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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회장 향후 행보

    현대·기아차그룹이 6일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오전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63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오후에는 정몽구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음으로써 ‘옥중경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 물론 그룹에 있어 법원 판결의 희소식은 공정위 과징금의 타격에 비할 바가 아니다. 현대차는 판결 직후 “앞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만 짤막하게 발표했다. 법원이 재벌총수에 대해 또다시 관대한 판결을 내렸다는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듯 표정관리의 분위기가 역력했다. 일단 정 회장이 자유로운 몸이 되면서 그동안 강조해온 글로벌 경영행보에는 한층 탄력이 붙게 됐다. 정 회장은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아왔지만 그동안 보석이 유지되면서 회사 안팎의 해외 현장을 직접 챙겨왔다. 4월에 유럽을 돌며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준공, 현대차 체코공장 기공 및 터키공장 증설식에 참석했고,5월에 브라질에서 열린 현대제철 철광석 장기공급 계약식에도 참가했다. 또 2012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명예위원장으로 유럽과 미주 등을 돌며 왕성한 민간외교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1조원 규모의 사회공헌 기금 출연도 착실히 추진해왔다. 이미 600억원의 현금을 조성했으며 이달 중 사회공헌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오는 11월까지 사업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 회장이 법원의 실형 선고를 피하기 위해서 벌인 계산된 노력이라는 곱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다닌 것도 사실이지만 다방면에서 많은 성과를 이뤄낸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번 판결 이후 정주영 명예회장의 별세 이후 지속돼 온 범(汎) 현대가의 분열이 장자인 정 회장을 구심점으로 해서 봉합될지도 관심거리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정몽구회장 항소심 집유

    비자금을 조성해 수백억원의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법원은 또 정 회장에게 사회공헌 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것 등을 강제하는 사회봉사명령도 함께 내렸다. 그러나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법원내 엄단의지를 고려할 때 항소심 재판부의 집행유예선고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이재홍)는 6일 10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등)로 기소된 정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명령도 내렸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앞으로 전경련 회원들 또는 다른 경제인들을 대상으로 준법경영을 주제로 합계 2시간 이상 강연을 하고, 국내 일간지와 경제전문잡지에 준법경영을 주제로 각 1회 이상 기고를 해야 한다. 2013년까지 8400억원을 출연해 저소득층을 위한 문화시설 건립 및 환경보전 사업 등도 사회봉사명령에 포함돼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씨의 죄질이 중하고 부외자금(비자금) 조성, 계열사 부당지원 등으로 다양한 범죄형태를 보인 점에서 중형을 선고해 대주주에 의한 주식회사의 사유화 시도를 차단하고, 다른 계열사들의 부실에 대한 책임을 나머지 계열사가 떠안게 되는 소위 재벌경영체제의 폐해 가능성을 해소하도록 일벌백계로 다스릴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씨가 앞으로 유사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 정씨가 69세의 고령으로,‘자신의 범행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최소 8400억원 규모를 출연해 사회공헌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겠다.’고 재판과정에서 대국민 약속을 하는 등 범행 후 유리한 정황 등이 인정된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정 회장은 2001년 이후 1000억원대 부외 자금을 조성해 이 가운데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계열사로 편입될 회사 주식을 아들 의선씨 등에게 저가로 배정해 계열사인 기아차에 손실을 입히고 현대우주항공 연대보증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계열사들을 유상증자에 참여시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재판부는 배임 범행에 공모한 혐의 등으로 정 회장과 함께 기소된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준법경영 관련 강연 및 기고’라는 사회봉사명령을 함께 내렸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에 땅을 매각한 정대근 농협 회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에 대해 “정대근 회장은 공무원이 아니다.”며 무죄를 선고해 같은 사안으로 기소된 정대근 회장에게 뇌물수수혐의를 인정, 실형을 선고한 서울고법의 다른 재판부와 엇갈린 결론을 내렸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판결 고민돼 물어본 사람만도 100명…”

    “비난 여론을 모두 감수하겠습니다. 이번 판결의 정당성에 확신이 있습니다.” 6일 정몽구 현대차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후 집무실에서 만난 서울고법 이재홍(51·사시19회) 수석부장판사의 얼굴엔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말해주듯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판결에 대해 묻자 “판결의 정당성에 대한 확신이 있다.”며 미소를 띠었다. 이 부장판사는 “경제가 살아야 국민들이 살고 국민들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면서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정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로 많은 비난을 받지 않겠냐는 질문에 그는 “판결 선고 때까지 고민은 많았지만 모든 것은 재판부가 떠안고 갈 문제다. 판결에 후회는 없다.”고 굳은 신념을 보였다. 그는 정 회장 사건을 담당한 뒤 출퇴근 길에도 고민을 했단다.“어떻게 판결해야 할지를 물어본 사람이 100명도 넘는다. 택시기사, 식당 아주머니 등등.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정 회장 같은 경제인은 국익을 위해 풀어줘야 한다고 대답했다.”면서 그간 혼자만의 여론조사 결과를 털어놓았다. 그는 또 법원의 젊은 판사들은 정 회장에 대한 형량에 매우 센 의견을 냈다고 귀띔했다.“정 회장 사건을 물어보자 젊은 판사들은 6대4 비율로 실형의견이 많았다. 이유는 법원의 권위와 화이트칼라범죄 엄단이었다. 그래서 더 많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렇지만 그는 ‘실형만이 사법부의 권위를 세우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이번 판결로 나타났다는 뜻을 비쳤다. 이어 “국민들이 보게 될 8400억원 투자에 따른 이익과 정몽구 한 사람에 대한 단죄 중 국민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인 사회공헌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법원 내에서 ‘천사표’ 부장으로 통한다. 그러나 법정에 들어서면 누구보다 법리에 밝고 강단 있는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도 법조계에 정평이 나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사회환원 약속대로 이행”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7일 열린 항고심 최후진술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국민들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주실 것을 소망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측은 “법과 원칙을 존중하겠다는 각오로 사회공헌에 이바지하겠다.”면서 “1조원대 사회환원 계획에 따라 위원회를 발족한데 이어 사무국 조직 및 사무실 설치를 마쳤으며 7명의 위원을 선정해 올해 말까지 장단기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답했다. 한편 항소심 선고는 다음달 6일이다.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KT·한전 변상금 322억 부과 정당”

    서울시가 KT와 한전 등 지하매설물 관리업체에 부과한 300억원대 변상금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6일 KT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변상금부과 취소 청구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서울시는 2005년 2월부터 ‘지하매설물 통합시설물 관리시스템(UUIS)’에 등록된 지하 점용물과 이미 허가된 점용물을 대조해 누락 부분이 발견된 KT와 한국전력에 지난해 4월까지 자치구를 통해 322억원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KT와 한국전력은 서울시가 계산한 지하매설물 물량이 실제와 다르고 전력·통신시설 등은 국가 주요 시설물이라 점용료의 60%만 변상금으로 부과해야 한다며 변상금 부과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밀양 성폭행 피해자 모욕한 경찰…고법 “국가가 5000만원 배상”

    2004년 경남 밀양 지역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경찰관이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은 위법한 직무집행인 만큼 국가가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6부는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 자매와 어머니가 국가를 상대로 “수사 경찰이 수치심을 일으키는 모욕적인 발언을 하고, 피해자의 실명을 공개해 2차 피해를 입었다.”면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자들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1심 법원은 경찰관의 모욕적인 발언이 직무집행 행위로 볼 수 없다면서 인적사항을 누설한 행위에 대해서만 위자료를 주라고 판결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모욕적인 발언을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관이 원고들에게 ‘밀양 물 다 흐려놨다.’는 등의 말을 한 것은 객관적으로 보아 공무원의 직무집행 행위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로 원고들이 모욕감과 수치감을 느꼈을 게 명백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미성년자인 피해자를 위한 보호가 더 필요하고 피의자를 직접 대면하면 보복 등 피해 우려가 더욱 커지는데도 공개 장소인 형사과 사무실에서 피의자 41명을 세워놓은 가운데 피해자들에게 범인을 지목케 한 것은 피해자 인권보호를 규정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론스타, 윈앤윈21과 공모 세무공무원에 뇌물줬다”

    론스타가 2002년 구조조정 전문기업 윈앤윈21과 공모해 부실채권 인수과정에서 세무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도록 했다는 법정증언이 나왔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4부에서 열린 국세청 직원들에 대한 뇌물수수혐의 항소심재판에서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있는 윈앤윈21의 회계사 김모씨는 “국세청 직원 홍모씨가 뇌물 1억 5000만원을 먼저 요구해 회사 대표와 론스타 고위 관계자가 협의를 거친 뒤 뇌물을 줬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당시 22억 6700만원의 세금이 추징됐지만 론스타의 요청에 의해 거래가 이뤄줬다.”며 “이후 론스타가 부실채권 손실액과 세금추징액은 물론 국세청 직원에 대한 뇌물액까지 보전해줬다.”고 덧붙였다.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발명품대회 입상 대가 수뢰 교육청 직원 항소심도 중형

    대학 특례입학에 가산점을 받는 과학발명품 경진대회 입상 대가로 학부모들에게 억대의 금품을 받은 서울시교육청 교육관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는 서울시발명품대회 심사위원이면서 입상 대가로 학부모들에게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서울시교육청 교육관 김모씨에게 징역 5년에 추징금 1억 5000만원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서울시대회 입상으로 전국대회에 출품해 입상하면 대학진학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는 점을 아는 피고인이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 부모들의 심리를 이용해 부정한 방법으로 대학입시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은 죄질이 불량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오랫동안 교육공무원으로 노력해온 점을 감안, 징역 6년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징역 5년으로 감형해 선고했다. 과학경시대회 지도교사로 유명한 김씨는 2004년 5월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발명품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1억 2000만원을 받은 대가로 A양에게 특상을 받게 해주고, 다음 해에는 또 다른 부모에게서 3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Seoul Law] 외국 사례

    ●미국 우리나라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미국의 연방대법원. 연간 처리하는 사건의 수는 80여건이다. 종신제인 대법관은 9명으로 대법관 1명이 연간 처리하는 사건은 10여건도 안 된다. 우리나라처럼 연방지방법원, 연방항소법원, 연방대법원의 3심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대부분 사건은 연방항소법원에서 처리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백강진 판사는 “당사자들은 항소심에 불복해 연방대법원에 상고를 할 수 있지만 연방대법원은 주로 헌법과 사법정책과 관련된 사건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독일 상고 사건이 분산돼 있어 업무 부담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구 재판소, 지방재판소 항소부, 주 상급법원을 거치는 3심제이고, 중한 사건은 주상급법원과 연방법원의 2심제로 다뤄진다. 연방법원은 연방일반법원과 연방행정법원, 연방재정법원, 연방사회법원, 연방노동법원 등 5곳이다. 연방법원의 법관은 모두 125명이다. 독일에선 상고 이유가 광범위하게 인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대법원 이진만 부장판사는 “2002년 법이 개정돼 상고이유제가 생기면서 연방법원에서 처리하는 사건 수가 감소했다.”고 말했다.2001년에 연방일반법원에서 처리한 사건은 1만 480건이었으나 법 개정 이후에는 8000∼9000건으로 줄었다. ●일본 사건은 지방재판소, 고등재판소, 최고재판소를 거친다. 우리나라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재판소의 재판관은 모두 15명이다. 최고재판소는 헌법위반이나 판례위반뿐만 아니라 중대한 사실오인, 현저한 양형부당 등을 다룬다. 하지만 대부분 간단한 판결 이유만 적는 식으로 처리되고 막상 재판이 이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서울대 법대 신동운 교수는 “사실오인, 양형부당 등으로 상고를 해도 상고인은 재판을 받을 권리가 없다. 최고재판부가 실제 재판을 하는 경우는 1%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고개숙인 김승연 회장 아들 탄원서 읽고 눈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법정 태도가 달라졌다.1심에서 특유의 ‘올백’ 머리 스타일로 당당하게 진술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항소심에서는 한결 몸을 낮춘 듯했다. 수감생활로 건강이 악화된 탓인지 초췌한 모습에 목소리도 힘이 없었다. 일각에서는 변호인단이 법정 전략을 바꾸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 심리로 열린 보복폭행 사건 관련 항소심 첫 공판에서 김 회장은 고개를 숙인 채 변호인과 재판장의 신문에 갈라지는 목소리로 “네”,“그렇습니다.”만 되풀이했다.“크게 반성하고 있다.”며 몸을 낮춘 그는 몸 상태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다리 관절이 좋지 않고 수면제를 매일 먹고 있다.”고 답했다. 차남 동원씨가 아버지를 대신해 처벌을 받겠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재판부로부터 건네받아 읽다가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김 회장에 대한 병상 조회서를 증거로 제출하고 김 회장의 건강상태를 증언해 줄 아주대 병원 전문의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구속집행 정지 신청서를 내기로 했다. 다음 공판은 28일 오전 10시 열린다.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38회 한국법률문화상 수상자 선정 권성 前헌법재판소 재판관

    38회 한국법률문화상 수상자 선정 권성 前헌법재판소 재판관

    1980년 5월의 광주는 잉크가 아닌 피로 기록된 ‘현대사의 원죄’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원죄를 청산하기 위한 다양한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이 이뤄졌지만, 작전명 ‘화려한 휴가’는 여전히 많은 의문점에 둘러싸여 있다.‘화려한 휴가’는 영화로 제작돼 상영 중이다. 지금보다 11년 앞서 이런 의문점들에 직면한 판사가 권성(66)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다.12·12와 5·18 사건의 항소심에서 재판장(서울고법 부장판사)을 맡아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해 논란을 빚었던 이다. 그는 ‘항복한 장수는 죽이지 않는 법(항장불살·降將不殺)’이라는 판결문을 남겼다. 대한변협이 수여하는 ‘한국법률문화상’의 38번째 수상자로 선정된 지난주 권 전 재판관을 만났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에서 정년퇴임한 뒤 미국 댈러웨어 대학에서 객원교수로 머물다 올 3월 귀국, 법무법인 ‘대륙’의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37년의 법조인 생활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법조계의 원로이지만 가장 먼저 떠올린 사건은 역시 12·12와 5·18 항소심 재판이다. 기록만 캐비넷 6개 분량에다, 검찰과 변호인측이 신청한 증인은 100명 가까이 됐다. 항소심에 들어가기에 앞서 계획표를 짜서 1주일에 두번씩 심리를 진행하는 강행군을 했다. 권 전 재판관은 법원 출두를 거부하는 고 최규하(지난해 작고) 전 대통령에게 구인장을 발부해 증인석에 세웠다. 전직 대통령 3명을 한 법정에 모으는 진기록을 세웠지만, 최 전 대통령은 재임중 국정행위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권 전 재판관은 “최 전 대통령을 강제 구인까지 했는데 끝내 증언을 거부해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배후를 좀 더 밝히는 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증언을 해주셨으면 참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법원의 판결에 정치적인 영향력을 미치려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라면서 법의 신뢰와 권위를 높이기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판결까지 이르는 재판 과정도 힘들었지만,300쪽이 넘는 판결문을 인쇄·제본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판결 전날 법원 회의실에서는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판결문 작성 작업이 벌어졌다.“타이핑을 잘하는 법원 직원 40명 정도가 밤새 판결문을 쳐서 프린터로 뽑았어요. 법원행정처 재직 시절에 알았던 인쇄소 사장에게 부탁해서 제본 기계도 회의실에 들여다놓고, 인쇄소 직원들을 동원해서 대기하고 있다가 프린트가 나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제본을 하게 했죠. 선고가 오전 10시였는데 아침 8시쯤 전화번호부 두께만 한 판결문 100여 부가 완성됐습니다. 판결 전에 내용이 새나가면 큰일나니까 직원들을 10시30분까지 꼼짝 말라고 회의실에 ‘연금’을 해놨죠.(웃음)” 권 전 재판관이 이 사건의 판결문에 인용한 ‘항장불살’이라는 표현은 두고두고 논란이 됐다.‘역사 바로세우기’에 제동을 걸었다는 비난까지 받으며 감형을 결심한 까닭은 무엇일까. “처벌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피로써 피를 씻는 악순환을 계속 되풀이할 수는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이미 광주에서 수없이 피를 흘렸는데 거기에 보태서 또 피를 흘려야 하겠느냐, 이건 어느 시점에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항장불살이란 표현은 국가적 관심이 쏠려 있는 사건인 만큼 감형 이유를 보다 설득력 있게 제시하려다 보니 인용하게 됐습니다.” 그는 감형 판결을 내리면서도 거센 비판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판결 다음날 광주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 중이던 고 홍남순(지난해 작고) 변호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을 때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용은 예상과 정 반대였다. “권 판사, 굉장히 용기있는 판결이었어요. 이쪽에서도 다소 불만 있고, 사형을 원하는 사람이 여럿 있지만 그렇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굉장히 어려운 판결 내려줬어요.” 홍변호사의 이 전화는 권 전 재판관에게 큰 힘이 됐다. 판사실로 항의전화가 오지 않을까 크게 걱정했는데, 대여섯통에 불과했고 그 전화들도 의견이 반반씩 엇갈렸다. 하지만 판결 2년 만에 사면된 ‘피고’의 모습을 보고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당시의 기분을 묻자 권 전 재판관의 입술에 금세 씁쓸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 사면뿐만이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정치인과 관련해 법원이 애써 해놓은 재판을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사면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치인들이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재판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참….” 권 전 재판관과 대통령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헌재 재판관이던 2004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맡았다. 헌법재판소법상 탄핵 심판에서 소수의견 공개 여부에 대한 언급이 없어 그의 의견도 비공개됐지만, 전무후무한 역사적 사건에서 그는 아쉬움도 많이 갖고 있다. 퇴임 뒤 소장 공백 사태 등 진통을 겪은 ‘친정’을 보면서 안타까움도 많았다고 한다. 탄핵심판과 행정수도법 등에 대한 판단을 내리며 헌재의 위상이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는 그는 “헌법재판소 사건들은 정치인과 관련된 사안이 많은데, 여론 등을 동원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정치인들이 많다.”면서 “재판관으로서 이로부터 초연할 수 있는 자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는 수상 소감에 대해 “나같은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수상의 영광을 안게 돼 놀랍고 기쁠 뿐”이라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사진 김명국 기자 daunso@seoul.co.kr ■ 용어 클릭 ●한국법률문화상 대한변협이 법조 실무나 법률학 연구를 통해 인권옹호와 법률문화의 향상 등에 공로가 있는 법조인에게 수여하는 법조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1969년 첫 시상을 시작해 올해로 38회를 맞는다. 올해 시상식은 오는 27일 변호사대회에서 열린다. ■ 권성 前 재판관은 누구 권성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별명은 ‘Mr. 소수의견’이다. 헌재가 2001년과 2002년 간통죄의 위헌 여부를 다뤄 8대1,7대2로 합헌결정을 내렸을 당시에 권 전 재판관은 위헌 의견을 냈다. 간통은 윤리적 비난의 대상일 뿐이고, 죄가 아니라는 얘기다. 호주제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을 때도 그는 합헌 쪽에 섰다. 신행정수도법에 대해 위헌 결정(8대1)을 내렸을 때는 위헌의견을 냈고, 헌재가 1년 뒤에 행정도시특별법 헌법 소원에 대해 7대2로 각하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합헌의견을 냈을 때도 그는 위헌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소신있는 법관의 모습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Mr. 소수의견’이라는 별명에 대한 그의 솔직한 심정은 어떨까. “만족 못하죠. 내가 밝힌 소수의견이 뒷날 다수의견이 된다면 당당하겠지만, 그 전까지야 어디까지나 소수의견일 뿐입니다.” 헌재에서 내린 판결들 때문에 보수 인사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그의 판결 성향을 보수 일변도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이던 1993년 고 박종철씨 유족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신원권(伸寃權)’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 국가가 유족에게 1억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는 “손해배상이 성립하려면 법률로 보호할 만한 이익이나 권리가 침해됐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하는데, 가족이 갑자기 죽었을 때 그 원인을 밝히고 싶어하는 건 인간의 당연한 성정이고 권리”라면서 “신원을 못하게 막았으니 ‘신원권’을 침해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권성 전 헌재 재판관은 ▲1941년 충남 연기 출생 ▲경기고·서울대 법대 ▲8회 사법시험 합격(1967년) ▲부산지법 판사(1969년)·서울고법 부장판사(1991년)·서울 행정법원장(1999년)·헌법재판소 재판관(2000∼2006년)
  • 고법 “‘무분별 애정행각’ 국정원 여직원 해임 적법”

    서울고법 특별6부는 31일 국가정보원장이 무분별한 애정 행각을 벌인 국정원 여직원을 해임한 것은 적법하다는 항소심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1986년 국정원에 입사한 김모(여·44·5급)씨는 1993년부터 2005년 1월 해임되기 전까지 2∼3급 남성 고위간부 3명과 서울 R나이트클럽 영업전무 이모씨, 남편과 친분이 있는 건설자재 납품업자 배모씨 등과 어울려 부적절한 만남을 가져 왔다. 기혼자였던 김씨는 국정원내 2급 간부 A씨와 드라이브를 하고 늦게까지 술자리를 갖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고,3급 간부 B씨와는 성인나이트클럽을 드나들었다. 또 다른 3급 간부 C씨와는 음주 뒤 한적한 교외 차량 안에서 애정표현을 하는 장면이 목격됐고, 남편의 친구인 배모씨에게는 자신이 국정원 직원임을 밝히고 함께 모텔을 출입했다. 이에 고법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반 공무원에 비해 절제된 사생활을 해야 할 국정원 공무원으로서 기본적인 신뢰가 붕괴됐다면 더 이상 국민의 위임을 받아 공무를 수행할 자격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해임 뒤 “5급 이상 직원의 해임권한은 국정원장이 아닌 대통령에게 있고 사적인 만남을 갖긴 했지만 부적절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행정법원에 해임처분취소를 냈지만 기각됐다. 한편 국정원은 김씨와 부적절한 만남을 가진 간부들에게는 정직 1개월∼감봉 2개월의 징계 조치를 내렸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정몽구회장 항소심 선고 연기

    31일로 예정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항소심 선고가 취소되고 다음달 27일 변론이 재개된다. 서울고법 형사10부는 27일 정 회장의 선고 공판을 취소하고 다음달 27일 오후 2시30분에 변론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 회장의 공소사실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위해 추가로 심리할 필요가 있고 함께 기소된 김동진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공소사실과 관련돼 있는 정대근 농협회장의 뇌물수수 혐의가 최근 항소심에서 원심과 달리 유죄로 인정되면서 법리적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변론 재개 사유를 설명했다. 정 회장은 2001년 이후 비자금 693억원 등 900억원대 회사 자금을 조성해 횡령하고 자동차부품 회사 ㈜본텍을 그룹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아들 의선씨와 글로비스에 실제 가치보다 훨씬 미달하는 가격에 신주를 배정, 이익을 준 동시에 기아차에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공직자 잣대 엄격…선거법 위반 철퇴

    공직자 잣대 엄격…선거법 위반 철퇴

    상당수 지방자치단체장이 민선 4기 출범 1년 남짓 만에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줄줄이 낙마 또는 낙마 위기에 처해 있다. 공직선거법 강화로 사소한 선거 관련 위반 행위에도 잣대를 엄격히 대는 것이 큰 이유다. 일부 지자체에는 각종 민생 현안이 ‘올 스톱’되는 등 부작용도 도출되고 있다. 보궐선거는 연말 대통령 선거 전후에 이뤄질 전망이어서 6개월 정도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공천 대가·당비 대납 등 선거법 위반 최다 광주·전남지역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낙마한 단체장은 김인규 장흥군수와 전형준 화순군수, 고길호 신안군수 등 3명이다. 대법원은 지난 26일 선거를 앞두고 1억원을 특정 교회에 헌금한 김 군수의 부인 김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 군수도 취임 두달 만에 당비를 대납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뒤 1심 선고를 앞두고 중도 사직했다. 고 군수는 지난해 6월말 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이 확정돼 5·31 당선자 가운데 전국 최초로 당선이 무효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낙마가 잇따랐다. 김희문 봉화군수는 지난 1월 이 지역 단체장 가운데 최초로 단체장직을 상실했다. 공천 대가로 측근을 통해 지역구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5000만원을 줘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받았다. ●업무추진비 제공·뇌물 수수 등 다양 이원동 청도군수도 지난 12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업무추진비 3000여만원 경찰 등에게 제공)로 1,2심에서 벌금 200만원이 선고된 원심을 확정, 단체장직을 상실했다. 또 손이목 영천시장은 선거에서 재산을 허위로 신고해 지난달 28일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돼 단체장직을 상실했다. 영천은 정재균·박진규 시장에 이어 민선시장 3명 전원이 선거법 위반과 뇌물 수수 등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김종규 전 경남 창녕군수도 뇌물수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뒤 지난해 지자체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지만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 군수직을 상실했다. ●당선 무효 선고… 상고도 적잖아 1심에서 당선 무효(본인 벌금 100만원 이상, 배우자 등 관계자 300만원)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아 언제 그만둬야 할지 기로에 선 단체장도 적잖다.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선거에 공무원을 동원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1,2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고 8월말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있다. 유두석 전남 장성군수도 당적 논란을 둘러싸고 상대 후보를 비방한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고 상고했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대법원 상고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윤 군수는 1심에서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벌금 500만원 등의 선고를 받았다. 윤 군수는 지방공무원법상 규정(금고 이상의 형)에 따라 군수 권한이 정지됐고, 항소심에서도 같은 형량을 선고받아 상고한 상태다. 이인준 부산 중구청장, 이병학 전북 부안군수, 진석규 경남 함안군수, 박희현 전남 해남군수 등도 학력 위조 등 선거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공천 과정에서 돈을 건넨 혐의 등으로 단체장직 상실에 해당하는 1심 선고를 받았다. 이들은 항소하거나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전남도선관위 지도과 김정현씨는 “2005년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예전에 관행처럼 인정됐던 사소한 사안도 일절 금지하도록 내용이 강화됐다.”며 “확정 판결이 진행될수록 직책을 잃는 단체장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승진·공사 등 비리 혐의도 많아 박희현 전남 해남군수는 선거법위반과 별개로 승진 인사 등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강종만 전남 영광군수는 하수종말처리장 사업추진 과정에서 사업자로부터 3차례에 걸쳐 1억원 상당을 받은 혐의로 5개월째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김진억 전북 임실군수 역시 지난해 하수처리장 공사 특허공법을 선정해 주는 대가로 권모씨로부터 2억원의 뇌물을 받기로 약속한 각서를 받았다가 지난달 법정 구속됐다. 엄창섭 울산시 울주군수는 뇌물 수수 혐의로 울산지검에 소환될 예정이어서 낙마 위기에 처했다. 엄 군수는 지역 설계 용역업체 등으로부터 비서실장이 1억 6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연루돼 있다. 엄 군수측은 이 돈은 빌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생 행정 공백 불가피 민선 이후 3번 모두 단체장이 중도 낙마한 영천시의 경우 씨족간 싸움 등 서로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져 있다. 또 낙마에 따른 민생 현안 추진도 사실상 중단될 위기를 맞고 있다. 행정 공백과 재보궐선거 비용 부담으로 인한 혈세 낭비도 우려된다. 해당 지역 한 부자치단체장은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직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돼 있지만 실제로 이를 행사하기가 어렵다.”며 “매우 시급한 사항이 아니면 결재를 미루거나 하지 않는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전국종합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억대 수뢰’ 정대근 농협회장 법정구속

    농협중앙회 사옥 매각과 관련해 현대자동차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대근 농협회장이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는 2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의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정대근 농협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5년 및 추징금 1300만원을 선고하고 정 회장을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농협이 정부관리기업체의 하나로 농협을 규정한 특가법 시행령이 무효이며 따라서 농협 임직원을 공무원으로 준해 볼 수 없고, 농협법을 볼 때 정부가 농협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특가법 4조에서 정부관리 기업체를 준공무원으로 보는 이유는 정부관리 기업체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투명한 경영과 관리를 위해 돈에 대해 엄격해야 한다는 취지이며, 실질적 지배가 아니더라도 법령에 따른 지도ㆍ감독을 하는 위치라면 정부관리 기업체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어 “농협법 등 여러가지 사정들을 고려하면 국가가 단순한 국영기업을 벗어나서 농업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지도 감독을 했다고 보인다.”며 특가법상 뇌물죄 적용 배경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인해 농협에 구체적인 피해를 입힌 것은 없지만 뇌물죄는 돈을 받는 것 자체로 성립하며 3억원이라는 거액의 현금을 호텔 밀실에서 받았다는 것은 어떤 점을 고려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이 무겁다.”며 법정구속 이유를 밝혔다. 정 회장은 2005년 12월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부지 285평을 66억 2000만원에 파는 대가로 현대차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는 “농협 임직원을 공무원에 준해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가 선고됐었다. 정 회장이 법정 구속되자 농협측은 무척 당혹해 했다. 농협 관계자는 “직원들이 너무 황당해 할 말을 잃은 상태”라면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농협측은 박석휘 전무이사가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직무대행을 한다고 밝혔다. 농협 관계자는 “상고 여부는 회사측에서 결정할 사항이 아니며, 사태 수습 후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해 상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이영표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아파트 한강 조망권 대법 “인정 안된다”

    한강조망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도시지역에서는 토지의 효율적 이용이 더 보장되어야 한다는 그동안 입장을 유지한 판결이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 리바뷰아파트 주민 18명이 GS건설과 이수건설을 상대로 “한강 조망권을 침해했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8일 밝혔다. 한강이 보이는 10층짜리 리바뷰아파트에 살고 있는 원고들은 2003년 자신들의 아파트 바로 앞에 있던 5층짜리 외인 아파트가 헐리고 19∼25층 높이의 LG한강빌리지 아파트가 서자 “조망권 침해”라며 소송을 냈다.1심에서 패소한 원고들은 항소심에서 “시가 하락분을 배상하라.”는 승소판결을 받았지만 이번에 상고심에서 다시 패소했다. 재판부는 “조망권은 특정 장소가 조망을 위한 ‘특별한 가치’를 갖고 있고, 조망이익의 향유가 하나의 중요한 목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법적인 보호의 대상이 된다.”면서 “리바뷰 아파트가 한강을 조망하는 데 특별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임실군수들 왜 이러나

    김진억(67) 전북 임실군수가 5일 뇌물수수 혐의로 법정구속됨에 따라 임실군은 역대 민선 단체장이 모두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은 지역이 됐다. 징역 5년형과 함께 법정구속된 김 군수는 2005년 10월 초 건설업자 권모씨에게 오수하수종말처리장 공사 발주를 내주는 대가로 2억원을 받기로 약속하는 내용의 ‘뇌물 각서’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임실군에서 민선 군수가 구속된 것은 김 군수가 세번째다. 지난 1995년 민선 1기에 이어 재선된 이형로(71) 전 군수는 2000년 12월 쓰레기매립장 부지조성 업체 선정과 관련, 금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되자 돌연 사직원을 제출했으나 3일 뒤 검찰에 구속됐다. 그러나 검찰은 금품이 오고 간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이 전 군수를 업체 선정 부탁을 받고 허가 서류 일부를 임의로 꾸며 건네준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등)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이 전 군수는 항소심에서 다행히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전 군수의 사퇴로 실시된 보궐선거와 민선 3기 단체장 선거에서 잇따라 당선된 이철규(67) 전 군수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 전 군수는 2001년 10월 군수 관사에서 사무관 승진 후보자 3명으로부터 승진 청탁과 함께 모두 9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6월에 추징금 9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전 군수의 중도하차로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김진억 군수는 군수직에 오른 뒤 지난해 실시된 단체장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나 법정구속됨으로써 불명예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재력 앞세운 사적보복 반성없는 당당함 ‘엄벌’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끝내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2일 보복폭행 사건의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김철환 판사가 판결 이유를 읽고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는 순간이었다. 김 회장에 대한 중형 선고는 ‘검찰이 징역 2년형을 구형하면 통상 2분의1을 감경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한다.’는 선입견을 뒤집은 것이다. 법원이 실형을 선고한 것은 ‘재벌의 재력을 앞세운 사적 보복’에 대한 엄단 의지를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수사 무마 로비 밝혀질 땐 형량 늘 수도 경제개혁연대는 선고 직후 “김 회장에 대한 실형판결은 법 앞의 평등 원칙을 확인한 당연한 판결이다.”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재판 과정을 지켜봤던 법조인들은 김 회장이 사건 발단부터 1심 판결까지 스스로 화(禍)를 자초했다고 말한다. 지난달 18일 첫 공판에서 폭행 사실을 권투에 빗댔던 김 회장의 거침없는 진술에 혀를 찼다.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초범인 데다 합의가 됐고, 피해자들의 탄원서까지 제출된 점 등 정상을 참작할 만한 양형 사유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진정 반성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아구를 몇 번 돌렸다.’라는 등의 표현이 나올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고법 판사도 “폭행 후에 재판에 임하는 자세도 무거운 양형을 부추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결국 사건 자체의 중대성도 문제지만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보인 김 회장의 납득할 수 없는 당당함(?)이 중형 선고라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날로 구속 52일째를 맞은 김 회장은 실형 선고에 따라 당분간 수감 생활을 계속해야 할 처지가 됐다. 현재 경찰의 늑장·외압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별도로 진행 중이어서 추가 기소도 불가피한 상황이다.●맘보파 오씨 사전 구속영장 청구 검찰은 한화의 조직적인 수사 무마 로비를 밝혀 김 회장을 별건 기소하고 1심 판결을 따로 받아 보복폭행 항소심에 병합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의 구속으로 인한 한화의 경영 공백은 항소심 법원이 보석을 허가하지 않는 이상 적어도 수개월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이날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캐나다로 달아난 맘보파 두목 오모씨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검찰은 오씨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면 캐나다 정부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계획이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육영재단 박근령씨 해임 정당”

    육영재단이 박근령 이사장의 취임 승인을 취소한 교육청에 맞서 소송을 냈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법 특별6부는 29일 육영재단이 서울시 성동교육청을 상대로 “박근령 이사장에 대한 취임 승인 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심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성동교육청은 2001년 육영재단의 미승인 임대수익사업 운영 등 법령과 정관 위배사항을 적발하고, 시정지시를 내렸지만 재단측이 거부하자 2004년 박근령씨의 이사장 취임 승인을 취소했다. 이에 불복한 재단 측은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해 다시 항소했었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씨줄날줄] 양말산과 이카루스/구본영 논설위원

    국회의사당이 자리잡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는 예전에 ‘양말산’(養馬山·羊馬山)으로 불렸다. 양과 말을 키우던 곳이란 뜻이다. 한문으로 ‘너의 섬’이란 말인 여의도(汝矣島)란 이름도 양말산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장마철 큰물이 질 때면 물위로 양말산만 보이자,‘나의 섬’‘너의 섬’이라고 불리다가 정착된 지명이란 것이다. 물론 ‘넓은 섬’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이설(異說)도 있지만…. 요즈음 여의도가 다시 흥청거린다고 한다. 양과 말들만 놀던 곳에 사람이 몰리고 돈이 돌고 있다는 얘기다. 점심·저녁 때면 고급 식당가가 대선캠프 인사들로 북적인다는 소식이다. 밤에도 증권맨들이 돈을 풀어서인지 주점마다 불야성이란다.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치면서부터다. 특히 국회 인근 빌딩가는 ‘실리콘 밸리’에서 따온 ‘캠프 밸리’라는 별칭이 붙은 지 오래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 대선 주자들이 속속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민노당 노회찬 의원,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한지붕 세가족’처럼 한 빌딩에 캠프를 차렸다. 한국의 월스트리트 격인 여의도 증권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었다니,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여의도가 선거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건 왠지 달갑지만은 않다. 얼마전 불법 다단계 영업 혐의로 기소된 제이유그룹 주수도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주 회장을 “하늘을 나는 이카루스”라고 지칭한 재판장의 비유가 떠오른 탓이다. 그는 “날개에 균열이 생기는데도 너무 많은 사람을 태워 동반추락했다.”라고 주 회장의 과도한 욕심을 지적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범여권에선 여론조사 지지율 0.5%도 안 되는 이들까지 너도나도 유행병처럼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아직 뚜렷한 주자가 없어서인지, 다음 총선을 위한 ‘이름 팔기’용인지 모르나, 출마는 당사자의 권리일 수 있다. 하지만 당선가능성도, 비전도 없이 욕심만 앞세우다간 본인 스스로는 물론 국민을 피해자로 만들 수 있음을 알았으면 싶다. 신화 속의 이카루스도 밀랍 날개만 믿고 지나친 욕심으로 태양 가까이로 날다가 추락하지 않았나.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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