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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의 질병] (1) 대장암

    [한국인의 질병] (1) 대장암

    건강 의식이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나아진 요즘이지만 뒤집어 보면 요즘만큼 사회 구성원들이 수많은 질병의 위험에 노출된 적도 없었다. 특히 최근들어 우리 국민들은 급격한 서구화의 영향으로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질병 발생 추이를 보이고 있으나 이에 대처하는 우리의 준비가 여전히 부실해 수많은 환자를 양산해 내고 있다. 이런 질병의 위협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어떻게 지켜 나가야 할지에 대해 새 기획 ‘한국인의 질병’을 통해 폭넓고 깊게 짚어 보고자 한다. 지난 6월 17세 연하의 신부를 맞아 화제를 모은 탤런트 김승환(43)씨. 김씨는 2005년 대장암 2기 판정을 받았지만 조기에 종양을 발견한 탓에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그러나 김씨처럼 조기에 대장암을 발견하지 못해 목숨을 잃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1995년 인구 10만명당 5.6명이던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2005년에는 11.4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대장암은 선진국암 최근 대장암의 발생률 급증에는 서구식 식습관의 대중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발생률은 위암과 폐암, 간암에 비해 낮지만 증가율 면에서는 이미 이들 암을 압도하는 추세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연간 대장암 발생 건수는 1999년 9733건에서 2002년 1만 2952건으로 30% 가량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 기준으로도 1999년 20.6명에서 2002년 26.9명으로 국내 주요암 중 발생률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같은 기간 10만명 당 위암 발생률은 3.4명, 폐암은 2.7명, 간암은 0.6명씩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대해 암 전문가들은 지방질 섭취량을 전체 칼로리 섭취량의 30% 이하로 줄이고, 섬유질의 섭취를 늘리는 등 식습관의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소금에 절였거나 훈제식품, 발암 가능성이 있는 식품 첨가제와 알코올 섭취도 경계해야 한다. 특히 대장암 발병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인 50세 이상 성인이나 유전성 대장암 환자 및 그 가족, 대장암 전 단계인 ‘선종(腺腫)’을 가진 환자와 가족, 궤양성 대장염 환자 등은 대장암 예방법이나 조기검진에 특별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립암센터 정승용 대장암센터장은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필수”라며 “적당한 운동이 대장암 발병률을 낮출 수 있는 만큼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혹시 당신에게도 혈변이… 갑자기 배변이 힘들어지거나 변이 묽어지고 횟수가 변하는 등 배변 습관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 대장암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우측 대장암일 때는 설사나, 빈혈,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좌측 대장암일 때는 변비나 혈변, 점액변, 장폐색 등이 주요 증상으로 관찰된다. 이 밖에 직장암은 배변시 통증, 혈변, 변비 혹은 설사와 잔변감 등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환자들 대부분이 초기에는 별 증상도 못느끼다가, 실제로 배변장애 증상 등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손을 쓰지 못할 정도로 암이 퍼진 경우가 허다하다. 치료의 관건은 조기검진이다. 대장암의 재발을 막고 생존 기간을 최대한 늘리는데 조기검진이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조기검진법으로는 주로 대변 잠혈검사, 대장 조영술, 에스결장경 검사, 대장내시경, 전산화 단층촬영(CT), 가상내시경 등이 활용되는데, 숙련된 전문의의 경우 내시경을 통한 대장암 진단 성공률이 95%에 이르기도 한다. 최근 국립암센터와 대한대장항문학회가 공동 개발한 조기검진 지침에 따르면 50세 이후에는 5∼10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수술전에 항암 방사선 치료 대장암 환자에게 적용되는 치료법은 외과적 수술과 항암 방사선치료, 약물요법 등이다. 수술 원칙은 종양 부위뿐 아니라 암세포가 퍼져 나가는 경로인 림프절, 림프관, 혈관 등을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방식이다. 배설 기능을 담당하는 좌측 대장에 종양이 생긴 경우 광범위 절제 때문에 변을 자주 봐야 하는 부작용이 생기지만 대개 3∼6개월이 지나면 증상이 호전된다. 항암 방사선치료의 경우 과거에는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해 주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수술 치료의 효과를 높이고 장폐색, 출혈 등 방사선 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수술 전에 사용한다. 항암제가 말기 환자에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알려진 것도 오해. 사실 수술을 통해 미세한 암세포군을 모두 제거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수술 후 재발 방지의 목적으로 항암제를 사용하는데 이렇게 해서 재발률의 40%, 사망률의 3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센터장은 “만약 대장암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약제가 수술 후 약물요법으로 적용된다면 지금보다 재발률을 훨씬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머잖아 그런 약제가 등장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글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나라 없는 사람/커트 보네거트 지음

    “나는 모든 사람의 머리가 쭈뼛 설 만큼 무시무시한 리얼리티 프로를 구상하고 있다. 제목은 ‘예일대 C학점’이다. 조지 W 부시는 주변에 C학점 상류계급 학생들을 끌어모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1)역사와 지리를 전혀 모르고 (2)백인 우월주의를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3)이른바 기독교도이며 (4)정말 놀랍게도 정신병자, 즉 영리하고 번듯하게 생겼지만 양심은 전혀 없는 자들이다.” 커트 보네거트는 이런 식이다. 웃긴다. 웃기되 ‘실소’가 아닌 ‘블랙유머’다. 목에 착 달라붙어 컥컥대게 하는, 가시뼈가 폴폴 돋은 웃음이다. 그의 유머는 사회적 약자를 위로하나, 강자의 의식은 칼로 베고 창으로 찌른다. 읽는 이에 따라 유쾌하고도 불쾌하다. ●마지막 작품이자 유일한 회고록 보네거트는 지난 4월11일에 죽었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기 엿새 전이었고, 여든네 살이었다. 보네거트는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반전운동가였으며, 히피의 대항문화를 선도했다. 무엇보다 ‘초거대 제국’ 미국의 광기를 사납게 공격했다. ‘나라 없는 사람’(문학동네)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자 유일한 회고록이다. 그가 수석편집인으로 있던 잡지 ‘인디즈타임스’에 5년간(2000∼2005년) 연재했던 글을 묶었다. 보네거트는 “어떤 웃음은 두려움에서 나온다.”고 썼다. 그는 2차대전 막바지였던 1943년 연합군으로 징집됐고, 그 연합군에 의한 독일 드레스덴 폭격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나치의 아우슈비츠 학살만큼이나 연합군의 드레스덴 학살(13만 5000명)에 치를 떨었던 사람이 보네거트였다. 살아 남았을 때 터져나온 건 소름끼치는 웃음뿐이었다고 보네거트는 말했다. 그의 유머는 죽음의 문턱을 경험한 사람만이 구사할 수 있는 맹렬한 유머다. ●“정신병자·비양심적” 맹공격 그래서다. 전쟁을 일으키는 인물들에게 보네거트는 무섭게 분노한다. 부시 미 대통령과 그 참모들을 “정신병자들” “양심도 동정심도 수치심조차 없는 사람들”이라 쏘아붙인다.“베트남 전쟁은 백만장자들을 억만장자로 만들었으나, 오늘날의 전쟁은 억만장자들을 조만장자로 만들고 있다.”고 일갈하고,“미국 지도자들이 권력에 취한 침팬지라고 말한다면 나는 중동에서 싸우다 죽어가는 우리 병사들의 사기를 꺾는 매국노가 되는 걸까?”라며 정색하고 묻는다. 특히 ‘문명’과 ‘지성’의 이름으로 ‘반문명’과 ‘무지’를 타자화하는 식자(識者)들에게 치를 떤다. “‘슈렙널’이라 불리는 유산탄은 ‘슈렙널’이라는 이름의 영국인이 발명했다. 여러분도 그런 발명품에 자기 이름을 붙이고 싶은가? 네이팜탄은 하버드에서 발명됐다. 진리란 그런 것인가?” ‘나라 없는 사람’이란 책 제목은 이렇게 해서 탄생한다. 보네거트에게 미국은 “내 나라요.” 외칠 조국이 아니었다.“내가 사랑하는 미국”이 아닌 “내가 사랑했던 미국”이라 말하는 사람. 커트 보네거트는 ‘나라 없는 사람’으로 살았다.1999년 한 인터뷰에서, 그는 저무는 20세기의 묘비명을 이렇게 쓰고 싶다 말했었다.“아름다운 지구여! 우리는 그대를 구할 수 있었지만, 너무나 속악하고 게을렀도다.” 95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젊은 여성들을 위협하는 자궁경부암

    젊은 여성들을 위협하는 자궁경부암

    지난해 5월,미국 MSNBC 방송에서 흥미로운 인터넷 기사를 발표했다.‘적은 돈으로 건강하게 사는 법 25가지’라는 이 기사는 총 8,000건 이상의 연구를 거쳐 검증된 결과라고 한다.그 중 열 번째 항목이 바로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갖는 21세 이상의 여성은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아라’라는 것이다.적은 돈으로 건강하게 사는 비법과 자궁경부암 검사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자. 자궁경부암,조기 진단이 해답 “자궁경부암은 예방이 가능한 암입니다.그러나 젊은 시절부터 노력해야 예방할 수 있습니다.그런데 아직 우리나라 여성들은 자궁경부암의 심각성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아직도 일 년에 4천 여명의 새로운 자궁경부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유비 여성클리닉의 정환욱 원장은 ‘이제 자궁경부암은 더 이상 중년의 여성들만 신경 써야 할 암이 아니다’라고 경고한다.2005년 발표된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20∼30대 여성의 자궁경부암 환자가 27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자궁경부암은 다른 어떤 암보다도 많은 연구와 함께 조기 진단법이 밝혀져 있기 때문에 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기만 하면 조기 진단 및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산부인과에 대한 기피,자궁경부암 조기 검진에 대한 정보 부족 등으로 정기적인 검진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자궁경부암 발생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자궁경부는 질의 제일 안쪽에 있는 자궁의 입구를 말한다.성관계를 할 때 남성 성기의 끝이 닿을 수 있는 부위이며,임신 말기까지 닫혀있다가 출산할 때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따라서 자궁경부에는 성관계 이후 여러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할 기회가 많고,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고위험군 HPV 바이러스 또한 피부 접촉을 통하여 감염될 수 있다. 고위험군 HPV에 감염된 상태가 지속되면 이 바이러스의 유전자에 의해 자궁경부 피부 세포에 암화 과정이 시작된다.따라서 암을 억제하는 자연적인 치유 과정이 약해져 자궁경부암이 서서히 발생하여 종양을 형성하게 된다. 우리말로 ‘인유두종 바이러스’라고 하는 HPV는 지금까지 약 100여종이 발견되었다.흔히 자궁경부와 외음부 또는 항문 주위에 사마귀,콘딜로마라고 하는 유두 모양의 피부 질환이 발견되는데 그 원인이 바로 HPV 바이러스다. 정환욱 원장은 젊은 여성에게서 HPV가 검출되었다 해도 과민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HPV가 있다고 해서 특별한 증상이 있거나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성 경험이 있는 여성 중 50~80%가 특별한 증상 없이 일생 중 한 번은 HPV에 감염될 수 있으며,대부분 저절로 없어지기 때문이다. 환경적 요인에 의해 일부 여성에게 고위험군 HPV가 지속적으로 존재할 경우에만 자궁경부암이 발생하며,만일 발생하더라도 세포 검사를 정기적으로 하면 암 전단계에서 발견하여 예방할 수 있다.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는 권고안을 알아두어야 합니다.성관계를 시작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최소 1년에 한 번은 정기적으로 자궁경부암 세포 검사,그리고 필요한 경우 HPV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정기 검사 중 이상이 발견되면 전문 클리닉을 방문해 질확대경하에 조직 검사를 받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현재 일년에 약 3000명 이상이 세포 검사와 조직 검사를 통해 암이 되기 전인 상피내암 단계에서 진단받고 있다.이런 경우 암 발생이 가능한 병소만 제거하는 원추절제술을 받아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고,원추절제술을 하더라도 임신과 출산에 큰 영향이 없다고 한다. 자궁경부암은 유전되지 않지만,생활 상태에 따라 발생 가능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머니와 딸 모두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사춘기가 되면 정기 검진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하며,예방 백신을 맞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비 여성클리닉의 정환욱 원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밝혀지면서 자궁경부암이 ‘예방 백신을 통해 예방이 가능한 최초의 암’이 될 것이라고 한다.현재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을 사용하고 있으며,우리나라에서도 곧 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도움말: 유비 여성클리닉 정환욱 원장
  • “미래형 아파트는 타운하우스로”

    “미래의 아파트는 친환경적 웰빙개념을 도입한 고급형 저층아파트로 세워져야 합니다. 특히 문화의 향기가 많은 서울 도심의 재개발 구역이나 고도제한 지역 등에는 이같은 아파트가 주변 환경조건을 살리는 미래형 대안아파트라고 생각합니다.” 환경 건축가로 잘 알려진 김원(64)씨. 지지부진한 서울 강북 도심의 주거 재개발과 관련,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징은 서울 강남의 고층아파트 형태가 아닌 저층의 고급아파트, 즉 타운하우스의 개념이다. 이웃집과 벽은 공유하지만 기존의 고층 아파트처럼 소음이나 주차 등 생활 문제가 덜하다. 김씨는 이같은 장점을 최대한 살려 최근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재개발지구에 대한 설계를 마무리했다. 건축계에서는 이를 두고 주거문화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고도제한으로 재개발 사업을 고민하는 일부 구청에서는 김씨의 설계를 벤치마킹하는 등 강북 재개발 지역의 모범답안이라는 평가다. “옥인동, 청운동, 누하동, 누상동 일대에는 조선시대 때 궁궐에 드나드는 중인들이 살면서 위항문화를 꽃피웠던 곳입니다. 특히 이상의 생가 등 근대문학의 태동지가 바로 옥인동 일대입니다.” 이어 김씨는 “각 동마다 인왕산과 북악산 조망권이 확보되도록 했다.”면서 건물구조 또한 기존 콘크리트가 아닌 철골로 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이 지역 재개발사업은 이르면 10월쯤 서울시도시계획위원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김문기자 km@seoul.co.kr
  • 대변 색깔에 숨은 ‘건강’

    대변 색깔에 숨은 ‘건강’

    음식이 위장관을 거쳐 나오는 동안 내장 기관의 온갖 정보를 담아 나오는 것이 바로 ‘똥’이다. 이 때문에 똥은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에 매우 중요한 정보원이 되기도 한다. 똥의 색깔과 굳기 등이 중요한 건강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이 ‘똥’이 말하는 구체적인 건강정보는 무엇일까? ●검은 변 자장면처럼 검고 끈적한 변을 말한다. 대부분 식도나 위, 십이지장에서 출혈이 있을 때 생기는 변으로, 피가 위장관에서 소화 과정을 거쳐 까맣게 변한 것이다. 원인 질병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상부위장관, 즉 식도나 위, 소장의 출혈이다. 따라서 검은 변이 보이면 즉시 내시경검사를 받아 출혈 원인과 부위를 찾아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변의 색이 검다고 모두 병 때문인 것은 아니다. 특히 임신 중 철분 제제를 복용할 경우 위장관 출혈이 없어도 검은 변을 볼 수 있다. ●선홍색 혈변 혈변이란 위장관 출혈에 의해 선홍색 또는 적갈색의 피가 항문을 통해 배출되는 것으로, 형태도 다양하다. 붉은 피만 보이는가 하면 핏덩어리가 보일 수도 있으며, 피가 변과 섞여 나오거나, 피가 섞인 설사의 형태를 띠기도 한다. 이런 경우 의사에게 혈변의 양상을 자세하게 설명하면 출혈의 원인을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혈변이 있을 때 확인해야 할 사항은 ▲혈변의 색깔 ▲피가 대변의 겉에만 묻어 있는가, 안팎에 섞여 있는가 ▲변의 굳기는 어느 정도이며, 배변시 힘이 드는가 ▲변비나 설사는 없는가 ▲배변 횟수에 변화는 없는가 ▲변이 급하게 마렵거나 변을 보고 나도 시원찮은 증상이 있는가 ▲배변시 복통이나 항문 주위 통증은 없는가 등이다. 이 밖에 ▲변이 묽어졌거나 배변 횟수가 증가했거나 변이 가늘어진 경우 ▲복통, 체중감소나 열이 있는 경우에도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가장 흔한 혈변의 원인질환은 치핵(치질)이며 종종 대장종양, 대장염, 대장 게실 등도 원인이 된다. 그렇다고 모든 출혈이 치핵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섣부르다. 대장 용종이나 대장암도 출혈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보이면 지체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하얀 변 대부분 담도가 막혀 담즙이 장으로 흘러 들지 못할 때 생긴다. 특히 황인종은 얼굴색 때문에 경미한 황달은 잘 알지 못하다가 변의 색이 하얗게 변한 뒤에 알게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담도가 막히면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장으로 배출되지 못해 심각한 소화장애를 일으키며, 간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줘 황달이 생기고, 간경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흰색 변은 아니지만 영·유아가 복통과 함께 변에 콧물 같은 점액이 섞여 나오는 경우는 장 중첩증이거나 맹장 주변의 병변일 가능성이 크므로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생로병사’ 대장암 분석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은 ‘암과의 전쟁, 암 정복 희망 메시지’의 제8편 ‘대장암’을 24일 오후 10시에 방송한다. 식습관이 서구화하면서 대장암은 5대 암 가운데서도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직장은 물론, 항문의 기능까지 상실하게 돼 더욱 치명적이다. 대장암은 육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서구인들에게 많이 나타나 흔히 ‘서구병’으로 불린다.75%가 환경적인 요인에서 비롯되는 만큼 생활습관을 바꾼다면 대장암 발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제작진은 대장암을 예방하는 생활습관과 식단을 공개한다.
  • “독설·욕설… 채광석의 비평이 그립다”

    “독설·욕설… 채광석의 비평이 그립다”

    “경박한 기쁨과 시시한 즐거움보다는/결연한 죽음/불타는 사랑의 죽음으로 사랑이여/우리는 묻히자”(채광석 시 ‘그러면 우리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냉혹하고도 뜨거웠던 1980년대, 채광석은 우리에게 무엇을 할 거냐고 물었다. 거친 욕설로 물었고, 시로 물었고, 삶으로 물었다. 그는 서릿발같이 늘 물었다. 경박하게 살 거면 결연히 죽어 묻히자고도 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채광석은 정말 묻혔다.1948년 7월11일에 나서 1987년 7월12일에 갔다. 꼭 39년 하루를 살았다.80년대를 달구려 뛰어다녔던 그가, 정작 달아오른 80년대의 정점에서는 사위어들었다. 경박했던 이들은 살아남았으나, 시대의 짐을 무겁게 떠멨던 그는 죽어 묻혔다. 교통사고였고, 즉사였다.20년이 지났다. 살아남은 자들은 그의 20주기를 준비 중이다. ●외국 이론 짜깁기에 안주한 문단에 ‘비수´ 채광석은 ‘문학비난가’였다.“사회모순에 등 돌린 채 외국이론 짜깁기에 안주한 문학판에 날카로운 비수를 댔던”(문병란,‘민족문학의 대로를 위한 몇 가지 생각’) 그의 시와 비평엔 늘 시퍼런 날이 서 있었다.“홰를 치고 울어 때를 알릴 생각은 접어두고, 노른자위 멀건 껍질 야리야리한 시만 기계적으로 뽑아내다 보면 항문인들 성할 것이며 폐닭이 될 날 또한 그리 멀 것인가?”(채광석 평론,‘시를 생각한다’)라며 채광석은 일갈했다. 그는 비난할 자격이 충분했다.71년 10월 위수령 발동 다음날 체포돼 40여일간 모진고문을 받았고,8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재창립을 주도했으며,‘민중적 민족문학론’을 주창하며 민중문학논쟁을 촉발시켰다.‘노동자시인’ 박노해를 발굴한 것도, 신동엽 시인에게 ‘민족시인’의 계관을 씌운 것도 채광석이었다. 늘 있어야 할 곳에 있었고, 없어도 될 곳에도 그는 있었다. 강산이 두 번 변했고, 민주화 20년째다. 생전 채광석을 ‘문학비난가’라 불렀던 사람들은 그의 독설이 그리운 때라고 입을 모은다. 동갑내기 시인 김준태는 채광석이 죽기 하루 전 광주 무등산에 함께 올라 소주잔을 기울였고, 채광석이 85년 풀빛출판사에서 시집 ‘밧줄을 타며’를 펴냈을 때 그 역시 ‘국밥과 희망’을 같이 출간했다. 김준태는 “광석이는 낭떠러지 같은 당시 현실에서 끝없이 밧줄을 타고 매달렸다.”면서 “사회양극화로 인간의 존엄성 자체가 위협받는 지금 광석이처럼 실천하는 문인은 실종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오둘둘 사건’(1975.5.22) 감방동료이자 채광석을 문단으로 이끌었던 후배 김정환은 “광석이형을 생각하면 우리도 저렇게 진지했을 때가 있었구나 되새기게 된다.”고 했다.“형은 현실을 생각할 때마다 죽은 것이 실감나지 않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채광석이 그리울수록 2007년 오늘은 더 팍팍하고, 민주화 20년의 미완성 공간은 더 도드라진다. ●노래 등 곁들여 재미있게 진행 기일인 12일 한국문학평화포럼 주최로 추모행사 ‘그 사람 채광석,20년’이 열린다.14일엔 고향 안면도에서 문학축전도 개최된다. 김정환은 “노래도 하고 시낭송도 하면서 좀 재미있게 진행해보려고 한다.”면서 “형은 원래 웃기고 잘 노는 사람이라 너무 엄숙하면 형도 재미없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주도/김윤식 지음

    잘 마신 술 한 잔은 ‘보약’이 되기도 하지만 과도한 음주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그렇기에 예부터 술은 백약지장(百藥之長)이라 불렸고, 어른에게 술 마시는 법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주선가(酒仙歌)’라는 부제가 붙은 책 ‘주도(酒道)’(김윤식 지음, 육음문화원 펴냄)는 주역과 유불선, 사상체질론까지 원용해 올바른 주도를 설명한다. 오랫동안 한학과 한의학을 연구해온 저자는 주선가를 지어 그 의미를 일일이 밝히는 형식으로 책을 구성했다. 주선가는 모두 8장 32절 256자, 사언절구 64구로 이뤄져 있다. 저자는 술의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술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책을 쓰게 됐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칼은 잘못 쓰면 흉기가 되지만 올바로 사용하면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이기(利器)가 되는 법. 마찬가지로 술도 이용의 ‘도(道)’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책은 술을 통해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한다. 마실 때와 그칠 때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항문을 강하게 수축시키면서 ‘술이 아니라 물’이라는 생각을 갖고 마시라고 권한다. 아울러 술잔에 손이 갈 때 세 번 그치고, 네 번째 손이 갔을 때 통하는 마음으로 마시는 ‘삼절일배(三節一杯)’의 지혜도 들려준다.1만 8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11) 대학문화의 변천

    ‘6월 민주항쟁’은 젊은 세대들의 문화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군사문화가 해체된 캠퍼스에는 그 전에는 허용되지 않았던 다양한 문화가 자리를 채웠다. 당시 자신의 삶보다는 사회 문제에 더 고민이 컸던 ‘386세대’들은 민중 가요와 사회과학 서적, 공동체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서클(동아리) 활동과 총학생회, 전대협 등으로 조직된 공동체 문화에 익숙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젊은 세대들의 문화는 지나치게 개인적이라고, 기성 세대가 된 ‘386세대’의 눈총을 받을 만큼 다양해졌다. 학문·창작의 자유가 꽃을 피우면서 신세대 문화는 ‘한류(韓流)’를 만들어 내는 토대가 됐다.6월 항쟁 이후 변화를 겪어 온 젊은 세대의 삶과 문화에 대해 재조명해 보았다. ●80년대 대학 ‘개인´ 없는 ‘공동체´ 지향 “학생운동 열심히 했던 사람이 회사에 취직하면 적응을 잘 못할 것 같지만 오히려 그렇지도 않습니다. 조직 생활에 익숙하고 조직의 결정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죠. 인적 네트워크도 강하고요.”(대기업 간부 A씨) “싸우면서 닮아간다고나 할까요. 당시에는 대학 문화도 군사주의가 아주 강했지요. 학번에 따라 선배와 후배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선배는 ‘아버지’가 되고 후배는 ‘아들 딸’이 되는 가부장적인 문화였지요. 성차별도 심했습니다.”(회사원 김모씨) 6월 항쟁을 겪은 ‘386세대’의 공동체 문화에 대한 현재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군사문화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당시에 비해 현재 젊은 세대의 문화에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지만 오히려 뜨거웠던 열정이 넘쳐나던 공동체 문화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현재 젊은 세대들의 개인주의적인 문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90년대 이후 공동체 무너지기 시작 1980년대 대학 문화는 저항문화이자 대안문화로서 공동체를 지향했다. 하지만 공동체 속에 ‘개인’은 없었다. 황모(39)씨는 “여러 가지 판단을 내릴 때 개인은 항상 맨 뒤였다.”면서 “제일 앞자리는 언제나 통일이나 민중 같은 거대 담론이었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학생회 조직을 만든 것은 6월 항쟁의 성과였지만 그런 조직구축이 대학 문화가 역동성을 잃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6월 항쟁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학과, 단과대, 대학으로 이어지는 학생회 조직, 그리고 각 학교 총학생회를 연결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가 생겨났다. 전국적이고 체계적인 위계 구조가 탄생하면서 전대협과 그 후신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은 학생운동을 대표하는 이름이 됐고 그와 다른 목소리는 소수의 메아리로 전락했다. “전대협이라는 정형화된 틀이 없을 때가 오히려 훨씬 많은 토론과 논쟁이 있었습니다. 위계 조직의 구심력이 강해질수록 학우들을 효과적으로 동원하긴 쉬워졌지만 지적인 다양성은 사라졌지요.” 공무원 정모(38)씨는 “80년대 이후 학생운동 주류가 된 민족해방계(NL)가 ‘공부를 안 한다.’는 비판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말이었다.”고 꼬집는다. 개인을 우선시하는 후배들이 대학에 들어오면서 80년대식 대학 문화는 한계에 부닥쳤다. 새롭게 대학에 입학한 후배들은 선배들의 문화를 낯설게 바라보기 시작했다.9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 한총련은 사실상 해체됐고 학과 학생회조차 집행부를 구성하지 못하게 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학생 없는 학생회’로 전락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제 대학생들은 학생회가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회원 활동이나 제도권 정당 당원 활동 등을 통해 사회참여 욕구를 발산한다. ●지금 대학생들 “하고 싶은 일 즐겨” “80년대는 대학 문화라는 게 존재했지만 지금은 그런 게 아예 없습니다. 세상에 무관심하지요. 신문도 안 보고 인터넷 포털에 있는 단편적인 뉴스만 봅니다.” 대학 강사 강모씨는 “예전엔 숫자는 많아도 고민은 단순했고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담지 못했다.”면서 “이제는 소명감과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즐길 줄 안다.”고 평가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대학·지식사회 위기… 답이 안보여” “1980년대 진보적 학문공동체 활동을 했던 이들이 90년대 들어 제도권에 진입하면서 대학의 비민주적 관행과 불합리한 체제를 부분적으로라도 변화시키는 노력을 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기 목소리를 잃어 버렸습니다.” 김원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14일 “지식인 사회가 지식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지배적 권력과 투쟁해야 하는 자신의 존재 기반을 제대로 고민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원인으로 “87년 이후 지식담론은 화폐와 이윤을 중심으로 재구성되고 있으며, 지식담론 생산자들도 이를 중심으로 포섭되거나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보적 학문공동체가 대학 사회와 기존 학회 등 제도권 지식사회 자체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면서 “더 나아가 진보적 학문공동체조차 제도화된 학회와 유사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학생운동과 문화운동에 대한 정치·인류학적 현장 조사로 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신진학자다.‘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1999)’,‘여공 1970, 그녀들의 반(反)역사(2006)’ 등에서 엘리트가 아닌 언저리에 있던 이들을 통해 작은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그는 “솔직히 말해 답이 잘 안보인다.”면서 “한 가지 분명한 건 ‘6월 항쟁 계승’이나 ‘미완의 87년 체제’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87년 직후 운동으로 돌아가자는 말은 98년 이후 근본적으로 달라진 한국 지식사회의 지형을 이해하는 데 장애물이 될 뿐”이라고 비판하고 “젊은 지식 생산자들이 끊임없이 자기 존재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11) 대학문화의 변천

    ‘6월 민주항쟁’은 젊은 세대들의 문화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군사문화가 해체된 캠퍼스에는 그 전에는 허용되지 않았던 다양한 문화가 자리를 채웠다. 당시 자신의 삶보다는 사회 문제에 더 고민이 컸던 ‘386세대’들은 민중 가요와 사회과학 서적, 공동체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서클(동아리) 활동과 총학생회, 전대협 등으로 조직된 공동체 문화에 익숙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젊은 세대들의 문화는 지나치게 개인적이라고, 기성 세대가 된 ‘386세대’의 눈총을 받을 만큼 다양해졌다. 학문·창작의 자유가 꽃을 피우면서 신세대 문화는 ‘한류(韓流)’를 만들어 내는 토대가 됐다.6월 항쟁 이후 변화를 겪어 온 젊은 세대의 삶과 문화에 대해 재조명해 보았다. ●80년대 대학 ‘개인´ 없는 ‘공동체´ 지향 “학생운동 열심히 했던 사람이 회사에 취직하면 적응을 잘 못할 것 같지만 오히려 그렇지도 않습니다. 조직 생활에 익숙하고 조직의 결정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죠. 인적 네트워크도 강하고요.”(대기업 간부 A씨) “싸우면서 닮아간다고나 할까요. 당시에는 대학 문화도 군사주의가 아주 강했지요. 학번에 따라 선배와 후배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선배는 ‘아버지’가 되고 후배는 ‘아들 딸’이 되는 가부장적인 문화였지요. 성차별도 심했습니다.”(회사원 김모씨) 6월 항쟁을 겪은 ‘386세대’의 공동체 문화에 대한 현재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군사문화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당시에 비해 현재 젊은 세대의 문화에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지만 오히려 뜨거웠던 열정이 넘쳐나던 공동체 문화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현재 젊은 세대들의 개인주의적인 문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90년대 이후 공동체 무너지기 시작 1980년대 대학 문화는 저항문화이자 대안문화로서 공동체를 지향했다. 하지만 공동체 속에 ‘개인’은 없었다. 황모(39)씨는 “여러 가지 판단을 내릴 때 개인은 항상 맨 뒤였다.”면서 “제일 앞자리는 언제나 통일이나 민중 같은 거대 담론이었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학생회 조직을 만든 것은 6월 항쟁의 성과였지만 그런 조직구축이 대학 문화가 역동성을 잃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6월 항쟁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학과, 단과대, 대학으로 이어지는 학생회 조직, 그리고 각 학교 총학생회를 연결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가 생겨났다. 전국적이고 체계적인 위계 구조가 탄생하면서 전대협과 그 후신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은 학생운동을 대표하는 이름이 됐고 그와 다른 목소리는 소수의 메아리로 전락했다. “전대협이라는 정형화된 틀이 없을 때가 오히려 훨씬 많은 토론과 논쟁이 있었습니다. 위계 조직의 구심력이 강해질수록 학우들을 효과적으로 동원하긴 쉬워졌지만 지적인 다양성은 사라졌지요.” 공무원 정모(38)씨는 “80년대 이후 학생운동 주류가 된 민족해방계(NL)가 ‘공부를 안 한다.’는 비판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말이었다.”고 꼬집는다. 개인을 우선시하는 후배들이 대학에 들어오면서 80년대식 대학 문화는 한계에 부닥쳤다. 새롭게 대학에 입학한 후배들은 선배들의 문화를 낯설게 바라보기 시작했다.9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 한총련은 사실상 해체됐고 학과 학생회조차 집행부를 구성하지 못하게 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학생 없는 학생회’로 전락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제 대학생들은 학생회가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회원 활동이나 제도권 정당 당원 활동 등을 통해 사회참여 욕구를 발산한다. ●지금 대학생들 “하고 싶은 일 즐겨” “80년대는 대학 문화라는 게 존재했지만 지금은 그런 게 아예 없습니다. 세상에 무관심하지요. 신문도 안 보고 인터넷 포털에 있는 단편적인 뉴스만 봅니다.” 대학 강사 강모씨는 “예전엔 숫자는 많아도 고민은 단순했고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담지 못했다.”면서 “이제는 소명감과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즐길 줄 안다.”고 평가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6월 민주항쟁’은 젊은 세대들의 문화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군사문화가 해체된 캠퍼스에는 그 전에는 허용되지 않았던 다양한 문화가 자리를 채웠다. 당시 자신의 삶보다는 사회 문제에 더 고민이 컸던 ‘386세대’들은 민중 가요와 사회과학 서적, 공동체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서클(동아리) 활동과 총학생회, 전대협 등으로 조직된 공동체 문화에 익숙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젊은 세대들의 문화는 지나치게 개인적이라고, 기성 세대가 된 ‘386세대’의 눈총을 받을 만큼 다양해졌다. 학문·창작의 자유가 꽃을 피우면서 신세대 문화는 ‘한류(韓流)’를 만들어 내는 토대가 됐다.6월 항쟁 이후 변화를 겪어 온 젊은 세대의 삶과 문화에 대해 재조명해 보았다.
  • [이두한 원장의 건강이야기] 임신과 치질

    얼마 전 배가 동산만 한 젊은 임신부가 겨우겨우 걸어서 진찰실에 들어오더니 아파서 앉지도 못하고 괴로워했다. 지금 출산이 한 달 남았는데 갑자기 항문이 부어서 아파 죽겠다는 것이었다. 임신하기 전 항문에 약간의 살이 나와 있고 배변 시 심하게 힘을 주면 조금 탈항되는 정도였지만 별로 불편하지 않아 그냥 지냈다고 한다. 임신 중에는 변비가 있어서 배변은 약간 힘을 주는 편이었지만 항문이 말썽을 피운 날은 많이 힘을 주었다고 했다. 항문을 보니 웬만한 어린이 주먹만 한 치핵이 부어서 나와 있었다. 환자가 너무 아파하고 출산까지는 도저히 기다릴 수 없어 응급 치핵 절제술을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 임신은 치핵의 많은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일시적으로 합병증을 일으켜 갑자기 몹시 아프게도 한다. 태아의 영향으로 하지 및 항문 혈류의 흐름이 원활치 않아 치핵이 생긴 임신부는 항문 혈관에 피가 엉겨 붙고 혈관이 막혀 항문이 퉁퉁 붓는 수가 있다. 또 출산시에도 과도한 힘을 주게 되면 항문이 빠지면서 들어가지 않아 고생을 많이 하는 경우도 있다. 임신 중에 치핵이 심해졌을 때는 가능하면 적극적인 치료는 하지 않고 좌욕 등으로 통증을 달래는 것이 최선이다. 임신하면 모든 약을 못 쓰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임신 후반기에는 통증이 심하면 진통제를 써도 큰 문제는 없다. 통증이 심해 보존적 요법으로 증상이 완화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응급수술을 하게 된다. 여러 연구에서 임신 후반기에는 치핵 수술을 해도 아기나 산모에게 영향이 없다는 점이 입증됐다. 다만 혈관이 막혀 부종이 심할 때는 혈액의 순환이 좋지 않기 때문에 수술 후 염증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치유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수는 있다. 임신 전에는 치핵을 미리 수술해야 하는지 논란이 많지만 증상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어 제거해야 한다. 불편함이 없으면 일단은 놔두고 보다가 임신 중에 말썽을 피우면 그때 치료하는 것이 좋다. 대항병원장
  • [이두한 원장의 건강이야기] 배변장애의 고통

    시골에 사시는 친척 아주머니는 매일 화장실에서 전쟁을 치른다. 아무리 용을 써도 변이 잘 안 나오고, 그나마 변을 다 못 본 느낌 때문이다. 뭐가 문제인가 싶어 대장내시경도 여러 번 해봤지만 별 이상이 없었다. 변이 그리 단단하지도 않았다. 수 년 전부터 증상이 시작됐는데 최근 들어 더욱 심해져 마지못해 병원을 찾았단다. 배변 조영술을 해봤더니 힘줘 변을 볼 때 질과 직장 사이의 벽이 늘어져 변이 고이고, 직장 뒤쪽 일부가 겹쳐 직장을 막고 있었다. 사람은 변을 볼 때 배에 힘을 주면 변도 밀어내지만 직장과 항문도 함께 밀려나가게 되고 직장의 각도 때문에 앞쪽으로 미는 힘도 동시에 작용한다. 이런 배변 습관이 오래 지속되면 직장이 밀려 내려오면서 중첩되고, 그 때문에 직장이 좁아져 배변을 힘들게 하며, 심하면 직장이 항문 밖으로 밀려나온다. 또 여성의 경우 직장이 질 쪽으로 늘어나 주머니 모양의 낭이 생기는데, 여기에 변이 고여 배변이 더욱 힘들어진다. 이 밖에도 항문 주위의 근육이 수축되면서 직장을 꺾어 변의 흐름을 막는 바람에 배변 장애가 오기도 한다. 또 어느 정도 배변은 되나 잦은 장운동 때문에 대장에서 직장으로 수시로 변이 내려와 잔변감이 지속되기도 하는데, 이게 바로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다. 진단은 배변 조영술로 쉽게 할 수 있다. 배변 조영술은 X-레이에 잘 반응하는 인공변을 직장에 넣고 이 인공변이 움직이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관찰하는 방법이다. 장의 어디에서 변이 막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치료는 질환별로 다른데, 장 중첩증과 직장류는 수술이 필요하다. 즉, 필요 이상으로 늘어난 부분을 절제해 주는 수술인데, 요새는 장을 자르고, 잇는 자동문합기가 있어 수술도 쉽다. 근육이 잘 이완되지 않는 경우라면 ‘생체 되먹이훈련’을 해야 한다. 근육을 이완시키는 방법을 터득하는 이 훈련으로 75% 가량의 환자가 효과를 본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인 경우에는 장의 운동을 안정시키는 약을 사용해야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대항병원장
  • 버자이너 문화사/옐토 드렌스 지음

    ‘섹스 앤 더 시티’는 성(性)에 대해 알 만큼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충격을 안겨준 드라마였다. 드라마는 여성들의 자위 기구로 알려진 바이브레이터로 칭얼대는 아기를 달랜다거나(아기 등 뒤에 바이브레이터를 대줬더니 놀랄 정도로 울음을 뚝 그치고 방글댔다), 절정에 오른 여성의 사정을 직접 보여줬다(우유를 넣은 풍선을 쏘는 등의 장치였지만 여성의 사정액이 튀어나가는 장면은 TV드라마에서 보긴 힘든 것이었다). ‘버자이너 문화사(옐토 드렌스 지음, 김명남 옮김, 동아시아 펴냄)’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의 근원’‘신비의 샘’‘즐거운 입술’‘아랫도리’‘아래쪽’‘거기’‘악마의 낙인’‘지옥의 문’…. 이 책은 이처럼 갖가지 이름으로 불리며 여전히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여성 성기에 대해 총체적으로 다룬다. 의학 문헌, 신화, 소설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중세시대 정조대부터 할례, 처녀성 검사와 같은 기괴한 풍습까지 흥미롭게 소개한다. 오르가슴·G스팟·질경련·성교통(痛)과 같은 의학상식도 설명한다. 여성 성기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기록이자 성(性)백과사전이라 할 만 하다. 아프리카 적도 윗부분에서 주로 행해지는 여성 할례(클리토리스 절제)는 성의 어두운 면이다. 음핵 포피의 일부만 잘라내는 것부터, 항문 위로 자그만 구멍만 남기고 모두 잡아 엮는 음부 봉쇄까지 할례도 여러 가지가 있다. 마취 없이 유리조각이나 면도날로 하기도 하는 할례 현장은 상상 이상으로 야만적이다. 음부가 봉쇄된 여성들은 나중에 결혼하면 신랑이 직접 칼을 휘두르거나 산파가 칼을 들어야만 한다.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성들의 할례(포경 수술)도 ‘건강’과 관련이 없다. 할례받지 않은 음경은 위생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 자위에 대한 혐오감이 깊고 할례의 전통이 있는 유대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포경 수술의 오랜 ‘유행’을 낳았다는 것이다. 1980년대 히피와 같은 공동체들은 대안적 산파술을 사용하기도 했다. 미국의 작가 앨리스 워커는 자신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산파인 이모는 내 외음부에 오일을 바르고 끊임없이 마사지를 해서 엉덩이가 열리고 질액이 흘러나오게 했다. 나는 급기야 오르가슴을 느꼈고 꼬마 피에르는 사실상 내 환희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세상으로 미끄러져 나왔다. 아기는 눈을 뜨기 전부터 평온하게 웃고 있었다.…” 해리포터가 소녀들에게 끼친 엉뚱한 성적 영향도 특기할 만하다.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완구업체 마텔 사는 2003년 ‘님부스 2000’이란 장난감 빗자루를 출시했다. 아이들이 다리 사이에 끼고 놀게 만들어진 빗자루는 원격조종이 가능한 데다 무엇보다 진동 기능을 갖췄다. 자신이 선물한 빗자루를 어린 여자 아이가 ‘완전히 탈진할 때까지’ 하루종일 갖고 논다고 불평한 사례도 있었다. 이 책의 저자 옐토 드렌스는 네덜란드의 유명한 성과학자이자 페미니스트 의사. 여성 성기라는 민망할 수도 있는 주제에 대해 저자는 시종 유머 감각을 잃지 않고 냉정하면서 차분하게 이야기한다.2만 2000원.윤창수기자 geo@seoul.co.kr그래픽 김선영기자 ksy@seoul.co.kr
  • [Seoul In] 사이버 무료 의료상담

    은평구(구청장 노재동) 은평보건소가 병·의원의 협조를 받아 ‘사이버 무료 의료상담’ 분야를 성형외과와 항문외과, 피부과, 치과 등 16개 과목으로 확대한다. 보건소 홈페이지(www.ehealth.seoul.kr)로 접속해서 메인 화면 상단의 ‘사이버보건소’로 들어오면 된다. 전문의 건강상담에서 실명 확인 뒤, 상담을 원하는 분야를 선택해 글을 게시하면 된다. 보건위생과 350-3591.
  • [이두한 원장의 건강이야기] 대장암과 가족력

    어느 날, 병원에서 스물다섯 난 젊은 여성 환자를 만났다.10여년 전부터 항문에서 자주 피가 나오고 설사도 많이 한다고 호소했다. 가족력을 살펴보니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젊어서 대장암으로 돌아가셨고, 사촌 오빠도 30대에 대장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내시경으로 들여다 보니 수많은 용종이 직장부터 맹장까지 대장 곳곳에 빈틈없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가족력이나 용종 상태로 봐 가족성 용종증으로 의심되어 유전자검사를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원인유전자가 드러났다. 가족성 용종증은 대장암 원인의 1% 정도를 차지한다. 멘델에 의해 우성 유전을 하는 가장 먼저 밝혀진 유전성 대장암이다. 이런 유전 기질을 가진 사람은 사춘기 이후부터 대장에 용종이 생기기 시작해 나중에는 수백∼수천 개의 용종이 대장 전체를 뒤덮는다.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일생 중 언젠가는 대장암에 걸리기 때문에 사춘기 이후부터 정기적인 대장검사를 통해 용종을 관리해야 한다. 이런 가족성 용종증보다 더 흔한 유전성 대장암은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이다. 전체 대장암의 5∼10%나 차지한다. 우성 유전을 하지만 가족성 용종증처럼 용종이 많지는 않다. 이런 가족력을 가졌다면 25세 이후부터 정기적인 대장검사를 통해 미리 용종을 제거하면 대장암을 예방하거나 최소한 조기 발견은 가능하다. 특히 이 질환은 대장암 이외에도 자궁내막암과 난소암, 위암, 소장의 암, 담도암, 췌장암, 유방암 등 여러 종류의 암이 한 가계 내에서 동반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질환의 진단에는 정확한 가족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한 가족 내에 3명 이상의 대장암 환자가 있고,3명 중 2명이 나머지 1명에 대하여 1대 가족 관계가 있으며,3명 중 1명이 45세 이전에 대장암이 생겼으면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유전성 대장암의 원인유전자가 상당 부분 밝혀졌다. 따라서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정기적인 대장검사와 수술을 통해 대장암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치료할 것을 권한다.대항병원장
  • [이두한 원장의 건강이야기] 나이들면 변을 왜 못 참을까

    어느 날,60대 노부인이 병원을 찾았다. 젊을 때와 달리 나이가 들수록 변을 못 참아 이제는 외출하기도 불안하다고 하셨다. 40여년 전, 시골에서 네 자녀를 출산했다는 이 할머니를 진찰해 보니 절반밖에 남지 않은 항문 앞쪽의 괄약근이 초음파에 그대로 드러났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근력이 떨어진다. 괄약근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괄약근이나 신경이 다른 원인으로 손상을 입으면 훨씬 일찍부터도 이런 증상이 나타나 변을 못 참는다. 바로 변실금 증상이다. 변실금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잘 발생한다. 이는 출산과 관련이 있다. 보통 자연출산을 하게 되면 약 30%의 산모는 정도의 차이일 뿐 항문 괄약근의 손상을 입는다. 대부분 젊을 때는 거의 못 느끼지만 나이가 들어 근력이 약해지면 증상이 나타난다. 더러는 출산 때 과도하게 힘을 주는 바람에 근육으로 가는 신경이 손상을 입어 괄약근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변을 볼 때 과도하게 힘을 주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그뿐이 아니다. 옛날에 치핵을 치료한다며 항문에 살을 썩게 하는 주사제를 놓기도 했는데, 이 약이 과도하게 들어가면 항문 괄약근도 같이 썩어 변실금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더러는 치핵 수술 후에도 변실금이 올 수 있는 것으로 아는 사람도 없지 않으나 치핵 수술 때는 괄약근에 손을 대지 않기 때문에 변실금을 초래할 리가 없다. 사실, 변실금 치료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다. 괄약근이 근래에 손상을 입은 경우라면 그나마 쉬운 편이어서 끊어진 괄약근을 이어주는 수술을 하면 된다. 결과도 좋아서 손상 직후 잘 수술하면 80∼90%는 회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손상 후 오랜 세월이 지났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런 경우에는 회복률이 50% 정도로 떨어진다. ‘생체되먹이 치료’라는 것도 있다. 괄약근을 조이는 훈련을 체계적으로 하는 것으로,60∼70%는 효과가 있다. 이것으로도 안 되면 실험적이기는 하지만 인공항문을 시술하거나 골반신경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기계를 삽입하기도 한다. <대항병원장>
  •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27)크론병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27)크론병

    계속된 설사로 5년 사이 몸무게가 15㎏이나 줄어든 김성일(가명·40)씨. 변이 묽어지더니 나중에는 복통과 설사가 일상적으로 반복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장염으로 알고 1년 동안이나 치료했지만 증세가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병원을 옮겨 내시경검사와 조직검사를 해보고서야 자신이 크론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염증으로 대장의 대부분이 심하게 헐어 있었고, 여기에 점액과 피가 엉겨 장 기능을 상실한 상태라는 사실을 알고는 망연자실해 했다. 김씨가 앓고 있는 크론병은 대장 전체에서 만성적인 염증이 진행되는 희귀난치 질환이다. 한솔병원 이동근(병원장·외과) 박사는 이런 크론병이 주는 위험이 설사와 장의 염증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크론병은 대장뿐 아니라 소장에도 염증을 유발합니다. 통상 환자의 3분의1은 소장에만 염증이 생기며,3분의1은 대장에, 나머지는 대장과 소장에 모두 염증이 나타나는데, 문제는 이 병을 가진 환자의 대장암 발병률이 정상인보다 무려 10배나 높다는 점이지요.” 지금까지 크론병은 북미와 북유럽권에서 주로 발생했다. 그랬던 것이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20∼30대에서 발병 빈도가 높다.“지난 99년만 해도 국내 크론병 환자는 1000명에 불과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으나 2005년에는 4500∼5000명으로 늘었습니다.6년만에 4∼5배가량 폭증한 겁니다.” 이 박사는 아직까지 크론병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렇지만 감염과 면역기능 이상, 유전·환경·정신적 요인 등이 작용해 발생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특히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는 것이 최근의 발생률 증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고요.” 크론병은 일단 발병하면 증상이 완화되다가도 어느 순간 재발하는 패턴이 반복되곤 한다.“염증이 장벽을 침범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배가 아프고, 설사와 장출혈이 계속됩니다. 이 때문에 빈혈과 비타민 결핍증, 탈수, 식욕부진, 발열, 체중감소 등 영양 불량상태가 계속되면서 체중이 줄게 되지요. 그뿐이 아닙니다. 설사와 복통이 계속되면서 항문 주위에 치루, 치열, 농양, 항문 협착 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렇듯 증상이 장의 한 부분에 국한돼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장 전체에 염증이 번지고, 헐게 되므로 장 천공, 천공된 장이 생살을 뚫고 나오는 누공이나 발열 같은 전신 증상이 흔하게 동반되고, 어린이는 발육장애 등 합병증으로 평생을 시달리게 됩니다.” 임상적으로 보면 치루가 약물 치료나 수술로도 잘 낫지 않고 자꾸 재발하면 크론병일 확률이 높다. 크론병 환자의 30%는 치루, 치핵, 치열 등 항문질환을 동반한다. 설사를 자주 하고 항문 주변의 상처가 잘 낫지 않으면 크론병을 의심해 봐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그뿐이 아닙니다. 크론병 환자의 30%는 한 가지 이상의 다른 질환을 갖고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것이 관절 이상인데, 전체 크론병 환자의 약 16∼23%가 관절질환을 앓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 외에도 누공, 농양, 항문협착증이 발생하며, 대장암 발생률도 크게 높이지요.” 더러는 크론병의 합병증을 엉뚱한 질환으로 오진하는 경우도 있다. 크론병이 맹장 부위를 침습하면 급성 맹장염과 증상이 비슷해 맹장수술을 하기도 하는데, 이때 잘못하면 수술 후 봉합 부위를 뚫고 장의 내용물이 흘러나와 일을 키우는 사례도 없지 않다. 또 크론병 환자가 치핵수술을 하는 경우 30%는 합병증인 창상 치료가 어렵고 이 중 일부는 항문을 제거해야 하는 부작용이 따르므로 수술 전에 반드시 대장내시경 검사를 거쳐 치핵의 발생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크론병은 병 자체도 고통스럽지만 치료도 힘들다.“일반적으로 약물치료를 우선 시행하지만 잘 낫지 않을 뿐더러 수술을 하더라도 여러번을 되풀이해야 합니다. 또 발병 부위에 따라 치료 예후도 각각입니다. 예컨대 크론병이 소장에서 나타나면 치료가 매우 어렵지만, 대장에만 발생한 경우라면 대장 전체를 절제하는 방식으로 80%의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거든요. 만약 수술이 필요없는 경우라면 꾸준히 약을 복용해 건강한 상태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입니다.” 약물치료의 경우 급성기에는 스테로이드 제제와 5-아미노살리실산, 메트로니다졸 같은 항생제를 사용하며, 항생제의 효과가 없을 경우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박사는 “크론병은 완치할 수는 없지만 치명적으로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만큼 잘 치료받으면 얼마든지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며 “치료를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려는 환자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료 중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시시때때로 되풀이되는 재발 증상. 재발 원인은 확실치 않으나 감염성 장염이나 감기 등 바이러스 감염과의 인과성이 강하며, 특히 급성은 위험도가 높아 변이 묽거나 고열, 오한이 있으며, 구토에 복통이 심해지고 배가 불러오는 경우라면 빨리 의사를 찾아야 한다.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도 만만찮다. 다행히 2002년부터 보험급여가 지급돼 환자 부담금이 외래와 입원치료 모두 20%로 낮아졌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효과적인 염증치료제로 손꼽히는 ‘레미케이드’의 경우 한번에 2∼3병을 사용해야 하는데 병당 70만원의 고가 약물이어서 보통은 사용할 엄두를 못낸다. 이 박사는 이 때문에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지금은 누공 등 증상이 심한 환자에 한해 3회까지만 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모든 환자에게 이 약물을 사용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최소한 크론병 환자에게는 회당 150만원이나 하는 소장 캡슐내시경 검사도 보험 적용을 해줘야 정확도가 20%에 불과한 현행 소장투시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지요.” 이 박사는 끝으로 이런 당부를 전했다.“모든 희귀난치병의 고통에서 헤어나기 위해서는 환자와 가족의 노력은 물론 사회와 정부의 깊은 이해와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크론병도 마찬가집니다. 모든 환자들이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어야 건강한 사회 아니겠습니까.”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몸의 독소를 빼내는 건강법

    몸의 독소를 빼내는 건강법

    글 김용원도서출판 삶과꿈 대표 우리 몸 안에 나쁜 노폐물이나 독소(毒素)가 계속 쌓여 간다면 그것은 결국 어떻게 될 것인가. 전문의사들은 그것이 생활습관병(성인병), 비만, 암 특히 근래 급증하고 있는 대장암에 직결된다고 경고한다. 2만 명이 넘는 환자들의 장(腸) 속을 내시경으로 들여다봤다는 일본의 마쓰이케 쓰네오 박사는 《몸 속의 독을 내보내는 건강법》 이라는 책을 최근 내놓았다. 마쓰이케 박사는 “장 속에 나쁜 노폐물이나 독소가 적체되어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은 현대인의 안 좋은 식사 스타일이나 가중되는 스트레스 때문에 더 그렇게 된다”고 하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입으로 들어간 음식물은 위를 통해서 장으로, 그리고 변이 돼서 항문으로 배설된다. 그 과정이 원활하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무언가 잘못돼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거나 도중에서 중단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 경우 장이 정체됐다는 의미에서 의사들은 정체장(停滯腸)이라고 부른다. 정체장은 그것만으로 병은 아니지만 정체된 데서 독소가 발생한다. 그 독소는 장 속뿐만 아니라 몸 전체로 퍼져 쌓이게 된다. 정체장은 현대인 특유의 증상인데, 변비가 며칠씩 지속되면서 피부 살결이 거칠어지고, 아랫배가 불룩해지면서 비만 효과가 나타나고, 혈액순환이 나빠지는 원인이 되면서 몸이 냉해지고, 간장에 이변(異變)이 일어나며 불안 초조해지는 심리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거나 체념할 필요는 없다. 독소가 빠지면 모든 게 해결된다. 장(腸)은 대단히 회복력이 강한 장기(臟器)이다. 흡연 때문에 시커멓게 된 폐(肺)의 세포는 그 뒤 담배를 끊었다고 해도 핑크색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장의 점막에 있는 세포는 신진대사가 활발해서 깨끗한 핑크색으로 되돌아온다.” 그러면 몸 속의 독소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빼야 하는가. 마쓰이케 박사가 제시하는 방법은 다음 다섯 가지이다. 1. 장의 대청소이다. 내시경 검사를 하려면 미리 설사약과 물을 많이 먹고 장을 모두 깨끗이 비우게 한다. 그처럼 우선 장을 대청소하는 것이다. 그런 뒤에 곧 장에 원기를 주는 비피더스균을 장벽에 붙게 해주면 좋다. 약방에서 비피더스균 제제(製劑)를 팔고 있으므로 쉽게 구입할 수 있다(우리나라 약방에서는 잘 모르고 있고, 정장제를 권한다). 그리고 그날만은 식사 대신 식물섬유가 담긴 주스를 만들어 마시면 대장은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 장의 대청소를 혼자 할 수도 있으나 의사와 상의, 지시에 따르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2. 장에 좋은 음식을 먹는다. 장이 정체되는 큰 원인의 하나는 식물섬유를 적게 섭취하는 데 있다. 식물섬유라고 하면 먼저 야채를 떠올리기 쉬우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오이나 상추의 경우는 식물섬유의 양이 적다. 콩 종류, 고구마, 해조류, 버섯, 과일, 새우, 게 등에는 식물섬유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식물섬유 외에 올리브 오일과 과일이나 자연산 꿀, 두유 등의 당분, 미네랄 워터 등이 장에 좋다. 대체로 지중해식 식사를 권장할 만하다. 3. 독소를 빼내는 주스를 마신다. 따뜻한 물 한 컵에 민트(박하) 차 티백, 생강을 조금 갈아 섞고 레몬을 짜서 넣으면 된다. 4. 장 마사지를 한다. 옆으로 누워 손바닥으로 배를 시계 방향으로 쓸어준다. 배를 쓸면서 5~10분간 심호흡을 한다. 5. 장을 편안하게 릴렉스(relax)시킨다. 요즘 사람들은 바빠서 취침시간이 늦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생활을 한다. 가벼운 산책과 운동, 간간이 차를 마시는 여유, 명상, 좋은 고전음악 듣기 등이 마음 릴렉스에 도움이 된다. 갑자기 많은 음식을 빨리 먹는 습관은 해롭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에게는 장에 독소가 덜 쌓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마쓰이께 박사가 제시하는 방법을 누구나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쁜 노폐물과 독소가 몸에 쌓이는 것이 큰 병의 원인이 된다는 의식을 갖고, 평소 식생활 등 관리하는 노력만으로도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월간 <삶과꿈> 2007.02 구독문의:02-319-3791
  • [이두한 원장의 건강이야기] 항문이 곪는다면

    항문이 아파서 의자에 앉지도, 그렇다고 서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한 환자를 자주 보게 된다. 최근 필자를 찾은 39세의 건장한 남성이 그런 경우였다. 그는 항문이 아파 어쩔 줄 몰라했다.1주일쯤 전부터 항문이 뻐근하고, 변이 꽉찬 느낌이 들었단다. 동네 의원에서 변비라고 진단해 관장을 하고, 변비약도 써봤으나 증상은 더 심해졌다. 그러더니 3일 전부터는 오한에 열까지 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진찰 결과 항문 주위의 겉모습은 아무 이상이 없었으나 직장 안을 촉진해보니 뒤쪽 깊은 곳에서 통증의 원인인 커다란 농양이 만져졌다. 초음파상에 나타난 농양은 이미 직장의 절반을 감싸고도 모자라 골반 부위까지 파고 들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패혈증까지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항문 주위에는 항문주위샘이라는 작은 관이 괄약근을 관통하여 여러 방향으로 뚫려 있다. 지금은 별 기능이 없는 퇴화된 기관으로 대개의 경우 평생 탈이 없지만, 가끔 이 관에 균이 들어가 곪으면 농양으로 발전하곤 한다. 다행히 농양이 피부 방향으로 생기면 통증은 심하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어 조기 치료가 가능하나 이 환자의 경우처럼 깊은 곳에 생기면 통증이 적어 진단이 늦어지고, 따라서 치료도 더 어려워진다. 치료를 위해서는 농양 부위를 절개하고 고름을 빼내는 것이 우선이다. 그냥 놔두면 고름이 안쪽으로 파고들어가 깊은 치루를 형성, 나중에 치료하기도 어렵고, 심하면 패혈증에 빠져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특히 당뇨가 있거나 연세가 많은 분들은 패혈증을 조심해야 한다. 배농을 하면 절반 정도는 완치가, 나머지 절반은 치루로 발전하는데, 배농 후 한달 반 정도가 지나면 치루 발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예전에는 배농을 위해 절개할 때 원인인 항문선을 같이 제거하기도 했으나 괄약근 손상이 염려될 뿐 아니라 염증 상태에서는 가느다란 항문주위샘을 찾기도 쉽지 않아, 요새는 일단 배농 처치후 치루가 생긴 경우에 한해 치루수술을 겸해 항문주위샘을 제거하는 방식을 주로 적용하고 있다.(대항병원장)
  • [이두한 원장의 건강이야기] 항문에 생기는 암

    “항문에도 암이 생겨요?” 3년 전 여름, 전남 고흥에 사는 71세의 할아버지 한 분이 병원을 찾았다. 곪은 치질이 잘 낫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조그만 뾰루지 같은 게 생겨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점점 커지고 진물이 나기 시작했다. 가까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봤지만 종기는 자꾸 커지기만 하더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전혀 아프지는 않다고 했다. 진찰을 해보니 항문 입구가 엄지손톱만큼 헐었고, 종기는 단단했다. 항문 종기는 농을 빼내고, 좌욕을 하면 상처가 작아지는데 점점 커진다는 것은 좋아보이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조직검사 결과는 항문 상피암이었다. 항문암은 주로 겉 부분에 생기는데, 항문 안쪽 깊은 곳은 직장과 같은 장 점막으로 덮여 있고, 안쪽 2㎝ 이하 부분은 피부상피로 덮여있어 장암과 피부암이 모두 생길 수 있다. 또 항문 주위의 괄약근에도 암이 생길 수 있다. 더 특이한 것은, 항문에는 항문 안쪽에서 항문 주위 피부로 구멍이 뚫려 염증이 생기는 치루라는 질환이 있는데,10년 이상 치루관 안에서 염증이 계속 되면 여기에서도 암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항문암은 드물기도 하지만 모습도 약간 헌 듯하고, 통증도 없어 대개 염증으로 알거나, 긁혀서 상처가 난 걸로 오해하기 쉽다. 항문암은 피부에 생긴 것과 장 점막에 생긴 것, 근육에 생긴 것으로 분류하는데, 피부암은 방사선을 쪼이면 매우 잘 죽기 때문에 항문을 절제하지 않고 방사선 치료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다. 장 점막에 생긴 암은 일반 직장암처럼 수술 후 부수적으로 방사선이나 항암요법을 쓴다. 근육암도 반드시 수술로 암조직을 절제해 내야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암이 그렇듯 완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과 치료이다. 물론 항문이라는 게 직접 볼 수도 없고, 또 남에게 덥썩 보여줄 수도 없는 곳이긴 하다. 그러나 작더라도 단단한 것이 만져지고 조금이라도 피가 난다면 서둘러 전문의를 찾아보는 것이 현명하다.대항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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