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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명 중 1명 “시한부 판정 땐 적극적 안락사 신청할 것”

    4명 중 1명 “시한부 판정 땐 적극적 안락사 신청할 것”

    “나중에 치료도 무의미하고 그럴 때 ‘우리는 자식들 고생시키지 맙시다’ 그렇게 남편이랑 둘이서 늘 얘기를 해왔어요. 자식들도 고생이고 나도 고생이고. 그러지 말라고 미리 쓰러 왔어요.” 지난달 25일 서울대병원을 방문해 상담을 받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서명한 김신자(77·여)씨는 “작성하기 참 잘한 것 같다”고 되뇌었다. 뭔가 아쉬운 듯 “그런데 아예 못 움직이거나 치매에 걸리게 되면 치료도 영양 공급도 나는 안 했으면 좋겠어…”라고도 덧붙였다. 지난해 2월 ‘존엄사법’으로 불리는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된 이후 무의미한 연명의료가 남발되는 일이 줄어들고, 전반적으로 품위 있는 죽음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실제 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러 온 사람들의 상당수는 제도가 좀더 확대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신문이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와 함께 지난 1~2월 서울대병원·전북대병원·국립암센터·충남대병원 등 4개 종합병원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 81명을 대상으로 ‘연명의료결정제도’와 존엄사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상당수는 소극적 안락사나 적극적 안락사를 염두에 두고 온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임종기 환자에 한해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 4가지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상담 전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해 어떻게 알고 왔느냐는 물음에 응답자들은 ‘임종기 연명의료 중단’(62.5%·복수 응답) 외에도 ‘병이 말기 상태일 때 언제든 수술이나 치료 중단’(20.0%), ‘뇌사나 식물 상태일 때 영양분 공급 중단’(12.5%), ‘병이 말기 상태일 때 안락사 요청 가능’(13.8%)으로 답했다. 본인이 말기 판정(시한부)을 받았을 때 어느 정도까지 선택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4명 가운데 1명꼴(24.7%)로 ‘적극적 안락사나 조력 자살을 신청하고 싶다’고 답했다. 또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 원할 때에도 4명 중 1명(24.7%)은 소극적 안락사를, 14.6%는 적극적 안락사나 조력 자살에 동의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의 대상과 시기, 방법의 범위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연명의료 중단을 넘어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32.5%로 가장 많았으며, 적극적 안락사까지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31.3%에 달했다. 연명의료 중단의 범위를 말기환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17.5%, 현행 유지 의견은 18.8%에 그쳤다. 운영 체계도 손질할 부분이 많다. 개인이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국립연명의료정보처리시스템에 등록되는데, 문제는 의료기관 윤리위원회가 설치된 병원에서만 조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 상급병원은 대부분 조회가 가능하지만 요양병원 등에는 윤리위원회가 없는 곳도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환자가 의식이 없고 임종이 임박했음에도 환자가 사전에 작성해 둔 연명의료의향서를 병원에서 곧바로 확인해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숙련된 상담 인력과 상담 후 복지시스템과의 연계 필요성도 제기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을 맡고 있는 김예진 서울대병원 의료사회복지사는 “상담 과정에서 돌봄이나 경제적 문제, 노년기 우울감, 자살 충동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를 사회복지 시스템과 적절히 연계할 수 있는 체계가 없고, 기관에 따라 상담의 질도 차이가 크다”면서 “행정적인 문서 작성을 넘어 임종에 관한 의사결정인 만큼 온전하게 자기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호스피스 병동의 사랑 따뜻한 배웅, 그래서 평화로운 끝맺음

    호스피스 병동의 사랑 따뜻한 배웅, 그래서 평화로운 끝맺음

    서울신문은 지난 1월 21~25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원봉사자로 생활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죽음을 논하는 데 폐쇄적인 우리 사회에서 호스피스 병동은 자유롭게 죽음을 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다. 생의 끝자락에서 환자와 가족들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산다. 남은 날이 많지 않다는 걸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삶의 마지막 정류장에 마주친 세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 봤다.“어머니, 두려우실 땐 지금 옆에 있는 자녀분들의 목소리를 기억하세요.” 지난 1월 21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의 한 병동. 봉사자가 임종을 앞둔 환자를 어루만지며 나지막이 속삭이자 환자 얼굴에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눈조차 뜨지 못한 채 거친 숨만 몰아쉬는 순간에도 늙은 어미는 ‘자식’이란 말에 반응했다. 호스피스 병동은 마지막 정류장이다. 다양한 사연을 품은 승객이 이곳에 잠시 머물다 종착역으로 떠난다. 길을 떠나기 전 누군가는 의연하고, 누군가는 극도의 고독과 공포를 느끼지만 바람은 같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부디 평화롭게 마무리하길 빈다. 병동 의료진과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들은 마지막 배웅을 돕는다. 자원봉사자들은 병동에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욕창을 막으려 2시간 간격으로 환자의 자세를 바꿔 주고, 발마사지와 목욕 등을 시키며 환자의 위생을 관리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환자가 바라는 일을 들어주는 것이다. 소소한 바람도 예외는 없다. 사소해 보여도 한 인간의 마지막 소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호스피스 봉사 16년차인 예은주(58)씨는 “언제 이별할지 모르는 환자들에겐 ‘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회에 소주 한 잔 마시는 게 소원이라는 환자를 위해서 술상을 차린다든지, 병동에서 마련한 작은 결혼식의 사회자가 되기도 한다. 환자가 원하면 병동은 노래방이 되기도 한다. 트로트부터 랩까지 그저 목청 높여 부른다. 22일 302호 병실이 그랬다. 성가를 부르던 봉사자들에게 권진숙(62) 환자가 “후나(나훈아) 오빠 ‘사랑’ 부탁해요”라고 외치자 성가대는 기다렸다는 듯 모드전환했다.“이 세상에~ 하나밖에, 둘도 없는 내 여인아~.” 옆에 있던 의료진과 간병인까지 하나둘씩 떼창에 가담하면서 병동은 순식간에 나훈아 콘서트장이 됐다. 간만에 웃음소리가 병동을 가득 채웠다. “고통스러운 치료를 중단하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에요.”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는 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권씨는 2014년 12월에 난소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곧바로 수술에 이어 항암 치료까지 들어갔지만 차도가 없었다. 암 병동에 입원해 2차 항암 치료도 해 봤지만 몸이 버티질 못했다. 약에 취해 종일 늘어져 잠만 자야 했다. 이건 아니지 싶었다고 했다. 얼마 남지 않은 날이지만 맑은 정신으로 보내고 싶었다. 권씨는 지난 1월 18일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하고 호스피스 병동에 왔다.“병동 식구들과 함께 노래하고, 꽃꽂이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는 시간이 고맙고 즐거워요.” 물 한 모금조차 넘길 수 없는 몸이지만 표정만은 밝다. 이날 미술치료에서 권씨는 난생처음 종이로 복주머니를 접었다. “누구에게 주고 싶냐”는 질문에 권씨는 “임신한 첫째 며느리에게 줄 선물”이라며 잠시 말을 멈춘다. 암 병동에서부터 만나 권씨와 단짝 친구가 된 김진옥(62) 간병인은 “항암 치료를 받을 때보다 표정이나 기력이 나아져서 다행”이라면서 “이렇게 좋은 사람에게 왜 병이 찾아왔는지 모르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권씨는 하루에도 수차례 병동을 돌며 운동한다. “제가 얼마나 더 살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이렇게 웃다 보면 손주 얼굴도 보고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권씨는 웃으며 퇴근 후에 찾아올 아들을 기다렸다.위로받아야 하는 이는 환자뿐만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 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하는 가족의 가슴은 말 그대로 찢어진다. 호스피스에선 보호자들의 심리 상태도 늘 예의주시한다. 이 때문에 보호자들은 피교육자임과 동시에 모니터링 대상자다.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경우엔 환자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심리상담을 제공하기도 한다. “딸기를 너무 먹고 싶어 하는데 그거 한 입을 줄 수 없다는 게 가슴이 미어져요. 평생 한이 될 것 같아요” 24일 보호자 교육에서 만난 정유준(25)씨의 어머니 권은주(52)씨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이날은 임종기 환자에게 보호자가 어떤 역할을 해 줘야 하는지를 교육하는 자리. 아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안 된다는 건 이미 어머니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간호사는 “충분한 포도당을 투여하니까 절대 굶기는 게 아니에요”라며 권씨를 꼬옥 안아 줬다. 초등학교 교사를 꿈꾸던 아들 유준이는 2013년 교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같은 해 신경 속에 종양이 생기는 희귀병이 찾아왔다. 암 덩어리를 일년에 한 번꼴로 잘라 내야 했다. “차라리 날 데려가 달라”고 기도했다. 아들을 품고 5년간 문이 닳도록 병원을 오갔지만 야속하게도 암은 너무 빠르게 아들을 삼켰다. 이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떠나보내야 한다. 유준이는 투병 기간 동안 시를 썼다. 짧은 생애 속 갑작스레 다가온 죽음,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애정을 적었다. 2017년 크리스마스는 시집을 만들어 엄마에게 선물했다. “선물을 받고 펑펑 울었어요. 오히려 유준이는 자기의 죽음을 알면서도 의연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더군요. 그게 너무 대단해요.” 호스피스에 가겠다고 말한 것도 아들이다. 떠날 시간이란 걸 직감한 듯했다. 통곡하는 엄마의 눈물을 닦아 줬다.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유준이의 상태는 안 좋아졌다. 권씨는 “잠시 집안일을 보고 오니 갑자기 유준이 목소리가 안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좀더 옆에 있어 줄 걸 하는 후회가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를 잃은 그날도 유준이는 웃었다. 참기 어려운 통증 속에서도 손짓과 입모양으로 늘 어머니와 주변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제 유준이는 이 세상에 없다. 취재진이 병동을 떠난 뒤 얼마 못 돼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어머니에게 안부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 권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투병 기간 내내 유준이가 고생했는데 마지막 시간이나마 통증을 조절하며 떠날 수 있게 된 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편안한 이별을 선물해 준 병동 식구들에게 감사해요. 도움을 받았으니 저도 받은 만큼 봉사할 계획이에요.”김순례(82)씨는 올 초 담도암 4기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크게 놀라거나 동요하지 않았다. 의사와 가족에게 사전에 작성해 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꺼내 보였다. 무의미한 치료 대신 평화롭게 여생을 마치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김씨가 비교적 죽음 앞에 의연할 수 있었던 것은 일찍부터 시작한 봉사활동의 덕이기도 하다. 김씨는 30년간 성당 연령회를 통해 아픈 환자들을 돌보고 장례 절차를 돕는 일을 했다. 타인의 죽음을 보며 자연스레 아픈 순간이 오면 존엄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겠다고 결심했다. 이곳 호스피스 병동과도 인연이 깊다. 5년 전 말기암 선고를 받은 김씨의 남편도 이곳에서 삶을 마감했다. 김씨의 큰아들 조희성(56)씨는 어머니가 아프시다는 소식에 미국 시애틀에서 달려왔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사신 분이세요. 어렵게 생계를 이어 갈 때도 본업에 부업까지 하면서 자식들을 과외까지 시키셨어요. 그 덕에 제가 이렇게 살고 있는데···혹시나 임종도 지키지 못할까 봐 가슴이 미어집니다.” 조씨는 먹고사는 일 때문에 일주일 뒤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대신 조씨의 아내가 남아 어머니를 돌본다. 한 달 뒤 조씨는 미국에서 취재진에게 애타는 마음을 전해 왔다. 당시 통증 완화치료 후 퇴원했던 김씨는 지난주 다시 입원한 상태다. 통증이 잡히지 않아 고통받고 있다. 미국에서 어머니의 상태를 전해 들을 수밖에 없는 조씨는 하루하루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통증으로 고통이 심하시다고 하네요. 그래도 며느리들과 기도하실 때 제일 편안해하신답니다. 어차피 가셔야 한다면 고통 없이 천국으로 가셨으면 해요. 가장 큰 바람입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꽃 같은 아들을 이제 떠나보냅니다” 호스피스 병동 르포

    “꽃 같은 아들을 이제 떠나보냅니다” 호스피스 병동 르포

    “편안하고 행복하게 남은 시간 보내고 싶어요”환자 마지막 소원 술상 차리고 깜짝 결혼식 까지봉사자들 “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항상 최선”서울신문은 지난 1월 21~25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원봉사자로 생활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죽음을 논하는 데 폐쇄적인 우리 사회에서 호스피스 병동은 자유롭게 죽음을 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다. 생의 끝자락에서 환자와 가족들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산다. 남은 날이 많지 않다는 걸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삶의 마지막 정류장에 마주친 세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 봤다. “어머니, 두려우실 땐 지금 옆에 있는 자녀분들의 목소리를 기억하세요.” 지난 1월 21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의 한 병동. 봉사자가 임종을 앞둔 환자를 어루만지며 나지막이 속삭이자 환자 얼굴에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눈조차 뜨지 못한 채 거친 숨만 몰아쉬는 순간에도 늙은 어미는 ‘자식’이란 말에 반응했다. 호스피스 병동은 마지막 정류장이다. 다양한 사연을 품은 승객이 이곳에 잠시 머물다 종착역으로 떠난다. 길을 떠나기 전 누군가는 의연하고, 누군가는 극도의 고독과 공포를 느끼지만 바람은 같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부디 평화롭게 마무리하길 빈다. 병동 의료진과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들은 마지막 배웅을 돕는다.자원봉사자들은 병동에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욕창을 막으려 2시간 간격으로 환자의 자세를 바꿔 주고, 발마사지와 목욕 등을 시키며 환자의 위생을 관리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환자가 바라는 일을 들어주는 것이다. 소소한 바람도 예외는 없다. 사소해 보여도 한 인간의 마지막 소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스피스 봉사 16년차인 예은주(58)씨는 “언제 이별할지 모르는 환자들에겐 ‘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회에 소주 한 잔 마시는 게 소원이라는 환자를 위해서 술상을 차린다든지, 병동에서 마련한 작은 결혼식의 사회자가 되기도 한다. 환자가 원하면 병동은 노래방이 되기도 한다. 트로트부터 랩까지 그저 목청 높여 부른다.22일 302호 병실이 그랬다. 성가를 부르던 봉사자들에게 권진숙(62) 환자가 “후나(나훈아) 오빠 ‘사랑’ 부탁해요”라고 외치자 성가대는 기다렸다는 듯 모드전환했다.“이 세상에~ 하나밖에, 둘도 없는 내 여인아~.” 옆에 있던 의료진과 간병인까지 하나둘씩 떼창에 가담하면서 병동은 순식간에 나훈아 콘서트장이 됐다. 간만에 웃음소리가 병동을 가득 채웠다. “고통스러운 치료를 중단하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에요.”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는 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권씨는 2014년 12월에 난소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곧바로 수술에 이어 항암 치료까지 들어갔지만 차도가 없었다. 암 병동에 입원해 2차 항암 치료도 해 봤지만 몸이 버티질 못했다. 약에 취해 종일 늘어져 잠만 자야 했다. 이건 아니지 싶었다고 했다. 얼마 남지 않은 날이지만 맑은 정신으로 보내고 싶었다. 권씨는 지난 1월 18일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하고 호스피스 병동에 왔다. “병동 식구들과 함께 노래하고, 꽃꽂이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는 시간이 고맙고 즐거워요.” 물 한 모금조차 넘길 수 없는 몸이지만 표정만은 밝다. 이날 미술치료에서 권씨는 난생처음 종이로 복주머니를 접었다. “누구에게 주고 싶냐”는 질문에 권씨는 “임신한 첫째 며느리에게 줄 선물”이라고 잠시 말을 멈춘다.암 병동에서부터 만나 권씨와 단짝 친구가 된 김진옥(62) 간병인은 “항암 치료를 받을 때보다 표정이나 기력이 나아져서 다행”이라면서 “이렇게 좋은 사람에게 왜 병이 찾아왔는지 모르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권씨는 하루에도 수차례 병동을 돌며 운동한다. “제가 얼마나 더 살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이렇게 웃다 보면 손주 얼굴도 보고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권씨는 웃으며 퇴근 후에 찾아올 아들을 기다렸다. 위로받아야 하는 이는 환자뿐만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 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하는 가족의 가슴은 말 그대로 찢어진다. 호스피스에선 보호자들의 심리 상태도 늘 예의주시한다. 이 때문에 보호자들은 피교육자임과 동시에 모니터링 대상자다.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경우엔 환자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심리상담을 제공하기도 한다. “딸기를 너무 먹고 싶어 하는데 그거 한 입을 줄 수 없다는 게 가슴이 미어져요. 평생 한이 될 것 같아요” 24일 보호자 교육에서 만난 정유준(25)씨의 어머니 권은주(52)씨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이날은 임종기 환자에게 보호자가 어떤 역할을 해 줘야 하는지를 교육하는 자리. 아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안 된다는 건 이미 어머니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간호사는 “충분한 포도당을 투여하니까 절대 굶기는 게 아니에요”라고 권씨를 꼬옥 안아 줬다. 초등학교 교사를 꿈꾸던 아들 유준이는 2013년 교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같은 해 신경 속에 종양이 생기는 희귀병이 찾아왔다. 암 덩어리를 일년에 한 번꼴로 잘라 내야 했다. “차라리 날 데려가 달라”고 기도했다. 아들을 품고 5년간 문이 닳도록 병원을 오갔지만 야속하게도 암은 너무 빠르게 아들을 삼켰다. 이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떠나보내야 한다.유준이는 투병 기간 동안 시를 썼다. 짧은 생애 속 갑작스레 다가온 죽음,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애정을 적었다. 2017년 크리스마스는 시집을 만들어 엄마에게 선물했다. “선물을 받고 펑펑 울었어요. 오히려 유준이는 자기의 죽음을 알면서도 의연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더군요. 그게 너무 대단해요.” 호스피스에 가겠다고 말한 것도 아들이다. 떠날 시간이란 걸 직감한 듯했다. 통곡하는 엄마의 눈물을 닦아 줬다.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유준이의 상태는 안 좋아졌다. 권씨는 “잠시 집안일을 보고 오니 갑자기 유준이 목소리가 안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좀더 옆에 있어 줄 걸 하는 후회가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를 잃은 그날도 유준이는 웃었다. 참기 어려운 통증 속에서도 손짓과 입모양으로 늘 어머니와 주변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제 유준이는 이 세상에 없다. 취재진이 병동을 떠난 뒤 얼마 못 돼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어머니에게 안부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 권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투병 기간 내내 유준이가 고생했는데 마지막 시간이나마 통증을 조절하며 떠날 수 있게 된 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편안한 이별을 선물해 준 병동 식구들에게 감사해요. 도움을 받았으니 저도 받은 만큼 봉사할 계획이에요.”김순례(82)씨는 올 초 담도암 4기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크게 놀라거나 동요하지 않았다. 의사와 가족에게 사전에 작성해 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꺼내 보였다. 무의미한 치료 대신 평화롭게 여생을 마치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김씨가 비교적 죽음 앞에 의연할 수 있었던 것은 일찍부터 시작한 봉사활동의 덕이기도 하다. 김씨는 30년간 성당 연령회를 통해 아픈 환자들을 돌보고 장례 절차를 돕는 일을 했다. 타인의 죽음을 보며 자연스레 아픈 순간이 오면 존엄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겠다고 결심했다. 이곳 호스피스 병동과도 인연이 깊다. 5년 전 말기암 선고를 받은 김씨의 남편도 이곳에서 삶을 마감했다. 김씨의 큰아들 조희성(56)씨는 어머니가 아프시다는 소식에 미국 시애틀에서 달려왔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사신 분이세요. 어렵게 생계를 이어 갈 때도 본업에 부업까지 하면서 자식들을 과외까지 시키셨어요. 그 덕에 제가 이렇게 살고 있는데···혹시나 임종도 지키지 못할까 봐 가슴이 미어집니다.” 조씨는 먹고사는 일 때문에 일주일 뒤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대신 조씨의 아내가 남아 어머니를 돌본다. 한 달 뒤 조씨는 미국에서 취재진에게 애타는 마음을 전해 왔다. 당시 통증 완화치료 후 퇴원했던 김씨는 지난주 다시 입원한 상태다. 통증이 잡히지 않아 고통받고 있다. 미국에서 어머니의 상태를 전해 들을 수밖에 없는 조씨는 하루하루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통증으로 고통이 심하시다고 하네요. 그래도 며느리들과 기도하실 때 제일 편안해하신답니다. 어차피 가셔야 한다면 고통 없이 천국으로 가셨으면 해요. 가장 큰 바람입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美 FDA, 유방암 면역치료제 첫 승인

    美 FDA, 유방암 면역치료제 첫 승인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유방암 치료에 사용하는 면역 항암제를 최초로 승인했다. FDA는 로슈 제약회사의 계열사인 제넨테크의 면역 항암제 티센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을 ‘3중 음성 유방암’ 치료에 쓸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CNN 뉴스 인터넷판 등이 9일 보도했다. 3중 음성 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인간표피성장인자 수용체 등 3가지 호르몬 수용체가 발현되지 않는 공격적인 유방암으로 전체 유방암의 15%를 차지한다. 티센트릭은 이미 방광암과 폐암 치료제로 승인됐지만 이번에 유방암에도 쓸 수 있게 된 것으로 유방암 치료에 면역 항암제가 승인된 것은 처음이다. 이 면역 항암제는 화학요법제인 아브락세인과 병행 투여했을 때 ‘PD-L1’ 단백질이 발현되는 진행성 또는 전이성 3중 음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평균 7.4개월 연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브락세인을 단독 투여했을 땐 생존 기간이 4.8개월 연장되는 데 그쳤다. PD-L1은 3중 음성 유방암이 면역체계의 탐지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이 발현되는 3주 음성 유방암은 전체의 약 20%이다. FDA의 승인은 지난해 말 발표된 이 임상시험 결과에 근거한 ‘가속 승인’으로 제넨테크 사는 2020년 9월까지 이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후속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해야 최종적으로 승인을 받게 된다. 티센트릭의 부작용은 탈모, 피로, 오심, 두통, 식욕 저하 등이라고 FDA는 밝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죽음, 두렵지요 하지만 ‘끝’은 선택하고 싶어요

    죽음, 두렵지요 하지만 ‘끝’은 선택하고 싶어요

    모두에게 죽음은 두렵다. 인간은 죽음이 피할 수 없는 것이란 걸 깨닫고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종교가 생기고 철학이 발달한 이유다. 의료기술 발달로 수명이 늘어나자 또 다른 두려움도 생겼다. 병상에 누워 주렁주렁 의료기기를 달고, 고통과 고독 속에서 죽음을 맞아야 하는 공포다. 억지로라도 생명을 늘리려다 보니 존엄하지 않은 마지막 삶을 강요받는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 암 환자 3명을 만났다.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무엇이 가장 고통스럽고 두려운지를 물었다. 이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공포가 더 컸다. 그간 삶에서 숱한 선택을 스스로 해 왔듯이 죽음도 선택할 권리가 있는 게 아닌지 되물었다.■간암 투병 중인 73세 황정숙씨 2007년의 일이었다. 부엌에서 갈비탕을 끓이던 황정숙(73·여)씨는 갑자기 하혈을 하며 쓰러졌다. 동네 병원에선 “암인 것 같은데, 좀 애매하다고”만 했다. 대학병원에서 대장 기스트(GIST·희귀 암의 일종)라는 걸 알게 됐다. 영정사진을 찍으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끝났고, 건강을 회복한 듯했다.하지만 2015년 다시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됐다. 간을 3분의1이나 잘라 냈다. 또 암세포가 번질지 모르니 항암제를 먹어야 한다고 했다. 항암제를 먹었던 8개월 황씨는 죽는 게 낫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고통에 시달렸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얼굴이 퉁퉁 부었다. 손바닥은 갈라져 피가 났다. 하는 수 없이 장갑을 끼고 살았다. 급기야는 발바닥까지 망가져 걸을 수가 없었다. “설설 기어다녔어요…. 사는 게 아니었죠. 그런데 다른 환자가 그 약을 먹은 뒤에도 병이 심해져 결국 죽더군요. 그때 결심했죠. ‘먹지 말자’. 독한 약에 시달리며 지옥 같은 삶 살아서 뭐해요.” 황씨가 항암제를 끊은 지 벌써 3년이 됐다. 다행히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가끔 배가 아프긴 하다. 그래도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병원에 가라고 하는 게 싫기 때문이다. 황씨는 병이 심해지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더라도 항암제는 절대 먹지 않겠다고 했다. 진통제로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다 삶을 마칠 생각이다. “물론 저도 죽음이 두려워요. 하지만 죽음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끝’도 결국 제 삶의 일부예요. 가족들과 즐겁게 살았던 때를 생각하며…, 내가 갈 때를 알고 준비도 하면서…, 잘못한 일 있으면 회개도 하고….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는 게 약으로 연명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황씨는 얼마 전 14년간 키우던 개를 안락사시켰다. 자식 같이 키우던 개라 끝까지 돌보려 했지만 수의사가 안락사를 권했다. 수의사는 “개가 말기암 환자보다 고통이 심할 것”이라며 “안락사시키는 게 개를 위하는 길”이라고 했다. 황씨는 결국 펑펑 울며 승낙했다. “저도 주사 맞으며 자는 것처럼 편하게 가고 싶어요. 개도 안락사를 할 수 있는데 사람은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해요.” 황씨는 처음엔 가명 인터뷰를 원했다. 하지만 실명으로 이야기하는 게 더 진심을 전할 수 있다고 하자 흔쾌히 응했다. “꼭 가족 품에서 임종을 맞고 싶은 건 아닙니다. 혼자 있는 곳에서 가도 상관없어요. 다만 제 죽음만큼은 제가 관리하고 싶어요. 병원에서 (안락사를) 끝내 허용해 주지 않으면, 스스로라도…. 나라가 제 삶의 질을 책임질 거 아니면 마감을 선택할 권리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25년 암과 싸우는 66세 정판배씨 “젊을 때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눈앞에 닥치니 너무 두렵고 캄캄하더라고요. 몇 번이나 죽음의 문턱에 서 보니 죽음을 미리 준비하게 됐어요. 다음엔 좀더 의연하게 받아들일 겁니다. 임종 전 고통이 심한 환자에게는 안락사도 필요하다고 봐요.”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 관리사무소에서 만난 정판배(66)씨는 지난 25년간 암과의 전쟁을 치러 왔다. 1994년 마흔 한 살에 위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상상도 못했죠. 다들 죽는다고 했어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을 생각하니 세상이 무너지더라고요.” 당시 정씨는 육군 중령이었다. 정기 건강검진에서 암덩어리를 발견했다. 당시 위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에 해당하는 무서운 병이었다. 위 전체를 절제해 식도와 소장을 연결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암은 이후에도 정씨 곁을 맴돌았다. 수술 5년 뒤엔 만성골수성 백혈병이, 그 뒤엔 대장암이 생겼다. “수시로 팔다리에 마비와 경련이 와요. 마비가 오면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서 손을 집어넣어요. 그래야만 풀리거든요.” 정씨 얼굴은 지나치게 창백하고, 늘 부어 있다. 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피부와 뼈는 유리처럼 약해졌다. 뭔가와 스치기만 해도 상처가 나고 다친다. 언제 경련이 올지 몰라 응급처치를 위해 뿌리는 파스를 두 통씩 들고 다닌다. 10년 넘게 복용 중인 백혈병 치료제 부작용이다. 수술 후유증도 심각하다. 시시때때로 음식물과 담즙이 식도까지 올라오는 통에 정씨의 목은 항상 헐어 있다. 수술 후엔 한 번도 반듯하게 누워 본 적이 없다. “또다시 병이 찾아오면 치료를 하지 않고 편안한 임종을 맞을 겁니다. 항암 치료의 부작용과 고통 속에 사는 날을 하루하루 연장하는 건 이제 저에게 무의미해요. 어머니를 보내 드리며 결심이 더 확고해졌어요.” 지난해 어머니의 죽음은 정씨가 존엄한 죽음을 결심하는 큰 계기가 됐다. 당시 아흔 넷인 어머니는 노환으로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피부가 괴사했다. 다리가 썩어 들어갔지만 노모는 고통조차 제 입으로 표현하지 못했다. 매일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노모는 결국 고통 속에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정씨는 담즘 역류를 완화해 주는 수술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 그만 발버둥 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결국 죽는 건 개인의 주관대로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봐요. 너무 고통스럽지 않게. 그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저 편안하게 눈을 감는 게 내가 꿈꾸는 마지막 소원입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기스트 고위험 앓는 40세 이지연씨 “일상이 갈등의 연속이에요. 다시 병이 안 나려면 적당히 해야 하는데, 몸이 조금씩 좋아지니까 더 일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또 이러다 병나겠네, 하면서 조심하게 되고…. 아프지 않으면 하지 않았을 고민들을 항상 하게 돼요.” 지난달 16일 만난 기스트(희귀성 암의 일종) 고위험 환자인 이지연(40·여)씨는 “병이 언제 재발할지 모르기에 늘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면서 “그게 건강한 사람과 아파 본 사람의 차이”라며 입을 뗐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이씨는 매일 아침 6시에 나와 운동하고 출근할 정도로 부지런했고, 주말에는 승마, 골프, 보드 등 취미 생활을 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젊고 건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병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2015년 초 갑작스레 쓰러져 실려 간 병원에서 기스트 진단을 받았다. 위에서 생긴 종양이 간으로 전이된 상태였다. 1년간 약물치료를 한 뒤 이듬해 위 전체와 간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극심한 고통은 정작 수술 이후 시작됐다. 1년 내내 구토와 설사가 반복됐다. 어지러워서 움직일 수도, 먹을 수도 없었다. “너무너무 아프니까 병원에 왜 창문이 없는지 알겠더라고요.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말을 이해했어요. 지켜보는 부모님이 안 계셨더라면 못 버텼을 거예요.” 1년여에 걸친 재활 끝에 건강을 다소 회복했지만 삶에 대한 생각은 크게 바뀌었다. 이씨는 “다음에 또 병이 재발하면 그땐 수술 대신 안락사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미혼인 이씨가 걱정하는 건 단순히 돌봄이나 경제적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그는 “언젠가 가족이 없는 상태에서 제 의지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뜻에 따라 떠돌아다니고 싶지 않다”면서 “정신이 있을 때 제가 제 삶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락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락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고통이란 자체가 남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인데, 사회가 내 고통의 경중을 따지거나 판단한다는 게 좀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스위스행’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 그는 같은 병을 앓는 지인에게 ‘스위스에선 외국인 안락사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서 외려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여러 가지가 있으면 좋겠어요. 전 여기 있으면 그냥 고통스럽게 죽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잖아요. 하지만 언제든 제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은 지금을 더 열심히 살 수 있는 동기가 됩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단독] 나를 위해, 남은 이들을 위해… 안락사를 선택할 겁니다

    [단독] 나를 위해, 남은 이들을 위해… 안락사를 선택할 겁니다

    루게릭병 父, 절망하는 가족 보고 결심 이별 준비 필요… ‘죽을 권리’ 찾고 싶어한국인 2명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안락사(조력자살)를 허용하는 스위스에서 삶을 마쳤고, 107명이 같은 방법을 준비 중이다.<서울신문 3월 6일자 1면> 그들은 왜 스위스로 가려는 것일까. 서울신문은 지난 5개월간 답을 듣기 위해 방방곡곡을 찾아다녔고, 마침내 한국인 ‘디그니타스’ 회원 3명과 연락이 닿았다. 이 중 30대 남성과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죽음이 슬픔, 회한, 한탄으로 가득해야만 할까요. 헤어짐은 슬프지만 한편으로는 고통에서 해방되는 거잖아요. 남은 사람이 각자의 삶을 잘 살 수 있으려면 우리에게도 이별 준비가 필요하다고 봐요.” 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모(37)씨는 디그니타스 회원이 된 이유에 대해 털어놓았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김씨는 3년 전 인터넷에서 디그니타스를 검색했다. 루게릭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아버지를 보면서였다. 근육을 차츰 퇴화시키는 이 병은 처음엔 아버지의 다리를 못 쓰게 했고, 이어서 입, 소화기관, 호흡기, 팔 등 차근차근 모든 기관을 잠식했다. 아버지는 말하는 것도, 식사를 하는 것도, 나중에는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어머니는 24시간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야 했고, 집도 더 작은 곳으로 이사했다. “3년 넘게 병으로 고통받는 아버지와 절망하는 가족을 보면서 안락사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뇌암에 걸린 미국 여성이 조력자살이 허용된 주로 가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죽음을 맞이했다는 기사를 읽게 됐지요.” 29살의 이 여성은 6개월 정도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는 대신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의 목록)를 만들고 남편과 여행을 떠났다. 임종 전에는 조력자살이 허용된 오리건주로 가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가족과 친구들 속에서 눈을 감았다. 김씨는 아버지에게도 디그니타스 안내문을 보이며 스위스에는 조력자살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 자신의 병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잘 아는 아버지는 잠깐 고민하는 듯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어머니와 다른 식구들은 ‘절대 안 된다’며 말렸다. 3년간 집에서 투병생활을 하던 아버지는 현재 8개월째 요양병원에서 코에 연결된 영양 공급 기계에 의존해 버티고 있다. “일부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게 됐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안락사는 말하기 어려운 주제입니다. 몸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귀중한 것(신체발부수지부모)이라는 유교문화 영향도 큰 것 같고요. 하지만 당사자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건 오히려 이기적인 것 아니겠어요.” 김씨는 자신에게 아버지와 같은 상황이 닥치면 아버지와는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안락사를 선택할 겁니다. 아버지가 병을 치르면서 차츰 가족이나 친지, 친구 등 사람들이 멀어지는 걸 느꼈어요. 제가 죽고 난 뒤 주변 사람들에게 슬픈 모습으로만 기억되지 않았으면 해요. 요즘 사람들 열심히 운동해서 가장 멋진 모습일 때 프로필 사진 많이 찍잖아요. 그렇게 기억되고 싶어요.”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안락사 준비하는 107명…“나는 왜 디그니타스 회원이 되었나”

    안락사 준비하는 107명…“나는 왜 디그니타스 회원이 되었나”

    한국인 2명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안락사(조력자살)를 허용하는 스위스에서 삶을 마쳤고, 107명이 같은 방법을 준비 중이다.<서울신문 3월 6일자 1면> 그들은 왜 스위스로 가려는 것일까. 서울신문은 지난 5개월간 답을 듣기 위해 방방곡곡을 찾아다녔고, 마침내 한국인 ‘디그니타스’ 회원 3명과 연락이 닿았다. 이 중 30대 남성과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죽음이 슬픔, 회한, 한탄으로 가득해야만 할까요. 헤어짐은 슬프지만 한편으로는 고통에서 해방되는 거잖아요. 남은 사람이 각자의 삶을 잘 살 수 있으려면 우리에게도 이별 준비가 필요하다고 봐요.” 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모(37)씨는 디그니타스 회원이 된 이유에 대해 털어놓았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김씨는 3년 전 인터넷에서 디그니타스를 검색했다. 루게릭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아버지를 보면서였다. 근육을 차츰 퇴화시키는 이 병은 처음엔 아버지의 다리를 못 쓰게 했고, 이어서 입, 소화기관, 호흡기, 팔 등 차근차근 모든 기관을 잠식했다. 아버지는 말하는 것도, 식사를 하는 것도, 나중에는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어머니는 24시간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야 했고, 집도 더 작은 곳으로 이사했다. “3년 넘게 병으로 고통받는 아버지와 절망하는 가족을 보면서 안락사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뇌암에 걸린 미국 여성이 조력자살이 허용된 주로 가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죽음을 맞이했다는 기사를 읽게 됐지요.” 29살의 이 여성은 6개월 정도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는 대신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의 목록)를 만들고 남편과 여행을 떠났다. 임종 전에는 조력자살이 허용된 오리건주로 가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김씨는 아버지에게도 디그니타스 안내문을 보이며 스위스에는 조력자살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 자신의 병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잘 아는 아버지는 잠깐 고민하는 듯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어머니와 다른 식구들은 ‘절대 안 된다’며 말렸다. 3년간 집에서 투병생활을 하던 아버지는 현재 8개월째 요양병원에서 코에 연결된 영양 공급 기계에 의존해 버티고 있다. “일부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게 됐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안락사는 말하기 어려운 주제입니다. 몸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귀중한 것(신체발부수지부모)이라는 유교문화 영향도 큰 것 같고요. 하지만 당사자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건 오히려 이기적인 것 아니겠어요.” 김씨는 자신에게 아버지와 같은 상황이 닥치면 아버지와는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안락사를 선택할 겁니다. 아버지가 병을 치르면서 차츰 가족이나 친지, 친구 등 사람들이 멀어지는 걸 느꼈어요. 제가 죽고 난 뒤 주변 사람들에게 슬픈 모습으로만 기억되지 않았으면 해요. 요즘 사람들 열심히 운동해서 가장 멋진 모습일 때 프로필 사진 많이 찍잖아요. 그렇게 기억되고 싶어요.”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암 재발한 네 아이 엄마, 병원 갈 때마다 패션쇼하는 사연

    암 재발한 네 아이 엄마, 병원 갈 때마다 패션쇼하는 사연

    리사 프라이(39)는 요즘 병원에 갈 때마다 마치 파티라도 가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껏 치장한다. 의료진은 그녀를 ‘가장 매력적인 환자’라고 부르며 늘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범상치 않은 차림으로 병원을 찾는 잉글랜드 출신 여성의 이야기를 전했다. 리사는 서른 한살이던 지난 2011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셋째 아들 우디에게 모유를 수유하던 중 왼쪽 가슴에서 발견한 혹이 암 덩어리였다. 리사는 “그때를 떠올리면 끔찍하다. 정말 많이 아팠고 몰골은 형편없었다. 머리카락은 다 빠지고 양쪽 가슴을 떼어냈다. 화학요법 2년, 약물 복용 6년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12차례의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종양 절제술을 거친 그녀는 다행히 건강을 회복했고 헬스 트레이너와 군인으로서의 새 삶을 시작했다.활동적인 일을 하며 건강에 자신이 붙은 리사는 임신 생각이 간절해졌다. 찰리(14), 말리(12), 우디(10) 세 아들을 낳은 그녀는 넷째 아이를 원했고 남편 웨인 프라이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그녀의 간절한 바람은 벽에 부딪혔다. 의사는 항암치료 때문에 리사의 난자가 손상돼 임신은커녕 서른다섯에 폐경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리사는 “화학요법이 내 난소에 영향을 미쳤다. 아이를 낳지 못할 거라는 말에 실망이 컸다”고 말했다.그렇게 임신을 포기하고 다시 군인의 삶으로 돌아간 리사는 훈련 중 심한 메스꺼움을 느꼈다. 소총을 들고 숲을 기어 다니고 별 아래에서 잠을 자는 군사 훈련을 받는 동안 급격한 피로감이 엄습했다. 암이 재발한 건 아닌가 하는 걱정에 사로잡힌 리사는 병원을 찾았고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의사는 그녀에게 임신 10주라고 확인해주었고 리사는 농담 아니냐며 끝까지 믿지 못했다. 그녀는 “불임 진단을 받았고 폐경이 될 거라고 했는데 갑자기 임신이 돼 믿을 수가 없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꿈에 그리던 넷째 아기를 갖게 된 리사는 임신 기간 내내 암이 재발해 아이를 잃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녀는 “3주에 한 번씩 아기가 잘 있는지 확인했다. 나에게 찾아온 작은 기적이 사라질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두려움이 너무 컸던 탓일까. 우려는 현실이 됐고 임신 39주 차에 그녀는 병원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출산을 2주 앞두고 암이 재발한 것. 임신 35주 차에 가슴에서 혹이 지방 덩어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바람은 무너지고 말았다. 암은 가슴에서 림프절, 흉골까지 전이됐고 의사는 그녀에게 치료할 수 없다는 소식을 전했다.  작은 기적 뒤에 찾아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리사는 좌절했다. 2주 후 뱃속의 아기와 만날 생각에 부풀어 있던 그녀는 결국 암 재발 진단 3일 후인 2018년 3월 25일 넷째 아들 재거를 유도 분만으로 출산했다. 이렇게 아기는 천신만고 끝에 무사히 태어났으나 남편 웨인은 죽음을 앞둔 부인 리사를 보며 오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리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갓 태어난 재거를 포함해 네 명의 아들과 남편이 있었다. 리사는 암 진행 속도를 늦춰 생존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화학요법에 돌입했다. 그리고 병원에 갈 때마다 가장 특별한 옷을 차려입고 치료에 임하고 있다. 리사는 “화학요법을 받을 때마다 내 생명이 꺼져가는 느낌이 들어 싫었다. 그래서 항상 좋은 곳에 가는 것처럼 옷을 차려입는다. 화장하고 멋진 옷을 입고 하이힐을 신으면 나는 아직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삶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걸 스스로 깨우친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절대 죽을 수 없다는 그녀는 “한껏 꾸미고 나면 기분도 좋아지고 건강에도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암 때문에 무너지는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 아이들이 상처받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며 암이 나를 정의하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어 “가공식품과 설탕을 끊고 매일 가장 좋은 옷을 입어라. 특별한 날은 없다. 특별한 날을 위해 아껴두지 말라”고 당부했다. 항암치료 때마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리사는 이제 병원에서 ‘가장 매력적인 환자’라 불리는 유명 인사가 됐다. 사람들은 리사를 보며 용기를 얻는다며 덩달아 투병 의지를 다지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남편 앗아간 건 메르스가 아니라 정부의 책임회피였다”

    “남편 앗아간 건 메르스가 아니라 정부의 책임회피였다”

    “엄마, 아빠 이야기가 왜 책에 나왔어?” “아빠가 훌륭한 사람이라서 그래.” 지난해 11월 일곱 살 아들은 납골당에 잠들어 있는 아빠 곁에 두꺼운 소설책 한 권을 가져다 놓았다. 아들은 네 살 때 떠나간 아빠가 ‘하늘나라’라는 곳으로 갔다는 걸 어렴풋이 안다. 하지만 왜 아빠를 만나러 갈 수 없는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김석주’.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종식’과 동시에 세상에서 지워져버린 아빠는 새 이름으로 다시 세상에 호명됐다. 김탁환 작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소설 ‘살아야겠다’(북스피어)를 통해서다. 메르스라는 병마와, 정부의 무능과 싸우다 쓰러져 간 이들을 기리는 소설에서 ‘김석주’의 이야기는 감히 헤아리기조차 힘든 무게감으로 읽는 이들의 가슴을 후벼 판다. 172일 동안 격리된 채 사투를 벌이다 눈을 감은 마지막 사망자. ‘메르스 80번 환자’라 불렸던 그의 진짜 이름은 ‘김병훈’(사망 당시 35세)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의 감염자와 유족들은 다른 여느 재난 피해자와는 달리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숨어버렸다. 구멍 난 방역체계의 피해자임에도 ‘바이러스 덩어리’라는 낙인이 찍힌 탓이다. 김씨의 아내 배윤희(40)씨는 지금까지 목소리를 내고 있는 몇 안 되는 유족이다. “망망대해에 돌멩이라도 던지는 심정으로”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에 응했고, 메르스 피해자와 유족을 수소문하던 김탁환 작가의 손을 잡았다. 소설이 출간된 뒤 반향이랄 게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죽고 없어져도 이 이야기를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제 남편은 메르스에 감염됐다는 이유로 가해자 취급을 받았습니다. 아파서,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을 찾았을 뿐인데….” 배씨는 메르스 감염자들이 ‘전파자’로 매도당했던 기억에 가슴을 쳤다. 김씨가 폐렴 증상으로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던 2015년 5월 27일. 응급실에 머무르던 사흘 동안 ‘메르스 슈퍼 전파자’라 불렸던 ‘14번 환자’도 같은 곳에 있었다. 14번 환자는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됐지만, ‘2m, 1시간’이라는 지침상의 밀접접촉자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격리되지 않았다. 배씨는 14번 환자를 탓하지 않았다. “‘슈퍼 전파자’라 손가락질을 받으셨어요. 그분이 받았을 상처가 어느 정도였을지….”김씨는 6월 7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배씨는 “폐렴 증상이 계속돼 병원에 메르스 검사를 요청했지만 1주일이 지나서야 검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김씨에게는 1년 전 완치됐던 림프종까지도 다시 찾아왔다. 삼성서울병원에 1인실에서 메르스 대증(對症)치료를 받다 7월 3일 서울대병원 음압병실로 옮겨진 뒤 림프종마저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메르스가 악화되고, 당장 메르스부터 잡으려니 항암 치료가 미뤄지는 상황이었다. 김씨의 투병 과정은 172일이라는 ‘세계 최장 투병기간’뿐 아니라 양성과 음성을 여러 차례 오갔다는 점에서 특수한 사례였다. 질병관리본부는 10월 1일 김씨가 PCR(환자의 침이나 가래 등에서 극소량의 유전자를 검출, 증폭시켜 바이러스를 검사하는 방법) 검사에서 ‘24시간 간격으로 2회 연속 음성’이 나와 최종 음성으로 판정돼 퇴원했다고 밝혔다. 배씨는 “8월에 이미 2회 연속 음성이 나와 격리해제가 이뤄졌어야 했지만 정부와 병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사이 다시 양성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질본과 서울대병원으로부터 더이상 PCR 검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9일 만에 고열로 걷기 힘든 상태가 돼 삼성서울병원을 다시 찾았고, 삼성서울병원의 PCR 검사에서 다시 양성이 나와 서울대병원 음압병실에 격리됐다. 김씨가 퇴원 뒤 다시 양성 판정을 받았을 때 질본은 “감염 또는 재발이 아닌, 환자 체내에 잠복해 있던 극소량의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감염력은 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림프종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사실상 죽은 바이러스 조각이 남아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김씨가 10월 초 퇴원해 집에 머무르는 동안 배씨와 아들을 포함해 김씨와 접촉했던 사람들 129명 어느 누구에게서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의 방침은 모호했다. ‘24시간 간격으로 2회 연속 음성’이라는 기준을 여러 차례 충족했는 데도 정부는 김씨에 대한 격리를 해제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김씨가 음압병실 안에서 메르스 치료를 받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에 대해 질본은 11월 16일 해명자료를 통해 “10월 초 음성 판정을 받았을 때와 동일하게 감염력은 여전히 낮다”면서도 “양성과 음성을 반복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가 환자에 대한 감염관리 철저를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질본이 근거로 든 한국·WHO 간 메르스 상황점검회의(10월 26일 개최)에서 WHO는 김씨에 대해 “감염력이 현저히 낮다(extremely low)”고 해석하며 메르스의 “전파 가능성 해소(the end of transmission)”라는 표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질본 10월 29일 보도자료). 정부 스스로 앞뒤 안 맞는 해명을 내놓은 셈이다.배씨는 “남편은 음압병실에 있다는 이유로 림프종 치료를 제한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질본은 당시 “받아야 할 항암치료를 못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배씨는 “검사실로 이동해 받아야 하는 MRI와 CT 검사,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한 유전자 검사, 백혈구 수혈을 위해 주사를 꽂는 일 등을 가족들이 항의하고 언론에 제보해서야 이뤄진 적이 많았다”면서 “병원은 환자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에 하나 남아 있을지 모를 감염력이라도 차단하는 게 정부의 역할일 것이라고 배씨는 믿었다. 다만 림프종 치료가 한시라도 급했기에 언제 격리가 해제될지에 대한 확답이 절실했다. 배씨는 정부에 “남편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격리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병원은 “결정권은 정부에 있다”고 했고, 질본은 연락조차 닿지 않았다. 배씨가 계속해서 항의 메시지를 보냈던 질본의 한 관계자는 배씨의 전화번호를 수신 차단했다. 골수이식에 희망을 걸었던 김씨의 건강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됐다. 급기야 병원에서 연명치료 중단을 제안해 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배씨가 격리 해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던 11월 25일 새벽 3시 6분 김씨는 결국 눈을 감았다. 사인은 메르스가 아닌 악성 림프종이었다. 김씨는 족쇄 같았던 소변줄과 콧줄을 치렁치렁 단 채로 관에 담겼다. 차가운 비닐팩이 김씨의 몸을 이중으로 감쌌다. 관에 탕탕 못을 박는 소리가 마치 “다시는 이 땅에 발을 내딛지 말라”는 마지막 경고처럼 배씨의 가슴에 박혔다. 관이 음압병실을 나와 화장터로 향하는 길에 노란 줄이 쳐졌다. “몇 미터 밖으로 떨어지라”며 밀치는 통에 배씨는 남편의 관을 따뜻하게 안아주지도 못했다. “이게 남편과의 이별 방식이어야 했을까요. 병원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였나요.” 배씨가 서울대병원의 차가운 바닥 위에서 절규하던 그날 아침, 포털사이트는 “메르스 제로” “메르스 종식” 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뒤덮였다. 배씨는 보건복지부와 질본으로부터 위로의 전화나 문자메시지 한 통조차 받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공중 보건과 환자 개인 사이에서 최선의 노력을 한 것이었다면 마음이 덜 아팠을 겁니다.” 감염력이 사실상 0%였고 더이상 메르스 치료를 받지도 않는 김씨를 계속 음압병실에 가둬놓았던 건 정부와 병원의 책임 회피가 아니었냐고 배씨는 되묻고 있다. 배씨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도움으로 정부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의 생명을 앗아간 게 메르스가 아닌 정부와 병원의 무능과 무책임이 아니었는지를 따져 물으려 한다. 소송은 아직 1심도 열리지 않았다. 소송의 첫 단추인 의료감정을 해줄 기관을 찾는 데서부터 난관이었다. “이기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남편의 죽음에 애도가 아닌 안도를 한 세상과도 싸우고 있는 것 같다”고 배씨는 말했다.정부로부터 사과를 받는 게 끝이 아니다. 배씨는 ‘감염병 환자의 인권’에 대한 목소리도 낼 생각이다.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바깥 공기 한 번 쐬지 못한 채 눈을 감아야 했던 남편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서다. “남편이 음압병실에 갇혀있는 동안 그리워한 건 특별한 게 아니었습니다. 자동차들이 지나다니는 소음, 사람들의 말소리를 듣고 싶어했어요.” 김씨는 음압병실에 갇혀 있는 동안 아들의 얼굴을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했다. 24시간 돌아가는 카메라 앞에서 침대 위에 누운 채 용변을 해결해야 했다. 극심한 우울증이 김씨의 몸과 마음을 파고드는 동안 어느 누구도 살펴보지 않았다고 배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남편이 죽은 뒤에도 소변줄과 콧줄을 빼내주지 못한 게 가슴에 사무친다”는 배씨는 대학원에 진학해 환자의 인권에 대한 고민을 박사논문으로 풀어낼 계획이다. 비행기를 타고, 로켓을 타고 아빠를 만나러 가겠다던 아들은 이제 떨어진 속눈썹을 후 불며 소원을 빈다. “아빠를 돌려달라고 빌었는데 이뤄지지 않아… 엄마, 다음엔 우리 같이 소원 빌자.”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이 언젠가 장편소설 한 권을 읽을 나이가 될 때까지 배씨는 해야 할 일이 많다. “남편의 이야기가 세상에서 잊혀지고 없었던 일이 되는 게 제일 두렵습니다. 불씨가 꺼지지 않게 계속 목소리를 낼 겁니다. 이렇게라도 사랑했던 남편을 추모하려고 합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월드피플+] ‘희망 기증자’ 4200명…소아암 5세 아이에게 일어난 기적

    [월드피플+] ‘희망 기증자’ 4200명…소아암 5세 아이에게 일어난 기적

    소아암을 앓고 있는 5살 소년을 위해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신의 줄기세포를 기증하겠다고 나섰다. 영국 메트로 등 현지 언론의 3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 잉글랜드 우스터에 사는 5세 소년 오스카는 지난해 12월 소아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혈구를 만드는 조혈모세포가 성숙되는 단계에서 암이 되어 정상기능을 상실하고 증식되는 소아급성 백혈병은 특성상 암세포의 증식과 성장이 빨라 항암치료나 줄기세포 이식 등의 치료법을 요한다. 오스카의 부모 역시 아들과 조직이 일치하는 줄기세포를 이식해 줄 사람을 찾아 나섰다. 가능한 많은 사람이 줄기세포 기증 등록에 참여하길 바라는 뜻에서 ‘오스카를 위해 손을 맞잡고’라는 캠페인을 준비했다. 이 캠페인은 오스카가 다니던 핏매스턴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펼쳐졌고, 학교 측이 나서서 대대적으로 기증자를 모집했다. 그리고 지난 2일과 3일, 영국 전역에서 42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5살 된 아이를 위해 조직 일치 검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기적이 일어났다. 이들은 캠페인이 열리는 초등학교를 직접 찾아 조직검사에 동참했다. 골수기증등록기구인 DKMS에 따르면 한 사람과 일치하는 조직을 찾기 위해 조직검사 등록에 참여한 최대 규모는 2200명이며, 오스틴과 조직검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 기록을 경신하는 주인공이 됐다. 해당 캠페인에 참여한 오스카의 담임교사인 사라 키팅(44)은 “사람들은 아이가 암에 걸렸다는 끔찍한 소식을 접한 뒤 직접 (조직 기증을 위해) 움직였다”며 감동을 표했다. 한편 현재 오스카가 입원 중인 버밍엄어린이병원이 기증 신청자 중 일치하는 오스카와 조직이 있는지 검사할 예정이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암으로 다리를…180도 돌려 붙여달라 한 소년의 의지

    암으로 다리를…180도 돌려 붙여달라 한 소년의 의지

    한창 뛰어놀 나이에 암에 걸린 한 10대 소년이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는 대신 소신있는 선택을 하며 다시 뛸 날을 꿈꾸고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피플지는 갑작스러운 암으로 다리를 잃은 토론토 출신 소년 제이콥 브레덴호프(14)을 소개했다. 제이콥은 여느 10대 소년들과 마찬가지로 농구를 좋아했으며 세 명의 남동생과 함께 뛰어놀기를 좋아했다. 부모님의 농장일도 나서서 할 만큼 신체 활동에 매우 적극적인 남학생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시작된 왼쪽 무릎의 통증이 제이콥의 발목을 잡았다. 무릎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크고 단단한 멍울까지 잡히더니 급기야 계단을 기어올라가야 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그저 단순 염증으로 여겼던 제이콥의 어머니 트레이시 브레덴호프는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뜻밖의 상황과 마주했다.트레이시는 “내가 12살이었을 때부터 주치의를 맡아준 의사를 찾아 아들의 상태를 물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검사 후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남편에게 제이콥의 상태가 심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고, 그녀의 직감대로 4시간 뒤 주치의는 급히 전화를 걸어 당장 남편과 병원으로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겨우 13살밖에 되지 않은 아들이 암에 걸렸다는 청천벽력같은 의사의 진단에 트레이시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기차에 치인 듯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제이콥은 뼈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인 골육종을 앓고 있었다. 골육종은 뼈에 발성하는 종양 중 가장 흔한 것으로 왕성한 10대 성장기에 가장 많이 발생하며 남성 발병률이 조금 더 높다. 팔과 다리, 골반 등 인체 뼈의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으나 흔히 발생하는 부위는 무릎 주변의 뼈다. 제이콥 역시 왼쪽 무릎에 종양이 발생했다. 전문병원으로 옮겨진 제이콥은 재검사에서도 역시 같은 진단을 받았고 곧바로 항암치료에 돌입했다.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6차례의 치료를 받은 제이콥은 암의 전이를 막기 위한 수술에 돌입했다. 트레이시는 아들에게 조심스레 왼쪽 다리를 절단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이콥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2가지였다. 하나는 무릎 아래로 종양이 생긴 다리 부위 모두를 완전 절단하고 인공 관절을 심는 방법이었고 다른 하나는 종양 부위만 절단한 뒤 종아리 부분을 180도 돌려 붙이는 회전성형술이었다. 후자는 시각적 이유로 잘 선택하지 않는 방법이었지만, 뜻밖에도 제이콥은 회전성형술을 선택했다.그리고 지난 10월, 제이콥은 자신의 뜻대로 종양 부위를 절단하고 정맥과 동맥을 끊은 뒤 신경을 유지하면서 다리를 반대로 접합하는 수술을 받았다. 제이콥은 “내 목표는 다시 농구를 하는 것이다. 다시 뛰고 싶고 형제들과도 놀고 싶다”며 특별한 수술법을 택한 진의를 털어놨다. 다시 걷지 못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 싶다는 제이콥은 얼마 전 특수 의족도 맞췄다. 18번의 항암화학요법 중 얼마 전 14번째 치료를 받은 제이콥은 나머지 4번의 치료 후 본격적으로 재활에 나선다. 트레이시는 “제이콥은 화학요법 때문에 심한 메스꺼움과 식욕 상실, 장 트러블, 알레르기 반응 등을 겪고 있지만 다시 농구를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왜 내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하고 원망할 법도 하지만, 단 한번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선택을 한 제이콥은 오직 다시 뛰는 것만이 목표라며 재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사진=트레이시 브레덴호프 인스타그램 (tracey.bredenhof)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아내의 맛’ 유상무♥김연지, 달달한 일상 “모두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아내의 맛’ 유상무♥김연지, 달달한 일상 “모두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아내의 맛’ 유상무, 김연지의 달달한 모습이 공개됐다. 최근 유상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안녕하세요~ 유상 무! 김연 지! 무지부부에용~♥♥ 모두모두 오래도록 건강하세요! 아프지 마시고 행복하셔요. 늘 감사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유상무, 김연지 부부가 얼굴을 맞대고 환한 미소를 짓는 모습이 담겼다. 서로를 아끼는 두 사람의 모습은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편, 2017년 3월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은 유상무는 지난해 8월까지 항암치료를 받았다. 유상무는 자신의 곁을 지킨 김연지와 지난해 10월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지난 26일 TV조선 예능 ‘아내의 맛’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사진=인스타그램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아내의 맛’ 유상무♥김연지 “암 투병→결혼, 역경 뚫은 러브스토리”

    ‘아내의 맛’ 유상무♥김연지 “암 투병→결혼, 역경 뚫은 러브스토리”

    대장암을 함께 이겨낸 개그맨 유상무가 작곡가 김연지와 TV조선 ‘아내의 맛’에 전격 합류, 4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다. 유상무는 지난 2004년 KBS 19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후 KBS2 ‘개그콘서트’에서 활약했고, 장동민, 유세윤과 함께 ‘옹달샘’으로 활동하며 인기를 얻었다. 이후 다채로운 방송활동을 하던 중 2017년 3월, 청천벽력 같은 대장암 3기 판정으로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김연지는 작곡가로서 유상무의 디지털 싱글 ‘녹아버린 사랑’, ‘얼마나’, ‘잘못했어요’ 등을 공동 작사-작곡하며 유상무와 인연을 맺었다. 이와 관련 유상무♥김연지는 26일 방송되는 ‘아내의 맛’ 36회에 첫 출연, 매일 더 건강하게 사랑하고자 열심인 5개월 차 신혼 라이프를 공개한다. 유상무는 2017년 대장암 판정 이후 같은 해 4월 수술을 마쳤고, 2018년 8월까지 항암치료를 받으며 회복에 전념했다. 현재는 정기검진을 받으며 경과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 유상무♥김연지 부부는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느꼈던 심경 및 항암치료 종료 2개월 후 2018년 10월 웨딩마치를 올리기까지의 결혼 비하인드를 풀어내 스튜디오에 뭉클한 감동과 잔잔한 웃음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유상무는 ‘뼈그맨’이 ‘사랑꾼’으로 변신하는 달콤한 새신랑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욱이 이날 방송에서는 남편 유상무를 위한 특급 식단을 마련하는 김연지의 모습도 시선을 모았다. 김연지가 항암 치료 후 운동만큼이나 중요한 식습관 개선을 위해, 시중에서 쉽게 구하기 힘든 식재료를 꼬박꼬박 공수, 하루도 빠짐없이 식탁에 올리는 ‘열정 와이프’의 모습을 보여준 것. 과연 맛과 건강까지 한 번에 잡아 주는 유상무를 위한 ‘비장의 식재료’는 무엇일지, 남편을 위해 사랑을 꾹꾹 담아 차려주는 김연지의 밥상과 5개월 차 신혼부부의 건강한 일상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작진은 “정말 쉽지 않은 역경을 뚫고 결혼에 성공한 유상무♥김연지 부부는 평범한 듯하면서도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꽁냥꽁냥한 신혼일지를 보여줄 예정”이라며 “그동안 SNS에서만 소식을 접했던 화제의 주인공, 유상무♥김연지 부부가 직접 스튜디오에 등장해 가슴 따뜻한 결혼식 비하인드와 건강한 식탁을 선보일 예정이니 많은 기대 바란다”고 전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은 오는 26일 화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월드피플+] “마지막 소원”…결혼식 하루 만에 세상 떠난 신부의 사연

    [월드피플+] “마지막 소원”…결혼식 하루 만에 세상 떠난 신부의 사연

    암 말기 판정을 받은 여성의 마지막 소원은 죽기 전 결혼식을 치르는 것이었다. 24년 전 지금의 남편을 만나 6명의 아이를 낳고 살아온 여성은 결혼식을 치르지 못한 게 늘 한이 됐다. 결국 이 여성은 암 말기 판정을 받고나서야 꿈에 그리던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21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병상에서 결혼식을 치르고 하루 만에 세상을 떠난 여성의 사연이 뒤늦게 전해졌다고 밝혔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트레이시는 24년 전 남편 콜린 맥도날드(51)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이혼 경력이 있었던 두 사람은 결혼은 하지 않은 채 6명의 자녀를 낳고 24년을 함께 살았다. 12년 전 콜린이 트레이시에게 청혼을 하긴 했지만 육아에 치어 예식은 꿈도 꾸지 못했고 나중에 꼭 결혼식을 치르자 약속했다.그러나 6개월 전 트레이시가 암 판정을 받으면서 이들의 약속은 희미해졌다. 기침이 계속돼 병원을 찾은 트레이시는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그녀의 상황이 낙관적이라고 말했고, 트레이시 역시 희망을 가지고 항암치료에 임했다. 콜린은 밝은 모습으로 병원을 오가는 트레이시를 보며 내심 안도했다. 그러나 방금 전까지 멀쩡해 보였던 트레이시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트레이시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자 콜린은 아내의 오랜 소원이었던 결혼식을 준비하기로 마음 먹었다. 한 자선단체의 주선으로 사진작가, 비디오작가, 케이크 제빵사 등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게 된 콜린은 지난 1월 22일 병상에 누운 트레이시에게 면사포를 씌워 주었다. 자녀와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병원에서 결혼 서약을 한 두 사람은 “평생 함께 하겠느냐”는 주례의 질문에 여러 번 “그러겠다”고 다짐하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이날 결혼식에는 우여곡절도 따랐다. 혼인신고를 위한 서류를 떼기 위해 동분서주한 콜린은 마감 10분 전에야 신고사무소에 도착했다. 그러나 담당사무관들이 모두 퇴근해 혼인신고가 불가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콜린은 누워있는 아내를 생각하며 애끓는 심정을 호소했고 우여곡절 끝에 혼인신고를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가 트레이시를 신부로 맞이했다.법적으로 콜린의 아내가 된 트레이시는 그러나 예식을 치르고 하루 뒤, 병마와의 싸움에서 패하고 말았고 남편과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단 하루였지만 평생 꿈꾸던 결혼식을 치르고 신부가 된 트레이시는 ‘맥도날드 부인’으로 사망 신고될 예정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허지웅, 림프종 항암치료 시작 “머리털만 빠지는 줄 알았는데..”

    허지웅, 림프종 항암치료 시작 “머리털만 빠지는 줄 알았는데..”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악성 림프종 항암치료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악성 림프종 투병 사실을 직접 알린 허지웅이 항암치료 중인 근황을 전해 눈길을 끈다. 허지웅은 지난달 “예상할 수 없는 좋은 일들로 가득한 한 해 되길 바랍니다”라며 “머리털만 빠지는 줄 알았는데 애기됨”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지난 10일 셀카와 함께 “다시 항암 입원하러 가는 길. 여러분들 덕분에 잘 버티고 있습니다. 홈짐을 만들어서 운동도 조심스레 다시 시작했습니다”라고 근황을 전했다. 그는 “보내주시는 이야기들 모두 일고 있다”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만큼 좋은 삶을 살았는가, 자문하며 부끄러웠습니다. 단 한가지도 빼놓지 않고 마음 속에 눌러 심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길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허지웅이 투병 중인 림프종은 몸의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림프계에 발생하는 암이다. 암 가운데 10번째로 많이 발생한다. 주로 목이나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 생기는데 이때 바둑알 크기 이상의 혹이 만져지면 림프종을 의심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계명대 제약학과 서영호 교수팀, 히스톤 탈아세틸화 효소 저해 신물질 개발

    계명대 제약학과 서영호 교수팀의 히스톤 탈아세틸화 효소 저해 신물질 개발에 대한 논문이 의약화학 분야 저명 학술지인 ‘European Journal of Medical Chemistry’에 실렸다. 서 교수팀은 마약중독, 치매, 암 등의 표적단백질 중 하나로 알려진 히스톤 탈아세틸화 효소 6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신규물질을 개발했다. 히스톤 탈아세틸화 효소(HDAC)는 염색질의 구성물질 간의 구조변화를 유도하여 유전자의 전사 조절을 유도하는 효소로 알려져 있으며, 구조적으로 총 18개의 동위효소로 나뉘게 된다. 현재 모든 동위효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HDAC6은 마약중독, 치매, 암 등의 치료제 표적 단백질로서의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안트라퀴논 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신규 물질을 합성하였고, 이후 이 약물에 대한 활성을 다양한 생물학적 실험법으로 확인했다. 이 물질은 HDAC의 다양한 동위효소 중에서도 HDAC6에 선택적 저해활성을 나타냈다. HDAC6는 다른 HDAC들과는 달리, 선택적으로 저해되어도 큰 독성을 나타내지 않으며, 마약중독, 치매, 암 치료 관련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어 있다. 특히, 암 치료에서 기존에 알려진 항암제와 HDAC6 저해제를 동시에 처리할 시, 항암활성을 극대화 한다는 연구 보고됐다. 또 HDAC6는 암뿐만 아니라 마약중독,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변성질환이나 염증과 같은 다양한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많은 연구자가 HDAC6를 표적단백질로 하는 다양한 저분자 물질을 개발하는 중이다. 본 연구에서 개발한 신규물질은 기존에 알려진 HDAC 저해제들보다 HDAC6에 대한 높은 선택성을 나타내는 반면, 낮은 독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 물질이 추후 마약중독, 치매, 암 등의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논문이 실린 EJMC는 엘스비어에서 출간되는 의약화학 전문학술지로써, 피인용지수가 4.816로, 의약화학 분야에서 JCR Rank 상위 10% 이내에 들어가는 저명한 학술지이다. 본 논문의 공동 제 1저자인 송유진 연구원과 임지아 학생은 서영호 교수의 지도 아래 약물의 설계, 합성 및 생물학적 활성 평가 등의 연구를 주도하였다. 송유진 연구원은 2018년에 계명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약학과 석사학위를 받은 우수한 연구자이며, 임지아 학생은 2019년 2월에 계명대학교 일반대학원 약학과 석사졸업 예정이다. 서영호 교수는 연세대 학사 학위를 마친 뒤,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유기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마쳤고, 이후 미시건 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통해 의약화학 분야에서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서영호 교수는 여러 권의 책을 공동집필하였으며, 의약화학 분야에서 많은 학술논문을 발표하며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연구는 교육부 지원 한국연구재단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 (약물의존장애 핵심 진단기술 개발 및 치료전략 연구)과 한국연구재단 기본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 결과이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계명대 제약학과 서영호 교수팀, 히스톤 탈아세틸화 효소 저해 신물질 개발

    계명대 제약학과 서영호 교수팀, 히스톤 탈아세틸화 효소 저해 신물질 개발

    계명대 제약학과 서영호 교수팀의 히스톤 탈아세틸화 효소 저해 신물질 개발에 대한 논문이 의약화학 분야 저명 학술지인 ‘European Journal of Medical Chemistry’에 실렸다. 서 교수팀은 마약중독, 치매, 암 등의 표적단백질 중 하나로 알려진 히스톤 탈아세틸화 효소 6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신규물질을 개발했다. 히스톤 탈아세틸화 효소(HDAC)는 염색질의 구성물질 간의 구조변화를 유도하여 유전자의 전사 조절을 유도하는 효소로 알려져 있으며, 구조적으로 총 18개의 동위효소로 나뉘게 된다. 현재 모든 동위효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HDAC6은 마약중독, 치매, 암 등의 치료제 표적 단백질로서의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안트라퀴논 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신규 물질을 합성하였고, 이후 이 약물에 대한 활성을 다양한 생물학적 실험법으로 확인했다. 이 물질은 HDAC의 다양한 동위효소 중에서도 HDAC6에 선택적 저해활성을 나타냈다. HDAC6는 다른 HDAC들과는 달리, 선택적으로 저해되어도 큰 독성을 나타내지 않으며, 마약중독, 치매, 암 치료 관련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어 있다. 특히, 암 치료에서 기존에 알려진 항암제와 HDAC6 저해제를 동시에 처리할 시, 항암활성을 극대화 한다는 연구 보고됐다. 또 HDAC6는 암뿐만 아니라 마약중독,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변성질환이나 염증과 같은 다양한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많은 연구자가 HDAC6를 표적단백질로 하는 다양한 저분자 물질을 개발하는 중이다. 본 연구에서 개발한 신규물질은 기존에 알려진 HDAC 저해제들보다 HDAC6에 대한 높은 선택성을 나타내는 반면, 낮은 독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 물질이 추후 마약중독, 치매, 암 등의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논문이 실린 EJMC는 엘스비어에서 출간되는 의약화학 전문학술지로써, 피인용지수가 4.816로, 의약화학 분야에서 JCR Rank 상위 10% 이내에 들어가는 저명한 학술지이다. 본 논문의 공동 제 1저자인 송유진 연구원과 임지아 학생은 서영호 교수의 지도 아래 약물의 설계, 합성 및 생물학적 활성 평가 등의 연구를 주도하였다. 송유진 연구원은 2018년에 계명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약학과 석사학위를 받은 우수한 연구자이며, 임지아 학생은 2019년 2월에 계명대학교 일반대학원 약학과 석사졸업 예정이다. 서영호 교수는 연세대 학사 학위를 마친 뒤,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유기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마쳤고, 이후 미시건 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통해 의약화학 분야에서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서영호 교수는 여러 권의 책을 공동집필하였으며, 의약화학 분야에서 많은 학술논문을 발표하며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연구는 교육부 지원 한국연구재단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 (약물의존장애 핵심 진단기술 개발 및 치료전략 연구)과 한국연구재단 기본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 결과이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폐암, 간암 여성보다 남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이유 알고보니...

    폐암, 간암 여성보다 남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이유 알고보니...

    10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암’은 예전처럼 금방 죽을 병으로 인식되고 있지는 않다. 점점 관리 가능한 질병의 범주에 포함되고 있지만 수많은 연구자들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완전 정복은 멀어보이기만 한다. 그런데 암 발병 패턴을 보면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나타날 때가 많다. 물론 간혹 담배를 피우지도 않고 공기질이 나쁜 곳에서 거주하는 것도 아닌데 폐암에 걸리거나 음주를 하지 않는데도 간암에 걸리는 여성들이 있기는 하지만 폐암이나 간암은 남성들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최근 캐나다와 미국 연구진이 다양한 암조직과 종양세포를 분석한 결과 남성과 여성에게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암들은 생활방식 차이보다는 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캐나다 온타리오 암연구소, 토론토대 의학생물물리학과, 약학및독성학과, 벡터AI연구소,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UCLA) 인간유전학과와 의대 비뇨기과, 존슨비교암센터, 정밀보건연구소 공동연구진은 2000개의 종양세포(tumor)와 28종의 암(cancer)에 대한 유전체 분석결과 생물학적인 성(性)이 암의 원인이 되는 변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가 13일자에 보도했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생물학 분야 논문 출판 전 공개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 최신호에 실렸다.종양은 과잉증식해 장기를 침범해 영향을 미치는 조직을 말하는데 이 중 번식력이 강하고 발생 장기와는 다른 주변 장기까지 침투해 생명을 위협하는 것을 악성종양, 흔히 암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양성 종양은 암에 비해 성장속도가 느리고 어느 정도 자라라면 더 자라지 않고 주위 정상조직에도 침투하지 않는다. 폐암과 간암의 경우 흡연이나 음주여부의 차이를 보정한 다음에도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더 흔하게 발병되는데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많은 종양학자들은 지금까지 ‘발병하는 암의 종류에 따른 남녀의 차이는 거의 없다’는 통념이 지배해왔다. 그렇지만 2014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전임상 연구를 할 때 반드시 암컷 동물이나 여성의 세포주를 포함시키라”는 성차 고려 연구지침을 권고하면서부터 일부 뇌종양이나 진행성 흑색종 같은 암에서 성편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대부분의 종양과 암세포의 단백질 코딩 유전자와 유전자 발현을 제어하는 DNA 변이까지 광범위한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생물학적 남성에서 발생되는 암 유발 변이는 생물학적 여성에게서 발견되는 변이의 갯수와 종류까지 통계학적으로 현저하게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4285개의 성편향 유전자가 암의 종류와 전이를 결정한다. 남성과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암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항암제 개발 과정에서도 이런 성차를 고려해야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연구진은 입을 모으고 있다. UCLA 폴 부트로스 유전학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종양의 변이를 유발하는 근본적 원인 중 하나가 생물학적 성차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임상시험은 물론 전임상시험에서도 반드시 성차를 고려한 연구가 진행돼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며 성차에 따른 암발병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예방과 치료 전략을 더 효과적으로 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항암제와 ‘이것’ 함께 쓰니 암세포가 확 줄어드네

    항암제와 ‘이것’ 함께 쓰니 암세포가 확 줄어드네

    성기능 개선치료제로 잘 알려진 ‘비아그라’는 심혈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던 중 발견된 일종의 부작용 때문에 탄생한 약이다. 신약개발 과정에서는 이렇듯 원래 개발목적과는 전혀 다른 약물이 개발되는 경우가 잦다. 국내 연구진이 고지혈증 치료제가 암치료에도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내 주목받고 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김진수 박사팀은 고지혈증 치료제를 항암제와 병행 사용할 경우 항암치료 중 나타나는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인 인지기능 저하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암 치료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임상의학’ 11일자에 실렸다. 고지혈증 치료제는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체내 LDL 수치를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LDL을 낮춰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도 입증됐다. 이번 연구는 콜레스테롤 축적이 직접적 원인이 되는 심혈관계 질환 이외의 질병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암을 유발시킨 생쥐에게 암 표적치료제인 ‘트라스투주맙’과 고지혈증 치료제인 ‘아토르바스타틴’을 투약한 뒤에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과 자기공명영상(MRI)를 촬영해 뇌 전두엽의 포도당 대사와 암 조직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트라스투주맙만 투여했을 때보다 아토르바스타틴을 동시에 투여한 생쥐의 뇌 포도당 대사와 부피가 정상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쥐의 기억력 측정 행동실험에서도 암 표적치료제와 고지혈증 치료제를 동시에 투여했을 때 일반 생쥐와 똑같은 수준의 기억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아토르바스타틴을 표적치료제와 함께 투여했을 때 항암제가 암 조직에 더 깊숙이 침투해 항암제만 썼을 때보다 종양크기가 36% 정도 더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 것을 연구진은 발견했다. 김진수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항암제와 함께 고지혈증 치료제를 병용할 경우 암 치료효과와 함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라며 “현재 원자력의학원에서 연구 중인 알파입자 표지 방사성의약품을 함께 이용한다면 난치성 암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DNA변화 없이 유전자기능 변하는 후성유전 비밀 밝혀졌다

    DNA변화 없이 유전자기능 변하는 후성유전 비밀 밝혀졌다

    유전물질인 DNA의 염기서열 변화 없이 유전자 기능이 변화해 후대에 유전되는 현상을 후성유전이라고 부른다. 최근들어 쌍둥이 사이에 나타나는 각종 생물학적 차이부터 시작해 암의 발병까지 다양한 생체 현상이 후성유전학적으로 설명되고 있어 주목받는 연구분야이다. 그러나 후성유전이 어떤 방식으로 발현되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체맞춤의료연구단,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공동연구진은 후성유전 핵심인자로 밝혀진 히스톤 단백질의 화학적 변화를 조절할 수 있는 원리를 발견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히스톤 단백질의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물질 개발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핵산 연구’ 최신호에 ‘주목할 논문’으로 선정돼 실렸다. 세포 핵 내부에는 염기성 단백질인 히스톤과 DNA 등으로 구성돼 있다. 히스톤 단백질은 DNA를 감싸고 있으면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히스톤 꼬리의 화학적 변화에 따라 각기 다른 단백질 생산을 유도하기 때문에 DNA 복제에서도, 후성유전학에서도 중요하다. H2A, H2B, H3, H4는 대표적인 히스톤 단백질로 이 중 히스톤 H3에 의한 메틸화라고 부르는 촉매반응은 유전체 발현, 유전체 전체 안정성 유지, 재조합 조절 같은 핵심적인 유전체 기능 조절에 깊이 관여한다. 히스톤 H3가 비정상적으로 변이될 경우 유전자 발현 이상을 일으켜 암을 유발하고 항암제 내성을 일으키기도 한다. 연구팀은 세포에서 분리해낸 히스톤 H3단백질에 메틸화 조절효소를 이용해 체내에서 일어나는 히스톤 단백질 변성을 시험관에서 재현해 내는데 성공함으로써 히스톤 H3 단백질의 메틸화 반응이 효소의 구조적 변성에 의한 것이라는 분자적 원리를 밝혀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로 히스톤 H3 단백질의 메틸화를 제어함으로써 세포 분화나 암세포 분화, 역분화를 조절해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이나 원천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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