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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완-필리핀 분쟁에 약발 안 먹히는 中

    타이완 어민 피격 사건을 계기로 반(反)필리핀 ‘영토 분쟁 연합 전선’을 구축하려던 중국의 계획이 무산됐다. 피격 사건 당사국인 타이완이 중국의 개입을 원천 차단했고, 홍콩 역시 필리핀 제재에 동참해 달라는 중국의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중국 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은 20일 “타이완이 어민 피격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나서줄 것을 요청하는 것은 스스로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앞서 타이완 행정원 대륙위원회는 이번 사건에 중국이 개입하지 말아 줄 것을 통보했다. 타이완 입법위원(국회의원)들이 미 대통령에게 중재 요청 청원서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타이완의 주미 대사 격인 진푸충(溥聰) 대표가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상 미국의 중재를 요청했다. 중국으로선 외교 문제에서 일관되게 자신들을 배제하고 미국에 의지하려는 타이완의 자세에 불안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역시 중화권 국가들의 필리핀 제재 동참을 촉구한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런 가운데 필리핀도 ‘하나의 중국’이란 명분을 내세워 정부 차원의 사과를 거부하고, 타이완이 파견했던 공동조사단마저 돌려보냈다. 이 때문에 타이완 국민의 반중(反中) 정서가 극에 달하면서 중국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핵심 자회사 안팔려”… 웅진·STX 회생 ‘안갯속’

    “핵심 자회사 안팔려”… 웅진·STX 회생 ‘안갯속’

    쌍둥이처럼 ‘신화의 몰락’이라는 수모를 겪고 있는 웅진그룹과 STX그룹의 기업회생을 위한 자회사 매각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웅진의 윤석금 회장과 STX의 강덕수 회장은 잇따라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재기를 꾀하고 있으나, 각각 그 발판이 될 수 있는 웅진케미칼과 STX팬오션의 매각 문제를 풀지 못해 속을 끓이고 있다. 17일 산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 웅진케미칼 인수설이 파다하게 돌았던 LG화학과 휴비스 측은 그러나 “검토는 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며 일단 발을 뒤로 뺐다. 인수를 위해 회계법인과 법률자문사도 선정한 LG화학은 웅진케미칼이 탐나는 매물이긴 한데, 가격 조건이나 상황이 맞아떨어지지 않아 고민하고 있는 눈치다. 일본 도레이의 한국법인 ‘도레이첨단소재’와 국내 화학섬유·소재업체인 티케이케미칼도 웅진케미칼 인수전 참여를 관망하고 있다. 티케이케미칼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다각도로 검토하는 단계이며 일정이 본격화되면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웅진케미칼 매각 주관사로 나선 우리투자증권 등은 웅진케미칼의 자산가치에 대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 2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채권단과 웅진 측은 웅진케미칼의 일괄매각이 어려울 경우, 섬유·필터·전자소재 등 사업부문별 분리 매각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케미칼의 섬유 사업은 국내 생산능력 3위 규모의 원사·원면·직물을 비롯해 소방복 등에 사용되는 ‘슈퍼섬유’도 생산하고 있다. 필터 사업은 해수담수화 등에 쓰이는 역삼투분리막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인수를 기다리던 STX팬오션도 실사 결과, 자산가치 ‘제로’라는 내부평가를 받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산은도 인수를 포기하자니 정부의 회생 방침을 거스르는 것이라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인수를 감행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STX팬오션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 규모를 줄인 뒤 산은 주도로 제3자에 매각하는 게 유력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와 함께 대주주의 STX팬오션 지분을 완전 감자해 STX그룹이 지분매각 대가를 안 받는 대신에 산은이 STX팬오션을 떠맡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금융권 실사 결과가 나쁘게 나온 것은 STX팬오션이 보유한 선박에 대한 현재 가치만 고려하고, 이 선박들이 장기운송 계약 등을 통해 앞으로 벌어들일 가치를 배제했기 때문”이라면서 “STX팬오션은 부채가 1조 1000억원에 이르지만, 수익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에 유동성 지원만 잘된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지금&여기] 토지공개념의 추억/안석 정책뉴스부 기자

    [지금&여기] 토지공개념의 추억/안석 정책뉴스부 기자

    “역대 정부에서 가장 진보적인 경제 정책을 추진한 지도자는 노 대통령이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가 한 강의에서 한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닌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사회주의 정당에서나 주장할 법한 ‘토지공개념 3법’이 노태우 정부에서 추진된 아이러니에 대한 얘기다. 노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였던 1980년대 후반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등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을 강하게 추진했다. 당시 정부는 150평 이상의 집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까지 제정하려 했지만 성사되지는 못했다. 결국 입법은 했지만 과정은 혼란스러웠다. “땅은 소유할 수 없는 공공재”라는 정부의 주장에 경제계와 건설업계가 반발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였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박준규 당시 국회의장도 반대했다. 요즘 표현을 빌리면 ‘포퓰리즘’이라는 게 이유였다. 최근의 경제민주화 논란은 20여년 전 토지공개념 논란이 재연된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민심을 얻기 위한 해법을 ‘경제 정의’ 정책에서 찾으려는 점이 비슷하다. 땅과 집이 없는 이들이 토지공개념에 동의했던 것처럼, 갖지 못한 이들이 경제민주화를 지지한다. 토지공개념 논란 때처럼 이번에도 정치권은 논쟁을 벌이고 재계는 반발한다. 또 다른 공통분모는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다. 김 전 위원장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토지공개념 정책을 추진한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이었다. 토지공개념을 전파하며 대기업과 대립했던 그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다시 주목받았다. 결과적으로 토지공개념 법안은 줄줄이 위헌 결정과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고 폐지됐다.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과세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노 전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한 20여년 전의 ‘경제민주화’는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경제민주화 논쟁의 결과도 토지공개념의 전례와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위헌 요소가 있다느니 하며 반대론이 거센 걸 보면 그렇다. 법과 정책 모두 속도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5년, 10년이 걸려도 좋으니 토지공개념 3법처럼 ‘없던 일’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ccto@seoul.co.kr
  • 年 900억 교원수당 교육청서 지급?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인 보전수당 미지급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17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보전수당 문제는 당 정책위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면서 “다시 지급하는 것을 전제로, 필요할 경우 국무총리실과 협의해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또 “안전행정부와 교육부 장관에게도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면서 “당 정책위를 통해 공무원 수당과 관련한 교육부령을 일괄 수정하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전수당은 중학교에서 학부모로부터 학교운영비(육성회비)를 걷어 교사들과 교직원에게 각각 연구활동비와 관리수당 명목으로 지급됐으며 1인당 월 5만~9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가 “학교운영비를 걷는 것은 무상 의무교육 원칙에 어긋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올해 1월부터 수당이 삭감돼 교육계가 거세게 반발했다. 교육부는 “수당 규정을 고치지 않으면 지급하기 어렵다”면서 수당 규정 담당 부처인 안행부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안행부는 “법 조항을 고치지 않아도 교육부 재량으로 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며 교육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 게임’을 지속해 왔다. 시·도교육청 소속 공무원들은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 교육부 장관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관련 법을 손보지 않고 교육부 규칙 등을 고쳐 교육청 예산으로 보전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간 보전수당 지급 규모는 800억~9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이윤에 눈먼 거대 기업은 애들을 어떻게 매수했나

    “당신의 아이는 안녕하십니까?” 유난히 난폭하고 충동적이며 절제를 하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 그 부모들에게 저자인 조엘 바칸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는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지 냉철하게 묻는다. 또 거대 기업에 아이들은 얼마나 매력적인 소비자인지, 기업은 어떻게 아이들을 매수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경제적 이익이 최상의 가치로 대접받기에 아이들은 연약하고 설득당하기 쉬운 거대 기업의 먹잇감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충격만 받고 끝날 문제는 아니다. ‘기업에 포위된 아이들’(알에이치코리아 펴냄)은 아이들을 농락해 막대한 이윤을 챙기는 기업의 부도덕한 행태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존슨즈베이비로션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까지 예외가 아니다. 책은 이미 영화와 TV프로그램으로 방영돼 피터 드러커, 노엄 촘스키 등 대표 지성들의 지지를 끌어냈다. 다음 사건을 살펴보자. 2006년 12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헐에선 911전화를 받은 경찰관이 다급하게 출동했다. 그리고 부모의 침실에서 갈색 곰인형 위에 아무렇게나 뉘어 죽어 있는 네 살짜리 여아를 발견했다. 사망 원인은 약물 과다 복용. 소아정신과에서 처방해준 클로니딘이란 약 탓이었다. 1년 전 아이 어머니는 아이가 잠을 설치고 지나치게 활동적이란 불만을 의사에게 털어놨다. 의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약을 처방했다. 아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약물이나 치료법은 지난 수십년간 아무런 주의나 경고 없이 아이들의 손에 쥐어지곤 했다. 책에는 제약회사들이 저지른 범죄와 돈에 팔려 이를 부추긴 대학교수들의 이름이 실려 있다. 닌자거북이나 파워레인저 등 어린이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마다 어김없이 뒤를 잇는 장난감 캐릭터 광고도 꼬집는다. 공영방송인 EBS의 ‘뽀로로’시리즈도 예외가 아닐 만큼 오늘날 영유아들은 특정 캐릭터 광고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어린이 마케팅은 심지어 아이와 부모 간 유대를 끊는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한다. 손쉬운 돈벌이를 위해서다. 더 무시무시한 얘기도 등장한다. 오늘날 아이들 몸에선 부모보다 7배쯤 많은 화학물질이 검출된다. 하지만 8만 6000여종의 산업용 화학물질 가운데 안전검사를 마친 물질은 200여종에 불과하다. 화학물질은 몸에 쌓이므로 대를 거듭할수록 그 수치는 불어날 것이다. 저자는 사소한 개인적 고민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열셋, 열네 살인 자신의 아이들이 휴대전화를 사달라고 조르자 휴대전화의 방사선 방출량과 그에 따른 종양 발병 가능성, 선정적 콘텐츠 노출 등을 우려했다. 저자는 20세기 이후 사회가 법이나 규제를 통해 아동노동, 담배, 술, 포르노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했으나 1980년대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이 같은 가치가 흔들렸다고 경고한다. 해법은 간단하다. 태풍경보와 같은 철저한 사전 예방과 법적 규제 강화다. ‘정의란 무엇인가’ ‘하버드 교양강의’ 등을 옮긴 전문번역가 이창신이 번역했다. 1만 4000원.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가스公 LNG 독점수입 폐지… 발전社 직수입을”

    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 직도입 등 새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가스산업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주장<서울신문 4월 23일자 1면>이 제기됐다. 16일 전기산업연구회 주최로 서울 강남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13 전력산업연구회 세미나’에서 김수덕 아주대 교수는 “현재 LNG 도입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는 가스 수급 안정을 이유로 지나치게 높은 비용으로 장기계약을 체결하고 있고 의사결정 구조도 상당히 불투명하다”면서 “이로 인한 국가적 손실이 수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스공사가 2010년 12월부터 1년 6개월 동안 250조원이 넘는 LNG 장기 공급계약을 했고 2008년 러시아와 매년 500t 규모의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입하기로 양해각서를 교환하는 등 짧은 기간에 무리한 공급계약으로 자유로운 가스 직도입을 막고 에너지 수급 구조를 경직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도 “셰일가스 등 값싼 천연가스의 공급으로 LNG 가격 하락과 지금의 공급자에서 사용자 위주의 시장으로 변할 것”이라면서 “가스공사의 과도한 장기 공급 물량으로 우리나라는 이러한 혜택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미나 참석자 대부분은 가스공사의 독점 수입·공급 형태의 국내 천연가스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선 남부발전 실장은 “한전 발전 자회사들도 민간 발전사와의 경쟁을 위해서라도 LNG 직도입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면서 “가스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가스 배관망과 저장시설 등 이용 조건 완화와 발전사 간 가스도입 물량 거래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즉 한전 발전 자회사들은 가스공사가 비싸게 수입해 공급하는 LNG 가격 때문에 민간 발전사보다 경쟁력이 낮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발전 자회사가 LNG를 직도입하면 발전 단가 인하로 이어지고 결국 전기요금이 인하돼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주장이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도 “국내 발전용 LNG 가격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 전력 부문이 도시가스에 대해 교차 보조하는 꼴”이라면서 “발전용 LNG 직도입이 허용되면 보다 저렴하게 LNG를 도입할 수 있어 전기요금 인하요인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력시장 자유화와 관련해서는 다소 공방이 펼쳐졌다.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전력산업 전면 자유화를 선언한 일본과 우리나라는 조건이 다르다”며 “시장을 통한 전력 산업구조 개편만이 해법은 아니고, 오히려 에너지 세제 개편과 정부 정책의 올바른 수립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는 “전력산업에서 시장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보면 대부분 정부의 규제 정책 때문”이라며 “전력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는 한국전력 혼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시장원리에 맡기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미래 경쟁력은 ‘융합형 SW’… 朴정부 벤처 활성 ‘지원사격’

    삼성이 지난 13일 창의적 과학기술 인재 육성 및 연구 지원에 10년간 1조 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발표한지 이틀 만에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활성화에 힘을 실어주는 두 번째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삼성은 15일 총 1700억원을 들여 소프트웨어 인력 5만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가 창조경제 활성화의 첫 단계로 벤처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삼성이 벤처 생태계 조성의 관건이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인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전사적 지원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년 전인 2011년 7월 ▲소프트 기술 ▲최고급 인재 ▲특허(원천기술)를 3대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서비스 등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필요한 기술은 악착같이 배워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발표는 당시 이 회장의 주문에 대한 삼성의 해법이기도 하다. 특히 삼성은 소프트웨어 전공과 무관한 대학생들에게도 비전공자 양성과정을 통해 해당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했다. 20개 대학에 비전공자의 수준에 맞는 소프트웨어 과목을 개설해 2학년부터 4학년까지 학기당 2과목, 총 12과목(36학점)을 이수하게 해 5000명을 육성한다. 전산 관련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웨어 전문가’ 2500명보다 2배 많은 숫자다. 이처럼 삼성그룹이 비전공 소프트웨어 전문가 양성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미래 국가경쟁력은 융합형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와 세계적 베스트셀러 ‘너지’(Nudge)의 저자 캐스 선스타인은 심리학을 전공했고,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철학을 공부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 역시 학교를 그만둘 때까지 인문학을 중시했다. 이공계 분야의 세계적 거물들 가운데 상당수가 우리 기준에서 보면 ‘문과생’이다. 산업의 융·복합화가 확대되면서 전자 제품을 비롯한 모든 기기에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있고, 소프트웨어가 제품의 성능과 가치를 좌우하는 핵심경쟁력으로 떠올랐다. 게다가 소프트웨어 산업의 고용유발효과는 제조업의 2배 수준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청년실업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창의성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은 물론 글로벌 사업화도 가능해 창조경제 실현의 기반 역할도 가능하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엔저에 日노선 부진… 항공업계 ‘난기류’

    엔저에 日노선 부진… 항공업계 ‘난기류’

    엔저와 북핵 리스크로 항공업계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일본 노선 탑승객이 급감하면서 대형 항공사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공항의 일본노선 여객 수요는 49만 39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나 감소했다.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자리 잡은 인천공항의 이용객은 같은 달 4.1% 증가한 313만명을 기록했다. 전반적인 항공수요가 증가세인 것을 감안하면 일본 노선 이용객의 감소폭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과 환승객의 증가로 다른 노선의 이용객은 전반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일본 노선의 경우 지난해 독도 문제로 양국 간의 갈등이 심화된 뒤 일본인 방문객 수가 조금씩 줄다가 최근 북핵 리스크와 엔저가 겹치면서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국내에 입국한 일본인 수는 28만 8900여명으로 전년 동기(36만 1000여명)에 비해 25%가량 줄었다. 지난해 평균 80%대를 유지하던 일본 노선의 일본인 탑승률도 70%대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의 실적도 흔들리고 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에 비해 덩치가 큰 대형 항공사들의 타격이 심했다. 대한항공은 1분기에 12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가 감소해 2조 9414억원에 그쳤다. 아시아나항공도 1분기 211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일각에서는 항공사들의 대응책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환율시장에 개입할 수는 없지만 일본, 중국 등 경영실적과 직결된 나라에 대해서는 환율변동에 대해 좀 더 세밀한 대응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엔저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일본 노선의 스케줄과 좌석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며 국내 승객의 일본 여행을 확대하는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LCC들은 악재에도 적은 금액이나마 흑자를 기록했다. LCC의 경우 단일 항공기를 채택해 운영 비용이 적게 들고 불황의 영향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주머니가 가벼워진 탓에 이용객들은 단거리 국제선의 경우 대형 항공사보다 저렴한 LCC를 선호하는 추세다. 제주항공은 1분기 매출 1038억원과 영업이익 35억원을 기록했다. LCC가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제주항공이 처음이다. 진에어도 1분기에 670여억원의 매출과 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티웨이항공도 1분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예산 고민도 없이… 기초수급자 80만명 늘린다

    예산 고민도 없이… 기초수급자 80만명 늘린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한 각종 빈곤층 대상 복지사업의 기준점이 최저생계비에서 ‘중위 소득 50% 이하’라는 ‘상대적 빈곤선’으로 바뀐다. 기초생활보장 수급 방식도 현행 통합급여에서 개별급여로 개편하고 부양의무자 기준도 완화해 기초생활수급자 규모가 140만명에서 22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동 주민센터를 지역 복지 허브로 바꾸고 복지담당 지방공무원 7000명 확충 계획을 내년 3월까지 마무리하는 등 복지 전달 체계도 개편한다. 보건복지부는 2000년 제도 시행 이후 14년 만에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대폭 개편하는 방안을 14일 발표했다. 이 방안은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추가 예산 규모는 제시하지 못했고 전달 체계 개편 방안도 두루뭉술했다. 빈곤선이란 적정한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소득 수준을 말한다. 3년에 한번씩 정하는 현행 최저생계비 방식은 계측 방식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최저 ‘생존비’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현재 최저생계비는 중위 소득 40% 수준으로, 4인 가구 기준 월소득 155만원을 가리킨다. 정부가 수행하는 292개 복지사업 가운데 상당수가 최저생계비를 기준선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 빈곤선 도입은 더 많은 빈곤층을 실질적인 복지정책 대상으로 포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복지부는 중위 소득 50% 기준을 적용할 경우 빈곤정책 대상자가 현행 340만명에서 430만명으로 늘어나고 공공부조 수혜자도 중위 소득 50% 이하 빈곤층의 51%(약 222만명)에서 80%(약 340만명)로 확대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문제는 총론만 있고 각론이 없다는 점이다. “인수위원회와 협의해 결정했다”는 ‘4년간 7조원가량’이라는 상한선 말고는 아무런 추가 예산 소요 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나 수급 방식 개편에 따른 추가 인력 수요, 업무 강도 강화에 대한 대비책을 묻는 질문에는 “앞으로 시나리오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해서 예산 요구안에 반영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복지 전달 체계 개편은 “서울시 서대문구라는 모범 사례가 있다”는 것 말고는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한두 푼도 아니고 수조원이 드는 국가사업을 발표하면서 예산 추계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면서 “예산에 대한 고민 없이 제도 개선 방안부터 발표했다는 것은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꼬집었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복지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일선 복지공무원들은 본연의 역할엔 손도 못 댈 정도로 각종 행정업무에 손발이 묶여 있다”면서 “정부가 계획하는 인력 확충은 제도 개편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는 ‘맞춤형 복지’니 ‘개별급여’니 하면서 대단한 개편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사실 기초생활보장 수급 체계는 지금도 기본적으로 맞춤형에 개별급여 성격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北 개성공단 회담 호응 가능성 낮아… 입주기업 달래기용 제의?

    정부가 14일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북한에 개성공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공식 제의했지만 북한이 호응해 올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우선 박 대통령의 회담 제의 지시는 개성공단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 입주 기업들의 부담을 덜고 교착상태에 놓인 개성공단에 대한 해법 찾기에 재시동을 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개성공단 문제는 단순히 대화만 거듭 촉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 뜬금없는 제안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 3일 개성공단 우리 측 근로자 전원을 철수시키며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원·부자재 등의 반출 문제를 추후 협의하자고 했지만, 북한은 우리 측 제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 지난 6일부터는 한·미 연합 해상훈련까지 실시되면서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진 상황이다. 게다가 완제품과 원·부자재를 실어 내려면 100~200명의 입주 기업 직원들이 적어도 사흘간 개성공단을 오가야 하는데, 북한은 이런 상황이 마치 개성공단이 정상화된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데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용석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미 연합 훈련이 끝나고 정세 전환의 명분이 만들어져야 북한도 개성공단 문제 해결에 나서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어 회담을 제의한 통일부마저 별다른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갑자기 내려진 지시에 곤혹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호응해 올 가능성이 높다고 봐서 대화를 제의한 것은 아니다”라며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나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회담 제의란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사건에 쏠린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북한 카드를 꺼내 든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편 정부는 이날 개성공단 정부합동대책반 2차 회의를 열어 3000억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 경협보험금 지원을 포함한 2단계 지원 대책을 확정했다. 추경예산을 통해 증액된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 5200억원의 일부도 개성공단 기업에 단계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이 밖에 고용유지 지원금, 임금 체불 청산을 지원하는 융자도 실시한다. 정부는 무급 휴업·휴직 근로자 발생 시에도 근로자에게 직접 수당을 지급하거나 생계비를 융자해 줄 계획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통상임금 해결 전제로 한국지엠 투자 거론은 부적절”

    “통상임금 해결 전제로 한국지엠 투자 거론은 부적절”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GM이 한국지엠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겠다는 얘긴 부적절할 뿐 아니라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3일 정부과천청사 기자실에서 이뤄진 ‘대통령 미국순방 경제분야 주요성과 평가 및 후속조치 계획’ 설명회에서 최근 불거진 통상임금 관련, 한국지엠 공장의 해외 이전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는 통상임금 문제 해법을 모색하겠지만, 이를 전제로 이전을 거론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표현으로 풀이된다. 윤 장관은 “통상임금 문제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도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고,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GM 본사의 대니얼 애커슨 회장이 방미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는 문제의 해결을 전제로 앞으로 5년간 한국에 80억 달러(약 8조 8900여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박 대통령이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답하면서 통상임금 문제가 불거졌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통상임금을 빌미로 GM이 꽃놀이패를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월 GM은 통상임금 문제 등을 전혀 거론하지 않은 채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 신형 크루즈의 생산을 포기하는 대신 앞으로 5년간 8조원 규모의 개발과 운영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었다.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GM은 통상임금 문제와는 상관없이 약속한 투자를 그대로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1달러 100엔 시대] 외환시장 안정·내수 확충·기술력 강화…‘엔저 탈출’ 3대 해법

    [1달러 100엔 시대] 외환시장 안정·내수 확충·기술력 강화…‘엔저 탈출’ 3대 해법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돌파했다. 엔화가치 하락(엔저)은 자동차, 전자 등 우리 수출 주력품목의 가격경쟁력 약화를 뜻한다. 일부 품목의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엔저의 공습’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에 힘쓰는 동시에 내수시장 확충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과거에도 100엔 시대가 상당 기간 지속됐던 만큼, 우리 기업들이 ‘죽겠다’고 아우성만 칠 것이 아니라 기술경쟁력 강화에도 매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0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01엔대까지 치솟았다.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는 엔저의 후폭풍이 상당하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90엔대 중반에서 100엔으로 오르면 국내 총수출은 3.4% 감소한다. 110엔까지 오르면 수출 감소분은 11.4%까지 불어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원·엔(100엔 당) 환율과 원·달러 환율이 모두 1000원으로 떨어지면 경제성장률은 1.8% 포인트, 경상수지는 125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화 유출입 속도 확대 등 부작용을 줄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시행중인 거시건전성 조치의 강화나 금융거래세 등 도입을 통해 향후 확대될 수 있는 자본유출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환율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건전성을 유지하는 한도에서 재정지출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엔·달러 환율 100엔 이상의 엔저는 1995년 상반기를 제외하면 2008년 11월 이전까지는 일상화된 현상이었다. 엔저가 우리 경제의 생사를 좌우하는 ‘주 변수’가 아니라 기술경쟁력 확보 등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종속 변수’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일본이 엔저 정책을 통해 경제가 살아나면 중장기적으로는 우리의 대 일본 수출 호조와 일본 관광객 증가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 기업들 역시 지금까지의 엔고에 안주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기업경쟁력 강화와 기술 개발 등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기존의 수출 의존형, 제조업 중심에서 내수 의존형, 서비스업 중심으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트라우마 한국사회’ 펴낸 김태형씨

    [저자와의 차 한잔] ‘트라우마 한국사회’ 펴낸 김태형씨

    개인이건, 집단 공동체인 민족과 국가이건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게 마련이다. 심리학에서 ‘정신적 외상’으로 정의하는 트라우마는 대개 과거의 큰 사건과 충격에서 비롯된다. 그렇다고 할 때 역사·정치적으로 격동의 변혁과 상처를 숱하게 겪었던 한국은 더 많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을 것이다. 독일 경제학자 홀거 하이데가 ‘상대적으로 한국사회의 집단 트라우마가 심하다’고 지목한 것도 우연은 아닐 성 싶다. 신간 ‘트라우마 한국사회’(김태형 지음, 서해문집 펴냄)는 깊은 ‘마음의 병’에 빠진 한국사회를 바로 그 트라우마라는 키워드로 진단한 책이다. “지금 한국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심각한 마음의 병을 앓고 있어요. 문제는 몸의 병보다 마음의 병이 더 치료하기 어렵고 오래 걸린다는 것이지요.” 물론 저자 김태형(48)씨가 말하는 그 마음의 병은 트라우마다. “지금 돌풍이 일고 있는 힐링은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개인적인 몸부림에 불과해요. 아픔과 고통의 근본인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개인 치유와 회복이 근본적인 방법일까요.” ‘트라우마 한국사회’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프리랜서로 활약 중인 저자가 2010년 큰 반향을 일으켰던 ‘불안증폭사회’에 이어 낸 우리 사회 심리보고서 후속편. 그의 진단대로라면 한국 사회는 온갖 트라우마로 얽혀 있다. 그 대표적인 트라우마의 사슬은 세대, 계층, 중심과 변방의 분열이다. 이를테면 유년기부터 반복된 좌절을 경험한 1950년대생은 ‘좌절 트라우마’, 민주화 운동의 주역인 1960년대생은 포기할 수 없는 청년기의 꿈으로 인한 ‘미완성의 트라우마’, 세계관과 인생관의 혼란을 겪는 세계화 세대인 1970년대생은 ‘혼돈 트라우마’, 공부기계에서 이른바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세대’가 된 1980년대생은 누적된 공포감으로 인한 ‘공포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그 사슬처럼 얽힌 트라우마의 구조는 지난 대선 결과와도 무관치 않다고 한다. “유년기부터 중년기까지 지속적으로 좌절을 맛본 ‘좌절세대’인 50년생은 대세를 따라 움직였고, ‘변방 트라우마’로 대변되는 충청·강원 주민들이 여권에 표를 던졌지요. 부자 열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월감 트라우마’에 빠진 자영업자와 보수세력 역시 여권으로 쏠린 셈이지요.” 결국 각 세대, 계층, 분단, 지역의 문제가 낳은 트라우마가 선거의 결과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갈라지고 흩어진 트라우마의 원인은 바로 왜곡된 역사가 낳은 아픔이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군부독재로 이어진 한국 현대사가 한국인들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지요.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돈과 경제 중심의 신자유주의 광풍에 휩싸이면서 갈가리 쪼개진 게 아닐까요.” 김태형씨는 우리 사회의 트라우마가 이제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이대로라면 과거 히틀러 같은 광적인 독재자를 광신적으로 추앙하는 비극을 부를 수도 있어요. 극단의 무감각과 혼돈에 휩싸이는 국민의 정신건강도 문제가 될 수 있죠.” 그래서 이번 정권이 그런 트라우마의 치유에 중요한 단초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고 거듭 말한다. 그 갈라지고 흩어진 마음의 병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놀랍게도 그는 어찌 보면 평범한 해법이랄 수 있는 소통과 화합을 먼저 입에 올린다. 그 선결 과제는 모든 트라우마의 피해자들이 지금 상태에 매이지 않는 ‘냉철한 자기 보기’이다. “나 스스로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 있는 변화와 변혁의 주역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해요. 휘둘리고 의존하는 순응의 비굴함이야말로 악성 트라우마를 고착화하는 주범이지요. 생각을 바꿀 때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소통과 화합의 치유가 제대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윤창중 낙마, 朴대통령 ‘나 홀로 수첩인사’ 탓… 시스템 개혁해야

    박근혜 대통령의 ‘1호 인사’인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파문으로 낙마한 것은 박 대통령의 ‘불통 수첩인사’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윤 대변인의 인선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음에도 박 대통령이 주변의 충고를 무시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이어 청와대 대변인으로까지 중용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나 홀로 인사’가 빚은 참사라는 비판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10일 “새정부 출범 초 장관 등 정부 고위공직자가 줄줄이 낙마하면서 박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컸다”면서 “북한발 안보위기 속에 미국방문 등으로 인해 국정운영에 대한 저평가에서 힘들게 벗어났는데 윤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으로 부정적 인식이 다시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당장 민주당 등 야당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정치쇄신특위 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전 교수도 “대변인이 국정을 망쳤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윤 대변인의 낙마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완전히 망친 것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변인의 임명을 보면서 인사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면서 “방송에서도 술자리에서나 할 정도의 부적절한 말을 하는 것은 물론 대통령실의 얼굴인 대변인으로서도 기자들과의 소통 등에서도 역대 최악”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대선 때부터 박 대통령과 소통할 수 있는 인사들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후보가 99%를 담당했다”고 할 정도로 박 대통령은 대선에서 혼자 힘으로 당선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때문에 박 대통령 주변에는 인사 등 국정현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인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교수는 “박 대통령의 인사는 시스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소수의 측근하고만 결정하는 방식이라서 혼란이 초래된 것”이라면서 “박 대통령 주변에는 대통령의 뜻을 충실히 복종하는 사람들밖에 없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가 앞으로의 대통령의 인사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 실장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정권 초라는 점에서 논란이 있더라도 대통령의 인사권이 존중되는 분위기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앞으로는 잘못된 인사에 대한 반감이 더 강해질 것이고 이러면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하기는 부담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번 성추문 파문에 대한 해법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윤 대변인의 개인의 자질문제가 더 크다”면서도 “박근혜 정부의 현재 과제는 이 문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믿고 쓰자며 임명했던 사람이 실책이나 과오를 했을 때 이를 교정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시스템이 앞으로 공직자들이 행동하는 데 규범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사설] 윤창중씨 성추행 엄히 다스려 국격 바로잡길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수행하던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파문을 일으키고는 제 짐조차 챙기지 못하고 야반도주하듯 홀로 귀국하고 곧바로 경질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외교에 먹칠을 한 국가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좀 더 자세한 경위가 파악돼야겠으나 워싱턴 현지의 전언을 종합하면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7일(현지시간) 저녁 일정을 마치고는 백악관 인근의 호텔로 교포 여대생을 불러 함께 술을 마시다 그를 성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주미 한국대사관이 정상회담 지원을 위해 인턴으로 임시 고용한 여학생이라고 한다. 피해자가 이튿날 워싱턴 경찰 당국에 성추행당한 사실을 신고했고, 이에 경찰이 윤씨에게 출석을 요구하자 윤씨는 숙소의 짐을 그대로 놔둔 채 황급히 공항으로 달려가선 인천공항행 티켓을 끊고 귀국길에 올랐다. 윤씨는 성추행 사실을 극력 부인하는 모양이나, ‘윤씨가 엉덩이를 움켜쥐었다’는 내용으로 워싱턴 경찰당국의 사건보고서에 기록된 피해자 진술과 청와대가 어제 아침 윤씨를 즉각 경질한 정황 등을 보면 그의 성추행은 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대통령과 국민의 가교라 할 청와대 대변인이 다른 자리도 아니고 대통령이 첫 정상외교에 나서 북핵 해법과 한·미 동맹 강화 방안 등을 모색하며 동분서주하는 사이에 딸자식 같은 나이의 여학생을 불러내 성추행했다니 고위공직자의 기강을 따지기에 앞서 윤씨 개인의 비천한 인격과 자질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리듯 공인(公人)은커녕 범인(凡人)으로서의 마음가짐조차 변변히 갖추지 못한 윤씨 한 명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국격은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첫 여성대통령의 정상외교를 성원하던 많은 국민들의 가슴에도 큰 상처를 안겼다.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으로 발탁될 때부터 갖가지 잡음을 일으켰던 인사라는 점에서, 대체 누가 그를 천거했고, 박 대통령은 무슨 판단으로 그를 중용했는지 줄 잇는 의문과 안타까움을 떨칠 수가 없다. 국기(國紀)가 걸린 문제다. 청와대와 사정당국은 성추행의 전모를 낱낱이 파악해 공개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 대한 방미 수행단의 대응 과정 또한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윤씨가 독자적으로 ‘도주’한 것인지, 아니면 방미 수행단이 파장을 우려해 그를 빼돌린 것은 아닌지 있는 대로 공개해야 한다. 실제로 윤씨가 현지 경찰에 불려갔다면 그의 신병 처리를 놓고 한·미 양국 정부가 난처한 상황에 놓였을 개연성이 크다. 경질로 끝낼 일이 아니다. 엄히 단죄하고, 미 경찰 수사에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지휘책임을 묻는 방안도 불사해야 한다. 그래야 공직이 바로 선다.
  • 수백년 떠돈 ‘비운의 민족’ 쿠르드족, 그들에게 평화의 꽃은 필까

    수백년 떠돈 ‘비운의 민족’ 쿠르드족, 그들에게 평화의 꽃은 필까

    제국주의의 침탈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긴 채 수백년간 뿔뿔이 흩어져 이산의 아픔을 겪어온 중동의 쿠르드족. 이들에게도 ‘평화의 봄’이 찾아올 것인가. 지난 29년 동안 터키 정부에 무력으로 대항한 터키 ‘쿠르드 노동자당’(PKK) 소속 반군이 지난 3월 무장투쟁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터키에서 철수하기 시작함에 따라 쿠르드족이 지구촌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AP·AFP통신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터키 내 쿠르드족 반군들은 지난 8일(현지시간) 터키 정부와의 평화협상안에 따라 이라크 북부 지역으로 공식 철수를 시작했다. PKK 소속 반군 2000여명은 이날 철수를 개시해 4개월 동안 산악지대를 통해 이라크 북부지역의 칸딜산으로 기지를 옮길 예정이다. ‘비운의 민족’인 쿠르드인들은 쿠르디스탄 지역에 사는 산악 민족이다. ‘쿠르드족의 땅’으로 불리는 쿠르디스탄은 이란과 아르메니아의 국경 부근에서 티그리스강의 지류인 디얄라강 유역에 이르는 20만㎢의 지역이다. 터키와 이란, 이라크, 시리아, 아르메니아 등 5개국에 각각 분할 점령돼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팩트북·한국국방연구원(KIDA) 등에 따르면 인구는 3000만~3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쿠르드족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국가는 터키로 1400만명이며 이란(790만명), 이라크(470만명), 시리아(160만명), 아제르바이잔(115만명) 등의 순으로 많다.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쿠르드족은 수천년 동안 쿠르디스탄에서 평화롭게 유목 생활을 해오다 16세기 오스만 튀르크의 지배하에 들어가면서 끝모를 불행이 시작됐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터키가 패배하자 세력 공백기를 이용해 1922년 6월 무장 독립투쟁을 벌였지만 쿠르디스탄의 일부인 이라크 북서부 지역의 유전지대를 탐내던 영국이 개입해 좌절됐다. 이후 터키와 이란, 이라크, 시리아, 아르메니아 등에 쿠르디스탄이 분할 점령돼 한때 품었던 ‘독립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다섯 조각’으로 쪼개진 상황에서도 쿠르드족은 독립을 위한 투쟁을 계속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신들이 거주하는 국가를 상대로 수십 차례 분리·독립을 요구했으나 그때마다 각국 정부군에 의해 무력으로 진압되는 등 탄압과 박해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데다 역량마저 부족했던 탓이다. 10년에 한 번꼴로 대규모 학살을 당했다. ‘달걀로 바위치기’처럼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던 쿠르드족의 독립은 1984년 ‘쿠르드 노동자당’을 창설해 본격적인 무장투쟁을 전개하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PKK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65)은 이라크와 터키 국경에 독립국가 건설을 목표로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동족들을 규합해 분리·독립 운동의 포문을 열었다. 터키 내 쿠르드 반군 3000여명을 중심으로 터키 정부군과 이라크 정부군에 대해 대대적인 반격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터키군과 이라크군의 절대적으로 우세한 화력을 끝내 당해내지 못하고 1984년 한 해 동안에만 2700여명의 쿠르드족 전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를 빌미로 터키 정부는 쿠르드어 방송과 교육을 금지하며 탄압정책의 강도를 더욱더 높였다. 쿠르드족은 이에 굴하지 않고 터키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군 시설 등을 로켓포로 공격하는 등 무장투쟁을 지속했다. 이에 터키군은 동남부 지역에 병력 15만명을 긴급 배치해 PKK 거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당황한 오잘란은 1993년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하고 대화를 통한 분쟁 해결을 제안하기도 했다. PKK 강경파의 테러 활동이 끊이지 않자 각국 정부는 쿠르드족에 대한 강경 탄압을 지속했다. 특히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1980년대 화학무기를 사용해 현지 쿠르드족 5000명 이상을 학살하기도 했다. 이라크의 쿠르드족은 후세인이 미국과의 이라크 전쟁에서 패한 후 비로소 자치권을 얻었다. 이란 내 쿠르드족은 1946년 소련 군대의 지원으로 독립 국가 ‘마하바드 공화국’을 세웠으나 1년 만에 무너졌다. 1999년 2월 PKK 반군 지도자 오잘란이 체포돼 터키로 압송되면서 쿠르드족 분리·독립운동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쿠르드족의 영웅’인 오잘란이 수감돼 있던 터키 이스탄불의 임잘린 교도소에서 가혹행위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터키 곳곳에서 쿠르드족의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는 등 2000년대 들어서도 이들의 무장투쟁은 지속됐다. 서로 간의 피해가 갈수록 극심해지자 터키 정부와 PKK는 지난해 말부터 평화 협상을 시작했다. 터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이 유화정책을 내놓자 PKK도 자치권 확대, 쿠르드족 정체성 인정과 언어 사용 등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화답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EU 가입을 희망하는 터키에 대해 쿠르드 인권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면서 평화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이에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오잘란이 지난 2월 PKK를 비롯한 쿠르드계 정당에 보낸 평화안 로드맵에서 정전을 선언하고 올여름까지 무장을 해제하겠다고 밝히자, PKK 반군이 2년간 억류했던 터키군 8명을 석방하고 터키 땅에서 공식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PKK가 30년 가까이 분리·독립을 요구하면서 터키군에 무장 항쟁을 지속하는 동안 목숨을 잃은 희생자는 4만 50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터키 내 쿠르드 반군의 철군이 시작됐지만 쿠르드족의 앞날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1993년과 1999년 정전을 선언했다 깨졌던 선례가 있고, 평화협상에서 PKK가 요구하는 새로운 평등 헌법을 터키 정부가 수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평화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쿠르드 강경세력이 언제든지 테러를 일으킬 수 있고, 쿠르드족 문제는 정치적 상황과 쿠르드족에 대한 노선과 정책이 다른 여러 국가들이 직접 관련돼 있어 풀기 어렵다는 게 중동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특히 팔레스타인인들과는 달리 중동 국가들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데다 대부분 각국의 내정에 속해 국제사회도 인도주의적 지원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어제에서 내일의 답을 찾는다

    어제에서 내일의 답을 찾는다

    이번에도 700여쪽이다. 두 전작과 마찬가지로 쪽수 압박이 상당하다. 재레드 다이아몬드(76) 미국 UCLA 지리학 교수의 신간 ‘어제까지의 세계’(강주헌 옮김, 김영사 펴냄) 얘기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누군가. 대학생들이 소설보다 더 많이 대출해서 읽는다는 교양인문서 ‘총, 균, 쇠’의 저자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다. 그가 10년 만에 돌아왔다. 50년에 걸친 문화인류학적 탐사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어제에서 내일의 답을 찾았다는 것이다. 전통사회와 현대사회를 아우르는 성찰의 깊이로 보나 대중성으로 보나, 책 두께가 만만치는 않지만 도전해볼 만하다. ‘어제까지의 세계’는 다이아몬드 교수의 ‘문명대연구 3부작’의 완결판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전작들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1997년에 낸 ‘총, 균, 쇠’(2005년, 김진준 옮김, 문학사상 펴냄)에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인류 역사의 탄생과 진화에 천착했다. 인디언의 땅인 북아메리카는 미국과 캐나다로 바뀌고, 아스텍과 잉카 문명의 발상지 중남미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통치 아래 있었던 민족 변화사를 탐구하면서 질문을 던진다. ‘민족의 발달 속도 차이는 어디에서 생기는가.’, ‘어떻게 유라시아 민족이 다른 민족을 지배할 수 있었나.’ 1만 3000여년 동안 진행된 전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군사적 불균형을 군사력과 무기(총), 천연두와 인플루엔자(균), 기술(쇠)로써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질문의 답을 찾아간다. 1998년 미국 퓰리처상을 받고 세계적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총, 균, 쇠’에서 문명의 차이를 다루었다면 ‘문명의 붕괴’(2005년, 강주헌 옮김, 김영사 펴냄)에서는 문명의 몰락 과정을 심도 있게 파헤친다. 이번 질문은 “과거의 위대한 문명사회가 붕괴해서 몰락한 이유는 무엇이고 그들의 운명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이다. 로마 제국과 오스만튀르크 제국, 마야 문명, 르완다, 아이티, 중국 등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지만 완전히 몰락한 사회와 20세기 들어 붕괴 조짐을 보이는 곳을 조명했다. 책에서 꼽은 붕괴의 원인은 환경 훼손으로 인한 자연 재앙, 이웃 나라와의 적대적 관계, 사회문제에 대한 구성원의 위기 대처 능력 저하 등이다. 책은 암울한 미래를 말하는 듯하지만 희망과 생존의 해법도 함께 담았다. “과거의 성공사례를 통해 오늘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10년 만에 낸 ‘어제까지의 세계’는 필연적인 파생작이다. 전작에서 말한 ‘과거의 성공사례’를 ‘전통사회’에서 찾고, 600만 년의 지혜를 지키고 있는 전통사회를 세세하게 탐구한다. 뉴기니 원주민, 아프리카 !쿵족, 알래스카 이누피아크족, 아마존 야노마모족, 필리핀 아그타족 등 39개 부족사회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전통사회를 들여다보면서 ‘지속가능한 문명’보고서를 완성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전통사회가 우리의 관심을 끌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조상들이 실질적으로 수만년 동안 살아온 특징들이 그 사회에 간직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그렇다고 마냥 낭만적인 면모만 조명하지는 않았다. 영아살해, 고려장, 굶주림, 환경훼손 등 현대사회에는 충격적일 수 있는 전통사회의 풍습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럼에도 저자가 전통사회에 주목하는 것은 “아이들을 키우고 노인을 대하는 방법, 건강을 유지하고 대화를 나누며 여가 시간을 활용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 등 전통적인 관습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상당한 이득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책에는 친구와 적, 평화와 전쟁, 어린아이와 노인, 종교와 언어 등 아홉 가지 주제로 나눠 설명한다. 이 중 ‘양육’과 ‘평화’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저자는 전통사회의 양육 방식이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두뇌발달에 더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쿵족을 예로 들어 서너 살 때까지 모유 수유를 하면서 아이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소개한다. 전통사회의 육아는 노인 능력의 활용으로도 연결된다. 조부모가 육아에 관여하면서 아이의 부모가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전통사회에서 아이들은 진흙으로 가축 우리를 짓고 목축을 하며 장난감 그물과 작살을 만들어 논다. 성인의 삶과 아이들의 놀이가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형태다. “일부 현대 국가에서는 기초적인 삶까지도 노골적인 교육이 필요한 지경”이라고 지적한 저자는 “수렵채집인들의 양육법이 우리에게 색다르게 보이지만 해롭지는 않고, 그런 양육법이 반사회적인 인격 장애인들의 사회를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들의 양육법은 삶을 즐기면서도 커다란 역경과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시민을 키워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분쟁 해결 과정에서도 전통사회는 당사자 간 협상이 먼저다. 평화적인 협상과 화해가 가능한 것은 이들 사회에서는 당사자가 어떤 형태로든 개인적인 관계로 연결되거나 평생 얼굴을 마주치며 살아야 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잘잘못을 따지는 현대사회의 분쟁 해결 방법과 관계의 회복을 우선시하는 전통사회의 방식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식이 무엇인지 곱씹게 한다. 위기에 처한 현대문명에 대한 해법을 어제의 전통사회에서 찾는 것은 미개의 시대로 되돌아가 자연인으로 살라는 것이 아니라, 내 방식만이 유일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하면 그 속에 길이 있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2만 9000원.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송금후 라면 값만 남아”… 기러기가구 115만 ‘우울증 빨간불’

    “송금후 라면 값만 남아”… 기러기가구 115만 ‘우울증 빨간불’

    기러기 아빠인 나길록(43·서울·가명)씨는 얄팍한 주머니 탓에 끼니를 숱하게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운다. 일터인 중소기업 연봉이 4000만원쯤 되지만 필리핀 마닐라에서 조기유학 중인 초등생 두 딸과 아내에게 다달이 300만원씩 부치고 나면 빈손이다. 혼자 오래 지내면서 우울증 낙인까지 찍혔다. 그는 “올해 초 너무 보고 싶은 나머지 필리핀에 갔더니 ‘비행기표값 있으면 차라리 돈을 더 부치지 그랬느냐’는 말만 비수처럼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또 “밤늦게 집에 혼자 앉아 창 밖을 보다가 문득 ‘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가족을 해외로 보내고 홀로 사는 기러기 아빠들은 해마다 가정의 달인 5월이 도리어 가장 슬프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가족 행사 때 다른 가족들이 행복해하는 것을 보노라면 외로움은 극에 달한다. 더욱이 요즘 TV·영화 등에서 부성애 코드의 작품이 쏟아지자 “가족 생각이 사무치게 간절해진다”는 기러기 아빠가 많아졌다. 예전엔 기러기 아빠의 고충은 이른바 ‘가진 사람’들의 얘기로만 들렸지만 이제 전 계층의 문제로 확산됐다. 동남아권이나 중국 유학이 대세(?)로 자리를 잡으면서 중산층·저소득층의 기러기 아빠가 덩달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배우자와 떨어져 지내는 ‘기러기 가구’는 전국 115만 가구였다. 50만 가구 이상이 기러기 아빠만 사는 가구로 추정된다. 조기유학에 따른 기러기 아빠는 20만~30만명이다.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엄명용 교수는 “2000년대 들어 매년 2만명 안팎의 기러기 가족이 생겨 꾸준히 쌓이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퇴직을 앞두고 노후를 준비하려고 가족들을 먼저 동남아 등으로 보내 적응시키는 교육 이외 목적의 기러기 아빠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기러기 아빠들은 ‘홀로 살아간다며 슬프게 바라보는 연민의 눈초리를 받기 싫다’는 이유 등으로 사적 모임엔 거의 나가지 않는다.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 대표는 “이처럼 고립을 자초하면서 마음의 병은 커진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3월 대구에서는 10년째 기러기 아빠로 지내던 치과의사 A(50)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 대표는 “독거 생활을 성공적으로 해낸 기러기 아빠를 중심으로 자조 모임을 만들어 서로를 보듬는 게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한편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실은 오는 13일 기러기 아빠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수백년 떠돈 ‘비운의 민족’ 쿠르드족, 그들에게 평화의 꽃은 필까

    [주말 인사이드] 수백년 떠돈 ‘비운의 민족’ 쿠르드족, 그들에게 평화의 꽃은 필까

    제국주의의 침탈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긴 채 수백년간 뿔뿔이 흩어져 이산의 아픔을 겪어온 중동의 쿠르드족. 이들에게도 ‘평화의 봄’이 찾아올 것인가. 지난 29년 동안 터키 정부에 무력으로 대항한 터키 ‘쿠르드 노동자당’(PKK) 소속 반군이 지난 3월 무장투쟁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터키에서 철수하기 시작함에 따라 쿠르드족이 지구촌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AP·AFP통신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터키 내 쿠르드족 반군들은 지난 8일(현지시간) 터키 정부와의 평화협상안에 따라 이라크 북부 지역으로 공식 철수를 시작했다. PKK 소속 반군 2000여명은 이날 철수를 개시해 4개월 동안 산악지대를 통해 이라크 북부지역의 칸딜산으로 기지를 옮길 예정이다. ‘비운의 민족’인 쿠르드인들은 쿠르디스탄 지역에 사는 산악 민족이다. ‘쿠르드족의 땅’으로 불리는 쿠르디스탄은 이란과 아르메니아의 국경 부근에서 티그리스강의 지류인 디얄라강 유역에 이르는 20만㎢의 지역이다. 터키와 이란, 이라크, 시리아, 아르메니아 등 5개국에 각각 분할 점령돼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팩트북·한국국방연구원(KIDA) 등에 따르면 인구는 3000만~3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쿠르드족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국가는 터키로 1400만명이며 이란(790만명), 이라크(470만명), 시리아(160만명), 아제르바이잔(115만명) 등의 순으로 많다.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쿠르드족은 수천년 동안 쿠르디스탄에서 평화롭게 유목 생활을 해오다 16세기 오스만 튀르크의 지배하에 들어가면서 끝모를 불행이 시작됐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터키가 패배하자 세력 공백기를 이용해 1922년 6월 무장 독립투쟁을 벌였지만 쿠르디스탄의 일부인 이라크 북서부 지역의 유전지대를 탐내던 영국이 개입해 좌절됐다. 이후 터키와 이란, 이라크, 시리아, 아르메니아 등에 쿠르디스탄이 분할 점령돼 한때 품었던 ‘독립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다섯 조각’으로 쪼개진 상황에서도 쿠르드족은 독립을 위한 투쟁을 계속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신들이 거주하는 국가를 상대로 수십 차례 분리·독립을 요구했으나 그때마다 각국 정부군에 의해 무력으로 진압되는 등 탄압과 박해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데다 역량마저 부족했던 탓이다. 10년에 한 번꼴로 대규모 학살을 당했다. ‘달걀로 바위치기’처럼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던 쿠르드족의 독립은 1984년 ‘쿠르드 노동자당’을 창설해 본격적인 무장투쟁을 전개하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PKK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65)은 이라크와 터키 국경에 독립국가 건설을 목표로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동족들을 규합해 분리·독립 운동의 포문을 열었다. 터키 내 쿠르드 반군 3000여명을 중심으로 터키 정부군과 이라크 정부군에 대해 대대적인 반격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터키군과 이라크군의 절대적으로 우세한 화력을 끝내 당해내지 못하고 1984년 한 해 동안에만 2700여명의 쿠르드족 전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를 빌미로 터키 정부는 쿠르드어 방송과 교육을 금지하며 탄압정책의 강도를 더욱더 높였다. 쿠르드족은 이에 굴하지 않고 터키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군 시설 등을 로켓포로 공격하는 등 무장투쟁을 지속했다. 이에 터키군은 동남부 지역에 병력 15만명을 긴급 배치해 PKK 거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당황한 오잘란은 1993년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하고 대화를 통한 분쟁 해결을 제안하기도 했다. PKK 강경파의 테러 활동이 끊이지 않자 각국 정부는 쿠르드족에 대한 강경 탄압을 지속했다. 특히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1980년대 화학무기를 사용해 현지 쿠르드족 5000명 이상을 학살하기도 했다. 이라크의 쿠르드족은 후세인이 미국과의 이라크 전쟁에서 패한 후 비로소 자치권을 얻었다. 이란 내 쿠르드족은 1946년 소련 군대의 지원으로 독립 국가 ‘마하바드 공화국’을 세웠으나 1년 만에 무너졌다. 1999년 2월 PKK 반군 지도자 오잘란이 체포돼 터키로 압송되면서 쿠르드족 분리·독립운동은 추진력이 약화됐다. 하지만 ‘쿠르드족의 영웅’인 오잘란이 수감돼 있던 터키 이스탄불의 임잘린 교도소에서 가혹행위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터키 곳곳에서 쿠르드족의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는 등 2000년대 들어서도 이들의 무장투쟁의 불길은 다시 타올랐다. 서로 간의 피해가 갈수록 극심해지자 터키 정부와 PKK는 지난해 말부터 평화 협상을 시작했다. 터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이 유화정책을 내놓자 PKK도 자치권 확대, 쿠르드족 정체성 인정과 언어 사용 등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화답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EU 가입을 희망하는 터키에 대해 쿠르드 인권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면서 평화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이에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오잘란이 지난 2월 PKK를 비롯한 쿠르드계 정당에 보낸 평화안 로드맵에서 정전을 선언하고 올여름까지 무장을 해제하겠다고 밝히자, PKK 반군이 2년간 억류했던 터키군 8명을 석방하고 터키 땅에서 공식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PKK가 30년 가까이 분리·독립을 요구하면서 터키군에 무장 항쟁을 지속하는 동안 목숨을 잃은 희생자는 4만 50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터키 내 쿠르드 반군의 철군이 시작됐지만 쿠르드족의 앞날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1993년과 1999년 정전을 선언했다 깨졌던 선례가 있고, 평화협상에서 PKK가 요구하는 새로운 평등 헌법을 터키 정부가 수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평화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쿠르드 강경세력이 언제든지 테러를 일으킬 수 있고, 쿠르드족 문제는 정치적 상황과 쿠르드족에 대한 노선과 정책이 다른 여러 국가들이 직접 관련돼 있어 풀기 어렵다는 게 중동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특히 팔레스타인인들과는 달리 중동 국가들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데다 대부분 각국의 내정에 속해 국제사회도 인도주의적 지원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사설] 통상임금 해법, 노·사·정 대타협으로 풀어라

    통상임금 분쟁이 국가적인 핫 이슈로 떠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댄 애커슨 GM회장에게 “통상임금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지만 (소송 중인) GM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의 문제여서 꼭 풀어가야 한다”며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노동계와 산업계의 관심사항이었던 통상임금은 이제 국민적 관심거리다. 통상임금 문제는 하루아침에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때문에 우리 사회 전체가 지혜를 모아 해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통상임금이 사회적 쟁점이 된 것은 대구의 한 기업 노조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지난해 3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부터다. 통상임금은 휴업수당,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할 때 결정기준이 되는 임금이어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근로자가 받는 수당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GM 등 62개 기업 노조가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해 달라는 소송을 잇따라 제기해 놓은 상태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산업계가 안아야 할 추가 부담은 38조원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노사 간 첨예한 쟁점이 아닐 수 없다. 법원 판결 앞에 정부도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통상임금 논란은 애매한 법률적 규정과 유연한 법 해석 추세 등이 맞물리면서 빚어진 측면이 크다고 보여진다. 근로기준법은 위임규정 없이 시행령 제6조 1항에서 시간급, 일급, 주급, 월급 또는 도급금액을 통상임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정부는 1개월을 초과해 지급하는 금액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해석한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1994년 육아수당, 1996년 휴가비·교통비에 이어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탓에 산업계와 노동계는 혼선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혼란을 잠재우려면 노·사·정위원회가 나서야 한다. 정부 중재 아래 노사가 6월부터 머리를 맞대 애매한 근로기준법 규정을 명쾌하게 정리하기 바란다. 법 개정 과정에 아예 입법부가 참여하는 공청회를 거칠 수도 있을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새로운 판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만하다. 그런 점에서 통상임금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면 입법·사법·행정부가 모두 나서 국민적 여론을 결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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