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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즈로 물드는 자라섬의 가을

    재즈로 물드는 자라섬의 가을

    올해도 어김없이 자라섬의 가을밤을 재즈 선율이 물들인다. 국내 대표 재즈 페스티벌인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 오는 9일부터 사흘 동안 자라섬을 비롯한 경기 가평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12회째다. 자연과 재즈를 동시에 음미할 수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해마다 연인원 20만명 이상이 찾는 페스티벌이다. 오픈 밴드를 포함해 모두 27개국 100팀 628명의 음악인이 무대에 오른다. 재즈가 차츰 저변을 넓혀 가고 있기는 하나 대중적인 기반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일반 음악 팬이나 재즈 초보자라면 관록의 퓨전 재즈밴드 스파이로 자이라의 무대가 문턱이 낮을 법하다. 팝 성향의 이 밴드 음악은 CF에도 자주 등장해 친숙함을 더한다. 카메룬 출신으로, ‘아프리카 스팅’이라 불리는 베이시스트 리처드 보나의 흥겨운 무대도 재즈와의 첫 만남에는 제격이다. 러시아 색소폰 연주자 이고르 부트만이 이끄는 모스크바 재즈 오케스트라의 무대는 빅밴드의 뜨겁고 풍성한 사운드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마니아라면 독일에서 온 클라우스 돌딩거의 무대가 설레일 법하다. 이번이 첫 내한이다. 독일 최초의 재즈 뮤지션으로 평가받는 돌딩거가 1971년 결성한 퓨전 밴드 패스포트는 현재 독일 재즈계를 이끄는 수많은 아티스트를 배출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트럼페터 파올로 프레수, 쿠바 출신 피아노 시인 오마르 소사, 인도의 타악기 장인 트릴로크 구르투가 뭉친 트리오 앙상블 무대도 마니아의 귀를 사로잡을 듯하다. 스카 밴드 킹스턴 루디스카, 실력파 드러머 한웅원이 이끌고 베이시스트 서영도 등이 함께하는 한웅원 밴드, 국악과 록을 기반으로 한 크로스오버 밴드 잠비나이 등 한국 음악인들의 공연도 빼놓을 수 없다. 모두 12개 스테이지에서 공연이 진행된다. 이 가운데 재즈아일랜드, 파티스테이지의 공연은 유료이며 나머지 스테이지 공연은 모두 무료다. (031)581-2813~4.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정예화한다면서 병사 수 감축엔 인색한 軍

    [밀리터리 인사이드] 정예화한다면서 병사 수 감축엔 인색한 軍

    우리 군의 총 병력은 63만 명입니다. 세계 군사력 비교사이트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 기준으로 정규군 수는 중국(233만명), 미국(140만명), 인도(132만명), 러시아(76만명), 북한(69만명)에 이어 6위입니다.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닙니다. 다만, 국방부는 북한군 정규군 수를 120만명으로 추정해 차이가 있습니다. GFP는 북한이 발표한 수치에 근거해 병력 수를 분석했고, 우리 군은 자체적으로 병력 규모를 추산했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가운데 군사 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중국은 대대적인 병력 감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인민해방군 병력을 30만명 감축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미국도 49만명인 육군 병력을 2019년까지 42만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입니다. 미국은 2000년대 초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57만명 수준이었던 육군 병력을 지속적으로 줄였습니다. 군사 강국인 두 나라가 병력을 줄이는 이유는 결국 ‘예산’ 때문입니다. 미국은 군비 축소를 위한 시퀘스터(자동 예산감축)에 의해, 중국은 ‘평화’를 외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건비를 줄여 군 현대화를 추진하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군은 어떨까요. ●국방개혁법, 병력 줄이고 간부 40%로 확충 목표 우리 정부는 이미 2006년 제정한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국방개혁법)에 따라 병력 감축을 추진해왔습니다. 2~3년 주기로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군 구조를 정예화하기 위해 병사는 줄이고 간부 비중은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2006년 기본계획에서는 2020년까지 정규군 규모를 68만명에서 50만명 수준으로 줄이고 간부 비율을 40%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법에 따르면 우리 군은 점진적으로 병력을 줄여야 합니다. 당시 계획대로라면 올해 병력은 56만명이 돼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병력은 63만명으로, 10년 동안 병력 감축 규모는 5만명에 그쳤습니다. 한 해 평균 5000명을 줄인 셈입니다. 정부는 2012년 ‘2012~2030년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통해 다시 정규군 규모를 2022년까지 52만 2000명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계획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하지만 올해 6월 국방부는 돌연 ‘국방개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감축 목표 시기를 2030년으로, 병력 규모는 50만명으로 조정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개정안에서 국방개혁법상 명시된 ‘단계별 목표수준’이라는 문구도 삭제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병력 감축 목표 시기는 최초 계획에서 10년 늘어나고, 점진적으로 병력을 감축할 필요성도 사라집니다. 간부 비율을 40%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도 2030년까지로 미뤘습니다. 국방부는 법률 개정 근거로 “2006년 마련한 2020 국방개혁 기본계획 수립 당시에 예측했던 가정과 달리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지속되고, 국가재정지원이 축소되는 등 최초의 가정이 충족되지 않았다”면서 “병력 구조 개혁에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위협을 거론했지만, 핵심 이유는 예산이 부족해 앞으로 큰 폭으로 간부를 늘리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수정하는 것도 모자라 군이 직접 법까지 바꿀 정도로 다급하게 나선 이유는 뭘까요. 그것은 국방개혁법을 시행하면서 벌어진 모순된 상황 때문입니다. ●부사관 정원 늘리다 인건비 압박 가중 많은 분들은 전체 병력 규모를 줄이면 인건비도 당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현재의 계획 상으로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거창한 ‘군 정예화’ 구호를 내걸었지만 오히려 군의 인건비 부담을 높이는 화살로 되돌아왔습니다. 병사수 감축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간부는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인건비가 급증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국방개혁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진행형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군은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따라 육군을 중심으로 부사관 수를 크게 늘렸습니다. 부사관도 장교처럼 간부의 범주에 넣어 전체 간부비율을 늘린다는 포석이었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육군 부사관 정원은 꾸준히 증가해 올해 기준으로 7만 7000명에 달합니다. 여기에 해군 1만 7000명, 공군 1만 9000명, 해병대 6000명을 합해 총 부사관 정원은 11만 9000명이 됐습니다. 특히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이후 대비태세 강화에 따른 육군 하사 충원율이 급증해 육군 부사관 인건비만 해마다 1000억원 이상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2년 1154억원, 2013년 1597억원, 지난해는 1294억원이 부족해 다른 예산에서 끌어다 썼습니다. 지난해 마련한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따른다면 장교와 준사관 정원 7만명은 큰 변화없이 유지하는 대신 부사관 정원은 2022년까지 3만 3000명을 더 늘려 15만 2000명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올해 새로 입법예고한 국방개혁법 개정안을 따른다고 해도 현재 부사관 정원에서 1만 1000명 늘려 13만명을 채워야 합니다. 하사로 5년 이상 근무하면 중사로, 중사로 11년 이상 근무하면 상사로 근속진급하기 때문에 앞으로 장기 복무 부사관이 늘어나면 인건비 부담은 더욱 커질 겁니다. 국회는 국방부가 해마다 예산 편성 인원을 넘겨 부사관 충원을 과도하게 하고 있다고 보고 예산 전용 실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군 인사법에 따르면 근속진급한 인원은 진급 전 계급 정원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만약 상사와 중사가 각각 1명씩 근속진급했다면 중사와 하사 정원을 각각 1명씩 줄여야 하는데 법을 따르지 않은 사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난해 육군 상사 실제 인원(1만 5378명)이 예산편성 인원과 정원(1만 3479명)을 넘어서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군은 앞으로 계급 적체를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원사 위에 ‘선임원사’ 계급을 추가할 예정이어서 연간 300억원의 인건비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기준으로 병사 1인당 연간 유지비는 봉급과 급식비, 피복비를 합해 약 500만원입니다. 반면 부사관 연간 보수는 지난해 기준(2014 국방백서)으로 각종 수당과 복리후생비를 합해 하사가 평균 2300만원, 원사가 7000만원입니다. 부사관을 늘릴 수록 인건비 압박이 심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올해 총 병력 운영비는 15조 6000억원으로 전체 국방 예산의 41.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급여 관련 비용이 10조 8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부사관 급여(5조원)는 이미 장교 급여(4조원)와 병사 급여(8000억원)를 합한 것보다 많습니다. 이것은 순수한 급여만 들여다 본 것입니다. 1974년부터 국가 재정으로 지원하고 있는 군인연금의 총 누적적자가 지난해 14조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군인연금 재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입영 적체로 당장 병사 수 감축도 어려워 군 구조를 정예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예산 상황에 맞게 치밀한 계획에 따라 법을 마련하고 제도를 시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습니다. 부사관과는 반대로 병사 수는 큰 폭으로 줄여야 하지만 당분간 줄이고 싶어도 인위적으로 줄일 수 없는 상황에까지 놓였습니다. 국방부가 올해 내놓은 국방개혁법 개정안에 따르면 병사 수는 현재의 44만명에서 2030년까지 30만명으로, 지난해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2년까지 30만명으로 감축해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입영 적체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병력 감축은 커녕 오히려 입대 인원을 크게 늘려야 할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미 병무청이 6년 전부터 예상했던 것이지만 문제가 커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입니다. 한국국방연구원에 따르면 징병검사에서 현역판정을 받았지만 군대에 가지 못한 인원은 올해 5만 20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사회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입영 적체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2022년에는 입영 적체 누적 인원이 무려 21만 3000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습니다. 입대 연령인 1991~1995년 남성 출생자가 이전 출생자보다 많은데다 경기 침체로 청년실업률이 높아져 군 입대를 선택하는 남성이 급증했습니다.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육·해·공군과 해병대 입대 지원자 누적인원은 63만 427명이었지만 실제 입대한 사람은 8만 4224명에 그쳤습니다. 입대 경쟁률로 보면 7.5대 1이나 됩니다. 특히 특기병 가운데 음향장비 운용·정비 특기는 6명 모집에 288명이 몰려 경쟁률이 기업 입사 경쟁률로 봐도 무방할 정도인 48 대 1에 달했습니다. 또 사진운용·정비(41 대 1), 포병탐지레이더(36 대 1), 야전공병(34 대 1), 전자전장비 정비(31 대 1), 항공통신전자 정비(29 대 1) 등의 경쟁률도 높았습니다. “원하는 부대에 가려면 재수는 기본이고 삼수까지도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병무민원상담소에는 “군대 보내달라”는 민원 전화가 하루 1만 5000여통에 달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획재정부 예측 시나리오에 따르면 병사들의 봉급은 올해부터 2019년까지 25% 가량 인상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장교나 부사관 인건비와 비교하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은 병사 인건비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군 구조 개혁을 제대로 진행하지도 못했는데 인건비 압박만 커지는 형국입니다. 국방개혁법을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법에서 말하는 ‘국방개혁’은 ‘정보·과학 기술을 토대로 국군 조직의 능률성·경제성·미래지향성을 강화해 나가는 지속적인 과정으로서 전반적인 국방운영체제를 개선·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또 ‘정부의 의무’로 ‘필요한 인원을 최적화 수준을 유지하도록 충원·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이것은 비대해진 군 조직을 슬림화하고 첨단 무기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인력을 운용하라는 것입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밀리터리 인사이드는 핫한 아이템을 가지고 매주 화요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시려면 아래 리스트를 보세요. (21)당황하셨어요? ‘서울 불바다’ 통하지 않는 이유 (22)인천상륙작전 D-1 ‘장사상륙작전’ 아시나요 (23)군 가산점 논쟁 속에 꼬여버린 ‘전역자 예우’ (24)‘방위사업 비리 대책’ 이면에 숨겨진 진실 (25)KTX도 못 타는 ‘병사 휴가비’를 해부했습니다
  • 위안부 피해 알제리에 알린다

    위안부 피해 알제리에 알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알리는 한국 만화전 ‘지지 않는 꽃’이 6일부터 닷새 동안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열린다. 아프리카 최대 만화 행사인 ‘알제리 국제만화축제’를 통해서다. ‘지지 않는 꽃’의 해외 전시는 지난해 2월 프랑스 앙굴렘을 시작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중국 광저우에 이어 네 번째다. 이번 전시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알제리 측으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아 성사됐다. 지난해 이 축제에서 선보였던 우리 만화 작품 몇몇이 현지에서 호응을 얻어 한국만화특별전을 열게 된 것이다. ‘지지 않는 꽃’ 전시는 알제리 수도 알제의 리아드 엘 페스 광장에서 진행되는 특별전 중 하나다. 프랑스 만화권인 알제리는 아프리카 만화 종주국으로 거듭나고 있어 이번 전시는 문화 교류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지 않는 꽃’ 전시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주제로 한 작품 21편과 영상 5편이 선보인다. 각각 ‘무제’ ‘그래도 희망을’ ‘83’을 출품한 김형배, 김신, 신지수 작가가 현지 만화 팬을 대상으로 사인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 만화 100년사 및 웹툰의 성장 과정과 원소스멀티유스 사례 등을 담은 ‘한국 웹툰전’도 특별전의 하나로 꾸려져 우리 만화의 우수성을 아프리카에 알리게 된다. 오재록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은 “이번 특별전 개최를 통해 우리 만화를 세계에 더욱 널리 알리고 축제에 참석한 해외 만화 기관 및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해외 진출 기반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알제리 국제만화축제는 아프리카 문화 활성화를 위해 알제리 문화부가 해마다 10월에 개최하는 국가적인 행사다. 올해 8회째로, 아프리카와 유럽 지역 만화가 200여명이 참석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지지 않는 꽃’ 아프리카에 피다

    ‘지지 않는 꽃’ 아프리카에 피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알리는 한국 만화전 ‘지지 않는 꽃’이 6일부터 닷새 동안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열린다. 아프리카 최대 만화 행사인 ‘알제리 국제만화축제’를 통해서다. ‘지지 않는 꽃’의 해외 전시는 지난해 2월 프랑스 앙굴렘을 시작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중국 광저우에 이어 네 번째다.  이번 전시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알제리 측으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아 성사됐다. 지난해 이 축제에서 선보였던 우리 만화 작품 몇몇이 현지에서 호응을 얻어 한국만화특별전을 열게 된 것이다. ‘지지 않는 꽃’ 전시는 알제리 수도 알제의 리아드 엘 페스 광장에서 진행되는 특별전 중 하나다. 프랑스 만화권인 알제리는 아프리카 만화 종주국으로 거듭나고 있어 이번 전시는 문화 교류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지 않는 꽃’ 전시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주제로 한 작품 21편과 영상 5편이 선보인다. 각각 ‘무제’ ‘그래도 희망을’ ‘83’을 출품한 김형배, 김신, 신지수 작가가 현지 만화 팬을 대상으로 사인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 만화 100년사 및 웹툰의 성장 과정과 원소스멀티유스 사례 등을 담은 ‘한국 웹툰전’도 특별전의 하나로 꾸려져 우리 만화의 우수성을 아프리카에 알리게 된다.  오재록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은 “이번 특별전 개최를 통해 우리 만화를 세계에 더욱 널리 알리고 축제에 참석한 해외 만화 기관 및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해외 진출 기반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알제리 국제만화축제는 아프리카 문화 활성화를 위해 알제리 문화부가 해마다 10월에 개최하는 국가적인 행사다. 올해 8회째로, 아프리카와 유럽 지역 만화가 200여명이 참석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한국 치킨집 3만 6천곳, “전 세계 맥도날드보다 많아”… “자영업의 현실이 그대로”

    한국 치킨집 3만 6천곳, “전 세계 맥도날드보다 많아”… “자영업의 현실이 그대로”

    한국 치킨집 3만 6천곳, “전 세계 맥도날드보다 많아”… “자영업의 현실이 그대로” 한국 치킨집 3만 6천곳 한국의 치킨집이 해마다 늘어나 전 세계의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 화제다. 5일 통계청 프랜차이즈 통계(16개 업종)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치킨전문점 수는 2만 2529개로 편의점(2만 5039개)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이 집계한 치킨전문점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점으로 등록된 상표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프랜차이즈 형태가 아닌 개인사업자를 포함하면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치킨전문점은 원래 표준산업분류상 피자·햄버거와 함께 하나의 항목군으로 분류됐지만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지금은 치킨집만 따로 떼어내 집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뿐만 아니라 주판매 품목이 치킨이면서 호프집 등 타업종을 병행하는 곳까지 합치면 치킨집은 3만개를 훌쩍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지난 2013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치킨전문점수는 10년간 연평균 9.5% 늘어나 약 3만 6000개에 달한다. 특히 이같은 수치는 맥도날드의 전 세계 매장 수(3만 5429개·2013년 기준)보다 많은 것이다. 한국에서 치킨집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가 은퇴 후 생계형 창업으로 치킨전문점을 많이 선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폐업률 역시 치킨집이나 커피전문점 등 음식점이 전체의 22.0%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자영업의 그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자라섬에는 재즈가 산다

    자라섬에는 재즈가 산다

     올해도 어김없이 자라섬의 가을밤을 재즈 선율이 물들인다.  국내 대표 재즈 페스티벌인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 오는 9일부터 사흘 동안 자라섬을 비롯한 경기 가평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12회째다.  자연과 재즈를 동시에 음미할 수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해마다 연인원 20만명 이상이 찾는 페스티벌이다. 오픈 밴드를 포함해 모두 27개국 100팀 628명의 음악인이 무대에 오른다. 재즈가 차츰 저변을 넓혀 가고 있기는 하나 대중적인 기반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일반 음악 팬이나 재즈 초보자라면 관록의 퓨전 재즈밴드 스파이로 자이라의 무대가 문턱이 낮을 법하다. 팝 성향의 이 밴드 음악은 CF에도 자주 등장해 친숙함을 더한다. 카메룬 출신으로, ‘아프리카 스팅’이라 불리는 베이시스트 리처드 보나의 흥겨운 무대도 재즈와의 첫 만남에는 제격이다. 러시아 색소폰 연주자 이고르 부트만이 이끄는 모스크바 재즈 오케스트라의 무대는 빅밴드의 뜨겁고 풍성한 사운드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마니아라면 독일에서 온 클라우스 돌딩거의 무대가 설레일 법하다. 이번이 첫 내한이다. 독일 최초의 재즈 뮤지션으로 평가받는 돌딩거가 1971년 결성한 퓨전 밴드 패스포트는 현재 독일 재즈계를 이끄는 수많은 아티스트를 배출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트럼페터 파올로 프레수, 쿠바 출신 피아노 시인 오마르 소사, 인도의 타악기 장인 트릴로크 구르투가 뭉친 트리오 앙상블 무대도 마니아의 귀를 사로잡을 듯하다.  스카 밴드 킹스턴 루디스카, 실력파 드러머 한웅원이 이끌고 베이시스트 서영도 등이 함께하는 한웅원 밴드, 국악과 록을 기반으로 한 크로스오버 밴드 잠비나이 등 한국 음악인들의 공연도 빼놓을 수 없다.  모두 12개 스테이지에서 공연이 진행된다. 이 가운데 재즈아일랜드, 파티스테이지의 공연은 유료이며 나머지 스테이지 공연은 모두 무료다. (031)581-2813~4.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한국 치킨집 3만 6천곳, “전 세계 맥도날드보다 많아”…폐업률도 1위

    한국 치킨집 3만 6천곳, “전 세계 맥도날드보다 많아”…폐업률도 1위

    한국 치킨집 3만 6천곳, “전 세계 맥도날드보다 많아”…폐업률도 1위 한국 치킨집 3만 6천곳 한국의 치킨집이 해마다 늘어나 전 세계의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 화제다. 5일 통계청 프랜차이즈 통계(16개 업종)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치킨전문점 수는 2만 2529개로 편의점(2만 5039개)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이 집계한 치킨전문점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점으로 등록된 상표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프랜차이즈 형태가 아닌 개인사업자를 포함하면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치킨전문점은 원래 표준산업분류상 피자·햄버거와 함께 하나의 항목군으로 분류됐지만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지금은 치킨집만 따로 떼어내 집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뿐만 아니라 주판매 품목이 치킨이면서 호프집 등 타업종을 병행하는 곳까지 합치면 치킨집은 3만개를 훌쩍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지난 2013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치킨전문점수는 10년간 연평균 9.5% 늘어나 약 3만 6000개에 달한다. 특히 이같은 수치는 맥도날드의 전 세계 매장 수(3만 5429개·2013년 기준)보다 많은 것이다. 한국에서 치킨집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가 은퇴 후 생계형 창업으로 치킨전문점을 많이 선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폐업률 역시 치킨집이나 커피전문점 등 음식점이 전체의 22.0%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자영업의 그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국 치킨집 3만6천곳, 한국인의 치킨 사랑? ‘폐업률도 1위’ 이유 보니

    한국 치킨집 3만6천곳, 한국인의 치킨 사랑? ‘폐업률도 1위’ 이유 보니

    한국 치킨집 3만6천곳, 맥도날드 전 세계 매장수보다 많다? 우후죽순 늘어난 이유보니 ‘한국 치킨집 3만6천곳’ 한국의치킨집이 해마다 늘어나 전 세계의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5일 통계청 프랜차이즈 통계(16개 업종)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치킨전문점 수는 2만 2529개로 편의점(2만 5039개)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집계한 치킨전문점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점으로 등록된 상표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프랜차이즈 형태가 아닌 개인사업자를 포함하면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프랜차이즈 뿐만 아니라 주판매 품목이 치킨이면서 호프집 등 타업종을 병행하는 곳까지 합치면 치킨집은 3만개를 훌쩍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치킨전문점은 원래 표준산업분류상 피자·햄버거와 함께 하나의 항목군으로 분류됐지만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지금은 치킨집만 따로 떼어내 집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지난 2013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치킨전문점수는 10년간 연평균 9.5% 늘어나 약 3만 6000개에 달한다. 특히 이같은 수치에 따르면, 한국의 치킨집은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의 전 세계 매장 수(3만5천429개·2013년)보다도 많다. 한국에서 치킨집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가 은퇴 후 생계형 창업으로 치킨전문점을 많이 선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폐업률 역시 치킨집이나 커피전문점 등 음식점이 전체의 22.0%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서울신문DB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사설] ‘철밥통’ 깰 공직 인사혁신을 기대한다

    공무원들이 스스로 ‘철밥통’을 깨 보겠다는 정책을 그제 내놓았다. 철저히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인사관리를 하겠다는 요지다. 인사혁신처는 상벌제도를 엄격히 적용해 ‘공무원=철밥통’의 이미지를 깨겠다고 발표했다. 방안대로라면 내년부터는 업무 성과가 미흡한 고위 공무원은 해임이 될 수도 있다. 인사혁신처의 의지는 강력해 보인다. 올해 말까지 관련 규정을 개정해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한다. 공무(公務)의 효율과 공직사회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철저한 성과 관리는 필수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공무원들은 귀 닫고 눈 감고 ‘마이 웨이’한다는 편견이 뿌리 깊다. 일을 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이런 사정에서는 공직사회 개혁을 백날 외쳐 봤자 헛일이다. 연공서열과 온정주의를 떨치겠다는 이번 방안은 그래서 일단 반갑다. 저성과 공무원 퇴출 방안은 실·국장급 고위공무원단에 우선 적용하겠다고 한다. 이들 중 성과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두 번 받거나, 최하위 등급을 한 번 받고 6개월 이상 무보직이거나, 무보직 기간이 1년 이상이면 적격심사를 받는다. 부적격자로 최종 판단되면 소속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직권 면직할 수 있다. 일반 기업체의 해고에 해당하는 징계다. 부처 장관의 결정권도 강화된다. 소속 공무원의 업무 역량이 떨어지거나 근무 태도에 문제가 있으면 장관은 일정 기간 무보직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실무직 공무원들도 강화된 성과 관리 제도를 적용받는다. 최하위 등급을 받으면 6개월간 호봉 승급을 제한받는 식이다. 마음먹은 대로 제도가 굴러간다면 공직사회를 보는 국민의 눈부터 달라질 것이다. ‘철밥통’ 소리를 듣지 않으니 공무원들은 또 얼마나 자긍심이 높아지겠는가. 문제는 벌써부터 내부 분위기가 심상찮다는 사실이다. 최하위 등급을 받는 근거가 애매하다는 불만이 당장 터져 나온다. 방안대로라면 예산을 낭비한 정책을 추진했거나 업무 태도 등에 문제가 있으면 꼴찌 등급을 받는다. 이렇게 되자 “정책 실패를 책임지라고 하면 더 복지부동할 것”이라거나 “근무 태도의 평가 기준이 분명하지 않으면 줄 세우기가 극성일 것”이라는 등의 의심과 걱정이 많다. 시작도 하기 전에 회의론이 터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일을 못하면 퇴출시키겠다고 공직사회가 스스로 장담한 게 처음이 아닌 까닭이다. 2006년 3급 이상 공무원들을 계급장 떼고 고위공무원단으로 묶어 업무성과 경쟁을 시켰지만 별 소득이 없다. 성과 없는 고위 공무원은 퇴출시킬 수 있는 제도다. 그런데도 지금껏 면직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중앙 부처 고위 공무원은 1500여명이다. 성과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는 이도 해마다 둘셋뿐이다. 능력 평가로 철밥통을 깨려면 무엇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잣대가 먼저다. 모두 뒷말 없이 승복시킬 수 있는 평가기준도 없으면서 무능 공직자 퇴출을 말하는 것은 또 말짱 거짓이다. 성과상여금 제도만 해도 시행 14년이 지나고도 평가의 공정성 시비가 여전한 판이다. 이번만큼은 정부가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 노비 비석부터 천연기념물 숲까지… 옛이야기 따라 도는 전남 함평 한 바퀴

    노비 비석부터 천연기념물 숲까지… 옛이야기 따라 도는 전남 함평 한 바퀴

    시골 어느 마을이건 옛이야기 한 자락 전해오지 않는 곳은 없을 겁니다. 대개 이야기의 얼개나 결말 등이 비슷한 경우가 많은데 전남 함평은 좀 다르더군요. 마을 곳곳마다 무슨 이야기들이 그리 많던지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여전히 습속으로 이어지고, 이야기 담긴 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마을도 있었습니다. 함평은 그렇게 전설 따라 돌아야 제맛인 듯합니다. 노비에게 제를 올린다? 해보면 모평마을을 먼저 찾는다. 함평 북쪽에서 아래로 훑어 내려가자는 뜻이다. 파평 윤씨 집성촌인 마을에 들면 수벽사가 먼저 객을 맞는다. 여진족을 몰아내고 동북9성을 쌓은 고려 장수 윤관(1040∼1111)을 모신 사당이다. 그 옆 제각에는 열녀비가 있다. 정유재란 때 남편이 왜병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막으려다 목숨을 잃은 신천 강씨를 기리는 비다. 더 흥미로운 건 제각 옆의 이끼 낀 비석이다. 키 작고 볼품도 없지만 사연은 절절하다. 신천 강씨 부부가 죽고 어린 아들만 남자 충노(忠奴) 도생과 충비(忠婢) 사월 부부는 주인의 아들을 보살피고 키워 과거급제까지 시켰다. 아들은 노비 부부의 비를 세우라 유언을 남겼고, 파평 윤씨 문중에서는 여태껏 노비에게 제를 올려주고 있다고 한다. 모평마을은 한때 고택촌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함평 하면 모평마을을 연상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다소 적막한 느낌마저 든다. 그래도 둘러볼 곳은 여전히 많다. 천년 세월을 넘어선 안샘과 산비탈에 고즈넉하게 터를 잡은 고택 영양재, 귀령재 등이 마을의 명물. 해보천을 따라 인공방풍림도 조성돼 있다. 느티나무와 팽나무, 왕버들이 군락을 이룬 숲이다. 저물녘이면 해보천 위로 물안개가 흐르고 늙은 나무들 사이로 해가 진다.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굽어보는 모습도 멋들어지다. 영양재에 오르면 저만치 해보천이 반짝이고 마을 숲과 어우러진 임곡정이 도드라진다. 조선시대 천석꾼의 집이었다는 김오열 가옥과 파평 윤씨 제실인 임천정사도 멋스럽다. 영양재 옆으로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마을 뒤를 돌아가는 숲치고는 제법 깊다. 오죽(烏竹)군락지와 야생죽로차밭, 편백나무, 왕대나무, 조릿대 숲을 줄줄이 지나 마을 뒤편 정자로 이어진다. 천년간 마르지 않은 샘! 마을에서 가장 이름난 집은 모평헌(牟平軒)이다. 바닷물에 7년 동안 담근 후 15년 동안 건조시킨 소나무로 지었다는데, 견뎌낸 세월이 100년을 훌쩍 넘어선다. 집 앞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천년샘물’ 안샘이 있다. 옛 관아의 우물로 사용됐던 샘인데, 조성된 지 10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여태 한번도 마르지 않았다는 샘물은 임천산의 대나무와 야생차 수액이 흘러들어 물맛 좋기로 소문 났다. 모평마을에서 밀재가 멀지 않다. 영광과 경계를 이루는 고갯마루로, 근동의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새벽녘이면 옅은 안개와 어우러져 인상적인 해돋이 장면이 펼쳐진다. 밀재휴게소에서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용천사도 가깝다. 가을이면 꽃무릇이 무리지어 피는 절집이다. 지금 꽃무릇은 끝물이고 맨드라미 등 가을꽃들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대전리 수문마을로 넘어간다. 함평만에 접한 갯마을로 일년에 한 번 열어보는 물항아리가 있는 마을이다. 마을의 들머리는 ‘옷밥골재’다. 마을 할머니가 일러주는 고개의 유래가 기막히다. “여그가 땅도 좋고 물도 걸어. 긍께 숭년(흉년) 걱정이 없고 옷도 밥도 절로 난다 그말이여.” 이런 유래를 한자로 단순하게 표현하자니 식의동(食衣洞)이란 멋대가리 없는 이름이 되고 만다. 항아리는 고개 넘어 파출소 앞에 묻혀 있다. 각각 상촌, 중촌, 하촌이라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고, 그 아래 물항아리가 묻혀 있다. 액운을 막기 위한 조치인데, 사연은 이렇다. ‘불맥이제’ 유래는… 옛날 한 스님이 적당한 절터를 찾다 옷밥골재 아래 펼쳐진 마을을 보게 됐다. 첫눈에 명당 자리를 알아본 스님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으나 곧 앞산 자락에 화귀(火鬼)가 서려 있는 걸 확인하고는 탄식하며 돌아가려 했다. 이때 마을사람들이 스님에게 화를 막을 방법을 물었고, 스님은 “산마루에 커다란 항아리를 묻고, 바닷물과 우물물을 반반씩 넣은 뒤 무덤처럼 해두었다가 불이 나거든 열어 보라”고 일러줬다. 주민들은 스님의 주문대로 항아리 세 개를 묻고 물을 채운 뒤 일년을 기다렸다가 매년 2월 초하루에 뚜껑을 열었다. 이게 ‘불맥이제’의 시작이다. 해마다 같은 날 같은 양의 물을 넣어두는데도 막상 뚜껑을 열면 항아리마다 물의 높낮이가 다르다고 한다. 이때 수위가 가장 낮은 마을이 그해 각별히 조심한다는 의미에서 ‘불맥이’를 연다는 것이다. 이 습속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 천연기념물에 담긴 이야기도 전해온다. 대동면 향교리에 있는 ‘느티나무·팽나무·개서어나무 숲’으로 천연기념물 제108호다. 숲에 얽힌 사연은 이렇다. 향교리는 이름 그대로 향교가 있는 마을이자 대동면 소재지다. 왕을 모실 만한 명당터라 알려져 욕심 내는 이들이 많았으나 공자를 모시는 향교가 앉아야 지기(地氣)에 맞다 해서 향교가 들어섰다고 한다. 한데 향교터 남쪽의 신흥동 뒷산이 화국형(火局形)인 것이 문제였다. 풍수사들은 화국을 누르려면 수국(水局)을 만들어야 한다며 향교와 화산 사이에 숲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일대에 팽나무, 느티나무 등 수림 조성에 적합한 나무가 많아 이를 향교 앞에 옮겨 심었다. 이처럼 길가나 도로변에 줄처럼 길게 심어져 가로수 역할을 하는 나무들을 줄나무라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줄나무는 무안 청천리 줄나무와 함평 등 두 곳밖에 없다고 한다. 지금도 향교와 신흥동 사이 300여m에 걸쳐 40여 그루의 늙은 나무가 남아 있다. 숲그늘이 제법 깊어 쉬어가기 딱 좋다. 효녀전설 빠지면 아쉽지~ 이 밖에 대동면 덕산리의 수호신인 ‘아차동 미륵할머니’, 물레방앗간 집 딸 돈내가 마을과 부모를 위해 몸을 던졌다는 나산면 ‘돈내보’, 효자의 전설이 깃든 신광면 ‘장산들 백비’ 등도 묶어 돌아볼 만하다. 특별한 전설은 없지만 고막천석교(보물 1372호)는 자체로 볼거리다. 고려 때 축조된 다리로 돌을 정교하게 짜맞춘 형태가 퍽 인상적이다. 학교면 고막리에 있다. 저물녘 풍경은 돌머리(石頭) 해변에서 맞는다. 주민들 표현처럼 ‘기가 맥혀 불’ 정도의 해넘이 장면과 마주할 수 있다. 이름이 독특하다. 바다를 향해 뻗어나간 육지의 끝이 바위여서 돌머리란다. 돌부리가 해수명당과 연결돼 있다 해서 광산김씨들이 묏자리를 잡은 곳이기도 하다. 함평만 너머로는 해제반도가 손에 잡힐 듯 다가선다. 글 사진 함평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가는 길:용천사(322-1822), 모평마을(323-8288) 등을 먼저 보겠다면 서해안고속도로 영광 나들목으로 나가는 게 다소 빠르다. 영광읍내에서 22번 국도를 타고 함평 해보면의 해보교차로까지 간 뒤 옛 24번 국도로 접어들면 모평마을 이정표가 나온다. 공주서천고속도로 함평나들목으로 나와 영광 방향 23번 국도, 838번 지방도 순으로 갈 수도 있다. ▶맛집:나비만큼 유명한 것이 함평 소고기다. 한때 전라도 소값을 쥐락펴락했다는 함평 우시장 덕에 한우고기를 싼값에 먹을 수 있다. 금송식육식당(324-5775), 해보면 문장리의 해월축산한우직판장(324-6692) 등이 이름났다. 읍내 함평시장 주변에 음식테마거리가 조성돼 있다. 육회비빔밥으로 이름난 초록식당(322-5287) 등 다양한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잘 곳:모평마을 모평헌(323-6078) 등에서 한옥체험을 할 수 있다. 읍내에 샹젤리제호텔(324-1200) 등 모텔들이 밀집해 있다. 손불면 궁산리 일대는 해수찜으로 유명하다. 게르마늄 성분이 함유된 돌과 삼못초 등 약초를 넣고 소나무 장작으로 가열한 후 해수가 든 탕에 넣어 데워진 물로 찜질한다. 주포해수찜(322-9489), 함평신흥해수찜(322-9487), 신흥해수찜(322-9900) 등이 있다. 오후 5시 이전에 가야 한다.
  • [정현용 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제비뽑기로 군대 가는 나라…군입대 하면 기뻐하는 나라

    [정현용 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제비뽑기로 군대 가는 나라…군입대 하면 기뻐하는 나라

    우리에게 동남아 국가 ‘태국’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관광’일 겁니다. ‘아시아의 진주’로 불리는 푸껫부터 치앙마이, 파타야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춰 전 세계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군사적으로도 나름 주목할 만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세계 군사력 비교 사이트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에 따르면 정규군 30만 6000명(한국 62만명)으로 데이터를 취합한 106개 국가 중 20위(한국 7위)에 랭크돼 있습니다. 한 해 국방 예산은 우리나라의 6분의1 수준인 54억 달러(약 6조 3600억원)입니다. 남과 북이 대치해 팽팽한 긴장감 속에 있는 우리와 비교할 수준은 못 됩니다만, 동남아시아 해군 중 유일하게 항공모함(헬기항모)을 보유하고 있고 F16 전투기도 운용하고 있습니다. 6·25 전쟁 당시 황태자 피스트 디스퐁사-디스쿨 소장을 사령관으로 육군 3650명, 해군 2485명, 공군 45명을 파병했고 T50 고등훈련기를 수입하는 등 우리와는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에는 참 재미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우리와 같은 징병제 국가인데 뭔가 다릅니다. 우리는 군 면제자가 극소수여서 ‘신의 아들’이라고 부르는데 이곳에서는 군대 가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운을 시험해야 한답니다. 군 면제자를 비난할 여지도 전혀 없습니다. 바로 운을 시험하는 과정이 ‘제비뽑기’이기 때문입니다. ●검은색·빨간색 종이… ‘신의 손’이 운명 가른다 제비뽑기로 군대 가는 나라라니. 어찌 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죠.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물의 축제 ‘송끄란 축제’를 앞둔 4월 초 태국 전역이 들썩들썩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제비뽑기가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신체검사는 통과해야 합니다. 가슴이 두근두근하겠지만, 대부분의 남성은 즐거운 표정으로 이 황당한 행사에 참가합니다. 제비뽑기함에 슬쩍 손을 넣고 종이를 하나 쥡니다. 빨간색 종이를 뽑았다면? 당신은 군대를 가야 합니다. 반대로 검은색 종이는 면제라고 하네요. 색상이 있는 종이 대신 작은 글씨가 쓰인 종이나 구슬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아슬아슬할 것 같지만 징집될 확률은 20% 정도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닙니다. 결과는 그 자리에서 통보해 주는데요. 오히려 면제 판정을 받은 이들 가운데 낙담한 이가 적지 않습니다. 반대로 상당수 남성이 징집 대상이 됐다는 얘기에 두 손을 번쩍 들고 기뻐하는데요. 징병 담당자를 부둥켜안기까지 합니다. 우리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인데요. 왜 그럴까요. ●대졸 초임 수준의 대우+ 숙식… 치열한 경쟁 우리나라는 연간 징집 가능 인구가 68만명으로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군대를 가야 합니다만, 태국은 상황이 다릅니다. 태국에서는 남성이 21세가 되면 징집 대상이 됩니다. 인구 6770만명인 태국은 해마다 징집 대상이 되는 남성이 104만명에 달합니다. 군 복무자의 3배가 넘기 때문에 모두가 나라의 부름을 받을 순 없겠죠. 군의 대우도 좋습니다. 태국의 대졸자 초임은 월 1만~1만 2000밧(약 32만~39만원) 수준입니다. 가정을 꾸려 그럭저럭 먹고살 정도가 되는 수입이 1만 5000밧(약 48만원)입니다. 그런데 군에서 숙식을 제공하면서 월 3200~9000밧(약 10만~29만원)을 준다고 하니 솔깃할 수밖에 없겠죠. 병장 기준 17만원을 받는 우리와 비교해도 병사에게는 적지 않은 돈입니다. 아니, 국민소득과 물가를 감안하면 우리보다 몇 배는 더 많이 받는 셈이죠. 빨간색 종이를 뽑고도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럼 자원입대하는 게 낫지 않냐”고 말씀하실 분이 있을 텐데요. 네. 자원입대도 가능합니다. 단, 복무 기간이 짧습니다. 징병되면 2년, 자원입대는 6개월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이들 중에는 차라리 뽑기를 잘해서 더 오랜 기간 군에서 복무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연예인·트랜스젠더도 제비뽑기 예외 없어 그럼 트랜스젠더는 어떨까요. 태국에서는 트랜스젠더를 성 소수자라기보다는 그냥 일반 여성이나 여성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 정도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군 복무를 원할 리는 없겠죠. 그래서 여성으로 살아왔다는 이력을 증명하면 신체검사 과정에서 복무 면제 판정을 받습니다. 2010년까지는 일괄적으로 ‘심리 이상자’로 분류해 군 복무를 하지 않아도 됐는데요. 트랜스젠더 권익 단체가 문제를 제기해 다음해부터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태국은 트랜스젠더를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1형은 외형이 전형적인 남성인 사람, 2형은 가슴 수술을 한 사람, 3형은 성기 수술을 한 사람입니다. 3형만 면제이고 1형과 2형은 징병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성기 수술은 위험이 따를 뿐만 아니라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형과 2형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상당수의 트랜스젠더가 제비뽑기를 해야 하는 것이죠. 결과가 좋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안타깝게 빨간색 종이를 뽑아 군 입대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겠죠. 보통 젊은이들과 달리 수입이 많은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는 군 입대를 바라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제비뽑기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관문입니다. 한국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태국의 원빈’으로 불리는 배우 마리오 마우러도 올해 4월 제비뽑기를 했습니다. 마리오 마우러는 영화 ‘시암의 사랑’, ‘피막’, ‘잔다라 더 비기닝’ 등의 히트작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배우입니다. 뽑기 결과는 검은색 종이였습니다. 팬들은 물론 징병 담당자까지 두 손을 번쩍 들고 기뻐할 정도였죠. 마우러도 살짝살짝 웃음을 내비치긴 했지만 대체로 진지한 자세로 징병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결과를 보고 속으론 기분이 무척 좋았겠죠. 그룹 2PM의 멤버 닉쿤도 제비뽑기로 군 면제 판정을 받았다고 잘못 알려졌는데요. 닉쿤은 2009년 군 지원자가 너무 많이 몰려 추첨을 하기도 전에 면제 판정을 받았습니다. 닉쿤이 참여한 제비뽑기 영상은 실제 뽑기를 촬영하지 못한 현지 매체들이 너무 아쉬운 나머지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것이라고 합니다. ●방송국까지 보유한 軍… 막강한 영향력 태국은 1932년 혁명으로 전제군주 국가에서 영국과 같은 입헌군주제 국가로 탈바꿈했습니다. 하지만 정국은 늘 불안했고, 지금까지 군부 쿠데타만 19번이나 일어났습니다. 군 수뇌부는 이 과정에서 모두가 주목하는 엘리트 집단으로 부상했죠. 군부는 지난해도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 잉락 친나왓 전 총리가 주축인 탁신 일가를 권력의 중심에서 몰아내는 쿠데타를 일으켰고 지난 5월 10개월 만에 계엄령을 해제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방콕 시민들은 “계엄령 때문에 탁신 일가 찬반 시위가 일어나지 않아서 좋았다”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육군참모총장 출신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총선 대신 “국민이 원하면 2년 더 집권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군은 해마다 홍수 피해 복구에 많은 인력을 투입하는 데다 농민 교육과 치안을 담당해 국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태국 육군은 놀랍게도 6대 TV 방송국 가운데 시청률이 높은 방송국 1곳(BBTV CH7)을 직접 소유하고 있는데요. 전국의 200여개 라디오 방송국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합니다. 높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정치인이 될 수 있는 지름길인 육군사관학교의 인기도 어마어마합니다. 올해 육사 예과 입학시험은 200명을 뽑는 데 1만 8000명이 지원해 무려 900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합니다. junghy77@seoul.co.kr
  • 노비 비석부터 천연기념물 숲까지… 옛이야기 따라 도는 전남 함평 한 바퀴

    노비 비석부터 천연기념물 숲까지… 옛이야기 따라 도는 전남 함평 한 바퀴

    시골 어느 마을이건 옛이야기 한 자락 전해오지 않는 곳은 없을 겁니다. 대개 이야기의 얼개나 결말 등이 비슷한 경우가 많은데 전남 함평은 좀 다르더군요. 마을 곳곳마다 무슨 이야기들이 그리 많던지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여전히 습속으로 이어지고, 이야기 담긴 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마을도 있었습니다. 함평은 그렇게 전설 따라 돌아야 제맛인 듯합니다. 해보면 모평마을을 먼저 찾는다. 함평 북쪽에서 아래로 훑어 내려가자는 뜻이다. 파평 윤씨 집성촌인 마을에 들면 수벽사가 먼저 객을 맞는다. 여진족을 몰아내고 동북9성을 쌓은 고려 장수 윤관(1040∼1111)을 모신 사당이다. 그 옆 제각에는 열녀비가 있다. 정유재란 때 남편이 왜병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막으려다 목숨을 잃은 신천 강씨를 기리는 비다. 더 흥미로운 건 제각 옆의 이끼 낀 비석이다. 키 작고 볼품도 없지만 사연은 절절하다. 신천 강씨 부부가 죽고 어린 아들만 남자 충노(忠奴) 도생과 충비(忠婢) 사월 부부는 주인의 아들을 보살피고 키워 과거급제까지 시켰다. 아들은 노비 부부의 비를 세우라 유언을 남겼고, 파평 윤씨 문중에서는 여태껏 노비에게 제를 올려주고 있다고 한다. 모평마을은 한때 고택촌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함평 하면 모평마을을 연상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다소 적막한 느낌마저 든다. 그래도 둘러볼 곳은 여전히 많다. 천년 세월을 넘어선 안샘과 산비탈에 고즈넉하게 터를 잡은 고택 영양재, 귀령재 등이 마을의 명물. 해보천을 따라 인공방풍림도 조성돼 있다. 느티나무와 팽나무, 왕버들이 군락을 이룬 숲이다. 저물녘이면 해보천 위로 물안개가 흐르고 늙은 나무들 사이로 해가 진다.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굽어보는 모습도 멋들어지다. 영양재에 오르면 저만치 해보천이 반짝이고 마을 숲과 어우러진 임곡정이 도드라진다. 조선시대 천석꾼의 집이었다는 김오열 가옥과 파평 윤씨 제실인 임천정사도 멋스럽다. 영양재 옆으로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마을 뒤를 돌아가는 숲치고는 제법 깊다. 오죽(烏竹)군락지와 야생죽로차밭, 편백나무, 왕대나무, 조릿대 숲을 줄줄이 지나 마을 뒤편 정자로 이어진다. 마을에서 가장 이름난 집은 모평헌(牟平軒)이다. 바닷물에 7년 동안 담근 후 15년 동안 건조시킨 소나무로 지었다는데, 견뎌낸 세월이 100년을 훌쩍 넘어선다. 집 앞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천년샘물’ 안샘이 있다. 옛 관아의 우물로 사용됐던 샘인데, 조성된 지 10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여태 한번도 마르지 않았다는 샘물은 임천산의 대나무와 야생차 수액이 흘러들어 물맛 좋기로 소문 났다. 모평마을에서 밀재가 멀지 않다. 영광과 경계를 이루는 고갯마루로, 근동의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새벽녘이면 옅은 안개와 어우러져 인상적인 해돋이 장면이 펼쳐진다. 밀재휴게소에서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용천사도 가깝다. 가을이면 꽃무릇이 무리지어 피는 절집이다. 지금 꽃무릇은 끝물이고 맨드라미 등 가을꽃들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대전리 수문마을로 넘어간다. 함평만에 접한 갯마을로 일년에 한 번 열어보는 물항아리가 있는 마을이다. 마을의 들머리는 ‘옷밥골재’다. 마을 할머니가 일러주는 고개의 유래가 기막히다. “여그가 땅도 좋고 물도 걸어. 긍께 숭년(흉년) 걱정이 없고 옷도 밥도 절로 난다 그말이여.” 이런 유래를 한자로 단순하게 표현하자니 식의동(食衣洞)이란 멋대가리 없는 이름이 되고 만다. 항아리는 고개 넘어 파출소 앞에 묻혀 있다. 각각 상촌, 중촌, 하촌이라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고, 그 아래 물항아리가 묻혀 있다. 액운을 막기 위한 조치인데, 사연은 이렇다. 옛날 한 스님이 적당한 절터를 찾다 옷밥골재 아래 펼쳐진 마을을 보게 됐다. 첫눈에 명당 자리를 알아본 스님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으나 곧 앞산 자락에 화귀(火鬼)가 서려 있는 걸 확인하고는 탄식하며 돌아가려 했다. 이때 마을사람들이 스님에게 화를 막을 방법을 물었고, 스님은 “산마루에 커다란 항아리를 묻고, 바닷물과 우물물을 반반씩 넣은 뒤 무덤처럼 해두었다가 불이 나거든 열어 보라”고 일러줬다. 주민들은 스님의 주문대로 항아리 세 개를 묻고 물을 채운 뒤 일년을 기다렸다가 매년 2월 초하루에 뚜껑을 열었다. 이게 ‘불맥이제’의 시작이다. 해마다 같은 날 같은 양의 물을 넣어두는데도 막상 뚜껑을 열면 항아리마다 물의 높낮이가 다르다고 한다. 이때 수위가 가장 낮은 마을이 그해 각별히 조심한다는 의미에서 ‘불맥이’를 연다는 것이다. 이 습속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 천연기념물에 담긴 이야기도 전해온다. 대동면 향교리에 있는 ‘느티나무·팽나무·개서어나무 숲’으로 천연기념물 제108호다. 숲에 얽힌 사연은 이렇다. 향교리는 이름 그대로 향교가 있는 마을이자 대동면 소재지다. 왕을 모실 만한 명당터라 알려져 욕심 내는 이들이 많았으나 공자를 모시는 향교가 앉아야 지기(地氣)에 맞다 해서 향교가 들어섰다고 한다. 한데 향교터 남쪽의 신흥동 뒷산이 화국형(火局形)인 것이 문제였다. 풍수사들은 화국을 누르려면 수국(水局)을 만들어야 한다며 향교와 화산 사이에 숲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일대에 팽나무, 느티나무 등 수림 조성에 적합한 나무가 많아 이를 향교 앞에 옮겨 심었다. 이처럼 길가나 도로변에 줄처럼 길게 심어져 가로수 역할을 하는 나무들을 줄나무라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줄나무는 무안 청천리 줄나무와 함평 등 두 곳밖에 없다고 한다. 지금도 향교와 신흥동 사이 300여m에 걸쳐 40여 그루의 늙은 나무가 남아 있다. 숲그늘이 제법 깊어 쉬어가기 딱 좋다. 이 밖에 대동면 덕산리의 수호신인 ‘아차동 미륵할머니’, 물레방앗간 집 딸 돈내가 마을과 부모를 위해 몸을 던졌다는 나산면 ‘돈내보’, 효자의 전설이 깃든 신광면 ‘장산들 백비’ 등도 묶어 돌아볼 만하다. 특별한 전설은 없지만 고막천석교(보물 1372호)는 자체로 볼거리다. 고려 때 축조된 다리로 돌을 정교하게 짜맞춘 형태가 퍽 인상적이다. 학교면 고막리에 있다. 저물녘 풍경은 돌머리(石頭) 해변에서 맞는다. 주민들 표현처럼 ‘기가 맥혀 불’ 정도의 해넘이 장면과 마주할 수 있다. 이름이 독특하다. 바다를 향해 뻗어나간 육지의 끝이 바위여서 돌머리란다. 돌부리가 해수명당과 연결돼 있다 해서 광산김씨들이 묏자리를 잡은 곳이기도 하다. 함평만 너머로는 해제반도가 손에 잡힐 듯 다가선다. 글 사진 함평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61) ▶가는 길:용천사(322-1822), 모평마을(323-8288) 등을 먼저 보겠다면 서해안고속도로 영광 나들목으로 나가는 게 다소 빠르다. 영광읍내에서 22번 국도를 타고 함평 해보면의 해보교차로까지 간 뒤 옛 24번 국도로 접어들면 모평마을 이정표가 나온다. 공주서천고속도로 함평나들목으로 나와 영광 방향 23번 국도, 838번 지방도 순으로 갈 수도 있다. ▶맛집:나비만큼 유명한 것이 함평 소고기다. 한때 전라도 소값을 쥐락펴락했다는 함평 우시장 덕에 한우고기를 싼값에 먹을 수 있다. 금송식육식당(324-5775), 해보면 문장리의 해월축산한우직판장(324-6692) 등이 이름났다. 읍내 함평시장 주변에 음식테마거리가 조성돼 있다. 육회비빔밥으로 이름난 초록식당(322-5287) 등 다양한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잘 곳:모평마을 모평헌(323-6078) 등에서 한옥체험을 할 수 있다. 읍내에 샹젤리제호텔(324-1200) 등 모텔들이 밀집해 있다. 손불면 궁산리 일대는 해수찜으로 유명하다. 게르마늄 성분이 함유된 돌과 삼못초 등 약초를 넣고 소나무 장작으로 가열한 후 해수가 든 탕에 넣어 데워진 물로 찜질한다. 주포해수찜(322-9489), 함평신흥해수찜(322-9487), 신흥해수찜(322-9900) 등이 있다. 오후 5시 이전에 가야 한다.
  • 머릿속의 트라우마 지우개

    ‘영어 단어를 잊어먹지 않고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다’와 ‘나쁜 기억을 빨리 잊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뇌과학에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하나의 메커니즘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뇌에서 단백질 생성이 어떻게 이뤄지느냐가 장기기억의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렇지만 기억 단백질을 형성하는 데 어떤 유전자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규명된 적이 없었다. 이에 따라 치매,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우울증 등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강봉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 RNA연구단장(서울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나쁜 기억을 지우거나 좋은 기억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기억 관련 유전자의 작동 원리를 세계 최초로 밝혀내고 국제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2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생쥐들에게 전기충격을 줘 공포를 경험하게 하고 나서 생쥐의 뇌에서 해마를 추출해 단백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해마 단백질 속 ‘Nrsn1’이라는 유전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생쥐는 학습 후 30분에서 4시간 뒤부터 장기기억이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기충격 후 시간이 지날수록 Nrsn1 유전자 양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에서 Nrsn1 유전자 양이 많아지면 생쥐가 장기기억을 형성하지 못하고 Nrsn1 유전자가 줄어들면 기억이 또렷해진다는 얘기다. 강 교수는 “장기기억을 형성하기 위해 단백질 생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일부 단백질은 오히려 억제돼야 한다는 점을 규명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기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을 처음 규명함으로써 기억 관련 뇌질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인사처 “이젠 온정주의 없다”… 성과 미흡 공직자 과감히 퇴출

    인사처 “이젠 온정주의 없다”… 성과 미흡 공직자 과감히 퇴출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고백하건대 공직사회에서 지금껏 인사관리 원칙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온정주의 탓입니다. 이제 단 한번도 가지 않았던 ‘전인미답’의 길을 밟으려 합니다. 늘 강조하면서도 늘 실패했던 여정입니다.” 1일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 방안’ 브리핑을 위해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15층 콘퍼런스룸에 들어선 황서종 인사혁신처 차장은 이렇게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2006년부터 3급 이상에 대해 ‘계급장’을 떼고 뭉뚱그려 고위공무원단(고공단)을 꾸리며 인사관리 가이드라인을 높인 취지도 국민 눈높이에 걸맞은 성과를 일구도록 채찍질하자는 것이었는데 허사였다고 덧붙였다. 현재도 성과가 미흡한 고위직에 대해 최악의 경우 직위해제 조치를 내리도록 규정했지만 면직은커녕 적격심사조차 겨우 2차례만 적용됐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적격심사에는 외부 전문가 5명을 포함한 고위공무원임용심사위원회가 참여한다. 인사혁신처는 성과와 능력에 따라 우수한 공무원에겐 획기적으로 대우하고 미흡한 경우 상응하는 특별관리를 하되 특별히 미진한 경우 과감하게 공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연말까지 확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행을 위해선 대통령령으로 된 고공단 인사 규정과 성과평가 규정, 수당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먼저 고공단을 대상으로 성과 여부를 명확하고도 엄격하게 가려낼 장치를 부처별로 만든다. 우수한 경우 특별승진, 특별성과급 지급 등 인사·급여상 인센티브를 대폭 부여한다. 반면 미흡자에겐 직무 관련 심리·행동양식을 분석, 분야별로 성과가 낮은 원인을 파악한 뒤 대상자 특성에 맞춘 교육 프로그램을 3개월 이내 과정으로 짠다. 이어 소속 부처 및 인사혁신처 관계자, 외부 전문가로 이뤄진 평가위원회에서 미흡 판정을 받으면 적격심사와 직권면직 등을 통해 퇴출한다. 대규모 예산 낭비, 사회혼란 야기 등 정책 실패, 복지부동 등 소극적 행정, 업무 조정능력 등 태도·자질 부족, 금품·향응 수수, 공금횡령 등 개인 비위 땐 성과평가 최하위 등급을 부여한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최하위 등급 2회, 최하위 등급 1회에 무보직 6개월, 또는 무보직 1년 이상 땐 적격심사를 거쳐야 한다. 장관의 무보직 발령 권한과 범위도 확대된다. 현행 제도에선 부처 내 직급 정원을 초과할 때만 적용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된다. 공백을 감수하고도 제재하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매우 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 5단계 상대평가에서 ‘미흡+매우 미흡’ 10%에 적용하던 하위 등급에다 역량·근무태도 점수를 합산해 무보직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부처별로 최하위 평가를 받는 고위공무원이라고 해야 해마다 2~3명”이라며 “또다시 온정주의로 흐르거나 특정 목적에 악용되지 않도록 평가 편향성 지수를 도입하는 등 장치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부자들의 내리 사랑

    부자들의 내리 사랑

    국내 부자들의 교육열이 자식을 넘어 손주에게까지 전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KEB하나은행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와 함께 PB고객(금융자산 10억원 이상) 109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이 손주 교육비로 쓰는 돈이 연간 570만원이라고 1일 밝혔다. 특히 서울 강남 3구(665만원)와 경기·인천(979만원)에 거주하는 부자들이 손주한테 많은 돈을 쓰고 있었다. 지방 부자들은 교육비에 쓰는 비용이 194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교육비에 여행비, 육아용품·의류 구입비 등을 모두 더한 연간 총 지출규모는 1486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평균치로, 교육비를 많이 투입한 강남3구(1647만원), 경기·인천(1865만원) 부자들의 지출 규모는 이보다 컸다. 손주의 장래를 위해 손주 이름으로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부자(29%)도 많았다. 지역별로는 강남3구 부자들이 37%로 가장 높았으며, 그다음으로 지방 30%, 강남 제외 서울 지역 25%, 경기·인천 11% 순이었다. 이들이 주로 가입하는 금융상품은 예·적금 54.8%, 펀드 등 투자상품 24.7%, 보험 및 연금 20.5% 등이었다. 이 중에는 사전증여 성격을 가진 경우도 많았다. 강남3구 부자의 57%가 금융상품을 활용해 자신들의 재산을 손주에게 넘겨줬다.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문 아이들이 적지 않은 셈이다. 부자들의 32%는 자산의 일부를 이미 자녀에게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자녀에게 증여할 의향에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절반 이상(56%)이 ‘그렇다’고 답했다. 자녀에게 증여하는 적당한 시기로는 자녀 결혼(34%), 사회 생활 시작(25%), 손주 출생(13%) 등을 꼽았다. 부자들이 상속·증여를 위해 가장 선호하는 수단은 현금·예금이 37%, 부동산 29%, 투자형 금융상품(주식·채권·펀드) 12% 등이었다. 투자형 금융상품 선호도는 지난해 조사 때보다 7% 포인트 올랐다. 하나은행은 2007년부터 국내 부자들의 규모와 경제적 특징, 트렌드 변화 등을 연구하기 위해 해마다 ‘부자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新국토기행] 경남 거제시

    [新국토기행] 경남 거제시

    경남 거제시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면적은 402.26㎢, 해안선 길이는 386.74㎞에 이른다. 해금강을 비롯해 섬과 해안의 기암괴석,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그림 같다. 곳곳에 해수욕장이 있고, 한국전쟁 당시 17만여명의 포로를 수용했던 포로수용소 등 구석구석에 유적지와 관광명소가 있다. 특히 동부면 학동고개에서 노자산 전망대 사이 1475m 구간에 한려수도 비경을 조망할 수 있는 케이블카가 내년 상반기 완공되면 거제도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거제 주변 청정해역은 수산물의 보고다. 사시사철 싱싱한 해산물을 공급한다. 세계 3대 조선소 가운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있는 조선산업 중심지다. 거제도는 1971년 통영시와의 사이에 거제대교가 놓여 육지와 처음 다리로 이어졌다. 1999년 신거제대교에 이어 2010년 부산 가덕도와 해저터널·다리로 잇는 거가대교가 개통됐다.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한려해상권의 거점 해양관광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시민 평균 연령이 36.2세, 해마다 5000여명씩 인구가 늘어나는 젊고 성장하는 도시다. [볼거리] ●바다의 금강산 명승 제2호 ‘해금강’ 거제 관광을 대표하는 명소로 남부면 해금강마을에서 남쪽으로 500m쯤 떨어진 해상에 있는 무인도다. 원래 이름은 갈도(葛島)다. 생김새가 칡뿌리가 뻗어 내린 모습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자연경관이 빼어나 바다의 금강산이란 뜻으로 해금강이라 불린다. 1971년 명승 제2호로 지정돼 ‘거제 해금강’으로 등재됐다. 수억년에 걸쳐 파도와 바람에 씻긴 바위섬의 환상적인 비경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사자바위, 미륵바위, 촛대바위, 신랑바위, 신부바위, 해골바위 등 천태만상의 기묘한 바위가 깎아지른 듯 수십m 높이로 절벽을 이뤄 섬을 둘러싸고 있다. 열십자 모양으로 뚫린 십자동굴 사이로 배가 드나든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려고 서불을 갈도에 보냈다는 서불과차(徐市過此) 설화도 전한다. ●바다 풍경이 한눈에 ‘바람의 언덕&신선대’ 남부면 갈곶리 도장포마을 북쪽 해안에 있는 언덕으로 사시사철 바닷바람이 분다. 언덕이 바다 쪽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어 앞이 탁 트여 있다. 언덕에서 보면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원래 지명은 띠밭늘이었다. 2002년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며 여러 드라마 촬영을 통해 알려졌다. 신선대는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길목 입구인 남쪽 해변에 있는 기암괴석 지역이다. 신선이 내려와 풍류를 즐겼다고 할 정도로 해안 경관이 절경이다. 파도가 쉴 새 없이 밀려와 기암괴석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모습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장관이어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해안 따라 굴러다니는 흑진주 ‘몽돌해변’ 흑진주처럼 반들반들 윤이 나는 검은 몽돌이 덮인 몽돌밭 해변이 1.2㎞에 걸쳐 있다. 몽돌밭은 폭 50m로, 면적은 3만㎢에 이른다. 바닷물이 밀려들고 나가면서 몽돌의 ‘자글자글’ 굴리는 소리는 우리나라 자연 소리 100선에 선정될 만큼 아름답고 감미롭다. 바닷물이 맑고 깨끗해 가족 피서지로도 알맞다. 땅 모양이 학이 날아오르는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학동으로 불리게 됐다. 해안을 따라 3㎞에 걸쳐 천연기념물 제233호인 동백림이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팔색조 번식지로도 유명하다. ●740여종의 식물과 공룡 흔적 간직한 ‘외도’ 해상식물공원이 조성된 개인 소유 섬으로 거제도에서 4㎞ 떨어져 있다. 해안선 길이는 2.3㎞에 이른다.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외딴섬을 이창호(2003년 작고)·최호숙 부부가 사들여 식물공원을 조성했다. 1976년 관광농원 허가를 받은 뒤 30여년에 걸쳐 개간과 조경을 해 1995년 외도해상농원을 개장했다. 희귀 아열대 식물을 비롯해 740여종의 식물을 정갈하게 가꿔 놓은 식물원과 전망대, 조각공원 등이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답게 조성돼 있어 이국적 정취가 느껴진다. 개발되지 않은 섬 동쪽 끝에 공룡굴과 공룡바위, 공룡발자국화석이 있다. 외도 관광은 오전 8시~오후 5시(여름철은 6시)이며 숙식은 할 수 없다. 장승포동이나 일운면 구조라, 동부면 학동리, 남부면 갈곶리, 일운면 와현리 등의 선착장에서 해상관광유람선이 다닌다. ●섬 전체가 동백나무로 뒤덮인 ‘지심도’ 섬 전체가 동백나무 숲이라 동백섬으로도 불린다. 일운면 지세포리에 딸린 섬으로 지세포에서 동쪽으로 6㎞ 떨어져 있다. 면적은 0.356㎢, 해안선 길이는 3.7㎞다. 섬 모양이 군함처럼 생겼다.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이 해발 97m쯤 된다. 조선 현종 때 주민 15가구가 이주해 살기 시작한 뒤 현재 10여 가구, 20여명이 거주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 1개 중대가 광복 직전까지 주둔했던 군 요새였다. 섬을 덮은 동백나무는 12월 초순부터 4월 하순까지 꽃이 핀다. 동백꽃을 구경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3월이다. 장승포항에서 배를 타고 20분쯤 걸린다. 섬 안에 민박집도 있다. ●닭과 용을 닮은 해발 566m 명산 ‘계룡산’ 거제 본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명산이다. 해발 566m로 꼭대기에는 의상대사가 절을 지었다는 의상대 터가 있다. 산 형상이 닭과 용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688년(숙종 14년)에 현령 김대기가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길을 개설했다. 이를 기리는 김현령치비가 서문고개에 있다. 계룡산 아래에 6·25전쟁 때 포로수용소가 설치됐다. 포로수용소 건물 돌담 벽이 보존돼 있다. 정상에 서면 거제도가 한눈에 들어오고 부산 가덕도와 태종대도 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대마도까지 보인다. 산행코스 가운데 계룡사에서 계곡을 따라 송신탑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급해 힘들다. 능선을 따라 불이문바위, 장군바위, 거북바위, 장기판 바위 등 기암괴석이 줄지어 있다. 가을 억새도 아름답다. ●대통령이 남긴 발자취 ‘김영삼 대통령 생가’ 장목면 대계리 외포마을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태어나 13살 때까지 살았던 곳이다. 거제시는 오래된 김 전 대통령 생가를 헐고 2001년 새로 지었다. 566㎡의 대지에 팔작지붕으로 된 본채와 사랑채, 시주문을 건립하고 돌담도 만들었다. 생가 옆에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이 있다. ●시인 유치환의 숨결 ‘청마 생가&기념관’ 거제도는 ‘깃발’ 시인 청마 유치환이 태어난 곳이다. 청마는 1908년 거제시 둔덕면 방하마을에서 태어나 1910년 통영으로 이사했다. 시는 2000년 생가를 복원했다. 생가 근처에 청마 묘소가 있다. 청마의 문학 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청마기념관을 생가 옆에 2008년 건립했다. 청마는 1967년 2월 13일 오후 9시 35분 부산 동구 좌천동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부산대학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운명했다. 처음에는 부산 사하구 하단동 승학산 기슭에 장지를 마련했다. 그 뒤 양산시 백운공원묘지로 이장했다가 1997년 4월 5일 이곳으로 옮겼다. [먹거리] ●청정해역서 자란 바다의 우유 ‘굴’ 거제 연안에서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굴이 많이 생산된다. 미국과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로 수출된다. 미국은 식품의약국(FDA)이 거제 연안을 엄격하게 심사해 청정지역으로 지정하고 굴을 수입한다. 굴은 남성에게는 정력 식품, 여성한테는 미용 식품으로 알려졌다. 성장발육과 학습능력 향상에 효과가 크고 소화흡수가 잘되는 타우린, 아연 등의 성분이 많아 어린이들에게 최고 영양식이다. 고혈압, 뇌졸중, 당뇨, 관절염, 골다공증 등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겨울이 제철이다. 껍질째 익힌 뒤 까서 초장 등에 찍어 먹으면 향긋한 맛이 느껴진다. ●진한 색과 강렬한 향의 유혹 ‘유자’ 거제는 기후·환경이 유자 생산에 알맞다. 연평균 기온이 13도 이상 온화한 기후에서 자란 거제 유자는 색깔이 진하고 껍질이 두꺼워 향이 강하고 오래간다. 생산 시기는 11~12월이다. 껍질이 두껍고 울퉁불퉁한 못난 것일수록 품질이 좋은 것이다. 유자는 비타민C를 비롯해 유익한 성분이 많아 스트레스 해소, 피로회복, 통증·염증·기침완화, 혈액순환, 위암·폐암·피부암 억제 등에 효과가 있다. 잘게 썰어 설탕에 재어 유자청을 만들어 차로 마신다. 빵도 만든다. ●추워질수록 맛 좋아지는 ‘대구’ 대구는 머리와 입이 커서 대구(大口)라고 부른다. 동해·서해 깊은 바다에 떼 지어 사는 한대성 고기로 겨울철 산란을 하기 위해 냉수층을 따라 남해 진해만으로 회유한다. 동해·남해안에서 잡히는 대구는 서해에서 잡히는 대구보다 크다. 특히 진해만 일대(거제해안)에서 겨울철에 잡히는 무게 7.5㎏이 넘는 대구를 최상품으로 꼽는다. 겨울 거제에서 잡은 대구로 요리하는 대구탕은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대구는 산란기에 암수가 사랑을 나누면서 서로 볼을 비벼대는 특성이 있어 살이 더욱 쫄깃하다. 대구볼찜 요리는 쫄깃한 대구 고기 식감을 음미할 수 있다. 대구는 고단백질 저지방 식품으로 간세포 재생 및 해독작용, 노폐물 배출, 피로회복 등에 효험이 있다. 황산화 영양소인 비타민 A는 살보다 알에 6배쯤 많다. 대구탕에 내장과 알을 함께 넣어 먹으면 간 보호 효과가 크다. ●싱싱함이 살아 있는 거제 별식 ‘멍게·성게 비빔밥’ 거제 지역 별미 음식 가운데 하나다. 멍게 비빔밥은 4~6월 거제 해안에서 채취한 싱싱한 멍게를 재료로 쓴다. 멍게를 양념과 버무려 저온에서 숙성시킨 뒤 참기름·깨소금·김가루 등을 넣고 밥과 함께 비빈다. 비빔밥과 함께 내놓는 싱싱한 생선으로 끓인 담백한 국 맛도 으뜸이다. 멍게에는 항균·항암과 체력보강, 식욕증진, 노화방지, 숙취해소를 비롯해 감기·기침을 멎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 성게는 밤송이 조개라고도 한다. 성게는 5~6월이 산란기이며 여름이 제철로 가장 맛이 좋다. 해녀들이 직접 잡은 성게를 재료로 요리하는 거제 성게 비빔밥은 특유의 향긋한 향과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식욕을 돋운다. 성게는 빈혈예방, 결핵 완화와 거담작용, 암 예방 및 노화방지 등에 효능이 있다. ●자연이 키우고 전통 방식으로 채취한 ‘돌미역’ 거제 자연산 돌미역은 사등면 견내량 지역과 남부면 여차 지역 등에서 생산된다. 물살이 빠른 암반에서 자라 맛이 쫄깃하고 영양이 뛰어나 최고의 상품으로 꼽힌다. 3~5월 봄철에 전통 방식으로 채취한 뒤 바닷바람에 건조한다. 견내량에서 채취하는 미역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도 나온다. 미역은 혈압을 낮추고 암세포를 억제하며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몸 안의 중금속이나 농약, 발암물질 등을 밖으로 배출하며 체질개선과 노화방지 효능이 있다. 거제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자동차세 체납 징수율은 갈수록 ‘뚝 뚝’ 왜?

    자동차세 체납 징수율은 갈수록 ‘뚝 뚝’ 왜?

    자동차세를 납부하지 않은 차량 번호판을 강제로 회수하는 ‘자동차 번호판 영치’ 사례가 연평균 37만건이 넘는다. 문제는 번호판을 영치하는 목적은 체납액을 징수하기 위한 것이지만, 정작 실제 체납액 징수율은 갈수록 떨어진다는 점이다. 30일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행정자치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번호판이 영치된 차량은 112만 4705대였다. 징수율은 2012년 14.9%, 2013년 14.3%, 2014년 11.3%로 갈수록 줄었다. 특히 올해는 상반기 징수율이 4.5%에 불과하다. 현행 지방세법에 따라 자동차세를 납부하지 않은 자동차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는 독촉장을 발송한 뒤, 체납처분(압류)을 거쳐 번호판을 영치한다. 번호판이 영치된 자동차는 운행을 할 수 없다. 때문에 영치된 차량 가운데 70%가량은 체납액을 납부한다고 행자부는 설명한다. 문제는 나머지 30%, 이른바 ‘악성 체납자’들이다. 체납액을 낼 돈이 없는 생계형이거나 ‘대포차량’이 대부분이다. 외제차의 경우 체납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번호판 영치를 통한 징수율’은 전국 평균 11.3%였다. 이는 전체 자동차세 체납액 가운데 그만큼만 징수했다는 뜻이 아니라 번호판 영치를 통해 징수한 체납액이 전체 체납액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11.3%라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중요한 건 영치를 통한 징수율 자체가 아니라 징수율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징수율 10% 미만이 17개 광역 지자체 가운데 각각 7곳과 6곳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0곳으로 늘었다. 5% 미만이 경기, 강원, 충북 등 4곳이나 됐다. 올 들어 징수율이 급감한 것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였다고 행자부는 설명했다. 조영진 행자부 지방세특례제도과장은 “해마다 6월과 11월에 체납차량 번호판을 영치하기 위한 전국 일제 단속을 실시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행자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공무원에 대한 따가운 시선 때문에 체납 차량 단속을 제대로 할 분위기가 못 됐다”고 털어놨다. 번호판을 영치했는데도 번호판 없이 운행하거나 불법 번호판을 부착하고 버젓이 운행하는데도 제대로 단속이 되지 않는 것도 징수율을 낮추는 원인이 된다. 한 광역 지자체 관계자는 “영치를 해도 나 몰라라 해버리면 결국 징수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차를 못 갖고 다니게 해야 하지만 경찰 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서울시 세무과 관계자는 “서울시설공단 직원 70여명을 자치구에 파견해 자동차번호판 영치 업무를 전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승 충남 세무회계과장은 “지난 4월 30일 경찰청·한국도로공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면서 “5월부터 관내 톨게이트에서 월 1회 합동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新국토기행] 경남 거제시

    [新국토기행] 경남 거제시

    경남 거제시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면적은 402.26㎢, 해안선 길이는 386.74㎞에 이른다. 해금강을 비롯해 섬과 해안의 기암괴석,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그림 같다. 곳곳에 해수욕장이 있고, 한국전쟁 당시 17만여명의 포로를 수용했던 포로수용소 등 구석구석에 유적지와 관광명소가 있다. 특히 동부면 학동고개에서 노자산 전망대 사이 1475m 구간에 한려수도 비경을 조망할 수 있는 케이블카가 내년 상반기 완공되면 거제도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거제 주변 청정해역은 수산물의 보고다. 사시사철 싱싱한 해산물을 공급한다. 세계 3대 조선소 가운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있는 조선산업 중심지다. 거제도는 1971년 통영시와의 사이에 거제대교가 놓여 육지와 처음 다리로 이어졌다. 1999년 신거제대교에 이어 2010년 부산 가덕도와 해저터널·다리로 잇는 거가대교가 개통됐다.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한려해상권의 거점 해양관광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시민 평균 연령이 36.2세, 해마다 5000여명씩 인구가 늘어나는 젊고 성장하는 도시다. [볼거리] ●바다의 금강산 명승 제2호 ‘해금강’ 거제 관광을 대표하는 명소로 남부면 해금강마을에서 남쪽으로 500m쯤 떨어진 해상에 있는 무인도다. 원래 이름은 갈도(葛島)다. 생김새가 칡뿌리가 뻗어 내린 모습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자연경관이 빼어나 바다의 금강산이란 뜻으로 해금강이라 불린다. 1971년 명승 제2호로 지정돼 ‘거제 해금강’으로 등재됐다. 수억년에 걸쳐 파도와 바람에 씻긴 바위섬의 환상적인 비경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사자바위, 미륵바위, 촛대바위, 신랑바위, 신부바위, 해골바위 등 천태만상의 기묘한 바위가 깎아지른 듯 수십m 높이로 절벽을 이뤄 섬을 둘러싸고 있다. 열십자 모양으로 뚫린 십자동굴 사이로 배가 드나든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려고 서불을 갈도에 보냈다는 서불과차(徐市過此) 설화도 전한다. ●바다 풍경이 한눈에 ‘바람의 언덕&신선대’ 남부면 갈곶리 도장포마을 북쪽 해안에 있는 언덕으로 사시사철 바닷바람이 분다. 언덕이 바다 쪽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어 앞이 탁 트여 있다. 언덕에서 보면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원래 지명은 띠밭늘이었다. 2002년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며 여러 드라마 촬영을 통해 알려졌다. 신선대는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길목 입구인 남쪽 해변에 있는 기암괴석 지역이다. 신선이 내려와 풍류를 즐겼다고 할 정도로 해안 경관이 절경이다. 파도가 쉴 새 없이 밀려와 기암괴석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모습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장관이어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해안 따라 굴러다니는 흑진주 ‘몽돌해변’ 흑진주처럼 반들반들 윤이 나는 검은 몽돌이 덮인 몽돌밭 해변이 1.2㎞에 걸쳐 있다. 몽돌밭은 폭 50m로, 면적은 3만㎢에 이른다. 바닷물이 밀려들고 나가면서 몽돌의 ‘자글자글’ 굴리는 소리는 우리나라 자연 소리 100선에 선정될 만큼 아름답고 감미롭다. 바닷물이 맑고 깨끗해 가족 피서지로도 알맞다. 땅 모양이 학이 날아오르는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학동으로 불리게 됐다. 해안을 따라 3㎞에 걸쳐 천연기념물 제233호인 동백림이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팔색조 번식지로도 유명하다. ●740여종의 식물과 공룡 흔적 간직한 ‘외도’ 해상식물공원이 조성된 개인 소유 섬으로 거제도에서 4㎞ 떨어져 있다. 해안선 길이는 2.3㎞에 이른다.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외딴섬을 이창호(2003년 작고)·최호숙 부부가 사들여 식물공원을 조성했다. 1976년 관광농원 허가를 받은 뒤 30여년에 걸쳐 개간과 조경을 해 1995년 외도해상농원을 개장했다. 희귀 아열대 식물을 비롯해 740여종의 식물을 정갈하게 가꿔 놓은 식물원과 전망대, 조각공원 등이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답게 조성돼 있어 이국적 정취가 느껴진다. 개발되지 않은 섬 동쪽 끝에 공룡굴과 공룡바위, 공룡발자국화석이 있다. 외도 관광은 오전 8시~오후 5시(여름철은 6시)이며 숙식은 할 수 없다. 장승포동이나 일운면 구조라, 동부면 학동리, 남부면 갈곶리, 일운면 와현리 등의 선착장에서 해상관광유람선이 다닌다. ●섬 전체가 동백나무로 뒤덮인 ‘지심도’ 섬 전체가 동백나무 숲이라 동백섬으로도 불린다. 일운면 지세포리에 딸린 섬으로 지세포에서 동쪽으로 6㎞ 떨어져 있다. 면적은 0.356㎢, 해안선 길이는 3.7㎞다. 섬 모양이 군함처럼 생겼다.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이 해발 97m쯤 된다. 조선 현종 때 주민 15가구가 이주해 살기 시작한 뒤 현재 10여 가구, 20여명이 거주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 1개 중대가 광복 직전까지 주둔했던 군 요새였다. 섬을 덮은 동백나무는 12월 초순부터 4월 하순까지 꽃이 핀다. 동백꽃을 구경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3월이다. 장승포항에서 배를 타고 20분쯤 걸린다. 섬 안에 민박집도 있다. ●닭과 용을 닮은 해발 566m 명산 ‘계룡산’ 거제 본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명산이다. 해발 566m로 꼭대기에는 의상대사가 절을 지었다는 의상대 터가 있다. 산 형상이 닭과 용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688년(숙종 14년)에 현령 김대기가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길을 개설했다. 이를 기리는 김현령치비가 서문고개에 있다. 계룡산 아래에 6·25전쟁 때 포로수용소가 설치됐다. 포로수용소 건물 돌담 벽이 보존돼 있다. 정상에 서면 거제도가 한눈에 들어오고 부산 가덕도와 태종대도 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대마도까지 보인다. 산행코스 가운데 계룡사에서 계곡을 따라 송신탑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급해 힘들다. 능선을 따라 불이문바위, 장군바위, 거북바위, 장기판 바위 등 기암괴석이 줄지어 있다. 가을 억새도 아름답다. ●대통령이 남긴 발자취 ‘김영삼 대통령 생가’ 장목면 대계리 외포마을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태어나 13살 때까지 살았던 곳이다. 거제시는 오래된 김 전 대통령 생가를 헐고 2001년 새로 지었다. 566㎡의 대지에 팔작지붕으로 된 본채와 사랑채, 시주문을 건립하고 돌담도 만들었다. 생가 옆에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이 있다. ●시인 유치환의 숨결 ‘청마 생가&기념관’ 거제도는 ‘깃발’ 시인 청마 유치환이 태어난 곳이다. 청마는 1908년 거제시 둔덕면 방하마을에서 태어나 1910년 통영으로 이사했다. 시는 2000년 생가를 복원했다. 생가 근처에 청마 묘소가 있다. 청마의 문학 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청마기념관을 생가 옆에 2008년 건립했다. 청마는 1967년 2월 13일 오후 9시 35분 부산 동구 좌천동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부산대학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운명했다. 처음에는 부산 사하구 하단동 승학산 기슭에 장지를 마련했다. 그 뒤 양산시 백운공원묘지로 이장했다가 1997년 4월 5일 이곳으로 옮겼다. [먹거리] ●청정해역서 자란 바다의 우유 ‘굴’ 거제 연안에서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굴이 많이 생산된다. 미국과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로 수출된다. 미국은 식품의약국(FDA)이 거제 연안을 엄격하게 심사해 청정지역으로 지정하고 굴을 수입한다. 굴은 남성에게는 정력 식품, 여성한테는 미용 식품으로 알려졌다. 성장발육과 학습능력 향상에 효과가 크고 소화흡수가 잘되는 타우린, 아연 등의 성분이 많아 어린이들에게 최고 영양식이다. 고혈압, 뇌졸중, 당뇨, 관절염, 골다공증 등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겨울이 제철이다. 껍질째 익힌 뒤 까서 초장 등에 찍어 먹으면 향긋한 맛이 느껴진다. ●진한 색과 강렬한 향의 유혹 ‘유자’ 거제는 기후·환경이 유자 생산에 알맞다. 연평균 기온이 13도 이상 온화한 기후에서 자란 거제 유자는 색깔이 진하고 껍질이 두꺼워 향이 강하고 오래간다. 생산 시기는 11~12월이다. 껍질이 두껍고 울퉁불퉁한 못난 것일수록 품질이 좋은 것이다. 유자는 비타민C를 비롯해 유익한 성분이 많아 스트레스 해소, 피로회복, 통증·염증·기침완화, 혈액순환, 위암·폐암·피부암 억제 등에 효과가 있다. 잘게 썰어 설탕에 재어 유자청을 만들어 차로 마신다. 빵도 만든다. ●추워질수록 맛 좋아지는 ‘대구’ 대구는 머리와 입이 커서 대구(大口)라고 부른다. 동해·서해 깊은 바다에 떼 지어 사는 한대성 고기로 겨울철 산란을 하기 위해 냉수층을 따라 남해 진해만으로 회유한다. 동해·남해안에서 잡히는 대구는 서해에서 잡히는 대구보다 크다. 특히 진해만 일대(거제해안)에서 겨울철에 잡히는 무게 7.5㎏이 넘는 대구를 최상품으로 꼽는다. 겨울 거제에서 잡은 대구로 요리하는 대구탕은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대구는 산란기에 암수가 사랑을 나누면서 서로 볼을 비벼대는 특성이 있어 살이 더욱 쫄깃하다. 대구볼찜 요리는 쫄깃한 대구 고기 식감을 음미할 수 있다. 대구는 고단백질 저지방 식품으로 간세포 재생 및 해독작용, 노폐물 배출, 피로회복 등에 효험이 있다. 황산화 영양소인 비타민 A는 살보다 알에 6배쯤 많다. 대구탕에 내장과 알을 함께 넣어 먹으면 간 보호 효과가 크다. ●싱싱함이 살아 있는 거제 별식 ‘멍게·성게 비빔밥’ 거제 지역 별미 음식 가운데 하나다. 멍게 비빔밥은 4~6월 거제 해안에서 채취한 싱싱한 멍게를 재료로 쓴다. 멍게를 양념과 버무려 저온에서 숙성시킨 뒤 참기름·깨소금·김가루 등을 넣고 밥과 함께 비빈다. 비빔밥과 함께 내놓는 싱싱한 생선으로 끓인 담백한 국 맛도 으뜸이다. 멍게에는 항균·항암과 체력보강, 식욕증진, 노화방지, 숙취해소를 비롯해 감기·기침을 멎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 성게는 밤송이 조개라고도 한다. 성게는 5~6월이 산란기이며 여름이 제철로 가장 맛이 좋다. 해녀들이 직접 잡은 성게를 재료로 요리하는 거제 성게 비빔밥은 특유의 향긋한 향과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식욕을 돋운다. 성게는 빈혈예방, 결핵 완화와 거담작용, 암 예방 및 노화방지 등에 효능이 있다. ●자연이 키우고 전통 방식으로 채취한 ‘돌미역’ 거제 자연산 돌미역은 사등면 견내량 지역과 남부면 여차 지역 등에서 생산된다. 물살이 빠른 암반에서 자라 맛이 쫄깃하고 영양이 뛰어나 최고의 상품으로 꼽힌다. 3~5월 봄철에 전통 방식으로 채취한 뒤 바닷바람에 건조한다. 견내량에서 채취하는 미역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도 나온다. 미역은 혈압을 낮추고 암세포를 억제하며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몸 안의 중금속이나 농약, 발암물질 등을 밖으로 배출하며 체질개선과 노화방지 효능이 있다. 거제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24일 공인중개사 시험 출제경향·대비법

    24일 공인중개사 시험 출제경향·대비법

    공인중개사는 취업을 앞둔 20대뿐 아니라 40대 이상에게도 퇴직 후 유망직종으로 떠오르면서 해마다 응시 인원이 늘고 있다. 오는 24일로 예정된 제26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는 모두 16만여명이 지원했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매년 한 차례 1, 2차 시험이 같은 날 동시에 치러진다. 수험생들은 1차만 지원한 뒤 다음해 2차 시험을 볼 수 있고 1, 2차를 동시에 지원해 한 번에 합격을 노릴 수도 있다. 과목별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이 돼야 합격의 영광을 안을 수 있다. 공인단기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출제경향을 분석하고 이번 시험 대비법을 짚어봤다. 공인중개사 1차 시험은 ‘부동산학개론’과 ‘민법 및 민사특별법 중 부동산 중개에 관련되는 규정’(부동산민법) 등 모두 두 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과목당 40문항씩 모두 80문항을 100분 안에 해결해야 한다. 부동산학개론은 공인중개사 시험 과목 가운데 유일하게 비(非)법률 과목이다. 지난해 시험에서는 계산 문제가 다수 출제된 데다 임대주택 정책 등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까지 등장했다. 올해 역시 이러한 경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김하선 강사는 “시간을 고려해 풀 수 있는 문제와 버려야 할 문제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 기존 교과서 위주의 출제 경향을 벗어난 시사적인 문제 출제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은 시간 공부법에 대해서는 “한 번 틀린 문제는 반복적으로 틀리는 경향이 있다”며 “틀린 문제 위주로 오답노트를 정리하고 국민주택기금이 주택도시기금으로 전환하면서 변화한 부분 등 시사적인 문제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존 출제 범위 내에서 마지막까지 숙지해야 할 핵심 개념으로는 수요와 공급의 변화 요인, 탄력성, 상권모형, 토지정책수단, 임대주택정책, 투자분석기법, 주택연금제도, 부동산가격공시제도 등을 꼽았다. 부동산민법은 법조문과 판례 중심으로 출제된다. 최근 4년 동안 장문의 문제가 줄어들고 핵심 개념 위주의 부동산 중개업무 관련 민법 지식이 주로 출제됐다. 올해도 이러한 경향이 유지되면서 민법총칙(법률행위) 11문항, 물권법 14문항, 계약법 10문항, 민사특별법 5문항 등 기존에 출제되던 파트별 비중에도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정동근 강사는 “민법총칙은 사례 중심으로, 물권법은 판례 중심으로 숙지해야 한다”며 “문제의 80% 이상이 판례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학설은 과감하게 버리는 전략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기출문제 가운데 10% 정도를 차지하는 고난도 문제 역시 시간 안배를 위해 적절하게 넘어가는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어려운 문제에 시간을 쏟다 자칫 40점인 과락 점수를 넘지 못하거나 평균 점수가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개실무는 “법 개정 사안 등 살펴야” 1차 시험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2차 시험은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령 및 중개실무’(중개실무), ‘부동산공시에 관한 법령 및 부동산 관련 세법’(부동산공시법 및 세법), ‘부동산공법 중 중개에 관련된 규정’(부동산공법) 등 모두 3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시험의 경우 부동산공법, 부동산공시법이 까다롭게 출제된 반면 부동산세법과 중개실무는 평이한 수준이었다. 중개실무의 경우 공인중개사법에서 약 30문항이 출제되고 중개실무 분야에서 10문항 정도가 출제된다. 공인중개사법은 법령 전 범위에 걸쳐 고르게 출제되고 있기 때문에 법령 전체에 대한 반복 학습은 필수다. 한병용 강사는 “단순 암기식 문제보다는 법령 내용을 사례화하거나 긴 지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묻는 문제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주요 개념 중심의 학습과 함께 법 개정 사안 등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개실무 분야에서는 중개대상물 조사확인 방법과 거래계약서, 확인설명서 작성 방법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과 연계된 문제도 출제되고 있다. 한 강사는 “공인중개사정책심의위원회, 교육, 공제사업운영위원회 등 최근 개정된 법 개정 사항을 숙지하고 중개실무와 관련해 외국인토지법, 주택임대차보호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등 전통적인 기출문제 학습에 충실해야 한다”고 전했다. ●공시 관련 법령·세법 “기본서 정독을” ‘부동산 공시에 관한 법령 및 세법’ 과목은 지난해 지문이 길게 출제되거나 구체적이고 지엽적인 개념이 나오는 등 까다롭게 출제됐다. 최판섭 강사는 “남은 기간 동안 일주일에 1회씩 5~6회 정도의 기본서 정독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핵심요약집, 기출문제, 모의고사 문제 등을 반복적으로 풀어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동산세법은 매년 관련법이 개정되는 만큼 해당 내용을 숙지해야 하고 취득세, 재산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에 대한 암기가 필요하다. 김윤석 강사는 “지난해 시험은 비교적 평이한 난도로 출제된 만큼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시험에서 부동산세법은 조세총론 2문항, 취득세 4문항, 재산세 3문항, 기타소득세 1문항, 양도소득세 6문항이 출제됐다. ●공법은 “기출문제 난도 중·하 점검을” 마지막 과목인 부동산공법의 경우 지난해 역대 최고 난도로 출제되면서 많은 수험생을 당황케 했다. ‘난도 상’에 해당하는 문항이 전체 40문항 가운데 6문항이나 출제되면서 시험에 합격한 수험생도 50~60점대의 점수를 받는 데 그쳤다. 박상민 강사는 “지난해 문제가 지엽적이고 구체적으로 출제되면서 체감 난도가 상승했지만 올해 시험은 지난해보다는 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5년간 부동산공법은 공인중개사 합격자 실무에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문제가 전체의 70%, 난도 조절용으로 출제되는 어려운 문제가 30% 정도로 분석됐다. 박 강사는 “최근 3년간의 기출문제 풀이를 통해 난도 중, 하에 해당하는 문제를 실수 없이 푸는 효과적인 학습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사설] 은행건전성 세계 113위, 노사협력 132위란 현실

    세계경제포럼(WEF)이 어제 발표한 올해 국가경쟁력평가에서 우리나라가 26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같은 26위로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조사 대상이 전년에 비해 4개국 줄어든 140개국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순위가 떨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해마다 발표하는 WEF의 국가경쟁력 평가는 거시지표 및 통계에 기업인들의 자국 기업경영 환경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를 합산해 성적을 낸다. 주관적인 설문이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우리 경제의 실상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진단을 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2007년엔 역대 최고 성적인 11위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2012년 19위로, 2011년의 24위에서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계속해서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 올해는 아시아의 주요 국가 중에서도 싱가포르(2위), 일본(6위), 홍콩(7위), 대만(15위)은 물론 말레이시아(18위)보다도 순위가 뒤졌다. 중국(28위)과 비슷한 성적이다. 이런 식으로 국가경쟁력이 계속 떨어지면 아시아에서조차 주변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동과 금융부문의 비효율성과 정부의 규제가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으면서 전체적으로 부진한 평가를 받았다. 금융부문에서 시장성숙도는 지난해 80위에서 올해는 7계단이나 떨어진 87위가 됐다. 은행건전성은 113위, 대출용이성은 119위로 바닥권이다. 노동시장에 대한 평가도 하위권이다. 노사 간 협력은 132위로 맨 밑바닥이고, 노동시장 효율성도 지난해보다는 세 계단 올랐지만 83위로 여전히 우리 경제의 약점으로 지적됐다. 정리해고 비용(117위), 고용 및 해고 관행(115위)도 100위권 밖이다. 정책결정 투명성은 123위로 꼴찌에 가깝고 정부시스템 등 제도적 요소(69위)도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나마 거시경제환경(5위), 인프라(13위), 시장규모(13위) 등은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하드웨어’ 격인 거시지표는 개선됐지만, 금융 시장 성숙도 등 ‘소프트웨어’는 낙제 수준이다. 4대 개혁이 왜 시급한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금융· 노동분야 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국가경쟁력은 갈수록 더 추락한다. 4대 개혁이 정권의 구호에 그치게 되면 결국 국민도 불행해진다. 정부와 노사 등 각 경제주체는 물론 정치권이 함께 나서서 금융, 노동 등 4대 개혁 중 미흡한 분야를 완성하는 작업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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