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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연공임금/우득정 논설위원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비정규직 해법의 일환으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조항의 신설을 제시했다. 자동차 조립라인에서 오른쪽 바퀴를 끼우는 정규직은 월 100만원을 받는데 왼쪽 바퀴를 끼우는 비정규직은 월 60만원을 받는 현실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자 재계는 즉각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를 직무급으로 전환하자고 맞받아쳤다. 생산성 등 직무에 걸맞은 임금을 지급하는 체계라면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규직이 주도하는 노동계는 직무급으로의 전환을 결사반대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월 현재 기업의 41.9%가 연봉제를,28.8%가 성과배분제 방식을 도입하고 있으나 이들 기업의 절반 이상이 호봉제를 유지하는 등 연공서열형 임금체제가 여전히 우세하다. 연공서열형 임금의 원조인 일본도 10년간에 걸친 장기 불황을 거치면서 기업의 65% 이상이 직무급으로 전환했음에도 우리 기업들은 일본 복제품을 고수하고 있다. 매년 예산안이 확정되면 공무원 직급별 호봉표가 발표되고, 검찰과 법원을 개혁한다면서도 단일호봉제를 도입했을 정도다. 우리나라도 5·16 직후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직무급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상공부 주도로 직무 분석과 직무 표준화 작업이 추진되고 직무급 55%, 연공서열형 기본급 45%의 절충형 임금체계가 마련됐지만 적용에 실패했다. 기존의 임금을 깎지 않는 선에서 도입한다는 전제조건 때문에 추가 부담을 꺼린 사용자측의 소극적인 자세로 인해 유야무야돼 버렸던 것이다. 외환위기 직전 정부가 연봉제 도입을 권장하면서 ‘임금 삭감 없는’이라는 행정지도 지침을 내세웠다가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한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생애에 걸친 임금과 생산성을 근간으로 마련된 연공서열형 임금은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고 기술 및 생산주기의 단축, 비정규직 급증 등으로 수명을 다했다는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다.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꼽히는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총 임금의 20%를 차지하는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성과급의 일종인 숙련급, 역할급의 비중을 높이면서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임금의 유연성만 확보된다면 고용의 유연성 문제는 절로 해소된다는 논리가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황장엽씨“동북아균형자론 한미동맹 무시한 황당한 발상”

    황장엽씨“동북아균형자론 한미동맹 무시한 황당한 발상”

    한나라당이 21일 최근 위기국면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는 북핵 문제와 한·미 갈등설 등을 정치 쟁점화할 뜻을 분명히 해 귀추가 주목된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초청해 2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한나라 포럼’은 그 ‘예고편’인 셈이었다. 황씨는 이날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 “한·미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황당한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황씨는 북핵 해법과 관련해서도 “북한의 핵 소유를 비판할 게 아니라 핵을 소유한 주인, 즉 김정일의 성격을 봐야 한다.”면서 “김정일 정권을 제거해야 북한 핵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북한 체제 붕괴는 중국과의 동맹관계를 끊어야 가능한데 구체적으로는 북한이 중국처럼 시장개방을 통해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 대표, 박희태 부의장, 이규택·이강두·김영선 최고위원, 박진·박세환 의원 등 당직자 300여명이 참석, 황씨의 강연을 경청했다. 강 원내대표는 황씨의 강연 뒤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원자로 가동을 중단, 핵 연료봉 제거작업에 돌입하고, 미국이 안보리에 회부키로 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북핵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차원에서 북핵 청문회라도 해서 정부의 방침이 무엇인지 추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실무진들에게 북핵 청문회 추진 검토를 지시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도 “북핵 문제는 물론이고 6자회담, 대북 제재문제 등 국가 안보에 관한 중대 현안을 놓고 정부와 여당이 하는 말이 다르고, 정부 안에서도 청와대와 통일부·외교통상부의 얘기가 제각각”이라며 “이 정부의 대북 정책이 머리와 팔·다리가 제각기 따로 노는 것처럼 보여 걱정스럽기 그지없다.”고 가세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개별 로스쿨 입학정원 150명내로”

    “개별 로스쿨 입학정원 150명내로”

    로스쿨의 입학정원이 한 대학에 150명 이하로 결정됐다. 사법시험 합격 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전국 10개 안팎의 대학에 로스쿨이 설치되는 것이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는 21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에서 ‘법학전문대학원 도입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로스쿨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법원·검찰·학계가 참여한 사개추위 기획추진단이 마련한 것이다. 사개추위는 다음달 장관급 본위원회에서 이를 확정, 올 정기국회에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날 교수·변호사 300여명이 참석, 기획단 안을 놓고 4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누가 어떻게 얼마나 입학하나 추진단은 주요 쟁점인 전체 입학정원은 발표하지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는 1200명을, 대학은 2000∼3000명을 주장하고 있다. 추진단은 교육부장관이 법원행정처장, 법무부 장관, 변협회장, 법학교수회장과 협의해 정원을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누구나 로스쿨에 지원할 수 있다. 산업대학, 교육대학, 방송통신대학, 기술대학 졸업자, 독학사도 가능하다. 학사과정과 적성시험 성적을 중심으로 입학생을 선발하고, 학교에 따라 어학능력, 사회·봉사활동 경력, 자기소개서 등도 반영한다. 적성검사는 논리적 판단력·독해력·추리력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내용을 담는다. 그러나 연습을 통해 성적을 올리지 못하도록 문제를 낼 계획이라고 추진단은 밝혔다. 또 지원자들이 입학시험에 매달리지 않도록 적성시험을 여러번 보면 로스쿨 지원 때 과거 성적도 통보하도록 했다. 전체 입학자 3분의 1은 법학전공자가 아니어야 하며, 다른 대학 출신도 3분의 1이 넘어야 한다. ●어느 대학에 설치하나 사법개혁위원회가 사법고시 정원(1000명)을 고려해 로스쿨 정원을 결정하라고 제안했기 때문에 10개 안팎의 대학에 로스쿨이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진단은 2개 이상의 연합 대학이나 산업대학에는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교수·연구실 분산으로 충실한 교육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안동대·강릉대·공주대·창원대 등 지방 7개 국립대학이 연합 로스쿨을 설립키로 합의한 상태라 파장이 예상된다. 추진단은 전임교수를 20명 이상으로, 교수 대 학생 비율을 1대 12 이하로 정했다. 전임 교수는 충분한 수업준비를 위해 매주 6시간만 강의한다. 교수 20%는 5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로 활동한 법조인으로 채워야 한다. 로스쿨 신청 대학은 교과과정과 교수방법은 물론 지난 3년간 재무설명서, 향후 3년간 재정운용계획서 등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나 로스쿨을 졸업하려면 6학기 90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미국변호사협회의 83학점보다 많다. 필수과목은 법정보 조사, 법문서 작성, 모의법정, 임상교육 교외학습 등이다. 특히 영문으로 계약서와 의견서를 쓸 수 있도록 지도한다. 다른 나라의 사법제도도 그 나라 언어로 강의할 것을 권장했다. 추진단은 강의가 아니라 토론·문제풀이·소크라테스식 수업방법을 활용토록 했다. 소크라테스식이란 모든 문제를 변호사처럼 생각, 해법을 찾는 것이다. ●설치후 관리평가는 변협 산하 법학전문대학원 평가위원회가 로스쿨 설치후 평가를 맡는다. 경력 10년 이상의 법학교수·판사·검사·변호사 11∼13명으로 구성된다. 평가위원회는 로스쿨을 5년에 한번씩 평가한다. 교육부 장관은 이를 바탕으로 로스쿨에 대해 시정명령이나 정원감축, 모집정지, 인가취소 등 행정 제재를 내릴 수 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시론] 인권위 비정규직 결정을 보고/김호기 연세대 사회학 교수

    [시론] 인권위 비정규직 결정을 보고/김호기 연세대 사회학 교수

    오늘날 어느 나라이건 정부의 정책결정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의 하나는 노동정책이다. 그 까닭은 세계화와 정보화의 진전에 있다. 세계화는 기업으로 하여금 임금이 싼 국가나 지역으로의 이동을 더욱 용이하게 하고 있으며, 정보사회의 도래는 사무자동화와 공장자동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있다. 세계화와 정보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이런 결과들이 노동정책의 입지를 갈수록 제한한다는 점은 이제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것은 현재 우리의 상황 역시 이런 구조적인 조건에서 크게 자유롭지 못하다는 데 있다. 최근 논란이 되는 비정규직 법률안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현실에 걸맞은 법안이라는 주장과 결국 비정규직을 확산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왔다. 와중에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기간제노동자의 ‘사용사유 제한’ 등의 의견을 제시해 정부 법률안에 제동을 걸었으며, 이에 노동부 장관이 인권위의 입장표명을 비판함으로써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인권위의 의견제시는 인권위에 부여된 과제를 생각할 때 옳은 것이다. 인권이란 정치적 권리뿐만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권리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사례를 보더라도 인권위는 고용 및 임금 문제에 적절히 개입해 왔다. 노동권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넘어서 생존권적 기본권을 뜻한다면, 인권위는 인권의 시각에서 이를 새롭게 해석하고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사용사유 제한에 대한 의견은 크게 엇갈린다. 정부의 시각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업무의 성격·내용·중요성 정도 등이 외국과 다른 경우가 많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하기 힘들며, 따라서 포괄적으로 차별금지 원칙을 규정하고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절차를 마련해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한 기간제노동자를 채용할 수 있는 사유를 처음부터 제한하는 방식은 결국 고용감소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채택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반면에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동계는 인권위의 의견 표명을 지지하며 이를 가이드라인으로 한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사용사유 제한 규정은 비정규직 입법에서 핵심적인 의제이며, 경과기간을 두게 되면 정부가 우려하는 시장 혼란을 초래하지 않고서도 입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사간의 타협을 중재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사용자의 편을 과도하게 들고 있다는 게 노동계의 비판이다. 문제는 현재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기대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측면이 있는가 하면, 노동계의 우려처럼 비정규직을 양산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보호라는 명분 때문에 강한 규제를 만들 경우 일자리는 사라지고 용역·외주 등 더 낮은 일자리만 남게 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도 일견 타당하지만, 동시에 현재의 법률안으로 비정규직의 노동인권을 보호하기에는 여전히 불충분한 것도 사실이다. 동일한 법안에 대해 평가가 이렇게 다른 만큼 서로의 주장은 자연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의 핵심은 세계화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강제함으로써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의 지위가 점차 약화되고, 노사간의 타협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규범적 대안을 지지하기에는 현실은 냉혹하며, 현실적 대안을 지지하려니 인간다운 삶을 누려야 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외면하기 어렵다. 결국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하는 것 이외에 현재 다른 해법은 없다. 노사간의 사회적 대화야말로 세계화에 적극 대응하는 사회통합의 출발점이다. 노·사·정 모두 대승적(大乘的)인 시각에서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가길 기대한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 교수
  • 美 “北, 6자 거부땐 안보리 회부”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은 18일(현지시간) 북한이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끝내 복귀하지 않으면 이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등 다른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의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 등과 관련,“북한의 도발적인 말과 행동은 고립을 심화시킬 뿐”이라면서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할 경우 우리는 틀림없이 다른 나라들과 함께 다음 조치를 협의하게 될 것이며 안보리 회부도 그 조치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밝혔다.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 겸 정치보좌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이웃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으면 더 큰 세계의 견해를 듣게 될 것”이라며 역시 안보리 회부 가능성을 시사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원자로를 가동하든 않든, 연료봉을 재처리하든 않든 북한이 처한 난국의 해법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원하는 존경이나 원조를 얻는 유일한 길은 6자회담 복귀”라고 못박았다.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 문제에 대해 바우처 대변인은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영변 상황 전개를 매우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 [사설] 인권위 비정규직 해법 일리 있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해마다 80만명씩 양산되는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입법안을 비정규직 보호라는 취지에 맞게 수정하라는 내용의 의견을 표명했다. 권고보다는 한단계 낮은 수준이지만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싸고 노사정이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노동계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인권위의 의견 표명은 정부와 사용자측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날로 심각해지는 양극화문제를 해소하고 가난의 대물림을 막자면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과 남용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는 인권위의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문제를 인권적인 측면에서 재단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비정규직의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다. 다만 우리의 경우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고 인건비의 절감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그렇다면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철폐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인권위의 의견은 차별뿐 아니라 차이까지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비친다.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사용기한 외에 사용사유까지 제한한 것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조항 추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비정규직 법안이 이처럼 사용자측을 옥죄는 방향으로 치달으면 일부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혜택을 입을지 몰라도 절대 다수는 일자리를 잃게 되는 역풍에 직면하게 된다.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비정규직 문제를 인권 외에도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논리의 관점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수요와 공급이 막힘없이 이뤄지도록 지원하되 남용과 차별 요인을 제거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특히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직무급체계로 임금구조가 바뀌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이는 조직화된 정규직 노조가 극력 반대하는 사안이다. 거듭 주장하지만 최선의 비정규직 해법은 정규직과 사용자의 양보다.
  • 동북아 균형자론 그 이상과 현실은

    동북아 균형자론 그 이상과 현실은

    지난달 22일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자임한 이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동북아 균형자론은 한 마디로 ‘강대국들끼리의 힘 겨루기를 수수방관하다가는 옛날처럼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우리가 능동적으로 평화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정의해도 무리가 없다. 이를 놓고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는 “항구적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옹호에서부터 “국가안보를 담보로 한 과대망상적 모험”이라는 비판까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한 듯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이 14일 열린우리당의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당정간 조율에 나서기도 했다. 동북아 균형자론을 둘러싼 양측 주장의 허실을 비교·분석해 본다. ■ 해법과 반론 동북아 균형자론을 취재하면서 기자는 얼마간 약소국의 비애를 체감해야 했다. 균형자론을 둘러싼 격렬한 찬반 논쟁은,‘세계 초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하면 절멸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고 하는 명제가 여전히 미완의 과제임을 웅변한다. 무섭게 국력을 키워가는 중국,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 세계 초강국 미국, 여기에 핵 보유를 선언한 북한까지, 지금 동북아의 긴장지수는 상승 일로에 있다. 동북아 균형자론은 이처럼 위태로운 지정학적 현황에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지론이 화학결합을 하면서 돌출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동북아 균형자론은 99% 노 대통령의 구상으로서 대통령후보 시절부터의 지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발상과 현실성은 별개 문제다. 낙관과 우려를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평화애호도 국력… 힘이 전부 아니다” 비판이 제일 먼저 쏠리는 부분은 과연 한국이 세력 균형자 역할을 할 힘이 있느냐는 것이다. 예컨대 미·일 군사축이 중·러 축과 갈등을 빚을 때 가운데서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과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비롯한 정부측 인사들은 ‘세력 균형자’가 아니라 ‘인식과 가치의 균형자’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한다.19세기의 영국처럼 국방력에 의존한 균형자가 아니라, 경제력과 문화수준, 그리고 역사상 주변국을 침략하지 않은 평화 애호국이라는 명분 등 신개념의 연성국력(soft power)으로 균형자 역을 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비판자들은 다시 “가치와 인식의 균형자라는 말은 비현실적인 허언”이라고 공박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럼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 등의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는 현실에서 기존 구도에만 안주하자는 것이냐. 대안이 무엇이냐.”는 반론에는 딱히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한미일 협력 훼손땐 국제적 고립 우려” 논쟁은 균형자론이 한·미 동맹을 훼손할 것인지 여부로 이어진다. 비판자들은 “균형자론은 결국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계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의미하며, 결정적인 안보 위기상황에서 자칫 어느 쪽으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이에 정부측은 “균형자론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CSCE(유럽안보협력회의)와 같은 다자간 안보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다자간 안보체계를 지향한다면서 한·미 동맹의 강도는 불변할 것이란 주장은 궤변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균형자론의 측면에서는, 한·미 동맹이 전보다 느슨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인정했다. 논쟁은 균형자론이 결국 국익에 해가 될 것인지 여부로 귀착된다. 정부측은 “국가간 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현실에서 이런 문제로 미국이 한국에 불이익을 줄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과민반응”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미군이 절대 안떠날 것”이라는 냉전시대식 낙관은 국가적 재난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북핵 교착땐 장기표류 가능성 균형자론은 궁극적으로 유럽연합(EU)과 같은 지역연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동북아 각국 정상이 직접 만나 회담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단기적 상황은 열악하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가 1년 가까이 교착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핵 문제 때문에 균형자론이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다.”며 “북한이 안 나오니 중국도 머뭇거리고, 러시아도 소극적”이라고 했다. 게다가 최근엔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까지 겹쳐 상황이 악화일로다. 때문에 균형자론이 결국 노 대통령 임기 중에 별다른 실효를 내지 못하고 장기 표류하는 최악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문정인 동북아위원장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은 14일 열린우리당 정책간담회에서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 “동북아 지역의 협력과 통합을 위한 촉진자”라고 규정했다. 궁극적 목표는 주변국과의 신뢰를 통해 동북아지역의 ‘다자간 안보체제 구축’을 모색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문 위원장은 “한국의 균형자 역할이란 19세기 세력균형을 통해 유럽의 패권을 추구했던 전통적 의미의 균형자론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오히려 ‘평화를 위한’ 균형자론을 강조했다. 여기에는 한국이 당시 영국과 같이 동북아 세력균형을 위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국력도 없고 세력균형을 주도하거나 우위를 점하려는 목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힘의 균형’이 아니라 정책의 목표를 ‘평화’에 둔 외교”라는 것이 문 위원장의 부연설명이다. 문 위원장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동북아 균형자론’이 진화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즉 ▲한·미동맹과 안보협력 강화를 통한 ‘동북아 세력 균형자’에서,▲동북아의 갈등이 재현되지 않도록 ‘협력과 평화를 만드는 균형자’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선도적’인 역할이 강조되는 한편 동북아 국가들과의 ‘사전 협력관계’가 중요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구상의 배경에는 ‘중국 부상론’을 중심으로 대립과 반목이 강해지는 동북아 질서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는 것이 문 위원장의 판단이다. 문 위원장은 “현재 중국의 팽창을 세력전의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제,“패권국가의 신장속도가 원만해지고 도전국가가 패권국가의 꼬리를 밟는 접점에서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동북아 지역의 전략적 불안정 구조를 우려했다. 다음은 일본과 중국의 불안한 관계를 지목했다.“일본이 미국의 힘에 편승하면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미국도 전향적으로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을 지원하는 등 구조적인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다.”고 걱정했다. 때문에 동북아 지역의 불안정 구조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 이익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동북아 균형자론’은 불가피하다고 거듭 역설했다. 구혜영 김준석기자 koohy@seoul.co.kr ■ 한·미군사동맹 이상기류 없나 한·미 군사동맹의 ‘이상 기류’로 비춰칠 만한 민감한 문제들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주한미군의 한국인 군무원 감축, 한·중 군사외교 강화, 전시예비물자(WR SA) 프로그램 폐지, 자이툰 부대원 감축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정부는 한·미동맹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펄쩍 뛴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제2차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국방부 안광찬 정책실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의 한·미간 군사현안들은 각각의 문제일 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이툰부대원 270명 감축 문제의 경우 우리가 이라크주둔 미군측에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한반도 배치 WRSA 프로그램 폐지도 2000년부터 논의돼 온 사안이다. 국방부가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 협상력 제고 때문이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 안에는 일부 언론이 한·미 관계를 의도적으로 왜곡시키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국방부 신현돈 공보관은 최근 WRSA 관련 내용을 정부가 은폐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이례적으로 ‘안보 상업주의’라는 다소 자극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사안들이 양국간 알력의 산물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실제 정부 안에도 균형자론을 다소 불안하게 보는 이들도 없지 않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최근 군 수뇌부 이·취임식 연설에서 “한국이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수행하는 데 군이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지만, 이번에 군문을 떠난 한 수뇌부는 “글쎄, 큰 실수는 없어야 할텐데…걱정이 된다.”며 균형자론에 대해 우려를 보였다.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의 경우 아직도 균형자론에 대해 믿음을 갖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셈이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열린세상] 독도, 위기의 순간에 대비를/이영호 인하대 한국사 교수

    일본 역사교과서가 식민지배를 정당화하여 문제가 된 지 20여년이 넘었다. 한때 전향적인 교과서 서술이 시도되기도 했으나 1995년 일본의 사회당 당수인 무라야마 총리의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를 정점으로 오히려 훨씬 심각한 극우화의 길을 달리고 있다. 그나마 교과서 문제는 역사적 사실의 선택과 해석에 있어서 다양성의 가능성을 남긴다는 점에서 학술적 검토의 여지가 있지만, 공민교과서로 옮겨 붙은 독도영유권 문제는 가부의 결단을 향해 치달아 나가는 우려스러운 모습이다. 우리나라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불안으로 모는 것은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의 절묘한 타이밍 때문이다. 일본이 독도를 자국의 영토로 주장하는 근거인 시마네현에의 편입은 러일전쟁이 한창이던 1905년 2월 22일에 일어났다. 육전에서 연거푸 승리를 거둔 일본군이 바야흐로 동해에서의 일전을 앞두고 있을 때이다. 이미 일본은 한일의정서를 강요하여 대한제국의 어느 지점이든지 수시로 군사적 목적에 사용할 수 있도록, 영토를 유린한 상태였다. 일본이 추천한 미국인 친일파 스티븐스가 외교고문이 되어 대한제국은 외교권도 침해당했다. 대한제국 국토 전체의 안위와 주권 자체가 유린된 위기의 상황에서 일본의 시마네현이라는 한 지방이 독도를 현에 소속시키는, 자기들만 아는 고시를 발하였다. 일본의 한 지방이 발한 고시가 무슨 국제적 외교적 의미를 지닐까마는 곧이어 진행된 외교권의 탈취와 보호국화, 그리고 일본의 한국병합에 의하여, 독도는 최초로 침탈당한 한국의 영토로서, 병합에 의한 전국토 탈취의 전초요, 상징이 되었다. 일본이 패전한 뒤 전후처리를 위한 강화회담이 195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다. 일본의 적극 반대로 우리나라는 연합국의 일원으로 참석할 수 없었던 이 회의에서, 애초 연합국 측의 초안에 한국영토로 되어 있던 독도가 일본의 적극 로비로 인해 본안에서는 분명하게 명기되지 못했다. 이후 일본은 이를 빌미로 독도영유권 분쟁을 야기했다. 우리가 남북으로 분단된 뒤 6·25전쟁이 일어나고 전후복구에 경황이 없어 제대로 국토를 보살필 겨를이 없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이후 30여년 동안 극심한 무역역조를 겪은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를 당했다. 이웃나라 한국의 위기에 대하여 일본 금융기관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앞장서서 투자액을 회수해 감으로써 위기를 부채질했다. 그리고 그 위기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일본정부는 1965년 체결한 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외환위기의 극복을 위해 일본의 협조가 절실했던 우리나라는 일본의 안을 받아들여 독도를 한·일간의 공동어업수역에 넣고 말았다. 어업협정이므로 영토문제와는 무관하다고 애써 자위하면서. 그로부터 이제 불과 6년여, 일본은 본격적으로 독도영유권을 주장한다. 미·일동맹의 강화가 그 배경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견제와 그들 나라와의 영토분쟁을 위한 전초전과 같은 느낌도 주고 있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계기로 국가의 재도약을 꾀하려는 일본으로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거센 반발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독도문제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되면서 수면 아래로 잠복할지 모른다. 문제는 미래에 올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이다. 북핵문제가 원만한 결론을 맺지 못하거나 또는 북한정권의 붕괴와 같은 사태가 벌어질 경우의 위기이다. 상대의 위기를 기다리면서 치밀하게 징검다리를 하나씩 놓아가는 일본이 그것을 놓치지 않고 공민교과서에 올린 주장을 관철하려 들지 모른다. 독도위기의 해법이 결국 한·일간의 교류와 상호이해밖에 없다는 방향으로 흐를 것을 뻔히 알고 또 동조하지 않을 수 없지만, 온축된 상호이해가 한순간에 허물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위기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이웃의 과거행적 때문이다. 나쁜 이웃과 함께 사는 게 불행이라는 한탄은 미래의 위기에 대비하는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대책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영호 인하대 한국사 교수
  • ‘베트남 이해 젊은작가 모임’ 방현석교수

    ‘베트남 이해 젊은작가 모임’ 방현석교수

    참 간사한 게 기억이다. 제가 저지른 것보다 당한 것만 담아두려 하기 때문이다. 일본 우익이 한 예다. 동아시아를 전쟁으로 몰아넣은 과거가 아니라 핵폭탄이 투하된 과거만 기억하려 든다. 그런데 정작 한국은 과거를 공정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우리 젊은이들이 피 흘렸고 베트남 양민들이 눈물 흘렸던 베트남전이 대표적이다. 올해가 을사조약 100주년, 한·일수교 40주년이란 것만 알았지 베트남에는 종전 30주년이자 해방 60주년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을 10여년째 주도하면서 베트남과의 교류에 힘쓰고 있는 소설가 방현석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만났다. ●베트남과 참전군인 모두 피해자 베트남전에 대한 사과·배상은 일본 우익의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다.‘너희는 안하면서 왜 우리한테만 시비냐.’는 반론인 셈이다. 방 교수는 두 문제가 “차원을 달리한다.”고 설명했다.“대동아·태평양전쟁은 일본 스스로가 주체였고 지금도 군국주의 부활을 통해 꿈꾸고 있는 미래입니다. 그러나 베트남전은 미국이 주체였는 데다 우리 스스로 미화하거나 부정한 적이 없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유감의 뜻을 표시했었다. 또 한국군이 주둔한 베트남 중부 지역에 병원과 학교도 지어주는 등 “부족하지만” 한발짝씩 나아가고 있다. 이게 일본 우익과의 차별성이다. 방 교수는 그러나 더 적극적인 액션을 주문했다. 베트남과 참전군인들에게 국가가 정식으로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베트남전의 궁극적인 책임은 미국에 있었다는 점을 명백히 해야 한다. 한마디로 일본 우익들과 ‘노는 물’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방 교수는 참전군인 역시 강제적으로 전쟁터에 내몰린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했다.“그들 역시 까닭 모를 전쟁터에 내몰린 피해자들입니다.‘골수’ 베트남 게릴라의 책을 번역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화를 낼 것 같던 참전군인들조차 읽다가 눈물을 흘렸다며 전화를 해왔습니다. 피해자로서의 공감이었습니다.” ●일본 우경화, 동아시아로 막아야 방 교수가 이런 제안을 내놓은 것은 역사교과서와 독도문제로 표면화된 일본 우경화에 대한 궁극적인 해법이라 믿기 때문이다.“일본 우경화는 중국과 러시아의 ‘대항마’로서 일본을 키우겠다는 미국의 전략, 더이상 미국의 그늘에서 안주할 수 없다는 일본의 판단이 그 배경입니다. 결국 동아시아권의 연대로 이를 막아야 합니다. 베트남전에 대해 사과하고 배상함으로써 아시아의 모범국가로 다시 태어난 한국이 이것을 주도해야 합니다.”객관적인 국력 차이가 분명한 만큼 ‘평화와 공존’이라는 도덕적인 명분과 논리를 선점해야 일본 우경화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최근 일본의 우경화는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다. 이 상황을 잘 다뤄나가면 한국의 발언권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우리나라는 대문을 열고 살아야 합니다. 개방성과 포용성을 과시해야 합니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패권국가의 길을 걷지 않는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베트남은 우리와 동질감 느껴 다행히 베트남은 한국에 우호적이다. 한국군의 잔혹행위를 목격했다는 사람조차 “힘없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미국에 이용당했으니 오히려 더 불쌍한 것 아니냐.”고 말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중국·프랑스·미국 등 강대국들을 잇따라 물리쳤다는 자부심과 지금은 경제발전에 매진해야 한다는 현실이 배경에 깔려 있다. 또 실제 베트남전 참상은 미국의 무차별적인 폭격이 제일 큰 원인이었다. 방 교수는 “베트남은 한국과 베트남을 ‘아시아로 통하는 두개의 문’이라고 표현합니다. 동북아에 한국이 있다면 동남아에는 베트남이 있다는 말이지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열강의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왔던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뜻하는 겁니다. 이 때문에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그래서인지 지난해 베트남 작가 겸 기자 15명을 한국에 초대했는데 이들이 되돌아가서는 한국에 관한 호의적인 기사들을 대거 쏟아냈다. 북한쪽에서 “섭섭하다.”고 불평할 정도였다고 한다.“미국이나 일본이 아무리 돈을 뿌려대도 얻을 수 없는” 공감대가 이미 존재하는 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심포지엄·문학작품 번역 모색” “베트남이 전쟁기념관을 크게 짓는데 일본이 돈을 대고 있어요. 말하자면 일본도 베트남처럼 ‘미제국주의자들’에게서 피해를 입었다는, 그런 의미겠지요. 그런데 한국은 어떤지 아세요? 한류 한류하지만 그 쪽 한국학 전공자가 보는 책이라곤 ‘월간 무역동향’이 전부입니다.” 방현석 교수는 동북아균형자론과 아시아속 한국의 지위에 대해 묻자 대뜸 이렇게 답했다. 이 때문에 최근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의 외연을 넓혀 ‘아시아문화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싸이더스의 차승재 사장, 연극배우 김지숙씨 등도 끌어들였다. 목표는 문화교류를 통한 동아시아 국가간 공감이다. 올해 6월 일단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4개국을 돌며 심포지엄을 연다. 한국 문학 서적도 기증하고 한국문학 특강도 진행한다. 가을쯤에는 ‘아시아작가포럼’을 열어 아시아 8개국 작가들을 한국으로 초청할 예정이다. 풍물 등 전통문화를 직접 배우게 하고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그 나라 노동자와 함께 직접 자국의 시나 소설 등을 한국어로 번역하게 하는 작업도 시도해볼 예정이다. 이게 바로 ‘동아시아의 연대’에 다가가기 위한 첫 발걸음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쪽에서 주최하는 행사와 비교해보면 항상 빈 주머니가 걱정이다.“한류를 민족의 자부심이나 돈벌이 수단으로 보면 몇년 못 갑니다. 그보다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길게 내다보는 투자가 아쉽습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유럽서 찾아보는 ‘首都갈등 해법’

    행정수도이전특별법에 대한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행정수도 자체에 대한 찬반을 떠나 많은 논란을 낳았다. 민주공화국을 자처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조선시대 경국대전까지 끌어댈 수 있는가가 ‘헌법학적 질문’이었다면 수도문제가 과연 국가정체성에서 핵심적인 요소인지, 더 나아가 미리 주어진 국가정체성이란 것이 존재하는가라는 ‘정치학적 질문’도 있었다. 과연 한 국가에서 수도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지방과의 균형발전이란 무엇인가. 근대국가 성립은 물론, 국가를 넘어서는 EU 통합까지 추진하고 있는 유럽에서의 경험을 점검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16∼17일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서양에서의 중앙과 지방’을 주제로 열리는 한국서양사학회(회장 최갑수 서울대 교수)의 10회 학술대회다. 첫날에는 총론격으로 유럽의 수도 발달을 역사적으로 짚어보고 EU 통합에서 불거지고 있는 균형발전의 문제가 논의된다. 둘째날에는 11명의 학자들이 각각 미국·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에 대한 사례를 발표한다. 광주대 이영석 교수는 미리 배포된 발제문을 통해 ‘유럽에서 수도권 집중현상은 없었다.’는 널리 알려진 상식을 신화로 규정했다. 서구유럽 학문에 대한 추수주의와 지방자치제의 발달에 따른 착시 효과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런던과 파리, 베를린간 비교를 통해 유럽의 수도는 왕의 소재지라는 봉건적 잔재 위에 근대화와 산업화라는 혜택이 겹친 지역으로 분석했다. 이 때문에 수도는 곧 국가발전과 민족발전의 상징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이 교수는 행정수도 ‘본’으로 국가발전을 이끈 서독의 예를 들어 허구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통일 뒤 베를린으로 옮겨간 것은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대국주의라는 가치관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 교수는 지방자치에 대해서도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지방차지가 “불균등 발전을 얼마나 완화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는데다 오히려 불균등발전을 합리화하고 인정하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일 수 있다는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뒤이은 발표자들은 EU 통합에 따른 유럽의 균형발전 전략을 살핀다. 부산대 정영주 교수는 EU 통합과 역내 사양산업 해결 방안을, 계명대 은은기 교수는 프랑스의 이상적인 유럽통합방안이 드골식 민족주의에 의해 어떻게 왜곡됐는지를 분석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꼭꼭숨은 信不者… 대책 겉돈다

    꼭꼭숨은 信不者… 대책 겉돈다

    정부가 잇따라 내놓는 신용불량자(신불자) 대책이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지만 신불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특히 신불자들이 꼭꼭 숨어버리는 바람에 대책만 요란한 상황이다. 이달 말부터 ‘신용불량자’라는 용어 자체가 사라지면 신불자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 때문에 신불자 대책은 정부쪽에서 더 이상 관여하지 말고, 미국의 신용회복기관(민간사설기구) 등과 같이 민간으로 넘겨 신용시장 원리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불자대책, 빈수레만 요란 은행연합회가 최근 집계한 신용불량자수는 360만명이다. 이 가운데 신용카드와 관련된 신불자 수는 243만여명 수준이며, 나머지는 순수하게 금융권에서 빚을 진 사람들이다.10대가 2000여명,20대가 63만여명,30대가 114만여명,40대 이상이 183만여명 등이다. 이 가운데 2002년 10월 신용회복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40여만명이 채무재조정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 당초 400만명에 육박하는 신불자 가운데 10%만 원금 및 이자 탕감, 상환유예 등의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난 1일부터 접수하고 있는 생계형 신불자 회생대책에는 불과 2000여명만 호응하고 있다. ●효과 미미한데 ‘이유있다’ 정부의 대책이 겉돌고 있는 근본 원인은 신불자들의 행방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채권자인 은행 등에서 신불자에게 채무재조정과 관련, 전화 또는 우편으로 접촉을 시도해도 대부분 연락이 되지 않는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채무재조정을 받으러 오는 사람 외에는 신불자의 주소가 실제 거주지와 다른 경우가 많다.”며 “시중은행에서 신불자에게 보낸 우편물의 절반 이상이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우편물이 배달은 되어도 당사자가 이를 받아보지 않는 예도 허다하다. 홍보 부족도 심각한 상황이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최근 ‘공익광고협의회’를 통해 TV홍보(공익광고)를 하려 했지만, 관련 부처간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아 흐지부지된 상태다. 신용회복위원회는 TV 등을 통한 홍보가 큰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2003년 5월 신불자 70만명을 일괄 구제해주기 위해 한시적으로 설립된 한마음금융(1차 배드뱅크·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이나 채권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기관)에 이어 자산관리공사가 주체가 돼 내달 초 2차 배드뱅크(생계형 신불자 대상)가 설립된다. 하지만 자산관리공사가 금융권이 보유한 기초생활수급자의 부실채권을 겨우 1∼2% 수준에서 전량 매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권이 반발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채권이 아무리 회수하기 어렵다 해도,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강제로 전량 회수하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은행권은 차라리 그대로 갖고 있고 싶어한다.”고 털어놨다. ●또다른 해법은 없나 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는 “우선 정부가 신불자를 줄이려는 실적에 급급할 경우 정상적인 신용시장마저 타격을 받게 된다.”며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정용화 부원장보도 “금융기관의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개선하고 이를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와 체계를 선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신금융업협회 이보우 수석연구위원은 “신용불량자에 대한 잦은 정책적 구제는 금융회사의 자율적 판단을 제한해 시장기능 왜곡과 신용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 정부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창균 연구위원은 “채무재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개인채무자 회생법을 통해 법적시스템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불자의 상당수는 경기회복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정리되겠지만 극빈자와 청년층, 영세 자영업자 등은 적극적인 대책이 적용돼야 한다.”며 “특히 영세 자영업자 중 상당수는 경기가 회복돼도 자발적으로 연체상태를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일시적 채무재조정 프로그램만으로는 또다시 연체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주병철 김미경기자 bcjoo@seoul.co.kr
  •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⑤ 청해진에서 해법을 찾는다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⑤ 청해진에서 해법을 찾는다

    ■ 어류양식 ‘쪽박’… 전복양식은 ‘대박’ “빼도 박도 못하요.” 명사십리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전남 완도군 신지도. 쪽빛 바다와 모래사장, 해송 등 빼어난 경관 뒤로는 어민들의 슬픔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육지와 바다에 온통 어류 양식장이지만 이곳 주민들은 지금 빚과의 전쟁 중이다. 불과 5년 전, 완도읍 내 단란주점 등 술집에서 “신지도 사장님과 사모님들 덕분에 산다.”는 말이 돌았다.90년대 말 광어와 우럭을 키워 뭉텅이 돈을 만졌을 때다. 신지면사무소 앞 금모래 식당 주인 아주머니는 “5년 전에는 면 소재지에 다방만 9개나 됐고 여종업원만 20명 가까이 됐으나 지금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완도수협 신지지점 남자 직원도 “신지도 수협 대출자 1000여명 중 10% 가량이 악성 연체자”라고 실상을 전했다. 완도군 내 어류양식 400여 가구 중 신지도(1900여가구)에만 160여 가구가 우럭과 광어를 기르고 있다. 나머지는 미역과 다시마 등 해조류 양식을 한다. 이 섬에서 ‘부자마을’로 통하던 송곡리.163가구 중 45가구는 어류양식이고 나머지는 패류와 해조류를 기른다. 어류양식 중 35가구는 바다에서 가두리를 막아 우럭을,10가구는 육상 축양장에서 광어를 키운다. 이 마을 김원재(59) 이장은 “마을 주민 중 50명 이상이 신용불량자이고 빚 5억원은 기본,10억∼20억원도 부지기수다. 일반대출 때 서로가 연대보증해 줄초상 났다.”고 말했다. 사모님 소리 듣던 이 마을 젊은 아낙들 가운데는 완도읍 내 전복 선별장이나 미역·톳 가공공장을 전전하며 날품을 팔고 있었다. 가두리 양식장으로 종종걸음을 치던 박종두(50·송곡리)씨는 “수협과 농협 빚이 10억원도 넘소.2년 동안 키운 우럭이 30만마리나 되는 데도 본전은 커녕 연체이자(17.0%)도 못낼 판이요.”라고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해상 우럭과는 달리 육상 광어는 값이 지난해 절반으로 폭락하면서 부도자가 속출하고 있다. 신지도에서는 지난해 말이후 네집이 부도처리됐고 서너집이 경매로 나올 태세다. 2㎏짜리 광어는 마리당 5000원가량 손해보고 1만 500원이나 1만원에 넘긴다. 사료값을 아끼기 위해서다.8만마리 기르는데 한 달에 사료값 3600만원, 전기료 700만원, 영양제·어병 약품비·인건비(3명) 600만원 등 5000만원이 든다. 20∼50% 수입관세를 무는 중국산 농어는 ㎏에 5000원선이다. 완도지역 양식업자들이 중국으로 건너 가 기른 뒤 다시 들여오기도 한다. 수입된 농어와 점성어는 완도읍 내 농공단지 축양장에서 기른다. 지난해 완도항으로 수입된 중국산 활어는 1만 7000㎏. 농어·점성어·감성돔 순이다. 지지난해는 2만㎏ 넘게 들어왔다. 반면 완도군 노화읍은 대박을 터트린 전복 양식장으로 유명하다. 미역과 다시마 등 전복 먹이를 직접 기르는 복합양식으로 생산원가를 줄였고 남들보다 먼저 시작해 성공했다. 지난해 노화읍 내 830㏊에서 400억원을 벌어들였다. 미라리 마을에서만 150억원을 벌었다. 미라리 최운재(45) 자율어촌계장은 “92년 전복 시험양식을 거쳐 97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갔고 지금은 70가구가 호당 연 평균 3억원을 번다.”고 말했다. 글 완도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기고] 어획량 제한 어종 확대해야/ 김영규 국립수산과학원 원장 최근 우리나라의 수산자원은 지속적인 생산을 위협할 정도로 자원이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어획물의 구성도 고급어종에서 저급어종으로 바뀌고 각 어종의 미성어 어획비율도 증가하는 등 생태적으로 불안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수산자원 회복정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과학자, 업계, 어업인 등 수산관련분야에 종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과학자들은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자원을 보다 정확히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자원조사전용선 등을 이용해 주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자원조사를 하고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또 주요 어종들에 대한 정확한 자원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산란, 성숙, 성장, 분포 이동 등 자원생태학적 변동요인 역시 주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어업인 스스로 자원을 이용하고 관리하는 자율관리어업체제의 확산을 유도하고, 현재 고등어 등 9개 어종에 대해 실시하고 있는 총허용어획량 대상 어종을 연차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수산자원보호를 위한 법령, 규제 등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하며, 수산자원관리법 같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법령제정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 과다사용 어구수를 제한하고 어구의 실명제를 적극 시행해야 한다. 생분해성어구, 치어탈출장치 등 환경친화적이고 자원관리형의 어구를 어업인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적극적인 자원조성을 위해서 생태학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우량품종인 수산종묘의 연구개발 및 환경보전을 위한 연안환경의 변화와 예측능력을 높이는 연구도 뒤따라야 한다. 황폐화되어 가는 연안어장에 대해서는 연안 해조장, 해중림의 조성, 종묘생산과 방류, 인공어초어장 조성 등을 통해 산란장과 성육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생활하수의 유입을 차단하는 하수처리종말처리 시설 등을 확충해 바다 오염을 최대한 막고 해상쓰레기 수거시설을 확대해 깨끗한 바다를 유지하는데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산자원을 이용하는 어업인들은 수산자원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우리 앞바다 자원은 내가 관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적극적이고 책임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 양식 성공사례 2題-경남 거제수협 김선기 조합장 “품종 선택만 잘하면 해외시장도 충분히 공략할 수 있습니다.” 경남 거제수협 김선기(42) 조합장은 내로라하는 어류양식업체 3개를 경영하면서 2000여 조합원의 소득증대를 책임지고 있는 최고경영자다. 김 조합장은 지난해 7월 아무도 생각지 못한 해삼 종묘생산에 성공, 이를 어민들의 소득증대로 연결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해삼은 해저의 모래나 뻘 속에 포함된 유기물을 섭취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어느 해역에서도 양식이 가능하다.”며 “양식대체 품종으로 적격”이라고 강조했다.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떨어진 넙치·우럭 등을 대신할 경우 생산량 조절로 제값을 받을 수 있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해삼은 판매가 용이해 1석2조라는 것이다. 지난해 울진 어류센터로부터 종묘를 분양받은 ‘강도다리’도 ‘대박’이 예감된다. 곧 채란할 수 있어 종묘를 대량으로 생산할 채비도 갖췄다. 희귀종을 선호하는 중국 바이어들이 몸길이 5㎝를 기준으로 마리당 3달러에 사겠다며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6남매의 맏이로 5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그는 거제고를 졸업한 84년 피조개 양식에 손을 댔다가 실패하고,2년 후 우렁쉥이 종묘생산에 성공했다. 이를 발판으로 한창 인기를 끌던 넙치와 우럭 종묘를 생산, 히트를 쳤다. 그는 “대량생산의 ‘노하우’는 초기 먹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먹이의 영양과 양, 방법, 시기 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수산통계는 엉터리”라며 정확한 통계와 어자원 보호를 위해서는 수산물 ‘강제상장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임의상장제로는 집계가 제대로 될리 없고, 치어 남획을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1차 산업도 하늘만 쳐다보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배우고 연구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 거제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양식 성공사례 2題-경북 경주시 감포읍 나정2리 아미노산이 풍부한 건강식품 참전복 등의 양식사업으로 ‘부자(富者) 어촌’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경북 경주시 감포읍 나정2리 어촌계. 이 마을은 지난 96년부터 황폐화된 마을어장을 새롭게 단장, 고부가 품종인 참전복을 비롯해 성게·미역·해삼 등을 대량 생산해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자연산 참전복 6.6t을 비롯해 미역 등 어패류 50여t을 생산,37명의 계원들이 가구당 27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마을어장의 연간 어업생산에 따른 어촌계원들의 수입은 50만원 정도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어촌계는 지난 10년 동안 스스로 어린 전복 100만 마리를 방류하는가 하면, 불가사리 등 어패류 해적생물 퇴치와 함께 오·폐수 수거작업 등을 꾸준히 벌여 왔다. 이른바 어촌계원들이 타율적 어업관리에서 벗어나 어장과 어자원을 직접 관리하는 ‘자율관리형 어업’을 추진해 왔다는 것이다. 2002년 전국 최우수 어촌계로 선정돼 해양수산부로부터 받은 사업비 10억원 전액도 양식장 개발사업에 투자했다. 아울러 매년 어촌계원들의 수익금 가운데 20%를 적립했다가 다시 어장에 투자하는 등 ‘기르는 어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어촌계는 이와 함께 양식장 개발과 관광기반 조성을 위해 1㏊의 먹이어장을 개발하고, 전복초를 이용한 양식 및 보라성게 채취 체험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최근 들어 나정2리 어촌계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서·남해 어민 등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신규섭(53) 나정2리 어촌계장은 “이런 추세라면 2007년쯤에는 가구당 4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독도, 논리로 싸워야” 호사카 세종대 교수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의 가장 확실하고 오래된 근거로 제시하는 1779년 나가쿠보세키스이(長久保赤水)사 발행 ‘개정 일본여지노정전도(日本與地路程全圖)’가 오히려 독도가 한국땅임을 입증하고 있다는 주장이 한 일본인 교수에 의해 제기됐다.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호사카 유지(保坂祐二·49) 교수는 12일 “문제의 지도에 독도가 표시돼 있으나 당시 에도(江戶) 막부가 조선영토임을 확인한 울릉도와 함께 표시돼 있고, 이들 섬이 있는 부분에는 다른 일본 영토에 그어져 있는 경·위도선이 없다.”면서 “이는 독도도 조선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날 오후 부산외대 아시아지역연구소 초청강연에서 “이 지도에 표시된 부산과 경상남도 부분에도 같은 이유로 경·위도선이 그어져 있지 않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일본은 에도막부가 울릉도만 조선영토로 인정하고, 독도는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에도시대에 제작된 일본지도중 울릉도를 빼고 독도만 일본 영토와 함께 표시한 지도는 하나도 없으며 메이지(明治) 시대(1868∼1912년)에 제작된 지도에는 울릉도와 독도가 통째로 빠져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이 1905년에 독도를 시마네현에 강제 편입시켰으나 일제시대에 제작된 시마네현 지도에도 독도가 빠져 있고 특히 이들 지도 뒷면에 기록된 관할지역에 대한 설명문에도 독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1952년 체결된 대일강화조약이후 독도 영유권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으나 1975년 일본 건설성 국토지리원이 제작한 지도인 ‘국토기본도 작성지역 일람표’에도 독도가 빠져 있는 등 일본 지도가 독도의 한국주권을 증명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독도문제에 대한 해법과 관련, 호사카 교수는 “일본인들은 상대를 이기기 위해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의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는 무인”이라며 “일본이 결코 정의의 편에 서 있지 않다는 것을 논리와 자료를 통해 깨닫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일본 그리고 독일의 민족주의/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

    민족주의는 본래 이성적 차원보다는 감성적 차원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물론 ‘문화 민족주의’라는 용어도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화 민족주의가 언어·역사·인종과 얽힌 민족주의보다 막강한 힘을 발휘한 적은 역사에서 그 예를 찾기가 쉽지 않다. 민족주의는 본래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흔히 ‘열린 민족주의’를 말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언어적 유희일 뿐이다. 민족주의가 ‘열린’ 상태일 때는 더이상 민족주의라고 불릴 수 없다.‘우리 의식’이 사라진 민족주의는 더이상 자생력과 응집력, 그리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강한 힘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민족이건 간에 민족주의는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민족의 힘이 약할 때 민족주의는 항상 ‘호혜 평등’을 주장한다. 하지만 민족이 비로소 힘을 갖게 될 때 민족주의는 ‘팽창적 이데올로기’로 변한다. 독일 나치즘을 탄생시킨 독일의 예를 보더라도 그렇다. 독일 근대적 민족주의의 기원이라고 불리는 헤르더는 호혜 평등적 민족주의를 주장했다. 당시 독일은 힘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 민족의 힘이 강해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호혜 평등이라는 단어는 사라져갔다. 그후 강해진 독일은 인접 국가를 침략하고 집시와 유태인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지금 독일은 과거사에 대해 나름의 반성을 하고 있다. 인문계 중·고교 교과서에, 과거에 저지른 학살에 관해 가감없이 서술한다. 뿐만 아니라 당시 학살을 보고도 외면했던 독일인과 독일 교회의 침묵에 관해서도 솔직히 서술한다. 지금 독일이 추구하는 과거청산의 현 주소이다. 그런데 독일은 과거청산에서 독일 민족주의의 해체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 추했던 과거가 바로 민족주의의 소산이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에 대한 철저한 배격을 추구한다. 대부분의 독일 젊은이들은 국기에 대해 경례를 하지 않고 국가도 부르지 않는다. 국기 그리고 국가에 대한 경의 표시가 모두 국가주의의 소산이자 발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럽 연합 창설에 독일이 중요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한 이유도 바로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배격하려는 노력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요사이 일본 일각에서는 국가인 ‘기미가요’를 크게 부르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한다.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배격하기는커녕 강해진 일본을 과거보다 더욱 그리워하는 모양이다. 교과서 왜곡, 독도 문제도 이런 사회적 배경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그런데 우리 역시 민족주의로 일본 민족주의에 대항하려 하는 것 같다. 물론 ‘눈에는 눈’‘이에는 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런 대응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우리의 불행했던 역사가 일본의 민족주의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인식한다면, 우리가 목표로 해야 할 것은 ‘일본 타도’가 아닌 ‘일본 민족주의 타도’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민족주의로 일본에 대항하기보다는 오히려 일본내 양심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민족주의를 앞세운다면,‘우리’와 ‘그들’을 나눈 상태에서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셈이 되고, 그런 상태에서는 일본 내 양심 세력을 우리편으로 끌어들이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일본내 양심세력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게 하는 것이다. 그들 스스로 역사·영토 왜곡을 인정하게 할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해법은 없다. 민족주의가 없는 국가나 민족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민족주의가 한 민족, 혹은 한 국가의 전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민족에 대한 사랑보다는 인류 보편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킬 때 비로소 전세계 양심세력이 우리편에 있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는 너무나 당연한 명제가 세계적인 보편성을 띠는 그날은, 그리고 종군 위안부 문제와 일본의 침략 역사가 전세계 역사의 명백한 사실이 되는 그날은, 세계의 보편적 양심이 힘을 얻을 때 더욱 빨리 다가올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
  • [직격토론] 日 “한국 독도지배 강화땐 맞대응”

    [직격토론] 日 “한국 독도지배 강화땐 맞대응”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독도영유권 주장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면서 한·일 양국관계가 유례없는 냉각기를 맞고 있다. 서울신문은 8일 건국대 법대 김창록 교수와 도쿄신문 야마모토 유지(山本勇二) 서울지국장의 대담을 통해 교과서·독도 문제 등 쟁점과 양국간 동반자 관계 재정립을 위한 해법을 찾는 자리를 마련했다. ●야마모토 유지 지국장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독도는 일본 땅이다. 양국의 외교로 사태가 현재보다 나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독도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이 10%도 없고 관심도 없다. 한국이 독도에 대한 지배를 강화한다면 일본도 대응을 할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다케시마에 대한 보도가 없었는데 일본 정부의 대응도 변한 것으로 짐작된다. 교과서의 경우 합격본이 신청본보다 많이 수정됐다. 부드러워졌다. 채택률도 높아질 것이다. ●김창록 교수 독도 문제는 일본 정부가 지나치게 갈등을 키우고 있다.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법적으로 분명히 한국의 땅이다. 한국민들은 영토 문제만이 아니라 과거사와 직결된 인식을 하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계속 도발하면 이 문제가 필요 이상으로 심각해진다. 문제의 본질과 한·일 관계를 고려해 잘 관리해야 한다. 교과서의 경우 역사인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계속 검정과 채택률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일본은 역사문제에 대한 몰이해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야마모토 양국 국사교과서를 비교해보면 한국은 한·일합병에서 광복까지 40년을 60페이지에 걸쳐 다뤘다. 일본은 2∼3페이지밖에 없다. 이같은 정보량 차이가 한·일 양국민의 역사 인식의 차이로 나타난다. ●김창록 양의 문제만이 아니다. 교과서 기술에 깔려 있는 역사 인식이 문제다. ●야마모토 도쿄신문에 한국 초등학교 역사교과서 내용을 소개했다. 일본 신문에서 한국 교과서를 다룬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안용복, 다케시마 편입, 위안부 문제, 안중근·유관순 선생 얘기도 했다. 조선총독부는 기간 시설을 정비하고 개발을 하고 토지 조사도 했지만 한국인은 이 점에 대해서 강하게 부인한다고 기사를 썼다. ●김창록 최근 문제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일본 사회가 분기점에 와 있고 그 분기점이 무엇을 의미하며 방향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일본 정부의 태도가 과거와 상당히 달라졌다. ●야마모토 4년 전 교과서 파동 때와 비교해보면 과거에는 일본의 많은 교과서가 위안부 표현을 썼지만 현재는 거의 없다.4년 전보다 역사 반성이 명백하게 줄어들고 일본이 아시아 근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부분이 늘었다.1995년 무라야마 총리는 식민지배와 전쟁에 대해서 사과했다. 고이즈미 정부도 이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지난 20년 동안 일·미동맹, 중국의 강대국화, 북핵문제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우경화라고 볼 수 있지만 일본 사회가 무라야마 총리 시대와는 달라지고 있다. 무라야마 총리의 담화대로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의미가 없다고 하기도 한다. ●김창록 1995년 무라야마 총리는 식민지배를 사과했고 1998년 한·일 신파트너십 공동선언에서도 오부치 총리가 거듭 사과했다. 고이즈미 정권 이후 기본 입장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야마모토 일본 사회는 1998년 이후에 변화가 있었다. 북한의 움직임이다. 핵문제나 납치문제가 일본의 태도를 변하게 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김창록 북한 관련 문제들이 일본사회에 큰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입장을 바꾸었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자위대 파병과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이 변하는 일본 사회를 보여준다. 일본의 정체성 변화가 한국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야마모토 일본 국민이 최근 2∼3년간 관심을 갖는 것은 북한 문제이다. 북한이라는 위험한 나라가 있어서 방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됐다. 대북 압력책과 테러와의 전쟁을 반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결과적으로 변했다고 본다. ●김창록 대응방식이 중요하다. 납치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실제 갖는 의미보다 너무 크게 과장됐다. 아시아 전체 질서에서 다뤄져야 하는데 너무 선정적으로 접근했다. ●야마모토 일본은 납치문제 때문에 북한을 지지할 수 없다. 일·북 수교를 하자는 여론이 줄어들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직접 시작한 외교니까 수교를 위해 노력하지만 외무성은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김창록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지향하는 국가로서 근린국가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북한을 절대악으로 규정하면 어떤 문제도 풀 수 없다. 세계의 지도국이 되겠다고 하기 전에 아시아에서 먼저 비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야마모토 일본 국민들은 일·한 관계에서 일본이 가해자, 한국이 피해자라는 인식이 있다.1998년 이후 월드컵 등 문화교류가 강화되고 파트너십이 생기면서 일·한 관계는 가해자·피해자가 아니라 동반자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일·북 관계는 납치와 미사일 문제 등을 이유로 일본이 피해자라는 생각이 계속됐다. ●김창록 한국민은 북한 정권을 지지하진 않지만 북한을 형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지메를 당하는 데 거부감을 느낀다. 일본은 한국이 같은 자유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편을 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역사적 맥락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잘못된 판단이다. ●야마모토 일본의 70대 이상 정치인들은 외교적으로는 사과를 하는 느낌이 있었지만,50∼60대 정치인들은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김창록 한국도 변했다. 김종필로 상징되는 일본통이 물러났다. 그 사람들이 지나치게 일본의 이해관계를 생각하면서 자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1987년 이후 한국은 크게 변했다. 스스로 민주화를 이루어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일본의 정치인들은 과거 문제보다는 현재의 경제력에 걸맞은 군사력을 갖추는 것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은 저자세 외교로부터 대등한 파트너십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1998년 ‘한·일 신파트너십 선언’으로 과거사 문제를 털었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은 과거의 비정상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진정한 파트너가 되자고 약속했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이런 역사적 맥락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야마모토 일본과 한국 정치인의 교류는 활발하지만 불편해 보인다. 역사문제 때문인 것 같다. 일본 정치인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의 국회의원들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 한국도 일본의 새로운 움직임을 이해하지 못한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분위기가 없다. ●김창록 적극적인 상호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은 양국 인식차를 해소하지 못한 채 묻혀버렸다. 식민지 배상문제를 해결하는 협정이어야 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 미봉책으로 덮어오다 보니 지속적으로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다. ●야마모토 사할린·원폭피해자·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은 1980년대부터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응해 왔다. 특히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아시아 평화기금 창설에도 간여하지 않았는가. 역사 인식을 정리하자는 데 동의하지만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당시로서는 최선의 외교방법을 제의했는데 한국은 일본의 대응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김창록 원폭 피해자 문제의 일부 해결은 피해자들이 소송을 통해 쟁취한 것이지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일본 정부가 어느 정도 노력을 했지만 피해자를 설득하기에는 부족했다. 게다가 고이즈미 정권 들어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태도가 매우 부정적으로 변했다. 노무현 정부는 최근 일본이 보여주는 모습은 진정한 반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보고 있다. 과거사에 대한 큰 인식차가 문제의 근원이다. ●야마모토 당분간 양국관계의 돌파구는 없다. 고이즈미 총리가 상반기에 한국을 오더라도 불편한 분위기가 될 것이다. 동북아가 계속 대립·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너무 어려운 시대가 왔다. 한편에서는 교류가 계속된다. 일본 관광객의 숫자는 변함없다. 이론 대립과 교류가 동시에 나오는 시대이지만 희망을 찾고 싶다.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김창록 낙관적이라고 전망할 수 없다. 갈등의 뿌리가 너무 깊다. 식민지배에 대한 양국의 이해가 충돌하는 한 계속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일본이 역사에 대해 보다 겸허하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리 구혜영 박지윤기자 koohy@seoul.co.kr
  • [열린세상] 독도가 북핵을 만났을 때/김근식 경남대 정치학 교수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다.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북핵문제는 북한의 회담불참 선언과 미국의 회담복귀 요구가 평행선을 그은 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과는 독도 영유권 문제를 계기로 외교전쟁이 진행되면서 급속도로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 한국이 방위비분담금 축소 의사를 밝히자 주한미군은 한국인 근로자의 대량해고 방침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 발언은 한·미동맹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미국으로부터 불편한 의심을 받기도 했다. 이래저래 한반도 주변의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일간 독도를 둘러싼 갈등은 최근 몇주 동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로 자리잡았다. 연일 수많은 시위 군중이 일본대사관 앞에 모여 일본대사 추방과 독도 사수를 외치며 데모하는 모습은 이제 익숙하기까지 하다. 일본총리 화형식과 함께 시위대가 손가락을 자르는 모습에서는 독도가 우리땅임을 확인하는 확고한 결의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독도 관련 시위현장을 보면서 하나 흥미로운 것은 우리 사회의 좌우, 진보와 보수가 모두 동일한 목소리를 내면서 하나가 되어 결의를 다진다는 점이다. 대북정책을 포함하여 한·미관계와 주한미군, 이라크 파병 등 거의 대부분의 외교안보 이슈에서 진보와 보수는 이른바 남남갈등이라는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도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접근법과 해법은 놀라울 정도로 상이했고 양극단을 달리곤 했다. 그런데 독도문제가 터져 나오자 우리나라의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심지어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모두 똑같은 분노와 결의를 표출하는 것이다. 일본대사관 앞에 반핵반김 단체 회원과 한총련 및 통일연대 회원들이 같은 목소리로 일본 규탄을 하는 모습은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독도문제에 관한 한 남남갈등이 무색할 정도로 한목소리를 냈지만 여전히 북핵문제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진보진영은 미국의 대북 무시 정책과 협상의지 결여를 비판하면서 미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 요구에 귀 기울일 것을 요구하는 반면 보수진영은 북한의 핵카드가 협상용이 아니라 핵보유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는 인식하에 북한의 강경노선이 사태를 악화시키므로 북한의 태도변화가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독도 문제에서는 보수 진보의 구분 없이 일본을 비판하는 똑같은 입장을 보이지만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반미와 반북이 강조되면서 서로 다른 인식과 해법을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독도 문제만을 따로 떼어 이야기할 때는 소리 높여 반일을 외치던 보수진영이, 독도와 북핵문제가 섞여서 다뤄지면 일부이긴 하지만 딜레마에 빠져 내심 반일의 정도가 약해지곤 한다. 독도와 북핵 중 어느 것이 더 시급한 것이고 따라서 일본과 북한 중 어느 편이 더 적대적인가를 놓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얼마 전 필자가 토론자로 참석한 북핵관련 세미나에서는 독도문제보다 북핵문제가 보다 사활적인 안보 이슈라면서 독도 문제를 이유로 북핵을 해결하기 위한 한·일공조가 약화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즉 보수진영의 입장에선 독도로 인해 북한을 압박하는 한·일공조가 흔들리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고민이 존재하는 것이다. 독도문제를 따로 고민하면 일본의 책임을 묻고 비판할 수 있지만 독도와 북핵문제가 같이 고민되면 일부 보수진영은 생각이 복잡해지는 것 같다. 북한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가 더 큰 나머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이 밉긴 하지만 그것이 자칫 북핵전선에서 한·일간 공조를 해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특히나 독도문제를 놓고 남북공조의 필요성이 거론되는 상황은 더더욱 보수진영에 용납하기 힘든 것이 된다. 북한 때리기를 위해 한·일공조가 더 필요한 마당에 독도 때문에 남북공조로 일본규탄을 한다면 이는 우리 보수진영에 매우 난처한 지경이 될 것이다. 민족보다 반공이 더 중요했고 반공을 위해서라면 친일파 등용도 용인할 수밖에 없었던 광복 후 역사가 오버랩되면서 씁쓸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김근식 경남대 정치학 교수
  • [인간시대] 서울시 ‘대책반’ 합류한 민간인 유통전문가 김유오씨

    민간인 유통전문가가 할인점의 위세에 가위눌려 기를 펴지 못하는 재래시장의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1일 계약직 공무원으로 서울시 재래시장대책반에 합류한 김유오(37)씨는 “시장은 투입에 비례한 산출 효과를 따지는 효율성을 강조하지만 재래시장은 그에 맞는 역할이라는 사회적인 유용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론과 경험을 바탕으로 재래시장에 꼭맞는 처방책을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씨는 재래시장의 시책을 개발하며 환경사업완료, 성과분석, 서울형 재건축사업의 모델 개발 등의 중책을 맡았다. ●상인의 ‘구식 마인드’ 바뀌어야 침체 탈출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을 하면서 국내 유명 유통회사에 4년여 동안 몸담았다. 석사학위는 유통정책, 박사학위는 국제물류·유통을 전공했다. 대학에서 학위 과정을 거치면서 할인점 프로젝트에 참여해 국내 유명 할인점의 마케팅 플랜과 상권분석 등을 담당했다. 지난 2003년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2년 동안 일본 유통과학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유통에만 10년을 매달린 베테랑이다. “상인들은 다양한 재래시장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지만 방법론에서는 취약합니다. 화재는 외부에서 끄기 마련이듯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할인점이라는 적을 잘 아는 외부 전문가가 필요하죠.” 그가 내놓은 재래시장 해결책은 ‘사람’을 통한 방법이다. 상인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근본적인 치유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치단체가 재래시장 현대화 방안 등 각종 노력을 통해 하드웨어 부분은 어느정도 개선했다. 이제는 휴먼웨어에 힘쓸 때라는 설명이다. “고객과 의사소통하며 창조적이고 물건에 대한 안목을 갖춘 상인으로 재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타성에 젖어 수십년째 재래적인 방식으로 물건을 팔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욕구를 따라갈 수 없었던 거죠. 근을 단위로 고기를 파는 재래시장보다는 가족수에 따라 그램으로 파는 할인점이 소비자의 기호에 맞죠.” ●공동 구매·역할 분담 이끄는 시장조합 늘려야 일본의 재래시장은 상인들이 조합형태를 갖추며 개별 점포마다 자발적인 특성화를 갖춘 지 20여년이 흘렀다. 업체끼리 경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동구매와 역할 분담 등으로 재래시장의 해법을 찾고 있다. “우리의 재래시장에는 이런 역할을 담당하는 조합이 별로 없어요. 이런 것을 형성할 수 있게끔 유도하렵니다. 또 조합으로 뭉쳐 학교 급식 등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며 일회적이 아닌 지속성을 가진 ‘재미’라는 요소를 개발해야 합니다.” 할인점과 재래시장의 물가에 대해서는 공산품은 할인점, 야채 등 식료품은 재래시장이 저렴하다고 했다. 하지만 접근성에서 비교우위를 가진 재래시장은 1인당 구매 총액이 적어 전체적인 수익성은 할인점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이기는 게임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함께 가는 게임을 하렵니다. 국내 유통시장의 80%를 차지하던 재래시장의 규모가 20%로 줄어든 것은 현실이죠. 대신 현 상태를 인정하고 특성을 갖춰 유지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겠습니다.” 글 사진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만주 고대사는 쥬신족의 역사”

    지난해 한국을 들끓게 했던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쥬신사’가 해법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 주장의 주인공은 동양대 김운회 교수. 그는 책으로도 출간돼 관심을 끌었던 ‘삼국지 바로 읽기’에 이어 ‘대쥬신을 찾아서’를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동북공정은 만주에 대한 기억을 둘러싼 싸움이다. 이 싸움에 대한 기존 접근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고구려사지키기와 요동사적 관점, 변경사적 관점이 그것이다. 그러나 3가지 관점 모두 약점을 안고 있다. 고구려사 지키기는 우리 역사를 지킨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 과거를 현재의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재단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요동사 개념은 만주를 중국·한국과는 별개의 지역으로 상정, 차분하게 연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었지만 고구려·발해라는 역사적 실체마저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변경사는 근대의 국가·국경·민족 개념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시각을 제공하긴 했지만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일 뿐 전체적인 얼개는 없다. 김 교수의 ‘쥬신사’는 이런 시각을 모두 뛰어넘어 ‘쥬신족’의 역사를 내세우고 있다. 그가 제시하는 틀은 기존의 상식과 전혀 다르다. 중국이 제시하는 ‘중국VS주변국’이라는 중화주의 사관이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데 반해 김 교수는 이 틀 자체를 ‘몽골-만주-한반도-일본의 쥬신족VS중국의 한족’으로 바꾼다. 즉 만주의 역사는 바로 ‘몽골-만주-한반도-일본’에 걸쳐 있던 쥬신족의 역사라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 현재의 중국 땅에 있었다고 해서 모두 중국사가 될 수 없다는 논리다. 요나라, 금나라, 원나라, 청나라 모두는 중국사가 아니라 쥬신족의 역사다. 지금 현대의 중국은 용케도 청나라를 물려받는 바람에 그 영역이 커진 것일 뿐이다. 이런 김 교수의 접근법은 현재의 국가·국경·민족 개념을 절대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동시에 역사적 실체를 모두 끌어안는다는 점에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김 교수 역시 지나친 민족주의적 편향성은 거부하고 있다. 단순히 한민족의 영광이 아니라 쥬신족의 분화를 차분하게 짚어보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몽골비사’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문헌, 풍속·민담·설화 등에 대한 문화인류학적인 접근, 인종 등에 대한 DNA분석 등을 끌어다 쓴다. 이를 통해 중국이 ‘서융(西戎)’,‘북적(北狄)’,‘동이(東夷)’라 불렀던 흉노·선비·말갈·예맥·숙신·여진·만주족의 뿌리는 결국 쥬신족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들 명칭은 모두 해가 뜨는 나라라는 뜻으로 쥬신은 조선의 옛 발음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부부싸움 칼로 물베기’ 되려면

    ‘부부싸움 칼로 물베기’ 되려면

    가끔 남편이나 아내에게 견딜 수 없을 만큼 화가 날 때가 있다. 크게 호흡하며 숨을 고르고, 찬물을 마시며 식혀보려 하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이렇듯 폭발직전의 상황에서 상대방과 대화를 과연 어떻게 이끌어 가야할까. 마셜 B 로젠버그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가 쓴 ‘비폭력 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바오출판사)’에서 해법을 찾아보자. 비폭력 대화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대화 요령이다. 이 대화법을 익히면 습관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게 되고 자신이 관찰하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정직하고 명확하게 자신을 표현하게 된다. 비폭력 대화법은 네 가지 요소로 이뤄진다. 첫째, 어떤 상황에서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는 것이다. 단 관찰할 때 중요한 것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게 유익하거나 해롭다는 가치 판단을 개입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 아들은 이를 자주 닦지 않는다.’와 ‘남편이 식사시간에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두 문장을 보자. 첫째 문장은 ‘자주’라는 가치 판단이 들어 있다. 하지만 둘째 문장은 있는 그대로를 묘사한 관찰 문장이다. 관찰은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포현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다. 둘째, 관찰한 것에 대한 ‘느낌’이다. 우리는 느낌을 표현하기보다는 가치 평가에만 주목한다. 이 때문에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예를 들어,‘아내에게는 내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는 문장을 보자.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실제 느낌이 아니라 지레 짐작한 것이다. 이때 실제 느낌은 ‘슬프다.’나 ‘실망했다.’가 되었어야 한다.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은 스스로의 취약점을 인정해 갈등 해결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셋째, 자신이 포착한 느낌과 연결된 내면의 ‘욕구’다. 비폭력 대화법은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우리의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은 되지만 우리 욕구의 근본 원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즉 다른 사람에게 불만이 있을 때 가하는 비판, 판단, 평가 등은 우리 자신의 욕구나 가치관의 또다른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폭력 대화법은 ‘당신이 매일 늦게 와서 정말 짜증이 나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당신과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었는데 실망스럽군요.’가 좀더 자기의 욕구를 바르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부탁’이다.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때 우리는 무엇을 관찰하고 느끼고 원하는 지를 표현한 다음 구체적인 부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무언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부탁보다는 무엇인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이 갈등 해결에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부탁은 상대에게 대안이 없는 절제만을 강요한다. 이 때문에 비폭력대화법은 ‘술을 마심으로써 당신의 어떤 욕구가 충족되는 것인지 내게 말해주세요. 그래서 당신의 그런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함께 의논해보면 어떨까요.’라는 식이 더 낫다는 것이다. 로젠버그 교수는 이 네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분노를 온전히 표현하는 방법을 연구해보자고 제안한다. 비폭력 대화법으로 분노를 완전히 표현하는 방법은 분노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지 않는 것이다. 즉 ‘그 사람의 행동이 나를 화나게 만들었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이 때문에 분노가 생겼을 때는 먼저 행동을 멈추고 심호흡을 한 뒤 내가 분노하는 이유를 우리의 욕구와 연결해 따져본다. 그리고 우리의 느낌과 충족되지 못한 욕구 사이의 간격을 상대방과 공감할 수 있도록 대화한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갈등과 분노를 단지 서로에게 강하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갈등의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는 냉정함을 갖추게된다는 것이다. 오늘밤 남편이나 아내가 당신을 열받게 만들 때, 차분히 비폭력 대화법을 떠올려보자.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서울광장] ‘그들’이 빠진 비정규직 논란/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그들’이 빠진 비정규직 논란/우득정 논설위원

    민주노총은 지난 1일 산하 대규모 사업장의 조합원들을 동원해 4시간 시한부 파업을 벌였다. 국회에 계류중인 비정규직 보호법 정부안의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경고성 파업이었다. 파업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한국노총도 비정규직 법안에 반발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2년여에 걸친 노사정위원회에서의 논의 내용과 유럽의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기초로 만들어졌다는 정부 법안에서 무엇이 독소조항이기에 노동계가 저토록 결사항전하는 것일까.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노동위원회법 개정안’-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비정규직노동자 보호법안이다.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제한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들 법안이 비정규직을 보호하기는커녕, 정규직과의 차별을 정당화하고 고착화하는 ‘악법’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노동계의 요구수준과 비교하면 악법임에 틀림없다. 노동계는 남녀고용평등법에 규정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조항을 비정규직에도 인용할 것을 주장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별을 없애고 비정규직 사용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한다면 비정규직 양산을 원천봉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연간 20조원씩을 인건비로 추가 부담한다면 노동계의 주장은 현실화될 수 있다. 현재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65.3% 수준. 국민연금과 산재·고용·건강보험 등 4대 보험의 경우 정규직은 79.4∼86.9% 수준이나 비정규직은 29.7∼43.1% 수준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초일류 기업도 인건비 부담에 한계에 도달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구나 비정규직(정부 기준 539만명)의 93.1%인 502만명이 300인 미만 사업장에 속해 있다. 노조에 가입한 비정규직은 28만명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기업을 압박하면 비정규직 노조원 중 일부만 혜택을 받을 뿐 나머지 비정규직 500만명 이상은 극심한 고용불안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노동계의 요구는 듣기에는 그럴듯할지 몰라도 현실적인 것은 못된다. 노동계가 비정규직 보호의 목소리를 높일수록 ‘운동용 구호’ 정도로 치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지면서 노동계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비정규직 증가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정규직과의 차이는 보다 확대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주5일 근무제 도입과정에서 일부 대기업 강성노조만 ‘근로조건 악화 반대’를 내걸고 잇속을 챙겼듯이 비정규직 문제 역시 사용자에게 다른 양보를 얻어내는 수단으로 활용된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비정규직 보호문제는 비정규직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만 가장 다급한 부분부터 보호막을 마련할 수 있다. 비정규직은 고용조정이 쉽고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역으로 보자면 고용안정과 차별 해소가 관건인 셈이다. 프랑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이 불합리한 차별금지와 남용 방지에 비정규직 보호의 초점을 맞추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검찰에서 흔히 쓰는 표현으로 ‘똘똘 말았다.’라는 말이 있다. 선처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엮었다는 뜻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에 대한 노동계의 입장도 이와 유사하다. 노동계는 그동안 비정규직 보호법을 부정 일변도로 매도한 결과, 어떤 타협안도 도출할 수 없게끔 자승자박했다. 따라서 노동계가 먼저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비단옷 타령만 하며 비정규직을 천둥벌거숭이 상태로 내버려둬선 안 된다. 우선 누더기라도 걸치게 해야 한다. 그러자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논란과 해법의 중심에 서야 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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