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해발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203
  • 뼈까지 다 보이는 신종 ‘투명 개구리’ 발견

    동물과 곤충의 멸종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가운데, 유독 양서류만은 새로운 종(種)의 발견이 이어져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양서류 생물학 및 보존정보 검색서비스사이트인 ‘엠피비아웹’(AmphibiaWeb)에는 통상 7000번째 신종 양서류인 ‘글라스 개구리’(Glass Frog·학명 Centrolene sabini)의 사진과 정보가 공개됐다. 아마존 강 유역 페루의 마누 국립공원 해발 2800m 지점에서 발견한 이 개구리는 내부 장기와 뼈 등이 모두 비칠 만큼 팔다리와 몸통 일부가 유리처럼 투명하다. 주로 서늘하고 다습한 곳에서 서식하며 생김새가 매우 아름다워 학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를 연구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의 생물학 교수인 데이비드 웨이크는 “기후변화나 환경파괴 등 다양한 요소들이 전 세계의 양서류 개체수를 위협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행히도 신종 양서류의 발견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2012년 6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양서류의 40%가 멸종 위기에 있으며, 1980년대에 완전히 멸종한 것만 해도 150여 종에 달한다. 하지만 2000년부터 엠피비아웹에는 신종 양서류의 게재가 끊이지 않으며 특히 인도,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 일대에서 발견이 이어지고 있다. 몇 해 전에는 스리랑카에서만 무려 50종의 신종 양서류가 발견되기도 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농촌진흥청, 케냐·에티오피아 농업기술 전수현장을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농촌진흥청, 케냐·에티오피아 농업기술 전수현장을 가다

    2009년 이탈리아 라퀼라. G8 확대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빈곤했던 시절의 식량위기를 극복한 점을 강조해 눈길을 끈다. 그는 “내 아버지가 케냐에서 미국으로 유학 왔을 당시에 케냐는 한국보다 잘살았지만, 이후 케냐를 비롯한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는 사이 한국은 부국(富國)이 됐다.”고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보릿고개’ 시절을 겪은 한국의 ‘녹색혁명’은 아프리카인들에게 가장 탐나는 발전 모델이 되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이 검은 대륙에서 펼치는 농업기술 전수사업의 현장을 찾았다. 최근 케냐 직항편이 취항하면서 13시간 비행으로 한층 가까워진 아프리카. 케냐는 해발 1700m의 고산지대로 7~8월에도 아침 저녁은 물론 낮에도 쌀쌀하다. 케냐는 전통적인 농업국가이면서도 생산성은 야생에서 자연적으로 자란 것을 거둬들이는 수준이다.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서쪽으로 25㎞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 센터. 한국에서 파견된 연구원들과 현지인들이 시험 재배한 무의 수확이 한창이다. 현지인 작업반장인 찬둘라(37)씨는 어른 머리통만 한 큰 무를 손에 들고 활짝 웃으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가서 선진 농법을 빠짐없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KOPIA는 농촌진흥청이 아프리카를 비롯한 아시아·남미의 15개 개발도상국에서 농업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사업이다. 농촌진흥청 김현순 국외농업기술과장은 “한국의 씨감자와 고품질 쌀 생산기술은 물론 그린 빌리지 조성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진 연구원은 “전기·통신 등 기반시설도 부족하고, 열대성 질병과 문화적인 이질감이 있지만 우리가 선진 농업기술로 케냐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우리의 ‘소 번식기술’을 아프리카에 전파해 축산발전과 농가소득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국제축산연구소(ILRI) 파견연구원인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의 조창연 박사는 “과학적으로 체계화된 수정란이식기술을 케냐 현지에 적용,우유와 고기 생산량을 늘림으로써 빈곤 퇴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긴 가뭄으로 메마른 아프리카에 최소한의 물로 농작물을 키울 수 있는 기술도 전수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한 한국·아프리카 농식품기술 협력협의체(KAFACI)의 국가별 맞춤형 시범사업의 하나로 올해부터 에티오피아에 농경지 물 관리기술 지원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 농업연수를 다녀왔던 솔로몬 아세파 에티오피아농업연구청장은 “전 국민의 85%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에티오피아가 잘살 수 있도록 보다 많은 한국의 선진 농업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코피아센터 조현묵 소장은 “시설하우스를 이용한 고품질 채소 재배와 축산기술 개발이 중점사업”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유일의 6·25 참전국, 1인당 국민소득 300달러, 말라리아·에이즈·영양결핍 등으로 인한 영아사망률 세계 1위…. 아프리카 53개국 중 최빈국인 에티오피아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는 ‘새로운 꽃’을 의미한다. 코피아센터 이신영 연구원은 “한국의 농업기술로 에티오피아에 ‘새로운 꽃’을 활짝 피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리나라의 아프리카에 대한 농업원조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지원이다. 스스로 자국의 농업성장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해 재현하도록 하는 새로운 사업방식이다. 박현출 농촌진흥청장은 “단순한 자원 획득이나 서구와 같은 물질 중심 원조가 아닌, 식민지와 가난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현지인들의 정신과 삶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며 “개도국 농민들의 소득을 증가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아프리카는 현재 한국의 앞선 농업기술과 경험에 목말라 하며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절대빈곤’이라는 우리의 역사와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 된 발전 경험이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 동질감과 함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지의 검은 대륙에서 ‘농업 한류’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글 사진 케냐 나이로비·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jongwon@seoul.co.kr
  • 알프스 신비의 ‘얼음동굴’ 들어가보니 “짜릿”

    깊은 산 속에서 볼 수 있는 축축하고 컴컴한 동굴과 달리, 투명한 얼음이 빛나는 신비한 분위기의 얼음 동굴 내부가 공개됐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7일자 보도에 따르면 최근 네덜란드의 아마추어 사진작가 카밀 타미올라(29)는 프랑스 알프스의 얼음동굴을 발견,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신비한 자연의 세계를 카메라에 담았다. 타미올라는 8일간 알프스에 머물면서 끊임없이 빠르게 변하는 자연의 모습과 더불어 얼음동굴의 환상적인 자태를 고스란히 기록했다. 그가 목격한 얼음동굴은 사방이 미끄럽고 투명하며, 동굴이라기보다는 영화에 등장하는 신비한 터널의 모습을 띤다. 타미올라는 “이번에 탐험한 얼음동굴은 알프스 북쪽 해발 3800m 지점에 있으며,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광경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얼음동굴에 다다르기까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했지만, 한여름에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하게 돼 매우 짜릿했다.”면서 “아름답고 특별한 등반 탐험이었다.”고 덧붙였다. 얼음동굴 외에도 알프스산맥의 최고봉인 몽블랑(Mont Blanc)의 아름다운 야경을 담은 사진도 함께 공개해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관광 모노레일’ 타고 청풍호 한눈에

    ‘관광 모노레일’ 타고 청풍호 한눈에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청풍호를 산 정상에 올라 한눈에 볼 수 있는 관광 모노레일이 6일부터 운영된다. 충북 제천시가 29억 8880만원을 들여 설치한 이 모노레일은 청풍면 도곡 마을 모노레일 주차장에서 비봉산 정상(해발 531m)까지 운행한다. 왕복 2.9㎞를 운행하는 모노레일은 6명이 동시에 탈 수 있으며 7대 운영된다. 이용료는 1인당(성인 기준) 왕복 8000원이며, 65세 이상 12세 미만 또는 단체(성인 10인 이상)는 1인당 6000원이다. 도곡 마을에서 걸어서 올라가면 비봉산 정상까지 1시간 정도 걸리지만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20분 만에 도착한다. 등산객들은 산 정상을 밟은 뒤 하산할 때만 모노레일을 이용할 수도 있다. 운행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시는 민간 업체에 위탁운영하기로 했으며, 조만간 비봉산 정상에 모노레일 관광객들이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신영철 시 문화관광과 주무관은 “청풍호의 환상적인 경관을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모노레일을 설치하게 됐다.”면서 “비봉산 정상에 서면 청풍호와 함께 월악산과 옥순봉이 한눈에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시가 비봉산에 모노레일을 설치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시는 비봉산 정상에 마련된 활공장을 찾는 글라이더를 위해 2007년부터 편도 1.28㎞의 모노레일을 운영하고 있다. 제천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높이 3440m에 오픈하는 카페, 전망 보니 ‘헉’

    높이 3440m에서 절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맛은 어떨까? 최근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해발 3440m 지점에 엄청난 장관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등장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3일자 보도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티롤지방의 빌트슈피체(Wildspitze)에 있는 피츠탈 계곡에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전망이 멋진 카페 겸 레스토랑을 짓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총 2000만 파운드(약 353억 원)이 투입되는 이 카페는 오는 10월 겨울 스키 시즌에 맞춰 오픈할 예정이다. 간단한 식사와 차를 즐길 수 있는 이 카페의 하이라이트는 테라스다. 절벽 위에 세워지는 이 테라스는 총 100명까지 동시수용 가능하며,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기가 막힌 전망과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도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에서 가장 높은 산인 빌트슈피체와 높이 3000m에 달하는 50여 개의 빙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관광지로 거듭날 예정이다. 이 카페의 마케팅 담당자는 “고도 3440m에 위치하기 때문에 카페 이름 역시 ‘3440’이 될 것”이라면서 “이 카페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아찔하고 엄청난 뷰(전망)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혹서지 합천군요? 억울한 오해 풀어주세요”

    찜통지역으로 꼽히는 경남 합천군이 기상청에 합천기상관측소 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 기상관측소가 해발이 낮은 곳에 위치해 기온이 높게 측정되는 탓으로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합천기상관측소에서 측정된 기온은 지난달 30일에는 섭씨 37도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36.8도, 31일에는 37.4도로 밀양에 이어 두번째로 기온이 높았다. 합천읍 합천리에 있는 기상청의 기상관측소(1971년 1월 1일 건립)는 해발이 33m로 낮은데다 주변에 문화예술회관과 교육청을 비롯한 3~4층의 건물이 둘러싸고 있어 기온이 높게 측정될 수 있다는 것이 합천군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합천군은 기상관측소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기온측정 장비를 합천읍 충혼탑 뒤 옛 정수장 부지에 설치해 지난달 4일부터 기온을 측정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군이 임시로 기온측정장비를 설치한 곳은 해발이 74m로 높아 통풍이 잘되고 주변에 건축물도 없다. 군은 정수장 부지와 기상관측소 2곳에서 최근까지 측정된 기온을 비교한 결과 정수장 뒤에서 측정된 것이 0.7~2도 낮게 나오는 등 평균 1도쯤 낮게 측정됐다고 밝혔다. 합천군은 다음 달 3일까지 두달 동안 기온을 측정한 뒤 기상관측소에서 측정한 기온과 비교 분석해 기상청에 이전 요구 자료로 제출할 계획이다. 합천군 이한두 재난방재담당은 “합천군이 여름 혹서 지역으로 보도되면서 피서·관광객 감소 등 지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부산지방기상청은 기상관측소는 한 곳에서 수십년 동안 기후를 측정해 자료로 활용하기 때문에 장소를 옮기면 연속성과 자료 대표값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전은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부산기상청 관계자는 “기압골이 어디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지역마다 그때그때 근소한 차이로 최고 기온이 달라지기 때문에 최고 기온에 민감해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합천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저장성 쑤이창현…때묻지 않은 풍경 그리고 사람

    저장성 쑤이창현…때묻지 않은 풍경 그리고 사람

    오감만 만족해도 즐거울 터에 마음까지 행복해지는 여행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갔던 중국 저장(浙江)성 쑤이창(遂昌)현 여행은 그런 점에서 행운이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닝보(寧波) 공항을 떠날 때의 느낌은 한마디로 ‘마음까지 부자가 된 듯한 여행’이었습니다. 중국의 여행지들은 우리에게 웬만한 국내 여행지보다 가까워져 있지요. 하지만 쑤이창현은 몸과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동양화 한 폭을 보는 듯한 풍광과 아직 외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산골 오지 마을 사람들의 순수함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바쁜 일상들을 뒤돌아보게 해준 고마운 선물이었습니다. ●대나무와 원시림의 심산유곡 셴룽구 저장성 리수(麗水)시 쑤이창현. 해발 1000m가 넘는 700여개의 산에 둘러싸여 있다. 산악지대가 전체 면적의 88%나 된단다. 산 속에 있지만 역사는 깊다. 춘추시대엔 월나라, 삼국시대엔 손권의 오나라에 속했다. 1927년엔 홍군(紅軍)이 일제에 대항해 3년간 유격전을 벌였던 공산혁명의 성지이기도 하다. 집안 신을 모시는 제단에 마오쩌둥(毛澤東) 사진을 걸어둔 주민이 많은 것도 그런 까닭이겠다. 가장 먼저 발걸음한 셴룽구는 대나무와 원시림으로 가득한 보물창고였다. 초록의 숲과 싱그러운 나무 향기, 그리고 계곡의 물소리가 눈과 코와 귀를 즐겁게 해준다. 무엇보다 셴룽(神龍)폭포의 모습이 장관이다. 물이 만든 운무를 헤집고 승천하는 듯한 용의모습을 하고 있다는 폭포다. 위 아래의 낙차는 무려 300m. 중국 내 최고다. 가까이 다가가니 세 개의 폭포가 이어져 쉬지 않고 물을 쏟아내고 있다. 산허리를 따라 트레킹 코스가 조성돼 있다. 숲그늘은 짙어도, 위압감을 줄 만큼 커다란 나무는 없다. 대신 조화롭게 자란 키 작은 관목들이 즐비하다. 멀리서 보는 셴룽폭포는 물줄기가 더욱 길어 보인다. 명나라의 극작가이자 시인이었던 탕현조(湯顯祖)는 이곳을 배경삼아 ‘모란정’이라는 사랑 이야기를 썼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명작에 등장하는 무대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난젠옌에서 바라보는 다랑논과 운무 난젠옌은 기묘한 봉우리와 계단식 논, 이른바 제전(梯田)으로 유명한 명승지다. 이른 아침, 고원지대의 마을 끝자락에서 발아래를 내려다보자니 계곡을 타고 피어오르는 운무가 다랑논을 휘감았다. 운무는 초록빛 바다 위에 흰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천천히 번져 나갔다. 난젠옌 풍경구는 유네스코와 중국 민속촬영협회가 지정한 ‘국제 민속 촬영 창작기지’로 등록되어 있을 정도로 사진작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험한 산등성이에 물을 가둬 벼농사를 짓고 있는 오지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 이젠 외지인들을 불러들이는 관광자원이 된 셈이다. 모르긴 몰라도 쌀값으로 버는 돈보다는 관광수입이 월등할 것이다. 해발 1000m의 난젠옌에서 300m의 반링춘(半嶺村)까지 걷는 트레킹 코스는 가벼웠다. 거리는 짧지 않지만 대부분이 내리막길이고 가파른 지형은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비교적 수월했다. 트레킹 내내 대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땀을 식히기에 충분했고 물결치듯 흔들리며 사각거리는 소리는 감미로운 음악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풍광보다 사람이 아름다운 반링춘 대나무 숲 트레킹이 끝날 무렵 후끈한 열기와 습기가 엄습했다. 마치 사우나에 들어온 것과 같은 더운 느낌이 온몸을 감쌌다. 갈증을 풀어줄 찬물을 찾는 순간 낯설지 않은 촌락이 눈에 들어왔다. 난젠옌에서 계곡을 따라 바로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반링춘이다. 반링춘은 난젠옌에서 내려다보이는 다랑논의 한가운데 있는 마을이다. 약 50 가구에 200여명이 거주한다. 원래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마을이었으나 난젠옌 풍경구가 사진촬영의 명소로 떠오르면서 이름이 나기 시작했다. 트레킹을 막 마치고 내려온 나그네에게 기꺼이 녹차를 우려 주던 마을 아낙의 친절이 고맙다. 갈증이 해소될 즈음에야 반링춘의 모습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집집마다 대문이 활짝 열려 있다. 낯선 이방인들이 집안을 기웃거리며 구경하는데도 주민들은 거부감이 없었다. 적어도 이 마을에서만큼은 도둑이란 단어가 없는 듯하다. 점심 때가 되자 집집마다 밥 짓는 연기가 피어 올랐다. 주인이건 객들이건, 너나없이 함께 식탁에 앉았다. 푸짐하게 내오는 돼지고기 요리마다 주민들의 넉넉한 인심이 배어 있는 듯하다. 종류도 다양해서, 중국에서 맛볼 수 있는 돼지고지 요리는 모두 다 올라온 것 같다. 중국에서는 손님을 대접을 할 때 푸짐하게 차려내는 것이 예절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식사를 마치고 마을을 떠나는 객들의 손마다 유기농 찻봉지와 말린 고구마가 들려 있다. 순수하고 친절한 사람들의 여운이 아직도 아른거린다. ●또 다른 중국, 황니링 유기농과 훙싱핑 온천 숲과 계곡, 그리고 다랑논을 지나니 어느덧 여정의 마지막이다. 우시강(烏溪江)댐을 지나서 황니링으로 가는 뱃길. 더없이 상쾌한 강바람이 귓불을 스친다. 황니링은 유기농 마을로 유명하다. 농약 가득한 과일이나 화학비료투성이의 채소로 대표되는 중국의 이미지는 마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주민들은 벌레를 잡기 위해 농약대신 고추 삶은 물을 쓰고, 비료 대신 가축 배설물을 발효시킨 액체비료를 사용한다고 했다. 황니링은 이를테면 친환경 유기농의 종합 센터다. 주민들은 전통 농서에 기록된 농법을 스스로 실천할 뿐 아니라 개발하고 전파하는 몫을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대도시의 고급 식탁에 오른다는 자부심 또한 대단했다. 뱃머리를 돌려서 훙싱핑 온천으로 향했다. 훙싱핑은 원래 은광을 개발하려는 광산업자와 개발에 반대하는 원주민 간의 갈등이 심한 곳이었다. 한데 은광을 개발하려다 온천을 발견했고, 온천의 지분을 지방정부와 광산업자가 나눠 갖는 대신 은광 개발을 포기하는 것으로 사태가 수습됐다. 개발을 능사로 아는 우리와 사뭇 다른 모습. 섭씨 41도의 순수 온천수보다 담백한 그들의 개발 스토리가 외려 더 감동적이다. 글 사진 쑤이창현(중국)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여행수첩 →진에어가 2013년 6월까지 인천공항과 닝보공항을 잇는 전세기를 운항한다. 월·금요일 출발. →쑤이창현은 열대 기후대에 속해 여름철엔 무척 습하고 덥다. 여행시 물을 항상 소지해야 한다. →연중 200일 이상 비가 내리기 때문에 우산과 비옷을 준비하는 게 좋다. →원시삼림과 대나무 숲 트레킹 때 산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몸에 뿌리는 모기약도 준비해야 한다. →중국 오지 전문여행사 레드팡닷컴(www.redpang.com)에서 난젠옌과 첸포산(千佛山) 등을 돌아보는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02)6925-2569.
  • [1일 TV 하이라이트]

    ●공부의 왕도(EBS 밤 12시 5분) 독일의 심리학자 에빙하우스는 사람의 기억에는 망각주기가 있다고 했다. 대부분 사람은 학습한 후 한 시간이 지나면 학습한 내용의 50%가량을, 하루가 지나면 70%가량을 잊는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한 번 배운 내용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방법은 없을까. 체계적인 누적복습으로 공부 시간을 단축했다는 맹소휘양의 누적 복습법을 공개한다. ●각시탈(KBS2 밤 9시 55분) 호텔에 있어야 할 목단이 사라진 걸 알게 된 슌지는 금화정에서 홍주에 의해 죽임을 당할 뻔 한 목단을 각시탈이 구출해 달아난 사실에 분노한다. 다음날 아침, 강토가 종로서에 나타나지 않자 강한 의구심에 사로잡힌다. 한편 담사리의 공개처형장에 각시탈이 나타나자, 슌지는 각시탈을 향해 총을 쏜다. ●천사의 선택(MBC 오전 7시 50분) 상호는 일부러 왕 회장에게 말을 걸어 민재와 은설의 교제 사실을 알린다. 이를 알게 된 왕 회장은 화를 낸다. 은석이 김 박사에게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지만 은설은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은설은 김 박사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고, 김 박사의 마음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꾸러기 탐구생활(SBS 오후 4시 30분) 뜨거운 여름 날, 더위를 피하러 가기에 산과 바다 중 어디가 더 좋을까.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꾸러기 대원들이 산과 바다로 각각 출동한다. 초록빛으로 물든 숲 속에 차가운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푸른 산과 보기만 해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넓은 바다까지. 어디에서 더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을지 함께 떠나본다. ●극한직업(EBS 밤 10시 40분) 중국 윈난성과 쓰촨성과 티베트 자치구의 경계 지역 샹그릴라. 히말라야 산맥 자락에 있는 이곳은 해발고도 3300m의 고산지대다. 다시 이곳에서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마을 지디촌은 티베트 소수민족들이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시골마을이다. 농사와 가축을 키우기도 하지만, 이들에게 가장 큰 수입은 송이버섯 채취인데…. ●새누리당 대통령후보 선거 3040 정책토크 당신과 함께(OBS 오후 1시 55분) 새누리당 대통령 경선 후보자 박근혜, 안상수, 김태호, 김문수, 임태희 후보와 함께 한다. 프로그램은 육아, 주택문제 등 가족의 행복에 관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기존의 딱딱한 정책 토론이 아닌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하고, 후보자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홍예문은

    [길을 품은 우리 동네] 홍예문은

    홍예문(虹霓門·무지개문)은 인천 구도심의 남산 격인 응봉산 마루턱을 깎아서 길을 내고 그 정점에 세운 무지개 모양의 동그란 돌문이다. 중구 홍예문 1길과 2길이 만나는 해발 65m의 고개에 서 있다. 산 마루턱을 파내 길을 내고 50㎝ 정도의 직육면체 화강암들을 쌓아서 폭 4.5m, 높이 13m, 통과 길이 8.9m로 만든 터널형이다. 마루턱을 깎은 뒤 문 양측에 축대를 쌓았다. 마름모꼴로 쌓아놓은 일본식 석축은 건설 당시 그대로의 견고함을 자랑한다. 무지재 돌문 또는 무지개 수레문의 뜻으로 한자로는 ‘홍여문’(虹礖門), ‘홍여문’(虹轝門)으로도 불렸다. 일본인들은 ‘아나몽’(穴門)이라 불렀다. 1905년 일본 공병대가 착공해 3년 만인 1908년 완성됐다. 중국인 석공들과 한국인 노동자들이 동원됐고, 암반층으로 인명피해 등 희생을 치렀다고 인천향토사료 등 기록들은 전한다. 건설비 3만 2250원 가운데 한국정부가 1만 6800원, 일본거류민단이 1만 5000원, 일본영사관 격인 인천이사청이 450원을 낸 것으로 기록돼 있다. 홍예문은 일본인들의 유입이 가파르게 늘고 인천항 부근의 조계지가 포화 상태가 되면서 일본인들이 모여 살게 된 만석동 등 주요 배후 지역과 인천항 조계지를 연결시키기 위한 연결 통로로 건설됐다. 일본 공병대가 건설을 맡을 정도로 인천과 조선에서 일확천금을 꿈꾸던 일본인들과 식민지 건설에 박차를 가하던 일본에 중요하고 특별한 공사였다. 인천시 유형문화재 49호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60년만에 열린 소이산길 안전 걱정말고 걸으세요

    울산 울주의 하늘억새길. 해발 1000m가 넘는 간월산·신불산·영축산·천황산·재약산·가지산 등 7개 능선이 이어진 길이다. 드넓은 억새 군락지로 유명하다. 경기 양평 남한강·북한강 물가에 펼쳐진 흙길인 물래길도 많은 사람이 찾는다. 연꽃·갈대·철새·여울이 수려해 영화·드라마촬영 장소로 이름난 곳이다. ●행안부 ‘녹색길 베스트10’ 선정 24일 행정안전부는 이 두 곳을 포함, 여름휴가를 즐길 수 있는 ‘우리 마을 녹색길 베스트10’을 뽑아 발표했다. 광주 동구 ‘무등산 자락 다님길’은 도심 무등산 줄기에 노선이 완만해 누구나 다닐 수 있는 길이다. 강원 철원의 소이산 생태 숲 녹색길은 원래 군 작전도로였다. 6·25전쟁 이후 60년간 민간에 개방된 적이 없는 곳이다. 철원평야가 한눈에 들어오는 광경이 일품이다. 서산 아라메길을 걷다보면 마애삼존불·혜미읍성 등 백제와 조선시대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 여수 금오도 비렁길에서는 동백나무 숲터널을 지나 해안을 따라 기암괴석 절경을 즐길 수 있다. ●안전요원 1411명 배치해 순찰 이 밖에 충북 충주 비내길, 전북 정읍 백제가요 정읍사 오솔길, 경북 예천 삼강 회룡포 강변길, 경남 함양 지리산 자락길 등도 베스트 10에 올랐다. 행안부는 관광객의 안전을 고려, 안전요원 1411명을 배치했다. 김장주 행안부 지역녹색정책관은 “동호회 참여 걷기대회 개최, 홍보책자 소개 등으로 걷기 붐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독도는 지금 전력난 비상

    천연기념물(제336호)인 독도가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 중요시설이 일시 가동 중단되는 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22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독도에 설치된 첫 기상장비인 온실가스원격관측시스템이 최근 전력난으로 보름 정도 멈춰서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 시스템은 기상청이 독도의 이산화탄소(CO2)와 메탄(CH4) 농도 등의 측정을 위해 2억 5000만원을 들여 해발 98.6m인 독도의 동도 꼭대기에 있는 KT 송전탑 위에 설치한 무인 장비다. 독도 공기를 5초마다 분석해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센터로 실시간 전송한다. 그러나 경북지방경찰청 울릉경비대 소속 독도경비대가 전력 과부하가 걸리자 이를 차단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이 시스템은 동해의 기후변화를 감시하는 전진기지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같은 사태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독도의 전력난으로 경비대 상황실과 레이더 기지 운영에 차질마저 우려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독도의 발전시설은 동도에 55㎾급(등대 옥상 15㎾, 독도경비대 주변 40㎾) 태양광발전소와 690㎾급(등대 150㎾, 독도경비대 540㎾) 디젤발전기, 서도 주민숙소에 100㎾급 디젤발전기가 있다. 하지만 동도에 이동통신사의 휴대전화 중계시설(2007년)과 DMB 시설(2010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방사능측정기(2011년) 등이 잇따라 세워지면서 전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이 전력은 모두 독도경비대 발전기에서 나오지만 낡은 탓에 발전 효율이 떨어져 전력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경북경찰 등은 독도의 전력난을 친환경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바람이 많은 특성상 풍력발전소 건설이 유리했지만 화산섬이라 지반 침하와 생태계 파괴 등을 우려해 중도 포기했다. 그러다 한국전기공사협회가 회원 성금 30억원으로 태양광발전소를 건립해 줬다. 친환경 에너지가 경비대 전력량의 30%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론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경찰청은 우선 2억원 정도를 들여 자체 보유한 디젤발전기 4대 가운데 노후화된 3대를 긴급 교체할 계획이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자치구 방학선물 3제] ① 엄홍길과 태백산 오를까

    설악산, 오대산, 함백산 등과 함께 태백산맥의 영산으로 불리는 강원도 태백산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특별 캠프가 열린다. 강북구가 실시하고 있는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청소년 등산교실’이 여름방학을 맞아 21~22일 강원도에서 여름캠프를 연다. 태백시 태백산과 영월군 동강으로 떠나는 이번 캠프에는 지역 중학생 50여명을 비롯해 박겸수 강북구청장, 산악대장인 엄홍길 강북구 홍보대사와 전문산악인 등 모두 80여명이 참여한다. 캠프 첫째 날 아침 청소년들은 강북청소년수련관에 모인 뒤 태백산 최고봉인 장군봉(해발 1567m), 천제단(天祭壇), 당골광장에 도착하는 11㎞ 코스의 산길을 등반한다. 하산 후 저녁엔 엄 대장이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엄홍길 대장의 경험담 나누기’가 진행된다. 둘째 날인 22일 등반대는 영월군 동강으로 이동해 ‘동강 래프팅 체험’을 한다. 박겸수 구청장은 “매월 아이들과 산을 등반하고 있는데 거듭할수록 아이들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며 “이번 캠프가 아이들이 학업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꿈과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10) 강원 인제 방동약수로

    [길을 품은 우리 동네] (10) 강원 인제 방동약수로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방동골은 내린천 물이 시작되는 원류이다. 주변에는 마지막 원시림인 방태산과 점봉산, 진동계곡이 있다. 방태산과 점봉산은 인제 기린면에 위치한 백두대간의 지류이다. 이곳은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 아직도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최고의 목재이자 천연기념물인 주목나무가 자생한다. 또한 진귀한 약초와 버섯 등이 풍부하게 자생하고, 일급수에서만 산다는 열목어가 서식하는 자연의 보고이다. 정감록에는 물과 바람과 불의 재난이 들지 않는다고 해서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라고 했다. 각처에서 난을 피해 온 사람들이 화전을 일구고 숨어 살았다고 한다. 태곳적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방동약수로를 찾았다. ●방동골… 진동계곡물과 함께 내린천 원류 인제군 기린면 현리 덕다리에서 방동·진동방향으로 418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방태천이 나오고 방동교를 만나게 된다. 이 방동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방태산 자연휴양림과 대골이 있고 왼쪽으로는 방동약수(芳洞藥水)와 아침가리(조경동 계곡)에 연결된다. 방동2리에 위치한 약수터 주변은 깨끗한 계곡물과 함께 숲이 우거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방동약수는 톡 쏘는 맛을 내는 탄산 이외에도 철·망간·불소 등이 다량 함유돼 있다고 한다. 일찍이 자연보호중앙협회에서 ‘한국의 명수’로 선정했을 만큼 유명해 새 주소 도로 이름에 반영됐다. 새 주소명에 등재된 방동약수로는 인제군 기린면 방동2리를 포함, 총 17㎞ 구간이다. 인제에서 내린천 지류를 타고 나 있는 지방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방동약수로 이정표가 보인다. 내린천은 홍천군 내면의 ‘내’(內)자와 인제군 기린면의 ‘린’(麟)자를 하나씩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내린천 줄기는 65㎞에 달하는데 래프팅 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은 여름 휴가철이면 피서객들로 시끌벅적하다. 내린천을 끼고 나 있는 지방도를 따라 가다 보면 높이 솟은 산과 괴암괴석이 빚어낸 풍광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하천 폭이 좁아지는 상류지역에 다다르면 맛집으로 꽤 이름이 알려진 ‘방동막국수집’이 나온다. 이곳에서 10여분 위쪽으로 올라가면 방동대교가 나오는데 다리 끝부분부터 방동약수로가 시작된다. 방동약수로 좌측으로는 진동계곡, 그 위쪽으로는 양양군으로 이어진다. 약수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좌측에 ‘방동약수’와 ‘아침가리’라고 씌어진 입간판이 보인다. 약수터까지 들어가는 길은 관광버스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도로가 잘 정비돼 있다. 인근 계곡은 높은 산과 울창한 숲이 끝없이 이어진다. 계곡을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 조금 올라가자, 약수를 마시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손에는 약수를 담을 수 있는 용기들이 들려 있다. 약수가 나오는 곳은 한 사람만 들어갈 정도로 공간이 비좁아 차례로 줄을 서야 물맛을 볼 수 있다. 약수터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는 “몇해 전 위장병으로 고생을 했는데 이 약수를 마시고 병이 말끔히 나았다.”고 자랑했다. 인제읍에 사는데 요즘도 약수를 떠가기 위해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위장병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병을 고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그는 “약수로 밥을 지어 먹으면 소화가 잘된다.”며 “쌀을 충분히 불린 후 약수를 붓고 밥을 지으면 철분 때문에 푸르스름한 빛깔을 내는 약밥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방동약수에서 나와 고개를 하나 넘으면 ‘아침 가리골’이 나온다. ‘아침에 잠깐 밭을 갈아도 다 갈 수 있을 정도로 작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방동약수로 인근에는 방태산 휴양림도 있다. 휴양림으로 들어서면 서늘한 계곡바람이 나무향과 함께 코끝을 자극한다. 계곡에는 2단으로 흘러내리는 ‘높은집 폭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15m 높이의 폭포에는 바위 속으로 굴이 뚫려 있어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공명효과를 내 더욱 크게 들린다. 한여름에도 깊은 산속의 물이라 얼음물처럼 차가워 한기를 느끼게 한다. 방동약수길이 시작되는 삼거리에서 왼쪽길은 또 다른 계곡물이 흘러내려 방동골 물과 합류한다. 이 계곡은 점봉산에서 발원되는 물길로 진동계곡이다. 진동계곡은 20여㎞에 달하며 곳곳에 야영장소와 소나무숲이 있어 여름철이면 피서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워낙 골이 깊어 생경한 지명들도 눈길을 끈다. ‘쇠나드리’는 소가 날아갈 정도로 바람이 세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조금 위쪽으로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설피(겨울철 눈에 빠지지 않도록 신 바닥에 대는 넓적한 덧신)를 신고 다녀야 한다는 ‘설피밭’이 나온다. 이곳 사람들은 아직도 겨울에 설피를 신고 나들이를 하며, 동짓날 설피축제를 열기도 한다. 방태산과 방동계곡, 진동계곡은 태곳적 모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오지로 꼽힌다. 인제에는 곳곳에 군부대도 많다. 이곳에서 군대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외진 곳이라는 것을 빗대 부르던 노랫말이 생각날 것이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 도로가 포장돼 예전보다 접근이 쉬워졌다고 하지만 산과 계곡은 예전 그대로 깊고 장엄한 모습을 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개인약수 인제에는 방동약수 외에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개인약수’(開仁藥水)도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인제의 개인약수, 양양의 오색약수, 홍천의 삼봉약수를 국가지정 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개인약수는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에 있는 약수로, 방태산 다섯 봉우리 가운데 주억봉 중턱에 깊숙이 위치해 있다. 개인약수는 해발 1080m로 남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약수다. 탄산약수로 철분의 약간 비린맛과 단맛이 입안에 감도는데 위장병과 당뇨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곳 역시 약수의 명성을 인정해 새주소 도로명에 ‘개인약수로’라는 이름을 올렸다. 1891년 함경북도 출신의 수렵가인 지덕삼(池德三)이 처음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이 약수 주변에는 가문비나무, 전나무, 피나무, 주목 등 고목들이 우거져 용출하는 약수의 시원한 물맛을 더해준다. 입구인 미산계곡과 방태산 일대는 원시림과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이 계곡물 역시 내린천으로 흘러든다. 현재의 약수터 위에 ‘장군약수’가 있었는데 양쪽 겨드랑이 밑에 용 비늘이 세 개씩 붙어 있는 아기 장수가 혼자 마시고는 큰 바위로 덮어버려 아무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 약수를 마시기 전에 육류를 먹거나 남녀가 부정한 일을 하면 물이 흐려진다는 속설이 있다. 글 사진 인제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11회는 인천 홍예문로를 소개합니다.
  • 울산 283만㎡ 억새군락지 국내 최대규모로 복원 추진

    울산 영남알프스의 억새군락지(283만㎡)가 전국 최대 규모로 새롭게 복원된다. 이곳은 국내에서 가장 넓은 억새 자생지였지만, 그동안 관리소홀과 등산객·산악자전거·산악경주용 차량 통행 등으로 심하게 훼손됐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내년부터 오는 2017년까지 21억 5000만원을 투입해 해발 1000m 이상에 있는 신불산 억새평원과 제약산 사자평원 일대의 억새 복원사업을 추진한다고 16일 밝혔다. 시는 내년까지 훼손된 지반을 안정시키기 위해 배수시설과 노면정비, 데크설치 등 기반시설을 조성하고, 2041년부터 억새를 집중적으로 심어 관리할 예정이다. 또 영남알프스 접경지인 경남 밀양시·양산시와 양산국유림관리소에 억새복원 사업과 관련, 지역별 복원·관리 업무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시는 2019년까지 영남알프스를 산악관광 메카로 육성하기 위해 총 5361억원을 들여 2010년부터 10개 선도사업(22개 세부사업) 착공에 들어가 지금까지 친환경 순환탐방로인 하늘억새길(29.7㎞) 조성, 간월재 휴게소 건립, 석남사 숲 속 보행로 조성 등 11개 세부사업을 완료했다. 또 연말까지 영남알프스 둘레길 조성과 영남알프스 스토리텔링, 자전거 도로망 구축사업, 억새 대축제 개최 등 6개 사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알프스에 건설된 ‘세계에서 가장 아찔한 숙소’

    해발 약 3000m 바위 위에 건설된 ‘세계에서 가장 아찔한 숙소’가 공개돼 눈길을 끌고있다.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인 몽블랑산에 건설된 이 숙소는 하얀색과 빨간색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튜브 모양으로 특이한 모습을 자랑한다. 특히 이 숙소는 험준한 바위 위에 반쯤 걸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어 지켜보는 사람들을 더욱 아찔하게 만든다. 이 숙소는 알프스 산맥을 오르는 등산가와 구조대가 머물기 위해 만들어진 피난소로 몽블랑 산의 가장 인기있는 코스에 설치됐다. 모습만 화려하고 특이한 것은 아니다. 12명을 정원으로 하는 이 숙소에는 침대, 거실, 부엌 등의 일반 시설은 물론 인터넷 이용도 가능하다. 숙소를 제작한 이탈리아의 디자인회사 립 팩토리는 “총 25만 유로(약 3억 5000만원)의 제작비로 숙소를 완공했다.” 면서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등산가나 눈보라를 피하는 데 있어 최적의 조건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숙소는 1948년에 세워진 기존 피난소를 대체하게 된다.” 면서 “쓰레기와 하수를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친환경 숙소”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숙소는 누구나 온라인을 통해 예약해 사용할 수 있으며 하룻밤 가격은 30유로(약 4만 2000원)다. 인터넷뉴스팀 
  • [Weekend inside] 지구 온난화로 작물 재배지 북상…속 끓이는 지자체들

    [Weekend inside] 지구 온난화로 작물 재배지 북상…속 끓이는 지자체들

    지구 온난화로 한라봉 등 지역특산 과일 재배지가 북상하면서 지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밀려오는 외국산 농산품과의 경쟁에다 대체 작목으로 육성하려는 국내 재배지와의 경쟁 등 이중고를 이겨내야 한다.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의 평균기온이 섭씨 1.5도 상승하면서 사과는 경기 포천, 냉해에 약한 복숭아는 강원 춘천, 보성 특산으로 유명한 녹차도 강원 고성까지 재배지역이 북상했다. 제주도는 한라봉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미 FTA로 밀물처럼 몰려오는 미국산 오렌지와의 경쟁도 힘겨운데 기후변화로 생산성 저하를 틈타 남부, 중부지역 등 국내 다른 지역과 치열한 경쟁를 벌이고 있다. 제주 한라봉은 고온에 따른 생육기간 연장으로 이듬해 개화 불안정과 해거리 발생이 심해지고 과피 착색 불량, 월동 병충해 증가, 고온성 병충해 토착화 등으로 상품성 저하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농업진흥청 온난화농업연구센터 관계자는 “온난화로 인해 앞으로 기온이 섭씨 2도 상승 시 육지로 북상한 한라봉 등 감귤류의 재배면적이 30~40배 확대돼 제주산은 상품성 저하에다 물류비 부담 등으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재배지는 갈수록 북상 중이다. 수년 전 전남 고흥과 경남 거제 등 남부지역으로 한라봉 재배지가 북상할 때만 해도 비교적 느긋했으나 최근 충북 충주로까지 재배가 확대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13일 충북도에 따르면 충주지역 5개 농가에서 한라봉(3㏊)을 재배 중이며 이들 가운데 올해 4개 농가에서 한라봉을 수확, 수도권 백화점 등에 납품할 예정이다. 충주에서는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한라봉이 수확돼 판매됐다.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던 한 농가가 자신의 비닐하우스(7272㎡)에 1200그루의 한라봉을 심어 3년간의 시험재배 끝에 9t의 한라봉을 수확하는 데 성공했다. 이 농가는 3㎏ 한 상자에 5만원대 가격을 받고 수도권 백화점에 납품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제주도와 달리 충북·전남도는 느긋한 분위기다. 지역 농가에 하우스 시설비를 지원하는 등 한라봉 재배를 권유 중이다. 충주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충주지역은 보습력이 뛰어난 토양 때문에 나무가 잘 자라 제주도보다 수확 시기가 20여일 빠르고, 수도권 공급 시 물류비용이 적게 들어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면서 “대형 하우스를 보유한 농가를 중심으로 한라봉 재배기술을 계속 보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남지역에서는 한라봉을 농가소득을 높이는 대체 작목으로 육성하면서 나주, 고흥지방을 중심으로 154개 농가에서 42㏊에 한라봉을 재배, 지난해 781t을 생산했다. 전남 보성의 특산품인 녹차도 위기상황이다. 인스턴트 커피 선호로 녹차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재배지마저 강원 고성 지역으로까지 북상해서다. 보성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064㏊에서 1200여t(마른 잎)을 생산하고 있으며 재배 면적은 전년도 1097㏊보다 다소 줄었다. 녹차는 아열대성 작물로서 연평균 기온이 섭씨 13.4도인 보성이 주생산지이며, 지금까지 재배 북방한계선은 전북 정읍으로 알려져 왔다. 전국 최대 사과 주산지인 경북도는 사과 재배 면적에 큰 변화는 없으나 저지대는 줄고 고지대는 증가하는 ‘제로 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천, 청도 지역의 재배지는 감소하는 반면 최북단에 위치한 봉화군은 재배 면적을 늘리고 있다. 봉화군은 2005부터 3년간 농촌진흥청 국립특작원예과학원과 공동으로 봉화 석포면 대현리 해발 650m 지역에서 사과 5품종을 첫 시험 재배했다. 석포면은 강원 태백시와 인접한 곳으로 그동안 주로 고랭지 무, 배추, 양배추, 씨받이용 씨감자를 재배해 왔다. 제주도는 지리적 표시제 등록카드를 꺼내들었다. 육지산 한라봉에 맞서 제주산 한라봉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한라봉의 생태 전반과 역사 등에 대한 조사 용역을 벌여 올 연말까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지리적 표시제 등록 및 출원을 추진키로 했다. 지리적 표시제는 원산지가 상품의 품질과 특성 등이 본질적으로 영향을 끼친 게 인정될 경우 그 원산지의 이름을 상표권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로서는 별다른 대응 방법이 없다.”면서 “지리적 표시제와 고품질 한라봉 생산 등의 차별화를 통해 경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보성녹차 지키기에 나선 보성군 관계자는 “평균 기온 상승으로 재배지가 확대될 것에 대비해 우전차(4월 20일 전후 채취하는 차) 생산량 증대 등 품질 고급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 녹차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농가 교육 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효열 예천군 농업기술센터 소득작목 담당은 “경북 사과의 명성은 오랜 기간 축적된 노하우 등으로 인해 향후 20년여년간은 지켜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 등 타지의 재배 면적 확대가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대구 김상화·충주 남인우기자 kkhwang@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티베트 무인구 첫 횡단 박철암 교수

    [김문이 만난사람] 티베트 무인구 첫 횡단 박철암 교수

    지구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가 얼마든지 많을 것이다. 하여 그곳을 탐험하는 것은 새로운 역사를 쓰는 일이다. 무인구(無人區)라는 말을 들어봤을까. 티베트 장북고원(藏北高原) 해발 5000m 지점에 있다. 인류 문명의 모든 기기가 정지되는 곳이다. 잘 가던 시곗바늘이 멈춰버린다. 나침반도 작동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발사된 총알도 날아가지 않는 ‘수수께끼의 땅’이다. 티베트 무인구는 국가금구(國家禁區) 지역으로 지도에서조차 지명을 찾을 수 없는, 세상과의 만남을 거부하는 곳이다. 수억 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묻혀 있는 심오한 곳이다. 말 그대로 자연의 장엄함과 태고의 신비가 펼쳐진다. 티베트 사람들은 현세나 내세에서도 인간이 어떠한 방법으로도 생존할 수 없는 땅으로 여긴다. 한반도 면적과 비슷한 22만㎢의 광활한 규모임에도 사람이 살지 않는 오지다. 대신 스라소니, 곰, 늑대, 황양, 야생 당나귀 등이 천국처럼 살고 있다. 원로 탐험가 박철암(88) 경희대 명예교수(중문학)는 2007년 세계 최초로 티베트 고원지대 무인구 2200㎞를 횡단했다. 1990년 한국 최초로 티베트에 들어간 이후 30차례나 다녀왔고 무인구 횡단은 11번 도전 끝에 성공했다. 중국 정부에서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곳이지만 그의 끝없는 집념에 탄복해 중국 측 지질학 박사 1명, 의사 1명, 통신원 1명, 티베트 지질학 연구원 1명, 호수학 박사 1명 등 9명의 수행원과 함께 탐험대를 조직해 마침내 평생의 꿈을 이루며 새 역사를 썼다. 그는 2007년 12월 티베트 과학조직위원회로부터 ‘장북고원 무인구를 세계 최초로 탐험한 과학자’라는 호칭과 함께 표창까지 받았다. 그런데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다시 한번 무인구를 꿈꾸고 있다. 다음 달 티베트에 가서 무인구 출입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남·북극 이어 제3극 무인구 그는 1962년 한국 최초로 히말라야 원정에 나서 당시 화제가 된 주인공이다. 그때 다울라기리 2봉(네팔과 티베트 접경지역 위치)에 도전했고 1971년에는 로체샤르에 도전한 경력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티베트 고원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티베트 무인구만 생각하면 지금도 어린 소년처럼 마음이 막 설레지요. 더 늙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무인구에 가고 싶습니다. 미지에 도전한다는 것은 늘 행복이자 즐거움입니다. 북극과 남극은 난센과 아문센이 탐험했고 제3의 극인 무인구는 박철암이 탐험했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어요. (잠시 생각하더니) 1988년 중국이 티베트를 개방했다고 했거든요.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가슴이 뛰던지….” 티베트에 처음 갔을 때를 잠시 회고한다. “해발 5250m 히말라야를 넘어 티베트에 들어가 한 고원지대에서 잠시 앉아 쉴 때였죠. 마침 유목민 아가씨가 양 떼를 몰고 가고 있었습니다. 17살 정도 됐나요. 그런데 그 아가씨가 꽃을 입에 물고 그걸로 피리 소리를 내는 것이에요. 꽃 이름을 물었더니 파파화(巴巴花)라고 하더군요. 얼마나 아름답던지 별천지에 와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티베트의 꽃을 수집하고 연구하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지요.” 박 교수는 당시 한 명언을 떠올렸다고 한다. ‘누가 말했던가, 누구라도 티베트 창탕고원에 단 1분만이라도 설 수 있으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고!’ 이후 티베트의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500여종의 식물을 수집, 1998년에 ‘티베트의 꽃과 생물’이라는 책을 세계 최초로 발간하게 된다. ●대륙의 버뮤다 삼각지 무인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6년 6월이었다. 티베트 라싸대학 총장을 만났을 때 박 교수는 무인구 얘기를 처음 듣게 됐다. ‘과거에도 사람이 전혀 살지 않았고 앞으로 100년 후에도 사람이 살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또 ‘국가금구 지역이니 절대 가면 안 된다.’라는 말을 듣고 더욱 궁금해졌던 것. 이때부터 누구도 해보지 않았던 무인구 탐험이라는 목표를 세우게 된다. 무인구에는 정말 모든 기기가 정지되는 곳일까. 그러자 지체없이 무인구의 위치부터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티베트의 아리(阿里)고원 일부 지역과 장북고원의 서북부, 동북부의 광대한 지역을 창탕고원이라고 합니다. 창탕은 북방의 하늘이라는 뜻이지요. 무인구는 그 창탕고원의 최북쪽에 위치하며 쿤륜(崑崙)산맥, 커커씨리(可可西里)산맥과 인접하고 있습니다. 서남으로 히말라야산맥과 깡디스(崗底斯)산맥, 넨칭탕구라(念靑唐古拉)산맥, 그리고 헝뚜안(橫斷)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지요. 무인구의 장서깡르산(藏色崗日山)과 서우깡르산(色烏崗日山)의 중간 지역에 이르면 모든 기기의 작동이 정지됩니다. 시계가 멈추고 라디오 소리도 정지되며 자동차 엔진도 꺼진다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지요. 마치 남태평양의 버뮤다 해협을 지나는 배들이 가라앉듯이 말입니다.” 정지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시 말해 지구상에는 북극과 남극, 그리고 제3의 극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무인구이며 극 중의 극이다.”고 강조하면서 “알 수 없는 광물체와 수많은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고 설명한다. “한번은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티베트에 같이 갔던 한 대원이 호수에 물을 길으러 갔다가 개울에서 머리를 감았는데 귀국해서 얼마 되지 않아 머리털이 귀 뒷부분만 남겨놓고 몽땅 빠져버렸습니다. 머리가 다시 자라기 시작한 것은 3개월 후였습니다. 또 고원지대를 지날 때였는데 땅속에 있는 흑사(黑沙)를 발견한 적도 있었지요. 놀라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무인구는 1억년 전에는 바다였고 그래서 신비한 화석과 호수가 많습니다.” ●경희대 산악반 이끌고 히말라야 첫 등반 그가 산과 인연을 맺은 것은 어릴 적부터였다. 해발 2000m가 넘는 평안북도 낭림산맥의 동백산 밑에서 자랐다. 어른들로부터 ‘동백산 위에 뱃조각이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래서 하루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동백산으로 올라갔다. 마타리꽃이라는 야생화 속을 걷는 산길이 무척 좋았다. 산을 처음 알았고 이후 산을 좋아하게 됐다. 서울에서 학교 다닐 때 스승한테 ‘옥배에 술을 마시고 타클라마칸 사막을 넘어 곤륜산에서 포부를 펴라.’는 말을 듣고 히말라야에 대한 야망을 키워나갔다. 1947년 북한산 백운대에서 열린 한국산악회 주최 등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학우 두 명과 팀을 이룬 것이 나중에 경희대 산악부의 시초가 됐다. 이후 1950년 안나푸르나와 1953년 에베레스트 등정에 이어 1956년 마나슬루를 오르는 일본과 유럽의 산악인들의 성공 소식을 전해 듣고 히말라야 진출의 의지를 더욱 다지게 됐다. 경희대 산악반을 이끌고 한국 산악 사상 첫 히말라야 등정에 나서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던 것. 하지만 출발부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당시 정부에서는 ‘가면 뼈도 못 추릴 정도로 위험한 곳’이라고 하면서 선뜻 허가를 해주지 않았다. 결국 ‘등정대’가 아닌 ‘정찰대’라는 이름으로 출발해야 했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할 수 없이 집을 팔아 비용을 마련했다. 또 현지 지도를 구하지 못해 일본에 들러 손으로 그린 약도를 받아들고 떠나야 했다. 다시 무인구 얘기로 돌아온다. “1년 중 8개월은 매우 추우며 특수한 자연 환경 덕분에 무인구는 신비스러운 면모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설원과 고원, 신비스러운 소금호수, 그곳에만 서식하는 야생동물과 조류, 고산식물들이 태초의 모습 그대로 펼쳐져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리지요.” 노() 탐험가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히말라야에는 6000m급 이상 봉우리가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 이는 앞으로 후배들이 오를 산이다.”면서 “인류의 역사는 그 시대를, 특출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개척돼 왔다. 지구상에는 어느 분야에서든 미지가 있다. 그 미지를 알아내는 일 또한 우리 후배들의 몫이다.”라고 강조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원로 탐험가 박철암 경희대 명예교수는] 평남 낭림산맥 동백산 자락의 산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일제 때 만주에서 독립단을 찾아갔다가 광복 후 월남했다. 경희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중어중문학과 교수, 한국특수체육회 이사, 대한산악연맹 이사, 한국대학교수협의회 이사, 경희대 기획관리실장, 한국히말라야클럽 초대회장, 한국티베트탐험협회 초대회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산군 탐사기(山群 探査記)’, ‘티베트의 꽃과 생물’, ‘지도의 공백지대를 가다’ ‘티베트 무인구 대탐험’ 등이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명예교수로 한국히말라야클럽 명예회장, 한국티베트탐험협회 명예회장 등을 맡고 있다. 1962년 한국 최초로 히말라야에 진출했으며, 1971년 최초로 8000m급 로체샤르를 원정했다. ‘무인구’라는 말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한 탐험가로 2007년 세계 최초로 티베트 무인구 횡단에 성공했다. 무인구의 생태계 연구자료를 수집한 공로를 인정받아 티베트 과학조직위원회로부터 ‘장북고원 무인구를 세계 최초로 탐험한 과학자’임을 증명하는 인증을 받기도 했다.
  • 터키의 ‘숨은 비경’ 말라티아·샨르우르파

    터키의 ‘숨은 비경’ 말라티아·샨르우르파

    이스탄불, 카파도키아, 파묵칼레, 에페수스, 이즈미르…. 터키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손꼽는 명소들이다. 어떤 이는 이 몇몇 곳에 지중해의 안탈리아나 흑해의 트라브존 등을 더해 터키의 전부를 가봤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그야말로 다리만 만져 보고 코끼리의 전부를 안다고 자랑하는 것과 다름없다. 소아시아로 불리는 아나톨리아 반도는 곳곳에 시루떡 같은 층층의 역사와 비경을 품고 있다. 남동부에 위치한 말라티아와 샨르우르파도 그 명단에서 빠지면 섭섭하다고 할 곳들이다. 그곳에 가면 억겁의 시간 동안 오롯이 감춰뒀던 터키의 속살을 만날 수 있다. ●6500만 년 전의 비경 레벤트 협곡 아나톨리아 남동쪽에 위치한 말라티아. 여행자들에게 아직은 낯선 이름이지만 막상 찾아가 보면 금세 흠뻑 빠져들 만큼 매력적인 도시다. 유프라테스강과 그 지류들이 만들어 놓은 너른 평야를 자랑하는 이곳은 살구의 주산지로 유명하다. 초여름이면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노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살구나무가 시야에 가득 들어온다. 지금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말라티아의 비경은 레벤트 협곡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다. 말라티아 시내에서 서쪽으로 60㎞ 정도 달리면 만나는 이 협곡 앞에 서면 누구든 감탄사를 아끼지 못한다. 고원에서 내려다보는 까마득한 절벽은 아찔함과 상쾌함을 동시에 제공한다. 주변에는 고산지대 특유의 키 낮은 꽃들이 천상의 화원을 꾸며 놓았다. 원래 이 일대는 바다였다고 한다. 6500만 년 전에 바닷물이 빠진 뒤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총 28㎞의 협곡을 따라가다 보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다양한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마치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에 카파도키아의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심어 놓은 것 같다. 황량한 이 협곡 일대에도 9500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지금도 70가구 400명 이상이 살구농사 등을 지으며 살고 있다. 깎아지른 것 같은 절벽 중간의 동굴집에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중 하나가 큐축 퀴르네 마을의 슈크르 쿠르트(63). 옛날부터 이 마을을 지배했던 쿠르트 왕국의 60대 후손이라는 그는 조상 대대로 1000년 이상 동굴에서 살았다고 한다. 히타이트, 로마, 비잔티움, 셀주크와 오스만 튀르크 등이 차례로 지배하면서 지나갔던 전쟁의 와중에도 안전한 피난처 역할을 한 셈이다. 쿠르트는 겨울에는 말라티아 시내에 살지만 여름에는 내내 동굴집에서 산다. 자연과 하나가 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얼굴에 배어 있다. 말라티아 주정부는 이 레벤트 협곡을 자연스포츠의 명소로 개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트레킹 코스와 공중 테라스를 개설한 데 이어 번지점프대 등 각종 레포츠 시설도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신이 되고 싶었던 인간…망상이 낳은 ‘위대한 유산’ 넴루트 산 터키 동남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넴루트 산이다. 해발 2150m로 말라티아 주와 아드야만 주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넴루트 산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산 정상에 자리 잡은 고깔 모양의 인공 산. 멀리서 가져온 거대한 돌을 주먹만 하게 쪼개 50m 높이로 쌓아 만든 돌무덤이다. 무덤치고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거창하다. 이곳에 묻힌 사람은 역사 속에서 잠깐 빛났다 사라진 콤마게네 왕국의 왕 안티오코스 1세. 콤마게네 왕국은 기원전 190년경부터 유프라테스 상류에 존속한 작은 국가였다. 서기 72년 로마에 흡수되면서 역사의 기록에서 사라졌다. 넴루트 산의 정상에 오르면 고대 신들의 조각상이 산재해 있다. 자신을 신과 동급으로 생각했던 안티오코스 1세는 거대한 돌덩이로 동·서쪽에 테라스를 만들고 자신을 포함해 아폴론, 제우스, 헤라클레스 등 신들의 석상을 세웠다. 이곳에는 신상들 외에도 사자와 독수리 석상, 그리고 안티오코스가 여러 신들과 악수하는 장면을 묘사하는 부조들이 수없이 많다. 하지만 스스로를 신이라고 믿었던 안티오코스 1세의 ‘불멸의 꿈’은 자연의 힘에 의해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높이 8~9m에 달하는 이 거대한 조각상들은 당초 의자에 앉은 형상이었지만 지진으로 인해 머리가 몸통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바닥에 뒹굴고 있다. 신이 되려고 했던 한 인간의 욕망은 그렇게 허무한 모습으로 남았을 뿐이다. ●아브라함의 땅…지상 最古의 신전을 찾아 넴루트 산에서 아드야만 쪽으로 하산해서 남쪽으로 4시간 정도 달리면 샨르우르파에 이른다.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의 공통조상으로 불리는 아브라함의 전설이 곳곳에 깃들어 있는 곳이다. 아브라함이 태어났다는 동굴과, 그가 니므롯 왕에 의해 화형당하기 직전에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는 전설을 품은 발르클르 연못, 욥의 동굴 등이 있어 사철 순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샨르우르파에서 시리아 접경 쪽으로 40㎞ 정도 내려가면 폐허의 도시 하란이 있다. 이곳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가 정착한 곳이라고 전해진다. 아브라함이 아버지 데라와 함께 우르에서 가나안으로 가는 길에 15년 동안 머물렀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이 아내가 될 라헬을 처음 만났다는 야곱의 샘도 이곳에 있다. 샨르우르파 외곽 언덕 위의 괴벡리테페에는 1만 2000년 전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전이 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발굴현장 앞에 서는 순간 입을 다물지 못한다. 혼자 서 있거나 지지대에 기댄 거대한 돌들, 그리고 돌마다 새겨진 조각들. 서 있는 돌 중에 큰 것은 높이가 무려 5.5m나 된다. 수십t에 달하는 이 돌들은 700m 떨어진 곳에서 옮겨 왔다고 한다. 돌 이외에는 어떤 도구도 없던 그 시절, 기계로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 그 험난한 작업을 어떻게 했을까. 석회암 기둥에 양각으로 새겨진 소, 뱀, 여우, 멧돼지 등의 동물은 무척 정교하다. 사람 형상도 있는데 여우 가죽을 통째로 허리띠처럼 둘러 ‘중요 부분’을 가렸다. 1963년에 발굴을 시작한 이곳에는 모두 24개의 신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지금까지 발굴된 것은 6개에 불과하다. 보면 볼수록 감탄을 아끼기 어렵다. 인간이라지만 겨우 유인원을 벗어나 동굴에 거주했을 그때, 무슨 염원을 품고 이렇게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었을까. 끝없이 펼쳐진 평원에서 올라오는 바람을 안으며 옛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귀 기울여 본다. 글 사진 말라티야·샨르우르파 이호준 선임기자 sagang@seoul.co.kr ●여행수첩 ▲터키항공은 이스탄불에서 말라티야까지 1일 2회의 직항과 샨르우르파까지 직항 2회·앙카라 경유 2회를 운항하고 있다. ▲레벤트 협곡과 넴루트 산을 오를 때는 여름에도 겉옷을 준비하는 게 좋다. 특히 넴루트 산의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에 오를 때는 두꺼운 옷이나 담요가 필수다. ▲샨르우르파는 기온이 최고 50도까지 올라간다. 한여름의 한낮에는 활동을 피하는 게 좋다. ▲말라티야는 살구와 체리 등 과일로 유명한데 말린 살구는 선물용으로 인기가 좋다. ▲샨르우르파는 고추의 집산지로 매운 케밥이 유명하다. 대부분의 음식에 구운 고추가 따라 나오는데 무척 매우니 덥석 먹는 건 금물.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9) 정읍·고창·부안 동학로

    [길을 품은 우리 동네] (9) 정읍·고창·부안 동학로

    갑오년(1894년) 음력 1월 고부(지금의 전북 정읍시) 봉기로 발발해 같은 해 12월 전봉준 등 주요 지도부가 체포되면서 막을 내린 미완의 혁명. 그 정신이나 사상에 대해서는 1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학자마다 이견이 있지만,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는 곡조에는 누구나 가슴이 먹먹해진다. 민초들에게 두고두고 양각으로 아로새겨진 이 기억은 그러나 권세가들에게도 특별했긴 매한가지다. 무수한 세도가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그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했고 머리를 조아렸던 혁명이다. 그 정신을 오롯이 기리고 있는 전북 정읍·고창·부안의 동학로를 찾았다. 정읍시 덕천면 ‘동학로’ 끝자락에 있는 황토현 전적비.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곳이다. 화강암으로 된 비석 위에는 ‘제폭구민 보국안민’ 즉, ‘폭정을 없애고 나라를 보존하여 인민을 안정하게 한다’라고 쓰여 있다. 동학농민군은 갑오년 음력 4월 7일 이곳에서 정규 정부군인 전라 감영군과의 전투에서 최초·최대 승리한 것을 이렇게 기념했다. ●과거 권력자들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 1963년 10월 3일 제막식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정희 최고회의의장이 참석했다. 여기서 박 의장은 “동학혁명은 부패·당파싸움·사대주의에 물든 탐관오리들에게 항거한 최초의 대규모 서민혁명으로 그 정신은 길이 계승돼야 한다.”면서 “5·16혁명도 이념면에서는 동학혁명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윤식(69) 고창동학농민혁명연구소장은 “5·16군사쿠데타를 동학농민혁명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으려는 꼼수였다.”고 비판했다. 또 같은 목적으로 전두환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정화사업으로 황토현 기념관·전봉준 장군의 동상 등을 세우도록 했다. 하지만 1980년 5월 당시 야당 정치인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읍농고에서 열린 13회 동학문화제에 참석한 이후 이를 막지 못한 책임으로 기념사업회장을 구속하고, 정읍군수·경찰서장을 직위해제했다. 박대길 정읍시 동학농민혁명선양팀장은 “군부정권이 행한 ‘정화사업’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적비 뒷산인 두승산에 오르면 동쪽으로 배들평야, 서쪽으로는 부안군 백산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다. 동학로 끝에서 황토현로, 말목장터로를 따라오면 배들평야 끝으로 만석보터가 있다. 고부군수 조병갑은 정읍천과 동진강이 만나는 곳에 새로 만석보를 만들어 군민들에게 물세를 물렸고, 이에 전봉준 등이 주동자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고자 사발통문을 쓰고 농민들과 함께 관아를 습격했다. 동학농민혁명의 시발점이었다. ●“농민도 성실히 일하면 잘사는 사회” “정읍이 동학농민혁명의 시발점이라면, 고창은 동학농민군의 조직·사상이 잉태된 곳”이라고 고창군 관계자들은 말한다. 고부농민봉기를 일으킨 전봉준이, 갑오년 음력 3월 20일 고창지역에 있던 손화중과 손을 잡고 무장현에서 봉기를 했다. 이 때문에 동학농민혁명이 충청도는 물론 경상·강원·황해도 등 전국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손화중은 당시 최시형과 함께 양대 동학접주 중 하나였다. 이런 점에 주목한 고창지역 동학농민혁명 관련 길은 전봉준로, 녹두로와 함께 동학농민군로, 손화중로 등으로 그 의미를 담고 있다. ‘인민은 나라의 근본이요, 그 근본이 깎이면 나라가 잔약해진다. 보국안민의 방책은 생각지 않고 바깥으로는 고향집만 꾸미고 오직 제 혼자 온전할 방법에만 힘쓰면서 녹봉과 벼슬자리만 도둑질하니 어찌 다스려지리오’ 동학농민군로가 끝나는 지점인 전남 영광과 접한 무장현 봉기 장소에 있는 기념비에는 당시 만들어진 이 포고문이 새겨져 있다. 오늘날 정부관료들에게 훈계해도 될 법한 글귀다. 농민이기도 한 진 소장은 “무장포고문은 동학농민혁명의 사상을 압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은 서푼어치라도 매년 오르지만, 쌀값만은 십수년째 16만원 내외로 같은 값이다. 정부는 전 국민을 먹여 살리는 국가기간산업인 농업을 경시하고 있다.”면서 “농민도 성실히 일하면 국민평균소득 정도는 벌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118년전 동학농민군이 이루고자 했지만 아직 완성되지 못한 사회모습”이라고 강조했다. ●민란 아닌 혁명인 이유는 ‘인권중시사상’ 과거 고부군에 속했고 지금은 부안군에 속한 백산(白山). 이곳에서 열린 백산대회는 동학농민혁명사에서 가장 신나는 장면 중 하나다. 해발고도 47m에 불과한 낮은 산인 백산은 사방이 평야지대에 홀로 솟아 시야 확보가 쉽고, 호남 서부지역 교통의 요지였다. 정읍 배들평야 쪽에서 이곳 백산까지가 동학로라 이름 붙여졌다. ‘앉으면 죽산 서면 백산’ 갑오년 음력 3월 25~26일 1만명 가까운 농민군이 모였다. 전봉준 장군을 총대장으로 조직이 재편됐고 호남·호서 일대에 격문이 나붙었다. 백산에서 농민군 군율인 4대 명의·12조 기율도 제정된다. 왜 동학농민혁명이 ‘민란’이 아닌 ‘혁명’이었는지, 이 군율에 나타난다. 4대 명의에는 ‘사람을 죽이지 않고 물건을 함부로 없애지 않는다.’는 내용이, 12조 기율에는 ▲항복한 사람은 따뜻하게 대한다 ▲곤궁한 사람은 구제한다 ▲굶주린 사람은 먹여준다 ▲도주하는 사람은 쫓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은 진휼한다 ▲병든 사람은 약을 준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때 집결한 농민군은 한 달 뒤 조선왕조의 본향이자 전라도 수도인 전주성 점령까지 승승장구했다. 이런 백산에서의 기억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 “부안이야말로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직접 계승한 곳”이라는 자부심으로 남았다. 정재철 백산고 국사교사는 “동학농민혁명 정신은 부안에 저항정신·애향심으로 남아 있다.”면서 “그 힘으로 2003~2005년 2년 2개월여 전 군민의 방폐장 반대 시위를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세 지역 중 동학을 계승한 천도교가 가장 활발한 곳도 역시 부안이다. 상서면 호암수도원에는 천도교 교구가 설치돼 있고, 주기적으로 집회가 열린다. 민관이 함께 통치하는 집강소를 세우는 등 새 시대를 열어가던 동학농민혁명군은 갑오년 음력 11월 충청도 공주 우금치에서 일본군에 크게 패하면서 급격히 쇠퇴한다. 한 달 뒤 전봉준은 옛 친구의 밀고로 전라도 순창 피노리에서 체포되고, 이듬해 을미년 음력 3월 교수형을 당한다. 이런 안타까운 결말에 민초들은 이런 노래를 남겼다. ‘가보(甲午·1894년)세. 가보세. 을미(乙未·1895년)적 을미적 병신(丙申·1896년)되면 못 가보리’ 혁명이 성공했다면 달랐을까. ‘동학로’라 이름붙여진 서로 다른 길들은 한결같이 가난한 농촌길이었다. 토지가 비옥하고 기후가 좋아 이 지역 쌀 생산은 전국 최고지만, 농민들의 소득은 여전히 밑바닥이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10회는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방동 약수로를 소개합니다.
  • 중국은 산이고 물이로다_산시성 몐산, 쓰촨성 구채구

    중국은 산이고 물이로다_산시성 몐산, 쓰촨성 구채구

    중국은 산이고 물이로다 호랑나비가 되는 꿈을 꾼 장자가 깨어나 말했다지.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내 꿈을 꾼 것인가.” 한 마리의 나비처럼 중국을 누볐다. 나는 꿈을 꾼 것인가, 여행을 한 것인가. 신의 조각품이라 할 만한 산시성의 몐산, 물감을 엎지른 것만 같은 쓰촨성의 구채구는 ‘중국의 산과 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글·사진 김명상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하나투어, 레드팡닷컴 산시성 몐산 綿山 타이항산맥에서 피어난 한 떨기 산 백두산에서 시작해 지리산에서 마침표를 찍는 백두대간을 굽어보면, 산과 산이 북에서 남으로 길게 손을 잡고 있는 것만 같다. 백두대간이 9개의 산을 안고 있듯 중국의 타이항산맥太行山脈도 산시성, 허베이성, 허난성 출신의 산을 실타래처럼 엮는다. 남한 쪽 백두대간의 길이는 650km, 타이항산맥의 길이는 남북으로 600km며 동서로 250km. 수치만으로도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산시성山西省은 타이항산의 서쪽, 동쪽은 바로 산둥성山東省이다. 타이항산맥의 서쪽에서 솟아오른 몐산綿山·면산으로 향했다. 처음 들어보는 산이었다. 그러나 낯설지 않았다. 4대 명절 중 하나인 한식이 몐산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알았던 까닭이다. 한식은 춘추전국시대 충신으로 불리는 개자추介子推를 기리는 날이다. 진나라 문공이 칩거했던 시기, 개자추는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 줄 정도로 문공을 지극정성으로 보필했다. 그러나 훗날 문공이 왕이 되자, 개자추는 다툼이 잦은 현실 정치를 뒤로한 채 어머니와 함께 몐산으로 숨고 만다. 충신을 잃은 문공은 개자추를 불러들이기 위해 몐산에 불을 질렀으나, 개자추는 끝내 내려오지 않고 어머니와 함께 불에 타 죽고 말았다. 그래서 동지에서 105일째 되는 날인 한식에는 뜨거운 불에 죽어간 개자추를 기리기 위해 찬 음식을 먹고 있다. 산시성의 성도인 타이위엔太原·태원에서 개자추의 전설이 영근 몐산까지는 버스로 2시간이면 닿았다. 몐산을 한자어 그대로 풀이하면 ‘이어지는 산’이다. 분명 몐산의 저 너머에는 또 다른 중국의 산이 불뚝 솟아 있을 것이다. 버스에 의지해 몐산을 본격적으로 오르자, 신이 둥근 과일을 칼로 깎듯이 저 산을 곱게 도려낸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해발 2,000m를 웃도는 산 위, 도로가 끊길 듯 끊길 듯 끊기지 않고, 연이어 나타났다. 도로의 폭이 워낙 좁은 탓에 대형 버스 두 대가 마주칠 때면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며 비켜갔다. 버스가 직사각형 반듯한 건물 앞에서 멈춰 섰다. 절벽 위에 대롱대롱 매달린 원펑수위안雲峰墅苑·운봉서원이었다. ‘하늘 위 호텔’이라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았다. 숙소 창문을 열자 한 폭의 동양화가 한눈에 들어왔다. 1, 2 정궈스에 오르면 등신불을 볼 수 있다 3 몐산의 원펑스에는 한식의 유래가 된 개자추의 전설이 숨쉰다 4 원펑스의 120계단은 108가지 번뇌와 12연기를 의미한다 5 원펑스에서 정궈스로 오르는 계단이 아찔하다 6 군사요새인 몐산의 석채. 타이항산의 서쪽에 솟은 몐산의 높이는 2,000m가 넘는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소원이 박힌 절벽을 지나 ‘미라 승려’를 만나다 원펑수위안의 로비인 10층은 원펑스雲峰寺·운봉사와 이어지는 비밀 통로다. 여기서 원펑스를 오르면 호텔 10층 높이만큼 발품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편한 것을 거부하고 느리게 다가오는 중년의 중국인이 보였다. 그는 아찔하게 펼쳐진 120계단 위에 두 손을 밀착하면서 연거푸 절을 했다. 고개를 들 때마다 시선은 원펑스로 향해 있었다. 120계단은 108가지 번뇌煩惱에 12연기를 더한 숫자를 의미했다. 번뇌는 집착에서 일어나는 심적인 고통이다. 마음을 비우면 쉬운 것을 우리는 항상 욕심을 부리고 의도치 않게 성을 내며 어리석은 행동을 일삼았다. 그래서 120계단은 인간의 행렬로 쉴 날이 없었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원펑스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모든 죄를 사하여 줄 것만 같은 편안함이 감돌았다. 포복사抱腹寺는 절벽 속에 감겨 있는 원펑스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절은 마치 어미의 뱃속에 아이가 안겨 있는 모습을 닮았다. 사람의 손길이 도저히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가파른 암벽을 따라 붉은 천이 휘날렸다. 천에 매달린 것은 등불 혹은 방울이었다. 왜 등불과 방울인가. 등불燈·등불등을 단 사람은 “소원이 이뤄지길 기다리겠다等·기다릴등”고 신께 기도했고, 반대로 방울鈴·방울영을 단 사람은 “소원이 이뤄지다니, 영험합니다靈·영험할영”고 감사 인사를 띄웠다고 한다. ‘등’과 ‘영’이라는 한자 음을 이용한 중국인의 재치를 엿볼 수 있었다. ‘유구필응有求必應’이라 했다. 말하는 대로, 꿈꾸는 대로 이뤄지리라. 원펑스를 지나 ‘之갈지’ 모양의 지그재그 계단을 올랐다. 정궈스正果寺·정과사로 가는 길이다. 정궈스까지 오른 이유는 하나였다. 등신불等身佛을 보고 싶었다. 등신불은 쉽게 말해 ‘미라가 된 승려’다. 미라라 하면 방부처리한 상태로 편하게 누워 있는 이집트 미라가 대번 떠오른다. 그러나 이곳의 등신불은 고고하게 양반다리를 한 채 앉아 있었다. 어떻게 꼿꼿한 자세 그대로 ‘인간 불상’이 되었는지는 과학도 풀기 힘든 미스테리라고 했다. 오매불망 누군가를 그리워하다 그대로 돌이 된 망부석처럼 등신불에는 어떤 애절함과 의지가 선연하게 묻어났다. 등신불의 갈라진 틈 사이로 뼈와 두개골이 보였다. 정궈스에는 등신불 총 12존이 있다. 등신불도 살아온 궤적에 따라 저마다의 표정이 달랐다. 유독 표정을 잔뜩 찡그린 불상이 보였다. 죽어서도 지울 수 없는 한이 가슴 깊숙이 응어리진 게 틀림없었다. 역시나 그 등신불은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상처를 안고 있다고 했다. 하산한 그대여, 왕자다위안과 핑야오구청으로 가라 몐산에서 내려와 왕자다위안王家大原·왕가대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왕씨네 집을 찾아간 것이다. “비단이 장사 왕서방 명월이한테 반해서 비단이 팔아 모은 돈 퉁퉁 털어서 다 줬소” 노래 <왕서방연가> 탓인지 중국의 부자 하면 왕서방의 퉁퉁한 얼굴이 스쳤다. 실제 왕王씨는 이李씨, 장張씨와 함께 중국의 3대 성씨로 꼽힌다. 왕자다위안은 길조차 왕씨의 집임을 증명했다. 남북으로 큰 길이 하나 놓여 있고 동서방향으로 세 개의 길이 나 있으니 영락없는 王자였다. 왕씨 가문의 시조인 ‘왕실王實’은 두부장사로 큰돈을 모은 거상이었다. 왕실의 17대손 형제는 나란히 관직에 등용돼 가문에 영광을 안겨줬고 집을 더 크게 짓고 더 화려하게 치장했다. 예나 지금이나 부와 명예를 뽐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수단이 바로 으리으리한 집짓기가 아닌가. 수백년에 걸쳐 대대손손 지어진 이 집은 ‘민간의 자금성’으로 불릴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방의 개수는 1,118칸, 정원의 수도 100개가 넘는다. 집을 구경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족히 1시간은 걸렸다. 왕자다위안에서는 숨어있는 장치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계단과 문 앞에는 복숭아, 박쥐, 원숭이, 물고기 등의 조형물이 나타났다. “복숭아는 장수, 박쥐는 복을 의미하고요…” 여기저기서 숨은 그림 찾기에 빠진 이들의 소리가 새어 나왔다. 집을 채운 소품 중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만든 것이 없었다. 방문객이 어찌나 만졌던지 사람의 손을 탄 장식품은 하나같이 반들반들했다. 하산 후 여행은 대개 왕자다위안에서 핑야오구청平遙古城·평요고성으로 이어진다. 핑야오구청은 명나라, 청나라 시대의 ‘명동’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번화해 몐산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적막한 몐산에 파묻혀 며칠을 지냈던지라 왁자지껄한 핑야오구청의 분위기가 처음에는 낯설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몸이 반응했다. 정신없이 골목을 누볐더니 어느새 두 손 가득 간식과 아기자기한 기념품이 들려 있었다. 스토우빙으로 불리는 바삭바삭한 과자, 매콤하고 짭조름한 양 꼬치, 대형 지팡이 과자 등 맛있는 길거리 음식이 워낙 많아 끼니를 걸러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핑야오구청에는 지갑을 열게 하는 마력이 흘렀다. 알고보니 핑야오구청 일대는 상업 중심지로 흥했던 곳이었다. 중국 최초의 은행인 표호票號도 이곳에 있다. 처음 핑야오구청을 둘러보면 망망대해를 누비는 것처럼 막막하다. 다행히 스러우市樓·시루는 든든한 등대 역할을 했다. 아침이면 이곳을 중심으로 거리 공연이 열리고, 밤이면 화려한 빛이 뿜어 나와 여행객을 위무했다. 1 장수, 복 등을 의미하는 조형물이 곳곳에 숨어있다 2 왕자다위안은 민가의 자금성으로 불릴 정도로 거대하다 3 핑야오구청의 아침은 화려한 전통 공연으로 시작한다 Travel tip 산시성 사람은 식사 전 꼭 ‘식초’ 한 잔을 마신다. 상 위에 오른 검정 액체를 보고 당황하지 말자. 몸에 좋은 약이라 생각하고 냉큼 마셔 보시길. 핑야오구청에는 게스트하우스, 중국식 전통 숙소인 객잔이 있다. 특히 객잔에 머물면 홍등과 버드나무를 벗 삼아 객잔 주변을 산책해 보라. 귀부인이 된 것처럼 어깨가 으쓱해진다. 또한 객잔 마당의 테이블에서 맥주 캔을 든다면 풍경에 취해 밤을 새기 십상이다. 단, 객잔의 실내는 약간 쌀쌀한 편이니 취침 전 창문을 잘 닫는 게 좋다. T clip.여행상품 10월20일까지 몐산으로 손쉽게 떠날 수 있다. 바로 인천에서 산시성의 성도인 타이위안까지 아시아나항공이 전세기를 운항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총판매대리점을 맡고 있는 레드팡닷컴을 비롯해 하나투어, 모두투어, 자유투어, 참좋은여행, 온라인투어 등 전국의 여행사를 통해 전세기 상품을 예약할 수 있다. 매주 토요일 출발해 4박5일간 현지에 머무르며 몐산, 왕자다위안, 핑야오구청 등 산시성 대표 여행지를 모두 아우르며 중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디너쇼도 포함한다. 상품가 69만9,000원부터 문의 레드팡닷컴 02-6925-2569 쓰촨성 구채구 九寨溝 고산증은 통과의례였다 오색찬란한 물빛을 보는 순간 당신은 선계仙界에 온 듯한 착각을 할 것이다. 지구상의 온갖 푸른색 보석을 가루 내 물에 푼 듯한 구채구의 물빛은 다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산을 고이 담아낸 물이 잔잔하고, 웅장한 폭포에서는 거대한 물의 커튼이 눈앞을 가린다. 하지만 구채구에 도착하기 전 고산병이 발목을 잡았다. 구채구로 가는 관문인 청두成都·성도에서 국내편 비행기를 타고 해발 3,500m의 구황공항에 내리자마자 딱따구리가 머리를 쪼는 듯한 두통이 일어났다. 갑자기 높은 곳에 올라오자 심한 고도차에 몸이 고통을 호소한 것이다. 미리 먹었던 고산병 예방약은 별무소용이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니 몸은 금방 적응됐는지 평소와 같은 기분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일행들은 정도가 조금 덜할 뿐, 여전히 두통이 남아있다고 했다. 구채구는 해발 1,980~3,100m 정도 높이에 걸쳐져 있는데 한반도의 최고봉, 백두산 높이가 2,744m라는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종종 발생할 수 있는 고산증세는 하나의 통과의례이며 극복한다면 진한 감흥을 얻을 것이다. 구채구는 1970년대에야 벌목공에게 발견됐을 정도로 오지다. 골짜기 안에 9개의 장족 마을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아름다운 산과 오색찬란한 물로 유명하다. 동화세계, 인간선경 등으로 불리는 중국 관광의 명소로 1975년 중국 정부 지정 관광지로 지정됐고, 1992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 1997년에는 세계 생물권 보호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4 진주가 흐르는 듯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진주탄폭포 5 오화해는 꽃처럼 아름다운 다섯 색깔이 비친다는 뜻으로, 비취색이 인상 깊은 곳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감탄사가 절로 터지는 물빛 구채구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Y자 형태이며 크게 수정구樹正溝, 일측구日則溝, 측사와구則渣窪溝 3개의 골짜기로 이뤄져 있다. 전체 길이는 55.5km, 입구에서 구채구의 가장 높은 지역인 장해까지의 길이는 총 17.8km에 달한다. 따라서 도보로 걷기에는 힘들기에 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같은 버스를 탄 관광객들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찬탄을 질러댔다. 그것도 그럴 것이 산이 물 표면에 그대로 비춰지기도 하고, 비취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물 색깔의 오묘함에 홀리듯 빨려들게 된다. 예로부터 장족들이 신산성수神山聖水라 불러 왔다는데 그 이유를 짐작할 것 같다. 구채구 내에는 크고 작은 호수들이 114개, 호수 사이에 17개의 폭포군, 11개의 급류, 5곳의 트래버틴(석회암의 일종) 모래톱이 서로 연결돼 있다. 호수는 이름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있는데 명칭이 있는 호수는 보통 오화해, 경해, 장해와 같이 바다海라 명명된다. 구채구에 관한 전설에는 로맨틱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옥낙색모라는 여신이 있었는데 달과라는 남자신이 그녀를 사모했다. 한 번은 달과가 여신에게 바다를 볼 수 있는 보물거울을 선사했는데 갑자기 달려든 마귀에 놀라 거울을 떨어뜨렸다. 그 거울 조각이 인간세상에 떨어져 보석처럼 산 곳곳에 박히게 됐는데 그것이 구채구의 호수가 됐다는 것이다. 구채구의 하이라이트, 오화해·장해 구채구는 면적이 720km2 달하는 만큼 관광객이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 모두를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성수기에는 가이드도 압사당할 뻔했다고 할 만큼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기에 여유로운 사진 촬영도 어렵다. 따라서 미리 몇 곳을 정해 놓고 집중해 보는 편이 낫다. 추천하는 곳은 오화해五花海와 장해長海다. Y자 계곡의 오른쪽(일측구) 상류 부분에 있는 오화해는 꽃처럼 아름다운 다섯 가지 색이 비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만큼 구채구 호수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인데 에메랄드색과 남색, 녹색 등이 서로 교차하고 영롱한 빛을 발해 눈을 어지럽힌다. 이런 신비한 색감은 석회암 지형 때문인데, 물에 석회질이 많아 색깔이 옥색으로 비치는 것에 더해 주변 산의 전경, 태양의 움직임 등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한다. 호수 속에는 이미 오래된 나무가 유유자적하게 잠겨 있는데 신기하게도 썩지 않는다고 한다. 지질 특성상 석회 성분이 고착돼 그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들이 어우러진 오화해는 말 그대로 선경이라 부를 만큼 감동이 살아 숨쉰다. 오화해 위로는 팬더바다라는 뜻의 웅묘해熊猫海가, 아래로는 경내에서 가장 웅장하며 진주가 흐르는 듯 아름답다는 진주탄폭포珍珠灘瀑布가 있는 만큼 천천히 유람하듯 즐기는 것도 좋다. 식사 후 버스를 타고 구채구에서 제일 높은 호수인 장해로 향했다. 장해는 백두산보다 높은 해발 3,101m에 있고 길이는 약 4.3km에 달한다. 유람선이라도 뜰 것 같은 긴 물결이 호수임에도 시야를 탁 트이게 만든다. 이곳을 한 바퀴 둘러보면 마치 중식도로 산을 뭉텅뭉텅 베어낸 듯한 노르웨이의 피오르드fjord와 흡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구채구라는 계곡 하나에서 동양과 유럽의 매력을 아우르는 풍경이 숨쉬는 것이 참으로 신기할 뿐이다. 장해 아래 쪽으로 걸어 내려가면 역시 물 색깔이 곱디고운 오채지五彩池에 닿는다. 1 석회질 성분 때문에 이곳에 잠긴 나무들은 썩지 않고 형태를 유지한다 2 웅장한 풍경을 자랑하는 장해. 이름답게 사진에 보이는 장면이 전체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3 구채구 장족문화촌에서는 장족의 문화와 전통을 만끽하며 쇼핑도 겸할 수 있다 4 장족문화촌에서 전통복장을 한 여인이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5 장족은 중국 소수민족 중 유일하게 칼을 차고 다니기에 화를 돋우면 곤란에 처할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오지 속 쇼핑몰, 장족문화촌 구채구 내의 수정채에는 각종 기념품을 파는 장족 마을이 있다. 입구 앞에는 쵸르텐불탑과 룽다風馬가 서 있다. 룽다는 긴 장대에 매단 긴 깃발이고 타르쵸는 정사각형의 기를 이어서 매단 것으로 경문이 가득 쓰여 있다. 진리가 바람을 타고 세상에 전달돼 모두가 해탈하라는 뜻이 담겨져 있는데 해져 사라질 때까지 그대로 둔다고 한다. 입구로 들어가면 타르쵸가 만국기처럼 내걸려 있다. 상점에서 물품을 파는 이들은 모두 장족 전통 복장을 하고서 그들만의 독특한 기념품을 만든다. 티벳문자가 수놓인 천 제품, 스카프, 옥으로 만든 빗, 각종 의류, 거울, 팔찌, 귀걸이 등의 액세서리 등도 만날 수 있다. 상업적인 느낌이 강해 아쉽지만 장족의 고유한 삶도 들여다보고 기념품도 구매할 수 있어 구채구를 찾은 이라면 누구나 즐겨 찾는 곳이다. T clip.가는방법 청두(성도)는 구채구의 관문이다. 인천에서 청두까지는 아시아나항공, 중국국제항공, 사천항공 등이 운항 중이며 약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청두에서 구황공항까지는 비행기로 45분 걸리지만 육로로는 10시간도 소요될 수 있다. 그만큼 비행기 이용객이 많은데 문제는 날씨가 워낙 오락가락하는 탓에 비행기 연착이 흔하디 흔하게 일어난다는 것. 기자는 3시간 넘게 청두 공항 의자에 누워서 기다려야 했다. 상품 문의 하나투어 02-2127-1951 Travel tip. 구채구는 산에 단풍이 들고 물이 많은 가을이 성수기다. 단, 10월에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가득 차서 주변 호텔 가격도 비싸고, 관광할 때 인도를 걷기도 힘들 만큼 붐비니 9월이 가장 적당하다 구채구 내에서 버스 이용할 때는 앉은 자리가 풍경 감상의 핵심이다. 입구에서 상행선 버스를 탈 경우 왼쪽이, Y자 교차로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는 일측구에서는 오른쪽에 앉으면 이동하면서 멋진 장면을 만끽할 수 있다. 고산병은 평소 건강상태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니 자만은 금물. 일단 고산병 증세가 생기면 하산만이 해결책이다. 약을 준비하는 등 미리 조처하고 대비하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