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철도’ 국내 교통혁명 이끈다
◆올 고속철 부분개통… 교통망 어떻게 변하나
올해 국내 교통망 변화중 가장 큰 ‘이슈’는 철도가 21세기 교통혁명의 새로운 주자로 떠오른다는 것이다.고속철도가 오는 12월 개통되기 때문이다.고속철도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반면 항공 이용객은 급감,노선이 폐쇄되는 현상이 늘어나며 고속도로 건설 또한 포화상태에 이르러 신규계획은 한계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철도는 날고 비행기와 고속도로는 기는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속철 개통과 삶의 변화
올 12월이면 서울∼대전 구간 고속철도가 우선 개통된다.내년 4월에는 경부선과 호남선 구간에도 고속철이 개통되는 등 그야말로 ‘꿈의 철도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철은 획기적인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서울에서 대전까지 40분만에 주파,출퇴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또 서울∼부산은 2시간56분이 소요된다.
전문가들은 올 12월 이후의 국내 교통문화는 고속철도를 중심 축으로 ▲일반 철도 ▲고속버스 ▲일반 시외버스 등과 연계되는 새로운 교통망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또 고속철도 개통으로 고속도로와 국도는 매일 승용차 3만 3000대,버스 8000대 운행감소를 가져와 이로 인해 자연환경 및 교통환경이 쾌적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건설교통부 김세호(金世浩) 수송정책실장은 “고속철 개통으로 주거문화와 여가생활의 패턴은 물론이고 교통과 물류수송 분야에 있어 획기적인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이에 따른 당국의 교통과 수송물류 정책 등도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김 실장은 또 “우리보다 고속철도가 먼저 개통된 프랑스와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 서울과 대전간은 완전히 출퇴근 개념의 통근거리로 바뀐다.”면서 고속철 개통으로 국내 항공노선망도 잠식당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바빠진 철도 개량사업
올해 안으로 선릉∼수서 전철복선과 송정리∼목포 철도복선,조치원∼제천 전철화,천안∼조치원 전철화 등 4개 철도노선 개량사업이 완공된다.또 울산∼포항 전철과 진주∼광양 철도,원주∼제천 전철,소사∼정왕 전철 등 단선으로 운영돼온 4개 철도노선의 복선화가 시작된다.여기에 올해 투입되는 예산만 1712억원이다.
건교부에 따르면 분당선 선릉∼수서간 복선전철은 상반기중 완공되며,현재 운행중인 수서∼오리구간과 연결돼 분당신도시 및 인근 주민의 교통불편을 덜어준다.1968년 시작된 호남선 복선화 사업의 마지막 구간인 송정리∼목포 철도는 하반기에 완공된다.이럴 경우 서울∼목포간은 기존보다 16분 빨라진다.조치원∼제천과 천안∼조치원 전철화 사업은 올해 말 끝나 경부선과 충북선,그리고 중앙선을 연결하는 순환 전철망을 구축,물류수송의 발전을 가져오게 된다.
또 올해 신규 착공하는 울산∼포항구간 복선화사업은 경부고속철과 연결운행이 가능해져 운행시간이 크게 단축될 전망이다.이럴 경우 서울∼울산과 서울∼포항은 현재 4시간54분과 5시간5분에서 각각 3시간7분과 3시간20분으로 운행시간이 줄어든다.
특히 올해에는 광복 이후 처음으로 장거리 철도신설 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다.건교부는 오는 7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될 경우에 대비해 원주∼강릉간 150㎞의 철도신설공사계획을 준비중이다.이럴 경우 서울∼강릉간이 7시간대에서 무려 2시간5분대로 대폭 줄어들어 수도권과 영동지역을 잇는 교통물류망에 일대 혁명이 일어난다.건교부는 또 성남∼여주간 신설노선 철도사업을 위한 기본설계에 이미 착수했다.
●외면받는 국내 항공망
건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공항 이용객 감소율이 전년에 비해 목포(-65%),사천(-3.3%),여수(-28%),김해(-10.8%),광주(-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중앙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대전∼진주간 고속도로 개통 등 육상교통 여건이 개선되면서 하늘의 승객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이에 따른 노선폐쇄도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하루 평균 탑승객이 정원의 20%(30명)를 밑돌자 지난해 7월 예천∼서울 노선을 폐쇄했으며 대한항공도 서울∼군산간 노선 탑승률이 10%에 그치자 지난해 5월 여객기 운항을 중단했다.사천공항도 대전∼진주 고속도로 개통으로 승객이 크게 줄어들자 운항 편수와 비행기 규모를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을 했으나 탑승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대한항공은 또원주∼부산,서울∼예천,부산∼목포 등의 노선을 지난해 모두 폐지했다.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속철이 개통될 경우 노선폐쇄 상황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면서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별다른 묘안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각 지자체별로 항공수요를 창출할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문기자 km@kdaily.com
◆盧당선자의 철도공약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대선기간 중 크게 다섯가지 철도사업을 공약사항으로 내걸었다.경부선 천안∼조치원(32.7㎞),장항선 장항∼군산(17.1㎞),충북선 조치원∼봉양(115㎞)의 복선 전철화,동해남부선 부산∼울산(72㎞),경부선 수원∼천안(55.6㎞) 복선화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충한다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건교부에서 이미 추진중인 사업들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매우 높다.장항선의 경우 2006년 완공예정으로 총사업비 3000억원을 들여 현재 공사중(15%)에 있다.경부선 천안∼조치원 구간은 총사업비 1071억원을 투입,총공정 66%를 보이고 있다.총사업비 2636억원을들이는 충북선 조치원∼봉양간 전철화사업은 현재 79%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경부선 수원∼천안간 2복선화사업이 2004년 완공예정이며 동해남부선 부산∼울산간 복선 전철사업은 총사업비 5832억원을 들여 올해 착공,2010년에 완공한다.
◆원주~강릉 철도 신설되면
올 7월 제21회 동계올림픽의 유치지가 강원도 평창으로 확정되면 오는 2009년 원주∼강릉간 철도가 신설·개통돼 수도권과 강원지역간 교통 및 물류시스템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원주∼강릉간 철도연결 총사업비는 3조원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원주∼횡성∼둔내∼평창∼진부∼강릉에 이르는 150㎞ 구간이다.
원주∼강릉간 철도가 신설되면 서울 중앙선이 영동선으로 연결돼 서울∼강릉간이 현재 6시간15분에서 2시간5분으로 단축된다.수도권과 동부간 횡축으로 철도망을 구축,낙후된 강원지역 개발촉진이 기대된다.특히 오대산·설악산권 관광자원 개발이 활성화되며 기후에 관계없이 전천후 수송수단을 확보하게 된다.영동으로 향하는 여름 휴가철 교통난 해소는 물론이고 겨울철 눈꽃관광도 더욱 편리해질 전망이다.
건교부는 당초 동해권 물류수송의 수도권 직결화를 위해 지난 96년 서울대 공학연구소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한 바 있다.또 97년 4월부터 99년 12월까지 횡성∼강릉간 노반 기본설계를 이미 시행했으며,기본구간에 대해서는 2000년 3월부터 8월까지 교통개발연구원에 의뢰해 타당성을 점검하기도 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동계올림픽 유치와 관계없이 원주∼강릉간은 이미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중에 있다.”면서 “경부·호남 고속철도와 함께 수도권과 영동을 잇는 새로운 교통망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항공대책
건교부는 21일 국회 건설교통위 현안보고에서 고속철도 개통으로 서울∼대구 항공수요가 65%,서울∼부산은 2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아울러 지방공항 활성화대책도 보고했다.그러나 이렇다 할 묘안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건교부 항공정책심의관실에서는 우선 동남아,중국,일본 등 인근 국가와의 지속적인 항공회담을 통해 중단거리의 지방∼국제노선을 적극 유치한다는 전략이다.또 부산과 강원 등 각 지자체별로 ▲외국 항공사를 상대로 지방공항 설명회 등을 개최,신규 취항을 적극 유도하며 ▲단체장의 외국방문시 교통부 등 항공당국을 방문,노선개설 협조요청 등을 적극 권장할 계획이다.이와 함께 공항시설에 대한 사용료 감면혜택 등을 통해 항공수요를 늘릴 계획이다.적자노선에 대한 항공사 보조제도를 실시하는 방안도 강구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200인 이상 대형기 위주로 돼 있는 국내 항공정책을 재검토해 중·소형기를 도입하고 운항노선을 확대하는 등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외국 도시는 어떻게 하나
얼마전 중국의 옌지(延吉)시장은 건교부를 방문,백두산 겨울상품을 내걸고 정기노선을 취항해달라고 적극 요청해왔다.베트남과 필리핀 등의 항공관계자도 특정 지방공항의 증편취항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도 공항이 있는 현(縣)의 지사들이 수시로 건교부를 방문,국제노선 개설 또는 전세편 운항 등을 요청하는가 하면 항공사에 대한 착륙료 감면과 관광회사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모든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