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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두율 칼럼] 통일공간, 한반도의 꿈

    [송두율 칼럼] 통일공간, 한반도의 꿈

    지난해 한국 사회에 뜨거운 이념과 사상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경계인’ 송두율 교수의 칼럼을 싣습니다.‘송두율 칼럼’은 격주로 수요일자에 게재됩니다. 송 교수는 칼럼에서 분단의 현실, 진보와 보수, 통일문제 등에 대해 철학적이고 분석적인 시각을 전해줄 것입니다. 송 교수는 지난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독일로 출국, 현재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새해를 맞았다. 우리의 삶을 항상 규정하는 시간과 공간개념 가운데 어느 것이 보다 더 본질적인가라는 질문이 있다. 이에 대하여 많은 학자들은 대체로 시간개념이 더 본질적인 것이라고 대답하고 있다. 파리에서 오랫동안 망명생활을 했고 또 그 곳에 묻힌 독일시인 하이네는 파리에서 기차를 처음보고 기차로 인해 공간은 살해되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역시 긴 망명생활 끝에 런던에서 생을 마감한 마르크스도 ‘정치경제학비판대강’속에서 교통수단에 의해서 공간은 이미 와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요히 정지하고 있는 ‘공간’에 대하여 역동적인 ‘시간’을 보다 중시해온 이러한 사고는 오늘날 ‘세계화’로 일컬어지고 있는 변화와 더불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빨리, 빨리”라는 말처럼 속도의 중요성을 극도로 강조해왔던 우리 삶의 양식은 ‘지구화’와 ‘정보화’ 속에서 시간에 의한 공간지배를 알게 모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전국을 하루생활권으로 만들고 있는 고속철의 등장도 그러한 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원래 독일 말의 ‘공간(Raum)’은 울창한 숲 속에 삶의 터전을 세운다는 어원에 기초하고 있다. 즉 공간은 인간행위에 의해서 적극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공간은 그저 인간이나 사회를 담고 있는 ‘그릇’과 같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다. 공간은 인간과 사회의 종합적 관계 속에서 적극적으로 설정된다고 보아야 한다.‘공간’을 흡사 인간이나 사회를 담고 있는 ‘그릇’처럼 보고 있는 통념은 사실 정치적인 공간을 경제적 또는 사회적인 공간과 동일시했다. 이로 인해 ‘국민경제’와 같은 제한적 개념을 낳았고 이는 ‘지구화’라는 오늘의 변화를 이해하기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공간개념은 더 이상 무의미한 것인가. 그러나 정보화와 도시발전의 상관관계를 보면 ‘지구화’로 인해 형성된 오늘의 ‘그물망사회’에서 공간은 오히려 시간을 조직하고 있다. 전세계를 상대로 움직이는 ‘지구적 기업’들이 도사리고 있는 새로운 공간인 ‘정보도시(Informational Cities)’나 ‘지구적 도시(Global Cities)’는 지구의 여러 시간대의 존재를 무력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런던, 도쿄와 같은 이러한 공간은 이제 ‘지구화’를 구체화하면서 또 지역화하고 있는 터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또 ‘지구화’의 과정이 구체적 ‘장소’가 지니는 사회적 삶의 관계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지구적 지역화(Glocalization)’라는 새로운 단어도 생겼다. 이는 구체적 사회적 공간이 ‘지구화’의 과정 가운데도 우리의 ‘집단적 기억’을 생산하는 특권을 여전히 누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지구화’가 요구하는 시간척도로 인해 한반도라는 기존의 공간개념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처럼 역사를 통해 미래의 공간을 확충하려는 시도가 있는 것이 오히려 오늘 우리 주위의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남북이 그동안 각각 구성해온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공간개념들을 서로 확인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남북이 이제 국토의 종합적 발전, 나아가 이를 동북아적 시야에까지 투영시키는 장기적 전망에 대해서 함께 지혜를 모으는 일이 그러한 출발의 하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우리는 이미 ‘메이드 인 개성’ 시대를 맞고 있지 않는가. 현대의 문턱을 들어서면서부터 인간은 공간보다는 시간에 의해서 지배되었다고 하지만 필자는 새로운 시간 단위인 새해를 맞으며 오히려 공간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공간에 대한 ‘집단적 기억’은 바로 그 사회의 꿈이다. 남북은 각각 60년 동안이나 훼손된 공간개념 속에서 살아 왔다.‘통일원년’이라는 시간개념과 함께 이제 ‘통일공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반으로 갈라진 한반도의 지도로부터 얻은 분단의 공간개념에서 우리는 통일에 대한 ‘집단적 기억’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 아주대 ‘자주대오’ 국보법위반 무죄

    아주대 학생들이 ‘자주대오’라는 친북조직에 가입해 한총련 산하 경기 남부총련의 활동을 배후조종했다는 이른바 ‘아주대 자주대오’ 사건에 대해 항소심법원이 “조직이 실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관련 다른 2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이호원)는 29일 이적단체인 아주대 자주대오에 가입하고 이적표현물을 소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전 아주대 부총학생회장 최석진(26)씨에게 원심을 깨고 ‘아주대 자주대오’ 가입 혐의는 무죄를,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씨는 아주대 안의 민족해방계열(NL)로 출마한 총학생회장 후보의 당선을 위해 몇 차례 모임을 가진 것에 불과하다.”면서 “이 모임이 국가 존립과 안전을 위협하는 계속적이고 독자적인 결합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이철우 의원직 상실 위기

    과거 전력을 놓고 ‘간첩논란’까지 불거졌던 이철우 열린우리당 의원(경기도 연천·포천)이 의원직을 상실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손기식)는 28일 선거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50만원이 선고된 이 의원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의원은 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잃고 5년 동안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유세를 지켜본 증인들 모두가 이 의원이 ‘한나라당 고조흥 후보가 20·30대는 투표하지 말고 놀러가도 된다고 했다.’고 일관되게 증언하고 있다.”면서 “또한 이 의원이 고조흥 후보가 아니라 ‘조중동’이라고 말했다면 다른 유세에서 해명이나 사과 등을 했을 텐데 그러지 않은 것을 보면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의원에게 적용된 법조항에 규정된 법정형은 500만∼3000만원의 벌금 또는 7년 이하의 징역으로 아무리 감경해도 원심의 250만원 이하로는 내릴 수 없다.”면서 “법률상 선고유예 요건도 되지 않아 여러 좋은 정상을 참작해도 항소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박지원씨 환송심 21일 첫 재판

    현대 비자금 15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12일 대법원에서 무죄취지의 선고를 받은 뒤 한달여 만에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받는다. 녹내장 치료를 위해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나 입원 중인 박 전 장관은 21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전수안)의 공판에 나설 예정이다. 박 전 장관은 1심과 2심에서 자금관리인으로 지목된 김영완씨의 진술서가 모두 증거로 인정돼 항소심에서 징역 12년과 추징금 148억원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에서는 김씨의 진술서가 증거로 불충분하다며 사실상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월드이슈 ‘존엄사’ 논쟁] “안락사 허용하라” 거세진 요구

    프랑스 하원이 지난달 30일 소생 가망이 없는 말기환자가 생명연장 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환자와 임종의 권리에 관한 법률’을 만장일치로 승인,20년 동안 지속돼 온 ‘존엄하게 죽을 권리’ 논쟁은 일단락됐다. 네덜란드와 벨기에처럼 안락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프랑스가 존엄하게 삶을 마감할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함에 따라 안락사를 금지하고 있는 다른 국가에서도 제한적이나마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회복불능인 환자에 대한 치료를 중단하는 행위가 가정과 병원에서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 물론 종교계는 안락사에 대해 여전히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리 함혜리특파원| 프랑스에서 ‘존엄하게 죽을 권리’ 논쟁은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한 청년의 어머니가 아들의 안락사를 시도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됐다. ●뱅상 욍베르의 호소 전직 소방관인 뱅상 욍베르는 지난 2000년 9월24일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마비에다 시각과 언어능력마저 상실하는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오른쪽 엄지손가락 하나만을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던 그는 곁에서 어머니가 알파벳을 하나씩 부르다 원하는 글자가 나왔을 때 손가락을 움직이는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의식은 뚜렷하지만 병세는 호전되지 않아 육체적·심리적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던 뱅상은 2002년 12월 자크 시라크 대통령에게 ‘죽을 권리를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뱅상은 편지에서 “뚜렷한 의식을 갖고 있는 환자라면 누구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고 생존 또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면서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 죽음을 바란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그의 청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안락사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의 고통을 보다 못한 어머니 마리 욍베르는 아들이 사고를 당한 지 만 3년째 되는 날인 지난해 9월24일 아들에게 다량의 신경안정제를 주사했고 뱅상은 이틀 만에 숨졌다. 이 사건은 프랑스에서 내연하고 있던 안락사의 합법화 논쟁에 불을 지폈다. 안락사를 제한적이라도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도 들끓었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위한 협회(ADMD)’의 장 코엔 회장은 “죽음은 정상적인 삶의 연장”이라며 “인간답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존중되듯이 품위있게 자신의 삶을 마감할 수 있는 권리도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에서 안락사는 여전히 ‘불법’ ‘환자와 임종의 권리에 관한 법’은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인정하되 환자의 의식 유무에 따른 다양한 생명 마감절차를 규정하는 등 가망이 없는 환자의 고통을 단축할 수 있는 조건을 엄격히 명시했다. 소생 불가능한 환자가 원할 경우 의사는 생명연장 장치의 제거나 일시적인 소생술에 의한 치료를 중지할 수 있으며 죽음을 앞당기는 역효과를 가져오는 한이 있더라도 통증완화제를 투여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처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환자에게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환자가 자신의 뜻을 표현할 수 없는 상태일 경우 환자의 가장 가까운 가족이 이를 대신할 수 있다. 필립 두스트 블라지 보건장관은 “새 법에 따라 프랑스에서 삶의 마감은 또 다른 측면을 갖게 된다. 죽음은 더 이상 복종의 시간이 아닌 선택의 시간이 된다.”면서 “그러나 안락사가 금지되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는 네덜란드가 지난 2001년 4월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했으며, 벨기에와 스위스에서는 자살을 하려 해도 신체여건상 자살할 수 없는 말기 환자들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죽을 수 있도록 자살 지원을 합법화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매년 3500명이 합법적으로 안락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실을 감안, 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소생술로 생명을 유지하다 갑자기 숨진 경우의 50%가량이 치료 중단에 따른 것으로 집계될 만큼 가망없는 환자에 대한 치료 중단은 실제로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명확한 관련 법이 없어 의료진이 판단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전국의사협회가 ‘환자와 임종의 권리에 관한 법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며 전폭적인 환영의사를 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론도 대체적으로 그런 쪽이다. 프랑스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환자 본인이 원할 경우 죽을 수 있는 자유를 가져야 하며,80%가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국도 안락사 옹호단체인 ‘자발적 안락사협회(VES)’의 지난 9월 여론조사에서 영국인의 82%가 현재의 자살 관련법 개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국에서는 환자가 원하거나, 의사가 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라 이런 사회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lotus@seoul.co.kr ●존엄사와 안락사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말하는 ‘존엄사’는 말기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더이상 소생치료나 연명술에 의지하지 않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게 하는 것을 말하고,‘안락사’는 고통을 없앨 다른 수단이 없을 경우 약물 투여나 인공호흡기를 떼는 등의 인위적인 방법으로 생명을 끊는 행위를 가리킨다. ■ 미국 미국 50개주(州) 가운데 안락사를 법으로 허용하는 곳은 오리건주 한주뿐이다. 미시간과 메인, 하와이 등에서도 안락사 허용을 법제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주민 반대로 부결됐다. 오리건주는 1994년 안락사법인 ‘존엄 사망법(Death with Dignity)’을 주민 투표로 통과시켰다. 일단 시행한 뒤 3년 뒤 확정한다는 단서가 붙었지만 원안대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고통에 시달리며 시한부 삶을 사는 오리건주 주민은 의사에게 치사량의 약을 처방받아 숨질 권리가 생겼고, 지금까지 171명 이상이 그렇게 죽음을 택했다. 하지만 오리건주의 안락사법은 아직도 법정 싸움에 휘말려 있다. 안락사법에 반대하는 미 연방정부가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는 지난 5월 항소심에서 졌지만 “안락사법이 약물 사용에 관한 연방법(CSA)에서 규정한 ‘정당한 치료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지난달 대법원에 상고했다. 1997년에도 안락사 허용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당시 대법원은 안락사 권한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지만 각 주가 안락사 허용 여부를 결정할 여지는 남겨 두었다. 정부의 상고에 대해 대법원은 내년 초 심리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의 승소 가능성은 97년 당시 판결문 작성을 주도했으며 현재 갑상선암으로 정상적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보수 성향의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이 참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11월 대선에서 존 케리 후보가 당선됐다면 정부가 소송을 취하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안락사에 반대해온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달리 케리는 “개인적으로 안락사에 반대하지만 오리건주 법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미국에서 안락사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된 계기는 10여년 동안 130명을 안락사시킨 ‘죽음의 의사’ 잭 케보키언 사건이었다. 케보키언은 지난 99년 루게릭병 환자를 안락사시킨 혐의로 2급 살인죄를 적용받아 10∼2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고 있다. 최근에는 14년 간 의식을 잃고 튜브로 영양분을 제공받아 살아온 아내를 안락사시키기 위해 튜브를 제거하게 해달라는 플로리다주 마이클 시아보 사건이 쟁점이다. 연방대법원은 시아보의 손을 들어줬으나 안락사에 반대해온 대통령 동생 젭 부시 주지사는 재판 과정에 하자가 있다며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일본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에는 안락사를 관습적으로 용인하는 분위기가 있으나 아직 법제화되지는 않아 실제로 안락사가 이뤄지거나 문제화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신 일본에서는 죽음이 임박했을 경우 연명치료(목숨을 연장시키기 위한 치료)를 거부, 자연사를 선택하는 ‘존엄사(尊嚴死)’가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 존엄사를 내세워 안락사를 적절히 수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관련 법은 현재 청원 단계이다. 존엄사를 인정하려는 사회적 움직임도 활발하다.1976년 창설된 ‘일본존엄사협회’는 10만명 이상의 회원을 거느리며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존엄사 관련 단체들도 적지 않다. 다만 일본존엄사협회 회원수가 최근 수년간 정체상태이다. 이는 안락사나 존엄사가 사회적인 쟁점으로 부각된 사례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일반국민 다수는 절박한 과제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실시한 의식조사에서 일본국민의 74%는 고통을 동반하는 말기질환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에 부정적이었다. 그 가운데 59%는 존엄사를 지지했고 14%는 안락사까지도 찬성했다. 존엄사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여전히 37%였다. 앞서 일본에서는 1990년대 중반 교토의 한 병원장이 말기 암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근육 이완제를 투여, 안락사시킨 것이 적발돼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바 있으나 근래에는 특별한 논란이 없는 상태다. 일본은 다만 안락사나 존엄사시킬 경우 유죄 여부에 대해 법원의 판례(95년 요코하마 법원)를 준용하고 있다. 당시 법원은 가족의 부탁을 받고 골수종 환자를 안락사시킨 도카이의대병원 의사에게 유죄판결을 내리면서 ‘안락사’의 4가지 조건을 명시했다.▲환자의 견딜 수 없는 고통이 계속되고 ▲죽음이 임박했으며 ▲고통을 없앨 다른 수단이 없고 ▲환자 본인이 명백히 안락사를 원할 경우에만 안락사가 허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에서는 죽음이 임박했을 때 생명연장 치료를 거부해 자연사를 선택하는 소극적인 안락사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다만 올 들어 인터넷 동반자살이 도쿄는 물론 전국적으로 빈발하며 젊은층의 자살사이트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중에서 “안락사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다.”는 등의 안락사나 존엄사를 앞세운 자살사이트가 적지 않아 안락사 문제를 다소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평이다. taein@seoul.co.kr
  • ‘KAL기 사건’ 기록 17년만에 모두 공개

    1987년 발생한 KAL 858기 폭파사건의 수사 및 공판기록이 사건발생 17년 만에 전면 공개된다. 서울중앙지검(검사장 이종백)은 5200여쪽의 KAL 858기 폭파사건 관련 기록 중 일부를 제외한 5000여쪽을 공개키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현재 기록 공개와 관련, 유족회측이 낸 정보 공개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관련 기록 공개 방침을 밝혀 항소심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은 “5200여쪽의 기록 중 외국에서 보내온 수사기록 일부와 개인신상 관련 80쪽을 제외하고 모두 공개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으며 검찰은 이에 불복, 항소했다. 검찰은 1심에서 비공개토록 한 80쪽과 함께 40∼50쪽 정도를 비공개 대상에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생활 침해, 안보상황 등을 감안해 국내 수사 관계자뿐 아니라 해외 수사 관계자 등의 인적사항 등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북한 공작원의 인적사항 등과 주범인 김현희씨의 피의자 신문조서 등은 공개키로 했다. 또 참고인 진술조서, 탄원서, 진정서, 압수수색영장, 압수조서, 시체부검 의뢰서, 검시조서 등 수사기록과 공판조서, 공소장, 증거목록, 공소장변경신청서, 항소장, 변론요지서, 상고장 등의 공판기록도 포함돼 있다. 자료 검토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구본민)는 이번 주 안에 재판부에 이같은 내용을 담아 준비서면 형식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비공개 대상에 추가한 기록은 1심 판결의 취지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자료들이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이같은 검찰의 입장을 반영한 판결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1심과 항소심 결과가 같을 경우, 상고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북·일 외교문제 야기 우려 등을 이유로 기록 공개에 난색을 표명하던 검찰이 이처럼 대부분의 기록을 공개키로 결정한 것은 최근 국가정보원이 유족회 관계자를 민간인 조사관에 선임하는 등 KAL 858기 폭파사건이 과거사 진상규명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어차피 국정원 등에서 관련 자료가 공개되는 마당에 검찰이 굳이 끝까지 자료 공개를 거부해 진상규명을 회피하는 기관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과거사 포함” 이철우國調 “이철우伴만”

    “과거사 포함” 이철우國調 “이철우伴만”

    이철우 의원의 노동당 가입 논란이 점점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 국정조사로 ‘전선’을 확대시켰다. 양측은 국정조사 주장에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서로 다른 속내를 드러냈다. 고소·고발과 비난 등 상대를 향한 공격의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동상이몽 국정조사 열린우리당은 12일 유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과거사를 모두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시키자고 했다. 잘못된 과거사를 모두 들춰내 진실을 가리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철우 사건’부터 처리하자고 맞섰다.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 간사인 배기선 의원은 “한나라당의 전신인 유신독재와 5공 독재세력들이 자행했던, 특히 국가보안법을 악용했던 피해 사례를 전면적으로 수집해 국정조사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용공조작 고문피해 조사위원회’를 설치해 본격적인 활동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배 의원은 이어 “과거 일을 지금 들춰내 간첩이라고 하는 게 온당하냐.”면서 “사실 따지고 보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아버지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남로당 프락치 의혹을 제기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이와 함께 비대위는 과거 국가보안법 악용 사례에 대한 국정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여야간 쟁점이 되고 있는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이 민족해방애국전선(민해전)과 동일체인지, 이 의원의 충성맹세 여부, 김일성 주체사상 신봉 및 전향 여부 등을 공개적으로 규명하자는 주장이다. 심재철 기획위원장은 이 의원과 함께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양모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을 펼쳤다. 심 위원장은 ‘노동당기와 초상화는 직접 신문지에 싸서 이 의원 집에 갖다 놨으며 이 의원은 몰랐을 것’이라는 양씨의 발언에 대해 “지난 92년 6월 이 의원이 양씨의 지시를 받고 김일성 및 김정일 초상화를 자신의 프라이드 차량을 이용해 직접 옮긴 뒤 농기구 보관창고에 은닉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고소했던 검찰, 판결을 내렸던 법원 관계자를 비롯해 연관이 있는 사람들을 증인 및 참고인으로 채택해 텔레비전 중계청문회가 포함된 국정조사를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의원의 공천 경위에 대해 국민들의 궁금증도 풀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과거사에 대한 전면적인 국정조사에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김 원내대표는 “이철우 사건부터 먼저 매듭짓고 해야 한다.”면서 여당의 ‘물타기’를 경계했다. 이어 “과거에 대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면 이철우 사건 이후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김현미 대변인은 “김 원내대표는 이철우 의원에 대한 간첩 암약 및 노동당 가입 주장과 관련, 해명부터 했어야 한다.”며 한나라당 제의를 일축했다. ●식지 않은 고문공방 고문 공방도 이어졌다. 한나라당이 “고문이 있었다면 항소심 재판결과에 분명히 반영됐을 것”이라면서 “이철우 의원의 2심 판결에 보면 고문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애초부터 고문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펄쩍 뛰었다. 유기홍 의원은 지난 92년 11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민변, 민가협 등 30여개 단체가 공동 제작한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 자료집’ 등을 제시하면서 “내용 중에는 ‘이철우의 경우 9월14일 연행 뒤 2∼3일 동안 주먹 쥐고 물구나무서기와 무차별 구타를 당했으며 변호인에게 양손 약지 윗부분에 1㎝ 정도의 고문 흔적을 보여주었음’이라고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또 2심 판결에 고문관련 내용이 없었던 것에 대해서는 유 의원은 “조사과정에서 본인이 반성문을 썼는데 그런 상태에서 고문을 항변하는 것 자체는 당시 분위기상 어려웠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도 당시 이철우 의원의 사건 판결문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여당을 압박했다. 심재철 기획위원장은 “판결문에 보면 조선노동당은 대남선전 기구인 한국민족해방전선(한민전)을 만들고, 한민전은 중부지역당을, 중부지역당은 민해전을, 민해전은 조해전을 각각 만든 사실이 적시돼 있다.”면서 ‘조선노동당에 가입한 적이 없다.’는 이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박준석 박지연기자 pjs@seoul.co.kr
  • [‘간첩’ 공방 확산] 이철우의원 판결문 의문점

    9일 공개된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의 1심,2심 판결문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곳곳에 들어 있다. 한나라당 주장처럼 이 의원이 1992년 북한 노동당에 가입했는지,‘민족해방 애국전선(민해전)’에 가입하면서 노동당과의 연관성을 알고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1. 민해전=중부지역당인가 재판기록에 따르면 이 의원은 민해전이란 반국가단체에 가입했다는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특히 1심 판결문은 이 의원이 민해전을 조선노동당의 대남 선전기구인 ‘한국민족민주전선(한민전)’의 지하당이라 인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해전과 중부지역당, 한민전과 중부지역당의 관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중부지역당 총책으로 지목된 황인오씨 재판에서 법원은 ‘민해전=중부지역당’이라 인정했다. #2. 이철우 의원 충성맹세 했나 1심 판결문은 이 의원이 입당식에서 북한 조선노동당 깃발과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앞에서 “위대한 수령님의 전사다.”란 선서를 했다고 인정했다. 또 이 의원이 깃발과 초상화를 건네받아 경기 포천에 살고 있는 부모집에 숨겼다 수사기관에 의해 압수됐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입당식은 없었고 모든 것이 안기부의 조작이라 주장하고 있다. #3. 입당식 왜 항소하지 않았나 항소심 판결문은 이 의원이 학생운동사를 담은 도서목록을 수집한 것은 국가보안법상 국가기밀수집탐지 방조죄가 아니라는 이유로만 항소했다고 적고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의원은 민해전 입당식 등에 대해선 항소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안기부의 조작이라면 당연히 항소,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가명, 당번호를 부여받았다는 것은 노동당에 가입했다는 간접적 증거가 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 의원은 당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여 입당식 등에 대해선 더 이상 다투지 않았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우리당 “朴대표가 사과” 한나라 “국정 조사”

    새해 예산안과 이라크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 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정기국회 회기를 넘긴 여야는 10일 소집된 임시국회도 의사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공전시켰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철우 의원 노동당 입당 의혹’과 관련 사흘째 ‘진흙탕 비난전’만 되풀이했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정형근 의원을 간첩조작사건의 ‘주범’, 주성영 박승환 김기현 의원을 ‘종범’으로 지칭하면서 한나라당을 역공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국정조사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여당 지도부에 대해 공천과정 해명을 요구했다. 또 열린우리당이 판결문을 공개하면서 2쪽을 뺀 이유와 사상 전향 여부를 밝히라고 이 의원을 압박했다. ●당시 판사 “이의원 고문 얘기 없었다” 한편 당시 이철우 의원의 항소심 재판을 맡았던 A판사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재판과정에서 이 의원 등이 고문당했다거나 조작됐다는 주장을 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된다.”면서 “재판은 강압적 분위기가 아니었으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한 피고인들은 없었다.”고 말해 여야간 공방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부영 의장은 주성영 의원을 겨냥,“지금까지 간첩으로 암약했다고 주장해놓고 이제와서 ‘정치적 수사’였다고 말하는 사람이 정신이 있는 사람이냐.”라면서 박근혜 대표의 해명과 사과, 당시 수사를 지휘한 정형근 의원의 해명을 촉구했다. ●박대표 “이의원 사상전환여부 밝혀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의원은 국가기밀을 다루는 엄청난 자리인데 이 의원은 과거에 대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속았다는 것인지, 사상전환을 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임시국회는 당분간 공전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은 ‘4대 입법’을 비롯해 민생경제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한나라당은 ‘불참 원칙’을 고수하면서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연장동의안 등의 처리에 국한해서 등원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이종수 박경호기자 vielee@seoul.co.kr
  • 공병대 장성 뇌물준 혐의 건설사 회장 2심서 무죄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김용균)는 9일 군 공사 수주 청탁과 함께 공병부대 장성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대교종합건설 회장 조성옥(55)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뇌물공여 부분에 일부 무죄 판단과 함께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횡령 혐의에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통상 뇌물은 은밀하게 제공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은행계좌로 실명이 드러나도록 거래한 점 등을 보면 뇌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미끄러져 중앙선 침범 사고 법원 “처벌 못한다”

    미끄러운 도로에서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차량과 충돌한 사고는 의도적인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중앙선 침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부(부장 조수현)는 5일 영하의 날씨에 습기가 있는 도로에서 주행하다 충돌사고를 낸 조모(41)씨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사건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이유없다고 기각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피고인은 차선을 지켜 운행하려 했으나, 예기치 못한 노면 결빙 등 외부 요인으로 차가 미끄러지면서 부득이 중앙선을 넘은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가시거리가 짧았고 결빙 가능성을 예견해 규정 속도인 시속 60㎞의 절반 이하로 감속했어야 한다는 검찰 주장은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열린세상] 1심 강화의 전제조건/유중원 변호사

    얼마전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는 항소심(2심)의 구조를 현행 속심제에서 사후심제로 변경하는 방향으로 하급심 강화 방안을 제시하였다. 즉 하급심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서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하여 궁극적으로 사후심제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1심 단독 재판부의 비율과 관할을 확대하고, 항소심 재판부는 1심 법관보다 많은 법조경력을 가진 동등한 자격의 법관으로 구성하며, 주요 쟁점의 경우 판결문에 소수의견을 기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항소심의 구조가 사후심제로 전환되면 당연히 2심에서는 새로운 소송자료의 제출은 제한되고 원칙적으로 1심에서 제출된 자료만을 기초로 하여 1심판결 내용의 당부만 사후적으로 재심사하게 된다. 그러면 재판의 대전제가 되는 사실관계의 확정이 1심에서 조기에 끝나 3심까지 무리하게 재판이 이어지는 사례가 줄면서 신속한 재판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당사자들은 1심 재판에서 전력투구하게 될 것이다. 오래전부터 법조계에서는 속심제의 폐해가 지적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속심제는 항소심이 필요한 한도에서 독자적인 사실인정을 하고 여기에 법을 적용하여 사건을 재심리한다. 항소심은 그 결과를 가지고 1심 판결과 일치하는가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다. 스스로 사실인정을 새롭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후심제와 본질적으로 구별된다. 그런데 우리의 항소심은 그 동안 1심의 재판과정과 재판결과를 송두리째 무시하고 전반적으로 새로 재판을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이 진행되었다. 아무런 제재없이 1심에서 제출할 수 있었던 증거가 항소심에서 뒤늦게 제출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주장·입증도 무제한 허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사건에서도 항소심은 종전의 변론을 재개·속행하므로 역시 무제한으로 새로운 주장·입증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므로 당사자나 대리인은 1심을 경시하여 거기에서는 충분한 변론을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심리가 항소심에 편중되어 소송이 지연되는 주요 원인이 된 것이다. 그러나 사후심제에서는 실질적으로 1심이 사실관계 확정의 중심이 되고 2심은 법률심 유사한 심급으로 전환될 것이 예상되므로 1심의 중요성이 그만큼 배가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1심의 강화와 관련한 비판적인 견해도 만만찮다. 두 번에 걸친 사실관계의 확인절차가 한 번으로 줄어들게 되므로 오판의 가능성이 그 만큼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이다. 원래 심급제란 인간의 능력과 한계를 직시하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 올바른 법적용을 보장하려는 것이므로, 이러한 심급제의 취지가 무시되는 방향으로 사법개혁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상당히 타당한 지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우리의 현행 1심은 비전문화된, 경력이 일천한 법관들이 무거운 업무 부담에 극도로 시달린 나머지 졸속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문제이다. 따라서 현행 체제 하에서는 그 도입에 대하여 매우 신중하여야 할 것이다. 사후심제가 조기에 도입·정착되기 위해서는 법원의 인적·물적 기반을 개혁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특히 법조일원화가 조기에 전면 시행되어야 한다. 법조일원화란 다년간 변호사나 검사를 한 사람 중에서 능력과 인품이 검증된 사람을 뽑아 판사를 시키는 제도라고 보면 틀림 없을 것이다. 법관이란 법률지식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세상 물정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제대로 재판을 할 수 있다. 또한 1심 법관의 전문화를 위한 제도적 정비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므로 법관인사제도의 대단한 혁신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법관은 사법관료제와 지역순환근무제의 틀 속에 갇혀 있었으므로 전문화가 제도적으로 거의 불가능하였다. 이런 고루한 제도가 타파되어야만 법관 전문화도 가능하고 1심 강화에 따른 사후심제도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이 제도를 조기에 도입하면 혼란만 가중될 것이고, 오히려 재판에 대한 국민이 불신만 증폭되게 될 것이다. 유중원 변호사
  • [사설] 2심서도 패소한 ‘도롱뇽 소송’

    경부고속철 울산 울주군∼경남 양산시 구간(천성산 구간)의 늪지대 훼손 여부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도롱뇽 소송’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원고 패소판결이 내려졌다. 소송당사자로 내세운 도롱뇽에 대해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수 없고 나머지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인에 대해서는 권리 침해 소명자료가 부족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천성산 내원사 지율스님의 목숨 건 단식투쟁 등으로 9개월여 동안 중단됐던 이 구간의 터널공사가 갈등을 잠재우지 못한 채 법리적인 판단만으로 공사 재개에 돌입하게 돼 유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도 안타까움을 표시했지만 공사를 재개하되 6개월간 전문가 조사를 실시하자는 법원의 조정안을 환경단체가 수용하는 게 옳았다고 본다. 대한토목학회 등 전문가들도 부정하는 환경피해를 앞세워 18조원 이상이 투입된 국책공사를 저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설득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전문가 조사를 통해 터널공사가 주변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조사했더라면 환경파괴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환경단체는 대법원에 재항고하는 한편 대책마련에 나서겠다고 공언하지만 단식이나 실력저지 등을 되풀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사 지연에 따른 연간 손실액이 2조원에 이른다는 한국철도시설공단측의 주장을 상쇄할 만큼 구체적인 환경피해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이 우선 과제일 것이다. 정부도 문제가 생기면 땜질식으로 대처할 게 아니라 갈등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해소할 수 있는 종합적인 프로그램을 강구해야 한다.
  • 청부살해혐의 사학후계자 결국 웃었다

    재단 재산관리인을 청부살해한 혐의로 무죄와 무기징역을 번갈아 선고받은 사학재단 후계자가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김용균)는 26일 부친이 운영하는 학교법인의 재산관리인을 친구를 시켜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Y학원 사무처장 김모(46)씨에게 살인교사 혐의는 무죄를 선고하고 업무방해죄만 인정,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문제의 사건은 Y학원 후계자인 김씨가 재단 재산관련 소송으로 원한을 가진 재단 재산관리인 이모(당시 56세)씨를 살해하려고 초등학교 동창 김모(46)씨에게 지시, 다시 다른 두 사람을 시켜 지난해 1월 이씨를 교통사고로 가장해 살해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살인의 직접범인들은 김씨가 직접 살인을 부탁했고 범행이 탄로났을 때 ‘우발 살인’이라고 말하면 김씨가 변호사비와 생계비를 주기로 했다고 하지만 이들의 진술도 일부 차이가 있다.”면서 “이전에는 친구 김씨가 시켰다고 했다가 이제 김씨가 직접 부탁했다고 번복한 경위도 석연치 않아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울러 “김씨가 친구 김씨에게 범행을 부탁하며 3000만원을 줬다고 하지만 김씨가 일면식도 없는 남이 보는 앞에서 살인을 부탁했다는 진술은 선뜻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이씨가 살해되면 김씨가 가장 의심받게 될 것을 친구 김씨가 이용, 살인을 저지른 뒤 김씨에게서 금전적 이익을 얻으려 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1심 법원인 춘천지법은 김씨의 살인교사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법은 “김씨는 이씨와 원한관계가 있었지만 친구 김씨는 이씨를 살해할 이유가 전혀 없으며 김씨와 친구 김씨 사이의 경제적 후원관계가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7월 “김씨의 교사로 살인이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나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김승연 한화회장등 6~7명 출금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박상길)는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로비의혹과 관련, 김승연 회장 등 그룹 임원 및 관계자들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구체적인 로비 정황이 드러날 경우 김 회장을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대선자금 수사 때 김 회장이 갑자기 출국, 오랫동안 귀국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 일단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면서 “대한생명을 인수할 때 로비가 있었는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한나라당 서청원 전 의원에게 불법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김 회장이 상고를 포기, 형이 확정돼 갑작스럽게 출국할 가능성이 있어 검찰이 선고 직후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한화증권 김연배(전 구조조정본부장) 부회장 등 그룹 관계자 6∼7명의 출국도 금지시켰다. 김 부회장은 올해 초 대선자금 수사 때 “2002년 8월쯤 한화가 대한생명 인수에 사활을 걸면서 로비자금으로 쓸 채권 33억원을 마련했다.”고 진술했었다. 한화측에서 채권 관련 자료를 제출받은 검찰은 대선 때 여야 정치권에 건넨 채권 60억원 이외에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채권 20여억원과 추가로 매입한 10억원 안팎의 채권의 행방을 쫓고 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사회플러스] 大法, 유시민의원 무죄원심 파기

    대법원 1부(주심 윤재식 대법관)는 25일 지난해 국회의원 재선거 때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선거기간 전이라도 후보자가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것을 허용하도록 선거법이 지난 3월에 개정됐지만, 유 피고인에게 적용된 옛 선거법으로 판단할 때는 유죄”라고 밝혔다. 이어 “선거일을 1개월 앞두고 경쟁후보보다 지지율이 10% 정도 뒤진다며 도와줄 것을 호소하는 것은 단순한 의견개진을 넘어선 적극적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재선거를 앞두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덕양갑 전황보고’란 글을 올린 유 의원은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만원형이었으나 항소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 DJ차남 홍업씨 항소심서 무죄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이주흥)는 19일 석탄납품 비리와 관련해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에 대해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석탄사업자 구모씨가 피고인을 만난 자리에서 석탄 납품과 관련해 한전 사장에게 알선을 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고 그럴 상황도 아니었다고 판단한다.”면서 “아태재단 부이사장이던 피고인이 후원금이라고 받은 3억원을 바로 돌려준 점 등을 보면 범죄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사회플러스] 이원영의원에 벌금 80만원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손기식)는 16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열린우리당 이원영(50·경기 광명 갑) 의원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은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으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 재판 1심서 사실상 결론

    앞으로 하급심이 강화되면서 사실상 1심 재판에서 사건의 결론을 내고, 항소심은 현행 3심처럼 판결이 옳았는지에 대한 판단만 내리게 바뀔 전망이다. 또 법조 경력 20년 이상의 판사로만 구성된 항소심 재판부가 탄생하며 선거사건, 중요 형사사건을 맡은 고등법원 재판부에 우선 도입된다. 현재 항소심은 법조경력 20년 이상인 부장판사 1명과 10여년차인 배석판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는 지난 15일 열린 제24차 전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하급심 강화’ 방안에 합의했다고 16일 밝혔다. ‘법조일원화’로 경력 많은 판사들이 늘어나면 사실관계에 대한 심리는 1심에서 끝내고, 항소심은 법률적으로 1심 재판의 옳고 그름만 심사하는 방향으로 재판절차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현재 항소심은 1심에서 밝혀진 것은 물론 새로운 증거까지 심리, 사실상 처음부터 재판을 다시하는 ‘속심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를 ‘사후심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사후심에선 새로운 소송자료의 제출을 제한하고 1심에서 제출된 자료만을 기초로 1심 판결의 내용을 재검토한다. 항소심의 성격이 달라짐에 따라 1심, 항소심 판사들을 순환하는 인사시스템도 바뀐다. 장기적으로 경력이 비슷한 법관 3명이 항소심 재판부를 구성하도록 전환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개위는 “하급심 강화방안은 경력이 많은 판사들이 많이 필요하기에 법조일원화가 정착된 후에나 가능하다.”면서 “우선 고법 재판부 가운데 일부를 비슷한 경력의 법관으로 구성하도록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개위는 피의자·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하고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형사절차를 수립하기 위해 ‘공판중심주의’ 구현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첫 공판기일 전에 검사가 피고인측에 수사기록 열람을 허용하고(증거개시제도) ▲공판기일 전에 쟁점을 정리하고 입증계획을 수립하며(공판준비절차) ▲방어권 강화를 위해 피고인 신문제도 등을 도입키로 한 것이다. 사개위는 오는 29일 제25차 회의에서는 대법원의 기능과 구성, 군사법제도 개선방안 등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재계 인사이드] 한화 김승연 회장… 변화와 혁신 강조

    [재계 인사이드] 한화 김승연 회장… 변화와 혁신 강조

    ‘잠 못드는 김승연 한화 회장.’ 김승연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지 3개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노심초사’다. 과거사가 그의 행보에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에게 있어 올해는 그야말로 ‘수난 시대’. 대한생명의 특혜 인수 시비로 지난달에는 오너 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국정감사 증인 채택이 됐으며, 불법정치 자금 제공 혐의는 대한생명 경영권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는 ‘시한 폭탄’으로 아직 남아 있다. 검찰의 구형대로 법원에서 집행 유예를 선고받게 되면 보험업법에 따라 대한생명 이사직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최근 항소심 진술에서 “정말 부끄러운 짓을 했다.”면서 “재판부가 다시 한번 관대하게 선처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앞으로 이같은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모범적인 기업인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두 차례의 미국 방문은 갖가지 오해와 ‘설’을 낳아 김 회장의 이미지를 추락시키기도 했다. 이런 개인적인 어려움 외에도 김 회장의 경영 공백이 가져온 그룹의 정체도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달 52돌 창립 기념사에서 무사 안일주의와 미사여구로 나열된 경영전략을 질타했다. 그는 “계열사 가운데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앞서가는 일류 기업이 어디인지 물었을 때 답을 찾을 수 없다.”면서 “앞으로는 각 사 대표들이 강력한 불씨가 되어 소처럼 우직한 뚝심으로 변화와 혁신을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런 답답함은 최근 인사에서 ‘뉴 페이스’를 등용한 것으로도 잘 드러난다.10년 후 초일류 기업을 향한 한화의 장기 포석에 맞춰 젊은 상무급 대표이사들의 대거 발탁과 이공계 출신에게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구조조정본부장직을 맡긴 것은 ‘뉴 한화’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한 것이다. 그가 불법 정치자금 제공이라는 ‘현재의 굴레’를 벗고 새출발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한 대목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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