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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나라 곳간 헐어 펑펑 쓰는 공직사회

    정부 각 기관과 산하 공기업들의 방만운영, 예산낭비 실태가 연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예년에도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런 사례들이 터져 나오곤 했지만 올해는 유독 심하다는 인상을 준다. 참여정부가 택한 정부 운영 및 공기업 정책의 문제점이 쌓여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 일회성 대증요법으로는 잘못을 근본부터 바로잡기 힘들다. 구조적인 해법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다. 기획예산처가 밝힌 정부기관의 방만한 예산운영 사례를 보면 어안이 벙벙해진다. 단 한번도 운행하지 않은 버스회사에 재정지원금을 꼬박꼬박 지급해온 기관이 있는가 하면, 산불 비상근무를 하지 않은 공무원에게 초과수당을 지급했다가 적발된 지자체가 있었다. 이용자가 없는 육교를 세워 예산을 낭비한 사례도 있었다. 지금 국민 1인당 국가채무가 600만원을 넘어섰다.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데 공직자들이 혈세를 남의 돈처럼 쓰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현 정부 들어 공기업 부채는 100조원 이상 늘었다. 허리띠를 꽁꽁 졸라매도 시원찮을 판에 연봉잔치를 벌이면서 직원 혜택을 늘리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 4년간 공공기관 기관장들의 평균 연봉 증가율이 44.5%에 달했다고 한다. 부채가 늘어나는 속에서도 성과급을 받아 연봉이 3배나 오른 기관장이 있다. 참여정부는 뒤늦게 인터넷에 공기업 방만경영 신고센터를 마련하고,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작은 정부를 외면하고, 혁신이라고 이름만 붙이면 높은 성과급을 주는 분위기를 바꾸지 않으면 공공부문 방만 경영은 개선되지 않는다. 특히 민영화를 배제한 공기업 개혁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공기업이 민영화되면서 성공을 거둔 국내외 사례들이 보여주고 있다. 현 정부가 못한다면 차기 정부에서 획기적인 공공부문 개혁안이 실천되어야 한다.
  • [데스크시각] 한국은 비리 공화국인가/백문일 경제부 차장

    지방에서 건설업을 하는 한 후배가 찾아왔다.“제발 신문에서 정·관계 로비 어쩌고 쓰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우리만 죽어나요.” 업계 특성상 관련 공무원을 만나다 보면 향응을 제공하고 용돈도 준다고 했다. 뇌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영업상 관행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런 보도가 나가면 공무원들은 전화조차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인·허가를 받는 절차가 3∼6개월 늦어지고 그럴수록 접대의 수준만 높아진다는 것. 10년 전만 해도 면허증 밑에 만원짜리 지폐를 넣어 교통경찰에 건넸다. 그러면 속도나 신호 위반을 눈감아줬다. 그렇게 챙긴 뒷돈의 일부는 위로 올라가 ‘상납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지금 거의 사라진 얘기지만 당시에는 교통계가 최고의 ‘꽃 보직’으로 불렸다. 그 고리를 자른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과 고발정신, 일벌백계의 법적용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복마전’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국정감사 직후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으로부터 향응을 받았다고 해서 시끄럽다. 빙산의 일각이다.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A씨의 전언이다.“일부 의원은 국감을 앞두고 피감기관과 증인채택을 무더기로 신청한다. 다른 의원들의 2∼3배에 이른다. 해당 기관들은 그 의원들을 찾아가 돈봉투를 내놓는다. 정치후원금이라고 하지만 잘 봐달라는 청탁이다.” 이번 국감에서도 모 의원이 1000만원을 받았다는 얘기가 나돈다. 칼만 안 들었을 뿐이다. 제약회사들이 병·의원에 의약품을 넣으려고 수천억원대의 로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환자들은 의사와 간호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큰 수술이라도 하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감사비’로 준다. 그래야만 의사나 간호사들이 눈길을 한번 더 준다고 한다. 전부 그렇지는 않겠지만 병원에서 ‘유전무병, 무전유병’이 적용되고 있다. 치료비를 정산할 때 병원 관계자와 연줄이 닿는 사람을 알면 커다란 행운이다. 처음 청구됐던 치료비 중 일부가 마술처럼 빠지기 때문이다. 학교는 어떤가. 촌지 준 학부모의 자녀를 포상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은 교사가 ‘뇌물사슬’의 꼭대기에 있음을 보여준다. 돈 맛을 알아서일까. 고위층이나 부유층일수록 ‘촌지’의 액수가 높다고 한다. 연세대 총장 부인이 편입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은 그렇게 충격적인 것은 아니다. 대학가에서는 1억∼2억원만 내면 모 대학의 예체능계에 입학할 수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돈 많은 사람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곳은 검찰이 아니라 국세청이다. 징역은 살아도 억울한 세금은 못 내겠다는 게 부자들의 심사다. 국세청이 코너에 몰렸다. 전군표 국세청장이 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6000만원을 받았다는 논란 때문이다. 사실이라면 이는 국가기강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다. 세금을 놓고 뒷거래한 검은 돈을 ‘세리(稅吏)’끼리 나눠먹었다는 게 아닌가. 선거 때면 늘 등장했던 ‘비자금’이 다시 화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차명으로 맡겼던 돈이 시중에 돌아다니고 있다는 얘기는 연초부터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의 병세가 악화되자 친지들이 자금을 회수하려 한다는 얘기다.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집에서 나온 60억원대나,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차명계좌 50억원 관리설은 무엇을 뜻하는가. 현대차와 두산 등 재벌가 회장이 회사 돈을 빼돌린 사례는 약방의 감초처럼 끊이지 않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리척결’이 강조되지만 일회성 캠페인으로 끝나고 있다. 해법은 쉽다. 안 주고 안 받으면 된다. 하지만 뭔가 줘야만 일이 풀린다면, 그래서 현실적으로 ‘뇌물의 비용’이 ‘정직의 비용’보다 싸다면 검은돈의 유혹은 모두에게 끊이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규제나 투명하지 못한 기업의 회계제도, 일확천금을 노리는 풍토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비리공화국의 사슬이 언제쯤 풀릴지 궁금할 뿐이다. 백문일 경제부 차장 mip@seoul.co.kr
  • [외환위기 10년 그리고 미래] 풀리지 않는 쟁점들

    [외환위기 10년 그리고 미래] 풀리지 않는 쟁점들

    한국 경제와 사회를 뿌리째 흔든 외환위기는 만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만약’이라는 전제를 달고 숱한 가설과 회고록들이 난무한다. 정확한 원인과 실체적 진실 규명 노력은 간 데 없고 네 탓 공방만 남아 있다. 당시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풀리지 않고 있는 쟁점들을 짚어 본다. 인터뷰에 응한 관계자들 대부분은 익명을 요구했다. ●불안한 조짐, 잘못된 상황인식 경상수지 적자가 1994년 45억달러에서 96년 237억달러로 확대되자 당시 모 연구기관장은 청와대를 찾았다. 환율인상을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를 건의했다. 하지만 역효과만 냈다. 당시 보고서에 관여한 연구원은 “청와대는 환율을 올리기보다 환율을 내려서라도 기업을 정신차리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면박을 줬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환율 890원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물가관리에 치중하고 있었다. 97년 9월 말 재정경제원 모 과장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장관실 문을 두드렸다.“큰일 났습니다. 한국물에 대한 해외에서의 인식이 최악입니다. 이대로 가면 위험합니다.”국제시장 점검차 뉴욕을 다녀온 직후였다. 이때까지도 설마하는 분위기에 편승, 위기를 덮으려는 시도가 적지 않았다.9월 홍콩에서 열린 투자로드쇼에서 “한국경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던 한 연구기관장은 나중에 잘못된 홍보였다고 인정했다. 정부의 요청에 따라 나선 게 대외신인도를 악화시켰다고 전했다. ●불신당한 재정경제원, 금융개혁 논의에서 배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지…어떻게 재경원이 금융개혁을 추진하나.”97년 1월 청와대는 민간인 등으로 금융개혁위원회를 구성, 금융감독 개편과 한국은행법 개정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재경원은 발표 하루전까지 낌새도 못차렸다. 한 관계자는 “이석채 경제수석이 재무부가 장악한 재경원에 노골적으로 불신을 드러낸 결과”라고 전했다. 금개위의 과제 100개 가운데 재경원이 받아들인 부분도 15개 남짓뿐이었다. 그것도 김인호 경제수석으로 교체된 뒤의 일이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가 처음부터 재경원과 협의했다면 금융개혁을 놓고 갈등을 빚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원 역시 중앙은행 독립을 놓고 한은과 정면충돌했다. 강만수 재경원 차관은 회고록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에서 “재경원이 자금경색을 풀려고 국고 여유자금 1조원을 방출하자 한은은 통화안정증권으로 바로 흡수한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정책이 잘될 상황이 결코 아니었다. ●위기 부채질 부도유예협약, 오락가락 환율정책 기아자동차가 97년 10월22일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국내금융기관의 외환차입이 어려워 외환시장은 요동쳤고 S&P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당시 사태해결에 나섰던 관계자는 “7월 기아차에 적용한 부도유예협약은 나중에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이 들고 나와 성공한 ‘워크아웃’ 개념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실패한 것은 ‘국민의 기업’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기아차가 회장직 사퇴와 구조조정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앞서 제일은행과 국민은행을 합병시키려는 묘안도 짜냈지만 해법은 아니었다. 정부의 외환시장 대응책도 오락가락했다. 재경원은 10월28일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했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났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주는 것으로 실무진들은 모두 반대했다. 당시 관계자는 “강경식 부총리의 지시가 너무나 강경해서 믿겨지지가 않았다.”고 했다. 한은 일각에서는 금융개혁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정치권 압박수단으로 외환시장 혼란을 이용하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왔다.3일 만에 당국이 시장에 개입했으나 원·달러 환율은 이미 1000원을 돌파하고 있었다. ●강경식 부총리의 펀더멘털과 경질 배경 “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다.”는 강 부총리의 주장에 동정론보다 비판론이 앞선다. 동정론의 근간은 “경제 수장이 펀더멘털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관계자들은 “당시 상황은 미시적인 숫자게임이었다. 외환보유고와 환율의 전쟁이다. 당장 거시적으로 풀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강 부총리는 거시적 해법에만 집착했다.”고 말했다. 금융개혁법안이 통과되면 대외신인도가 나아질 것이라는 발상도 불난 집에 지붕을 얹자는 논리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강 부총리의 경질은 예상됐지만 시기와 배경은 의문이다. 윤진식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이 11월 김영삼 대통령에게 위기상황을 직보한 게 발단이 됐다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하지만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인호 경제수석은 지금까지로 윤 비서관에게 섭섭함을 드러내고 있다. 경제수석이 왜 상황보고를 안했겠느냐는 것이다. 옛 재경원 고위관계자는 “청와대와 정보기관이 당시 대선을 앞두고 부총리의 전국 순회강연에 아주 불편해했다. 만류해 달라고 직접 전화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강 부총리가 사석에서 “공무원 출신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여러차례 강조, 강 부총리는 ‘녹색당 총재’로 불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임창열 부총리의 거짓말? 강경식 부총리는 11월19일 “IMF로 갈 수밖에 없다.”고 청와대에 보고한 뒤 바로 경질됐다. 문제는 신임 임창열 부총리가 취임 기자회견에서 “IMF의 도움을 받지 않고 갈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한 점이다. 강만수 차관은 “이런 발언 때문에 IMF와 미국으로부터 불신을 얻었다.”고 호되게 비판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서울 강남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 모였던 재경원과 한은 관계자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부총리도 별다른 해명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임 부총리 역시 IMF행을 알았다. 실무진이 모두 보고했다. 다만 취임 첫날 국치로 기록될 IMF행을 자신이 발표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문제는 인수인계나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말한 점이다. 이후 ‘거짓말 논란’으로 번지면서 번복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원격 조종에 무릎꿇은 한국과 IMF 임 부총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 재무부 간부들이 97년 11월 말 IMF와의 협상에 관여했다.”고 말했다. 협상을 맡았던 한 관계자는 “데이비드 립튼 미 재무부 차관이 당사자”라고 말했다. 그는 “IMF 협상단이 서울에서 립튼 차관을 만난 뒤부터 잘 진행되던 협상이 틀어졌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들의 협정준수 각서요구 등이 대표적이다. 협상 실무진들은 IMF에 ‘사기극’이라고까지 항의했으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임 부총리가 취임 이튿날 일본을 방문, 대장성 장관에게 ‘브리지 론’을 요청하고 있을 때에도 립튼 차관이 도쿄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희생양 찾기와 계백장군 외환위기 특감의 희생양이 돼 공직에서 물러난 한 관계자는 “정책을 사후적인 관점에서 보면 똑같은 사람이 영웅도, 죄인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감사원 관계자는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여론에 밀린 희생양 찾기였음을 시인한 셈이다. 당시 책임공방의 핵심에 있던 재경원 관계자는 ‘계백장군설’을 피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황산벌 전투에서 신라에 진 계백장군을 백제 패망의 주범으로 몰아붙일 수 있느냐.”고 말했다. 특감 관계자도 “최고 정책결정권자가 대통령이라고 해서 직무유기를 물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우물안 개구리 깨달은 뉴욕외채협상 외환위기 회고록을 준비 중인 당시 재경원 고위관계자는 98년 1월 뉴욕에서 진행된 외채연장 협상에서 채권단을 이렇게 표현했다.“먹잇감을 앞둔 하이에나였다.”협상 전문가나 국제금융전문가가 없던 당시 우리 협상팀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한 관계자는 “외채연장이 시급한 상황에서 금리를 내려달라는 말 이외에 만기 구조나 상환 기법 등을 따질 계제가 못 됐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우리가 칼자루를 쥐고 있었는데 협상에 실패했다고 비판한다. 한 관계자는 “한국이 IMF행을 결정했는데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미 국방부와 국무부가 ‘한반도를 셧 다운시키려느냐.’고 재무부를 몰아붙이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국이 외채연장협상에 나섰지만 투자은행들의 전리품 챙기기는 방치했다는 주장이다. ●유동성 위기냐 구조적 한계냐 1998년 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뿔(감기)에 걸리는 건 순식간이지만 치료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IMF체제의 후유증이 오래 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외환부족은 경제운영의 결과일 뿐 원인은 구조적 결함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처럼 외부에서 온 게 아니라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것. 반면 외환위기를 수습했던 ‘국민의 정부’ 관계자들은 구조적 문제에 공감하면서도 유동성 관리를 제대로 못한 문민정부 책임을 들춰냈다. 전문가들은 “이벤트성 회고록이나 과거를 들추는 검찰이나 감사원 보고서보다 위기의 본질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체계적인 지침서가 나올 때”라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
  • “지구 6번째 멸종 시작됐다”

    “지구 6번째 멸종 시작됐다”

    지구환경이 지난 20년간 치명적으로 악화돼 당장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인류의 생존이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대기오염으로 年200만명 사망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은 25일 네 번째 ‘지구환경전망보고서’(GEO-4)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1987년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던 브룬트란트 보고서 이래 가장 방대하고 상세한 지구환경보고서로 평가된다. 전문가 390명이 20년에 걸쳐 관찰과 통계를 토대로 작성했다. 보고서는 인류 미래를 위협하는 주요 환경문제로 기후변화와 더불어 대규모 동식물 멸종, 인구 증가 등을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기온은 50만년 역사에서 가장 빨리 변하고 있다. 지난 100년간 평균 기온은 섭씨 0.74도가 올랐으며 2100년까지 1.8도가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물 부족 현상도 심각하다.2025년까지 물 사용량은 개발도상국이 50%, 선진국이 18%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18억명의 인구가 물 부족으로 고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해마다 200만명이 대기 오염으로 목숨을 잃고, 남극 오존층도 최대 규모로 파괴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1인당 작물 생산량이 1981년 이래 12%나 떨어지는 등 토지 황폐화와 사막화가 큰 위협으로 부상했다. 보고서는 “지구 탄생 이래 6번째의 심각한 멸종이 진행 중이며, 이번 멸종은 인간 행위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서류 30·포유류23% 멸종 위기 양서류의 30% 이상, 포유류의 23%, 조류의 12%가 각각 멸종 위협을 받고 있다. 인구 증가 역시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요소다.1987년 50억명에서 67억명으로 34%가 늘었고,21세기 중반까지 90억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자원 고갈 현상의 심화가 우려된다. 보고서는 선진국과 개도국간 환경오염 정도와 해법의 차이에도 주목했다. 선진국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더 많지만 피해는 개도국들이 훨씬 많이 보게 된다는 것. 또 선진국이 에너지산업 등을 개도국에 이전하면서 환경오염 부담도 떠넘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킴 슈타이너 UNEP집행국장은 “자연환경과 천연자원에 대한 조직적인 파괴는 경제적 생존을 위협해 우리 자손들에게 막대한 비용을 물려줘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면서 “지금까지 수많은 경고음이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 경고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지구의 친구’의 마이크 차일드 사무총장은 “이 보고서는 온실가스 감소와 야생환경파괴의 손실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일치된 정치적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앞으로 20년은 친환경적인 세상을 향한 혁명의 시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터키, 쿠르드반군 압박 강화

    터키군은 24일(이하 현지시간) 이라크 국경을 넘어 쿠르드족 반군을 공습한 데 이어 쿠르드족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갔다. 터키 국가안보회의(MGK)는 이날 이라크 북부 국경지대 쿠르드 반군을 지원하는 단체에 대해 경제 제재조치를 취할 것을 터키 정부에 촉구했다고 A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MGK는 성명에서 “내각에 이라크 북부 국경지대의 분리주의 테러 조직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단체를 상대로 경제제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터키 최고 권력기구인 MGK의 이번 요구는 터키의 군사공격을 피하기 위해 쿠르드 자치정부가 반군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성명에서는 제재의 종류, 대상 단체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쿠르드 반군 퇴치를 위해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를 겨냥한 성명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다음달 1일 터키를 방문, 쿠르드 반군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라이스 미 국무부장관이 다음달 2∼3일 압둘라 굴 터키 대통령과 레젠 타입 에르도안 총리를 만나 쿠르드 반군 문제 관련 회담을 가질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라크 국경 지대를 거점으로 삼고 있는 쿠르드 반군에 대한 군사작전은 이라크와 터키간의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터키와 이라크가 협력을 통해 쿠르드 반군의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는 25일 터키와 이란이 쿠르드족 반군 문제의 평화적인 해법을 찾을 것을 촉구했다. 그는 “EU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은 이라크 국경지대가 불안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터키가 이라크 국경을 침입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수단을 찾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내 쿠르드 자치정부 지도자 무수드 바르자니도 “쿠르드족 거주지역을 포함한 이라크땅이 이웃나라의 안전을 위협하는 근거지가 돼서는 안 된다.”며 무력충돌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한편 터키-이라크간 국경지대에서는 이날도 군 병력 움직임이 목격되며 긴장이 고조됐다. 국경 인근 지즈레 지역에서는 수송용 헬리콥터 10여대가 목격됐고, 지즈레 동쪽 30㎞ 지점에서는 터키 기갑부대의 군사훈련이 실시되기도 했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로스쿨 총정원 해법은 법안 손질?

    로스쿨 총정원 해법은 법안 손질?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정원 규모를 둘러싸고 정부와 법학계·시민단체 사이에 끝없는 평행선이 이어지면서 총정원이 달라질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대선을 염두에 두고 ‘차기 정부에선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총정원이 바뀌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교육인적자원부가 마음을 바꿔 법학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라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대로 가면 이달 말 법학교육위원회의 로스쿨 인가 기준이 마련되고 다음달까지 인가 신청을 받게 된다. 올해 안에 서면·현지 조사를 거치면 내년 1월말 예비 인가 대학을 선정한다. ●대학들 신청거부 현실화땐 인가 파행 문제는 대학들이 인가 신청을 거부할 경우다.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43개 대학이 똘똘 뭉쳐 신청서를 내는 곳이 10개 미만이 되면 사실상 로스쿨 선정은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 곳에 150명씩 인가를 내준다고 해도 첫해 입학 정원 1500명을 채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43곳 가운데 지방 거점 국립대를 제외한 36곳이 신청 거부 서명서를 전국법과대학학장협의회에 낸 상태다. 그러나 적지 않은 대학들이 겉으로는 정부에 반대하면서도 속으로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치열한 눈치 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화될 가능성은 적다. 가장 현실성 있는 방법은 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올 7월 국회를 통과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나 시행령을 개정해 아예 법 조항에 총 입학 정원과 확대 방안을 명시하는 방법이다. 이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국회 개정안 심의때 정원조정 가능성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24일 로스쿨 총정원을 4000명으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고, 다음달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총정원만큼은 최초 개교일부터 5년 동안 법률로 정하되,3000명으로 시작해 매년 200명씩 늘려 2014년에는 4000명까지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대통합민주신당 김진표 정책위의장과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도 총정원을 최소 2000명 이상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보고 있어 교육위에서 개정안을 심의하면서 증원 규모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회의 이런 움직임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극단적인 경우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에서 방침을 바꾸거나 로스쿨법을 개정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내년 1월 예비 인가를 받은 대학과는 별도로 달라진 방침이나 개정법에 따라 추가 인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들여 만든 법을 시행도 해보지 않고 뜯어 고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민적 합의를 거친 법률에 따라 2009년 로스쿨 개원을 목표로 시급하게 단계를 밟아가야 할 때인데 이제 와서 뒤집는다면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이번 기회에 로스쿨 정원과 변호사 선발 인원을 이원화한 법률 체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2004년 사법개혁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가장 큰 핵심은 ‘변호사가 얼마나 더 필요한가.’라는 것”이라면서 “정원을 늘린다고 해도 변호사시험법을 담당하는 법무부가 변호사 선발 정원을 줄이면 결국 실패한 일본을 뒤따라가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천 홍성규기자 patrick@seoul.co.kr
  • [대선 가치논쟁 불붙나] 대립하는 논쟁 점검

    [대선 가치논쟁 불붙나] 대립하는 논쟁 점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경제·교육·대북 분야의 정책공약을 놓고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1.금산분리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판이한 경제관은 금산분리 정책에 집약된다. 금산분리정책은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은행)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1980년 전두환 정권이 은행 민영화 정책을 실시하면서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될 것을 우려해 도입했다. 최근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 놓고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이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기업들과 보수 진영은 “금산분리 때문에 신성장동력인 금융 분야를 외국 자본에 다 넘겨 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진보 진영은 “특정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면 자본 흐름이 왜곡돼 경제의 혈맥인 금융이 망가진다.”고 맞받아친다. 이명박 후보는 지난 18일 ‘세계지식포럼’에서 “금산분리정책이 외국자본의 국내은행 지배를 심화해 국내 산업자본을 역차별한다.”면서 “단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동영 후보는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공정경쟁의 질서를 지켜 내는 것이 정통 시장경제”라면서 “특정 재벌을 위한 불순한 의도”라고 반박했다. 2. 3불(不)정책 이명박 후보는 자신의 교육공약이 실현되면 3불정책 중 2불(본고사·고교등급제 금지)은 자연스럽게 폐지될 것이라고 했다. 참여정부의 3불정책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도 유연한 태도다. 반면 정동영 후보는 3불정책 유지를 주장한다. 공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원칙에는 두 후보가 뜻을 같이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이 다르다. 이 후보는 3불정책을 “대표적인 과잉규제”라고 규정한다. 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경쟁 시스템을 확대하는 자유주의적 교육관을 견지하고 있다.3단계 대학입시 자율화, 자율형사립고 100개 설립 등의 공약을 보면 그렇다. 반면 정 후보는 차별없는 교육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3불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공약에서 보듯이 평등주의적 교육관이 강하다. 다만 대학교육은 수월성을 인정해 분야별 세계 5위권 대학을 20개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3. 대북정책 대북문제 해법 순서를 놓고도 두 후보는 입장을 달리한다. 이명박 후보는 핵문제 해결에, 정동영 후보는 경협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우선 순위를 둔다. 이 후보는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획기적인 대북지원을 하겠다는 ‘비핵·개방 3000’구상을 내놓았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인프라 구축, 경제·복지분야 지원을 통해 10년 뒤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높여 주겠다는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 후보의 좌표가 조금씩 왼쪽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원의 전제조건이 ‘완전 핵폐기’에서 ‘핵폐기 단계’로, 다시 ‘핵폐기 협상과정에 들어가면’으로 완화됐다. 반면 정 후보는 ‘평화 경제론’을 주장한다. 평화로 경제 협력의 기반을 닦고, 경제 협력으로 평화를 정착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북핵 문제는 9·19 공동성명 합의대로 한반도 평화체제, 북·미 수교 등과 병행해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후보 측은 ‘경제 이슈’를 선점한 이 후보에 대항하기 위해 ‘평화 이슈’로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시론] 비정규직과 최소량의 법칙/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

    [시론] 비정규직과 최소량의 법칙/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

    100일 남짓 된 비정규직보호법을 두고 세간에 말들이 많다. 노동계는 기업의 대량 계약해지와 아웃소싱이 늘어 고용불안만 심각해지니, 사용 사유를 엄격히 정하는 방식으로 법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영계는 비정규직의 사용기간을 늘리고 파견근로자도 더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해야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 한다. 둘 간의 인식 차이야 어쩔 수 없지만, 이들의 해법은 결국 법을 손질하는 쪽으로 모아진다. 법을 고치면 문제가 해결될까? 독일의 생물학자 리비히가 주창한 ‘최소량의 법칙(Law of Minimum)’은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을 찾는 데 유용한 상상력을 제공한다. 가령 키 높이가 서로 다른 여러 개의 나뭇조각으로 만들어진 물통이 있다면, 그 물통이 담을 수 있는 물의 최대량은 가장 키가 작은 나뭇조각의 높이만큼이다. 아무리 물을 담아도 키가 맞지 않아 가장 작은 조각 위로 물이 새어 나오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문제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보호법의 본래 취지는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남용을 막고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함으로써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비정규직 보호를 조화롭게 꾀하는 데 있다. 이는 단순히 법이라는 하나의 장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노동시장의 문제인 만큼, 노동시장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가 균형있고 조화롭게 작동해야 가능하다. 첫째, 비정규직보호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법에의 과잉의존’은 탈피해야 한다. 비정규직문제는 노동시장의 문제인 만큼 법으로 규율하는 데는 한계가 많다. 노동계의 주장처럼 질병이나 출산으로 공석이 된 곳에만 한정해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비정규직의 확산은 막을지 몰라도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경영계의 주장처럼 사용기간을 더 늘린다 해서 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될 거라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비정규직에 의존해 비용절감을 꾀할 유인만 커질 가능성도 있다. 둘째, 적극적 고용정책의 뒷받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정규직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정규-비정규’라는 이중노동시장 고착 현상이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13.8%에 불과하다. 유럽연합 국가들의 전환율이 32%임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직업훈련이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실제로 직업훈련에 참여하는 비정규직의 비율은 7.1%에 불과하다. 셋째, 중소기업을 ‘번듯한’ 일자리로 전환시켜야 한다. 비정규직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현실을 볼 때, 중소기업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만드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중소기업의 장점인 창의적 기술개발을 지원해 잠재력있는 기업으로 육성하는 일 등을 고려해 볼 만하다. 넷째, 차별의 근원을 없애야 한다. 차별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는 일은 간단치 않지만, 시간을 두고 사례를 축적하면 못할 일도 아니다. 시행 초기 하나의 판단이 이후 사례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성과주의 임금제도는 차별의 근원을 해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법 시행 후 많은 실험이 행해지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 고용정책의 뒷받침,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함께 어우러지지 않으면 최소량의 법칙에 따른 낭패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
  • [20&30] 직장 회식문화 좋거나 싫거나

    [20&30] 직장 회식문화 좋거나 싫거나

    직장에서의 세대차이는 회식문화에서 눈에 띄게 나타난다. 세상은 크게 바뀌었지만 ‘삼겹살에 소주 한잔, 그리고 2차…´로 대변되는 직장 회식문화는 예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회식은 왜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내야 하는 것인가라는 새내기 직장인들의 푸념과 ‘회식=술’이라는 등식에 익숙해진 고참 직장인들의 보이지 않는 갈등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도 한국의 회식 자리에서 엄청나게 술을 마시는 것에 놀란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주의적인 삶에 익숙한 외국인들이 한국의 회식 문화를 부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20&30이 말하는 솔직한 회식문화를 들어봤다. ●회식은 왜 항상 술? 회사원 김모(26·여)씨는 직장의 회식 문화가 여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원래 술도 못할 뿐더러 ‘1차 술집,2차 술집,3차 술집’으로 이어지는 ‘회식라인’이 너무 지루하다고 말한다.“계속 술만 먹고, 가끔 노래방 가는 게 전부라 가끔은 답답합니다. 사람들끼리 모이면 정말 할 게 많은데 매번 술만 먹으니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쌓일 때가 많아요.” 김씨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자고 선배에게 제안했다가 되레 쓴소리를 듣었다.“선배한테 1차로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고 2차로 칵테일 바를 가자고 했더니 ‘뭐 이런 애가 다 있냐.’며 황당한 웃음을 짓더라고요. 같이 얘기할 기회도 많고 더 좋을 텐데 아쉬움이 컸습니다.” 회사원 송모(26)씨도 술 일색인 회식문화가 못마땅하다. 원래 간이 좋지 않은 송씨에게 술은 독이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다 먹는 분위기 속에서 혼자 안 먹으면 눈치가 보여 어쩔 수 없이 마실 때가 많다. “직장 상사가 잔을 주시는데 어떻게 안 받아요. 눈 딱 감고 무조건 먹습니다. 별 수 없이 종종 병원에 가서 간 검사를 합니다. 그 방법이 최선이죠.” 회사원 성모(26)씨는 회식 가운데 ‘대낮 회식’이 가장 힘들다. 영업 쪽에 근무하고 있다 보니 별 수 없이 술 접대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특히 ‘대낮 회식’을 할 때가 많아 일에 지장을 미칠 정도다.“항상 경쟁하듯 술을 마셔요. 접대하는 사람이나 접대 받는 사람이나 누가 더 술이 센지 경쟁하죠. 특히 대낮에 이런 ‘경쟁 아닌 경쟁’을 하고 나면 몸을 추스르기 힘들죠. 말이 회식이지 이건 고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술먹는 게 차라리 좋다? 은행원 황모(30)씨는 회식 때마다 ‘차라리 술만 먹고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팀장부터 동료들까지 하나같이 노래방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사람들입니다. 회식이라면 아예 1차부터 노래방에 가서 술 마시면서 노래를 부르지요.” 문제는 황씨가 음치라는 것이다.“팀원들이 노래 한 번 부르라고 권하는 걸 요령껏 피하다가 체면상 한 번 부릅니다. 팀원들이 가수 뺨치게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라 제가 노래를 못하는 게 부담스러워요.” 장모(31·여)씨는 술보다도 담배 연기 때문에 회사 회식이 곤욕이다.“제가 술은 좀 마시는 편이거든요. 웬만한 남자들보다 잘 마십니다. 문제는 제가 폐가 안 좋다는 거예요. 술자리에서 남자 동료들이 한꺼번에 뿜어대는 담배연기 때문에 질식할 거 같아요.” 한번은 참다가 지쳐서 정색을 하며 문제 제기를 했다. 동료들은 미안했는지 앞으로는 교대로 한명씩만 담배를 피우기로 규칙을 정했다.“회식 시작할 때는 그 규칙을 지키죠. 하지만 취기가 오르기 시작하면 과장이 제일 먼저 규칙을 어겨요. 그러고 나면 다시 ‘너구리 잡기’예요. 지금은 어떻게든 넓고 환기가 잘 되는 곳을 회식 장소로 하도록 하는 걸로 작전을 바꿨답니다.” ●회식 자리가 그리워요 지난해 광고회사에 입사한 정모(26)씨는 다른 20&30과는 달리 함께 술을 마시며 ‘달리는’ 공동체 문화가 오히려 그립다고 말한다. 워낙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회사 분위기 탓에 제대로 된 회식자리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은 회사에서 술먹느라 ‘정신 없다.’,‘힘들다.’ 말이 많은데, 저는 오히려 술에 취해 재미나게 얘기하는 그런 분위기가 그리워요. 대학 시절부터 밤새 술먹고, 술에 취해 못다한 얘기도 하는 게 정말 좋았거든요.” 이 때문에 정씨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주도적으로 항상 ‘폭탄주’를 제조해 친구들 사이에서 원성이 자자하다고 말한다. 한창 술에 힘들어하는 입사 1∼2년차 친구들은 ‘폭탄주’ 얘기만 들어도 과민 반응을 보이기 때문. “입사해서도 마땅히 술 먹을 곳이 없어 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술을 많이 먹는 편인데, 친구들은 이게 못마땅한가 봐요.‘회사에서 원없이 먹는 술, 여기서도 그렇게 먹어야 하냐.’면서 볼멘소리도 해요.” 회사원 김모(26)씨도 회식자리가 즐겁기는 마찬가지다. 연배 차이가 많이 나는 직장 상사들에게 그나마 농담이라도 건넬 수 있는 게 회식자리이기 때문이란다. “제정신으로는 직장상사 앞에서 어떻게 농담을 할 수 있겠어요. 경직된 회사문화에서 그나마 ‘탈출구’가 될 수 있는 게 술자리 아닌가요. 같이 폭탄주 원없이 마시고, 노래방 가서 춤추고, 이러면 ‘딱딱한 우리 조직도 아직은 살 만하다.’란 생각을 하게 되죠.” ●이런 회식자리가 부럽다 연구소에서 일하는 강모(29·여)씨는 회식이 즐겁다.1주일에 한 번 있는 회식날은 팀원들이 모두 모여 보드게임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저녁을 맛있는 걸로 먹고 나서는 보드게임방에 가요. 다같이 머리를 맞대고 보드게임을 하다 보면 서너시간은 금방이거든요. 그러고 나서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헤어지는 거죠. 벌써부터 다음 회식이 기다려져요.”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여모(35) 팀장은 술만 먹고 다음날 속만 쓰린 회식을 바꾸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다 나름대로 해법을 찾았다. 팀원 중에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술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가 즐겁게 회식도 하고 단결력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던 여 팀장이 찾아낸 방법은 바로 볼링이었다. “일단 다같이 편을 나눠서 볼링을 하는 겁니다. 가끔 술내기 볼링도 하고요. 자연스럽게 웃음꽃이 만발하고 박수 소리가 넘쳐납니다. 두세 시간 동안 즐겁게 놀다가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 집에 보냅니다. 하지만 자리가 즐거우니까 술은 안 마시더라도 대개 자리를 지키지요. 미리 예약해 놓은 곳에 가서 소주 한 잔을 곁들여 늦은 저녁을 먹죠. 운동을 하느라 땀을 흘린 뒤라 그런지 소주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어요. 팀원들도 만족스러워하고 특히 제가 가장 즐겁습니다.” 외국인들 눈에 비친 한국의 ‘회식문화’는 어떨까. 외국인들은 한국인이 회식 자리에서 너무 많은 술을 마신다는 것에는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사람들마다 엇갈렸다. ●몸이 버티나요?” 대학생 비지저(26·중국)는 한국의 술문화가 못마땅하다. 비는 “중국이나 한국이나 술을 못 먹으면 직장생활 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면서도 “그런데 한국에서는 술을 안 먹으면 감시하는 눈으로 쳐다봐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는 윗사람 앞에서도 먹기 싫으면 안 먹겠다고 얘기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찍힐까봐 두려워 꾹 참고 먹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회사원 율리아(23·여·카자흐스탄)는 “카자흐스탄에서는 보드카 한 잔만 진하게 먹고 분위기를 즐기는데, 한국에서는 회식 장소에서 폭탄주 돌리느라 정신이 없다.”면서 “정작 회식자리에 술은 있지만 대화가 없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회사원 우노다 시오리(27·여·일본)는 “일본도 한국과 비슷하게 일 때문에 술을 마실 수밖에 없을 때가 종종 있다.”면서도 “그러나 말없이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우노다는 “직장 사람들과 동료애를 돈독히 한다는 것보다는 몸만 혹사시키는 것 같아 깜짝 놀랐다.”고 되뇌었다. 회사원 카이오(26·브라질)는 “한국의 회식문화는 좀 딱딱한 것 같다.”면서 “브라질은 술을 마실 때 음악과 함께하며 춤을 추며 거의 축제나 다름없다.”면서 “한국은 일의 연장선 같아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마리아(30·러시아)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술에 취해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가 돼 집에 들어오는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다. “한국 기업들은 사람 중요한 줄 모르는 것 같아요. 건강을 지키면서 열심히 일하도록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루가 멀다 하고 죽기 직전까지 술을 마셔대는 사람들이 어떻게 일을 잘 할 수 있겠어요.” ●같이 둥글게 모여 술자리 ‘인상적´ 회사원 개리 모리스(24·독일)는 한국의 회식문화가 부럽다. 따로따로 떨어져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아니라 같이 둥글게 모여 회식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모리스는 “독일 등 유럽인들은 병맥주 하나 들고 돌아다니면서 술을 마신다.”면서 “한국인들은 둥글게 모여 앉아 술을 마시면서 ‘우리는 하나다.’라는 일체감을 느낄 수 있어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대학교 강사 스테판 헤크만(30·미국)은 “한국인들은 노상에서도 술을 마시며 함께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좋다.”면서 “따로 떨어져서 이야기하지 않고 다 함께 같은 화제로 말하는 한국인의 술문화가 너무 좋아 보인다.”고 부러워했다. 외국기업 한국 지사에서 일하는 제임스(34·영국)는 한국 사람보다도 더 한국의 회식문화를 즐긴다. 잔돌리기는 기본이고 폭탄주도 자기가 먼저 권할 정도다. 한국 사람도 못 말리는 그의 술버릇은 영국 런던에서 공부할 당시 한국 유학생과 알게 되면서 시작됐다. “친하게 지내면서 같이 술도 자주 마셨어요.1차,2차,3차 자리를 옮겨 다니면서 종류별로 마시는 것도 그때 배웠고요. 폭탄주를 맛있게 제조하는 방법도 전수받아 지금은 소주나 맥주만 보면 섞고 싶어질 정도랍니다. 술을 마시면서 인생의 고민을 함께 나눈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친구 아니겠어요.”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바얀(27·몽골)은 한국 친구들이 술을 너무 못 마셔서 불만이다.“몽골에 있을 때는 친구들과 칭기즈칸 보드카를 마셨어요. 한국 술문화가 몽골과 비슷해 좋긴 하지만 소주는 너무 순하잖아요. 그래서 하루는 칭기즈칸 보드카를 가져왔는데 몇 잔 마시니까 친구들이 모두 취해버리더라고요.”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진보논쟁’ 2라운드 시작될까

    올초 최장집 고려대 교수와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중심이 돼 한국 지식사회를 달군 이른바 ‘진보논쟁’이 한 단계 발전된 논의로 진화할 수 있을까? 그 시금석이 될 만한 논쟁 장(場)이 다시 마련됐다. 월간지 ‘인물과 사상’이 판을 깔았고, 최 교수를 향한 장문의 글로 논쟁을 촉발시킨 조 교수가 이번에도 운을 뗐다. 조 교수는 최근 발간된 ‘인물과 사상’ 11월호에 ‘한국 민주주의의 병목 지점과 그 돌파구는 무엇인가’란 글을 기고했다. 역시 원고지 156장의 장문으로,‘강준만 교수의 비판에 대한 반론을 겸하여’란 부제를 달았다. 부제가 말하듯 조 교수의 글은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지난 5월 같은 잡지에 쓴 ‘조희연:민중의 분노·위협이 대안인가?’에 대한 답글이다. 두 학자가 연이어 발표한 글은 올초 진행된 진보논쟁의 화두를 잇는다. 강 교수의 비판에 조 교수는 6개월 만에 화답했고, 이제 2차 논쟁의 기본 틀은 마련됐다. ●“동원정치가 지금 가능한가?” 최장집·조희연 교수간의 1차 논쟁은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병목현상에 직면한 노무현 정부 지리멸렬상에 대한 원인분석과 해결방식을 놓고 벌어졌다. 조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 위기를 바라보는 최 교수의 현상적 진단에는 동의하면서도, 그 원인(최:정당정치의 실패, 조:민중 분노의 조직 실패)과 극복방안(최:정당정치의 복원, 조:대중 및 사회운동의 급진화)에서는 견해를 달리했다. 최장집·조희연 논쟁에 비해 강준만·조희연 논쟁은 논점의 폭을 많이 좁혔다. 두 사람의 논쟁은 ‘한국 민주주의 정체를 극복하려면 대중의 염원을 강력한 계급적·정치적 요구로 표출시켜 기득권층을 압박해야 한다.’는 조 교수 해법의 타당성을 놓고 벌어졌다. 한국 민주주의의 현 상황에 대한 견해차를 확인하는 데서 그쳤던 1차 논쟁에서 한 단계 진전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5월 발표한 글에서 강 교수는 조 교수의 전략을 ‘동원정치’라고 불렀다. 강 교수는 단적으로 물었다.“지금 분노·위협의 동원정치가 가능한가?” ‘민중의 분노’로 대별되는 대중의 급진화 전략이 현 시기에 타당하냐는 것이다. 강 교수는 “1987년 이후 해온 게 그거 아니었나? 아직도 모자라서 또다시 그걸 해야 하는가?”라며 동원정치가 시대착오적임을 역설했다. 강 교수는 다시 묻는다.“도박은 노무현만으로 족하지 않나?” 강 교수에게 동원정치는 노무현 정부의 방식이기도 하다. 그는 “사실 분노·위협의 동원정치는 노 정권 내부에서 과잉이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노무현 스스로 그 선두에 서서 ‘시민혁명’을 선동하기도 했다.”면서 “노 정권을 ‘자폐정권’으로 만든 것 이외에 무슨 성과가 있었냐.”고 지적한다. 강 교수는 조 교수의 또 다른 해법인 ‘헤게모니 전략’과 ‘동원정치 전략’의 방법론적 충돌도 날카롭게 꼬집는다. 전자가 대중의 분노에 기반한 급진적 전략이라면 후자는 구체적인 정책을 토대로 한 차분한 접근이란 것이다. 양립할 수 없다는 게 강 교수 판단이다. 그는 “나는 조희연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아비투스(습속)에 의해 자꾸 큰 그림(거대담론)만 그리려 드는 게 안타깝다.”면서 “구체적 실천을 하나 멋지게 성공해 놓고 그 성과의 토양에서 출발하는 거대담론을 생산하면 안 되는 걸까?”하고 물었다. ●“계급·사회적 각성이 민주주의 심화” 조 교수의 반론은 상당히 겸허하다. 우선 대중의 급진화 전략과 헤게모니 전략의 상호충돌 가능성을 인정한다. 조 교수는 “양자는 강준만의 지적처럼 모순적이고, 나 역시 이 긴장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한다. 반면 이런 상호모순은 강 교수에게도 존재한다고 덧붙인다. 안티조선운동의 전사(戰士) 강준만과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쿨 에너지’나 ‘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쓴 강준만 사이엔 긴장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강준만과 한국사회의 다양한 경계지점에서 지적 영향력과 분석력을 발휘하는 강준만 사이에도 급진화 전략과 헤게모니 전략의 충돌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자신의 진보적 민중주의와 노무현 대통령의 “엉터리 포퓰리즘”을 동격에 놓는 지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한·미 FTA에서 보는 것처럼 친시장적인 개방 정책을 아무런 사회경제적 고려 없이 ‘전투적으로’ 밀어붙였던” 참여정부의 방식과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경제적 의제들을 ‘전투적으로’ 밀어붙이길” 바라는 자신의 논리는 전혀 다르고 결과도 정반대라는 주장이다. 조 교수는 “우리 사회의 노동자·여성·비정규직·빈민 등 민중의 새로운 계급적·사회적 각성과 급진화가 한국 민주주의의 한 단계 높은 실현을 가능케 하는 역관계를 창출할 수 있다.”면서 이런 각성 때문에 “종합부동산세를 좌파적으로 보는 인식 구도 하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환매조건부주택’이나 ‘토지임대부주택’ 같은 정책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고 강조한다. 조 교수는 나아가 “우리는 ‘놈현스럽다’는 말이 나오게 된 작금의 현실을 단지 노무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며 우리 스스로의 태도와 전략을 성찰해내는 ‘내재적 성찰’의 자세를 갖지 못하고 있다.”며 ‘친독재 보수지식인-반독재 진보지식인’이라는 이분법적 잣대에 갇혀 진보와 보수의 경계를 넘는 횡단적 성찰에 소홀했던 진보진영에 치열한 자기성찰을 주문했다. 자유주의자 강준만과 진보주의자 조희연은 각자의 영역에서 학문적 결실을 맺어온 한국 사회의 몇 안 되는 신뢰받는 학자들이다. 이들의 논쟁이 두 사람간의 공방에 머물지 않고 민주주의 심화·발전을 위한 깊이 있는 논쟁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조정과 통합의 리더십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조정과 통합의 리더십

    노무현 대통령이 차기 지도자의 덕목으로 여기는 ‘정치를 아는 사람’은 조정과 통합의 리더십에 방점이 찍혀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세력간 이해관계를 조정해 첨예한 현안을 해결하고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정치력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풀이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범여권 인사들에게 의미 있는 ‘응답’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정치적 조정과 통합력의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범여권 후보로는 드물게 인지도와 호감도가 정비례하는 후보라고는 하지만, 정치권이 쉽사리 ‘지도자감’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도 비슷한 한계를 갖고 있다. 이들은 ‘주류를 품지 못하는’ 공동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 후보는 영남과 보수 엘리트의 상징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게 흔쾌한 지원을 약속받지 못하고 있다. 정 후보도 참여정부나 노 대통령에게 다소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 두 후보로서는 주류의 정치 자산과 스스로의 지지 기반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것이 절실한 문제인 셈이다. 이번주는 정 후보와 문 후보에게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정 후보는 지난주 후보로 확정된 이후 발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네거티브 경선의 후유증으로 통합 주도권 확보의 1차 기준인 ‘지지율 20%대 안착’에는 이르지 못했다. 당내 친노(親盧)세력까지 포함한 화합형 선대위의 출범이 변수가 될 듯하다. 이해찬 전 총리와 당내 친노세력이 요구한 정당개혁과 정당 민주주의의 해법을 정 후보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실천할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청와대로선 소극적 지지 상태이며, 정 후보가 참여정부의 가치와 원칙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이 전 총리의 선대위원장 수락은 당내 인사끼리의 문제이며, 노 대통령과는 별개”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문한 ‘대연합’의 함의가 후보단일화나 세력간 통합을 뛰어넘어 범여권의 권력 분점을 통한 ‘반(反)한나라당 연합’이라는 분석도 눈여겨 볼 만하다. 정치컨설팅업체인 폴컴의 이경헌 이사는 “정 후보가 참여정부를 계승하면서도 이를 극복하는 비전과 제3기 민주정부의 틀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정 후보의 등장보다 범여권의 향후 스케줄과 구도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문 후보로서는 이번주 제3후보의 파괴력을 견인할 수 있는 지지율에 근접하는 것이 고민이며, 과제가 될 것이다. 다음달 4일 중앙당 창당대회의 명분과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문 후보가 적어도 지지율 10∼15%라는 ‘현찰’을 챙겨야 한다. 지지세를 확산하고, 호소력 있는 메시지를 쟁점화할 수 있는 정치력과 전략이 문 후보의 난제로 보인다. 이 후보는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똑같은 50%대 지지율이라도, 물밑에서는 정 후보의 등장에 따른 호남의 이탈과 영남의 흡수라는 구도 변화가 일고 있다. 여전히 유권자의 30∼40%는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다. 박 전 대표나 이 전 총재를 안지도 못한 채 ‘BBK 변수’가 떠오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나라당쪽에서도 김경준씨의 귀국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김우석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은 “수세로 갈 일이 아니다.BBK에 매달릴 필요 없이 우리 길을 가면 된다.”고 반박했다. ckpark@seoul.co.kr
  • 실수요자 외면 ‘반값아파트’ 존폐 기로

    실수요자 외면 ‘반값아파트’ 존폐 기로

    시범사업에서 매우 저조한 청약률을 기록한 소위 ‘반값아파트’ 정책이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정부는 연말까지 토지임대부 및 환매조건부 분양주택 공급 사업을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어떻게 결론나더라도 현행대로 유지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건설교통부는 토지임대부 및 환매조건부 분양 시범사업의 결과를 분석해 오는 12월 말까지 계속추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건교부는 평가단을 구성, 여론·설문조사와 토론회 등을 거칠 계획이다. 대한주택공사가 군포 부곡지구에서 실시한 토지임대부 및 환매조건부 아파트 분양이 15%(804가구 중 119가구)라는 참담한 청약결과를 나타내면서 사업 지속 여부에 대해 극심한 논란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치권까지 책임공방을 벌이면서 정쟁의 양상으로까지 비화했다. 이번 분양실패의 1차적인 원인은 거창한 이름과 달리 분양가가 ‘반값’이 아니었다는 데 있다.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경우 분양가는 일반 아파트의 55%에 불과하지만 토지 임대료가 월 40만원이나 돼 실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일반 아파트보다 10년이나 더 긴 20년간이나 전매제한을 받는 데도 분양가는 10% 정도 낮은 데 불과했다. 청약 대기자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는 군포의 소규모 택지지구를 시범사업지역으로 선정한 것도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시범사업의 연내 실시라는 촉박한 기일에 쫓겨 당장 공급 가능한 땅을 찾다보니 무리한 부지선정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공유지가 많아 토지 임대료 없이 낮은 분양가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유럽 등 외국의 성공사례를 지나치게 따라했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해법은 간단하다. 무늬만 ‘반값’이 아닌 진짜 절반가격의 아파트를 만들거나 도저히 그게 안될 것 같으면 아예 방침을 백지화하고 임대주택 확대 등 다른 대안을 찾으라는 것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반값 아파트가 성공하려면 값을 내리는 방법밖에 없지만 이 경우 나머지 재원을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되는 딜레마에 빠진다.”면서 “차라리 반값아파트를 과감히 포기하고 기존 임대아파트를 제대로 만드는 편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PB 팀장은 “토지임대부 주택의 경우 공짜로 쓸 수 있는 국공유지를 구해 토지 임대료를 면제해 준다면 반값아파트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수도권에 그런 땅이 거의 없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그러나 “20년 뒤 주공에 고스란히 되팔아야 하는 환매조건부 주택은 비싼 전세를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도 보완이 어려워 폐기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한편 건교부는 이번에 분양되지 않은 부곡지구 685가구(토지임대부 349가구, 환매조건부 336가구)를 수도권 무주택 가구주에 선착순으로 분양하기로 했다. 주공은 다음주 중 입주자 모집공고를 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분양물량이 모두 소화될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주 진접지구 등 최근들어 수도권에서도 청약률이 저조한데 불리한 조건이 여전한 부곡지구의 물량에 얼마나 많은 실수요자들이 관심을 보일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김태균 주현진기자 windsea@seou.co.kr
  • 한나라 ‘鄭 검증’ 맞불작전

    한나라당이 17대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에 대한 검증 등 ‘전투모드’로 돌입했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이번 국감을 ‘이명박 검증국감’으로 예고한 가운데 상대후보에 대한 맞불작전을 펴겠다는 것이다.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과정이 남아 있어 정 후보가 범여권의 ‘대표선수’는 아니지만 미리 싹을 잘라놓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한나라당은 권력형 비리조사 특별위원회 산하의 ‘정동영팀’을 중심으로 정 후보 개인 비리 등 ‘공격카드’를 수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선후보측의 한 핵심 의원은 16일 “정 후보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 우리도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며 “국감 증인 신청도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이 문제삼고 있는 점은 정 후보 처남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아버지의 친일 의혹 등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행자위와 정무위에서 정 후보를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가 막판 증인 채택과정에서 빠졌지만 정 후보 처남의 주가조작 의혹을 끝까지 파헤치겠다는 태세다. 특히 정무위 소속 차명진 의원은 정 후보 처남이 연루된 코스닥 상장업체의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 금감원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정밀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행자위는 신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정 후보측의 명의 도용, 불법 동원 선거 논란에 대해서도 칼날을 겨누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정 후보가 참여정부 실정의 책임자임을 부각하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 후보는 ‘잃어버린 10년’을 만든 정권에서 가장 혜택을 많이 받은 정치인이면서도 경선 과정에서 반노, 비노를 표방해 노무현 정권에서 핍박을 받는 정치인처럼 비친 기회주의적 정치인”이라며 “국정의식이나 해법을 보면 정 후보는 가장 노무현다운 후보”라고 지적했다.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신당 대선후보 정동영] 정동영·이명박 후보 비교

    [신당 대선후보 정동영] 정동영·이명박 후보 비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맞서 싸울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항마’로 정동영 후보가 결정됐다. 범여권 후보단일화가 남아 있지만 정 후보와 이 후보간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됐다는 지적이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둘의 운명은 대학 졸업 후 갈라진다. 정 후보는 졸업 직후 방송국에 입사, 언론인의 길을 걷는다. 이에 반해 이 후보는 현대건설에 입사, 경영자의 길을 택한다. 자기 자리에서 승승장구하던 두 사람은 뉴스데스크 앵커와 현대건설 사장을 마지막으로 각각 15대·14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하게 된다. 정 후보는 정치 입문 후 거침없는 출세가도를 걷게 된다. 열린우리당 당의장, 통일부 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등을 거치면서 참여정부의 ‘황태자’로 부상한다. 이 후보 또한 2002년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닦게 된다. 정 후보가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개성 공단’을 강조하는 데서 드러나듯 그의 외교·안보 정책의 초점은 ‘북한 끌어안기’다. 핵심공약 중 하나인 ‘대륙평화경제론’은 남북 화해 모드를 바탕으로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이 상생하자는 공약이다. 반면 이 후보의 외교·안보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이 후보는 조건 없는 대북 퍼주기를 거부하고 한·미 안보협력체제를 강화·발전시켜 ‘힘에 바탕을 둔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 후보는 대북경제협력에 있어서도 일방적 퍼주기가 아닌 ‘경제 줄게, 평화 다오.’식의 시장경제 논리에 입각한 정책을 선호한다. 경제해법도 다르다. 정 후보는 남한의 부족한 토지, 노동력, 자원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에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이 후보는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해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부족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도 정 후보는 종합부동산세 등의 ‘현행 유지’를, 반면 이 후보는 취득세와 등록세를 하나로 통합하고 세율도 낮추는 시장 중심의 방안을 제시, 첨예한 대립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지도 다르다. 정 후보를 생각하면 ‘앵커 정동영’이 떠오른다. 그만큼 수려한 말솜씨와 세련된 외모는 그의 이미지를 대변한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풍운동 등을 통해 쌓은 개혁의 이미지까지 추가돼 지인들로부터 ‘개혁적 신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참여정부 실정에 대한 비판을 강화하면서 나온 ‘변절자’ 이미지는 그의 대표적인 부정적 이미지로 자리잡았다. 반면 이 후보는 전형적인 ‘사장님’ 스타일이다. 현장 경험과 실무를 중시하고 측근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고 언제나 대안을 요구한다. 청계천 공사에서 나타난 강한 추진력은 그의 독단적 성격을 보여 주기도 했다.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길섶에서] 공허감/이목희 논설위원

    금전적으로 풍족한 이들을 만났다. 검사직을 접고 재벌회사로 옮긴 선배는 연봉이 십수억원이라고 했다. 부럽다고 얘기했더니 손사래를 쳤다.“직장을 옮긴 뒤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고 했다. 권력욕을 버리지 못한 탓이라고 지레짐작했는데 다른 이유를 댔다.“잘나가던 검사 시절 양지만을 찾았던 게 무지하게 후회되더라.” 골프장 사장인 친구는 부인이 우울증에 걸렸다고 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부족한 것이 없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의사의 도움 등 사람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썼는데 깨끗이 낫지를 않는다.” 초년에 고생하다가 근래 들어 학원사업으로 큰돈을 번 친구 역시 공허함을 토로했다.“지방을 돌면서 정신없이 학원 강의할 때는 몰랐는데 이제 돈을 좀 벌고 나니까 왠지 가슴이 뻥 뚫린 것 같다.”고 했다. 공허감의 해법이 다양하게 제기되었다. 운동, 취미생활, 봉사…. 학력을 위조한 여인에게 푹 빠진 고위공직자가 이해된다는 얘기도 나왔다. 가장 그럴 듯한 결론은 역시 종교였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정종욱 월드포커스] 중국 공산당 17차 대회의 숨은 의제

    [정종욱 월드포커스] 중국 공산당 17차 대회의 숨은 의제

    어제(9일)부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6·7중전)가 시작되었다. 이 회의가 끝나면 15일부터 제17차 당 대회가 열려 새 중앙위원들을 선출하고 이들 중앙위원이 다시 정치국원과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선출함으로서 앞으로 5년 동안 중국을 이끌어 나갈 새로운 지도부의 구성이 완성된다. 형식적으로는 중앙위원회가 당의 최고 지도기구이지만 실제로는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전권을 쥐고 모든 결정을 하기 때문에 9명의 현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누가 살아 남고 누가 새로 선출될지에 대해 벌써부터 많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그동안 많은 개혁을 했지만 지도부 선출은 여전히 비밀에 싸여 있다. 이미 결정이 내려졌지만 그 내용이 밖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고 반대로 아직도 최종 명단을 놓고 밀고 당기는 힘겨루기가 진행 중일 수도 있다. 후자가 사실이라면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 같은 절대 권력자가 최종 결정을 내리던 시대와는 달라 지금은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하고 있는 지도자들이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런지 모른다.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번 대회에서 후진타오에 대한 견제세력이 완전히 거세되지는 않겠지만 그의 권력 기반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우선 균형발전과 친환경적 개발을 강조하는 그의 과학발전관과 조화로운 사회 담론이 이번 대회에서 당헌 개정을 통해 당의 새로운 지도 이념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그의 당내 위상이 반석 위에 오르게 된다. 그를 견제하는 세력이 늘어난다 해도 그가 추진하는 정책은 흔들리지 않게 된다. 또한 정치국 상임위에 들어오는 반대 세력이 늘어난다 해도 그 수가 그리 대단치는 않을 것이고 결속력도 옛날 같지 않을 것이다. 이미 장쩌민은 이 대회가 끝나면 자신에게 자문을 더 이상 구하지 말라면서 완전한 정계은퇴를 선언했다는 설도 있다. 부정부패로 상처를 입은 상하이방 내에서도 이탈자가 많이 생겼고 태자당도 정책의 동질성에 바탕을 둔 정치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 중요한 것은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반 후진타오 세력이 얼마나 될 것인가가 아니다. 이번 대회의 가장 중요한 숨은 의제는 정치개혁이고 후진타오가 앞으로 본격적 정치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세력 기반을 확고히 할 수 있느냐가 핵심적 관전 포인트이다. 지금까지의 정치개혁은 당내 개혁이었다. 직선제가 확산되고 당 외 인사들의 제도권 진입이 늘어났지만 이는 당의 권력독점에 대한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체제 수용적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제한적 해법은 통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집정능력의 강화가 아닌 정권창출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권력의 공유가 아닌 권력의 창출에 대한 점차 거세지는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공산당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발가벗은 채 광야에서 유권자들의 자유로운 선택에서 살아 남을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성공하면 공산당의 장기 집권이 가능해질 것이고 중국의 부상도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후진타오가 이런 정치개혁의 적임자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가 내세우고 있는 과학발전관을 보면 그가 여전히 충실한 실용주의적 공산주의자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만약 그가 아니라면 그런 5세대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그것은 가능하게 하는 것이 후진타오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라 할 수 있다. 그런 5세대 지도자를 뽑아서 앞으로 5년 동안의 시험 기간을 거쳐 2012년에 있을 18차 전당 대회에서 권력의 정상에 올려 놓고 정치개혁을 추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 대회에서 본격적으로 개막될 후진타오 시대의 핵심적 과제이다. 정종욱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 [맞춤형 교육통신]

    ●태안 볏가리마을 체험여행단 모집 초등교육 사이트 에듀모아(www.edumoa.com)가 가을 맞이 가족 체험 여행단 40가족을 8일부터 선착순 모집하고 있다. 시간은 오는 27∼28일. 장소는 염전과 갯벌을 비롯해 농어촌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충남 태안 볏가리 마을이다. 참가비는 1인당 3만원. 홈페이지에서 가족 단위로 신청하면 된다.1588-9997.●한글날 할인 행사 천재교육의 유아·초등사이트 리틀천재(little.chunjae.co.kr)가 한글날을 맞아 오는 19일까지 학습지 ‘해법 한글’과 ‘해법 국어’세트를 사는 고객을 대상으로 값을 20% 깎아주고 2000원 할인 쿠폰도 제공하는 할인 행사를 연다.1577-0218.●서강 SLP 신입생 모집 서강대가 운영하는 어린이 영어교육기관인 SLP(www.slp.ac.kr)가 2008학년도 유치부 신입생을 선착순 모집하고 있다. 대상은 5∼7세. 8일부터 전국 55개 지역 학당에서 프로그램 설명회와 함께 진행된다.(02)716-1230.
  • [사설] 통합신당 3후보 만나 타협하라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어제 대구연설회는 정동영후보만 참석하는 반쪽 행사로 치러졌다. 정 후보측은 “후보찬탈 음모”라며 이해찬 후보의 배후에 ‘노심’(盧心)이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측은 적반하장이라고 맞받아쳤다. 이 후보는 오늘부터 토론회에 참석하겠다지만, 완전 정상화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 후보는 진정 당을 함께 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많은 국민들은 통합민주신당의 행보에 큰 관심이 없다. 당이 쪼개지든, 누가 후보가 되든 상관없다는 분위기다. 두 달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숨길 수 없는 기류다. 그동안 범여권이 국민의 외면을 자초했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기엔 국민들의 가슴이 답답한 것 또한 사실이다. 다양한 가치와 이념을 수렴할 정당들이 지리멸렬하다면, 우리의 미래는 그만큼 암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세 후보가 결단을 내릴 때다. 함께 가야할 정치적 동지라면 3자가 만나 대타협의 결단을 내리길 촉구한다.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어려움이 많겠지만 머리를 맞대겠다는 결의라도 다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손 후보측이 명의도용 의혹을 파국의 빌미로 활용한다거나, 정 후보측이 의혹 규명요구를 정치 공세로만 치부한다면 해결의 실마리는 찾을 수 없다. 각종 현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처리 방안에 대한 타협의 접점을 찾아내야 한다. 큰 그림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사안별 쟁점은 실무진들이 향후 해법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세 후보가 대승적 차원에서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길 바란다. 만남 자체가 상생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되새기길 바란다.
  • [신당 대선후보 인물 검증] 대북분야 전문성 강조

    [신당 대선후보 인물 검증] 대북분야 전문성 강조

    정동영 후보는 3대 국가비전으로 ▲가족이 안전한 나라 ▲대륙평화경제 시대 ▲4000만 중산층의 시대를 꼽고 있다. 특히 대북 분야에서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북·미 수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2008년이 한반도 빅뱅의 시기가 될 것이며, 개성공단을 만든 추진력으로 중산층의 시대를 열겠다고 제안했다. 정 후보 측이 선정한 10대 공약 가운데 2,3번째로 꼽은 것이 대북 내용을 담은 ‘대륙경제평화론’과 ‘북핵해결’이다. 북핵문제에서 포괄적 접근을 강조, 한나라당의 선핵폐기론과 차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표어나 정책방향만 열거돼 있을 뿐 주목할 만한 구체적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 후보는 일자리 창출도 개성공단과 연계시키고 있다. 한 해에 일자리 50만개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개성공단 개발이 완료되면 직간접적인 일자리가 2만개 정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후보는 대북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강조하면서도 ‘항공우주 7대 강국 도약’을 첫번째 공약으로 선정했다. 샌드위치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를 항공우주산업 육성으로 돌파하자는 취지로 중소형항공기, 소형위성 개발 등에 집중해 틈새시장을 공략하자는 것이다. 경제 분야 공약은 대기업보다는 서민과 중산층, 소외계층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여덟번째 공약으로 꼽은 ‘서민투자 119프로그램’에서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저금리 여신전문 서민금융기관의 설립, 대안금융기구 활성화, 유류세 인하, 카드가맹점 수수료 개선 등 서민금융활성화 등의 해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작 서민층과 직결되는 부동산·주택 정책이 미흡해 다소 균형감각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별취재팀
  • [신당 대선후보 인물 검증] 실업고·전문대 활성화 실효성 의문

    [신당 대선후보 인물 검증] 실업고·전문대 활성화 실효성 의문

    정동영 후보 공약의 기저에는 통일부 장관 시절의 경험을 최대한 살려 남북관계, 나아가 경제분야까지 개성공단식 해법을 모색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사업 추진력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만한 리더십을 보여주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정 후보의 대북 분야 공약은 다른 후보들과 달리 ‘시장평화론’을 한반도 상황에 응용한 ‘대륙평화경제론’을 이론적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서보혁 객원연구위원은 “북핵문제 해결, 남북평화협정 등의 평화의제에 남북국가연합 성사라는 통일의제를 포함시킴으로써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상호의존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라면서 “북핵문제의 포괄적 접근을 지지하면서도 평화협정 체결 당사자를 남북한으로 한정하고 있는 점은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의 경제 공약은 고용·교육·노후 등 단기적 문제 해결책 위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중산층 복원이라는 캐치프레이즈 달성을 위해 중소기업 투자활성화를 위한 상속세 면제, 저신용자 및 신용불량자 구조 제도 마련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실업고 활성화 및 병역 면제를 중소기업 기술인력 양성 유도책으로 이용한다는 발상은 참신하지만, 현실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연세대 김정식 교수(경제학부)는 “대학 졸업에 대한 수요가 있는 한 실업고·전문대 활성화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청관계 개선 등 대기업과 연계한 제도적 개선에 대한 언급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양극화 해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는 것도 맹점으로 지적된다.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연구위원은 “4000만 중산층의 시대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구체성은 있지만, 사회양극화로 인한 좋은 일자리의 축소, 근로빈민의 증가 등 주요한 문제에 대한 대책이 미비하다.”고 진단했다. 저신용자 700만명과 신용불량자들을 제도권 금융으로 흡수하겠다는 방안은 바람직하지만, 정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채무조정위원회’는 자칫 위험한 발상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정책사업단장인 이헌욱 변호사는 “채무조정을 하다 보면 위원회의 실적이 얼마나 채권추심을 잘했는지로 평가될 테고, 당연히 채무자에게 우호적일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정 후보의 복지공약은 ‘경제 성장+사회 통합’이라는 열린우리당의 기존 노선을 계승하고 있다. 경제성장론에 치우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한국여성개발원 변화순 여성정책전략센터소장은 “가족이 행복하기 위해 공평한 기회 제공,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공약은 자유주의적 시각과 복지주의적 시각을 적절히 시행하고자 하는 철학이 엿보이는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고려대 권대봉 교수(교육학)는 관(官) 중심의 ‘교육복지국가’ 달성으로 요약되는 정 후보의 교육 공약에 대해 “대입전형 요소 단순화로 입시고통을 해소하겠다는 공약은 바람직하지만, 대학 특성화나 전공과정 개편 등의 공약은 정부의 개입을 강화하는 관 주도적 정책”이라면서 “0세부터 고교까지 전액 지원해 주는 교육지원 공약은 엄청난 예산이 뒷밤침돼야 하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낮아보이고, 현실화된다고 해도 엄청난 교육권력의 등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첫번째 공약인 ‘항공우주 7대 강국 도약’에 대해서는 우선 틈새시장이 존재하는 중소형 항공산업 육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적절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2020년 달 탐사는 공약(空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측은 이에 대해 “달 탐사위성을 발사하려면 우선 한·미 미사일협정 등 군사적인 제약이 풀려야 한다.”면서 “이보다는 지금 검토되고 있는 대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공동 달탐사연구에 참여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익명을 요구한 과학기술정책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항공우주산업은 군사기술과 연관돼 있어 기술이전이 사실상 불가능한 분야”라면서 “이미 누적된 기술력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를 따라잡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별취재팀 이창구 정은주 유지혜 이재훈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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