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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어공주’ 물오른 연기 박해일

    ‘인어공주’ 물오른 연기 박해일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이 뜨더라도 그는 그럴 것이다.군중 속에 섞여버리면 찾아내지 못할 것 같은 사람. 일상성의 이미지를 박해일(27)만큼 찬찬히 구현해낼 배우가 얼마나 될까.평범해서 낯설지 않고,평범하되 긴장을 잃지 않는 그의 묘한 일상성에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차례로 반해 왔다. 이번엔 박흥식 감독이다.‘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로 검증됐듯 흐르는 일상을 치열하게 묘사하기로 정평난 감독.30일 개봉하는 ‘인어공주’(제작 나우필름·유니코리아)에서 그는 또 착한 남자다.“남자주인공 진국의 캐릭터는 이름대로 진국이에요.우유부단하지만 무슨 일에든 쉽게 내색하지 않고,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그래서 가까운 사람들을 본의 아니게 괴롭히는….”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인어공주’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팬터지 멜로.20대의 여주인공 나영(전도연)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무식하고 그악스러운 엄마(고두심)의 순수했던 첫사랑을 엿보게 되는 드라마다.영화에서 그는 추억의 시간대를 메운다.스무살 해녀인 엄마와 풋내 나는 첫사랑을 엮는 바닷가 마을의 우체부이자,미래의 나영 아버지 김진국. “튀지 않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건 사실입니다.기자시사회날의 의상(공무원을 연상시키는 흰 와이셔츠,정장바지)도 그랬고요.무대인사 뒤 곧바로 화면이 열릴 텐데,말쑥한 정장이 감상의 맥을 끊어놓을 것 같더라고요.” 무슨 질문에든 장황히 답하는 법이 없다.대답하는 시간보다 뜸들이는 시간이 번번이 더 길다.‘질투는 나의 힘’‘국화꽃 향기’에 이어 멜로를 잇달아 찍는 의도가 있냐는 물음에도 “드라마에 충실한 작품이 좋아서”라고만 말한다. 올해로 영화계 데뷔 3년.달변보다는 눌변,기민한 재치보다는 한 박자 늦게 따라갈 듯한 어눌함.발아하기 직전의 심상찮은 연기력을 발견한 건 눈밝은 감독들이었다. “대학로에서 한창 연극무대에 재미를 붙이고 있을 무렵이었어요.제겐 출세작이랄 수 있는 연극 ‘청춘예찬’을 보러 젊은 감독님들이 찾아오신 거죠.봉준호,임순례,박찬옥 감독이 그때 작품출연을 제의해 줬어요.운이 좋은 배우죠.좋은 감독님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준 셈이니까.” 대학(남서울대 영어과) 1학년을 마치고 휴학계를 냈다.어려운 가정형편에 아르바이트로 대든 일이 어린이 뮤지컬.연기는 해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어린이용 무대라면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았다.그렇게 인연이 닿은 사람이 잘 나가는 연극연출가 박근형씨였다.그의 작품 4편에 내리 출연했다.그에게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안긴 ‘청춘예찬’도 그중 한편이었다.연극무대를 향한 채무의식은 그래서 늘 따라다닌다.하지만 10월에 있을 ‘청춘예찬’의 앙코르무대에는 서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포스터를 직접 붙여가며 무대에 섰던 그때의 치열함을 당장 되살릴 수가 없을 것같다.”는 그다. 연기력이 유난히 ‘센’ 배우들과 작업을 많이 해서일까.“자만하려야 할 수 없도록 (선배들이)만들어 주더라.”고 말한다.애드리브를 배우의 순발력.‘인어공주’에서 애드립을 얼마나 했냐고 물었더니 “내공이 모자라 단 한줄도 못했다.”며 웃는다.“구름,바람소리 때문에 수없이 NG가 난 일명 ‘오라이,오라이 장면’(연순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며 호감을 드러내는 대목)에서 의외로 시사회장의 폭소가 터져나와 기쁘다.”고 한다. ‘프로’라는 소리가 스스로 자연스러울 때까지 스크린 연기에만 매달릴 작정이다.“TV에서 한우물을 파던 고두심 선배님이 모처럼 스크린에 진출한 자태가 멋져 보인다.”고 말한다. 케빈 스페이시를 끊임없이 훔쳐본다.‘세븐’‘유주얼 서스펙트’ 등에서처럼 있는 듯 없는 듯한 묘한 존재감을 벤치마킹하고 싶다.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이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를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비누냄새 나는 변태’라고.뉘앙스가 많은 덕담일 것이다.“얼음이 되기 직전의 냉기와 끓어오르기 직전의 화기(火氣)를 골고루 떠안고 싶은” 욕심 많은 배우.조금은 심심해 뵈는 그의 지금 모습은,형질이 최종변경되기 전의 탐색과정인지도 모른다. 늦은 점심으로 주문한 샌드위치를 집어들며 그가 말한다.“…시간은 충분하니까요.” ■그가 그였다 내친김에 박해일을 요모조모 ‘감상’해 보자! 영화 데뷔작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년)부터.주인공 성우의 어린시절을 연기한 얼굴이 바로 그다. ‘질투는 나의 힘’(2002년)에서는 부쩍 성숙해졌다.문성근·배종옥 등 연기파 배우들과 호흡한 영화에서는 직장 상사에게 두 번이나 애인을 뺏기고도 반항 한번 못하는 소극남 원상 역.“누나,그 사람이랑 자지 마요.나도 잘해요.” 좋아하는 연상의 여자가 멀어질까봐 전전긍긍하며 내뱉은 극중 대사는 압권이다. 장진영과 찍은 최루성 멜로 ‘국화꽃 향기’(2003년)에서도 연상의 여자에게 순애보를 바친다.오랫동안 짝사랑해온 여자가 “왜 날 사랑하니?” 묻자 그 말간 눈빛으로 “당신이니까요.”라고 답하던 장면에선 여성팬들의 점수를 꽤 많이 땄을 것이다. ‘배우 박해일’의 이미지를 가장 강렬하게 인화해낸 작품은 ‘살인의 추억’(2003년)이다.살인용의자 현규 역.형사들의 압박속에서 눈곱만큼의 동요도 보이지 않는 차갑고 치밀한 표정연기를 사람들은 잊지 못한다. 깜짝출연도 했다.멜로 ‘후아유’(2002년)에 여주인공 이나영의 첫사랑으로 그의 사진이 나갔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제주도, 이젠 ATV로 달려볼까

    제주의 레포츠 하면 가장 먼저 승마가 떠오른다.그런데 요즘 승마 못지않은 인기 레포츠로 떠오르는 게 있다.바로 사륜 오토바이크인 ATV다.울퉁불퉁한 제주의 들판을 오르락내리락,지그재그로 질주하는 스릴과 재미가 요즘 젊은이들의 구미에 딱 들어맞아서일까? 주말이나 휴일엔 제주의 ATV 코스마다 젊은이들로 북적댄다.남제주군 성읍민속마을 인근의 ‘ATV 제주조이’를 찾았다. ‘부릉부릉,다다다다’.20여명의 관광객들이 ATV에 올라 일제히 들판을 향해 달려나간다.처음엔 조작에 익숙지 않아 멈칫멈칫하는 것 같더니 몇 분 지나지 않아 익숙하게 좁은 언덕길을 쏜살같이 올라간다. ATV는 타기 쉽다.꼭 유격장 조교 같은 복장을 한 직원으로부터 5분여에 걸쳐 간단한 조작술을 배우고 ATV에 올랐다.엄지손가락으로 손잡이 바로 아래 달려 있는 액셀러레이터를 조금씩 당겨보니,ATV가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듯 움찔움찔한다.조심스럽게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반복 조작하며 앞으로 나갔다.5분 정도 천천히 나가다 보니 금방 조작에 익숙해지고 자신감이 붙는다. 이후부터는 제법 속도를 내고,울퉁불퉁한 코스를 달려보았다.넘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생각보다 안정성이 있다.속도는 시속 30∼40㎞ 정도.하지만 체감속도는 60㎞ 이상이다.액셀러레이터를 당기는 엄지손가락에 힘을 주면 주는 대로 속도는 나지만,그 이상은 위험하다.코스 출발점 인근엔 유채꽃이 만발해 운치도 만점이다.유채꽃 물결 사이를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줄지어 질주하는 모습이 볼 만하다. 제주조이의 ATV 코스는 드라마 ‘대장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주인공 장금이 어머니처럼 따르던 한상궁과 함께 유배가던 장면을 찍은 곳이다.억새가 휘날리는 가운데 오라에 묶여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유배를 가는 장면이 어른거린다.유배 도중 끝내 죽음을 맞은 한상궁의 무덤도 그대로 있다. 코스 주변은 고사리밭이다.들판에서 손에 잡히는 게 고사리지만 꺾어 가는 이가 별로 없어 대부분 그냥 피어버렸다.갖가지 야생화도 알록달록 피어 있어 풍치가 그만이다. 제주조이는 25분 정도 걸리는 기본코스(2만원) 및 대장금 촬영지까지 돌아오는 대장금코스(40분,3만원),아예 들판 투어에 나서는 투어코스(80분,7만원) 등 3가지 코스를 운영한다.서바이벌 사격장도 마련해놓아 드럼통 위에 빈 깡통이나 병을 올려놓고 맞히는 사격도 즐길 수 있다.페인트볼 45발 기준 6000원.(064)711-8555. ●체험장 이용 주의점 굴곡이 심한 곳이 많으므로 혹시 넘어질 때에 대비해 헬멧과 장갑,가슴보호대,무릎보호대 등을 꼭 갖춰야 한다.업체에서 대부분 비치하고 있다.비교적 안전하기는 하지만 50㏄ 이상 엔진이 달린 차량이므로 어린이이가 타기엔 위험하다.중학생 이상 돼야 핸들을 조작하기에 무리가 없다. 또 타기 전 10분정도 실시하는 조작 기술 및 안전수칙 교육을 철저히 받아야 한다.드물게 ATV가 전복되기도 하는데,이는 대부분 지나친 자신감으로 안전수칙을 무시하다가 일어난다. ●인근 명소 제주조이에서 성읍민속마을,성산일출봉을 지나면 세화를 거쳐 김녕으로 해안도로가 이어진다.지금 이곳엔 보리이삭과 유채 물결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밭과 밭 사이에 쌓은 현무암 돌담의 검은 빛과 보리이삭의 초록,유채의 노랑,길 건너 바다의 푸름이 어우러져 가슴이 시릴 정도로 아름답다.이맘 때 제주에서 하이킹이나 드라이브 코스로 가장 풍광이 좋은 곳이다. 글 제주 임창용기자 sdragon@ ■ ATV란 All Terrain Vehicle의 약자다.어떤 지형에서도 주행이 가능한 탈 것이라는 뜻.흔히 산악오토바이로도 부르지만,네 바퀴가 달렸다는 점에서 오토바이로 부르는 것은 왠지 부적절한 생각이 든다. 원산지는 미국인데,원래 목장에서 주로 사용하다가 15년 전부터 레저용으로 변환돼 세계적으로 퍼졌다고 한다.국내엔 2년 전쯤 처음 들어왔다.소규모 체험장까지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이미 30여곳이 운영되고 있다. ATV는 엔진출력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다.50∼700㏄가 있다.제주조이를 비롯한 제주의 ATV 경우 90,150㏄ 두 가지가 있다. ■ 이것도 맛보세요 ATV제주조이 맞은편에 자리한 ‘황통지’의 돼지고기 두루치기가 싸고 맛있다.제주 토종돼지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약간 맵게 양념한 소스에 버무려 불판 위에 은박지를 깔고 익혀 먹는다. 약간 달착지근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나는 게 몇 점 집어먹으니 반복되는 여독에 잃었던 입맛이 살아난다. 주인 김성래씨는 “흑돼지가 아닌 제주 토종 백도새기를 쓴다.”며 “흑돼지보다 값은 싸지만 맛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도새기는 돼지의 제주 사투리란다.1인분 5000원.(064)787-2218. 시원한 국물이 생각나면 성게국을 한번 먹어보자.성게는 5∼6월에 많이 잡히는데,바위틈에서 살이 오른 성게를 해녀들이 직접 따낸다.성게 껍질을 까보면 노란 알이 들어 있다.이를 미역과 함께 참기름으로 살짝 볶은 후 오분자기와 파를 넣고 국을 끓인다.. 소금으로 약하게 간을 해 먹으면 쌉쌀하면서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성산일출봉 아래 ‘해뜨는 식당’(782-3380)이 잘하는 편이다.7000원.제주시권에선 제주 향토음식 전문점인 ‘덤장’(713-0550)이 가볼 만하다.성게국 뿐만 아니라 보말국,각종 물회,갈치조림,고등어 구이를 잘해 제주의 토속음식을 골고루 맛보고 싶은 경우 찾으면 좋다. 특히 갈치조림이 맛있다.갈치조림과 고등어 구이,돈배(흑돼지 삶은 것),보말국과 10여가지의 밑반찬을 내는 ‘덤장 상차림’이 인기 메뉴.4인상 기준 6만원.제주공항 입구에서 300m 거리에 있다. ●가는 길 ATV제주조이는 남제주군 성읍민속마을 옆에 있다.제주시에서 97번 동부산업도로를 타고 30분 정도 계속 직진하면 성읍민속마을 500m쯤 못미쳐 나온다.바로 옆에 성읍승마장이 있어 승마도 즐길 수 있다. 성읍민속마을에서 1119번 관광도로를 타고 성산 방향을 향해 달리다 보면 일출봉 입구를 지나 성산∼세화 해안도로에 접어든다.해안도로는 오른쪽으로 우도를 끼고 이어진다.보리밭과 유채밭이 어우러진 풍광은 세화를 지나 김녕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끼고 펼쳐진다. ●숙박 및 렌터카,면세점 성산일출봉 인근에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펜션이 많다.‘라까사인펜션’(064-782-0399),‘보물섬 펜션’(784-0399),‘행복한집’(784-8258) 등이 묵을 만하다.평형에 따라 5만∼12만원대. 숙박이나 렌터카,항공편을 따로 예약하는 것보다 여행사나 렌터카업체 등이 내놓는 숙박+렌터카,항공료+숙박+렌터카 상품을 이용하면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대장정투어(1577-4241)의 경우 4인 가족 기준 17만원대(1인 요금)면 김포∼제주 항공료와 펜션 2박,뉴EF소나타 이용이 가능하다. 한편 제주 내국인면세점은 제주 여행객들을 위한 사은품 행사를 5월1일부터 9일까지 실시한다. 15만원 이상 구입 고객에겐 한라봉 1.5㎏ 1박스,30만원 이상 구입하면 3㎏ 1박스를 준다.고급 위스키인 로열살루트 시음행사도 연다. 글 제주 임창용기자 sdragon@ ■ 여기서도 타세요 제주에선 제주조이 이외에 한라산 기슭의 ‘한라ATV’(064-794-5577),산방산 인근의 ‘산바다ATV’(794-0117),중문의 ‘X-존 스포츠’(738-4500) 등이 있다.한라ATV는 한라산 기슭의 목장지대에 있어 산악 특유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산바다ATV는 산방산이 보이는 해변의 백사장에 있다.넘실대는 파도를 바라보며 백사장을 질주하는 맛이 짜릿하다. 육지에선 원주 소초면 교항리의 ‘베이스캠프’(033-732-0210),강촌유원지(016-353-0096),대관령 삼양목장(033-336-0885),홍천 대명비발디파크(033-434-8311) 등에서 ATV를 탈 수 있다. ˝
  • 임화 초기시 ‘연주대’등 6편 발굴

    일제시대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계열의 시인이자 평론가였던 임화(林和·1908∼53)의 초기시 6편이 발견됐다. 문학평론가 방민호(국민대 교수)씨는 임화가 보성중학교 4학년 때인 1924년 12월8·15·22일자 동아일보 문예란에 투고한 시 ‘연주대’‘해녀가’‘낙수’‘실연 1,2’‘소녀가’ 6편을 발굴,공개했다.
  • 제주 ‘섬속의 섬’ 3곳 순례/마라도·차귀도·가파도 갈매기들의 합창

    제주는 많은 섬을 거느리고 있다.각기 색다른 외양과 생태는 물론 전설과 이야기를 담고 있어,들어가 보면 본섬에서 느끼지 못한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우리나라 최남단 섬인 마라도와 깎아 세운 듯한 절벽으로 둘러싸인 차귀도,모슬포와 마라도 중간에 있는 가파도를 소개한다. ●마라도(남제주군 대정읍 마라리) 섬 전체가 별다른 굴곡 없이 펼쳐져 있어 멀리서 보면 마치 종잇장이 바다에 떠 있는 듯하다.온통 풀과 천연잔디로 뒤덮이다시피 해 이색적인 느낌을 준다.원래 울창한 원시림이었다가 사람들이 이주하면서 큰 불이 나 모두 타버렸다고 한다. 섬을 돌다 보면 대한민국 최남단비가 서 있고,해안가엔 가파른 절벽과 기암이 이어진다.특히 남대문이라고 불리는 해식터널과 해식 동굴이 절경이다. 해안선의 총 길이는 4.2㎞ 정도.산책하듯 가볍게 둘러보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마라도 등대,물질하는 해녀들의 안전을 비는 처녀당,마라 분교도 들러보자. 모슬포항에서 정기 여객선인 삼영호를 이용하거나 송악산 아래 산수이동 선착장에서 유람선을타면 마라도에 갈 수 있다.삼영호(064-794-3500)는 하루 1회(오전 10시)밖에 없으므로 유양해상관광(064-794-6661)이 운영하는 유람선을 이용하는 게 편하다.오전 9시30분부터 매시 30분 배를 띄운다.30분쯤 소요.마라별장(064-792-3322),최남단민박(064-792-8506) 등 주민들이 운영하는 민박에서 묵을 수도 있다. 몇년 전 이동통신 CF로 유명해진 ‘마라도 짜장면집’(064-792-8506)의 자장면을 먹어보자.일반 기름을 넣지 않고 순수 해물로만 만든 자장 소스가 담백한 맛을 자아낸다.가격은 5000원. ●차귀도(북제주군 한경면 고산리) 대섬과 지실이섬,와도 등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무인도.원래 주민들이 서너 가구 살았으나 김신조 무장간첩 사건 이후 외딴섬 주민들을 이주시키면서 이곳도 인적이 끊겼다고 한다. 그러나 크고 작은 섬과 갖가지 모양의 바위들,부드러운 초원 등이 어우러진 풍광을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의 발길은 끊어지지 않고 있다. 섬에 들어갈 땐 낚싯대도 하나쯤 들고 가자.제주에서도 가장 입질이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주로 참돔,돌돔,흑돔,벵어돔,자바리 등의 입질이 잦은 편.특히 1∼3월,6∼12월에 조황이 좋다고 한다. 차귀도는 ‘생태계의 보물섬’으로 꼽힌다.특히 대섬엔 곰솔,돈나무,해녀콩 갯쑥부쟁이 등 62종의 희귀 식물이 서식한다.나도참빗살잎,각시헛오디풀 등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식물도 발견되어 2000년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422호로 지정됐다. 차귀도는 노을 질 무렵이 가장 아름답다.수천마리의 갈매기들이 붉게 물든 포구 앞바다를 가득 메우며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자구내 포구에서 섬까지는 소형 어선을 빌려 타고 가야 한다.8명이 탈 수 있는 낚싯배 임대료는 1시간에 4만원.배에는 낚시도구도 갖춰져 있다.낚시로 잡은 고기를 선착장 앞 ‘수용횟집’(064-773-2288)에 가져가면 회,튀김,매운탕으로 요리해 준다.1인당 5000원.배낚시도 안내해 준다.포구 인근 ‘섬풍경리조트’(sumresort.co.kr)는 차귀도 너머로 해가 떨어지는 황홀한 낙조를 볼 수 있는 펜션.2인1실 7만원,4인1실 12만원. ●가파도(남제주군 대정읍) 모슬포와 마라도의 중간 지점에 있는섬.마라도보다 2.5배 정도 크다.19세기 중엽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지금은 600여명의 주민들이 어업에 종사하며 산다.섬 주변 파도가 워낙 거칠어 가파도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특별히 눈길이 가는 것은 없지만 아늑한 어촌의 풍광이 정겹게 느껴지는 곳이다.포구에서부터 시작해 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가슴속 푸근함이 자리잡는다. 오전 및 오후 하루 두차례 모슬포항에서 여객선 삼영호(064-794-7130)가 가파도까지 간다.이중 오후 배는 가파도를 거쳐 마라도까지 간다.뱃시간이 뜸하고,시간 변경도 잦으므로 미리 연락해 보고 가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민박안내 064-730-1371. 제주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 가을이 오롯이 남은 비양도 여행/101살 꼬마섬은 아직도 가을

    제주 비양도(飛揚島)는 젊다.짧게는 수백만년,길게는 수억년의 연륜을 자랑하는 것이 대개의 섬들이지만 비양도의 나이는 ‘고작’ 1001살.그래서 무심코 비양도를 찾은 이들은 짧고 생생한 섬의 역사를 듣고,또 생생한 화산의 흔적을 보고 놀란다.처녀 젖가슴처럼 봉곳한 오름,오름 외곽을 덮은 억새물결,코발트빛 하늘과 대비되는 비취색 바다.아직 가을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비양도를 찾았다. 한림항에서 비양도 포구까지는 배로 15분.오름 아래 포구 주위로 40여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앉은 모양이 정겹다.중국쪽에서 날아와 멈춘 섬이라는 전설로 인해 비양도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하지만 이같은 전설은 비양도의 역사를 모르는 누군가 이름을 붙이면서 그럴듯하게 지어낸 것이 아닐까. ●중국에서 날아와 멈춘 섬 ‘비양도' 비양도 생성의 역사는 조선 중종때 발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다음과 같이 생생히 기록돼 있다.‘고려 목종 5년(1002년) 6월에 산이 바다 한 가운데서 솟았다.산에 네 구멍이 터지고 붉은 물을 5일 동안 내뿜고 그쳤다.’ 비양도는 젊은 만큼 화산의 흔적이 무척 생생하다.화산섬으로 유명한 일본 가고시마의 사쿠라지마가 연상될 정도.콘크리트로 포장된 산책길을 따라 섬을 한바퀴 돌아보았다.해안엔 화산탄이 몇겹으로 쌓여 있다.화산이 폭발할 때 솟구쳤던 용암덩어리가 바닷물에 떨어져 급속히 식으면서 생긴 둥근 모양의 화산탄은 축구공만한 것부터 식탁만한 것까지 크기가 제각각이다. 이곳 현무암들은 빛깔이 유난히 검고 모양도 다양하다.마을을 벗어나 산책길을 따라 걷다보면 여인이 아기를 업고 있는 모양의 ‘애기 업은 돌’ 등 갖가지 모양의 바위들이 해안을 장식하고 있다.또 화분재와 도로 포장에 쓰이는 동그란 모양의 화산재(현지에선 ‘송이’라고 함)가 널려있지만 채취는 금지돼 있다. 오름 꼭대기인 비양봉의 높이는 해발 114m.부드럽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난 산책길 주위로 억새가 만발해 있다.분화구 가운데엔 비양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비양나무는 일본 규슈지방 등에 자라는 낙엽관목으로 우리나라에선 비양도 분화구의 숲이 유일한 군락지인 것으로알려져 있다. ●해발 114m 비양봉 전망 일품 비양봉은 키에 걸맞지 않게 전망이 뛰어나다.제주의 반쪽,즉 제주시부터 남제주 지역이 한 눈에 들어오는데,제주 서부에서 한라산을 빼고는 가장 뛰어난 조망을 자랑한다.봉우리에 그림같이 자리잡은 하얀 등대 때문인지,산이 아닌 바다 위에 떠 있는 느낌까지 든다. 자전거를 타고 섬을 한바퀴 돌 수도 있다.지난해 콘크리트 자전거 도로가 완성됐다.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즐기는 하이킹은 비양도만의 색다른 즐거움. 포구 입구에 노인회관(064-796-1178)이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대여료는 1인용 5000원,2인용 1만원. 비양도를 나와 한림항 서쪽의 협재 해수욕장에 들렀다.쌀쌀한 날씨인데도 백사장에서 물장난을 치며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이 제법 많다. 비양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 이곳과 섬 사이는 제주에서도 바다 색깔이 가장 아름답기로 이름난 곳.하얀 모래와 검은 현무암에 어우러진 연둣빛 물색이 유난히 짙다.그래서 낭만적 분위기에서 데이트를 즐기려는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해안도로 드라이브 놓치지 말아야 협재해수욕장을 나와 한림항을 거쳐 애월쪽으로 방향을 틀었다.한림부터 제주시까지는 제주 특유의 자연미가 뛰어난 해안도로가 중간중간 이어지는 구간.한림항이 건너다보이는 수원리 해안도로변에 차를 세웠다. 마침 먹구름 사이로 비양도 앞바다로 쏟아지는 햇살이 마치 초대형 서치라이트를 비추는 것 같다.도로변을 덮은 억새물결까지 더해 운치가 그만이다. 벼랑 아래 바다에선 해녀들의 물질이 한창이다.수없이 자맥질을 반복하며 전복과 소라를 따내는 해녀들.엄청난 체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도,정작 물질을 마치고 나오는 이들은 대부분 구부정한 노인들이다. 애월부터 하귀까지는 가파른 절벽을 따라 해안도로가 이어지는 곳.9㎞에 달하는 도로변을 따라 병풍처럼 둘러친 현무암 절벽과 옥빛 바다,제주 특유의 해안 풍물들이 있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깎아지른 듯한 벼랑 밑으로 파도가 들이쳐 하얗게 부서지는 풍광이 가슴을 쓸어내릴 만큼 아름답다.쉬엄쉬엄 차를몰다보니 마치 커다란 돌침대를 놓아둔 것처럼 평평한 바위가 널린 곳이 있다.‘구엄리 소금밭’이다.가까이 가보니 암반 위에 밭두렁처럼 구역이 나뉘어 있다.소금이 귀했던 시절 소금을 생산하던 천연 돌 염전이었던 곳이다.워낙 돌이 많은 지방이라 돌의 쓰임새도 참 다양하다.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가이드 ●가는 길 한림항에서 오전 9시와 오후 3시,하루 2회 비양도행 배가 출발한다.15분 정도 소요된다.한림항까지는 제주공항에서 12번 일주도로를 타고 30분쯤 걸린다.기상에 따라 운항시간이 자주 바뀌므로 미리 확인해보는 게 좋다.문의 (064)796-2518. 수원리 해안도로는 한림항부터 제주시 방향으로 12번 도로를 타고 한 5분쯤 가다보면 나온다.여기서 빠져나와 12번 도로를 타고 같은 방향으로 2,3분 더 가면 하귀∼애월 해안도로가 나타난다. ●숙박 및 렌터카 하귀∼애월 해안도로 끝부분 도로옆의 ‘노을과 바다’ 펜션(064-738-7890)이 쾌적하고 편리하다.전 객실에서 비양도 너머로 지는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숙박료는 13평형 8만원,25평형 12만원.이밖에 ‘숙소닷컴’(www.sukso.com)에 들어가면 제주의 대표적인 펜션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렌터카는 요즘 비수기를 맞아 50% 할인이 기본.뉴EF쏘나타 24시간 기준 6만∼7만원.공항 대합실을 나서 왼편 주차장쪽으로 가면 대장정렌트카(064-711-8288) 등 렌터카 업체들이 차를 대기시켜 놓고 있다.미리 예약하는 것이 편리하다. 좀 비싸더라도 색다른 드라이브를 즐기려면 일명 ‘딱정벌레차’로 불리는 폴크스바겐 뉴비틀을 이용할 수 있다.‘아우토반렌트카’(064-746-0051)가 운영한다. 에메랄드빛 제주 바다와 억새밭을 낀 제주 해안도로에 특히 잘 어울려 연인이나 신혼부부들이 애용한다.대여료는 24시간 19만 8000원.회원(회비 2만원)으로 가입하면 연중 30% 할인(13만 8000원)해준다. ●제주 그랜드세일 12월 한달간 항공 및 호텔,음식점 등이 할인 행사를 실시중이다.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항공료를 20%,신라·롯데·그랜드 등 대부분의 특급 호텔은 객실료를 주중 40% 할인해주며,22곳의 식당이 음식값을 10% 깎아준다.주요 관광지도입장료를 10∼50% 할인해준다.문의 제주도관광협회(064-742-8861). 식후경 제주 흑돼지는 육질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 때문에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음식.요즘은 서울을 비롯한 전국 어디서나 ‘제주 흑돼지’ 간판이 붙은 식당을 쉽게 볼 수 있다.이같은 흑돼지 맛은 방목 때문이라고 하는데,제주에서도 실제 방목하는 흑돼지 맛을 보기가 쉽지 않다. 협재해수욕장 앞의 ‘상록가든’(064-796-8700)은 직영 농장에서 놓아 키운 흑돼지 음식을 내는 몇 안 되는 식당중의 하나로 꼽힌다. 흑돼지는 생고기 구이,고추장 양념 구이,바비큐 등 다양하게 요리할 수 있지만 상록가든에선 생고기 구이가 유명하다.아이 손바닥 크기로 두툼하게 썰어 낸 것을 불판에 구워 상추에 싸먹는다.고기를 참기름에 소금을 넣은 기름장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 난다.1인분 8000원. 제주의 토속 음식을 골고루 맛보고 싶으면 제주공항 인근의 ‘덤장’(064-713-0550)을 찾으면 된다.갈치조림과 고등어구이,‘돈배’(흑돼지 삶은 것),보말국과 10여가지의 밑반찬을 내는 ‘덤장 상차림’이 인기 메뉴.4인상 기준 6만원.
  • 해녀가 불법어로 감시/제주도 내년부터 시행

    “불법어로 감시,민간 바다지킴이가 맡습니다.” 제주도는 수산자원을 보호하고 어업질서를 정착시키기 위해 ‘불법어로 명예 감시선제’를 도입,이달부터 운영하고 내년부터는 ‘해녀 명예 감시원제’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명예 감시선은 불법어업 사실이 없는 8t미만 연안어선 12척으로 조직돼 ▲마을어장 내에서의 그물사용 어업행위 ▲어업금지구역 침범행위 ▲어망크기 위반행위 ▲무허가 조업행위 등을 신고하고,수산자원 보호를 위한 어업인 계도와 홍보,어업인 여론수렴 등의 역할을 맡는다.지역별로는 제주시 2척,서귀포시 2척,북제주군 4척,남제주군 4척 등이다. 이들은 도·시·군 어업지도선과 네트워크를 구축,카메라 등을 소지한다. 불법어선에 대한 톤수,선명,어로장소,행위내용 등을 신고하면 지도선이 즉각 단속에 투입된다.도는 이들 명예 감시선에 대해 어선 대체사업비 지원과 어업장비 우선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내년부터 시행할 해녀 명예감시원제는 도내 100개 어촌별로 1∼2명씩의 모범해녀를 뽑아 마을어장내 어패류 불법채취 행위와 스쿠버다이버들의 어류 남획행위 등을 신고토록 하기 위한 것이다.운영효과가 나타날 경우 감시원 수를 500명 이상 수준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
  • “늦가을 진미 방어맛 봅서”제주 모슬포서 3일간 축제 체험프로그램등 행사 다채

    “늦가을 진미 방어도 잡아보고 맛도 즐겨봅서.” 제주도 모슬포 방어축제위원회는 9일 방어 최대 성수기를 맞아 ‘방어축제’를 오는 14∼16일 주산지인 남제주군 모슬포항 일원에서 연다고 밝혔다.올해 축제의 주제는 ‘멋과 맛의 향연’으로 정했다. 행사에서는 ▲소방어 손으로 잡기 ▲선상 방어 릴 낚시대회 ▲방어 이어달리기 ▲방어포 뜨기 ▲모슬포 역사기행 ▲최남단 명산순례 등 주민과 관광객들이 직접 참가하는 체험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축제는 14일 오후 길놀이와 풍어제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식전행사로 브라질 전통민속공연과 국내 가수들의 축하공연 등이 마련된다.이튿날에는 마라도 인근에서의 전국 선상 방어낚시대회와 문학백일장,사생대회,장수퀴즈왕 선발대회,소방어 손으로 잡기,방어 이어달리기,방어포 뜨기,방어 시식회,청소년 페스티벌,타악 퍼포먼스,모슬포 역사기행 등이 열린다. 마지막날에는 건강걷기대회,바다사랑 웅변대회,해녀 물질대회,팔씨름대회,검도시범,최남단 가요제 등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부대행사로 지역특산물전과 야생화·서각·사진전시회 등이 열린다.특산물전에서 방어를 3마리 이상 구입하면 시중가의 절반 값에 살 수 있다.(064)794-8036.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
  • “찬바다 물질 수십번 진짜 해녀 못지않죠”/‘인어공주’ 주인공 전도연 & 제주 촬영현장

    까만 돌담들이 낮게 머리를 맞대고 삐뚤빼뚤 줄지어선 바닷가 마을,북제주군 우도면 조일리 비양동.쥐죽은 듯 고요한 동네가 방죽 앞에 모인 사람들로 갑자기 시끌시끌하다. “핸드폰 다 꺼주세요.조용!” “하나,둘,셋.큐!” 지난달 30일 오후.‘해녀’가 된 전도연이 늦가을 차가운 해풍(海風)에 입술이 새파래진 채 바닷물 속으로 쓰윽 자맥질한다.물질 장면을 찍기 시작한 지 40분째.취재진의 핸드폰 벨,카메라 셔터 소리에 몇번이나 NG가 나고 말았다.그래도 짜증스러운 기색은 하나 없다.덜덜덜 턱을 떨다가도 ‘큐’사인만 떨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짜 해녀처럼 날렵하게 잠수한다. 흥행 중인 사극멜로 ‘스캔들’에서 조선시대 정절녀로 변신했던 전도연이 이번엔 억척스러운 섬마을 해녀가 됐다.새 영화는 ‘인어공주’(제작 유니코리아).‘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함께 찍었던 박흥식 감독이 연출하고,신인배우 박해일이 함께 주연한다. 영화에서 그는 1인2역을 한다.스무살의 딸이 우연히 수십년 전으로 돌아가 엄마의 스무살 시절을 엿보게 되는 내용.스무살 해녀 엄마 연순과 섬마을 우체부인 아버지(박해일)가 소박하고도 수줍은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딸이 새삼 엄마의 인생을 이해하게 되는,따뜻하고도 유쾌한 팬터지 드라마다. 어렵사리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순간,스태프들이 정신없이 바빠진다.촬영차량 뒤편에서 더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통을 날라온다.부들부들 떠는 여배우를 통 안으로 달랑 담구더니 그 위에 담요까지 푹 덮어씌운다.몇몇은 꽁꽁 얼어버린 그의 팔이며 어깨를 주무르기도 한다.‘해녀 엄마’의 물질 장면은 그렇게 해서야 마무리됐다. 지난달 6일 크랭크인한 ‘인어공주’는 요즘 충무로에서 보기 드문 ‘여성영화’다.전체 장면들 중 그가 빠지는 신은 딱 4개뿐.“태풍 매미로 촬영이 미뤄지는 바람에 차가워진 바다에서 수중장면을 찍는 게 가장 힘들다.”는 그는 스킨스쿠버와 남도 사투리도 따로 배웠다고 귀띔한다. 박 감독과는 얼마나 호흡이 잘 맞기에 그 많은 시나리오들을 다 물리치고 또 손을 잡았을까.솔직한 대답이다.“사실,잘 안 맞아요.‘나도 아내가…’때는 카메라 테스트에서 운 적도 있었다니까요.감독님은 말을 아주 아끼는 편이에요.그래서 이번 작품 찍을 때는 뭐든 함께 조율하기로 약속했는데,(감독을 힐끗 보고 웃으며)지금까진 서로 잘 맞춰가고 있는 것 같아요.” 작품을 잘 고르는 비결이 뭐냐고 묻자 그는 “오로지 시나리오만 따진다.”면서 “이번 영화는 1인2역의 설정이 버거워 겁을 많이 먹었다.”고 털어놓는다.극중 연순의 나이가 스무살.실제 나이와 열살이나 벌어지는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호락호락하진 않다.“체력이 많이 달려 요즘 굉장히 처절하게 나이를 실감한다.”면서도 이내 “연기자 나이는 고무줄 나이니까 어쩌다 주름살이 보이더라도 애교로 봐달라.”며 애교 넘치게 웃는다. 자장면집도,PC방도,노래방도 하나뿐인 섬마을에 갇혀 지낸 지 한달이 다 됐다.가로등도 하나 없으니 해만 지면 질리도록 한가로운 휴식에 들어간다.(매니저의 ‘증언’에 따르면)멀리 오징어잡이배의 불빛 말고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펜션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오락 아니면 독서뿐이란다.내년 3월말 개봉 예정. 제주 우도 황수정기자 sjh@
  • [나의 건강보감]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마라톤 이전에 사이클로 운동 시작 “생각해 보세요.누군가가 평생 마라톤만 한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한 삶이겠습니까? 제가 산악자전거(MTB)를 타고 대자연 속으로 질주해 들어가는 것은 제 삶을 저의 시각으로 채색하고 디자인하는 과정입니다.” 극한상황을 체험한 사람에게서 듣는 삶의 얘기는 늘 절박하고 진지하다.마라토너 황영조(34·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선수단 감독)가 그렇다. “더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제가 MTB를 타는 것은 마라톤을 하면서 유보하거나 포기해야 했던 제 삶을 복원한 것입니다.제가 즐기는 스쿠버다이빙도 동기 측면에서는 MTB와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말을 이었다.“잘 알려지지 않은 얘긴데,실은 제가 처음 시작한 운동은 마라톤이 아니라 사이클입니다.강원도 삼척 근덕중학교에 입학해서 처음 사이클선수로 발탁됐는데,매일 왕복 60여리(24㎞)를 자전거로 통학한 게 그런 결과를 낳았던 거지요.” 그의 사이클은 통학용 낡은 자전거와는 비교도 안될 멋진 것이었다.그렇게 사이클선수의 꿈을 키웠으나,선생님들의 권고로 짬짬이 지역 육상대회에 나가 크고 작은 상을 휩쓸면서 그의 운명도 바뀌기 시작했다. “생각하면,사람의 삶이란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그때 다른 고등학교의 사이클선수 스카우트제의를 뿌리치고 강릉 명륜고등학교로 진학해 육상을 시작했는데,처음엔 1500m,5000m와 10㎞ 마라톤 단축코스 등 중장거리를 뛰었어요.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우승한 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결과’에만 집중된 탓에 이런 저의 이력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거죠.” ●‘족저근막염' 수술 후 96년 은퇴 고인이 된 손기정씨 이후 한국 마라톤에서 그처럼 눈부신 성공을 거둔 사람은 없다.91년 영국 셰필드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딴 금메달은 건국 이래 우리 선수가 세계 종합대회에서 일군 첫 쾌거였다.이후 92년 일본 벳푸에서 열린 마이니치 마라톤대회에서 한국마라톤의 비원이던 10분 벽을 무너뜨리더니 그해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우승,절정의 기량을 뽐냈다.그러나 호사다마일까.그는 족저근막염으로 양쪽 발바닥을 찢는 두번의큰 수술 끝에 96년 홀연히 마라토너의 꿈을 접었다.그가 MTB를 시작한 것은 은퇴하던 바로 그 해.“마라톤이 죽도록 싫었습니다.뛸 수밖에 없어서 뛰었고,살아남기 위해 달렸지만 달릴 때마다 빨리 나이를 먹고 싶었습니다.그래야 달리기를 멈출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죠.오죽했으면 바르셀로나 우승 후 ‘달리는 차에 부딪혀 죽고 싶었다.’고 했겠습니까.” ●“발 멈춰도 가는 자전거, 멋집니다” “이런 제게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마라톤을 일찍 그만뒀느냐.’고 묻곤 하는데,저를 아끼는 마음은 알지만,저나 마라톤을 모르는 얘깁니다.이룰 건 다 이뤄 더 이상 동기가 없다고 여겼습니다.온전치 못한 몸으로 힘든 운동을 막연히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그후 그는 MTB를 탔다.자전거는 그가 갈망했던 것들을 시원하게 충족시켜 줬다.“자전거를 타면서 햄버거를 먹고,콜라를 마시는 기분 아십니까? 마라토너는 꿈도 못꿀 일이죠.MTB는 코스를 벗어나는 것도 자유입니다.언제든 그만 타고 싶으면 멈출 수도 있고요.마라토너는 발을 움직이지 않으면서게 되지만,자전거는 발을 멈춰도 갑니다.얼마나 신기한 일입니까?” “처음엔 자전거를 타고 선수시절에 뛰었던 코스를 자주 달렸는데,그 시절의 제가 안됐다는 생각에 콧잔등이 싸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선수시절 저는 훈련 때에도 주머니에 비상금을 넣고 다니지 않았습니다.저 스스로 약해지고 타협하려는 마음을 차단하는 방법이었습니다.그런 점이 오로지 건강을 위해 뛰는 운동과 다른 점 아닐까요?” 그는 이제 자전거로 하체를 단련하고 심폐기능을 유지해 얻은 에너지를 후배들의 마라톤 지도에 쏟아 붓는다고 했다.MTB로 엮어보고 싶은 꿈도 있다.“기회와 명분이 주어진다면 MTB로 전국을 도는 국토순례를 한번 하고 싶어요.건강도 다지고 좋은 일에 제 정열을 바치는 기회도 될 것 같아섭니다.” 그는 MTB말고도 스쿠버다이빙을 즐긴다.강원도의 궁벽한 어촌에서 물질로 자식들을 키운 어머니에 대한 향수가 담긴 그 바다를 자주 찾고자 했던 것이 계기라면 계기다.“마라토너가 코스를 밟아 뛰는 것과 해녀가 물속에 잠기는 것이 고독하다는점에서는 같다고 여겨져요.한번은 어머니의 고통을 엿보고 싶어 산소호흡기를 달고 물속에 들어가 어머니 물질하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는데,참 눈물겹더라고요.” 이것 말고도 그가 즐기는 레저는 많다.지난 99년에는 열기구를 타고 중국 산둥반도에서 경남 양산까지 황해를 가르는 비행을 했는가 하면,암벽 등반도 즐겨 히말라야 원정계획까지 세웠다가 대학원 학위과정 때문에 포기했던 적도 있다. ●스쿠버다이빙·열기구·암벽등반도 즐겨 체중은 선수시절의 60㎏보다 10㎏가량 늘었으나 억지로 감량을 하지 않아 지금이 신체적으로는 최적의 컨디션이라고 했다.담배는 입에 대지 않으며,기분 좋으면 맥주 1∼2병을 마신다.먹거리도 개고기 말고는 가리지 않는다.그에게 듣는 운동건강론은 차라리 소박했다.“유산소 운동이라면 무엇이든 좋습니다.자기 몸에 맞는 종목을 골라 꾸준히 하면 건강을 얻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중요한 것은 무슨 운동이든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포기해야 가능하다는 점입니다.그것이 시간일 수도 있고,땀일 수도 있습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남상인기자sanginn@ ■산악자전거 건강론 “어려서부터 타온 자전거에 대한 향수 때문에 MTB를 타기 시작했지만,체력을 기르고 대자연을 호흡할 수 있다는 점도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황영조 감독은 MTB마니아다.후배들을 지도하느라 내놓고 동호회 활동을 할 수는 없지만,틈만 나면 자전거로 한강 둔치나 강동의 보훈병원 뒤 일자산을 질주하곤 한다.한강 둔치에서는 잠실 시민공원에서 여의도나 강서 시민공원까지 수변을 따라 달리며 체력도 다지고 스트레스도 푼다.일자산은 험하지 않은 완만한 능선에 도시 냄새가 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어 종종 찾는 곳이다.한번 자전거를 타면 두어시간 정도 맘놓고 즐기는 편이다. 애호가들이 즐기는 MTB 종목은 산악 능선을 종주하는 크로스컨트리와 경사지를 오르내리는 힐클라이밍과 다운힐,듀얼슬래럼,험난한 지형지물을 타고 나가는 트라이얼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종목마다 엄청난 체력과 순간판단력,순발력과 인내력을 필요로 해 코스별로 차이는 있지만 정규 크로스컨트리의 경우 시간당 열량 소모량이 스쿼시(약 1300㎉)에 맞먹는 1100∼1300㎉에 이른다.”고 말했다. 사이클 국가대표와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낸 김동환씨는 “이런 특징 말고도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주는 스릴과 모험성,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탈 수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MTB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심재억기자
  • 광복 58주년 독립유공자 206명 포상

    국가보훈처는 광복 58주년을 맞아 국내외에서 항일 독립운동을 전개한 독립유공자 206명을 포상한다고 12일 밝혔다.정부 포상 유공자는 의병활동을 벌인 이필상(李弼相·독립장) 선생 등 건국훈장 142명,학생독립운동가 강대성(姜大成) 선생 등 건국포장 30명,최중원(崔重遠) 선생 등 대통령표창 34명이다. 특히 제주해녀 항일운동 주동자였던 김옥련(金玉連·96·건국포장) 부춘화(夫春花·건국포장) 여사 등 해녀 2명이 처음으로 포상을 받게 됐다. 다음은 광복절 58주년 독립유공자 포상자 명단. ●건국훈장 독립장 이필상 ●건국훈장 애국장 강귀손 강종근 강흥문 고융건 공석두 권대화 권원석 길창서 김갑수 김검술 김경문 김공식 김기삼 김명제 김석제 김석현 김성관 김영진 김영희 김완식 김원식 김응수 김인조 김일환 김재명 김재성 김제현 김중련 김창옥 김팔룡 김학수 김현봉 김현집 노내화 도중삼 박만옥 박반문 박수길 박인환 변해룡 서여선 서태석 송기화 송덕원 송상봉 송인덕 송준섭 송한기 신기순 심노식 안정명 안최언 오기만 우제경 원광덕 원기풍 유종환 윤시하 윤영옥 윤홍팔 이규남 이동칠 이사홍 이석조 이원배 이지석 이초입 이칠봉 임굉 장패관 정기채 정사천 정상섭 정일룡 정찬경 조경오 조동주 조백순 조사선 조성여 조철규 주병회 지순용 진용봉 차도순 채중보 천성십 최경현 최근익 최내홍 최동률 최범진 최순근 최흥대 한기안 한사용 한성수 한학삼 홍종덕 황사여 황연창 황찬중 황희 ●건국훈장 애족장 강홍상 권수억 김두만 김상완 김성조 김순돌 김영만 김의명 김재진 김지선 남준이 노석호 문도배 박장봉 박제호 박택룡 신현숙 오상흠 옥두엽 이기훈 이동순 이두희 이봉두 이석채 이승룡 이원명 이의호 이익상 이창학 이충천 인세봉 장경 장세구 최관호 최오득 최천택 한원택 허병 ●건국포장 강대성 강신혁 김기창 김병규 김병하 김신근 김옥련 김용호 김학득 김학수 남종우 노상직 박원효 박종권 부춘화 심진택 안자정 양명수 엄승기 오요섭 원종응 유연건 이기열 이내한 이성순 이운호 이진섭 정진희 최용락 최해도 ●대통령표창 기원필 김병선 김상이 김성택 김용상 김재풍 김정구 김태동 김화백 박성봉 박영수 서환수 신태의 심경지 안치구 오남룡 윤자환 윤점수 이강조 이광순 이면직 이병억 이성춘 이용덕 이인수 이정춘 임봉학 장기현 정석화 조옥희 진옥련 최중원 허후득 홍선봉
  • 우도

    장맛비 머금은 초록빛 언덕 올여름 휴가를 제주에서 보낼 계획을 잡았다면 꼭 가보아야 할 코스로 우도(소머리 오름)를 추천하고 싶다.제주 동쪽 일출봉 아래 성산포에서 보면 소가 한가롭게 누워 있는 형상의 길쭉한 섬이 우도(牛島)다. 우도는 남태평양의 해변 못지않은 산호해수욕장과 기암절벽,동화속 분위기의 초원을 갖춘 제주도 으뜸의 부속섬.장마가 끝나고 빗물 유입이 적어지면 우도 해변의 에메랄드 물빛도 한층 짙어질터.지루하게 이어지던 장맛비가 모처럼 갠 지난 주말,남국의 낭만이 깃든 우도를 향해 배에 올랐다. 성산포에서 배를 탄 지 15분 만에 닿은 곳은 우도 천진항.우도 나들이의 시작점이다.먼저 우도 나들이의 단골 코스라는 우도봉(134m)을 향했다.관광 순환버스로 5분쯤 걸렸을까.초록 향연을 벌이고 있는 듯한 우도봉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최근 잦았던 장맛비를 한껏 머금어서인지 우도봉 오르는 언덕의 초록빛은 눈이 시릴정도로 짙다.카메라를 삼각대에 받쳐놓고 후다닥 뛰어가 진한 포즈 취하는 허니문 커플,눈밭에 뒹구는 강아지마냥 뛰노는 아이들,언덕 너머 펼쳐진 쪽빛 바다…. 그림같은 에메랄드빛 산호바다 우도봉 북쪽 아래는 검멀레해수욕장이다.검은 모래로 이루어진 해변이다.미역·다시마·톳 등이 부식해 모래와 섞여 만들어졌다고 한다.그래서 이곳 모래 찜질은 관절염과 피부병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하지만 모래와 자갈이 뒤섞여 있어 해수욕하기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오히려 우도봉 아래로 이어지는 절벽이 구경거리.모래사장 끄트머리 절벽에 콧구멍처럼 생긴 동굴(일명 동안경굴)이 신기하다. 해수욕을 즐기기엔 우도 서쪽의 산호사해수욕장이 제격이다.이름 그대로 산호가루가 쌓여 생긴 해변.영화 ‘시월애’가 촬영됐던 곳이다. 전날까지 제주에 내린 폭우에도 불구하고 물속은 모래를 한 알 한 알 셀 수 있을 정도로 맑다.하얀 모래와 백사장 중간중간에 펼쳐진 검은 빛의 화산암,옥이 녹아내린 듯한 물빛이 어우러져 진귀한 바다풍경을 연출한다. 세계의 인형과 초콜릿을 전시 판매하는 ‘빨강머리앤의 집’은 산호사해수욕장의 액세서리.만화영화속의 주인공 집을 그대로 본떠서 만든 초록지붕 집이 인상적이다.이 건물 1층에선 전세계의 유명 인형과 초콜릿을 전시 판매한다.2층 객실에선 숙박이 가능하다.이곳에서 하룻밤 묵으며 휴가를 즐기면 큰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참돔·옥돔 손맛 그만 '비양도' 우도는 전 지역이 낚시 포인트라고 할 만큼 물고기가 풍부하다.참돔,옥돔우럭,갈치,한치오징어 등등. 제주인들은 우럭·광어 등은 낚시에 걸려도 ‘잡어’라며 바다에 던져버리는 사람이 많다.돔이 걸려야 ‘고기’라며 좋아한단다. 하지만 육지에서 온 피서객에겐 모든 고기가 ‘귀하신 몸’.우도낚시의 제1포인트는 우도의 새끼섬이라고 불리는 비양도.연륙교가 나 있어 걸어서 갈 수 있다.여름철엔 병어와 돔이 잘 잡힌다. 낚시도구와 미끼는 슈퍼나 낚시점에서 빌리면 된다.1인 비용 일체 2만 5000원 정도.배낚시는 고기가 잘 잡히지만 비싼게 흠.6인이 탈 수 있는 배를 2시간 빌리는데 10만원쯤 받는다.문의 선돌낚시(064-783-4040),곤조낚시(064-9869). 또다른 재미 자전거 하이킹 우도를 보다 샅샅이 살펴보려면 자전거 여행이 좋다.섬 둘레 길이가 14㎞에 지나지 않고 지형이 평평해 하이킹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자전거는 우도항 입구 대여점(064-783-0516,784-4646)에서 빌릴 수 있다.1시간 2000원,3시간 5000원.하이킹은 대개 우도항을 기준으로 서쪽 해안도로부터 시작해 섬을 한바퀴 도는 코스로 진행된다.선착장∼산호사해수욕장∼비양도∼하고수동 백사장∼검멀레해수욕장∼우도봉 코스가 일반적. 특히 서쪽 해안을 따라 이어진 도로변 경치가 뛰어나다.해안 곳곳에서 해녀들이 물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데,운좋게 물질을 마치고 나오는 해녀를 만나면 싱싱한 해산물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2∼3시간 소요.우도면사무소(064-783-0419). 우도(제주)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가는 길 제주 성산항(064-782-5671)에서 오전 7시부터 배가 출발한다.비수기엔 1시간 간격으로 운항하지만 여름 휴가철엔 여행객 상황에 따라 자주 다닌다.요금은 어른 2000원,초등생 이하 700원.승용차(1만 3200원)도 갖고 들어갈 수 있으나 배 1대에 차 13대만 실을 수 있어오래 기다려야 한다. 우도 내에선 관광 순환버스를 타는 게 편리하다.8대의 버스가 선착장∼우도봉∼검멀레해수욕장∼산호사해수욕장 코스를 운행한다.1일 이용권(어른 4000원,초등생 이하 2000원)으로 버스를 횟수에 관계없이 탈 수 있다. 우도교통(064-783-2333).제주공항에 내려 버스를 이용하려면 제주종합터미널(064-756-0389)에서 성산항행 버스를 타면 된다.20분 간격,요금은 3100원. ●먹거리 및 숙박 우도 천진항 인근에 횟집이 많다.그중 부두앞에 있는 ‘우도횟집’(064-783-0508)이 싸고 싱싱하기로 유명한 편.우도 인근에서 건져 올린 돔과 다금바리 회 등을 본섬의 횟집보다 3분의2 가격에 낸다.1㎏에 다금바리는 10만원,돔은 5만원 정도.한치물회,자리물회도 6000원에 맛볼 수 있다. 숙박은 산호사해수욕장 앞의 펜션을 이용해보자.해변을 따라 10여곳의 서구풍 펜션이 들어서 있는데 그중 ‘빨강머리 앤’(064-784-2171)이 가장 예쁘고 전망도 좋다.만화영화 ‘빨강머리 앤’에 나오는 집을 본떠 지었다.숙박료는 성수기 12만원,비수기 10만원. ●우도팔경 우도는 볼수록 매력있는 섬이라는 게 다녀온 사람들의 평가.이렇게 칭찬하는 데는 다음의 우도 팔경(八景)이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야항어범(夜航漁帆):여름밤에 우도 동·남쪽 바다를 환하게 밝히는 밤 고깃배 풍경. -동안경굴(東岸鯨窟):검멀레해수욕장 끝 절벽 아래의 석굴. -후해석벽(後海石壁):우도봉 뒤편의 기암절벽. -지두청사(地頭靑沙):우도봉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초원의 초록빛 물결. -주간명월(晝間明月):우도봉 남쪽 기슭에 난 동굴.굴 안에 든 햇빛이 바닷물에 반사돼 천장에 비친 풍경을 일컫는다. -천진관산(天津觀山):우도의 관문인 천진항에서 바라본 한라산. -서빈백사(西濱白沙):섬 서쪽의 산호사해수욕장의 산호 백사장. -전포망도(前浦望島):제주 동쪽 종달리 해안에서 바라본 우도의 모습.
  • 이주일의 어린이책 /시리동동 거미동동

    권윤덕 글·그림 창작과비평사 펴냄 창작과비평사에서 펴낸 ‘시리동동 거미동동’(권윤덕 글·그림)은 제주도 꼬리따기 노래를 시와 그림으로 옮겨담은 책이다.꼬리따기 노래란,‘긴 것은 기차,기차는 빨라.’식으로 말꼬리를 이어가는 제주지방의 운율놀이.지은이는 꼬리따기 노래 몇개를 재료삼아 리듬과 이미지가 남실대는 동시그림책을 만들었다. 첫장을 펼치자,검은 돌무더기 틈새로 바다소녀의 눈망울이 반짝반짝.뭘 보고 있는 걸까.까만 거미 한마리.깜장 고무신을 신고 댓돌로 내려서는 어린 소녀가 꼬리따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엄마가 물질 떠나고 동그마니 혼자 남겨진 ‘섬집 아이’다. ‘시리동동 거미동동/왕거미 거미줄은 하얘/하얀 것은 토끼’ 왕거미를 뒤로 하고,토끼를 앞지르며 찐감자 한톨을 들고 아이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노래가 이어진다.‘토끼는 난다/나는 것은 까마귀…/검은 것은 바위…/바다는 깊다/깊은 것은…’ 아이도,아이를 따라간 까마귀도 토끼도 머얼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바위 위에 사이좋게 걸터앉았다. 간결한 노랫말을 풀이해주는 건,밝고 맑은 색감에 단정한 선이 돋보이는 그림.넉넉한 여백이 때로 더 큰 울림을 던질 수 있음을 일러준다.물질 나간 해녀엄마를 기다리며 아이는 깨닫는다.바다처럼 깊은 것은…‘엄마의 마음’이라고.파도를 타듯 운율타기가 재미나면서도 어느결에 가슴 싸한 애상까지 던지는 책이다.8000원. 황수정기자 sjh@
  • 편집자에게/ 제주 해녀 보호 정부가 나서야

    -‘제주해녀 사라진다’ 기사(대한매일 7월1일자 9면)를 읽고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깊고 시퍼런 바다 속에서 전복을 따고 미역을 캐 자식들을 대학까지 보내는 제주해녀의 의지는 너무나 유명해 다른 나라 사람들도 주목하고 있을 정도다.또 90% 이상이 농사를 겸하고 있어 제주해녀는 근면과 자립의 상징이기도 하다.그래서 제주의 삼다(三多) 가운데 하나가 여다(女多)인지도 모른다. 해녀들의 ‘물질’은 그야말로 ‘사투’다.정조임금이 어느 날 수라상에 올라온 제주 진상품인 전복을 보고 목숨을 건 제주해녀의 투지의 산물이어서 차마 먹을 수 없다고 해 입에 대지 않았다는 일화도 전해온다.이런 해녀가 사라진다는 것은 유형문화재의 소실이나 인간문화재의 사망과 같아 너무도 안타깝다. 제주도 등 자치단체들이 해녀보호와 소득증대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그러나 이러한 노력이나 지원도 한계가 있는 만큼 연평균 100여명 넘게 줄어드는 해녀보호를 위해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제주해녀는 세계적으로 내놓아도 손색없는 인간문화재다. 강은정 제주YWCA 사회개발위원장
  • 제주해녀 사라진다

    “이제 물질할 의욕도 없습니다.” 17세 때부터 해녀 생활을 해온 34년 경력의 이양금(51·제주시 삼도2동)씨가 밝힌 해녀의 현주소다.그는 “수심 7∼8m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높은 수압과 산소결핍으로 대부분의 해녀가 두통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10년 전만 해도 바다일로 하루 3만원 이상씩 벌어 먹고 살만했지만 이제는 전복 등이 씨가 말랐고,중국산 값싼 해산물마저 쏟아져 들어와 물질할 의욕이 크게 떨어졌다. 제주 해녀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거친 바다와 싸우는 한편 척박한 땅을 일구며 제주 사회를 지켜온 근면과 자립의 상징이자 제주 어머니의 표상인 해녀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60년대 2만 5000명에 육박하던 제주 해녀 수는 70년 1만 4143명,80년 7804명,90년 6470명,지난해 말 5659명으로 격감했다.70년대까지는 멀리 강원도서 물질 원정을 오는 외지 해녀도 적지 않았을 정도로 입지가 탄탄했었다.해녀들의 연령층도 높아 30세 미만은 단 2명에 불과하다.반면 30∼49세 969명,50∼59세 1722명,60세 이상 2966명으로 50세 이상이 83%를차지하고 있다.해녀 경력 73년의 최고령으로 해녀상을 받은 고이화(88·북제주군 구좌읍) 할머니는 “젊은 시절 물질을 열심히 해 자식들을 대학까지 보낼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로 아직 자부심을 잃지 않고 있다. 하지만 50세 이상 해녀 가운데 67.5%는 만성두통·난청·신경통·관절염 등을 앓고 있어 앞으로 얼마나 더 ‘물질’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때문에 10년 뒤에는 해녀 수가 2000명선으로 줄어들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해녀를 보호하기 위한 제주도의 노력도 사실 눈물겹다.지난 99년부터 연간 15억원으로 해녀들에 대한 병·의원 진료비 일체를 지원하고 있다.마을어장 인공어초 시설,전복종묘 방류사업 등에 50억∼70억원을 쏟아 붓고 있다.지자체별로 탈의장과 공동작업장을 마련해 주고 잠수복·물리치료기·장제비·가계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해녀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물질은 목숨을 위협할 만큼 힘든데 반해 수입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제주도는 최근 해녀지원특별대책을 마련했다.어장내 투석사업의 어촌계 부담을 없애고 사업면적을 45㏊에서 100㏊로 늘리기로 했다.방류하는 조개류도 팔아서 돈을 만드는 데 3∼4년이 걸리는 전복 대신 1∼2년 만에 수입을 거둘 수 있는 오분자기로 바꾸기로 했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
  • [씨줄날줄] 이어도의 꿈

    “긴 긴 세월 동안 섬은 늘 거기 있어 왔다.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섬을 본 사람은 모두가 섬으로 가 버렸기 때문이다.” 이청준은 지난 1974년 문학과 지성에 발표한 소설 ‘이어도’에서 제주도 뱃사람들의 구전으로 전해오는 피안(彼岸)의 섬 이어도를 찾아나선다.천리 남쪽 바다 밖에 파도를 뚫고 꿈처럼 하얗게 솟아있는 이어도는 구원과 복락의 이상향이면서 동시에 죽음의 섬이기도 하다.제주도 뱃사람들은 바다에 나갔다가 돌아올 수 없게 되면 이어도에 갔노라고 믿는다.이어도에 갔기 때문에 복락을 누릴 것이라고 확신한다.이러한 믿음이 있기에 뱃사람들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에도 아무런 두려움 없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어도는 이청준의 소설에서처럼 사실과 전설의 중간지대다.전설을 간직하고 있기에 실재하는 섬인 것이다.전설의 섬에 남편을 보낸 뒤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해녀가 읊조리는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이엿사나 이여도사나’로 반복되는 민요에서도 이어도의 실존은 확인된다. 수백년동안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이어도는 지난 1900년 영국 상선 소코트라호가 좌초되면서 해도에 ‘소코트라 암초’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하지만 실체가 확인된 것은 1984년.이어도는 대한민국의 최남단 마라도 서남쪽 149㎞,중국 퉁다오(童島) 동북쪽 247㎞,일본 도리시마(鳥島) 서쪽 276㎞ 떨어진 바다 속에 자리잡고 있다.평균 수심 50m,남북과 동서 길이가 각각 1800m,1400m인 수중 암초다.암초의 정상도 수중 4.6m여서 거센 파도가 몰아칠 때면 모습을 드러낸다.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황금어장인 이곳은 한반도를 통과하는 태풍의 40%가 지나는 길목이다.황금어장과 태풍,암초가 어울어져 전설 속의 이어도를 만들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0일 이곳에 8년에 걸친 공사 끝에 높이 76m,무게 3400t짜리 첨단 해양관측시설물 ‘종합해양과학기지’가 완공됐다.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섬에 임시 숙박도 가능한 시설이 들어선 것이다.한(恨)과 원(願)이 서린 이어도가 이제 과거를 뛰어넘어 미래의 꿈도 담아내기 시작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우득정논설위원
  • ‘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 잊혀져간 4·3사건 판타지 섞어 되살려

    4·3사건에 조명을 맞춰 화제가 된 극단 목화의 신작 ‘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작·연출 오태석).하지만 연극은 특정 사건만을 조명하기보다는,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두루 껴안는다. 해방직후,주인공 성춘배(이병선)와 부인 맹구자(황정민)는 이승만 박사의 초상화와 태극기를 팔며 생계를 유지한다.평범한 민초의 삶에 균열이 생긴 건 1948년 4월3일 토벌대가 제주도에 진입하면서부터.토벌대에 잡힌 성춘배는 용의자를 지목하라는 신문관의 요구를 거부하다 형무소로 이송되고,맹구자는 면회를 틈타 남편과 자리를 바꿔치기 하는데…. 작품은 4·3사건이라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에 비현실적인 판타지를 삽입시켜,한 발자국 떨어져 4·3사건 이후의 현대사를 조망하게 한다.성춘배는 맹구자 대신 여자로 살아가면서 해녀가 되고,성춘배의 자리에 들어간 맹구자는 감옥에서 여전사로 살아간다는 설정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하지만 이런 설정은 오히려 근대화라는 명분으로 진실을 묻어버린 우스꽝스러운 현실을 은유하는 데는 제격이다. 근대화는 해녀파크로 상징된다.“나한텐 꿈이 있어.해녀파크…”라고 외치며 맹구자의 노력마저 무참히 짓밟는 성춘배.“돌덩이(비석) 하나 세운다고 죽은 사람들이 다시 살아나나.해녀파크 세워 개혁하자.”는 성춘배 일당의 논리는 70년대 이후 흔히 통용되던 논리였다.근대화의 꿈에 의해 역사의 비극적 실체는 가려지고,이제 와서는 세상의 빠른 속도에 묻혀 무관심 속에 역사를 방치하는 현실.4·3사건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 속에서 잊어서는 안 될 것을 잊지 말자는 것이 작품의 진정한 주제다. 역사의식과 더불어 작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제주도 방언.처음에는 대사의 의미를 알아 듣기도 힘들지만,극이 전개되면서 오히려 더 친근하게 귀에 쏙쏙 들어온다.역시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언어에 대한 고집스러운 애착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완벽한 사투리를 구사하며,온 몸을 던져 좌중을 휘어잡는 황정민의 연기력도 놀랍다. 다만 광복 직후부터 현대사를 쭉 훑으며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아,보통의 연극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코믹적 요소가 종종 긴장을 이완시키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작품이 무겁기 때문에,제주의 전통놀이 디딤불미로 대화합을 이루는 마지막 장면조차 흥을 돋우는 데는 역부족이다.새달 23일까지.극장 아룽구지(02)745-3967. 김소연기자
  • [공직자 에세이] 이어도, 저 평화의 땅을 찾아

    세계지도 어디를 뒤져봐도 발견할 수 없는 섬.그러나 제주도민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그리움으로 전설처럼 떠도는 섬.제비가 강남 가는 길의 남쪽바다 어디쯤,그곳에 ‘이어도’가 있다. 아무도 이어도를 본 사람은 없다.그곳을 본 사람은 천국 같은 그곳이 너무 좋았던 나머지 돌아오지 않았다. 예의 제주 해안가 사람들은 어머니는 해녀,아버지는 ‘풍선’이라는 돛배로 전복을 따고 고기를 잡으며 살았다.지아비가 망망대해 뱃길을 떠났지만 온다간다 기별이 없을 때 섬에 남은 사람들은 그가 이어도로 갔다고 믿었다.그 곳에서 현세의 모든 고난과 갈등을 벗고 지극히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듯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을 뿐 어느 문헌에도 기록되지 않은 이어도는 그러나 ‘이어도 사나’라는 제주해녀의 노래로 막연하나마 실체가 전해지고 있다.“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우리 어멍 날 날적에/어느 바당 미역국 먹엉…/짐녕뒷개 나 가온 섬이여/잠자당도 세한숨 난다/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이어도’는 이청준의소설로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됐지만 이후 같은 제목 정태춘의 노래로 더 가슴을 울린다. “언제 다시 오마는 허튼 맹세도 없이/봄날 꿈같이 따사로운 저 평화의 땅을 찾아/가는 배여 가는 배여 그 곳이 어디메뇨/강남길로 해남길로 바람에 돛을 맡겨/어둠 속으로 물결 너머로/저기 멀리 떠나가는 배”라는 구절은 언제 들어도 좋다.몇해 전 국립해양조사원은 마라도 서남쪽 150㎞ 지점에 위치한 소코트라초(Socotra Rock)를 해도상에 이어도로 표기한 바 있다. 1488년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이끄는 포르투갈 탐험대는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 인도양으로 가는 항로를 발견하게 된다.디아스 일행은 이곳이 아프리카의 끝이라 확신했고,이곳을 돌면 인도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이후 이곳은 희망봉이라 불리며 미지의 대륙 아시아로 가는 유럽인들의 뱃길이 된다. 이어도와 희망봉의 절묘한 조화,그 어울림처럼 제주가 21세기 대한민국의 희망봉으로 떠오르고 있다.38년 도민 숙원을 담아 출범한 제주국제자유도시는 이어도의 꿈을 현실로 바꿔 놓기 위해당당히 드넓은 바다를 향해 노를 저어가고 있다.이제 이어도는 그저 막연하게 ‘기다리거나 찾아가는’ 땅이 아니라 도민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 나가는’,탐라 천년의 꿈을 완성시키자는 우리 모두의 의지인 것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는 결코 제주도민만의 이상향을 실현하자는 게 아니다.세계 평화의 섬,동북아 신문명의 중심지로서 한국사회 전체를 이끄는 예인선으로,세계인 누구나 동경하는 신세계로 만들자는 것이다. 계미년 새해가 밝는다.태양이 변함없이 떠오르듯 우리는 이제 한 해를 시작하는 희망의 이야기를 가슴의 빗장을 열고 진솔하게 나누어야 할 것이다.누군가의 말처럼 ‘희망이란 오늘을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다가서는 창(窓)’이기 때문이다.
  • [공직자에세이]작은 것이 아름답다

    제주바다에는 세계 어느 바다에서도 들을 수 없는 독특한 소리가 있다.잠수(해녀)들이 바다 속에서 소라나 미역,전복 등을 따면서 2∼3분간 참았던 숨을 크게 내쉬는 소리가 바로 그것이다.‘호∼이’라는 그 소리는 듣는 사람에 따라 휘파람 같기도 하고,비명 같기도 하다.제주에서는 그 소리를 ‘숨비소리’라고 부른다. 잠수의 아들인 나도 그 숨비소리를 들으며 자랐다.제주의 모든 어머니들이그랬듯 우리 어머니 역시 감기로 몸살을 앓으면서도 한푼이라도 아낄 셈으로 약을 멀리 한 채 물질을 하다 폐렴을 앓게 되었고,결국 폐결핵으로 돌아가셨다.그러나 이제 제주바다에선 수백년 동안 우리 할머니,어머니,누이들이토해냈던 숨비소리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제주 여인들은 과거 아홉살 무렵부터 물질을 배웠다.이제는 너무 고되고 미래가 없다는 생각으로 직업으로의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숨비소리의 대(代)가 끊어질 상황이다.그나마 남아 있는 잠수들도 고령에 환청,피부병,두통,관절염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수압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값싼진통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그것이 결국 ‘잠수병’이라는 직업병을 불렀다. 이에 제주도는 잠수병을 직업병으로 인정해달라고 1998년 12월 노동부에 요청했다.잠수 보호야말로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을 보호·육성하는 길이라는생각에서였다.그러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잠수병이라는 용어부터가 그들에겐 생소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우리는 ‘지방자치’가 지방의 일을 지방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고 판단,궁리 끝에 99년 6월 제주의료원에 ‘잠수질병 전문 진료센터’를 개설했다.일반진료는 본인부담액 전부를,입원시는 30%를 도가 지원해 주기로 했다.장작불을 피워 젖은 몸을 말리는 ‘불턱’과 탈의장 등에 이 소식이 전해지자 잠수들은 “이제는 잠수라는 직업도 의료혜택을 받게 됐다.”며 기뻐했다.이제 다른 병·의원들도 이 시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이렇듯 조금만 관심을 갖고 도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면 자그마한 정성으로도 큰 기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일이 많다.섬 지역은 더욱 그렇다. 제주도엔 올해로 탄생 1000년을 맞은 비양도라는 섬이 있다.3년 전인가 그곳 분교를 찾았을 때 TV와 PC는 있지만 뽀얗게 먼지가 앉아 있었다.섬일수록 서울이나 대도시 어린이들보다 더 많은 문화혜택을 받아야 할 텐데 왜 사용하지 않느냐고 선생님께 물어봤다.“비양도의 전기는 해질녘에 켜지고 자정무렵 꺼지기 때문에 낮 시간대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게 대답이었다.그래서 비양도에 24시간 전기가 공급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비양도 아이들에겐섬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추자도에는 ‘섬 속의 섬’이라 일컬어지는,3가구 5명의 주민이 사는 추포도란 섬이 있다.선착장이 시원치 않아 한낮에도 배를 대려면 애를 먹는 곳이다.더 큰 문제는 급한 환자가 발생해도 섬을 쉽게 빠져 나오기 어렵다는 점이다.이 작은 섬에 환자 후송을 위한 헬기장을 만들어 주었을 때 주민들이안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는 지방자치란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애환을 접하며 어려움을 해결하고 기쁨을 안겨주는 것이라 생각한다.어느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진정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 [우리고장 NGO] 제주여민회

    제주여민회(공동대표 김경희 김영순)는 45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제주 유일의 독립 여성단체다. 이름이 한국여성민우회와 닮아 이름을 줄인 산하단체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틀리다.한국여성민우회,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전국적인 진보 여성운동단체와 함께 한국여성단체연합에 가입,활동하는 수평적 연대 단체다. 15년 전인 1987년 11월 29일 창립됐다.그 해 6월 민주항쟁으로 사회민주화 요구가 터져 나오면서 여성운동도 진보적으로 환골탈태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그 흐름을 탄 것이 제주여민회의 탄생 배경이다. 이후 여성의 인권 보호와 권익 향상을 위해 부설기관인 여성상담소와 가정법률상담소,가정폭력상담소,여성의 긴급전화인 제주여성1366센터 등을 주축으로 지방자치 여성정책을 감시·비판·견제하고 여성의 정치세력화와 양성평등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교육 및 상담활동 등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3·8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주여성 축제와 여성 영화제 등 각종 여성문화운동을 주력사업으로 펼치고 있으며 회원들을 위한 여성학·수지침공부 등 단기강좌와 영화보기·책사랑 모임·시창작 모임·동화책읽기·성교육실 등 소모임 활동도 왕성하다. 지난해부터는 ‘가부장 문화를 뒤집는 여성들의 반란기행’을 연례행사로 치러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에는 태백산맥과 여류시인 고정희,고려태조 왕건의 둘째 부인인 장화왕후를 테마로 전남 보성∼벌교∼나주∼해남지역을 답사했으며 올해는 지난5∼6일 제주여신과 해녀항쟁,4·3여성을 테마로 북제주군 와흘당 등 4개 신당과 세화·하도리 해녀항쟁터,북촌 옴팡밭,4·3당시 불타 없어진 서귀포시 중문동 영남마을 등을 둘러봤다. 제주여민회는 지난 2월 제주도지사 성희롱사건을 폭로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제주사회의 최대 이슈로 등장,전국적 관심사로 번진 이 사건은 급기야 여성부가 7월 말 성희롱 결정과 함께 제주도에 손해배상과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토록 하기에 이르렀다.그러나 도지사가 반발,이의신청을 제기해 놓은 ‘현재 진행형’ 사건이다. 여민회는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지난 8월 7일 제주도청 앞에서 ‘성폭력 없는 세상을 위한 인간띠 잇기’행사를 가진데 이어 8월 한달동안 제주도청 앞과 신제주로터리 등지에서 1인시위 등을 전개하기도 했다. 여민회는 내달 창립 15주년 기념행사로 지역 여성운동 관련 세미나와 세계성폭력 추방을 위한 거리캠페인,그리고 1998년 당시 정리해고 문제를 다룬 2시간 15분짜리 인권 다큐 영상물 ‘밥·꽃·양(임인애 감독)’을 상영,여성인권의 소중함을 새로이 부각시킬 계획이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
  • 86년 부산앞바다 변사체 김성수씨 의문사委 “타살 추정”

    경찰이 운동권 대학생의 죽음을 수사하면서 사건을 자살로 몰아가기 위해 짜맞추기 수사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는 지난 86년 6월 실종된 지 이틀만에 부산 송도 앞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울대생 김성수(당시 18세·지리학과 1년)씨 사건과 관련,“김씨가 당시 경찰 발표대로 시험성적을 비관해 자살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맞아 가사상태에 빠진 뒤 바다에 던져져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27일 밝혔다. 규명위는 또 당시 경찰이 참고인 조사를 부실하게 하고 장기 내 플랑크톤 검출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서둘러 익사로 판정하는 등 짜맞추기 수사를 벌인 의혹이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의 짜맞추기 수사의혹- 김씨는 86년 6월18일 오전 10시쯤 40대 남자의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선 지 이틀만인 20일 오전 11시쯤 부산 암남동의 송도앞바다 매립공사장 방파제에서 3∼4개의 시멘트 덩어리를 매달고 숨진 채 발견됐다.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부산 서부경찰서와 부산지검은 김씨가 사회부적응을 비관해 자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규명위는 이 과정에서 경찰이 사체를 처음 발견한 해녀와 현장 인근에서 김씨의 외투를 발견한 김모씨를 조사하지 않는 등 의도적으로 부실수사를 벌인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규명위는 “외투를 발견한 김씨는 최근 규명위 조사에서 김성수씨의 외투에 폭행 흔적이 있었다는 결정적 진술을 했다.”고 강조했다.또 당시 부검의 손모씨가 김씨의 부검감정서를 작성하면서국과수에 의뢰한 플랑크톤 검출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익사 판정을 내린사실도 확인했다.손씨는 최근 규명위 조사에서 “김씨가 물에 들어가기 전뇌손상을 당했으며 이 때문에 물에 들어가기 전 가사상태에 빠졌을 가능성도 있다.”며 부검 소견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규명위는 당시 김성수씨 주변인물로 경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홍모·최모씨 등이 조서 내용이 원래의 진술 의도와 다르게 작성됐다고 최근 규명위에서 진술했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규명위는 김씨가 일단 누구에게 의해 타살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경위와 배경을 조사 중이다. ◆죽음 배경을 둘러싼 의문점- 86년 당시 서울대에서는 구국학생연맹 사건으로 학생들이 무차별 연행되고 구속됐다.규명위는 김씨가 입학한 직후 학내동아리인 총연극회에 가입해 사회과학을 공부하고 전방입소 반대 농성에 참여하는 등 학생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사실에 주목,김씨가 87년 경찰의 고문으로 숨진 박종철씨처럼 경찰에 참고인으로 소환돼 수배 중인 선배의 소재를 추궁받다 고문으로 의식을 잃은 뒤 바다에 유기됐을 가능성에 조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세영기자 s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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