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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의 콜텍 막으려면 정리해고 제도 폐기해야”

    “제2의 콜텍 막으려면 정리해고 제도 폐기해야”

    투쟁 기간 최고·최악의 순간 모두 법원 부당해고 판결 뒤집은 양승태 대법원 사법 거래로 노동자들 거리로 내몰아“제2의 콜텍이 없으려면 정리해고 제도를 폐기해야 합니다.” 13년간 이어진 복직 투쟁을 마무리한 이인근(54) 금속노조 콜텍 지회장은 2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를 빌미로 행해지는 노동 탄압이 더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정리해고로 고통받는 노동자가 없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과 임재춘, 김경봉 조합원은 이날 합의에 따라 다음달 2일부터 콜텍으로 복직한다. 한 달간의 명예복직이지만 최장기 복직 투쟁을 승리로 이끈 것은 분명하다. 이 지회장은 정리해고의 부당함과 다른 해고자들에 대한 미안함을 먼저 전했다. 그는 “정리해고가 정말로 필요한지 정치권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더 나아간 합의안을 이끌어내지 못해 다른 사업장의 해고자 동지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노조는 협상 초반 복직 6개월 뒤 퇴직을 요구했으나, 결국 1개월 뒤 퇴직에 합의했다. 단식 중이던 임 조합원의 건강이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13년 투쟁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과 절망했던 순간은 모두 법원에서 있었다. 2009년 고등법원이 부당해고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을 때가 가장 기쁜 날이다. 반면 2012년 대법원이 고법 판결을 뒤집던 날이 가장 아팠다고 한다. 이 지회장은 “사법거래에 이용된 부당한 판결 하나로 노동자들이 13년간 거리로 내몰렸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1998년 콜텍에 입사한 뒤 노조 설립 직후인 2006년 4월부터 지회장을 맡아 왔다. 노조가 없던 시절, 콜텍 노동자들은 10년 넘게 일해도 일급은 2만 5000원에 불과했다. 모든 노동자의 임금이 비밀에 부쳐졌고, 여성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심했다. 이 지회장이 회사와 싸우기 시작하자 콜텍 대전공장 노동자 67명 전부가 노조에 가입해 함께 싸웠다. 승리의 동력은 이 지회장과 마지막 남은 두 조합원의 헌신, 그리고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연대였다. 해외 음악인들의 지지 선언, 콜텍이 OEM으로 생산한 유명 브랜드 기타에 대한 보이콧 등도 이어져 사측을 압박했다. 한편 이날 42일간의 단식을 끝낸 임 조합원은 “시민들의 연대로 13년 만에 해결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당장 병원에 가야 할 상황이지만 23일 조인식까지 보고 가겠다고 했다. 임 조합원은 “딸들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고 말했다. 13년 전 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이었던 딸들은 이제 사회인이 됐다. 임 조합원은 “해고된 노동자들의 말을 들어 보지도 않고 싫어하는 분위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거리서 백발이 된 노동자 “해고자로 정년 맞을 수 없었다”

    거리서 백발이 된 노동자 “해고자로 정년 맞을 수 없었다”

    2007년 공장 해외 이전하며 해고 시작 고공농성 등 강경투쟁에도 복직 못해 파인텍 등 해결… 사측에 사회적 압박 정년 앞둔 노조원들과 극적 합의 이뤄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린 기타 업체 직원들이 회사로 돌아가는 데 꼬박 13년이 걸렸다. 40대였던 노조 조합원들은 어느덧 정년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콜텍 노동자들은 22일 사측과 복직안 등에 합의하며 투쟁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국내 최장기 노사분쟁 사업장이 된 콜텍 사태는 2007년 시작됐다. 악기업체 콜트는 인천에서 전자기타를 만드는 콜트악기와 대전에서 통기타를 만드는 콜텍 등 공장 2개를 두고 있었다. 한때 세계 기타 시장의 30%를 점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콜트는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국내 공장을 인도네시아,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인천 콜트 공장의 노동자 3분의1을 정리해고했고 대전 콜텍도 휴업하겠다며 공장을 폐쇄하고 노동자 67명을 내보냈다. 사측은 그해 당기순이익이 적자라는 이유를 들며 “경영상 긴박한 사유가 있어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콜텍의 부채 비율이 동종업계보다 낮아 재무구조가 탄탄한데 사측이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노동자를 내몰았다고 맞섰다. 노조는 2008년 30일간 한강 망원지구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등 강경 투쟁을 벌였지만 복직은 이뤄지지 않았다.콜텍 노사의 갈등은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그러나 법원 결정이 논란을 더 키웠다. 노동자들은 2008년 5월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듬해 1심에서 패했다. 노조는 바로 항소했고 서울고법은 2009년 11월 “정리해고는 무효”라며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정리해고를 단행할 만큼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잠시 미소를 되찾았던 노동자들은 대법원 판결로 다시 벼랑 끝에 섰다. 2012년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이끌던 대법원은 “경영상 긴박한 위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장래에 닥칠 위기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항소심 판결을 뒤집고 회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판결은 파기 환송심과 재상고 기각 등을 거쳐 2014년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양승태 대법원이 콜텍 재판 등 주요 노동 관련 재판을 두고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했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법원 판결의 정당성이 흔들렸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사측과 다시 협상을 재개한 이후 “조합원의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끝을 보겠다”며 테이블에 앉았다. 또 KTX 승무원, 파인텍 등 다른 장기 복직 투쟁이 마무리되며 콜텍 사태도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사측을 움직였다. 지난 15일부터는 연속으로 협상을 벌였다. 8, 9차 교섭 때는 박영호 사장이 분쟁 13년 만에 처음 정식 교섭 자리에 나왔다. 한때 교섭장 밖으로 고성이 흘러나올 만큼 의견 차가 컸으나 서로 큰 폭의 양보안을 내놓으면서 극적 합의가 이뤄졌다. 노동자들은 조만간 복직하지만 실제 회사에서 기타를 다시 만들기는 어렵다. 콜텍이 이미 국내 공장을 정리했다. 실익 없는 복직 같아 보이지만 “사원증만 받고 바로 자진 퇴사해도 좋으니 복직시켜 달라”는 노동자들의 간절한 명예회복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사건 터지자 직장서 ‘묻지마 퇴출’… 조현병 치료 의지마저도 꺾이나

    사건 터지자 직장서 ‘묻지마 퇴출’… 조현병 치료 의지마저도 꺾이나

    치료 가능한 질병임에도 선입견 더 커져강력 사건 발생 후 해고·취업 취소 잇달아 “개인적 공격 성향 전체 일반화 자제해야”아파트 이웃 5명을 살해한 경남 진주 방화·살인 사건 피의자 안인득(42)이 조현병을 앓으면서도 3년 가까이 치료를 중단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조현병 포비아’(조현병 환자에 대한 공포증)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신질환과 범죄율 간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학계 보고가 많지만 시민들은 불신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조현병 등 정신질환은 지속적으로 치료받으면 극단 행동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안인득처럼 치료를 거부하다 범죄를 저지르는 일부 탓에 전체 정신질환자들이 잠재적 살인자로 낙인찍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여전히 사회적 눈초리를 의식하긴 하지만 최근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치료받는 환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병을 숨기던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다. 건강보험 진료비 빅데이터 분석 결과 조현병 진료 인원은 최근 5년 새 약 6% 증가했다. 이정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료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국민들은 정신질환자를 잔뜩 경계하고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18년 대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 따르면 설문 참여자의 60.8%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위험하다’고 답했다. 사회적 낙인은 잘 관리받고 있는 환자들까지 괴롭힌다. 노숙자였던 A씨는 정신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 지역 사회에 정착했지만 진주 사건 이후 고시원에서 쫓겨나 울며 겨자먹기로 재입원을 선택했다. 직장에서도 난처함을 겪는다. 정신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은 “강력사건 범인으로 정신장애인이 지목될 때마다 ‘어렵게 취직한 환자들이 또 여럿 쫓겨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 조현병 환자 B씨는 정신건강복지센터 교육 뒤 센터의 주선으로 공장에 취업했는데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이후 일방적으로 계약이 해지됐다. 또 2016년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연계로 10명 정도가 편의점에 채용 예정이었다가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해 채용 불가 통보를 받기도 했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기업들도 보조금 혜택 등을 받으려고 정신 장애인을 채용했다가 강력 사건이 터지면 관련 없는 직원을 쉽게 해고한다”고 지적했다. 조순득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장은 “아들이 22년째 조현병을 앓는데 잘 관리하니 공격성을 보인 적이 없다”면서 “진주 사건 피의자는 치료를 중단한 데다 개인적으로도 공격성을 보인 게 문제인데 이를 전체 환자에 일반화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진주 사건 이후 각 지역 정신질환 당사자 단체나 지원단체들도 성명을 통해 “정신질환자들은 위험한 사람이 아닌 소외된 사람”이라면서 “사회에서 수용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4464일 만에 ‘한 달짜리 복직’

    오늘 정식 합의안 서명… 합의금 비공개 국내 최장기 복직 투쟁을 해 온 기타 생산업체 노동자들이 4464일 만에 회사로 돌아간다. 하지만 국내 공장이 이미 해외로 이전돼 복직 뒤 곧바로 퇴직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명예복직인 셈이다. 콜텍 노사는 22일 서울 강서구 한국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9차 교섭에서 해고자 복직과 보상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에 따라 이인근(54) 금속노조 콜텍지회장, 김경봉(60) 조합원, 임재춘(57) 조합원은 다음달 2일 복직한 뒤 30일 퇴직한다. 처우는 상호 합의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노사는 23일 오전 10시 박영호 사장이 참석하는 조인식에서 합의안에 서명한다. 합의서에는 ▲회사가 2007년 정리해고로 인해 해고자들이 힘들었던 시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2019년 5월 2일부터 김경봉, 임재춘, 이인근 조합원을 복직시키되 근로관계를 소급해 부활시키거나 해고기간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며 ▲국내공장 재가동 시 희망자에 한해 우선 채용하고 ▲회사는 콜텍지회 조합원 25명에게 합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사는 2016년 교섭 이후 2년 만인 지난해 12월 26일 협상을 재개했다. 지난 19일까지 릴레이 협상을 벌였지만 평행선만 달렸다. 복직 후 재직 기간과 해직 기간 보상 금액이 쟁점이었다. 콜텍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한 데는 13년간의 갈등을 끝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작용했다. 노조는 김경봉 조합원이 올해 정년을 맞아 “해고자로 정년퇴직을 맞이할 수 없다”며 끝장 투쟁을 선언했다. 이인근 지회장은 “요구사항이 완전히 쟁취된 것이 아니라 안타깝지만 13년이라는 길거리 생활을 마감할 수 있어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콜텍 해고자 13년 만의 ‘명예복직’

    국내 최장기 복직 투쟁을 해 온 기타 생산업체 노동자들이 4464일 만에 회사로 돌아간다. 하지만 국내 공장이 이미 해외로 이전돼 복직 뒤 곧바로 퇴직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명예복직인 셈이다.  콜텍 노사는 22일 서울 강서구 한국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9차 교섭에서 해고자 복직과 보상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에 따라 이인근(54) 금속노조 콜텍지회장, 김경봉(60) 조합원, 임재춘(57) 조합원은 다음달 2일 복직한 뒤 30일 퇴직한다. 처우는 상호 합의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노사는 23일 오전 10시 박영호 사장이 참석하는 조인식에서 합의안에 서명한다.  합의서에는 회사가 2007년 정리해고로 인해 해고자들이 힘들었던 시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2019년 5월 2일부터 김경봉, 임재춘, 이인근 조합원을 복직시키되 근로관계를 소급해 부활시키거나 해고기간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며 국내공장 재가동 시 희망자에 한해 우선 채용하고 회사는 콜텍지회 조합원 25명에게 합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사는 2016년 교섭 이후 2년 만인 지난해 12월 26일 협상을 재개했다. 지난 19일까지 릴레이 협상을 벌였지만 평행선만 달렸다. 복직 후 재직 기간과 해직 기간 보상 금액이 쟁점이었다.  콜텍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한 데는 13년간의 갈등을 끝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작용했다. 노조는 김경봉 조합원이 올해 정년을 맞아 “해고자로 정년퇴직을 맞이할 수 없다”며 끝장 투쟁을 선언했다. 이인근 지회장은 “요구사항이 완전히 쟁취된 것이 아니라 안타깝지만 13년이라는 길거리 생활을 마감할 수 있어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복직 투쟁 4464일 만에…끊어진 기타줄 이어졌다

    복직 투쟁 4464일 만에…끊어진 기타줄 이어졌다

    벼랑끝 교섭 정리해고자 복직 잠정합의이인근 지회장 등 복직, 25명엔 합의금2007년 공장 해외 이전 후 246명 해고2009년 2심 승리후 대법원서 뒤집혀작년 양승태 재판거리 발표 후 급물살 부당하게 정리해고됐던 노동자들이 복직투쟁 4464일 만에 승리했다. 국내 최장기 복직 투쟁을 이어 온 기타 생산업체 콜텍 노사가 22일 극적으로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다. 2007년 정리해고 사태 이후 13년 만이다. 콜텍 노사는 이날 서울 강서구 한국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교섭에서 해고자 복직과 보상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안에 따르면 이인근 지회장, 김경봉 조합원, 임재춘 조합원은 다음달 2일 복직한 뒤 30일 퇴직한다. 처우는 상호 합의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합의서에는 ▲회사는 2007년 정리해고로 인해 해고자들이 힘들었던 시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2019년 5월 2일부터 김경봉, 임재춘, 이인근 조합원을 복직시키되, 근로관계를 소급해 부활시키거나 해고기간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회사는 국내공장 재가동 시 희망자에 한해 우선 채용한다 ▲회사는 콜텍지회 조합원 25명에 합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사는 2016년 교섭 이후 3년 만인 지난해 12월 26일 다시 협상을 재개했지만 지난 19일까지 해고자 복직을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쟁점은 해고자 복직 후 재직 기간과 해직기간 보상금액이었다. 지난 16일 교섭에서는 사측이 ‘복직 당일 퇴사’ 등을 제안하면서 교섭이 결렬됐다. 콜텍 노사가 2016년 2월 이후 협상 재개 3년 만에 합의에 이른 데는 13년간의 갈등을 끝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작용했다. 노조는 김경봉 조합원이 올해 정년을 맞아 “해고자로 정년퇴직을 맞이할 수 없다”며 끝장 투쟁을 선언했다. KTX 승무원, 파인텍 등 다른 장기 복직 투쟁이 마무리되며 콜텍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도 사측을 움직였다. 콜트콜텍은 국내 공장을 인도네시아와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2007년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했다. 콜트는 인천에서 전자기타를, 콜텍은 대전에서 통기타를 생산하는 사실상 하나의 업체로 한때 세계시장 점유율이 30%에 달했다. 그러나 2007년 공장을 중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옮긴 뒤 국내 공장을 닫으며 2008년까지 대전과 인천 공장의 노동자 246명이 해고됐다. 노조는 2008년 30일간 한강 망원지구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등 강경 투쟁을 벌였지만 복직은 되지 않았다. 이후 콜텍 노동자들은 2009년 정리해고 무효소송 항소심에서 이겼지만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2년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콜텍 재판 등 주요 노동관련 재판을 두고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를 했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고 노동자들은 이를 근거로 원직 복직 투쟁을 이어 왔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콜텍 노사, 해고자 복직에 잠정 합의…13년 만에 결실

    콜텍 노사, 해고자 복직에 잠정 합의…13년 만에 결실

    콜텍 노사가 13년 만에 정리해고 노동자를 복직시키는 데 잠정 합의했다. 콜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는 오늘(22일) 서울 강서구 한국가스공사 서울본부에서 열린 교섭에서 노사가 복직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콜텍 노사는 오는 23일 오전 10시 박영호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합의안에 정식 서명할 예정이다. 합의안에 따라 13년째 복직 투쟁을 벌여온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 임재춘 조합원, 김경봉 조합원이 복직한다. 이들뿐만 아니라 복직 투쟁을 함께한 금속노조 콜텍지회 소속 노동자 22명도 해고 기간에 대한 소정의 보상을 받는다. 콜트는 세계 기타 시장 점유율이 30%에 달하던 기타생산업체다. 전자기타를 생산하는 ‘콜트악기’와 통기타를 생산하는 ‘콜텍’으로 나뉜다. 콜트는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아 펜더와 깁슨 등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납품하기도 했다. 성장세를 타던 콜텍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도네시아, 중국 등지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반면 국내 생산 규모는 줄였다. 2007년에는 인천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3분의 1을 해고하는 데 이르렀다. 같은 해 4월에는 대전 공장도 폐쇄하고 노동자 89명을 내보냈다. 이에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 지회장은 2008년 10월 14일 한강 망원지구의 송전탑에 올라 고공 단식 농성을 벌였다. 그해 11월에는 노동자들이 본사를 점거했다가 경찰특공대에 의해 강제로 해산되기도 했다. 한 노동자는 정리해고를 규탄하며 분신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2008년 5월 해고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듬해 1심에서 패했다. 곧바로 항소해 서울고등법원은 2009년 11월, 회사가 정리해고를 단행할 만큼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정리해고는 무효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상고심에서 다시 뒤집혔다. 2012년 대법원은 “회사에 경영상 긴박한 위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장래에 닥칠 위기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사용자 측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은 파기 환송심과 재상고 기각 등을 거쳐 2014년 최종 확정됐다. 노조는 올해 ‘끝장 투쟁’을 선언하며 전국 콜트 기타 대리점 앞 동시다발 1인 시위를 비롯해 전방위로 회사를 압박했다. 또 본사 점거 농성과 임재춘 조합원의 단식 투쟁도 감행했다. 그 결과 지난 3월 첫 교섭에 이어 총 9차례 교섭 끝에 정리해고한 노조원을 복직시키기로 합의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조희연 교육감 “사회가 젊은 세대를 가장 기피하는 업무로 내몰아”

    조희연 교육감 “사회가 젊은 세대를 가장 기피하는 업무로 내몰아”

    교육계·정치권 ‘나는 티슈 노동자입니다’ 호평정의당 “미래 착취하는 사회는 나아갈 수 없어”일부 업주들이 10대 노동자를 일회용품처럼 쓰다 쉽게 버리는 현실을 다룬 서울신문의 ‘10대 노동 리포트 : 나는 티슈 노동자입니다’ 시리즈 1회 보도 이후 교육계와 정치권 등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22일 논평에서 서울신문 보도를 인용하며 “10대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노동권을 침해당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고 있지만 노동권의 사각지대에서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17년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하던 학생이 사고로 사망한 사건과 같은해 11월 제주 생수공장에서 현장실습생이 사망한 사건 등을 언급하며 “학생들을 위험한 현장으로 내몰고, 관리는 거의 하지 않는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나이가 어리다고 10대 노동자의 노동력까지 값싸게 취급하는 인식을 이제 바꿔야 한다. 미래를 착취하고 노동을 차별하는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면서 “10대 노동자들과 특성화고 실습생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더는 없도록 정치권이 제도적 개선책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티슈 노동자입니다’ 기사를 공유하며 “우리 사회는 가장 어려운 노동에 10대 청소년들을 내몰고 있다. 목숨 걸고 달리는 배달 라이더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3년(2016~2018년)간 산업재해로 인정 받은 10대 노동자의 69%가 비정규직이었다는 보도 내용을 언급하며 “이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고민하게 만든다. 얼마 전 죽은 현장실습 노동자도 가장 위험하고 기피하는 업무를 혼자 수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조 교육감은 “미래세대는 말 그대로 우리 사회의 미래인데 갈수록 젊은 세대가 직업세계에서 가장 안전하지 않고 기피하는 일로 내몰린다”면서 “개선하기 위한 근원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나는 티슈 노동자입니다’ 연재를 통해 공장과 음식점, 거리에서 일하는 10대 노동자가 일상적으로 겪는 노동권 침해를 고발해나갈 계획이다. 또, 노동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을 살펴보고 노동을 혐오하는 시선을 뛰어넘을 대안도 찾는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10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단독]안전보호 규정 강화하면 아예 학생 안 뽑는 기업들

    실습생 제도로 현장행… ‘을’로 사회 첫발 정부, 기준 강화 뒤 취업률 떨어지자 완화 “제도 ‘유턴’ 대신 담당교사 관리 지원부터” ‘안전이냐, 취업률이냐.’ 대입 대신 취업을 택한 특성화고 학생들은 대부분 현장실습 제도를 통해 졸업 전 산업 현장에 투입된다. 실습생들은 ‘을’인 까닭에 성인 노동자도 꺼리는 위험 업무를 떠맡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실적을 요구받는다. 이민호군 사망 사건(2017년) 같은 중대 재해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안전 보호 규정을 강화하면 기업들은 아예 실습생을 뽑지 않는 방식으로 응수한다. 이 때문에 위험 노동의 피해자인 특성화고 학생들이 되려 안전 기준 강화를 부담스러워하는 딜레마가 생긴다.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특성화고 학생들이 기업에서 현장실습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최장 6개월로 늘어났다. 지난해(3개월)보다 2배 늘었다. 원래 4회 이상 실시하던 기업 방문 및 실사 횟수도 2회로 줄었다. 교육부는 이군 사건 이후 안전기준을 강화했는데 실습 참여 기업이 줄자 다시 규제를 조금 풀어 주는 쪽으로 돌아섰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 교사는 “2017년 3만여명이었던 현장실습생이 지난해 2만명대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실습 학생들을 위한 안전기준이 제대로 정착되기도 전에 제도가 다시 과거로 ‘유턴’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직업교육위원장은 “제도가 정착하려면 최소 2~3년은 시행해야 한다”면서 “교육부의 정책 방향 선회는 취업률을 핑계로 학생들의 실습 환경을 열악했던 과거로 되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6년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태점검 결과 표준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업장이 238곳이었고 근무시간을 초과해 일을 시킨 곳도 95곳이나 됐다. 유해·위험 업무를 시킨 곳은 43곳이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통해 취업한 뒤 1년 이상 다닌 비율은 10명 중 1명도 안 된다”면서 “많은 현장실습 참여 기업들이 성인조차 취업을 꺼리는 3D업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또 다른 특성화고 교사는 “현장실습 사업장에는 담당교사를 배치하도록 돼 있지만 형식적으로 이뤄져 학생들이 방치돼 왔다”면서 “교사가 제대로 학생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만 해 줘도 안전과 노동인권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서울신문은 10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단독] ‘콜’은 곧 돈…19살 지훈이는 오늘도 목숨 걸고 달린다

    [단독] ‘콜’은 곧 돈…19살 지훈이는 오늘도 목숨 걸고 달린다

    건수대로 입금… 월 500만원 벌기도 오토바이 할부금·보험료·기름값은 떼 신호 위반은 기본… 클레임 땐 배상도 ‘자영업자’로 분류 야근·주휴수당 없어 산재가입률 13%… 홀로 치료비 감당“시간 되면 ‘땜’(아르바이트 빈자리를 메우는 것을 일컫는 은어) 좀 해 줄래?” 배달 아르바이트하던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사장이 ‘땜빵’ 필요하다는데 너 오토바이 탈 줄 알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친구가 소개한 곳은 TV광고에서 자주 봤던 배달앱 업체. 정해진 시급은 없다. 휴대전화에 기사용 앱을 깐 뒤 ‘콜’(주문)을 잡으면 건수대로 돈이 들어온다고 했다. 점심시간대가 되자 콜이 쏟아졌다. 노동 강도가 높았지만 시급으로 치면 전에 일했던 웨딩홀보다 훨씬 좋았다. 임금을 떼일 염려도 없다. 한 만큼 가져가는 ‘정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장님도 “일 잘한다”며 정식으로 해 보라고 제안했다. 우지훈(19·가명)군은 태어나 처음으로 계약서에 사인했다. 지난 1월부터 이 업체 소속 배달기사가 됐다. 사장이 설명했다. “네가 일한 만큼 벌어가는 거야. 건당 기본 3500원에 1.5㎞ 넘어가면 500원 더 붙어. 수수료는 건당 300원이고. 잘하는 애들은 월 500만원씩 벌어.” 처음에는 ‘콜’을 많이 잡지 못했다. 길을 몰라 헤매기도 했다. 한 달쯤 지나자 익숙해졌다. 어느 골목으로 가면 빠른지 지도를 보지 않고도 머리에 그려졌다. 달리면서도 운전대에 붙인 휴대전화에 ‘콜’이 뜨면 일단 밀어서 잡는다. 그렇게 일주일에 이틀을 쉬고 하루 12시간 일하니 지난달에는 수입이 300만원을 찍었다. 하루 35~40건을 꾸준히 한 결과다. 주말에는 평균 50건, 많으면 한 시간에 5건을 소화한다. 음식을 가지러 가는 데 10~20분, 음식을 픽업해서 전달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12시간 동안 끼니는커녕 제대로 쉰 적이 없는 셈이다. 300만원 중 오토바이 할부금과 보험료, 기름값을 빼고 지훈이가 손에 쥔 돈은 197만원이었다. 나이가 어려서 보험료가 비싼 탓에 수입이 조금 더 줄었다. 콜은 곧 돈이다. 하지만 너무 많아도 문제다. 고객의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클레임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훈이는 “내일 이만큼의 콜이 들어올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보니 무리하게 콜을 잡을 때도 있다”며 “신호를 위반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말했다. 많은 콜을 소화하려면 빠른 이동은 기본이고 손님이 식은 음식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면 기사가 이를 감당해야 한다. 다행히 지훈이는 아직 배상한 적은 없다. 지훈이도 위험하다는 걸 안다. 그래서 나름대로 원칙을 정했다. 우선 콜이 3개 이상 밀리면 받지 않는다. 큰 도로에서 차 사이로 지나다니거나 자동차를 추월하는 건 피한다. 이런 원칙을 세운 이유는 다치면 치료비를 오롯이 자기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재보험을 포함한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다치면 치료비로 다 날리는 거죠.” 보험은 지훈이에게 ‘안전망’이 아니라 그저 웃돈이 드는 일이다. 일은 밤 11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끝난다. 음식점 마감 시간인 새벽 2시까지 배달을 하기 위해 동료들과 순번을 정해서 일주일에 1~2번은 당직 근무처럼 일한다. 하지만 야근수당이나 주휴수당은 없다. 지훈이와 같은 배달기사는 사용자와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도급·위탁계약 등을 맺기 때문에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아 노동시간은 규제되지 않고, 노조 설립 등의 권리도 누리지 못한다. 이러한 특수고용노동자 중 일부 직종(보험설계사, 퀵서비스 기사 등 9개 직종)은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하지만, 의무가 아니어서 가입률은 13%(2018년 기준)에 그친다. “비나 안 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콜을 빨리 뺄 수 있잖아요.” 지훈이에게 10대 노동자로서 바라는 점을 묻자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위험하지 않냐는 질문에 지훈이는 “어쩔 수 없죠. 혼자 생계를 꾸리기 위해 제가 선택한 거니까”라고 말했다. 지훈이는 매일 3만원을 저축하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10대 아르바이트 노동자나 현장 연수하는 특성화고 학생 등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단독] “숯불에 화상 입었는데 약 바르고 끝…산재는 얘기도 못 꺼내”

    [단독] “숯불에 화상 입었는데 약 바르고 끝…산재는 얘기도 못 꺼내”

    10대 산재 사고자의 69%가 비정규직 음식·숙박업 몰려… 배달사고 등 잦아 ‘교촌치킨’ 210건으로 사업장별 최다 근로공단 “사장 동의 없이도 산재 처리”“사장이 ‘2만원 줄 테니까 그냥 약 바르라’고 하더라구요.”대구의 한 고깃집에서 일하는 최연우(17·가명)군은 지난달 숯을 옮기던 중 떨어뜨려 팔과 다리에 2도 화상을 입고 손등이 찢어졌다. 당황하고 있으니 사장이 지폐를 줘 동네 약국에서 약을 사 발랐다. 최군은 나중에야 ‘산업재해로 신청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전해 들었다. 그는 “산재 처리가 되는 줄 꿈에도 몰랐다”면서 “화상 흉터가 평생 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군처럼 음식점과 공장, 예식장, 미용실 등에서 일하다 다치는 청소년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서울신문이 21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과 함께 최근 3년간 정부에 접수된 산재 신청 승인건을 전부 분석해 보니 매년 1000여명(3년간 3025명)의 청소년(19세 미만)이 노동 현장에서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현실에선 훨씬 많은 10대 노동자들이 다치고도 권리를 모르거나 사장의 만류 탓에 제대로 된 치료·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눈에 띄는 건 ‘위험의 외주화’다. 힘들고 위험한 일을 고용 지위가 불안한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풍경은 10대 노동시장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업무 중 사고로 산재 승인을 받은 19세 미만 노동자를 전수 분석(고용 형태가 미분류된 19건 제외)해 보니 산재 사고자의 68.7%(2078건)가 비정규직으로 나타났다. 뷔페식당에서 일하다 지난해 9월 왼쪽 손에 2도 화상을 입은 김모(17)군이나 지난해 11월 치킨집에서 배달 일을 하다 두개골이 골절된 백모(18)군 모두 비정규직이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음식점이나 술집, 프랜차이즈 업체 일자리는 주로 대학생들이 차지하면서 10대들은 주말 웨딩홀, 전단지 배포 등 일용직이나 배달대행 등 플랫폼노동(스마트폰 앱 등을 매개로 제공하는 노무)을 한다”며 “산재 처리가 불가능한 특수고용 신분이 많다”고 말했다.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이 전체의 60.7%(1836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퀵서비스업(7.2%·218명), 도소매·소비자용품수리업(4.5%·135명), 육상화물취급업(1.8%·53명) 순이었다. 음식·숙박업에서는 10대 노동자들이 주로 조리 과정에서 화상을 입거나 서빙을 하다 뼈가 부러졌다. 음식·숙박업으로 분류된 치킨이나 피자, 중화요리 음식점에서 배달을 하다 사고를 당하는 10대도 많았다. 사업장별로는 배달 중심의 치킨업체가 많았다. 교촌치킨에서 일하다 다친 사례가 210건(프랜차이즈 업장 산재 포함)으로 최다였고 이랜드 외식사업부(72건), 굽네치킨(63건), 네네치킨(52건), BHC치킨(44건), 도미노피자(37건) 순이었다. 단일 사업장으로는 패밀리레스토랑 애슐리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 외식사업부에서 10대 산재가 가장 많았다. 교촌치킨 측은 “배달 건수가 많다 보니 다치는 일도 많은 것 같다”면서 “배달원들은 본사가 아닌 가맹점 소속이지만 산재보험을 들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법령을 개정해 5명 미만의 농·임(벌목업 제외)·어업 외 모든 사업에 대해 산재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소규모 개인 공사의 일용노동자나 편의점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노동자도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산재 얘기를 꺼내기 어렵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사장의 동의 없이도 근로복지공단으로 접수하면 산재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당 사업장이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면 사업주에게는 납부했어야 하는 보험료의 최대 5배까지 징수액이 부과되고 노동자는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10대 아르바이트 노동자나 현장 연수하는 특성화고 학생 등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단독] 10대 ‘티슈 노동자’ 밑바닥 청춘

    [단독] 10대 ‘티슈 노동자’ 밑바닥 청춘

    알바 청소년 절반 임금체불·욕설 등 피해…노동인권 사각지대에10대도 건물주를 꿈꾸는 나라에서 노동의 가치를 말하는 건 민망한 일이 됐다.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 노동의 비루함을 배운다. 전국 20만 4000명의 청소년이 아르바이트 등의 형태로 일(만 15세 이상 19세 미만·지난 3월 기준)하고 있지만 일부 업주들에겐 뽑아 쓰고 버리면 그뿐인 만만한 존재다. 10대 스스로 “티슈 같은 인생”이라고 자조하는 이유다. 서울신문은 ‘10대 노동 리포트: 나는 티슈 노동자입니다’ 시리즈를 격일로 연재한다. 공장과 음식점, 거리에서 일하는 10대 노동자가 일상적으로 겪는 노동권 침해를 고발한다. 또 노동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을 살펴보고 노동을 혐오하는 시선을 뛰어넘을 대안도 찾는다. 첫 회에서는 청소년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의 살벌한 광경을 살펴봤다.매일 2.7명, 한 해 1000여명의 10대 노동자가 일터에서 다친다. 서울신문이 21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과 함께 정부 공식 문서를 분석해 발견한 청소년 노동 현장의 살풍경이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2016~2018년)간 업무 중 사고를 당해 산재 승인을 받은 19세 미만 노동자는 3025명이었다. 산재를 당한 10대들의 68.7%는 비정규직이었고, 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1836명·60.7%)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나마 제도를 알아 공식 보상받은 10대의 수만 이 정도다. 현실에서는 몇 배 많은 청소년들이 일하다 다치고도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산재 중 21~42%가량이 은폐된다. 온갖 위법 행위와 갑질을 겪은 10대 노동자는 더 흔하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서울교육청의 ‘노동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내 중·고교생의 15.9%는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으며, 알바를 한 적이 있는 청소년의 절반(47.8%)은 노동인권을 침해당했다. 37.1%는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았고, 임금 체불(15.1%),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 지급(12.4%), 초과근무수당 미지급(16.1%), 주휴수당 미지급(13.4%), 손님으로부터 욕설 및 폭언(17.9%) 등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10대들이 가장 많이 일하는 업종은 뷔페·웨딩홀 안내·서빙(46.4%), 음식점·패스트푸드점(41.0%), 전단지 돌리기(24.8%)였다. 편의점, 음식점, 주유소 등이 청소년 노동자의 전통적 일자리였지만 고용난 탓에 이마저도 20대와 중장년 알바생에게 빼앗겼고, 더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의 일터로 밀려났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웨딩홀 뷔페나 배달 대행업체 등에서 10대를 개인사업자 형태로 고용하는 꼼수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을 ‘유령 노동자’로 고용해 보호법령이나 제도를 교묘히 피하려는 것이다. 10대 노동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달갑지 않다. ‘공부해야지 무슨 알바냐’, ‘자리 주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해야지’라는 인식은 청년 노동자들을 착취와 위험으로 몰아넣는다. 이원희 노무사는 “10대들이 주로 일하는 소규모(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도 일부만 적용된다”고 말했다. 송하민 청소년유니온 위원장은 “10대들은 ‘근로 계약서 쓰고, 최저임금만 줘도 꿈의 일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서울신문은 10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일회용으로 쓰고 버린 어른들… 아들은 고작 열여덟이었습니다

    일회용으로 쓰고 버린 어른들… 아들은 고작 열여덟이었습니다

    특성화고 다니던 아이 잃은 두 아버지두 아버지가 있다. 50대 가장인 둘은 세상의 전부 같던 고교생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었다. 특성화고에 다니던 아들들은 각각 생수 공장과 뷔페식 식당에서 일하다 숨졌다. 두 아버지는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믿으며 지켜 주지 못한 자신의 무능을 탓한다. 해마다 2만~3만명의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실습 명목으로 사업장에 투입된다. 10대 노동자를 부품 취급하는 현장의 둔감함이 변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반복될 비극이다.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는 자책하며 수개월째 같은 질문을 던져 본다.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회사 사장이나 동료, 상사, 교사 중 한 명이라도 ‘이건 학생이 할 일이 아니야’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집안 형편이 넉넉해 ‘장학금 준다’는 말에 특성화고 입학을 덜컥 결정하지 않아도 됐다면 아이는 죽지 않았을까. 지난 15일 제주도 양지공원 제2추모관 116실. 이상영(56)씨는 아들 민호군의 사진을 한 번 보고, 땅을 한 번 보고, 허공을 바라보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민호는 현장실습생으로 생수 공장에서 일하다 적재기계 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2017년 11월, 고3인 18살 때 일이다. 민호군이 봉안된 자리에는 민호군 친척 형이 놓아둔 꿀물 음료 한 병이 있었다. 냉장고에 가득 넣어 두면 하루도 안 지나 없어질 정도로, 민호는 이 음료를 좋아했다. 아들을 위해 냉장고에 음료를 채우던 아버지의 즐거움은 사라졌다. 이씨는 “아이가 먼저 갔는데 무슨 기쁨이나 희망이 있겠느냐”고 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사고 이후 민호군이 일했던 업체를 특별감독했다. 근로기준법 등 위반 사안 680건이 적발됐다. 이 업체에는 민호군을 포함해 현장실습생 6명이 일했다. 민호군은 어른들도 위험해서 피하는 기계를 홀로 다루다 목숨을 잃었다. 이씨는 “옆구리를 기계 쇠기둥에 찍히는 등 사망 전 이미 2번이나 사고를 당했다”며 “당시 공장장에게 ‘한 사람만 더 붙여 달라’고 말했지만 회사 측은 ‘걱정하지 말라’며 계속 혼자 근무시켰다”고 말했다. 경험이 가장 없는 현장 실습생에게 사업장 안에서 가장 위험한 일을 맡겨 놓은 것이다. 업체와 맺은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는 허울뿐이었다. 문서상 실습 시간을 하루 7시간 이내로 제한했지만 실제로는 10시간 넘게 일했다. 이씨는 “협약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했다”고 말했다.김용만(58)씨도 2016년 5월 특성화고에 다녔던 아들을 잃었다. 지난 9일 경기 안양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씨는 약부터 챙겨 먹었다. 김씨는 아들 동균군이 떠난 뒤 우울증 약을 복용한다. 그는 “차라리 내 팔이 하나 잘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식 잃은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전공한 동균군은 2015년 12월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아버지는 아이를 함부로 부리는 상황에 대해 들은 뒤 좌절했다. 동균군은 이곳에서 ‘오전 마감 벌칙’을 자주 섰다. 김씨는 “오전 11시 출근인데 2시간 일찍 출근해 재료 준비를 해야 했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자정 무렵이었다”고 말했다.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는 이곳에서도 무용지물이었다. 동균군은 무엇이 불법인지조차 몰랐다. 다섯 달 동안 아이의 몸무게는 70㎏에서 45㎏으로 줄었다. 2016년 5월 경찰로부터 전화가 왔다. “경기 광주시에서 아드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유서도 없었다. 김씨는 이유를 알기 위해 친구들을 만났다. 사내 벌칙 탓에 고통받았고, 현장실습을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가면 ‘그것도 못 참느냐’라는 비아냥과 꾸중을 들을까 봐 걱정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동균군의 장례식장에는 학교 관계자 누구도 오지 않았다. 김씨는 부당한 노동시간과 업무지시, 괴롭힘, 욕설, 폭언 등을 학생들이 거부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노동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직업계고에서는 노동·인권 교육이 필수 교육과목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현장에서 부딪히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진짜 교육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와 이씨는 올해 초부터 현장실습생 유가족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유가족 모임은 오는 25일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함께 간담회를 열고 현장실습 제도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아버지 김씨가 남긴 바람은 단 하나였다. “평생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부모들이 더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글 사진 제주·안양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서울신문은 10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최저임금?주휴수당?휴게시간?… 세상에 나쁜 사장님은 많다

    최저임금?주휴수당?휴게시간?… 세상에 나쁜 사장님은 많다

    10대 알바생 5명 관찰기국내 구직시장은 ‘전쟁터’다. 그만큼 살벌하다는 얘기다. 치열한 각축장에서 10대만큼 만만한 존재도 없다. 서울교육청·여성가족부 등의 조사를 보면 10대 청소년 10명 중 2명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이 중 30% 이상은 임금체불, 산업재해, 저임금 등 노동권을 침해받는다. 노동하는 10대가 맞닥뜨린 현실은 정말 시궁창일까. 서울신문은 직접 확인하고자 현재 일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구하는 10대 5명과 협업해 이들의 일상을 관찰, 기록했다. 기간은 3월 28일부터 4월 18일까지 3주간이다. 또 노동 전문가 3명에게서 이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겪은 부조리는 없었는지 분석했다. 현실은 어땠을까. 일지 형식으로 재구성했다.#김현우 - 공부 포기했어?… 도돌이표 같은 질문 3월 28일 “왜 여기서 고기를 굽고 있어. 공부는 포기했어?” 반주를 걸친 손님이 도돌이표 같은 질문을 또 던졌다. 처음엔 화가 났지만 이젠 그러려니 한다. 경북 구미에 사는 김현우(18·가명)군은 학교를 마치면 곧장 가게로 향했다. 인문계고에 다니는 현우가 알바를 시작한 건 애견미용학원 비용을 보태기 위해서다. 하교 시간은 오후 6시. 가게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터라 숨 돌릴 틈도 없다. 같은 시간 친구들 대부분은 학원으로 향한다. 가게에 도착해 손님 수대로 반찬을 세팅하고, 쉴 새 없이 그릇을 나르다 보면 퇴근시간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전문가 조언①> 3월 29일 ‘금요일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현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평소보다 두 배는 많은 손님이 몰리기에 사장님은 웃지만, 알바생에겐 마(魔)의 요일이다. 그래도 이 고깃집 업주는 자애로운 편이다. 금요일엔 현우보다 한 살 어린 알바생을 1명 더 쓴다. 10개 남짓한 테이블을 치우고, 반찬을 담고, 고기 자르는 손놀림이 빨라진다. 다음주 월요일까지 내야 하는 학교 수행평가 따윈 생각할 틈이 없다. 근로계약서도 쓰고, 시급 8350원에 주휴수당까지 꼬박꼬박 챙겨 주는 이만한 알바 자리는 찾기 어렵다.② 주말마다 웨딩홀 뷔페를 다시 전전하긴 싫다. #이기문 - 80군데 연락해 어렵게 구한 주말 알바 3월 31일 광주에 사는 이기문(18·가명)군은 오전 10시 출근해 세숫대야만 한 기름통 3개에 튀김용 기름을 가득 채웠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기문이는 여행 자금을 모을 목적으로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한다. 오전 11시가 되자 팔 토시를 끼고, 얼굴에는 기름이 튈까 봐 알로에크림을 바른 채 기름통에 냉동 돈가스 135개를 넣고 튀겼다. 이곳에 오기 전 기문이는 80군데 넘는 가게에 연락을 돌려야 했다. 어렵게 구한 알바 자리다. 석 달간 정들었던 이곳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매주 토·일요일마다 하루 7시간씩 근무하기로 하고 일을 시작했지만, 손님이 줄면서 지금은 하루 4시간 일한다. #박지연 - 주휴수당 안 주려고 퇴근시간 꼼수 4월 1일 광주의 한 국숫집에서 일하는 박지연(16·가명)양은 월급을 받아들고는 한참을 생각했다. 지난 2주간 일한 시간과 시급을 곱해보니 몇만원이 비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용기 내 “월급을 좀 덜 주신 것 같아요”라고 물었다. 사장은 “수습기간이라 처음 한 달은 시급 8000원이야”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③ 4월 2일 ‘망하지 않을 만큼만 장사가 됐으면 좋겠다.’ 학교를 마치고 오후 6시 가게로 출근한 지연이는 고되게 일하다 이 생각이 들었다. 장사가 잘되든, 안 되든 통장에 꽂히는 최저임금 수준 급여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 식당의 전천후 일꾼이다. 반찬을 내어 가고, 주문받고 나서 그 내역을 포스기에 입력하고, 주방에 알린다. 덮밥 주문이면 밥을 퍼서 주방으로 전달하고, 덮밥 위 재료가 완성된 뒤에는 깨나 김가루 토핑을 뿌려 손님 상으로 가져가는 것도 지연이의 몫이다. 손님이 식사를 마치면 테이블도 치운다. 4월 4일 ‘주휴수당은 받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연이는 “저는 그거 자격이 안 돼요”라고 했다. 지연이는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근로계약서를 썼다. 근로계약서에는 퇴근시간이 오후 8시 30분~9시라고 돼 있다. 공식마감이 오후 8시 30분이고 뒷정리를 하면 9시쯤 끝나는데 사장은 지연이를 오후 8시 40분쯤에 보낼 때도 있다. 지연이는 “3시간씩 5일 일하면 주 15시간이 되기 때문에 사장이 일주일 1~2일은 일찍 보내려 한다”고 했다. 10~15분씩 더 일해도 출퇴근카드에 적혀 있는 퇴근시간은 8시 30분이다.④ 4월 5일 지난 주말 돈가스 가게를 그만둔 기문이는 일주일째 알바 사이트를 뒤지고 있다. “저희는 시급 6000원이에요. 그 이상은 못줘요.” 그나마 시급이라도 알려주는 이 편의점은 친절한 편이다. 공고에 ‘시급은 협의’라고 써 놓고는 막상 전화하면 협의가 아니라 통보하는 가게가 적지 않다.⑤ “이번 가게에서는 밥 먹는 시간을 30분 정도는 줬으면 좋겠어요.” 기문이가 내건 다음 알바의 조건에 주변 친구들은 “눈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⑥ #김원우 - 용역업체 수수료 떼면 최저임금 안돼 4월 7일 김원우(18·가명)군은 지난 주말부터 일주일째 20군데 넘는 가게에 문자를 보냈다. 1년 전 학교를 그만둔 원우는 알바로 월세와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웨딩홀 뷔페, 전단지, 택배 상하차 등 웬만한 아르바이트는 모두 섭렵했다. 원우는 “하루 8시간 일할 수 있고, 딱 최저임금만 받으면 된다”고 했다. 원우는 하루짜리 알바라도 하려고 웨딩홀 뷔페 알바 용역업체 사이트에 신청서를 냈다. 4월 9일 전날 밤늦게 용역업체에서 ‘4월 9일 오전 10시까지 OO호텔로 올 것’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오전 10시에 호텔에 도착하니 뷔페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지부터 묻는다. 원우는 “몇 번 일한 적이 있다”고 했고, 곧장 유니폼을 입고 연회장에서 식기와 냅킨을 테이블 위에 놓는 일을 시작했다.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연회장 음식을 서빙하고, 다시 빈 그릇을 수거한다. 길었던 행사가 끝나니 다시 이전의 연회장 모습으로 되돌리는 작업이 시작됐다. 오후 6시 30분. 예정됐던 시간보다 30분이 초과됐지만, 일당은 8시간만 계산된다. 손목이 저리고, 발바닥은 불이 난 듯 화끈거리지만,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알바다. 시급 9000원짜리는 흔치 않다. #최보연 - 주유소 출근 3일간은 한 푼도 못 받아 4월 11일 최보연(17·가명)군이 8개월 넘게 일한 주유소를 그만둔지는 한 달 정도 지났다. 보연이는 일하던 주유소 사장을 노동청에 신고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보연이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5시간씩 일했지만,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 또 첫 출근날부터 3일간은 아예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교육과 실습이라는 명목에서다.⑦ 4월 12일 보연이는 올해 초 학교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휴수당 말을 꺼내면 잘릴까 봐 사장에게 당장 말을 하지는 못했다. 받아야 할 것을 받지 못해 아까웠다. 일을 그만두고 최근 주유소 사장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사장은 “네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는 답장만 보내고, 연락이 없다. 신고를 하자니 절차가 복잡할까 두렵다. 당연히 근로계약서는 쓰지 않았다. 4월 13일 원우는 운 좋게도 웨딩홀 뷔페 알바를 다시 구했다. 하는 일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예식장 뷔페는 일반 행사 때와 달리 날라야 하는 접시가 압도적으로 많다. 오전 9시 출근해 모두 4번의 예식을 치르고 나면 어느덧 오후 6시다. 400석 규모의 뷔페에서 7명이 일했는데, 이 정도면 알바생을 꽤 많이 쓴 편이다. 일당은 최저임금에 딱 맞춘 6만 6800원. 여기서 용역업체가 2300원(임금의 3.3%)을 수수료로 떼고 원우에게는 6만 4500원이 입금된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셈이다. 4월 15일 원우는 여전히 구직 중이다. 몇 군데에서 연락이 왔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다. ‘수습 3개월간 시급의 90%만 지급’, ‘학생은 시급 7500원’ 등 대부분 10대라는 이유로 돈을 적게 주는 경우가 많았다. 원우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근로계약서를 쓰고, 최저임금을 준다. 동네 작은 규모의 가게는 ‘근로계약서’라는 단어조차 꺼낼 수 없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알바 자리는 대학생들의 몫이 된 지 오래다. 그래서 원우는 하루라도 빨리 스무 살이 되고 싶다. 시급은 큰 차이가 없지만, 술집이나 호프집에서도 일할 수 있게 되면 야간에도 일할 수 있고, 알바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4월 18일 지난 3주간 원우는 웨딩홀 뷔페 등 하루짜리 알바만 3번 했다.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자리는 결국 구하지 못했다. 수습기간 한 달이 지난 지연이는 이제 최저임금을 받는다. 기문이는 30곳 넘게 전화를 돌린 끝에 이틀 전 면접을 보고 이날부터 피자집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번 피자집은 최저임금을 준다고 한다. 보연이는 노동청에 사장을 신고했다. 노동청 공무원이 불러서 나갔는데 사장도 나와 있었다고 한다. 보연이는 “사장을 직접 마주해야 해서 당황했다”며 “돈을 일부 돌려받았지만 사장과 분리해 조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우는 평소처럼 일을 한 뒤 업주와 회식을 했다. 현우는 “최저임금도, 근로계약서를 쓰는 것도 지금 사장님이 말해 줘 알게 됐다”면서 “세상에 나쁜 사장님만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어떻게 관찰했나 서울신문은 성인인 기자가 직접 체험할 수 없는 청소년 주요 구직 업종의 노동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기사에 등장하는 10대 5명(고교생 3명·학교 밖 청소년 2명)과 협업했다. 10대 섭외에는 특성화고연합회, 청소년 유니온, 특성화고노동조합, 알바노조,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 하자센터, 즐거운교육상상 등 청소년 단체와 각 지역의 청소년노동인권센터, 교육청,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의 도움을 받았다. 10대 노동자 5명이 매일 업무 전후 전화와 메신저, 페이스북 메시지 등을 통해 전해 주는 업무 일지를 토대로 현실을 파악했다. 정리된 일지를 토대로 노동 전문가 3명(송태수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이원희 노무사)에게 위법성 여부 등을 자문받았다. 아직도 노동현장에 있는 10대들에게 불이익이 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모두 익명 표기했다. ●제보 부탁드립니다서울신문은 10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일회용으로 쓰고 버린 어른들… 아들은 고작 열여덟이었습니다

    일회용으로 쓰고 버린 어른들… 아들은 고작 열여덟이었습니다

    특성화고 다니던 아이 잃은 두 아버지두 아버지가 있다. 50대 가장인 둘은 세상의 전부 같던 고교생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었다. 특성화고에 다니던 아들들은 각각 생수 공장과 뷔페식 식당에서 일하다 숨졌다. 두 아버지는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믿으며 지켜 주지 못한 자신의 무능을 탓한다. 해마다 2만~3만명의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실습 명목으로 사업장에 투입된다. 10대 노동자를 부품 취급하는 현장의 둔감함이 변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반복될 비극이다.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는 자책하며 수개월째 같은 질문을 던져 본다.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회사 사장이나 동료, 상사, 교사 중 한 명이라도 ‘이건 학생이 할 일이 아니야’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집안 형편이 넉넉해 ‘장학금 준다’는 말에 특성화고 입학을 덜컥 결정하지 않아도 됐다면 아이는 죽지 않았을까. 지난 15일 제주도 양지공원 제2추모관 116실. 이상영(56)씨는 아들 민호군의 사진을 한 번 보고, 땅을 한 번 보고, 허공을 바라보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민호는 현장실습생으로 생수 공장에서 일하다 적재기계 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2017년 11월, 고3인 18살 때 일이다. 민호군이 봉안된 자리에는 민호군 친척 형이 놓아둔 꿀물 음료 한 병이 있었다. 냉장고에 가득 넣어 두면 하루도 안 지나 없어질 정도로, 민호는 이 음료를 좋아했다. 아들을 위해 냉장고에 음료를 채우던 아버지의 즐거움은 사라졌다. 이씨는 “아이가 먼저 갔는데 무슨 기쁨이나 희망이 있겠느냐”고 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사고 이후 민호군이 일했던 업체를 특별감독했다. 근로기준법 등 위반 사안 680건이 적발됐다. 이 업체에는 민호군을 포함해 현장실습생 6명이 일했다. 민호군은 어른들도 위험해서 피하는 기계를 홀로 다루다 목숨을 잃었다. 이씨는 “옆구리를 기계 쇠기둥에 찍히는 등 사망 전 이미 2번이나 사고를 당했다”며 “당시 공장장에게 ‘한 사람만 더 붙여 달라’고 말했지만 회사 측은 ‘걱정하지 말라’며 계속 혼자 근무시켰다”고 말했다. 경험이 가장 없는 현장 실습생에게 사업장 안에서 가장 위험한 일을 맡겨 놓은 것이다. 업체와 맺은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는 허울뿐이었다. 문서상 실습 시간을 하루 7시간 이내로 제한했지만 실제로는 10시간 넘게 일했다. 이씨는 “협약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김용만(58)씨도 2016년 5월 특성화고에 다녔던 아들을 잃었다. 지난 9일 경기 안양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씨는 약부터 챙겨 먹었다. 김씨는 아들 동균군이 떠난 뒤 우울증 약을 복용한다. 그는 “차라리 내 팔이 하나 잘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식 잃은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전공한 동균군은 2015년 12월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아버지는 아이를 함부로 부리는 상황에 대해 들은 뒤 좌절했다. 동균군은 이곳에서 ‘오전 마감 벌칙’을 자주 섰다. 김씨는 “오전 11시 출근인데 2시간 일찍 출근해 재료 준비를 해야 했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자정 무렵이었다”고 말했다.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는 이곳에서도 무용지물이었다. 동균군은 무엇이 불법인지조차 몰랐다. 다섯 달 동안 아이의 몸무게는 70㎏에서 45㎏으로 줄었다. 2016년 5월 경찰로부터 전화가 왔다. “경기 광주시에서 아드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유서도 없었다. 김씨는 이유를 알기 위해 친구들을 만났다. 사내 벌칙 탓에 고통받았고, 현장실습을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가면 ‘그것도 못 참느냐’라는 비아냥과 꾸중을 들을까 봐 걱정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동균군의 장례식장에는 학교 관계자 누구도 오지 않았다. 김씨는 부당한 노동시간과 업무지시, 괴롭힘, 욕설, 폭언 등을 학생들이 거부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노동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직업계고에서는 노동·인권 교육이 필수 교육과목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현장에서 부딪히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진짜 교육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와 이씨는 올해 초부터 현장실습생 유가족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유가족 모임은 오는 25일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함께 간담회를 열고 현장실습 제도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아버지 김씨가 남긴 바람은 단 하나였다. “평생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부모들이 더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글 사진 제주·안양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서울신문은 10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콜’은 곧 돈… 19살 지훈이는 오늘도 목숨 걸고 달린다

    ‘콜’은 곧 돈… 19살 지훈이는 오늘도 목숨 걸고 달린다

    건수대로 입금… 월 500만원 벌기도 오토바이 할부금·보험료·기름값은 떼 신호 위반은 기본… 클레임 땐 배상도 ‘자영업자’로 분류 야근·주휴수당 없어 산재가입률 13%… 홀로 치료비 감당치킨, 피자 매장 등에서 배달 일을 하는 10대들은 항상 사고 위협에 노출돼 있다. 특정시간 때 많은 배달을 소화해야하다보니 늘 마음이 바쁘다. 서울신문이 21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 분석한 근로복지공단의 2016~2018년 청소년 노동자(19세 미만) 산재 승인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음식·숙박업에서 일하다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10대 노동자는 1836명으로 퀵서비스업(218명), 도소매·소비자용품수리업(135명) 등 다른 직군보다 월등히 많았다. 배달 대행업체에서 일하는 우지훈(19·가명)군의 일상을 통해 10대 배달 노동자들의 위태로운 근로 실태를 들여다봤다. “시간 되면 ‘땜’(아르바이트 빈자리를 메우는 것을 일컫는 은어) 좀 해 줄래?” 배달 아르바이트하던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사장이 ‘땜빵’ 필요하다는데 너 오토바이 탈 줄 알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친구가 소개한 곳은 TV광고에서 자주 봤던 배달앱 업체. 정해진 시급은 없다. 휴대전화에 기사용 앱을 깐 뒤 ‘콜’(주문)을 잡으면 건수대로 돈이 들어온다고 했다. 점심시간대가 되자 콜이 쏟아졌다. 노동 강도가 높았지만 시급으로 치면 전에 일했던 웨딩홀보다 훨씬 좋았다. 임금을 떼일 염려도 없다. 한 만큼 가져가는 ‘정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장님도 “일 잘한다”며 정식으로 해 보라고 제안했다. 우지훈(19·가명)군은 태어나 처음으로 계약서에 사인했다. 지난 1월부터 이 업체 소속 배달기사가 됐다. 사장이 설명했다. “네가 일한 만큼 벌어가는 거야. 건당 기본 3500원에 1.5㎞ 넘어가면 500원 더 붙어. 수수료는 건당 300원이고. 잘하는 애들은 월 500만원씩 벌어.” 처음에는 ‘콜’을 많이 잡지 못했다. 길을 몰라 헤매기도 했다. 한 달쯤 지나자 익숙해졌다. 어느 골목으로 가면 빠른지 지도를 보지 않고도 머리에 그려졌다. 달리면서도 운전대에 붙인 휴대전화에 ‘콜’이 뜨면 일단 밀어서 잡는다. 그렇게 일주일에 이틀을 쉬고 하루 12시간 일하니 지난달에는 수입이 300만원을 찍었다. 하루 35~40건을 꾸준히 한 결과다. 주말에는 평균 50건, 많으면 한 시간에 5건을 소화한다. 음식을 가지러 가는 데 10~20분, 음식을 픽업해서 전달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12시간 동안 끼니는커녕 제대로 쉰 적이 없는 셈이다. 300만원 중 오토바이 할부금과 보험료, 기름값을 빼고 지훈이가 손에 쥔 돈은 197만원이었다. 나이가 어려서 보험료가 비싼 탓에 수입이 조금 더 줄었다. 콜은 곧 돈이다. 하지만 너무 많아도 문제다. 고객의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클레임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훈이는 “내일 이만큼의 콜이 들어올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보니 무리하게 콜을 잡을 때도 있다”며 “신호를 위반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말했다. 많은 콜을 소화하려면 빠른 이동은 기본이고 손님이 식은 음식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면 기사가 이를 감당해야 한다. 다행히 지훈이는 아직 배상한 적은 없다. 지훈이도 위험하다는 걸 안다. 그래서 나름대로 원칙을 정했다. 우선 콜이 3개 이상 밀리면 받지 않는다. 큰 도로에서 차 사이로 지나다니거나 자동차를 추월하는 건 피한다. 이런 원칙을 세운 이유는 다치면 치료비를 오롯이 자기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재보험을 포함한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다치면 치료비로 다 날리는 거죠.” 보험은 지훈이에게 ‘안전망’이 아니라 그저 웃돈이 드는 일이다. 일은 밤 11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끝난다. 음식점 마감 시간인 새벽 2시까지 배달을 하기 위해 동료들과 순번을 정해서 일주일에 1~2번은 당직 근무처럼 일한다. 하지만 야근수당이나 주휴수당은 없다. 지훈이와 같은 배달기사는 사용자와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도급·위탁계약 등을 맺기 때문에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아 노동시간은 규제되지 않고, 노조 설립 등의 권리도 누리지 못한다. 이러한 특수고용노동자 중 일부 직종(보험설계사, 퀵서비스 기사 등 9개 직종)은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하지만, 의무가 아니어서 가입률은 13%(2018년 기준)에 그친다. “비나 안 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콜을 빨리 뺄 수 있잖아요.” 지훈이에게 10대 노동자로서 바라는 점을 묻자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위험하지 않냐는 질문에 지훈이는 “어쩔 수 없죠. 혼자 생계를 꾸리기 위해 제가 선택한 거니까”라고 말했다. 지훈이는 매일 3만원을 저축하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10대 아르바이트 노동자나 현장 연수하는 특성화고 학생 등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단독]배달하다가, 닭 튀기다가 다치는 치킨집 알바들…교촌치킨 산재 1위

    [단독]배달하다가, 닭 튀기다가 다치는 치킨집 알바들…교촌치킨 산재 1위

    서울신문·이정미 의원실 입수, 분석업체 측 “배달 건수 많아 부상 많은 듯”10대들이 많이 일하는 치킨, 피자 매장 등에서 화상, 골절 등 산재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이 21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 분석한 근로복지공단의 2016~2018년 청소년 노동자(19세 미만) 산재 승인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음식·숙박업에서 일하다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10대 노동자는 1836명이었다. 퀵서비스업(218명), 도소매·소비자용품수리업(135명) 등 다른 직군보다 월등히 많은 수치다. 사업장별로 보면 배달 위주로 운영하는 치킨 매장에서 사고가 많았다. 프렌차이즈 업체 중 교촌치킨에서 일하다 다친 사례가 210건(가맹 업장 산재 포함)으로 최다였고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72건), 굽네치킨(63건), 네네치킨(52건), BHC치킨(44건), 도미노피자(37건) 순으로 많았다. 단일 사업장으로는 패밀리레스토랑 애슐리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에서 10대 산재가 가장 많았다. 산재 승인 사례를 보면 배달 중 오토바이가 넘어져 골절당하거나 기름에 닭 등을 튀기다가 화상입는 10대 노동자가 많았다. 경기도에 있는 한 교촌치킨 매장에서 일하던 A군은 지난해 코뼈가 부러져 산재 승인을 받았다. 또 같은해 광주의 한 굽네치킨 매장에서 일했던 B군도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또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 본점에서 일하던 C양은 2017년 오른팔에 2도 화상을 입었고,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던 D군도 2018년 오른팔에 화상을 입어 산재 승인을 받았다. 교촌치킨 측은 “배달 건수가 많다 보니 다치는 일도 많은 것 같다”면서 “배달원들은 본사가 아닌 가맹점 소속이지만 산재보험을 들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 일을 하는 10대 라이더들은 “피크타임인 저녁 시간에는 배달이 몰려 서두르다 보면 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잡은 배달 건수대로 돈을 주는 배달앱들과 계약해 일하는 라이더들이 많다. 한 10대 배달원은 “음식이 식으면 손님이 배상 요구를 할 수 있어서 늘 마음이 급하다”면서 “배달 일감이 늘 일정하지는 않다 보니 주문 콜이 많을 때는 무리하게 잡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콜’은 곧 돈… 19살 지훈이는 오늘도 목숨 걸고 달린다▶일회용으로 쓰고 버린 어른들… 아들은 고작 열여덟이었습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10대 아르바이트 노동자나 현장 연수하는 특성화고 학생 등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미국 앤더슨 암센터, 스파이 혐의로 중국 과학자 3명 퇴출

    미국 앤더슨 암센터, 스파이 혐의로 중국 과학자 3명 퇴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암전문 병원인 미국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가 중국 정부를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중국 과학자 3명을 퇴출했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피터 피스터스 MD 앤더슨 암센터장은 휴스턴 크로니클 인터뷰에서 지난해 미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암센터에서 근무하는 과학자 5명이 이해관계 충돌 문제를 안고 있으며 외국 기관에서 얻은 소득을 정부에 신고하지 않았다며 30일 이내에 신고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MD 앤더슨 암센터는 연방정부 지원을 받는 연구기관인 만큼 NIH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했다. MD 앤더슨 암센터는 지난해 1억 4800만 달러(약 1680억원) 규모의 NIH 보조금을 받았다. MD 앤더슨 암센터가 조사에 들어가자 NIH로부터 스파이 혐의를 받은 5명의 과학자 가운데 2명은 해고 절차를 앞두고 사임했으며, 1명은 해고 통보에 맞서 무고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 3명은 모두 중국 국적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2명 중 한 명은 해고하지 않기로 했으며, 다른 한 명은 조사를 계속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스터스 센터장은 MD 앤더슨 암센터가 스파이 행위의 표적이 된 것은 이 병원이 세계 최고의 암 전문 의료기관으로 꼽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중국인이 어떤 스파이 행위를 했는지, 미 연방정부가 기소할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 여름 텍사스에서 열린 모임에서 학자와 의료진에게 내부자가 스파이 활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며 의심스러운 행동이 적발될 경우 즉각 신고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FBI는 2017년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지적재산권 절도 행위로 해마다 6000억 달러(약 682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중국의 스파이 행위는 미국에 최대 위협으로 그들의 행위는 미국 50개 주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이 학문의 자유와 발전을 저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계 미국인 과학자인 프랭크 우는 “과학연구의 발전은 자유로운 사상의 흐름에 기반을 둔다”며 “미국의 국익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달렸지,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따지는 인종적 편견에 달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중국과 무역전쟁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는 중국 정부가 미국 내 중국인 과학자와 유학생 등을 동원해 자국의 첨단 과학기술을 유출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중국 정부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9살 제자 시험지에 ‘완전 한심하다’…교사 해고 요구 봇물

    9살 제자 시험지에 ‘완전 한심하다’…교사 해고 요구 봇물

    초등학교 2학년 제자의 수학 시험지에 ‘완전 한심하다’는 평을 남긴 교사에 대해 해고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은 1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에 거주하는 크리스 필랜드 씨가 16일 이 같은 평이 적혀 있는 아들 캄딘의 수학 시험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전했다. 필랜드는 밸리뷰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 캄딘이 집으로 가져온 수학 시험지를 보고 분노에 휩싸였다. 60개의 뺄셈 문제를 3분 안에 최대한 많이 푸는 시험에서 캄딘은 절반에 못 미치는 13문제밖에 풀지 못했고 몇몇 문제는 정답을 맞추지 못했다. 그리고 시험지를 채점한 교사는 캄딘의 시험지에 “3분 동안 13개밖에 풀지 못하다니 정말 완전 한심하구나”라는 평을 남겼다.필랜드는 페이스북글에서 “캄딘의 선생은 너무 무례했다. 아들이 시험지를 들고 왔을 때 교육자라는 사람이 어떻게 학생에게 이런 평을 남길 수 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해당 교사에 대한 해고 탄원이 줄을 이었고 심지어 청원사이트인 ‘체인지’(Change.org)에 해고 요청이 게시됐다. 19일 오전까지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하면서 여론이 들끓자 밸리뷰초등학교 로즈 민티니 교장은 해당 사실을 알게 된 뒤 바로 교사를 불러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민티니 교장은 그러나 “해당 교사인 앨리사 러프 보헤넥에 대한 인사 조치는 매우 공정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면서 “사실과 증거에 따라 공정하게 조사할 것이며 결코 SNS의 여론에 영향을 받아 인사조치가 좌지우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보헤넥은 2013년부터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캄딘의 아버지 필랜드는 “어느 누구라도, 심지어 교사라도 어린이에게 이런 식으로 동기부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해당 교사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ILO 핵심협약 공익위원안 토대로 노사정 합의 도출 노력 지속할 것”

    “ILO 핵심협약 공익위원안 토대로 노사정 합의 도출 노력 지속할 것”

    노선버스 등 주52시간 초과율 높은 업종 노사정협의체 구성 근로 단축 방안 모색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과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규정상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 비준을 하지 않아도 경제적 불이익이 없을 거라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최근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최종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경사노위 운영위원회나 본위원회를 통해 노사정 논의와 합의를 도출하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1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고용노동 정책간담회에서 한국이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가 EU 의회로부터 굉장히 많은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한국의 ILO 협약 비준이 제대로 안 되면 한국과의 관계 발전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도 EU 의회에서 나온 상태”라고 말했다.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고자 노사정 대화를 시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노사정이 추천한 공익위원들이 합의한 최종 공익위원안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공익위원안의 주요 내용은 해고자와 실업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허용하고, 단체협약 유효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며 노조가 파업 때 사업장을 점거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임에도 그간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지 않던 자동차·부품판매업과 교육서비스업, 방송업 등 21개 업종이 오는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는다. 특례에서 제외되는 업종에 대해 이 장관은 “1057개 사업장에 대해 1대1 밀착 지원을 추진하겠다”면서 “주 52시간 초과 비율이 높게 나타난 노선버스나 방송, 교육서비스 업종은 소관 부처를 중심으로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단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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