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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명 서울시의원, ‘탈북모자 아사 사건’ 서울시 관리 부재 지적

    여명 서울시의원, ‘탈북모자 아사 사건’ 서울시 관리 부재 지적

    서울시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인 가운데, 2019년 7,020명 거주자 기준 SH임대주택에 3,120세대가 입주해 이들의 입주 및 퇴거와 관련해 사실상 서울시의 관리 책임으로 밝혀졌다. 지난 23일 열린 제289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 여 명 의원은 북한이탈주민 전체가 사실상 SH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별도의 관리체계가 없음을 지적하고, 이번 ‘탈북모자 아사 사건’이 사실상 관리 부재로 인한 인재였다고 지적했다. 여명 서울시의회 의원(자유한국당·비례)은 지난 23일 열린 서울시의회 제289회 임시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탈북모자 아사사건과 관련 재개발임대아파트가 아닌 국민임대아파트로 보건복지부에 통보 의무를 소홀히 해 이들이 받아야 했을 기초생활생계급여와 긴급복지생계급여 162만원을 받지 못한점, ▲최근 5년간 서울시 거주 북한이탈주민 증가에도 지원 예산 동결과 세부사업 삭감 등 현실적 어려움을 개선하지 않고 무시한 정책이 이루어진점, ▲여성비율이 68.7%에 달함에도 이를 고려한 일자리 정책 및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 아사한 탈북모자의 경우 16개월 임대료와 관리비를 체납한 금액이 430 만원으로 지난 3월 15일 장기체납으로 세대방문 면담이 이루어졌으나 4월중 퇴거결정으로 세부상담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이후 방치된 채 7월 31일 수도검침 중 발견됐다. 특히 이들이 거주한 곳은 서울시의 기준에 따라 재개발임대아파트로 분류돼 있으나, 지난해 12월 변경된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 제2조에 따른 국민임대아파트로 분류되어야 했다. 그러나 SH에서는 보건복지부에 체납 정보를 통보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탈북모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받을 수 있었던 ‘기초생활생계급여’ 87만원과 ‘긴급복지생계급여’75만원을 받지 못했다. 서울시가 여명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월 기준 서울시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은 7,020명으로 전국의 23.4%에 달하며, 최근 5년간 증가추세에 있다.서울시가 현 정권의 남북정상간 화해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마련한 남북협력기금은 올해 329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2019년 북한이탈주민 지원 예산은 5억 2천만원으로 수년째 동결중이다. 특히 탈북민에게 가장 중요한 의료 지원인 무료치과진료 예산은 지난해 3천만 원이 미집행돼 불용, 올해 차감 조정했다. 치과진료의 경우 치아상태가 좋지 않은 북한이탈주민특성상 가장 필요한 치료중 하나이나, 서울의료원에서 이루어지는 치과치료의 중도포기자의 사유 대부분이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으로 인한 부담인 것을 감안해야 한다. 대책마련과 예산 증액이 아닌 삭감은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에 그쳤다는 의견이다. 치과치료 중도포기자는 2017년 총 180명중 11명 중단, 2018년 120명중 14명 중단, 2019년 8월 현재 123명중 5명 중단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여 의원은 이에 ‘아사한 탈북주민을 포함해 임대료조차 제때 납부할 수 없는 사람들이 치과치료 수 십 만원을 추가로 지불하게 되는 현실은 사실상 치료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 없다’ 고 밝혔다. 서울의료원에서 진행하는 치과치료를 5년 단위마다 추가 지원하는 방안과 치아 상실 및 수술이 필요한 심각한 상태의 경우 수술비 지원 등 대책마련을 위해 부서에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 의원은 무작정 예산 지원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난 보수 정권들에서 탈북민은 ‘먼저온 통일’ 이란 전략으로 각종 지원금을 투입했으나 많은 탈북민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가 아닌 보조금 인생을 살게한 결과를 나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살아갈 수 있는 능력 신장을 위한 일자리 교육, 여성 맞춤형 교육, 북한이탈주민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일부 지원이 끝난 탈북민을 대상으로도 서울시와 서울시 교육청, 지자체가 힘을 합쳐 정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발언을 마무리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해찬 “한국당 무책임 계속되면 단독 청문회 감행”

    이해찬 “한국당 무책임 계속되면 단독 청문회 감행”

    “日 독도훈련 반발, 무례한 내정간섭”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을 둘러싼 여야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의 무책임한 행동이 계속되면 단독으로라도 국민에 진실을 알리는 청문회를 감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청문회가 30일까지는 열려야 한다. 한국당은 법에 따라 조속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일정을 합의하기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한국당은 근거 없는 안보 불안 선동, 의혹 제기에 골몰하고 있다”며 “국가적 단결이 필요한 시점에 국민을 분열해 당리당략을 챙기는 것은 공당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당정은 한미동맹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지소미아 종료는 한일 신뢰 문제이지 한미동맹과는 별개인 만큼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우리를 안보 적성국으로 간주하며 대화와 협상을 거부하고, 미국도 중재가 소극적인 상황에서 지소미아 종료는 불가피하면서도 타당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내년 국방예산은 최초로 5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안보 협력은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고 국민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최근 한미연합훈련에서 보듯 한미동맹도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날부터 시작된 독도방어훈련에 대해서는 “우리 영토 방어를 위해 1986년부터 해마다 실시해온 훈련으로, 이를 문제 삼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명백하게 무례한 내정간섭”이라며 “독도는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다. 이를 부정하는 어떤 발언도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지구온난화가 ‘무슬림의 성지순례’ 위협한다 (MIT 연구)

    지구온난화가 ‘무슬림의 성지순례’ 위협한다 (MIT 연구)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이상 기후가 자연과 동물, 인간의 먹거리와 생활습관 뿐만 아니라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의 성지순례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뉴스위크 등 해외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가량인 18억 명이 무슬림으로 추정되며, 최대의 종교행사인 메카 성지순례에는 전 세계에서 200만 명에 가까운 무슬림들이 몰려든다. 메카 성지순례는 수시로 이뤄지는 ‘움라’, 그리고 이슬람력으로 12번째 달이자 마지막 달인 ‘두 알히자’의 8일째 되는 날부터 매년 정기로 치러지는 ‘하지’로 나뉜다. 문제는 음력의 일종인 이슬람력이 일반적으로 쓰이는 태양력보다 1년에 10~11일 정도 짧아서, 하지의 시작일이 해마다 그만큼 당겨진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지구온난화로 평균기온이 점차 상승하는 가운데, 성지순례가 이뤄지는 메카 역시 이상기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9일(현지시간) 시작된 올해 성지순례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의 기온은 섭씨 50℃를 육박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내년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에 성지순례가 시작되며, 2047~2052년, 2076~2086년에도 올해처럼 가장 더운 시기에 성지순례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활동이 야외에서 이뤄지는 상황에서, 한여름의 사우디아라비아의 날씨는 매우 가혹하다”면서 “날씨가 매우 습하고 더운데다 많은 사람이 붐비는 곳에 있다면,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슬람 사회에서 성지순례는 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성지순례는 앞으로도 가장 위험한 시기에 열릴 수 있으며, 여기에 참여할 수 있는 참가자의 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1990년에는 메카 성지순례 기간 도중 1462명이, 대규모 압사 참사가 발생했던 2015년에는 769명이 사망하고 934명이 부상을 입었다. 연구진은 1990년과 2015년 두 해 모두 해당 지역의 온도와 습도가 최고점에 이르렀으며, 고온의 스트레스가 이러한 사망 기록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에 끝난 올해 성지순례에는 지난해보다 약 20만 명 많은 무슬림 184만 명과 사우디인 250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고온으로 인한 더위가 가장 큰 잠재 위험으로 꼽힘에 따라, 올해에는 에어컨이 성치된 텐트 35만동을 설치하는 등 순례객의 건강에 주의를 기울였다. 한편 자세한 연구결과는 미국물리학회지 ‘지구물리학 리뷰 레터스'(Geophysical Review Letters)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해수면 온도로 토네이도 발생 예측

    매년 4, 5월에 집중 발생하는 북미지역 토네이도 생성 과정이 규명됐다.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 연구단 악셀 팀머만(부산대 석학교수) 단장 연구팀은 4월에 발생하는 북미 지역 토네이도 발생 횟수가 해수면 온도와 대규모 기압 패턴에 의해 조절된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토네이도 발생 여부를 인근 해수면 온도 패턴으로 수개월 전 예측할 수 있게 돼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토네이도는 최소 시속 100㎞로 빠르게 회전하는 바람으로 전 세계 토네이도의 75%인 평균 1000여개가 북미지역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해마다 발생 횟수는 크게 달라 2011년에 평년의 2배 가까운 1898개가 발생해 5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냈다. 연구진은 이를 고려해 토네이도 횟수와 기후 환경의 상관관계를 월별로 분석했다. 지난 62년간 축적된 북미 지역 토네이도 관측 자료와 모형 시뮬레이션을 분석한 결과 4월에 한정해 해수면 온도가 특정 패턴을 가질 경우 북미 토네이도 발생 횟수가 증가함을 규명했다. 제1저자인 추정은 연구위원은 “앞으로는 기후변화가 북미 지역 토네이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기억력 높여줄 수 있는 머리카락 굵기의 칩 개발

    기억력 높여줄 수 있는 머리카락 굵기의 칩 개발

    방금 떠올린 것인데도 뭔지 기억이 안나거나, 공부를 할 때 자꾸 까먹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기억력을 좋게 만들어주는 장치나 약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동물실험 수준이지만 국내 연구진이 기억력은 물론 뇌의 특정 부위를 강화시키거나 약화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 연구진은 뇌의 여러 부위에서 발생하는 신경신호를 동시에 측정하고 약물이나 빛을 전달할 수 있는 초소형 브레인 칩을 개발하고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2일자에 실렸다. 최근 뇌과학 분야가 활발히 연구되면서 뇌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세포 수준에서 정밀하게 측정하려는 시도들이 많아지고 있다. 뇌에 칩을 삽입하거나 영상장치를 이용해 신경신호를 측정하려는 것들이다. 이런 연구들은 신경신호를 통해 생각만으로 기계를 움직일 수 있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기술 분야에서도 주목할만하다. 연구팀은 이에 머리카락 굵기의 40㎛(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초소형 브레인 칩을 개발했다. 이전에도 브레인 칩들이 있었지만 뇌에서 나오는 신호를 읽을수만 있을 뿐 뇌에 신호를 보내는 양방향 소통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또 파킨슨병 환자 같은 퇴행성 뇌질환을 앓는 이들의 뇌 기능을 제어하기 위한 심부자극술 칩이 있었지만 뇌 회로의 정밀 자극이나 측정은 사실상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초소형 브레인 칩을 활용해 기억에 관여된 해마 부위에 빛과 약물을 전달함으로써 뇌 회로를 강화하거나 약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존에 있는 브레인 칩과는 달리 삽입 시 뇌조직 손상이나 이식으로 인한 감염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사실을 조직 면역반응 염색으로 알게 됐다. 또 기존 브레인 칩의 탐침과 비교했을 때 6분의 1~8분의 1 수준으로 작아진 탐침 4개와 32개의 전극이 내장돼 약물이나 빛을 수 초내에 원하는 부위에 직접 전달해 뇌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조일주 KIST 박사는 “이번 기술은 뇌 기능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으로 기존 뇌 회로 연구방법의 한계를 극복했다는데 의미가 크다”라며 “이번 기술이 실제 상용화되면 기억력을 강화하거나 나쁜 기억을 지우는 것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문화마당] 소출판 인플레이션/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소출판 인플레이션/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8년 출판산업동향 보고서’가 발표됐다. 한국 출판산업의 상태 변화 추이를 살필 수 있는 유일한 공식 자료에 해당한다. 국민이 출판 실상을 알 수 있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게 정부 산하기관의 임무일 터인데, 이상하게도 아무 보도자료 없이 자료실에만 올려 두었기에 내려받아 한 해 동안 출판산업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2018년 출판산업은 ‘소출판 인플레이션’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전체 산업 규모는 단행본 1조 1698억원, 교육출판 2조 8244억원 등 3조 9982억원으로, 전년 대비 0.1% 상승에 그쳤다. 그런데 해마다 출판사 수는 늘어나고 발행 종수는 폭증 중이다. 같은 해 말 기준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등록 출판사는 전년에 비해 6.3% 늘어난 5만 9306개다. 2013년 4만 4148개였으니 5년 만에 34.2%나 증가했다. 예전엔 출판 등록만 해 놓은 ‘좀비 출판사’가 많았지만, 최근엔 무실적 출판사가 줄어드는 추세다. 2018년 실적 출판사는 8058개로, 사상 처음 8000대에 진입했다. 2017년에 비해 13.6%, 2013년과 비교하면 40.4% 증가했다. 전자책, 만화, 잡지 등을 제외한 발행 종수도 8만 1890종으로 2017년 8만 130종 대비 2.2% 늘어나 8만 종을 넘어섰다. 101종 이상 발행 출판사는 121개로, 전년에 비해 9개사가 늘었다. 10종 이하 발행 출판사 역시 6625개로 1년 만에 259개 증가했다. 둘의 동시 증가는 출판 양극화의 한 지표로 읽힌다. 각각 연매출 50억원 이상 대형 출판사와 5억원 이하 소출판사의 평균 발행 종수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중형 출판사(31~50종 발행) 숫자가 221사에서 212사로, 중대형 출판사(51~100종) 숫자가 159사에서 150사로 줄어든 것도 좋지 않다. 종당 평균 판매량이 줄어들어 인건비, 마케팅비 등 고정비 부담이 커지면서 규모의 경제를 감당하기 힘든 중(대)형 출판사가 약해지고, 출판사 세포분열이 심해지는 징후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이 어려운데도 도전이 줄지 않고 발행 종수가 늘어나는 역설적 상황, 즉 소출판 대팽창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무엇보다 좋은 책을 만들려는 출판인의 열정 덕분이겠지만, 이를 지탱하는 네 가지 현실적 힘이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사람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글을 올려 독자를 확보하는 ‘누구나 저자, 모두가 출판사 시대’의 개막, 교정교열·디자인·인쇄 및 제작·영업 등 생산 및 영업의 서비스화, 인터넷서점이나 대형 체인서점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는 등 단행본 유통 용이성의 증가, 텀블벅·와디즈 등 소셜 펀딩 업체를 활용한 독자 직접 투자의 활성화 등이다. 출판산업 전반의 자본 수익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환경은 소출판사들이 작지만 강한 책으로 초니치(niche)시장을 공략하는 등 오히려 종 다양성을 늘리면서 다품종 소량생산 전략을 택할 수 있게 한다. 물론 중대형 출판사는 몸집 때문에 이 길을 택하기 힘들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지금껏 없었던 제품이나 시장을 개척하는 등 사업 자체를 혁신하는 길로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으면 규모의 위축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소출판 인플레이션은 그 자체로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출판인들의 열의가 사그라지기 전에 독자 공동체 활성화 등 사회적 독자 개발에 나서야 한다. 도서관 장서량을 늘리는 등 국가적 지원 시스템이 구축되고, 출판사가 모험 투자에 나설 때 도움받을 출판펀드 사업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출판 종합정보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책의 실제 판매량 등을 알지 못하는 깜깜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와 출판 단체의 무관심이 안타깝다. 내년에는 무엇보다 이 보고서 자체가 혁신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친구들과 뉴스·예능 만들어요… 송파의 꿈은 온에어

    친구들과 뉴스·예능 만들어요… 송파의 꿈은 온에어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청 대회의실의 대형 화면에 진지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다루거나 천연덕스러운 목소리 연기를 펼치며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더빙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흘러나오자 박성수 송파구청장을 비롯해 자리에 모인 80여명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여름방학을 맞아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송파구인터넷방송국 ‘송파TV’에서 운영한 ‘2019 여름방학 송파어린이 방송아카데미’ 수강생들의 메이킹필름 영상이었다. 이어 6개조로 나눠 제작한 아이들의 작품이 상영됐다. ‘복면가왕’, ‘그것이 알고 싶다’ 등 TV 유명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작품을 비롯해 일본 불매운동, 게임, 영화, BTS와 손흥민 선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개성 넘치는 아이디어로 다룬 영상이 이어졌다. 첫 번째 팀이 방송을 공개하기에 앞서 “저희 작품은 ‘노잼뉴스’, 즉 진지한 내용이니 절대 웃으시면 안 됩니다”라고 경고했음에도 기상캐스터를 맡은 학생이 날씨를 소개하다 태풍에 빙글빙글 날아가는 장면에서는 청중 사이에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송파어린이 방송아카데미는 아이들이 방송미디어를 경험하고 관련 직업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매년 방학 기간에 맞춰 개최된다. 지역 초등학교 4~6학년생 36명이 대상이며, 참가비는 무료다. 이번 여름에는 지난달 29~31일, 지난 5~7일, 12~14일 등 3일씩 3회 진행됐다. 이날 수료식이 열렸다. 수강생들은 송파TV 현직 PD와 작가, 아나운서에게 방송 이론을 배우고 현장에서 사용되는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 직접 낸 아이디어로 방송을 기획하고 대본을 작성한 뒤 촬영해 방송콘텐츠를 만드는 경험도 한다. 해마다 큰 호응을 얻으면서 기존 4~5학년생이던 수강 대상을 4~6학년생으로 확대하고, 교육도 2회에서 3회로 늘려 더 많은 어린이가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지난달 18일부터 이틀로 예정됐던 인터넷 접수는 1분 만에 모두 마감됐을 정도다. 이날 영상을 시청한 뒤 박 구청장과의 대화 시간에도 아이들은 ‘왜 구청장이 되셨어요?’, ‘구청장으로서 송파구의 자랑거리 3가지를 뽑아 본다면?’ 등 밝은 목소리로 질문을 쏟아 냈다. 한 학생이 “3일은 너무 짧아서 아쉽다”고 털어놓자 박 구청장은 “더 많은 학생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커리큘럼을 확대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위로하기도 했다. 박 구청장은 “입시 위주의 교육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해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도록 공공이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초등학교 시절은 각자 개성을 살리고 무엇을 잘하는지 발굴해 적성을 길러 줄 수 있는 출발점인 만큼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울 기회를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보복운전 유발’ 깜빡이 미점등 공익신고의 20%

    법무부 “죄질 불량 땐 법정최고형 구형” 제주에서 한 운전자가 자신의 ‘칼치기’ 운전에 항의하는 상대 운전자를 폭행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공익신고 가운데 방향지시등(깜빡이) 미점등 신고가 전체의 20%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접수된 교통 관련 공익신고는 총 10만 4739건이었다. 이 가운데 깜빡이 미점등(도로교통법 38조 1항)은 2만 2028건으로 전체 공익신고의 약 21%에 달했다. 깜빡이 미점등 신고는 2016년 6만 4407건, 2017년 5만 7471건, 지난해 3만 6884건으로 해마다 감소 추세지만, 공익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5.88%에서 지난해 19.74%로 늘었다. 깜빡이 미점등은 특히 교통사고나 보복 운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경찰이 2016년 2월 15일부터 3월 31일까지 보복 운전 신고사건 502건을 분석한 결과 앞차가 깜빡이를 켜지 않은 채 차선을 급변경하거나 무리하게 끼어드는 행위가 원인이 된 사례가 50.3%나 됐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는 진로 변경 시 일반 도로에서는 30m, 고속도로에서는 100m 전 다른 운전자에게 깜빡이나 수신호 등으로 의사를 알려야 한다. 미점등했다가 적발되면 범칙금 3만원(승용차·승합차)을 내야 한다. 한편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보복·난폭운전 등 도로 위 폭력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엄정 대응하라는 지시를 검찰에 내렸다. 박 장관은 범행 동기·피해 정도·동종 전과 등을 고려해 죄질이 불량하면 양형 기준 내에서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라고 지시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연정 붕괴’ 伊 대혼돈… 새 연정·조기 총선 갈림길

    ‘연정 붕괴’ 伊 대혼돈… 새 연정·조기 총선 갈림길

    합종연횡 실패 땐 10월 조기 총선 실시이탈리아가 연립정부의 주세페 콘테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정치적 공백 상태에 빠졌다.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21일 조르조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과 전화 논의를 하는 등 정치적 파행 타개에 나섰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새 연정 구성을 요청하든지 조기 총선을 요구할지를 결정한다. 지난해 6월 출범한 이탈리아의 연정은 ‘극우 포퓰리즘’이었다. 콘테 총리가 속한 중도좌파의 민주당은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과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운 극우정당 ‘동맹’과 연정을 형성했다. 연정 출범 이후 오성운동과 동맹은 부유한 북부지역의 자치권 확대와 감세, 주요 인프라 건설, 유럽연합(EU)과의 관계 설정 등 핵심 정책에서 사사건건 부딪쳤다. 그러다 동맹이 강력하게 지지해 온 리옹(프랑스)~토리노 간 고속철도(TAV) 사업 관련 상원 찬반 표결에서 오성운동이 반대표를 던지자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지난 8일 정책 이견을 극복하기 어렵다며 연정 해체를 선언했다. 이에 콘테 총리는 20일 상원 연설에서 “연정 위기로 정부 활동이 손상을 입게 됐다. 현 정부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며 연정 종식을 공식화했다. 그는 동맹 소속 의원들이 야유하는 가운데 1시간여에 걸친 연설에서 “시민들이 투표하는 것이 민주주의 본질이지만 시민들에게 해마다 투표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무책임하다”며 차기 총리가 되고자 조기 총선을 겨냥한 연정을 붕괴시킨 살비니 부총리를 비판했다. 이탈리아 정계는 새로운 연정 구성이냐 조기총선이냐를 놓고 갈림길에 섰다. 동맹의 살비니 부총리가 반이민 및 반LGBT(성소수자)를 표방한 ‘이탈리아 형제들’과 전직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전진 이탈리아’와의 연정 구성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AFP가 전했다. 이럴 경우 살비니 부총리가 총리가 된다. 반면 살비니 부총리를 겨냥한 적과의 동침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EU 투표에서 인기가 크게 떨어진 오성운동이 ‘반(反)살비니’를 기치로 민주당과 손을 잡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균형감 있는 중립적인 콘테가 총리직을 계속 맡게 된다. 이런 합종연횡이 실패하면 3년 앞당긴 조기 총선이 오는 10월 실시된다. 그동안 콘테 총리가 임시 정부를 이끌게 된다. 한편 이탈리아 정부의 입항 거부로 19일간 표류했던 스페인 난민 구조선 오픈암스와 난민 83명이 20일 밤늦게 이탈리아 남단의 람페두사섬에 정박했다. 난민에 대해 강경 정책을 주도한 살비니 부총리기 이들의 입항을 거부하면서 논란이 이어졌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영양고추 핫 페스티벌 27∼29일 서울광장서 열려

    영양고추 핫 페스티벌 27∼29일 서울광장서 열려

    “퍼뜩 오이소! 영양고추 캡사이신입니더∼.” 경북 영양군은 오는 27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2019 영양고추 핫(H·O·T) 페스티벌’을 연다고 21일 밝혔다. 해마다 40여억원 어치의 고추와 특산물 판매고를 올리는 이 축제는 전국에서 단일 품목 농산물축제로는 보기 드문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H·O·T’는 건강(Health)하고 전통·근본(Origin) 있는 맛(Taste)을 의미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엄격한 기준으로 선정한 농가 80여곳과 영양고추유통공사, 영양농협, 남영양농협 등 고춧가루 가공업체가 참가해 최고 품질 고추와 고춧가루, 농특산물을 선뵌다. 전통 장류 담그기, 매운 고추 시식 등 영양고추를 소재로 한 갖가지 체험 행사도 마련된다. 전시체험 공간에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지정된 영양국제밤하늘 보호공원, 여성군자 장계향 선생이 한글로 쓴 최초 음식 조리서인 음식디미방 홍보전시관 등을 운영한다. 농·특산물 홍보 사절로 전국에 인지도가 높은 영양고추 아가씨 50여명도 농특산물 홍보에 나선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영양고추 페스티벌은 이제 수도권 소비자들이 ‘기다리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올해도 전국 최고의 으뜸 고추를 생산해 내는 영양지역 고추생산농들이 저마다 자식처럼 키워낸 명품 고추를 선보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영양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씨줄날줄] 물 새는 헬리오시티/장세훈 논설위원

    [씨줄날줄] 물 새는 헬리오시티/장세훈 논설위원

    “천장에서 물이 새요.”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앞둔 낡은 아파트나 주택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한 신축 아파트인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얘기다. 천장 매립형 시스템 에어컨을 옵션으로 설치한 가구에서 누수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9510가구가 들어선 국내 최대 규모 단지이자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는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임에도 ‘날림 공사’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지난해 6월 입주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 역시 국내 최고가 단지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하자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급기야 주민들은 최근 시공사를 규탄하는 플래카드까지 내걸었다. 신축 아파트의 하자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신축 아파트 입주자라면 건설사의 부실시공과 늑장 하자보수가 ‘통과의례’처럼 간주되는 분위기다. 공동주택 하자분쟁 신청 건수만 해마다 4000건 안팎에 이른다. ‘선(先) 분양, 후(後) 시공’이 대부분인 아파트 공급 방식, 품질보다 비용 관리에 더 신경쓰는 건설업 구조,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공사 관행, 허술한 감독 체계 등이 맞물려 빚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수십억을 내 어렵게 장만한 내 집이 ‘불량 제품’이라면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하자가 숱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집값이 떨어질까봐 쉬쉬하며 속앓이만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완공 이후에도 건설사에 하자 보수 책임을 지우는 이유다. 다만 하자보수 기간이 다르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미장·도배·타일 등 마감 공사는 2년, 급수·배수·전기·냉난방설비 등은 3년, 철골·방수·지붕 등은 5년, 벽·기둥·바닥 균열과 같은 내력 구조 문제는 10년이다. 그럼에도 입주자와 건설사 간 하자 분쟁은 끊이지 않는다. 이 경우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국토부는 또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입주 전에 미리 하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입주자 사전방문’ 제도를 법제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입주 후에 하자 보수가 진행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보수가 지연돼 분쟁이나 소송으로 번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다만 ‘부영아파트 부실 공사’ 논란을 계기로 하자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이른바 ‘부영법’(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지난해 4월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진전이 없다. 또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집값 안정과는 별개로 부실 공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자 문제는 규제만으로는 풀 수 없고, 가격 통제는 품질 경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 shjang@seoul.co.kr
  • 소수라 더 특별하다… 학예연구사, 경력은 ‘필수’ 차별성은 ‘선택’

    소수라 더 특별하다… 학예연구사, 경력은 ‘필수’ 차별성은 ‘선택’

    학사·3년 경력·석사 학위 있으면 유리 면접서 경험 중요… 관련 경력 쌓아야 국가직, 상황 따라 근무지 옮길 가능성 “연구직 1% 이하… 인력·시설 확대해야”선조들이 물려준 문화유산을 잘 가꾸고 보전하는 것은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한적한 고궁을 산책하는 것도, 박물관에 정갈하게 전시된 유물을 보는 것도 문화재를 제대로 가꾼 뒤에 비로소 누릴 수 있는 권리다. 첨단 기술과 고도의 전문성으로 문화재를 발굴·보존하며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공무원들이 있다. 바로 문화재청 학예연구사들이다. 문화재청은 해마다 고고학·보존과학·미술사 등 문화재 관련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이들을 공무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총 8명을 채용하는 올해 채용 필기시험이 다음달 8일 치러진다. 채용 규모는 적지만 관련 분야 전문성을 갖추지 않으면 쉽게 통과할 수 없는 시험이다. 20일 현직에서 활동하는 학예연구사들을 만나 채용제도 전반과 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들여다봤다.대전 유성구에 있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본관 뒤편에 마련된 고고연구실. 남상원(34) 학예연구사가 유물 한 점을 쥐고 골몰하고 있다. 그는 울주 반구대 인근에서 출토된 통일신라 시대 유물 ‘연화문수막새’를 한참 실측하고 있었다. 연화문수막새는 연꽃무늬 모양의 유물로 기와지붕의 처마를 장식하는 용도. 유물을 찰흙으로 고정하고 실측도구로 크기를 잰 뒤 종이에 기록한다. 현장에서 발굴한 유물들을 하나하나 실측하는 일은 손이 굉장히 많이 가는 작업이다. 그러나 학술보고서를 작성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소홀히 할 수 없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고고연구실 소속인 남 연구사는 고고학 직렬로 2017년 공직에 입문했다. 대학원에서 역사고고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요건에 현장실습이 있기에 서울 송파구에 있는 백제 유적지 ‘풍납토성’ 조사에 참여했다가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학예사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공직자가 되고자 고고학을 공부한 것은 아니다. 연구원으로 활약하다가 문화재청에서 학예연구사를 채용한다는 소식을 접했고 준비를 이어 갔다. 현재 그는 울주 반구대 암각화와 관련된 종합적인 학술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외 연구과제로 1년에 한 번씩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면서 한반도 기마문화의 전파 경로를 탐색하는 일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석사 이상 추천… 자신의 전공 갖는 게 도움 남 연구사는 “학예연구사를 노리고 있다면 석사학위가 없어도 관련 학사학위와 3년 경력만 있어도 되지만 그래도 대학원에 빨리 진학해 석사학위를 따는 것이 좋다”면서 “학예연구사를 하면서 자신의 전공을 가지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재연구소 본관 왼쪽에 있는 보존과학센터에서 만난 송정일(34) 학예연구사는 컴퓨터 화면에 그래픽으로 구현된 도자기를 띄워 놓고 한참을 바라봤다. 보존과학 직렬로 2017년 학예연구사가 된 그는 이곳에서 문화재 비파괴 진단 업무를 하고 있다. 유물을 최대한 보존한 상태에서 방사선 등을 이용해 유물 내부 구조와 형태를 조사하는 일이다. 유물의 모양을 3차원으로 복원하고 디지털로 기록하는 작업까지 그의 몫이다. 국내에서 문화재 보존과학을 전공한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다. 관련 학과를 설치하고 있는 곳이 몇 안 될뿐더러 대학원 이상 교육과정을 두는 곳은 거의 찾기 어렵다. 문화재청 소속 특수 목적 대학인 한국전통문화재대학교에서 보존과학을 전공한 송 연구사는 다른 대학원에서 금속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마찬가지로 문화재청에서 비정규직 연구원 생활을 이어 가던 그는 방사성 동위원소 취급자 면허를 취득하고 비파괴 진단 관련 민간 회사에 취직하기도 했다. 그러다 본인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학예연구사 채용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고 회사 생활과 채용 준비를 병행했다. 비파괴 진단 분야 전문성을 가진 그였지만 학예연구사 채용이 만만하지 않았다. 워낙 채용 규모가 작을뿐더러 이 분야에서 오랜 기간 전문성을 쌓고 학예연구사 채용을 준비하고 있는 이도 많기 때문이다. 송 연구사는 “필기시험이나 면접을 하루아침에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화재와 관련된 경력을 꾸준히 쌓아 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면접에서는 자기가 해 온 경험이나 학술활동에 대해 많이 질문한다. 다른 사람과 차별되는 지점을 강조하기 위해 자신만의 장기를 서술형 시험이나 면접에서 잘 녹여낼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일반직 공무원 6~7급 상당… 시험은 ‘논술형’ 학예연구사는 국가직 공무원 공개채용과 달리 인사혁신처가 아닌 문화재청에서 직접 채용한다. 일반 공무원과는 직급 체계가 다르지만 학예연구사는 보통 일반직 공무원 6~7급에 상당한다. 예전에는 석사학위 이상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만 채용했지만 최근에는 관련 학과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 중에서 경력이 3년 이상 있으면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학예연구사 지원자들이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학술활동이나 자신의 전공 영역에 대한 질문을 면접에서 많이 하기 때문에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합격자들의 전언이다. 단순히 석사학위뿐만 아니라 전공 분야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는 등 학술활동 실적도 중요하다. 필기시험은 1·2차를 한꺼번에 치른다. 1차는 문화사 일반이고 2차는 한국문화사와 전공과목이다. 1차 문화사와 2차 한국문화사는 5문항 100점 만점이며 70분 동안 치른다. 전공과목은 3문항 100점 만점에 80분이 주어진다. 모든 시험은 논술형이다. 짧은 시간에 답안을 써내야 하기 때문에 문제와 관련된 키워드를 최대한 많이 녹여내야 한다는 게 합격자들의 조언이다. 면접은 수험생의 경력과 전공 분야, 직무기술서 등을 바탕으로 학예연구사가 돼서 어떤 연구를 수행하고 싶은지 등을 질문한다. 학예연구사들이 활약할 수 있는 곳은 다양하다. 먼저 대전에 있는 국립문화재연구소를 중심으로 전국 7곳에 있는 지방 연구소(경주·부여·가야·나주·중원·강화·완주)에서 일할 수 있다. 이외에도 국립고궁박물관과 각 유적 관리소를 비롯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도 있다. 기본적으로 채용할 때 근무지가 정해지지만, 국가직 공무원이기에 한곳에서 영원히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다른 근무지로 얼마든지 옮겨갈 수 있다. 올해 채용 예정 직렬은 고고학(3명), 보존과학(3명) 외에도 물리탐사(1명)와 미술사(1명)가 있다. 물리탐사 직렬은 지질학 관련 학위나 경력을 가진 사람이 지원할 수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고고연구실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지하에 매장된 문화재를 지표면을 훼손하지 않고 깊이나 규모 등을 추정하는 일이다. 문화유적을 3차원(D)으로 기록하는 업무와 함께 3D프린트, 가상현실(VR) 기술 등을 활용해 문화유산 보존·복원 업무를 한다. 미술사 전공자는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할 예정이다. 조선(1392~1897) 왕실과 대한제국(1897~1910) 황실 관련 유물을 보존·전시하는 곳이다. 미술사 학예연구사는 고궁박물관이 소장하는 작품을 조사하고 보존·활용을 위한 학예 업무를 한다. 문화재 학술조사뿐만 아니라 관련 학술지, 도서 발간 업무도 하게 될 예정이다. ●연구직, 특정분야 집중할 수 있는 환경 필요 문화재 관련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학예연구사지만 마냥 화려한 것만은 아니다. 공직에 입문한 지 3년이 되지 않은 새내기들은 문화재 행정의 발전을 위해 몇 가지를 제언했다. 남 연구사는 “지난해 12월 기준 연구직 공무원은 전체 0.75%밖에 되지 않는 아주 소수로 국정과제에 매달리는 연구자들이 1~3명 정도 적은 인력이 매달리고 있어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면서 “국가직 공무원 특성상 보직을 주기적으로 순환하는데 연구직은 특정 주제를 선정하면 그것에 관심과 소질을 가진 자리여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송 연구사는 “많은 관심이 있으면 예산은 따라오겠지만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라면서 “시설이나 장비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글 사진 대전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이정수의 원픽] ‘밤의 공원’ 3부작의 공원소녀… 다음곡 기대되는 전체듣기

    [이정수의 원픽] ‘밤의 공원’ 3부작의 공원소녀… 다음곡 기대되는 전체듣기

    해마다 수백 명의 아이돌이 데뷔하지만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라 대중의 주목을 받는 아이돌은 극히 소수에 그친다. 케이팝이 전 세계로 뻗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아이돌 음악을 평가절하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아이돌 음악 중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숨은 보석’을 찾아 4주마다 소개한다. MP3라는 말조차 철 지난 유행처럼 느껴지는 스트리밍 시대다. 그보다도 한 세대 앞선 ‘구시대의 유물’ CD는 본래의 역할 대신 장식장을 채우는 용도로 쓰이곤 한다. 앨범 제작에 드는 불필요한 비용을 대폭 절감한 디지털 싱글 형태의 음원 발매가 일반화된 지 오래다. 하지만 국내 아이돌 시장은 오히려 음반 활황기다. 물론 같은 음반을 많게는 수십, 수백장씩 사는 열성 팬덤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아이돌들이 싱글 대신 주로 앨범을 내놓는 이유는 이익 극대화 말고도 다른 의미가 있다. 그룹 공원소녀(서령, 서경, 미야, 레나, 앤, 민주, 소소)가 데뷔 이후 차례로 내놓은 3부작 앨범 ‘밤의 공원’은 지금의 케이팝 아이돌에게 앨범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뚜렷하게 보여 준다. 멤버별 포토카드를 섞어 넣어서 앨범 판매량을 늘리는 ‘상술’로서가 아니라 음악적인 측면에서 말이다. 김형석 작곡가가 회장으로 있는 키위미디어그룹의 케이팝 레이블 키위팝은 지난해 9월 아이돌 그룹 공원소녀를 선보였다. 전자음악의 한 갈래인 딥하우스를 중심으로 한 곡들을 세 장의 미니앨범에 담았다. 멤버들의 역할은 다수의 걸그룹과 마찬가지로 음악의 창작자가 아닌 퍼포머에 한정되지만, 그렇다고 음악이 갖는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소속사가 고심해서 내놓은 창작물은 이들의 입과 몸을 통해 구현되고 한 장 한 장의 앨범이 쌓여 그룹의 이미지로 완성된다. 별도의 앨범명 대신 파트 1, 2, 3로만 구분 지은 ‘밤의 공원’ 연작은 각각 별개의 앨범이면서 공원소녀의 미세한 변화를 연속으로 담은 하나의 앨범이다. 데뷔곡 ‘퍼즐문’으로 수줍지만 밝은 인사를 건넸다면, 두 번째 타이틀곡 ‘핑키 스타’에서는 한층 빨라진 템포로 듣는 이와 손을 잡고 힘차게 달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지난달 발매한 ‘레드-선’에서는 꿈을 희망을 노래하며 3부작을 완성 짓는 동시에 다른 꿈으로 이어지는 최면을 주제로 해 다음 콘셉트에 대한 기대를 남긴다. 공원소녀만의 세계관을 완성하기 위해 촘촘히 구성된 수록곡들은 종합선물세트를 채우는 인기 없는 과자와는 다르다. 이번 앨범에는 기분 좋은 서머송 ‘올 마인’, 공원소녀의 몽환적인 이미지를 아름답게 그려낸 ‘밤의 비행’ 등 수록곡이 정갈한 코스 요리처럼 이어진다. 장르적인 측면에서 전작들과 통일성을 갖지만 포근한 여름밤 향기가 더해진 듯한 분위기가 새롭다. 지난달 쇼케이스에서 “하나를 들으면 다음 곡까지 들어 보고 싶어지는 음악”이라며 앨범에 대해 자부한 공원소녀의 말을 한번 믿고 CD가 아닌 스트리밍으로라도 ‘앨범 전체듣기’를 눌러 보길 권한다. tintin@seoul.co.kr
  • 인공유방 부작용 3년 동안 5000건 넘어

    인공유방 부작용 3년 동안 5000건 넘어

    2016년 661건→2018년 3462건으로 희귀 암 유발 ‘엘러간’ 1389건 보고돼미국 엘러간의 거친 표면 인공유방 보형물을 이식한 환자 중 희귀 암인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 발병 사례가 국내에 처음 보고된 가운데 최근 인공유방 부작용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인공유방 부작용 사례 접수 현황’을 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모두 5140건의 부작용이 보고됐다. 이 기간 인공유방 부작용 사례는 2016년 661건에서 2017년 1017건, 2018년 3462건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기준 인공유방 부작용 3462건 중에서는 파열 1661건으로 가장 많았고, 삽입물 주변에 두꺼운 피막이 생겨 딱딱하게 굳는 구형구축 현상이 785건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희귀 암 유발 가능성이 제기된 엘러간 인공유방의 경우 최근 3년간 부작용 사례 보고가 1389건에 달했다. 10건 중 3건꼴이다. 현재 엘러간의 거친 표면 인공유방 보형물은 수입사가 자진 회수 중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엘러간의 인공유방 유통량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1만 4365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회수 대상이 아닌 인공유방도 3751건의 부작용 사례가 접수됐다. 남 의원은 “인공유방 등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허가, 유통 사용 및 환자관리 등 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유방 부작용 조사 등을 위한 환자 등록 연구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인과관계를 밝혀 부작용 발생으로 인한 피해 보상 등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현재 엘러간과 함께 부작용 발생으로 인한 치료비 보상 대책을 세우고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더 잦아진 총기 난사, 더 들끓는 규제 여론, 더 견고한 트럼프 벽

    더 잦아진 총기 난사, 더 들끓는 규제 여론, 더 견고한 트럼프 벽

    미국에서 강력한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미 텍사스주 엘패소 쇼핑단지 내 월마트에서 지난 3일 패트릭 크루시어스(21)가 무차별 총격을 가해 22명이 사망했고 13시간 뒤인 4일 새벽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도 총기 난사로 9명이 숨졌다. 또 이어지는 각종 크고 작은 총기 사고에 시민들은 강력한 총기 규제를 요구했고, 전문가들은 미국이 ‘총기 난사(mass shooting)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자조 섞인 평가를 하고 있다. 이에 미 시민사회단체뿐 아니라 민주당 대선 예비주자들이 강력한 총기 규제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2020년 대선을 앞두고 가장 큰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디오게임 탓만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그리고 전국총기협회(NRA)의 반대로 실제 입법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총기 난사의 시대” 자조하는 美 전 세계에서 총기 사고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두말할 것도 없이 미국이다. 한 해에 약 4만명이 총기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으며, 공공장소에서 총기를 이용해 다수를 살상하는 증오 범죄가 빈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8일(현지시간) 범행 대상을 특정하지 않는 무차별 총기 난사가 미국에서 더 잦아지고, 더 흉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브래디가 미질병통제센터(CDC) 통계(2013~2017년 기준)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미국에서는 하루 평균 310명이 총에 맞고 이 가운데 매일 100여명이 죽는다. 총에 맞는 1~17세 청소년이 하루에만 21명에 달한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매년 11만 3000여명이 총에 맞고, 3만 6400여명이 죽는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7년 기준으로는 사망자가 3만 9773명에 달했다. 통계를 집계한 1979년 이후 최고치이고, 20년 전인 1999년에 비해 무려 1만명이 늘었다. 해마다 총기에 의한 사고와 사망자가 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불특정 다수를 노린 총기 난사로 인한 사고가 빈발해지고 있다는 것이 더욱 심각한 일이다. 앨라배마대 애덤 랭크퍼드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 인명 피해가 가장 큰 5대 총기 난사 사건은 모두 2007년 이후 발생했다. 1966~2009년에는 총기 난사 사건의 15%에서만 사망자가 8명 이상이었다. 그러나 2010년 이후로는 사망자가 8명을 넘는 사건의 비중이 30%로 치솟았다. 특히 전반적인 범죄는 감소하는 가운데 총기 난사만 더욱 잔인해지고 있다. USA투데이는 “최근 10년 동안 사망자가 다수인 총기 난사 사고가 크게 늘었다”면서 “미국은 ‘총기 난사의 시대’를 맞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컬럼비아대 루이스 클러리버스 연구교수는 “총기 난사를 네 사람 이상이 총에 맞은 사건으로 규정한다면 미국에서는 하루에 한 건꼴로 총기 난사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특정 다수 겨냥 빈발… 잔인하고 흉악해져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총기 사고가 빈발하면서 미 사회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공동으로 지난 7∼8일 미국인 101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여론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9%가 유사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답한 것을 포함해 응답자의 78%는 앞으로 3개월 이내에 유사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3개월 이내에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10%에 그쳤다. 또 응답자의 69%는 총기를 ‘강력히’ 혹은 ‘적절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총기 난사 사고 등이 잇따르면서 미국인의 78%가 총기 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앞으로 총기 규제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총기 난사시대’ 배경을 대용량 탄창의 접근 용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 등으로 설명한다. 잠재적 총격범들이 탄창이 큰 총기에 접근하기 쉽고, 뉴스 매체나 SNS가 이들의 ‘악명’에 대한 욕망을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애리조나주립대 셰릴 타워스 연구원은 “사상자가 많은 사건 대부분이 탄창 용량을 늘린 총기와 관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USA투데이는 “SNS도 사회에 불만을 느낀 사람에게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진단했다. 그들의 좌절과 불만을 재확인하고 그들이 함께 분통을 터뜨릴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 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총격범들이 집단에 가입하면서 공격의 동기를 부여받았지만, 지금은 더 많은 총격범이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스스로 급진화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 ‘증오와 극단주의 연구센터’ 국장 브라이언 레빈은 인터넷을 일컬어 “24시간 문을 여는 증오 집회·증오 서점”이라고 말했다. ●젊은 세대 중심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 2020년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총기 규제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여전히 총기 소지는 미국인의 권리라는 인식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총기 규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퀴니피악대가 지난 5월 미국인 1078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지금보다 엄격한 총기 규제에 찬성했다. 특히 총기 구매자의 범죄 전력 조회에는 무려 94%가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 최대 로비단체로 알려진 NRA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변수다. 1871년 창설돼 500만 회원을 거느린 NRA는 올해 들어 회계 비리와 내부자 거래 등으로 내분을 겪고 있다. 연방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더디지만 주별로 총기 규제 움직임이 빨라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20년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총기 규제 강화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는 지지층 이탈을 우려하며 총기 규제 강화 목소리를 내는 데 몸을 사리던 민주당의 기존 태도와 사뭇 다른 것이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12일 총기 규제 대책으로 반자동 소총 같은 공격용 총기 판매 금지를 약속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길에서 전쟁용 총기를 없애야 한다”면서 “2004년 일몰된 공격용 총기를 금지한 법을 부활시키고 한발 더 나아가 법을 더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에선 1994년 일반인이 반자동 소총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공격용 총기 판매 금지법이 한시적으로 도입됐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에서 연장되지 못하고 2004년 결국 폐기됐다. 공격용 총기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에는 바이든 전 부통령뿐 아니라 거의 모든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들이 찬성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높은 벽을 넘을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 규제보다 정신병원을 늘려야 한다’며 총기 난사 사고 원인을 총격범 등 개인에게 돌리며 신원 조회 강화 등만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뉴햄프셔 맨체스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총기가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아니다. 방아쇠를 당긴 그 사람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신병원 폐쇄는 정신 이상자와 위험한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는 결과를 가져온다”면서 “정신병원 확충을 심각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선하고 단단하며 법을 잘 지키는 시민들이 자신을 보호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수는 없다. 우리는 언제나 수정헌법 2조를 지켜낼 것”이라며 총기 규제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밝혔다. 1791년 제정된 미 수정헌법 2조는 국민의 ‘무장할 권리’를 인정한다. 2조 문구에는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며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권리는 침해되지 않는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개인 총기를 허용하고 있다. 공화당도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에 화살을 돌렸다.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폭스뉴스에 “비디오게임 산업이 젊은이들에게 살인을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기 규제 강화를 외치는 민주당과 NRA 등 총기 옹호집단의 눈치를 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대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생각나눔] 인권과 경영권 사이…풀릴 길 안 보이는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생각나눔] 인권과 경영권 사이…풀릴 길 안 보이는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제(EPS)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에 다시 불이 붙을 수 있을까. 이주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인 이주공동행동이 18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이주노동자 대회를 연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노동허가제(WPS)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다. 거의 해마다 열리는 행사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17일 이주공동행동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는 2004년 8월 17일 도입된 제도로 시행한 지 정확히 15년이 지나고 있다. 마땅한 내국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한해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게끔 허용한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를 적용하는 업종은 제조업·건설업·서비스업·어업·농축산업 등 5개다. 고용허가제 관련 취업비자(E-9)를 받아서 입국한 외국인은 국내 기업에 취업할 수 있으며 원칙적으로 내국인과 동일한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사업장을 마음대로 이동할 자유가 없다. 외국인고용법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는 일을 시작한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하는 게 원칙이다. 폐업이나 반복적인 임금체불 등 정상적인 근로계약을 이어나가기 어려울 때 예외적으로 사업장 이동을 허용한다. 이외에는 반드시 사업주의 허가를 받아야 사업장을 바꿀 수 있고 최대 이동 횟수도 3회로 제한된다. 이런 제도 아래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회사를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사업주의 부당한 지시나 대우를 받아도 이주노동자들은 그저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한국어가 서투르거나 사업주의 보복이 두려워서 관할 노동청에 신고도 하지 못해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이 많다고 이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이주공동행동 등은 고용허가제가 아닌 노동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도 원하는 일을 선택할 수 있으며 문제가 있는 사업장에선 언제든지 빠져나올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 인력을 활용하는 기업은 대부분 영세한 곳이다. 심각한 구인난에 허덕이는 이들의 필요에 의해 비자를 발급하고 그에 맞게 외국 인력을 데려오는 것인 만큼 기업이 안정적으로 인력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묵은 논쟁이지만 본격적인 제도 개선 논의는 쉽사리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정책은 실제로 인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야 하는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외국인에 대한 혐오만 부추기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근 “외국인 노동자에게 내국인과 똑같은 임금을 주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발언을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정치권의 공감을 얻기에는 아직 요원해 보이는 이유다. 물론 황 대표의 발언은 국적을 이유로 처우의 차별을 금지한 근로기준법이나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을 위반한다. 이주공동행동은 “(이런 발언들은) 더욱 싼값으로 기업주에 철저하게 종속된 노동력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다 일회용품처럼 버리려는 시도”라면서 “우리는 고용허가제가 ILO가 금지하고 있는 강제노동이라고 주장한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쟁취하고 나아가 노동허가제로 바꿔내기 위해 이주노동자 대회와 선전전으로 열겠다”고 강조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김해분청도자박물관, 3·1운동 100주년 주제 기획전

    김해분청도자박물관, 3·1운동 100주년 주제 기획전

    경남 김해분청도자박물관은 16일 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 기획전 ‘2019 분청愛, 그날을 기억하며’를 오는 11월 3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분청愛 기획전은 분청도자박물관 개관을 기념해 해마다 개최하는 전시회다. 올해는 100주년을 맞은 3·1 운동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전시회 주제를 ‘그날을 기억하며’로 정해 기획했다.. 이같은 주제에 따라 68점의 작품을 제작해 전시했다.김해지역 독립유공자와 가족, 명사 등이 추첨을 통해 선정한 시민 67명이 각자 초벌 접시에 원하는 문구를 써 넣어 만든 작품 67점과 김해시·도의원 30명이 대형 태극기 도판에 글을 써 완성한 작품 1점 등이다.기획전 개막식은 제74회 광복절인 지난 15일 오후 4시 허성곤 김해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시·도의원, 3·1운동 기념사업회장, 시민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전시회는 무료 관람이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올해 기획전은 분청도자의 우수함과 아름다움을 체험하고, 3·1 운동의 역사적 의미도 되새기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노후 하수관 정밀 조사에 73억 투입

    노후 하수관 정밀 조사에 73억 투입

    26개 지자체 20년 이상 3103㎞ 대상 최근 5년 지반침하 460건… 매년 급증올해 2월 20일 부산 연제구 연산동서 지름 2.5m, 깊이 3m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3월 20일 광주에서도 지름 2m, 깊이 1.2m의 땅 꺼짐 사고가 났다. 5월 17일 인천 가좌에서는 지름 3m, 깊이 3m의 지반 침하로 주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환경부는 해마다 늘고 있는 땅 꺼짐(지반침하) 현상을 예방하고자 추가경정예산 73억원을 전국 노후 하수관 정밀 조사에 투입한다고 15일 밝혔다. 하반기 진행하는 정밀조사는 부산 등 전국 26개 지자체의 20년 이상 된 하수관로 3103㎞가 대상이다. 전국에 설치된 하수관 15만㎞ 가운데 설치한 지 20년 이상 돼 결함 우려가 있는 노후 하수관은 전체의 40%인 6만㎞에 달한다. 하수관이 낡아 결함이 생기면 상부의 토양이 결함 부위를 통해 하수관으로 들어가 땅속에 빈 공간이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도로 위로 자동차 등이 지나가면 하중이 가해져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한다. 해가 갈수록 노후화가 심해지면서 지반침하도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하수관 손상으로 인한 지반침하는 460건으로 집계됐다. 2014년 21건에서 2015년 66건, 2016년 90건, 2017년 143건, 2018년 140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노후 하수관 전면 교체 의견이 나오지만 비용이 1㎞당 약 10억원에 달하는 등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관의 구조와 재질, 현장 특성 등에 따라 수명이 달라질 수 있어 정밀조사를 통해 손상 정도 및 지점을 파악해 개량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조사는 하수관에 폐쇄회로(CC)TV 조사 장비를 투입해 내부를 촬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긴급 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된 하수관은 국고를 우선 지원해 결함 정도에 맞춰 교체하거나 보수할 예정이다. 강복규 환경부 생활하수과장은 “시민 안전과 불안감 해소를 위해 지하 시설물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해졌다”면서 “2023년까지 전국의 노후 하수관 4만㎞에 대한 개선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中 양날의 칼 ‘위안화 포치 시대’… 美를 벨까 中을 벨까

    中 양날의 칼 ‘위안화 포치 시대’… 美를 벨까 中을 벨까

    지난 8일 오전 9시 19분(현지시간). 지난달 31일 이후 6일 연속 기준환율을 높여오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결국 이날 기준환율을 전날(6.9996위안)보다 0.06% 오른 달러당 7.0039위안으로 고시했다. 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이 이미 달러당 7위안이 깨진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기준환율마저 7위안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날아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다. 기준환율이 7위안을 넘겨 고시한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5월 15일 이후 11년여 만이다. 위안화 환율은 5일 홍콩 역외시장에서 처음으로 7위안을 돌파하면서 위안화 가치의 약세를 뜻하는 ‘1달러=7위안 시대’가 열린 것이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이후 이 위안화 약세 현상이 뚜렷한 만큼 미중 무역전쟁이 미중 환율전쟁은 물론 글로벌 환율전쟁으로도 옮아갈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중국에 1달러=7위안 선, 이른바 ‘포치(破七) 시대’가 개막됐다. 중국 정부가 7위안 선이 무너져도 시장 개입에 적극 나서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바람에 지난 14일 현재 기준환율이 7.0312위안을 기록하는 등 ‘포치 시대’가 지속됨으로써 위안화 가치의 약세 기조가 완연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약세를 용인한 것은 중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 진단했다. 위안화의 소폭 절하만으로도 해외에 판매하는 중국산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덕분에 미중 무역전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중국의 수출업체에는 위안화 가치의 절하가 단비 같은 소식이다. 장밍(張明)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만약 미국이 계속 무역 갈등을 고조시키면 중국 정부가 시장의 압박에 따라 위안화를 움직이도록 내버려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고율 관세의 충격을 상쇄해 중국 수출업체들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안화 가치 약세 현상의 현실화는 미국의 3000억 달러(약 363조원) 규모의 추가 관세부과 예고 등 미중 무역전쟁 격화와 중국 경기 둔화로 시간문제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그동안 경제적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 ‘환율조작국 지정’이라는 카드를 들고 으름장을 놓는 미국의 눈치를 살피느라 위안화의 약세를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데이비드 로에빙거 TCW그룹 매니징 디렉터는 중국 지도부가 미국과 선의를 구축하기 위해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 하락 압박에 저항하면서 대세를 거슬러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의 추가 관세 보복→ 중국의 위안화 7위안 선 돌파 용인→ 미국의 환율조작국 명단 등재 등 양국이 도박 같은 치킨게임을 벌이는 통에 이제 위안화 환율의 ‘고삐’가 풀려버린 것이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평가절하를 ‘유도하는’ 것은 물론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관련이 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부작용도 있지만 수출 단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는 만큼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관세 충격을 상당 부분 상쇄하는 까닭이다. 미국이 얼마만큼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느냐에 따라 위안화의 환율 수준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뱅크 오브 메릴린치는 미국이 오는 9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 3000억 달러에 10% 관세를 부과할 경우 위안화 가치는 연말까지 7.3위안 수준으로 떨어지고, 25%까지 관세를 부과할 경우 7.5위안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가 약세현상을 보이더라도 맞대응할 수 있는 곳간인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여전히 3조 달러가 넘을 만큼 든든하다는 점에 자신감을 보인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외환보유고는 올 들어 310억 달러가 증가하며 3조 1037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를 용인함으로써 대미 ‘반격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하지만 위안화 약세 기조는 중국에 ‘양날의 칼’이다. 미국과 전방위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위안화 약세를 유지하는 것은 대규모 자본유출과 이에 따른 증시 폭락, 부채 급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도 크다. 대규모 자본유출을 촉발할 수 있는 게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지난 1~4월 외국인 자금의 유입에 힘입어 30% 넘게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무역협상이 결렬되면서 상하이 증시가 곤두박질치는 바람에 투자자들 사이에 볼멘소리가 나온다. 여기에다 위안화 가치까지 추가 절하된다면 환차손까지 우려한 외국인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갈 공산이 크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팀장은 “달러당 7위안은 자본유출과 금융불안 등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중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위안화 약세 가능성만으로도 대규모 자본유출을 경험한 트라우마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4~5월 두 달간 중국 자본시장에서 이탈한 외국자본은 무려 120억 달러에 이른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위안화 가치 하락 우려감으로 외국자본이 이탈한 것이다. 상하이 소재의 자산운용사 MQ인베스트먼트의 존 저우는 “미중 무역전쟁과 위안화 환율이 7위안대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감으로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고 설명했다. 위안화 가치의 7위안 시대는 국민경제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중국 경제에 미칠 충격파는 작지 않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인들은 더 많은 위안화를 주고 달러화 제품을 사야 한다. 해마다 석유와 옥수수, 콩 등을 대량 수입해야 하는 중국으로선 국민경제와 직결되는 농산물 등의 가격이 폭등하는 인플레 위기에도 직면할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이 갚아야 하는 외화부채 부담도 커진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국제금융협회(IIF)는 1분기 중국의 총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304%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비공식 통로를 통한 차입, 즉 그림자금융(정부 관리감독 범위 밖의 비제도권 금융)을 통한 차입을 제한하면서 비금융부문에서의 기업부채는 줄었지만 다른 부문에서 대출이 급증하면서 그 규모는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글로벌 총부채의 15%에 이른다. 중국 시장조사업체인 윈드는 올해 만기 도래하는 중국의 달러화 표시 부채가 113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중국 현지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홍콩계 회사나 글로벌 기업들이 빠져나갈 경우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하면서 고용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 기업들로서는 위안화 가치가 하락해 대량의 환차손이 발생하면 생산 규모를 줄이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위안화 가치 하락은 투자 심리도 냉각시켜 중국의 경제체질 전환에도 어려움을 주고, 위안화가 불안정해지면 금융 리스크나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도 커져 장기 투자계획 등이 미뤄지거나 취소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외 개방을 통해 경제성장 구조 전환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중국의 전략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위안화 약세 기조는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판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에도 독이 될 수 있다. 일대일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막대한 달러화 자금을 각국에 투자하고 있는데, 위안화의 가치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달러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다.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다”면서 “위안화 가치가 너무 떨어지는 것은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이제 백리를 간다…십리대숲의 변신

    이제 백리를 간다…십리대숲의 변신

    대한민국 생태관광지 26선에 선정된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이 백리대숲으로 새롭게 단장된다. 민·관·기업이 함께 손잡고 전국 최고의 생태관광자원 개발에 나선 것이다. 울산시는 내년 12월까지 태화강 상류인 울주군 석남사에서 선바위, 십리대숲을 거쳐 하류 명촌교에 이르는 40㎞(100리) 구간에 대나무를 심는 백리대숲 조성사업을 벌인다고 14일 밝혔다. 단절된 구간에 대나무를 심어 연속성을 확보하고, 자연생태 테마공원 5곳도 추가로 조성한다. 특히 대나무 심기와 테마공원 조성에는 시민과 기업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들은 대나무 식재, 죽순보호, 제초작업, 간벌작업, 환경정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BNK경남은행, 울산농협, SK에너지㈜, S-OIL㈜, LS-니꼬동제련㈜, ㈜비아이티 등 6개 기업체는 이날 울산시와 ‘태화강 백리대숲 조성사업 참여 협약식’을 체결했다. BNK경남은행과 울산농협은 테마쉼터 5곳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SK에너지는 삼호섬~동해고속도로 구간에, S-OIL은 태화교 일원에, LS-니꼬동제련은 삼호섬~동해고속도로 구간에 대나무를 심는다. 비아이티는 새로 심은 대나무에 비료를 지원할 예정이다. 앞서 시는 지난 5월 15일에 시민단체와 기업체 등 57개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태화강 백리대숲 조성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어 같은 달 30일에 신삼호교 일원에서 시민, 시민단체, 기업체·공공기관 등의 1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태화강 백리대숲 조성 시범 식재 행사를 벌였다. 울산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태화강은 2000년대 초까지 생활오수와 공장 폐수로 몸살을 앓으면서 ‘죽음의 강’으로 불렸다. 울산시와 시민들이 2004년부터 수질 개선에 나서 은어, 연어, 고니 등 1000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명의 강으로 다시 부활했다. 해마다 겨울에는 10만 마리의 떼까마귀 군무를 보려고 세계 조류·환경단체가 태화강으로 몰려든다. 지난해 울산을 찾은 방문객 541만명 가운데 185만명이 태화강을 찾았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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