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항소심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가짜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불교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현대사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정현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1,252
  • 檢 강압수사 없다더니…

    대구지검 특수부에서 조사를 받던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검찰의 수사관행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검찰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강압 수사는 없었다.”는 해명을 내놓는다. 하지만 법원은 종종 공판에서 검찰의 강압수사를 의심하며 피고인의 자백을 믿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자백이 결정적 증거일 때 임의성(자발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다. 평범한 여대생 최모(27)씨는 20 07년 서울동부지검으로부터 갑자기 출석 통보를 받았다. 마약 사범인 김모씨를 인터넷 채팅으로 만나 필로폰을 투약하고 유사 성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은 것이다. 최씨는 “김씨가 필로폰을 몰래 탄 녹차를 줘서 마셨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최씨를 압박했다. 결국 최씨는 검찰이 원하는 대로 자백하고 법정에 섰다. 최씨는 “검찰이 수갑을 채운 채 욕설과 폭언을 하고 ‘경찰인 아버지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해 하는 수 없이 거짓 자백을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이 전과가 전혀 없고 전화 소환에 응한 최씨를 경찰서 유치장에 이틀이나 구금한 사정 등을 감안하면 자백 강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 최씨 주장을 받아들이고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는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2008년 서울북부지검에서 장애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은 이모(35)씨도 영상녹화를 통해 범행을 자백했지만 법원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조사 과정을 보면 검찰이 범행을 부인하는 이씨를 다그치고 “피해자와 합의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며 회유한 정황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씨는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결을 받고 무죄가 확정됐다. 2009년 지나가는 여성을 성추행한 친구와 함께 있다가 기소된 김모(20)씨도 검찰에서 “망을 봐 줬다.”는 자백을 했다. 하지만 김씨는 법정에서 “검찰의 압박 끝에 허위 자백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2심 재판부는 김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검찰이 13쪽 분량의 간단한 조서를 작성하는 데 무려 4시간이 걸렸다.”며 의심을 품었다. 검찰이 범행을 부인하는 김씨를 집요하게 추궁해 자백을 이끌어 내느라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본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고 혐의를 벗었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나이가 어리거나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이 강압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하면 더욱 신중히 심리한다.”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사설] 또다시 사법불신 실 감케 한 ‘맷값 폭행’ 재판

    이른바 ‘맷값 폭행’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재벌가 2세인 최철원 전 M&M 대표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6부는 그제 최씨에게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구속된 지 120일 만이다. 1년6개월의 실형을 내렸던 1심 판결도 깼다. 게다가 극히 이례적으로 첫 공판에 이어 곧바로 선고공판까지 열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합의했고,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형량을 낮춘 이유를 설명했다. 건전한 상식과 일반적인 법감정에 비춰 납득하기 어렵다. 최씨는 지난해 10월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던 유모씨를 회사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마구 때린 뒤 ‘맷값’으로 2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돈이면 다 된다는 천박한 사고방식과 함께 물신주의에 찌든 인간성을 드러내 사회적 충격을 던졌다. 법원은 죗값을 엄중하게 물었어야 했다. 그런데도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작량감경의 사유로 든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점”이라는 대목에서는 황당하기까지 하다. 그러면 법원은 사회적 지탄을 많이 받은 사안일수록 더 형을 감해 주겠다는 것인가. 과연 최소한의 정의 원칙에라도 부합하는 것인가. 최씨의 재판에서는 법 적용의 형평성과 객관성도 찾아보기 어렵다. 결심공판에서 변론을 끝낸 뒤 1~2주 후에 선고 기일을 잡던 관행도 무시했다. 이같은 ‘봐주기 재판’엔 최씨가 선임한 유명 로펌 변호사 5명의 힘도 적잖게 작용했을 것이다.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다. 우리는 계급이나 지위, 신분, 개인적 연고에 관계없이 법 정의가 살아 숨쉬어야 온전한 법치주의가 정착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이번 재판이 많은 국민에게 다시 한번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떠올리게 했다는 점에서 사법부 전체의 깊은 자성과 성찰이 있기를 바란다.
  • ‘매값 폭행’ 최철원씨 항소심서 집유 경감

    ‘매값 폭행’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최철원 전 M&M 대표의 판결이 항소심에서 대폭 경감됐다. 전례 없는 매값 폭행에 대해 재판부가 지나치게 관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부장 양현주)는 6일 ‘매값 폭행’ 물의를 빚은 물류업체 M&M 전 대표 최철원(42)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최씨는 이날 석방됐다. 최씨는 지난해 10월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SK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탱크로리 기사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한 뒤 매값으로 2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합의한 점, 이 사건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시민들은 “부유층이 돈을 내세워 사적으로 린치를 가한 사건치고는 관대한 처벌”이라며 “돈의 위력을 보여준 결과”라고 말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앰네스티 2010년 전세계 사형제 운영 현황 발표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최소 527건의 사형이 집행(2009년 714건)됐고 사형제를 두고 있는 58개국 가운데 실제 사형을 집행한 국가는 23개국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1990년대 평균 40여개국이었던 사형집행국 수도 2000년대 들어 평균 30여개국, 최근 5년 동안은 평균 23개국으로 줄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북한은 전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은 사형집행을 한 나라로 분석돼 대조를 이뤘다. ●한국 14년째 사형집행 ‘0’ 국제앰네스티는 28일 서울 정동 사랑의 열매회관에서 ‘2010 사형선고와 사형집행: 연례사형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는 139개국으로 전 세계 국가 중 3분의2가 넘고,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58개국 중에서도 실제로 사형을 집행한 국가는 23개국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4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 우리나라에는 확정 판결을 받은 사형수가 61명에 이르고, 현재 2명이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北 최소 60명… 세번째로 많아 또 전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은 사형집행 건수를 기록한 북한은 지난해 최소 60명을 사형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북한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전히 공개처형이 이뤄지고 있다. 사형집행 건수 1위에 오른 중국은 수천명이 사형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중국 정부가 사형에 관한 모든 사항을 국가 기밀로 취급하고 있어 공개되지 않았다. 김희진 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은 “중국에서 사형집행된 사람의 수는 나머지 국가들의 모든 사형집행 수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고 밝혔다. 앰네스티의 이번 보고서에는 2010년 사형을 집행한 국가의 수는 23개국으로 2009년 19개국에 비해 4개국 늘어났고, 몇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던 6개 국가가 2010년 다시 사형집행을 재개하는 ‘특징’도 담겨 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오현섭 前여수시장 징역 5년 추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우진)는 25일 뇌물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된 오현섭 전 여수시장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1억원,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오 전 시장은 앞서 뇌물 수수 혐의로 징역 7년, 선거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뿌린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이번에 5년을 추가하면 14년 6개월의 형기를 살게 된다. 재판부는 “받은 돈이 차용금일 뿐 직무와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현금으로 은밀하게 전달됐고 변제 기일이나 이자 등을 약정하지 않은 데다 두 사람의 관계 및 오 전 시장의 직무 등을 고려할 때 빌린 돈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마약 투약 김성민 항소심 집유

    마약 투약 김성민 항소심 집유

    필로폰 등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탤런트 김성민(38)씨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이태종)는 25일 외국에서 필로폰을 밀반입해 투약하고,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 보호관찰 2년, 사회봉사 120시간, 약물치료강의 40시간, 추징금 90만 4500원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외국에서 마약을 직접 들여왔다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지만, 자신이 사용할 목적으로 소량만을 들여온 점을 고려해 기회를 주기로 했다.”면서 “죄를 뉘우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을 벌이지 않겠다고 반성하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천성산 터널 반대’ 지율스님 명예훼손 항소심도 패소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 이기택)는 천성산 터널 공사 반대 운동을 펼쳤던 지율 스님(54)이 “허위 사실로 인한 비난으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박재완(56)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24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 전 비서관의 발언은 민주화의 폐단 사례를 들었을 뿐 원고를 지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전 비서관은 2008년 7월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포럼에서 “이념 이기주의가 활개를 친다.”며 “도롱뇽을 보호하기 위해 천성산 공사가 늦어졌고 이 때문에 손해액 2조 5000여억원이 발생했다.”고 발언했다. 이에 지율 스님은 “이 같은 발언은 천성산 보호 운동을 주도한 나의 인격을 모독한 것”이라며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수원 노숙 소녀 살인사건’ 무죄 이끌어낸 박준영 변호사

    ‘수원 노숙 소녀 살인사건’ 무죄 이끌어낸 박준영 변호사

    “타자로 친 조서는 조사를 받는 사람의 말을 그대로 담을 수 없습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듯 발언의 취지가 왜곡될 수 있지요. ‘영리한 수사관’이라면 진술을 교묘하게 바꿀 수도 있습니다.” 2007년 발생했던 ‘수원 노숙 소녀 살인사건’은 우리 사법 사상 특이한 사건으로 꼽힌다. 범인으로 몰린 10대 청소년 4명이 모두 검찰에서 혐의를 자백했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변호를 맡았던 박준영(법무법인 경기) 변호사도 처음에는 이들이 무죄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사건 기록을 읽고 눈물 어린 호소를 듣는 순간 ‘범인이 아니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술회했다. 국선이었던 박 변호사는 수원구치소에서 가졌던 이들과의 첫 접견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3명의 청소년은 억울함을 하소연했지만, 1명은 냉담한 표정으로 “내가 죽인 게 맞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억울함을 풀지 못하자 세상을 믿지 못해 될 대로 되라는 듯 한 말이었다. 하지만 박 변호사의 끈질긴 설득 끝에 ‘진실’을 털어놨다. 검찰의 회유와 강압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했던 것이다. 이들에게는 1심에서 징역 2~4년이 선고됐지만 박 변호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무료로 항소심 변호를 맡아 검찰의 수사 기록을 조목조목 반박했고, 마침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도 지난해 7월 이들의 무죄를 확정했다. 하지만 1년간 죄 없는 ‘감옥살이’를 한 것은 아직까지 보상받지 못했다. 박 변호사는 아무도 억울하게 누명을 쓴 이들을 도와주지 않았던 현실이 가장 안타까웠다고 했다. 이들은 부모에게 외면당한 어린 학생들이었다. 자식이 재판을 받고 있는데도 부모들은 단 한 차례도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박 변호사에게 이들의 소식을 물었다.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근무하거나 자동차 정비업소에서 일하고 있어요. 한때 사회에서 외면당했던 애들이지만, 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성실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살인범서 무죄로 법정 ‘반전 드라마’

    살인범서 무죄로 법정 ‘반전 드라마’

    만삭의 의사 부인 피살 사건을 두고 경찰은 최근 남편을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그러나 남편은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남의 목숨을 뺏는 것은 오랜 옛날부터 엄벌로 다스려 왔다. 인권이 존중되는 현대에서도 살인자는 사형에 처하는 경우가 많고, 가장 흉악한 범죄자로 낙인 찍힌다. 하지만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경우도 없지는 않다. 법정에서 누명을 벗었던 이들의 ‘극적인’ 이야기를 되짚어 봤다. # 가수 김성재 사건 1995년 11월 20일, 한 인기 가수가 호텔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오른손잡이인 그의 오른팔에서는 28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됐고, 부검 결과 동물 마취 등에 쓰이는 ‘졸라제팜’이나 ‘틸레타민’에 의한 약물중독사로 추정됐다. 당시 그의 연인은 치과대학을 졸업한 재원. 사건 당시 그와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었고 주변에는 곧 결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 여성은 사건 발생 얼마 전, 인근 약국에서 “애완용 개를 안락사시키겠다.”며 ‘졸레틴’이라는 약품을 구입했다. ‘졸라제팜’과 ‘틸레타민’이 같은 비율로 섞인 약품이다. 그녀는 약사에게 자신이 약을 구입한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도 했다. 1심 법원은 여성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항소심 재판이 열렸다. 검사는 “형이 가볍다.”며 사형을 구형했고, 여성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당시는 사형이 집행되던 시기. 법관의 판단에 따라 여성은 교수대에 설 수도 있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가수의 사망 시각과 외부 침입자의 소행 가능성, 살해 동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무죄를 선고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싸인’이 다뤄 화제가 됐던 ‘듀스 김성재 살인사건’이다. # 울산 청산염 살인사건 2003년 12월 1일, 울산 우정동에서 김모 여인이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그녀는 옷이 모두 벗겨져 있었고, 목과 턱 주위에 흉기로 26차례나 찔린 상처가 나 있었다. 직접적인 사인은 흉기에 찔리기 직전 마신 것으로 보이는 청산염(사이안화물) 중독이었다. 김씨 시신 옆에서 피우지 않은 담배 1개비가 발견됐는데, 여기에 이웃 최모(50·여)씨의 타액이 묻어 있었다. 최씨는 다른 주민 2명과 함께 김씨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장본인. 그는 사건 전날 김씨에게 400만원을 빌려줬다. 또 김씨 집에서 22m가량 떨어진 하수구에서는 청산염이 들어 있는 100㎖ 음료병이 다른 75㎖ 병과 함께 비닐봉지에 쌓인 채 발견됐고, 75㎖ 병에서 최씨의 DNA가 검출됐다. 김씨의 수첩과 신용카드는 최씨 집 담 밑에 버려져 있었다. 누가 봐도 최씨가 범인으로 의심되는 상황. 그러나 최씨는 법정에서 “병과 수첩 등은 누군가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조작한 것이며, 담배는 시신을 발견했을 때 옆 사람에게 빌려 입에 물었다가 떨어뜨린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최씨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시각을 달리해 보면, 최씨를 범인으로 보기 어려운 허점이 있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관들은 먼저 범행 동기와 사건 현장에 의문을 품었다. 김씨가 나체인 상태로 매우 잔인하게 살해됐고, 범인이 눈에 잘 띄는 곳에 있던 귀금속은 그대로 둔 반면 일부러 가구를 부수고 방을 어지럽힌 점에 착안했다. 우발적이거나 금품을 노린 단순 살인사건이 아니라 치정 등의 원한관계에서 유발된 치밀한 범죄로 본 것이다. 같은 여성인 최씨에게는 이 같은 동기가 없었다. 여러 증거에도 의심이 갔다. 범인은 사건 현장에 지문을 전혀 남기지 않을 정도로 용의주도했다. 그런데도 침이 묻은 담배를 떨어뜨리고, 김씨의 수첩 등을 자신의 집 담 밑에 흘렸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관들이 최씨가 범인이 아니라고 심증을 굳히게 된 계기는 ‘알리바이’였다. 당시 김씨가 탄 택시와 휴대전화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그녀는 빨라야 오후 8시 10분쯤 집에 도착했다. 반면 최씨는 8시 30분쯤 김씨 집에서 265m 떨어진 신발가게에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최씨가 20분도 채 안 된 시간 동안 김씨에게 독극물을 먹이고 흉기로 26차례나 찌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대법관들은 추리했다. 결국 최씨는 2007년 4월 27일 파기환송 상고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 영월 ‘사돈 살인사건’ 2005년 발생한 강원 영월군 ‘사돈 살인사건’ 역시 대법원에서 무죄가 규명된 경우다. 이해 4월 21일, 주천면의 한 가정집에서 조모(여·당시 71세)씨가 테이프로 양 손목이 묶인 채 질식사한 상태로 발견됐다. 조씨의 사돈 이모(66·여)씨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이씨가 사돈을 만나러 갔다가 욕을 먹고 도둑 취급을 당하자 홧김에 살해했다는 게 경찰의 주장이었다. 시집간 딸을 조씨가 고생시킨다며 평소 불만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 살해 동기로 추정됐다. 이씨가 범인으로 몰린 이유는 그녀가 거짓말과 의심스러운 행동을 했기 때문. 경기 이천시에 사는 이씨는 처음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 경기 성남시의 병원에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조씨 집 인근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의 추궁 끝에 이씨는 범행을 자백했다. 이씨는 그러나 법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우연히 사돈 집에 갔다가 조씨가 숨진 것을 보고 ‘신고하면 내가 범인으로 몰리겠다’고 생각했다. 경찰에 거짓말을 하고 신발을 태운 것도 무서워서 그랬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범행을 자백한 이유는 “딸이 내가 범행을 저지른 줄 알고 대신 죄를 뒤집어쓰려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이씨에게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깨졌고,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이 무죄를 선고했다. 법관들은 조씨가 묶인 청테이프에서 발견된 머리카락 3점 중 1점에서 ‘제3자’의 DNA가 발견된 점에 의문을 품었다. 또 같은 여성인 이씨가 조씨를 청테이프로 묶을 수 있는지에도 의심을 가졌다. 이씨의 몸무게는 70㎏, 조씨의 몸무게는 42㎏으로 차이가 많이 났지만, 여러 정황을 보면 조씨가 강하게 반항할 만큼 충분한 체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씨가 경찰과 검찰에서 한 자백 역시 “조씨의 양손을 먼저 청테이프로 묶었다.”고 했다가, “양발을 먼저 결박했다.”고 바뀌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 재판부는 결국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이씨의 범행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처럼 법리의 세계는 언제든 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질 수 있는 곳이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국내서 첫 ‘난민’ 인정받은 中 파룬궁 수련자 왕리

    국내서 첫 ‘난민’ 인정받은 中 파룬궁 수련자 왕리

    중국이 불법으로 규정한 심신수련법인 파룬궁(法輪功) 수련자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난민 인정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중국인 왕리(40·여)가 난민인정을 불허한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왕은 불법체류자 신분에서 벗어나 강제로 쫓겨날 우려를 덜었다. 파룬궁 수련자를 난민으로 인정한 것은 우리나라가 아시아 최초로 알려졌다. ●동포에 진실 전하려 기자로 활동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가 고향 톈진(天津)을 등지고 한국에 온 것은 2001년 12월. 파룬궁 수련자인 남편과 함께 중국 정부의 박해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9살 난 딸은 시아버지에게 맡겨 둔 이산가족이다. 서울역 인근에 보증금 없이 월세 15만원의 단칸방을 얻은 부부는 수련의 자유를 누렸고, 왕도 2004년 파룬궁에 본격 입문했다. 남편은 중국음식점 주방장으로, 그녀는 일식집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려 갔다. 왕은 한국에서 ‘톈안먼(천안문)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됐을 때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톈안먼 사건이 중국 시위대가 군인을 공격한 사건으로 알고 있었다. 정부가 탱크와 장갑차로 시민을 짓밟았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 중국이 언론을 통제하고 사실을 왜곡했기 때문이었다. 왕은 고국의 동포들이 모르는 ‘진실’을 전하기 위해 화교위성방송(NTD)의 자원봉사 기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주일에 두 차례씩 30여분 동안 출연하며, 세계 언론에 보도된 중국의 소식을 전했다. 경복궁과 수원화성 등 한국의 문화유산을 알리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3년 전부터 NTD 방송의 전파를 차단했지만, 그녀는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 부부는 비자를 갱신하지 못한 불법체류자였다. 2005년 법무부에 난민 신청을 했지만, 4년간 걸린 심사 끝에 돌아온 답은 ‘불가’. 중국은 NTD에서 활동하는 왕을 눈엣가시로 여겼고, 강제 송환되면 혹독한 처분을 받게 될 터였다. 왕리 부부는 다른 파룬궁 수련자 9명과 함께 소송을 냈다. 변호사 선임 비용이 없어 대한변호사협회에 무료 변호인 선임을 신청했는데, 변호사가 결정되기도 전에 1심 재판이 시작됐다. 법정에 제출할 서류조차 작성할 수 없었던 그녀는 파룬궁을 홍보하는 붉은 플래카드를 들고 나갔다. 판사 앞에서 플래카드를 펼친 뒤, 자신이 중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1심에서는 패소했다. 왕은 항소심을 앞두고 지인들의 도움으로 난민 변호에 관심이 많은 조영선 변호사를 만났다. “조 변호사님은 제 사정을 듣고 나서 잘 변호하면 이길 수도 있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죠.” 왕리와 조 변호사는 그녀의 활동을 자세히 말해 줄 증인을 신청해 어렵게 재판부의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출석을 약속했던 증인이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끝났다’며 낙담한 순간 갑자기 반전이 일어났다. 재판장이 증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묻더니, 법정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 증언을 들은 것이다. 당시 재판장은 서울고법 행정7부의 곽종훈 부장판사였다. 왕리에게 2010년 11월 11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항소심 선고가 있는 날이었지만 출석하지 못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방한한 것을 계기로 다른 수련자와 함께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했다. 집회가 끝나고 집에 가던 지하철 안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겼어요. 난민으로 인정한대요.”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판결은 지난달 24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남편과 자칫하면 생이별할 판 왕리는 천신만고 끝에 난민으로 인정됐지만, 더 큰 걱정이 있다. 남편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고, 법무부가 강제송환을 하면 중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생이별할 판이다. “나보다 먼저 파룬궁을 수련한 남편이 난민으로 인정을 못 받은 것은 이해할 수 없어요. 이명박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에게 서신을 보낼 겁니다.”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은 기쁨 때문인지 걱정 탓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대법 “론스타, 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직후 외환카드 감자설을 유포한 행위는 무죄라는 고법 판결이 대법원에서 깨졌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10일 외환카드 합병 당시 ‘감자설’을 허위로 유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회원(60) 론스타코리아 전 대표에 대해 주가 조작(증권거래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또 외환카드의 허위 감자계획 발표로 403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외환은행과 이 은행 대주주인 LSF-KEB홀딩스SCA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깼다. 재판부는 “외환카드는 2003년 11월 유동성 부족 문제로 부도위기에 직면해 감자 등 다른 방안을 추진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고, 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못하는 상태였다.”면서 “유 전 대표가 이 사건 발표 후 취했던 일련의 행동은 감자를 진지하고 성실하게 검토·추진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2003년 11월 론스타 임원진과 공모해 외환카드 허위 감자설을 유포, 주가를 조작하고 특수목적법인(SPC)끼리 수익률 조작 및 부실채권 저가 양도 등으로 243억원 배임과 21억원 탈세 등 혐의로 기소됐다. 외환은행 등 2개 법인은 허위 감자설을 발표, 403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씨에게 징역 5년을, 외환은행과 LSF-KEB홀딩스SCA에 각각 벌금 250억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그러나 “론스타가 감자를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고, 유씨의 다른 혐의인 국회 증인 불출석 부분 등에 대해서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 측은 “아직 확정 판결이 난 것도 아니고, 설사 유 대표가 주가조작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영향을 줄 사안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홍희경·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소모적 고발전… 객관적 조사 먼저”

    현행 형법은 불법 낙태를 한 여성에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시술한 의료인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낙태죄에 대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거나 항소심에서 선고유예를 선고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프로라이프의사회가 불법 낙태 수술을 한 병원 3곳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1곳만 벌금형을 받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런 전례를 감안하면 공공기관이 처음으로 고발이라는 강수를 빼든 이번의 낙태수술 병원 고발건도 벌금형이나 무혐의로 결론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 프로라이프의사회 윤리위원장 심상덕 아이온 산부인과 원장은 “법원은 대부분 형평성, 정상참작을 이유로 처벌하지 않는다.”면서 “낙태에 대한 사법적 억제책이 없다 보니 의사들은 ‘재수 없어서 걸린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불법 낙태를 둘러싼 고발전이 소모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객관적 통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2005년 전국 산부인과 200여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낙태 규모는 무려 35만건에 이른다. 국내의 연간 신생아 수가 47만명(2010년 기준)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해마다 태어나는 신생아 수에 맞먹는 낙태가 행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2005년의 조사 결과여서 현실과는 시간적 괴리가 없지 않지만 의료계에서는 “그때에 비해 낙태 규모가 크게 줄었다는 징후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의 신생아 출생 자료를 2005년과 단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2005년 조사의 경우 표본 수도 적을뿐더러 시차라는 현실적 문제가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여성계 등에서는 “이유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낙태를 죄악시하거나 범죄로 모는 것은 문제”라며 “현재의 법규정은 당연히 시대상황을 감안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실태조사와 함께 여성들의 낙태 이유나 인식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낙태 시술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이르면 4월부터 전국 2166곳의 산부인과 개원의를 대상으로 정밀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선거법 위반’ 전북 기초장 2명 낙마 위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북 지역 기초자치단체장 2명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낙마 위기를 맞았다. 7일 전주지검과 전북도 선관위에 따르면 전북 지역 14개 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 6·2 지방선거와 관련해 불구속 기소된 단체장은 6명. 이 가운데 강인형 순창군수와 윤승호 남원시장은 항소심에서 각각 당선 무효에 해당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강 군수는 지난해 6·2 지방선거 과정에서 농약 무상 지원 등을 하겠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선거 공보물에 적고 관내 이장들에게 선심성 특혜 수의계약을 발주토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윤 시장은 지난해 5월 18일 지역 방송국에서 열린 후보 토론회에서 “무소속 후보가 한나라당과 깊이 관련돼 있다.”고 말하는 등 공식 석상에서 세 차례에 걸쳐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윤 시장은 또 2009년 말 지인들에게 자서전 1180권을 무료로 배포하고, 예비후보 시절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편지 60통을 보낸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완묵 임실군수는 현재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임정엽 완주군수는 1∼2심에서 무죄를, 김생기 정읍시장은 1∼2심에서 벌금 80만원을 각각 선고받아 단체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이한수 익산시장은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檢, 안원구 前국세청 국장 소환

    한상률(58)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는 4일 오후 안원구(51·수감) 전 국세청 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그림 ‘학동마을’의 출처와 서울 도곡동 땅 관련 주장의 근거 등을 집중 조사했다. 그러나 한 전 청장과의 대질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검찰은 또 전날 한 전 청장 자택 등을 압수 수색해 확보한 그림 16점의 출처와 가격 등에 대해 감정 중이다. 검찰은 그림 감정 및 참고인 조사가 끝나는 다음 주쯤 한 전 청장을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등에 따르면 안 전 국장은 관련 수사가 진행되던 2009년 당시 “한 전 청장이 로비용 자금 3억원을 요구했다.”고 하는 등 한 전 청장의 로비 관련 의혹을 수차례 폭로했다. 또 안 전 국장은 “2007년 대구지방국세청의 포스코건설 세무조사 과정에서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기록된 전표를 봤다.”고 주장했다. 안 전 국장은 그림 로비 및 도곡동 땅 의혹의 열쇠를 쥔 인물로 간주된다. 안 전 국장과 함께 관련 의혹을 폭로했던 부인 홍혜경 가인갤러리 대표는 안 전 국장이 “너무 많은 사실을 알고 있어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안 전 국장은 세무조사 무마 청탁 등의 혐의로 항소심에서 2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확보한 그림 16점을 로비 의혹 규명의 관건으로 보고 출처를 조사하고 있다. 안 전 국장은 2009년 당시 한 전 청장이 ‘학동마을’ 등 그림 5점을 전군표(58) 전 국세청장과 정권 실세들에게 상납했다는 의혹을 폭로했었다.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입수한 그림들이 제기된 의혹과 관련이 있느냐 없느냐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전 청장은 “평소 그림을 좋아해 모았으며, 값비싼 그림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청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 VIP동에 머물다 이날 퇴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한 전 청장이 밤샘 검찰 조사와 자택 압수 수색에 따른 정신적 압박감으로 입원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차장검사는 “소환 조사 당시 건강에 문제는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BBK 의혹’을 폭로한 에리카 김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동열)는 김씨의 출국정지 조치가 이번 주말로 만료됨에 따라 출국정지 연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미국 시민권자로 내국인과 달리 출국금지 조치를 하지 못하고 10일 단위의 출국정지 조치만이 가능하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한상률 게이트 생각 변함 없다”

    “한상률 게이트 생각 변함 없다”

    2009년 말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을 비롯해 국세청 전·현직 관료 관련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당시, ‘걸어 다니는 폭탄’이 한명 있었다. 바로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의 부인 홍혜경 가인갤러리 대표. 홍 대표는 당시 남편 안 전 국장이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그림을 강매한 혐의로 구속된 이후, 한 전 청장 등을 둘러싼 각종 대형 의혹들을 연일 폭로했다. 한 전 청장이 1년 11개월 만에 귀국하며 검찰 수사가 본격 진행 중인 3일, 홍 대표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사건을 ‘한상률 게이트’라고 봤던 당시의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며 “진실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것”이라고 말했다. 어렵게 입을 연 홍 대표는 한 전 청장 귀국을 어찌 보느냐는 질문에 “한 전 청장은 나와 남편의 억울함 또는 누명의 시작점”이라며 분개했다. 홍 대표는 2009년 당시 “한 전 청장이 남편에게 로비 자금 3억원을 가져 오라고 했다.”거나 “남편이 너무 많은 사실을 알고 있어 국세청이 사퇴 압박을 했다.”는 등 폭탄 발언을 했다. 또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 문제를 폭로한 것도 그다. 당시 홍 대표는 “2007년 대구지방국세청의 포스코건설 세무조사 과정에서 직원들이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명기된 전표를 봤다.”고 밝혔다. 그는 도곡동 땅에 대해 “여전히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한창 신변의 압박을 받을 때 그 얘기를 내게 했었다.”며 “남편이 따로 정리해 둔 문서에도 같은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안 전 국장은 한창 사퇴 압박을 받던 당시 자신이 생각하는 사퇴 압박 이유를 문서로 정리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누군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써 있다고 홍 대표는 전했다. 홍 대표는 고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에 대한 얘기도 꺼냈다. 이는 한 전 청장이 2007년에 인사 청탁 명목으로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상납한 것이란 의혹을 받고 있는 그림으로 현재 검찰이 보관하고 있다. 홍 대표는 2009년 당시에 “전 전 청장 부인이 갤러리에 학동마을을 가져와 팔아달라고 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홍 대표는 “처음 매도 위탁을 받고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여러 군데 문의를 하고 다녔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림 판매만 전문으로 하는 화랑을 가도 이 작품의 시세는 알 수가 없었다고 한다. 최 화백 작품의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적정 가격대가 형성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의 공식 입장 역시 “이 작품은 거래가 되지 않아 시세가 없다.”이다. 홍 대표는 현재 구치소에 있는 남편 안 전 국장의 옥바라지를 하며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안 전 국장은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홍 대표는 “남편 면회를 가도 한 전 청장 이야기는 전혀 못하고 개인 신상 얘기만 나눈다.”고 했다. 면회 시간도 짧을뿐더러 대화 내용이 모두 녹취되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말을 꺼내기 어려워했다. 그는 “그런 얘기를 할 입장이 아니다.”고 입을 다물었다.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이제 막 시작된 데다가, 어찌 보면 ‘사건의 이해 당사자’인 그가 가타부타 말을 하기가 조심스럽다는 이유였다. 더구나 검찰이 현재 한 전 청장과 남편 안 전 국장의 대질심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발언을 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태다. 마지막으로 홍 대표는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염려가 크다.”며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고 남편 신변의 안정을 찾은 이후에야 사건 관련 이야기를 편히 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그럼 언젠가 또 다른 폭로를 하겠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검찰 수사도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모르고, 우선은 남편에 대한 확정 판결을 기다린다.”며 말을 아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새 담배소송 근거 ‘진일보’

    새 담배소송 근거 ‘진일보’

    15일 담배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흡연과 폐암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적극적으로 인정한 점은 추후 새로운 소송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재판부는 “향후 추가 소송에서 KT&G의 불법행위를 입증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폐암이 흡연의 결과이고, KT&G의 불법행위가 입증되면 국가나 KT&G 측에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뜻이다. KT&G의 불법행위를 밝혀내면 유사한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서울고법 손철우 공보판사는 “다른 소송에서 새로운 증거를 갖고 새로운 주장을 할 경우 피고들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로운 불법 행위를 찾아 밝혀내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2심에서도 첨가물 목록 등의 자료를 두고 KT&G가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해 심리가 길어진 만큼 피고의 불법행위를 입증하기 위한 접근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원고 측의 배금자 변호사는 KT&G의 담배 제조 관련 자료만 공개되면 불법행위를 입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니코틴이 중독성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나 이미 공개된 부분을 제외한 첨가물 목록이 공개돼야 한다는 것. 배 변호사는 “KT&G는 1·2심에서도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등 입증 방해 행위를 일삼았다.”면서 “추후 소송에서 KT&G가 담배 제조와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데 전력을 쏟겠다.”고 말했다. 원고 측의 한 대리인은 “재판부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도외시하고 거대 기업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추가 소송이나 상고 여부는 판결문 검토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폐암과 흡연의 인과관계를 1심보다 적극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앞으로 유사 소송이 제기되면 피해를 다투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법원 상고 여부가 주목된다. 한편 지금까지 제기된 KT&G와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4개다. 1·2호 사건이 병합된 항소심 판결은 15일 선고됐고, 3호는 2009년 원고 패소로 항소하지 않은 채 끝났다. 마지막 4호는 임모씨 등 2명이 2005년 8월 제기한 것으로 현재 진행 중이다. 담배로 인한 폐암 환자가 점차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소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도 새로운 소송인을 모집해 제기할 예정이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KT&G “더 이상 무의미한 소송 중단을”

    항소심에서 승소한 KT&G 측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KT&G는 판결 결과가 나온 뒤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폐암 발생에는 흡연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공해라든지 개인 체질 등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본다. 따라서 폐암 발생원인을 모두 흡연 탓으로 돌리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흡연과 폐암의 상관관계를 법원에서 일부 인정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 외에도 ‘흡연으로 암이 발병했다.’는 내용으로 1건의 소송을 추가로 진행 중인 KT&G는 이번 판결이 이들 1건의 소송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KT&G 관계자는 “담배 소송으로 KT&G가 12년 이상 문제 많은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로 비쳐지고 있어 피해가 막심하다.”면서 “이번 항소심 판결을 계기로 이런 인식이 없어지기 바라며, 원고 측도 더 이상 무의미한 소송행위를 중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료계와 복지부의 반응은 나뉘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살인사건에서 살인은 인정하는데 보상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금연운동을 주창하고 있는 박재갑 국립의료원 원장은 “1심과 달리 개별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은 향후 소송이나 금연정책에 있어 상당한 토대가 마련됐다고도 볼 수 있다.”면서 “정부는 모든 책임을 배상하고 담배사업법을 폐기해 담배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록 원고가 패소했지만 담배의 폐해는 인정한 만큼 지금의 금연홍보와 가격·비가격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황비웅·안석기자 stylist@seoul.co.kr
  • 檢 “아라이 혐의 자백 받아내는데 주력”

    삼호주얼리호 해적 수사가 1996년 공해상에서 발생한 중국 동포 선원들의 반란 살해 사건인 ‘페스카마호 사건’에 준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점식 부산지검 2차장 검사는 8일 “페스카마호 사건 기록을 충분히 검토해 수사담당 검사들이 숙지했다.”면서 “해적을 국내로 송환한 만큼 해적이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엄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1996년 8월 2일 새벽 사모아섬 부근 해상에서 중국 동포 선원 6명이 열악한 작업 조건과 폭력에 반발, 선상 반란을 일으켜 한국인 선원 7명을 포함한 선원 11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바다에 버린 사건으로, 부산에서 모든 사법처리 수순을 밟았다. 이번 해적 사건과 마찬가지로 부산해양경찰서에서 1차 조사를 했고, 부산지검에서 보강수사를 한 뒤 1심은 부산지법에서, 2심은 부산고법에서 각각 진행했다. 당시 피의자 6명은 1심에서 모두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이듬해 항소심에서 주범을 제외한 5명이 무기징역으로 감형됐으며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선상에서 벌어진 다수에 의한 살인사건이라는 점에서 해적 사건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날 부산지검 공안부는 남해지방해양경찰청으로부터 삼호주얼리호 해적 사건의 수사 기록과 해적 5명의 신병을 넘겨받고 기소를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국내 초유의 해적 관련 수사이고, 국내외적으로 관심이 큰 점을 감안해 최인호 공안부장과 공안부 검사 4명, 강력부, 외사부 검사 등 모두 9명의 검사를 전격 투입했다. 특히 해적 5명에게 각각 2명 이상의 검사를 배정함으로써 일대일 대면 조사를 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해적들의 배후 세력과 삼호주얼리호 표적 납치 여부, 과거 한국 선박 피랍 사건과 이번에 생포한 해적과의 관련성 여부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검찰은 석해균 선장에게 총을 쏜 혐의를 받고 있는 마호메드 아라이(23)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자백을 받아내는 데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또 탄환 파편 4개 중 1개가 해군 특수전여단(UDT)이 지닌 총에서 발사되거나 피탄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국과수의 정밀 감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정확한 경위를 수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보고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해군이 잘못 쏜 것이 아니라 벽 등에 맞고 석 선장에게 튄 유탄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야한 농담에 그만”…해고 당한 간호사

    “야한 농담에 그만”…해고 당한 간호사

    ‘말 한마디에 천 냥 빚 갚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듯이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하는 소식이 있어 눈길을 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런던 중앙 미들섹스 병원의 한 선임 간호사가 재미삼아 말한 야한 농담으로 해고를 당했다.”고 전했다. 사건의 주인공은 간호사 라우라 보워터(34). 그녀는 자신의 동료에게 “벌거벗은 환자 위에 올라탔었다.”는 성적인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녀의 농담은 삽시간에 과장되면서 퍼졌고 그만 병원 고위 관계자의 귀에까지 들어가 해고 통보를 받고 말았다. 보도에 따르면 성적인 농담으로 파문을 당한 해당 간호사는 자신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항소심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우라 보워터는 재판에서 자신의 농담이 와전됐다고 주장하며 “몇 달 전, 의사 선생님이 환자의 발작에 주사 놓을 수 없어 포기하려 했고 난 환자를 제압하려고 그의 몸 위에 올라탔었다.”고 해명했다. 보워터의 주장을 따르면 그녀는 당시 발버둥치는 환자의 바지를 벗기기 위해 그의 등 뒤에 올라타 발목 부위를 붙잡았을 뿐이다. 보워터는 지난 2006년 7월부터 해당 병원 응급실에서 12시간 교대 근무라는 힘든 일에도 자신의 업무를 훌륭히 소화해왔지만, 이번에 발생한 사소한(?) 사건으로 연봉 2만5000파운드(한화 약 4500만원)짜리 직업에서 해고됐다. 이에 대해 항소 법원 판사 번턴은 “보워터의 발언이 많은 사람에게 농담으로 치부된 것을 미루어 보아 그녀가 직업을 잃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며 “하지만 해당 간호사에게도 25%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판결로 전직 간호사 보워터는 불공정 해고에 대한 지급분 결정을 위해 처음의 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될 예정이다. 사진=자료사진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박연차 입’ 때문에… 구체적 증언에 울고 흔들린 진술에 웃고

    ‘박연차 입’ 때문에… 구체적 증언에 울고 흔들린 진술에 웃고

    이광재 강원도지사와 민주당 서갑원 의원, 한나라당 박진 의원, 이상철 전 서울시 부시장의 ‘명운’은 결국 ‘박연차의 입’에 의해 갈렸다. 이 지사와 서 의원에게 돈을 줬다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증언은 신빙성을 인정받은 반면 박 의원과 이 전 부시장에 대한 박 전 회장의 진술은 의심을 받았다. 박 전 회장과 이 지사의 사건은 2006년 4월 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전 회장은 당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클럽에서 한우 안심스테이크 2접시와 전복스테이크 1접시, 양갈비구이 1접시 등을 주문한 채 이 지사와 식사를 했다. 박 전 회장은 “식사가 끝날 무렵 이 지사에게 5만 달러가 든 봉투를 건네려 했지만, 이 지사가 뿌리쳐 이 지사 옷이 걸려 있는 옷장 안에 봉투를 놓아 두고 먼저 나왔다.”고 증언했다. 이 지사는 법정에서 “박 전 회장을 클럽에서 만난 사실이 없다.”며 “박 전 회장이 당시 시켰다고 진술한 음식은 두 사람이 먹기에 너무 많은 양”이라며 부인했다. 하지만 원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이 지사와 만난 시각, 장소, 예약경위, 주문 식사량과 결제 대금, 당일 일정 등을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한다.”며 신빙성을 인정했다. 대법원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며 이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 지사가 2006년 8월 베트남에서 2만 5000달러를 수수한 혐의도 마찬가지다. 당시 이 지사는 한병도 전 민주당 의원과 베트남을 여행하던 중 태광비나의 박 전 회장 사무실을 찾았다. 박 전 회장은 “‘여행경비에 보태 쓰라’며 5만 달러가 든 쇼핑백을 탁자에 올려놓았다. 이 지사가 어색해하자 ‘화장실을 간다’며 잠깐 나와 있었다. 5~7분 뒤 이 지사 일행이 나왔는데, 이 지사 전 보좌관이 가방을 가지고 있었다.”며 당시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이 지사는 “동료 국회의원 등이 보는 앞에서 돈을 줬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 박 전 회장이 보좌관에게 개인적으로 돈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보좌관에게는 돈을 줄 이유도 없고 준 적도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이 지사는 대법원에서 “항소심이 박 전 회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위법하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기각됐다. 재판부는 “법원이 심리를 종결한 뒤에 피고인의 증인 신청을 받았다 해서 반드시 심리를 재개하고 증인신문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 의원의 경우도 박 전 회장이 서 의원에게 돈을 건넬 당시 측근에게 했던 말까지 기억하는 등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게 결정적이었다. 반면 박 의원은 항소심에서 박 전 회장의 돈 2만 달러를 받은 혐의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 희비가 엇갈렸다. 박 의원은 100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는 유죄를 받았지만, 벌금 80만원에 그쳐 의원직을 유지했다. 이 전 부시장의 경우 월간조선 대표이사 재임 시절 기사 게재 청탁과 함께 2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박 전 회장 진술이 흔들려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