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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동욱, ‘혼외아들 의혹’ 조선일보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입장발표 전문]

    채동욱, ‘혼외아들 의혹’ 조선일보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입장발표 전문]

    채동욱 검찰총장이 24일 ‘혼외아들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냈다. 채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 45분쯤 변호인을 통해 서울중앙지법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위한 소장을 접수했다. 이어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라는 제목의 입장발표문을 내고 “제 개인 신상에 관한 일로 국가적·사회적 혼란과 논란이 벌어진 것에 대하여 공직자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소송 과정에서 법 절차에 따라 유전자 검사를 포함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신속히 진실이 규명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 총장은 “조선일보사에서 지목한 해당 아동 측에 혹시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저로서는 알 수 없으나 혼란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빠른 시일 내에 유전자 검사에 응해주실 것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개인 신상에 관한 논란이 더 이상 정치쟁점화되고, 국정에 부담이 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채 총장은 특히 제기된 의혹이 사실무근임을 밝히기 위해 모든 법적 절차를 진행해 가겠다고 밝혔다. 정정보도 청구 소송 외에도 명예훼손에 의한 손해배상 등 민·형사상의 다른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은 명예훼손 등은 제외하고 정정보도 청구 소송만 제기했다. 채 총장은 그러나 총장직을 사퇴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채 총장은 “검찰총장이 조사 대상자가 되어서는 전국의 검찰을 단 하루도 정상적으로 지휘할 수 없다”면서 “법무부 조사 결과 저의 억울함이 밝혀진다 해도 어차피 제가 검찰총장으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곤란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감찰에 대한 불만도 표출했다. 그는 “앞으로 일방적 의혹 제기가 있을 때마다 검찰총장이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수사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면서 “제 선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불가피하게 사직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채 총장은 “검찰 구성원들도 저의 이러한 뜻을 깊이 헤아려서 한 치의 동요 없이 본연의 직무수행에 만전을 기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면서 “이러한 저의 입장은 평생을 몸담아왔던 검찰과 나라를 위한 마지막 충정의 발로라는 것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다음은 채 총장의 입장발표문 전문. 정정보도청구소송을 제기하며 제 개인 신상에 관한 일로 국가적·사회적 혼란과 논란이 벌어진 것에 대하여 공직자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청구소송을 제기합니다. 그 소송과정에서 법절차에 따라 유전자 검사를 포함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신속히 진실이 규명되도록 할 것입니다. 조선일보사에서 지목한 해당 아동 측에 혹시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저로서는 알 수 없으나, 혼란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빠른 시일 내에 유전자 검사에 응해 주실 것도 부탁드립니다. 저는 제 개인 신상에 관한 논란이 더 이상 정치쟁점화되고, 국정에 부담이 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습니다. 현직 검찰총장의 ‘혼외자’ 여부라는 사적인 의혹으로 검찰조직의 동요와 국가사회의 혼란이 장기화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저 또한 이를 전혀 원하지 않습니다. 검찰총장이 조사대상자가 되어서는 전국의 검찰을 단 하루도 정상적으로 지휘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일방적 의혹제기가 있을 때마다 검찰총장이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수사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으므로 제 선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불가피하게 사직을 선택한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미 저에 대한 논란이 지나치게 확산된 상태이므로 설령 법무부의 조사결과 저의 억울함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어차피 제가 검찰총장으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곤란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현재 국가적으로 중요한 여러 가지 현안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태에서 검찰총장 부재상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어느 모로 보아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사인으로 돌아가 더 이상 검찰과 국정에 부담이 되지 않는 개인적 입장에 서서, 저에 대한 의혹이 사실무근임을 모든 법절차에 따라 규명해나갈 것이며, 그것만이 이 혼란사태를 신속히 정리할 수 있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검찰 가족 여러분께서도 저의 이러한 뜻을 깊이 헤아려서 한 치의 동요 없이 본연의 직무수행에 만전을 기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이러한 저의 입장은 평생을 몸담아왔던 검찰과 나라를 위한 마지막 충정의 발로라는 것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드립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北, 이산가족 상봉 연기 선언…“南이 대결 소동” 비난(종합)

    북한이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나흘 앞둔 21일 갑자기 상봉행사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다음달 2일로 제안한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도 연기한다고 발표, 최근 개성공단 재가동 등 화해 국면이 조성된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전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대변인 성명에서 우리 정부가 남북대화를 동족대결에 악용하고 있다며 “북남 사이의 당면한 일정에 올라있는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행사를 대화와 협상이 진행될수 있는 정상적인 분위기가 마련될 때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조평통은 이어 남한 정부가 “우리를 모략중상하고 대결의 수단으로 삼고있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도 미룬다는 것을 선포한다”고 덧붙였다. 남북은 지난 16일 이산가족 상봉 남측 대상자 96명, 북측 대상자 100명의 최종명단을 교환했고 이달 25일부터 30일까지 금강산에서 상봉 행사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북한의 갑작스러운 발표는 모처럼 혈육 상봉의 기대에 부풀었던 이산가족들에게 또다시 깊은 실망을 안겨주게 됐다. 조평통은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금강산관광 관련 회담을 연기한 배경과 관련해 “북남관계가 남조선보수패당의 무분별하고 악랄한 대결소동으로 하여 또다시 간과할수 없는 위기에로 치닫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평통은 우리 정부가 최근 남북관계 성과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결과’니, ‘원칙있는 대북정책’의 결실이라고 떠들고 있고 금강산관광에 대해서도 ‘돈줄’ 등을 언급하며 중상했다”고 주장했다. 또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구속 사건과 관련해 “내란음모사건이라는 것을 우리와 억지로 연결시켜 북남사이의 화해와 단합과 통일을 주장하는 모든 진보민주인사들을 ‘용공’, ‘종북’으로 몰아 탄압하는 일대 ‘마녀사냥극’을 미친듯이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우리 정부가 대화의 뒤에서 “미국 상전과 야합하여 동족을 반대하고 침략하기 위한 전쟁연습소동과 무력증강책동에 광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날로 가증되는 반공화국전쟁도발책동에 단호하고 결정적인 대응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우리는 북남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지만 우리와 끝까지 대결하려는 자들에게까지 선의와 아량을 베풀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남조선에서 벌어지는 금후의 사태를 예리하게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유화 제스처를 이어가던 북한이 이렇게 갑자기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정책전환을 촉구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北, 이산가족 상봉 연기 선언…“南이 대결 소동” 비난 (2보)

    북한이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나흘 앞둔 21일 갑자기 상봉행사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내달 2일로 제안한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도 연기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대변인 성명에서 우리 정부가 남북대화를 동족대결에 악용하고 있다며 “북남 사이의 당면한 일정에 올라있는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행사를 대화와 협상이 진행될수 있는 정상적인 분위기가 마련될 때까지 연기한다”고 밝혔다. 조평통은 이어 남한 정부가 “우리를 모략중상하고 대결의 수단으로 삼고있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도 미룬다는 것을 선포한다”고 덧붙였다. 조평통은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금강산관광 관련 회담을 연기한 배경과 관련해 “북남관계가 남조선보수패당의 무분별하고 악랄한 대결소동으로 하여 또다시 간과할수 없는 위기에로 치닫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평통은 우리 정부가 최근 남북관계 성과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결과’니, ‘원칙있는 대북정책’의 결실이라고 떠들고 있고 금강산관광에 대해서도 ‘돈줄’ 등을 언급하며 중상했다”고 주장했다. 또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구속 사건과 관련해 “내란음모사건이라는 것을 우리와 억지로 연결시켜 북남사이의 화해와 단합과 통일을 주장하는 모든 진보민주인사들을 ‘용공’, ‘종북’으로 몰아 탄압하는 일대 ‘마녀사냥극’을 미친듯이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남조선괴뢰들의 날로 가증되는 반공화국전쟁도발책동에 단호하고 결정적인 대응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며 “우리를 걸고 감행하는 반공화국모략책동과 통일애국인사들에 대한 온갖 탄압소동을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은 지난 16일 이산가족 상봉 남측 대상자 96명, 북측 대상자 100명의 최종명단을 교환했고 이달 25일부터 30일까지 금강산에서 상봉 행사를 할 예정이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어르신·장애인, 전용창구로 모실게요

    “민원행정을 대폭 개선해 민원 해결사로 거듭나겠습니다.” 서울 강북구는 27일 고품질 민원행정 구현을 위한 로드맵 ‘2013~2015 민원행정 종합계획’을 세워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2015년 민원행정 만족도 서울시 최우수 구 달성이 목표다. 우선 민원행정 서비스 운영 기반을 재점검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민원행정 및 제도 개선 추진 지침’도 만들었다. 지침에 따라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정기적으로 민원 처리 실태를 확인할 뿐 아니라 구민 의견까지 반영한다. 계획, 추진, 평가, 피드백 과정이 선순환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뒤떨어진 민원실 환경 개선, 편의시설 확충, 민원 담당 직원들의 역량 강화 사업도 함께 추진한다. 주민 맞춤형 민원 서비스 개발에도 노력한다. 최근 3년간 강북구 인구구조 변동 상황을 확인한 결과 가구당 인원은 줄어드는데 65세 이상 고령자는 쭉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장애인과 외국인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구는 고령자, 장애인, 외국인 등의 취약계층을 위한 민원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들을 위한 전용 창구 마련, 정보 제공 확대, 편의시설 강화 등을 추진한다. ‘찾아가는 민원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문자 서비스 등 맞춤형 정보 제공도 확대할 방침이다. 세 번째는 소통 역량 강화다. 열린 구청장, 구청장 일일동장제 등을 확대해 구청장과 구민들의 직접 소통 기회를 늘리고, 예산이나 감사, 옴부즈맨 등의 업무에 구민 참여를 확대해 애초부터 오해나 불신이 없도록 한다. 공무원들의 대민 서비스 평가를 위해 전화·방문 응대 서비스 품질 평가, 친절·불친절 사례 관리, 전 직원 대상 친절 아카데미 등도 운영한다. 마지막으로 민원 처리 경과와 상황을 알려주는 민원사무심사관제도를 만들고 민원후견인제, 사전심사청구제, 민원실무종합심의회 등 다양한 정책을 확대하기로 했다. 행정서비스 헌장도 재정비하고 민원인의 권리를 사전에 알려주는 민원미란다제 도입 등도 추진한다. 박겸수 구청장은 “ 내년부터는 구체적인 사업 추진 계획과 평가 지침을 세워 구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민원행정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당신, 말기 암이래요” 솔직히 알려야 할 세가지 이유

    “당신, 말기 암이래요” 솔직히 알려야 할 세가지 이유

    말기 암환자에게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게 나쁜 선택일까. 주변에서는 환자가 받을 충격을 걱정해 가족들이 한사코 병세는 물론 병명까지 쉬쉬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암환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환자 스스로 자신의 병세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게 자신의 삶을 정리해 보다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으며, 가족과의 화해나 자신의 의지대로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숨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암건강증진센터 안은미·신동욱 교수와 국립암센터 연구팀은 2009년에 전국 34개 보건복지부 지정 완화의료기관을 이용한 말기 암환자 345명과 가족을 대상으로 ‘환자가 자신의 병세를 정확하게 아는 게 죽음의 질과 치료에 관한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했다. 조사 대상 환자 중 236명(68.4%)은 입원 당시 자신의 병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나머지 109명(31.6%)은 잘 모르고 있었다. 연구팀은 말기 암환자가 숨진 뒤 사망 환자의 ‘죽음의 질’을 조사했다. 조사는 사별한 가족이 각 항목에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자신의 병 상태를 정확히 알았던 환자군의 죽음의 질 평균 점수는 5.04점으로 잘 몰랐던 환자군의 4.8점보다 높았다. 특히 ‘미래에 대한 통제’ 항목과 ‘희망과 즐거움 유지’ 항목, ‘병과 죽음을 의식하지 않고 지내기’ 등의 항목에서 뚜렷한 차이가 드러났다. 이들 3개 항목에서 자신의 병 상태를 정확히 안 환자군은 각각 5.18점, 4.55점, 4.41점 등 비교적 높은 점수가 나왔지만, 잘 몰랐던 환자군의 점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4.04점, 3.92점, 4.26점을 보였다. 또 치료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 간에 의견 대립이 발생하는 비율도 자신의 병 상태를 정확히 안 환자군은 25.1%에 그쳤지만, 잘 몰랐던 환자군은 31.5%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환자가 자신의 병 상태를 알면 가족 간 견해 차이를 크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말기 치료계획 단계에서 가족과 환자 간에 의견이 다를 때 자신의 병 상태를 정확히 안 환자군에서는 절반 가까운 48.9%가 환자의 뜻을 존중했지만, 잘 몰랐던 환자군에서는 겨우 24.1%만이 환자의 뜻을 따랐을 뿐이었다. 신동욱 교수는 “말기 암환자가 삶을 편하게 정리하고 더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기에 환자의 상태를 알리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연구조사”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정신종양학’최근호에 게재됐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北 “남측 기업 개성공단 출입 전면 허용”…14일 7차 실무회담

    北 “남측 기업 개성공단 출입 전면 허용”…14일 7차 실무회담

    북한이 7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7차 실무회담을 오는 14일 개최하자고 전격 제안했다. 우리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 남북 실무회담이 14일 개성공단에서 열릴 예정이다. 개성공단 사태가 극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대변인 특별담화에서 ▲개성공단 잠정중단 조치의 해제 및 기업의 출입 전면허용 ▲북측 근로자의 정상출근 보장 ▲남측 인원의 신변안전 담보 및 재산 보호를 천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대변인은 이어 핵심 쟁점인 재발방지와 관련해 “북과 남은 공업지구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떤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업지구의 정상운영을 보장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6차 회담 때 제시했던 “(공단의 정상가동에) 저해되는 일을 일체 하지 않기로 하였다”는 문장은 빠졌다. 이 때문에 ‘남북공동 책임’ 입장에서 일부 변화를 보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변인은 그러면서 “우리의 이상과 같은 대범하고도 아량 있는 입장 표명에 호응한다면 남측 당국이 거듭 요청하는 7차 개성공업지구 실무회담을 8월 14일 공업지구에서 전제조건 없이 개최할 것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담화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개성공단 사태에 관한 ‘마지막 회담’을 제안한 지 9일 만에 나온 북한의 첫 반응이다. 북한은 통일부가 이날 긴급브리핑을 통해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대해 경협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고 1시간이 지난 오후 4시쯤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전달했고, 30분 뒤에 조선중앙통신 등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특별담화 발표 배경과 관련해 “개성공업지구를 정상화하고 북남관계를 개선하여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번영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가려는 일념에서, 그리고 남조선 기업들의 고통과 피해를 줄이며 긴장완화를 바라는 내외여론의 기대와 염원에 맞게 위임에 따라 천명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위임’은 이번 담화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 최고 지도부의 의중에 따른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평통 대변인은 또 “좋은 결실들을 이룩하여 8·15를 계기로 온 민족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우리의 이 건설적인 제안에 남조선 당국이 적극 화답해나오리라는 기대를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제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이를 전격 수용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저녁 긴급브리핑에서 “정부는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 정부의 당국간 대화 제의에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온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당국간 회담은 북측이 제안한 대로 14일 개성공단에서 개최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북한 북미 고위급 회담 전격 제안

    북한이 16일 전격적으로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중대담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뒤 “조선반도(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미국 본토를 포함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는 데 진실로 관심이 있다”면서 “조(북)·미 당국 사이에 고위급 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지 5일 만에 북한이 이런 제안을 들고 나오면서 북한의 선(先)비핵화 조치를 강조해온 미국 정부가 이를 수용할지 주목된다. 이번 북한의 제안은 특히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6자회담에 의지를 밝힌 것과 맞물려 관심을 끈다. 국방위 대변인은 북미 고위급회담 의제와 관련해 ▲군사적 긴장 완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핵 없는 세계 건설 문제 등 양측이 원하는 여러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담의 시기와 장소에 대해선 “미국이 편리한대로 정하면 될 것”이라며 “미국은 진정으로 ‘핵 없는 세계’를 바라고 긴장완화를 원한다면 차려진 기회를 놓치지 말고 우리(북한)의 대범한 용단과 선의에 적극 호응해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비핵과와 관련 국방위 대변인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수령님과 장군님의 유훈이며 우리 당과 국가와 천만군민이 반드시 실현해야 할 정책적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북한)의 비핵화는 남조선을 포함한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이며 우리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종식시킬 것을 목표로 내세운 가장 철저한 비핵화”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자치구 주민건강 챙기기 2題] 중랑구, 어르신 관절 튼튼하게!

    중랑구는 의료소외 계층을 위한 의료서비스 지원을 위해 척추전문병원인 강북21세기병원과 의료서비스 지원 협약을 체결한다고 15일 밝혔다. 협약에 따라 강북21세기병원은 관절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해당하는 모든 단계의 비용은 물론, 입원 치료에 필요한 투약비나 수술비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퇴원 이후 건강관리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자는 무릎관절, 고관절, 어깨관절 등 관절 관련 질병을 앓고 있는 만 60세 이상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의료급여자가 우선이다. 앞으로는 차상위계층이나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점차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거주지 동주민센터, 구청 주민생활지원과, 복지관 등을 통해 전화나 방문을 통해 진료를 신청할 수 있다. 문병권 구청장은 “이번 협약이 관절질환으로 고생하는 취약계층의 의료서비스 지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협약 체결식은 문 구청장과 최재영 강북21세기병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16일 진행된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동일성을 부정한 남다른 역사해석

    ‘역사철학’ 이 단어, 어느 시인이 오래전에 쓴, 이제는 진부한 표현을 빌리자면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같은 신세다. 마침내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던 거대한 유토피아적 기획은, 이제는 그냥 나뒹구는 정도가 아니라 화풀이용 발길질에 숱하게 차인 낙엽이다. ‘부정의 역사철학’(박구용 지음, 길 펴냄)은 ‘다층적 역사비판이론’이란 이름으로 이 역사철학을 되불러내기 위한 몸부림이다. “역사의 과잉이 삶을 파괴할 수도 있지만, 역사의 과소가 삶을 파괴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다. “이탈하는 초역사는 역사적 고통의 치료제가 아니라 마취약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문제는 방법이다. 저자는 일단 기존 역사철학들을 하나씩 검토해나간다. ‘사실로서의 역사’, ‘이념으로서의 역사’, ‘현재와 과거와의 대화’, ‘소통으로서의 역사’, ‘바깥으로의 역사’ 등을 거쳐 가면서 역사철학이 어떻게 나왔고, 변했고, 어디쯤 가고 있는지 점검한다. 얼마나 성공적일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역사철학 타도의 선봉장 포스트이론류에 대해 “이야기는 넘쳐나지만 정작 듣고 싶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지만, 왠지 책 전반적인 분위기는 프랑스풍이다. “사실로서의 역사, 이념으로서의 역사가 하나의 사실, 하나의 이념으로 하나의 역사를 세우려다 역사를 통째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토로, 아도르노를 인용하면서 “사유는 차이를 제거하기보다 오히려 즐기는 놀이가 되어야 한다”는 단언 등이 그렇다. 역사는 선택과 배제인데, 이 선택과 배제의 과정에서 과거 역사철학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목적론을 전제하지 않아야 하고 위계적으로 관계를 맺거나 체계적으로 위계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저자가 잘 알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결국, 다층적 역사비판이론이 얼마나 남다른 역사해석을 내놓을 수 있을까, 궁금증만 잔뜩 키워놨다는 쪽이 정확하겠다. 그럼에도, 이 책의 가치는 두 가지다. 하나는 동일성을 부정하고 끊임없이 외부를-우리 안의 외부건, 우리 밖의 외부건-되돌아본다는 것은 상당한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 철학적 분투와 다짐이 상당히 문학적인 문체와 함께 어울려 기분 좋게 읽힌다. 다른 하나는 책으로서, 역사철학 문제에 대한 입문서로 충분해 보인다. 3만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궁중음식 중요무형문화재 한복려

    [김문이 만난사람] 궁중음식 중요무형문화재 한복려

    ‘그분’이 오실 때면 우리를 항상 설레게 한다. 추운 겨울에 얼었던 마음을 녹여준다. 가족과 이웃을 만나 따뜻한 덕담을 나누게 한다. 어디 이뿐이랴. 한 살 더 먹게 하며 새로운 인생의 길을 걷게 한다. 그러면서 세상이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살 만한 곳이라고 일러준다. ‘입춘’이라는 계절의 선물도 들고 오면서 말이다. 내일모레, 글피가 설이다. 묵은 해를 정리하고 다시 한번 새로운 계획과 다짐으로 새 출발하는 진정한 첫날이 아닐까 싶다.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며 그 뜻을 되새기는 날이다. 자료에 의하면 설은 신라시대 새해 아침에 서로 축하를 하며 왕이 군신에게 잔치를 베풀고 해와 달의 신에서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현재와 같은 가족 중심의 설은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 때 4대 명절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설날 조선시대 궁중의 풍습은 어떠했을까. 또 어떤 상차림으로 차례를 지냈을까. 설날을 며칠 앞둔 지난 4일 오전 창경궁 뒤편에 자리한 ‘사단법인 궁중음식연구원’에서 궁중음식 기능보유자 한복려(66·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씨를 만났다. 그는 궁중음식으로 유명했던 고 황혜성 선생의 맏딸로 1970년대부터 어머니한테 조선왕조 궁중음식을 전수받았다. 정상급 외교행사 때 다과회와 만찬 메뉴에 많은 자문역할을 했다. 2004년 드라마 ‘대장금’에서 궁중음식 차림상을 주도했으며 특히 2003년 1월 설날을 앞두고 조선 정조의 생모인 혜경궁 홍씨가 받았던 떡국 상차림을 200여 년 만에 재현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독보적인 궁중요리 전문가다. 분홍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한씨의 모습이 마당에 쌓인 하얀 눈과 잘 어울렸다. 궁중음식연구원에 대해 잠시 얘기가 나왔다. 1971년 5월 연구원이 설립됐고 제1대 기능보유자로 한희순 상궁이 지정됐다. 이듬해 한 상궁이 별세하자 제2대 기능보유자로 황혜성 교수가 그 뒤를 이었다. 1999년 연구원부설 전통병과교육원을 개관했으며 2006년 황 교수가 세상을 떠나자 현 이사장인 한씨가 제3대 기능보유자가 됐다. 매년 맞이하는 설, 우리의 전통 음식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한씨는 설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가 평소 그리워하는 것들은 설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들의 만남, 음식 장만, 덕담, 새해 설계 등이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설은 또 1년의 시작이며 봄과 함께 옵니다. 오늘이 입춘이고, 며칠 뒤 설이잖아요. 우리는 농사짓는 나라여서 모든 것은 농사에 맞춰져 있습니다. 새해 인사를 웃어른한테 올리는 풍습은 궁중이든 서민이든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궁중에는 조하(朝賀)라고 해서 경복궁이면 근정전, 창덕궁이면 인정전에서 백관들이 세배를 올리고 또 표리(表裏·옷감) 같은 것을 선물했지요.” 종묘의 차례상에 대해서는 종묘 제례의 진설(陳設) 양상을 어느 정도 파악해볼 수 있는 ‘일실각절제품명책’(一室各節祭品名冊)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서 “신위(神位)의 가장 앞자리인 제1열에는 술잔 석 잔과 전병, 약식, 탕, 면 등을 진설했고 때때로 탕 대신 만두와 장국을 놓았다”고 설명한다. 또 제2열에는 조청과 초간장, 3열에는 양적과 열구자탕, 4열에는 주로 전 종류와 적, 5열에는 대추, 곶감, 수정과, 양색전 등을 진설했다는 것. 특히 식혜는 제사 시기와 관계없이 오른쪽 가장자리에 놓고 있으며 마지막 열에는 과실류와 다식을 놓았다고 한다. 이런 차례를 지내고 나면 지금처럼 떡국을 먹었다. 이때 마시는 술은 여러 가지 약재로 빚은 도소주(屠蘇酒)로 사악한 기운을 없애준다 해서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술’로 여겼다. 궁중의 떡국 형태가 어떠했는지는 그가 재현한 혜경궁 홍씨의 떡국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의 떡국은 멥쌀과 찹쌀을 섞어 가래떡을 만들어 떡 자체가 차지며 국물도 사골이나 양지머리를 쓰지 않고 묵은 닭과 꿩고기로 우려낸 것이 특징이다. 떡을 써는 모양새도 요즘처럼 어슷하지 않고 수저로 뜨기에 편하도록 동전처럼 동그랗게 썰었다. “떡국은 쌀을 제일로 치는 농경국가의 상징이지요. 설 명절에는 많은 사람이 모이기 때문에 단체로 먹을 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쌀로 떡을 만들어서 밥 대신 대접해주는 것은 건강을 기원하고 서로 덕을 쌓는 풍습입니다. 가래떡은 길고 둥글둥글하잖아요. 하얀색은 순수한 마음을 뜻하고 둥글둥글한 모양은 돈과 재복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설날 떡국을 먹는 유래는 이러하다. 가래떡의 모양에서 보듯 1년 내내 순수무구함과 길함을 기원하고 가래떡을 돈(엽전) 모양으로 써는 것은 재복을 기원하며, 한날한시에 임금과 온 백성이 떡국으로 시작하는 것은 민족단합, 결속력, 일체감 등 정신적 동질을 강조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또한, 떡국은 오늘날의 패스트 푸드에 해당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이 한 번에 골고루 따뜻하게 배불리 먹게 하는 선조의 기지를 엿볼 수 있다고 한씨는 설명한다. 조선 임금의 차림상 스타일에 대해서는 “정조는 절제와 검박한 상차림을 좋아했고 영조는 자신의 몸을 많이 생각하느라 육식을 안 하고 소식을 즐겼으며 고종은 화려한 잔칫상으로 권위를 세우려 했다”고 말한다. 아울러 “궁중음식과 반가(班家)음식은 유사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의례가 많은 궁궐의 잔치가 끝나고 나면 음식을 반가로 보내 먹어보게 하니 자연스럽게 그 음식을 따라했다는 것. 또한, 양반집 부엌에 드나들던 일반 백성에게도 궁중음식이 전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이와 반대로 일반 백성의 음식이 궁중 음식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었다. 평민들이 산이나 바다에서 귀한 것을 채취해 양반집에 선물하면 양반은 이를 먹어본 다음 맛이 좋으면 다시 궁궐로 올렸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궁중음식과 향토음식을 서로 나누며 음식문화가 발전해왔다고 말한다. 한씨는 최근 ‘한국인의 장’이라는 책을 펴냈다. 당연히 ‘궁중의 장’도 있을 터. 궁중에서 된장이나 고추장은 어떻게 담갔을까. 조선시대 말까지 매년 장을 담갔으나 전쟁 중에는 3년에 한 번씩 담갔다고 한다. 궁중의 장 담글 때 쓰이는 메주는 궁중에서 직접 만들지 않고 관에서 공물로 받는 품목 중에 메주가 들어 있으며 훈조계(燻造契)에서 맡아 쑤어 궁으로 들였다는 것. 하지만, 궁의 된장은 수라상에 쓰기보다는 궁에 사는 사람들이 먹기 위해 담갔다고 한다. 화제를 바꿔 어머니에 대해 물었다. “어머니는 약 30년 동안 조선 왕조의 마지막 주방상궁을 지낸 한희순 상궁으로부터 궁중음식 조리법을 직접 전수받았습니다. 한 상궁이 가지고 있는 솜씨가 끊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한 상궁이 일러주는 모든 것을 기록했지요. 조리법은 물론이고 그릇의 쓰임새까지 꼼꼼하게 적어놓았습니다.” 그러는 한편 옛 문헌을 통해 궁중음식을 체계적으로 연구했고 사라지는 궁중음식을 차근차근 다시 정리해나갔다. 또한, 한 상궁의 조리법대로 음식을 만든 후 그 과정을 다시 반복해나가는 등 많은 열정을 쏟았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1957년 우리나라의 최초의 궁중요리책 ‘이조중정요리통고’를 펴냈다. 또한, 대학과 연구원 등에서 제자 양성에 앞장섰고 대중매체를 통해 궁중음식을 널리 알렸다. 한씨는 이러한 어머니를 스승으로 모시며 함께 살았다. 한씨 역시 어머니의 뜻을 이어 한식의 세계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보여준 고급스럽고 맛깔스런 궁중음식은 전적으로 한씨의 작품이나 다름없다. 연구원 3~4명이 6개월 동안 일주일에 3일씩 촬영하면서 음식을 준비하는 정성을 쏟았다. 남북정상회담 등 주요 국제행사 때마다 인연이 돼 적극적으로 한식의 우수함을 알렸다. 한씨 집안의 세 딸과 아들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그 뒤를 이어나가고 있다. 맏이 한씨는 궁중음식 문화의 맥을 잇는 일에 앞장서고 있고 둘째 복선씨는 ‘한복선식문화연구원장’으로 건강한 식사법을 알리고 있다. 셋째 복진씨는 대학에서 어머니가 연구한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아들 용규씨는 궁중음식 전문식당 ‘지화자’와 ‘궁연’을 운영하고 있다. 40여년 동안 꾸준히 궁중음식 연구에 헌신해온 한씨는 “우리 음식에는 놀라운 우주관이 담겨 있으며 한 그릇 한 상마다 오행의 순환이 연결돼 있다”면서 다시 한번 우리 음식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선임기자 km@seoul.co.kr 한복려 기능보유자는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시립대 원예학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학에서 식품영양학 석사, 명지대에서 식품영양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대부터 어머니 고(故) 황혜성 선생한테 궁중음식을 전수받았고 2006년 궁중음식 기능보유자(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가 됐다. 현재 궁중음식연구원 이사장,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상임이사, 궁중의례재현행사 음식부분 자문위원, 한국문화재보호재단 ‘한국의 집’음식 자문, 아시아나 항공 First Class 기내 한식 메뉴 개발 자문, 제 2기 한식 세계화 추진위원, 한식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추진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떡과 과자’, ‘한국의 전통음식’, ‘한복려의 밥’, ‘서울음식과 궁중음식’, ‘한국음식대관 제6권-궁중의 식생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김치 백가지’, ‘집에서 만드는 궁중음식-한글/대만/일본판’, ‘대를 이은 조선왕조 궁중음식’, ‘다시 보고 배우는 음식디미방’, ‘쉽게 맛있게 아름답게 만드는 떡’, ‘쉽게 맛있게 아름답게 만드는 한과’, ‘한국의 장’ 등 다수가 있다.
  • 깊고, 곱고, 매끈

    깊고, 곱고, 매끈

    미술관이란 공간 자체, 그러니까 하얀 벽에다 작품 내걸어 시선을 고정시키도록 유도하는 화이트큐브 자체가 남자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 이리저리 힐끗대는 사냥꾼 습성이 짙게 밴 남자에게 ‘닥치고 작품!’을 외치는 꼴인데, 이건 변기에 앉아서 소변 보라는 마누라의 지청구처럼 느껴질 수 있다. 내년 1월 27일까지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는 아니쉬 카푸어(58)의 전시장은 여기다 하나를 더했다. 리움의 거대한 화이트큐브만도 벅찬데, 이번에 전시된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딱 한단어 밖에 생각 안 난다. ‘여근곡’(女根谷). 그 왜, 백제군 때려잡았다는 선덕여왕의 일화 말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이번에 선보이는 그의 작품의 특징을 뽑아보자면 깊은 공간감, 고운 색감, 미끈한 표면이다. 관객을 맞이하는 첫 작품은 지름만 8m에다 무게는 15t에 이르는 작품 ‘동굴’(Cave)이다. 2~3개 연대 병력 한끼 식사 정도는 거뜬히 해결해줄 수 있을 듯한 거대한 밥솥을 위태롭게 엎어놓은 듯한 이 작품을 두고 작가는 그 앞에 서서 그 안을, 무한한 공간을 들여다보라고 제안했다. 실제 그리 해보면, 그 어두컴컴한 공간이 점차 다가선다. 그 외 작품들, 작가의 명성을 널리 퍼뜨렸던 보이드(Void)시리즈들도 비슷하다. 아주 곱디 고운 원색으로 벽이나 바닥을 뒤로, 아래로 깊이 뚫어놓은 작품들이 여럿이다. 이 깊은 공간감이 폐허와 상실이 아니라 긍정적 생산의 공간임을 주장하는 작품은 벽을 볼록하게 솟아오르게 한 ‘내가 임신했을 때’(When I am pregnant), 20t의 거대한 붉은 왁스 덩어리를 1시간에 한 바퀴 도는 시계형태의 운동으로 정리해나가는 ‘나의 붉은 모국’(My Red Homeland)이다. 임신한 상태, 붉은 이미지라는 것은 어떤 생성을 드러내지만, 거대한 순환고리라는 점에서 그것이 꼭 ‘진보’라 단정할 필요는 없다. 으스스한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 눈을 돌린 곳은 야외 전시장. 그동안 리움미술관을 상징했던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대한 거미 ‘마망’을 수장고로 밀어넣은, 카푸아의 설치작품들이 있어서다. 잘 닦인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한 작품들이니 야외에서 작렬하는 빛을 받아 번쩍번쩍한다. 아, 드디어 양기 넘치는 작품들인가. 그런데 나가봤더니 젠장, 볼록 거울이 아니라 오목거울이다. 그러니까 구멍을 안 뚫었다 뿐이지 깊이 빨아들이는 공간감은 매한가지란 뜻이다. 작가 스스로도 여성 작가의 작품처럼 보인다는 평이 좋다 하니 말 다 했다. 1990년 베니스 비엔날레 영국관 작가, 1991년 영국 터너상 수상에 이어 지난 런던올림픽 상징조형물 ‘궤도’를 선보인 카푸어는 영국이 내세우는 대표 작가로 이번 전시는 동아시아 최초의 개인전이다. 일반 8000원. 초중고생 5000원. (02)2014-690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친일 할아버지 ‘무사유의 죄’… 15일 또 그 죄 짓고 있지 않나”

    “친일 할아버지 ‘무사유의 죄’… 15일 또 그 죄 짓고 있지 않나”

    밝은 미래 찾기는 어두운 과거를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서 가능하다. 일제시대 지방 군수를 지낸 친일파의 손자가 광복 67주년을 맞아 서울신문 독자와 국민들에게 조부의 친일 행위에 대해 반성하는 글을 보내 왔다.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반발하는 후손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이 같은 고백은 진정한 광복 정신의 표현과 다름없어 보인다. 다음은 1년 전 친일인명사전에서 할아버지 이름을 발견한 윤석윤(55)씨가 14일 보내온 편지다. 윤씨는 현재 경기도 군포시에 거주하며 독서토론 강사 및 기업체 근로자 교육강사 등으로 일하고 있다. 8월 15일이 왔습니다. 광복절입니다. 올해는 저도 이날에 대한 감회가 새롭습니다. 1년 전, 행적을 몰랐던 할아버지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는 대한제국에서 개혁과 개방정책을 담당할 인재를 키우고자 1895년 제1회 관비 유학생으로 선발된 양반 자제 200명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일본 도쿄의 게이오의숙에서 3년 동안 공부하고 귀국하여 1900년에 농상공부에서 관리로 공직을 시작했고, 1910년 한일병합 이후 충청도와 전라도에서 군수로 일하다 1926년 50세에 퇴직하였고, 1953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할아버지를 찾게 된 것은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 덕분입니다. 일제강점기 군수를 했다고 하기에 ‘혹시’ 하고 찾아봤는데 그곳에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삶을 알게 된 기쁨과 내가 미워했던 친일파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이 교차해서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시대를 앞서 간 선각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제의 앞잡이였다니. 할아버지는 일제가 대한제국을 병합할 때 왜 관리를 그만두지 못했을까 궁금했습니다. 저는 그 답을 유대인 여성 철학자 해나 아렌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찾았습니다. 그녀는 유대인에 대한 ‘인종청소’를 담당했던 아이히만의 죄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철저한 무사유(無思惟)’에서 찾고 있습니다. 아이히만은 조직이 요구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친일파들도 역시 조직에 순응한 평범한 사람들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민족과 역사 앞에 ‘무사유의 죄’를 지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죄도 바로 그것입니다. 할아버지는 평범한 관리였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나라를 빼앗은 일본의 식민지 관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 ‘무사유의 죄’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저는 해방 후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우리 역사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방해하고 무력화시켰습니다. 오히려 많은 친일 인사들을 관료로 등용하였습니다. 친일파와 그의 후손들은 잘 먹고 잘 살며,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자리에서 생활하는데, 나라의 독립을 위해 일했던 분들의 후손들은 못 배우고 어렵게 살고 있습니다. 이런 가슴 아픈 사실 앞에 누가 나라를 믿고 목숨을 바칠 수 있겠습니까. 우리에게 역사 청산의 문제는 나라 안팎으로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것이 한·일 간의 외교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독도 문제는 단순히 영토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의 문제입니다. 안에서는 일부 친일파 후손들이 조상의 땅을 찾기 위해 국가와 소송을 벌이고, 조상의 잘못을 덮고 공적비나 동상을 세우는 일에 앞장서는 등 후안무치한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것들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역사 앞에 죄를 짓게 되는 것이 아닐는지요. 조선의 대학자인 정약용 선생은 큰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사리 판단 기준을 분명하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세상을 판단하는 두 가지 기준이 있는데, 하나는 ‘옳고 그름’, 즉 시비(是非)를 따지는 기준이고, 또 하나는 이로움과 해로움, 즉 이해(利害)를 따지는 기준이라 말합니다. 여기에서 시비가 이해보다 우선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역사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후손들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 주는 죄를 짓게 됩니다. 역사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 8·15를 맞이하여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독립유공자들과 순국선열,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에게 친일파의 손자가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내내 평안하십시오. 경기 군포시 거주 윤석윤 씀
  • 고전 속 효성·절개 불편한 진실을 들추다

    고전 속 효성·절개 불편한 진실을 들추다

    그림 형제 동화라고 부르지만 널리 알려졌다시피 이때 동화의 원제는 ‘메르헨’이다. 메르헨의 원뜻을 따지자면 일종의 민속보고서쯤 된다. 공자가 ‘시경’이란 이름으로 주나라 민속보고서를 남겼다면, 그래서 후대의 근엄한 성리학자들이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늘어놔야 했을 정도로 남녀상열지사를 내다버리지 않고 굳이 채록해 뒀다면, 그림 형제의 동화도 매한가지다. 성욕과 잔혹함 같은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나름대로 숨기고 내쳤으나 다 지울 수는 없었다. 공자의 시경이 후대 들어 중국 언어를 통일시켰다는 평을 받듯, 그림 형제가 원래는 독일어의 문법 통일과 사전 제작에 관여한 언어학자였다는 점도 이채롭다. ‘가족기담’(유광수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은 이런 맥락 위에 서 있다. 민속보고서 작성이 그냥 단순히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얘기들을 모아 두기만 한 것이 아니라 권력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고 보는 관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시경이나 그림 형제 동화에 대한 이런 분석들은 심심찮게 눈에 띄는데, 우리 전통에 대한 이런 식의 접근은 그다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는 이유로 양반 사대부들에 대한 얘기는 고독한 사상가나 철인정치의 이상향만 넘쳐나고, 민중들에 대한 얘기에서는 오늘날 노곤해진 도시인들을 다독거리기 위해 푸근하고 정감 넘치고 소박한 농촌 공동체의 이상향을 그려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아무래도 ‘우리’ 얘기이다 보니 예쁘고 곱게 채색하려는 욕망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최대 매력은 ‘교훈적 얘기들 아니었나.’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들을 뒤집어 본다는 데 있다. 저자는 국문학자로서 우리 전통 소설이나 민담을 다룬다. 그런데 ‘가족기담’, 그러니까 가족을 둘러싼 오싹하고 희한한 얘기라는 제목을 붙여 뒀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기괴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인가 보다 짐작했다면 틀렸다. 홍길동전, 사씨남정기, 구운몽, 흥부전, 심청전, 옹고집전 등 매우 잘 알려졌거나 한번쯤이라도 이름은 들어본 얘기들을 다뤘다. 이런 얘기들이 왜 ‘가족기담’일까. 가령 ‘장화홍련전’을 보자. 생모는 죽고 계모가 들어왔다. 장화 홍련 자매는 구박을 받는다. 그런데 구박하는 이유가 납득하기 어렵다. 생모가 살아 있는 것도 아니다. 계모는 아들까지 낳았다. 전처 소생 딸년 둘이니, 가장 간단한 처리 방법은 시집보내기다. 어쨌든 출가외인이니까. 그런데 아버지 배 좌수는 끝내 딸들을 놓아 주지 않는다. 그렇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던 배 좌수는 장화가 음란한 여자라는 계모의 속임수에 장화를 죽인다. 홍련은 언니 뒤를 따라 자살한다. 배 좌수는 왜 장화에게 단 한 번도 자초지종을 묻지 않았을까. 계모는 왜 그다음 차례인 홍련을 죽일 음모를 꾸미지 않았을까. 귀신이 되어 억울함을 호소할 때도 가장 큰 피해자인 장화는 묵묵히 뒤에만 서 있을 뿐 홍련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혹시? 머릿속에는 ‘근친상간’이라는 단어가 떠돌아다닌다. 배 좌수가 놓아 주지 않고, 단 한 번도 자초지종을 설명해 보라고 요구하지도 않고, 계모가 그토록 질투했던 이유가 혹시 그것이었을까. 하지만 저자는 그렇다라고 딱 부러지게 확답하지 않는다. 임수정·문근영 두 배우가 출연한 영화 ‘장화, 홍련’에서 선보인 김지운 감독의 해석과 비교해 봐도 좋다. 생모의 죽음, 그리고 그 빈자리를 대신하려는 맏딸의 심리에 집중한 영화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의 장르는 호러이고 역시 가족기담이다. 저자는 이런 방식으로 생산력이 낮던 가혹한 생존조건 아래 가부장제가 드리웠던 어두운 그림자를 한 꺼풀씩 벗겨나간다. 어머니가 먹을 게 없으니 멀쩡한 아들을 생매장하려 들었던 얘기를 아들의 효도로 상찬한 삼국유사의 ‘손순매아’ 얘기를 ‘헨젤과 그레텔’에 비교하고, 손가락쯤은 예사로 끊고 허벅다리쯤은 너끈히 베어다 바쳐야 하고, 툭하면 목매달고 은장도로 찔러 자살하고야 말았다는 얘기들을 잔뜩 묶어 효자니 열녀니 하는 식으로 숭상하는 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를 조목조목 지적해나간다. 홍길동전도 마찬가지다. 홍길동이라면 의협심과 용맹함을 흔히 떠올린다. 그런데 저자가 보기엔 이상하다. 알려졌다시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처지 때문에 홍길동은 율도국을 세우기에 이른다. 그런데 홍길동도 율도국을 세우고서는 첩을 거느린다. 자기 같은 서자를 만들어 내는 길을 택한 것이다. 아버지는 차별하니까 안 되고 홍길동은 차별 안 할 테니까 된다? 아버지는 강간해서 여자를 취했으니 안 되고, 홍길동은 그러지 않았으니까 된다? 저자는 이렇게 써놨다. “남자들은 자신들만의 향락과 쾌락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길동이 이놈도 역시 남자였던 것이다.” 김만중이 쓴 사씨남정기와 판소리 소설 춘향전의 비교도 흥미롭다. 사씨남정기는 첩인 교씨가 간악한 술수를 부리다 결국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춘향전은 기생 주제에 임금에게서 정렬부인으로 표창까지 받는다. 저자는 교씨와 춘향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무시한다. 어차피 그럴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몰아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결과가 극과 극인 것은 “교씨를 바라보는 시선은 양반의 시선이고, 춘향을 바라보는 시선은 민중의 시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양반은 첩을 품기는 하되 존중하지 않는다.” 반면 “민중에게 첩은 남이 아니라 바로 자신들이다.” 저자는 결국 뒤틀리지 않은 정상적인 가족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 놓는다. 그래서 만약 심리학자와 함께 책을 썼다면 어땠을까, 혹은 심리학자가 이런 접근을 해 봤다면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아, 이 책을 다 읽고 난다면 “쥐뿔도 모르면서~”라고 내뱉긴 어려울 것 같다. ‘쥐 변신 설화’, ‘옹고집전’, 김동인의 ‘배따라기’에 이르기까지 쥐와 성적인 이야기의 상관관계를 쭉 설명해 놨는데 잔혹하다가도 웃기고, 웃기다가 의미심장하다. ‘19금’ 내용이니 직접 읽어 보는 수밖에 없다. 1만 4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神도 논리의 창조물 vs 진화, 神이 허락한 것

    神도 논리의 창조물 vs 진화, 神이 허락한 것

    진화론을 둘러싼 과학교과서 논란이 뜨겁습니다. 안 그래도 더운 날, 뜨겁다 하려니 죄송하군요. ‘과학교과서에서 사라지는 진화론’<서울신문 5월 17일자 10면>이 처음 보도되더니,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서 이를 우려한다는 보도(‘네이처 “한국, 창조론 요구에 항복”…우려표시’·서울신문 6월 7일자 9면)가 나왔습니다. 반격(‘교진추, 화학진화론도 생명기원과 무관’·서울신문 6월 15일자 11면)도 수위를 높였습니다. 이 와중에 ‘진화심리학’(데이비드 버스 지음, 이충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이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진화론을, 생물학 너머 심리학에까지 적용시킨 겁니다. 진화론의 최전선쯤될까요. 진화심리학에는 두가지 비아냥이 따라다닙니다. 하나는 “헤겔 철학하냐.”는 겁니다. “존재하는 것은 모두 이성적이다.”라는 식의, “그럴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런다.”는 식의 사후합리화 혹은 중언부언 아니냐는 겁니다. 이는 진화론이 단순한 유전자결정론처럼 오해받아 생기는 난점인데, 저자가 책 전반에 걸쳐 여러 재밌는 사례를 통해 나름대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대체 문화는 어떻게 설명할래?”입니다. 진화심리학이란 짝짓기, 호전적 행위처럼 신석기 시대 이후 쭉 내려온 인류 공통 분모만 설명해줄 뿐, 인간이 창출해낸 개성적인 문화를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겁니다. 간단하게 말해 진화심리학이 가르쳐주는 것이라곤 기껏 “(인류가) 아직도 그대로네!”라는 겁니다. 책을 집어들었을 때 사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나 논증을 기대했는데, 책 끝부분 13장 ‘통합심리학을 향해’에서 문화 현상에도 “신선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고만 해둡니다. 기대 섞인 전망 수준입니다. 아쉽습니다. 여하간 이처럼 진화론자들은 생물학을 넘어 심리학으로 진군하고 있는데, 왜 아직도 창조론과 씨름을 벌일까요. 번쩍 떠오르는 인물이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2006년 ‘만들어진 신’(이한음 옮김, 김영사 펴냄)을 낸 리처드 도킨스입니다. 솔직히 의아했습니다. 뻔한 내용일 텐데 왜 600쪽에 육박하는 책을 썼을까 싶었습니다. 도킨스는 이미 ‘눈먼 시계공’(이용철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으로 창조론을 비판한 바 있었습니다. 그것도 1986년에 말입니다. 복잡하고 정교한 시계에는 시계공이 있듯, 더 복잡한 우주 만물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창조주가 있다는 게 시계공 논리입니다. 창조론을 옹호하는 대표적 논리로 꼽히지만, 정작 종교계는 그리 탐탁지 않게 여깁니다.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과학적으로 설명되어버린다면 그걸 신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신이라는 게 있다면, 그것은 이성, 논리, 과학을 뛰어넘는 어떤 도약이 아닐까요. 그래서 신을 시계공에다 비유하는 것은 결국 신의 자리를 이성에게 양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알랭 드 보통의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박중서 옮김, 청미래 펴냄)가 대표적입니다. 보통은 이성을 신으로 모시자고 제안합니다. 무신론자의 성전을 만들자는 거지요. 영국 런던에다 짓겠다 해서 화제가 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책을 읽을 때 이성의 신에만 주목하지 말고, 이래서 종교계가 시계공 논리를 싫어하겠구나 하면서 읽으면 좋을 듯합니다. 어쨌든, 도킨스의 반박은 멋진 구석이 있습니다. 시계공 앞에다가 ‘눈 먼’(Blind)이라는 수식어 하나 붙이는 걸로 끝내 버렸으니까요. 그래 너희 말대로 이 우주에 시계공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아마 눈이 멀었을 것이다, 라고 응수한 거지요. 그런데 왜 20년 뒤 ‘만들어진 신’을 또 내야 했을까요. 그것도 멋진 응수가 아니라 직설적으로 - 원제가 ‘The God Delusion’입니다. 단순히 만들어졌다가 아니라 ‘망상’이라는 거죠. - 비판해야만 했을까요. 그래서 ‘만들어진 신’에서 흥미롭게 읽히는 대목은 도킨스의 ‘논증’보다 ‘연민’입니다. 여러 얘기가 있지만 한가지만 꼽자면, 세계적 학자 밑에서 지질학과 고생물학 두 개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전도유망한 젊은 과학자가 지구 나이는 1만년에 불과하다는 근본주의 기독교의 창조론 때문에 학업을 포기했답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진화론 없는 교과서로 공부한 학생들이 나중에 자연과학자가 되었을 때 “신앙과 배치되는 연구를 할 수 없다.”며 연구실을 박차고 나가는 사건이 벌어질까요. ‘눈먼 시계공’ 이후 ‘만들어진 신’을 낼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세를 크게 불린 기독교 원리주의에 대한 과학자로서의 위기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당시가 기독교 원리주의 부시 정권 집권기였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듯합니다. 이쯤에서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려봅시다. 테리 이글턴의 ‘신을 옹호하다’(강주헌 옮김, 모멘토 펴냄)입니다. 맞습니다. 이 사람, 종교를 아편 취급하는 마르크스주의자입니다. 그런데 스스로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입니다. 도킨스, 그리고 좌파 무신론자 크리스토퍼 히친스를 ‘도친스’라 합쳐부르면서 강하게 비판합니다. 타깃은 주로 히친스 쪽입니다만. 그 맥락을 자세히 얘기하기엔 그렇고, 이 사람 한국에 왔을 때 한마디 남깁니다. “이미 오래전 토마스 아퀴나스는 창조론을 틀렸다고 했다. 과학이 뭐라 하건 말건, 신학 입장에서 우주의 기원 따윈 없다는 것이다.” 놀랍지 않습니까. 중세 신학의 거장 아퀴나스가 이미 창조론 따윈 틀렸다 말했다니! 진화론과 무관하게 원래 신학의 창조론은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방식의 창조론이 아니라는 겁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무신론도 일종의 신념체계라는 점에서 종교적이라 지적하면서, 종교 문제를 회피한 채 공리주의로 퇴각해버린 무신론보다 차라리 제대로 된 유신론이 훨씬 낫다는 입장에 섭니다. 이 주장은 한국에서 거의 연예인급 대접을 받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이창신 옮김, 김영사 펴냄)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0강 ‘정의와 공동선’ 가운데 ‘중립을 지키려는 열망’ 부분입니다. 한번 비교해서 음미해볼 만합니다.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한 권이 있습니다. 800쪽이 넘어갈 정도니 좀 두껍긴 한데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김용규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입니다. 고백하자면, 서양문명 통사쯤으로 생각하고 집었습니다. 신학 논쟁만 빼곡하더군요. 그래서 처음엔 돈 아까워서 꾸역꾸역 읽었는데, 책을 덮은 뒤에는 저의 착각이 무척 고마워졌던 책입니다. 3부에서 창조론과 진화론의 양립주의, 그러니까 둘은 모순되지 않는다고 논증합니다. “열렬한 유신론자이면서 진화론자일 수 있다.”는 다윈의 말과 “신의 섭리가 효력을 지속시키더라도 많은 것은 우연적이다.”라는 아퀴나스의 말에 주목합니다. 저자는 이 두 부분을 정교하게 결합시키는데 너무 길어지니까 여기선 짧게 일부만 인용하지요. “아퀴나스와 다윈이 600년이라는 세월을 건너뛰어 만나 이구동성으로 ‘만물은 우연에 의해 자발적으로 진화하지요.’라고 말한다 해도, 하나는 ‘피조물에 자유를 허락한 신의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진화의 맹목적성’에 대해 말하는 겁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언어 놀이’를 하고 있다는 얘기에요.” 고상하게 말하자면 신과 인간 사이에는 심대한 질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고, 수준 낮게 말해서 과학과 신학은 노는 물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이러고 보니 창조론과 진화론 싸움은 어째 허깨비 싸움 같아지는군요.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명동 ‘바가지 화장품 요금’ 꼼짝 마

    중구가 명동 화장품가게의 바가지 요금 잡기에 고삐를 죄고 있다. 구는 지난달 말 단속을 통해 66개 매장에 대해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정권고 처분을 내린 데 이어 오는 14일부터 2차 점검을 실시한다고 7일 밝혔다. 일부 상인들이 바가지 상혼과 과도한 호객행위로 시민과 국내외 관광객 피해가 잇따라 명동관광특구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구에 따르면 지난달 말 내부수리 중인 2곳을 제외한 명동 화장품가게 69곳을 대상으로 지도 점검을 벌인 결과 66개 매장이 가격표시제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반 업소들은 개별상품 진열장 앞에 대표적인 가격만을 표시하거나 아예 표시하지 않은 곳도 많았다. 구는 이들 매장에 대해 2차 점검을 실시해 또다시 위반 사실이 발견될 경우 횟수에 따라 20만원에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과도한 호객행위 단속도 곁들인다. 소형 마이크나 육성으로 크게 외국어를 외치며 한 손엔 바구니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행인들의 옷자락을 잡으면서 매장으로 유도하는 등 호객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구는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모두 31회에 걸쳐 단속을 실시해 화장품 판매 호객행위 9건, 전단지 배포 4건 등 13건을 즉결 심판에 넘겨 1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등 179건을 적발했다. 최창식 구청장은 “매장마다 실거래 가격을 표시하도록 화장품 가격표시제 점검을 꾸준히 해나가겠다.”며 “이 제도가 정착되면 화장품 가격도 안정돼 관광객들이 명동을 더 많이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9) 조광조와 중종

    [선택! 역사를 갈랐다] (9) 조광조와 중종

    조광조(호 靜庵·정암, 시호 文正·문정)의 일생은 짧고 격절(激切)했다. 1519년(중종14) 겨울, 전라도 능주에서 사약을 마시게 되었을 때 그의 나이 38세였다. 이 젊은 선비가 남긴 일화들은 금세 신화가 되었고, 후세는 그를 성리학의 순교자로 기억하였다. ●절명시 전승되는 그의 최후 장면은 장엄한 서사다. 그때 조광조는 서울에서 내려온 금부도사(禁府都事)를 정중히 맞이하고, “임금께서 죽음을 명하셨다면 반드시 죄명이 있을 것이다.” 라며 죄명을 물었다. 그런데 가져온 명령서에는 죄명이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을 대접하는 도리가 이렇게도 초라하단 말인가.” 라면서 “당장에 상소를 올려 바로잡아야 될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에 관한 일이라 그만둔다”고 훈계했다. 사약을 마시기 전에 조광조는 시 한편을 읊었다. “나라님 사랑 아버지 사랑하듯 하였소(愛君如愛父). 나라일 걱정 내 집안일처럼 걱정하였소(憂國如憂家). 밝은 해가 세상을 내리쬐시니(白日臨下土), 밝고 밝게 비추어 내 마음 아시리라(昭昭照丹衷).” 이 서사에는 세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우선 그는 만고 충신이며, 지순(至純)한 도덕군자이고, 세사를 초탈한 영웅이란 것이다. 이것은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조광조에 대한 집단기억으로 정착되어 성리학자들 사이에서 끝없는 추모의 정을 불러일으켰다. ●기묘사화와 후세의 평가 정치가 조광조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아쉬움으로 일관되었다. 학문이 완숙되기도 전에 정치에 뛰어들어 과격한 개혁을 추진하다 실패하였으니 안타깝다는 것이었다. 이이(1536~1584, 호 栗谷·율곡)는 “사람들은 입 모아 말하기를, 시기가 성숙하지 못한 탓으로 돌렸다.”라고 말했다. 조광조를 쓰러뜨린 것은 기묘사화(己卯士禍)였다. 그 시작은 1519년 11월 16일(음력) 아침이었다. 중종은 남곤, 심정 및 홍경주와 함께 정치적 소동을 일으켰다. 그들은 “사사로이 붕당을 지은” 죄로 조광조와 김정, 김식 및 김구 등 4명을 주범으로 몰았다. 윤자임, 박세희, 박훈 및 기준 등도 부화뇌동한 혐의로 엮였다. 붕당의 몸통으로 거론된 이들 8명은 당년 20~30대로, 사건 발생 나흘 만에 각지로 유배되었다. 그들 대다수는 결국 죽음을 면치 못하였다. 문제가 된 자신의 정치행위에 대해 조광조는 “나라의 병통이 이원(利源)에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국가의 명맥을 영구히 새롭게 할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을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알다시피 사적 ‘이익’의 추구는 성리학의 금기사항이었다. 그런 점에서 중종반정 때 117명이나 되는 신하들이 마구잡이로 정국공신(靖國功臣)에 책봉된 것이 조광조 등의 입장에서 보면 큰 문제였다. 그래서 그들은 문제가 있는 76명의 공신칭호를 박탈하였다. 공신세력은 이에 분노했고, 중종은 반색하였다. 조광조 등이 숙청의 역풍을 맞은 것은 물론이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는 네 가지 사실이 가려져 있었다. 첫째, 사건의 총지휘자가 중종이었다는 점이다. 둘째, 훈구파의 우두머리라는 남곤이 실상은 공신이 아니고 사림파의 영수 김종직의 제자였다는 사실이다. 셋째, 조광조 일파의 정치적 성격은 다양해, 기준과 권전 등의 급진파가 있었나 하면, 김안국·김정국 형제 등 소극적 지지자가 많았다는 것이다. 끝으로, 조광조의 노선이 실은 선배 박경(?~1507)의 노선을 충실히 계승하였다는 점이다. ●조광조는 박경의 후계자 1507년(중종2) 박경 등의 역모사건이 발생하였다. 놀랍게도 조광조를 비롯해 그 동지 김식, 공서린 및 조광좌 등이 연루되었다. 주모자 박경은 사림파의 종장(宗匠) 김일손(1464~1498) 계열의 학자였다. 서얼이었던 박경은 정국공신들의 전횡을 막기 위해 변란을 꾀했으나 실패하였다. 몇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박경은 정치적 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중용’(中庸)‘대학’(大學)을 숙독하는 것이 제일”이라며 성리학의 근본가치를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과거제를 폐지하고 대신에 ‘향리 선거법’ 즉, 추천제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또한 관행에 구애되지 않고 인재를 발탁할 것, 특히 서얼과 종친에 대한 차별을 문제 삼았다. 청년 조광조 등은 박경의 견해에 공감하였다. 서얼과 종친에 관한 부분을 뺀 나머지 사항들은 고스란히 조광조의 개혁정치에 중심축이 되었다. 한마디로 조광조 등은 박경의 뜻을 계승하여 성리학의 이상을 추구하였던 것이다. ●조광조의 도학적 리더십 조광조가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된 데는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 우선 그는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법 집행이 공정하였기 때문에 서민들의 지지가 컸다. 오죽했으면 조광조가 유배를 당하자 한성부 향도들이 들고 일어날 정도였겠는가. 그때 1000명이 넘는 유생들도 대궐에 난입해 조광조의 구명을 요구했다. 조광조는 소통에 능하였고, 그래서 동지들의 신뢰가 대단했다. 특히 김정 및 한충 등과는 큰 이불과 긴 베개를 펴놓고 함께 잠을 잘 정도로 가까웠다. 그들의 우정은 죽기까지 조금도 변치 않았다. 또한 조광조는 정치적 명분이 뚜렷했고, 모든 일을 끝까지 정열적으로 밀고나가는 사람이었다. 반대파에 대한 공격 역시 격렬했다. “벼슬을 얻으려고 애쓰거나 벼슬을 잃을까 걱정하는 무리들이 중요한 자리에 설 수 없게 되어, 겉으로는 칭찬하나 속으로는 욕하였다.”고 할 정도였다. 조광조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찬반 양편으로 갈라섰다. ●왕이 최고의 성리학자라야! 조광조는 요순시대의 재현을 확신했다. 1515년(중종15)의 증광문과시험 시권(답안지)에서 그는, 명도(明道)와 근독(謹獨)을 통해 황금시대를 복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가 펼친 이상(理想) 정치운동의 핵심은 왕도정치(王道政治)에 있었다. “임금은 하늘과 같고 신하들은 사계절과 같습니다.” 조광조는 이런 주장을 실천에 옮기기 위하여 왕을 만인의 스승, 즉 군사(君師) 또는 철인군주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래서 조광조는 중종에게 ‘근독’과 ‘명도’를 주문하였다. 그러나 그것으로 이상정치가 구현된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훗날의 예를 보아도 ‘군사’를 자처한 당대 최고의 석학 정조 때에도 요순시대는 재현되지 않았다. 그야 어떻든 조광조는 이상정치의 구현을 위해 중종에게 대학과 중용 공부를 강조하였다. 특히 대학을 중시하였다. “비록 대학 한 권밖에 없다 해도 (왕은) 정치를 해나갈 수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조광조는 ‘소학’도 높이 평가했다. “세종 때는 오직 ‘소학’의 도(道)에 마음을 썼으므로, 그 책을 널리 반포하였습니다.”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주희를 비롯한 송나라의 성리학자들도 이미 ‘소학’과 ‘대학’이 표리관계임을 말하였다. ‘소학’은 성리학적 행동규범을 가르치는 교과서요, ‘대학’은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의 길을 단계적으로 제시하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조광조는 성리학으로 새 세상을 열고자 하였다. ●인간적 삶이 평탄하지 못했던 중종 물론 조광조 등이 이념에만 매달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들은 실제로 공신세력을 약화시켰고, 현량과를 실시하고 향약을 보급하는 등 몇 가지 개혁안을 강력하게 추진하였다. 그럼에도 기묘사화라는 역풍에 휩쓸려 좌초하였다. 조광조 등은 위기가 닥쳐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대세를 뒤엎지 못하였다. 왕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종이었다. 인간적 삶이 평탄하지 못했던 왕은 누구든 불신하였다. 우선 자신을 추대한 반정공신들도 믿지 못했다. 사림파를 요직에 임명하기 시작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림파라고 해서 중종이 끝까지 총애할 리가 없었다. 중종은 4년간의 정치적 밀월 끝에 결국 조광조를 배신하였다. 처음부터 중종에게는 이상정치의 구현이라는 바람이 없었다. “왕은 (경연에서) 몸이 피로하고 괴로워서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다가 고쳐 앉기도 하고 때로는 용상(龍床)에서 퉁 하는 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조광조와 김식 등은 중종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중종이 ‘소인’(小人)들에게 쏠리는 날이 올 것을 예측하였다. 특히 조광조는 자신들이 붕당(朋黨)을 만든 죄로 일망타진될 것을 내다보았다. 이러한 위험을 짐작하고서도 왕도정치의 길을 계속 걸어갔으니, 그들은 이상을 위하여 순교한 것이다. ●조광조의 유산 중종이 공신들의 품에서 벗어날 생각을 구체화한 것은 1512년(중종7년)쯤이었다. 부왕 성종이 사림파를 등용했던 것처럼 중종도 새 인물들을 찾았다. 그에 부응해 이조판서 안당이 조광조를 추천했다. 조광조는 동지들을 조정으로 불러들여 이상사회를 꿈꾸었다. 이성동 등 급진파는 삼정승까지 노골적으로 공격하며 개혁을 외쳤다. 왕과 공신들은 그들을 혐오하였다. 1519년 겨울, 그들은 사화를 일으켜 이상주의자들을 내쫓았다. 그러자 낡은 정치가 재연되었다. 중종은 외척과 권신들을 들였다 내쳤다하며 세월을 허비했다. 이에 불만을 가진 선비들은 ‘불나비’ 조광조를 잊지 못했다. 그들은 조광조의 뒤를 이어 성리학 지상주의의 깃발을 더욱 높이 세웠다. 마침내 백인걸 등의 노력으로 조광조는 문묘에 배향되어 조선 선비들의 영원한 아이콘이 되었다. 신자유주의가 여기저기서 굉장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그 본영인 미국 경제가 벌써 몇 년째 신음소리를 낸다. 스페인과 그리스 등은 아예 국가부도의 위기를 맞았다. 한국사회의 현안인 양극화와 청년실업의 문제 또한 신자유주의의 여파다. 그래서 지금은 근본적인 대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고식적인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 의미의 새로움이 요청된다. 우리가 조광조의 부활을 소망하는 이유다. 21세기의 그 개혁사상가는 구체제의 귀결인 지배와 종속의 갈등과 분열을 넘어 공존공생의 평화공동체를 일으킬 것이다. 착취와 오염으로 병든 생태계에 새 숨을 불어넣을 그의 출현을 기다린다. 백승종(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 러시아서 ‘미확인 우주 물체’ 추락

    러시아서 ‘미확인 우주 물체’ 추락

    러시아 시베리아의 한 작은 마을에 미확인 우주 물체(Unidentified space object)가 떨어져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고 21일 러시아투데이 등 현지 외신이 전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그 물체는 지난 18일 밤 11시 30분께 하늘에서 추락하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다음 날 아침 발견됐다. 일부 매체에서는 그 미확인 물체가 무게 90kg 정도에 폭 2~3m 정도의 거대한 실린더 형태이며 우주선 잔해나 탄도 미사일의 연료통일 것이라고 전했다. 조사 결과 그 물체에서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재질은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러시아연방우주청은 소유권을 부인하며 “그 물체가 로켓이나 우주선 잔해는 아니지만, 최종 판단은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아스팩 통신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 · 고충처리인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 · 고충처리인

    서울신문 독자권익 제도는 독자가 본지의 보도로 인해 초상권 침해나 명예훼손 등 인권침해 혹은 재산상의 피해를 보았을 경우 이를 접수해 정정 및 반론 보도는 물론 독자의 입장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드리는 제도입니다. ● 독자권익위원회 위원장  박 재 영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前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 독자권익위원 (이하 가나다순)  김 광 태  온전한 커뮤니케이션 회장   김 영 찬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선 승 혜  아시아인스티튜트 문화연구수석 前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이 상 제  금융연구원 기획협력실장 前 금융위 상임위원   전 범 수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홍 현 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前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 ● 연락처 · 주소 : [100-745]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124 서울신문사 독자권익위원회 앞 · 전화 : 02-2000-9317 · 팩스 : 02-2000-9318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 운영 예규> 제1조 목적이 예규는 신문법 시행에 따라 서울신문의 보도로 인한 독자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독자권익위원회 제도의 효율적인 운영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 독자권익위원회 임무1) 독자권익위원회는 신문법 제2장 독자의 권익보호 제8조, 제9조, 제10조, 제11조에 의거하여 독자의 초상권 침해, 명예훼손 등의 인권 침해와 재산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한다.2) 독자권익위원회는 본지의 보도내용으로 인해 이미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정정과 반론 보도 접수 등을 통해서 회사 차원의 신속한 구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3) 독자권익위원회는 본지의 보도 내용으로 독자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언론중재 신청이나 소송 제기 등에 앞서 회사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피해 사안의 해결을 모색하여 독자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 제3조 독자권익위원회 구성1) 독자권익위원회 구성은 사내인사(부국장급 이상) 1명과 사외인사 9명 등 10명 안팎으로 한다.2) 사외인사는 본지를 구독하고 있는 인사들 중에서 사회적으로 인정 받고 있는 언론관련 학자,연구원,전문가 등과 사업가,회사원,주부,학생 등 3인 이상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위촉한다.3) 위원장은 사외인사중에서 호선으로 선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사내인사는 위원장을 돕는 간사를 맡는다.4) 위원장은 위원회를 대표하여 각 회의의 의장을 맡으며, 간사는 위원회 내용을 지면에 공표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한다. 제4조 독자권익위원회 임기독자권익위원회 위원장,간사,위원 등의 임기는 원칙적으로 1년으로 하며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제5조 독자권익위원회 운영독자권익위원회는 월1회의 정기적인 회의를 원칙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 위원장은 비정기적인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제6조 독자권익위원회 활동사항의 공표독자권익위원회의 활동사항은 반드시 본지 지면을 통해 공표하도록 한다.   ※ 신문법 참조 제2장 독자의 권익보호 제8조 (독자의 권익보호) 정기간행물사업자 및 인터넷신문사업자는 독자가 정기간행물 및 인터넷신문의 편집 또는 제작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편집 또는 제작의 기본방침이 독자의 이익에 충실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제9조 (독자권익위원회) 일간신문(일반일간신문·특수일간신문 및 외국어일간신문을 말한다. 이하 같다)을 경영하는 정기간행물사업자는 독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자문기구로 독자권익위원회를 둘 수 있다. 제10조 (독자의 권리보호) ①정기간행물사업자는 그 편집 또는 제작에 있어서 독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회의를 매달 1회 이상 열어 이를 지면에 반영할 수 있다. ②정기간행물사업자는 구독자의 의사에 반하여 구독계약을 체결·연장·해지하거나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 무가지 및 무상의 경품을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 ③제2항의 규정에 따른 불공정거래행위의 여부 및 그 처리 등에 관하여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 제11조 (광고) ①정기간행물사업자는 광고로 인하여 독자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당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광고의 내용이 사회윤리, 타인의 명예나 기본권을 명백히 침해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그 게재를 거부할 수 있다. ②정기간행물의 편집인은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하여야 한다. ------------------------------------------------------------------ 또한 서울신문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충처리인 운영 예규를 제정하고 다음과 같이 고충처리인을 임명하였습니다. 서울신문의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경우, 고충처리 신청을 하면 신속하게 처리하여 드리겠습니다.   서울신문 고충처리인 송종길 ● 약 력 - 1998년 서울신문 입사- 2009년 편집부장- 2014년 편집국 부국장- 2015년 경영기획실장- 2017년 편집국 수석부국장 ● 연락처 · 주소: 〔100-745〕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124 서울신문사 고충처리인 앞· 전화 : 02-2000-9124· E-mail : goodroad@seoul.co.kr ☞ 고충처리인 활동사항 [다운로드]   < 고충처리인 운영 예규 > 제1조(목적)이 예규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에 따라 사내의 언론피해 자율적 예방 및 구제를 위해 고충처리인제도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고충처리인의 권한과 직무)고충처리인은 서울신문의 신뢰도제고와 정확한 취재보도, 신속한 언론피해구제를 위해 다음과 같은 직무를 수행한다.① 언론의 침해행위에 대한 조사② 사실이 아니거나 타인의 명예 그 밖의 법익을 침해하는 언론보도에 대한 시정권고③ 구제를 요하는 피해자의 고충에 대한 정정보도, 반론보도 또는 손해배상의 권고④ 그 밖에 독자의 권익보호와 침해구제에 관한 자문 제3조(고충처리인의 지위 및 신분)① 고충처리인은 서울신문이 보도한 내용으로 인한 권익침해여부의 조사, 시정건의 및 피해자의 고충에 대한 조치를 권고할 수 있는 지위를 갖는다.② 회사는 고충처리인의 자율적 활동을 보장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충처리인의 건의 및 권고를 수용하도록 노력한다. 제4조(고충처리인의 임기 및 보수)① 회사는 고충처리인이 직무수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회사 사규에 따른 경비를 지급한다.② 고충처리인의 임기는 1년으로 하며,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③ 고충처리인이 임기 전 사퇴하였을 경우 후임 고충처리인의 임기는 새로 시작한다. 제5조(고충처리인의 활동)① 고충처리인은 서울신문의 취재보도사항에 대해 시정권고 사항이 발생할 경우, 피해구제를 위한 제보나 신청이 있을 경우 관련부서장에게 필요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으며, 관련부서장은 이에 응해야한다.② 고충처리인은 제2조규정에 대한 직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관련부서장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제6조(시정권고 및 피해보상)① 고충처리인은 서울신문 취재보도와 관련해 시정권고가 필요한 사항이 발생하였거나, 피해구제신청사건과 관련해 피해보상이 필요한 경우 그 사유와 시정권고 및 피해보상정도에 관한 의견서를 대표이사에게 제출한다. 제7조(시정권고 및 피해보상 재심)① 회사는 고충처리인이 제출한 시정권고 및 피해보상 의견에 대해 이의가 있을 경우 의견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1주일이내에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② 고충처리인은 1주일이내에 재심 사안에 대해 심사한 뒤 대표이사에게 통보하며, 대표이사는 재심 사안에 대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수용해야한다. 제8조(고충처리인 운영규약 및 활동사항의 공표)① 회사는 고충처리인 운영예규를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표한다. 운영예규 내용을 변경할 때도 같다.② 고충처리인은 매월 1회 활동사항을 사장에게 제출하며, 회사는 고충처리인의 활동사항을 매년 서울신문 홈페이지를 통해 공표한다. - 서울신문사 -
  • “재벌들 일단 세금부터 더 내 쓸 곳도 당신들이 정하면 돼”

    “재벌들 일단 세금부터 더 내 쓸 곳도 당신들이 정하면 돼”

    저자의 제안 가운데 흥미로운 두 가지가 눈에 띈다. 하나는 ‘경쟁’ 민주주의 대신 ‘일치’(Concordare) 민주주의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경쟁 민주주의란 지금처럼 선거에서 승리한 이들이 정권을 배타적으로 차지하는 방식이다. 이에 반해 일치 민주주의는 선거 득표율에 따른 권력 분점을 뜻한다. 가령 대선에서 A후보가 60%, B후보가 40%의 지지를 얻었다면 내각의 40%를 B후보 정당에다 떼주는 것이다. 외교·국방은 A후보의 정당에서, 재정·보건은 B후보의 정당에 맡기는 방식 같은 것이다. 이런 제안을 내놓는 이유는 권력을 배타적으로 부여하다보니 정치가 극단적인 말과 이념 쇼를 통해 상대를 매도하는 소모적 공방으로 흐르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진보, 보수할 것 없이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비웃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경쟁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다수결 사상은 정당이 지금보다 명확한 세계관과 어느 정도 서로 다른 체제사상으로 차이가 있던 시절에서 기인한 것”인데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차이를 보이는 정당이 있기는 할까 싶은 현 상황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전봇대 뽑고 비즈니스 프렌들리하겠다고 요란을 떨더니 결국 재벌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음미해볼 법하다. 또 하나는 증세에 대한 얘기다. 저자는 부자나 재벌에 대한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단, 증세하되 증가분이 어디에 쓰일지는 그들에게 맡겨두자고 제안한다. 가령 5% 증세를 해서 세수가 10조원 증액된다고 하자. 정부는 이 10조원이 쓰일 곳이 적힌 리스트를 공개한다. 무상급식이나 보육비 지원 사업, 학교폭력 예방 사업, 영어 공교육 지원 사업, 소상공인 보호 사업 하는 식이다. 그러면 A그룹 회장은 자기가 더 내는 세금 가운데 일부는 여기에, 다른 일부는 저기에 사용하도록 지정토록 하고 그에 맞게 집행한다. 이는 이익 분배가 겉으로는 경제논리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치논리라는 점에 착안한다면 매우 흥미로운 주장이다. ‘회장님’들은 꼭 검찰청이나 법원을 드나든 뒤 사회공헌을 하겠다고 나서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 좋다는 사회공헌임에도 대개의 반응은 “일단 세금부터 똑바로 내시지.”라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저자의 제안은 기부금과 세금 사이의 타협이다. 세금이라는 국가 공식 체계를 존중하되, 납세자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오해는 말길. ‘내 행복에 꼭 타인의 희생이 필요할까’(리하르트 프레히트 지음, 한윤진 옮김, 21세기북스)는 이런 심각한 문제만 다루진 않는다. 2008년 한국에 소개된 ‘나는 누구인가’라는 교양철학서로 인기를 모았던 저자는 경제학이 상정하는 이기적 인간, 즉 호모 에코노미쿠스에 대한 반박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인간의 본성은 이타적이며, 사회제도는 이 이타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 본성이 이기적이냐, 이타적이냐 하는 문제는 복잡하다. ‘죄수의 딜레마’의 게임이론 덕분에 철학, 뇌과학, 신경학, 심리학, 생물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과학문에까지 이 논쟁은 번졌다. 이들 학문들을 연결해 복잡계 연구라는 새로운 이름까지 나오면서 전방위로 뻗어나가고 있다. 책에도 이는 고스란히 반영됐다. 책은 모두 38장인데, 각 장마다 이런저런 이론과 실험이 최소한 2~3가지씩 등장한다. 저자에게 고마운 점은 독일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글쓰는 철학자답게 이를 매끄럽게 정리해뒀다는 사실이다. 곳곳에 위트도 넘친다. 가령 꼬리말이원숭이 실험결과를 두고 인간 본성에 정의감이 존재하는지를 탐구하다 이렇게 말한다. “아들은 다섯 살이 되면서부터 ‘아빠, 이건 옳지 않아요’라는 말로 나를 공격했다. 그 불공평의 대상은 나다. 아들은 자신이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 그때까지 즐거웠던 베개 싸움이 불공평하다고 한다. 대게 네 살에서 다섯 살의 어느 순간, 아이들에게 꼬리말이원숭이의 정신이 나타난다.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이것을 정의감이라 불렀다.” 그래서 책을 덮을 때 떠오르는 인물은 알랭 드 보통이다. 적당한 지적허영에다 이런저런 실험결과를 핵심만 추려 잘 던져주기 때문이다. 다만 저자가 독일 사람이어서인지 알랭 드 보통 특유의 섬세하고 장황한 문장 대신 간결한 문장을 구사한다. 동시에 복잡계 연구로 유명한 미국의 산타페연구소 대신, 영장류에 대한 학제간 연구로 널리 알려진 독일의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가 등장한다. 저자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도 끌어들이지만 본격적 논쟁은 진화론의 창시자 다윈에서 시작한다. 다윈의 오른편에 ‘사회적 다위니즘’을 주장한 토머스 헉슬리를, 왼편에 ‘상호부조론’을 통해 헉슬리를 강하게 비판한 러시아 아나키스트 표트르 크로포트킨을 앉힌다. 보통 아나키스트하면 ‘국가 없이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대책 없이 낭만주의적인 공상가’를 떠올린다. 그러나 저자는 동물과 인간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각종 실험 결과들이 크로포트킨의 주장을 뒷받침해준다는 사실을 지적해나간다. 인간 본성이 이타적이냐, 이기적이냐 하는 문제는 단순한 지적유희가 아니다. 앞서 봤듯 오늘날 한국 사회에 음미할 대목이 많다. 가령 ‘감성 대 이성’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과 2001년 심리학자 조나단 화이트의 연구결과를 등장시킨다. 그 결과를 보면 ‘나꼼수’ 김어준이 지난해 내놓은 ‘닥치고 정치’(푸른숲 펴냄)에서 ‘무학의 통찰’이라는 이름으로 주장했던, 이성이란 결국 감정의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맞닿는다. 인간이 경제에 대해 윤리와 도덕을 말할 수 있는 것은 ‘배후세력의 조종’이나 ‘좌파 관점으로 덧칠된 경제·역사교과서’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인간으로서의 ‘직관’ 때문이다. 또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찬양하는 바람에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제도가 미약한 미국에 대해 저자는 “21세기임에도 여전히 19세기적 비스마르크 사회개혁입법조차 하지 못했다.”고 비웃는다. 이는 “미국이 역사가 짧아서 그렇지 결국은 유럽을 따라갈 것”이라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자 재벌개혁론자인 김종인 박사의 판단과 맥을 같이한다. 김종인 박사는 독일 유학파인데, 유학 당시 독일은 질서자유주의(책에서는 ‘신자유주의’라 표기된다)가 대세를 장악했다. 저자는 31장 ‘프라이푸르크로 돌아가는 길’에서 질서자유주의의 본산 프라이푸르크학파를 다룬다. 2만 2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아이들이 동화책 통해 올바른 길로 갔으면…”

    “아이들이 동화책 통해 올바른 길로 갔으면…”

    5일 오전 11시쯤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 있는 고아원 ‘은평천사원’은 특별한 손님을 맞았다. ‘하버드대 고아를 위한 동화’(HCSO) 소속 학생 가운데 한국 학생 5명이다. 천사원에서 생활하는 원생 17명에게 자신들이 주인공인 동화책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HCSO는 지난 2008년부터 페루, 폴란드 등의 고아원을 찾아 직접 만든 동화책을 선물하고 재능기부 형식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동아리다. ●원생 개개인 사연 담은 동화책 만들어 동화책은 HCSO 학생들이 지난해 천사원 측에 ‘원생들을 위한 동화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뜻을 밝힌 뒤 원생들 몰래 제작됐다. 천사원은 지난해 원생들이 좋아하는 색깔, 취미, 장래희망 등을 조사해 학생들에게 건넸다. 학생들은 삽화를 곁들여 원생 개개인의 사연을 담은 동화책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원생 한명 한명에게 책을 나누어 줬다. 자신의 얘기를 담은 동화책을 신기해 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해 아리송해하던 원생들은 학생들이 친절하게 문장 하나하나를 읽고 해석해 주자 고개를 끄덕였다. 금세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경제학과 박지현(23·여)씨가 쓴 ‘수지 해피 바이러스’라는 제목의 동화책을 받은 이모(16·여)양은 “제출한 제시어로 mp3, 시골, 영웅을 냈는데 내가 말한 제시어로 이러한 내용의 동화책이 만들어지니 신기하다.”며 연신 기뻐했다. 수지 해피 바이러스의 이야기는 비밀 어린이 조직단을 구성, 스마트폰 등으로 전 세계 어린이들이 서로 호출하고 화상통화를 하면서 미션을 받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영문학과 김푸른샘(23·여)씨는 김모(17)군을 위해 수의사가 되려고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는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김푸른샘씨는 “아이 취향에 맞게 쓴다는 것이 어려웠다. 초급 수준의 영어단어를 사용하면서도 중학생 수준의 내용이 있어야 해서 까다롭긴 했어도 아이들이 동화책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고 말했다. ●3일동안 영어 수업하며 꿈과 희망 전해 조성아 부원장은 “아이들 중에 부모의 폭력이나 방치에 노출된 아이들이 많은데 동화책을 통해 아이들이 올바른 길로 갔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하버드대 학생들은 3일간 천사원에서 영어 수업을 하면서 원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할 예정이다. 글 사진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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