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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기업 사람들 예금보험공사] 3대 금융위기 때 ‘소방수’ 역할… 금융 부실 미리 막는 ‘감시자’

    [공기업 사람들 예금보험공사] 3대 금융위기 때 ‘소방수’ 역할… 금융 부실 미리 막는 ‘감시자’

    정욱호 부사장 저축銀 사태 확대 막아 김광남 이사 구조조정 업무 진두지휘 임성열 이사 철두철미한 기획의 달인 김준기 이사 임금피크제 합의 이끌어 문종복 이사 리스크관리에 새로운 힘 예금보험공사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기금을 만들어 뒀다가 금융기관이 파산해 고객들의 예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되면 예금을 대신 지급하는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역사는 20년에 불과하지만 이곳을 빼놓고 외환위기 이후의 대한민국 금융사를 말하기는 어렵다.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저축은행의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위기 때마다 예보는 ‘금융시스템 소방수’ 역할을 했다. 지난해에는 20년 전 당시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에서 예보 탄생의 산파 역할을 했던 곽범국 사장이 취임하며 기존의 부실금융기관 정리 중심의 업무에서 벗어나 본연의 선제적인 부실 대응기구로의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예보는 지난해 12월 ‘13부 5실 2국 6부서내실’에서 총괄부서 중심의 ‘14부 5실 2국 5부서내실’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리스크관리기획실’을 ‘리스크총괄부’로 확대 개편한 것이 핵심이다. 금융 부실이 생기기 전에 미리 위험 대비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예보의 경영이념을 구체화하는 총괄 업무는 정욱호 부사장이 맡고 있다. 정 부사장은 제일은행(현 SC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 동화은행을 거쳐 외환위기 때 예보로 자리를 옮겼다. 정리 회수와 위험(리스크)관리 업무에서 탁월한 능력을 갖춘 예보의 산증인이다. 그간 예보가 추진했던 굵직굵직한 자산매각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특히 2009~2010년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잠재부실을 누구보다 먼저 인지하고 부실이 확대되기 이전에 감내할 만한 수준에서 정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지금도 직원들 사이에 회자된다. 예보에서 18년간 근무한 경험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조직과 조직원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지금은 예보의 선제적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 개발과 신사업 발굴을 맡고 있다. 김광남 이사는 경기 성남 낙생고와 고려대(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외환위기 당시 은행권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했고 2013~2014년 8개 가교저축은행 매각을 모두 성공시킨 ‘정리의 달인’이다. 폭넓은 학식과 논리정연한 업무수행으로 정평이 나 있다. 공인재무분석가(CFA) 자격증도 있다. 과거 산업은행 근무 시절부터 유명한 학구파이자 노력파다. 최근까지 리스크관리 업무를 담당하다 전문 분야로 돌아와 우리은행 및 서울보증보험 민영화의 해법을 제시하기 위한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임성열 이사는 그간 예보의 큰 그림을 그리는 기획 부문에서 주로 업무를 맡았다. 공사 내에서 ‘기획통’으로 통한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소탈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직원들과 친밀감을 유지하면서도 업무에 있어서는 철두철미한 성격의 소유자다.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파산재단 3조 2000억원 회수 목표를 지난해 초과 달성한 것도 특유의 리더십이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주년인 올해는 파산재단 채무자의 경제적 회생을 돕기 위한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준기 이사는 서울 숭실고와 고려대(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에 입사해 총무, 인사, 홍보, 리스크관리, 정리 등을 두루 섭렵한 다방면의 전문가다. 직원들은 곧잘 김 이사를 ‘칭기즈칸’에 비유한다. 목표를 향해 강력한 리더십으로 조직원들을 이끌어 가는 열정 덕이다. 예보가 2014~2015년에 공공기관 중 최우선으로 복리후생제도를 개편하고 선도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며 잡음 없이 노사 간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적잖다.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소주 한잔을 기울이는 친화력도 김 이사의 장점이다. 문종복 이사는 대구상고와 계명대(경영학과)를 나왔다. 조흥은행을 거쳐 신한은행 부행장에 오른 금융맨이다. 지난 1월 예보로 자리를 옮겼다. 신한은행에서 리스크관리 그룹 부행장을 지낸 문 이사는 38년 동안 금융시장에서 직접 체험한 지식으로 예보의 리스크관리 업무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있다. 곽 사장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예보의 선제적 대응 능력 강화에 최적임자로도 꼽힌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젠트리피케이션 막자”… 자치구별 해법은] 건물주와 대화… 발로 뛰는 성동

    “잠시 말씀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지난달 21일, 성동구 직원 2명이 서울숲길 인근의 한 건물을 찾았다. 건물주를 만난 이들은 ‘상생협조’에 대한 서한과 관련 자료들을 보여 주며 구의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입점 상인들이 잘돼야 임대 수입도 늘고 건물 가치도 올라간다는 요지였다. 건물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건물주는 “높은 임대료로 홍대나 이대에 빈 점포가 늘고있다는 얘길 들었다”면서 바로 상생협약서에 서명을 했다.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떠나는 현상)을 막기 위해 구가 직접 나선 것이다. 구는 성수동 지역의 상가 임대료를 안정시키고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건물주와의 일대일 상생협약을 체결한다고 3일 밝혔다. 지난달 1일자로 신설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전담기구인 지속가능도시추진단 직원 20명이 중심이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성수1가2동 상가를 2인1조로 찾아다니며 건물주들을 만나 왔다. 영세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상생협약을 체결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 협약을 강제할 수단은 없기에, 오로지 연대의식에 기반을 둔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강형구 지속발전과 과장은 “공무원 생활 중 가장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상가 가치는 상인들의 노력으로 함께 올리는 것인 만큼 그 혜택을 조금씩만 나누고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최근 한 건물주와의 상생 협약 체결로 위기에 내몰렸던 임차인을 보호하게 됐다. 임차인은 동네의 상권이 활성화하자 임대료 상승 여파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강 과장과 직원들의 설득으로 건물주는 임대료 상승을 최소화하고 임대인과 상생하기로 약속했다. 비로소 임차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구는 지난해 11월 지역 56개 건물주와도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정원오 구청장은 “지역의 높아진 가치를 공동체가 공유하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젠트리피케이션 막자”… 자치구별 해법은] 건물주와 맞손… 힘 합치는 중구

    임대기간중 임대료 인상 억제하고 임차인은 깨끗한 거리환경 조성 서울의 핵심상권이 자리한 중구가 사회문제로 번지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한 종합 대책 방안을 마련했다. 3일 구에 따르면 주민과 건물주, 상인들이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상생협약 표준안’을 만들었다. 표준안에는 건물주는 임대 기간에 임대료를 인상하지 않고 임차인의 권리금을 보호하는 한편 임차인은 가격정찰제, 보도상 물건 적치 금지 등 합법적인 영업활동과 깨끗한 거리환경 조성에 협력한다는 것이 골자다. 상생협약의 실질적인 효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례도 오는 4월 공포할 예정이다. 조례에 따라 상생협약을 적용한 지역에는 공공인프라와 환경개선사업, 중소기업육성기금 우선 융자 등을 적극 지원한다. 상생협약 대상지역은 ‘1동 1명소’ 대상인 서애 대학문화거리, 다산동 성곽예술문화거리, 서소문 역사공원 등이다. 지난해 간판개선사업에 이어 도로포장 등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서애 대학문화거리는 4월에 상생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지역 34개 전통시장에서도 상생협약을 추진한다. 구체적인 협약 내용과 시기는 지역 특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최창식 구청장은 “기존 상인들이 안심하고 장사할 수 있고 건물주들도 재산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안정적인 지역발전 패러다임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핵심개혁과제 추진 성과] (중) 창조경제 실현

    [핵심개혁과제 추진 성과] (중) 창조경제 실현

    콘텐츠산업 고용효과 차보다 커… 젊은 종사자 많아 청년고용 기여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서… 578곳 창업지원·17만명 교육도 정부는 수출경제를 회복하고 국가 발전의 새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창조경제 실현’을 강조하고 있다. 창조경제 관련 핵심 개혁 과제인 문화창조융합벨트, 창조경제혁신센터,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를 통해 해법을 찾고 있다. 2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주해 있는 ‘놀공발전소’ 사무실. 문학 기반의 온라인 게임을 제작하는 벤처기업이다. 문 입구에 ‘노력 금지’라는 구호가 적혀 있다. 이승택 놀공 대표는 “콘텐츠 산업의 특성상 본인이 즐거워하는 일이 아닌 노력은 의미 없다는 뜻”이라면서 “문화창조융합센터로부터 한국 전통을 소재로 놀이 문화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으며 현재 멘토링 프로그램을 지원받고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산업은 고용 유발 효과가 크다. 고용유발계수는 12.4명으로 수출 제조업인 전기전자(5.1명), 자동차(5.7명)를 뛰어넘는다. 또 국내 콘텐츠 산업 종사자 62만명(2013년 기준) 가운데 29세 이하가 31%로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7대 콘텐츠 강국(시장점유율 2.7%)으로서 올해 콘텐츠 산업 매출 목표가 105조원에 이른다. 문화창조융합벨트 정책은 ▲문화창조융합센터(2015년 2월) ▲문화창조벤처단지(2015년 12월) ▲문화창조아카데미(2016년 3월) ▲케이컬처밸리(이하 2017년) ▲케이익스피리언스 ▲케이팝 공연장 등 6개 거점을 기반으로 한 문화 융합 클러스터다. 전국 17곳에 설립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의 중소기업과 창업기업을 운영 부지에 입주시켜 밀착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중소기업들은 자금·기술 인력·시설·정보 부족으로 애로를 겪는다. 이에 따라 센터는 혁신성이 기대되는 기업에 기술 개발과 금융 지원은 물론 법률, 특허, 마케팅, 해외 진출까지 돕고 있다. 특히 창업기업 지원도 기업 수와 투자 유치액 기준으로 지난해 1월 45개, 115억원에서 12월엔 578개, 1088억원으로 급증했다. 아울러 정부는 청소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창업 강좌를 2014년 2561개에서 지난해 3534개로 늘렸다. 이로써 모두 17만 6118명이 창업 교육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팜 사업, 농업의 6차 산업화 정책, 할랄(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의 총칭) 시장의 공략으로 요약된다. 스마트팜 사업은 세계적인 ICT를 활용해 농작물 재배 시설의 온도, 습도, 햇볕, 이산화탄소, 토양 등을 측정·분석한 결과에 따라 자동 제어함으로써 농작물 생산량과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원예·축산 분야의 스마트팜 보급은 2014년 60㏊/30호에서 지난해 364㏊/156호로 증가했다. 이에 필요한 정부의 권역별 지원센터가 8곳에 있다. 농업의 6차 산업화는 1차 산업인 농업과 2차 산업(식품, 특산품, 제조, 가공) 및 3차 산업(유통, 판매, 문화, 체험, 관광서비스)을 복합적으로 연계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아울러 할랄 인증 수출품 가운데 김은 3억 500만 달러(약 3681억원), 유제품 1억 6600만 달러, 굴 6600만 달러로 해마다 늘고 있다. 국제식품박람회와 중국 온라인몰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한편 창조경제를 통한 산업화의 분야가 아직은 좁다는 한계를 극복하는 게 남은 과제로 꼽힌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사드 때문일까… 시진핑의 늦어진 생일축하 서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생일(2월 2일)을 하루 앞두고 친필 축하 서한을 보내왔다고 청와대가 1일 밝혔다. 앞서 시 주석은 2014년 1월 29일과 지난해 1월 30일에도 각각 친필 서한을 보내 박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한 바 있다. 이렇듯 두 정상은 박 대통령의 당선 축하 축전, 박 대통령의 취임 축하 친서, 시 주석의 주석 선출 축하 전화 등을 교환하고 정상회담을 통한 만남을 이어 오면서 신뢰 관계를 쌓아 왔다. 다만 시 주석이 이전에는 박 대통령의 생일을 3~4일 앞두고 축하 서한을 보냈으나 올해는 이전보다 늦게 보내면서 북핵 및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한·중 간 갈등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한·중 정상은 현재까지 북핵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전화통화를 하지 못한 상태다. 청와대는 또 이전과 달리 시 주석의 서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기고] 집단민원 해결, 그리고 ‘조정’의 힘/김인수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기고] 집단민원 해결, 그리고 ‘조정’의 힘/김인수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갈등 모형을 최초로 정립한 사회학자 랄프 다렌도르프는 “모든 사회는 갈등을 경험한다”고 했다. 우리도 급속한 사회 변화와 국민들의 권리의식이 향상되면서 사회 구성원 간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많은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행정 과정에서도 그대로 투영돼 공공정책이나 사업을 둘러싼 크고 작은 갈등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갈등 관리는 사회가 건강한지를 보여 주는 척도 중 하나다. 주민과 공공기관 간에 자주 발생하는 갈등의 초기 증상은 집단민원으로 표면화되는 경우가 많다. 집단민원은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위법 부당한 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일반 고충민원과 달리 어떤 사안에 대한 입장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들이 자기의 주장만 되풀이하다 보면 불신이 점점 커지고 곪아서 갈등으로 변해 간다. 다음으로 집단민원은 여러 기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주민의 민원(民願)은 민원(民怨)이 돼 가는 것이다. 어떻게 이러한 문제들을 잘 풀어 나갈 수 있을까. 권익위법은 중립적 제3자에 의한 조정이라는 처방책을 제시한다. 시비를 가리기보다는 입장 차이를 좁혀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경우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할 필요가 있는 집단민원에는 조정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조정이 한 건 성사되기까지는 여러 번의 현장 방문과 이해 관계자 면담 및 의견 조율이 필수적이다. 민원 하나를 조정하는 데 최소 3~4개월이 걸릴 정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다. 하지만 신뢰와 인내심을 갖고 당사자 간 소통을 주선하고 다양한 대안에 대해 논의하다 보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해법을 찾아 합의에 이르게 된다. 지난해 9월 낙동강의 강정고령보 상단에 놓인 우륵교 차량 통행을 둘러싼 갈등 조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정 당시 대구 달성군과 경북 고령군 주민들은 ‘교통편의’와 ‘수질오염’을 각각 내세우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 담당자들이 두 지역을 수차례 오가며 소통을 매개하고 대안을 모색하다 ‘우회도로 건설’이라는 상생의 해법을 찾아 3년 동안의 갈등을 매듭지었다. 한 민원인은 “처음에는 무조건 안 된다고 하던 기관들도 한데 모여 자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점점 가능한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아가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현장 중심, 열정과 창의, 진실한 소통 이것이 바로 조정의 정신이고 힘이다. 하지만 집단민원의 해결에 이러한 조정이 많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고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해 권익위는 241건의 집단민원을 접수해 약 30%를 조정으로 해결했다. 같은 해 지자체에 6900여건의 집단민원이 접수됐으나 얼마나 조정으로 해결됐는지 의문이다. 올해는 국민에게 고충을 주는 민원이 좀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권익위에 접수된 민원에 대해서는 정성껏 국민의 입장에서 그리고 조정의 정신을 살려 해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울러 조정 전담 인력을 확대 운영하고 관련 제도의 보완과 홍보를 강화하는 등 집단민원 해소를 위한 조정 시스템의 힘을 극대화하는 노력도 병행하려 한다.
  • [한국경제 CEO 2016 인터뷰] 성세환 BNK금융 회장

    [한국경제 CEO 2016 인터뷰] 성세환 BNK금융 회장

    영업통 부지점장 80명 뽑아 외부서 숨은 고객 찾게 할 것 모바일은행 ‘썸뱅크’ 새달 출시 “지난해 말 경남 김해시 소방서장을 만났어요. 공단이 잔뜩 몰려 있다 보니 전국에서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 중 하나가 김해시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지난해에는 화재 발생률이 적었대요. 가동을 안 하는 공장이 많아서 그랬다고 합니다. 그만큼 경기가 안 좋았다는 얘기죠. 올해도 대내외 악재들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비가 오기 전에 주춧돌이 젖은 것을 보고 우산을 미리 펼치는 전략(礎潤張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성세환(64) BNK금융그룹 회장은 1일 서울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위기’를 언급했다. “지역은행 특성상 중소·제조업과 맞닿아 있는 만큼 서민들의 체감 경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말과 함께였다. 부산·경남은행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BNK금융은 그래서 미리 우산 펼치는 작업에 한창이다. 성 회장은 “자산을 키우면 리스크도 같이 증가한다”며 자산 성장보다는 순익 확대에 방점을 찍겠다고 말했다. 최대 자회사인 부산은행만 하더라도 올해 자산 확대 규모를 2조 2000억원으로 잡았다. 총자산(56조 5000억원) 대비 4%에도 못 미치는 성장률이다. 반면 BNK금융 전체 순익 목표액은 5400억원이다. 전년 대비 10%가량 높은 수준이다. 내실을 다지면서 수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는 모든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의 희망 사항이다. 그런데 말처럼 ‘실천’이 쉽지 않다. 성 회장은 소매금융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가 얘기하는 소매금융은 가계대출을 포함해 10억원 안팎의 자영업자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등이다. 성 회장은 “수백억원 단위의 기업대출보다 2억, 3억원짜리 소매대출이 예상손실을 다 포함해도 수익률이 더 높다”며 “소매대출은 예·적금 상품이나 펀드, 보험 등의 교차 판매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성 회장은 올해부터 영업점에 리테일영업팀장(BRM) 직제를 도입했다. 태블릿PC를 들고 다니며 영업을 뛰는 ‘아웃바운드’(외부) 조직이다. 대형 시중은행에서는 퇴직을 앞둔 고참 행원들이 주로 맡는 업무이지만 성 회장은 각 지점에서 영업통으로 꼽히는 부지점장 약 80명을 차출했다. ‘역발상’이다. 그는 “은행이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고객을 발굴할 수 있고 예비 지점장들이 최일선에서 영업에 대한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영업구역(부산·울산·경남)을 넘어 점포를 확대할 수 없는 지역은행의 한계점은 모바일 전문은행으로 극복할 생각이다. 성 회장은 “오는 3월 BNK금융 최대주주인 롯데그룹과 함께 모바일 전문은행 썸뱅크(가칭)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썸뱅크는 ‘밀당’처럼 설렌다는 의미와 금융 서비스의 편리한 장점이 결합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성 회장은 “3월 비대면 계좌 개설과 중금리 대출을 시작으로 5월에는 2단계로 여러 제휴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 유통 계열사의 멤버십 포인트인 ‘L포인트’나 롯데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L페이’와의 연계도 추진 중이다. 특히 롯데그룹 계열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의 전국 7000개 영업점 중 5000곳에 썸뱅크 전용 자동화기기(ATM)를 설치할 계획이다. BNK금융의 소형 영업점인 셈이다. 성 회장은 시중은행 간 과당 경쟁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대형 시중은행들이 지역에 내려와 대출금리를 후려치며 출혈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대형 은행은 덩치에 맞게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금융산업이 건전하게 상생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현장 행정] “노량진·신대방 범죄에 취약” 동작의 이유 있는 ‘커밍아웃’

    [현장 행정] “노량진·신대방 범죄에 취약” 동작의 이유 있는 ‘커밍아웃’

    신대방 1동 범죄 2년새 2배 늘자 역으로 문제 드러내 ‘방범 효과’ “저 붉은 벽돌 빌라 보이시죠? 도둑이 연달아 3~4번이나 든 곳이에요.” 1일 오후 동작구 신대방1동 600 일대 주택가를 돌던 배영주(41) 주무관이 낡은 다세대주택 앞에 멈춰 섰다. 그는 “이 건물은 폐쇄회로(CC)TV 하나 없는 골목 어귀에 있는 데다 옆 건물과 딱 붙어 절도범이 벽을 타고 오르기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로등 불빛이 흐렸고 중국·필리핀 출신 거주민이 문을 잠그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지 않아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웠다. 신대방1동 전역을 살펴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골목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탓에 늦은 밤 귀가하는 주민들은 오싹함을 느꼈고 낡은 건물이 많아 주거 침입 범죄에 취약하다. 이 동의 외국인 가구 비율은 9.0%로 서울시 476개 동 가운데 25번째로 높다. 신대방1동에서 2014년 발생한 5대 범죄(살인·강도·성범죄·절도·폭력) 건수는 215건으로 2년 새 1.8배 늘었다. 반면 서울 전체 5대 범죄는 같은 기간 약 5% 감소(13만 8090건→13만 1151건)했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2013년 7월 취임 때 이러한 현실에 주목해 범죄 예방을 최우선 구정 목표로 삼았다. 목표는 특별할 게 없지만 이 구청장이 택한 방법이 남다르다. 지역 범죄 현황을 적극적으로 언급하는 ‘커밍아웃 전략’을 펴는 것이다. “연구자료에 따르면 동작구의 안전도가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8위에 불과하다”거나 “노량진 수험가와 신대방 지역이 인구적 특성상 범죄에 취약하다”고 말하는 식이다. “범죄가 많다고 떠들면 지역 이미지만 나빠져 땅값 떨어진다”며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보통의 지역 공무원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구청장은 문제를 드러내 주민들에게 알리고 원인을 진단한 뒤 해법을 찾아야 범죄율을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구는 지난해 지역 내 범죄취약지역을 분석해 신대방1동 등 4곳에 안전마을을 만들었다. 안전마을은 셉테드(CPTED·범죄예방환경설계) 기법을 적용해 범죄자들이 침입할 수 없게 꾸민 곳이다. 신대방동의 ‘다누리 안심마을’에는 골목 담벼락을 밝은색으로 칠하고 친근한 서체로 ‘문단속을 생활화하자’는 등의 메시지를 적었다. 또 ‘ㄱ’ 자로 꺾인 골목에서 누가 숨어 있는지 볼 수 있게 반사경과 고화질 CCTV도 설치했다. 골목 어귀에는 주민이 모이는 ‘작은 쉼터’를 조성해 자연스러운 방범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꾸미는 데 든 예산은 모두 2억 2000만원인데 이 가운데 2억원은 민간기업 기부를 받았다. 구는 올해 안심마을을 추가로 4곳 더 만들기로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보 공유가 범죄 예방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범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핵심개혁과제 추진 성과] (상) 사회적 약자 지원책

    [핵심개혁과제 추진 성과] (상) 사회적 약자 지원책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여러 가지 정책 과제 가운데 24개 ‘핵심개혁과제’를 선정했다. 이 가운데 10개 과제는 사회적 약자를 중심에 둔 혁신과 창조경제 실현, 산업적 변화에 대한 대응 등 3대 분야로 나뉜다. 정부는 그동안에도 핵심개혁과제가 성과를 내기는 했으나 이를 더욱 적극 지원함으로써 인식 변화와 목표 달성을 통해 국가 개혁의 초석을 다지기로 했다. 핵심개혁과제의 성과와 추진 방향 등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생계형 취업 여성과 청년 구직자, 임대주택 희망자, 어린 학생은 사회적 약자에 속한다. 정부는 민생경제 회복의 부진과 사회 개혁에 대한 반발, 급변하는 국제 환경을 극복하고 국민적 대통합을 이루는 길은 우선 이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31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결혼과 함께 경력을 잃었다가 재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력단절여성’은 현재 205만명에 이른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지 못해 국가 성장 동력의 한 축인 여성이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을 핵심개혁과제로 선정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변화는 일어났다. 아직 숫자는 미미하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2년 54.5%에서 2013년 55.6%, 2014년 57.0%, 지난해에는 57.8%로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시간선택제 확대, 육아휴직, 대체인력 지원, 정시 퇴근제, 유연근무제 도입, 국공립·직장어린이집 확충 등이 정책 현장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지난해 2629개로 한 해에 140곳이 늘었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현재 상황에선 해결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청년들의 70% 이상이 4년제 대학까지 나온 뒤 월평균 26만 8600원을 들여 영어공인 시험, 공모전, 자격증, 봉사활동 등으로 각종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있으나, 정작 산업 현장에선 써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여전히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또 신입 사원을 채용해도 현장에서 하나하나 다시 가르치는 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고용마저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제시한 해법은 ‘일학습병행제’다. 일단 기업에 ‘학습근로자’로 입사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의 교육 훈련을 받으면서 현장 훈련을 통해 직무 능력을 키우는게 요점이다. 소정의 급여를 받으면서 원하는 자격증까지 취득하는 것도 보람일 수 있다. 2014년 정부가 파악한 결과 참여 기업의 96.2%가 필요성에 공감했고 참여 청년의 78.8%가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참여 기업은 5764개, 청년은 1만 869명이었다. 김민성 ㈜세영기업 대표는 “짧은 교육을 받은 신입 사원은 현장 부적응 문제와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있으나 1년 만에 직무 능력을 키운 학습근로자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가족처럼 든든한 동반자”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정부의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인 ‘뉴스테이’ 1차 청약(인천 도화동)에서 2051가구 모집에 1만 1258명이 몰리면서 평균 5.5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뉴스테이는 앞서 서울시의 ‘시프트’처럼 아파트의 개념을 투기·투자적 ‘소유’에서 안정적인 ‘거주’로 전환하는 개념이다. 서민 입주자는 최소 8년간 5% 이내의 임대료 상승만 감수하면 된다. 정부는 올해 5만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전면 시행되는 ‘자유학기제’는 꿈 많고 감수성이 예민한 중학생들에게 틀에 박힌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토론과 실습, 진로탐색 등을 체험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한 학기 170시간 만이라도 학부모와 함께 교과 과정을 스스로 재구성해 융합적 사고력을 키워주는 데 목적이 있다. 한편 여성이나 청년의 일자리 사업은 고용의 양뿐만 아니라 그 질의 향상까지 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사설] 북핵 해법 주도권 미·중에 맡겨선 안돼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4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에 대한 제재 국면에서 미국과 중국의 동상이몽이 확인됐다. 그제 5시간 가까운 마라톤회담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에게 대북 원유공급 중단, 북한 광물수입 금지 등 강력한 제재를 요청했지만 면전에서 거부당했다. 왕 부장은 “제재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며 대화와 협상이 북핵 해법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양국 외교장관이 강력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필요성에 합의했다고는 하지만 실효성 있는 제재가 사실상 어려운 게 아닌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핵실험 직후 강경한 반대 성명을 발표한 중국은 한·미·일 3각 공조가 강화되고 중국을 향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또다시 북한 감싸기로 돌아섰다. 특히 한·미 양국이 중국의 역할 확대를 강력히 주문하자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를 통해 “중국에만 책임을 지우는 것은 옳지 않다”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우리가 북핵 대응책으로 사드 배치를 거론하자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역대 최상의 한·중 관계’를 들먹이며 이번에는 뭔가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던 우리만 머쓱해진 꼴이다. 미·중 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의 핵심 당사국인 것은 분명하지만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있는 우리만큼 절박할 수는 없다. 게다가 미·중 양국은 남중국해 문제를 비롯해 군사·외교·경제적으로 충돌하는 라이벌이기도 하다. 북핵 문제 악화의 원인에 대해서도 미국은 중국이 대북 제재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라고 몰아세우고 반면 중국은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국익과 실리를 좇는 두 나라가 북핵 문제를 주도하는 한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오기 어려운 역학구도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꿈꾸는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다. 대북 제재 균열 조짐 속에 북한이 기습적으로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중 양국이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상황에서 북한은 차근차근 핵무장을 완성해 가고 있다. 이번에도 뜨뜻미지근한 제재로 북한이 판단을 잘못하게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외교안보팀은 “한·미 간 긴밀한 공조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견인하겠다”는 둥 하나 마나 한 얘기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도대체 어쩔 것인지 구체성이 안 보인다. 북핵은 결국 우리의 문제다. 미국도, 중국도 제3자일 뿐이다.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해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를 고수하며 7년간 의도적으로 북핵 문제를 외면해 왔다. 사실상의 북핵 방치다. 중국은 핵실험 때만 발끈했을 뿐 북한의 핵 개발을 막겠다는 의지도, 노력도 없었다. 왜소한 국력, 무능한 외교력을 탓하며 자책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화들짝 놀라 적극적으로 북핵 공조의 손을 잡도록 우리가 북핵 해법을 주도해야 한다. 핵무장론이든 뭐든 강력한 ‘카드’를 내보여야 한다.
  • 염전의 집단살인 ‘섬. 사라진 사람들’ 메인 예고편

    염전의 집단살인 ‘섬. 사라진 사람들’ 메인 예고편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염전노예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의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염전노예사건’은 2014년 2월경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염전노예사건’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영화는 사건을 제보받은 2명의 기자가 염전을 생활터전으로 잡은 섬마을에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작품은 사건을 밝히려는 취재기자 혜리(박효주)와 촬영기자 지훈(이현욱)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그곳에서 만난 염전노예 중 지적장애를 가진 상호(배성우)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번에 공개된 예고편은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염전의 풍광과 웅장한 음악이 긴장감을 높이며 시작된다. 한 제보자의 목소리를 통해 염전노예에 대한 제보를 받은 취재기자 혜리는, 후배 카메라 기자 석훈과 함께 섬마을을 찾는다. 혜리는 무언가를 감춘 듯 미심쩍은 태도의 마을 사람들과 노예처럼 일만 하는 인부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하지만, 이들은 염전주 허성구(최일화)와 그의 아들 지훈(류준열)의 강력한 경계 탓에 취재에 난항을 겪는다. ‘감춰진 사람들’이란 카피처럼 진실을 밝히고자 고군분투하는 혜리에게 후배 석훈은 “우리 힘으로 감당 안 돼”라고 말하며 만류한다. 그럼에도 혜리는 “우리가 그 사람들 편에 서야 한다”며 고집을 꺾지 않는다. 이후 혜리가 증거를 찾았을 무렵, 섬에서는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사건 관계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섬마을 사람들 모두가 용의자인 상황, 과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실제 염전노예사건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일명 ‘섬 노예사건’이 방송되면서 전국적으로 공분을 샀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이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염전노예 피해자들은 직접 나서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여전히 진행형이다. ‘섬. 사라진 사람들’ 연출을 맡은 이지승 감독은 “사건피해자들이 근본대책을 세워줄 수 없는 사회적인 법 시스템과 부조리 탓에 계속 방치되는 상황을 보면서, 누군가는 작은 목소리라도 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작품을 시작했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이지승 감독은 아동 성폭행 문제를 다룬 전작 ‘공정사회’에 이어 ‘섬. 사라진 사람들’까지 두 영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이에 이 감독은 “전작 ‘공정사회’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되, 후반부는 허구이듯 ‘섬. 사라진 사람들’ 역시 사실과 허구가 버무려진 영화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감독은 “사건을 극단적이거나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방법보다 영화적으로 우회해서 조명해보고자 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은 아직도 피해자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한 사안을 ‘영화적인 해법’으로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2월 개봉 예정. 사진 영상=콘텐츠판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이경형 칼럼] 우리 사회의 ‘분노·저주’ 프레임

    [이경형 칼럼] 우리 사회의 ‘분노·저주’ 프레임

    횃불을 들고 시청 광장, 광화문 광장을 메우며 경찰차를 넘어뜨리는 폭력 시위만이 한국이라는 공동체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은 물론 언론에 ‘분노·저주’의 악성 코드가 창궐하면 공동체의 존립이 위험해질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에 따르면 SNS에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이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가 2014년엔 10만건당 0.46건에서 지난해 9월엔 8.74건으로 19배나 크게 늘어났다. 부의 대물림을 빗대는 ‘흙수저’도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를 풍자한 ‘흙수저 빙고게임’이 유행하고 있다. 이런 신조어에는 우리 사회에 분노하고 저주를 퍼붓는 공통 코드가 숨어 있다. 추악한 권력으로 묘사된 대기업 회장, 대선 후보, 언론사 주간을 상대로 도끼를 휘두르는 정치깡패가 복수극을 벌이는 스토리의 리얼리티로 포장한 판타지 영화 ‘내부자들’은 ‘분노·저주’ 코드의 절정이다. ‘분노·저주’ 코드는 누리꾼의 특정 사이트가 증폭시키고 있는 가운데, 이념적으로 편향된 오프라인, 온라인 매체들이 모바일 세대에게 ‘우리 사회를 굴절시키는 프레임’으로 고착시키고 있다. 한 신문 기사는 “한국의 최저임금은 아이슬란드의 절반밖에 안 되는 6030원이며, 노동시간은 한국이 2163시간인 데 비해 아이슬란드는 1701시간이다…”라고 쓰면서 <‘행복’ 아이슬란드 vs ‘헬조선’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이 기사는 인구 32만명의 아이슬란드와 인구 5000만명의 한국을 간단한 데이터를 들어 비교하면서 ‘천국’과 ‘지옥’으로 갈라놓았다. 이것은 부지불식간에 기사를 쓴 기자도 ‘헬조선’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음을 보여 준다. 그물망같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이버 공동체는 기존의 결사나 집회와는 성격이 다른 공론의 장을 만든다. 분노·저주의 코드에 오염된 누리꾼들이 거대한 사이버 시위 군중으로 변모해 간다면 대한민국 공동체는 빈껍데기가 될 수 있다. ‘헬조선’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 젊은 유권자들이 많아진다면 우리의 대의정치는 그 본령을 잃게 될 것이다. ‘분노’ 코드가 젊은 세대의 절망감을 일정 부분 반영한 것은 맞다. 하지만 실제보다 상황을 훨씬 더 과장하고 왜곡하며 청년들을 의식화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굳이 영화 ‘국제시장’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광복 70년의 대한민국 파노라마는 자조적이기보다는 자긍심이 묻어나는 대목이 훨씬 많다. 2차 대전 후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국가 가운데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된 사례가 우리를 빼고 세계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소득불평등 같은 양극화 문제는 정책적으로 계속 교정해 나가면 얼마든지 풀 수 있는 문제다. 결코 ‘헬조선’의 대한민국이 아님은 분명하다. 분노라는 감정의 넝쿨을 따라가 보면 불안이라는 뿌리를 만난다. 젊은 세대의 불안증후군을 치유하는 데 국가와 사회 전체가 팔을 걷고 나서야 한다. 정부, 지자체, 기업 할 것 없이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에 나서는 것은 기본이고 ‘청년희망펀드’든 뭐든 젊은이들을 감싸고 보듬는 국민 운동을 지속적으로 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지식인들이 사회적 매명이나 권력 비판을 위해 ‘분노·저주’ 프레임에 한국 사회를 의도적으로 가두는 일은 없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프랑스 생활철학자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저서 ‘불안’에서 “지위(status)와 부(富)를 추구하면서 불안이 더 커진다”고 했다. 장자크 루소는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 “부는 욕망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라고 했다. 결국 개인의 불안에 대한 해법은 세속적인 지위 추구보다는 가치 있는 대안을 찾고, 욕망의 크기를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발아기에 청교도가 보여 줬던 금욕주의처럼 탐욕적이지 않은 따뜻한 자본주의를 작동시켜 나가야 한다.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갖고 심혈을 다하는 장인(匠人)정신, 절제하고 염치를 아는 선비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우리 사회에 스며들게 하는 진정한 인성교육을 펼치는 것도 장기 처방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주필
  • 반기문 “정착촌 중단” VS 네타냐후 “테러 조장”

    반기문 “정착촌 중단” VS 네타냐후 “테러 조장”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이하 서안) 지구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강행해 전 세계 비난 여론이 쏟아지는 가운데 반기문(왼쪽) 유엔 사무총장이 직접 나서 정착촌 건설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오른쪽) 이스라엘 총리는 오히려 반 총장이 테러리즘을 부추긴다는 ‘막말’로 응수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반 총장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이스라엘이 서안 지구에서 강행하고 있는 정착촌 사업 중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서안 지구에 정착촌을 건설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국민과 국제사회에 대한 모욕”이라며 “여러 시대를 거쳐 억압받은 민족들이 보여줬듯, (원치 않는) 점령에 격하게 반응하는 것은 인간 본성이며 이는 잠재적인 증오와 극단주의를 낳는다”고 이스라엘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스라엘은 ‘6일 전쟁’으로 불리는 제3차 중동전쟁(1967년)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후보지였던 서안 지구와 동예루살렘 일대를 점령했다. 이후 “서안 지구를 팔레스타인에 반환하라”는 국제적 압력에 굴하지 않고 이곳을 실효 지배하기 위해 130여개의 이스라엘인 정착촌을 지었다. 서안 지구(인구 약 310만명)에는 이스라엘인 35만명이, 동예루살렘(인구 60만명)에는 약 20만명이 살고 있다. 양측 간 유혈 충돌로 지난 10월 이래 이스라엘인 25명, 팔레스타인인 149명이 숨졌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정착촌 건설 중단을 요구했지만 태도가 바뀌지 않자 유엔 사무총장이 나선 것이다. 최근 이스라엘은 이곳에 새 주택 150채 건설 계획을 승인하는 한편 370에이커(약 1.5㎢)의 땅을 압류하기도 했다. 반 총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이스라엘 총리는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반 총장이 테러리즘에 순풍을 불어준다”며 “(유엔은) 이미 오래전에 중립성과 도덕성을 잃었다”고 쏘아붙였다. 또한 “팔레스타인 살인자들은 국가를 건설하기를 원하지 않고 국가를 파괴하기를 원한다”며 “그들은 평화와 인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유대인이기 때문에 살인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이 국제사회가 원하는 ‘두 국가 해법’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반 총장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방문해 양측에 충돌 자제를 요청하며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두 국가 해법’을 제시했다. 당시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갈등의 원인은 정착촌 건설이 아닌 팔레스타인의 테러리즘에 있다”면서 “2차 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도 팔레스타인 지도자가 사주했다”고 말한 바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이란 대통령 16년 만에 바티칸 방문

    이란 대통령 16년 만에 바티칸 방문

    바티칸을 방문 중인 이슬람 공화국의 하산 로하니(왼쪽) 이란 대통령이 26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로 가져간 책 속의 그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란 대통령이 교황을 만나기는 16년 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로하니 대통령에게 “중동에서 테러리즘과 무기 밀매 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한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는 데 이란이 중요한 역할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바티칸 AP 연합뉴스
  • “교육청 탓” “정부 탓”… 여야, 지겨운 공방뿐

    여야가 26일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놓고 해법 없는 공방만 벌였다. 새누리당은 지방교육재정 여건 개선 등을 이유로 교육청에서 충분히 편성 가능하다고 주장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원칙적으로 중앙정부 책임이라고 맞섰다. ‘보육대란’ 속에 긴급 소집된 현안보고였지만 양측 모두 기존의 주장만 되풀이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6개 지역은 돈이 넘쳐나서 편성한 것이냐”며 “받을 돈을 다 받고 써야 할 돈을 안 쓰는 곳도 있는 만큼 예산 낭비에 대한 평가가 냉철하고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더민주 설훈 의원은 “3년 전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가 무상 보육을 공약했었다”며 “정부가 책임 보육을 하겠다고 한 만큼 중앙정부가 (누리과정)예산을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맞섰다. 취임 이후 처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예산편성을 하지 않은 교육청 중)서울, 경기는 충분히 검토했고 그 결과 누리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 교육감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편성 가능하다”고 답했다. 교육감들이 편성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선출직이라 공약사항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예산 편성을 우선시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반발, 한때 분위기가 냉랭해지기도 했다. 앞서 여야 의원들은 각 지방 교육감의 교문위 출석을 놓고도 이견을 보였다. 야당 간사인 김태년 더민주 의원은 정부와 교육청의 주장을 한자리에서 들어 보기 위해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인 광주교육감을 출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당은 “예산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 것은 재정 전문가들이 하는 일”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만약 교육감이 출석한다면 예산을 편성한 지역 교육감도 함께 불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1] 노인들이 자살하는 나라의 이야기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1] 노인들이 자살하는 나라의 이야기

    글의 제목을 ‘노인들이 자살하는 나라의 이야기’라고 적고 보니 왠지 느낌이 이상합니다. 자살을 미화하려는 것도 아니고, 권장하려는 건 더더욱 아닌데, 그런 나라의 이야기라니 이상하게 여길 법도 합니다. 세상 일 다 보고, 생각하기 나름이듯 이 글도 ‘노인이 자살하지 않는 나라’ 쯤으로 하면 좋으련만 그런 식상한 접근이야 우리 사회에서 다른 주제로도 이미 일반화 돼있고, 또 사회적으로 수도 없이 다뤄져 온 자살의 실상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냥 처음 생각 대로 가려 합니다.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니까요.  모든 생명이 희구하는 본원적인 가치는 삶입니다. 삶이란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생명활동을 이어가는 것이기도 하고, 권리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본질적이고 천부적 권리인 생존권의 실체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한 사회의 법과 제도, 윤리와 관행이 망라된 모든 역량이 개개의 삶을 지지하고, 보호하고, 신장해야 합니다. 이는 중세 이후 인본주의의 태동으로 인간 자체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 비로소 시작된 가치체계이지만, 그렇다고 그 전에 인간에 대한 성찰이나 인식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가장 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종교라고 생각됩니다. 서양의 기독교는 물론 동양의 불교와 유교 등 거의 모든 종교는 인간에 대한 배려를 근본으로 삼고 있으니까요. 역사학자들이 암흑기라고 말하는 그런 시대에 비하면 확실히 지금은 인본주의의 절정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상, 어떤 이념도 인간이라는 주체적 가치를 뛰어넘지 못합니다. 인간의 의미는 절대적입니다. 누구도 훼손할 수 없고,변질시킬 수도 없습니다. 이전의 시대와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이지만, 아무도 놀라워 하지 않습니다.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칼하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 사례는 늘어가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비단 자살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100년 전, 200년 전, 그보다 더 오래 전에 비해 지금이 비자연적인 사망자가 더 많습니다. 물론 시대마다 절대 인구가 달라서 단선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한 개인이 태어나 천수를 다하고 죽는 것을 자연적인 사망이라고 한다면, 자살이나 전쟁 등으로 죽는 소위 비자연적인 죽음이 많다고 여겨지는 것은 또 무엇 때문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옛날에 비하면 정말 살기 좋다”고들 말하는 세상인데 말이지요. ●더는 ‘사람의 것’이 아닌 세상 많은 전문가들은 그 이유 중 하나로 인간 소외를 꼽습니다. 자살이란 절망의 극단적인 표현 방법입니다. 절망이란 더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문제는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절망을 느끼는 상황에 처해 있는 지금의 상황입니다. 예전에 비해 국부는 엄청나게 늘었고, 시민 권익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면서 아동이든, 노인이든, 여성이든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복지정책이 준비돼 있습니다. 살려고 하면 어떻게든 살 방법이 있는 세상이지요. 그런데도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절망하고, 그 절망을 이겨내지 못해 무참하게 스러지고 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우울증 등 신경정신 분야의 질병을 말하는 사람도 있고, 죽음을 죄악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믿는 사회문화적 풍조를 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간 소외가 자살을 부른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필자의 생각에는 모두 다 맞는 진단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자살의 원인을 중요도에 따라 서수화할 수 있다면 저는 사람과 사람, 사회와 사람 사이에 형성된 관계의 해체와 새로운 관계의 재구성이 주는 문제를 가장 앞머리에 두고 싶습니다. 관계의 해체란 레고를 재조립하듯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일종의 변혁입니다. 나이가 한 사오십 쯤 된 사람이 어떤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자신을 중심으로 형성된 모든 인간관계를 해체, 정리한다고 생각해 보면 거기에서 오는 파장이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관계란 아무리 개인적이라도 사회적인 특성을 갖습니다. 왜냐고요? 개인이란 혼자를 말하지만, 그런 개인과 개인이 어떤 형태로든 관계망을 형성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사회를 구성하는 일이기도 하고, 또 사회라는 게 관계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런 개개인의 관계가 확장된 단위일 뿐이니까요. 그런데, 한국전쟁 이후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한 앞뒤 세대들이 바로 이런 관계의 해체에 직면하게 됩니다. 대가족제도의 해체에 따른 가족의 분화, 여기에서 비롯된 부양체계의 붕괴와 노후 소득의 중단, 도시화에 따른 생활방식의 변화 등은 필연적으로 부적응의 문제를 낳고, 전통적인 삶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을 고립무원의 상태로 몰아 넣습니다. 이 세대에게 세상은 예전처럼 외로울 때 누군가가 보듬어 주고, 힘들 때 누군가가 부축해 주는 생활공동체, 운명공동체가 아니라 걸핏하면 뒤통수를 호되게 얻어맞거나 진흙 구덩이에서 짓밟히고 마는 전쟁터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먹고 자고 입고 쉬고 노는 일이 모두 자신이 체득해 왔던 그런 일들이 아니게 되었고, 누군가와 소통하고 교류하는 일이 모두 벽에 막히게 되었습니다. 그 세대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세상이 되고 만 것이지요.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는 격언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세상, 예전에는 ‘사람의 세상’이었지만, 어느 새 ‘세상의 사람’이 되었고, 그렇게 삶의 주체와 객체가 바뀐 세상에서 그들은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이 외길로 내몰리게 됐지요. 그래서 그들은 가장 극단적이이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자살공화국’의 실상 필자는 시골에서 낳고 자랐습니다. 시골이라도 100호쯤 되는 제법 큰 동네였는데, 당시는 대가족이 대세여서 한 집당 식구가 보통은 5∼6명, 많은 집은 10명도 넘었으니 어림잡아도 족히 수백명이나 되는 주민들이 어우러져 함께 살았지요. 생각해보면, 집집마다 조부모, 부모, 자식 등 3대는 보통이었고, 더러는 자녀들이 결혼해 애를 낳은 4대 집안도 있었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별별 일들이 많았지요. 더러는 다투기도 했고, 그러다 화가 받쳐 목을 매거나 농약을 들이키는 ‘아주 놀랍고 특별한’ 사단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만, 살림살이가 어려워 먹고 사는 일에 지쳤다고, 의지가지가 없어서 외롭다고, 술이나 도박에 빠져 패가망신했다고 함부로 목숨을 버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제가끔 받아서 태어난 명(命)은 다 하고 가는 게 사람의 도리라고들 여겼고, 사는 일 바빠서 그럴 짬이 없었는지 우울증처럼 자칫 죽음을 부르는 병을 가진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 우리나라가 최근 10년이 넘도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연간 자살인원은 인구 10만 명당 29.1명이나 됩니다. 세계 평균인 12.4명을 두 배나 넘는 규모이지요. 이 중에서 노인 자살률만 따로 떼어서 보면 더 놀랍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4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70세 이상 노인 10만 명당 116.2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더군요. 이런 자살 규모는 최소 5.8명에서 최대 42.3명에 그치고 있는 다른 나라의 노인 자살률과 비교하면 최대 20배가 넘습니다. 필자가 왜 ‘노인이 자살하는 나라’를 제목으로 특정했는지 이제 이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나라입니다. 노인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고, 그래서 노후를 고립된 상태로 맞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노인의 자살은 치명적이라는 특성도 갖고 있지요. 젊은 층과 달리 노인들은 첫 자살 시도로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노인자살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지지부진하고, 사회적 관심사에서도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자살공화국’이라고 말하면 실상을 모르는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죽기에…”라거나 “다른 나라라고 크게 다르겠어?”라고 말하기 쉽지만, 앞서 제시한 자료를 보면 젊은 층이라도 막연하나마 위기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 자살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노인 자살에는 나름의 사회적 함의가 응축돼 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이제는 원인을 찾아 방책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노후 이런 조사 결과를 보면 또 어떤 생각이 들까요?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팀이 이런 조사를 했습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노인 자살 문제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호트(cohort)조사를 통한 전향적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코호트 조사란, 특정 집단(코호트)을 미리 정한 뒤 이후의 경과와 결과를 조사해 미래에 발생할 현상을 예측하는 전향적 조사방법을 말합니다. 예컨대, 한 마을을 조사 대상으로 정한 뒤 이 마을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을 종합적으로 취합, 분석해 향후 일어날 일들을 예측해 내는 방식이지요. 세계기분장애학회 공식 학회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신호에 실린 이 조사 결과에는 주목할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연구팀은 경기도 오산시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노인 655명을 대상으로 2010년 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국제신경정신분석도구(Mini-international Neuropsychiatric Interview)를 이용해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노인의 자살 성향, 자살 시도 등의 문제와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였지요. 인터뷰에는 숙련된 간호사를 투입, 노인별로 1개월에 걸쳐 자살 행동경향을 인터뷰하고, 이들의 일상을 추적 관찰했습니다. 그렇게 수집한 자료를 연령·성별 보정과정을 거쳐 표준화한 결과, 한 달 간 자살 충동을 느낀 노인을 연간으로 환산하니 1000명당 70.7명이나 됐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실제 자살을 시도한 노인이 연간 1000명 당 13.1명에 달했고, 자살을 시도한 노인 9명 중 1명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길거리에서 또는 공원이나 지하철에서 우리 곁을 무심히 지나치는 많은 노인들이 실은 남모르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래서 그들을 더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이해해 주고, 관심을 가져줘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물론 노인 자살이 갖는 사회적 함의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들도 국민인데, 왜 국가는 그들의 죽음을 거의 방치 수준으로 외면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통렬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정부는 나름대로 많은 노인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좋은 정책이란 선거 때 공약으로 제시했다가 나중에 적당히 물을 타서 생색만 내거나, 결국 흐지부지 되는 그런 공약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그들의 삶을 껴안을 수 있는 것이라야 합니다. 정부가 ‘그래도 주어진 여건 하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 하고 있다’거나 ‘재정 여건이 그런데 어쩌라는 말이냐’고 항변하는 건 후안무치한 일입니다. 사람의 목숨과 무관한 일에는 아까운 줄 모르고 돈을 펑펑 써대는 정부가 한다는 변명이 이 정도라면, 이는 정책이 노인복지의 최소한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에 다름 아니니까요. 물론 아무리 잘 해도 자살 없는 사회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부끄러운 오명에서는 벗어날 수 있고, 오명의 문제보다 더 값진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습니다. 자살률이라는 게 많은 사회지표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정치인과 고위 관리들이 입에 달고 사는 국격의 중요한 잣대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노인들이 자살하지 않는 나라를 위해 자살은 무서운 일입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통째로 지우고 없애려 한다는 것은 아픔입니다. 사회적 또는 경제적 관점의 ‘손실’ 때문만은 아닙니다. 하나의 공동체로 형성돼 있는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가 ‘더는 살아낼 수가 없다’거나 ‘죽는 게 낫다’고 판단해 자살을 선택한다는 것은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할 수 없는 충격이고 상실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실체적으로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이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자살로 야기되는 충격과 상실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김기웅 교수팀의 조사 결과, 자살 성향의 발생은 우울증이 있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3배 이상 높았습니다. 자살의 상당 부분이 실은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셈이지요. 우울증에 대한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료인들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우울증 환자가 상시로 죽음을 생각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주변 여건이 한 개인을 삶보다 죽음 쪽으로 내모는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타이완의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1989년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에서 드러나는 비인간적인 도시화의 한 단면이기도 할텐데, 여기에서 중요한 요인이 바로 경제적으로 자활 능력이 없다는 점과 자신이 구축해 온 관계의 해체입니다. 관계의 해체야 익히 아는 일이지만, 경제적 요인이 노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 역시 충분한 근거가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은 일단 자살 성향이 발생하면 만성화될 위험이 2배 이상 높았으며, 자살 성향이 있는 노인들 중 혼자 살거나 알코올 남용에 빠진 경우 자살 시도의 위험이 무려 6배 이상 높게 나타나기도 했으니까요. 그렇다고 대책이 없지는 않습니다. 먼저, 자살에 취약한 노인 계층의 빈곤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꼭 노인이 아니더라도 먹고 사는 일에 지치면 누구나 죽음을 생각합니다. 홀로 사는 노인들에 대한 사회관계망 형성도 중요한 숙제입니다. 자살은 자기 곁에 아무도 없다거나 의지처가 없다고 느낄 때 주로 결행하니까요. 고독한 노후의 외로움을 술로 달래는 노인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리도 당연히 필요하겠지요.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적절한 운동이 이런 자살 성향을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 개별 노인들의 신상을 정확히 파악해 적절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의미있는 자살 예방책이 될 수 있겠지요.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선거 때만 되면 난무하는 노인정책 공약이 실은 푼돈으로 노인문제를 덮겠다는 방식이라면 ‘자살공화국’에서 벗어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다시, 김기웅 교수의 제언을 듣습니다.“안타깝게도 높은 노인 자살률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홀로 사는 노인과 빈곤한 노인의 증가와 이에 따라 발현율이 점점 더 높아지는 우울증에 대한 소극적 대처와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의 상실이 주요인이다. 따라서, 노인에 대한 경제·사회적 안전망 강화와 함께 일상적으로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노인 자살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jeshim@seoul.co.kr
  •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 다보스포럼서 글로벌 시장 해법 모색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 다보스포럼서 글로벌 시장 해법 모색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이 국내 금융업계 최고경영자(CEO)로는 유일하게 스위스 다보스포럼(20~23일)에 참석했다. 한화생명은 차 사장이 포럼 기간 글로벌 투자사 칼라일 볼커트 독센 부회장, 푸르덴셜 폴 만듀카 회장 등을 만나 보험 사업의 다각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성장 둔화가 세계 경제와 보험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논의하고, 미래 투자 전략 등도 공유했다. 차 사장은 “해외 시장에서 미래 사업 기회를 모색 중인 만큼 글로벌 경영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면서 “이번 다포스포럼에서 해외 추가 진출, 핀테크, 빅데이터 활용 등 다양한 해법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저금리 환경에 대응한다는 의미에서 올해 해외 투자 비중을 12%에서 15%로 확대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이란과 우정 확인한 시진핑… 일대일로 본격화

    이란과 우정 확인한 시진핑… 일대일로 본격화

    “중국은 우리가 힘들 때 우리 편에 섰다. 그 은혜를 잊지 않겠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서방의 이란 제재가 해제된 이후 처음으로 테헤란을 방문한 외국 정상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맞으며 “중국은 이란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중국 지도자로는 14년 만에 이란을 찾은 시 주석은 “중국과 이란은 2000년 전부터 실크로드를 통해 왕래하면서 정을 쌓았고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고 화답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감사 표현은 빈말이 아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37년 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아 온 이란은 중국과의 교역으로 연명하다시피 했다. 미국이 자국 내 이란 자산 동결, 무기 수출 금지, 외국 은행들의 이란 대출 금지, 무역 거래 완전 중단, 포괄적 이란 제재법 제정의 순서로 제재 강도를 높일 때마다 중국은 이란과의 교역 규모를 확대했다. 지난해 중국과 이란의 무역액은 520억 달러였다. 중국의 수입 원유 중 15%가 이란산이다. 역으로 말하면 중국 때문에 미국의 이란 숨통 조이기가 차질을 빚어 온 셈이다. 시 주석과 로하니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제재 해제 국면에서 발생할 경제적 이익을 양국이 최우선적으로 누리기로 합의했다. 양국의 교역 규모를 10년 안에 연간 6000억 달러로 늘리기로 뜻을 모았고 향후 25년 동안 실현해야 할 협약 17개를 체결했다. 모든 협약은 중국이 건설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경제 재건에 나설 이란으로서도 ‘일대일로’는 가장 확실한 돌파구다. 시 주석은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중국식 ‘중동 개입’ 의지도 분명히 했다. 정상회담 직후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만난 시 주석은 “실크로드 상에 있는 나라들이 협력해야 이 지역의 경제적 균형을 방해했던 미국으로부터 이익을 지킬 수 있다”고 역설했다. 시 주석은 앞서 방문한 이집트에서도 “중국은 중동에 (미국처럼) 대리인을 세우지 않을 것이며, (미국처럼) 세력권을 만들지도 않으며, 힘의 공백을 억지로 메우지도 않을 것”이라고 역설하면서 ‘중동 3원칙’을 발표했다. 시 주석은 또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을 지지하고 지원할 뜻을 분명히 밝혔으며 예멘에 친사우디아라비아 통합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찬성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시 주석은 이번 중동 방문을 통해 평화 조정자, 강력한 경제 브로커, 에너지 구매의 최대 바이어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려 했다”고 평가했으며 미국에 서버를 둔 매체 둬웨이는 “눈에 보이는 환부만 도려내는 미국 방식이 아니라 병의 근본 원인을 치유하는 중국 방식의 중동 해법을 내놓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사설] 中, 5자회담 반대말고 北 제재안 내놔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주 외교부 등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북핵 문제의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한 5자회담에 대한 중국의 일차적 반응은 부정적이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해 동북아의 평화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며 또다시 6자회담 조속 재개론을 꺼냈다. 예상됐던 터라 실망할 일도, 놀랄 일도 아니다. 박 대통령도 “관련 당사국이 있어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지 않았던가. 중국이 대놓고 5자회담을 혹평하지 않은 게 오히려 의아하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6자회담이 북한의 비핵화, 북핵의 무력화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6자회담이 재개된다면 북한은 그 장을 이용해 미국의 핵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4차 핵실험의 정당성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물론 국제적으로 핵보유국 인정을 받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임은 불문가지다. 과거 6자회담에서 익히 봐왔던 풍경이다. 게다가 결과적으로 6자회담을 통해 북핵을 막지도 못했고, 회담이 중단된 지도 8년이나 흘렀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북핵 문제에 있어서 질적으로 다른 게임이 펼쳐지는 이른바 ‘게임 체인지’ 국면이다. 북한은 핵무기의 소량화와 함께 수소폭탄까지 손에 쥘 태세다. 북한까지 참여하는 6자회담을 통한 핵 폐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3차 핵실험 때부터 6자회담 무용론이 제기된 이유다. 과거 한때 6자회담이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의 기대를 갖게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 폐기를 약속한 9·19 공동성명은 휴지 조각처럼 사문화된 지 오래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기는커녕 핵 능력을 더욱 고도화하면서 기습적인 도발까지 일삼고 있다.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또다시 위반하며 4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하고도 포괄적인 제재가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제대로 된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북한은 보란 듯이 5차, 6차 핵실험에 나설 것이 뻔하다. 따라서 5자회담을 통해 강력한 대북 제재를 이끌어내 북한에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한다. 안보리 차원의 제재가 이전보다 훨씬 강도가 높아야 할 뿐만 아니라 후속 양자 제재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지금 중국은 미국이 제시한 안보리 제재 결의안 초안을 받아들고 자체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오는 27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이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북한 경제의 목줄을 쥐고 있다. 중국이 송유관 파이프를 폐쇄하면 북한 경제는 무너지게 돼 있다. 박 대통령이 5자회담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이런 막대한 중국의 역할을 거듭 촉구하기 위한 의미도 담겨 있을 것이다. 중국이 진정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다면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것은 물론 독자적인 제재안까지 내놓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 “대학교육, 성장률 촉매되게 관심을”

    “대학교육, 성장률 촉매되게 관심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국회를 다시 찾았다. 여야 대표를 만나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 관련 중점법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읍소하기 위해서다. 국내의 입법 상황도 쉽지 않지만 중국의 경기 둔화, 기록적인 유가 하락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올해 경제 상황이 예측불허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노동시장과 규제개혁 등을 통한 체질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6원 떨어진 달러당 1200.1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하루에 10원 이상이 출렁거리는 등 변동폭이 확대되면 수출입업체들은 계약 시점의 환율 결정에 애를 먹는다. 변동성이 커지면서 환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단 외환보유고를 늘리고 미국,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맺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 외환시장의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도 “미국으로 돌아가는 자본에 대해 적절히 주시하면서 행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나중을 위해 재정은 안정적인 기조로 하고 통화정책을 먼저 확장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연 1.50%인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기적으로는 교육개혁을 추진하되 경제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성인 교수는 “경제부총리 입장에서 대학교육이 성장률 향상의 촉매제가 되도록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며 대학개혁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안재욱 교수는 “노조가 아무리 반대하더라도 정부가 정규직 과보호를 완화시키는 등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한은의 통화정책에 기대기보다 실물부문에서 정부가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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