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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동의 한·일 70년] 미완의 친일청산 논란

    [격동의 한·일 70년] 미완의 친일청산 논란

    을미(乙未)년 새해는 광복 70주년이자 한국과 일본이 국교를 정상화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강산이 몇 차례 바뀌고도 남았을 시간이 흘렀지만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가깝고도 먼’ 나라로 남아 있다. 독도와 위안부, 역사 교과서 문제 등을 둘러싸고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강한 일본’을 내세우며 보수 행보를 이어가면서 경색된 두 나라 관계는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동북아에서 미국과의 패권 다툼이 가속화하면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친일 청산 논란을 비롯해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역사교육, 문화재 반환 문제 등 양국 간 남아 있는 현안들을 짚어보고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으로 두 나라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본다. 2012년 12월 4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의 첫 대선후보 TV토론회장.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고 선언했다. 이 후보는 박 후보를 겨냥해 “충성 혈서를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한국 이름 박정희”라며 당시 박 후보 부친의 이름을 거론했다. 그녀는 “뿌리는 속일 수 없다. 친일과 독재의 후예인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날치기 통과해서 경제주권을 팔아먹었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또 “유신독재 시대의 퍼스트레이디가 청와대에 가면 여왕이 된다”면서 “여성대통령이 필요하지만 불통·오만·독선의 여왕은 대한민국에 필요없다”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이어갔다. 이 후보의 발언은 진보 진영의 가슴을 시원하게 했을지는 몰라도 보수층의 결집을 도와 결과적으로 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는 해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친일 청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대선 TV토론회에서조차 친일 문제를 부각시켜 표를 얻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선대가 저지른 잘못을 들춰내 후손에게 책임을 묻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경향은 최근 KBS이사장에 임명된 이인호 전 서울대 명예교수의 친일 발언 논란에서도 두드러졌다. 이 같은 친일행적 논란은 과거사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원인이 있다. 광복 후 설립된 ‘반민족행위자특별위원회’는 모두 688건의 친일파 인사 사건을 다뤄 599건을 특별검찰부로 송치했다. 기소는 221건에 불과했고 실제 구형은 41건이었다. 그나마 41건 역시 무죄 또는 병보석으로 풀려났고 실제로 친일파로 처벌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마녀사냥식 과거사 들추기가 과연 생산적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과거사 진실을 밝히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것은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이런 식의 방법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장춘’식 해법을 설정해 보자는 의견도 나온다.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육종학자인 우장춘 박사는 명성황후를 시해한 을미사변에 앞장선 매국노 우범선의 아들이다. 우장춘은 일본인 어머니의 손에서 성장한 뒤 1950년 3월 귀국해 1955년 숨을 거둘 때까지 육종학에 몰두했다. 그는 일본에 의존하던 채소 종자를 국내에서 자급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우장춘에게 부친의 매국 행각을 놓고 문제 삼은 사람은 없었다. 부산 동래구가 1999년 우장춘기념관을 건립할 때도 반대 여론은 없다시피 했다. 작곡가 홍난파의 경우도 비슷한 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홍난파의 후학들은 1년 6개월간 격렬한 사실관계 논쟁을 벌여 홍난파의 과오를 인정하면서도 음악적 천재성이 훼손되지 않는 연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때문에 친일 청산 문제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정하면서도 관용을 이뤄내는지가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는 “한국의 과거사 문제는 다른 나라보다 매우 복잡한 상황”이라며 “과거 청산의 중점은 진실 규명과 피해자 구제로 이를 위해선 후속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신년 여론조사-朴대통령 국정수행] 집권 2년 朴정부 부정 평가 51.3%… 해법은 경제·소통·복지

    [신년 여론조사-朴대통령 국정수행] 집권 2년 朴정부 부정 평가 51.3%… 해법은 경제·소통·복지

    서울신문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이스리서치가 집권 2년차를 마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긍정적인 평가는 42.6%였고 부정적 평가는 51.3%였다. 앞서 서울신문·에이스리서치의 2013년 7월 및 12월 조사와 비교하면 긍정 평가는 62.5%에서 53,7%, 42.6%로 하락했으며 부정 평가는 29.5%에서 40.5%, 51.3%로 상승했다. 국정수행을 긍정 평가한 이유로는 미국·중국·일본 등과의 대외정책을 꼽은 응답이 31.9%였고, 일관된 대북 안보정책 25.4%, 사회복지정책 14.3%, 자유무역협정(FTA) 조속타결 8.6% 등 순이었다. 부정적인 평가로는 국민소통 미비 28.3%, 경제활성화 미흡 16.0%, 공약실천 미흡 13.1%, 인사시스템 미비 11.7%, 재난방지 미흡 9.7% 등이 꼽혔다. 이후 국정운영을 잘할 것으로 본 응답과 못할 것이라는 예상은 각각 48.4%와 48.9%로 엇비슷했다. 국정운영을 잘할 것이라는 기대는 2013년 7월에는 69.6%였다. 응답자들은 박근혜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중점 추진해야 할 과제 및 분야로 경제활성화 및 규제개혁(42.7%)을 1순위로 꼽았다. 국민소통 확대가 21.3%로 뒤를 이었고, 사회복지는 9.2%, 국민안전분야는 6.6%였다. 10명 중 7.3명은 경제와 소통·복지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가 주요 국정과제로 꼽고 있는 경제활성화와 함께 국민소통, 사회복지 공약 실천 여부가 현 정부의 성패를 가를 3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경제분야에서 가장 중점 추진해야 될 사업은 일자리 창출(30.2%), 지역경제 활성화(23.2%), 부동산·전세 안정(13.3%), 중소기업 육성(10.7%)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규제완화(5.8%)는 후순위로 밀렸고 박근혜 정부 공약인 창조경제 실현(5.4%)은 꼴찌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경북(53.3%), 인천·경기(45.8%)에서 경제활성화를 우선으로 꼽았다. 박 대통령 고향이면서도 지역경제 관련 상대적 박탈감이 심한 TK 지역과 수도권의 발전 열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소통은 인천·경기(24.7%), 대전·충청(24.3%) 등 수도권에서 불만이 더 집중됐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단독] 여전한 8학군 추억…여전한 무대책 현실

    학급당 학생수가 지나치게 많은 ‘과밀학급’이 서울 강남구에 몰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학생수가 평균보다 훨씬 많은 ‘과대학교’는 서울 양천구에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대부분 학교들이 ‘학생수 자연 감소’를 기다리는 것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어서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향후 2~3년 동안 해당 지역 학생들의 불편이 지속될 전망이다. 30일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의 ‘과대학교·과밀학급 현황 및 향후 계획’에 따르면 학급당 학생수가 평균을 넘는 ‘과밀학급’ 상위권에 서울시내 학교가 다수 포함돼 있다. 초등학교(한 반당 27명 이상)는 상위 20개교 중 4개교, 고등학교(34명 이상)는 8개교가 과밀학급 상태이다. 특히 8개 고교 중 숙명여고, 단대부고, 진선여고, 중산고 등 4개교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해 있다. 서울시내 중학교(33명 이상)는 과밀학급 상위 20개교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전체 학생수가 1680명 이상(초등학교), 1260명 이상(중·고교) 학교를 가리키는 ‘과대학교’ 상위 20개교 가운데 6개교가 포함돼 있다. 이 중 신목중과 목동중을 비롯해 서울 양천구 목동 지역 내 중학교가 5개교이다. 과밀학급 고교가 강남에 많고, 과대 중학교가 양천구 목동에 집중된 것은 모두 입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포에 거주하다가 강남으로 이사 온 학부모 김모(47)씨는 “고교 배정제도가 바뀌면서 ‘강남 8학군’ 신화는 꺼졌지만, 여전히 강남 지역 고교를 선호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대입에 도움이 될까 싶어 강남으로 이사 왔지만, 학생수가 너무 많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딸의 초등학교 입학 전 목동으로 이사를 왔다는 김모(42)씨는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 우수한 학생들과 함께 경쟁하다 보면 학업 능력이 올라가기 때문에 좋은 학군을 선호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일부 지역의 이 같은 학생 쏠림 현상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해법은 없어 과밀학급·과대학교 문제는 ‘자연해소’만 기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698만명인 전체 학생수가 2020년 545만명까지 줄어든다”면서 “사실상 2016년 이후에는 현재의 학교 시설로도 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사설] 노사 모두 불만인 비정규직 대책 보완해야

    정부가 그제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안은 35세 이상 기간제 및 파견 근로자의 근무 기간을 지금의 2년에서 최장 4년까지로 연장하고 해고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과 근로조건 격차를 좁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안에 이해 당사자인 노사가 반대하고 나서 내년 3월까지로 정한 노사정위원회에서의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쟁점은 비정규직이 4년을 근무하면 정규직 전환이 가능토록 하는 근무 기간 연장이다. 비정규직으로 3개월 이상(현재 1년) 일하면 퇴직금을 지급하고, 근무 기간 연장 후 정규직 전환이 안 되면 이직수당(임금의 10%)을 별도로 주도록 했다.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층의 고용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의중이 담겼다. 또한 계약을 갱신하는 횟수도 2년에 3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는 기업이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단기 계약을 남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이전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규직 전환 시점만 늦춰 숙련된 비정규직을 오래 부려먹는 비정규직 양산 대책”이라며 반발했다. 지금은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되레 늦출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실적으로 정규직 전환이 쉽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고 한다. 한국노총이 실시한 비정규직 조합원 설문조사에서 51.6%가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는 근거도 내세웠다. 현재 기업의 정규직 전환율은 20%대이고 300명 이상 대기업에서는 10%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노동계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인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비정규직의 고용 규제를 강화해 기업 부담만 가중되는 대책”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일자리를 지금보다 훨씬 더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해법은 일자리 확대와 기업경영 측면에서 어느 하나만을 집어내 해결하기란 어렵다. 고용노동부가 “(정부안이)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는 고용형태별 맞춤형 대책”이라고 설명했지만 해법이 되기는커녕 논란만 재점화한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노사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안을 왜 내놓았느냐는 지적도 한다. 비정규직의 근본 문제는 정규직의 과보호에 따른 일자리 부족과 정규직 중심의 임금 체계에 있는데 이와 연계하지 않은 대책은 어느 쪽도 만족시키기 힘들다. 노사정위에서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보완할 점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비정규직 대책은 기본적으로 비정규직의 권익 보호에 초점을 맞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 원순씨의 딜레마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가 문재인 의원과 박지원 의원 간 ‘빅2’ 구도로 재편되는 가운데 전대 결과는 당의 또 다른 대권 유력주자인 박원순 서울 시장의 정치력 확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역으로 박 시장 입장에서 ‘빅2’ 중 어느 후보가 당을 이끌 때 정치적 입지와 발언권을 확대할 토양이 될지가 전대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박 시장은 ‘빅2’ 중 문 의원과 인식 및 행보를 같이한 적이 많았다. 둘이 사법연수원 동기인데다, 6·4지방선거 두 달 전 문 의원이 박 시장과 산행에 나서며 측면 지원을 했다. 문 의원의 지론인 ‘네트워크 정당’과 박 시장이 주장하는 ‘인터넷 정당’ 역시 온·오프라인 네트워크를 동원해 기존 당원뿐 아니라 지지층 전반에 당의 영향력을 확산시키는 내용으로 비슷하다. 당의 조직표보다 대중적 지지를 기반 삼아 온 둘의 정치 이력이 당 조직과 관련, 비슷한 주장으로 진화한 셈이다. 그러나 박 시장과 문 의원의 지지율 추이는 ‘상호 보완적’이기보다 ‘대체적’인 측면이 강하다.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의 정기 조사에서 하반기 내내 문 의원과 박 시장 지지율을 합치면 29~32% 추세가 유지됐다. 문 의원이 당직 전면에 나서거나 대표에 출마하면 수도권·진보 성향 지지층이 결집했다. 역으로 박 시장이 정치 행보를 강화하면 서울 지역 새정치연합 지지층의 지지율이 강화됐다. 리얼미터가 29일 발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주간조사’에서도 이 추세는 여지없이 드러났다. 이날 당 대표로 나선 문 의원이 전주보다 1.5% 포인트 오른 16.3% 지지율로 5개월 만에 1위를 탈환했고, 11주 연속 1위였던 박 시장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14.6%로 전주보다 3.2% 포인트 하락했다. 둘의 합산 지지율은 30.9%로 29~32% 범주 안에 들었다. 지지층이 겹치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품앗이하듯 돕던 박 시장과 문 의원 지지 당원들이 분화할 시점이 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물론 교과서적 해법은 둘의 합산 지지율 파이를 키우는 일이다. 박 의원이 전날 출마선언 뒤 “대표가 되면 (문 의원 등) 대권 주자 (경쟁력을) 관리할 수 있다”고 장담한 게 묘수로 읽히는 이유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남북, 분단 70년 한반도 새 지평 열어야

    이틀 앞으로 다가온 2015년은 모두가 알 듯 광복 70년, 분단 70년이 되는 해다. 7500만 겨레가 더 없는 기쁨과 고통을 동시에 받아안은 지 70년이 되는 해다. 강산이 일곱 번 바뀌고, 한 목숨이 생을 정리할 시간을 맞이할 만큼의 오랜 세월이건만 두 동강 난 한반도는 지금껏 무엇 하나 달라진 게 없다. 분단 70년 역사의 물꼬를 돌려야 하는 민족적 명제는 그래서 더더욱 절실하고 간절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3년차이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집권 4년째로 접어드는 내년은 남북 관계에서 일대 전환점이 되기에 더없이 좋은 여건을 갖췄다고 본다. 무엇보다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에서의 고립과 이에 따른 외교적·경제적 압박이 더이상 견뎌 내기 어려운 수위로까지 치달은 상태다. 전통 우방인 중국은 북한을 혈맹이 아닌 ‘일반국가’로 격하시키며 거리를 한껏 벌렸고,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세계는 핵과 미사일을 넘어 북한의 척박한 인권 실태에 대해서도 정면 대응을 선언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안으로는 다소 나아진 식량 사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절대 다수의 주민들이 빈곤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장성택 처형 이후 잠재적 체제 불만 세력의 위협도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통치자금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강고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제1비서로서는 체제의 기반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라도 국제적 고립으로부터의 탈피와 획기적인 경제 안정을 위한 모멘텀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 할 것이다. 북한 당국뿐 아니라 우리 정부에도 2015년의 의미는 각별하다고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5대 국정 목표의 하나인 ‘행복한 통일시대 기반 구축’을 임기 중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해 남북 관계의 획기적 변화와 이를 발판으로 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정상 가동이 절실하다. 2018년 2월까지의 남은 임기 중 가시적인 남북 관계 발전의 틀을 구축하려면 내년을 넘길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어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부위원장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정종욱 인천대 석좌교수의 이름으로 새해 초 남북 당국 간 대화를 갖자고 제의한 것은 그런 점에서 시기적으로 적절하다고 여겨진다. 류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서부터 민간 차원의 교류 협력, 남북 당국 간 경제협력 방안 등을 포괄적이고 다층적으로 논의할 시점에 다다랐다고 본다. 천안함 피폭과 연평도 포격, 박왕자씨 피살 사건, 그리고 이에 따른 5·24 대북 제재조치 등의 해법은 앞으로 펼쳐 낼 남북 협력의 청사진이 얼마나 크고 높고 넓으냐에 따라 얼마든 뛰어넘을 수 있는 수준의 장벽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김 제1비서는 자신을 넘어 2500만 북한 주민과 한반도의 내일을 위해 박 대통령이 내민 손을 맞잡기 바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친서를 보내는 소극적 유화 제스처를 취할 게 아니라 남북 당국 간 대화에 즉각 임해 서로의 현안을 모두 꺼내 놓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과감한 행보를 택해야 한다. 지금의 고립에서 벗어날 출구는 중국이나 러시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있으며, 자신들의 경제적 궁핍은 핵과 미사일이 아니라 개방과 남북 협력에 의해서만이 해결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 [정부 비정규직 대책] “비정규직 양산” “기업부담 가중” 노사 모두 날 선 비판

    [정부 비정규직 대책] “비정규직 양산” “기업부담 가중” 노사 모두 날 선 비판

    “숙련된 비정규직 노동자를 마음대로 부려 먹으려는 비정규직 양산 대책이다.”(노동계) “노동시장 현실을 무시하고 비정규직 고용 규제를 강화해 기업의 부담만 가중될 것이다.”(경영계) 정부가 29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보고한 비정규직 종합 대책이 노동계와 경영계 양쪽으로부터 날 선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비정규직 차별, 남용을 방지하고 근로 조건 격차를 좁혀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와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지만 해법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논란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가장 큰 쟁점은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안이다. 정부는 35세 이상 원하는 근로자에 한해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려 4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게 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계약 해지를 하면 이직수당을 별도로 지급하게 할 방침이다.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층을 우선 임시로 채용하는 관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상은 35세 이상으로 한정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강제할 수 없다면 비정규직 사용 기한을 늘려서라도 고용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율은 20%대, 300인 이상 대기업은 10%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노동계는 “4년 쓰고 버릴 숙련된 비정규직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규직보다 적은 임금을 주고도 4년간 숙련된 인력을 활용할 수 있으니 기업들은 정규직 고용을 점점 꺼리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정부안대로라면 4년 일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계약 해지해도 기업은 해당 근로자에게 퇴직금과 함께 연장 기간에 지급한 임금 총액의 10%만 보상하면 된다.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하지만 비정규직 확대 필요성은 정부도 인정한다. 고용노동부는 비정규직 종합 대책 기본 방향에서 “비정규직 확대는 시장경쟁 심화로 인한 기업의 비용 절감, 인력 운용의 유연성 확보 및 고용 형태의 다양화에 기인한다”며 “이는 선진국에서도 보편적인 현상이며 불가피한 측면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55세 이상 고령 근로자의 파견 허용 업종 확대를 추진하는 방안도 고용 활성화를 명분으로 한 것이다. 정부는 “일자리를 창출해 일시적인 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뜩이나 질 나쁜 일자리로 내몰리는 고령 근로자의 노동 조건만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신 비정규직 고용 규제는 예전보다 강화했다. 3개월 이상만 일해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계약 갱신 횟수도 2년에 세 차례로 제한했다. 기업이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초단기 계약을 남발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것이다. 다만 일용계약이 흔한 건설일용직 등 단기계약이 불가피한 경우는 예외로 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弱을 藥으로’ 체질을 바꿔라

    ‘弱을 藥으로’ 체질을 바꿔라

    프로야구 각 구단들이 내년 시즌 전력 구성을 대부분 마쳤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존재한다. 내년 성적은 스프링캠프에서 약점을 얼마나 보완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일군 삼성은 올 시즌 가장 약점이 없는 팀이었다. 선발과 불펜, 타선 모두 탄탄했다. 그러나 스토브리그에서 권혁과 배영수(이상 한화), 밴덴헐크(소프트뱅크)가 차례로 이적하면서 마운드가 낮아졌다. 우리 나이로 마흔이 되는 마무리 임창용의 활약도 미지수다. 밴덴헐크의 자리는 새로 영입한 피가로가 대신하고 배영수가 수행했던 5선발은 차우찬이나 정인욱이 맡는 게 이상적이다. 불펜에서는 심창민이 부활하고 김현우 등 유망주들이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넥센은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와 협상 중인 강정호를 대신할 유격수를 찾아야 한다. 일단 염경엽 감독은 윤석민을 1순위 후보로 생각하고 있다. 2012년과 올해 두 자릿수 홈런을 친 윤석민은 강정호처럼 파워를 갖춘 내야수다. 윤석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뽑은 김하성을 기용할 수도 있다. 올해 48타수를 소화한 게 1군 경력의 전부지만 역시 파워가 있는 데다 수비도 준수하다. 외국인 엔트리가 4명에서 3명으로 줄어드는 NC는 선발 요원 웨버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토종 선발투수 한 명을 찾아야 하는데 우완 이민호와 좌완 노성호가 유력 후보로 꼽힌다. 올 시즌 유일하게 두 자릿수 팀 홈런(90개)을 기록한 LG는 장타력 보완이 시급한 상황. 외국인을 통해 해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새로 영입한 한나한은 거포와는 거리가 멀다. 퓨처스(2군) 북부리그 홈런 2위 최승준(20개)을 키우는 게 올겨울 과제다. 올 시즌 외국인들의 말썽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SK는 내년 시즌 용병 선발에서 이름값을 철저히 배제했다. 재계약한 밴와트, 지난 18일 계약한 켈리 두 투수 모두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혀 없다. 둘이 에이스 김광현의 뒤를 잘 받친다면 충분히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는 전력이다. 이용찬과 정재훈이 각각 입대와 보상선수로 이탈한 두산은 불펜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폐쇄회로(CC)TV 사찰 파문을 겪은 롯데는 엉클어진 팀워크를 다지는 게 급선무다. KIA는 김선빈과 안치홍의 입대로 무주공산이 된 키스톤 콤비 대책을 세워야 하고 한화는 확실한 마무리를 발굴해야 한다. 마침내 1군 무대에 데뷔하는 10구단 kt는 신구 선수의 조화가 중요하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한·일 “내년 양국관계 전환점 되도록 노력”

    한·일 “내년 양국관계 전환점 되도록 노력”

    한국과 일본이 국교정상화 50주년인 내년을 양국 관계의 전환점이 되도록 노력하자는 데에 뜻을 모았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는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은 2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조태용 외교부 1차관과 사이키 아키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간 차관급 협의에 대해 “양국이 걸어온 지난 50년의 역사를 회고하고 앞으로의 한·일 관계를 어떻게 엮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큰 틀에서 의견을 교환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이 당국자는 “양국 차관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양국 간 국장급 협의의 진전을 독려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국 차관이 이날 비공개 오찬을 포함해 3시간 가까이 논의했지만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전향적 입장 표명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양국의 위안부 협의는 교착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 차관은 내년 종전 70주년을 맞아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는 아베 신조 총리의 담화에 대한 우리 측 우려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차관이 만난 건 지난 10월 양국 차관급 전략대화 이후 두 달 만이며 일본 새 내각이 출범한 이후에는 처음이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코오롱 해고사태 10년만에 종결… 노사 상생기금 제3기관에 기부

    코오롱 해고사태 10년만에 종결… 노사 상생기금 제3기관에 기부

    2005년 코오롱 인더스트리를 다니다 정리해고당한 최일배씨는 지난 26일 서울 성북구 길상사를 찾았다. 이곳에서는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의 49재가 열렸다. 이 명예회장의 영정에 참배한 최씨는 일행들과 함께 옆에 있던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을 맞닥뜨렸다. 이 회장은 당시 정리해고자들에 대한 미안함을 밝혔고 최 대표와 화해와 상생을 위한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 2005년 2월 구미공장 생산직 78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통보로 시작된 코오롱의 노사 갈등이 10년 만에 마무리됐다. 지난달 8일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노사가 화해를 한 것이다. 코오롱 인더스트리는 노사 상생과 문화 발전을 위한 소정 금액을 제3의 기관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코오롱은 정리해고자들과의 협의에 따라 기부 금액과 사용처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해당 기부금은 정리해고자들을 위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가 내민 손길에 정리해고자들도 과천 코오롱 본사에서 해오던 천막 농성 등을 중단하기로 했다. 코오롱은 2004년 151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이듬해 구미공장 생산직 78명을 회사에서 내보냈다. 하지만 노조는 “임금 삭감에 동의하면 희망퇴직을 받겠다”던 회사가 약속을 어겼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정리해고자들은 구미공장 내 송전철탑과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자택을 점거하는가 하면 과천 본사 앞에서 천막 시위 등을 벌여 왔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번 화해는 해고와 복직 요구로 이어지는 노사의 대립 관계 속 제3기관에 대한 기부라는 새로운 대안을 통해 노사 상생의 해법을 제시한 사례”라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비정규직 계약기간 2년 늘려 최장 4년

    35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가 원하면 계약기간을 2년 더 연장하고 5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파견을 전면 허용하는 내용의 비정규직 종합대책 정부안이 29일 발표됐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이날 나온 정부안을 토대로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을 취합해 내년 3월까지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임금·근로시간·정년 등 현안 문제’, ‘사회안전망 정비’ 등 3대 핵심 현안에 대한 최종 합의를 도출할 계획이다. 논란이 됐던 정규직 고용 유연화와 관련해 정부는 경영상 해고를 해도 경영이 정상화되면 재고용하도록 오히려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했다. 그러나 일반 해고에 대해선 고용해지 기준과 절차에 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해고 요건 완화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고용노동부 권영순 노동정책실장은 “정규직 해고를 쉽게 하자는 의도는 없다”면서 “합리적 기준과 절차가 있으면 합법이고 그게 아니면 불법이라는 게 법원 판단이다. 저(低)성과자에 대한 노사 분쟁을 줄이자는 게 이번 대책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영계는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인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안을 들고 나왔다. 근로계약 당사자가 자유롭게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경영합리화의 필요’ 수준으로 완화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양대 노총은 이날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비정규직 양산 대책”이라며 폐기를 촉구했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최장 4년까지 늘리면 결국 기업들이 정규직 고용을 꺼려 비정규직만 늘고 정규직의 삶도 피폐해질 것이란 주장이다. 비정규직 해법을 둘러싼 노사정 입장 차가 너무 큰 만큼 합의시한인 내년 3월까지 협상에 험로가 예상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경비원 분신’ 아파트가 보여준 노사관계 해법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는 얼마 전까지 밝은 대낮에도 햇살이 비치지 않는 동네 같았다. 대표적인 부촌(富村)으로 알려졌지만, 이곳에서 잇따라 들려오는 소식에서는 사람의 향기를 맡기 어려웠다. 잘 알려진 대로 이 아파트에서는 50대 경비원이 분신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은 경비원들은 일부 입주민의 상습적인 인격 모독과 폭언이 비극의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를 열어 경비용역 업체를 다른 회사로 바꾸고 경비원의 고용 승계를 하지 않기로 했다. 경비원들은 다시 파업을 결의하고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냈다. 노사 관계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예상할 수 있는 ‘파국의 길’이었다. 서로 제 갈 길을 가는 방법만 남아 있는 듯했다. 그러던 주민과 경비원들이 고용 승계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조정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신선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깊게 팬 감정의 골을 메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 노사의 경우 갈등을 딛고 고용 승계는 물론 경비원의 정년 문제까지 풀어냈다고 한다. 만 60세로 정년을 맞는 경비원의 근무 기간을 1년 연장하고, 이미 만 60세가 넘은 경비원은 새로운 경비용역 업체의 다른 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사태는 입주자대표회의와 경비원노조 말고도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서울 일반노조가 개입했다는 점에서 해결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오히려 입주자대표회의에 ‘투쟁 과정에서 일부 입주민의 문제를 선량한 대다수 입주민의 문제로 언론에 비치게 한 데 사과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전달해 실마리를 푸는 역할을 해낸 것으로 알려졌다. ‘투쟁을 위한 투쟁’에서 벗어나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을 지키고자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제 이 아파트 단지에도 다시금 햇살이 드리우기 시작한 듯하다. 입주민과 경비원 사이의 서먹함이 한순간에 풀릴 수는 없겠지만, 서로 마음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본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양보하는 마음을 가지면 안 될 것이 없다. 첨예한 갈등의 중심에 섰던 아파트가 한순간에 모범 사례로 탈바꿈하는 것이 세상 이치다. 2015년부터 시작되는 경비원의 최저임금제 도입을 앞두고 고심하는 단지가 많을 것이다. 한 번쯤 상생(相生)의 의미를 되새겨 볼 일이다. 어디 아파트뿐이겠는가. 우리나라 모든 노사가 반드시 ‘벤치마킹’해야 할 사례일 것이다.
  • [기고] 교육훈련에서 장년고용 해법 찾자/손유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기고] 교육훈련에서 장년고용 해법 찾자/손유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일자리가 없으면 인간의 존엄성도 잃는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을 인용하지 않아도 청년, 여성, 장년 모두에게 일자리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특히 장년 일자리는 가족의 삶과도 연결되는 매우 절박한 현실적 고민이다. 평균 수명은 늘어나는데 노동 생애는 짧아지는 역설적인 현실, 부모님 부양과 자식 뒷바라지를 동시에 해야 하는 샌드위치 세대, 정작 자신의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해 불안한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세대가 바로 장년층이 처한 현실이다. 장년 고용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고용률이 여성이나 청년층에 비해 높다는 이유로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보이는 대한민국은 노동공급력 자체가 줄어들고 이를 상쇄할 만한 노동생산성의 증가도 없어지면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이는 국가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최선책은 장년 근로자를 재교육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다. 그리고 일자리의 지속성과 질을 담보하는 것은 바로 교육훈련이다. 현실적으로 장년층이 교육훈련에 참여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교육훈련 기회가 적고, 재취업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교육훈련 직종도 제조업이나 음식서비스업 등 일부에 집중돼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 전 장년고용종합대책을 마련했다. 50세부터 경력 진단, 설계를 지원하는 생애설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45세부터 1인 1기술 자격 취득을 비롯해 제2인생을 위한 직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장년에 특화된 훈련 과정을 확대하고 장년채용 희망 기업을 중심으로 장년들이 선취업 후훈련을 병행할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장년 세대의 일자리 해법은 주된 일자리에서 계속 고용을 유지하는 것으로 60세 정년연장 의무화 방안도 여기에 속한다. 정년 연장 등 고용유지를 위한 정책뿐 아니라 퇴직 이후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도 지원돼야 한다. 공공의 일자리와 지역친화적 일자리가 괜찮은 일자리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훈련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교육훈련 만능주의를 주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이 들어 자신의 전문적 역량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훈련이 필수다. 장년 고용 종합대책이 장년층에게 손에 잡히는 정책으로 구현된다면 등산복 차림의 장년층보다 마을 곳곳이 배움터가 돼 마을학교, 마을 아카데미, 마을 공방에서 익히고 배우는 장년층 모습이 더욱 익숙해지는 풍경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열린세상] 청년 일자리 문제, 해법은 없는가/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열린세상] 청년 일자리 문제, 해법은 없는가/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청년 일자리 문제가 대한민국의 뜨거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의 ‘정규직 과보호’ 발언에 대해 “최씨 아저씨, 우리가 고생 고생해서 얻은 일자리가 ‘저질’이면, 손자 볼 생각은 꿈에도 마시라”는 협박성(?) 대자보가 게시됐다. 논쟁은 각계각층으로 가열되고 드디어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까지 나서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크다면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를 높여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가세하고 있다. 문제 해결의 대안은 대량의 질 좋은 일자리 제공이다. 그런데 누가 어떻게 이 문제를 풀 것인가. 우선 통계를 통해 문제의 본질을 보자. 2012년 기준 한국의 청년 고용률(40.4%)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50.9%)보다 10% 이상 낮다. 캐나다(63.2%), 영국(60.2%), 독일(57.7%) 등과 비교하면 무려 20% 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 미국(55.7%)과 일본(53.7%)도 우리보다는 훨씬 더 높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청년 고용률이 40%대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편 우리나라의 대학교육 이수율은 66%로 6년째 OECD 회원국(평균 39%)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3년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본인 또는 본인 자녀의 경제활동 선호 순위는 공무원(34.2%), 전문직(27.9%), 대기업(17.1%), 자영업(10.9%), 중소기업(9.9%)으로 나타났다. 높은 대학 진학률은 일자리의 기대치를 높여 공무원과 대기업에는 긴 노동 대기열이 형성돼 있지만 중소기업은 기피해 취업난과 인력난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미스매치가 한국 일자리 문제의 본질이다. 일자리 미스매치를 공급, 중개, 수요의 측면에서 살펴보자. 공급 영역은 교육과 관련된 영역, 중개 영역은 구직자와 회사를 연계해 주는 영역, 수요 영역은 인력을 사용하는 기업과 관련된 영역이다. 이러한 3대 영역 중 수요의 미스매치가 50%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좋은 일자리 창출이 문제 해결의 관건임을 나타내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 대졸 인력이 과도하게 배출되고 있기 때문에 대졸 취업자의 25%가 임금 및 직무의 미스매치를 감수하고 있다. 미취업자들은 전직 혹은 취업준비나 국가고시 준비 등으로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대졸 인력 수요에 맞게 대학 정원을 줄여 나가는 대학 구조 조정과 대졸자가 원하는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누가 고품질의 일자리를 공급하는가. 정규직을 늘리지 않는 대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도록 국가가 강제할 수 있는가. 이미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대기업은 일자리를 늘리지 못하고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즉 대기업은 성장에는 기여하나 고용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정부가 공무원을 늘리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켜 궁극적으로 일자리 전체를 축소하게 된다. 고용은 결국 경쟁력의 함수이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정부가 아니라면 ‘누가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선진국 일자리의 대부분은 신규 창업 기업들이 창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4%의 벤처기업이 60%의 일자리를 공급했다. 스탠퍼드대학 동문 기업의 수는 3만 9900개이고, 일자리 수는 약 540만개이며, 매출액은 약 2조 7000억 달러로 세계 5위 경제 규모다. 즉 질 좋은 창업, 벤처창업이 문제 해결의 유일한 대안이다. 그렇다면 누가 벤처창업을 하는가. 바로 청년들이다. 즉 청년 일자리 문제의 본질은 OECD에서 가장 낮은 한국의 청년 창업이다. 질 좋은 일자리를 정부와 대기업이 제공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려는 도전 정신이 약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의 청년들은 과감한 도전 대신 소극적 위험회피 경쟁에 몰두하고 있는가. 바로 혁신의 안전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신용불량자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보장만 있으면 한국의 청년들은 도전할 것이다. 이류 국가들은 소극적 위험 회피 경쟁을 하고 일류 국가들은 과감한 창의성 경쟁을 하고 있다. 청년들이 벤처 창업에 도전하도록 기업가 정신 교육을 의무화하고, 혁신의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 청년 일자리 문제의 처방일 것이다.
  • 통합진보당 해산 헌재 결정문 요지

    ●정당해산 청구 적법 여부 대통령이 직무상 해외 순방 중인 경우에는 국무총리가 직무를 대행할 수 있으므로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 사건 정당해산심판 청구서 제출안이 의결된 것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 등이 관련된 내란 관련 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 제출된 정당해산심판 청구에 대한 의안이 긴급한 의안에 해당한다고 보고 차관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정부의 판단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결국 정당해산심판 청구는 적법하다. ●정당해산심판제도의 의의와 사유 ▲정당해산심판제도의 의의 정당해산심판제도는 정당 존립의 특권, 특히 정부의 비판자로서 야당의 존립과 활동을 특별히 보장하고자 하는 헌법제정자의 규범적 의지와 산물이다. 그러나 이 제도로 인해서 정당 활동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민주적 기본 질서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한계도 설정돼 있다. ▲정당해산심판의 사유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 중 어느 하나라도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어야 한다.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는 것은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단순한 위반이나 저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진보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 ▲진보당의 목적 진보당이 지도적 이념으로 내세우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이른바 자주파에 의해 도입된 강령이다. 자주파는 이른바 민족해방(NL) 계열로 우리 사회를 미 제국주의에 종속된 식민지 반(半)봉건사회 또는 반(半)자본주의사회로 이해하고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혁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 부산울산연합의 주요 구성원 및 이들과 이념적 지향점을 같이하는 당원 등 진보당의 주도 세력은 자주파에 속하고 그들의 방침대로 당을 주도해 왔다. 이런 진보당의 주도 세력은 과거 민혁당 및 영남위원회, 실천연대, 일심회, 한청 등에서 자주·민주·통일 노선을 제시하면서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북한과 연계되어 활동하고,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였다. 북한 관련 문제에서는 맹목적으로 북한을 지지하고 대한민국 정부는 무리하게 비판하고 있으며,이석기가 주도한 내란 관련 사건에도 다수 참석하였고 이 사건 관련자를 적극 옹호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미국과 외세에 예속된 천민적 자본주의 또는 식민지 반자본주의 사회로 인식하고 있고,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자본가 계급의 정권으로서 자본가 내지 특권적 지배계급이 국가권력을 장악하여 민중을 착취, 수탈하고 민중의 주권을 실질적으로 강탈한 구조적 불평등 사회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특권적 지배계급이 주권을 행사하는 거꾸로 된 사회라는 인식 아래 대중투쟁이 전민항쟁으로 발전하고 저항권적 상황이 전개될 경우 무력행사 등 폭력을 행사하여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헌법 제정에 의한 새로운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하여 집권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이러한 입장은 이석기 등의 내란 관련 사건으로 현실로 확인되었다. ▲이석기 등 내란 관련 회합 참가자들의 행위를 당 활동으로 볼 수 있나 이석기를 비롯한 내란 관련 회합 참가자들은 경기동부연합의 주요 구성원이다. 이들은 북한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당시 정세를 전쟁 국면으로 인식하며 이석기의 주도 아래 전쟁 발발 시 북한에 동조하여 대한민국 내 국가기간시설의 파괴, 무기 제조 및 탈취, 통신 교란 등 폭력 수단을 실행하고자 회합을 개최했다. 이런 내란 관련 회합의 개최 경위, 참석자들의 진보당 내 지위 및 역할, 이 회합이 진보당 핵심 주도 세력에 의하여 개최된 점, 회합을 주도한 이석기의 경기동부연합 수장으로서 지위 및 이 사건에 대한 진보당의 전당적 옹호 및 비호 태도 등을 종합하면, 이 회합은 진보당의 활동으로 귀속된다 △그 밖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는지 비례대표 부정경선,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 및 관악을 지역구 여론 조작 사건 등은 피청구인 당원들이 토론과 표결에 기반하지 않고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수단으로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관철시키려고 한 것으로서 선거제도를 형해화하여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하는 것이다. ▲헌재가 판단한 진보당의 진정한 목적과 활동 진보당 주도 세력은 폭력에 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이를 기초로 통일을 통하여 최종적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진보당 주도 세력은 북한을 추종하고 있고 그들이 주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거의 모든 점에서 전체적으로 같거나 매우 유사하다. 이들은 민중민주주의 변혁론에 따라 혁명을 추구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고 애국가를 부정하거나 태극기도 게양하지 않는 등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이석기 등 내란 관련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런 점과 진보당 주도 세력이 진보당을 장악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진보당의 진정한 목적과 활동은 1차적으로 폭력에 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최종적으로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치는가 내란 관련 사건,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건,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및 관악을 지역구 여론 조작 사건 등 진보당의 활동들은 내용적 측면에서는 국가의 존립, 의회제도, 법치주의 및 선거제도 등을 부정하는 것이고, 수단이나 성격의 측면에서는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폭력·위계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민주주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다.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하고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건이나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을 일으킨 진보당의 활동은 유사 상황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크고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해 실질적 해악을 끼칠 구체적 위험성이 있다. 특히 내란 관련 사건에서 진보당 구성원들이 북한에 동조하여 대한민국의 존립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진보당의 진정한 목적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구체적 위험성을 배가한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진보당의 진정한 목적이나 그에 기초한 활동은 우리 사회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해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하였다고 판단되므로, 우리 헌법상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 ●정당 해산의 필요성과 비례원칙 위배 여부 ▲정당 해산의 필요성이 인정되나 진보당은 적극적이고 계획적으로 민주적 기본 질서를 공격하여 그 근간을 훼손하고 이를 폐지하고자 하였으므로, 이로 인해 초래되는 위험성을 시급히 제거하기 위해 정당 해산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대남혁명전략에 따라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려는 북한이라는 반국가단체와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도 고려하여야 한다. ▲다른 대안은 없나 위법행위가 확인된 개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그것만으로 정당 자체의 위헌성이 제거되지는 않는다. 진보당의 주도 세력은 언제든 그들의 위헌적 목적을 정당의 정책으로 내걸어 곧바로 실현할 수 있는 상황에 있다. 따라서 합법정당을 가장하여 국민의 세금으로 상당한 액수의 정당보조금을 받아 활동하면서 민주적 기본 질서를 파괴하려는 진보당의 고유한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결정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가 정당해산결정으로 민주적 기본 질서를 수호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법익은 정당해산결정으로 초래되는 진보당의 정당 활동 자유의 근본적 제약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일부 제한이라는 불이익에 비하여 월등히 크고 중요하다. 결국 진보당에 대한 해산결정은 민주적 기본 질서에 가해지는 위험성을 실효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부득이한 해법으로서 헌법 제8조 제4항에 따라 정당화되므로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진보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은 어떻게 되나 ▲국회의원은 정당에 기속되므로 의원직 상실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대표자로서 활동하는 한편, 소속 정당의 이념을 대변하는 정당의 대표자로서도 활동한다. 엄격한 요건 아래 위헌정당으로 판단하여 정당해산을 명하는 것은 헌법을 수호한다는 방어적 민주주의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러한 비상 상황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은 부득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해산되는 위헌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한다면 위헌적인 정치 이념을 정치적 의사 형성 과정에서 대변하고 이를 실현하려는 활동을 허용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그 정당이 계속 존속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온다. 결국 해산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을 상실시키지 않으면 정당해산제도가 가지는 헌법 수호 기능이나 방어적 민주주의 이념과 원리에 어긋나고 정당해산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헌재의 해산결정으로 해산되는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위헌정당해산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다. ▲비례대표의원은 어떻게 되나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하여 소속 정당의 해산 등 이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하는 경우 퇴직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의미는 정당이 자진 해산하는 경우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퇴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위헌정당으로 판단해 해산을 명한 경우 비례대표 의원의 의원직도 상실된다. ●김이수 재판관 반대 의견 ▲정당해산 요건은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진보당은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 당원의 수만 3만여명에 이른다. 일부 구성원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는 사상을 가지고 있으므로 나머지 구성원도 모두 그러할 것이라는 가정은 부분에 대하여 말할 수 있는 것을 전체에 부당하게 적용하는 것으로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진보당의 목적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진보당의 강령과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선언은 민중에 해당하는 계급과 계층의 이익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모순들을 극복해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진보당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구조적인 것으로 인식하여 구조적이고 급진적인 변혁을 추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확립된 질서에 도전한다는 것만으로는 민주국가에서 금지되는 행위가 되지 않는다. 진보당이 현존하는 정치·경제 질서에 부정적 의사를 표시하고, 선거를 통한 집권 이외에 예외적으로 헌법 질서가 중대하게 침해받는 경우에는 저항권에 의한 집권이 가능하다고 언급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폭력적 수단이나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수단으로 변혁을 추구하거나 민주적 기본 질서의 전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일부 구성원의 활동을 당의 책임으로 귀속해서는 안 된다 진보당의 지역조직인 경기도당이 주최한 모임에서 이뤄진 이석기 등의 발언은 경기도당 비핵평화체제와 자주적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진보당 전체의 기본 노선에 반하는 것으로 이를 진보당의 책임으로 귀속시킬 수 없다.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건이나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야권단일화 여론 조작 사건과 같은 피청구인 일부 구성원의 개별 활동이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하거나, 민주적 의사 결정 원리를 존중하지 않았거나, 실정법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진보당 전체가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는 목적을 위하여 조직적, 계획적, 적극적, 지속적으로 위와 같은 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 결국 진보당 활동은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비례원칙에도 어긋난다 해산결정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은 통상적인 관념에 비해 크지 않을 수 있는 반면 이로 인해 초래될 사회적 불이익은 민주 사회의 순기능에 장애를 줄 만큼 크다. 강제적 정당해산은 민주주의 체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정당의 자유 및 정치적 결사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약을 초래한다. 해산결정은 우리 사회가 추구하고 보호해야 할 사상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특히 소수자들의 정치적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 또 우리 사회의 진정한 통합과 안정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지금까지 진보당이 한국 사회에 제시했던 여러 진보적 정책들이 우리 사회를 변화하게 만든 부분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일부 당원의 일탈 행위를 이유로 해산해 버린다면, 이 노선과 활동을 지지해 온 대다수 일반 당원들의 정치적 뜻을 왜곡하고 그들을 위헌적인 정당의 당원으로 만드는 사회적 낙인 효과를 가하게 될 것이다. ▲정당해산은 최후의 보루다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동조하여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 질서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형법이나 국가보안법 등을 통해 그 세력을 피청구인의 정책 결정 과정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배제할 수 있다. 그 세력 중 일부가 국회의원이고 그 지위를 활용하여 국가 질서에 대한 공격적인 시도를 더욱 적극적으로 행하고 있다면, 국회는 이를 스스로 밝혀내어 자율적인 절차를 통해 그들을 제명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정당해산제도는 비록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최후적이고 보충적인 용도로 활용되어야 하므로 정당해산 여부는 원칙적으로 정치적 공론(선거 등)의 장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 이는 피청구인의 문제점들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피청구인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오랜 세월 피땀 흘려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것이고, 또한 대한민국 헌정 질서에 대한 의연한 신뢰를 천명하기 위한 것이며, 헌법 정신의 본질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다.
  • [시론] 일본 총선이 한·일 관계에 던져준 과제/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시론] 일본 총선이 한·일 관계에 던져준 과제/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52.66%. 전후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일본 총선거가 끝났다. 자민당은 475석 중 291석, 공명당은 35석으로 자공 연립여당이 326석을 차지해 개헌선인 3분의2를 훌쩍 넘었다. 아베 신조 정권은 “아베노믹스와 집단적 자위권 추진, 이 길밖에 없다”는 구호를 내걸고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내막을 보면 그렇게 대단한 승리는 아니다. 자민당은 오히려 의석이 조금 줄었다. 우파 정당인 일본유신회, 차세대당 등도 의석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 공산당 등 이른바 개헌에 반대하거나 신중한 정당의 의석이 늘어났다. 이시하라 신타로, 다모가미 도시오 등 위안부 강제 연행과 난징대학살을 극구 부인하던 우익 인사도 대거 낙선했다. 지난 12월 10일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재특회 헤이트 스피치가 외국인 차별이라는 최종 판결이 나온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역시 전후체제 탈피, 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주장,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정하는 아베 정권의 속성은 바뀌지 않았다. 2018년 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까지 아베 정권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 임기보다 더 길다. 냉각된 한·일 관계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더구나 내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다. 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위안부 문제 해법에 대해 일본은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일 양국은 경색국면을 타개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거듭해 왔다. 지난해 말 추진된 정상회담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방문으로 수포로 돌아갔다. 올해 2월, 3월은 시마네현 독도의 날 도발, 교과서 왜곡 강행 등으로 한·일 관계가 다시 한번 얼어붙었다. 양국 간 외교부 채널을 통한 국장급 협의가 수차례 열렸지만, 상호 입장만 재확인하는 등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번에는 한·일 의원연맹과 일·한 의원연맹이 관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거물급 정치가의 영향력이 쇠퇴한 탓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아베 총리 특사로 마스조에 도쿄도지사 방한, 사카키바라 게이단렌 회장의 청와대 방문도 별로 효과가 없었다. 한·일 관계를 개선할 외부 환경을 만든 것은 역설적으로 중국과 미국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일본의 집요한 요구에 못 이겨 11월 10일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국으로서는 중국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1월 15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아베 총리에게 한·일 관계 개선을 주문했다. 내년도 미국 동북아 외교의 주요 관심사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다. 정부는 일단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 집중하고 있으나 중국은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15년 한·일 수교 50주년이 성큼 다가왔다. 시간표상으로 본다면 내년 2월까지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이 바람직하다. 2월 22일 독도의 날 행사, 3월 교과서 해설서에서 역사왜곡 등의 도발이 도사리고 있다. 미·일 안보협력 지침에 따른 집단적 자위권 법제화가 빈번하게 논의된다. 아베 색깔이 강한 차기 내각에서 일본 우익 정치가의 망언은 언제 터져 나올지 모른다. 8월 15일 아베 신담화가 나오면 한·일, 중·일 관계가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 임기 후반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도 이전만 못할 것이다. 시간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한·일 관계를 개선하려면 위안부 해결 실마리가 잡혀야 한다. 당연히 일본이 강제 연행,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보상해야 한다. 아베 총리가 사죄 담화를 발표하고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 정치의 현실과 우파 여론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한·일 간 정치적 타결을 통한 정상 간 해법 도출이 쉽지 않다. 출구가 아닌 입구 전략이 필요하다. 아베 총리가 직접 사과를 통해 해결 의지를 보인다면 상반기 중에 한·일 간 정상회담은 가능하다. 남·북 관계와 한·일 관계가 바뀌어야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 평화 구상도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한·일 양국 모두 담대함과 진정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 고준위 핵폐기물 어디에 10만년 동안 보관하나

    고준위 핵폐기물 어디에 10만년 동안 보관하나

    핵폐기물은 최소 10만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치명적인 독성물질이다. 2014년 현재 전 세계 31개국에 모두 25만~30만t의 핵폐기물이 있지만, 이것을 완전히 처분할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19일 밤 11시 4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특집다큐멘터리 ‘사용후 핵연료 10만년 후’는 국내와 일본, 스웨덴, 독일, 미국 현지 취재를 통해 핵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국내 총 23기 원전에 임시저장돼 있는 1만 3906t의 고준위 사용후 핵연료는 어디에, 어떻게 처리할지 아직 부지 선정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해법을 찾기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1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는 유일한 시설인 월성 원전은 현재 76%가 찼고, 4년 뒤엔 완전히 포화상태가 된다. 2016년 고리 원전을 시작으로 월성, 한빛, 한울 등 다른 원전들도 줄줄이 포화 상태에 이른다. 사용후 핵연료 관리 문제는 원전 선진국에서조차 난제다. 세계적으로 400기가 넘는 원전에서 매년 1만 2000t 이상의 사용 후 핵연료가 발생하는데 아직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운영하는 국가는 없다. 핀란드, 스웨덴만이 처분 시설 부지를 선정한 상태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2020년쯤 처분장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일과 미국은 핵폐기물 처리장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두 나라는 다양한 의견을 통합, 해법을 찾아 공론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먼저 풀어낸 스웨덴의 비결은 결국 안전에 대한 지역 주민의 신뢰였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4대 구조개혁 이렇게 풀자] “정권 따라 춤추는 금융정책 성장 걸림돌, 新관치 구태 개혁… 자율성 보장해야”

    신년 사업 계획 마련에 분주한 시중은행들은 요즘 ‘기술금융’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리스크가 높은 대출 특성상 섣불리 팔소매를 걷어붙이기가 쉽지 않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기술금융 대출을 늘려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금융당국이 해마다 2회 시중은행의 기술혁신성 평가를 하겠다는데 주요 평가 항목 중 하나가 ‘기술금융 지원 실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16일 “정부가 기술혁신성 평가로 시중은행들을 줄 세우며 (정부가) 원하는 방향대로 자금 지원을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며 “기술혁신성 평가야말로 관치 중의 관치”라고 성토했다. 금융권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출렁대는 금융정책이 금융산업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은다. 참여정부 시절의 ‘벤처기업 지원’, 이명박 정부의 ‘녹색금융’, 박근혜 정부의 ‘기술금융’ 등 간판만 바꿔 단 정책들이 재탕 삼탕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볼멘소리다. 정권의 치적 쌓기용으로 ‘소몰이’하듯 금융정책을 시행하고 나면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금융사가 떠안는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금융권 종사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은행의 부행장은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면 부실 위험이 높은 기업군에까지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데 3년 뒤 부메랑(부실)이 돼 돌아온다”며 “그 사이 정권이 바뀌고 관료들은 총총히 사라지고 금융사들은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허덕이는데 언제 금융산업의 장기 발전을 고민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독과 규제’라는 명분 아래 금융사의 경영 현안과 인사에까지 관치금융이 깊숙이 개입해 있는 풍토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KB금융지주 회장 선출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특정 후보를 지원사격 하고,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이 심각한 잡음을 노출한 것이 단적인 예다. 한 지주사 임원은 “정부가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하는 순간 그 조직은 망가지게 돼 있다”며 “외부 인사들은 단기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데 단기 실적은 2~3년 뒤 어김없이 부실로 나타난다”고 과거를 돌이켰다. 외부 입김이 잦은 조직은 성장→좌절→성장→좌절을 반복하다 결국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부 출신들이 잇따라 수장으로 왔던 KB금융은 역대 회장이 모두 징계 처분을 받았던 불명예를 지니고 있다. 정부(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수준이 후진적이니 국내 금융산업이 우간다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금융권 구조 개혁을 논의하려면 요즘 논란인 신(新)관치 구태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그다음 해법은 민간 금융사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서울·인천·경기·환경부 첫 회동… 수도권매립지 해법 실마리 찾을까

    서울·인천·경기·환경부 첫 회동… 수도권매립지 해법 실마리 찾을까

    인천 서구 백석동 수도권매립지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4자 협의체’가 16일 처음으로 가동돼 실무단을 구성키로 합의했다. 매립지에 대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자치단체 단체장들과 해당 부처 장관이 첫 만남에서 이 같은 합의를 도출한 것은 매립지 사용기한 연장에 대한 논의를 구체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정복 인천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윤성규 환경부 장관 등 수도권매립지 4자 협의체 당사자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회의를 열어 수도권 3개 시·도와 환경부가 매립지 존속 문제를 풀기 위해 국장급 실무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4자 협의체는 유 시장이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2016년 사용이 종료되는 수도권매립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환경부 장관, 인천시장 등으로 4자 협의체를 제안한다”고 밝힌 뒤 박 시장 등이 즉각 받아들임으로써 이뤄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유 시장이 회견 당시 거론한 ‘선제적 조치’와 관련된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유 시장은 서울시(71.3%)와 환경부(28.7%)가 보유한 수도권매립지 지분을 인천시로 일괄 이양하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할권을 환경부에서 인천시로 이관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매립지 주변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박 시장과 남 지사는 선제적 조치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며 이를 구체화시키기 위한 실무단을 구성·운영하기로 뜻을 모았다. 4자 협의체 실무단은 환경부와 3개 시·도의 국장급 간부로 구성돼 인천시가 요구하는 선제 조치의 이행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실무단 협의 진행 상황에 따라 수도권매립지 사용기한 연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 조성 당시 계획대로 2016년 사용 종료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서울시와 경기도는 현 매립지 처리량이 총 처리 가능 용량의 58%에 불과한 데다 대체매립지 마련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사용기한을 2044년까지 연장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열린 회의는 매립지 현안에 대한 각 시·도의 입장을 확인하는 탐색전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무단을 구성키로 함으로써 합의안 도출을 위한 협의가 속도감 있게 전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매립지 폐쇄가 예정된 2016년 말까지는 2년밖에 남지 않아 시간상으로 촉박한 상황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 관계자는 “합리적인 해법을 찾도록 관계 기관들과 적극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기형적 승계구조… 1% 지분으로 제왕적 권력 남발

    기형적 승계구조… 1% 지분으로 제왕적 권력 남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이 반재벌 정서에 불을 댕겼다. 온 국민의 분노와 조롱은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사람 위에 군림하고 횡포를 부려도 된다는 그의 사고방식 때문이었다. ‘나는 특별하다’는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일부 재벌 3, 4세의 일탈은 불행히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재벌은 핏줄이 원수’라는 말도 낯설지 않다. 개인의 일탈이 기업 가치와 문화를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선민의식, 뭐가 문제일까.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 전 부사장의 일탈을 ‘자본주의 사회의 역행’으로 해석했다. 마치 노비문서를 소유한 귀족처럼 회사 직원 위에 군림하려 든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은 과거 봉건제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전근대적인 발상이라는 설명이다. 태어나서부터 ‘회장님 아들딸’로 떠받들려 부족함 없이 자라다 보니 ‘돈이면 뭐든 다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그들만의 세계에서 일반인들과 어울릴 기회가 적어 타인의 고통이나 아픔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2010년 SKC 최종관 전 부회장의 아들인 최철원 전 M&M 대표의 ‘맷값 폭행’은 돈으로 폭력도 살 수 있다는 삐뚤어진 개인의 사고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당시 최 전 대표는 고용 승계를 해 달라며 시위 중이던 트럭운전사 유모씨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야구방망이로 폭행했다. 그러면서 1대당 100만원씩 모두 2000만원을 맷값으로 건넸다. 그는 1년 6개월의 실형을 받고 죗값을 치르는가 했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동원씨는 지난해 상습적으로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인 조 전 부사장의 남동생이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은 2005년 운전 중 시비가 붙은 70대 할머니에게 폭언을 퍼붓고 폭행까지 행사해 입건됐다. 2012년에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막말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들의 일탈을 단순하게 개인의 돌출 행동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회사=내 것’이라는 인식, 즉 회사를 사유재산의 하나로 보는 게 이 같은 행위를 불렀다”면서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보기보다는 기업의 봉건적 지배 구조와 당연시된 고용 승계 문제 등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어느 누구나 일탈은 할 수 있지만 기업을 대표하는 경영인 자리에 앉아 있는 만큼 이들의 일탈 행동은 개인의 인격 문제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는 얘기다. 윤 교수는 “개인의 능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재벌가 총수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임원 자리에 오르는 일은 선진국에서는 불가능하다”면서 “기업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 등이 있는데, 순환출자 등 불법적인 지배 구조와 승계로 제왕적 권력이 남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조 전 부사장은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27살에 대한항공에 입사해 7년 만에 임원이 되는 등 초고속 승진 코스를 거쳤다. 할아버지나 아버지 세대가 거친 도전정신이나 사회공헌 정신 등을 체화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다. 130년 된 오스트리아 기업 스와로브스키는 오너 자녀들의 입사를 까다롭게 만들었다. 2~3년 수습을 거치거나 외부에서 10년 정도 전문성을 인정받은 뒤에야 부모의 회사에 입사할 수 있다. 또 5대째 가족 경영을 하면서도 자녀들에게 옷을 물려 입히고 집안일을 해서 용돈을 받게 하는 스웨덴 발렌베리가의 문화 등과 우리나라 재벌 문화는 너무 대조적이다. 승계 과정에서 검증을 철저히 하는 등 기형적인 지배 구조에서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소유 지분에 비해 오너 일가가 너무 많은 권력을 휘두르는 게 근본적인 원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 현대중공업, 삼성, 한화, 현대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각각 0.5%, 1.2%, 1.3%, 1.9%, 2.0%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수백년 가업을 이어 가는 기업의 비결 중 하나는 사회적 책임 의식을 키우고 합리적인 승계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설 교수는 “덕망 있는 재벌 3세, 4세들의 모습도 적지 않은데 개인의 일탈 행동이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면서 “재벌 3세, 4세가 사회적 책임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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