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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광주·충남·경북, 생활밀착형 복지·고용 고득점… 전남·전북, 무리한 SOC 낙제점

    대구·광주·충남·경북, 생활밀착형 복지·고용 고득점… 전남·전북, 무리한 SOC 낙제점

    민선 5기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최고 등급인 SA등급을 받은 대구, 광주, 충남, 경북은 생활 밀착형 복지·고용 분야 공약 이행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C등급을 받은 전북, 전남의 경우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들을 내걸었다가 공약을 이행하지 못한 점이 낮은 점수를 받은 이유다. 광주는 총 93개 공약 중 86.02%(80개)를 완료해 공약 이행 완료 분야에서 SA등급을 받았다. 특히 유엔 지정 인권도시 추진, 광주 공동체 원탁회의 구성 등의 공약 이행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광주국제관광전 개최 공약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충남은 특히 주민 소통 분야에서 SA등급을 받는 등 주민 참여형 공약들이 돋보였다. 일반 주민이 직접 참여해 정책 주제를 놓고 쌍방향 토론을 벌이는 충남도민정상회의, 농수산혁신위원회 등이 성과로 꼽혔다. 충남도민 프로축구단 창단 공약은 폐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은 농민사관학교, 여성 정무부지사제 도입 등이 우수 공약으로 평가됐다. 남북 6축 자동차 전용 국도 건설, 동남권 신국제공항 건설, 포항 영일만항 조기 마무리, 울릉 경비행장 착공 등은 이행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구는 국가과학산업단지 조성, 교육특별시 건설과 문화예술도시 조성 사업,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 세계에너지총회 개최 등을 차분하게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낙동강 친수구역 개발, 도시형 타운하우스 건설 등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남부권 신공항 조기 유치 약속에 대해서도 이행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이번에 우수한 평가를 받은 지역은 주민 참여율을 높여 행정 패러다임을 바꾸고 지역 비전을 설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 공약들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대형 SOC 도로 건설 등의 국책 사업과 대형 개발 사업 등의 공약을 무분별하게 남발하는 경향은 여전했다. 전북은 총 56개 공약 중 완료 공약 12.50%(7개), 이행 후 계속 추진 공약 55.36%(31개) 등 67.86%(38개)가 완료·이행 공약으로 분류돼 전체 평균 76.78%보다 낮았다. 공약 이행을 위한 재정 확보율은 22.74%에 불과했다. 특히 민선 5기 출범 당시 새만금 명품복합도시 조기 건설 공약 추진을 위한 초기 재정 계획은 5조 1200억원이었으나 재정 확보율은 0%였다. 마찬가지로 전주~김천 동서횡단철도 건설을 공약했으나 재정 확보에 실패했다. 전북을 대표하는 상징적 문화공간 건립을 위해 18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재정 확보는12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전남은 무안 산업교역형 기업도시 건설, 풍력설비 전용 산단 조성 등의 사업이 보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안공항~순천 간 중동부권 도로 개설 공약은 중앙정부의 대형 SOC 사업 원점 재검토 방침 등을 고려할 때 이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F1대회 개최 공약은 1조원의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누적 적자 2000억원을 기록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서울은 종합 평가 결과 A등급을 받았고 총 333개 공약 중 84.08%(280개)를 완료, 이행했다. 핵심 공약을 살펴보면 ‘공공임대주택 8만호 공약’은 2013년 말 기준으로 7만 3959호 공급이 이뤄졌다. ‘부채 7조원 감축 공약’은 임대주택 확대에 따른 보증금 증가와 퇴직급여 충당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공약’은 청소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이후 정년 문제와 다산콜센터 직원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해법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경기도는 종합 평가 결과 B등급을 받았고 총 61개 공약 중 59.02%(36개)를 완료, 이행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구축 공약 등 대규모 국책사업을 내건 영향으로 공약 이행을 위한 재정 확보율은 19.64%에 불과했다. 도내 대학 기숙사 건립 지원 공약도 성과가 미흡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부산은 종합 평가 A등급을 받았다. ‘부산 돔구장 건립’은 완료됐다고 보기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서울광장] K검사와 L판사에게/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K검사와 L판사에게/박홍환 논설위원

    K검사, L판사, 참 오랜만입니다. 이미 검찰과 법원의 주요 간부가 된 두 분에게 여전히 검사, 판사 호칭을 붙여 부르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15년 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인연을 맺을 때 남겨준 강력한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비분강개하며 우리 사회의 거악(巨惡) 척결에 나섰던 K검사나, 새벽까지 불을 밝힌 채 법전과 재판 서류를 넘기던 L판사 모두 우리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법조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악의 화신인 강자에게는 늦가을 서릿발 같은 엄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어쩌다 작은 실수를 저지른 약자에게는 봄볕을 비춰주던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하지만 두 분이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법치(法治) 구현의 꿈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집니다. 세간의 불신이 가장 큰 이유겠지요. 검찰은 어떻습니까. ‘스폰서 검사’, ‘벤츠 여검사’, ‘성추문 검사’부터 ‘해결사 검사’까지 말하기조차 민망한 사건들이 줄지어 터지고 있습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서는 위조된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어이없는 실수,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내사 및 수사부터 공소유지까지 전 과정에 전권을 갖고 책임지는 검찰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일입니다. 국가정보원에 책임을 돌리기도 스스로 민망할 것입니다. 사법부는 어떤가요. 이른바 ‘황제노역’ 판결로 법원을 지탱하던 기둥은 또 하나가 부러졌습니다. 벌금을 안 낸 대기업 회장의 하루 노임을 5억원씩 쳐주는 후한 인심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요. 뉴질랜드로 도망가 호의호식하던 대주그룹 허재호 전 회장이 자진 귀국해 일당 5억원에 49일간의 종이봉투 만드는 일을 시작한 날 1만 3000원을 훔친 어느 서민은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강자에 관대하고, 약자에 추상같은 일그러진 판결입니다. 사표를 낸 당시 재판장은 허 전 회장의 건설회사에 자기 집을 팔고 그 회사의 대형 아파트를 분양받았다지요.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사건’ 수사 때의 일화입니다.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청사 주위에 수상한 차량들이 자주 출몰하자 국정원이 수사팀 도청을 시도하고 있다고 판단한 검찰 간부는 국정원 간부에게 수사방해 혐의로 처벌하겠다는 경고와 함께 당장 철수시키라는 불호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이번 증거조작 사건 수사에서 국정원 과장급 이상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검찰이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구성원들의 잇단 헛발질에 김진태 총장을 비롯한 검찰 간부진의 피로도 만성화되는 듯합니다. 그러는 사이 검찰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갈 것입니다. 최근 사법불신 현상에 대한 전문가 설문조사에 응했는데 사법불신의 원인과 해법을 찾기 위한 다양한 문항들이 있었습니다. 판사들이 권력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강자의 입장에 서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는 표현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판사에 따라 들쭉날쭉인 양형 기준도 판결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원인일 것입니다. 엘리트주의를 비롯해 ‘제식구 감싸기’나 전관예우 등 여전히 남아 있는 편협한 직역이기주의도 볼썽사납습니다. 국가와 국민이 판·검사에게 무한권력을 쥐어 준 이유는 그 칼을 오로지 공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하라는 뜻일 겝니다. 판단의 재량권은 상식의 한도 내에서만 용인될 뿐입니다. 검사들의 수사가 조롱받고, 판사들의 판결을 수긍하지 못하는 이유가 사적으로 칼을 휘두르고, 상식을 벗어난 재량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법원이나 검찰 수뇌부가 진지하게 되짚어봐야 합니다. 진리와 진실은 법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 여론 속에 숨겨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검찰이나 법원 모두 최대의 위기입니다. 그래도 검찰이나 법원이 무너져서는 안 됩니다. 법치의 최후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전 구성원이 그야말로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환골탈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금쯤 서초동 법조타운에도 벚꽃이며 진달래며 개나리가 만개했을 것입니다. 잔인하게 아름다운 4월, 두 분과의 반가운 재회를 기대합니다. stinger@seoul.co.kr
  • [오승호의 시시콜콜] 휴대품 면세한도 ‘부자 대 서민’ 논쟁 말길

    [오승호의 시시콜콜] 휴대품 면세한도 ‘부자 대 서민’ 논쟁 말길

    이명박 정부 때 규제개혁의 상징은 전봇대 뽑기였다. 전남 영암 대불공단에 있는 전봇대는 조선부품 운송에 큰 지장을 준다는 지적에 따라 2008년 1월 철거됐다. 당시 이 대통령 당선인이 지시한 뒤 이틀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 상징은 손톱 밑 가시뽑기다. 지난달 20일 박 대통령 주재로 규제개혁 끝장토론이 열린 이후 국토교통부는 일반화물차량을 개조해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규제개혁장관회의를 한 지 5일 만에 전광석화처럼 처리했다. 푸드트럭은 당분간 손톱 밑 가시뽑기의 모범사례로 회자될 것 같다. 규제개혁 과제에는 해외여행 휴대품 면세한도 문제도 포함됐다. 끝장토론에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천송이 코트’ 구입과 관련한 액티브 엑스(Active X) 문제 등과 함께 제기했다. 전경련은 2012년 9월에도 ‘골목길 전봇대’에 비유하면서 면세한도를 400달러에서 1000달러로 높여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한도를 800달러로 높이는 내용을 담은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달 2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면세한도 상향 문제는 ‘신중 검토’로 분류돼 연내 결론 내기로 했다. 끝장토론에서 제기된 51개 과제 가운데 푸드트럭이나 액티브 엑스 없는 쇼핑몰 등 42개는 ‘수용’으로 결론났다. 하지만 면세한도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만큼 민감한 사안인 듯하다. 면세한도 400달러는 1988년 이후 20년 이상 유지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은 720달러, 일본 2000달러, 미국 800달러, 중국 820달러 등이다. 홍콩은 한도가 없다. 지난해 한도 이상 구매한 내국인은 113만명, 1인당 평균 구매액은 827달러다. 2007~2011년 면세한도로 적발된 건수는 4만 6450건, 이들에게 부과된 가산세(30%)는 14억 8300만원이다. 상향조정론자들은 물가상승과 국민소득 증가 등을 이유로 든다. 면세품을 살 기회가 적은 사람들에게 400달러 한도는 오히려 불편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여행객 규모는 1370만명으로, 중복 인원을 고려한 해외여행 경험 비율은 17% 수준이다.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쪽은 국민 위화감 조성이나 세수 감소를 이유로 꼽는다. 두 쪽 논리의 타당성은 나름대로 있을 것이다. 다만 ‘부자 대 서민’ 프레임 논쟁으로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편익 관점에서 해법을 찾으면 된다. 논설위원 osh@seoul.co.kr
  • 美·러 ‘우크라 해법’ 동상이몽

    미국과 러시아의 외무장관이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무력이 아닌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하자는 데 동의했다. 때마침 우크라이나 접경에 주둔 중인 러시아 병력이 점진적으로 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해법을 놓고 양국 사이에 이견이 커 아직까진 갈 길이 멀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파리에서 4시간의 긴급회동을 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과 러시아는 현재의 위기를 가져온 사건에 대한 입장차가 있었지만 외교적 해법을 찾고 우크라이나인들의 필요를 충족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양국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담에서 제시된 방안에 나타난 양국의 입장은 엇갈렸다. 가디언에 따르면 케리 장관은 우크라이나 영토에 있는 러시아 비정규군의 무장을 해제하고 국제 감시기구의 접근을 허용할 것 등을 요구했다. 특히 그는 협상 테이블에 우크라이나 정부의 참여가 없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에 연방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그는 “솔직히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연방 밖에서는 어떤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각 지역은 각자의 경제, 세금, 문화, 언어 등을 관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주변국과의 관계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담 뒤 “매우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연방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F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최근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점진적으로 철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에 변화가 생길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인터넷 통신 ‘글라브레드’도 이날 러시아군 병력이 약 4만명이었던 데 비해 현재는 약 1만명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서쪽 국경에 위치한 옛 소비에트 연방 몰도바에 1억 달러(약 1065억원)를 지원했다. 이 나라의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 주민 대부분은 자신을 러시아인이라고 여기며, 실제 러시아 병력도 일부 주둔하고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농산물 가격 5년째 롤러코스터… 정부, 근본대책 없이 “소비” 읍소

    농산물 가격 5년째 롤러코스터… 정부, 근본대책 없이 “소비” 읍소

    지난 2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대형 유통업체에 최근 가격이 폭락하는 양파 등 채소류 소비촉진 행사를 더 열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가 만남을 주선한 3대 마트 중 한 곳은 아예 오지도 않았다. 게다가 마트 판촉행사에 하루에 양파를 하나 먹던 가족이 5개, 10개로 늘리지 않는다. 그러나 적자에 허덕이는 농민을 생각하면 정부는 이런 ‘읍소’라도 해야 한다. 역대 정권의 호언대로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근본적인 가격 안정에 성공했다면 좋겠지만 결과는 미미하다. 지난 5년간 주요 농산물 가격은 급등락을 거듭했고, 최고가는 최저가의 두 배를 넘기도 한다. 31일 농수산식품공사(aT)의 농수산물 가격정보시스템(Kamis)에 따르면 2월 배추(1㎏) 소매가격은 2010년 3069원에서 2011년 4805원으로 오른 뒤 2012년에는 1885원으로 내렸다. 지난해에는 3917원으로 급등하더니 올해 2229원으로 폭락했다. 최고가(4805원)는 최저가(1885원)의 2.5배나 된다. 양파(1㎏)도 최고가(2013년 2707원)가 최저가(2010년 1389원)의 거의 두배다. 건고추(1㎏)의 최고가(2012년 1만 7008원)는 최저가(2010년 7600원)의 2.2배다. 잘 알려진 대로 올해의 가격 폭락은 풍년 때문이다. 이날 양파(1㎏)의 가격은 1527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3460원)보다 55.9% 하락했다. 수요는 139만 9000t인데 공급량은 146만 9000t으로 7만t이 남는다. 겨울배추도 저장량이 13만t으로 지난해보다 30% 증가했다. 이날 가격(1㎏)은 1907원으로 1년 전(4066원)보다 53.1% 내렸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 경보제(안정, 주의, 경계, 심각) 중 심각단계가 되면 직접 개입한다. 하지만 농민 여론이 악화되자 양파 가격 등이 경계 단계임에도 선제적으로 응급처방에 나섰다. 하지만 해법은 제한적이다. 정부 및 농협 농산물 재고 방출 시기를 미루고, 마트 등에 소비촉진 행사를 요청했다. 군부대와 학교급식에 채소 소비 확대를 권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실 지금도 마트에서 채소 할인행사를 하고, 군부대와 학교도 원래 국산 농산물을 먹기 때문에 단지 판촉행사나 채소 식단을 한 번 더 해주길 요청하는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 유통구조를 개혁하고 있지만 단기적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이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만 4번의 농산물 가격 수급조절위원회를 열어 소비자단체, 농민단체, 가공업체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은 역시 없다. 유통구조 개선이 근본적 해결책이지만 역대 정부의 관련 정책은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이번 정부도 지난해 5월 농산물 유통구조개선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아직 효과를 보기는 이르다. 김완배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올여름 폭염에는 고랭지 배추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의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농산물의 품목별 협동조합을 만들면 산지에서 적정량을 생산하거나 과잉 생산분은 폐기·저장할 수 있어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푸틴, 오바마와 1시간 통화…우크라사태 ‘출구전략’ 시동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가 잇따라 접촉하면서 외교적 해법이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백악관에 따르면 핵안보정상회의 참석 차 네덜란드 등 유럽 방문을 마치고 29일 오후(현지시간) 귀국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도착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날 전화 통화는 푸틴 대통령이 먼저 걸어와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간여에 걸친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논의하자”고 말했고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구체적인 해결책을 서면으로 먼저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과 주권을 더는 침해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민간인들에 대한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적 행동을 용인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의 안정을 돕기 위해 가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두 정상은 또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통해 다음 단계를 논의하기로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8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적 행동을 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29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을 의도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폭력성 키우는 모멸감 원인은

    폭력성 키우는 모멸감 원인은

    모멸감/김찬호 지음/문학과지성사/324쪽/1만 3500원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건이나 범죄의 원인으로 모멸감이 지적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업신여기고 얕잡아 본다’는 뜻의 모멸. 안타깝게도 모멸감이 부르는 개인적 일탈과 공동체적 해악은 이제 심각한 수준으로 번진 상황이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인 모멸감의 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이를 해소할 수 있을까. ‘모멸감’은 지금 한국의 일상에 만연한 모멸감을 키워드 삼아 우리 사회를 해부한 책으로 눈길을 끈다.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한 모멸과 모멸감의 실체를 인문학적으로 규명한 최초의 국내서’라는 출판사 측의 소개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모멸이란 개념에 대한 천착이 신선하다. 인문학·심리학 문헌과 문학작품은 물론 뉴스 기사며 TV 드라마·영화 대사까지 훑어 건져 올린 모멸의 사례와 일상 속 에피소드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모멸감의 수준이 세대·계층 구분 없이 폭력적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모멸감이 맹위를 떨치는 원인을 역사적 맥락에서 찾아낸다. 무엇보다 조선시대의 귀천 의식과 신분적 우열 관념이 자의적으로 청산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급격하게 추진된 산업화와 급변한 사회 환경이 모멸감 만연의 큰 요인임을 들춰 낸다.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위신을 확인하려는 문화 또한 모멸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런 현실에서 크고 작은 모멸감이 가중되고 훼손된 자아를 보상받으려는 집단 콤플렉스가 공격적 민주주의와 편협한 인종주의로까지 번진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이 모멸과 모멸감을 ‘정서적인 원자폭탄’에 비유하곤 한다. 자신을 끝없는 바닥으로 추락시키는가 하면 타인과 세상에 대한 폭력으로 폭발한다는 까닭에서다. 책은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이란 부제 그대로 단순한 모멸의 사례 소개에 그치지 않고 해결책 제시로 이어 간다는 점에서 도드라진다. 그리고 그 해결책의 초점은 낮은 자존감 극복에 맞춰진다. 책대로라면 학력, 외모, 경제력, 피부색의 외형적 차이를 절대화하면서 멸시하는 문화와 사회 풍토의 개혁이야말로 모멸과 모멸감을 줄이는 우선적 해법인 셈이다. 저자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넘어 ‘느끼는 단계’로까지 나아갈 것을 제안한다. 다소 생소하지만 ‘모욕 감수성’의 소개로 비쳐진다. 모멸감에 취약한 심성에 대해 개개인이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존중과 자존의 문화는 분명 여럿이 만들어 가는 것이지만 그 출발과 귀결의 지점은 결국 각자의 내면에 있다.’ 작곡가 유주환이 이 책을 읽고 작곡한 10개의 곡이 수록된 CD는 덤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북핵보다 인도적 지원 먼저 명시… MB 때보다 대북 접근 유연

    북핵보다 인도적 지원 먼저 명시… MB 때보다 대북 접근 유연

    박근혜 대통령의 28일 ‘드레스덴 연설’은 역대 대통령들이 독일에서 밝힌 대북제의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명박 정부 때에 비해 다소 유연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대통령도 과거 대통령들처럼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이룬 독일이 남북에 소중한 교훈이 되고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이번 대북제안은 예상했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메시지 전달의 순서에는 전례와 비교해 차이가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3월 베를린자유대학 연설에서 “북한 당국이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남북경협을 제안했다. 첫 번째 제안이 남북경협이었고 그 다음으로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특사교환 등을 제안했지만, 북한의 군사 도발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인도적 문제(이산가족) 해결을 가장 먼저 제안하고 북핵 문제는 연설 마지막에 밝혔다. 복합농촌단지 등 농축산 문제 해결을 제안한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독일 연설을 연상하게 한다. 김 전 대통령은 1995년 3월 베를린에서 “북에 곡물을 비롯한 원료와 물자를 장기 저리로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여전히 북핵 문제를 언급했다는 점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만들겠다는 구상)과 같은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보다 대북 메시지가 좀더 적극적인 것은 사실이다. 주목되는 점은 박 대통령이 과거 북핵 문제의 접근법으로 제시한 ‘북핵밥상론’이 보다 구체화됐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5년 박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해 “한국은 미국과 같은 단계적 접근이 아닌 ‘한 상’에 해법을 모두 올려놓고 포괄적으로 타결하는 방법이 익숙하다”는 이른바 ‘밥상론’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연설에서 북한이 핵 포기 시 동북아 다자안보 협의체 등을 추진할 수 있겠다고 밝힌 대목은 핵 포기 이후 북한 체제 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으로 평가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연설지역으로 서독이 아닌 동독을 선택했다는 점은 역대 대통령들과 다르다”면서 “상징적으로 ‘통합이 이뤄지고 나서 공산지역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북한에 보여주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김황식 일정 취소·잠적… 與 서울경선 ‘중대 고비’

    김황식 일정 취소·잠적… 與 서울경선 ‘중대 고비’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화가 단단히 났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3배수로 압축하면서 지지율이 한 자릿수대인 이혜훈 최고위원이 예비후보에서 탈락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김 전 총리는 경선 포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총리는 28일 모든 일정을 취소한 뒤 휴대전화 전원을 꺼버린 채 어디론가 사라졌다. 오전 7시에 집을 나간 그는 온종일 자택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황식이형 캠프’ 관계자들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했다. 50년 지기 친구인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전화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심’(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논란을 비롯해 당의 공천 신청 기한 5일 연장으로 야기된 김 전 총리 배려 논란, 경쟁자인 정몽준 의원이 희망했던 원샷투표 경선 방식 확정, 컷오프 범위 조정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자신을 돕고 있다는 ‘음모론’ 등에서 쌓여 온 불만들이 전날 ‘3배수 컷오프 최종 확정’으로 한꺼번에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총리와 가까운 의원들은 “김 전 총리가 여권의 강한 권유에 따라 전직 국무총리로서 많은 것을 접고 출마에 응했는데, 의도치 않게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만 계속되자 당 지도부와 청와대에 섭섭함을 크게 느꼈을 것”이라고 봤다.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김 전 총리가 자신보다 지지율이 4배 차이로 뒤지는 이 최고위원이 컷오프되는 것을 원칙으로 봤는데, 이것이 좌절돼 심대한 실망감을 안게 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물론 일각에서는 김 전 총리의 항의가 자신의 부족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인 ‘할리우드 액션’이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관측된다. 캠프 측에서는 당 지도부와 공천위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급기야 경선 불참 가능성까지 거듭 시사했다. 캠프 대변인인 유성식 전 총리실 공보실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련의 사태에 대한 정확한 해명과 사과, 책임자 문책 및 조치 요구와 관련해 당이 성의 있고 가시적인 조처를 할지 예의주시할 것”이라면서 “그러지 않으면 엄중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지금 와서 3배수 컷오프 결정을 번복할 수 없는 상황인 까닭에 김 전 총리의 화를 풀게 해 경선 과정에 다시 참여하도록 할 묘책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김 전 총리가 희망했던 예비후보 간 조속한 TV토론회 개최가 그나마 유일한 해법이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예비후보 세 사람의 3자 회동을 통한 갈등 봉합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러나 현재로선 당분간은 김 전 총리의 화가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기 소르망 지음, 안선희 옮김, 문학세계사 펴냄) 프랑스 사회학자인 저자는 1년 동안 미국에 머물면서 미국의 기부문화를 취재했다. 현재 모든 유럽 국가는 사회연대, 고등교육, 비상업적 문화 발전을 위한 분배적 역량이 바닥나 버렸다는 문제의식에서 해법을 찾아보자는 의도였다. 기 소르망은 미국의 적극적인 복지문화가 복지국가 위기를 극복할 중요한 대안이 되리라고 본다. 기부는 철저히 시민사회의 자발성에서 비롯하는 문화란 점에서다. 사회 이념과 무관하고 국가나 시장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비영리 영역, 즉 ’제3영역‘이 존재함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부가 그 제3영역에 속한 분야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불평등은 심화하는 반면 국가의 행정력과 재원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생기는데, 수많은 기부자와 자원봉사자들이 그 공백을 메우도록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관점을 전개한다. 332쪽. 1만 3600원. 사이퍼펑크(줄리언 어산지 등 지음, 박세연 옮김, 열린책들 펴냄) ‘사이퍼펑크’란 대규모 감시와 검열에 맞서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방안으로 강력한 암호 기술을 대대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창하는 활동가들이다. 비리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는 1990년대 이래 그 중심인물로 활약했다. 책은 어산지가 가택연금된 상태에서 인권운동가를 후원하는 보안전문가 제이컵 아펠바움(전 위키리크스 대변인), 비정부기구인 ‘유럽디지털권리’ 공동 설립자 앤디 뮐러마군, 시민권리단체 ‘라 카드라튀르 뒤 네트’의 설립자 제레미 지메르망과 나눈 토론을 정리한 것이다. 이들은 인터넷이 전체주의의 가장 위험한 조력자로 변신한 과정을 폭로하면서 미래를 위해 가장 긍정적인 해법을 찾아 나갈 것을 촉구한다. 어산지는 암호 기술을 통해 국가권력의 대규모 감시와 검열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새로운 영토를 창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240쪽. 1만 4000원. 유럽 사상사 산책(이와타 야스오 지음, 서수지 옮김, 옥당 펴냄) 유럽 사상의 본질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단순 명료한 구성으로 알기 쉽게 설명했다. 유럽 사상은 그리스 사상과 히브리 신앙이라는 두 주춧돌 위에 세워져 2000년에 걸쳐 깊이를 더하고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했다. 그리스 사상의 본질은 인간의 자유와 평등에 대한 자각, 그리고 이성주의다. 인간이 본래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라는 자각에서 민주주의가 비롯됐다. 이성주의라는 사상의 뿌리에서는 궁극적 실체를 탐구하는 철학과 자연의 현상을 설명하는 과학과 순수이론을 추구하는 수학이 탄생한다. 유대교에서 시작된 히브리 신앙은 천지 만물의 창조주에 대한 믿음을 기본으로 신의 모습을 본뜬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인간, 기독교의 핵심인 사랑과 용서로 생명력을 얻는다. 책의 3부는 중세철학과 이성주의, 경험주의, 사회철학과 실존철학까지 유럽철학의 중요한 대목을 발췌했다. 315쪽. 1만 9800원. 나, 건축가 구마 겐고(구마 겐고 지음, 민경욱 옮김, 안그라픽스 펴냄) 자연스러운 건축, 작은 건축, 약한 건축을 추구하는 세계적 건축가 구마 겐고의 에세이. 세계를 무대로 숨 가쁘게 뛰는 건축가가 느끼는 감정과 경험, 그리고 철학을 담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국립요요기경기장의 아름다운 지붕 곡면에 쏟아지는 빛을 보면서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부터 어릴 적 살았던 요코하마의 낡은 목조건축을 아버지와 함께 뜯어고치던 추억, 독일의 건축가 브루노 타우트가 디자인한 담배상자를 보여 주며 상자의 디자인에 대해 얘기하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 등을 담담하게 담았다. 많은 사람의 비판과 관심을 동시에 받았던 데뷔작 M2에서 5대 가부키 극장, 외관이 없는 공공건축물 아오레나가오카 등 작품들에 대한 그의 철학도 소개한다. 시각문화 전문출판사 안그라픽스의 크리에이터를 다루는 ‘나’ 시리즈의 연속물이다. 344쪽. 2만원.
  • “쉬운 과제부터 접근… 관계 개선 실마리” “비핵화 전제… 말의 성찬으로 끝날 수도”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남북 주민 간 인도적 문제 해결, 민생 인프라 공동 구축, 동질성 회복을 골자로 하는 드레스덴 선언을 제시해 향후 현실화 가능성이 주목된다. 박 대통령의 제안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통일 대박론’의 연장 선상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쉬운 과제부터 해결한다는 ‘선이(先易), 후난(後難)’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전임 이명박 정부 기조보다는 진일보한 접근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나온다. 반면 5·24 대북 조치에 대한 전향적 메시지가 없었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을 직시할 때 자칫 ‘말의 성찬’으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독일식 흡수통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박 대통령의 지금까지의 남북관계 발언은 ‘선 비핵화 후 남북관계’라는 도식 속에서 이뤄졌으나 이번 연설은 남북관계와 비핵화 문제를 정치적으로 분리한 탄력적 상호주의”라면서 “우리 입장에서 접근하기 쉬운 과제인 산림이나 농촌, 민생인프라 개선을 제시했고 주민들의 동질성 회복을 언급하면서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제안한 점은 남북관계 개선의 전향적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비핵화를 선결조건으로 내건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제안과는 차별화했다”며 “오히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남북 간 화해 협력을 강조한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취할 수 있는 방식과 내용을 총망라한 셈”이라면서 “핵을 포기하면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만들어 주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정책보다 유연하고 전향적이지만 노무현 정부의 10·4 선언보다는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 위한 남북 간 후속 고위급 대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서는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제안을 한국 주도의 독일식 흡수통일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며 “북한이 우리 측 제안을 독이 든 사과로 볼 수 있는 만큼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이번 제안은 이명박 정부 북핵 해법의 인도주의적 버전이지만 북한을 변화시킬 지렛대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이번 연설은 새로운 내용이 없어 5·24 제재 조치와 북핵 문제를 넘어설 비전과 전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이웃 덕분에 생명 살리는 강북

    강북구는 27일 자살예방 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보건소 중심의 사업을 동 주민센터와 자원봉사단체를 연계한 마을단위 생명존중사업으로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자살예방 체계 구축에 필요한 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풀고 지역이나 환경 차이에 맞춘 세심한 접근을 위해 지역밀착형 예방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사업이다. 보건소는 조금 더 전문적인 일을 하도록 하되 일선 현장을 더 자주 돌아보게끔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생명존중팀의 자살예방 전담 공무원이 매일 오후 1~6시 동별 순환근무를 하면서 65세 이상 독거노인이나 질병이나 실직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찾아가도록 했다. 주민센터에서 만든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자살척도, 스트레스척도, 우울척도 등을 평가해 자살고위험군을 추출한 뒤 개별 맞춤형 관리에 들어간다.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와 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 주민센터를 찾은 취약계층에 대해서도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한다. 상담 등의 과정에서 위험성이 엿보일 경우 강북구정신건강관리센터나 의료기관으로 즉시 연결해 준다. 민간의 협조도 구한다. 동별로 자원봉사단체, 종교단체, 지역단체 등과 자살예방 업무에 특별히 관심을 가진 주민 15명 정도로 생명지킴이단을 만들도록 한다. 누구나 보건소나 주민센터에서 지원할 수 있다. 마을마다 상황에 맞는 구성과 활동이 이뤄지도록 활동비와 운영비도 지원한다. 동별 주요 추진 실적을 평가, 우수사례 발굴과 공유에도 힘쓴다. 박겸수 구청장은 “자살 문제에 대한 제일 좋은 해법은 공동체 속의 구성원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살아나가자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그런 취지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서 “나아가 자살예방 안전망을 조금 더 촘촘하게 구축해 더불어 살아가는 강북으로 가꾸겠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슬럼프는 내면의 꾀병… 집중이 해법, 도전해야 한계 넘어 성과

    “슬럼프는 내면의 꾀병이라고 생각해요.” 소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상화 선수가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 열정락서’에서 운동선수가 아닌 강연자로 대중 앞에 섰다. 운동복을 벗고 산뜻한 투피스 차림으로 등장한 이 선수의 얼굴에는 여유와 자신감이 넘쳤다. 이 선수는 이날 체육관을 꽉 채운 1만 3000여명의 대중에게 ‘슬럼프는 내면의 꾀병’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은 사회자인 개그맨 서경석과 약 1시간 동안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는 “토리노올림픽 다음 해인 2007년 크게 슬럼프를 겪었다”면서 “슬럼프라고 단정 짓지 않고 나에게 더 집중하고, 남들이 쉴 때 더 열심히 움직인 게 슬럼프 극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한계에 온 힘을 다해 도전해 보면 그 일이 왜 매력적인지 알게 된다”면서 “한계를 돌파하는 건 즐거운 소동”이라고 정의했다. 숨은 조력자를 묻는 질문에는 “레고블록, 네일아트, 아버지, 자기 자신”을 꼽았다. “레고블록 조립과 네일아트는 선수 이상화에서 잠시 벗어나 사람 이상화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레고는 말을 할 수 있는 태범이(모태범 선수)보단 못하지만 나의 오랜 친구”라고 답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경기에 대한 부담감은 늘 아버지와의 전화통화로 극복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그는 “결국 꿈과 목표를 이루는 건 자기 자신”이라면서 “한계란 스스로 치는 생각의 울타리일 뿐이다. 여러분도 한계에 머물지 말고 도전해서 성과를 이뤄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운동할 때 특별히 가지고 있는 습관이 있느냐는 한 청중의 질문에는 “쓸데없는 습관은 버리려고 노력한다”면서 “뭔가 되려 하면 긴장해서 더 실수하게 된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답했다. 선수의 주된 업무에 대해서는 주저 없이 ‘신기록 경신’이라고 답했다. 이 선수는 “누군가 세워놓은 기록도 엄청난 훈련과 피땀의 결실인데 그런 기록을 깬다는 것은 그야말로 극한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라면서 “내 기록이 깨지면 가슴은 아프겠지만 내 기록을 깰 수 있는 후배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성 열정락서’는 각 분야의 멘토들을 초청해 자신의 성공·실패 경험을 들려주는 토크콘서트다. 이날 강연은 이 선수 외 ‘곡선이 이긴다’의 저자 유영만 한양대 교수, 이돈주 삼성전자 사장 등이 강연자로 참여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정치뉴스 why] 새정치 첫날 왜 국립현충원 안 갔나

    [정치뉴스 why] 새정치 첫날 왜 국립현충원 안 갔나

    그동안 야당이 새 출발을 할 때나 새 지도부 등이 구성될 때는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찾는 것이 관례였다. 2012년 민주통합당은 새 지도부 출범 후 국립현충원을 방문했고, 김한길 대표는 지난해 5월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후 첫 행보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후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27일 첫 공식활동으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를 하는 대신 민생 현장을 찾았다. 왜 그랬을까.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이념 문제를 넘어서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찾을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 지도부가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에 대해 계획조차 없다고 잘라 말한 것은 의도적으로 논쟁거리를 만들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안 공동대표는 지난 대선에 이어 새해 첫날 김·노 전 대통령의 묘역뿐만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해 민주당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미 양측은 신당의 이념적 좌표인 정강·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 삭제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념 논란은 당내 계파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신당 이미지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당 관계자는 “전날 대전현충원을 방문했기 때문에 첫날은 민생행보에 집중한다는 의미”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신당 지도부는 대신 서울 서대문구청 희망복지지원단을 찾아 일명 ‘세모녀 자살사태 방지법안’ 발의를 위한 현장간담회를 갖고 취약계층 가정을 방문했다. ‘민생 중심 행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이날 사회복지 공무원과의 간담회에서 “국민의 삶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민생 중심주의 정치와 삶의 정치를 국민께 약속한 새정치연합의 첫걸음으로 복지현장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이 이날 통합신당의 1호 법안으로 기초생활보장법 등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한 것도 민생정치의 실천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최고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 당명이 새겨진 파란색 점퍼를 함께 입고 화합을 다짐했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기초선거 무공천과 관련해 더 이상의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사설] 한·미·일 정상 보란 듯 탄도미사일 날린 北

    한·미·일 3국 정상이 헤이그에서 마주앉은 어제 새벽 북한이 탄도미사일 두 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사거리가 1300㎞에 이르는 중거리 노동미사일로, 지난달 21일부터 사흘 전까지 연거푸 쏴 올린 단거리 미사일이나 방사포와는 급이 다르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며, 한국은 물론 일본 전역의 미군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다. 정보 당국에 따르면 북은 이번 노동미사일 발사에 처음 차량에 실어 옮기는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했다고 한다. 한·미·일 정상에게 보란 듯 무력시위를 벌인 셈이다. 노동미사일에 담긴 북의 메시지야 달리 따져볼 것도 없이 3국 정상의 북핵 폐기 요구를 단호히 거부한다는 뜻이라 할 것이다. 특히 미군의 핵전력을 염두에 두고 언제든 이를 타격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는 것으로 미국의 유화적 태도를 이끌어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이동일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미국이 핵위협을 계속하면 북한도 핵 억지력 과시 조치들을 연속적으로 취할 수밖에 없다”며 4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고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헤이그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중국의 보다 적극적 역할을 당부한 데 맞서 자신들은 호락호락 중국의 말을 듣는 존재가 아님을 과시하려는 김정은의 치기 어린 대응으로도 여겨진다. 지난달 키리졸브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앞두고 남북 간 상호비방 중단 등을 앞세운 ‘중대제의’를 내놓고, 이를 수용하라며 대화 공세에 적극성을 보이던 북이 이달 들어 이처럼 잇단 무력시위로 방향을 튼 배경에는 한층 심화된 김정은의 체제불안 심리와 이에 따른 북한 지도부의 불안정성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경제적 이유로 핵을 포기했다가 결국 크림반도를 무기력하게 러시아에 빼앗긴 최근의 우크라이나 사태도 김정은으로 하여금 핵을 더욱 힘껏 끌어안게 만드는 요소일 듯도 하다. 어제 한·미·일 정상이 조만간 북핵 6자회담 3국 수석대표 회동을 개최,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모색하기로 했다지만 핵 말고는 체제 안전의 다른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게 김정은 체제인 이상 당장 뾰족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더욱이 최근 미 의회가 지난해 북의 3차 핵실험 이후 1년 가까이 잠자고 있던 대북제재강화법안(HR1771) 입법화를 본격 추진하고 나선데다 조만간 이번 노동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차원의 추가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한다면 이런 대화 의지나 노력과 별개로 한반도의 안보 현실은 군사적 긴장이 더욱 고조되는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북한을 움직일 지렛대를 우리가 잡아야 한다. 어제부터 시작된 독일 방문에서 펼쳐보일 박 대통령의 ‘통일 행보’가 향후 남북 관계와 한반도 안보지형의 열쇠를 쥐고 있다. 과감하고 적극적이면서도 구체적이고 정교한 대북 메시지가 요구된다. 대화 제의에 주먹부터 휘두르며 초조함을 드러내고 있는 북한 당국을 배려하고 달래면서 한 발짝씩 끌어낼 지혜를 담아야 한다. 북한도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허투루 보지 말기 바란다. 남북 간 화해·협력을 통해 체제 안정을 도모할 흔치 않은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
  • [핵안보정상회의] 쏟아낸 北核 구상들… 다시 주목받는 ‘밥상론’

    박근혜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의 핵안보정상회의를 통해 ‘파일럿 프로젝트’(시범사업)와 한·중·미 3국의 6자회담 노력 등 북핵 구상을 쏟아 내면서 과거 박 대통령이 북핵 해법으로 제시했던 ‘밥상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북핵 밥상론은 박 대통령이 2005년 3월 한나라당 대표 때 미국을 방문해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서양에선 음식을 먹을 때 수프, 메인요리, 후식 등이 단계적으로 나오지만 한국은 밥상에 밥, 국, 찌개, 반찬 등을 한꺼번에 다 올려놓고 먹는다”며 “북핵 문제도 미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계적인 접근 방법도 좋지만 한국으로서는 한 상에 해법을 모두 올려놓고 포괄적으로 타결하는 방법이 더 익숙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핵 문제를 그런 식으로 해결하면 북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며 “북핵 해결을 위해 수많은 정책과 노력이 있었지만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포괄적인 구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과 핵능력 고도화 차단 보장’을 전제로 한 대화 의지를 밝힌 것도 기존의 입장보다 유연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비핵화 방식으로 밝힌 파일럿 프로젝트도 밥상론의 일환이라는 얘기가 있다. 파일럿 프로젝트는 북한이 핵포기 의지를 분명히 하고 행동에 나선다면 전 세계가 함께 북한의 경제를 지원한다는 구상으로, 6자회담 참여국뿐 아니라 북핵 폐기를 국제사회 전체의 비확산 시범사업으로 삼자는 게 핵심이다. 이 역시 박 대통령이 밥상론과 함께 내놓았던 ‘북한판 마셜플랜’과 닮아 있다. 박 대통령은 방미 당시 컬럼비아대 강연에서 북핵 포기 시 대규모 경제 지원을 인센티브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도 밥상론과 북한판 마셜플랜을 대북 정책으로 삼았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의료협상 타결을 바라보며/이갑수 INR 대표

    [옴부즈맨 칼럼] 의료협상 타결을 바라보며/이갑수 INR 대표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뻔했던 의료협상이 잠정 타결돼 천만다행이다.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한 의사들의 집단 행동이 되풀이돼선 안 되겠지만 2차 집단휴진을 앞두고 정부와 의사협회가 보여준 협상 자세는 그래도 제대로 평가하고 싶다. 최대 쟁점인 원격의료를 놓고 정부는 의료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상정을 미뤘고, 의협 지도부도 강경 분위기 속에서 타협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결국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6개월간 실시해 본 뒤 양측이 평가해 법안에 반영키로 했고, 의료법인 자회사도 논의기구를 만들어 해법을 찾기로 했다. 합의사항 중 주목할 것은 의료계의 장기과제인 의료 수가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공익위원을 정부와 의료계가 반반씩 추천키로 해 향후 의료 수가 결정에 의사들의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의료 수가 문제의 이해 당사자들이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동안 마주보고 달리는 충돌열차에만 익숙해 있던 국민들에게 이번 정부와 의사협회 간 협상 타결 과정이 조금은 의아했을 것이다. 의료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서울신문도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관련 기사를 다뤄 왔다. 하지만 의료계의 근본 문제에 대한 심층적 접근에는 다소 미흡하다고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2000년 의약분업 때부터 수차례에 걸쳐 의료계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으로 국민들이 의사라는 직업인에 대해 갖고 있었던 공공성과 히포크라테스 정신의 이미지가 다소 퇴색된 감이 없지 않다. 이 같은 의사들의 집단반발 이면에는 ‘의료수가’라는 근본적인 이슈가 자리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정부가 수십 년간 운영해 온 소위 ‘저부담, 저보장, 저수가’를 근간으로 한 의료보험이 의사들 반발의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만일 정말 낮은 의료 수가가 문제라면 이는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결국 환자나 의사 그리고 국민 모두가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 자명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젊은층이 줄면서 젊은이들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가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의료 수가나 약값 낮추기로 운영돼 왔다는 지적도 있는 건강보험 구조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이는 보험료 인상이라는 국민부담 가중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역대 어느 정권도 이 문제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지 심적으로 국민부담 증가로 인해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못하고 근본적인 개선에 주저해 왔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국민들 앞에 이해당사자가 모두 나와 끝장토론이라도 벌여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그래서 국민 부담도 최소화하면서 의료계도 만족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선의 정답이 안 나온다면 차선책이라도 찾아야 한다. 여기에는 여야도, 보수·진보 같은 진영 논리의 접근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차제에 의료계의 양극화 현상도 해결책을 찾는다면 대형 종합병원이나 동네병원도 공존하게 될 것이고, 내과나 소아과 의사들이 보톡스를 시술하는 비보험 수가 의료행위도 줄어들 것이다. 의료와 건강보험 문제는 우리 국민들에게는 후세에까지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다. 의료·건강보험 문제야말로 서울신문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선도적으로 다뤄야 하는 현안이라고 생각된다.
  • [핵안보정상회의] 북핵 앞에 선 G2… “불용” 한마음, 해법은 두마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가진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북 해법을 놓고 의견 차를 보였다. ‘북핵 불용’이라는 기본 원칙에는 합의했으나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현안을 놓고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하고 올바른 방법은 대화를 시작해 대화로서 성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다. 시급한 임무는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해 2005년 9·19 공동성명이 도출한 목표들을 확실히 이행하는 것”이라며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25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입장을 소개했다”고 짧게 언급해 양측이 이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였음을 시사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회담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6자회담을 포함한 어떤 협상이나 대화도 북한이 취하는 행동에 근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면서 북한의 행동 변화가 대화의 전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로즈 부보좌관은 “우리는 중국과 북한을 압박하는 데 잘 협조하고 있으며 양국이 북한에 국제 의무를 지키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朴대통령 “北 비핵화 보장 땐 대화”… 6자회담 불씨 살렸다

    朴대통령 “北 비핵화 보장 땐 대화”… 6자회담 불씨 살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며 “한국·중국·미국 수석대표 등이 관련 노력을 하자”고 구체적으로 제안해 주목된다.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핵 및 6자 회담이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당초 30분으로 예정됐던 회담 시간을 62분으로 늘리며 북핵 문제를 깊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양국 정상은 ‘하나를 주고 하나를 양보하는’ 방식으로 상호 북핵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6자 회담 수석대표 간 북핵 해결 논의에 진전이 많지 않았다”고 전제한 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보장이 있고 북한 핵 능력 고도화 차단의 보장이 있다면 대화 재개와 관련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기존보다 유연한 입장을 내놓았다. 북한의 비핵화 선제 조치라는 표현 대신 두 차례나 ‘보장’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은 5개월 전 시 주석과의 회담과도 결이 달랐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가진 한·중 정상회담 당시 “6자 회담 재개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선행될 시간이 필요하다”고 시 주석에게 강조했었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6자 회담 재개 조건으로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선제 조치’를 일관되게 고수했고 중국은 6자 회담 조기 재개에 무게를 둬 이견이 지속됐다. 6자 회담은 2008년 12월 이후 6년째 개점휴업 상태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확실히 반대한다”고 재확인하며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고 중·북 간 핵 문제에 대한 이견이 있지만 중국 측 방식으로 북한을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을 국제사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는 등 중국의 적극적인 ‘북핵 역할론’을 펴며 화답했다. 헤이그에서의 한·중 및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북핵 논의를 위한 한·미·중·일·러 수석대표 간 5자 회동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북핵 조율 결과는 25일 예정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도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2012년 2·29 북·미 합의 파기 이후 북한과의 대화에 냉담한 기조를 유지해 6자 회담 재개에 있어 극적인 변화가 도출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 보장’ 표현 역시 큰 틀에서 진정성 있는 비핵화 선행 조치 기조와 차이가 없는 외교적 수사일 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가 적극적인 북핵 대화 기조로 선회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2) 아파트(중)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2) 아파트(중)

    ●박정희·전두환 정권이 만든 ‘아파트 공화국’의 흑역사 풍수학자 최창조(전 서울대 교수)가 “이제 모든 국토는 도시다”라고 선언하자 사회학자 전상인(서울대 교수)은 “사실인즉 우리나라 모든 도시는 아파트이고 따라서 모든 국토가 곧 아파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화답했다. 산비탈과 논두렁, 밭두렁 일색이던 우리 땅이 ‘아파트 천지’로 변했다. 서울을 찾은 외국인의 눈에 처음 들어오는 경관은 산이나 강이 아니라 아파트가 됐다. 상전벽해(桑田碧海)에서 ‘상전금지’(桑田地)가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좋든 싫든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군 출신 독재자, 박정희와 전두환 두 대통령의 의지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본다. 작금의 아파트공화국은 박정희·전두환의 의지와 그를 맹신하는 추종자들이 내놓은 합작품이다. 박정희가 기획하고 전두환이 연출했다. 박정희가 ‘아파트지구 지정’을 통해 서울 강남을 아파트 숲으로 변하게 했다면 전두환은 ‘택지개발촉진법’으로 대한민국을 아파트 밀림으로 만들었다. 아파트 발전사와 주거사회학, 아파트 문화사를 두루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주거혁명은 5·16 쿠데타에 성공한 박정희가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에 오른 1961년 시작돼 5~9대 대통령을 지내고 1979년 10·26사건으로 시해된 18년 동안 진행됐다. 그의 경제이데올로기는 ‘건설입국’(建設入國)이었고 그에 편승해 아파트는 지배적 주거 형태로 등극했다. 보릿고개에서 막 벗어난 신생 대한민국의 목표가 ‘먹는 것’에서 ‘사는 곳’으로 전환된 시기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독재자의 선택이었다. 관계 당국의 조건 없는 정책지원과 아파트 건설 업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수직 폭발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의 의식주생활은 너무나도 비경제적이고 비합리적인 면이 많았음은 주지하는 바입니다. 여기에 생활혁명이 절실히 요청되는 소이가 있으며 현대적 시설을 완전히 갖춘 마포아파트의 준공은 이러한 생활혁명을 가져오는 데 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입니다.…인구의 과도한 도시집중화는 주택난과 더불어 택지가격의 앙등을 가져오는 것이 오늘의 필연적인 추세인 만큼 이의 해결을 위해선 앞으로 공간을 이용하는 이러한 고층아파트 주택의 건립이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바입니다.” 1962년 국내 최초 단지형 아파트인 마포아파트 준공식에 참석한 국가재건최고회의 박정희 의장의 치사 중 일부다. 박정희의 ‘생활혁명론’은 앞으로 집권기간 동안 그침 없이 추진될 ‘아파트 입국’의 미래를 웅변한다. 육사 8기생으로 혁명주체세력의 한 명이었으며 대한주택공사(지금의 LH) 총재를 두 번 지낸 장동운이 아파트 전도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장동운은 미국 군사학교 유학시절 잡지에서 본 대단지 아파트 사진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뭔가 새로운 것’을 찾던 김종필 등 혁명세력에 알렸다. 아파트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빈민굴’이라는 인식 탓에 그의 추진력과 혁명세력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마포아파트 부지 확보와 건설자금 마련 등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장동운은 두 번째 주공 총재 임기 중이던 1968년 동부이촌동 한강맨션이라는 우리나라 아파트건설사에 획을 긋는 대표 작품을 남겼다. 일본신문 광고의 80%를 주택광고가 차지하는 것을 보고 중산층 아파트의 성공을 확신했다고 한다. 사상 첫 모델하우스의 등장과 아파트 분양제도의 도입이라는 신기원을 기록했다. 이후 현대건설 등 민간 건설사들이 뛰어들면서 아파트 건설시장은 비등점을 향해 치달았다. 1994년 폭파된 남산 외인아파트도 장동운의 작품이었다. 1970년 박정희에게 외국인 바이어 거주용 아파트의 필요성을 건의하자 박정희는 지도 위에 한남동 외인주택에서 남산공원까지 줄을 쫙 그으면서 “이 선 안쪽으로 아파트를 세우시오”라고 분부했다는 것이다. 남산 중턱에 16층, 17층짜리 초고층 아파트 2개 동 450가구가 들어섰다. 남산 하얏트호텔(지금의 그랜드하얏트서울)은 어부지리로 생겼다. 1972년 외인아파트 준공식에 참석한 박정희가 건물 옥상에 설치된 대피용 헬기 포트를 시찰하다 눈에 거슬리는 군사시설이 보이자 “철거하고 호텔을 지으라”고 지시한 것이 하얏트호텔의 탄생 비화이다. 개발연대 남산에는 ‘3대 흉물’이 있었다. 외인아파트와 남산맨션, 하얏트호텔이 그것이다. 외인아파트는 남산 제모습찾기 사업으로 사라졌지만, 남산을 병풍처럼 막아선 하얏트와 남산맨션은 건재하다. ●김현옥·양택식·구자춘 3인 ‘아파트 도시’ 밑그림 혁명세력을 등에 업은 주공이 마포아파트와 동부이촌동 한강맨션의 성공으로 서울에 아파트의 싹을 틔웠다면 꽃은 세 명의 서울시장이 피웠다. 주공은 주공아파트, 서울시는 시민·시범·시영아파트로 독재자의 입맛을 돋웠다. 박정희의 전폭적 신임을 바탕으로 서울에 건설바람을 일으킨 김현옥(1966~1970), 양택식(~1974), 구자춘(~1978) 등 세 명의 시장이 재임한 12년 동안 ‘아파트 도시’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김현옥의 시민아파트, 양택식의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잠실주공아파트, 구자춘의 반포아파트가 대표적이다. 김현옥은 판잣집을 철거하고 철거민을 근교로 집단이전시킨 뒤 철거 터에 시민아파트를 지었다.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와 1971년 광주대단지 폭동사건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한강변을 아파트 택지로 조성했다. 한강상류에 소양강댐이 건설돼 물난리 걱정이 사라지고 북한과의 체제 경쟁으로 강북지역에 대한 안보불안감이 높아진 게 일조했다. 양택식은 김현옥이 벌려 놓은 난제를 꼼꼼히 처리했다. 여의도개발과 시범아파트의 분양 성공은 서울시의 만성적인 재정난을 타개했을 뿐 아니라 아파트에 대한 선입견을 해소시켰다. 구자춘의 뚝심이 강남을 아파트로 뒤덮게 했다. 1975년 3월 4일 서울시 연두 순시에서 박정희는 강북 인구의 강남 분산을 지시했다. “영동이나 잠실을 막연하게 개발하는 것은 서울시의 인구증가 정책밖에 안 된다. 획기적인 방안을 내놔라”라는 것이었다. 구자춘은 시내에 흩어져 있던 고속버스터미널을 반포로 옮기고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조성할 것을 결심한다. 관료 출신으로 매사 신중했던 양택식과 달리 군 출신인 김현옥, 구자춘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이외에 상전이 없는 듯 행동했다. 관계부처 장관과의 협의나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 관련 절차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허허벌판’ 강남을 아파트지구로 지정하는 일도 그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권력자의 지시를 받은 지 1년여 후인 1976년 7월 5일 구자춘은 천호대교 준공식에 참석한 박정희를 구획정리가 한창인 영동지구로 안내한 자리에서 아파트지구 지정계획을 보고했다. 개인의 건축허가 행위가 금지되고 아파트만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 끝나자 대통령은 아파트지구 지정계획이 그려진 도면 위에 특유의 사인을 했다. 이른바 윤허였다. 이때 반포·압구정·청담·도곡·이수·잠실·이촌·서빙고·원효·여의도·화곡 등 11개 지구 236만평이 아파트지구로 지정됐다. 개인의 재산권 침해에 대해 누구도 가타부타할 수 없었고 나머지는 통과의례였다. 10여년 후 11개 지구에는 680개동 5만 가구분의 아파트가 들어섰다. 강남은 아파트 쑥대밭이 됐다. ●탈아파트 시대 성큼… 아파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박정희의 시대가 지고 전두환의 시대가 왔다. 박정희와 추종자들의 아파트 입국 노력은 1980년대 전두환 시대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12·12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은 서슬 퍼런 국보위를 통해 주택 500만호 건설이라는 경천동지할 공약을 내놓았다. 1981년부터 10년간 3조 6000억원을 투입해 아파트 151만호 등 주택 500만호를 짓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존재하던 대한민국 주택의 총량이 500만호였으니 그 배포를 짐작할 만하다. 공약을 시행하는 수단인 택지개발촉진법이 1981년 시행됐다. 전두환·노태우 시대를 관통한 아파트를 위한, 아파트에 의한, 아파트의 시대가 막이 올랐다. 손정목 전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택지개발촉진법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제정 공포된 6000여개의 법률 중 가장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진 법률”이라고 평가했다. 택지개발예정지구라는 이름으로 어떤 땅이나 수용해 택지로 개발할 수 있고, 다른 법과 처분의 적용이 일체 배제되는 법이다. 이후 20년 동안 1억 1380만평이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됐다. 이 시기 남아 있던 모든 녹지는 택지로 변했다. 개포·고덕·목동·상계·중계지구가 아파트 단지로 변했다.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수도권 신도시가 건설된 것을 비롯해 전국 방방곡곡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전두환의 ‘주택 500만호 건설’과 노태우의 ‘주택 200만호 건설’ 공약에서 ‘주택’이란 아파트의 다른 이름이었다.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도 예의 ‘아파트 해법’으로 주택수요를 충족시켰다. 나아가 부의 축적과 차별적 지위를 제공함으로써 중산층의 욕망을 채워줬다. 아파트 건설 업체들도 재벌그룹으로 성장하도록 배를 불렸다. 그 결과 우리나라 주택 열 채 중 여섯 채가 아파트로 둔갑했다. 고밀도 초고층 아파트 덕분에 2008년 주택보급률 100%를 넘어섰다. 단군 이래 처음으로 집 부족에서 벗어나는 대역사가 이룩된 셈이다. 아파트는 고질적인 주거문제를 해결했지만 저출산·고령화와 나홀로 가구의 증가 등 산적한 문제 앞에 노출돼 있다. 아파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선임기자 j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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