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정책 투약」 평양효험 가시화/노 대통령 방중 무엇을 남겼나
◎핵문제 등 영향력 높여 조기개방 촉진/한·중·북한 3각경협기구 구체화 성과
노태우대통령은 3박4일에 걸친 중국공식방문을 통해 6공화국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북방정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노대통령은 우선 동북아 평화와 안정의 불안요소인 북한문제,특히 북한핵문제를 정상회담의 최대 의제로 상정,양상곤 중국국가주석으로부터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한 진정한 평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우리 입장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동북아지역 평화정착의 기틀을 다졌다.
노대통령은 또 29일 내외신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 중국측에 어떤 역할을 주문했으며 또 그에 대한 중국측의 태도가 어떠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중국은 남북 모두와 친밀한 수교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의 의미있는 진전을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다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답해 양주석으로부터 북한문제의 해결을 위한 모종의 언질이나 약속을 받아냈음을 시사했다.
이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공개적인 압력을 행사하는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는 했지만 앞으로 막후에서,그리고 최소한 「권유」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그 영향력이 정도에 따라서는 우리 북방정책의 궁극적 목표인 「평양 개방」이 예상보다 일찍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노대통령이 북한핵문제가 해결되면 경제협력을 제공할 의사가 있음을 최고정부당국자로서는 최초로 천명한 사실과 또 북한의 대미·대일 수교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중국의 대북 영향력의 정도를 높이자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사이의 각종 대화석상에는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일 가능성이 크며 한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협력사업에 있어 북한의 참여가 직·간접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노대통령의 방중 성과는 경제협력면에서도 괄목할만 하다.
한국과 중국은 노대통령의 중국방문기간동안 과학기술협력협정과 경제·무역·기술공동위 설치협정을 새로 체결했고 민간협정으로 돼 있던 무역협정과 투자보장협정을 정부간 협정으로 격상시켰다.
또 상사중재협정의 연내 체결에 합의했고 이중과세방지협정,항공협정,해운협정의 조속한 체결에 의견일치가 이루어졌다.
양국 각료회의의 정례화와 해저 광케이블 설치에 합의했으며 대륙붕 경계,해양석유개발,어업협력등에 있어서도 빠른 시일내에 해결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노대통령은 현재 입찰중이거나 앞으로 입찰 예정인 한국기업들에 대한 호의적 배려를 중국측에 요청했고 중국측은 한국기업들에 대한 수출의무비율 완화,직접투자 허용,세제 혜택등을 약속했다.
중국측은 제8차 5개년계획(91∼95년)에 한국기업의 참여를 필요로 하는 23개 산업목록을 제시했다.
노대통령의 이번 중국방문에는 우리의 대외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기획원 대외경제정책조정실및 외무부 실무자들이 다수 수행,중국측과 실질협력문제를 광범위하게 재검토한 사실로 미루어 앞으로 한국 중국 북한 등 3개국이 참여하는 동북아 3각경제협력기구 설치등 굵직한 후속 조치들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노대통령과 양주석,강택민 당총서기,이붕 총리등 중국 고위지도자들과의 회동에서는 EC,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등 세계경제의 블록화 추세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이 자리에서 이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그리고 북한의 경제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중국의 요청으로 양국간의 경제협력기구 참여범위를 북한에까지 확대시키기로 합의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양국 정상급 지도자들간의 대좌에서는 이밖에 점차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일본의 군사력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져 양국간 군사분야에서의 협력이 타진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중 양국은 과거 일본의 침략으로 피해를 입었을 뿐아니라 아시아의 맹주자리를 일본에 넘겨줄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동북아국가 가운데 가장 일본과 이웃해있는 한국과 군사분야 제휴를 전혀 도외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이필섭 합참의장의 북경에서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노대통령의 중국공식방문은 한국으로서는 정치·경제등 모든 면에서 북한의 유일한 보호자인 중국으로 하여금 보다 객관적 시각에서 남북한을 보도록 함으로써 지금까지의 중국의 대북한 경사를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