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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책임지는 사람 없는 ‘의료공백’

    [열린세상] 책임지는 사람 없는 ‘의료공백’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이 시작된 지 어느덧 6개월이 넘었다. 그동안 응급실이 의료진 부족으로 위기를 겪었고, 지연되는 수술을 대기하다가 사망하는 환자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 그동안 의료 선진국임을 자부하던 우리로서는 이런 비정상적 상황이 무한정 방치되는 현실이 초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곧 추석이 다가오면서 연휴 기간의 의료대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평소의 두 배 이상 되는 추석 연휴를 이대로 맞으면 환자들을 돌볼 의료진이 절대 부족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의 중심인 간호사들은 자신들의 희생으로 의료공백을 감당하는 것도 한계에 이르렀음을 호소한다. 그동안 간호사들은 의사들의 빈자리를 채우는 진료지원(PA) 간호사 업무를 하며 몇 배로 늘어난 노동 강도를 감당해 왔지만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얘기다. 병원은 병원대로 경영난으로 임금체불 사태가 빚어지고 구조조정까지 하고 있다. 이런 심각한 의료공백 사태가 아무런 해법도 찾지 못한 채 반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는 상황은 비상식적이다. 이 사태가 누구의 책임인가를 따지기에 앞서 대한민국의 수준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지 회의를 느끼게 한다. 국민 입장에서는 정부, 정치권, 의료계 모두의 책임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환자들을 놓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과 일부 의사들의 윤리에 심각한 회의를 갖게 된다. 하지만 이토록 악화된 사태 앞에서도 아무런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 보인다. 당초 의대 정원 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을 하겠다던 정부의 취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근래 들어 정부는 의료공백 사태에 손을 놓아 버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방관하는 듯한 모습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여야 할 정부가 작금의 의료공백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지도부가 내년도 정부 증원안은 유지하되 2026학년도 증원을 보류하자는 중재안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다시 논의하고 유예한다면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유예안을 거부했다. 오늘로 예정됐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까지 연기됐다. 정부는 기존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여권에만 정치적 책임을 물을 일도 아니다. 엄연히 국회에서는 절대 다수의 의석을 갖고 집권당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다. 사태를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제1당의 책임에 걸맞은 해법을 제시하며 정부와 여당,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지난 4월 이재명 대표는 “국회에 여야, 정부, 의료계,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보건의료계 공론화 특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지만 막상 민주당의 후속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최근 코로나19에 걸려 자신이 직접 병상 체험을 하고 나서야 의료공백의 실태를 조사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제서야 의료대란 대책 특위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서는 모습이다. 야당도 강 건너 불구경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각 주체의 입장이 여전히 엇갈리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의료개혁의 방법론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여야,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 해법을 찾기 바란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들의 분쟁 한복판에서 환자들이 고통받고 죽어 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해관계와 입장이 다르다고 아픈 사람들이 방치되는, 공동체의 윤리가 무너진 사회를 우리는 살고 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
  • [세종로의 아침] 안세영림픽, 발전적 결말은

    [세종로의 아침] 안세영림픽, 발전적 결말은

    스포츠 마케팅을 업으로 하는 지인과 안세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안세영을 배드민턴계의 리오넬 메시로 평가했다. 축구 팬들의 힐난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안세영이 걸어온 길을 보면 절로 수긍이 간다. 어려서부터 신동 소리를 듣던 안세영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17년 말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 ‘추천’이 아니라 언니들을 상대로 100% 승률을 보이며 스스로의 힘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듬해 작은 규모의 국제대회에서 성인무대 첫 우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2019년 5회,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은 건너뛰고 2021년과 2022년 각 3회 정상에 섰다. 지난해 특히 빛났다. 무려 10회 우승했다. 세계 1위에 등극한 것도 지난해 8월이다. 이후 57주 연속 굳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는 올림픽 금메달을 포함해 4차례 정상을 밟았다. 우승만 모두 26회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물론 세계선수권과 전영오픈, 월드투어 파이널 등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주요 대회를 모조리 섭렵했다. 준우승, 3위까지 포함하면 성인무대 기준 국제대회 입상은 51회에 달한다. 개인전 성적만 그렇다. 단체전까지 포함하면 입상은 60회다. 이 정도면 스포츠 마케팅 측면에서 안세영이 가진 가치를 어림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는 이제 스물두 살이다. 현재의 배드민턴은 아마추어 종목으로 보긴 힘들다. 골프, 테니스와 비교하면 약소하긴 하나 월드투어 파이널 단식 우승 상금이 지난해 2억 6000만원이었다. 월드투어 최고 등급인 슈퍼1000 대회 우승 상금도 1억원을 훌쩍 넘는다. 안세영은 지난해 BWF 대회 상금으로만 8억 4000만원가량을 받았다. 남녀를 통틀어 빅토르 악셀센(덴마크) 다음이었다. 안세영은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당한 부상 여파로 지난해 말에는 부진했는데 만약 파이널에서 우승했더라면 악셀센을 뛰어넘어 상금 1위가 됐을 것이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최고 수준의 기량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안세영의 작심 발언과 관련해 이래저래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안세영은 부상 관리나 훈련 방식, 일정, 개인 후원 문제 등 현재의 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 시스템이 자신의 기량이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을 떠나 자신을 직접 관리하며 개인 자격으로 국제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나온다. 현재 협회 내부 규정상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협회는 대표팀 활동과 관련한 개인 후원 계약은 허용하지 않고 협회 차원에서 단체 후원을 받아 그 재원으로 대표팀 선수들을 국제 대회에 집중적으로 출전시키는 방식으로 성과를 내왔다. 안세영 또한 그런 시스템 안에서 가파르게 성장해 왔다. 개별 계약을 허용하게 되면 당연히 협회 재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현재 방식으로 대표팀을 꾸리기가 버거워질 수도 있다. 안세영과 대표팀이 결별하면 그 또한 단체 후원 규모에 악영향을 줄 것은 자명하다.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용품, 예를 들어 라켓이나 운동화에는 개별 계약을 일부 허용하는 게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푸는 윈윈 방안 중 하나로 보인다. 이미 그렇게 하는 국내 다른 종목이나 다른 나라 배드민턴 대표팀도 적지 않다. 대표팀 선수들의 국제 대회 출전 경비는 어떻게 감당하냐고? 지원하는 대회 숫자를 줄이면 되지 않을까. 추가 출전은 선수 개인 또는 소속팀 몫으로 하고 말이다. 재원 확충 노력이 뒤따라야 하겠지만 재원이 줄면 줄어든 대로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오히려 미래를 생각한다면 국가대표 1진보다 꿈나무 육성에 재원을 집중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혹자는 올림픽 이슈가 안세영 이슈에 삼켜진 상황을 빗대 ‘안세영림픽’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안세영의 호소를 해결하기 위해 ‘어른’들이 앞다퉈 나선 만큼 안세영림픽이 발전적으로 끝을 맺기를 기대해 본다. 홍지민 문화체육부 전문기자
  • 아직 낚싯줄에 고통받는 ‘종달이’… 구조방식·법적지위 ‘갈등의 물결’ [이슈&이슈]

    아직 낚싯줄에 고통받는 ‘종달이’… 구조방식·법적지위 ‘갈등의 물결’ [이슈&이슈]

    지난해말 폐어구에 감긴 채 발견일부 잘라냈지만 몸통 더 조여와이달 또 장대칼날 사용 ‘단기 처방’“선망어업 포획 구조” 목소리 커져1년간 죽은 채 발견된 새끼 12마리도 ‘국내 1호 생태법인’ 발의 추진지정되면 사람과 같은 법적 권리일부 주민들 “어업권 피해” 반발제주에서 최근 한 살로 추정되는 새끼 남방큰돌고래 ‘종달이’의 구조방식을 둘러싸고 또 한번 갈등이 일고 있다. 종달이는 지난해 11월 1일 처음 구좌읍 하도리 앞바다에서 폐어구에 몸이 감긴 채 발견됐다. 제주돌고래긴급구조단이 지난 1월 29일 종달이의 꼬리지느러미에 얽혀 있던 낚싯줄 2.5m를 장대칼날로 제거했지만 꼬리에 30㎝가량의 낚싯줄이 남아 있고, 주둥이와 몸통에도 낚싯줄이 일부 걸려 있는 상태였다. 종달이가 폭풍 성장하면서 남은 낚싯줄이 몸통을 압박해 와 잠수도 깊게 하지 못하고 같은 해역을 뱅뱅 맴도는 이상행동을 보이기까지 했다. 구조단은 지난 16일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종달이 구조에 나섰다. 이번에도 장대칼날을 사용해 몸통에 걸려 있는 낚싯줄을 절단했다. 전문가 등이 주장하는 선망어업식으로 포획해 완전하게 구조하는 방식을 이번에도 사용하지 않았다. 구조단 관계자는 “아무래도 포획 방식은 돌고래에게 스트레스를 줄 위험이 크기 때문에 급한 대로 절단하게 됐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종달이가 위험한 상황이 되면 기술위원회를 소집해 다시 한번 구조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며 어떤 한 가지 구조방식만이 아니라 가장 최선의 구조방식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다큐제주와 제주대돌고래연구팀은 29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끊어진 줄은 새끼 남방큰돌고래의 꼬리 뒤에 여전히 매달려 있다”며 “꼬리에 매달린 줄에 해조류가 달라붙거나 줄이 바위틈에 끼기라도 한다면 종달이의 생명이 더 위험해질 수 있는 등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엽 제주대 해양과학대 교수도 “종달이를 직경 100m 되는 그물로 둘러싼 후 서서히 좁혀 포획하는 선망어업 방식으로 구조하는 게 제일 안전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종달이 구조활동을 목격한 어선 선장들도 제주돌고래긴급구조단의 뜰채를 이용한 구조와 낚싯줄 절단방식에 대해 “신중하지 못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들은 똑같은 방식으로 서너 차례 구조하다가 실패했으면 다른 방식의 구조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순남 홍진호 선장은 “기존 뜰채 방식은 돌고래가 스트레스를 받고 다칠 수도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만약 지금이라도 선망어업 방식으로 구조한다고 협조를 요청하면 기꺼이 돕고 싶다”고 말했다. 종달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오승목 다큐제주 감독은 “줄을 절단한 이후 모니터링한 결과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어미에게 기대는 모습에서 힘들어하는 게 관찰됐다”면서 “주둥이에 걸린 낚싯바늘도 제거되지 않아 입 주변이 부풀어 올라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제주 연안은 제주남방큰돌고래의 생존에 많은 위협 요소가 있다. 특히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양보호생물인 제주남방큰돌고래 무리 반경 300m 이내에서는 선박이 엔진을 정지해야 하고, 50m 이내로는 접근이 금지돼 있으나 관광선박들은 남방큰돌고래를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이러한 규정을 무시해 스트레스를 주거나 다치게 하고 있다. 관광선박의 위협, 해양오염 등으로 인해 지난 1년여간 제주 앞바다에서 죽은 채 발견된 새끼 남방큰돌고래는 12마리로 확인됐다. 이에 도는 제주남방큰돌고래를 대한민국 제1호 생태법인으로 지정하기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의 연내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생태법인은 자연환경에 법인격을 부여해 강력한 보호와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다. 법인격을 갖추면 동식물도 후견인 또는 대리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주체가 된다. 생태법인제도가 도입되면 현재 바다 오염 등으로 인해 120마리 정도만 남아 있는 제주남방큰돌고래가 사람과 같은 법적 권리를 갖게 된다. 외국에서는 2010년대를 전후해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헌법, 법률, 조례, 판례 등을 통해 동물 등 자연에 법인격을 주고 있다. 아르헨티나 오랑우탄 ‘산드라’(2014년), 콜롬비아 ‘아트라토강’(2016년), 아마존 전체(2018년),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터전인 환가누이강(2017년), 미국 ‘클래머스강’(2019년), 캐나다 ‘매그파이강’(2021년) 등이다. 핫핑크돌핀스는 “생태법인 제도가 성공적으로 도입된다면 자연의 권리를 보호하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어업권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는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5차례에 걸쳐 남방큰돌고래 출몰이 빈번한 대정읍 지역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일부 주민들은 낚싯배, 유람선 등에 대한 제재와 함께 해녀들의 어업 활동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돌고래가 연안에서 활동할 때 근처 접근 금지, 서식 방해 금지 등으로 인해 어업권 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제주남방큰돌고래는 ‘해녀의 친구’라는 시각도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도 “해녀들이 ‘배알로, 배알로(배 아래로)’라고 외치면 똑똑한 돌고래들이 알아듣고 해녀들을 피해서 밑으로 지나간다는 걸 알고 법적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생태법인 제도 도입을 포함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 협의가 진행 중이며, 도는 하반기 정기국회에 맞춰 정책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연내 법안 발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도는 다음달 2일부터 10일 1일까지 제주도 홈페이지를 통해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지정을 위한 서포터스를 공개 모집할 예정이며, 선발된 서포터스는 정책 제언, 정보 교환, 홍보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생태법인 지정을 위한 토론회, 설명회 등을 개최해 공감대를 넓혀 갈 계획이다. 오 지사는 “인간의 욕심에 의해 자연이 훼손돼선 안 된다”면서 “생태법인 제도 도입은 인간 중심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문명으로 대전환하기 위한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 너도 나도 ‘꼰대’라면… 꼰대끼리 잘 도울 순 없을까

    너도 나도 ‘꼰대’라면… 꼰대끼리 잘 도울 순 없을까

    ‘꼰대’(Kkondae)는 이미 세계적인 단어다. 무조건 복종을 바라고, 비판은 좋아하면서 실수는 인정하지 않고, 권위에 도전하는 이를 물먹이는 장년층이 한국에 수두룩하다는 걸 온 세계가 안다. 젊은 꼰대도, 여성 꼰대도 있다. 저마다 꼰대인데 말이 통할 리 없다. 세대, 이념, 성별 등 온갖 기준에 따라 편가르기의 대결투가 펼쳐진다. 새 책 ‘생존십’은 ‘꼰대’로 상징되는 한국 사회를 해부한 사회비평서다. 내용은 어렵지 않다. 에세이처럼 술술 읽힌다. 책이 전하려는 문제와 답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든 갈등은 필연이다. 세대 갈등만 해도 그렇다. 신종플루와 함께 초등학생이 되고, 세월호 참사로 수학여행 한 번 못 가고, 코로나19로 휴교와 등교를 반복한 2002년 ‘월드컵둥이’들이 6·25전쟁으로 피란살이를 하고, 군부 정권에 시달리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사태를 온몸으로 겪은 세대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네가 내가 되고 내가 네가 돼 세대 갈등을 넘자고 말하는 건 기만이다. 저자는 “감정에 호소하는 세대 공감은 실패할 것”이라며 “우리가 구할 해법은 역지사지 같은 심정적 동의가 아니라 세대를 초월한 대전제”라고 했다. 그 대전제가 “협력”이다. 저자는 ‘협력개인’이란 화두를 던진다. “이기고도 미안하다고 말하는 우리” 한국인이라서 유효한 화두다. 그러니까 ‘우리’와 ‘나’라는 두 질서를 절묘하게 결합해 보자는 거다. 이는 세대뿐 아니라 여러 사회 영역에 적용된다. 저자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며 “단순한 협력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성숙이 가능하다”고 했다. 여러 유명인이 이 책에 대한 추천사를 썼다. 그중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말이 귀에 울린다. 그는 “전 세계를 통틀어 긴장이 가장 극심한 곳이 한국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왜 이런 문제와 해결책이 한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지 보여 준다”고 했다.
  • [사설] 尹 연금개혁안, 국민 설득에 여야 초당적 뒷받침을

    [사설] 尹 연금개혁안, 국민 설득에 여야 초당적 뒷받침을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국정 브리핑을 열고 연금·의료·교육·노동의 기존 4대 개혁과 저출생 핵심 개혁 과제에 대한 완수 의지를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의 3대 원칙으로 지속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소득 보장을 제시했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모수개혁만이 아니라 구조개혁을 이어 갈 것도 강조했다. 또 국민연금의 자동안정장치 도입을 추진하고,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 보장을 법률에 명문화할 계획도 밝혔다. 연금의 공정성을 위해 청년과 중장년 세대의 연금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기초·퇴직·개인연금을 함께 개혁하되 기초연금은 임기 내 월 40만원 인상을 약속했다. 무엇보다 연금개혁은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모수개혁 합의에 근접하고도 정부·여당이 구조개혁을 주장하면서 합의가 불발됐다. 이제라도 대통령이 나서 그간 지지부진했던 국민연금 개혁안의 큰 틀거리를 직접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다만 구조개혁은 연금의 틀을 바꾸는 문제인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보다 세밀한 조정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의 흔들림 없는 추진도 강조했다.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지역·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전공의에게 과도하게 의존했던 상급종합병원 구조를 전문의·진료지원(PA)간호사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대통령의 개혁 의지는 확고하지만 현실은 무엇 하나 녹록한 것이 없다. 의료개혁의 당위성에 국민이 압도적 동의를 하고 있지만 ‘응급실 뺑뺑이’가 서울에서도 위기로 대두된 현실이다. 의료공백 상황이 쉽게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의대생들이 국시를 거부해 당장 내년에는 전공의가 3000명이나 줄어든다. 올해 유급 가능성이 큰 의대 1학년 약 3000명과 내년도 의대 신입생 4567명을 합하면 내년 정원은 기존 정원의 2.5배 더 많아진다. 이런 급박한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대통령의 해법은 들어 볼 수 없었다. 당정이 한 몸처럼 움직여도 거대 야당의 협조가 없이는 국정이 한발도 나아가기 어려운 현실이다. 최근 불거진 여당 대표와의 갈등설에 “당정 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으나 우려를 거두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 국민연금은 다음달 초 정부안이 발표된다. 세대 간 갈등이 커지지 않도록 국민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넓혀 나가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연금개혁에만은 당장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국민 앞에 보여 줘야 한다.
  • 한-이 만남 성사됐지만... 연찬회·워크숍서 다른 입장 밝힌 여야 [포토多이슈]

    한-이 만남 성사됐지만... 연찬회·워크숍서 다른 입장 밝힌 여야 [포토多이슈]

    [포토多이슈] 사진으로 다양한 이슈를 짚어보는 서울신문 멀티미디어부 연재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29일 각각 연찬회와 워크숍을 열어 제22대 정기국회에 대한 각 당의 의지를 밝혔다. 국민의힘은 29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첫 정기국회에 대비하는 의원 연찬회를 열고 민생 개혁 분야에서 입법 성과를 내겠다고 전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개회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분명히 우리의 발목을 잡겠지만, 우리는 그 뒤로 끌어들이는 힘보다 두 배의 힘으로 전진할 것”이라며 “그것을 9월 정기국회에서 증명해내자”고 말했다. 이번 연찬회에서는 이주호 교육부총리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의료 개혁 관련 정부 계획을 보고하고, 의원들과 의정 갈등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같은날 인천 중구 네스트호텔에서 2024 정기국회 국회의원 워크숍을 열어 야당이 정부에 대한 감시 기능을 넘어 국정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투쟁 의지를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워크숍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선 민생 정치의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락하는 민생경제 특히 최근에 정말로 국민들 불안하게 하고 실제로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의료 대란이 시작되고 있어서 국민의 처참한 삶의 현실이 안타깝게 펼쳐지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부터 30일까지 1박 2일로 워크숍을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임시국회 활동 전반들 들여다보고 9월 정기국회 대응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 대표와 이 대표는 다음 달 1일 국회에서 대표 회담을 개최한다. 두 대표가 예방이나 면담이 아닌 의제를 갖춘 공식 회담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꿈만 같아요.”…데뷔 1주년 맞은 경북 칠곡 할매래퍼 ‘수니와 칠공주’

    “꿈만 같아요.”…데뷔 1주년 맞은 경북 칠곡 할매래퍼 ‘수니와 칠공주’

    “지난 일 년 동안 꿈을 꾸듯 하루 하루 행복한 날들을 보냈습니다. 수니와 칠공주를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 고맙습니데~” 세계 주요 외신을 통해 ‘K-할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칠곡 할매래퍼 그룹 수니와 칠공주가 데뷔 일주년을 맞았다. 수니와 칠공주는 지난 28일 경북 칠곡군 지천면 신4리 마을회관에서 이웃 주민들과 일주년을 자축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그동안 갈고닦은 랩 실력을 뽐내며 축하 공연을 펼쳤다. 수니와 칠공주의 데뷔 일주년이 알려지자 래퍼 할머니들과 특별한 인연을 이어온 김재욱 칠곡군수를 비롯해 연예인과 셀럽들은 축하 인사를 전하며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또 칠곡군 왜관읍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한재홍 씨는 이른 아침부터 2단 대형 케이크를 만들어 래퍼 할머니들과 기쁨을 나눴다. 수니와 칠공주는 칠곡 지천면 신4리에 사는 평균 연령 85세의 여덟 명의 할머니가 모여 지난해 8월 창단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래퍼 할머니들은 인생의 애환이 담겨있는 직접 쓴 시로 랩 가사를 만들었고, 창단 초기부터 전국적인 관심을 받으며 이름이 알려지자 회원 150명이 활동하는 팬클럽까지 결성됐다. KBS 인간극장과 아침마당 등 시청률 상위권 프로그램을 비롯해 70회에 걸쳐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물론 지면과 인터넷 등의 언론에서 1500회 이상 기사로 다뤄졌다. 또 신한금융지주, 한국저작권협회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의 요청으로 상업 광고를 촬영하고 국가보훈부, 국무총리실 등 정책홍보를 위한 캠페인 영상에도 출연했다. 로이터 통신, AP, CCTV, NHK 등 세계 주요 외신들은 할머니들을 찾아 열띤 취재 경쟁을 펼치며 k-할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고, 주한폴란드대사관은 수니와 칠공주 할머니로부터 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해법을 연구했다. 이와 함께 전국 각지에서부터 공연 요청이 이어지며 30차례에 걸쳐 무대에 올라 흥과 끼를 발산했다. 이 밖에 수니와 칠공주의 영향을 받아 칠곡에서는 여섯 개의 할매래퍼 그룹이 결성되며 할매 힙합의 본고장으로 급부상했다. 앞으로 칠곡군은 할매문화관을 건립하고 할매시화거리를 조성하는 등 수니와 칠공주를 비롯한 실버 세대의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수니와 칠공주의 리더 박점순 할머니는“우리 할머니들은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까지 랩을 하기로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손가락으로 도장을 찍고 약속했다.”라며“앞으로도 랩을 통해 치매도 예방하고 용돈도 벌며 건강하게 살고 싶다.”고 전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저출생 고령화 문제를 역발상으로 접근해 할머니들을 지역 홍보 대사로 내세우자 세계가 칠곡군을 주목했다.”라며“실버세대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문화의 수혜자에서 공급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경북 봉화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 구속…중대재해법 두번째 사례

    경북 봉화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 구속…중대재해법 두번째 사례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대표이사가 수사기관의 수사 단계에서 구속된 두번째 사례다. 29일 대구지법 안동지원 박영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도주 우려가 있으며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석포제련소에서 최근 9개월 사이 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며 “카카오톡 메신저 내용을 지우는 등 증거 인멸의 우려가 크다”고 이들의 범죄 혐의를 소명했다. 박 대표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으며, 배 소장은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그간 재판에서 법인의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적은 있으나, 수사 단계에서 구속된 경우는 전날 수원지법에서 구속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박순관 대표에 이어 두번째다. 이날 박영민 대표와 배 소장은 영장실질심사 전후로 취재진에게 “죄송하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혐의를 인정하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에 앞서 최근 서울에 있는 영풍그룹 본사와 경북 봉화군에 있는 석포제련소를 압수수색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에서는 지난해 12월 6일 탱크 모터 교체 작업을 하던 근로자 1명이 비소 중독으로 숨졌으며, 근로자 3명이 상해를 입었다. 지난 3월에는 냉각탑 청소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1명이 사망했으며, 지난 8월 2일에는 하청 노동자 1명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안동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1997년부터 최근까지 각종 산업재해로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총 15명으로 파악됐다.
  • 화성 공장 화재 ‘23명 사망’ 아리셀 대표 구속…중대재해법 첫 사례

    화성 공장 화재 ‘23명 사망’ 아리셀 대표 구속…중대재해법 첫 사례

    공장 화재로 근로자 23명이 사망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박순관 대표가 고용노동부에 구속됐다. 수원지법 손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8일 오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박 대표에 대해 “혐의 사실이 중대하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이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업체 대표가 구속된 첫 사례다. 손 부장판사는 산업안전법 및 파견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을 받는 박 대표의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에 대해서도 같은 사유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인력공급업체 한신다이아 경영자 정모 씨와 아리셀 안전관리팀장 박모 씨 등 2명에 대해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노동부는 이달 23일 박 대표와 박 총괄본부장, 정씨 등에게 산업안전법 및 파견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히 박 대표에게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경찰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박 총괄본부장과 아리셀 안전관리팀장 박씨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노동부와 경찰의 영장 신청을 검토한 뒤 “범죄 혐의와 구속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된다”며 곧바로 법원에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올해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쯤 경기도 화성시 소재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수사 결과 아리셀은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비숙련 근로자를 제조 공정에 불법으로 투입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불량 전지가 폭발 및 화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상구 문이 피난 방향과 반대로 열리도록 설치되는가 하면 항상 열릴 수 있어야 하는 문에 보안장치가 있는 등 대피경로 확보에도 총체적 부실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자 채용과 작업 내용 변경 때마다 진행돼야 할 사고 대처요령에 관한 교육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 [사설] 이제야 ‘간호법’… 여야 ‘의료 해법’에 제 역할 해보라

    [사설] 이제야 ‘간호법’… 여야 ‘의료 해법’에 제 역할 해보라

    여야는 어제 ‘진료지원(PA) 간호사’ 합법화의 근거를 담은 간호법 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한 데다 예고된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이 하루 앞으로 닥치자 부랴부랴 움직였다. 의사 업무의 일부를 대신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전공의 등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을 메우는 데 큰 도움이 될 만하다. 국회는 어제 전세사기특별법,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범죄피해자보호법, 예금자보호법 등 법안 28건을 한꺼번에 처리했다. 22대 국회 출범 석 달 동안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던 여야가 처음 합의 처리한 민생법안들이다. 만시지탄이지만 다행한 일이다. 정치권이 나서 줘야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현안이 줄줄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2026학년도 의대생 증원 유예안을 대통령실에 제안했다. 보건복지부 차관 교체 건의 검토설도 나오는 등 전공의들과의 중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의료대란이 6개월을 넘겼는데 팔짱만 끼고 있던 정치권이 이제라도 움직인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난관이 첩첩이다. 전공의 측은 진작 확정돼 입시 일정이 진행 중인 내년도 입시 증원 계획까지 원점 재논의를 요구한다. 어설픈 유보론은 2026년 정원까지 이미 확정 공표된 현시점에서 자칫 의료개혁의 동력을 빼는 패착이 될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이제야 의대 증원 재조정론을 거론하며 정부를 비판한다. 지금껏 뭘하고 있다가 여당 대표가 나서니 숟가락을 얹자는 것인지 무책임해 보인다. 대통령실이 “국민 생명과 직결된 사안에 굴복하면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라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은 불가피한 대응이라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은 “저항이 있더라도 의료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 위기가 벼랑 끝에 가 있는 상황이다. 당장 응급실 공백 등이 하루를 지체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해졌다. 그렇다고 의료계를 설득할 세심한 방안이나 밀도 있게 숙의해 보는 과정도 없이 증원 유보부터 제시한다면 6개월을 의료개혁에 매달려 온 정부를 돕는 책임 있는 처방일 수 없다. 정부는 2026년도부터는 증원폭과 속도를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와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에 먼저 복귀해 병원을 정상화시킬 수 있어야 재논의의 발판이 만들어진다. 이를 위해 정치권은 정부와 전공의 양쪽을 설득하면서 당장 의료 정상화를 위한 입법 작업을 서둘러 줘야 한다. 간호법 말고도 필수의료 수가 인상에 투입될 특별 재원 마련 등 예산과 법안 등 시급히 처리해 줄 일이 많다.
  • [속보] ‘23명 사망’ 화성 아리셀 화재 대표 구속…중대재해법 첫 사례

    [속보] ‘23명 사망’ 화성 아리셀 화재 대표 구속…중대재해법 첫 사례

    사망자 23명이 발생한 ‘화성 아리셀 화재’와 관련해 부자 관계인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이 구속됐다. 28일 수원지법 영장전담 손철 부장판사는 “혐의 사실이 중대하다”며 이들 부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반면 아리셀 안전보건관리담당자 A씨와 인력파견업체인 한신다이아 대표 B씨의 영장은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앞서 수원지법은 이날 오전 10시 이들 4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지난 23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도 같은날 바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아리셀 박 대표에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파견법 위반 혐의가, 박 본부장에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 31분쯤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해양산업단지 내 아리셀에서 리튬전지 폭발에 따른 화재가 났다. 당시 화재는 이튿날 오전 8시 43분쯤 진화됐고, 이 사고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노동당국이 법 위반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적은 있지만 영장이 발부된 사례는 없다. 박 대표는 법 시행 후 구속된 첫 사례가 됐다.
  • “종의 소멸 속도 너무 빠르다… 곤충 준비됐을 때 꽃 못 피울 정도로”[대한식물 길이 보전하세]

    “종의 소멸 속도 너무 빠르다… 곤충 준비됐을 때 꽃 못 피울 정도로”[대한식물 길이 보전하세]

    #1.소철꼬리부전나비의 고향은 타이완, 필리핀, 보르네오, 서인도 제도 등 열대·아열대 지역이다. 그런데 이 나비 암컷 두 마리가 2005년 제주도 서귀포(북위 33.4도)에서 최초로 발견되더니 2020년에는 거제(북위 34.4~35.0도)까지 북상했다. 나비효과라는 말은 ‘베이징 나비의 날개짓이 뉴욕에 폭풍을 부를 수 있다’는 기상학자의 분석에서 비롯됐는데, 지금 우리나라 남쪽에 타이페이 나비가 직접 상륙해 생태계를 흔드는 효과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 전남·경남 산지에 자라는 한반도 특산식물 매미꽃이 피는 시기는 지난 40여년 사이에 2주 정도 앞당겨졌다. 작은 변화인 것 같지만, 이 변화로 인해 매미꽃이 불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매미꽃은 땅에 붙은 것처럼 낮게 꽃을 피우고 씨앗에 영양가 높은 개미 먹이인 ‘엘라이오솜’을 붙인 채로 개미를 유인해 씨앗을 퍼트린다. 그런데 이 꽃이 피는 시기가 늦어지면 개미들이 원래 이 시기에 먹던 다른 먹이 쪽으로 갈 수 있다. 매미꽃 씨앗이 퍼질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다. 올 여름 역대 최장 열대야 기록이 갱신되는 등 한반도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생태계의 교란, 생태계 교란이 다시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순환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28일 “기후위기와 생물 다양성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위기(Dual Crisis)”라고 지금의 상태를 규정했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 동시 진행 이중위기 됐다”임 원장은 “지구적으로 종의 소멸이 빠르게 일어나면서 기후위기 여파가 생물 다양성에도 영향을 미쳤고, 생물 다양성이 빠른 속도로 훼손되면서 기후위기의 악재가 되고 있다”면서 “기후위기와 생물 다양성 감소가 동시에 일어나는 이중위기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물 다양성의 3가지 측면인 종 다양성, 유전자 다양성, 생태계 다양성이 전부 위협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물 중에서도 식물 종의 위기가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은 넓을 수밖에 없다. 소철꼬리부전나비 사례만 보더라도 곤충과 같은 동물들은 기후위기에 맞서 서식지를 바꾸는 선택을 한다. 나비처럼 아열대 식물도 씨앗 형태로 바다를 건너 한반도 연안에 정착하기도 하지만, 일단 뿌리내린 식물은 소멸되거나 개화·열매맺음 시기를 바꾸는 방식으로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식물의 적응 과정은 인간 세상의 혼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올 봄 벚꽃이 일찍 펴서 각종 지자체의 벚꽃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장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꽃 피는 시기가 달라지면 곤충 생태계 변화가 이어진다. 곤충의 65%가 필요한 에너지를 식물에서 구하는 식물 섭식성 생물종인데, 수천년 동안 이어진 식물과의 공생 시간표가 바뀌기 때문이다. 임 원장은 “온도와 이산화탄소 변화는 애벌레 성장을 저해하고 가뭄과 더위는 어린 곤충의 생존을 위협한다”면서 “여기에 영양분 공급처인 식물 위기까지 겹치면 곤충은 극한 환경에서 먹잇감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이중고에 빠진다”고 했다. 실은 인간의 처지도 곤충의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기후변화·탄소배출에 비해 생물 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어나지 않았던 건 그 동안 우리가 반대 방식으로 살았기 때문이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인류가 이뤄낸 ‘녹색혁명’이 종 다양성을 거스르는 길이었다는 뜻이다. 국제농업연구협의그룹(CGIAR)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기 과학자와 농부들은 수확량이 높고 병해충에 강한 품종을 개발해서 빠르게 보급시켰다. 덕분에 생산량 높은 식량작물과 산림자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팜유나 사탕수수, 포도, 바나나, 차, 커피, 고무처럼 전 세계인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농작물을 효율적으로 심는 ‘플랜테이션의 시대‘였다. 황폐한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서도 아까시나무 등 속성수와 소나무, 편백, 낙엽송와 같은 경제 수종을 집중적으로 심는 시기였다. 농업 역시 수확량이 많은 재배작물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잡초로 분류된 다른 식물들은 빠르게 사라졌다. 20세기 ‘녹색혁명’ 성공의 그늘…세계 식물 종 40%가 멸종위기기후위기가 닥치며 문제가 생겼다. 20세기 동안 성과를 내어 온 녹색혁명의 공식은 쓸모를 다한 반면 어떤 식물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남을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식물 유전자의 다양성은 크게 줄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과 영국 큐가든 등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식물종은 약 40만 3000종인데, 이 중 40%가 멸종위기에 처했다. 2021년 국제식물보전연합(BGCI)은 세계 나무 평가 보고서(Global Tree Assessment)를 통해 전 세계 나무 5만 8497종의 30%(1만 7500종)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적어도 142종은 멸종했다고 밝혔다. 또 국립수목원과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관속식물 종수는 2017년 현재 약 4200종으로 이 중 77종이 멸종위기 식물이다. 임 원장은 “그 동안 작물을 재배할 때 뿐만 아니라 산림을 가꿀 때에도 속성수 위주의 단순림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새로운 산림 병해충이 발생해 위협을 받는 숲의 면적도 늘고 있다”면서 “생물 멸종시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생물 다양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데 각 국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국의 생물 다양성 확보 노력을 위한 열기를 임 원장은 이달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8회 세계식물원총회’에서 직접 확인했다. 총회에서 폴 스미스 국제식물원보전연합(BGCI) 사무총장은 ‘메타컬렉션’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임 원장은 “메타컬렉션은 여러 기관이 협력하여 특정 식물의 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함으로써 더 효과적으로 보존하고 연구하려는 시도”라면서 “메타컬렉션은 단일 수목원의 한계를 넘어서는 혁신적인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메타컬렉션은 다양한 생물다양성을 보존할 장치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처럼 ‘식물을 한 지역에 담지 말라’는 것인데, 미래 바뀔 기후와 환경에서 어떤 식물이 살아남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염두에 둔 철학이 담겼다. 식물 종 다양성을 지킬 마지막 골든타임이 가까워졌다는 것이 임 원장의 진단이다. 그는 “메타컬렉션이 변화하는 기후환경에 식물이 적응할 수 있게 하고, 손상된 생태계 복원이나 멸종된 종의 재도입에 중요한 원천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원예·정원·신소재 식물 가치 재발견뜨거워진 지구, 그 중에서도 더 뜨거운 도시 안에서 사는 인간의 삶을 위해서도 식물 다양성 확보는 당면 과제다. 임 원장은 “다양한 종의 식물 자원을 확보하면 원예 및 정원 소재로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는 식품이나 화장품, 신약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나라 토종 자생 식물 종을 많이 갖고 있으면 국가 정원에서 해외 식물을 대체해 우리 식물들로 꾸밀 수 있고 우리 식물을 바탕으로 여러 품종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우리 식물 자원은 식물 외교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식물을 현지 외 중복 보존을 하게 되면 기후 변화로 멸종하는 식물을 추후에 재도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 원장은 “일본에서는 미국에 벚나무를 많이 선물해 매년 워싱턴DC에서는 벚꽃 축제가 열린다”면서 “식물은 문화 교류의 중요한 자산으로 미국을 비롯한 해외 선진국에 일본식 정원과 중국식 정원이 많은 것은 그만큼 국가간 식물 교류가 활발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정원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식물 다양성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임 원장은 “한국전쟁 이후 황폐화됐던 한국의 숲이 단시간 내에 국토 녹화사업을 통해 복원된 것에 대해 전세계가 상당히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산림 복원을 추진할 때 자생식물을 활용하도록 의무화했으며 자생식물의 다양한 활용은 생물다양성 보전과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황수정 칼럼] 응급실을 너무 만만하게 본다

    [황수정 칼럼] 응급실을 너무 만만하게 본다

    논리적으로 따지는 상대는 대응하기 수월하다. 다 싫다며 도리질만 치는 상대는 난감하다. 7개월째 의료대란에서 전공의들은 ‘무대응이 대응’이었다. 의료 현장의 핵심 인력인 20~30대 전공의들이 누군가. 수학능력시험에 최적화됐던 ‘1% 엄친아’들이다. 그런 전공의들의 공개적으로 반듯한 목소리를 지금껏 들어 보지 못했다. 정부가 어떤 단계에서 무슨 카드를 어찌 꺼내든 대응은 한 가지.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였다. 어느 쪽으로든 국면을 바꿀 협상의 여지 자체를 준 적이 없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요양병원, 동네 의원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자신들의 주장을 조직화해 관철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보여 준 적이 없다. 나는 ‘엄친아 전공의’들의 지리멸렬이 서글프다. 의료개혁의 당위와는 별개의 얘기다. 정면돌파로 사회적 동의를 구하려 세력화를 시도하지도 못하는 최고 엘리트들. 그 무기력이 서글프다. 의대 재학생들의 대책 없는 침묵 행렬은 말할 것도 없다. 의대생의 부모들이 교육 정상화를 요구하며 공휴일에 집회를 대신 열어 줬다. 부끄러운 풍경이다. 의대생들이 몽땅 유급을 불사하겠다는 초유의 사태.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자신들 목소리를 스스로 공론화할 줄 모른다. 우리 엘리트 교육의 심각해진 구멍을 목도했다. 필수의료 부족만 문제가 아니었다. 1% 엄친아 청년들의 허약함은 국가 차원의 문제였다. 깊이 돌아볼 사회적 의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의대 증원이 이 지경까지 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화물연대도 업무개시 명령이 통했고 민주노총도 회계장부를 내놨다. 무대응이 대응인 상대를 만나 협상 자체가 불가능했던 그간의 사정은 정부를 위한 변명일 수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응급실이 위태로워진 현실을 대하는 정부 태도는 변명이 어렵다. 응급실 뺑뺑이를 돌았다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의료체계가 무너진다면 정권 자체도 유지하기 힘들다”고 했다. 시중 분위기와 딴판인 얘기가 아니다. 의료개혁에 동의했던 사람들도 위기를 느낀다. 연쇄적 의료 차질에 일상이 깨지려는 현실은 공포다. 전국 408개 응급실 중 24곳이 병상을 축소했다는 통계에 정부는 “파행은 5곳뿐”이라고 했다. 응급실이 5곳만 비정상 운영된다 한들 그게 적은가. 야간에 심정지 환자 말고는 신규 환자를 못 받는다는 응급실이 서울에서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 과제를 설명하겠다고 한다. 더 내놓을 카드는 사실상 없다. 정말 답답한 것은 지금껏 바꿔 놓은 게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암 수술 등 보상 수준이 낮은 1000여개 중증 수술의 수가를 올리는 방안을 정부는 아직도 ‘검토 중’이다. 인터넷 공간의 댓글만 훑어봐도 정부의 굼뜬 대응에 답답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의료개혁에 동의했던 이들도 “그걸 아직도 안 했냐”고 반문한다. 반년 넘게 의료대란을 감수하게 했으면 아무리 복잡한 작업이었어도 지금쯤 구체적 얼개를 내놔야 한다. 의사들의 반대 명분이 없어지도록 맨 먼저 서둘렀어야 할 작업이 필수의료 수가의 파격적 조정이었다. 필수진료과 수가 인상에 매년 2조원씩 5년간 10조원을 들이겠다고 발표한 것이 지난 2월이다. 내후년부터 건보재정은 적자로 돌아선다. 해마다 2조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부를 못 믿겠다는 의사들 불만이 자꾸 더 크게 귀에 들어올 수밖에 없어진다. 남아도는 지방교육교부금을 건보재정으로만 돌려도 한숨 돌릴 여지는 생긴다. 정부도, 국회도, 대통령실조차도 이런 해법조차 꺼내는 노력을 보여 주지 않았다. 이러는 사이에 지방 의대의 교수들이 수도권으로 옮기고 있다. 의대 정원 급증에 교수인력 보강 대책이 난망해 보이니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엑소더스’하는 셈이다. 어느 정권도 건드리지 못한 의료개혁은 국민적 동의만이 동력이다. 의료 파행의 위협을 7개월째 감수했는데 달라진 게 없다는 불신이 더 커지면 백약이 무효한 순간이 온다. 지금이 그 경계선이다. “응급실 뺑뺑이는 원래 있었다.” 이런 대응이 더 들린다면 국민은 돌아선다. 누구의 말처럼 응급실이 정권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황수정 수석논설위원
  • “DSR 강화로 가계빚 억제… 금리 내리면 불에 기름 끼얹는 꼴”

    “DSR 강화로 가계빚 억제… 금리 내리면 불에 기름 끼얹는 꼴”

    주담대 규제 강화로 대출 수요 차단“전세대출도 DSR 적용·LTV 낮춰야”가계빚, 경제성장률도 발목 잡아“저소득층에 재정지출 집중 필요” 한국 경제가 ‘가계부채’ 블랙홀에 빠졌다. 가계빚은 올 2분기 1896조 2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3조 8000억원 늘어났다. 부동산 ‘영끌’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에서 “이젠 조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선언하는 등 각국은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내수 부진 우려를 고려하면 금리인하를 고려해야겠지만 가계부채와 집값 급등세 탓에 쉽사리 손댈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신문은 26일 경제학자 7명에게 한국 경제의 딜레마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을 들어 봤다. 이들은 ‘대출 규제 강화’와 ‘집값 안정’이 투트랙으로 이뤄져야 하며 내수 부양을 위한 금리인하에는 대체로 신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불어나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한 대출 규제 강화가 시급하다고 봤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부채를 줄이려면 대출을 옥죄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지금 금리를 유지하면 가계대출이 추가로 늘어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 방향으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하향하고,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꼽았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왜곡된 부동산시장을 금리인하 전까지 고칠 시간이 없으므로 주담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세자금 대출에도 DSR을 적용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낮춰야 한다”고 했다. 다만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DSR은 금융건전성을 위한 기본적 규제이므로 부채 증감과 상관없이 일관돼야 한다”고 밝혔다. 집값 안정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집을 사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금리가 오른다고 안 살 리 없다”면서 “집값이 안정되려면 주택 공급 대책과 교통 계획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DSR을 강화해 집값부터 잡아야 가계부채도 잡힌다”고 했고,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금 집값을 못 잡으면 나중엔 어떤 정책을 써도 잡기 어렵다”고 했다. 내수 부양을 위한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김상봉 교수는 “빚 갚기 바쁜데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소비를 더 하겠느냐”면서 “가계빚은 소비뿐만 아니라 경제성장률 발목까지 잡는다”고 말했다. 우석진 교수는 “금리를 내린 뒤 내수 효과가 생기기까지 1년쯤 걸린다”며 “금리인하를 압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집값이 뛰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불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라고도 했다. 김정식 명예교수는 “연말에 금리를 0.25% 포인트 내리더라도 내수 부양엔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대출 규제를 하더라도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주장도 있었다. 김정식 명예교수는 “가계부채는 자금 여력이 되는 신용도가 높은 사람이 많이 보유했기 때문에 대출을 강화해도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하준경 교수는 “금리인하는 자산시장을 먼저 자극하므로 내수를 회복하려면 재정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양준석 교수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집중적인 재정지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맞춤형 복지 ‘종로복지재단’ 문 연다

    맞춤형 복지 ‘종로복지재단’ 문 연다

    서울 종로구의 복지 서비스를 한층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종로복지재단이 다음달 4일 출범한다. 복지 재원 모금을 늘리고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지역 복지 정책을 발굴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김동렬 종로복지재단 이사장은 26일 “숨겨져 있는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해 더 많은 종로구민을 지원하기 위해서 다양한 기부처를 찾아 직접 발로 뛰어다닐 것”이라며 “여타 지방자치단체 복지재단의 성공 비결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겠다”고 말했다. 종로복지재단은 고령화, 1인 가구 증가로 다양화하는 복지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인 접근에 나선다. 주민의 복지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맞춤 복지 해법을 찾아낸다. 특히 기업들이 많은 서울 도심의 특성을 살려 재단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활발하게 연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종로구의 동부와 서부 간 복지 자원 불균형을 보완하는 데에도 중점을 둘 예정이다. 종로구는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19%, 1인 가구 비율은 44%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각각 4위와 5위다. 반면 사회복지시설은 67곳으로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종로구 관계자는 “종로복지재단을 통해 인적 자원과 정보를 효율화하고 통합 모금에 나선다면 2022년 17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사회복지 모금이 2029년에는 3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종사자 교육과 시설 기능 보강을 통해 각 시설의 역량도 강화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종로복지재단은 정문헌 종로구청장의 중점사업 중 하나로 취임 직후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됐다. 설립 타당성 사전용역을 거쳐 주민 공청회 의견을 바탕으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올해 초 서울시와 설립 협의를 마쳤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행정을 합리화하자는 구정 철학 ‘종로 모던’이 담겨 있다. 정 구청장은 “종로 사회복지의 구심점이자 새로운 장을 열 종로복지재단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SK, 위기 돌파 위해 ‘최종현 리더십’ 재조명

    SK, 위기 돌파 위해 ‘최종현 리더십’ 재조명

    SK그룹이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의 26주기를 맞아 고인의 경영철학인 ‘SK 경영관리체계’(SKMS) 정신을 재조명했다. 최근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비롯한 대대적인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을 위해 강도 높은 조직 개편 및 비상경영 체제를 이어 가고 있는 SK가 선대회장의 철학에서 위기 돌파를 위한 해법을 찾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최 선대회장의 기일인 26일을 앞두고 지난 24일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가까운 가족이 모여 고인을 추모했다. 참석자들은 선대회장의 업적을 되돌아보면서 고인의 리더십을 본받자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2018년 최 선대회장의 20주기 추모 행사를 마지막으로 그룹 차원의 행사는 따로 열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별도 행사는 없지만 선대회장의 철학을 사내 방송 등을 통해 구성원에게 전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73년 최종건 창업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을 맡은 최 선대회장은 SK그룹이 위기 때마다 되새기는 고유 경영관리체계 SKMS를 만든 주인공이다. SKMS는 이후 45년간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개정을 거듭하며 고도화됐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 처했을 때마다 SKMS가 위기를 극복하는 기업 문화의 근간 역할을 해 왔다는 설명이다. 최근 SK그룹은 지난 6월 경영전략회의와 지난 21일 지식경영 플랫폼인 이천포럼에서도 SKMS의 정신을 잇달아 강조했다. 그룹은 최 선대회장이 수십 년 앞을 내다본 혜안으로 한국이 무자원 산유국, 정보통신기술(ICT)·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틀을 닦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1970년대 말 석유 파동 때 중동 야마니 석유상과 협력해 국내 석유 공급을 정상화했고 황무지에 가깝던 통신 및 바이오 산업에 과감하게 선제 투자한 것으로 유명하다. 재계 관계자는 “변화의 시기마다 SKMS 정신이 그룹 통합의 버팀목이 된 만큼 기일 이후에도 SK는 선대회장의 정신을 강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요람부터’ 지원하면 늦어…뱃속 태아부터 투자해야 저출산 고리 끊을 수 있다[월요인터뷰]

    ‘요람부터’ 지원하면 늦어…뱃속 태아부터 투자해야 저출산 고리 끊을 수 있다[월요인터뷰]

    불평등은 자궁에서부터 시작된다.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노출된 임신부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등을 앓을 수 있고, 성인이 돼서도 사회생활·건강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영유아기에 돌봄과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는 자라서 상대적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가난한 부모가 가난한 아이를 낳고, 가난한 자가 부자가 되기는 어려운 세상. 지난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의사 출신 경제학자 김현철(사진·47)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산의 첫 번째 원인으로 ‘불평등의 대물림’을 지목했다. 김 교수는 대물림의 고리를 끊으려면 국가가 엄마 뱃속에서부터 아이의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난한 부모는 있어도 가난한 아이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격차가 해소돼야 나와 남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스스로 불행의 수렁을 파는 ‘비교 의식’을 줄일 수 있고, ‘좀 덜 불행한 사회’가 돼야 아이를 낳으려 할 것이란 얘기다. 김 교수는 “이상적인 사회보장제도를 표현하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더는 유효하지 않다. ‘엄마 뱃속에서 무덤까지’로 다시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평등’은 저출산의 원인태아기 장애 염려 많이 해‘국가가 책임’ 믿음 심어야‘격차’에 대한 고민은 20년 전 진료실에서 시작됐다. 의과대 졸업반 시절 유방암 클리닉에서 실습하던 김 교수에게 한 ‘할머니’가 찾아왔다. 농사일로 검게 그은 피부, 깊게 주름 파인 얼굴이었지만 알고 보니 40대였다. 유방은 물론 겨드랑이에도 암세포가 가득했다. 차마 입을 떼지 못하는 김 교수에게 그녀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예… 이거 암 아니지예….” ‘강남 중년 여성들은 손톱보다 작은 암도 발견하는데 왜 이제야 병원에 오셨느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약자들이 더 아프고 더 많이 죽어 가는 현실이 원망스러워 자리를 피해 울어 버렸다. 그래서 경제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세상을 고치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지 연구하는 것은 자연과학의 영역이지만 사람을 살리는 정책은 사회과학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코넬대(정책학)와 홍콩과기대(경제학·정책학) 교수로 활동하다 지난해 안식년을 얻어 귀국했다. 오는 9월부터는 모교인 연세대 의대에서 ‘집단 자살, 승자독식 사회’를 주제로 강의한다. 의대생뿐 아니라 재학생 누구나 들을 수 있다. 월급은 홍콩에서 일할 때보다 절반이 깎였다. 하지만 그간의 고민과 연구를 한국에서 풀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20년 전 진료실에서 만난 촌부의 현실과 지금 약자의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불우한 어린 시절이야말로 불행이 대물림되는 가장 중요한 경로라고 진단하며 아이의 미래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평등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이에 대한 투자입니다. 투자 대비 효과는 저소득층, 어린아이일수록 좋아요. 공부와 연관된 인지 기능 외에도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 정서적 안정, 사회성이 5세 미만에서 많이 발전합니다.” 김 교수는 저서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에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ABC/케어 프로그램’ 사례를 들었다. 주정부가 영유아기 영양·보건·교육 투자를 강화하고 이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초등학교 1학년 때 실시한 시험에서 여학생과 남학생의 점수가 각각 4.9점, 7.7점 상승했고 30세 때 평균 소득은 대조군보다 1만 9809달러 많았다.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이 될 확률도 낮았다. 어릴수록 투자 효과 커임신 환경도 태아 삶 영향‘자동 육아휴직’ 정착 필요 김 교수는 “혹시 내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걱정도 저출산 원인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국가가 우리 아이들을 모두 책임져 준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저출산의 고리, 빈곤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고리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신 환경도 태아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김 교수는 임신했을 때 가족 사망 수준의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청소년기에 ADHD에 걸릴 확률이 25% 늘고, 성인이 돼 불안장애를 겪을 확률, 우울증 약을 먹을 확률이 각각 13%, 8% 증가했다는 해외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임신부가 어디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을까요. 바로 직장이에요. 지금은 임신했을 때조차 출산휴가를 제한적으로 쓸 수밖에 없잖아요. 임신하면 출산휴가가 바로 자동으로 시작되도록 바꿔야 해요. 최적의 분만 환경도 너무나 중요합니다. 좁은 구멍을 뚫고 나오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 있어요. 최우선 순위가 안전한 임신에 대한 투자, 두 번째가 아이에 대한 투자예요. 불평등의 대물림을 막을 핵심 키워드입니다.” 육아휴직을 쓰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아이를 낳자마자 부모 모두 별도로 신청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육아휴직에 들어가게 하고, 나중에 쓸 사람만 따로 연기 신청을 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은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이 회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구조인데 육아휴직을 안 쓸 사람, 나중에 쓸 사람이 되레 허락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만들자는 것이죠. 그래야 육아휴직을 확대할 수 있어요. 아빠들에게도 무조건 육아 참여를 강요할 게 아니라 육아 교육, 자조 모임 등 지원을 해 줘야 해요. 보통 엄마가 육아휴직을 먼저 쓰고 아빠가 나중에 쓰다 보니 남자들은 육아에 서툴 수밖에 없어요. 산후조리원 동기 모임 같은 자조 모임도 없지요. 이런 상황에선 ‘도저히 못 하겠다’며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인 도우미의 경제학홍콩서도 여성 고용 효과돌봄 영역으로 확장해야김 교수 본인도 육아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애초 미국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것도 육아 때문이었다. 홍콩으로 이사한 뒤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덕에 숨통이 트였다. “홍콩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경력 단절 여성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한 것은 사실입니다. 홍콩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위한 최저임금을 따로 정해 대략 100만원 수준에서 활용할 수 있게끔 했습니다. 노인 돌봄 문제도 이 제도를 활용해 많이 해결했어요. 홍콩 백화점에 가면 휠체어를 탄 노인들을 자주 볼 수 있어요. 한국 백화점에서 휠체어 탄 노인 본 적이 있습니까.” 그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역할을 육아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 노인 돌봄 영역으로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요양보호사, 외국인 활동보조인을 도입해 서비스의 양과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최근 시범사업으로 한국에 들어온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최저임금을 적용받아 하루 8시간 근무 기준 월 238만원을 받는다. 홍콩과 달리 한국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 금지 조약에 비준해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줄 수 없다.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두고 ‘서민에겐 그림의 떡’이란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외국인 도우미 임금 해법은입주형·사적 계약 등 활용최저임금 차등 적용 검토김 교수는 비용을 낮출 방안으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사적 계약을 통한 가사도우미 직접 고용 ▲입주 가능한 가사도우미 제도 도입을 꼽았다. “방이 3개라면 그중 하나를 월 50만원에 필리핀 가사도우미에게 내주고 (최저임금이 적용된 월 238만원 중) 180만원가량을 임금으로 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또 사적 계약을 통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직접 고용하면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는데 이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임금이 제조업보다 지나치게 낮으면 불법체류자로 남을 가능성이 있겠죠. 마지막으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도 필요합니다. 산업재해 위험이 큰 공장에서 일하는 분들과 상대적으로 쉬운 노동에 종사하는 분들의 최저임금이 똑같아야 할까요. 이것도 공평성의 원칙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는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받는 임금이 내국인과 너무 차이 난다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이민은 노동력을 찾는 것에서 시작됐지만 결국 이웃으로 귀결됐습니다. 일본 노인 간병센터에 고용된 외국인 여성들이 이제 일본어를 잘하는 숙련 노동자가 돼 영주권을 얻고 있어요. 앞으로 우리나라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인과 결혼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도 있겠지요. 우리 국민이 될 확률이 높은 이들을 ‘2등 국민’으로 대우한다면 나중에 차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 국회의장 만난 최태원 “기업들이 국가대항전서 메달 딸 수 있게 도와달라”

    국회의장 만난 최태원 “기업들이 국가대항전서 메달 딸 수 있게 도와달라”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종목에서 국가대항전이 치러지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국가를 대표해 메달을 딸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3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 활동에 부담되는 법안보다 도움이 되는 법안으로 지원하고 응원해준다면 올림픽 선수 못지 않게 (기업들이) 메달을 따오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국회와 경제계가 경제 활력 제고와 사회적 난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진행됐다. 국회 측에서는 우 의장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정태호(기획재정위 간사)·강준현(정무위 간사) 의원, 진선희 국회사무처 입법차장 등이, 대한상의 측에서는 최 회장을 비롯해 대한·서울상의 회장단 14명이 자리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후위기, 저출생 등 국가적 난제들은 일방이 아닌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대한상의는 여러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소통 플랫폼을 운영 중”이라고 했다. 이어 “기업들은 가진 핵심 역량으로 돈만 버는 게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쓰고, 새로운 기업가 정신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우 의장은 “사회적 대화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며 “최근 갈등은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함께 대화해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상의가 지방 격차, 고령화, 저출생 등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중점적으로 다뤄보고자 하고 있다”며 “국회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 정부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꼼꼼히 찾아보겠다”고 전했다. 서울상의 회장단은 경쟁국 대비 미흡한 전략산업 지원과 관련한 개선과제를 요청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역동경제 촉진을 위한 정책과제와 첨단 기술 초격차 전략도 집중 논의됐다. 한편 최 회장은 다음달 5일 국회를 찾아 여야 대표를 만난다고 상의는 밝혔다. 경제계는 정기국회 시작에 맞춰 첨단산업, 기후위기 대응, 기업 활동 규제 완화 등에 관한 산업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이를 위한 법제도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상의 관계자는 “회장단이 국회에서 현안을 제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오세훈 “지방정부 권한 대폭 이양… 국민소득 10만 달러 시대 열 것”

    오세훈 “지방정부 권한 대폭 이양… 국민소득 10만 달러 시대 열 것”

    “경쟁력은 경쟁에서 나옵니다. 지방정부에 대폭 권한을 이양해 1인당 국민소득 10만 달러 시대를 열어나갑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방정부에 재정·교육·고용·이민 등에 대한 권한을 대거 이양하는 ‘분권화 전략’을 통해 현재 정체된 한국 사회를 퀀텀 점프시켜야한다고 밝혔다. 지방정부에 연방제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해 국가 균형발전과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아닌 국가 발전 전략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다음 대통령 선거 유력 후보 중 한 명인 오 시장이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를 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오 시장은 23일 부산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2024 한국정치학회 국제학술대회’ 특별 대담 기조발제자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이날 대담은 한국정치학회의 요청으로 오 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한국 미래 지도자의 길-2030 도시, 국가, 글로벌 문제 극복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한국정치학회는 지방소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두 시장에게 물었고, 오 시장과 박 시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각각의 해법을 제시했다. 이날 오 시장은 ‘지방거점 대한민국 개조론’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기조연설에서 “현재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너무 벌어지면서 지방은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4개의 강소국 프로젝트를 통해 1인당 국민소득 10만달러 시대를 열어나가자”고 밝혔다. 4개 강소국 프로젝트는 수도권과 영남, 호남, 충청 등에 4개 초광역권을 만들고, 이들 4개 초광역권 지방정부에 중앙정부의 행정권과 입법 권한을 대폭 이양하겠다는 뜻이다. 오 시장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50대 50으로 개선해, 지방정부가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지역 간 세수 격차는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 공동세로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뿐만 아니라 교육과 이민정책, 고용정책 등에 대한 지방정부의 자율성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 시장은 “각 지역별 현황에 맞는 고용과 이민, 인재 육성책이 필요하다”면서 “각각의 지방정부가 사실상 도시국가로서 활동하고 움직일 수 있을 때 경쟁력을 갖고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싱가포르는 인구가 600만명에 불과하지만 경제규모가 5000만 달러가 넘고, 1인당 국민소득은 8만 달러가 넘는다”고 부연했다. 원내정당 강화 등 정치개혁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오 시장은 “개헌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4년 중임 대통령제를 하든,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하든 국회와 정당의 기능 정상화 없이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최근 지구당을 부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정치적 퇴행이다. 국회의원들이 공천 경쟁과 당론 종속에서 탈피해 개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외교 안보와 통일 전략에 대해선 “전략적 유연성을 가져야한다”며 핵무장의 필요성을 다시 주장했다. 이제까지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항상 51대 49라고 답했던 오 시장이 대한민국 전체에 대한 문제 해결에 대한 자신의 의견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헌법과 법률 개정이 필요한 지방정부로의 권한 이양을 비롯해 정당·국회의 변화에 목소리를 높인 것에 대해 사실상 대선 행보를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고 본다.
  • “강남류 한국 발전 막아… 적자생존 사회서 함께 발전하는 사회로”

    “강남류 한국 발전 막아… 적자생존 사회서 함께 발전하는 사회로”

    “수도권 일극주의와 강남 감각을 가진 지배층이 현재 대한민국 발전을 지체시키고 있는 가장 큰 원흉입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수도권 일극주의와 강남 중심의 지배사회가 한국의 균형발전을 해치고,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강남 엘리트 중심의 정치권력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 시장은 23일 부산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2024 한국정치학회 국제학술대회’ 특별 대담 기조발제자로 나서 “서울에 있는 높으신 분들한테, 아무리 지역 문제를 이야기해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다”면서 “강남에서 살고 있는 분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대담은 한국정치학회가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 시장을 초대해 마련됐다. 박 시장은 “1960년대에서 1980년대 초까지 한국의 경제발전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일극주의로 진행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1980~90년대부터 서울과 수도권 일극주의가 심화되면서 모든 기업과 자본, 인재가 서울로 몰리면서 다른 지역은 모두 침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일극주의에서 현재 상황의 문제를 찾은 박 시장은 그 핵심에 강남 중심의 지배층이 있다고 보고 이를 ‘강남류’라고 정의했다. 박 시장은 “한국의 최상층, 초고소득층과 대기업 임원과 중앙정부 고위 관료 등 엘리트들의 80%가 강남에 살고 있다”면서 “강남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으니 결국 수도권과 서울의 집중 현상이 더 심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국가경영의 방향을 발전 국가에서 ‘공진국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공진화(함께 진화·발전하는)가 적자생존보다 더 유리하다”면서 “발전국가의 수직적 통합체계에서 수평적 의사결정과 리더십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민들이 교육과 문화, 복지, 건강, 환경 통신 등 공적인 분야에서는 동등한 권리를 가질 수 있게 하고, 관련 분야에 대한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더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장의 동력으로 ‘기업과 대학’을 꼽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민간과 대학에 더 많은 자율성이 부여되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이런 변화를 위해선 “정치권력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해법도 내놨다. 박 시장은 “강남류 엘리트들의 이 문제(지방문제)를 보는 무지와 무감각은 이런 혁신의 리더십이 발휘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조건이자 요인”이라고 분석한 뒤 “대한민국 정치를 이끄는 양당이 실질적으로 수도권 정당이라는 점도 이런 리더십에 대한 전망을 약화시킨다”고 짚었다. 박 시장은 그 증거로 “민주당 국회의원의 절대다수가 수도권 의원들이고, 국민의 힘 영남권 의원들도 서울(강남권)에 존재 기반을 두면서 지역에 내려와 국회의원이 된 경우가 더 많다”라는 사실을 제시하면서 “다음 리더는 이런 부분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소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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