7788.co.kr 032-343-7788),KTX관광레저(www.ktx21.com 1544-7786), 지구투어 네트워크(www.jigutour.co.kr 1566-3035), 홍익여행사 ●쌍계사 십리 벚꽃 남원 재래시장과 춘향테마파크, 하동 화개장터, 십리벚꽃길 등을 둘러보는 상품. 용산역 오전 7시 출발, 오후 10시 30분 도착.4월7,8일. 어른 3만 9000원, 어린이 3만 8000원. 홍익여행사. ●금오산 왕벚꽃 금오산 왕벚꽃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등을 둘러본다. 서울역 오전 8시 출발, 오후 10시 도착.4월13일. 어른 4만 4000원, 어린이 4만 2000원.KTX관광레저. ●해인사 벚꽃 해인사와 홍류동 계곡의 벚꽃길을 돌아보는 상품. 서울역 오전 8시 출발, 오후 10시 10분 도착.4월13일. 어른 4만 6000원, 어린이 4만 3000원.KTX관광레저. ●환상의 섬 외도 꽃과 나무, 그리고 바다로 둘러싸인 섬 거제시 외도와 학동 몽돌해변, 바람의 언덕 등을 돌아보는 상품. 매주 금, 토요일 오후 10시 47분 영등포역을 출발해 다음날 오후 10시 6분 서울역으로 돌아온다. 어른 8만 9000원, 어린이 7만 5000원. 경인관광여행사. ●매화 축제와 오동도 동백 오후 10시30분 용산역을 출발, 광양 매화마을과 여수 오동도를 둘러보고 다음날 오후 10시 용산역으로 돌아온다.3월 17일. 어른 6만9000원, 어린이 6만5000원.KTX관광레저. ●섬진강 매화축제와 향일암 해돋이 여수 향일암 해돋이와 광양 매화축제 등을 둘러본다.3월23,24일. 서울역에서 오후 10시50분 출발해 다음날 오후 9시50분 돌아온다. 어른 6만 4000원, 어린이 5만 9000원.KTX관광레저. ■ 둘러볼 만한 곳 ●고막천교 궁궐이나 관청 등이 아닌 순수 민간지역의 다리로는 가장 오래된 곳.700여년 전인 고려 원종 15년(1274)에 세워졌다. 서민들이 애용하던 질그릇 같은 투박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보수공사를 해놓아 옛모습이 적잖이 사라진 것이 흠. 함평으로 향하는 2번국도변에 있어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함평군청 문화관광과(061)320-3733. ●자산서원 곤개 정재청(1529∼1590)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서원. 함평군 엄다면 제동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남인과 서인의 정권교체가 이뤄질 때마다 설립과 철거가 반복되면서 정치적으로 주목받던 장소. 현재 이곳에 남아 있는 정재청의 문집 ‘우득록’은 호남사림의 인맥이나 동향 등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 [화가 남궁문의 자전거 하이킹] (3·마지막날) 거제 해금강

    [화가 남궁문의 자전거 하이킹] (3·마지막날) 거제 해금강

    ‘남도’는 어쩌면 우리 고향의 대명사가 된 듯합니다. 겨울이면 따뜻하고 봄소식을 먼저 전해주기 때문이겠지요. 또한 우리나라 남해안의 섬은 다른 곳과 달리 바다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빼어난 풍광을 연출합니다. 또한 여기저기 흩어져 연결되는 섬마다 사연도 많아 일년내내 찾아도 그 느낌이 각각 다르지요. 그래서 2월1일자 ‘We 151호’부터 3회에 걸쳐 남해도~창선(삼천포)~거제도를 잇는 자전거 여행기를 게재해 왔습니다. 이번에는 그 마지막회로 거제도편을 다뤘습니다. ‘거제도’하면 제주도 다음의 큰 섬으로 바다의 금강이라는 ‘해금강’과 ‘외도’가 대표적으로 생각납니다. 많은 분들이 다녀보셨겠지만 길이 380여㎞에 달하는 해안선은 크고 작은 곶과 섬으로 구성되어 있어 참으로 아름다운 바다경관을 연출하지요. 섬 주위에는 크고 작은 10개의 유인도와 52개의 무인도가 있어 각종 어류의 서식처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곳곳에 몽돌해변과 구조라해수욕장 등이 있어 사시사철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지요. 아울러 열대식물인 풍란·팔손이·동백나무 등이 자라며 맹종죽순, 멸치, 유자청, 표고 등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래서 동백축제, 해변축제, 고로쇠약수제, 옥포대첩 기념제전 등 계절별로 갖가지 축제가 열리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거제포로수용소는 6·25전쟁의 아픔을 생생하게 간직한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해마다 전국에서 많은 학생들이 견학오는 곳이지요. 필자 남궁문은 ‘아름다운 고행, 산티아고 가는 길’이라는 여행기를 펴내는 등 ‘특별한 여행’을 하는 화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2년 전부터 달랑 자전거 하나에 의지한 채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체험하며 우리 국토의 숨결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아울러 필자는 아름다운 낭만도 낭만이지만 가는 곳마다 산업화의 개발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간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 자전거를 타고 거제도로 떠나볼까요. <편집자 주> 평소 덜렁대는 성격으로 급기야 통영의 찜질방을 나오면서도 웃지 못할 촌극을 빚고 말았다. 어젯밤 찜질방에서 자전거 여행 중에도 늘 메고 다니는 손가방을 넣어두었던 사물함의 열쇠를 그만 잃어버렸던 것이다. 그 손가방에는 디지털카메라와 수첩, 지도, 현금 등 이번 여행의 중요한 소지품들이 거의 다 들어 있었다. 그래서 팔목에 차고 자기까지 했던 것인데 나오면서 보니 열쇠가 보이지 않았던 것.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 우선 카운터에 가서 아직 내 물건이 무사한지를 묻는 게 가장 급선무였다. # 통영 찜질방서 웃지못할 촌극 다행히 아직 사물함 자체에는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 그러나 열쇠를 잃어버린 것에 대한 보상으로 1만원을 내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 돈도 카운터에서 내 이름과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물어본 뒤, 찜질방 자체 보관용 열쇠로 가방을 꺼내고 나서야 지불할 수 있었다. “여기에 연락처와 은행계좌번호를 적으세요. 그래야 혹시 나중에 열쇠를 찾게 되면 돈을 보내드릴 수 있거든예.” 별일 아니라는 듯한 카운터 아가씨의 말에 나는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주었다. 이때 “저 아저씨! 혹시 모르니, 팔목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세요.” 라고 아가씨가 말한다. 그러면서 “흔히들 팔목에 차고 있으면서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예.” 하는 것이었다.“그래요?” 하면서 반사적으로 왼쪽 팔목을 만져봤다. 그 순간 손에 잡히는 게 있었다.“어? 여기에 있네.” 나는 파카의 팔목을 걷고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열쇠를 빼냈다.“아, 내가 이래요.” 하고 겸연쩍게 말을 했다.“그런 사람들이 가끔 있어예.” 하면서 별로 놀라는 기색도 없이 그 아가씨는 다시 1만원짜리 지폐를 돌려준다.“아무튼 고맙습니다.”라고 인사까지 하고 찜질방을 나왔다. 사실, 그 돈 1만원이 문제는 아니었다. 나는 이번 자전거 여행을 떠나오다가 내 카메라에 이상이 생겨 급작스럽게 한 친구의 새 카메라를 빌려 왔기 때문에 그게 더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특히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뭔가 한 가지라도 ‘깜빡’했다가는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오늘은 이번 남도여행의 마지막 여정이다. 하지만 시간을 따져 보니 거제도 전 구간을 자전거로 돌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통영에서 거제도 북부 지역은 자전거를 접어(내 자전거는 반절로 접을 수 있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산업화된 도심 변화에 새삼 놀라 통영을 출발해 거제대교를 거쳐 버스로 달리다 보니 예상했던 대로 그 지역은 주거지가 상당히 밀집해 있었고 차량의 통행도 어찌나 많은지 자전거로 가야 할 의미가 없는 길이었다. 그런데 섬에 불과한데도 이렇게 도심이 발달하고 또 번화한 모습에 새삼 놀랐다. 특히 ‘고현’ 시가지를 지날 때는 더욱 그랬다. 학교때 지리교육을 잘 받았음에도 생소한 지명이 많았다. 어쨌든 번창하고 현대화된 도시가 거제도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거대한 조선소가 눈에 띄면서는 그 규모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장승포에도 역시 다른 조선소가 떡 버티고 있어서 ‘이게 섬인가’ 할 정도로 도시화와 산업화의 위력에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그런저런 생각에 버스는 어느덧 장승포에 닿았고 짐칸에서 자전거를 꺼내 내렸다. 그리고 바로 자전거를 조립한 뒤 무조건 남쪽으로 난 도로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 일정이 빠듯해서 서둘러야만 했기 때문이다. 아직 태양은 있었지만 바람은 차갑게 다가왔다. 날씨는 맑은 것 같은데 쾌청한 날씨는 아니었다. 선명한 수평선은 남해안의 다른 곳에 비해 길고 널따랗게 보였다. 그렇게 감상하고 느끼며 얼마동안 달렸다. 문득 ‘대마도가 보이는 집’이란 안내문이 보였다. 바다쪽을 유심히 바라보니 수평선 언저리에 뭔가 희미하게 나타났다. 나지막한 섬이 보일 듯 말 듯했다. 언뜻 보기엔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이 바로 조선 세종 때 김종서 장군이 정벌했던 대마도였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서서히 페달을 밟으니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반갑지만은 않았다. 내려가다 보면 또 다시 오르막길이 나올 터이니 말이다. 그만큼 나는 이제 이런 굴곡이 심한 길에 익숙해져 있고 또 자전거로 달리는 힘든 여정에 지쳐 있었다. 이 부근을 지나오면서 보니 ‘외도 행 유람선’에 대한 문구가 눈에 많이 띄었다. 저기 보이는 섬이 바로 ‘외도(外島)’인가.TV에서 특집으로도 다뤘고, 또 드라마에도 가끔 나와 유명세를 타는 곳. 온갖 아열대 식물들을 심어놓아서 더욱 이국적이라는 곳. 게다가 거기에 있다는 하얀집은 스페인 풍이라고 했다. 이런 생각이 드니 갑자기 별로 관심이 없어진다. 너무나 인위적인 것 같아서다. 이렇게 아름다운 한국의 풍광 한가운데에 왜 생뚱맞게 외국색이 물씬 풍기는 섬으로 꾸며 놓았는지…. 다시 산모퉁이를 오르는데 중턱쯤에는 한 군부대가 있었다. 입구에는 두 명의 초병이 서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나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웬 이상한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낑낑대며 가파른 오르막길인 자기들 초소 앞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굳이 나에게 실례(?)를 범하지 않으려는 듯 직설적인 표현과 표정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웃음을 참으려는 그들의 표정에서 그런 걸 더 강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한번 ‘씩’하고 웃어줬다. 오히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건 그들이었다. 그렇다고 뭐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러면서 내가 바로 고개를 숙여 더 이상 그들을 관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뒤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 별 관심도 없었다. 이렇게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니 그런 시선을 받아본 적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 군초소를 지나다보니 왠 ‘짬밥´ 생각 군 초소를 지나 10여m를 오르는데 갑자기 군대 ‘잔반(짬밥)’ 냄새를 맡았고, 순간 그 밥이 먹고 싶었다. 특유의 냄새에 멀뚱멀뚱하던 국, 세 가지 반찬이라고 해봤자 겨우 간을 맞춘 정도의 일식삼찬이다. 가능하다면 저 부대에 들어가 잔반 한 그릇을 얻어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우스워졌다. 뭐, 먹을 게 없어서(내 가방 안에도 먹을 건 있었다.) 군대 잔반이 그리워지면서 먹고 싶어진단 말인가. 하기야, 요즘엔 군대 부식도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런 생각이 다 드는 걸로 보면 아무래도 배가 고픈가 보다. 산모퉁이에 앉아 가방 안에 준비해두었던 먹거리로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간식을 먹는 사이에 따사롭던 해가 사라졌다. 분위기가 조금 을씨년스러워졌다. 아무래도 나그네에겐 해가 있는 게 좋다. 구름이 끼면 겨울여행이라 추워져 마음이 움츠러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다시 모퉁이를 돌았더니 또 하나의 움푹 파인 만(灣)이 나왔다. 여기는 만 하나를 도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리도록 깊게 파여 있었다. 잠시후 ‘몽돌해수욕장’이 있는 ‘학동’ 마을을 지났다. 저쪽에서 아가씨들 네 명이 까르르 웃어가며 뭘 먹고 있는 게 보였다. 어묵이었다. 순간 입에서 침이 생겨났다. 따끈한 국물이 그리웠다. 그렇잖아도 내리막길에서 땀이 식어, 몸이 으슬으슬 추워오던 때였으니까. 자전거를 멈추고 포장마차로 들어갔다. 꼬치 하나에 500원, 두 개를 먹는데 사실 별 맛은 없었다. 그 것보다는 따끈한 국물에 더 끌렸던 나는 두 종지를 떠 천천히 마셨다. 그걸 파는 여자가 무슨 일인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내가 겨우 천원어치만 먹어서 그런가, 아니면 여행 끝의 꾀죄죄한 행색이어서 그런가. 어쨌거나 손님이고 내가 구걸하면서 얻어먹은 것도 아닌데…. 다시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힘껏 밟았다. 그러다 다시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마을을 벗어나니 개발되지 않은 자연의 모습이 퍽 아름다웠다. 바다를 낀 길 양쪽으론 동백 숲이 펼쳐지고 있었다. # 전망대서본 해안 너무나 아름다워 이제는 해금강이었다. 사실 거제도는 처음 오는 곳이라 내내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곳은 생각했던 것보다 경관이 수려했다. 비록 북부는 산업화로 도시화되었다지만, 남쪽은 적어도 이렇게는 지켜져야 할 것이었다. 처음엔 해금강을 지나며 반도(섬의 동남부 와룡반도와 운곶반도 사이의 도장포만 일대에는 굴곡된 해안선을 따라 기암절벽과 해식으로 이뤄진 해금강이 있다.)에는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어차피 시간은 오후로 접어든 지 한참 지난 상태인 데다 시간이 빠듯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언제 다시 여기에 오게 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닐 듯 싶었다. 게다가 그리 긴 거리가 아닌 것 같으니 한번 들어갔다 나오자며 불룩 튀어나온 반도로 자전거를 꺾어보았던 것이다. 아름다웠다. 비록 하늘이 구름에 덮여 조금 음산한 분위기이긴 했지만 경치의 아름다움은 어디 가겠는가. 여기가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지나는 가장 아름다운 경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별 특징도 없는 곳을 달리느라 시간을 소비하는 것보다, 이런 곳에서 조금이나마 더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에 이르자 전망대에서 한 시간여를 머물렀다. 내리막길을 휘 돌아 다시 한 만을 크게 돌았더니 마을이 나타났고 마지막 한 고비 오르막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겨울 해가 저물고 있었다. 이 길을 타고 오르면, 어차피 이번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다시 ‘고현’쪽을 향해 버스를 타고 갔다가 내일은 또 ‘통영’에서 출발을 해야 할 것이었다. 지금 막 내리막길을 내려왔으니 저 오르막길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렇다면 내 삶의 모습은 어떠한가. 오르막인가 내리막인가? 하기야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으니 이제 다시 올라가야겠지.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 그런 생각을 하며 자전거를 끌고 오르는데 서서히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artistdiary@hanmail.net # 거제도 가는 길 1)대전-통영간고속도로→통영IC→14번국도→거제대교, 2)남해고속도로서 마산IC(14번국도)→고성→통영→거제대교,3)남해고속도로 사천IC(3번 국도)→사천읍(33번 국도)→고성(14번 국도)→ 통영→ 거제대교→ 거제도. # 주변 볼 만한 곳 ●해금강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해금강마을 남쪽 약 500m 해상에 위치한다. 원래 이름은 갈도(칡섬)로서 지형이 칡뿌리가 뻗어내린 형상을 하고 있다. 해발 116m 약 0.1㎢ 의 이 섬은 중국의 진시황제의 불로장생초를 구하는 서불이 동남동녀 3000명과 함께 찾았다는 얘기가 있다. 썰물 때 십자동굴, 사자바위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신선대 도장포 마을 우측에 폐교된 초등학교 분교 옆 오솔길로 내려가면 신선대가 나온다. 신선대는 바닷가에 큰 바위가 자리를 틀어잡고 있는 형상인데 그 주변의 해안경관과 더불어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다. ●여차몽돌 거제시 남부면 여차리에 위치하고 있다. 경사진 산지에 위치한 이 마을은 곳곳이 기암절벽으로 거제도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가라산 높이 585m. 경상남도 남단 거제시의 최고봉으로 주봉은 가래봉이다. 산길에 서면 해안선이 가장 긴 한국 제2의 섬 거제도와 주변의 여러 섬은 물론 북쪽으로 진해·마산시, 서쪽으로 통영시를 마주하고, 남·동쪽으로 남해를 굽어볼 수 있다. 갠 날은 대마도가 가물거릴 만큼 조망이 뛰어나다. ●명사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에 위치하고 있다. 지명은 밝을 ‘명’과 모래 ‘사’로서 모래의 질이 좋고 물이 맑다고 해서 유래됐다. 사장의 길이는 약 500m이며 면적은 약 9000㎢에 이른다. 이 해수욕장은 아름다운 모래사장뿐만 아니라 오솔길과 모래사장 뒤편의 울창한 송림으로도 유명하다. ●구천계곡 군립공원, 외도, 소매물도(등대) 등 볼만 한 곳이 많다. 문의 거제시청 관광진흥과 055-639-3198.
  • “해변으로 가요는 일본노래” 부산고법, 저작권료 반환 판결

    1970년대 그룹 ‘키보이스´가 불러 히트한 대중가요 ‘해변으로 가요´의 원작자가 재일교포로 확인돼 가요계에 저작권 파문이 예상된다. 국내 저작권 보호에 대한 경종은 물론 가요계의 뿌리깊은 표절문제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27일 법원과 가요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민사2부(재판장 박형남판사)는 최근 ‘해변으로 가요´에 대해 재일교포 이철(65·일본 도쿄 거주)씨가 제기한 저작권 확인 등에 대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노래의 원작은 1966년쯤 일본 도쿄에서 그룹 ‘더 아스트 제트´의 리더로 활동한 이철(아베 데쓰)씨가 작사·작곡한 ‘코히비토타쓰노 하마베´(연인의 해변)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1998년 6월부터 73개월간 저작권료 8000여만원을 받은 장모(24)씨에게 이를 반환토록 했다. 손원천·부산 김정한기자 angler@seoul.co.kr
  • 철도·휴양림 영화촬영지 ‘각광’

    철도·휴양림 영화촬영지 ‘각광’

    ‘철도는 액션과 멜로, 자연휴양림은 호러물’. 역사(驛舍)를 비롯한 철도시설물과 울창한 숲속에 자리한 자연휴양림이 영화,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25일 철도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시설물 촬영건수는 283건에 장소제공 수입 6345만원을 기록했다. 구 서울역사와 정동진역에 이어 ‘박하사탕’의 대미를 장식했던 충북선 삼탄∼공전간 진소천 철교와 동해남부선 송정∼해운대간 해변 기찻길이 입소문을 타고 명소로 부상했다. 열차를 타지 않으면 구경할 수 없는 특별한(?) 입지로 인해 자연스레 철도 홍보의 장이 되기도 한다. ●철도공사, 작년 타짜등에 283건 장소 제공 가장 활발한 곳은 역시 부산이다. 지난해 16편의 영화, 드라마가 촬영됐고 2400여만원의 부수입도 올렸다. 진해역이 ‘타짜’에 나왔고 ‘강적’에서는 범일동 철도건널목이 무대가 됐다. 박은형 감독의 ‘마음이’는 철도가 주무대로 삼랑진역에서 부산역까지 철도가 두루 등장했다. 올 들어 ‘시크릿 선샤인’이 밀양역에서 촬영됐고 부산진역이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의 무대로 예약됐다. 부산지사 김필종씨는 “철도는 일제시대 건축물부터 철로변 풍경 등 다양한 소재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한국영화의 아름다운 영상 제공을 위해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왕의남자·대조영·주몽 찍은 설매재 인기 올 7월 개봉 예정인 영화 ‘기담’은 청태산 자연휴양림에서 새달부터 촬영에 들어간다.1940년대 경성의 초창기 서양식 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비극을 다룬 호러물이다. 울창한 숲과 숲 한가운데 자리한 통나무집 등이 영화촬영지로 선택됐다. 청태산은 ‘친절한 금자씨’의 촬영지로도 유명한데 이처럼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한 휴양림이 18곳,20여편에 달한다. 자연휴양림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분위기가 단연 최고의 장소이다.‘가을연가’의 중미산과 ‘왕의남자’,‘주몽’,‘대조영’ 촬영장인 설매재는 유명세를 얻고 있다. 산림청 관할인 국립은 물론 공립과 개인휴양림 대부분이 장소 제공료 없이 촬영이 가능하다. 다만 메인 무대가 아니다 보니 영화세트는 설치돼 있지 않아 영화의 장면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관계자는 “흥행에 성공한 사례를 빼고 영화·드라마 촬영에 따른 이용객 증가를 따지는 것은 어렵다.”면서 “휴양림 홍보에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젊은날의 초상 순수와 그 이면

    화폭 가득한 꽃미남들의 풋풋함이 일단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집단살인, 린치, 인질극 등의 잔인한 폭력이 난무한다. 갤러리 현대에서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비하인드 이너선스’전에서 촉망받는 독일, 영국, 미국의 젊은 작가 3명이 모였다. 젊음의 순수함과 그 이면에 잠재된 어두움을 담은 전혀 순수하지 않은 작품들이다. 화랑 이층에 전시된 노베르트 비스키(37)는 구 동독의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공산당원이었던 비스키는 베를린 미술대학의 세계적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로부터 수학했다. 150∼300호에 이르는 그의 거대한 유화는 붓질 자국이 거의 없이 선명하고 깨끗하다. 클론처럼 자주 등장하는 미소년은 친구의 얼굴들이다. 꽃미남들이 해변을 걷거나 운동을 하고, 장난을 치는 찰나를 잡아낸 그림은 마치 캘리포니아풍 캐주얼 의류의 광고사진 같다. 하지만 ‘진흙던지기’란 뜻의 그림 ‘Dreckschleuder’를 자세히 살펴보면, 원경에서 한무리의 소년이 다른 소년을 집단 난도질하고 있다. 아름다운 해변을 배경으로 세명의 패션모델 같은 미소년이 걷고 있는 ‘horst’도 자세히 보면 한 소년은 얼굴에 흰 봉지를 뒤집어 쓰고 목이 줄에 매인 인질이다. 사회주의에서 선호했던 건강한 육체에 대한 선전홍보물인가 하면, 자본주의 사회의 광고물 같다. 그의 작품은 상반된 이데올로기를 한데 담아낸 기묘한 줄타기이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통해 국내에 소개됐으며,2006 독일 월드컵 때는 그의 작품으로 포스터를 제작했다.30대이지만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과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된 ‘미술관 작가’다. 마틴 말로니(45)는 데미언 허스트 등에 이은 2세대 젊은 영국 현대미술(yBa) 작가로 분류된다. 특히 ‘부자의 놀이’란 작품에는 충격, 엽기로 상징되는 허스트의 그림이 배경으로 나온다. 잡지의 일러스트레이션이나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작품이 밝고 활기가 넘친다. 그의 작품은 실상 완벽함보다는 도시의 공허함이나 세속적 부르주아에 대한 야유처럼 보인다. 쿠바계 미국작가 안토니 고이콜리아(37)의 작품에는 사립학교 교복을 입은 미소년이 주로 등장한다. 이번에는 유명 패션디자이너 톰 브라운과 협력해 그의 옷을 입은 미소년 모델들이 집단생활을 하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았다. 작가들의 성 정체성을 알고 작품을 본다면 또 다른 시각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OUR STORY] 섬마을 남해 자전거 하이킹

    [OUR STORY] 섬마을 남해 자전거 하이킹

    우리나라 남해안의 섬은 그 빼어난 풍광으로 무척 아름답다. 또한 여기저기 흩어져 연결되는 섬마다 사연도 많아 일년내내 찾아도 그 느낌이 각각 다르다. 특히 화가의 눈에 비쳐진 남해 섬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가는 곳마다 캔버스의 그림처럼 예술작품으로 다가오며 미적 카타르시스를 빚어낸다. 앞으로 3회에 걸쳐 한려수도와 경남 남해의 섬을 돌아볼 예정이다. 이번 주는 첫회로 남해대교를 건너 남해읍에서 1박, 남해도 서쪽 해안선을 따라 ‘다랭이 마을’로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두번째는 남해도에서 ‘창선도’를 거쳐 2006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뽑힌 길을 따라 늑도 대교, 창선교, 삼천포 대교를 지나 삼천포 항을 거쳐 통영으로 간다. 마지막에는 통영에서 거제교를 지나 장승포 남쪽 해안선을 따라 ‘해금강’으로 가는 아름다운 해변 길을 느껴볼 예정이다. 글·그림 화가 남궁문 artistdiary@hanmail.net 섬이 커서였을까. 남해도는 산도 높아 보였고 그만큼 길도 험했다. 그러기에 여기저기 계단식 논들 역시 눈에 많이 띄었다. 길은 산과 언덕을 따라 계속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적으로 나타났고, 그럴 때마다 마을이 하나씩 등장했다. 처음엔 이리저리 둘러 보며 관심을 가졌지만, 내리막길에선 마주치는 바람 때문에 추위에 진저리를 쳐야 했다. 이제 길은 바다 쪽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는데, 해도 맑아서 겨울바다는 계속 눈이 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언덕 길 몇 굽이를 돌다 보니 시야도 서서히 터지기 시작했다. #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의 비탈마을 섬의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하늘은 왜 이다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하기만 한가. 사실,1년을 살아도 오늘 같이 이렇게 맑은 날이 그다지 많지 않음을, 나이 50줄에 접어들면서야 깨닫게 된 일이다. 날씨가 이렇게 티 없이 깨끗하다는 건, 그만큼 내가 운이 좋다는 얘기이다. 게다가 점점 바다는 넓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아, 깨끗한 바다, 수평선, 맑은 하늘.. 자전거로 달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여행은 행복하지 않을까. 여기는 남녘이라 바람도 온화해서, 마을마다 이른 봄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따사로와 보이기도 했다. 굳이 서둘러 갈 일도 없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걷는 것은(오르막이라 자전거를 끌면서 걷고 있었기에), 그리 흔히 오는 기회가 아니니 최대한 즐기면서 천천히 가도 될 것이다. 그렇게 또 한 굽이를 도는데, 아, 거기가 바로 내가 오고 싶었던 ‘다랭이 마을’이었다. 산 중턱에 옹기종기 마을이 형성되어, 척박한 주변 환경의 농지는 다 계단식(다랭이) 논인데다 그 앞에는 너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는 아늑한 마을.45도 비탈에 108층이나 되는 계단식 논은 마치 신이 빚은 모습이었다. 옛 사람들은 이 척박한 땅에 농사를 지으려고 저렇게 계단식인 다랭이 논을 만들 수밖에 없었을 게다. 그리곤 또 저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아왔으리라. 그런 이 지역의 특수성을 간직한 채, 그동안 오랜 세월을 조용하고 이름 없이 견뎌왔을 한 가난한 어촌 마을.‘다랭이 마을’이란 이름 속엔, 그런 모든 속뜻도 다 포함돼 있을 듯 싶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이런 곳을 와 보고 싶다는 꿈을 꾸곤 했었다. 한 나그네가 되어, 바다와 수평선이 보이는 이런 평화로운 언덕길이 있는 마을을 그저 지나가 보고 싶었을 뿐이다. 정말, 천혜의 조건이었다. 어쩌면, 비밀의 요새 같기도 한, 그러면서도 어쩐지 신비스럽기까지 한 마을의 모습은 저절로 감탄사가 튀어 나온다. 여름이거나 가을 같은 경우엔 다랭이 논의 색깔이 더욱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좀 자세히 보니, 최근에 지었을 법한(아니면 개축을 했을 법한) 새로운 사각의 콘크리트 집들도 몇 채 눈에 띄었다. 게다가 이 마을과는 어울리지 않을 이상한 형태의 집들도 건설되고 있었다. 아, 그 건 ‘불협화음’이었고, 크나큰 아쉬움이었다. 이미 저 마을도 저런 현대식 집이거나 마을 뒤 도로 쪽의 이런저런 관광시설 등 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난 조금 실망하고 말았다. 저렇게 현대화 바람이 일고 있는 모습을 보고 체념만 하기엔 이 아름다운 자연조건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다랭이 마을은 다랭이 마을일 때에만 그 가치가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내가 저 사람들에게 다시 옛날로 돌아가서 가난하게만 살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 얻어 먹었던 ‘하얀 고구마´의 추억 초가집이었을 때 와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그렇게 터무니없는 꿈을 꾸고 있었다. 이렇게 따스한 날에는 저런 어떤 한 집의 마루에 걸터앉아, 시원한 동치미에 따끈한 고구마를 먹어도 좋으리라. 그래 나는 어제 밤에도 고구마를 먹었었지. 바로 이 섬, 남해도로 들어오다가 얻어 먹었던(?) ‘하얀 고구마’에 얽힌 기분 좋은 꿈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미 어둠이 내렸고, 남해대교를 건넌 뒤 조금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는데,‘배 직판’이란 등이 켜진 간판이 보였다. 그런 일이 있으려고 그랬을까. 내 마음은 그 곳으로 끌리고 있었다. 시원한 뱃물이 입 속 가득 담기는 환상에 젖어,‘저기 가서 배를 두어 개 깎아 먹고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전거를 끌었다. 그 가게는 컨테이너 박스로 되어 있었는데, 안에 여자가 있어 보였다. # 넉넉한 인심에 배부른 길손 “아주머니! 저, 배 좀 먹고 갈 수 있을까요?”하고 불렀더니,“예, 들어 오세요.”라는 대답이 들려온다. 나오는 사람은 어린 티가 나는 여학생이었다. 좀 의아했지만 나는 “내가 자전거로 여행을 하는 중이라, 배를 사러 온 건 아니고. 지금 너무나 목이 타서 들른 것이니 배 한 두개만 깎아 먹고 가도 될까요?” 하고 물으니,“그러세요.”하면서도, 그 여학생은 유심히 나를 살피는 기색이었다.“그럼, 조금 기다리세요.” 하더니, 배를 가져 오려는지 그 뒤에 있던 집 쪽으로 나갔다. 그러더니 곧 이어 그리 크지 않으면서 볼품도 없는 배 두 개를 들고 돌아왔다.“이렇게 추운데, 어떻게 여행을 다니세요?” 하고 조심스럽게 묻는 것이었다. “그러게나 말이오.” 하면서 나는 그 배를 받아 깎으려는데,“아니라예. 제가 깎아 드리께예.” 하면서 자신이 들고 있던 배를 직접 깎기 시작했다. 그 것도 괜찮은 방법 같았다. 어차피 내 장갑을 꼈던 손이야 하루 종일 여행에 절은 땀내가 배어 있을 테니까. 학생은 고등학생인 줄 알았는데, 방학을 맞아 집에 와서 부모님을 돕고 있는 대학생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이렇게 추운데 여행 다니시려면, 힘들지 않으세요?” 하고 다시 물었다. “힘이야 들지요.. 이렇게 목도 타고.” 그러는 사이에 그 학생이 배를 다 깎은 것 같아 빼앗듯이 받아, 입을 크게 벌려 통째로 베어 먹으려는데,“아저씨, 안돼예! 그렇게 드시면, 입천장 다쳐예.” 하는 핀잔(?)을 들었다. 이어 그 학생은 무슨 생각이었는지,“배 드시면서 잠깐만 기다리세요.” 하더니 다시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 학생이 시킨 대로 잘게 자른 배를 포크로 찍어 먹으며, 갈증을 풀고 있었다. 못 생긴 배였음에도 보기보다 물도 많았고 또 시원했다. 그리고 퍽 달았다. 잠시후 그 학생의 손에는 고구마 몇 개가 올려진 쟁반이 들려 있었던 것이다.“좋아하실는지 잘 모르겠는데예. 시장하실 텐데, 이 것 드세예.” 한다. 무척 오랜만에 보는 껍질이 멀건 하얀 물고구마였다. 나는 허기진 배에, 체면이고 염치고 접어두고는 그 고구마 세 개와 배 두 개를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해치워 버렸다. 이런 모습을 본 여학생은 “더 갖다 드리까예? 저는 안 좋아하시까봐 쪼금만 가져 왔는데예.”라고 말한다.“아니, 아니.”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 거면 충분해요. 남해읍에 도착하면 또 저녁을 먹어야 하니까.”라고 대꾸했다. 그러면서 “학생, 이 거 얼마면 되까?” 하고 물으니,“아녜예, 돈 안 받으려고 했어예. 그래서 배도 못난 걸로 갖고 왔는데예.”라고 한다. 의외였다. 어쩌면 나에겐 딸 같을 수도 있는 어린 여학생의 따뜻한 마음씨에 감동을 한다. “그래도 받아야 돼. 힘들게 농사짓는 부모님도 생각해야지.” 거의 반강제로 돈을 손에 쥐어 주었다. 그 따뜻한 마음으로만 보면, 정말 돈을 더 주고 싶기도 했다. 하긴 가난한 내가 돈을 준다면 그 아이에게 대체 얼마를 더 준단 말인가. 설사 그렇다 해도 그 건, 그 순수한 마음에 어울리지 않을, 어른의 ‘허세(?)’일 수도 있고, 하찮은 돈으로 마음을 사려는 행위일 것이었다. # 가로등없는 어두운 도로위에 별만 총총 “너무 맛있게, 잘 먹고 가요. 고마워요, 학생!” “근데예. 아저씨! 여기는 교통사고가 자주 나는 위험한 곳이니, 조심해서 가셔야 돼예.” “그래요?” “예, 저 앞에는 1년에도 몇 차례씩 사고가 나는 지점이니 조심하세요.” 그 마음도 무척 예뻤다.‘너는 왜 이리 예쁜 짓만 하고 있는 거냐.’ 나는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속으론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학생.” “가실 때는 저 쪽, 도로 끝 오른 쪽으로 바짝 붙여서 가세예. 아저씨, 여행 잘 하시고예, 안녕히 가세요.” “그래요. 고마워요. 고구마는 너무 맛있었어요.” 깜깜한 도로로 나와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데, 언뜻 뒤를 돌아 보니 아직도 그 학생은 방에 들어가지 않고, 바깥의 전깃불 아래에서 나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고맙구나. 웃음 띤 그 얼굴이, 그리고 니 마음씨가 너무나 예쁘구나.’ 아까 배를 먹으며 방 안에 있던 시계를 보니, 일곱시가 안 되었던데 읍엔 여덟시 무렵에 도착되겠지. 나는 14~15㎞ 남았던 남해읍까지, 일단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도로를 자전거로 달려야 했다. 남녘이라 그런지, 초저녁부터 하늘엔 오리온 별자리가 총총했다. 주위가 어두워 별은 더 빛나 보였다.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제는 땀도 식어 슬슬 추워올 것도 같은데, 마음은 푸근하기만 했다. ‘아, 하늘에 뜬 저 별들도 아름답다지만, 그 여학생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행복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다음호 계속> ●주변 들러볼 곳 남해 호구산 군립공원, 한려해상 국립공원, 금산 보리암, 남해 상주해수욕장, 미조포구, 독일인 마을
  • “해안선따라 삼색개발 펼칩니다”

    “해안선따라 삼색개발 펼칩니다”

    “광활한 동해바다의 장점을 살려 아름다운 해양관광벨트 조성과 해양 중공업기지 건설에 삼척시의 미래를 걸겠습니다.” 김대수(66) 강원도 삼척시장은 긴 해안선을 이용한 해양관광벨트와 조선소·LNG생산기지 유치, 지역축제의 활성화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각오가 남다르다. ●해안선을 따라 해양관광벨트 조성 우선 동해바다 해안선(58.4㎞) 곳곳에 산재하는 절경을 체계적으로 활용해 해양관광벨트로 가꿔 나갈 계획이다. 해양·동굴 관광도시에 걸맞게 각종 동굴과 동해바다를 5개권역 테마별로 나눠 개발해 관광객들을 끌어 들이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새천년도로가 포함된 증산·후진·정라 지구에는 해양테마파크를 조성한다. 새천년도로의 공원·카페촌, 수로부인공원과 연계하는 증산∼추암간 연결도로가 개통되고 올 3월부터 강릉∼동해∼삼척을 오가는 ‘해변 추억의 바다열차’가 운행되면 아름다운 동해바다를 조망하려는 관광객들이 몰려들 것으로 기대된다. 강원대 해양레저 스포츠센터가 들어서 있는 맹방·덕산지구에는 윈드서핑, 보트, 요트 등을 배우고 즐길 수 있는 해양레포츠단지로 개발된다. 올 8월에는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이 이 지역에서 열린다. 풍경이 빼어난 장호·용화지구는 옛 철로를 활용한 레일바이크를 설치하고 해양관광 항구와 어촌체험마을로 육성한다. 해신당공원과 어촌민속전시관이 있는 갈남·신남지구는 세계적인 해양민속촌으로 만들고 임원·호산지구는 자연친화형 해양·산악 종합리조트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방재산업·조선소·LNG기지로 중공업 육성 김 시장은 “소방방재산업과 조선소,LNG생산기지를 유치해 침체된 도시의 새로운 산업동력으로 삼겠다.”며 중공업육성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수심이 깊은 동해바다의 동해항을 이용해 조선소를 건설하고 LNG생산기지를 유치하면 석탄산업 이후 지역경제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동해항과 인접해 낙후지역으로 남아 있는 동양시멘트부지와 옛 화력발전소 부지인 동해항만부지 등 넓은 터를 이용하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미 울산에 소재한 INP중공업이 유치업체로 확정돼 새달부터 국·공유지사용 공장등록 등 행정절차에 들어가 3월부터 공장건물 착공에 들어간다. 조선소가 가동되면 연 2500억원의 매출효과와 대기업체 수준인 2000여명의 직접 고용효과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에서 추진하는 LNG생산기지도 2013년까지 해마다 2000억원씩 모두 1조원이 투입돼 통일시대 에너지기지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본다. 국비 등 154억의 막대한 재원이 투자되는 소방방재산업도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각종 문화행사도 전국단위로 격상 지역 문화제와 스포츠행사도 올부터는 규모 있게 치를 예정이다. 태풍 피해 등으로 취소됐던 죽서문화제를 올해부터 다시 부활해 줄다리기 등의 행사를 포함해 대대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김 시장은 “올해는 각종 중공업 유치와 강원도민체전·전국해양스포츠제전 등 굵직굵직한 스포츠행사 유치 등으로 삼척시의 기반을 다지는 한 해로 삼겠다.”고 말했다. 삼척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사철 언제나 동해로 오세요”

    “사철 언제나 동해로 오세요”

    강원도 동해시가 동해골프리조트, 온천, 망상관광지 휴양 레포츠단지조성, 대진 어촌관광지 등을 통해 4계절 체류형 관광도시 만들기에 나섰다. 30일 동해시에 따르면 관광산업을 지역발전의 핵심전략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올해 망상관광지에 오수관거, 중계펌프장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해변 데크설치, 샤워장 신축, 군 경계 시설물을 정비하기로 했다. 망상오토캠핑장은 50억원을 들여 2008년까지 숙영시설, 산책로, 쉼터 등 시설을 확충한다. 인근 노봉해수욕장에는 2010년까지 219억원을 투자해 콘도, 워터파크, 해수스파, 광장 등 휴양복합관광지를 조성한다. 동해골프리조트는 2009년까지 심곡·괴란지역 72만평에 5940억원을 투자해 골프장 27홀, 콘도 및 유원시설 등을 조성하며 대진·어달 해양복합시설지구 40만평에 해양관광, 레포츠, 해양마을 등의 개발을 추진한다. 또 무릉계곡 일원 석회석 폐광지 100만∼150만평에 생명·건강체험단지 및 자동차 테마파크, 산악 자전거 코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등 레포츠 마니아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타당성 조사에 들어갔다. 동해 조한종기자 bell21@seou.co.kr
  • 슈워제네거의 ‘망가진 몸매’

    보디빌더들의 ‘교본’이자 한때 세계 최고의 ‘몸짱’으로 군림했던 영화배우 출신의 주지사 아널드 슈워제네거(미 캘리포니아주·공화)도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진 못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6일 슈워제네거의 과거 최고 전성기때의 사진과 최근 사진을 보여주며 “‘보디빌더 주지사’가 무자비하게 엄습하는 세월의 무게를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얼마 전 스키장에서의 골절상을 비롯, 재생 심장판막술, 어깨수술 등 잦은 부상과 병치레를 염두에 둔 기사다.2003년 하와이 해변을 걷다 포착된 사진에서 슈워제네거는 축 늘어진 가슴과 울퉁불퉁한 배 등 전형적인 노년 초입 남성의 몸매를 보여주고 있다. 신문은 “보통 정치인의 몸매엔 주목하지 않지만,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가장 위대한 몸짱이 망가지는 현장을 목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러나 올해 예순살이 되는 슈워제네거 주지사 주치의의 말을 인용,“같은 연령대 노인들 가운데 5% 안에 드는 건강지수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히려 과거 접근하기 힘들고 때론 위협적인 이미지를 줬던 슈워제네거가 일반인들에게 똑같은 사람이라는 안도감, 친근감을 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신문은 “몸이 인생이었고 인생이 몸이었던, 앞니 갈라진 젊은 터미네이터 슈워제네거도 연약한 한 인간으로 대중들에게 다가오는 중”이라고 전했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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