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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31 지방선거 격전지 표심기행] (1) 빛고을 광주 르포

    지방선거를 앞둔 ‘5월 광주’는 고민하고 있었다. 표심(票心)은 예전처럼 ‘이미 정해진’ 게 아니라 ‘어디로 정할까.’를 놓고 흔들리는 듯했다.5·18 민주화운동 26주기를 맞는 가슴먹먹한 ‘신열’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이런 민심을 파고들기 위해 광주를 찾은 정치권만 분주할 뿐이었다. 서로가 ‘5월의 적자’임을 선언하며 앞다퉈 선거 출정식을 치렀다. 그야말로 ‘광주 쟁탈전’이었다. 흔히 광주를 한국 정치사에서 학습능력이 가장 뛰어난 곳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오랜 시간 경험한 소외와 차별을 딛고 두번의 대선을 치르면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탄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광주시민의 ‘학습능력’은 그만큼 전략과 선택이라는 말로 상징돼 왔다.80년 민주화운동을 거치면서 광주의 고립을 해소하면서도 민주주의를 계승할 정치세력을 선택하는 고민은 광주 정치 민심의 변하지 않는 목표였다. 그러나 17일 현지에서 만난 시민들은 고민하고 있었다.‘전략적 선택’과 ‘미워도 다시 한번’ 사이에서. ●“이원영의원 발언 생채기 또 건드리는것” 광주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모두 4명, 열린우리당의 조영택, 한나라당 한영, 민주당 박광태, 민주노동당 오병윤 후보다. 분위기로만 보면 조 후보와 박 후보의 각축전이다. 현지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은 현재 박 후보가 조 후보를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선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후보 지지도에서는 큰 변화가 없지만 정당 지지도에서는 민주당의 당비 대납 사건 등으로 열린우리당이 앞섰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중평이다. 최근 이원영 의원의 ‘5·18 군 투입’발언과 문재인 전 청와대 수석의 ‘부산 정권’발언이 악재가 된 셈이다. 광주의 신도심으로 불리는 북구 상무동에서 만난 건설회사 직원 고모(45)씨는 기자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줄담배를 피워댔다. 고씨는 “질서 유지도 생각하기 나름이지. 오늘 전야제에 왔다면 시민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격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동구에서 왔다는 이천묵(69)씨는 “이제 광주는 ‘한’(恨)을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몰아준 집권 여당에서 이런 발언을 한다는 건 생채기를 다시 건드리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들 앤간치 않지만 구관이 명관…” 2일장이 열린다는 말바우 시장으로 이동하는 택시에서 만난 정안용(37)씨는 문 전 수석의 발언을 “애기들 떡주고 달래는 꼴이지라.”며 허탈해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더 높은 지지로 당선시킨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이기도 했다. 정씨는 “다들 앤간치(시원치) 않지만 그래도 구관이 명관 아니겠어.”라고 되묻는다. 그러나 이 문제를 정략적으로 쟁점화하는 부분은 오히려 광주정신에도 맞지 않는다며 따끔한 충고를 건네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말바우시장에서 20여년 동안 홍어를 팔고 있는 ‘망월홍어집’의 박화남(68) 사장은 “단순히 감정적으로만 생각해 될 일은 아니잖여. 대범하게 큰 정치해야지. 우리 광주가 이제 그 정도 발언으로 휩쓸리고 그러지는 않어.”라고 말했다. 이는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시각과도 겹쳐지는 듯했다. 박근혜 대표가 취임한 뒤 지속해 온 ‘호남 껴안기’를 그저 색안경을 끼고 보지만은 않아 보였다. 지역 시민단체인 ‘참여자치 21’의 박광우(38) 사무처장은 “한나라당의 진정성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시민도 많아졌다. 하지만 공식적인 사과와 책임 있는 화해를 시도하지 않는 한 광주와 한나라당의 거리는 멀 수밖에 없다.”는 진단을 내놨다. 다만 정치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실리적으로 광주를 접근하고 있다는 의심을 여전히 걷어내진 않았다. 민노당 오 후보는 10%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다.‘선도’는 높지만 ‘반지역주의’를 지향하다보니 그래도 ‘지역주의’(엄밀히 말하면 저항적 지역주의)를 온전히 부정하지 않는 광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워 보였다. 워낙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구도가 선명한 탓도 있다. 누가 요청하지 않아도 광주 시민들은 17일 저녁 7시쯤이면 금남로 도청앞 광장으로 나온다. 나와서 26년 전 그날을 기억하고 되새긴다. 축제라고도 한다. 앞다퉈 광주를 지방선거 출정 전야의 주인공으로 만든 정치권이 5월 정신을 계승하고 확대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듯싶다. 더 이상 광주는 ‘한’(恨)의 고향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광주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강학중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열살된 아들 혼자 키우는 엄마 엄하게 대하는데 가끔 반항을

    10살 남자 아이의 엄마입니다. 아이를 혼자 키우기 때문에 아이가 버릇없다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 않아 항상 엄하게 하려고 합니다. 아이는 제가 화를 내는 것을 무서워하면서 요즘도 잘못했다고 싹싹 빈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반항적인 말투로 말하거나 저처럼 잘못된 일에 화를 자주 냅니다. 제가 얘기라도 하려고 하면 자기를 나무란다고 생각하는지 움츠러든 채 말을 하려 하지 않아 자꾸 어긋나게 되더군요. 남 앞에서 자신의 주장을 나타내는 데에도 주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찌 해야할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정순자(가명.39세)- 부부가 뜻을 모으고 힘을 합쳐서 키워도 쉽지 않은데 엄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느라 얼마나 힘이 드실지 짐작이 갑니다. 아드님이 가끔은 반항적인 말투로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얘기한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니 건강한 발달 과정으로 이해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 자신의 자아와 자기 주장이 강해질 때입니다. 무조건 “∼해”“,∼하지 마”하고 명령, 지시조로 얘기하지 말고 어떤 TV프로그램이나 게임, 운동을 좋아하는지, 학교 생활은 어떤지, 어떤 친구와 가장 친한지 등 아이의 관심사에 대해서 부드럽고 따뜻하게 물어보고 그 얘기를 귀담아 들어 주십시오. 그래도 주저하고 겁을 내고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면 엄마가 화를 내거나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니 언제든 엄마에게 얘기해 주면 좋겠다는 엄마의 심정을 전달하고 기다려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한두번의 시도로 금세 말문이 트이거나 관계가 좋아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동안 엄마가 무심코 던졌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면, 진지하고 솔직하게 아이에게 사과하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완벽한 부모가 되려는 생각부터 버리는 게 어떨는지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나로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버릇없다는 소릴 안 듣게 하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겠지만 혹시 그것이 너무 지나쳐 아이를 위한다기보다 내 체면을 위해서 아이를 억압하는 건 아닐까 돌아볼 필요도 있구요, 엄마가 자기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고 분노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엄마가 아이에게는 모델인 셈이며 그 모든 것을 아이가 학습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를 힘들게 하고 짜증나게 하는 것이 아이가 아니라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외로움, 육체적인 피로, 다른 사람들의 편견에 찬 시선은 아닌지 돌아보십시오. 그리고 나 혼자 해결하기 힘든 문제는 가족이나 친척, 친구 등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에 대한 부당한 편견 앞에서 당당해지시기 바랍니다. 아이 아빠와 헤어진 이유가 이혼인지 사별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부모 가족이 바로 문제가족이거나 결손가족은 아닙니다. 아빠 없이도 양부모가 있는 가정 못지않게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우는 엄마들도 많습니다. 가족의 형태가 아니라 그 내용이 중요한 것이니까요. 지나친 죄책감은 버리고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자식 중심으로 사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나 자신을 챙기고 내 생활을 돌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아이를 사랑으로 보살필 수 있는 힘이 되고 자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 [열린세상] 전환기 한국 외교,무엇이 필요한가/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오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기상도는 ‘흐림’이다. 북핵문제는 2005년 9월,6자회담 공동성명 발표 이후 위폐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논란 때문에 일정기간 휴면기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북핵 해법과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까지도 포함시켰던 공동성명의 도출로 한때 상당한 탄력을 받았던 한국 외교로서는 다소 맥 빠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가운데 일본이 다시 독도문제로 한·일관계의 뇌관을 건드리면서 한국에 단호한 행위를 요구하고 있다. 한·미관계도 위폐 문제와 6자회담 소강상황의 관련성, 미군기지 확장 이전과 관련한 국내 시위와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등으로 부산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5일 중국 국방부장 차오강촨(曹剛川)이 한·중 군사협력을 위한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대중(對中) 경사(傾斜) 태도를 비판하는 논조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그것을 배경삼아 보통국가론의 정책적 실천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북·미관계가 여전히 교착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요컨대 한국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한국의 외교적 공간을 점차 협착(狹窄)해 오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러한 협착의 상황이 어디 어제오늘만의 일이랴. 한반도의 지정학적 요인에서 기인하는 자율 공간의 협소화는 한국 외교에 태생적으로 주어진 조건으로 작동해 왔다. 때로는 협착 상황으로 인한 국제정치적 강압을 스스로 이겨내지 못했던 시기도 있었고, 다른 국가와 강력한 동맹체제를 유지함으로써 생존의 해법을 찾기도 했다.21세기 초, 패러다임의 변화를 모색하는 한국 외교에 협착의 압박은 다시 현실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전환기의 한국 외교,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전환기의 한국 외교가 염두에 두어야 하는 전제는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대립과 갈등구조가 나타나면 그 일차적 피해자는 한반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으로서는 그러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를테면 동북아 평화질서 구축이 한국 외교의 중장기적 목표여야 한다. 이를 위해 타개할 것은 타개하고, 조성해야 할 것은 조성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의 유산은 과감히 타개해 나가면서, 지역적 평화와 안정적 환경의 조성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자임하는 의지가 요구된다. 이러한 원칙 위에서 다양한 전략들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전략들이 병존한다는 것은 그만큼 외교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협착 구도 속에서도 틈을 찾아야 한다. 한국 외교는 평화와 안정이라는 보편적 명제를 선창(先唱)해야 한다. 보편가치의 선점전략이다. 협력적 지역 질서를 창출하고 강화하기 위한 협력촉진전략도 한국으로서는 염두에 둬야 할 외교적 과제다. 반면, 지역 갈등이 생기는 경우 평화적 중재의 외교적 의지를 표명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른바 균형외교의 혜지가 요청된다. 한편, 현실적으로 한국이 원하지 않는 대립적 국면으로 치닫는 경우에 대비한 전략도 강구해 두어야 한다. 전환기 한국 외교의 현장에 한·미동맹의 유지도 그래서 필요하다. 이것은 일종의 안전판과도 같은 것이다. 다만 한·미동맹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인식적 경직성이나 한·미동맹의 조속한 변경만이 절체절명의 시대적 대안이라는 대항적 경직성에서는 벗어나 볼 필요가 있다. 스펙트럼 양극의 두 대안 모두 동북아 대립질서 형성을 촉발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연한 병행전략의 지혜가 필요하다. 유연함은 담대하고도 여유 있는 자세에서 나온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조맹기교수, 한국언론인 11명의 사상 분석

    ‘언론은 천당을 지옥으로, 지옥을 천당으로 만든다.’고 히틀러는 말한 바 있다. 그가 세계를 참화의 지옥으로 몰아가는데 언론을 제1의 도구로 활용하였음은 익히 아는 바다. 이는 결국 언론과 언론인의 책임문제로 연결된다. 우리의 선배 언론인들은 과연 어떤 신조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았을까. 각 언론이 상업화 일변도로 치닫는 요즘, 앞서 고난을 겪어온 이들의 족적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서강대 언론대학원 조맹기 교수가 이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역대 우리 주요 언론인들의 사상에 대한 분석을 시도해 주목을 끈다. 조 교수는 최근 발간된 ‘한국언론인물사상사’(나남출판)를 통해 후세 언론인에게 큰 영향을 준 11명의 언론인 족적을 살펴보고, 각 인물이 시사하는 의미들을 짚어주고 있다. 독립신문 창간과 운영을 주도한 서재필은 지금까지 언론자유, 자유민주주의, 천부인권 사상에 치중하였으나, 필자는 서재필의 과학기술적 사고에 집중한다. 병균학을 전공한 의사 서재필은 과학적 분석에 관심을 가졌으며 현대 문물의 전신으로 유입된 뉴스와 형식에 관심을 가졌다. 즉 한반도 ‘정보혁명’을 이끈 장본인이었다고 평가한다. 서재필의 뒤를 이어 독립신문을 맡아 운영한 윤치호는 정부에 매우 저항적이었다. 그는 비판을 통해 언론자유를 확보하려고 했으며, 이 과정에서 민권, 민주주의, 자유주의 원리에 관심을 가졌다. 신채호는 강한 민족주의 정신과 더불어 언어적 표현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언론이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민족 구성원간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한 도구임을 규명하려고 했다. 필자는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에서 사장, 편집국장 등 핵심인물로 활동한 이광수가 ‘무정’ 이후 언론사의 ‘조직원’이었음에도 그의 언론분야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도 지적한다. 그는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한 언어계발에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언론의 중요한 덕목인 윤리문제 때문에 언론인으로서의 연구에서 항상 푸대접을 받아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또 홍명희는 단 한편의 연재소설 ‘임꺽정’을 썼을 뿐이며, 사실은 객관적, 사실적 보도에 충실한 언론인이었다고 강조한다. 이밖에 권위주의 정권에 도전하여 ‘국민의 알권리’,‘자유언론’을 주창했던 최석채,‘사상계’를 통해 부패 정권에 대한 ‘파수견’ 역할을 자임했던 장준하 등 한국 언론역사에 크게 기여한 11인의 인물을 심도있게 다루었다.1만 6000원.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안현수에 거푸 ‘쓴잔’ 오노·리자준

    ‘시작은 서로 달랐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과 질긴 인연이 지속돼온 아폴로 안톤 오노(24·미국)와 리자준(31·중국)은 수영과 피겨스케이팅 선수 출신이다. 안현수(21)에 거푸 쓴 잔을 든 이들이 자신의 전공을 끝까지 살렸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까. ●“쇼트트랙 묘미 전혀 몰랐다.” 오노는 어려서부터 수영과 인라인스케이트에 몰두했다. 특히 평영 종목에서 주 챔피언에 오를 정도로 수영에 자질을 보였다. 그의 운명은 12살때 우연한 기회로 바뀌었다. 시애틀 집에서 19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 경기를 TV로 지켜 보던 아버지 유키씨가 쇼트트랙의 매력에 빠져 아들을 쇼트트랙 선수로 키우기로 작심한 것.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의 반항적 기질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방법으로도 여겼다. 유키는 오노를 쇼트트랙 프로그램이 있는 뉴욕주 레이크플래시드에 보내고 싶어했다. 그러나 뉴욕행 비행기를 타려다 도망쳐 나오는 등 오노는 쇼트트랙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는 “당시 나는 어렸고 쇼트트랙의 묘미를 전혀 몰랐다.”고 회고했다. ●불어나는 몸무게 감당못해 10세때 전향 리자준은 9살 때 자질을 인정받아 피겨선수로 출발했다. 그러나 1년 뒤 어쩔 수 없이 쇼트트랙으로 전향했다. 피겨는 날렵한 몸매가 기본이지만 리자준은 아무리 관리해도 불어나는 몸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리자준은 “언제부턴지 점점 뚱뚱해졌고 피겨에 부적절한 몸이 됐다.”고 말했다. 불어나는 몸무게 탓에 쇼트트랙으로 전향한 사례는 리자준뿐만 아니라 불가리아의 에브게니아 라다노바(29) 등 적지 않다. 이에 견줘 안현수는 일찌감치 쇼트트랙에 입문해 한 우물을 끝까지 파 마침내 올림픽 2관왕의 위업을 일궈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책꽂이]

    ●한·미합동 첩보비화 6006부대(윤일균 지음, 한국학술정보 펴냄) 6006부대는 한국전쟁 때 적의 후방 곳곳에서 활약했덤 한미합동 특수첩보부대. 일명 ‘네코’부대로도 불린다. 공군준장 출신인 저자(이북5도 행정자문위원)는 이 책에서 한국전쟁의 참상과 당시 첩보부대의 활약상을 사실적으로 들려준다.8000원.●가부키(가와타케 도시오 지음, 최경국 옮김, 창해 펴냄) 가부키는 이즈모의 오쿠니가 ‘가부키 춤’을 창시한 1603년 이래 4세기에 걸쳐 서민의 전통예능으로 자리잡아 왔다.“서양에 셰익스피어극이 있다면 동양엔 가부키가 있다.”고 할 만큼 당당한 극예술로 평가받는다.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무형문화유산 가부키는 노, 분라쿠와 함께 일본 3대 전통연극에 속한다. 발생 기원부터 화려한 색상의 구마도리 화장, 남성의 몸으로 여성을 연기하는 온나가타 등 가부키가 어떤 형태로 발전돼 왔는가를 다룬다.1만 8000원. ●68·세계를 바꾼 문화혁명(오제명 등 지음, 길 펴냄) 1968년 5월 프랑스의 학생시위로 촉발된 68운동. 그것은 정치적으론 비록 실패했지만 20세기 인류문화의 근본을 바꾼 의식혁명이자 문화혁명, 생활혁명이었다.68운동은 20세기 사상사를 규정한 비판이론과 해체론적 사유의 근원이 됐다. 또 예술쪽에도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관객참여적인 놀이미술과 거리미술의 활성화, 새로운 연극운동으로서의 집단창작운동, 저항적 록음악과 저항가요의 등장 등이 그것이다.2만원.●교양으로 읽는 세계의 종교(아르눌프 지텔만 지음, 전영태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이스라엘과 함께 하는 야훼의 역사는 아브라함이라고 하는 최초의 방랑자로부터 시작한다. 야훼는 끊임없이 이스라엘을 단죄했지만, 한번도 그들과의 연대를 끊지 않았다. 요컨대 유대민족은 선택된 민족으로 남은 것이다.‘성스러운 무신론자’를 자처하는 저자가 들려주는 세계종교와의 대화.1만 3800원.●애완동물 공동묘지(스티븐 킹 지음, 황유선 옮김, 황금가지 펴냄) 스티븐 킹은 ‘호러 킹’이란 별칭이 말해주듯 공포소설의 대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찰스 브록든 브라운과 에드거 앨런 포로부터 시작되는 미국 고딕소설의 전통 위에 서 있는 대중작가이자 본격작가다. 대중문학과 순문학의 경계를 허문 저자의 이 공포소설은 죽은 생명체를 묻으면 다시 살아난다는 인디언 공동묘지를 배경으로 한 좀비 호러다. 전2권 각권 9000원. ●조선시대의 음식문화(김상보 지음, 가람기획 펴냄) 음식문화와 조선 민중의 삶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 임진왜란 이후 발달한 동족부락과 여기에 딸린 솔거노비·외거노비들의 문제, 연행사와 조선통신사에 의한 식품의 수출과 수입,1800년대 이후 대두된 청나라와의 인삼무역에서 생겨난 거부상인과 부의 문제, 양반의 몰락과 양반계층의 증가등을 음식문화와 관련해 다뤘다.1만 5000원.
  • ‘하이테크 예술’로 시대 앞서간 거장 백남준씨 타계

    ‘하이테크 예술’로 시대 앞서간 거장 백남준씨 타계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가 2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별세했다.74세. 백씨는 이날 저녁 8시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아파트에서 부인 구보타 시게코가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숨을 거뒀다고 가족들이 전했다. 백씨의 조카인 하쿠다 겐은 “장례식은 며칠 뒤 뉴욕 맨해튼 매디슨 애비뉴의 프랭크 켐벨 장례식장에서 치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측은 정부 유관부처와 미술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31일중 조문 장소를 결정하기로 했다. 1932년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서 태창방직을 경영하던 섬유업계의 대부 백낙승씨의 3남2녀중 막내로 태어난 백씨는 독일 뮌헨의 루트비히막시밀리안 대학에서 공부한 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예술활동을 벌여왔다. “예술이란 원래 반은 사기입니다. 속이고 속는 것이지요. 사기 중에서도 고등 사기입니다. 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입니다. 엉터리와 진짜는 누구에 의해서도 구별되지요.” 비디오 예술의 창시자, 전위음악가, 행위예술가, 플럭서스 예술가, 테크놀로지 사상가 등 숱한 수식어를 거느린 ‘미디어 아트의 구루’. 그는 이제 창작의 날개를 접었지만 그 불굴의 예술혼은 후세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백씨는 거상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사업가의 길 대신 예술가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마침내 하이테크 예술의 1인자가 됐다. 그의 예술적 관심은 음악으로부터 출발한다. 수송국민학교를 졸업하고 1947년 경기공립중학교(경기고 전신,6년제) 시절 접하게 된 유대계 오스트리아 작곡가 아르놀트 쇤베르크를 통해 음악의 세계에 눈뜨게 된 것. 그의 반항적이고 전위적인 예술정신은 바로 혁명적인 음악가 쇤베르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백씨의 작업에 영향을 준 예술가로 존 케이지와 요제프 보이스, 그리고 샬럿 무어맨을 빼놓을 수 없다. 존 케이지가 백씨에게 플럭서스(전통을 파기하고 예술과 삶의 접목을 시도한 급진적인 미술운동)의 철학을 심어준 사람이라면, 요제프 보이스는 선배작가로서 치열한 작업의식을 묵묵히 보여준 거인이었다. 반면 샬럿 무어맨은 백씨에게 가장 위대한 동료이자 ‘연민의 작가’였다. 뉴욕에 처음 도착한 1964년 이후 작업여행과 공동작업으로 무어맨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한 백씨는 무어맨을 위해 주목할 만한 양의 비디오 작품을 만들었다.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쳐 백씨는 교수로서 그리고 다른 예술가들을 돕는 협력자로서 활동했다. 그의 친구들인 로리 앤더슨, 요제프 보이스, 데이비드 보위, 존 케이지, 머스 커닝엄 등과 함께 주목할 만한 비디오 작품과 TV 프로젝트를 만들었다.1977년에는 비디오 작가 구보타 시게코와 결혼, 일과 인생의 동반자가 됐다. 백씨의 작업은 종종 ‘반기술의 기술(anti-technological technology)’로 불린다. 기술을 다루되 단순한 ‘테크놀로지의 기계주의’를 넘어서는 그의 예술적 성과를 일컫는 말이다. 백씨는 특정한 장르에 소속된 작가가 아니다. 그의 이름 그 자체가 실험예술의 상징이다. 백씨의 작업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동양의 자연주의 철학을 반영한다. 그것은 비디오 환경주의와 통한다. 나아가 그의 해프닝 작업은 샤머니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갓집 자손으로 굿판을 보고 자란 백씨는 “나는 작품을 만들 때 무의식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무당이다. 매년 10월이면 어머니는 1년 액을 때우기 위해 무당을 불렀다. 밤에 이뤄지는 그 예술은 24시간 해프닝이 됐다.”고 회상한 적이 있다. 1963년 독일에서 첫 개인전을 열어 비디오 예술의 창시자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은 그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80년대 초반.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그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예술세계가 뉴욕과 파리, 베를린, 서울 등 전세계에 위성으로 생중계되면서 그는 한순간에 천재 예술가로 떠올랐다.86아시안 게임 때 인공위성 프로젝트 ‘바이바이 키플링’을 만들어낸 백씨는 88서울올림픽에서는 인공위성쇼 ‘세계는 하나’를 엮어내 남다른 조국애와 천재성을 과시했다. 1999년 백씨는 미국의 ‘아트뉴스’지가 선정한 지난 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25인에 피카소, 모네 등과 함께 뽑히기도 했다.2000년에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으로 전관 초대전을 열어 개관 이래 최대의 관람객(25만 8187명)을 동원하는 등 화제를 낳았다. 백씨는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됐지만 병마와 싸우면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예술가의 길을 걸었다. 반신마비에 당뇨 합병증으로 백내장까지 겪는 와중에도 ‘비디오 이후(Post-Video)’의 프로젝트라 불리는 레이저 아트에 도전하는 등 초인적인 면모를 보여줬다.2004년에는 9·11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메타 9·11’이란 퍼포먼스를 직접 펼쳐 미국 예술계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비디오 아트의 아버지’ 백남준의 비전은 곧 21세기 미래예술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라 할 만하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차분해진 후세인

    집권 중 시아파 주민을 학살한 혐의로 기소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측근 7명에 대한 6차 공판이 모든 피고인이 출석한 가운데 21일 다시 열렸다. 이번 재판은 두 주일 만에 처음 열리는 공판으로, 후세인과 그의 이복동생으로 지난 1982년 두자일 마을 학살사건 당시 정보기관을 이끌었던 바르잔 이브라힘 알 티크리티는 구금중 자신들의 부당한 처우에 항의하는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 재판의 검사인 자파르 알 무사위는 전날 전화를 통해 5명의 검사측 증인이 법정에 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재판 재개를 위해 많이 준비했다. 증거가 있고 후세인이 서명한 자료들도 있다.”면서 “기소가 이뤄질 시점에서는 놀랄 만한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세인은 이날 법정에 검은 양복을 입고 출두했으나 넥타이는 매지 않았으며, 재판 초기에는 피고인석에 조용히 앉아 특별한 제스처 없이 재판 절차에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등 차분한 모습을 유지했다. 후세인은 그간의 재판에서 반항적이고 때로는 투쟁적이며 이따금씩 법정을 장악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후세인 재판은 10월19일 첫 공판 시작 이래 지금까지 9명의 증인이 증언했다.바그다드 외신종합
  • 김수미·강두 “우리도 흡혈귀”

    ‘일용 엄니’ 김수미가 흡혈귀로 변신한다?! 새달 5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MBC 주간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세 번째 시즌(연출 조희진, 극본 김현희)의 출연진이 확정됐다. 기존 출연진 가운데 타이틀롤 `프란체스카´역의 심혜진과 왕고모 소피아역의 박슬기가 남아 새로운 여정이 펼쳐진다. 여기에 김수미 강두 현영 이인성 김도향이 새로 합류한다. 국민 드라마 ‘전원일기’, 또 올해에는 영화 ‘마파도’로 인기를 끌었던 중견 연기자 김수미는 수백년 전 정기를 뺏겨 50대 외모를 갖게 된 프란체스카의 동갑내기 친구 ‘이사벨’을 맡았다. 혼성듀오 ‘더 자두’의 강두는 매사에 진지하지만 반항적인 뱀파이어 ‘다니엘’로, 현영은 인간이 되고 싶은 섹시 흡혈귀 ‘다이아나’로 나온다. 영화 ‘파송송계란탁’의 아역 연기자 이인성은 인간과 흡혈귀의 혼혈아 ‘인성’으로 등장한다. 음악가 김도향이 뱀파이어 가족이 사는 집의 주인이자 구두쇠 변태 영감 ‘도향’으로 깜짝 출연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제작진은 “풍자를 강화하는 등 마니아 코드는 유지하며 좀 더 폭넓은 시청자 층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올 1월부터 안방에 상륙한 ‘안녕,…’는 우연히 한국에 오게 된 흡혈귀 가족이라는 톡특한 소재와 신랄한 풍자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작품이다. 최근 프란체스카와 결혼한 두일이 숨지는 슬픈 엔딩으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며 시즌 2를 종료했다. 국내 최초로 시즌제 시트콤을 내세우며 연출자, 작가, 연기자 등 새로운 멤버를 영입해 새롭게 출발하는 ‘안녕,…’가 앞선 시즌을 능가하는 인기를 모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Q&A로 미리보는 아일랜드

    21일 개봉하는 영화 ‘아일랜드(The Island·12세 관람가)는 개봉 전부터 주목을 끈 작품이다. 흥행 대작으로 유명한 마이클 베이 감독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우선 그렇다. 하지만 무엇보다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 세포의 인간복제 연구가 성공,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서 “먼 미래로 잡았던 영화의 시점을 급히 현재로 바꿨다.”고 제작자인 윌터 F 파트스가 밝히면서부터다. 이와 관련,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서 개봉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래저래 화제가 되고 있는 ‘아일랜드’의 주요 감상 포인트를 찍어 문답식으로 소개한다. Q:영화는 현재 세계적 이슈인 ‘인간 복제’의 윤리성을 건드리고 있는가. A:사실 영화속 ‘복제인간’ 이야기는 할리우드에서 숱하게 써먹고 또 계속 써먹을 단골 소재.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이처럼 생생하고 피부에 와닿게 인간 복제의 위험성을 경고한 영화는 드물다. 영화는 인간복제로 ‘제조’된 링컨(이안 맥그리거)과 조던(스칼렛 요한슨)이 결국 자신들이 인간에게 장기를 제공하기 위한 복제인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복제 시스템’을 탈출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생명에 관한 철학적·윤리적인 질문보다는 액션을 우위에 두고 있는 것이 이 영화가 가진 한계다. Q:영화속에 황우석 박사의 연구 실적인 인간배아줄기세포 복제 기술이 얼마만큼 소개되나. A:러닝타임 127분 가운데 길게 봐야 30분 정도만이 인간 복제에 대한 도덕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마치 공장에서 인형을 찍어내듯 ‘인공 자궁’속에서 배양되는 복제인간의 탄생과 매매, 처분 과정을 오싹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수많은 로봇들이 ‘오와 열’을 맞춰 누워 있는 영화 ‘아이 로봇’속 한 장면을 벤치마킹한 느낌도 준다. 하지만 황박사 연구의 핵심인 ‘인간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복제 ‘기술’에 대한 언급은 없다. Q:소재로 봐서는 마이클 베이의 전작들에 비해 차분한 분위기일 것 같은데. A:마이클 베이가 어디 가겠는가. 영화를 보면 마이클 베이가 보인다. 극장을 떠나도 눈 앞엔 ‘자동차 추격신’이 여전히 아른거릴 것이다. 이제까지 소개된 여러 블록버스터들 가운데 단연 으뜸.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자동차 추격 장면, 쉼없이 터지고 또 터지는 폭발과 고층 빌딩위의 교전 등 단 1초도 눈을 깜박거리는 게 아까울 정도로 감각적이고 자극적이다. 전작 ‘더 록’‘진주만’‘아마게돈’에서 보여준 폭발적인 ‘마이클 베이표’ 액션이 스크린 위를 수놓는다. 영화의 3분의2 이상이 도심 배경의 스펙터클 액션으로 채워졌다. 미화 2500만달러의 요트와 700만달러의 자동차 등 1억달러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돼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Q:황우석 교수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할리우드(22일)보다도 하루 앞서, 한국에서 개봉한다는데. A:“영화소재가 한국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봉했다.”는 말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영화 홍보를 맡고 있는 올댓시네마 관계자는 “한국 단독이 아닌, 한국보다 시차가 앞선 아시아 국가 등 2∼3개국이 같은 날(21일) 개봉하는 것”이라면서 “한국의 개봉일과 황우석 박사의 연구 성과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말했다. Q:주인공 이안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은 부조화 캐스팅? A:‘트레인스포팅’에서 반항적인 이미지로 나왔던 이안 맥그리거와 ‘차세대’ 스타인 스칼렛 요한슨은 캐스팅 당시 의외라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이안 맥그리거는 순진하고 예민한 ‘복제 인간’과 오만하고 이기적인 ‘진짜 인간’ 등 1인 2역을 말투까지 바꿔가며 차별화된 연기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스칼렛 요한슨도 이안 맥그리거와 함께 대역 없이 70층짜리 건물 옥상에 매달리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갈채를 받았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올여름 뜨는 쿨한 패션

    올여름 뜨는 쿨한 패션

    ‘올 여름 내 스타일은 포시 차브(posh chav).’ ‘차브(chav)스러운’ 패션은 트레이닝복에 싸구려 금붙이를 달고 야구모자를 푹 눌러 쓰거나, 집에서 입던 옷을 주섬주섬 껴입고 나온 듯한, 한마디로 ‘패션 감각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차림이다. 지난해 말부터 영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지면서 세계적인 추세로 번졌다. 한국에도 차브 패션이 들어와 내 마음대로, 내 개성대로 입고자 하는 이에게는 “뭐 어때, 세계적인 트렌드인데.”라는 일종의 핑곗거리를 제공하고,‘비싼 것=멋진 것’이라는 공식에 휩싸여 유행을 좇던 이에게는 일종의 경제적인 해방감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유행에 민감하지만 패션에 보수적인 시각도 존재하는 복잡한 한국 사회에서 차브 패션은 단순히 ‘촌티나는 차림새’ 정도로 치부됐을 뿐 흐름을 타지는 못했다. 그런 차브 패션이 올 여름에는 ‘나름의 격’을 갖추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할리우드로 넘어가 세련미를 덧입고 탄생한, 이른바 포시(posh:우아한, 모양을 낸) 차브 패션. 여름엔 다양한 패션 아이템이 나오고, 가격도 훨씬 저렴해져 여러 스타일에 도전할 수 있다는 계절적인 특성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할리우드 스타의 ‘인터넷 패션 통신’의 합작품이다. ●네 개성을 격조있게 살려 파파라치의 카메라에 찍혀 인터넷에 떠다니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모습은 패션잡지에서 제안하는 스타일보다 더 큰 인기를 끈다. 테이크아웃 커피나 쇼핑꾸러미를 든 편안한 차림이지만 결코 촌스럽지 않은 포시 차브 스타일이다. 미국의 쌍둥이 재벌 올슨 자매, 하이틴 스타 린제이 로한 등 유명하고 부유하지만 반항적인 성향이 강한 젊은 스타의 연출이 대표적. 힐튼가의 상속녀이자 패션 아이콘인 패리스 힐튼은 최근 국내에도 발매된 그의 책 ‘패리스 힐튼 다이어리(월북)’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유행이 지났다고 해도 로라이즈진을 입는 것처럼, 멋지다고 생각하면 입는다. 트레이닝복도 회색은 피해야 한다. 정말 운동하러 나온 것 같다. 여성스럽고 빨강 분홍 파랑 같은 색상이 좋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아니면 아무거나 입어도 된다. 하지만 집에서 막 나온듯 한 차림은 곤란하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스타일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옷이든 액세서리든 무조건 주렁주렁 걸치지만 절대 혼란스럽지 않다. 늘어지는 니트에 찢어진 청바지나 허름한 스커트를 같이 입지만 밝은 색의 셔츠나 긴 목도리, 튀는 색상의 카디건을 걸쳐 지루하지 않게 연출한다. ●내 개성을 한껏 드러낸다 기존의 차브 스타일에 개성을 더해 약간은 허름하면서 스포티브하게, 그러나 결코 저급하지 않은 것이 포시 차브 스타일이다. 한마디로 너무 고가이거나 ‘바로 지금 유행하는’ 아이템을 고집할 필요없이 편하게 입되 색상, 활동성을 고려하고 포인트 아이템 하나 정도 걸쳐주면 된다. 최근 인터넷 쇼핑몰과 동대문 시장, 심지어 유명 브랜드에서도 내놓은 히피 스타일의 롱스커트나 밑단이 거칠게 처리된 짧은 청치마, 주름을 넣은 트레이닝복 소재의 미니스커트가 이런 포시 차브 패션 아이템 중 하나. 동대문, 명동 등 쇼핑몰에서는 1만∼3만원, 고급 브랜드에서는 그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이다. ●차브는:최근 콜린스 영어사전에 chavette(여성형),chavish(형용사형) 등으로 각종 변화형과 함께 새로운 단어로 추가됐다. 취향이 저급한 품위 없는 일탈 청소년, 또는 촌스러운 옷을 입은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미 지난해 말 영국 더 타임스가 2004년 영국 최고의 유행어로 꼽았고, 옥스퍼드 대학사전에 오른 ‘나름의 위상’을 가진 단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송두율칼럼] 추방된 자를 위한 변명

    [송두율칼럼] 추방된 자를 위한 변명

    필자가 꼭 아홉 달 동안 갇혀 있었던 서울 구치소를 찾은 두 아들이 면회시간에 나에게 독거감방의 구조며 하루의 생활일정에 대해서 종종 물었다. 독일에서 낳고 자랐기 때문에 한국의 생활풍습도 낯설기도 했지만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긴장된 시간을 특수한 공간 속에서 보내고 있는 아버지의 생활환경이 더욱 궁금했을 것이다. ‘감옥의 탄생’이라는 부제가 붙은 ‘감시와 처벌’이라는 저술을 통해 근대에 있어서 앎과 힘이 어떻게 결합되었는지를 파헤친 미셸 푸코(M Foucault)조차도 프랑스의 감옥 안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었다.1970년대 중반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그는 미국 인디애나주의 아티카시에 있는 감옥의 내부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었다. 사회학에서 이른바 ‘총체적 제도’라고 불리는 이러한 공간은 구치소나 교도소외에도 병원 특히 정신병원, 병영, 학교 등을 의미한다. 이 모든 제도들이 안고 있는 문제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심각하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졌다. 법률위반행위나 그에 대한 혐의로 구속된 사람, 병자나 정신이상자, 군복무자, 학생들을 일반사회로부터 격리시켜 엄격한 규율을 통해서 통제하는 과정 중에는 인권유린사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이는 내부로부터 또 다른 반항적인 폭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로 인해 가끔 세간을 놀라게 하는 엄청난 사건도 발생한다. 한국에서는 남미처럼 재소자의 대대적인 폭동은 없지만 군대나 학교 또는 재활원 같은 곳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은 많다. 특히 규율과 통제는 기본적으로 몸을 매개로 해서 이루어지는데 고문과 체벌은 그의 대표적 예이다. 군사정권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여러 가지로 재소자를 위한 조건들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구치소에는 아직도 징벌방이 따로 있다. 구치소내의 규정을 어기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재소자를 일정기간동안 이 방 속에 가두어 놓고 면회와 운동시간도 제한한다. 인적이나 물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교도관이 너무나 많은 재소자를 상대하다 보니 재소자 매 개인이 안고 있는 사연에 관심을 갖고 대화라도 나눌 수 있는 여유는 전혀 없다. 사회로부터 일단 배제되고 또 격리된 집단을 배려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상황이 어렵다고 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다. 범죄자와 정신병자는 대개 ‘비정상’이나 ‘비이성적’ 존재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람들이 사는 사회로부터 격리 수용되는 것은 정당하며, 때로는 이들을 영원히 추방시켜도 된다는 주장이 있다. 이렇게 정상과 비정상, 이성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것으로 나누어보는 이분법적 시각은 동성애자, 외국노동자 등에게도 적용된다. 특히 냉전적 사고구조 속에서 이른바 ‘빨갱이’를 죽여도 죄가 될 수 없다는 논리도 이러한 시각에서만 성립 가능하다. 이렇게 조건반사처럼 작동하는 선별과 배제의 논리는 주로 집단적 기억과 관습에 의존한다. 그러나 ‘정상’과 ‘비정상’을 구별하고 이를 학문적으로 뒷받침하는 법학이나 임상심리학과 같은 지식체계 없이는 그러한 배제의 구조도 견고하게 유지될 수 없다. 그러한 지식체계를 또 대중화시키는 정보매체가 지배하는 오늘날 그러한 배제에 대한 저항은 저항가요를 반복해서 부르는 식으로는 성공될 수 없다. 때로는 싸우는 대상이 하도 한심하기 때문에 싸우는 자신마저도 초라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전투적 자세를 취하지 않고서는 가령 감옥과 정신병원의 비인간적이며 폭력적인 구조와 싸울 수 없었다고 푸코는 술회한 적이 있다. 그는 또 진리라는 이름 밑에서 법이나 관습이 어떤 선을 그어 그 선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고 항상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또 우리를 처벌하지만 그의 진정한 의도는 기존의 권력체계 유지에 있다고 고발한다. 생산적인 것은 어느 한 곳에 정착한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유목민의 것이다. 흐르는 물이 썩지 않는 것처럼 이제는 우리 자신도 과거의 관습과 법이 정한 테두리 밖으로 나와 오늘의 세계가 필요로 하는 보편적인 사회적 약속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 모두 생각해야 한다.
  •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7)

    사연 : 누드 보는 고교생 아들, 불량해진 게 아닐까요 저의 외아들은 올해 16세의 고등학생입니다. 지금 같아서는 성격이 쾌활하고 공부는 보통보다 상(上),「스포츠」도 몇 가지 취미로 하고 있는 데다가 친구들도 모두 집안이 좋고 어른들에게 사근사근한 모범소년입니다. 누이도 없이 자란 외아들이어서 어떨까 싶어 가끔 교회의 학생회(남녀)를 집에 초대하는 정도로 여학생 교제를 허락하고 있어요.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저에게는 심각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얘가 글쎄「누드」가 실린 잡지나 책을 탐독하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서재에서 그 애가 훔쳐다 보는 명화집을 열어보니 맨 나체화예요. 요즘은 또 아버지가 하 오시는 어른 잡지(물론 그 중에는 선데이서울도 끼어 있음)를 열심히 보는군요. 아이가 갑자기 불량소년으로 변신한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서울 정릉 김(金)> 의견 : 강압적으로 막지 말고 자꾸 사주는 것이 좋아 애지중지 곱게 키운 외아드님에 대한 그런 걱정은 어머니로서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어느 틈에 여자의 나체사진을 보고 싶어 하는 나이가 되었구나 싶어서 아마 퍽 놀라셨겠죠. 그러나 벌써 열 여섯 살이라니 자기 일은 자기가 하고 싶어할 나이입니다. 강압적으로 금서(禁書)목록을 제시하거나 책을 압수해 버리려 들지는 마셔요. 아드님 같은 모범소년이 반항적인 소위 불량소년으로 변하는 첩경은 바로 어른의 강압적인 명령이니까요. 아무「힌트」도 주지 말고 당신이 원하시는 양서를 자꾸 사주시는 길 밖에는 없을 것 같군요. 그리고 한 가지 김부인, 성범죄나 폭력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춘화도 같은 것을 즐기는 층이 아닙니다. 오히려 외설물을 즐기는 층은 건전한 상식인이라고 미국의 심리학자「데오도어·루빈」박사가 말하고 있으니 이 일 한 가지 때문에 아드님의 불량성을 걱정하는 것은 기우가 아닐까요. <Q> [ 선데이서울 68년 11/3 제1권 제7호 ]
  • “김일병 혼날때 선임한테 욕도 했다”

    “김일병 혼날때 선임한테 욕도 했다”

    육군의 총기난사사건 최종수사 결과가 발표된 뒤 유가족들은 분향소를 찾은 동료 장병들과 군당국을 대상으로 2시간 남짓 질문공세를 폈다. 유족들은 특히 군 당국이 당초 발표한 ‘언어폭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성실하게 군생활을 한 희생자들을 위해서라도 사건의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질문을 이끈 차유철 상병의 아버지 정준씨는 “당시 사고현장을 돌아보며 생존 병사들에게 모두 질문했지만 언어폭력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며 “이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기 천일병 “언어폭력이 원인 보도 희생자에 미안” 문제의 GP 상급부대인 모 연대 김선영 군목은 증언자로 나서 “부대원을 매도하는 듯한 보도를 볼 때마다 너무 싫었다.”면서 “김모 일병은 항상 우울해 보이고 의기소침했다.”고 말했다. 김 군목은 또 “김 일병에게 힘을 주고 싶었는데 무심코 지나간 것이 후회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병원을 찾은 동료 부대원 대부분이 김 일병의 평소 군생활의 심각한 부적응을 지적했다. 김 일병의 친구이자 동기인 천원범 일병은 “군 생활에서 잘못이 있을 경우 선임자들의 질책이 있을 수는 있지만 가혹행위는 없었다.”면서 “최근 언어폭력에 의한 사고였다는 보도를 보면서 희생된 동료에게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천 일병은 또 “동기여서 옆에서 지켜봤는데 김 일병은 선임병을 무시할 때가 많았다.”며 “김 일병은 혼날 때 선임한테 욕도 했고 반항적인 모습을 보여 더 혼이 났다.”고 말했다. ●박 상병이 동료 살렸나 수류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박의원 상병 유족들은 “박 상병의 시체가 다른 상병들과는 달리 머리 방향이 반대쪽인 사물함을 향해 있었다.”며 “수류탄의 폭발로 그렇게 될 수 있느냐.”고 국방부 검의관에게 따졌다. 이에 대해 검의관은 “폭발로 몸이 뒤집힐 수는 없다.”며 박 상병이 수류탄을 막았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수류탄 투척이 총기 난사 후에 있었다는 유족들의 주장에 대해 동료사병 25명 가운데 22명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해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범행 6일전에 몰살 계획”

    “범행 6일전에 몰살 계획”

    경기도 연천 최전방 경계초소(GP)에서 총기 난사사건을 저지른 김모(22) 일병은 선임병의 질책에 불만을 품고 범행 6일 전인 지난 13일 ‘모두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군 당국이 밝혔다. 이어 그는 범행 전날인 18일 오후 5시쯤 선임병인 신모 상병으로부터 질책을 받게 되자 범행을 최종 결심했으며,19일 오전 2시30분쯤 수류탄 1발을 내무실에 던지고 K-1 소총을 난사했다고 군 당국은 덧붙였다. 윤종성 육군 중앙수사단장(대령)을 본부장으로 한 ‘전방 GP 총기사고 수사본부’는 현장 재검증과 생존 병사, 김 일병 진술 등을 토대로 재수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23일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본부는 범행 당시 내무실에 수류탄 1발을 던진 후 K-1 소총을 난사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김 일병이 범행 후 후방으로 도주해 은둔 생활을 하려 했다는 진술 등을 볼 때 우발적이라기보다는 사전에 계획된 범행으로 봐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사고 당일 소주 등 주류 반입이나 회식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발표 이후 동료 부대원들은 이번 참극이 언어폭력과 인격적인 모독 발언이었다기보다는 김 일병이 부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비롯됐다고 진술했다. 같은 GP에 근무한 김 일병의 초·중학교 동창인 천모 일병은 “김 일병은 선임병들이 혼을 내면 욕을 하는 등 반항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더욱 혼이 났고, 혼나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전설의 아메리칸 댄스 시어터가 온다

    전설의 아메리칸 댄스 시어터가 온다

    머스 커닝햄·마사 그레이엄 팀과 함께 미국 3대 현대무용단으로 꼽히는 앨빈 에일리 아메리칸 댄스 시어터(AAADT)가 20년 만에 한국 무대에 선다.19∼21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AAADT는 미국의 전설적인 흑인 안무가 앨빈 에일리(1931∼1989)가 1958년 창단한 무용단. 흑인 무용수들의 유연하면서도 정열적인 근육 움직임을 바탕으로 현대 감각의 테크닉을 구사, 현대무용의 대중화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보’가 빠른 무용팬이라면 이번 무대의 레퍼토리에 진작부터 귀가 솔깃했을 것이다. 예술감독 주디스 제이미슨이 취임 15주년을 기념해 직접 안무한 ‘러브 스토리’(Love Stories)와 지난해 내한한 파슨스 댄스컴퍼니의 데이빗 파슨스 감독이 안무한 ‘샤이닝 스타’(Shining Star) 등 화제의 근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사흘 동안의 공연에서는 모두 7편을 바꿔가며 선보일 예정이다. 허름한 공간에서 무용수들이 연습하는 모습과 연습실의 고독 등을 표현한 ‘러브 스토리’는 무용단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은유하는 ‘간판’ 레퍼토리. 흑인 노예들의 반항적 메시지를 담은 춤 주바에서 영감을 얻은 로버트 배틀 안무의 ‘주바’(Juba),1800년대 초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흑인의 역사를 보여주는 ‘계시’(Revelations) 등이 포함돼 있다. ▲19일 ‘러브 스토리’,‘트레딩’(Treading),‘주바’,‘계시’ ▲20일 ‘러브 스토리’,‘샤이닝 스타’,‘계시’ ▲21일 ‘은총’(Grace),‘역행하는 미묘한 흐름을 따라’(Following The Subtle Current Upstream),‘계시’.3만∼12만원.(02)599-5743.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젊은이들은 원래 반항적” 獨영화 ‘에주케이터’

    “젊은이들은 원래 반항적” 獨영화 ‘에주케이터’

    ‘세상을 바꾸자’는 젊은 구호는 독일에서도 ‘세대 고정적’인 것인가보다. 우리나라에 ‘386 세대’가 있다면 독일에는 ‘68혁명 세대’가 있다.6일 개봉하는 독일 영화 ‘에주케이터(edukator)’는 청춘시절 품었던 비뚤어진 세상에 대한 뜨거운 분노를 상실한 오늘날 ‘68혁명 세대’의 현주소를, 새로운 세대의 세 청춘을 통해 풍자한다. 감독 한스 바인가르트너는 “젊은이들은 본래 반항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당시 그들의 순수한 에너지는 지금 다 어디로 가버렸는가.”라고 질책한다. 부르주아 계급의 ‘교육자’역할을 자청하고 나선 젊은이가 있다. 피터(스티페 에르켁)와 얀(다니엘 브륄)은 선배 혁명가들과 달리 손에 쇠파이프와 화염병을 들지 않는다. 비어있는 부잣집에 침입해 가구와 고가품들을 재배치해 마치 설치미술처럼 쌓아놓고는 유유히 사라진다.“풍요의 날은 얼마남지 않았다.”는 경고의 메시지와 함께. 물건은 훔치지 않는 것이 이들의 불문율. 이들은 이같은 ‘혁명 놀이’를 통해 사회내 부르주아 계급에 대한 주위를 환기시킬 뿐이다. 피터가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 피터의 여자친구 율(율리아 옌치)은 얀과 함께 이 놀이에 나선다. 이들은 벤츠 자동차를 소유한 하르덴베르크(버그하르트 클로브너)의 고급 빌라에 침입해 이 ‘혁명 놀이’를 하다 그만 휴대전화를 두고 나온다. 다시 이를 찾으러간 두 사람은 경찰에 발각되고, 돌아온 피터와 함께 얼떨결에 하르덴베르크를 납치, 산장으로 도망간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 세 사람. 그들이 증오한 전형적인 부르주아 하르덴베르크는 한때 세상 전복을 꿈꾸며 68세대의 선봉에 섰던 인물. 이후 하르덴베르크는 세 젊은이를 통해 순수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고, 세 젊은이들은 순수한 이상을 흔들리게 만드는 미묘한 사랑의 감정에 휩싸인다. 그러나 결국 영화는 발칙한 결말을 선택한다. 젊은이들과 하르덴베르크가 서로를 배신하는 것.“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화면속 메시지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독일 영화 답지 않게 현실적이고 정치적인 풍자와 경쾌한 유머의 맛깔스러운 조화가 돋보인다.15세 관람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부모·자식도 아는만큼 가깝다

    부모·자식도 아는만큼 가깝다

    가족은 가정의 구성원이고 교육의 근본은 가정교육이다. 그러나 바쁜 생활 속에서 가족은 그저 독립된 구성원들이 잠시 모인 집합체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서로 알지 못하는 부분도 많다. 청소년기의 문제들은 많은 부분에서 인성교육, 즉 가정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생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간의 사랑을 돈독히 해서 가정교육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족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단란한 가정, 사랑이 넘치는 가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로 잘 알아야 한다. 가족간의 정을 나누고 싶어도 어색해하는 가정도 많다. 이럴 때는 가족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해보자. ●가족면허증 아이가 몇학년 몇반인지, 부모님의 출신 학교가 어디인지 알고 있을까. 그저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저절로 알 수는 없는 법이다. 쉽고 자연스럽게 서로 알고 싶다면 가족면허증을 발급해보자. 자신에 대한 정보 중 가족들이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을 시험문제로 만든다. 부모와 자녀간뿐만 아니라 부부끼리, 형제끼리도 문제를 출제한다. 식사 후 정해진 시간 동안 문제를 풀게 한 뒤 일정 점수를 넘어서면 자격증을 발급해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가족에 대해 알지 못했던 부분을 알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면허증을 주고받으면서 가족이라는 공동체의식도 높일 수 있다. 면허증 유효기간은 1년으로 해 매년 새롭게 시험을 본다. 낙제할 때마다 가족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벌칙을 마련하는 등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식탁스케치 요즘은 바빠서 함께 식사할 시간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함께 밥을 먹더라도 대화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식사 시간은 가족이 자연스럽게 마주 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따라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족식사 시간을 정해두고 식탁스케치를 하면 좋다. 불참할 때의 벌칙을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선 수저놓기, 반찬 꺼내기, 물 떠오기 등 가족 모두가 함께 식탁을 차린다. 부모의 경우 회사 이야기·어릴 적 이야기·연애담 등을, 자녀들은 학교에서 힘든 일·고민·가족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 등을 화제로 삼는다.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일방적으로 지시, 요구, 강요하는 내용은 피한다. 가족 대화를 녹음한 뒤 식사가 끝난 다음 함께 들어보면서 고쳐야 할 부분을 얘기한다. ●기분 달력 대화가 중요하지만 누구나 매번 자신의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다. 하지만 표현하지 않은 마음을 상대가 알기도 어렵다. 이럴 땐 기분 달력을 만든다.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커다란 달력을 준비하고 날짜마다 가족 구성의 이름을 적어넣는다. 준비한 이모티콘이나 얼굴 감정이 그려진 스티커를 붙이거나 그날의 감정을 직접 써넣는다.‘아빠-기분좋음’ ‘엄마-짜증’ ‘나-우울’ ‘동생-속상함’ 등을 말하지 않고 표현함으로써 서로 배려할 수 있도록 한다. 가령 기분이 좋은 날에는 왜 그런지를 화제 삼아 대화할 수 있다.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이 우울해하거나 기분이 나쁜 날에는 대화를 강요하기보다는 최대한 배려해준다. ●사랑상품권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봉사하는 것을 배우는 곳 역시 가정이다. 이러한 것을 자연스럽게 가르치고 싶다면 사랑상품권을 이용하면 좋다. 외식권, 소망권, 공부권, 청소권 등 다양한 상품권을 발행해 부모나 자녀가 자발적으로 서로를 위해 무엇인가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가족의 희망사항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가령 부모가 ‘게임정지권’을 발행하고 싶다면 이를 통해 자녀는 부모의 바람을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다. 우선 가족회의를 거쳐 어떤 상품권을 발행할지 의논한다. 이때 상품권 종류는 발행자와 고객의 요구가 일치하도록 한다. 가족 1인당 3종류를 2장씩 발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상품권의 유효기간은 1개월씩 한다. 상품권 활동을 요구할 경우 상대방의 사정을 최대한 고려한다. 또 서로에 대한 약속이므로 자녀는 물론 부모 역시 똑같이 의무를 지켜야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가족과 함께 각자의 유언장을 작성해 보거나 자녀가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부모의 러브스토리를 완성하는 등 다양한 가족문화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좋다. ■ 부모가 바뀌면 아이도 변한다 자녀와의 대화법, 조기교육, 성교육 등 부모들이 자녀를 키우면서 겪는 고민은 다양하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러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 19일부터 교육프로그램인 ‘부모들의 생각 바꾸기’를 책자와 동영상으로 개발, 보급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건전한 자녀 교육관, 자녀 재능 발견하기, 독서교육 등 자녀를 키우면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를 15개의 소주제로 구성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종 동영상 자료를 활용, 주제 당 20분 정도의 사이버 영상 강의 형태로 제작됐다. 중앙교수학습센터(www.edunet4u.net)의 ‘학부모 정보마당’ 코너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잘못된 교육관으로 ‘우리 아이는 천재다.’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하지 않는다.’ ‘남 하는 만큼은 해야 한다.’ ‘우리 애만 잘 되면 된다.’ 등을 꼽고 아이 능력이나 잠재력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교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게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또 ‘나-전달법’을 통해 자녀의 잘못을 직접 지적하는 대신 부모가 자녀의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가를 전달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엄마가 네 식모냐?’라고 말하는 대신 ‘엄마는 네가 이부자리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커서도 자기 일을 스스로 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는구나.’라고 말하는 것이 자녀교육에서 있어서 효과적이다. 경제교육을 위해서는 돈의 가치를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학부모가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대화하고 일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거실의 TV 치우고 가족문화 가꾸세요” “이제는 가족문화도 가르쳐야 하는 시대입니다.” 파주 문산중학교에서 기술·가정을 가르치고 있는 최명순(46) 교사는 교육은 먼저 가족에 대한 개념을 갖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자연스럽게 가족을 알고 가족문화를 익힐 수 있었던 대가족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 생활에서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상담해보면 대부분 가족에 대한 의식이나 애정이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가족 해체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래서 2003년부터 최 교사는 학교에서든 가정에서든 ‘회초리 없이’ 자연스럽게 가정교육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해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과재량 활동 시간을 통해 가족문화교육을 시작했다. 결과는 바로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부모와 선생님들에게 다소 반항적이었던 한 여학생은 직접 부모님 결혼기념일 이벤트를 기획, 실천하기도 했다. 성적이 상위권이었던 한 남학생은 가족을 알면서 그때서야 인생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게 됐다고 최 교사는 전했다. 그는 “가족을 안다는 것은 곧 나를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공부든 다른 활동이든 이러한 가정교육이 기본이 돼야 의미있게 되고 제대로 실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문화 교육에 대한 효과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최 교사 스스로도 깊이 느꼈다.“가족면허증 만들기를 아이들과 했는데 정작 저도 딸아이가 몇학년 몇반인지를 모르고 있더군요. 그래서 느꼈죠.‘가족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만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이러한 결과물을 정리해 작성한 연구 보고서 ‘가족문화교육 콘텐츠 개발·적용을 통한 가족공동체 의식 함양’이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주관하는 제 49회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에서 1등급에 입상했다. 앞으로 더 다양하고 검증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최 교사는 말한다.“함께 TV 볼 만큼의 시간이라도 있다면 당장 오늘부터 시작해보세요. 교육의 시작은 학교도, 학원도 아닌 가정입니다.” 파주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주의력결핍·행동장애 아동 “70% 정신질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가진 아이의 70% 정도가 다른 정신적 장애를 동반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정유숙 교수와 시립아동병원 변희정 전문의팀은 지난해 3월부터 9개월동안 ADHD 어린이환자 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73.8%인 59명이 다른 정신과 질환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다른 질환을 가진 ADHD 어린이 환자중 절반 이상인 41명(51%)은 반항적이거나 거친 행동을 보이는 행동장애를 가졌으며, 이어 28명(35%)은 정서불안 등 불안장애,10명(12.5%)은 우울증 등의 기분장애와 틱장애,8명(10%)는 야뇨증을 갖고 있었다. ADHD어린이는 한가지 일에 관심을 집중하기 어려운 경우로, 대부분 활동적 성향을 나타내며 일부 아이들은 과잉행동 없이 산만하기만 한 경우도 있다. 이 질환은 취학 전 아동과 학령기 아동의 약 3∼5%에서 발생하며 남아가 여아보다 3배 정도 많다. 정 교수는 “드러난 증상을 두고 버릇없는 아이 정도로 치부하고 지나치면 치료가 더 힘들 뿐 아니라 불안장애나 우울증 등의 동반질환을 가지게 할 수도 있는 만큼 약물·행동·심리치료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ADHD 체크리스트 다음 중 8개 이상의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 ▲과제 또는 놀이활동에서 주의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경청하지 못한다 ▲지시에 따르지 못한다 ▲물건을 잘 잃는다 ▲쉽게 산만해진다 ▲안절부절못한다 ▲자리에 앉아있지 못한다 ▲조용히 놀지 못한다 ▲불쑥 대답을 한다 ▲순서를 기다리지 못한다 ▲방해하기나 끼어들기를 자주 한다 ▲활동을 이것저것 바꾼다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한다 ▲신체적으로 위험한 활동을 한다.
  • [열린세상] ‘작지만 당당하게 강한 나라’의 역설/김진석 인하대 철학 교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 영유권주장은 매우 유치하고 불쾌한 사건이지만, 졸지에 우리를 동아시아의 현실 속으로 홱 던져놓았다. 이 와중에서 평화를 강조하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한번 근본적인 고민을 해보자. 국가들은 지속적으로 평화를 실현할 수 있을까? 되도록이면 그 방향으로 가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되도록이면 평화적인 방향으로 가자.’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평화는 그 자체로 신성한 목적일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문화라고 일컫는 상태는 실제로는 다양한 종류의 갈등과 분쟁의 연속이다.‘문명충돌론’은 다양한 문화관계를 단순화하니 피하도록 하자. 그러나 문화가 세련될수록 폭력적 차이와 차별이 깨끗하게 없어지기는커녕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아픈 역설이다. 교육‘전쟁’도 단순히 탐욕스러운 인간들의 학벌과시 때문에 생긴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근본적으로는 과거처럼 초월적 권위나 전쟁을 통해 진정되거나 해결될 수 없는 사회적 갈등과 차이들이 오히려 문화 안으로 깊이 내면화되고 더구나 정신적으로 심화되면서 생기는 역사적 현상일 것이다. 또 사회구성원들에게 점점 더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해야 하는 복지국가는 크고 작은 무역‘전쟁’에 내맡겨진다. 여기서 절대적으로 공격성을 피할 수 있을까? 국가 관계를 그저 힘을 통한 억지력이나 공포의 균형 같은 방식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구시대적 냉전 모델이었다. 그러나 거꾸로 무조건적인 평화를 절대목표로 삼으면서 마치 갈등과 분쟁이 전혀 일어나면 안 되는 것처럼 이해하는 것도 강박적 근본주의일 듯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두 극단 쪽으로 치닫는다. 사실 이 두 극단은 서로 대립하지만 어떤 점에서는 서로 끈끈한 동반자다. 어디서나 그렇지만 두 극단 사이에서 균형 잡는 일은 힘들어진다. 탈현대 시대에 들어와 과도한 민족주의를 경계하는 이론이 생긴 데에는 물론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민족주의가 배타적 혹은 제국주의적 경향을 띠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이 와중에서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저항적’ 민족주의를 바람직한 모델로 삼았다. 거기엔 지킬 만큼 지키면서도 팽창은 절제하는 미덕이 있었다. 그러나 근래에 정당한 민족주의조차 ‘마약’이나 ‘아편’으로 폄하하는 관념적 탈민족주의 경향이 심한 상황에서 의문이 떠오른다. 단순히 평화나 저항으로 자족하면서 어떤 ‘공격적’ 태도도 무조건 두려워해야 할까? 침략에는 결연히 반대하되, 저항과 공격이 깨끗이 분리된 것이 아님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이 경우 절대적으로 평화적 혹은 저항적 민족주의에 그쳐야 한다는 말은 소심함이거나 위장된 강박이 아닐까. 실제로 현재 한국이 국제적 혹은 세계적으로 자부심을 갖는 영역은, 바둑에서 정보산업에 이르기까지, 많건 적건, 그리고 좋건 나쁘건, 공격적 태도나 경영에 기반하고 있지 않은가. 현재 한·중·일의 민족주의는 모두 상승곡선을 그린다. 긍정적이면서도 위험한 국면이다. 일본의 팽창주의야 벌써 오래된 것이지만, 중국은 19세기 이후 오랜만에 다시, 그리고 한국은 어쩌면 유사 이래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 건국 이래 처음일 것이다. 사실 한국사회가 사회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큰 동력도 이 자부심에서 왔다. 이제까지 ‘민족주의’를 둘러싸고 갈라졌던 좌파와 우파들도 갑자기 밀려온 이 당당한 ‘대한민국주의’ 앞에서는 무력했다. 그러나 이 자부심은 우리를 즐겁게 하는 동시에, 엄청난 긴장과 도전을 가져온다. 왜냐하면 이제 미·중·일에 대해 단순히 소극적 저항을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듯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역동성을 유지하려면 기꺼이 미·중·일 모두에 한 번 맞장 떠보자고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혹은 최소한 이들 나라 사이에서 더 이상 쫀쫀하게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이 균형잡기야말로 힘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보다도 미국박사를 많이 따오고 엄청나게 조기유학을 가는 한심한 나라에서 그런 당당함도 없다면, 사회에 자긍심을 가질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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