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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경제정책, 읍참마속의 결단 필요하다/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경제정책, 읍참마속의 결단 필요하다/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선거 압승 직후 ‘등골이 서늘하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민심의 파도, 그것은 한순간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반대로 뒤엎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한 것이다.이제 그 민심의 향배는 서서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향하고 있다. 집권 이후 최고 80%대를 오르내렸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50%대로 주저앉았다.한반도 평화정착의 기틀을 마련하고 군과 사법 개혁 등 과감한 적폐청산으로 국민적 찬사를 받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경제문제가 블랙홀처럼 모든 국정 사안을 빨아들이는 형국이다. 국민들의 관심사가 먹고사는 문제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먹는 것(食)이 하늘(天)’이라는 명제가 바로 민심의 요체다. 민심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올해 역대 최대로 오른(16.4%) 최저임금이 도화선이 됐다는 시각이 많다. 내년에도 두 자릿수(10.1%) 인상이 결정됐다. 지난 2분기(4~6월) 하위 40% 가계 소득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감소한 것도 한몫 거들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일용직과 임시직 등 하위 계층의 노동자들이 대거 고용시장에서 퇴출됐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연일 거리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나서는 와중에 영세 자영업자들이 몰락하고 있다는 기사들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빈부격차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내걸고 집권한 문재인 정부로서 참으로 아픈 대목이다. 문제는 최저임금 문제를 소득주도성장 무용론으로 확산시키려는 정치권 일각의 움직임이다. 한가지 쟁점을 다른 영역으로 확대하는 이른바 ‘전략적 주도’ 전략이다. 과거 보수세력들이 노무현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사용한 수법이었다. 최근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을 중심으로 경제위기·망국론 프레임이 확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역대 정권을 괴롭혔던 가계부채나 소득분배, 부동산 문제 등에 속 시원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현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소득주도성장의 탄생은 한국 경제의 모순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재벌·대기업 위주의 성장은 우리나라를 미국 다음으로 빈부격차가 심각한 나라로 만들었다. 노인 빈곤율 1위가 말해주듯 저소득층은 절망의 상황에 봉착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 소비와 내수를 진작해서 궁극적으로 고용과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내용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당위성과 큰 방향에 대해서 반대보다 찬성이 많은 이유다. 정부로선 미·중 무역전쟁이나 고령화, 청년층 인구 감소 등 구조적 문제, 조선업 등 제조업 붕괴 등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설명을 귀담아들으려는 국민들이 점차 줄고 있다는 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경제위기 프레임이 작동하는 한 그 어떤 해명도 먹히지 않는다. 되레 정부의 무책임성만 부각시키고 역효과를 낳는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수요자인 국민들과 시장이 냉담한 반응을 한다면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최저임금 정책은 이제 출구전략을 찾아야 할 시기에 와 있다. 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하루벌이로 먹고살아야 하는 많은 국민들에게 할 소리는 아니다. 정교한 보완책을 준비해야 하지만 이 기간이라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움직이는 시장의 원리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의 상승폭과 속도를 조절한다고 해서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우리의 정책이 맞다’는 자세는 불통의 정신과 정권의 경직성만 부각하는 꼴이 된다. 무엇보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이 필요하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제갈량의 의지를 배워야 할 것이다. 빌 클린턴(재임기간 1993~2000년)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를 보자. 재임 초기 건강보험 개혁 등에 실패하면서 1994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크나큰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정책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심기일전해 1990년대 최장기 경제 호황을 이끈 주인공으로 역사에 자리매김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속결하려는 조급증과 경직성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최고의 정치는 흐르는 물과 같아야 한다”(上善若水)는 대목을 되새길 때다. oilman@seoul.co.kr
  •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 실질 효과 거둘까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 실질 효과 거둘까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확대 정책 주로 신용등급 높은 상인에 혜택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을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정부는 “100회 이상 현장 방문과 간담회를 거쳤다”며 맞춤형 대책을 공언했지만, 최저임금 충격파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신용카드처럼 ‘외상’ 기능이 없어 활성화될지 의문인 ‘제로페이’ 도입이 대표적이다. 과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등장했다가 천덕꾸러기가 된 ‘온누리상품권’처럼 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신용등급이 높은 상인들만 주로 혜택을 보는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확대’도 마찬가지다. 또 어떤 문제점들이 있을까. 자영업자 등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조언을 통해 이번 대책의 한계와 우려를 짚어 봤다. ●근로장려금은 소득 따져 지원해야 23일 정부와 소상공인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대책은 근로장려금(EITC)·일자리안정자금 확대와 같은 자금 지원과 신용카드 매출 세액공제 등 세금 깎아 주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중된 자영업자의 비용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원 혜택을 항목별로 따져 보면 ‘미봉책’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실효성이 떨어져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의 경우 대출에 집중된 기금 운용 방식이 문제”라면서 “은행에서도 돈을 빌릴 수 있는 신용등급이 좋은 상인들만 기금대출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단순히 금액만 늘릴 것이 아니라 기금 쓰임새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로페이’의 실패를 점치는 이들도 상당수다. 정부는 수수료 없는 모바일 결제앱 제로페이를 조기 도입해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금을 충전해 사용하는 직불카드 방식이라 쓰임새가 적을 것이란 관측이 대다수다.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 A씨는 “점포에서 모바일카드로 결제하는 고객은 전체의 1% 미만이고, 고객 대부분 신용카드를 쓰는데, ‘외상’ 같은 여신 기능이 없는 제로페이가 얼마나 쓰이겠나”라고 일갈했다. 근로장려금 확대도 마찬가지다. 매출 기준으로 지급 대상을 따지는데, 가령 편의점 업주는 매출이 높지만 인건비, 원자재비, 본사 로열티, 임대료 등을 제외하면 알바생 수준의 월급만 손에 쥐는 경우가 허다해 실질적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이 때문에 매출이 아닌 소득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중견기업 유리 일자리안정자금 확대도 논란거리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월 보수 190만원 미만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30인 미만 사업장)에게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를 15만원으로 늘리고 300인 이상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는 서모(48)씨는 “외식업 특성상 야간과 휴일에 집중적으로 근무하고 근로 시간도 길어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 보수 총액 기준 월 190만원 이하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면서 “더욱이 대상을 늘리면 중견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 폐지 필요” 또 다른 음식점 주인 김모(51)씨도 “자꾸 자금 지원을 얘기하지만 기준이 까다로워서 실제로 적용 대상에 들기가 힘든 데다 경기 불황으로 업황 자체가 어려워진 걸 완화시키진 못한다”면서 그보다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를 폐지하는 등 확실하게 피부에 와닿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대책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년 사이 30% 가깝게 늘어난 최저임금 여파에 따른 비용 상승을 일시적 대출상품 확대나 세제 지원 등 소소한 돈풀기로 메울 수 없다”면서 “업종별·규모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근본적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별도 지원책만 내놓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적자 운영에도 심야시간대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공공심야약국’

    적자 운영에도 심야시간대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공공심야약국’

    우리나라에는 현재 전국적으로 35개의 공공심야약국이 운영중에 있다. 공공심야약국은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열리는 약국으로 늦은 저녁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공공심야약국들이 고용난과 적자 운영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9년째 부천에서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하고 김유곤 약사도 늦은 저녁 몸이 아픈 사람들을 위해 약국에서 먹고 자면서 생활하고 있다. 늦은 시간 약국을 찾는 이들을 위해 식사도 잠도 모두 약국에서 이뤄지면서 퇴근의 개념이 없다. 약사들의 자발적인 헌신과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공심야약국을 위해 다른 약사들도 후원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약사들이 십시일반으로 연 6,000만원을 모금해 공공심야약국을 지원하고 있으며, 모금액 규모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야간시간대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공공심야약국를 법제화하거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2011년 유시민 전 국민참여당 대표가 일반의약품 편의점 판매와 관련해서 “240여개 시군구에 심야약국을 설치하자”는 해법을 제시하고 바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공공심야약국들은 약사들의 일방적인 헌신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EU의 여러 국가에서 이미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약사미래를준비하는모임 관계자는 “편의점약품은 사람의 체질을 고려하지 않은 처방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오히려 국민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공공심야약국을 통해 국민들이 24시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공공심야약국의 법제화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도 높은 상황이다. 국민의 10명 중 9명이 야간ㆍ공휴일에 문을 여는 심야공공약국이 도입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59세 이하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안전상비의약품 편의점 판매에 대한 인식 및 구입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2%가 야간·공휴일 공공약국 운영 제도화도 동의한다고 응답했으며, 응답자의 74.4%가 ‘심야 환자 발생 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야간·휴일 이용 가능한 의원이 연계된 심야 공공약국 도입’을 꼽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변창흠의 포용도시 이야기] 저렴주택 공급과 서울 저층 주거지의 재발견

    [변창흠의 포용도시 이야기] 저렴주택 공급과 서울 저층 주거지의 재발견

    최근 서울의 집값이 다시 상승해 여러 대책이 거론되고 있다. 투기지역 추가 지정이나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같은 투기억제 정책이 한 축을 구성한다. 또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완화를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자는 시장주의적 접근이 다른 한 축에 있다. 이 두 가지 상반된 접근은 지난 수십 년간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 진단에서부터 정책 효과에 대한 사후 평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의 고비 때마다 쟁점이 돼 왔다.그동안 발표된 부동산 대책은 종종 종합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수요 관리와 공급 확대를 병행해 왔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가 어디에 더 역점을 두는가를 즉각 알아챈다. 정책 당국자들은 두 정책이 공존하기를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정책 딜레마로 양자택일을 강요받아 온 셈이다. 더 심각한 딜레마는 주택 공급 정책 자체에서도 나타난다. 우선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토지이용 규제나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를 풀면 즉각 부동산 가격에 반영된다. 수십만 명의 부동산 전문가와 투자자는 규제완화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가격 평가에 반영할 능력이 있다. 장기적으로 공급 확대를 통한 부동산 가격 안정을 기대하고 단기적으로 기존 부동산 보유자의 자산가치 급등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정비 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 가격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것도 정책 선택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특히 공급이 부족하다는 강남 지역에서는 신규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평당 수천만원에 이르러 오히려 기존 주택 가격 상승을 유도한다는 혐의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의 신도시 건설은 대량 공급의 용이성 때문에 정책 당국자가 가장 선호하는 정책 대안이지만, 여전히 많은 부작용을 포함하고 있다. 서울 외곽에서는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따른 부담이 크고, 경기도 외곽은 장거리 교통 혼잡과 추가적인 인프라 건설 비용이 수반돼야 한다.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의 궁극적 목적이 저렴한 주택 공급으로 주택 가격을 안정화하는 것이라면 주택 공급을 둘러싼 지루한 논쟁과 딜레마를 극복할 창의적인 사업 모델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우선 1980년대 말의 신도시를 부활시켜 외곽에서 대량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좀더 적극적으로 기성 시가지를 ‘저렴주택’ 공급의 원천 지역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각종 정비구역이 뉴타운 출구 전략으로 해제된 이후 기성 시가지는 관리와 도시재생의 대상으로만 인식됐고, 2012년 대안적 정비 방식으로 처음 도입됐던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주거환경관리사업의 주택 공급 실적은 초라하다. 공동체 프로그램 위주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전면 개편해 저층 주거지에서 아파트 수준의 쾌적성과 저렴주택 공급 능력을 갖추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자자체, 공기업, 전문가가 전담팀을 만들어 저렴주택 공급이 가능하도록 현장에 맞는 지원 확대와 규제완화, 세제 감면 방안을 함께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저층 주거지 재생이라는 공허한 원칙만 남고 다세대와 도시형 생활주택 건축 사업만 남발돼 1990년대 유행했던 주거지 난개발의 데자뷔가 되고 만다. 규제완화와 지원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은 공공성을 갖추도록 설계돼야 한다.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 주택 가격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려면 공익과 사익 간의 균형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과거 보금자리주택을 주변 시세보다 특별히 저렴하게 공급해 일시적으로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했지만, 최초 분양자에게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안겨 주고 말았다. ‘저렴주택’을 분양해 공급한다면 자본이익을 환수하는 수익공유형이나 환매조건부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재건축 사업에서 주택 공급을 촉진한다면 공공임대주택 의무화를 부활하거나 소형주택의무비율을 확대해야 한다. 흔히 딜레마를 두 가지 대안 중 선택하기 어려워 진퇴양난이라 하지만, 창의적인 정책 설계와 사업모델 개발로 공존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주택 공급과 가격 안정, 도시재생은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트릴레마’이지만, 극복 못할 목표는 아니다.
  • “北 비핵화 진전 있어야 시진핑 ‘9·9절 답방’ 명분”

    “北 비핵화 진전 있어야 시진핑 ‘9·9절 답방’ 명분”

    中, 역사상 최초 참석 기대감 속 ‘부담’ 北 핵포기 준비 안 돼… 기회 꼭 잡아야 5자회담 통해 北체제보장 적극 논의를“북한이 상당히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를 내놓아야만 시진핑 주석이 체면을 지키며 북한 방문에 나설 수 있을 것입니다.” 진창이(金强一) 중국 옌볜대 교수는 2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답방에 대해 아직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없으니 추측만 가능해 누구도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시 주석의 방북은 북한 비핵화 협상의 진전이 있어야만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인 9·9절을 앞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세 차례 중국 방문에 이어 시 주석이 답방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 국가지도자가 북한 9·9절 행사에 참석한 사례는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 당시 부총리와 건국 40주년이었던 1988년 양상쿤(楊尙昆) 국가주석밖에 없다. 만약 시 주석의 평양 답방이 이뤄지면 공산당 대 노동당의 교류였던 북·중 역사상 처음으로 공산당 총서기가 9·9절 행사에 참석하게 된다. 중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어 시 주석이 과연 9·9절 행사에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진 교수는 북한이 대대적으로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9·9절 열병식에 대해서도 어떤 무기를 전시해 전략적 목표를 보여 줄지는 뚜껑을 열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지부진한 북한 비핵화의 해법으로는 북한이 빠진 한·미·중·일·러 5자회담을 제시했다. 6자회담을 거부하는 북한을 제외한 주변 5개국이 머리를 맞대고 북한에 대한 지원과 체제 안전 보장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이전 6자회담은 북한에 대한 제재 논의만 했는데 이제는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주변국들도 핵을 포기하면 엄청난 번영이 올 수 있다는 걸 북한이 확신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체면을 유지하면서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현재 북한은 아직 핵 포기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인 경제 지원책과 체제 보장 방안이 명확하게 제시돼야만 북한도 비핵화를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은 한국과 협력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어떤 규모와 형태로 안전과 평화를 보장하고 경제 협력을 진행할 것인지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북한에도 선택할 여지를 줘야지 지금처럼 핵만 포기하라고 하면 비핵화 협상이 계속 교착 또는 위기 상태일 수밖에 없다”며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중남미 마약의 두 얼굴...멕시코는 합법화, 콜롬비아는 드론 제초

    중남미 마약의 두 얼굴...멕시코는 합법화, 콜롬비아는 드론 제초

    세계 주요 마약 생산지로 꼽히는 중남미의 멕시코와 콜롬비아가 마약 범죄 조직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상반된 해법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멕시코 지방자치단체는 합법화를, 콜롬비아 정부는 드론으로 제초제를 살포해 마약 농가를 황폐화시키는 방안을 내놓았다.1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남부 태평양 연안의 게레로주 의회는 지난 17일 아편 생산과 의약용 공급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킨 뒤 연방 상원에서 이 문제를 더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마약 합법화를 위해서는 연방 보건정책과 관련 법, 처벌 조항등을 모두 개정해야 되기 때문이다. 산악지대가 많은 게레로주는 미국에서 사용하는 헤로인(아편을 정제한 마약)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원료인 양귀비 열매와 아편 덩어리의 집중 생산지로 꼽힌다. 리카르도 메히야 게레로주의원은 “가난하고 고립된 오지에서 약 12만명으로 추산되는 사람들이 양귀비를 재배하고 있다”면서 “양귀비 액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농민들에게는 합법적인 판매 루트를 마련하는 것이 고정 수입을 얻게 해주고 지역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게레로주 시에라 마드레 산맥의 험준한 산악지대 양귀비 밭들은 범죄조직들이 지배하고 있다. 이 지역 농부들은 커피나 망고 농사 대신 폭력조직들로부터 최근 수십년 동안 양귀비 재배를 강요받고 협박을 당해왔다. 멕시코 정부가 그동안 숱한 ‘마약과의 전쟁’을 치뤘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는 점에 미뤄 범죄조직으로부터 농부들을 해방시키고 자유를 되찾게 하는 방법은 양귀비 재배의 합법화 밖에 없으며 현재 범죄조직이 주민들의 경제활동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멕시코 사회의 고착화된 빈부격차와 부정부패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코카인(코카 나무에서 채취한 마약)의 주산지인 콜롬비아 정부는 드론(무인기)을 활용해 코카인의 재료가 되는 코카 잎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콜롬비아 경찰은 최근 남서부 나리뇨 지역에서 고엽제를 탑재한 드론이 코카인의 재료가 되는 코카 잎을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는지를 시험했으며, 각각 50파운드의 제초제를 실은 10대의 드론을 띄워 코카 잎 제초 살포 성능을 실험한 결과 성공적이었다고 발표했다. 드론이 합법적인 농작물 재배지역 인근에서 자라는 코카 잎을 선별해 90%가량 없앴다는 것이다. 이반 두케 콜롬비아 신임 대통령은 지난 6월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하기 전 카라콜 라디오와 한 인터뷰에서 “드론은 저고도에서 정밀하게 작업을 수행할 수 있고 제3자에게 미치는 피해와 영향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고 이같은 방안에 찬성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유인 항공기를 활용해 코카 농가에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를 이용해 살포해왔지만 두케의 전임자인 후안 마누엘 산토스 전 대통령은 글리포세이트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농민 단체들이 소송을 제기하자 이를 금지한 바 있다. 하지만 코카 잎 근절에 드론을 투입하는 방식에도 문제점이 적지 않다. 우선 코카 잎을 없애려는 정부에 화난 농민이나 마약 업자들이 드론을 파괴하지 못하게 하려면 군인들이 위험한 산간오지에 배치돼야 한다. 또 드론이 살포할 수 있는 제초제 양이 제초제 살포용 항공기보다 현저히 적은 만큼 소규모 지역에서만 유용하다. 코카 잎 재배 농민을 대표하는 단체의 레이데르 발렌시아 대변인은 “정부가 강제적으로 제초제를 살포한다면 경찰과 대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볼턴 보좌관 “폼페이오 장관 방북 곧 이뤄질 것... 김정은 면담도 기대”

    볼턴 보좌관 “폼페이오 장관 방북 곧 이뤄질 것... 김정은 면담도 기대”

    북한과 미국 간 협상 대표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임박했다. 미국 백악관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19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곧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ABC방송 ‘디스 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로 후속 외교를 뛰어나게 해왔고, 가까운 미래에 재개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곧 4차 평양 방문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 가능성에 대해선 “그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꼽히는 볼턴 보좌관이 폼페이오 장관의 ‘외교해법’을 강조한 것이어서 북미간 비핵화 해법이 진전 될지 주목된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만났고, 문 대통령은 그 회담에서 ‘북한이 더 빨리 비핵화 할수록 한국·일본의 대외원조, 수많은 국가의 해외투자에 대한 개방의 혜택을 더 빨리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우리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것들을 1년 이내에 하자고 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예스라고 했다”며 “북한이 비핵화의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시점으로부터 ‘1년’은 남북이 이미 동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사설] 고용참사 사과한 정부, 일자리 창출에 재정투입 주저말라

    어제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긴급 일자리 대책회의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고용 상황과 관련) 송구스럽다”고 머리를 숙였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진한 경제정책도 그간의 효과를 되짚어 보고 필요한 경우에는 수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늦게나마 고용 상황에 대한 사과와 함께 정책 수정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당·정·청이 휴일 부랴부랴 긴급 대책회의를 연 것은 지난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7월 고용동향’이 너무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월평균 31만 6000명에 달했던 취업자 증가 폭이 올 들어 2월부터 10만명대로 떨어지더니 지난달에는 5000명 증가에 그쳤다. 참사 수준이다. 특히 허리인 40대 취업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고용 불안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저출산·고령화 여파도 있고, 지난 10년간 제조업 위주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데 게을리하다가 뒤늦게 조선업과 자동차 분야 구조조정에 나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고용이 준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인터넷 쇼핑 활성화 등으로 자영업자들 폐업도 늘었다. 고용은 문제가 얽혀 있어 해법도 간단치 않다. 그런 점에서 김 부총리의 ‘한두 달 내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는 발언에 주목한다. 기왕 단기 대책이 없다면 차분히 문제의 원인을 찾아보고, 정책에 변화를 주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공정경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성장 3축을 포기하라는 게 아니다. 3축 기조가 효과를 내려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3년은 족히 걸린다는 것을 정부·여당도 알 것이다. 다만 이 기간에 일자리 대란이 해소되는 기미라도 보이지 않는다면 이 3축 기조는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꿩 잡는 게 매’다. 5년간 추가로 걷힐 것으로 예상한 세수 60조원을 활용한 재정확대 방침은 긍정적이다. 올 상반기 3조 8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바 있어 야당의 반대가 예상되지만, 고용 상황이 이 지경이라면 4조원의 재정 보강뿐 아니라 하반기 추경을 큰 폭으로 편성하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복지에 방점을 둔 정부이지만, 내년 정부 예산에서는 직접 고용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재원을 배분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강북 경전철 건설에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마침 문 대통령도 오는 22일 17개 시도지사와의 간담회에서 경제 현황 등을 점검한다. 재정의 일부를 지자체 현안 사업에 배정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본다.
  • [뉴스AS] 목적 잃고 혐오 낳는 일베·워마드… 독일처럼 혐오 표현 강력 처벌을

    [뉴스AS] 목적 잃고 혐오 낳는 일베·워마드… 독일처럼 혐오 표현 강력 처벌을

    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와 남성 혐오 사이트 ‘워마드’의 행태가 도를 넘어 범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워마드 사이트에는 지난 17일 청와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글이 게시돼 경찰이 내사에 들어갔다. 앞서 이 사이트엔 예수 성체를 훼손한 사진과 성당 방화를 예고한 글이 올라가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일베에는 지난달 말 노인 여성과 성매매를 했다고 주장하는 사진과 게시글이 등록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혐오·차별 발언을 일삼는 사이트를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자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규제 가능성을 언급해 관심이 쏠린다. 과연 이런 사이트에 대한 폐쇄나 청소년 접근금지 등 조치가 가능할까.방통위는 지난 13일 “관계기관과 협의해 워마드와 일베 등 차별·비하·혐오 사이트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계기관 중 하나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청소년보호법에 근거해 ‘반사회적·비윤리적’이라고 판단되는 매체물에 한해 청소년들의 접근을 제재할 수 있다.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되면 만 19세 미만 청소년은 가입할 수 없다. 더 확장해 적용하면 특정 게시물에 대해서는 성인도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그러나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에는 음란물이나 사행성 게시글에 관한 규정만 포함돼 있어 법개정이 필요하다. 방통위는 이 법의 시행령을 개정해 차별·비하·혐오를 드러내는 매체물도 제한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혐오사이트 폐쇄까지 갈 길이 먼 이유 워마드는 ‘생물학적 남성’을 혐오하는 커뮤니티로, 여성 혐오에 저항하던 ‘메갈리아’에서 파생됐다. 지난 5월 대학 누드크로키 수업 모델이었던 남성의 나체 사진이 올라간 곳이 워마드다. 최근까지 남자 화장실에서 찍은 불법촬영물(몰래카메라) 사진을 지속적으로 게시했고, 지난달엔 여성을 억압하는 교리가 있다는 이유로 천주교에서 신성시하는 성체를 훼손해 사회적 논란을 불렀다. 여성인권신장이라는 애초의 목적은 점차 방향을 잃었고, 반대의 극단에 있던 일베와 닮아 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베가 혐오 대상으로 삼은 여성·장애인·이주민·동성애자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시각을 그대로 따른다는 의미다. 일베의 ‘여성 혐오’ 화살이 워마드에선 ‘남성’을 향한다. ‘한남충’(한국남자를 벌레에 빗댄 단어), ‘한남유충’(남자아이를 비하)’, ‘느개비·앱충’(아버지를 모욕) 등 혐오 표현을 일삼고, ‘주혁해’, ‘재기해’, ‘종현해’ 등 고인이 된 남성을 조롱하기도 한다. 지난달 초 서울 혜화역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3차 규탄 시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재기해’라는 발언을 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아동이 표적이 되기도 한다. 지난 2월 남자 목욕탕에서 찍었다는 아이들의 나체 사진이 워마드에 올라갔다. 경찰은 워마드 운영자에게 사진 삭제를 요청했지만 협조하지 않자 ‘아동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혐오 표현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혐오·차별 사이트를 폐쇄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여러 차례 올랐다. 그러나 사이트 폐쇄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방통위는 전체 게시물 중 ‘불법정보’가 70%에 달하면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접속을 차단한다. 불법정보 비중만 보는 게 아니라 해당 사이트의 제작 의도도 고려해 폐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워마드는 여성인권신장을 목적으로 만들었고, 일베는 인기 게시물을 공유하는 형태로 태어나, 취지로만 보면 폐쇄할 근거가 없다. 심영섭 방심위원은 “사이트를 폐쇄하려면 불법성을 뚜렷하게 규정해야 한다”며 “음란물을 유통해 수익을 얻거나 사행성 도박을 부추기는 여타 상업적인 사이트와 달리 워마드는 여성 커뮤니티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사이트 폐쇄하려면 음란성·사행성 등 규명 2016년 폐쇄된 소라넷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물과 아동 음란물 등을 공유한 혐의가 명확히 입증됐다. 또 운영진이 사이트에 성매매나 도박 사이트 광고까지 붙여 최소 100억원을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여러 도박사이트도 도박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돼 폐쇄가 가능했다. 워마드와 일베는 소라넷처럼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아니어서 폐쇄할 근거가 없다. 음란물이 공유된다는 사유만으로도 부족하다. 이미 지난 2월 ‘일베 사이트 폐쇄를 요청합니다’는 청원에 청와대는 “불법 정보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 아래 형사처벌을 비롯한 민·형사 대응과 게시물 삭제 등 행정적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법적 폐쇄 절차도 있다”면서도 “일베의 불법정보 게시글 비중이 사이트 폐쇄 기준(70%)에 이르렀는지 여부는 좀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공식 답변을 내놨다. 개별 형사처벌은 가능하지만 폐쇄 조치를 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도 같은 기준(유해 정보 비중이 70% 이상)을 적용하고 있어, 사실상 폐쇄나 청소년 접근금지는 법개정 이후에나 가능하다. 사이트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도 있다. 심 위원은 “방심위가 반드시 고려하는 게 표현의 자유”라며 “반국가·반체제 성격이 강한 사이트가 아닌 이상 함부로 차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이트 폐쇄가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언제든 다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라인 활동을 100% 막는 건 불가능하다. 오히려 더 음성적으로 활동하도록 몰아붙일 수 있다”면서 “관심을 끌려는 일부 사용자들은 이런 억압을 공론화하면서 이슈를 만드는 것을 즐길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법적 신뢰 갖춘 후 혐오·차별 문제 해결해야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베는 보수 우파가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공공연하게 여성을 포함한 소수자를 혐오하도록 내버려 뒀다”면서 “그런 일베는 오랜 기간 지켜보다가 이번 워마드 논란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왜 여성에 대해서는 이렇게 열심히 일하지?’라는 감정적인 의구심을 만들어 내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워마드 운영자나 남성 불법촬영(몰카)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에 대해 워마드 회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그간 남성들의 여성 몰카 사진엔 미온적으로 대처해 온 경찰이 왜 여성이 가해자일 때만 신속히 수사하느냐는 불만이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9일 “경찰은 누구든 불법촬영물을 게시하고 유포하며 방조하는 사범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편파수사’ 비판을 일축했지만,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전 교수는 몰카 범죄를 예로 들며 “불법촬영물을 만든 사람, 보는 사람 모두 책임을 확실히 물게끔 하는 ‘실효성 있는 조치’를 선행하면서 정부기관과 법집행기관에 신뢰를 갖게 한 뒤 차근차근 혐오·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은 국가가 주도해 대책 마련 혐오 사이트 문제의 해법은 해외 사례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올해부터 ‘헤이트스피치(혐오발언)법’을 시행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혐오 표현이 들어간 게시물이나 가짜뉴스를 올리면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트위터·유튜브·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은 자사 콘텐츠에서 혐오 표현을 발견하면 24시간 안에 삭제해야 한다. 위반하면 최대 5000만 유로(약 651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혐오 표현을 일삼는 개개인뿐만 아니라 이를 묵인하는 유통기업에도 책임을 묻는 셈이다. 일본이 혐오 표현에 대응하는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재일 한국인에 대한 혐오, 이른바 ‘혐한’이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기승을 부렸다. 혐한 시위가 조직적으로 열리자 시민사회가 나서서 의회를 압박했다. 결국 2016년 ‘본국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한 대책 추진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국가가 주도해서 혐오 표현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미움받을 용기’ 없는 국회, 국민연금 개혁안 통과시킬까

    ‘미움받을 용기’ 없는 국회, 국민연금 개혁안 통과시킬까

    전 국민의 노후 소득보장장치인 국민연금을 ‘더 많이,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는’ 쪽으로 제도개편을 해야 한다는 밑그림이 나왔지만, 행후 입법화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여야 정치권이 개혁방안에 합의하지 못해 연금개혁안이 표류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와 제도발전위원회, 기금운용발전위원회 등은 추계 결과, 국민연금기금이 2057년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추산했다. 소진 시기를 2060년으로 잡았던 2013년 3차 재정추계 때보다 3년 앞당겨졌다. 정부는 국민의 거부반응을 의식해 이 방안은 어디까지나 민간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묶은 정책자문안일 뿐 정부안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정부는 앞으로 이런 방안을 포함해 이해 당사자들과 국민 의견을 수렴해 올해 9월 말까지 정부안을 마련해 10월에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개편방안이 현실화하려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망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는 게 복지부 안팎의 관측이다. 노후소득보장 강화와 재정안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기성세대와 현세대, 미래세대가 서로 고통을 분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현재 ‘낸 돈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재정구조를 ‘적정 부담-적정 급여’체계로 바꿔야 하고, 그러려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적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보험료 인상 등은 없을 것”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태여서 해법 찾기가 난망할 것으로 보인다. 소득의 9%인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일본(17.8%), 독일(18.7%), 영국(25.8%), 미국(13.0%), 노르웨이(22.3%) 등 선진국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보험료를 올리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애초 1988년 연금제도 도입 때부터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평균소득 대비 노후 연금수령액 비중) 70%’로, 보험료보다 워낙 후하게 지급하는 체계로 짜여있었기에 수지균형을 이루려는 조치였다. 1997년 1차 연금개편 때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2.65%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가입자들의 반발에 부딪쳐 스스로 포기했다. 2003년 10월 노무현 정부는 16대 국회에서 15.90%까지 보험료를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낮추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제출됐다. 하지만 국회가 교체되는 어수선한 시기에 제대로 논의테이블에 올라보지도 못하고 폐기됐다. 2004년 6월 정부는 원안 그대로 17대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하지만 여야 간 공방 끝에 공전했다. 2006년 보험료를 12.9%까지 올리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가까스로 통과했지만, 2007년 2월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그 대신 보험료율은 9%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득대체율만 60%에서 40%로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이 채택됐다. 결국 주무장관이었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개혁 실패 책임을 지고 2007년 5월 장관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2013년 7월 정부는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3∼14% 올리는 다수안과 현행대로 9%로 묶는 소수안의 복수 개편안을 마련했다가 여론이 나빠지자 백지화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제도시행 첫해인 1988년 3%에서 시작했지만 5년에 3%포인트씩 두 차례 올라 1998년 9%가 됐고 지금까지 20년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 모두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지 않았다. 이번 정부의 연금개편안이 국회에 제출되더라도 정치적 이해관계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총선(2020년)과 대선(2022년) 등의 굵직한 정치일정에 발목이 잡혀 방치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베일 벗은 로숙영, 금빛 날개 보인다

    베일 벗은 로숙영, 금빛 날개 보인다

    박지수 빈자리 채워 공수 두루 활약 “당장 국내 리그 뛰어도 최상위급” 오늘 대만과 2차전 ‘원팀 면모’ 기대 허재號, 몽골 108-73 꺾고 2연승남북 단일팀 사상 처음으로 종합대회 승리를 안긴 여자농구 단일팀 선수 가운데 가장 돋보인 선수는 역시 북측의 로숙영(25·182㎝)이었다. 로숙영은 광복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포츠 콤플렉스 농구장에서 열린 개최국 인도네시아와의 조별리그 X조 첫 경기에 22득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 4스틸 활약을 펼쳐 108-40 대승에 앞장섰다. 최장신(198㎝) 박지수(라스베이거스)가 언제 합류할지 불투명한 상황에 그의 견실한 플레이는 단일팀에 대한 미심쩍은 시선을 걷어 냈다. 현재 단일팀 멤버 가운데 가장 키가 큰 로숙영은 안정적으로 골밑을 지키며 득점력을 뽐냈다. 득점을 챙기면서도 경기 흐름을 읽고 움직이는 모습이 돋보였다. 골밑에서 상대 선수들을 지치게 만들고 수비에도 적극적이어서 전술적으로 요긴했다. 센터 요원인 곽주영(신한은행)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로숙영의 존재감은 더욱 빛난다. 이문규 단일팀 감독도 출국 전 “로숙영은 당장 국내 리그에서 뛰어도 최상위 수준”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 감독은 전략 노출 없이 선수들에게 경기를 맡겼다. 선수 전원이 10분 이상씩 뛰며 득점을 기록해 실전 감각을 조율했다. 북에서 온 단신의 정통 포인트 가드 장미경(26)은 이날 코트에 많이 나서지 않았다. 상대가 약체여서 우리 전력을 모두 보여 주지 않았다. 장미경과 로숙영이 제대로 호흡을 맞추면 단일팀 전력은 더욱 상승세를 탈 것이다. 북쪽 슈터 김혜연(20)도 12득점으로 무난한 평가를 받았다. 실전 능력을 확인하고 더 나은 상대와 맞설 해법을 모색한 만큼 17일 낮 12시 대만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층 무르익은 ‘원 팀’의 면모를 보여 줄 차례다. 박혜진(우리은행)은 “북측 선수들이 잘 뛰어다닌다”며 호흡을 맞추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대만은 1차전에서 카자흐스탄을 72-42로 눌러 단일팀에 이어 조 2위를 달리고 있다.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52위로 한국(15위)보다 크게 낮지만 지난달 윌리엄 존스컵 맞대결에서 남측 선수들로만 구성된 팀에 일격을 가해 방심할 수 없다. 당시 대표팀은 높이 싸움에서 밀리며 득점에서도 폭발력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로숙영이 가세해 설욕할지 주목된다. 한편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16일 A조 2차전에서 몽골에 108-73 완승을 거뒀다. 한국은 이틀 전 인도네시아를 제압한 데 이어 2연승으로 승점 4점을 확보, 오는 22일 태국과의 3차전에 관계없이 8강행 티켓을 사실상 확보했다. 앞서 필리핀은 D조 1차전에서 카자흐스탄을 96-59로 격파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정기 보수 앞둔 정유·석유화학업계 ‘주 52시간제’ 고심

    “작업 하루 지연되면 손실 수백억” 현대오일뱅크, 3조 3교대로 전환 ‘SK이노’는 탄력근로제 노사 합의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하반기 정기보수를 앞두고 고심에 빠졌다. ‘주52시간 근무제’ 시행과 함께 정기보수 기간에 연장근로를 해 오던 방식의 전면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근무 시간을 줄이다 정비 기간이 길어지면 손실이 막대하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를 시작으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대규모 정기보수에 돌입한다. 통상 정유설비는 2~3년, 화학설비는 3~5년마다 1~2개월 동안 공장 가동을 중단한 채 설비를 점검한다. 공장 가동을 하루 멈추면 줄어드는 매출이 수백억원 규모여서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게 관건이다. 외부 협력업체의 전문인력과 내부 인력을 총동원해 2조 2교대로 주당 70~80시간가량 집중 근무해 정해 놓은 기한 내에 작업을 끝내 왔다. 그러나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근무시간을 3분의1 이상 줄여야 할 상황에 놓였다. 정기보수를 위해 지난 10일 제1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현대오일뱅크는 기존 2조 2교대로 작업해 오던 방식을 3조 3교대로 전환해 주당 근무시간이 52시간이 넘지 않도록 했다. 정기보수 전 사전작업을 거치고 인력이 부족한 업무에는 협력업체 인력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업계는 탄력근무제와 인력 충원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탄력근무제 도입에 노사가 합의했으며 LG화학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주당 64시간이 한계인 데다 1~2개월 소요되는 정기보수를 포함해 운용하기에 현행 3개월은 짧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탄력근무제가 사실상 유일한 해법”이라면서 “탄력근무제를 3개월에서 6개월~1년으로 확대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운행중단 파국 면한 인천 광역버스

    경영난을 호소하며 오는 21일부터 운행하지 않겠다고 예고했던 인천∼서울 간 6개 광역버스 업체가 폐선 신고를 철회함으로써 교통대란 위기에서 벗어났다. 박준하 인천시 행정부시장은 16일 “오늘까지 폐선 신고를 철회하지 않으면 사업면허를 반납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업계 쪽에 통보한 결과 폐선을 철회하겠다는 결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들은 지난 9일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시 재정 지원이 없을 땐 19개 노선 259대의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광역버스 업계는 현재와 같은 적자구조 속에서 시민 편의를 위한 현 수준의 노선을 유지하려면 인천 시내버스처럼 준공영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간업체가 노선을 운영하되 적자를 공공기관에서 전액 보전하는 제도다. 인천시는 2009년부터 시내버스를 대상으로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광역버스는 제외됐다. 이에 광역버스 업계는 시내버스 업계가 준공영제로 연간 100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데도 광역버스에는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인천시는 광역버스로 준공영제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단언한다. 시 관계자는 “현재 시내버스 준공영제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광역버스로 확대한다는 게 적절치 않다”면서 “만약 광역버스 운행이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되면 (완전) 공영제로 가겠다”고 말했다. 광역버스 업체들이 비록 운행 중단 방침을 철회했지만 경영상 어려움은 여전해 언제든 갈등을 재연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단독] 3급보다 월 265만원 더 받는 4급… 서로 불편하네요

    [단독] 3급보다 월 265만원 더 받는 4급… 서로 불편하네요

    공공기관이 직급 간의 임금 역전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정년 연장이 불가피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능력이나 실적과 무관한 호봉제는 지속이 불가능하다. 성과연봉제 등을 도입해 관리직의 임금을 성과에 연동시키면 능력 있는 직원은 월급 등의 불이익을 고려해 승진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과거 정부에서 획일적으로 공공기관의 임금 체계 개편을 시도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따라 각 기관에 자율성을 줘 기관의 특성을 반영한 임금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노사합의를 통한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을 다룬 연구용역 결과를 오는 27일 열리는 토론회에서 공개할 방침이다.A공공기관은 관리직(3급)보다 실무직(4급)이 월급을 더 많이 받는 문제 때문에 직원들끼리 미묘한 갈등을 겪고 있다. 4급 중 근속연수 30년인 직원은 월 973만원을 받는데 관리직인 3급 중에선 가장 많이 받는 직원이 708만원이다. 임금이 4급까진 호봉제이고 업무특성상 교대근무수당이 많아 직급별 임금 역전이 발생한다. 그 결과 승진을 원하지 않는 4급들도 많다. 3급부터는 연봉제다. 서울신문이 14일 단독입수한 공공기관 임금체계 관련 자료에 따르면 공기업·준정부기관 128곳 가운데 직급별 임금 역전이 발생하는 기관은 40곳이다. 128곳 공기업·준정부기관 가운데 63곳은 연봉제, 41곳은 호봉제, 19곳은 성과연봉제를 채택하고 있다. 5곳은 하위 직급은 호봉제, 상위 직급은 연봉제 방식이다. 성과연봉제를 채택한 B공공기관은 임금 역전 문제로 관리직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강해서 간부 구하는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2010년부터 성과연봉제를 유지하는 이 기관에선 보직자는 보직자끼리, 비보직자는 비보직자끼리 분리해서 성과평가를 한다. 이에 따라 S등급을 받은 비보직자가 C나 D등급을 받은 보직자보다 연봉이 더 많은 현상이 생긴다. 한 관계자는 “능력 있는 사람이 관리직이 되고, 또 그래야 한다. 하지만 일은 더 하는데 연봉에서 불이익이 발생한다면 누가 보직을 맡으려 하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연봉제인 C공공기관도 3급과 4급 사이에 임금 역전이 발생한다. 연봉제이지만 승진을 못 해도 매년 기본급은 일정 수준 올리기 때문이다. 이곳 역시 4급에 근속연수가 30년 가까운 직원들이 몰려 있다. 이들 가운데 10~20%는 3급보다 월급을 더 받는다. 이 기관 관계자는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분들이고 숫자가 많지 않다 보니 어느 정도는 용인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조직 운영 측면에서 고민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현재 공공기관 임금체계가 세대 간 형평성과 직무에 따른 형평성 양쪽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호봉제는 근속 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늘어나다 보니 직급 간 임금 역전, 인건비 부담으로 인한 신규 고용 여력 약화 등을 초래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대안으로 연봉제를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기본 연봉 설정 기준이 불합리해 상하위 직급 간 임금 역전을 초래하는 문제는 여전했다. 게다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의 딜러와 마케팅직처럼 직무가 다른데도 같은 임금 체계를 적용하는 난맥상도 나타났다. 호봉제는 생애주기에 따른 생계비 수요를 고려해 설계된 임금체계다. 공공기관에 취업한 뒤 일정 시점까지는 업무 능력이나 실적보다도 더 낮은 임금을 받다가 어느 시점이 지나면 업무실적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 사실 이는 고도성장기에 체택한 암묵적인 생애계약이라는 성격을 갖는다. 저성장과 저출산 고령화는 상황을 완전히 바꿔 버렸다. 급격한 고령화는 정년 연장을 강제할 수밖에 없다. 이미 2015년 공무원연금 개정을 통해 연금 지급이 단계적으로 연장돼 2033년까지 65세로 연장된다. 이에 따라 정년 연장 논의가 나오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호봉제는 손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과거 정부는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임금피크제는 기본적으로 정년 보장과 임금 삭감을 맞교환하는 방식이라 호봉제와 정년 보장을 채택한 공공기관에 적합한 방식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생애주기 전체로 봤을 때 사실상의 임금 삭감에 해당해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성과연봉제 역시 공공서비스 향상과 예산 절감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비판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오히려 금전적 보상을 중시하다 보니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를 등한시하는 경향을 부추기고, 과도한 개인 간 실적 경쟁으로 조직 내 협업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나아가공정한 성과 측정 자체가 힘들다는 근본 문제에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공의료기관에서는 의료진에 대한 과도한 성과급이 오히려 과잉 진료와 고가 진료를 유발한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금 방식에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시도했던 것과 같은 강압적인 방식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공감대 역시 형성돼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6월 임금체계를 자율적인 결정에 맡겼다. 이에 따라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던 119곳 공공기관 가운데 19곳을 뺀 100곳이 박근혜 정부 지침 이전으로 환원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현장 행정] 우문현답… 17년 숙원 푸는 박준희 ‘골목대장’

    [현장 행정] 우문현답… 17년 숙원 푸는 박준희 ‘골목대장’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습니다.”14일 서울 관악구 남현동의 백제요지근린공원과 맞닿아 있는 좁은 골목. 박준희 관악구청장이 구 관계자들과 현장을 찾았다. 200m 길이 골목 한쪽은 차량 진입이 어려울 정도로 좁았으며 반대편으로는 겨우 차 한 대가 지나갈 만했다. 그때 차 한 대가 건물 필로티에 주차하기 위해 후진으로 골목에 들어섰다. 공원 옹벽과 차량 사이의 공간이 거의 없어, 이리저리 움직이던 운전자는 5분 넘게 헤매며 주차를 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2001년부터 구청에 진정서를 제출, 소방도로를 개설해 줄 것을 구에 요청해 왔다. 하지만 17년 넘게 답보 상태였다. 앞서 지난달 18일 박 구청장은 해당 지역 주민들과 마주 앉았었다. 그는 “제가 평소 구청장실 문을 활짝 열어두다 보니 이 일대 주민들이 민원을 들고 찾아왔다”며 “주민 이야기를 듣다 보니 직접 현장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면담 다음날 박 구청장은 곧바로 현장을 찾았다. 박 구청장은 “제가 가장 중시하는 신조 중 하나가 ‘우문현답’인데,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를 줄여 만든 말”이라며 “늘 현장에서 주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소통과 협치 구정을 펼치겠다는 의지”라고 소개했다. 사실 해당 지역 주민의 민원이 끊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7년 동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구 관계자는 “주민들의 요구대로 도로를 확장하려고 알아보니 공원 부지에 대한 대체 부지를 마련해야만 했다”며 “보상 10억원, 공사 9억원, 대체공원 54억원 등 총사업비가 73억원이 필요하다 보니 엄두를 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구청장은 주민, 관계자들과 대책 회의를 거쳐 민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그는 “현장답사를 통해 지적측량 경계점을 확인해 보니 옹벽이 도로 쪽으로 0.2~0.5m 침범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지적선에 따라 옹벽만 재설치해도 주민들이 불편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적선대로 옹벽을 다시 세우는 것뿐이다 보니 공원 대체 부지를 마련할 필요가 없었다. 소요 사업비도 1억원 정도면 충분했다. 박 구청장은 “내년에 옹벽을 재설치하면서 이 낡은 하수관도 교체하고 도로포장도 교체하는 것까지 포함해 1억원 정도 예산을 반영해 시행하기로 했다”며 “손뼉을 치며 기뻐하는 주민의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앞으로도 ‘우문현답’의 자세로 일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BMW 운행중지명령] 해외체류·장기휴가 등 1만명 연락 두절…성수기 겹쳐 렌터카 물량 확보 ‘초비상’

    안전진단 미이행 BMW 차량에 대한 운행중지명령은 안전을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피해자인 차주들의 불편을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당장 발이 묶이는 차주들에 대한 대차 서비스 등의 조치가 전제돼야 하지만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점도 혼란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14일 국토교통부와 BMW코리아에 따르면 BMW코리아가 하루 7000대씩 안전진단을 진행한다는 가정 아래 2~3일 안에 리콜 대상 차량 전체에 대한 안전진단을 완료할 수 있다. 운행중지 명령의 효력도 이와 비슷한 시기에 발생하게 돼 실제 운행중지 단속의 대상이 되는 차량은 수천 대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며, BMW코리아에 따르면 해외체류와 장기휴가 등의 이유로 13일까지 연락이 닿지 않은 차주가 1만명가량에 이른다. 당장 BMW코리아는 차주들에 대한 대차 서비스가 발등의 불이다. 전국의 렌터카업계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성수기인 탓에 물량 확보가 쉽지 않아 일부 지역에서는 렌터카 물량 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국토부는 “BMW가 렌터카 1만 5000여대를 확보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을 뿐 렌터카 지급에는 손을 놓고 있다. 차주들은 “정부와 제조사가 결함 있는 차량을 생산하고 판매를 허가했는데 차주에게 피해를 전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해외 체류 등 부득이한 이유로 안전진단을 받지 못했거나 렌터카를 지급받지 못한 차주가 리콜 대상 차량을 운전하다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을 물어 처벌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경찰이 BMW 차량을 발견하면 차량 정보를 조회해 안전진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 자동차업계는 운행중지명령이라는 선례가 만들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차량 결함과 안전 문제에 업계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운행중지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자동차 화재나 결함으로 인한 리콜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에 운행중지명령을 내리라는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리콜의 규모와 위험의 정도 등 운행중지에 대한 원칙이 세워지지 않은 채 남발되면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뉴스 분석] 위안부 문제 ‘외교협상 불가’ 못박았다

    [뉴스 분석] 위안부 문제 ‘외교협상 불가’ 못박았다

    “日, 깊이 반성하고 각성해야 해결될 것” 외교 아닌 보편적 정의 차원 해법 강조 北과 안중근 의사 유해 공동 발굴 추진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일) 양국 간 외교적 해법으로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 자신과 일본을 포함, 전 세계가 성폭력과 여성의 인권 문제를 깊이 반성하고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굳은 각성과 교훈으로 삼을 때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충남 천안 국립망향의동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이 문제가 한·일 간 외교분쟁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위안부 문제를 외교적으로 쟁점화하는 대신 보편적 정의의 원칙에 입각한 해결을 지향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월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졸속으로 이뤄진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지 않되, 그대로 수용하거나 이행하지는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1월의 정부 방침에 대한 논리적 완결로 볼 수 있다. 즉 위안부 문제를 단순한 외교적 협상의 차원이 아니라 보편적 여성 인권의 차원으로 규정한 것이다. 주고받는 외교적 협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가 반성해야 할 문제로 규정하면 한·일 위안부 합의에 연연할 필요가 없어지고 일본의 진정한 반성을 촉구할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외교적 전략 차원에서 보면, 일본과의 외교적 관계는 원활히 유지하면서도 위안부 문제의 중대성은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위안부 문제를 외교 차원보다 훨씬 높은 차원으로 격상시키는 데 지향점이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이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에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참석한 것 자체가 일본을 향한 강력한 메시지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애국지사 13명과 국내외 독립유공자 후손 220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북한과 공동사업으로 안중근 의사의 유해 발굴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일본 정부, 문 대통령 연설에 “위안부 합의 이행 중요”

    일본 정부, 문 대통령 연설에 “위안부 합의 이행 중요”

    일본 정부는 14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2015년 한일 합의의 착실한 이행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후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정부 기념식에 참석해 “(한일) 양국 간 외교적 해법으로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연설한 내용에 대해 일본 정부가 이러한 입장을 전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외무성 동북아시아 1과의 과장 보좌가 주일한국대사관 서기관에게, 서울의 일본대사관 참사관이 한국 외교부 과장에게 각각 자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알렸다. 특히 문 대통령이 “이 문제가 한일 간의 외교분쟁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말한 것에 대해 일본 외무성이 진의를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부채로 북촌 한옥마을 사생활 지켜라” 학점 부담 벗으니 아이디어가 터졌다

    “부채로 북촌 한옥마을 사생활 지켜라” 학점 부담 벗으니 아이디어가 터졌다

    “무작정 관광객 통행을 막기보다는 한옥의 창문을 부채로 가리고 사진 촬영을 하게 하면 좋지 않을까요?”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6층 강의실에는 북촌 한옥마을을 옮겨 놓은 듯한 모형이 등장했다. 서울과학기술대와 성균관대, 한성대 학생 6명으로 꾸려진 ‘가디언즈오브북촌’ 팀이 “관광객의 무분별한 사진 찍기에 몸살 앓는 북촌 한옥마을 문제를 해결할 비법을 보여 주겠다”며 가져온 모형이었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2가지다. 우선 한옥 대문에 적외선 센서를 붙여 관광객이 근접하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카메라 아이콘과 ‘X’ 표시를 공중에 쏴 사진 촬영이 안 된다는 점을 인식시킨다. 또 한옥 거주민들이 주로 창문 등 사생활 노출 위험이 있는 부분의 촬영을 꺼린다는 점에 착안해 한옥 창문 사진을 새겨 넣은 부채를 관광객에게 판매하고 부채로 창문을 가린 채 촬영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발표를 맡은 공성호(성균관대 화학공학 3)씨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주로 관광객 통금시간을 정하거나 출입을 막는 방식 등을 생각했는데 관광객과 거주민 모두 선호하지 않았다”면서 “공존 해법을 찾아 본 것”이라고 말했다.이 학생들은 성균관대·서울과기대·한성대가 공동 주최한 ‘융합기초프로젝트’ 참가자다. 대학 3곳의 재학생 69명이 꾸린 13개 팀은 5주간 구도심인 종로가 맞닥뜨리고 있는 지역 난제를 발굴해 이를 해결할 시제품을 만들었고, 이날 선보였다. 성균관대가 학생 중심의 인문·공학·예술 융합 교육 과정인 ‘C-스쿨’의 핵심 프로젝트로 2014년 처음 시작했는데 올해부터 인근의 서울과기대와 한성대까지 함께하기로 했다. 종로 지역 지하철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곧 진입할 열차의 객차별 혼잡도를 표시해 탑승객의 분산을 유도하는 ‘지하철 신호등’이나 사직동에 많은 노후 주택의 지붕 기울기와 진동을 센서로 감지해 붕괴 위험 정도를 LED로 표시해 주는 아이디어 등 참신한 발상이 많았다. 이 중 가디언즈오브북촌 팀이 대상을 받는 등 8개 팀이 수상했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배상훈 성균관대 대학교육혁신센터장(교육학과 교수)은 “강의실에서 교과서만 파지 말고 사회에서 겪을 법한 경험을 미리 해 보도록 하자는 취지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기업에 취업하면 학교나 전공, 성별, 나이 등 다양한 배경의 동료와 일해야 하는데 정작 대학에서는 그럴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69명의 학생들은 여름방학을 온전히 프로젝트에 쏟아부었지만 학점은 1점도 이수받지 못한다. 배 교수는 “학점이 걸리지 않아야 상상력 가득한 작품이 나오는 역설이 있다”고 말했다. 학점이 걸리면 학생들은 출제자 의도를 파악해 ‘실패하지 않을 법한 뻔한 답’만 써낸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에는 산불 끄는 기계 아이디어를 내놓은 팀이 우승했는데 산꼭대기에 열감지 폴대를 세워 360도 회전하며 감시하고, 산불이 나면 로켓을 쏴 순간 진공상태를 만들어 진화한다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당장 상용화 가능성을 떠나 상상력을 높게 평가받은 덕택에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아이디어를 낸 학생을 인턴으로 채용하고 싶다”고 제안할 정도였다고 한다.20대 초반 청년들은 특정 주제에 호기심만 느끼면 며칠 밤을 꼬박 새워 가며 해결책을 찾았다. 멘토로 참여한 교수들은 “대학의 역할은 단순히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을 뽑고 마는 게 아니라 교육을 통해 동기부여해 주는 것임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늦었지만… 비자림로 삼나무숲 ‘공존의 길’이 보입니까

    늦었지만… 비자림로 삼나무숲 ‘공존의 길’이 보입니까

    환경단체 “공사 백지화” 빗발 주민들 “기반시설 필요” 호소 휴가에서 복귀한 원희룡 지사 “생태도로 조성” 대안 카드로 원점에서 재검토 불가피 전망제주 비자림로 삼나무 숲길 확장 공사가 경관 파괴 논란 등으로 중단된 가운데 제주도가 어떤 해법을 찾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역 환경단체 등은 ‘공사 백지화’를 요구하는 반면 서귀포시 성산읍 등 지역주민들은 ‘공사 재개’를 촉구하고 있어 제주해군기지처럼 찬반 대립 등 지역갈등으로 확산될 우려마저 높다. 특히 삼나무 숲길 파괴로 촉발된 제주 환경 문제에 높아진 관심은 향후 환경훼손 논란 등을 빚는 제주 중산간지역 대형 개발 사업 인허가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3일 “더 지혜를 모아서 비자림로를 아름다운 생태도로로 만들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이날 복귀한 원 지사는 “아름다운 길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도민들께 걱정을 끼쳐 드렸다”며 “사회의 기초 인프라이자 주민숙원사업으로서 도로의 필요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생태도로를 만드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울창한 삼나무숲을 벌채해야 하는 비자림로 4차선 확장 공사는 원점에서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도는 경관 파괴 등에 대해 제주는 물론 전국에서 질타가 쏟아지자 지난 10일 도민과 도의회,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겠다며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중단을 선언했다. 지역 환경단체 등은 “비자림로 확장이 당장 필요한지, 공사 후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고 환경은 한 번 훼손하면 복원하기 어렵고, 관광명소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공사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성산읍이장협의회 등 지역 주민들은 “성산읍 지역과 제주시를 연결하는 비자림로는 지역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도로”라며 “의료·교육·문화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리적 조건과 농수산물의 물류이동 활성화를 위한 기반시설로서 필요한 사업”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자가용과 렌터카, 대중교통, 화물차 등 수많은 차량이 통과하는 해당 도로는 비좁고, 겨울철 삼나무 그늘로 도로가 빙판이 되고 추월하는 차량 간 위험이 상존하는 등 도로 확장·포장은 주민의 생명권 보장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공사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제주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는 대천 교차로~금백조로 입구 2.9㎞ 구간을 2차로에서 4차로로 넓히는 사업으로 지난 6월 착공했다. 삼나무는 800m 구간에서 총 2160그루가 벌채될 예정이었다. 지난 2일부터 삼나무 벌채가 시작돼 7일까지 500m 구간에서 915그루가 벌채된 채 공사가 중단됐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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