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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비아 내전 피하려다…

    리비아 내전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6일 이탈리아 남쪽 지중해에서 리비아 내전을 피해 유럽을 향해 항해하던 난민 300여명이 탄 것으로 알려진 선박이 전복돼 20여명이 숨지고 130여명이 실종됐다. 이탈리아 람페두사 해양경찰의 비토리오 알레산드로 대변인은 “48명을 구조했지만 헬리콥터 수색 과정에서 20구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별도 성명을 통해 이 사고가 전날 밤 람페두사 섬에서 남쪽으로 74㎞ 떨어진 몰타 영해에서 발생했으며, 사고 선박은 길이가 불과 13m였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최소 200여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 선박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리비아에 살고 있던 에리트레아인과 소말리아인이라고 해경은 덧붙였다. 이탈리아 뉴스통신사 안사(ANSA)는 현지에서 구호 활동 중인 사람들의 말을 인용해 실종자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였다고 전했다. 안사 통신은 또 국제이주기구(IOM)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고 선박에 약 300명이 타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해경은 실종자 수색을 위해 선박 2척과 헬기 1대를 파견했다고 밝혔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황해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 백지화 위기

    경기와 충남 서해안을 아우르는 황해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이 백지화 위기에 처했다. 경기 평택 포승·충남 아산 인주지구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 철회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LH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착수해 최근 완료된 인주 및 포승지구의 택지개발사업계획에 대한 용역 결과, “사업 추진 여건이 좋지 않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내려졌다. LH 산업경제처 관계자는 “보상비만 1조원이 들어간 인근 평택 고덕지구도 수요가 없는 등 현재로서는 ‘공급 과잉 수요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주민들도 ‘조기에 착공하지 않으려면 사업을 포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백지화를 시사한 뒤 “이달 중 정부와 자치단체에 두 지구 모두 같은 입장으로 최종 결정해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H가 사업 포기를 선언하면 황해경제자유구역은 사업자가 전무하게 된다. 이 구역은 경기 포승·화성 향남지구와 충남 인주·당진 송악·서산 지곡 등 5개 지구로 이뤄져 있으나 향남·지곡지구는 사업자가 전혀 나서지 않고 있다. 송악지구는 한화가 당진테크노폴리스㈜를 설립해 사업자로 참여했으나 지난해 7월 전격 포기하고 손을 뗀 상태다. LH는 2009년 12월 인주지구 사업시행자로 결정돼 부지 1303만㎡에 1조 3395억원을 들여 공공·산업·유통시설과 주택 등의 개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또 포승지구 2014만 900 0여㎡에 자동차부품 단지와 3만 4623가구를 수용하는 주거·관광·상업단지를 조성할 예정이었다. 황해경제자유구역은 2025년까지 3단계로 나눠 평택·당진항 주변 55.05㎢를 국제 수준의 첨단기술산업 집적 단지, 대중국 수출 전진기지, 부가가치 물류 육성을 위한 자족도시로 키우기 위해 정부가 2008년 4월 지정했다. 충남도는 최근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LH의 사업 포기를 염두에 두고 인주지구 대책회의를 열어 새 사업자 선정과 개발 계획 수정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협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얻지 못했다. 충남도 소속 황해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아직 LH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은 것은 없다.”면서 “LH가 사업을 포기하면 새 사업자를 물색하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황해 구역 자체가 백지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몸 바쳐 독도 사랑한 아버지 피가 내몸에 흐른다”

    “몸 바쳐 독도 사랑한 아버지 피가 내몸에 흐른다”

    세월은 떠난 많은 사람을 지운다. 하지만 독도가 시름에 잠기는 이맘때라도 꼭 흐려진 기억에서 끄집어내야 할 사람이 있다. 이덕영. 울릉도 사람. 독도를 제몸처럼 사랑했던 사람. 그 사랑이 지나쳐 제명을 다 채우지 못한 사람. 푸른독도가꾸기 초대회장. 바위섬 독도에 푸른 나무로 옷을 입힌 사람이다. 1980년대, 뜯어말리는 경찰과 싸워가며 회원들과 함께 울릉도에서 흙을 퍼다 나르고, 그 위에 해송과 동백과 향나무와 야생화들을 가져다 심은, 미련하고 고집 센 사람. 그는 1998년 1월 23일 나이 마흔아홉에 죽었다. 타계도, 별세도 아니고, 죽었다. 일본 열도 남쪽 도고섬 앞바다에서. 시신은 뗏목 위에 묶어 놓은 한쪽 다리뿐. 나머지는 며칠 뒤에야 찾았다. 독립운동에 뒷돈을 댔던 선친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핏속에 반일(反日), 항일(抗日)의 유전자라도 담겼던 것일까. 이덕영은 어릴 적부터 머릿속에 ‘우리땅’이, 가슴 속엔 ‘반일’이 가득했다고 한다. 음악가 한돌이 ‘홀로 아리랑’을 지을 때 영감을 받았다던, 그의 울릉도 집에 켜켜이 쌓여 있던 역사책 2만권이 그 증좌의 일부다. 석포에 살면서도 일본식 지명이 싫어 홀로 정들포마을이라고 불렀다. 우리 들꽃에 빠져 전국 방방곡곡을 돌기도 했다. 1997년 겨울 어느 날. 대구로 나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아들 병호를 이덕영은 불쑥 찾아가 불러냈다. 그러곤 국밥 한 그릇을 사 주며 “아버지, 멀리 다녀와야 한다. 당분간 보기 힘들 거야.”라고 했다. 멀쩡한 농협을 다니다 때려치우고는 뭘 하는지 밖으로 돌며 걸핏하면 며칠씩 집을 비우고 가산도 거의 털어먹은 아버지를, 병호는 그날 마지막으로 봤다. 이덕영은 동료 3명과 함께 러시아로 떠났다. 그리고 12월 31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뗏목 ‘발해 1300호’에 올랐다. 발해 건국 1300주년을 맞아 옛 조상의 동해 개척사를 재연하겠다며 험한 바다에 몸을 맡겼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함흥, 강릉, 울릉도, 부산, 일본으로 바닷물길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뗏목으로 입증하고, 이를 통해 발해의 문물이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흘러간 역사를 증명해 보이겠다는 ‘거사(擧事)’였다. 동해와 독도의 주인이 정녕 누구인지, 일본은 똑똑히 지켜보라는 시위였다. 무모했다. 용기보다는 결기와 오기였다. 출항 15일째인 이듬해 1월 14일 이덕영의 동료 21세기 바다연구소 소장 장철수는 항해일지에 이렇게 적었다. ‘내가 왜 탐험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심신이 피곤하다. 어제 예기치 않은 해류에 밀려 자칫 울릉도와 독도마저 보지 못하는, 그래서 곧장 일본으로 빠지는 사태가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했다. 그래서 행여 (일본) 경비정에 몰려 나가는 보기 싫은 장면이 연출되지 않을까 해서’ 닷새 뒤인 19일에는 또 이렇게 적었다. ‘폭풍우에 계속 동쪽으로 밀린다. 이 방향이면 오키섬으로 가지 않겠나 싶다. 일본으로 간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1. 우리 어선을 나포하지 말라, 2. 바다는 넓다. 바다를 통해 더불어 사는 민족이 되길 바란다. 영원한 제국이란 없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다시 나흘 뒤인 23일. ‘바다가 거칠어진다. 교신이 빨리 되길 바란다. 우리 탐험대가 맞은 가장 위험한 상황이다. (중략) 나라에 짐이 된다는 게 부담스럽다. 더욱이 오늘 한·일 어업협정이 일방적으로 파기되었다는데, 그들의 속셈이 드러났다고 보여진다. 무엇보다 내가 의연해지고 싶다. 미래와 현재의 공존과 조화. 바다를 통한 인류의 평화 모색. 청년에게 꿈과 지혜를 주고 싶다. 탐험정신. 발해의 정신.’ 일지는 거기서 끝났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해를 따라 내려온 이들 4명은 부산을 거쳐 제주로 향하다 폭풍우가 집어삼킨 뗏목과 함께 일본 오키 제도의 도고섬 앞에서 스러졌다. 독도 지킴이의 소임도 그렇게 끝났다. 눈엣가시와도 같은 이들을 일본 당국이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았다는 논란, 심지어 일본 해경에 구조됐다가 다시 뗏목으로 내몰린 뒤 죽음을 맞았다는 의혹이 따랐다. 하지만 그러든 말든 세월은 흘렀고, 이들의 이름도 서서히 세상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 갔다. 13년이 지났다. 이덕영의 아들 병호(30)씨를 지난 6일 울릉도에서 만났다. 아버지의 비보에 이어 6개월 뒤 벼랑에서 차가 구르는 사고로 어머니마저 잃은 고등학생 병호의 아픔을 그는 웃음기 머금은 얼굴로 가리고 있었다. “다 잊고 싶었죠. 애써 그렇게 했습니다. 그땐 너무 어려 아버지가 하시던 일을 제대로 알지도 못했고, 어머니마저 떠나 버린 현실에서 그냥 벗어나고만 싶었습니다.” 대학을 나와 직장을 잡은 한참 뒤까지 아버지가 누구였고, 무엇을 했는지 애써 되짚으려 하지 않았고,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울릉도 선착장에 있었다. ‘안용복 재단’이라고 적힌 노란 점퍼를 수십명과 함께 입고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독도로 향하는 길이었다. “지난 2월 초 경북도청의 담당 국장께서 찾아와 ‘제2, 제3의 이덕영을 만들어 보지 않겠느냐’고 하셔서 숙고 끝에 재단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용복 재단은 17세기 말 일본에 끌려가서는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땅임을 주장하며 거꾸로 일본 막부의 사과를 받아내고 돌아온 어부 안용복을 기리고 독도 수호 의지를 다지기 위해 지난 2008년 경상북도 주도로 만들어진 재단이다. 민간 차원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독도를 찾도록, 그래서 독도가 외롭지 않도록, 그래서 일본이 더는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지 못하도록 하는 일을 맡고 있다. 사회에 나와 무역회사를 다니고 운동처방사로도 일하던 이씨는 재단 측의 참여 제의를 접하고는 ‘아버지가 지니셨던 정신에 어쩔 수 없이 매력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했다. “좋아하던 일도 때려치우고 재단에 참여하게 된 걸 보면 아무래도 아버지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를 이어 독도 지킴이로 나선 소감을 물었다. “학교 행사로 독도를 찾은 한 아이가 그러더군요. ‘갈매기똥밖에 없는 돌산인데, 왜 난리야. 그냥 일본에 줘 버리지….’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안 되겠구나, 큰일 났다 싶었죠. 후세뿐 아니라 우리 기성세대조차 국토의 소중함, 중요함을 잘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피는 못 속이는 걸까. 독도를 어떻게 해야겠느냐고 물으니 말이 빨라졌다. “관심이죠. 지속적인 관심 말입니다. 사람들이 가 봐야 합니다. 일본은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독도의 중요성, 필요성…. 심지어 지금 교과서에다가 자기들 영토라고까지 표기하며 아이들을 세뇌시키고 있습니다. 한데 우리나라는 독도에 대해 별다른 교육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관심만 갖는다고 독도 문제가 풀리겠느냐’고 물었다. 단호했다. “우리가 관심만 기울인다면 그것 말고 어떤 노력도 필요 없습니다. 우리 땅이라는 걸 우리가 알고 있는데,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제대로 알고만 있다면 이 상황은 변하지 않습니다. 뭐가 터졌을 때에만 피켓 들고 난리를 칠 게 아닙니다. 독도가 우리에게 필요하고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후대에 얘기해 줘야 합니다. 그럼 냄비처럼 쉽게 끓다가 별안간 잠잠해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일본의 중학교 교과서 검정 발표를 하루 앞둔 29일 다시 그에게 전화했다. 독도 안 갑니까. “며칠 뒤에 또 갑니다. 카메라 들고….” 그새 아버지에게 한발 더 다가서 있었다. 진경호·최여경기자 jade@seoul.co.kr
  • 靑·軍 이렇게 손발 안맞아서야

    ■정보공유 안되고…서해 탈북자 해경만 인지 지난 24일 서해상을 통해 귀순한 탈북자 6명과 조선족 3명에 대해 청와대와 군이 언론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남북관계와 관련, 민감한 사안인 탈북자 귀순조차 정부 기관 간에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28일 군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해양경찰은 24일 낮 공해상에서 우리 영해로 진입한 괴선박을 나포했다. 이 선박에는 탈북자로 추정되는 남녀 9명이 타고 있었으며 오후 7시쯤 군산항에 도착해 해경의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이보다 앞서 이들이 서해상을 통해 군산항으로 이동 중이던 이날 오후 4시 무렵 ‘서해를 통해 9명의 탈북자가 귀순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부 언론이 진위확인에 나섰다. 하지만 청와대와 국방부, 군은 해경이 선박을 나포한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오히려 기자들로부터 소문을 전해들은 국방부와 군 일부 관계자들이 합참과 해군, 군 정보기관 등을 통해 관련사실을 확인했지만 금시초문이란 답만 돌아왔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을 비롯한 위기관리반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렇다 보니 일부 군 관계자는 “중국 어선과 관련된 사안이 있는데 오해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했다. 하지만 3시간 뒤 서해상에 배를 타고 귀순한 탈북자 9명에 대한 소문은 사실로 확인됐다. 해경과 국정원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주면서다. 결국 해경이 선박을 체포해 이동 중인 상황을 알고 있던 건 당사자인 해경과 국정원뿐이었으며 위기관리의 핵심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청와대와 국방부는 관련 사안을 전혀 알지 못했던 셈이다. 국방부 등은 이 같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뒤늦게 사실 확인에 나섰다. 또 청와대도 기사가 나오기 직전 관련 정보를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군과 국정원은 앞으로 대북정보를 공유키로 했다고 밝혔다. 같은 정부 기관임에도 그동안 대북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발생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리 영해를 통해 들어온 탈북자에 대한 정보도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앞으로 민감한 대북 정보를 어디까지 공유할지 주목된다. 김성수·오이석기자 hot@seoul.co.kr ■국방개혁 신경전 靑 “반대하면 인사 조치” 청와대가 ‘307 국방개혁안’에 대해 군 일부가 반대 의사를 나타내는 것과 관련, 현역 군인들을 인사조치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재가가 이미 난 국방개혁안에 대해 군 일부와 예비역 장성들이 뒤늦게 반대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며 격앙된 분위기다. 역대 정권에서 국방개혁이 임기 후반기에 가서는 추진력을 잃고 용두사미 격으로 끝났지만, 이번만큼은 흐지부지 끝내지 않겠다는 결기마저 읽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참모총장과 국방장관이 이미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재가까지 받은 국방개혁안에 대해 일부 현역들이 반대하는 조짐이 여러 채널로 확인되고 있어 주목하고 있다.”면서 “국방개혁을 방해하거나 지연하는 세력은 그 자리에서 인사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 원로인 예비역장성들이 30년 동안 해 오던 것을 갑자기 바꾸기가 쉽지 않고, 충정도 이해는 하지만 그들은 ‘관중’의 입장이고 ‘운전대’를 잡은 (군)개혁의 주체가 아니다.”라면서 “대통령이 국방개혁의 의지를 다시 밝히겠지만, 당장 예비역 원로들을 대통령이 만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겪으면서 국가와 국민은 ‘군이 어떻게 바뀔 것이냐’라는 질문을 던졌고 이제는 군이 대답할 시점이 됐다.”면서 “일부 반대 세력들의 목소리가 나오긴 하지만 수십조원의 국방예산을 쓰는 군이 천안함, 연평도 사건 이후에도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당장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비역 장성들은 30여년 전 경험을 토대로 자신들만 옳다고 우기고 있고, 일부 현역들은 정권 말기인 만큼 그냥 넘어갈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매달 군수뇌부로부터 보고를 받고 직접 챙기는 핵심 과제인 만큼 국방개혁은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3일 국방부가 예비역 장성 40여명을 상대로 307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군 원로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합참의장의 권한이 세져 정치권이 눈치를 보는 이상한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육·해·공군 총장에게 작전권을 부여하면 총장의 권한이 세져 합참의장의 지휘가 이뤄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김성수·오이석기자 sskim@seoul.co.kr
  • 北주민 27명 50일 만에 송환

    北주민 27명 50일 만에 송환

    지난달 5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온 북한 주민 27명이 27일 오후 북측으로 송환됐다. 남하한 지 50일 만이다. 이들은 오후 12시 55분쯤 서해 연평도 인근 NLL에서 자신들이 타고 내려온 선박(5t급 소형 목선)으로 귀환했다. 우리 해경정은 북한 주민 27명을 태워 NLL 인근에서 이들이 타고 온 선박으로 옮겼으며, 북측에서는 경비정 한척이 나와 선박을 인도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이들이 표류해 내려온 NLL 상 지점은 북위 37도 41분 25초, 동경 125도 36분 57초다. 27명은 오전 8시 9분쯤 그동안 머물던 인천해역방어사령부 내 부두에서 2척의 해군 함정을 타고 연평도 인근 해역으로 출발했다. 이들은 해군 측이 제공한 버스에서 내려 몇 명씩 그룹을 지어 우리 측 요원들의 안내에 따라 함정으로 이동했다. 군시설 보안 때문인 듯 이들은 버스에서부터 함정으로 이동하는 동안 눈에 회색빛 안대를 했으며, 표류 때 입었던 것으로 보이는 옷을 입는 등 각각 다른 복장을 했다. 정부는 이들을 지난 17일 오후 서해 상으로 송환할 예정이었으나 이들이 타고 온 선박이 고장 나면서 송환 일정이 열흘이나 미뤄졌다. 북한 주민 31명(남성 11명, 여성 20명)은 지난달 5일 연평도 인근 서해 NLL을 넘어 왔으며, 정부는 이들이 단순 표류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31명 가운데 나머지 4명(남성 2명, 여성 2명)은 귀순을 희망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탈북자 9명, 中서 배타고 집단 입국

    탈북자 9명, 中서 배타고 집단 입국

    탈북자 9명이 24일 중국에서 한 배를 타고 우리나라로 입국했다. 탈북자가 중국에서 배를 타고 직접 한국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 남북 대화 분위기를 모색하는 상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오후 탈북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서해를 통해 군산항에 도착했다.”면서 “국가정보원과 해경 등 관계 기관이 군산항에 정박한 해경 경비함에서 1차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9명 가운데는 어린이 2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중국 어디에서 출항했고, 어떤 경로로 밀입국하려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이들은 국내의 한 종교단체를 통해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중국에서 직접 배편으로 들어오는 일이 흔치 않은데 오늘 9명이 탄 배가 입국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종교 단체가 관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탈북자들은 통상 중국으로 들어간 후 제3국을 거치거나 위조 여권을 갖고 밀항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내에 입국하고 있다. 탈북자 구조 활동을 벌이는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탈북자들이 배로 한국에 들어오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단속될 위험이 굉장히 크다.”면서 “한두명이 밀항해 입국하는 경우는 드문드문 있는 일이지만 9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옌타이항에서 밀항선을 타는 식으로 한국 입국을 시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체포돼 북송되는 일이 자주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탈북자 집단 입국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는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물론 국방부, 통일부, 국정원 모두 이 사안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번처럼 민간 단체에 의해 이뤄지는 기획 탈북은 한해 2000여명에 이를 정도로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대개 공개되지 않는다. 탈북자의 안전과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서다. 그러나 이번에는 탈북이 공개되면서 정부의 입장이 다소 난처하게 됐다. 안 그래도 지난달 북방 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주민의 송환 문제가 지연되고 있는 데다가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조준 사격 위협이 계속되고 있어 이번 사안은 남북관계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이 우리 측에 백두산 화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전문가 간 접촉에 응하는 등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당장 북한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31명의 북한 주민이 NLL을 넘어온 문제가 발생한 지 불과 두달 만에 비슷한 일이 반복됨에 따라 북한 정권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따라서 지난번보다 비난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민간 종교단체에 의한 기획 탈북을 우리 정부의 탓으로 몰 가능성이 크다. 김용현 동북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관계에 플러스가 되는 요인은 아니다. 북한의 반발 강도가 세질 수 있다.”면서 “천안함 1주기를 앞두고 어려운 국면을 만드는 데 활용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입국 방식이 제3국을 통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들어왔다는 점에서 중국과의 외교 마찰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북 소식통은 “탈북자들의 입국 과정은 주로 중국이 추방하는 형식이거나 중국에서 베트남 등 제3국을 통해 오는 것이 일반적이다.”라면서 “중국과의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계 경색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백두산 화산 문제 협의는 민간 전문가 간의 협의인 만큼 예정대로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재해의 경제학’ 재해복구 과정서 日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재해의 경제학’ 재해복구 과정서 日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대규모 자연재해는 국가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지만 멀리 보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특히 장기간 침체의 굴레를 벗지 못했던 일본 경제가 재해 복구 과정을 통해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자연재해가 오히려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재해경제학(economics of disasters)의 관점에서 본 해석이다. ●선진국엔 긍정… 개도국엔 치명적 재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선진국의 경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개발도상국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란 노이 하와이대 경제학과 교수가 2009년 개발경제학회지에 발표한 논문 ‘재해의 거시경제학적 효과’에 따르면 지진, 해일과 같은 대형 재해는 OECD 국가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1.3%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큰 재해를 겪은 개발도상국은 GDP가 9.7%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70~2003년 일어난 428개의 재해 중 피해규모가 평균 이상인 사례를 분석한 결과다. 실제로 최근에 일어난 대지진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하면 비슷한 결론이 나온다. 루비니 국제경제연구소와 재해역학연구센터(CRED)에 따르면,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의 피해액은 1000억 달러(약 113조원)였지만 GDP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2008년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에서 발생한 쓰촨성 지진의 피해액은 830억 달러로 집계됐으나 연간 GDP를 0.05% 감소시키는 데 그쳤다. 반면 경제 후진국인 아이티는 지난해 발생한 지진으로 139억 달러의 피해를 입고 GDP도 15%나 추락했다. 선진국 정부는 재해의 빠른 복구를 위해 국채발행, 금융완화 정책 등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창출된 유효수요가 GDP를 증가시킨다는 것이 재해경제학자들의 분석이다. 일본 정부도 복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10조엔 규모의 ‘부흥국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이철희 동양종합금융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규모는 고베 대지진 당시 10조엔을 넘는 14조엔 이상으로 추정된다.”면서 “국채발행의 정책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일본 중앙은행이 국채를 모두 인수해 통화공급을 늘리고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日 10조엔 ‘부흥국채’ 발행 검토 그러나 재해경제학이 복잡한 경제체계를 단순 도식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재해 복구에 투입된 자금과 노동력은 다른 생산 목적에 사용할 자원을 재배치한 것이므로 경제성장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도널드 부드로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자원의 파괴를 통해 한 나라가 부유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그런 논리라면 이스라엘의 공습에 시달려온 레바논 베이루트는 전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가 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의경 등 대체복무 2015년까지 유지

    2012년부터 폐지될 예정이던 산업기능요원과 의경 등의 대체복무는 2015년까지 유지되는 반면, 전경과 경비교도의 대체복무는 내년부터 폐지된다. 21일 국방부가 내놓은 ‘대체복무 폐지 시기 및 규모 조정’에 따르면 산업기능요원과 의경 등의 대체복무를 2015년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역 입영 대상자 중 강제로 차출해 불만이 제기돼 왔던 전경과 경비교도의 대체복무는 당초 예정대로 내년부터 없애기로 했다. 전경의 경우 지원하는 의경으로, 경비교도는 공무원 대체인력 등으로 각각 충원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2015년까지 의경 1만 4806명, 해경 1300명, 의무소방원 320명 등 전환복무요원 1만 6426명과 산업기능요원 4000명 등 매년 2만 426명의 대체복무가 허용된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하늘길… 바닷길… 교민 구출길 모두 뚫는다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물질 누출 등으로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군용기와 해경경비함을 동원해 교민을 구출하겠다는 방침이다. 민동석 외교통상부 제2차관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일본 지진피해대책특위 2차회의에 참석, “일본 원전 등으로 인해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전세 항공기·선박·군용기·해경 경비함·군함 등을 총동원해서 국민을 대피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일본에서 한국으로 출국하는 분들의 노력을 덜기 위해 국토해양부 및 관련 항공사측과 협의해서 항공기 운항을 증편하고 대형 기종으로 변경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항공사측과 왕복 요금을 편도 요금으로 받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 중이다. 민 차관은 이어 “일본은 물자지원을 정부 채널을 통해서 해주기를 바라고 있어 외교부를 중심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물품을 확보하고 있고 이중 실제적으로 필요한 물자들을 선정해서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구호물자 지원을 요청해옴에 따라)19일에 생수 100t과 담요 6000장을 전세 민항기편으로 일본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센다이 지역에 생수 20t을 군 수송기 3대에 나눠 제공했다. 정부는 또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80㎞ 밖에 있는 우리 국민들에 대해서도 풍향 변화 등을 감안,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할 것을 권고했다. 민 차관은 오후 외교부 브리핑에서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80km 바깥지역에 체류하는 국민들도 상황 호전시까지 조금 더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80㎞ 이내 지역의 우리 국민에게 대피 또는 실내 체류를 권고한 것보다 조치를 강화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영국 등의 근거에 따른 80㎞ 내 대피 권고가 하루 만에 80㎞ 밖으로 바뀌면서 정부 정책이 갈팡질팡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미경·허백윤기자 chaplin7@seoul.co.kr
  • 北주민 27명 40일만인 17일 송환

    북한 주민 27명이 17일 오후 1시쯤 서해상을 통해 북으로 돌아간다. 정부는 16일 오후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통해 대한적십자사 명의로 북측 조선적십자회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 “내일(17일) 서해상 기상상태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오후 1시쯤 선박과 주민 27명을 해상을 통해 송환하겠다.”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이날 판문점 연락관 마감 전화를 통해 구두로 동의한다고 밝혀 왔다. 북측이 송환 계획에 동의함에 따라 27명은 표류 40일 만에 송환된다. 정부는 27명의 인계 장소로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 좌표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15일 북측과 송환에 합의한 뒤 16일 송환을 추진했지만 서해상에 파고가 2~4m로 높아 안전상 문제가 제기돼 이뤄지지 못했다. 인천 모 군부대 시설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27명은 해군 군함이나 해경정에 의해 연평도 인근까지 이동한 뒤 자신들이 타고 온 선박으로 옮겨 NLL을 넘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日 70여년째 국제사회 지원… 88개국 앞다퉈 “日 돕겠다”

    ①한발 앞선 ‘공공외교’ 비록 지난해 중국에 추월당해 ‘넘버3’로 내려앉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초경제대국이다. 초유의 국가적 재난을 당했지만, 경제력만으로 따지면 어느 나라보다 강한 복원력을 지닌 나라인 것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 88개 국가가 일본을 돕겠다며 앞을 다투고 있다. 적어도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86개국은 일본보다 경제력이 뒤진다. 그중에는 아프가니스탄처럼 오랜 전쟁을 겪고 있는 나라들도 적지 않다. 이들이 지원 대열에 줄을 선 것은 바로 일본이 지닌 국제적 위상, 그리고 소프트파워의 힘이다. 일본이 수십년 동안 펼쳐온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가 이번 지진·쓰나미 위기 속에 도움의 손길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로 일본 ‘공공외교’의 힘이다. 그동안 센카쿠 열도를 놓고 일본과 영유권 갈등을 빚어온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선 “쓰촨 대지진 때 보여준 그들의 행동이 고마워 일본을 미워하지 않는다.”며 신속히 일본을 지원하라고 촉구하는 글이 인터넷에 올랐다. 중국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일본은 중국과 긴장 관계 속에서도 쓰촨 대지진 구호뿐 아니라 1979년부터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중국에 도움을 줬다. 1979년부터 2009년까지 유상자금협력이 3조 3160억엔, 무상자금협력 1544억엔, 기술협력이 1704억엔 등에 이른다. 지난해만 해도 인재육성 장학계획이란 이름으로 4억 9200만엔을 지원했다. 기존 외교가 전문외교관 대 전문외교관 중심이라면 공공외교는 장기적인 국가이익을 목표로, 정부를 포함한 상대국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 수행 주체도 외교관이 아니라 정부, 개인, 비정부기구 등을 포괄한다. 공공외교에는 국제사회 대중의 요구를 이해하고, 자국의 관점을 제시하고, 자국과 국민에 대한 오해를 교정하고, 국제사회의 공통된 대의에 참여하고, 리더십을 키우는 일과 같은 광범위한 영역이 포함돼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출범에 즈음해 미국의 ‘소프트파워위원회’가 제시한 5대 전략목표 가운데 세 번째가 바로 공공외교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소프트파워위원회에 따르면 공공외교의 목적은 “한 나라의 ‘정부’가 아닌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공공외교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다양한 노하우를 자랑한다. 일본의 공공외교는 1934년 국제교류진흥회를 세우고 해외 문화단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일본을 소개하는 등의 활동을 시작한 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40년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체코 프라하에 일본 정보문화원을 개설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일본의 공공외교는 1970년대에 골격이 형성됐다. 개발도상국의 문화와 교육 활동을 지원하는 정부 원조가 본격화된 것도 이때부터다. 1978년 아세안(ASEAN) 문화기금을 설립하고 대규모 지원을 시작했고, 1980년에는 아세안 국가의 차세대 젊은이들을 후원하는 청년장학금제도도 마련했다. 1980년대부터는 일본국제교류기금을 중심으로 일본어 보급 사업도 본격화했다. 1990년대부터는 NHK 월드 등을 통한 미디어 공공외교로 확장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②‘메이와쿠’는 없다 사재기·새치기·울부짖는 사람 거의 없어 지진이나 태풍, 화재 등 국가 재난이 발생하면 흔히 범죄와 약탈, 무질서와 폭동이 횡행한다. 사재기도 판을 친다. 하지만 도호쿠 대지진이 일어난 지난 11일 이후 일본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길게 늘어선 줄에서 차례를 기다리다 자신에게 순서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새치기를 하거나 다른 이를 밀치는 사람도 없다. 실제로 지진 이후 신오쿠보에서 목격된 장면은 일본인의 질서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코리아타운 내 슈퍼마켓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24·여)은 “11일 지진이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이 놀라서 모두 밖으로 몰려 나가는데, 계산대에 있던 일본 사람들은 끝까지 기다리다 계산을 마치는 모습이 특이했다.”면서 “우리 같으면 계산이고 뭐고 일단 바구니 던지고 뛰쳐나갈 텐데 참 대단했다.”고 말했다. 사재기가 없는 것도 ‘이방인’의 눈에는 특이했다. 대지진 첫날에는 주택가나 사무실 주변 슈퍼마켓 등에서 라면과 빵 등 비상 생필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간혹 눈에 띄었지만, 4일째인 14일에는 그런 모습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 주택가 슈퍼마켓에는 다시 라면과 빵, 음료수가 쌓이고 있다. 일본 사람들의 질서의식은 어릴 때부터 몸에 밴 ‘메이와쿠(迷惑) 회피 정신’에서 나오는 것이다. 메이와쿠는 ‘남에게 끼치는 폐’를 뜻한다. 일본의 가정과 학교에서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수시로 교육한다. 이런 뜻인 ‘메이와쿠 가케루나’를 아예 가훈으로 삼는 집도 적지 않다. 또 일본 학교에는 ‘인내하는 힘’(耐える力)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붙어 있는 곳이 많다. 단체생활을 위해 개인은 참고 순응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일본인들은 꾸준하고 일관된 재해 대처 교육을 유치원 때부터 받는다. 책상 옆에는 늘 재해에 대비한 방재 두건이 걸려 있다. 이러한 철저한 재해 예방 교육은 메이와쿠 정신과 함께 대형 재해에 침착하게 대응하게 하는 비결이 된다. 재해를 당한 일본인들이 크게 흐느끼거나 울부짖는 일도 거의 없다. “내가 그런 행동을 하면 나보다 더 큰 피해를 당한 이들에게 폐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이 제한 송전에 나선 14일 예상치보다 전력 수요가 많지 않아 오전 6시 20분부터 오전 10시까지 송전을 제한하려던 제1그룹에 대해 송전 제한 계획을 취소한 것에서도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전기를 아껴 쓰겠다는 일본인의 고통분담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의 방사능 유출로 인해 일본이 초토화되고 있지만 일본인들이 무서울 정도로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려 정신의 발로인 셈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③세계 최고 지진경보 체제 세계 1000개 관측소 연계 “전국민에 지진 1분 전 경보” 지난 11일 일본을 강타한 지진은 인간의 힘으로 막기엔 너무나 무시무시한 재앙이었다. 그럼에도 일본이 입은 피해는 재앙의 크기에 비해서는 약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철저한 사전 대비를 제도화한 시스템의 힘으로 열악한 자연환경을 극복한 셈이다. 차분한 준비와 침착한 대처에 세계 외신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AP통신은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의 대비를 한 덕분에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와 지난해 아이티 지진 때보다 피해가 훨씬 적었다.”고 보도했다. 규모 7.0이었던 아이티 대지진 사망자는 30만명이 넘었고 인도네시아 쓰나미 사망자는 약 23만명이었다. 일본의 지진 경보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지진은 이마저도 뛰어넘을 정도로 강력했다는 점에서 불가항력이었던 점도 있었다. 일본 기상청이 동북부 해안에 쓰나미 경보를 내린 것은 11일 오후 2시 49분. 높이 10m의 쓰나미가 해안을 덮친 건 오후 3시 정각 무렵이었다. 해안가 주민들은 대피할 겨를도 없었다. 그러나 기상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재난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번 지진경보가 늦었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외신에서도 일본의 사전 경보 시스템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AFP통신은 “일본 국민 수천만명이 지진경보 시스템을 통해 진동이 발생하기 약 1분 전에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이는 전 세계 1000여곳의 지진관측소와 연계된 일본의 정교한 재해경보 시스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철저한 준비 덕분에 최악의 사태를 면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지진이 잦았던 도쿄 남서부를 중심으로 지진 대비책을 준비하고 별다른 지진이 없었던 도호쿠 지역에 대한 대비는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다는 지적은 뼈아픈 대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평소 쓰나미에 대한 경계심과 대피 훈련 덕분에 피해자를 줄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나는 가수다’스포일러 100% 일치 논란...재미반감에 제작진 비상

    ‘나는 가수다’스포일러 100% 일치 논란...재미반감에 제작진 비상

    최근 인기몰이 중인 MBC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이 스포일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나는 가수다.’는 13일 7명의 가수에게 80년대 명곡 재해석이라는 미션을 주고 이를 수행하는 과정을 담았다. 일곱 명의 미션 수행곡은 앞서 온라인 등에서 일부 네티즌이 밝혔던 미션 수행곡들과 정확히 일치한 것. 방송에서 가수들은 룰렛을 돌려 미션곡을 선택했다. 김건모는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 김범수는 민해경의 ‘그대 모습은 장미’, 박정현은 강인원·권인하·김현식의 ‘비오는 날의 수채화’, 백지영은 나훈아의 ‘무시로’, 윤도현은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 이소라는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다시’, 정엽은 주현미의 ‘짝사랑’을 부르게 됐다.  방송이 끝나고 나서 네티즌 들은 “스포일러의 내용과 내용이 같다 보니 기대감이 반감됐다.” “내용을 유출한 사람도 문제지만 제작진도 시청자들을 생각한다면 대책을 마련해야 할 듯”이라는 반응을 올렸다.  이런 가운데 관심은 1차 탈락자가 누구인지로 쏠리고 있다. 방청객 중 하나로 보이는 네티즌은 온라인동아리에 게재한 스포일러에 1~2명의 가수에 대해 “노래가 겉돌았다.” “기교가 너무 들어갔다.” 등의 표현을 쓰며 “탈락 위험”이라고 적었다.  인터넷서울신문event@seoul.co.kr
  • 제주 추락헬기 시신 1구 발견

    제주해양경찰서는 11일 오후 7시 10분쯤 제주 한림읍 서쪽 104㎞ 지점의 수심 76m 해저에서 인양한 AW139 헬기 동체에서 실종됐던 남해해경청 제주항공대 소속 양춘석(40·정비사) 경사의 시신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아파트가 좋다고? 고향땅 밟으니 아픈 몸도 금세 다 나았어”

    “아파트가 좋다고? 고향땅 밟으니 아픈 몸도 금세 다 나았어”

    포격으로 폐허가 됐던 연평도 곳곳이 눈에 띄게 깨끗해졌다. 깨져 널려 있던 유리 파편이 사라지고, 거리마다 나뒹굴던 쓰레기들도 말끔히 치워졌다. 피폭으로 집을 잃은 주민들에게는 잠시나마 묵을 수 있는 보금자리도 생겼다. 연평초등학교 운동장에 지어진 임시가옥이 그곳이다. ●“내 마을 내가 돌보니 정말 좋아” 4일 오전 10시. 연평도 남동쪽에 위치한 해경파출소 옆에서는 ‘취로사업’에 참여한 남부리 주민 99명이 부서진 건물 잔해 등 주변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취로사업은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됐다. 사업은 5월까지 이어진다. 인천시가 행정안전부로부터 20억원의 예산을 배정받아 연평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사업이다. 한 사람당 기본 5만원에 식대를 더해 5만 3000원을 일당으로 지급한다. “아파트든 뒤파트든 그게 무슨 소용이야. 고향 돌아오니까 이렇게 좋은데. 아프던 몸도 금세 다 나았어.” 취로사업에 참여한 조연화(81) 할머니가 밝게 웃으며 동료 할머니들에게 농담을 건넸다. 옆에서 일하던 윤선비(74) 할머니가 “내 고향 내가 치우고, 돈도 벌고, 얼마나 좋아.”라고 말을 받았다. 인천의 찜질방을 전전하다 없던 병을 얻고, 두고 온 집 걱정에 한시도 편하게 잠을 청한 적이 없었던 할머니들이 고향에 돌아오자 기운이 솟는 모양이었다.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조 할머니는 6·25 때 연평도로 피란 와 연평도에서 지금은 돌아가신 남편을 만난 뒤 자식들을 낳아 길러 뭍으로 내보냈다. 60년 넘게 연평도에서만 살았다. 조 할머니는 “처음엔 아파트라고 해서 좋은 줄만 알았지. 그런데 가서 보니 남의 집에 산다는 게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야.”라고 말했다. ●“임시가옥이지만 친구들 있어서 행복해” “임시가옥에서 살아도 연평도에 오니 좋아요.” 지난 3일 오전 11시, 연평초등학교 4학년이 된 고성현(10)군이 인천연안부두에서 연평도행 코리아나익스프레스 여객선에 혼자서 탔다. 사흘 전부터 연평도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계속되는 기상악화로 인천에 더 머물러야 했다. 연평도 포격으로 피란길에 오른 후 처음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어려서 부모가 따로 사는 탓에 할아버지·할머니 품에서 자랐지만 구김살이 없었다. 되레 맑고 검은 눈동자가 밝게 빛났다. “친구들 보러 빨리 가고 싶어요.” 성현이는 새 교과서, 새 담임 선생님과 새 교실에서 공부할 생각에 한껏 기대가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돌아갈 집이 없다. 포격으로 몽땅 파괴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현이는 가족들과 당분간 연평초등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임시주택에서 살아야 한다. 할아버지·할머니·큰아버지·성현이 그리고 강아지 ‘가을이’까지 다섯 식구를 하나로 묶어 주는 소중한 거처다. 전국재해구호협회가 국민 성금으로 지은 임시주택 39채에 포격으로 집을 잃은 32가구 69명이 입주했다. 머리를 감으려면 화장실 문을 열고 엉덩이를 쭉 빼야 할 만큼 좁고, 둘만 누워도 몸을 뒤집지 못할 정도로 협소하지만 성현이 가족은 오히려 감사했다. 할아버지 고영선(72)씨는 “우리를 위해 국민들이 성금을 모아 마련해 준 집인데 어떻게 불평할 수 있겠느냐.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후 3시. 성현이가 연평도에 도착한 지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다. 성현이는 연평마트 앞 인조잔디 축구장으로 나가 반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뒤엉켜 놀았다. 구김 없이 큰소리로 떠들고 까불었다. ‘남의 동네’인 인천에서는 할 수 없었던 ‘놀이’였다. 올해 성현이의 가장 큰 소망은 빨리 새집이 생기는 것이다. 새집이 마련되면 아빠가 새 책상과 침대를 사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아빠도 다시 볼 수 있다. 성현이는 “빨리 새집이 생겼으면 좋겠다.”면서 눈을 반짝였다. ●“가슴의 상처 빨리 치유됐으면…” “이웃들이 돌아오니 내 마음이 부자가 된 거 같아요.” 4일 오전 8시 30분 남부리 연평교회 맞은편. 이기옥(51·여)<서울신문 2010년 12월 22일자 1면>씨가 집을 나섰다. 요즘 매일 아침 9시면 두꺼운 점퍼를 세 겹이나 껴입고 집을 나선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취로사업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내 마을을 내 손으로 다시 세운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사람들 모두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는 큰데 상처는 여전히 깊게 남아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북한의 포격 후 100일 동안 그에게 일어난 일 가운데 가장 기쁜 일은 해병대 연평부대에서 복무하던 아들 성기림(24)씨가 돌아온 일이다. 성씨는 포격으로 숨진 고(故) 서정우 하사의 해병대 입대 동기로, 지난달 10일 만기제대했다. 그간 이씨는 아들을 지척에 두고도 연평도 사태 이후 계속되는 비상근무로 얼굴을 보지 못해 속을 끓였다. 이씨는 “아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온 게 지난 100일 동안 내게 일어난 가장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라면서 다시 빗자루를 들며 웃었다. ●주민들에 매달 5만원씩 지원 연평도 복구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날도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직원 11명을 파견해 연평도 곳곳의 전기선로 교체작업을 벌였다. 연평면사무소에 따르면 창문·창틀 교체작업은 99%, 대문·방문 교체작업도 98% 끝났다. 상수도도 수리를 신청한 228가구 중 199가구, 보일러는 171가구 중 160가구가 공사를 마쳤다. 난방용 기름도 차질 없이 공급돼 추위를 덜 수 있게 됐다. 또 올 1월 시행된 ‘서해 5도 지원 특별법’으로 인해 이달부터 6개월 이상 거주한 주민은 매달 5만원씩 정주지원금을 받는다. 여기에다 올 7월 ‘서해 5도 종합발전계획’이 확정되면 노후주택 개량지원, 생필품 구매대금 지원 등 추가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연평도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뼛속까지 박힌…폭력을 마주하다

    뼛속까지 박힌…폭력을 마주하다

    변형되고 재단되지 않으면 기억은 그 자체로 고통이고 폭력이다. 자칫 삶을 뿌리에서부터 부정하지 않도록, 삶에 대한 나름의 만족감을 안겨줄 수 있도록, 그래서 삶을 이나마 지탱시켜줄 수 있도록 적당히 뒤틀리고 적당히 각색되어야 한다. 세월 속에 마모된 기억이 불쑥 튀어나와 가끔은 현란한 언어를 구사하며 스스로 우쭐대곤 하는 이유다. 기억의 미덕이고, 마법이다. ●친구의 죽음·민간인 포격… 평범한 이의 유장한 오딧세이 그러나 일생에 걸쳐 근원적 폭력이 새겨진 기억은 조금 다르다. 여기, 삶의 곳곳 대목마다 폭력과 죽음을 맞닥뜨린 이가 있다. 폭력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불안의 심상은 일생에 걸쳐 곁에 뒀던 바다의 아득한 포말과 맞닿는다. 그리고 우리 사회 우울했던 시대가 내지른 광기 서린 폭력과 교직한다. ‘나’는 초등학교 입학 시절 우리 사회가 요구한 ‘질서정연한 앞으로 나란히’에서 죄악의 첫 기준을 접한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때 교사의 학생 타살 사건이 벌어진다. 월남전 참전의 기억을 늘 자랑스레 얘기하며 폭력을 일삼던 교련 교사에게 맞아 우물에 던져진 학생은 이미 같은 반 친구들에게도 집단 괴롭힘을 당했던 이였다. 이렇듯 가해와 피해의 기억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함께 남겨진다. 얼마 뒤 전교 1등 하던 또 다른 친구는 하굣길 바닷가 절벽에서 몸을 던졌다. 모든 일들은 교실 앞쪽에 걸린 ‘강파른 눈매로 내려다보는’ 대통령 사진 아래에서 이뤄진다. 졸업 뒤 세상에 나와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훈련소 동기는 구타에 못이겨 바다에 몸을 던지고, 자대배치받은 최전방 섬 부대에서는 훈련 중 민간인이 탄 어선을 포격하는 오발 사고가 벌어진다. 같은 부대 사병은 총을 들고 대치하다가 동료 군인의 총에 맞아 담요에 싸인 채 실려나온다. 고등학교 때 약간 껄렁했던 친구는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뒤 변소에서 목을 매 죽는다. ‘강파른 눈매의 대통령’이 부하의 총에 맞아 죽고, ‘남쪽의 폭동’이 일어나던 때다. 사회에서 맞닥뜨린 폭력은 조금씩 형태를 달리한다. 회사 내부에서 적당한 물리적 폭력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간교함을 앞세워 승승장구하는 후배에 밀려난다. 중국땅으로 떠난 ‘나’는 선박회사 작업장에서 악착같이 삶에 애착을 갖던 중국인 동료를 또 다시 사고로 잃는다. 북극권의 노르웨이 선박회사로 자리를 옮긴 뒤 불면과 불안, 알코올 의존을 거듭하며 내면을 더욱 여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장편소설 ‘육도경(六島經)’(자음과모음 펴냄)은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온 이가 겪은 비범하면서도 유장한 오딧세이아다. 폭력과 죽음이 내면에 새겨놓은 공포의 기억을 고개 돌리지 않고 마주하는 것, 철저히 불화할 것만 같은 대상과 화해하고 치유하는 것의 가능성을 조심스레 내딛고 있다. 제1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이다. 작가는 문호성(53). 직함(이탈리아 선급협회 등록업무부장)이 이채롭다. 조선설계기술사로 일하면서 첫 번째 장편소설을 내놓았다. ●공포의 기억 앞에서 내면 치유를 위해 화해 손짓 소설은 산해경(山海經)의 형식을 차용해서 동도경(東島經), 북도경(北島經), 서도경(西島經) 등으로 장을 나눴고, 절영도, 곡도, 울도, 마억도 등 여섯 개 가상의 섬을 배경 삼아 이야기를 풀어낸다. 늦깎이 등단한 문호성은 “배를 타는 사람끼리는 흔히들 ‘철판 한 장 아래가 죽음’이라고 얘기한다.”면서 “망망한 바다 위의 섬, 또는 배와 같이 폐쇄된 공간에서 흔히 교차하는 죽음의 이미지를 시대의 서사와 함께 노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바다가 죽음만이 아닌 환생의 이미지를 함께 갖고 있음도 넌지시 내비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기억의 왜곡에 정직하게 맞서려는 주인공 내면의 심리를 때로는 시적(詩的) 서정의 환기로, 때로는 객관적 거리를 유지한 채 담담하면서도 끈질김으로 묘사하는 문체가 돋보인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출산장려 ‘주민 도우미’ 떴다

    출산장려 ‘주민 도우미’ 떴다

    지난 1월. 늦둥이 셋째 아들 용훈이를 낳은 윤해경(40·송파구 방이1동)씨는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접한 동네 주민자치위원회 이웃들이 예쁜 카드와 유아용 포대기를 들고 축하하기 위해 윤씨 집으로 발걸음을 했던 것. 윤씨는 “둘째 아이를 낳았을 때에는 다른 곳에 살아 이런 일이 없었거든요. 선물뿐 아니라 육아 선배님들이 좋은 정보도 주고 격려도 해주니 큰 힘이 됐습니다. 아이 셋 키우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힘이 되네요.”라며 활짝 웃었다.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 문제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시·군·구별로 출산 정책을 대대적으로 쏟아내고는 있지만 시민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은다. ●십시일반 모아 포대기 선물·조언 하지만 방이 1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이렇게 정책에만 의탁할 게 아니라고 합창한다. 출산 붐을 위해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풍토가 중요하고, 서로 격려하며 독려하는 한국인 특유의 정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치회는 중·소형 아파트와 작은 규모의 다세대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신혼부부들이 많이 사는 방이 1동이 신(新)베이비붐을 일으키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여겼다. 일단 올해부터 방이 1동에 출생 신고를 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신생아들의 필수품인 포대기와 축하 카드를 선물하기 시작했다. 축하 카드에는 ‘아기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건강하고 예쁘고 지혜롭게 자라길 기원합니다. 방이 1동 주민자치위원회’라는 문구를 정성스럽게 새겼다. 방이 1동의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1만 7000명 동 주민들의 축복 속에서 새 인생을 시작하는 셈이다. 비용은 자치회 회원들이자 같은 동네에 사는 선배 엄마 아빠들이 십시일반 모아 만들었다. 갓 태어난 신생아일지라도 구 차원에서 예산을 마련해 선물을 주게 되면 현행 공직선거법상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자치회가 직접 기획해 가정을 방문하기 때문에 그런 부담에서도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주민 주도 ‘출산붐’ 조성 눈길 윤영자 방이 1동 주민자치위원장은 “낮은 출산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자치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 머리를 맞댄 결과 이렇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면서 “앞으로 자치회는 물론 각 직능단체나 사업체, 관심 있는 주민들도 후원회를 조직해 주민 주도의 ‘출산 붐’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제주해상서 추락헬기 동체 발견

    제주 해상에 추락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제주항공대 소속 AW139 헬기 동체가 발견됐다. 제주해양경찰서는 25일 오후 5시 30분쯤 제주시 한경면 차귀도 서쪽 93㎞ 지점의 수심 70여m 해저에서 지난 23일 밤 추락한 헬기의 동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주해경의 경비함(3009호)이 오전 11시쯤 수중탐색 장비인 ‘사이드 스캔 소나’를 이용, 수색작업을 하다 동체를 발견했으며 외피가 상한 블랙박스 탐색장비(DPL 275)도 확인했다. 동체 안에 실종된 승조원 4명이 있는지는 정밀조사 후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해경은 블랙박스를 발견, 추락의 원인을 밝혀 줄 단서를 찾았으나 정밀해독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해경 임용 두달 만에…추락헬기 이유진 순경 시신 수습

    해경 임용 두달 만에…추락헬기 이유진 순경 시신 수습

    지난 23일 밤 제주 해상에서 실종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제주항공대 소속 AW139 헬기 탑승자 중 이유진(28·여) 순경의 시신과 헬기 잔해가 발견됐다. 이 순경의 시신은 24일 오전 9시 10분쯤 제주시 한림읍 서쪽 105㎞ 해상에 떠 있었다. 해경은 앞서 오전 8시 10분쯤 서쪽 116㎞ 해상에서 AW139 헬기의 꼬리와 문짝 등을 찾았다. 송나택 제주해경서장은 “응급 환자를 이송하던 중 헬기가 갑자기 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고 당시 기상은 풍속 8∼10m, 파고 1∼2m, 시정 거리 926m로 맑고 양호한 상태여서 기상 악화에 따른 사고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해경은 기장 이병훈(40) 경위 등 나머지 4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해 해경 소속 챌린저 항공기 1대와 경비함정 8척, 해군 함정 2척 등을 동원해 인근 해역을 수색하고 있다. 숨진 이 순경은 부산 출신으로 지난해 6월 1차 해양경찰공무원 공채시험에 합격해 교육을 거쳐 12월 27일 경비함 1502함에 배치된 지 2개월 만에 변을 당하고 말았다. 사고 헬기를 조종한 이병훈 기장은 AW139 조종을 위해 제작사가 있는 이탈리아에 가서 교육을 받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인천에서 1년여간 직접 AW139를 운항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5명탑승 해경헬기 제주해상서 실종

    5명탑승 해경헬기 제주해상서 실종

    23일 오후 8시 50분쯤 제주도에서 응급환자를 후송하던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제주항공대 소속 신형헬기가 연락이 두절돼 해경이 수색에 나섰다. 환자후송을 위해 배치된 지 불과 사흘 만에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헬기에는 항공대 소속 기장 이병훈 경위와 부기장 권범석 경위, 정비사 양춘석·최명호 경장 등 항공대원 4명과 제주해경 1502함 소속 이유진 순경(여)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헬기는 오후 8시 20분쯤 제주공항을 출발, 제주시 한경면 차귀도 서쪽 74㎞ 지점에 있던 경비함에서 갑자기 쓰러진 이 순경을 태우고 제주대학교 병원으로 오던 중이었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헬기가 바다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돼 경비함 등을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헬기는 지난 21일 제주항공대에 배치된 이탈리아 아구스타 웨스트랜드사가 제작한 AW-139 기종으로 엔진출력 3062마력, 항속거리 700㎞에 야간 해상수색도 가능하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5명 실종된 추락 헬기 잔해물과 이 순경 시신 발견

    5명 실종된 추락 헬기 잔해물과 이 순경 시신 발견

     지난 23일 제주해역에서 추락한 해경 헬기의 일부 잔해와 함께 이유진 순경 시신이 발견됐다. 제주해양경찰서는 24일 오전 8시쯤 제주시 한경면 차귀도 북서쪽 해상에서 추락헬기의 꼬리와 문짝으로 추정되는 잔해물이 발견됐으며 이유진(28·여) 순경의 시신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고 헬기는 지난 23일 밤 9시쯤 응급환자를 이송하다가 제주 해역에 추락했다. 실종자는 경비함정 근무 중 갑자기 쓰러져 헬기로 이송되던 이 순경을 비롯해 이병훈(40) 기장, 권범석(49) 부기장 등 5명이었다.  해경과 군은 경비함정 20여척과 헬기 4대 등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하는 중이다.  한편 사고가 난 AW-139 헬기는 야간 열상 장비와 해상 탐지 레이더 등 최첨단 장비를 갖췄으며 2년 전에 200억원을 들여 도입했다. 지난 18일 제주에 배치된지 5일만에 사고가 났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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