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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계곡 불법시설 0.2%만 강제철거…“이번 여름만” 버티는 상인들 [강 기자의 세종실록]

    [단독] 계곡 불법시설 0.2%만 강제철거…“이번 여름만” 버티는 상인들 [강 기자의 세종실록]

    불법 영업시설 행정대집행 3건뿐 9만건 중 자진 정비 1.4만건…14% 원상회복 명령 3.6만건… 99명 고발 “행정대집행 유예하라” 민원 빗발 절차상 두 달 소요…‘버티면 수익’ 판단 ‘한철 장사’보다 법 공정성 우위 보여줘야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대표 치적으로 내세웠던 하천·계곡 불법 점용시설 정비를 지난해 12월 전국적으로 확대시켰지만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6월 말까지 평상 등 불법 영업 시설 정비를 완료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시한을 넘겼습니다. 한 달 넘게 자진 신고·철거 기간(5월 20일~6월 30일)을 부여했음에도 일부 업주들이 버티기에 나섰기 때문인데요. 정부는 예고대로 이달부터 공권력을 동원한 행정대집행을 본격화했지만 실제 철거율은 0.2%에 그쳤습니다. 공공자원인 하천과 계곡을 사유지처럼 점유한 채 평상과 그늘막을 설치한 뒤 자릿세를 받거나 식당 영업을 하며 여름 휴가철 한철 장사를 하는 불법 영업은 해마다 반복되는 고질적 병폐입니다. 자연을 즐기러 온 시민들이 누려야 할 공공 공간이 일부 업주의 사적 이익 수단으로 변질된 데다, 집중호우 때는 하천의 물 흐름을 방해해 침수 위험을 키우는 등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은 올해 2월 국무회의에서 “하천·계곡 내 불법 점용시설 실태를 전면 재조사하고, 누락이 확인되면 해당 지방정부를 엄중 문책하겠다”고 경고한 데 이어 5월에는 합리적인 정비 기준을 마련하되 불법 영업에는 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소하천을 담당하는 행안부는 ‘하천·계곡 불법시설 정비지원단’을 신설하고, 국가·지방하천과 공원을 맡은 기후에너지환경부, 계곡을 관리하는 산림청, 농업용 배수로(구거)를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250명 규모의 정부 합동감찰반을 꾸려 대대적인 정비에 착수했습니다. 또 인력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에는 불법 시설 철거를 위해 재난안전특별교부세 200억원을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달까지만 하겠다”, “이번 여름만 장사하고 철거하겠다”며 성수기 영업을 이유로 버티는 불법 영업이 여전했습니다. 행안부 담당 부서에도 “올여름 장사만 하게 해 달라”며 행정대집행을 미뤄 달라는 민원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서울신문이 14일 행안부 등 관계 부처를 통해 하천·계곡 불법시설 정비 현황을 확인한 결과, 전체 불법시설 약 9만건 가운데 자진 정비된 것은 1만 3000건으로 정비율은 14%에 불과했습니다. 정부는 자진 철거 계도 기간을 운영하고 자진 철거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자발적인 정비를 유도했지만, 전체의 86%는 여전히 철거하거나 시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3만 6000건은 원상회복 명령이 내려졌고, 2만건은 자진 철거를 요구하는 구두 계고를 받은 상태입니다. 끝까지 자진 철거를 거부해 행정대집행으로 강제 철거된 불법 시설은 202건으로, 전체의 0.3%에 그쳤습니다. 특히 사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불법 영업시설의 정비는 더욱 더뎠습니다. 전체 3193건 가운데 절반가량만 자진 철거했고, 원상회복 명령을 받고도 불응한 1500건 중 실제 행정대집행이 이뤄진 사례는 단 3건(0.2%)뿐이었다. 전남 나주 영산강 1곳과 충남 천안 마검천 2곳에서만 강제 철거가 집행됐습니다. 지난달까지 정비를 마치겠다던 불법 영업시설 1400여건이 여전히 남아 있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자진 철거 요청부터 원상회복 명령, 행정대집행에 이르기까지 법적 절차를 밟는 데 통상 2~3개월이 걸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달부터 행정대집행 절차에 착수하기 위해 관련 공문도 발송했지만, 사유재산을 강제로 철거하는 데 따른 법적 부담과 현장 충돌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실제 집행에는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입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자진 시정을 유도하는 구두계고를 시작으로 1·2차 원상회복 명령과 1·2차 행정대집행 계고를 거쳐 실제 강제 철거에 이르기까지 법적으로 최소 57일이 소요된다”며 “주말과 공휴일 등을 고려하면 기간은 더 길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장에서 철거 대상자의 저항이나 반발이 심할 경우 안전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있어 행정대집행을 신속하게 집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60~70년대부터 명맥을 이어온 대구·경북의 명소인 팔공산 기도터입니다. 이곳은 민간이 국·공유지를 무단 점유한 채 운영해 온 곳으로, 수능 합격 등을 기원하는 방문객들이 초를 구입해 기도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초 판매와 굿 등 종교 행위가 사실상 개인의 수익사업으로 운영되면서 일반 탐방객들의 이용을 제한하고 불편을 초래해 왔다는 점입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시설물 자진 철거를 요청하자 무속인협회가 두 차례나 국립공원사무소를 항의 방문했다”며 “수십 년간 운영됐다는 이유만으로 국·공유지에서 개인의 불법 수익 활동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 기도터는 대구시와 산림청, 국립공원공단이 협업해 설득과 협의를 이어간 끝에 지난 5월 22일 자진 철거됐습니다. 불법 시설에는 평상과 그늘막 등 불법 영업시설뿐 아니라 허가받지 않은 농막 등 가설건축물과 불법 경작도 포함됩니다. 이 가운데 약 7000건은 철거가 유예됐습니다. 하천 기능이나 안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가설건축물은 올해 12월까지, 불법 경작은 수확기까지 한시적으로 철거를 미뤘습니다. 이와 별도로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경계 측량이 필요한 시설물 등 1만여건은 ‘기타’로 분류돼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아 있는 불법 시설은 7~8월에도 정비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법적 절차를 생략하거나 서둘러 강제 철거에 나섰다가 되레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소송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평상 등은 비교적 신속하게 철거할 수 있지만 건축물은 절차와 시간이 훨씬 더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부처별로 관리 구역이 나뉘어 있어 강제 철거 과정에서 기관 간 협업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상인들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름 성수기인 7~8월 장사를 마칠 때까지는 당장 강제 철거를 당하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입니다. 이 대통령과 윤호중 행안부 장관도 하천·계곡 현장을 수차례 찾아 “올여름 본격적인 휴가철 전에 국민 다수가 이용하는 음식점·민박·캠핑장 등 상행위 시설부터 우선 정비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정부는 휴가철 이전 정비를 공언했지만, 현장에서는 ‘여름 장사는 끝낼 수 있다’는 기대가 여전히 통하고 있는 셈입니다. 정부는 자진 철거에 응하지 않을 경우 변상금 부과와 이행강제금, 형사 고발 등의 조치를 하고 있지만 변상금이 수십만원 수준에 그쳐 억지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정부는 원상복구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99명을 경찰에 고발한 상태입니다.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계고나 이행기간 부여 없이 곧바로 행정대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원상복구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최대 10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연 2회 부과하는 내용으로 하천법과 소하천정비법도 개정했습니다. 그러나 하천법은 오는 9월, 소하천정비법은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올여름 불법 영업 단속에는 사실상 적용되지 않습니다. 변상금 대신 과징금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지만 입법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결국 정비가 지연돼 불법 점용을 끝내지 못한다면 국민 불편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버티면 여름 특수를 놓치지 않는다’는 상인들의 계산이 현재로서는 통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정부도 이런 사정을 알지만 두 달 이상 걸리는 행정대집행 절차와 법적 한계 탓에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은 하천과 계곡을 온전히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공공자원을 불법으로 점유해도 여름 장사만 버티면 된다는 잘못된 학습효과를 남긴다면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법은 지키는 사람이 손해를 보고 버티는 사람이 이익을 얻는 순간 신뢰를 잃습니다. 하천과 계곡은 특정인의 영업장이나 일부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쉼터인 공공재입니다. 정부가 지켜야 할 것은 단순한 철거 일정이 아니라 법 앞의 공정성과 공공자원의 공공성입니다. 이번 여름 정부는 ‘한철 장사’보다 법의 원칙이 앞선다는 사실을 결과로 증명해야 합니다. ‘버티면 이긴다’는 선례가 아니라 ‘불법은 반드시 바로잡힌다’는 원칙을 남기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그것이 국민에게 공공자원을 온전히 돌려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강 기자의 세종실록’은 대한민국 행정의 수도 세종시에서 생산되는 정부 정책과 관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생생하게 보도하는 코너입니다. 세종시에 포진한 각 정부부처가 내놓는 모든 정책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고, 오늘의 행정이 내일의 역사가 된다는 관점으로 ‘세종 현대사(現代史)’를 기록하겠습니다.
  • 폭염 탓 ‘초과 사망’…연평균 200명 달해

    폭염 탓 ‘초과 사망’…연평균 200명 달해

    폭염으로 인한 ‘숨은 사망자’가 해마다 200명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질병관리청의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9년 전국의 폭염 초과 사망자는 연평균 211명으로 집계됐다. 초과 사망은 폭염 탓에 지병이 악화해 숨진 경우 등을 포함해 평소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사망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같은 기간 국가데이터처 사망원인통계상 온열질환 사망자는 연평균 61.2명으로 초과 사망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존 통계가 실제 폭염 피해를 온전히 담지 못한다는 의미다. 기록적인 폭염이 덮친 2018년의 수치가 이를 방증한다. 당시 응급실 감시체계에 집계된 온열질환 사망자는 48명, 사망원인통계상 사망자는 170명이었으나 폭염으로 인한 심혈관질환 악화 등 간접 영향까지 반영한 전체 초과 사망자는 804명에 달했다. 문제는 기온 상승에 따라 건강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연평균 기온은 2019년 13.5도에서 2024년 14.9도로 5년 새 1.4도 올랐는데,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전체 사망과 심뇌혈관·호흡기 질환 사망이 함께 증가했다. 폭염은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4~2023년 정신질환 의료 이용을 분석한 결과, 폭염기 월평균 이용 건수(10만 9149건)는 평시보다 500건 더 많았다. 채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온열질환 문제도 있지만 더 많은 문제는 기저질환을 악화시켜 사망 시점을 앞당기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폭염 감시 범위를 초과 사망과 정신건강까지 넓히고 취약계층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재정경제부는 폭염이나 호우로 작업이 어려운 공공 건설 현장의 공사를 일시 중지하도록 공공 발주기관에 지침을 내렸다. 공사 중단 기간만큼 계약기간을 연장하고 시공업체가 추가로 부담한 비용은 계약금액 조정을 통해 보전해 주기로 했다. 아울러 폭염 등으로 기한 내에 공사를 못 끝내더라도 지연배상금을 부과하지 않을 방침이다.
  • 성북 민주주의 실현 주민총회 여정 마침표…공론장 넘어 동네 축제로

    성북 민주주의 실현 주민총회 여정 마침표…공론장 넘어 동네 축제로

    서울 성북구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8일까지 20개 동에서 차례대로 개최한 2026년 주민총회를 마무리했다고 13일 밝혔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주민총회는 주민이 지역 문제를 논의하며 마을의 미래를 함께 결정하는 주민자치의 대표 공론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9년간 주민총회에 약 11만명의 주민이 참여했고 5357건의 지역 의제가 발굴됐다. 이 중 올해까지 965건의 주민자치사업이 주민투표와 총회로 선정돼 마을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올해 총회에도 사전투표와 현장투표를 포함해 2만 8000여명의 주민이 참여했고 1400여건의 지역 의제가 나왔다. 이 중 숙의와 주민투표를 거쳐 214건의 의제가 총회에 상정됐고 이후 지역 여건과 우선순위 등을 반영해 주민자치사업으로 추진된다. 2018년 종암동과 동선동 주민자치회 시범 운영으로 시작돼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주민총회는 주민 참여와 운영 방식을 해마다 발전시켜 왔다. 2024년 총회는 자치회관 프로그램 발표회와 문화공연, 체험 행사를 접목한 축제형으로 운영해 주민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하는 마을 축제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는 주민투표 기능을 강화해 주민이 의제를 직접 결정하는 참여 중심의 총회로 발전했다. 구는 올해 총회의 가장 큰 성과는 구 특화 사업인 ‘1주민자치회 1학교, 자치로운 우리동네’가 본격 성과를 거둔 점이라고 설명했다. 주민자치회와 학교가 지속해 협력하며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가 크게 늘었다. 총회 현장에서는 주민자치회 위원이 지역 의제를 설명하고 사업의 필요성과 기대 효과를 주민과 공유했다. 의제 발표와 문화공연, 체험 행사 등이 함께 열려 총회는 정책을 결정하는 공론장을 넘어 세대와 계층이 함께 소통하고 화합하는 지역 공동체 축제가 됐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지난 9년간 주민총회는 주민의 목소리가 마을의 정책으로 이어지는 생활민주주의의 기반을 다져왔다”며 “앞으로도 주민과 학생, 학교, 지역 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총회를 통해 미래 세대와 함께 성장하는 지속가능한 주민자치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 “이젠 약도 안 듣네요”…성관계로 옮기는 ‘괴물 이질균’ 확산에 英 발칵

    “이젠 약도 안 듣네요”…성관계로 옮기는 ‘괴물 이질균’ 확산에 英 발칵

    영국에서 성관계를 통해 옮는 세균성 이질 환자가 빠르게 퍼지며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 박테리아는 전염 속도가 빠른 데다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어 긴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8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현지에서 동성 간 성행위를 매개로 세균성 이질이 확산하는 사례가 늘면서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통 이질은 시겔라균에 오염된 음식을 먹거나 환자 대변이 묻은 물건을 만졌을 때 걸리는 병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남성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사이의 항문성교 과정에서 대변 물질 접촉으로 시겔라균에 감염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질병에 걸리면 심한 복통과 함께 피가 섞인 설사, 고열, 구토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하루 이틀 앓고난 뒤 낫는 일반 장염과는 다르다. 일주일 이상 앓아누울 정도로 고통스러우며 환자 3명 중 1명은 나흘에서 닷새 동안 병원에 입원해야 할 만큼 증상이 심각하다.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탈수나 장 천공, 영양실조 등으로 이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20만명 이상이 이 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문제는 이 균을 없애는 데 쓰이는 항생제의 효과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균이 강력한 약물 치료를 견뎌내는 능력을 갖추는 이른바 ‘항생제 내성’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이 최근 국제 학술지 ‘란셋 감염병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성접촉으로 전파되는 이질은 다른 경로로 옮는 경우보다 더 빠르게 퍼지고 항생제 내성도 더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프로플록사신, 아지트로마이신 등 이질 치료에 쓰는 주요 항생제에도 강한 저항력을 갖고 있었다. 성병성 이질 환자 10명 중 7명은 최소 한 가지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였다. 연구를 이끈 케이트 베이커 케임브리지대 유전학과 교수는 “이제는 약으로 치료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심각성을 전했다. 또한 손 씻기나 음식 위생 관리에만 신경 쓰는 기존 방식으로는 성행위로 퍼지는 이질을 막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배가 아프고 설사가 나면 단순한 식중독으로 가볍게 넘기지 말고, 최근의 성접촉 때문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의 하미시 모하메드 박사는 “성관계 전후로 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증상이 있다면 즉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질 진단을 받았다면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를 비롯한 다른 성병에도 함께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종합적인 성 건강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죽은 새끼 둘 품은 두 어미 포착은 이례적”…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슬픈 장례식

    “죽은 새끼 둘 품은 두 어미 포착은 이례적”…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슬픈 장례식

    죽은 새끼를 주둥이에 얹은 채 바다를 떠도는 어미 남방큰돌고래.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를 차례로 잃은 어미들의 모습이 제주 앞바다에서 동시에 처음 목격됐다. 전문가들은 “매우 이례적인 장면”이라며 제주 해양생태계에 이상 신호가 켜진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오승목 다큐제주 감독은 지난 8일 오후 3시 20분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와 월정리 사이 해상에서 국제보호종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남방큰돌고래 어미가 죽은 새끼 두 마리를 번갈아 주둥이에 얹고 이동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오 감독은 “두 마리가 같은 화면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한 마리만 발견돼도 충격적인데 두 마리를 동시에 확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촬영된 영상에는 부패 정도가 서로 다른 새끼 두 마리가 담겼다. 먼저 발견된 개체는 몸이 마르고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반면 뒤늦게 확인된 다른 새끼는 아직 몸이 통통하고 부패가 시작되는 단계였다. 오 감독은 “수온 등을 고려하면 최소 3~4일 정도의 시간 차를 두고 폐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두 마리 모두 생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어린 개체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낚싯줄이나 폐어구, 해양쓰레기에 의한 외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정확한 폐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질병이나 질식, 스트레스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제주에서 확인된 남방큰돌고래 새끼 폐사는 이번을 포함해 모두 4마리다. 지난 2월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항 앞바다에서 1마리, 3월 제주시 한경면 일과리 앞바다에서 1마리가 발견됐고, 이번에 김녕 앞바다에서 두 마리가 추가 확인됐다. 다큐제주와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에 따르면 새끼 돌고래 폐사는 2023년 3건, 2024년 9건, 2025년 5건, 올해 4건이다. 어린 개체의 폐사가 해마다 반복되면서 제주 연안 생태환경 변화와의 연관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어미 돌고래는 죽은 새끼를 쉽게 떠나보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어미가 이미 새끼의 죽음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며칠 동안 주둥이에 올려 이동하는 행동을 ‘장례 행동’으로 해석하고 있다. 오 감독은 “부패가 진행된 새끼를 계속 데리고 다닌다는 것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장례를 치르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며 “최근 며칠 동안 김녕과 월정리, 함덕, 종달리 일대에서 같은 무리로 추정되는 돌고래들이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이동하는 모습도 관찰됐다”고 전했다. 이어 “죽은 새끼 두 마리를 끝내 놓지 못한 채 제주 바다를 떠도는 어미 돌고래의 슬픈 장례식은 제주바다의 몸살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또다른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 완도군, 신지 명사십리 해수욕장 7월 11일 개장

    완도군, 신지 명사십리 해수욕장 7월 11일 개장

    전남 완도군이 여름 휴가철을 맞아 청정 해변인 신지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7월 11일 개장해 8월 17일까지 38일간 운영한다. 신지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3.80km에 달하는 너른 백사장과 청정한 바다, 해송 숲이 어우러져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서남해안 대표 해수욕장이다. 이곳은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해수욕장에만 부여하는 국제 인증인 ‘블루 플래그(Blue Flag)’를 아시아 최초로 획득해 9년 연속 인증을 받아 청정 해변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군은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카약과 패들보드(SUP), 래프팅, 요트 체험 등의 해양 레저 프로그램을 비롯해 체험·문화 행사를 운영한다. 또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안전 시설 점검과 함께 주변 환경과 편의시설을 정비하며 손님맞이에 나섰다. 특히 안전관리를 위해 관계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안전관리·수상 안전요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응급 의료 지원체계를 상시 운영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 대책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신 군수는 “신지 명사십리는 청정 해변으로 완도의 여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관광 명소”라며 “관광객들이 안전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빈틈없는 안전 관리와 쾌적한 관광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완도군은 신지 명사십리 외 읍면 해수욕장 10개소도 7월 25일 개장해 8월 17일까지 피서객들을 맞는다.
  • 한국어 응원 가득 찬 오사카 무대… K팝, 국경·언어 뛰어넘다 [커버댄스]

    한국어 응원 가득 찬 오사카 무대… K팝, 국경·언어 뛰어넘다 [커버댄스]

    “힘내라!” “잘했어!” 응원 쏟아져일본팀 매년 월드파이널 톱3 배출 치열한 예선 뚫고 15개팀 본선행 하투하 스타일 커버한 ‘디어’ 우승멤버 8명 가운데 5명은 재도전자실력 상향 평준화에 “심사 어려워” “힘내라!”, “잘했어!” 지난 4일 일본 오사카성공원 내 쿨재팬파크 오사카 TT홀. ‘2026 K팝 커버댄스 페스티벌 인 재팬’을 보러온 관객들 사이에서는 한국어 응원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진행자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자 관객들도 일제히 한국어로 화답했다. 장마철 빗방울이 흩날린 날이었지만, 공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참가자와 K팝 팬들이 행사장으로 몰려들었다. 객석은 야광 응원봉과 응원 부채 등을 든 관객들로 일찌감치 가득 찼다. 가족과 함께 온 어린이들도 눈에 띄었다. 대회에 참가한 누나를 응원하러 엄마와 함께 온 곤도 하루토(9)는 누나의 이름과 얼굴로 꾸민 ‘우치와’(응원 부채)를 흔들며 목청을 높였다. 서울신문과 주오사카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한 K팝 커버댄스 일본 대회가 올해도 성황리에 열렸다. 서울시와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서울관광재단, 올케이팝, 펜타클, 에어로케이항공 등이 후원한 이번 대회에는 사전 영상 심사를 통과한 일본 전국 15개 팀이 본선 무대에 올랐다. 심사에는 K팝 대세 안무가 킹키를 비롯해 2014·2015년 일본 대회 우승팀 출신 댄서 노리코 등이 참여했다. 무대는 K팝 아이돌 공연을 방불케 했다. 오차 없는 칼군무와 표정 연기, 카메라를 의식한 시선 처리, 직접 준비한 의상까지 더해지며 단순히 안무를 따라 하는 수준을 넘어 각 팀만의 개성과 해석을 담은 무대가 이어졌다. 일본은 매년 월드파이널 베스트3를 배출할 정도로 참가팀의 수준이 높은 나라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일본 예선이 가장 치열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K팝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뿐 아니라 프로 댄서와 데뷔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대거 참가하면서 일본 예선 자체가 사실상 월드파이널을 방불케 하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객석 풍경도 달라졌다. 지난해에 비해 또래 친구뿐 아니라 부모와 형제자매 등 가족 단위 관객이 눈에 띄게 늘었고, “힘내라”, “잘했어” 같은 한국어 응원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수상 소감을 아예 한국어로 준비한 팀도 눈에 띄었다. K팝을 단순히 소비하는 콘텐츠가 아닌 함께 즐기고 응원하는 문화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올해 우승은 걸그룹 하츠투하츠의 ‘스타일’을 커버한 효고현의 8인조 팀 ‘디어’(K*dear)가 차지했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대학 1학년까지로 구성된 이들은 자신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을 고르고, 멤버들의 개성이 드러나도록 의상도 직접 만들어 무대를 완성했다. 멤버 8명 가운데 5명은 재도전자였다. 팀 리더 다구치 사유(18)는 “가족과 친구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며 “일본 대표로 선발된 만큼 한국에서도 꼭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다구치는“반짝이는 K팝 무대를 보며 자연스럽게 무대에 선 모습을 꿈꾸게 됐다”면서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팀 간 실력 차가 크지 않아 심사위원들도 마지막까지 의견을 주고받으며 심사를 이어갔다. 기술적인 완성도뿐 아니라 곡 해석과 팀의 개성이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됐다는 설명이다. 심사위원인 킹키는 우승팀에 대해 “자신들의 장점을 잘 살린 영리한 선곡과 의상, 무대 구성이 인상적이었다”며 “무대 위에서 함께 즐기는 에너지가 관객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열린 킹키의 저지쇼와 K팝 랜덤댄스 이벤트에서는 참가자 90여 명이 무대에 올라 20~30초간 무작위로 흘러나오는 K팝 음악에 맞춰 열기를 끌어올렸다. 킹키도 함께 무대에 올라 축제 분위기를 이어갔다. 김혜수 주오사카한국문화원장은 “일본에서는 K팝의 역사가 길어진 데다 일본인 안무가와 댄서들이 K팝 산업에서 활약하는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참가자들의 실력이 해마다 상향 평준화되면서 심사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무대가 한일 아티스트 간 공동 작업과 문화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영채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는 “K팝의 매력은 음악과 춤을 넘어 국경과 언어를 뛰어넘어 사람들을 연결하는 데 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맺은 인연이 앞으로의 꿈과 도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객석은 쉽게 비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심사위원을 붙잡고 동선과 표정, 시선 처리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고, 휴대전화로 촬영한 무대를 함께 돌려보며 아쉬운 장면을 하나씩 짚어갔다. 수상이 불발되자 아쉬움에 눈물을 훔치는 참가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번 대회 우승팀 디어는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2026 K팝 커버댄스 페스티벌 월드파이널’에 일본 대표로 출전해 세계 각국의 우승팀과 실력을 겨룬다.
  • 양천구, 어르신 500가구에 낙상예방물품 지원

    양천구, 어르신 500가구에 낙상예방물품 지원

    서울 양천구는 낙상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주거 환경 개선 사업 지원 대상자를 오는 31일까지 모집한다고 7일 밝혔다. 구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살던 곳에서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2023년부터 ‘어르신 안심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해마다 지원 규모를 확대한 결과 지난해까지 1680여명에게 안전물품 4789개를 지원했다. 올해도 지원 한도액과 품목을 확대한다. 가구당 지원 한도액은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높였다. 고위험군이나 주거 환경 개선이 시급한 경우 최대 40만원을 지원한다. 올해는 지원 한도액과 품목을 확대하고,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인 통합 돌봄 서비스와 연계해 지역 어르신의 생활안전 지원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먼저 가구당 지원 한도액을 기존 25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상향하고, 고위험군이거나 주거환경 개선의 긴급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최대 40만 원까지 지원한다. 지원 품목도 13종에서 16종으로 늘었다. 고정형·침대용·변기용 안전손잡이와 욕실 논슬립 바닥시트, 목욕의자, 지팡이 등 기존 품목외에 정보형 화재감지기, 스프레이 소화기, 실외 안전손잡이 등 화재 관련 3종이 추가됐다. 지원 대상은 양천구에 거주하는 거동이 불편한 65세 이상 어르신 500가구다. 구는 신청자가 지원 규모를 초과할 경우 통합돌봄 대상자를 우선 지원한다.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고연령자, 주거환경이나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되면 전문업체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어르신과 일대일 상담을 시행하고, 맞춤형 물품을 지원·설치한다. 신청은 주소지 동주민센터에서 가능하다. 동주민센터 방문간호사, 복지기관 종사자 등을 통해 대상자 발굴부터 상담·지원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기재 구청장은 “낙상 사고는 어르신의 건강과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더욱 촘촘한 지원을 통해 사고를 예방하고자 올해 지원 규모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 “버려진 주사기 속 프로포폴 셀프 투약”…출근 첫날 체포된 간호조무사

    “버려진 주사기 속 프로포폴 셀프 투약”…출근 첫날 체포된 간호조무사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에서 스스로 프로포폴을 투약한 간호조무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20대 여성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이날 강남의 한 피부과에서 폐기물 보관함에 버려진 주사기에 남아 있던 프로포폴을 다른 주사기로 옮겨 담아 스스로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프로포폴은 수술이나 각종 검사 시 전신 또는 수면마취에 사용되는 의료용 마약류다. 조사 결과 A씨는 해당 피부과에 처음 출근한 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범행 경위와 함께 과거에도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약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 처방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발표한 ‘2025년 의료용 마약류 취급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용 마약류를 한 차례 이상 처방받은 환자는 2020만명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약 4명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셈이다. 이 가운데 프로포폴 등 마취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1262만명, 미다졸람·졸피뎀 등 최면진정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972만명으로 나타났다. 의료 현장에서 의료용 마약류 취급이 늘어나는 만큼 보관과 폐기 절차를 비롯한 관리 체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나를 비우는 시간, 3500㎞ 순례의 길

    나를 비우는 시간, 3500㎞ 순례의 길

    미국 버지니아주 이야기를 하려 한다. 정치 수도인 워싱턴 D.C.의 왼쪽, 그러니까 서편의 남북부를 감싼 지역이다. 버지니아 여정의 큰 축은 세 가지다. 애팔래치안 트레일(AT)의 맛보기라 할 맥아피 노브 트레킹, 셰넌도어 국립공원 드라이브, 그리고 이 지역에 새겨진 미국 역사 엿보기다. 버지니아는 그리 길지 않은 250년 미국 역사에 비춰보면 나름의 고도(古都)다. 미국 건국 초기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등 많은 대통령을 배출해 ‘대통령의 어머니’라 불렸다. 미국인들이 노스탤지어를 느낄 법한 자연과 역사문화유산도 꽤 많다. 셰넌도어 리버, 블루리지 마운틴 등 가수 존 덴버의 명곡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의 배경이 된 곳도 여기이고, 미국인에게 도전과 고난, 성찰의 대명사인 AT의 가장 유명한 봉우리 맥아피 노브도 여기에 있다. 애팔래치안 트레일을 알게 된 건 영화 ‘어 워크 인 더 우즈’(2015)를 통해서다. 미남 배우의 전형이라 할 ‘로버트 레드포드 형’이 주인공 빌 브라이슨을 맡고, 닉 놀테가 거구의 친구 카츠를 맡아 열연했다. ‘어 워크 인 더 우즈’는 동명의 책이 모티브다. 브라이슨을 세계적인 여행가의 길로 이끈 AT 도전 여정을 담은 여행 에세이다. 우리나라에선 ‘나를 부르는 숲’이란 제목으로 폭넓은 인기를 얻었다. ●맥아피 노브의 너른 반석에서 본 절경 책과 영화는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 책에선 브라이슨이 40대 중년이지만 영화에선 칠십 넘은 노인이란 점이 다를 뿐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맥아피 노브에서 펼쳐진다. 시답지 않은 주제로 옥신각신하던 브라이슨과 카츠가 갑자기 입을 닫고 웅혼한 풍경에 젖어든다. 너른 반석 너머로 펼쳐진 블루리지산맥과 셰넌도어 계곡의 모습은 수많은 삶의 상처로 다져진 두 노인에게도 충격과 감동이었던 거다. 그 자리가 바로 맥아피 노브다. 영화 포스터 역시 맥아피 노브의 반석 위에서 둘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담았다. 실제 맥아피 노브는 AT의 끝없는 연봉 가운데 가장 유명한 봉우리다. 주말이면 새벽부터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 차고, 배후 도시 로어노크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조차 예약 전쟁을 치러야 할 정도로 사람이 몰린다. 물론 맥아피 노브에 행락객 수준의 산객들만 있는 건 아니다. AT 종주에 나선 순례자들도 같은 등산로를 걷는다. 그들은 행색 자체가 다르다. 무릎엔 보호대가 감겼고, 등산화는 너덜거리며, 마지막으로 씻은 게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온몸이 땀과 먼지로 뒤덮였다. 하지만 후줄근한 몰골과 달리 몸 전체에서 아우라가 뻗어 나오고, 그들을 향한 존경심이 솟는다. 이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무겁고 성찰적인 순간을 지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도전하는 사람 중 절반이 하루 이틀 내에 산을 내려가고, 남은 절반의 절반이 코스의 중간에도 이르지 못한 채 포기한다는 AT는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서 북부 메인주까지, 애팔래치아산맥을 따라 14개 주에 걸쳐 있다. 버지니아는 그중 딱 절반이다. ●하이커들의 로망 ‘애팔래치안 트레일’ AT의 전체 거리는 2190마일, 약 3500㎞다. 1921년 조성이 시작돼 1937년쯤 완성됐다. 미국 3대 장거리 트레일 중 가장 먼저 조성된 길이자, 하이커들의 ‘로망’이다. 완주까지는 대략 5~6개월 걸린다. 우리의 ‘백두대간 종주’쯤 될까. 길이로야 견줄 수 없겠지만, 도전과 성찰이라는 산행의 본질적인 면에서는 같지 싶다. 해마다 4000명쯤 도전에 나서는데, 완주율이 평균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맥아피 노브 트레킹은 AT 완주에 견주면 새발의 피도 못 된다. 그래도 나무에 페인트로 새겨진 직사각형의 AT 상징 표지를 보며 걷는 느낌은 아주 독특하다. 카토바 산자락의 들머리(트레일 헤드)에서 맥아피 노브까지는 4마일, 왕복 8마일(13㎞) 정도다. 깔딱고개는 거의 없고,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등산로에선 늘 흑곰을 신경 써야 한다. 미국인들은 흑곰을 거의 동네 들개 취급하지만, 사실 새끼와 함께 있는 어미 곰은 무척 위험하다. 이번 트레킹에서도 하산길에 새끼 곰과 마주쳤다. 어미 곰의 존재를 확인할 틈도 없이 ‘빛의 속도’로 줄행랑쳐야 했다. 실제 책 ‘나를 부르는 숲’에서도 흑곰의 위험성을 수시로 경고하는 만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맥아피 노브의 돌출 암반에 올라서면 눈앞이 탁 트인다. 블루리지 산맥이 성벽처럼 일직선으로 내달리고, 그 사이 움푹 들어간 골짜기에는 믿기 어려울 만큼 너른 개활지가 펼쳐져 있다(그들은 이를 ‘계곡’이라 부른다). 산과 산이 가까이 겹쳐진 한국과 다른 이 구도가 낯설면서도 압도적이다. ●존 덴버의 노래 속 ‘컨트리 로드’ 이제 ‘컨트리 로드’를 따라 셰넌도어 국립공원을 향해 북진한다. 맥아피 노브에서 160마일(약 258㎞) 떨어져 있다. 셰넌도어 국립공원에선 ‘스카이라인 드라이브’를 따라 여유 있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셰넌도어 국립공원도 AT의 경로에 포함된다. 잘 포장된 스카이라인 드라이브 옆, 보이지 않는 숲속에 좁은 등산로가 나 있다. 셰넌도어를 유명하게 만든 건 단연 존 덴버의 노래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1971)다. 원래 이 곡은 버지니아와 맞붙은 웨스트 버지니아를 노래했다. 웨스트 버지니아에서는 지금도 공식 주가(州歌)로 불린다. 가사에 나오는 ‘올모스트 헤븐’이란 문구는 이 주의 표어가 됐다. 그런데 웬걸, 정작 가사에 나오는 그 산과 강은 일부만 웨스트버지니아에 걸쳤을 뿐 대부분 옆 동네, 버지니아에 속해 있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건 메릴랜드주의 한 도로다. 작곡, 작사가 모두 웨스트버지니아에 가본 적이 없다. 이는 미 대중음악계에서 공식 확인된 이야기다. 제목의 지명이 빗나간 줄도 모르고, 이 곡은 반세기 동안 미국인의 향수를 자극해온 거다. ●75개 전망대 있는 스카이라인 드라이브 스카이라인 드라이브는 셰넌도어 국립공원의 산정을 따라 105마일(약 170㎞)가량 이어져 있다. 대공황 때인 1931년 공사를 시작해 1939년에야 전 구간이 열렸다. 길 여기저기에 75개의 전망대가 점점이 박혀 있다. 버지니아의 아름다운 지방도로를 달리다 보면 ‘배틀 필드’라는 표지판을 자주 본다. 버지니아는 ‘시빌 워’ 남북전쟁의 주 무대였다. 당시 남부연합의 수도였던 현 주도(州都) 리치먼드 등 어딜 가도 전쟁 유적이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두 번째로 크다는 프레데릭스버그 국립군사공원 등 국립공원만 6곳이고, 크고 작은 전장은 수백 곳에 달한다. 이 전적지를 엮어 ‘시빌 워 트레일’을 조성하기도 했다. 셰넌도어 국립공원 초입의 샬러츠빌엔 몬티첼로라는 예쁜 이름의 저택이 있다. 미국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직접 설계하고 평생 고쳐 지은 집이다. 독립선언서를 쓴 손으로, 그는 이 집의 기둥과 돔과 정원까지 세심하게 그려냈다. 그러나 이 저택은 한때 600명이 넘는 흑인 노예의 노동으로 유지됐다. 제퍼슨과 그가 ‘소유’했던 여성 흑인 노예 샐리 헤밍스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의 이야기는 이제 가이드 투어에서도 다뤄질 만큼 유명하다. 노예해방을 부르짖고 자유와 평등을 외친 사람의 집이 동시에 부자유스러운 현장이었다는 모순. 그러면서도 여전히 미국인, 특히 백인이 가장 사랑하는 유적 중 하나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이방인에겐 선뜻 와닿지 않는다. 몬티첼로 안에 제퍼슨의 묘와 묘비가 있다. 1987년 버지니아대학교와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이제 여정의 마지막 방문지, 하퍼스 페리다. 원래 행정구역은 웨스트버지니아주에 속하지만, 여태 여정을 함께한 셰넌도어강과 블루리지 산맥이 명맥을 다하는 곳인 만큼 오지 않을 도리가 없다. 스카이라인 드라이브가 끝나는 프런트 로열에서 43마일, 약 70㎞ 거리다. ●남북전쟁의 도화선 ‘하퍼스 페리’ 하퍼스 페리는 셰넌도어강과 포토맥강 사이에 있다. 버지니아와 웨스트버지니아, 메릴랜드 등 세 개의 주가 만나는 곳이다. 블루리지 산맥은 여기서 끝이 나고, 셰넌도어강은 웨스트버지니아에서 흘러온 포토맥강과 합쳐진 뒤 포토맥강이란 이름 그대로 워싱턴 D.C.를 향해 흘러간다. 하퍼스 페리는 남북전쟁의 도화선이 된 곳이다. 1859년 10월, 노예제 폐지론자 존 브라운이 22명의 동지와 함께 연방 무기고를 습격한 것이 미국이란 거대한 나라를 두 쪽으로 갈라놓는 불씨가 됐다. 미국의 초기 역사가 고스란히 남은 마을을 샅샅이 둘러보려면 반나절로도 짧다. 여정을 마친 뒤 복귀하는 차 안. ‘컨트리 로드’를 들어야 하는 시간이다. “올모스트 헤븐, 웨스트버지니아~” 여태껏 이어진 풍경은 사실 버지니아의 것이었지만,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존 덴버가 지리를 헷갈렸다 해도 노래가 가리키는 마음, 산과 강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 마음만큼은 정직했으니 말이다. ●디스커버리호 있는 항공우주박물관 이제껏 다닌 곳과 결이 다른 명소 한 곳 덧붙인다. 밀리터리, 항공기, 역사 ‘덕후’ 모두를 만족시킬 곳.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 덜레스 분관이다. 공식 명칭은 우드바-하지 센터. 워싱턴 D.C.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의 별관인데, 본관보다 규모가 크다. 하이라이트는 거대한 격납고에서 영원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다. 근 40년 동안 지구상 어느 비행체보다 많이 우주를 오가며 39차례 임무를 수행했다. 그만큼 동체 곳곳에 우주의 상처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바로 앞은 전설적인 정찰기 SR-71 블랙버드다. 냉전 시대 음속의 세 배로 날며 오로지 스피드만으로 적의 미사일을 따돌리던 항공기다. 인류가 만든 유일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도 바로 옆에 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건 이놀라 게이다. 1945년 8월 6일 괌 인근의 티니안에서 이륙해 일본 히로시마에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리틀 보이’를 투하한 폭격기다. 워낙 민감한 기체라 주변에서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해도 즉시 경보가 발령된다니 조심해서 보시길. 워싱턴 덜레스 공항 바로 옆에 있다. [여행수첩] -차 없는 미국 여행은 상상하기 어렵다. 차를 렌트 하는 건 먹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렌터카 예약할 때 팁 하나. 호텔이나 항공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렌터카는 경험상 트립닷컴이 낫다. 인수와 반납의 다양한 조합, 차종의 다양성 등이 소비자 입맛에 잘 맞는다. 트립닷컴의 공식 자료로는 세계 1만 3000여 도시에서 다양한 렌터카 업체와 협업하고 있다. 차량 인수 전까지 무료 취소할 수 있는 상품이 대부분이어서 일정 변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에서 검색할 때 현지 렌터카 업체보다는 허츠(hertz) 등 다국적 기업을 택하길 권한다. 현지 업체들이 가격 면에선 다소 유리하나 외지인에게 심리적 안정과 효율성 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업체가 낫다. 특히 허츠는 미국 내 점유율 1위여서 다양한 차종의 조합이 가능하다. -렌터카 사무실은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셔틀로 10분 미만 거리다. 허츠의 경우 반납할 때 군부대 바리케이드 같은 통제 시설물을 통과해야 하는데, 전혀 겁먹을 필요 없다. 표지판만 따라가면 된다. 이어 정해진 위치에 주차한 뒤 키를 차에 두고 귀국편 비행기에 오르면 끝이다. 미처 못 낸 고속도로 통행료, 채우지 못한 연료 등은 차량 인수 당시 업체가 미리 받아둔 본인 카드 예치금에서 결제된다. 차액은 2~3일 뒤 본인 계좌로 입금된다. -3성급 호텔의 경우 홀리데이인 같은 익숙한 글로벌 브랜드에 묵길 권한다. 현지 업체 중엔 홈우드(homewood) 계열 호텔의 가성비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익스텐디드 스테이 아메리카는 가급적 피하시라. 가격은 다소 저렴하지만 조식이 커피와 일회용 오트밀뿐이고, 시설도 낡은 편이다.
  • 예산 2000억 모자란 경북… 산불 피해목 100만t 방치

    예산 2000억 모자란 경북… 산불 피해목 100만t 방치

    지난해 역대급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동북부 5개 시군 지역에 대한 피해목 제거 작업이 재원 확보 문제로 차질을 빚으면서 2차 피해 우려가 제기된다. 2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대형 산불로 인한 도내 북동부 5개 시군(안동·의성·청송·영양·영덕)의 민유림(공·사유림) 피해 면적은 8만 9804ha로 집계됐다. 시군별로는 의성군이 2만 7961㏊로 가장 넓고 안동시 2만 3785㏊, 청송군 1만 9908㏊, 영덕군 1만 2931㏊, 영양군 5219㏊ 순이다. 이 가운데 83.7%에 해당하는 7만 5117ha는 자연 복원 대상지로 지정됐고 조림 복원은 1만 4488ha(16.1%), 생태 복원은 199ha(0.2%)가 결정됐다. 문제는 조림 복원 예정지에 대한 피해목 제거 작업이 재원 확보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도는 우선 올해 말까지 조림 복원 전체 예정지 가운데 4382㏊를 대상으로 예산 1536억원을 투입해 주택·도로 등 생활권 주변 위험목과 피해목을 제거할 계획이다. 벌채할 목재량은 44만 6964t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나머지 1만 106㏊(벌채량 103만 812t 추산)에 대한 피해목 등의 제거에 필요한 예산 2000억원(국비 포함)이 전혀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이로 인해 조림 사업과 숲 가꾸기, 임도 정비, 사방사업 등 사업 전반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임업인들의 영농 복귀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불에 탄 나무가 이번 여름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쓰러지거나 피해지의 토사 유출, 산사태 등이 일어날 경우 추가 인명 피해마저 우려된다. 게다가 산불 피해목이 제때 치워지지 않고 방치될 경우 소나무재선충 등 병충해 확산을 부추길 수도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산불 피해지의 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밀도가 일반 산림보다 10~14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권병섭 전 한국임업후계자협회 회장은 “지난해 산불 피해는 국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정도로 산주 개인이나 지방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크게 넘어섰다”면서 “국가 차원 예산 지원 등 특단의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11만원어치 장바구니, 올해는 14만원… 집어든 계란을 내려놨다

    11만원어치 장바구니, 올해는 14만원… 집어든 계란을 내려놨다

    똑같이 장 봤는데 비용 26% 늘어오렌지 대신 바나나로 바꿔 담고돼지고기는 수입산 냉동으로 선회직장인은 외식 대신 구내식당으로 2022년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된 이후 직장인 A씨의 장바구니는 해마다 가벼워지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에 의뢰해 우리나라 서민이 자주 구매하는 주요 식재료 10개를 선정한 결과 쌀(20㎏), 라면(1봉), 배추(1포기), 양파(㎏), 사과(1봉), 오렌지(1봉), 돼지고기(500g), 계란(1판), 우유(1ℓ), 고등어(2마리)를 담은 카트의 가격은 2022년 12월 11만 3500원에서 올해 6월 14만 3323원으로 26.3%가 올랐다. 지난해 12월(13만 3687원)과 비교해도 7.2% 인상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2% 급등했다는 2일 국가데이터처의 발표 수치와 비교해도 서민 체감 물가는 더욱 팍팍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이 대형유통업체와 장바구니 물가를 품목별로 분석한 결과 쌀·고등어 등은 꾸준히 올랐고, 배추·계란 등은 해마다 출렁였다. 기후·환율·질병·국제시세 등 원인도 달라 획일적인 물가대책보다는 품목별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과일을 즐기는 A씨 가족이지만 최근 사과와 오렌지 가격의 고공행진에 마트 매대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일이 잦다. 2022년 9990원이던 사과 1봉(4~6입)은 올해 1만 2990원으로 30%가량 올랐다. 수입산 오렌지도 고환율의 직격탄으로 같은 기간 9990원에서 1만 2990원으로 뛰었다. 그나마 저렴한 바나나로 선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유통업체 관계자는 전했다. 주요 단백질원인 고등어, 계란, 돼지고기 가격도 치솟았다. 국산 냉장 고등어는 이들 유통업체에서 2022년 5960원(2마리)이었지만 올해 9980원으로 67% 넘게 올라 ‘서민 구매 10개 품목’ 중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돼지고기 중 삼겹살은 2022년 1만 4950원(500g)에서 올해 1만 6450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12월 1만 2900원까지 가격이 꾸준히 하락했지만 구제역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으로 올해 들어 공급이 줄었다. 이에 시민들은 수입산 냉동 상품으로 눈을 돌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5월 돼지고기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5% 증가했다. ‘금계란’이라고 불리는 계란 가격 상승세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장기화의 여파가 크다. 정부가 미국·태국산 계란을 수입하면서 일부 대형마트에서 ‘계란 오픈런’도 나타났다. 가격 변동도 심해 2022년 6490원이던 계란 1판(30구) 가격은 지난해 12월 849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지난달 7990원을 나타냈다. 특히 유기농이나 무항생제 등 프리미엄 계란은 판매가가 1판에 1만 5000원을 넘나든다. 배추 가격(1포기)도 2022년 12월 2590원에서 1년 뒤 1990원을 나타냈고 2025년 12월에 3990원까지 올랐다가 지난달에는 2990원에 팔렸다. 라면 가격은 그나마 정부의 물가 관리로 2022년 4100원(5개입 1봉)에서 올해 4150원으로 단 50원 올랐다. 같은 기간 2870원에서 2970원으로 소폭 오른 흰 우유(1ℓ)나 지난해 12월 3327원에서 지난달 2913원으로 내린 양파(1㎏)도 가격 변동이 안정적이었다. 직장인들은 물가 상승의 여파를 완화하려 자구책 마련에 돌입한 모습이다. 이른바 런치플레이션(점심값 인상) 탓에 한 끼 8000원대인 회사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집밥 비율을 높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에서 냉면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은 1만 2615원, 비빔밥 한 그릇은 1만 1769원이었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이 주요국의 공통된 현상이라는 점에서 물가 안정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고물가는 원가 상승, 기후변화, 환율, 심지어 소비자들의 ‘더 오르기 전에 사자’는 인플레이션 심리까지 겹쳐 있는 구조적 문제”라며 “소비자들도 ‘선별적 소비’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 군산CC, 수만명 골프광 끌어들인 밴든 듄스 만든 키드와 손잡고 올림픽 개최 코스 만든다

    군산CC, 수만명 골프광 끌어들인 밴든 듄스 만든 키드와 손잡고 올림픽 개최 코스 만든다

    골프에 빠진 골프광 수만명을 해마다 미국 서부 외딴 마을로 끌어들여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은 미국 오리건주 밴던의 밴던 듄스와 같은 최상급 링크스 골프 코스가 한국에도 들어선다. 전북 군산시 군산CC는 밴던 듄스 골프리조트를 만든 세계적인 골프 코스 설계가 데이비드 맥레이 키드(David McLay Kidd)와 군산CC 일부 코스를 밴던 듄스처럼 정통 링크스 코스로 조성하는 프로젝트 계약을 했다고 29일 밝혔다. 모두 81개 홀을 보유한 군산CC는 전주(9홀), 익산(9홀) 2개 코스 부지를 한국형 밴던 듄스로 만들 계획이다. 2019년 키드가 미국 주요 대도시에서 매우 접근성이 떨어지는 작은 마을 밴던에 만든 밴던 듄스는 자연을 그대로 살린 정통 스코틀랜드 링크스 골프코스로 하도 많은 골퍼들이 미국 전역에서 몰려오는 바람에 벌목업이 쇠락하면서 죽어가던 작은 시골 마을 밴던을 되살렸을 뿐 아니라 심지어 숙박난과 물가상승, 인력 부족 현상까지 불러올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밴던 듄스에는 쇼핑이나 파티 등 즐거운 휴가가 아닌 오직 골프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 강풍과 비를 맞아가며 하루 36홀씩 걸어서 플레이하는 진지한 골퍼들이 찾아온다. 접근성이 아무리 떨어지는 오지라도, 거친 자연을 그대로 살린 최고 수준의 코스만 있다면 골퍼들은 기꺼이 찾아온다는 키드의 골프 코스 설계 철학은 세계 각국에 밴던 듄스 따라 만들기 열풍까지 불러왔다. 키드는 영국 세인트앤드루스 링크스의 캐슬코스, 미국 오리건주의 테더로우, 미국 워싱턴주의 갬블 샌즈, 미국 위스콘신주의 매머드 듄스 등을 잇따라 설계해 밴던 듄스의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 코스를 만들게 된 키드는 최근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군산CC 오픈 기간에 군산CC를 둘러보고 국내 취재진을 만나 “세계 골퍼들이 반드시 찾고 싶은 명품 링크스를 만들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위대한 골프장은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져야 한다. 좋은 골프장은 자연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완성하는 것”이라는 키드는 “공이 날아다니는 코스가 아니라 공이 굴러다니는 링크스 본연의 특성을 살리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미국에서는 한때 골프장이 주택 분양을 위한 수단으로 조성됐지만, 이제는 골프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시대가 열렸다”고 강조하면서 “골프만을 위해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시대를 연 밴던 듄스처럼 군산CC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키드는 “프로 골퍼에게는 어렵지만 아마추어에게는 훨씬 더 다양한 재미를 제공하는 코스로 한국 골퍼들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골프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군산CC는 특히 이번에 키드에 맡겨 새로 조성할 코스는 전북이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하면 올림픽 경기를 치르는 것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고 있다. 키드는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 골프 코스를 설계한 길 핸스의 철학도 나와 상통한다”고 말했다. 핸스는 인공적이고 화려한 조경을 배제하고 원래 지형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살리는 설계에다 물과 비료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신품종 잔디를 사용해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지속가능한 골프장’을 표방했다. 군산CC 김강호 부회장은 “밴던 듄스에 가보고 한국에도 이런 골프장이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진정으로 골프를 사랑하는 골퍼들을 위한 코스를 만들고 싶어서 키드를 여러차례 찾아가서 많은 논의 끝에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해마다 반복되는 고수온 피해… 아열대 어종 늘리는 양식업계

    기후 변화 영향으로 여름철 고수온 현상이 심해지면서 양식업계가 아열대성 어종을 늘리는 등 생존 전략을 바꾸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장비와 지원 예산을 확대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29일 해양수산부 설명 등을 보면 고수온 특보(경보 기준 수온 28도 이상 3일 이상 지속) 발령 기간은 2021년 43일에서 2022년 64일, 2023년 57일, 2024년 71일, 2025년 85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양식장 피해액은 2300억원을 넘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올여름 역시 우리 바다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1도 이상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수온 피해를 줄이고자 전국 최대 해상가두리 양식 지역인 경남은 양식 품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도내 양식 어류는 약 1억 8980만 마리로, 조피볼락과 쥐치 등 고수온에 취약한 어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다만 경남수산자원연구소를 중심으로 아열대 품종 연구가 확대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조피볼락 양식 규모는 1년 전 9500만 마리에서 올 1월 7300만 마리로 줄었다. 반면 고수온에 강한 능성어는 36만 마리에서 85만 마리로, 벤자리는 70만 마리 수준까지 증가했다. 도는 2028년까지 도내 양식 어류의 20%를 아열대 품종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도는 고수온 피해 예방 지원도 강화한다. 긴급 방류 규모는 지난해 114만 9000마리에서 올해 400만 마리로 확대하고 양식수산물 재해보험의 어업인 부담분 중 지방비 지원율은 70%까지 높였다. 전남도도 현장 중심 선제적 예방, 합리적 피해 복구와 경영 안정 지원 등을 중심으로 고수온 대응에 힘을 쏟고 있다. 도는 액화산소공급기 등 대응 장비 16종 1만 278대를 확보했고 고수온 대응 예산도 34억원으로 늘렸다. 또 고수온에 취약한 어류와 전복 양식어가 밀집 연안을 ‘중점 관리 해역’으로 지정해 사료 공급 중단, 차광막 설치 등 양식장 관리를 지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남해양수산과학원은 부세 종자 20만 마리를 여수 거문도와 완도 해상가두리 양식장에 분양했다. 최복기 경남수산자원연구소 연구사는 “과거에는 피해가 발생하면 복구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어종 전환과 예방 중심 정책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7월부터 고수온, 양식장 피해 우려” 태안군, 비상대책반 가동

    “7월부터 고수온, 양식장 피해 우려” 태안군, 비상대책반 가동

    충남 태안군은 올해 여름철 고수온으로 인한 가두리양식장 피해 발생이 우려돼 비상대책반 운영을 시작했다고 29일 밝혔다. 군에 따르면 올여름은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수온이 예상돼 천수만 등 양식 밀집 해역의 피해 우려가 큰 상황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7월 초순 고수온 예비특보, 7월 중순 주의보, 7월 하순 경보 발령을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태안 천수만 등에서는 8월말 고수온으로 해역 표층수온이 최고 30℃까지 상승했다. 당시 군에서는 안면·고남 가두리양식장에서 조피볼락을 양식하는 37개 어가에서 93만 6000마리, 25억 9900만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군은 고수온 피해 예방을 위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면역증강제, 차광막, 가두리 현대화 등을 지속 지원하고 있다. 군은 특보 단계별 해양 기상 및 수온 정보를 공문, 문자, 앱 등을 통해 어업인에게 안내하는 한편, 적정 사육 밀도 준수, 조기 출하, 사료 공급 조절 등의 유도로 어업인의 자율 방제를 도울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단기 대응과 근본 대책을 함께 추진해 양식 어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박사까지 공부시켰는데…” 신규 박사 3명 중 1명 ‘백수’

    “박사까지 공부시켰는데…” 신규 박사 3명 중 1명 ‘백수’

    “우리 아들 박사인데…집에서 쉬어요.”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이른바 ‘백수 박사’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 신규 박사 두 명 중 한 명은 취업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국가통계포털(KOSIS)의 ‘2025년 국내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 1만 498명 가운데 취업했거나 취업이 확정된 비율은 66.7%였다. 반면 실업자(27.7%)와 비경제활동인구(5.6%)를 합친 무직자 비율은 33.3%를 기록했다. 신규 박사 3명 가운데 1명은 일자리가 없는 셈으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구직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2024년 3.0%에서 지난해 5.6%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해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박사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청년층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30세 미만 신규 박사의 무직 비율은 51.1%로 조사 이래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30~34세 역시 무직 비율이 44.2%에 달했다. 경력 없이 노동시장에 뛰어드는 젊은 박사들이 가장 큰 취업난을 겪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박사급 인재를 흡수할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박사의 주요 진출 분야인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 영향으로 전임교원은 줄이고 비전임교원을 늘리는 추세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대기업 연구개발(R&D) 분야 역시 신규 채용 증가 속도가 박사 배출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확산되는 인공지능(AI) 역시 청년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챗GPT 등장 이후 컴퓨터 프로그래밍, 정보서비스업, 출판업 등 주요 업종에서 청년 고용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전공별 격차는 컸다. 연봉 1억원 이상 비율은 경영·행정·법(29.8%), 보건·복지(26.5%), 정보통신기술(ICT)(24.1%) 분야에서 높았다. 반면 예술·인문학은 3.7%에 그쳤다. 연봉 2000만원 미만 비율 역시 예술·인문학(26.8%), 교육(19.0%), 사회과학·언론정보학(14.9%)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성별 차이도 뚜렷했다. 여성 신규 박사의 무직 비율은 38.4%로 남성(29.6%)보다 8.8%포인트 높았다. 연봉 1억원 이상 비율 역시 남성은 20.6%였지만 여성은 8.3%에 머물렀다. 박사 학위 취득자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연구직과 교수직, 고급 전문인력 일자리는 충분히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고학력 인재가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박사도 취업난을 피하지 못하는 시대’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女소방관 죽음 내몬 ‘갑질 방조’도 징계…소방청, 감사담당관 전격 교체

    女소방관 죽음 내몬 ‘갑질 방조’도 징계…소방청, 감사담당관 전격 교체

    ‘직장 내 괴롭힘’ 女소방관 극단 선택 광산소방서 자체 감찰 무혐의 결론 국조실 대대적 감찰…17명 징계 요구 소방청, 조직 전면 쇄신 착수…실태조사 갑질 집중 제보기간…제보시스템 구축 “女소방공무원 고충 왜곡없이 파악 중점” 지난해 10월 광주 광산소방서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다 극단 선택을 한 여성 소방교(사망 당시 28세) 사건을 계기로 소방청이 본청 감사담당관을 전격 교체하고 관련 감찰 라인을 직무 배제했다. 소방청은 직장 내 갑질 당사자뿐만 아니라 갑질 방조자도 엄벌하겠다며 전국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갑질 피해 실태조사를 벌이는 등 전면적 조직 쇄신에 나서기로 했다. 소방청은 26일 오전 세종시 소방청 대회의실에서 최용철 소방청장 직무대행 주재로 전국 소방지휘관 긴급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직장 내 괴롭힘 해소 등 조직문화 개선 방향과 조직 쇄신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소방청은 우선 본청 감사담당관을 교체하고 소방청과 광주소방본부, 광주 광산소방서 감찰 라인 및 관련자를 직무 배제하기로 했다. 앞서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10월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광주 광산소방서 A 소방교의 극단 선택과 관련해 직접 조사에 착수했고, 소방청 본청 2명, 광주소방안전본부 6명, 광산소방서 9명 등 총 17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조사 결과에는 회식·음주 강요, 유족의 감찰 요구 묵살, 셀프 감찰 논란 등이 포함됐다. 국조실은 조사 결과에서 광산소방서 가해 공무원들이 A 소방교에게 회식·음주를 강요하거나 성적으로 불쾌감과 수치심을 주는 언행을 하고, 약혼자와 유족 측의 감찰과 진상조사 요구를 묵살하며 셀프 감찰하는 등 갑질과 조직적 은폐 행위로 인해 A 소방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하게 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광산소방서는 자체 감찰 결과 7일 만에 ‘특이사항 없음’으로 종결했다. 이후 A 소방교의 상담 내용이 담긴 사망면직서가 외부에 알려지면서 ‘2차 가해’ 논란까지 불거졌다. 유족이 추가 감찰을 요구했지만 수개월 동안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언론에 관련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국조실이 대규모 감찰에 직접 나섰다. 소방청은 앞으로 갑질 행위를 묵인하거나 방조한 지휘관에 대해서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즉각적인 직무 배제와 승진 제한 등 엄정한 조치를 검토·시행할 방침이다. 또 소방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성역 없는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중앙과 지방, 내근과 외근, 직무와 직급, 지역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특히 현장 하위 직급 직원들과 여성 소방공무원들이 겪는 고충을 왜곡 없이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갑질·성 비위 등에 대한 철저한 실태조사를 통해 다시는 이런 부조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 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앞으로 해마다 또는 반기별로 정기 조사를 실시해 각 시·도 소방본부의 조직문화 개선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외부 전문 제보 플랫폼을 활용한 ‘직장 내 갑질 및 부조리 집중 제보기간’을 운영한다. 폭언·폭행뿐 아니라 강압적인 음주와 회식 강요, 직위를 이용한 사적 심부름 요구 등 조직 내 고질적인 부조리 전반을 점검할 예정이다. 감사·감찰 기능도 강화한다. 전국 단위 특별점검 기간에는 시·도 감찰관 18명을 지원받아 감찰팀을 확대 운영하고, 감사담당관실에는 변호사 자격을 갖춘 소방공무원 6명을 배치해 감사·감찰과 조사 과정의 전문성과 법률 검토 역량을 높일 계획이다. 조직 쇄신 대책을 추진하기 위한 소방청 차장(청장 직무대행)을 단장으로 한 ‘조직문화 혁신 태스크포스(TF)’도 이날부터 9월 30일까지 약 3개월간 운영한다. TF는 조직혁신·감찰강화·인사혁신 등 3개 분과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민간 전문가도 참여해 정책 자문을 맡는다. 하위 직급과 여성 소방공무원, 현장 대원 등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최 직무대행은 “유족들의 슬픔과 사회적 공분은 지금 우리 소방을 향한 국민들의 냉혹한 평가이자 준엄한 질책”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과 강압적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조직의 근간을 해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의는 단순한 지시나 선언이 아니라 국민 앞에 소방 조직 전체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변화하겠다는 약속”이라며 “소방청부터 책임 있게 쇄신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조직문화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끝까지 점검하고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소방청은 이날 긴급회의에 논의된 조직 쇄신 방안과 주요 교육 내용이 각 시도 소방본부와 일선 소방서, 119안전센터까지 빠짐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단계별 후속 교육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 집에서 삼겹살 자주 구워 먹는데…“치매 증상 심해질 수도” 충격

    집에서 삼겹살 자주 구워 먹는데…“치매 증상 심해질 수도” 충격

    집에서 고기를 구울 때 발생하는 초미세먼지가 뇌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의가 요구된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25일 실내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가 뇌 인지기능 저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가 뇌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형질전환 쥐(알츠하이머병 동물모델)를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동물모델에 돼지고기 조리 연기 유래 초미세먼지를 하루 4시간, 주 5회, 4주간 흡입 노출시킨 결과,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동물모델의 기억을 담당하는 뇌(해마) 부위에 변화가 관찰됐다. 공간 기억 및 환경 변화 인지 능력이 저하됐으며, 기억 형성과 신경세포 간 연결을 담당하는 단백질의 발현이 줄어 세포 신호 전달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양상도 확인됐다. 현대인은 하루 90% 이상을 실내에서 생활하는데, 조리 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농도는 대기 농도의 수십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 책임자인 김영열 호흡기알레르기질환연구과 과장은 “실내 공기 질 개선과 조리 시 환기 강화 등 실내 초미세먼지 저감이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 질환 위험을 낮추는 잠재적 예방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이번 연구가 실내 환경 요인이 신경 퇴행성 질환의 발생·진행을 유발할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제시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물모델 연구 결과인 만큼 인체에 대한 영향은 추가 검증은 필요하다. 연구 결과는 실내 환경·건강 분야 국제 학술지 ‘인도어 에어’(Indoor Air)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 야! 너두 외국어 잘할 수 있어… 뇌 속 ‘언어 지도’ 누구나 있다

    야! 너두 외국어 잘할 수 있어… 뇌 속 ‘언어 지도’ 누구나 있다

    심상 지도 하나에 여러 개념 저장특화된 뉴런 통해 구분해서 사용단어 의미 밀접하면 가까이 자리어휘 관계 그려내서 다른 말 적용 새해가 되면 ‘영어 정복’ 같은 외국어 공부를 다짐한다. 그러나 작심삼일로 끝나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은 따로 있나 봐’라면서 자기 위안을 하곤 한다. 그런데 실망할 필요는 없다. 뇌과학자들이 사람은 누구나 외국어를 잘할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미국 베일러의대 신경외과·신경과, 라이스대 전기 및 컴퓨터공학과 뇌공학연구단·생체공학과, 한국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지능형정밀헬스케어 융합전공·뇌과학이미징연구단 공동 연구팀은 두 가지 언어를 쓰는 사람의 뇌를 살펴본 결과, 두 언어를 아우르는 하나의 ‘심상 지도’ 위에 개념을 저장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뇌는 언어마다 특화된 뉴런(신경세포)을 이용해 이 지도를 읽어냄으로써 두 언어를 또렷이 구분된 상태로 유지하면서도 매끄럽게 오가게 한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셀’ 6월 25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영어와 스페인어를 쓰는 이중언어 사용자 4명을 대상으로 뉴런 하나하나의 움직임까지 들여다보면서 단일 뉴런 수준에서 뇌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연구 참가자 4명은 모두 4세 무렵부터 두 언어를 습득해 똑같이 능숙하고 편안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약물난치성 뇌전증을 앓고 있었고, 치료를 위해 뇌 해마 부위에 전극을 이식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해마 활동을 직접 기록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영어와 스페인어로 듣고 읽고 대화하는 동안 뇌 활동을 기록하고 해마의 뉴런이 1초에 얼마나 자주 전기신호를 내보내는지를 의미하는 ‘발화율’을 계산했다. 그 결과, 같은 뜻의 단어를 서로 다른 언어로 듣거나 말할 때 똑같이 반응한 해마 뉴런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는 개별 뉴런 대부분이 특정 언어에 특화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대신 뇌는 언어를 담당하는 뉴런 집단으로 이뤄진 하나의 지도 위에 단어를 배치하되, 각 단어의 의미에 따라 자리를 정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개’나 ‘늑대’처럼 의미가 밀접한 단어들은 서로 가까이 놓였고 두 동물과 의미적으로 동떨어진 ‘포크’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 잡는다. 이런 지도 체계는 언어가 달라져도 일관되게 유지됐다. 연구팀은 두 언어가 같은 의미 지도를 얼마나 깊이 공유하는지 확인하고자 영어 의미 지도만으로 스페인어 단어가 지도상 어디에 놓일지를 예측해 봤다. 영어 지도에서 ‘개’라는 단어 주변에 어떤 개념이 이웃해 있는지 분석한 결과 스페인어 지도에서도 ‘개’의 위치를 정확하게 맞힐 수 있었다. 두 언어가 같은 지도를 쓰되 읽는 각도만 다르다는 뜻이다. 또 연구팀은 이번 발견을 100개가 넘는 언어를 이해하도록 훈련된 대형언어모델(LLM) ‘mBERT’와도 비교했다. 흥미롭게도 mBERT 역시 사람의 해마 구조처럼 여러 언어에 걸쳐 단어들 사이의 관계를 하나의 의미 지도 위에 펼쳐낸다는 점을 발견했다. 연구를 이끈 벤저민 헤이든 베일러의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가 단어들 사이의 관계를 지도로 그려내고 나면 바로 그 동일한 관계를 다른 언어에도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누구나 이중언어, 나아가 삼중언어 사용자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 [양창섭의 클래식 한마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묘미

    [양창섭의 클래식 한마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묘미

    올해도 더위가 일찍 찾아왔다. 점점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휴가 생각이 간절해진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휴가도 음악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집중적으로 특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음악 축제라면 더욱 좋다. 페스티벌에는 기존 악단이 그대로 참여하는 경우가 있고, 한시적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조직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는 수많은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리지만 빈 필하모닉이 상주악단으로 많은 연주를 펼칠 뿐, 별도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없다. 호수에서 열리는 오페라 축제인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반주를 맡는 것도 빈 심포니라는 단일한 악단이다. 한편 루체른 페스티벌은 임시로 조직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2003년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마지막 음악적 이상을 불태우기 위해 조직했던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전현직 악장·수석과 자비네 마이어 등 특급 연주자가 모여 해마다 말러 교향곡을 연주하며 전 세계의 음악 애호가들을 열광시켰다. 아바도 사후 현재는 리카르도 샤이가 음악감독으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으며, 여전히 오케스트라 애호가들에겐 잘츠부르크만큼이나 가고 싶은 페스티벌로 꼽힌다. 바그너 오페라에만 온전히 바쳐지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역시 독일 각지의 오케스트라 단원을 주축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바그너의 풍부하고 깊은 사운드를 만들어 낸다. 스위스의 또 다른 페스티벌인 베르비에 페스티벌도 역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조직한다. 하지만 이곳은 28세 이하의 젊은 연주자들로만 구성되며, 세계적인 지휘자가 이들을 이끈다. 젊은 연주자들을 더 성숙한 음악가로 만들어 내는 것을 1차적 목표로 삼는다는 점이 앞선 곳들과 다르다. 당연히 이들의 음악에는 젊은이들만의 열정과 패기가 넘친다. 우리도 지난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작은 규모였지만 그 감흥을 느껴 본 적이 있었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전통은 우리나라에도 자리잡고 있다. 강원도 평창대관령음악제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중요한 공연을 맡는다.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도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개폐막 공연에서 연주한다. 수준급의 젊은 한국 음악가들이 늘어나면서 구성원도 점점 화려해지는 추세다. 앙상블의 숙성에 시간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단기간 활동하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상설악단만큼 정밀한 앙상블을 들려주기는 쉽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는 신선함과 활기가 있고, 그 속에서 새로운 해석이 탄생할 수도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평소 만날 수 없던 동료들과 우정을 나누고 축제의 기분을 느끼며 음악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객석에서도 마음의 단추를 하나쯤 더 풀고 음악을 즐겨 보자. 페스티벌은 정신을 벼리기보다는 잠시나마 이완시키는 시간이다. 양창섭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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