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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납세정보의 공공성과 개인비밀 보호/조원동 한국조세연구원장

    [열린세상] 납세정보의 공공성과 개인비밀 보호/조원동 한국조세연구원장

    #1 윌리엄스 대학 바키자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2008년 미국의 상위 1% 소득 계층의 평균 가구소득은 120만 달러이며, 이들 전체 소득은 모든 계층 소득의 23.5%를 차지한다. 또 직종별로는 최고경영자가 30%를 넘었지만, 금융인들의 비중이 높아져 1979년 8%에서 2005년 14%까지 상승했으며, 이는 법조인 (8%)보다 높다(2012년 1월, 이코노미스트). #2 하버드 대학 체티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좋은 평가를 받는 선생님들로부터 교육받은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여 높은 소득을 올리며, 불량청소년이 될 가능성도 작다. 이 연구에 바탕을 두고 시카고, 뉴욕,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등 이미 많은 지역에서 교사와 학교의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미셸 리가 교육감으로 있는 워싱턴에서는 이번 여름에 나쁜 평가를 받은 교사 25명이 해고됐다(2010년 8월 뉴욕타임스). 이 두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모두 납세 자료를 활용한 연구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번째 사례의 경우에는 명백하지만, 두 번째의 경우에도 1989년부터 2009년까지 21년 동안 250만명의 과세 자료가 활용되었다. 개인정보 보호가 우리보다 미흡하다면 서러워(?)할 바로 미국에서 말이다. 체티 교수는 미 과세당국과의 계약 아래 조세정책 연구를 위한 패널 개발을 위해 자료은행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이를 기초로 작년에 미국의 근로장려세제의 영향에 대한 매우 정교한 분석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떠한가. 작년 소위 ‘점령’(Occupy) 시리즈를 통해 1대99 담론이 제기되면서, 우리나라의 상위소득 1%에 대한 자료 요청을 심심치 않게 받았지만 이에 부응할 수 없었다. 명색이 조세 전문연구기관이라는 생각에서 들어온 부탁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더욱 얼굴이 화끈거렸다. 연구원 입장에서는 한번 체면 구기면 그만이겠지만, 정책의 효율성은 또 어떤가? 잘못 설계된 정책으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 아닌가? 우리 국세기본법은 과세자료의 비밀유지에 대해 매우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과세 목적 이외의 사용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최근 통계 목적으로 통계청이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 예외가 인정되었다. 그나마 이 정도의 문호가 열린 것도 오랜 기간에 걸친 문제 제기의 결과라고 한다. 과세자료를 이용한 정책연구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지만, 과세당국의 비밀 유지 장벽은 높기만 하다. 과세 자료가 없다고 정책 연구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정책분석에 목표에 맞추어 표본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표본 수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으니 그 효용성이 과세자료에 크게 떨어진다. 필자가 속한 연구원도 7000가구의 패널 조사를 매년 실시하여 정책 분석에 활용하고 있지만, 어떤 연구에서는 표본 수 부족을 실감할 때가 많다. 이런 정도의 표본 수를 유지하는데도 매년 십수억원을 지출해야 하다보니 표본 수를 마냥 늘릴 수도 없다. 결국 우리는 매우 유용하고 정확한 자료은행을 바로 곁에 두고서도 힘들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것도 지불하지 않아도 좋을 비용까지 지불하면서 말이다. 과세 자료의 보다 적극적인 공개는 과세 목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본다. 역설적이지만, 카드 활성화 시책 등 과세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인해 세원 포착을 위해 과세당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종래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가 많은 종합소득세의 경우 지난 10년간 신고인원 수가 3배로 늘었으며, 특히 기장신고자는 4배로 늘었다. 이제는 넓고 공평한 과세를 위해서는 오히려 면세나 감면의 영역을 보다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시기가 되었다. 그런데 이는 과세 당국의 힘만으로 불가능하다. 보다 투명한 분석을 통해 어느 계층에 얼마나 많은 세금 감면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실태분석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세제 개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더욱이 지금은 복지에 대한 국민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재원 마련이 절실한 시기가 아닌가? 증세를 논하기 이전에 그동안의 각종 감면제도에 대한 보다 철저한 효과분석이 필요한 시기이다.
  •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정년차별에 두번 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과학보조교사로 17년을 근무한 김모(55·여)씨는 올해 초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교장실을 찾아가 “정년이 60세인데 억울하다.”며 항의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60세 정년이란 말은 단지 권고사항일 뿐 정년 시기를 정하는 것은 학교장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나이 많은 보조교사가 근무하면 젊은 선생님들이 일을 부탁하기도 불편하니 학교 측 입장도 이해해 달라.”고 달랬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공공기관인 학교에서까지 차별당하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년을 60세로 권고하고 있지만 정작 권고안을 지키는 학교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공공기관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학교에서조차 비정규직 정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17일 서울시교육청이 집계한 올 2월 말 기준 ‘학교회계직원의 정년현황’에 따르면 전체 공립학교(유치원~고등학교) 1080곳 가운데 55세를 비정규직 정년으로 정한 학교는 564개교로, 전체의 33.7%를 차지했다. 57세를 정년으로 삼는 학교는 339개교(31.3%)였다. 권고안대로 60세 정년을 지키는 곳은 309개교로 28.6%에 불과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줘야 할 장기근속수당을 아끼려고 ‘퇴직 후 재고용’이라는 꼼수를 부리는 학교들도 있었다. 재취업한 노동자는 신규 근로자로 분류돼 장기근속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과학보조교사로 근무하는 이모(55·여)씨는 학교가 정한 55세 정년을 1년 앞둔 54세에 정년퇴직을 한 뒤 다시 같은 학교에 재취업했다. 그렇게 하라는 학교 측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이씨는 “한 달에 7만원 정도인 장기근속수당을 포기해야 했지만 계속 일하게 해 주는 것에 감사해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가들은 권고조항을 의무조항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곽승용 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국장은 “지금처럼 일선 교장에게 모든 인사권을 맡기면 학교 비정규직은 ‘필요할 때 쓰고, 어려우면 버리는’ 일회용 직군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교육청이 나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태를 관리하고 교육감이나 교육청이 이들을 직접 고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누드 가정부 서비스’ 인기몰이에 논란 재점화

    ‘누드 가정부 서비스’ 인기몰이에 논란 재점화

    지난 2월 해외언론에 보도돼 논란을 일으킨 ‘누드 가정부 서비스’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텍사스 러벅시 경찰은 최근 “이른바 ‘누드 가정부 서비스 사업’이 적절한 허가를 받지 못했다.” 면서 “법률을 위반하고 있는 지 주시 중이며 2500달러(약 28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밝혔다. ’누드 가정부 서비스’는 3살 딸의 엄마인 멜리사 보렛(25)이 시작한 아이디어 사업으로 시간당 100달러(약 11만원)의 비용으로 여성이 누드나 반 누드 상태로 집주인 앞에서 집안 일을 해준다. 현재 3명의 여성을 고용해 서비스 중인 보렛은 밀려드는 고객들의 요청으로 사업은 순항중이지만 경찰의 감시를 받게돼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보렛은 퇴폐적인 서비스라는 경찰과 여론의 시선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보렛은 “회사 정책상 파견된 여성은 고객과 어떠한 성적인 접촉도 하지 않는다.” 면서 “만약 성적 접촉이 이루어지면 가정부는 해고되며 고객도 다시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단지 누드의 상태일 뿐 청소하고 빨래하고 요리하는 일반 가정부와 다를바 없다.”고 주장했다.     /인터넷뉴스팀 
  • 권익위, 공신법 조기 정착 팔 걷었다

    지난해 9월 시행된 공익신고자보호법(공신법)의 정착을 위해 국민권익위원회가 ‘기업 관리’에 팔소매를 걷었다. 공신법이 민간부문의 부패·비리 등 공익침해 예방과 단속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도 정작 이해관계가 큰 기업쪽의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업 참여가 공신법 성패 관건 공신법은 불량식품 제조, 폐수 무단방류 등 민간부문을 포함한 공익침해 행위를 알게 된 사람은 누구든 권익위 등 행정기관이나 수사기관, 기업 등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한 제도. 덧붙여 공익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나 징계 등 불이익을 받더라도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규정한 장치다. 권익위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공익신고 제도가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편견을 갖고 있어 제도의 긍정적인 면모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기업이 행정·수사 기관들에 비해 공신법 관련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감안,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표준조례안 마련 최근 전국 244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우수기업에 혜택을 주는 표준조례안을 제시한 것이 대표적인 방안이다. 권익위는 공익신고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는 등록세, 재산세 등 지방세를 감면해 주고 세무조사 유예와 조달계약 우대 등 특혜도 주는 지자체 표준조례안을 마련했다. 공익심사정책과 강희은 과장은 “공신법에 대해 개별 지자체가 기업의 적극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요 자치단체와 학계 등 전문가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공익신고자보호에 적극 참여하는 우수기업을 지정하는 등의 심의작업을 맡는 공익신고자보호지원위원회도 각 지자체에 설치하게 했다. 지역기업과 경제단체 등과의 협의체 구성도 조례안에 넣었다. 또 신고자보호뿐만 아니라 기업이 스스로 공익침해 행위를 하지 않도록 가이드를 만들어 이달 말까지 배포한다. 자세한 안내가 될 수 있도록 기업의 업종과 규모에 따라 가이드를 세분해 내놓을 예정이다. 권익위에 따르면 포스코, 신세계, LG 등 몇몇 대기업들은 내부 공익신고 체계가 비교적 잘 정비된 곳들이다. 포스코와 신세계는 연평균 400~500건의 내부공익신고를 받아 처리하고 있다는 통계다. 권익위는 “신세계의 경우는 기명뿐만 아니라 무기명 신고도 접수·처리하고 있는데다 신고내용은 CEO에게까지 보고되는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신고자를 보호하거나 보상하는 장치는 미흡해 보완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CEO·임원 등 대상 지속 교육 권익위는 대한상공회의소나 벤처기업협회 등과 협력해 기업 CEO 및 임원 대상 교육도 꾸준히 실시할 계획이다. 또 상반기 중 공직유관단체 및 중앙행정기관에도 공신법 활성화를 위한 표준지침을 마련해 제공할 방침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美, 흑인 노린 연쇄살인…인종갈등 우려

    미국 오클라호마주 제2도시 털사에서 흑인 5명에게 총격을 가해 3명을 숨지게 한 백인 용의자 2명이 8일(현지시간) 붙잡혔다. 경찰은 이들을 대상으로 정확한 범행 동기를 캐고 있다. 털사 경찰 대변인 제이슨 윌링햄은 “용의자 2명을 털사 북부의 한 주택에서 체포해 구속했다.”며 “이들은 1급 살인 3건, 살인기도 2건으로 기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의자는 제이크 잉글랜드(19)와 앨빈 와츠(32)라고 확인했다. 윌링햄은 “이들의 관계와 범행 동기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이들이 체포될 당시 무기소지 여부에 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들을 체포하는 데는 익명의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털사에서 흑인을 대상으로 한 범행은 지난 6일 5건이 한꺼번에 발생하면서 흑인 거주자들이 공포에 떨었다. 이 사건으로 바비 클라크(54) 등 3명이 숨지고, 2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목격자들은 “범인은 흰색 픽업 트럭을 몰고 다니는 백인”이며 “길을 묻기 위해 픽업을 멈춰 세웠다가 총을 쐈다.”고 말했다. 털사 희생자들이 모두 흑인인데 총격을 당한 것으로 밝혀지자 미국 플로리다주의 흑인 고교생 트레이번 마틴(19)과 시카고의 흑인 여성 레키아 보이드(22)가 각각 자경단과 경찰 총에 맞아 숨진 것과 맞물려 ‘인종 범죄’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바짝 긴장한 털사 경찰서장 스티브 오덤은 “경찰 경력 30년 동안 이렇게 좁은 지역에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총격 사건이 일어난 건 처음”이라며 연방수사국(FBI)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미국 최대의 흑인 인권단체인 전국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O) 털사 지회장 워런 블랙니 목사는 “흑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흑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흑인 사회 지도자들은 긴급 회동을 가진 뒤 이 사건이 인종 간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한편 미국 방송사 NBC 뉴스는 마틴을 총으로 살해한 자경단원 조지 지머맨(28)이 경찰과 한 통화 내용을 조작한 담당 PD를 해고했다. NBC 측은 지난달 27일 뉴스 프로그램인 ‘투데이’에서 지머맨이 경찰 상황실 직원과의 통화에서 “그 애는 못된 짓을 하는 애처럼 보인다.”는 통화에 이어 곧바로 “그애는 흑인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편집했다. 경찰이 그에게 “흑인, 백인 또는 히스패닉?”이라고 묻는 부분이 삭제된 채 “그애는 흑인으로 보인다.”는 통화 내용이 방송되면서 ‘인종 범죄’ 논란이 가중됐다고 AP가 전했다. 앞서 NBC 측은 “제작 과정에서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며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여수엑스포 더 가까워졌네

    여수엑스포 더 가까워졌네

    여수세계박람회(엑스포)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전남 여수~순천 간 왕복 4차선 국도가 개통돼 두 지역 간 이동시간이 30분가량 줄어든다. 남해고속도로와 순천~완주 고속도로에서 이 도로를 이용해 곧바로 엑스포장 진입이 가능해 접근성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국토해양부는 오는 12일 여수~순천 간 자동차전용도로의 전 구간 개통식을 갖는다고 8일 밝혔다. 공사는 1999년 12월 착공돼 모두 1조 1122억원이 투입됐다. 38.8㎞ 길이로 여수시 돌산읍 우두리에서 순천시 해룡면 신대리까지 이어진다. 모두 7개 구간이며 익산지방국토관리청과 여수시가 나눠 발주했다. 도로 개통으로 여수와 순천 간 소요시간은 기존 1시간에서 30분으로 단축된다. 기존 여수~순천 간 도로는 중대형 화물차의 빈번한 통행으로 정체와 교통사고가 빈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용도로 개통으로 인근 산업단지를 오가는 트럭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줄어드는 등 기존 도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구간 중 여수와 돌산을 잇는 거북선대교가 돌산대교의 교통량을 분산시켜 교통 여건 개선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통식은 12일 오전 여수 제2산단인터체인지(IC)에서 권도엽 국토부 장관과 박준영 전남도지사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그리스 연금삭감에 국회앞 권총자살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리스의 70대 연금 생활자가 수도 아테네의 국회의사당 앞 신타그마 광장에서 정부의 긴축재정을 비난하며 공개적으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고 있다. 분노한 시민들은 광장 주변에 집결해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였다. 그리스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에서도 벼랑끝에 내몰린 취약 계층의 자살이 잇따르면서 유럽 사회에 짙게 드리운 긴축재정의 그늘을 보여주고 있다. 4일 오전 9시쯤(현지시간) 전직 약사인 디미트리스 크리스툴라스(77)가 국회의사당 건물 수백m 앞에서 권총으로 머리를 쏴 숨졌다고 BBC,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그는 방아쇠를 당기기 전 “자식에게 빚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외쳤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외투 주머니에서 발견된 그의 유서에는 “품위있는 노후를 위해 지난 35년 동안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고 연금을 부었는데 정부가 생존에 대한 모든 희망을 무너뜨렸다.”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구하는 비참한 상황이 되기 전에 마지막 존엄을 지키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다.”는 등 정부에 대한 분노와 막다른 선택을 하게 된 비장한 심정이 적혀 있었다. 20여년 전 은퇴한 뒤 아내, 딸과 함께 살아온 그는 정부의 연금 삭감으로 생활이 쪼들린 데다 개인 부채를 갚지 못해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타스 루란토스 약사협회장은 “그는 기품있는 인물이었다.”면서 “그런 사람을 이 지경까지 몰아간 데 대해 누군가는 답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날 광장에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촛불과 조화가 쌓였고, 재정 위기를 초래한 정부를 비난하는 대자보도 나붙었다. 2000명이 넘는 시민들은 경찰이 막고 있는 국회의사당을 향해 “살인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밤이 되면서 시위는 점점 과격해져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했다. 2010년부터 재정악화를 겪은 그리스는 유로존에서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대량해고와 임금 삭감, 연금 축소 등 혹독한 긴축재정을 펴왔다.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면서 자살률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10년 자살률은 전년보다 18% 늘었다. 특히 지난해 아테네의 자살률은 전년보다 무려 25%나 뛰었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총리를 비롯한 정부와 여당은 유감과 애도의 뜻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수년간 억눌러 온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유로존의 구제금융 지원에 반대하는 소수 정당들은 다음 달 총선을 겨냥해 정부의 긴축재정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편 재정위기에 시달리는 이탈리아에서도 최근 자살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일 시칠리아에 거주하는 78세의 여성이 연금이 월 800유로에서 600유로로 깎인 데 항의하며 3층 아파트 발코니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 일주일 전에는 27세의 모로코 이민자가 넉달간 임금을 받지 못하자 몸에 불을 질러 자살을 시도했다. 마리오 몬티 정부는 그리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2013년까지 균형재정을 목표로 지출 삭감과 노동 개혁에 박차를 가하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야후 2000명 감원 美 최대 포털 굴욕

    최근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미국의 최대 포털사이트 야후가 전 직원의 14%에 해당하는 2000명을 감원한다고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야후는 이번 감원을 통해 연간 3억 7500만 달러(약 423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야후의 대규모 해고는 지난 1월 부임한 스콧 톰슨 최고경영자(CEO)의 구조조정 정책에 따라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다. 현지 외신들은 “향후 해고 인원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구조조정 대상에는 마케팅 부서를 비롯해 뉴 야후 사이트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제작·관리 부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톰슨 CEO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야후는 좀 더 강하고 신속한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라면서 “고객과 산업의 요구에 효율적이고 혁신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핵심사업 역량 강화와 인력·자원 재배치를 추진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야후는 검색사이트 구글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밀려 웹사이트 이용자 수가 감소하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200억 달러에 이르는 야후의 시장가치 대부분이 야후가 소유한 아시아 지역 중소 인터넷 기업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야후 이사회는 경영 부진을 이유로 지난해 9월 캐럴 바츠 CEO를 해고했으며, 지난 1월에는 공동 창업자인 제리 양이 물러났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열린세상] MBC는 어떤 아티스트인가/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열린세상] MBC는 어떤 아티스트인가/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최근에 ‘아티스트’라는 영화를 보았다. 2012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5개 부문에서 수상을 한 이 영화는 무성영화가 유성영화로 넘어가던 시기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무성영화 시대의 최고 흥행 배우였던 조지는 유성영화를 예술로 인정하지 못해 무성영화에 집착하다가 몰락하게 된다. 반면에 우연히 조지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영화에 입문한 신인 여배우 페피는 유성영화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 인기스타로 급부상한다. 최근에 미디어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아티스트의 주인공 조지와 같이 시대에 뒤처져 밀려나는 미디어 기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페피와 같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한 신생 미디어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0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의 대표적인 신문사이지만 신문 판매와 광고 수익이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1년 3월에 온라인 뉴스를 유료화한 페이월 서비스를 선보였으나 가입자는 40만명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런데 2005년에 설립한 블로그 기반의 뉴스 웹사이트인 허핑턴포스트는 시민 저널리즘을 표방하면서 월 방문자 수 3550만명을 기록해 뉴욕타임스의 홈페이지 방문자 수를 추월했다. 허핑턴포스트는 2011년 2월에 아메리칸온라인(AOL)에 3억 5500만 달러에 인수됐고 6세 꼬마가 100세 노익장을 꺾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반스앤드노블은 1300개의 점포를 가진 미국 제1위의 서점 체인이었으나 전자책 시장의 점유율이 2위에 그치면서 수익성이 악화돼 결국 리버티 미디어의 투자를 받아 회생하게 됐다. 반면에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에서 온라인 장터로 그리고 다시 온라인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면서 1800만개에 달하는 영화, TV쇼, 음악, 잡지, 전자책 등의 콘텐츠를 보유한 미디어 생태계의 리더가 됐다. 블록버스터는 20여년간 미국에서 DVD 대여 시장의 1위였으나 2010년 9월에 파산 신청을 했고 최근에는 6500개의 점포 중 1500개를 폐쇄했지만 결국 디시 네트워크(Dish Network)에 인수됐다. 한편 네트플릭스는 온라인 주문과 우편배달을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로 연체료를 없애며 DVD 대여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았고 최근에는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로 사업방식을 다시 바꾸고 있다. 10주차 계속되는 노조의 파업과 이에 대응한 사측의 해고와 징계조치로 진통을 겪고 있는 MBC의 상황을 보면 공영방송의 가치를 수호하고자 하는 노조의 입장이나 정당한 경영권 행사를 주장하는 사장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또 다른 이유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된다. MBC는 공영방송이지만 전체 수익의 70% 이상을 광고에 의존하는 상황 때문에 사실상 상업방송과 차별화하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채널 경쟁력의 하락을 경험해 왔다. 미디어 신뢰도 조사에서도 MBC는 30대 시청자에게서는 가장 높은 신뢰도를 확보했으나 40대 이상은 KBS에, 특히 20대 이하는 NHN에 1위를 내주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다양한 방송 플랫폼이 공존하는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에서 지상파 방송의 직접 수신율이 8.9%(수도권 지역의 직접 수신율은 5% 전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미 방송 플랫폼으로서의 지상파 방송의 역할이 상당히 축소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뉴욕타임스, 반스앤드노블, 블록버스터의 위기를 초래한 미디어 환경변화가 이미 MBC를 강타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회사의 생존을 고민하기보다는 구태의연한 분쟁을 계속하고 있는 MBC 노사는 무성영화에 집착하다가 몰락한 아티스트 조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아티스트’는 성공한 페피가 조지에게 손을 내밀고 조지는 페피의 지원 속에 무성영화의 몸짓과 탭댄스 소리를 결합하는 아이디어로 유성영화에서 재기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MBC가 조지와 같이 극적으로 재기하려면 노사는 공히 아직은 남아 있는 시청자의 애정을 바탕으로 안팎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물론 정체성, 소유구조 등 MBC의 문제는 MBC 혼자만의 힘으로는 풀기 어렵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고 변신은 MBC의 몫이다.
  • 부동산 시장의 두 얼굴

    “매매계약서 써 본지 세 달도 넘은 것 같습니다. 일대 중개업소 대부분이 실장(중개보조인)을 해고하거나 주인이 바뀌었습니다.”(서울 서초구 잠원동 B중개업소 관계자) “시기를 잘 맞춘 덕분인지 아직은 먹고살 만합니다. 수도권에서 손님 찾기가 어려워 부산으로 내려왔는데 이곳에선 수요가 꾸준한 편이지요.”(부산 해운대구 S중개업소 관계자)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지역·주택별 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괴리뿐만 아니라 같은 서울 강남 지역 안에서도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중이다. 중개업자나 이사업체 등의 희비도 함께 엇갈리고 있다. # 강남권… 대치·도곡 썰렁 vs 청담·논현 후끈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봄 부동산 시장의 흐름은 급속한 분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 곳은 중개업소들이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N중개업소 관계자는 “한창 재개발이다 뉴타운이다 하면서 지분 장사를 하는 부동산들이 우후죽순 늘었지만 영업하는 곳은 몇 안 된다.”면서 “벌어놓은 돈으로 겨우 먹고살고 있다.”고 말했다. 강화된 재건축 규제와 비싼 가격 때문에 재건축 단지 거래가 급격히 위축된 강남권 중개업소들도 마찬가지다. 한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는 “수년 전만 해도 중개업소마다 3곳 이상의 정보업체 체인에 가입했으나 요즘은 1곳도 가입하지 않은 곳이 수두룩하다.”며 “한 달 10만원의 가맹비도 부담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면 부산이나 대전의 일부 중개업소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부산 서구의 K중개업소 측은 “당분간 지방의 신규 단지만 따라다닐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원룸, 도시형생활주택 전문 중개업소들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소형주택의 전·월세 계약은 1년 단위인 데다 계약도 빈번해 인터넷을 통한 영업만으로도 고객이 충분히 모인다.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인 서울 강남 주택시장에서도 이 같은 양극화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기존 집값이 하락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신규 분양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는 상태다. 또 초고층 주상복합이 찬밥 신세로 전락한 반면 저층 단독주택은 다시 각광받는다. 침체에 빠진 주택시장과 달리 오피스시장은 최고의 호황기에 근접했다. 지역별로도 대치·도곡·개포지구는 쇠퇴한 반면 청담·압구정·논현·신사·삼성지구는 대접받는 분위기다. # 착한 분양가 속출… 주변 시세보다 10% 싸게 분양 강남이 이렇다 보니 서울과 수도권에선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아예 ‘착한 분양가’ 아파트가 대세를 이룬다. 실수요 위주의 시장 재편으로, 새 아파트 분양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10% 이상 싼 곳도 나왔다. 예컨대 마포구 용강2구역 재개발 아파트인 래미안 마포 리버웰은 3.3㎡당 분양가가 2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인근 래미안 공덕5차의 3.3㎡당 매매가가 2200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200만원가량 싸게 책정됐다. 은평구 응암3구역 재개발 아파트인 녹번역 센트레빌도 3.3㎡당 분양가가 1300만원대로 인근 백련산 힐스테이트의 3.3㎡당 매매가 1450만원에 비해 150만원가량 싸다. 반면 도시형생활주택은 공급이 급증하면서 건설사 간 각축장으로 돌변했다. 분양가도 점차 오르는 추세다. 역세권 등 입지를 강조하던 것에서 벗어나 브랜드화된 고급주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대문구 대현동의 GS건설 자이엘라는 테라스·와이드·콤팩트 타입 등으로 나뉘어 공급됐고,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의 한라건설 비발디 스튜디오도 지역 내 고급형 도시형생활주택을 지향해 지어졌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건설사별 특화기술과 첨단시설이 브랜드형 소형단지에 투입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흐름은 시장 전환기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저금리·고령화시대의 도래로 투자 및 주거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변화는 상당 기간 구조적으로 진행되면서 서울시나 정부의 주택정책과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채훈식 부동산1번지 실장은 “지방과 수도권, 소형과 대형, 아파트와 비아파트 간에 3대 주택 양극화 현상을 기반으로 세분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日걸그룹 멤버 대거 퇴출 ‘팬과 연락해서 라는데’

    日걸그룹 멤버 대거 퇴출 ‘팬과 연락해서 라는데’

    일본의 인기 걸그룹 멤버들이 팬과 사적으로 교제한 사실이 발각돼 단체 퇴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9일 일본 산케이 스포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이돌 그룹 아리스쥬방(앨리스10번)의 멤버 우테나 마리에(24), 아야세 아미(20), 스즈키 마미(17)는 팬과 개인적으로 교제해 소속사에서 해고됐으며 다른 멤버 카메다 레오나(18)는 근신 처분을 받았다. 국내 상황으로 볼때 다소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본 연예계는 사생활에서 특히 엄격하다고. 소속사 측에 따르면 처분을 받은 멤버들은 공식 SNS 외에 다른 계정을 개설해 팬과 사적으로 연락해 왔고 연락처를 교환해 계속 교류해 왔다. 소속사 관계자는 일본 언론에 “회사 계약 조건에는 SNS로의 다이렉트 메세지(1대1 연락) 금지와 공식 SNS 이외에 타 계정 개설 금지 조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미성년자인 멤버들은 보호자와 성인인 경우는 본인과 상담을 통해 해고와 근신이라는 처분이 결정됐다. 또 이전에도 같은 소속사 멤버가 팬과 사적으로 만나다가 발각돼 해고됐기 때문에 소속사 측은 “소속사의 관리 부족 외에 말할 입장이 아니다. 정말 죄송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들 멤버들은 다음달 5일 TV아사히 프로그램 ‘뮤직 TV’을 통해 생방송으로 사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사진=공식 홈페이지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아파도 부당해도 잘릴까봐 쉬지도 못해… 관리자에 뒷돈도

    아파도 부당해도 잘릴까봐 쉬지도 못해… 관리자에 뒷돈도

    노인들이 다시 노동시장에 뛰어들어 주로 찾게 되는 일자리는 제한적이다. 남성은 대체로 경비·주차관리, 여성은 청소·가사도우미·베이비시터 등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고령자 취업 알선센터에서 소개해주는 일자리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루 7~8시간을 일해도 월급은 100만원 내외에 그칠 만큼 노동조건이 좋지 않다. 서울의 한 고령자취업알선센터 측은 “고령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종은 한계가 있다.”면서 “지자체에서 노인 일자리를 만들고 있지만, 노동시장에서는 노인들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더 나은 근로조건을 원해도 나이가 걸림돌이다. 정년을 1년이라도 더 보장받으려는 과정에서 보다 나은 근로조건을 포기하는 것이다. 대학의 청소 노동자들은 65~70세가 정년인데, 일부 대학에서는 정년을 보장받는 대신 임금을 동결하는 식으로 단체교섭을 벌이고 있다. 고려대에서 청소 일을 하는 윤명순(64·여)씨는 “70세까지만 정년이 보장돼도 가슴이 안 벌렁거린다고들 한다.”고 털어놓았다. 노인들은 그나마 해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친다. 쇠약한 몸을 이끌고 일을 하다 보면 몸이 성할 날이 없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아프다고 휴가를 내지도 못한 채 참고 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경기도의 한 자활회사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는 이모(54·여)씨는 “함께 일하는 동료 중 허리가 아파도 해고가 두려워 꾹 참고 일했던 언니가 있는데, 쉬지도 못하고 일하다 허리디스크를 얻고 결국 해고당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뒷돈’을 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지하철의 한 청소노동자는 “지하철에서 청소 일을 하는 노인들 사이에서는 재활용품을 수집해 번 돈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고용주 측인 청소용역회사 관리자 및 관계자들에게 대접하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일터에서 부적절한 대우를 받아도 문제 제기보다 참고 일해야 하는 처지다. 목소리를 높였다가 해고당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한선 지부장은 “부당한 일을 당한 노인들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도 대부분 그저 웃기만 한다.”면서 “대부분이 쫓겨나지 않으려면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신들을 ‘막장’이라고 여기는 노인들의 자포자기 자세도 근로 조건의 개선을 막는 데 한몫하고 있다. 김미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노인들은 민주노총에 전화를 걸어와도 해결을 해달라 하지 않고 푸념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신이 겪은 문제를 밖으로 꺼내는 것 자체를 비참하게 생각하고 신세 한탄만 할 뿐 문제 삼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노동조합의 보호망에서도 소외돼 있다. 고용노동부의 ‘2010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30~99명 사업장의 2.4%, 30인 미만 사업장의 0.1%만 노조가 조직돼 있으며 비정규직 노조 조직률은 2010년 1.9%에서 지난해 1.7%로 줄었다.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노인 일자리는 대부분 영세업체이거나 비정규직 일자리라는 점에서 보호해 줄 노조도 거의 없다.”면서 “부당한 일을 겪어도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소라·명희진·배경헌기자 mhj46@seoul.co.kr
  • 이범수 “샐러리맨이 루저? 진정한 승자!…내가 봐도 연기에 물올랐죠”

    이범수 “샐러리맨이 루저? 진정한 승자!…내가 봐도 연기에 물올랐죠”

    올해로 연기 경력 22년째인 배우 이범수(42). 그는 이제서야 진짜 연기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고 말한다.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그는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이런 달라진 모습은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나 새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에 그대로 묻어난다. 지난 2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범수를 만났다.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샐러리맨의 애환을 보여주며 코믹 연기의 정점을 찍었는데. -작가와 감독님이 장을 펼쳐준 것도 있지만, ‘시원하게 연기 한번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유방은 무조건 찧고 까부는 인물이 아니라 그 속에 진정성이 있고, 멜로도 있고 남자다움도 있는 캐릭터였다. 배우도 내 연기가 성장하고 생명력을 가지고 사람들을 움직인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이번이 그런 경우였다. 제 스스로도 내심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시체가 돌아왔다’에서는 부당해고를 당해 근무하던 회사 대표의 시신을 훔쳐야 하는 상황에 처한 인물을 연기했다. 뭔가 억울하거나 사연 있는 샐러리맨이나 소시민 역할을 자주 맡는 것 같다. -평범한 사람들이 성공하는 인생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이번 드라마의 주제이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 사회의 주축이 되는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얼핏 보면 루저같고 하찮아 보이지만, 그 사람들이 진정한 승자라고 생각한다. →한동안 드라마 ‘자이언트’나 ‘온에어’ 등 선 굵은 정극 연기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는데, 다시 코미디 장르로 돌아온 것인가. -다소 가벼운 이미지로 제한되고, 역할이 국한되는 것이 싫어서 코미디가 아닌 다른 장르에 실컷 도전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다시 경쾌한 코미디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학창 시절부터 배우는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로 소모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이를 실천에 옮긴 것뿐이다. 미식가는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흔히 코미디 장르를 쉽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말장난에 머무는 대본의 경우의 이야기고 제대로 된 대본을 만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코미디로 이름을 알렸지만, 호러나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는데. -보통의 남자 배우들은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해 힘이 붙고 맷집이 생기면 남성미가 넘치는 캐릭터를 하다가 나중에 힘을 빼고 코미디에 도전하는 것이 일종의 공식처럼 돼 있다. 하지만, 나는 그 공식과 반대로 가고 있다. 때문에 주변에서 선례가 없는 희한한 경우라고 이야기해 주신다. 앞으로 스릴러나 사이코 패스 등 다양한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 특히 사극은 내가 가장 아끼고 있는 카드다. 연극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성량에는 특히 자신이 있다. 사극에서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결혼하고 연기자로서 달라진 점이 있나. -이제서야 연기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처음에 신혼 생활이 너무 편하다 보니 현실에 안주하다 보면 긴장이 풀어지고 배우로서 야생의 살아 있는 눈빛을 잃으면 어떡할까 걱정을 많이 했다. 그만큼 무의식적으로 느슨해지는 것을 경계했는데, 1년이 지나서 아빠가 되고 오히려 촉촉한 감성을 얻었다. 이제는 연기할 때마다 오만 가지의 감정이 느껴지고, 감성이 착착 달라붙는 것을 느낀다. →확실히 이전보다 훨씬 유연해지고 여유가 생긴 것 같다. -결혼을 통해서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한살짜리 딸을 보면서 젊은 시절의 부모님을 떠올리고, 아이를 잘 키워야겠다고 다짐하면서 할아버지가 된 내 모습을 생각해본다. 예전에는 좀 투박하고 아웅다웅하면서 살았다면 결혼 이후에 확실히 삶에 대한 여유가 생겼다. 연기는 인생에 대한 자세가 묻어나기 때문에 연기도 훨씬 깊고 부드러워지고 풍부해진 것 같다. →‘시체가 돌아왔다’는 시체를 둘러싸고 속고 속이는 상황이 주는 재미가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내가 맡은 현철은 양 옆의 진오(류승범)나 동화(김옥빈)와 비교하면 정상적이고 평이한 인물이다. 과거에 자극적인 캐릭터로 연기를 진하게 해왔던 나로서는 묻혀버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도 됐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진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어떻게 존재감을 발휘하고 두각을 나타낼 것인가.’ 하는 흥미로운 과제가 던져졌다. 이것을 꼭 풀고 싶었다. 축구에 비유하면 그동안 내가 주로 골을 넣는 공격수였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골 배급을 조율하고 패스를 하는 역할이었다. 이범수가 공수를 조절하는 성숙한 플레이를 보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개성파 연기자 류승범과 김옥빈과의 작업은 어땠나. -나까지 튀면 안 되기 때문에 극의 중심을 잡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했다. 그만큼 내가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다른 연기자들과 맞붙는 연기에서도 불편함을 못 느꼈다. 류승범은 생동감 있고 살아 있는 좋은 배우다. 김옥빈은 말수도 없고, 차분하다. 생각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배우 오디션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의 멘토로도 출연했는데, 될성 싶은 배우는 처음부터 눈에 띄나. -될 성 싶은 배우다, 아니다를 성급하게 말하고 싶지 않다. 물론 처음부터 끼가 있고 순발력이 있는 친구들도 있지만, 늦게 발동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에너지나 파워가 나중에 눈에 띄는 경우가 있다. 배우는 인생을 바라보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이다. 연극판에서 시작해 직접 오디션을 보러 뛰어다니며 단역부터 차곡차곡 내공을 쌓아온 이범수. 그는 “배우 생활을 100m 달리기에 비유하면 저 멀리 주차장 밖에서 뛰어와 이제 50m를 지난 것 같다.”고 했다. 장인정신을 갖고 책임감 있게 연기하는 송강호, 최민식, 김윤석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과 언젠가 한 앵글에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이범수.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리가 있다고 믿는다는 그의 자리도 그 어디쯤 아닐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탈북자 ‘친정아빠’ 된 경찰관

    탈북자 ‘친정아빠’ 된 경찰관

    지난 24일 인천 남구 주안동의 한 예식장. 마흔일곱의 신부가 웨딩마치에 맞춰 조심스레 걸음을 뗐다. 이갑희(57·인천 삼산경찰서 보안계장) 경위가 손을 잡고 길을 인도했다. 탈북자인 신부 이씨와 이 경위가 인연을 맺은 것은 2008년. 보안 업무를 담당하던 이 경위가 중국과 베트남·캄보디아를 거쳐 어렵게 한국에 온 이씨의 신변 보호를 맡게 되면서부터다. ●위궤양 치료 도우며 쌀·생필품 지원 그때부터 이 경위가 이씨를 보살피면서 둘은 부녀처럼 지냈다. 탈북 후 수없이 끼니를 거르고, 숱한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살아온 이씨가 위궤양으로 고생할 때도 이 경위는 무료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다니며 치료를 도왔다. 명절이나 행사 때 들어오는 쌀과 생필품을 따로 챙겼다가 이씨 집에 슬쩍 놓고 가기도 했다. 이 경위는 “식사가 불규칙하고, 신변 위협의 스트레스 때문에 위장병을 앓는 탈북자들이 많다.”면서 “이씨 역시 건강이 안 좋아 고생하는 것을 지켜보는 게 가장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식당에서 일하던 이씨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알고 먼저 달려간 것도 그였다. 이 경위는 “스푼(수저)이나 ‘와리바시’를 갖다 달라는 손님들의 말을 이씨가 못 알아듣자 불친절하다며 해고하려는 식당 주인을 설득하기도 했다.”며 씁쓸해했다. 연평도 포격 등 북한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불안해하는 이씨를 다독이며 의지처가 돼 주기도 했다. 이씨는 그런 이 경위를 마치 친정아버지라도 되는 양 따르며 의지했다. 이번에도 이씨는 “평소 아버지처럼 대해 주신 만큼 이번에도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가 달라.”고 부탁했다. 처음엔 멋쩍어하며 사양하던 이 경위도 결국 이씨의 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친딸 시집 가는 것처럼 기쁘고 뿌듯” 이 경위의 주선으로 삼산경찰서 보안협력위원회 위원들도 하객으로 참석해 가족석을 지켰으며 직원들이 모은 축의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씨와 시어머니는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경위는 “탈북자가 아닌 딸이 시집 가는 것처럼 기쁘고 훈훈하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직업적 책임감 이상의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100세시대…노인들이 울고 있다] 늙어 일하기도 서러운데…

    [100세시대…노인들이 울고 있다] 늙어 일하기도 서러운데…

    현재 학원 운전기사인 강모(76)씨는 지난해 3월까지 1년 동안 서울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셔틀버스를 몰았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면서 100만원을 받았다. ‘일할 수 있을 때 하자.’는 생각에 만족했다. 그러나 센터 측의 일방적인 요구로 일을 그만두게 된 강씨는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센터는 “원래 퇴직금이 나오지 않는다.”고만 설명했다. 강씨는 함께 일하던 다른 노인들도 퇴직금을 받지 못한 채 그만두거나, 4대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채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최근 전국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노인들이 법을 알겠느냐는 생각으로 마땅히 줘야 할 보수를 주지 않고 있었다.”면서 “퇴직금을 못 받는 건 참아도 노인이라고 막 대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저임금 시달리다 퇴직금도 못받고 쫓겨나 이른바 ‘100세 시대’를 맞아 일하는 노인이 늘고 있지만 임금 체불, 부당해고 등 부당한 처우를 받는 노인들도 급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노인들이 고용노동청에 제기한 진정은 지난 2007년 6941건에서 2011년 1만 266건으로 무려 47.9%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진정 건수가 26만여건에서 30만여건으로 늘어난 것에 비하면 노인들의 진정 건수는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 확연하다. 연령상 고용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은 고령자를 만 55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55~60세에 은퇴한 뒤에도 자녀들 뒷바라지로 제대로 준비가 안 된 노후를 위해, 또는 자아실현이나 건강을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게 현실이다. 지난달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65~69세 노인 고용률은 2010년 기준 40.8%로 아이슬란드의 48.0%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그만큼 일하는 노인이 많은 것이다. ●노후 미비로 65~69세 근로 OECD 2위 노인들의 진정 건수는 일자리가 그만큼 열악하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50대 중반을 넘으면 정규직 일자리를 잃게 되는데, 은퇴 후 노동시장에 나왔을 때 주어지는 일자리는 거의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라고 말했다. 김미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사회 전반적으로 시간제·하청·파견 등 근로여건이 나쁜 일자리가 늘어난 결과이며, 노인들의 경우 특히 이런 일자리밖에 없어 불만이 늘어난 것”이라면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 뒤 다시 노동시장에 진출하면서 열악한 일자리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조계사에 한반도 평화기원 ‘1000일의 등불’ 밝힌다

    조계사에 한반도 평화기원 ‘1000일의 등불’ 밝힌다

    28일은 한국불교 맏형 격인 대한불교 조계종의 제13대 종정 진제 스님 추대식이 있는 날. 이날을 기해 ‘한국불교 1번지’ 조계사에 ‘꺼지지 않는 생명평화의 등불’이 밝혀진다.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결사본부·본부장 도법 스님)는 28일 오후 3시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민족화해, 평화통일 한반도 생명평화 공동체 실현을 위한 1000일 정진결사’(1000일 결사)를 시작한다. ‘1000일 결사’는 조계종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행, 문화, 생명, 평화, 나눔의 5대 결사를 현실 속에서 구현하자는 행사. ▲생명평화 1000일 정진(1000일 기도) ▲사부대중 야단법석 ▲시민초청 무차대회 등으로 나뉘어 오는 2014년 12월 22일까지 1000일간 계속되는 거대 불사(佛事)이다. ‘1000일 결사’는 진제 스님 추대식 직후 곧바로 시작될 예정이다. 종정 추대식이 끝난 뒤 진제 스님이 조계사 대웅전과 일주문 옆에 마련된 정진단에 1000일 정진등을 켜는 ‘생명평화 1000일 정진’ 입재식으로 1000일 결사는 시작된다. 이 정진등은 1000일 정진을 마치는 날까지 불을 밝히며 자성과 쇄신 결사에 담긴 뜻을 온 사회에 알리는 상징의 불꽃인 셈이다. 결사는 출·재가 종무원과 시민단체 활동가, 신자들과 일반시민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 매일 24시간 릴레이 기도방식으로 진행될 예정. 첫날엔 최근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강정마을 고권일 대책위원장이 첫 번째 기도를 시작해 김정우 쌍용차해고자 대책위원장, 통일운동가 백기완씨가 바통을 이어받아 기도에 참여한다. 개신교 김진해 목사와 천주교 김정일 신부, 원불교 이성심 교무 등 이웃 종교 성직자들과 농민·청년·다문화가족 대표자들도 각각 1시간씩 차례로 정진에 참여한다. ‘1000일 기도’에는 한 사람이 1시간 기도하는 것을 기본으로 몇 사람이 함께 또는 몇 시간 정진하거나, 1주일 또는 한달에 여러 번 참석하는 형식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기도가 끝나는 2014년 12월 22일까지 1000일간 연인원 2만 4000명이 동참할 것으로 결사본부 측은 예산하고 있다. ‘1000일 정진’의 참여를 원하는 개인과 단체는 조계종 결사본부 전화(02-2011-1928)나 이메일(1000day@buddhism.or.kr)로 신청할 수 있다. 릴레이 기도와 함께 이어질 ‘사부대중 야단법석’과 ‘시민초청 무차대회’는 지금 우리 사회와 불교가 안고 있는 주요 문제를 대중들과 함께 고민하고 풀어보는 소통의 자리. 5월 중 처음 여는 ‘사부대중 야단법석’에선 불교에 대한 궁금증이며 사회적 의제에 대해 스님과 시민, 신자들이 한자리에서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모색하게 된다. 이와 함께 ‘시민초청 무차대회’는 각계각층의 시민을 부처로 모셔 음식을 대접하고 아픔을 공유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결사본부는 “1000일 정진과 야단법석, 무차대회를 통해 한국불교 1번지인 조계사가 시대와 함께 호흡하면서 뭇생명의 아픔을 공유하고 치유하는 생명평화의 도량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이란 지급불능에 수출대금 밀려… 부메랑 맞은 美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에 이란 기업들이 수출대금 380만 달러(약 43억원)를 못 갚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한 원자재 업체 대표 프레드 해링턴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란 기업에서 받아야 할 수출대금이 밀리면서 그는 지난달 직원 7명 가운데 3명을 해고해야 했다. 해링턴은 지난달 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는 사실상 우리 사업의 씨를 말리는 것”이라는 탄원서까지 보냈다. 그는 “이란 제재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미국과 유럽은 제재 착수단계부터 자국 기업의 피해를 고려했어야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틀어쥐기 위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이란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경고음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3위 제약회사인 ‘메르크앤코’부터 해링턴의 회사와 같은 1인 기업체까지 미국 기업들이 이란에 수출한 의약품이며 기저귀 등 제품 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미 재무부의 인도주의적 수출 허가를 받아 이란과 거래하는 이 기업들의 자금난은 결국 이란의 목줄을 겨눈 미국의 칼날이 자국 기업의 피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란 기업들의 지급불능 상태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단행한 금융 제재가 얼마나 효과를 내고 있는지 보여 주는 증거라고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생필품 수급마저 어려워지면서 제재 조치가 이란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지도부와 그들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미국의 주장은 힘을 잃고 있다. 통상법 전문 변호사들은 특히 미국 정부가 지난 1월 23일 이란 3위 은행인 테자라트까지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면서 합법적인 거래가 사실상 맥이 끊겼다고 지적한다.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더글러스 제이콥슨은 “테자라트은행에 대한 제재가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면서 “정부는 한쪽에선 ‘제품을 팔라’며 수출 허가를 내주고 있지만 사실은 ‘돈은 못 받을 거다’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고객인 한 제약회사가 테자라트은행까지 제재 명단에 포함되면서 수십만 달러의 피해를 봤으며 다른 제약회사들도 돈을 못 받자 의약품 수출을 이미 중단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재무부 관계자는 “이란에 대한 인도주의적 수출에 대한 방침은 변한 게 없다.”면서도 미국 기업이 수출대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지난해 미국은 이란에 2억 2950만 달러의 제품을 수출했다. 민생고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서방과의 정면 대결을 거듭 다짐했다. 이날 이란의 설 명절인 누루즈를 맞아 연례 TV연설을 가진 하메네이는 “우리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도 않고 만들 생각도 없다.”면서도 “미국이든 이스라엘이든 적들의 공격에 직면하면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그들의 공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SNS 특허전쟁

    정보기술(IT)업체 간 ‘특허전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계에서도 시작됐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모토로라 등 스마트폰·태블릿PC 업체와 첨단기술 업체 간에 이미 치열한 특허전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인터넷 포털업체 야후가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SNS 업체 페이스북을 제소함으로써 ‘포문’을 열었다. 야후는 1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법원에 웹 광고와 메시지 서비스 등 10개 이상의 특허권을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로 페이스북을 제소했다고 로이터통신과 미 뉴욕타임스(NYT) 등이 13일 보도했다. 야후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안타깝게도 페이스북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 연방법원에 배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번 특허소송에서 승소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야후의 특허 소송은 페이스북이 기업공개(IPO)를 하겠다고 미 증권거래소(SEC)에 신청서류를 제출한 지 6주도 안 돼 나왔다. IPO로 페이스북의 주식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거래되면 페이스북의 가치는 최대 1000억 달러(약 11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소셜미디어 업계 전문가들이 추정했다. 야후는 지난 2004년에도 세계 최대 검색업체 구글이 IPO를 추진할 때 구글에 특허침해 배상을 요구해 IPO 9일 전에 2억 달러 규모의 지분 270여만주를 받은 적이 있다. 조너선 소 페이스북 대변인은 “야후의 특허소송 제기를 언론을 통해 알았다.”며 “페이스북의 오랜 사업 동반자이자 페이스북과 연계해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야후가 소송을 제기한 것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허권 논의가 단지 몇 번의 전화통화를 통해서만 이뤄진 데 대해 실망하고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분야의 개척자인 야후는 최근 몇년간 수익이 급속히 감소한 반면, 페이스북과 구글 등 경쟁업체는 스마트폰 기기의 발달로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지난해 9월 해고된 캐럴 바츠 대신 스콧 톰슨 전 페이팔 대표를 지난 1월 임명하는 등 곤경에 처한 야후가 경영상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특허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야후와 페이스북은 지난달부터 광고와 개인정보 보호, 메시지 서비스 등과 관련된 기술 10~20건에 대한 특허 사용료 문제로 분쟁을 벌여 왔다. 두 업체는 지난달 27일 회의를 갖고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하자 야후는 페이스북이 특허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을 경우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일상서 건진 깨알같은 詩心 …편협한 시인, 사랑을 말하다

    일상서 건진 깨알같은 詩心 …편협한 시인, 사랑을 말하다

    세밑에 식구들과 오골계 백숙을 먹으면서 ‘오골계 자그만 몸을 젓가락으로 벌리는데 엄마야, 노란 알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조금씩 말줄임표처럼 사라지는 중인 것 같은 알들이 오오오오오’라고 감탄하는 시인 김선우는 ‘몸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푹 삶아진 알들을 식구들끼리 골고루 나눠 먹은 후 날지 못하는 가금류 두 발로 뛰어다니는 새의 비상에 대해 생각’하고 ‘위험해 위험해’(‘다만, 오골계 백숙 먹기’ 중) 하고 외쳐댄다. 지난 5년간 소설가로 외도하던 김선우(42)가 5년 만에 시집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창비 펴냄)를 최근 펴냈다. 네 번째 시집으로, 2008년부터 문예지 등에 기고했던 시 90여편 중 속이 꽉 찬 토란 같은 시 55편을 골라 실었다. 시집 제목에서 ‘혁명’을 운운하지만, 그는 무심하게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일상에서 깨알 같은 시심을 발굴해냈다. 이를테면 가을 고구마를 수확하면서 ‘척박한 땅이어서 더욱 단단해진/비구상(非具象)의 슬픔/할 말이 너무 많아 입을 꾹 닫은 심장 같다’면서 ‘너는 좀 넓은 데서 숨쉬라고 가만히 뱉어놓은,//주먹만 한 자줏빛 심장들이/그렇게 밭 하나를 이룬 것 같다’(‘옆-고구마밭에서’ 중)고 쫑알댄다. 자주색 고구마에서 ‘여리고 따뜻한 누군가의 목숨줄’을 떠올린 것이다. ‘거지 같다구 사는 게’라고 투덜대면서 약수터로 올라가는 길에 ‘사흘째 잠에서 깨지 않은 채 딱딱해진 그를 나흘째 경찰이 와 마대자루에 담아갔다’(‘눈많은그늘나비’ 중)는 잊고 싶은 사실을 기억해 기록해 놓기도 한다. 글쟁이란 늘 백수이기가 십상이라서 20대 백수에게도 ‘바다풀 시집’을 통해 동질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가장 최근에 쓴 시이자 표제시로 삼은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도 김선우에게는 ‘2011년’의 일상을 기억하는 방식일 뿐이다. 김선우처럼 어떤 사람들에게 2011년은 ‘김진숙’과 ‘희망버스’라는 고유명사로 기억되기도 한다. 김진숙은 한진중공업 노동자의 해고를 반대하며 300일 넘게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했던 여성. 또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전국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쇄도했다. ‘그 풍경을 나는 이렇게 읽었다/신을 만들 시간이 없었으므로 우리는 서로를 의지했다’라거나, ‘흔들리는 계절들의 성장을 나는 이렇게 읽었다/사랑합니다 그 길밖에’라든지, ‘두근거리는 심장이 뾰족한 흰 싹을 공기 중으로 내밀었다/나는 들었다 처음과 같이/지금 마주본 우리가 서로의 신입니다/나의 혁명은 지금 여기서 이렇게’라고 서술하고 있다. 니체처럼 신이 죽었다고 하지 않고, 우리가 서로에게 신이므로, 사랑한다고 해버린 것이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신조어도 내놓았다. ‘사생어른’. 생각이 많다는 것이냐? 사색적이라는 것이냐? 자문자답했지만, 시집 끝에 달린 평론가 최현식이 해답을 줬다. 결혼제도 밖에서 낳은 아이들에게 낙인 찍는 ‘사생아’와 기원을 같이하는 신조어였다. 주류가 꽉잡고 있는 세상에 거부당하고 손가락질당하는 어른, 사생어른. 문단에서도, 독자로부터도 상당한 사랑을 받고 있는 김선우가 자신을 사생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달방’이란 표현에서는 운치 있는 이름이라 보름달처럼 환해지다가, ‘월셋방’이 떠오르자마자 마음이 침침해졌다. 시집을 내놓고도 마케팅에 신경쓰지 않고, 있는 곳도 가르쳐 주지 않고 지방에서 버티는 ‘인기 시인’ 김선우와 전화로 몇 마디를 나눴다. 55편 중 한 편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김선우는 “단 한편도 버릴 수 없다.”며 55편 모두를 꼭 끌어안았다. 시들은 모두 다른 운명을 지닐 것이므로, 시인은 그저 자식을 낳아 놓고 잘 성장하길 희망하는 어미처럼 기다릴 뿐이란다. 다만 김선우는 “이번 시집은 명랑하고 다른 한편으로 처절한 연애시집인 만큼, 사랑으로 읽어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는 것이 어디 처절하거나, 명랑하기만 하겠나. 뒤섞여 있는 것이지라는 생각이다. 시를 써서 개인적인 구원을 얻고, 소설을 써서 사회적 관계성을 획득해 나간다는 양다리의 김선우는 ‘편협한 사랑이 용서되는 시인으로 남기로 한다.’는 선언도 한다. 그는 소통을 이야기하며 불통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일침을 놓았다. ‘ㄱ과 ㄴ이 모여 ㄷ의 안부를 얘기한다/ㄱ과 ㄴ과 ㄷ이 모여 ㄹ의 안부를 얘기한다/ㄱ과 ㄴ과 ㄷ과 ㄹ이 모여 ㅁ의 안부를 얘기한다/(중략)/서로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오늘의 개더링’ 중). 소통합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작년 폐업·구조조정 퇴직 100만명 넘었다

    지난해 회사 폐업 및 도산, 구조조정, 기타 회사 사정 등으로 퇴직했던 상시근로자가 100만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를 뜻하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퇴직’(10만 2000명)도 전년 대비 30% 늘어나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섰다.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을 상실한 사람 중 비자발적 사유로 인한 사람은 전체의 39.6%인 213만 5000명으로 집계됐다. 고용보험은 상시근로자(상용+임시)의 취업동향을 보여주며, 고용보험 비자발적 상실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해 경기가 살아나지 못한 가운데 특히 건설경기가 부진에 빠지면서 폐업·도산업체가 양산됐기 때문이다. 고용보험 비자발적 상실자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질병이나 부상, 계약기간 만료 등에 따른 상실자는 감소한 반면 회사의 폐업 및 도산, 구조조정 및 정리해고 등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어쩔 수 없이’ 자격을 상실한 경우가 크게 늘어났다. ‘폐업, 도산, 공사중단’ 등으로 소속 회사가 아예 문을 닫아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을 상실한 근로자 역시 전년 대비 5.6% 증가한 21만 6000명에 달했다. 여기에 ‘기타 회사사정에 의한 비자발적 퇴직’은 2.3% 늘어난 72만 8000명으로 집계됐다. 계속 일을 하고 싶지만 회사가 경영이 어려워 문을 닫거나 구조조정 등을 실시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이가 100만명을 넘은 셈이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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