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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당 세력분화 새 국면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당 진로를 ‘평화개혁세력 대통합’으로 잠정 결론짓고 내년 2월14일에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17일 서울 발산동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회의에서 의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취합한 뒤 이같이 방향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는 사실상 당의 발전적 해체를 통한 통합신당을 추진하기로 한 셈이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정통성 있는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당 사수파와의 본격적 격돌이 예상된다.●당 진로 ‘평화개혁세력 대통합’ 회의결과를 브리핑한 박병석 비대위원은 “설문조사 결과 당 진로는 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월등히 많았고 비대위도 거의 의견접근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평화개혁세력은 기존 정당을 초월해 전문가 그룹과 시민단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박 비대위원은 설명했다. 그는 “새 지도부는 의총에서 합의 추대를 전제로 전대에서 추인받는 게 좋다는 주장이 압도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비대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늘 발표를 두고 통합신당으로 간다고 못박아 해석하면 곤란하다. 전대 날짜·장소만 정해졌을 뿐 성격이나 준비위에 대해서는 향후 비대위에서 더 논의해야 한다.”며 비대위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어 격론이 오갔음을 내비쳤다. 비대위는 예산안이 통과돼서 본회의가 종료되는 시점에 의원총회를 열고 구체적 내용을 결론 짓기로 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139명의 의원 중 85명이 응해 약 60%의 참여율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근태 의장은 ‘우리는 결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원 서신을 통해 “평화와 번영, 개혁의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여기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 기득권을 버리고 반한나라당 전선을 세워야 한다.”며 범여권 통합의 명분을 거듭 강조했다.●친노,‘12·19’세 규합 비대위의 결론에 대해 친노 진영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참여정치실천연대 상임대표인 김형주 의원은 “설문조사가 전수조사가 아닌 한 이번 결정은 의미가 없다.”고 못박은 뒤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설문에 불참한 데다 의총에서 당 진로를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처음처럼’ 소속의 최재성 의원은 “명백한 지도부의 반칙”이라면서 “비대위에서 전대준비위원장을 임명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비대위의 결론을 반박했다. 그동안 목소리를 자제해온 재선그룹의 김영춘 의원은 “선(先) 리모델링 후 시민사회까지 포괄, 대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전당대회가 ‘자폭’의 장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친노 진영은 ‘국민참여 1219’가 19일 주최하는 ‘참여포럼’의 릴레이 토론회를 통해 결집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안희정씨가 사면 이후 첫 공개석상에서 ‘12·19정신의 계승과 발전’을 주제로 강연한다.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과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을 역임한 이기명씨도 발제자로 나선다. 노사모는 오는 30일과 다음달 1일 ‘금강산 해맞이 행사’를 계획 중이다.구혜영 나길회기자 koohy@seoul.co.kr
  • 우리당 ‘헤쳐 모여’ 본격화 할듯

    열린우리당 진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당내 일부 중도성향 의원들이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를 공식선언한 데 이어 내년 1∼2월 개최될 전당대회를 놓고 대립 중인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의 갈등에 ‘중도파’가 중재안을 들고 양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문희상·배기선·원혜영·유인태·이미경 의원 등 중진들이 참여하는 ‘화해와 소통의 광장’과 초·재선의원 모임인 ‘처음처럼’이 중심이 된 중도파는 14일 모임을 갖고 의원들 66명이 서명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현 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회가 빠른 시일 내에 전당대회 일정을 확정하고 전대 준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또 비대위와 전대 준비위가 중심이 돼 전대의 성격·형식에 대한 당내 합의를 이끌어내자고 주장했다.‘선(先) 전대 준비위 구성, 후(後) 타협점 모색’의 형식이다. 이들은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 모두를 비판했다. 통합신당파 일부를 겨냥해선 “조급한 통합논의나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고, 당 사수파에겐 “현 시점에서 비대위는 당 지도부이며 비대위 해체 주장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이들은 또 “전대에서 새 지도부를 합의 추대하길 강력히 희망한다.”며 새 지도부의 권한 강화를 위해 필요시 당헌·당규 개정 추진도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임 결과를 브리핑한 오영식 의원은 “서명에 참여한 66명 외에도 상당수 의원들이 성명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통합신당인지 재창당인지 전대 성격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강경 입장이 우세한 ‘민주평화국민연대’, 중도보수 성향의 ‘희망21포럼’과 ‘실사구시’ 및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 등에 소속된 의원 28명이 중도파 서명에 참여해 주목된다. 한편 당내 상당수 중도성향 의원들은 내년 전당대회가 통합신당을 결의하는 자리가 되지 않으면 선도 탈당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향후 여당 내 정계개편 움직임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구혜영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사설] 與, 신당 지향점 명확히 해야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주말 기자간담회에서 “열린우리당에서 통합신당 논의들이 무성했지만 그 실체에 대해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말해준 사람도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정운영에 있어 핵심 직책이다. 비서실장이 실체를 모르겠다면 일반인은 오죽할까. 그런데 실체가 불분명한 유령을 놓고 서로 잡아먹을 듯 여권 내부가 으르렁거리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엊그제 당원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이병완 실장과 비슷한 언급을 했다. 통합신당의 정체성과 참여세력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궁금하면 알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남도 아닌 여당이 하는 일을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비판, 반대부터 하는 것은 아무리 당정분리라지만 무책임하다. 노 대통령은 “민주당이나 특정인물이 통합의 대상으로 거론될 뿐”이라고 말해 특정인을 대선 후보로 추대하려는 지역당으로 통합신당을 격하했다. 김근태 의장을 필두로 한 열린우리당 지도부 역시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민주·평화·개혁 세력의 대통합을 이루겠다고 하지만 기준과 지향점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내놓은 것이 없다. 대통령조차 납득시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의 이해를 얻으려 하는 건가. 통합신당을 하고 싶으면 신당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 여권 내 공감대부터 확립하는 게 옳은 순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지지율이 너무 떨어져 내년 대선과 내후년 총선에 불리하니까 당간판을 바꿔보겠다고 솔직히 털어놓는 편이 낫다. 당 지도부는 설문조사를 연기했으나 신당은 계속 밀어붙일 태세고, 친노(親盧) 진영은 전체 당원의 뜻을 묻는 전당대회로 결판짓자고 맞서고 있다. 절차문제로 대립을 빚지 말고, 토론을 통해 신당의 정체성을 수렴하는 과정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나마 국민들의 짜증을 덜어주려면 실체가 불확실한 신당을 둘러싼 삿대질을 당장 끝내야 한다.
  • [오일만 기자의 여의도 프리즘] 고건 ‘지지율 3위’ 돌파구 2일 ‘新黨승부수’ 던질까

    [오일만 기자의 여의도 프리즘] 고건 ‘지지율 3위’ 돌파구 2일 ‘新黨승부수’ 던질까

    줄탁동기( 啄同機).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의미다. 선종(禪宗)의 공안 가운데 하나다. 10·25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여권은 다시 정계개편의 회오리에 휘말리는 분위기다. 범여권 통합론이 기세를 올리는 요즘 고건 전 총리는 측근들에게 ‘줄탁동기’라는 말을 즐겨 쓴다고 한다.‘병아리(정계개편)’를 ‘알(정치권)’에서 꺼내기 위해서 자신이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고 전 총리는 요즘 분명 심경의 변화를 겪는 것 같다. 당초 그가 기대했던 ‘범여권 추대’ 구상은 이미 물건너 가는 분위기다. 그를 둘러싼 정치적 지형은 시시각각 불리하게 돌아간다. 측근들 사이에서도 뭔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자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팽하다. 고 전 총리는 ‘돌다리를 두들기고도 건너지 않는다.’는 인물로 유명하다. 좋은 말로 신중하지만 결단력이 없다는 의미도 된다.‘기다림의 달인’으로 불리는 고 전 총리에게 드디어 승부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고 전 총리의 결심이 최근 ‘신당 창당’으로 기울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측근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고 전 총리는 조만간 ‘고건 신당’의 움직임을 시작하면서 여권을 향해 ‘제3지대 통합론’을 던질 가능성이 크다. 일종의 ‘헤쳐모여식 여권 통합’의 구상이다. 최종 목표는 지론인 ‘중도개혁세력 통합’이지만 일종의 전술적 노림수 성격이 강하다. 그는 그동안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내부의 지지 그룹과 물밑접촉을 갖고 이들의 의견을 청취해 왔다고 한다.“지리멸렬한 여권의 통합을 위해선 구심력을 가진 독자적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측근들의 충고였다. 움직이는 시기는 오는 2일이다. 청주에서 열리는 ‘미래와 경제’ 포럼에서 1차로 ‘애드벌룬’을 띄운다는 복안이다. 내부적으로 정기국회가 끝나고 북핵 위기가 가라앉는 연말쯤으로 창당 시기를 잡아놓고 있다. 고 전 총리의 최대 위기는 ‘거품’이 꺼지면서 다가왔다. 지난 9월까지도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수위를 달렸지만 한반도 북핵 위기가 몰려오면서 ‘붙박이 3위’로 전락했다. 그동안 실체보다 ‘고평가’돼 왔다는 정치시장의 반응일 수도 있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 민심’의 기류도 심상치 않다. 민주당이 호남 ‘맹주’로 복귀했고 햇볕정책에 부정적인 고 전 총리를 겨냥하듯 김대중 전대통령은 ‘햇볕정책 사수’을 외치며 호남 민심을 결집 중이다. 고 전 총리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 형국이다. 정치적 자산인 ‘통합의 리더십’과 ‘관리형 CEO’의 이미지가 혼돈의 ‘난세’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그로서 아픈 대목이다. 최근 ‘불도저’의 이미지를 지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상종가를 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할 것이다. 그가 쌓아 놓은 ‘균형과 통합’의 이미지와 새롭게 요구되는 ‘강력하고 창조적인 리더십’의 어느 선에서 대권의 좌표를 설정할지 두고 볼일이다. oilman@seoul.co.kr
  • 동아제약 ‘父子 경영권분쟁’ 재연되나

    강신호(79)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으로 있는 동아제약이 부자(父子)간 경영권 분쟁에 다시 휩싸일 조짐이 감지된다. 동아제약은 국내 1위 제약업체다. 이 회사의 강정석 전무(영업본부장)는 11일 주식시장에서 동아제약 주식 1557주를 사들였다. 이로써 강 전무의 지분율은 0.47%에서 0.49%로 늘었다. 강 전무는 강 회장의 넷째아들이다. 그가 갑자기 주식을 사들인 데는 아버지인 강 회장의 ‘황혼 이혼’과 맞물려 경영권 방어의 성격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 회장은 아들이 넷이다. 장남 의석씨는 건강이 좋지 않다. 둘째 문석씨는 계열사 수석무역 대표다. 셋째 우석씨는 선연 대표, 넷째 정석씨는 동아제약 전무다. 이 중 첫째와 둘째만 최근 합의 이혼한 박정재(78)씨와의 사이에서 난 아들이다. 당초 후계자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이는 둘째 문석씨. 강 회장은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되면서 2004년 1월 둘째아들에게 전격적으로 동아제약 사장을 맡겨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실적 부진을 이유로 곧바로 경영권을 회수했다. 이에 맞서 문석씨는 곧바로 동아제약 지분을 상당량 사들여 경영권 분쟁에 신호탄을 쐈다. 하지만 결과는 아들의 패배. 문석씨는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이후 강 회장은 공사석에서 차남 문석씨를 후계 구도에서 배제할 뜻을 분명히 했다. 대신, 강 회장은 막내아들 정석씨를 중용했다. 네 아들 가운데 현재 동아제약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이는 정석씨뿐이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강 회장이 2년여를 끌던 부인과의 이혼소송을 매듭지음에 따라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강 회장과 넷째 정석씨가)경영권 방어에 나선 것 같다.”고 분석했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시·도의회의장협 회장에 박주웅 서울시의회 의장

    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3일 서울시의회에서 정기회를 열고 협의회 회장으로 박주웅 서울시의회 의장을 추대했다. 박 의장은 서울시 자치구 의회의장 협의회 회장, 전국기초의회 15개 시·도 대표의장단 수석고문, 제6대 서울시의회 부회장을 역임했다.박 의장은 “협의회가 지방정책 생산의 산실로서 지방자치의 중심축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세미나와 토론회를 통해 공공정책과 관련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박원 광주시의회 의장, 김문규 충남도의회 의장, 김병곤 전북도의회 의장, 박판도 경남도의회 의장이 각각 부회장에 선임됐다.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홀대받는 전통문화

    홀대받는 전통문화

    ‘전통문화 명인전, 명인과 후원회가 함께 살렸다.’ 행사 비용 등 예산이 마련되지 않아 무산 위기에 처했던 한 전통문화 전시회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문화예술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음달 1∼20일 경기도 일산 한국국제전시장 킨텍스(KINTEX)에서 열리는 ‘2006 대한민국 대한명인전’.23일 사단법인 대한신문화예술교류회(이하 교류회)에 따르면 우여곡절 끝에 이 전시회 일정이 확정되었고 공예·도자·회화·탈춤·판소리 등 전통문화분야의 명인 80여명과 그들을 돕는 100여명의 교류회 회원들이 들뜬 마음으로 관람객을 맞을 본격적인 채비에 나섰다. ●‘명인들 결국 한자리에’ 교류회는 전통문화를 계승·발전·후원하기 위해 2004년 11월 문화계·교육계·재계 등에 종사하는 일반인들이 모여 설립한 단체. 지난해 10월부터 전통문화를 올곧게 이어온 분야별 숨은 명인(名人) 발굴에 나서 지금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94명을 ‘대한명인’으로 추대했다. 교류회는 ‘대한명인’ 추대와 함께 이들의 작품과 공연을 한자리에서 펼침으로써 후원기금을 마련하는 전시회를 추진하게 됐다. 마침 대규모 행사를 준비 중인 전문기획사와 협의해 본행사의 일부로 명인전을 열도록 돼 있었으나 지난 6월 행사가 취소되는 바람에 명인전도 불발 위기에 처했다. 기획사를 통해 책정된 대관·운영비 등이 비싸 자체적으로 전시회를 진행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시회 취소 소식을 들은 명인들은 상심이 컸다. 교류회 회원들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던중 회원들의 입소문을 타고 “우리끼리라도 뭉쳐서 전시회를 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교류회측이 전시장측과 만나 의논한 결과, 관리·운영비를 먼저 내고 대관료는 향후 관람료 수익의 20%를 지급하는 선에서 합의에 이르렀다. ●“명인들 도와 전통 계승” 교류회측이 돈을 모아 운영비를 냈다는 소식에 명인들도 십시일반, 힘을 보태고 있다. 교류회 유세규 자문위원은 “우리가 선정한 명인들은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등 정부 지원을 받는 분들이 아니라서 더욱 후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처음으로 마련한 전시회가 명인들과 후원회의 협력으로 열리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교류회는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회원을 늘리는 등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올 10월 열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명인들의 작품집을 전시하는 등 해외전시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벤처1호 메디슨 무슨 일이?

    “직원들이 피땀 흘려 살려 놓은 회사를 남의 손에 넘길 수는 없습니다.” 부도의 아픔을 딛고 4년여 만에 회생에 성공한 ‘벤처 1호’ 메디슨이 축배를 들기도 전에 간곡한 호소에 나섰다. 경영권을 거머쥐려는 칸서스 사모펀드의 야욕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메디슨 지분 22.1%를 가진 칸서스는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해도 상호 협력하는 동반자였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 21년 전, 메디슨은 ‘초음파 진단기’ 생산을 목적으로 출발했다.43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벤처업계의 ‘신화’를 이룩했지만,2000넌 이후 적자를 거듭하다 2002년 부도 판정을 받기에 이른다. 역사는 여기서 시작됐다.2003년까지 대부분의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고, 공장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에 ‘올인’했다. 연 1000억원대 적자를 내던 회사는 지난해 매출 1700억원대, 순익 500억원의 알짜로 탈바꿈했다.3800억원에 이른 채권도 모두 갚았다. 군인공제회, 사학연금, 하나은행 등으로 구성된 ‘토종사모펀드’ 칸서스는 지난해부터 투자자로 참여했다.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을 장외 매입했다. 메디슨측은 “외국계 펀드도 아니고 경영권도 보장해 준다고 해 믿고 넘겼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문제는 법정관리 종결 효력이 발생된 직후인 지난 3일. 첫 이사회에서 칸서스측이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추대하고, 상근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의 역할도 재경뿐 아니라 기획·전략·인사 등으로 확대시켰다. 지분 확대가 자연스레 경영권 확장으로 이어진 셈이다. 칸서스는 “법원 승인아래 선임된 이사들의 적법한 결정”이라고 반박했지만 메디슨은 “경영권을 확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실제로 메디슨측도 임원 선임 등이 ‘합법적’이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신용보증기금 등 나머지 주주들의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지 지켜볼 일이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한나라 4개그룹 의원들 독자 黨대표후보 내기로

    한나라당의 4개 그룹 소속 의원들이 7일 국회에서 만나 다음달 열릴 예정인 전당대회(전대) 원칙과 독자적 당 대표 후보를 내기로 해 주목된다. 이날 모인 의원들은 개혁성향 소장파 의원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의 대표 박형준·원희룡·권오을 의원, 중도성향의 푸른정책연구모임의 임태희·권영세 의원, 비주류 의원 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의 대표 심재철·박계동 의원, 초선의원 모임인 초지일관 소속 진영·박재완 의원 등이다. 한나라당 의원모임 가운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룹은 다 모인 셈이어서 전대를 앞두고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날 모임에서 7월11일 개최하기로 잠정 결정한 한나라당 전대가 당 변화·혁신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이어 이번 전대가 ▲미래지향적·개혁적 지도부 구성 ▲대리전 양상 지양 ▲당내 지역주의 타파 ▲미래 국가경영능력을 보여줄 축제 등의 원칙 아래서 열려야 한다고 합의했다. 특히 4개 계파와 일부 당원협의회 위원장(옛 원외위원장) 등과 연대, 범중도개혁세력 가운데 독자적 전대 후보를 내기로 했다. 만약 독자후보를 추대할 경우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힌 중진 의원들과의 대결이 예상된다. 그러나 후보 압축 과정에서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참석한 의원들은 소속 그룹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8일 공식성명서를 내기로 했다. 이날 참석한 한 의원은 “오늘 합의한 원칙에 공감하는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외연을 넓힐 계획”이라며 “독자후보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다음주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 현지 대담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 현지 대담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은 “한국은 인도의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라면서 “포괄적 경제파트너 관계 등 기술·지식협력의 확대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뉴델리 인도 대통령 궁 ‘라스파티 바반’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칼람 대통령은 지난 2월의 한국 방문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분단국가의 평화적 통일 노력에 지원을 보낸다고 밝혔다. 이정옥 대구 가톨릭대 교수(사회학)와의 대담을 간추린다. ▶지난 2월 초 눈발이 날리던 날 인도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눈 덮인 산야에서 한국인들이 흘린 땀방울(Sweat in the Snow)을 보았다. 연세대에서 만난 교수와 학생들, 대덕 연구단지의 과학자들, 기업인들. 그들에게서 열정과 헌신을 발견했다. 열정과 헌신이 있는 나라는 아름답다. 한국은 아름답고 위대한 나라였다. 내 자서전 ‘불의 날개’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청소년들에게 다가갔다고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설다.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만찬 때 많은 유익한 얘기를 나눴나. -노무현 대통령은 열정적이었다. 정말 얘기가 잘 통했다. 발전과 협력이란 주제를 놓고 두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노 대통령은 전쟁 없는 상태를 이루기 위한 방안과 평화정착을 많이 강조했다. 우리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에 신뢰와 협력관계를 정립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모든 나라가 발전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신뢰를 보여주면서 발전국가로 이끌어주는 신국제질서가 만들어지는 데 한국이 모범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도의 국제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북한을 방문해 남북관계에 대한 적극적인 평화매개자가 될 의향은. -평화를 세계화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다. 인도 건국의 아버지인 마하트마 간디의 정신은 바로 비폭력 정신이다. 아쇼카 대왕이 제국을 만들고 난 뒤의 깨달음도 바로 아힘사(평화)였다. 인도는 국가정신인 평화를 세계화하는 일을 담당할 것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나섰다. 인도의 입장은. -우리는 전쟁이 없는 상태를 만들어내는 사람, 평화를 가져올 능력이 있는 사람이 유엔 사무총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인도간의 협력강화방안은. -인도의 지식기반 서비스산업과 한국의 제조기반산업의 결합은 유망하다. 역할이 커지는 지식과 기술협력의 강화를 희망한다. 인도의 주요 대학과 연구소를 한국의 대학·연구소와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교류를 확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각 분야별로 협력체제를 제도화하자는 의미에서 ‘지식 플랫폼’의 협력체계 수립도 희망한다. 실질적 진전을 기대한다. ▶한·인도의 협력관계 중 특별히 심화시키고 싶은 부분은. -인도가 한국에서 가져오고 싶은 것은 일에 대한 열정과 운명을 개척하는 정신이다. 한국인들이 경제발전과 민주화에서 흘린 땀과 어려운 조건 아래서도 좌절하지 않았던 그 정신을 공유하고 싶다. ▶‘인디아 비전 2020’을 직접 작성하고 인도 젊은이들의 마음에 비전을 심기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인도 전역을 다닌 것으로 안다. 대통령이 된 뒤 비전 실현을 위해 무엇에 가장 역점을 뒀나. -인도인의 가슴에 자신감과 발전에 대한 확신을 심어준 것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국민들의 마음과 혼이 실릴 때 비로소 발전은 가능하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은 새가 나는 것을 가르쳐 주려고 나와 우리 반 친구들을 데리고 바닷가로 가서 설명해 주셨다.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그 꿈을 실현하려고 미사일을 만들었다. 나는 꿈을 품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교육에서 선생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안다. ▶대통령으로서 고민은. -2억 7000만명의 인도인이 하루 1달러 미만을 버는 절대빈곤 상태에 있다. 이들이 발전의 햇볕을 쬐려면 지속적으로 연간 경제성장률 10%의 고속 성장엔진이 작동해야 한다. 고도성장을 강조하다 보면 잘 나가는 도시의 첨단 부문만 발전한다. 균형 발전을 이루려면 첨단 기술의 혜택이 농촌이나 낙후된 지역까지 미쳐야 하는데…. 의료·문화시설의 농촌보급을 위한 PURA시범단지를 운영 중이다. ▶직접 설립·경영에 참여한 비영리 공익기관 케어 파운데이션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이곳에선 컴퓨터를 이용한 화상진료 및 원격교육시스템을 통해 가난한 농촌 젊은이들이 교육받고, 환자들이 도시 의사들의 진료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넓혀 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정치·경제지도자들의 인도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인도 열기’이유는 무엇인가. -민주주의를 축으로 언어도, 종교도 다른 11억의 인도인들이 어떻게 성공적인 화합의 장을 펼치며 빠르게 발전하는지 직접 ‘보러’왔다고 생각한다. 다른 종교·문화를 가진 세계인들의 화합은 전 지구적 과제다. ▶내년 7월이면 임기가 끝난다. 연임 추대분위기가 뜨거운데.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다. 대학으로 돌아가서 기술의 발전을 통해 어떻게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가르치겠다. ▶수면시간이 하루평균 4시간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건강 비결은. -라메스와람 섬에서 아버지는 항상 아침 일찍 수㎞를 걸어 코코넛 밭에서 코코넛을 따다 집안 식구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나도 아버지의 아침 산책길에 동행하곤 했다. 이른 아침의 산책, 신선한 코코넛 주스, 그리고 시고 쓴 오렌지 덕분이라고나 할까. 나는 자연 속에서 신의 섭리를 느끼면서 무한한 힘을 느낀다. 은하수, 아름다운 꽃, 자라나는 청소년, 헬리콥터 추락 때 꿈에서 나타났던 간디·네루·아쇼카왕 등의 성인들. 그들이 항상 새로운 힘을 준다. 정리 뉴델리 이석우특파원 jun88@seoul.co.kr ■ 접견때 이런 대접을칼람 대통령과의 대담은 지난달 22일 오후 두 시간동안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책상과 소파 등이 놓여진 집무실 한편에는 간디 동상이 있었고 네루 등 역대 지도자들의 사진이 벽에 붙어 있었다. 창가 책상 위에는 컴퓨터와 책들이 쌓여 있었다. 서울신문 100주년 기념 머그컵과 백제금동향로 사진집을 전하며 이야기의 문을 열었다. 이정옥 교수는 칼람 대통령의 자서전 ‘불의 날개’(Wings of fire)의 한국어판 번역자이다. 이 교수는 비영리 공익기관 케어 파운데이션에 관여하면서 대통령과 돈독한 친분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이날 대담에서도 마치 친딸을 대하는 듯한 다정함이 묻어났다. 접객용 테이블이 아니라 직접 집무를 보는 책상에 둘러앉아 코코넛 주스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고, 무굴황제가 거닐던 집무실 옆 무굴 정원까지 나가 산책을 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또 정원에서 대통령은 자신이 즐겨 먹는다는 작은 오렌지를 직접 따 주기도 했다. 대통령이 무굴 정원의 오렌지를 직접 따 대접하는 것은 방문객에 대한 최상의 다정함의 표시라고 배석자들이 전했다. 뉴델리 이석우특파원 jun88@seoul.co.kr ■ 칼람 대통령은 누구칼람 대통령은 그냥 한 사람의 정치지도자가 아니다. 인도를 이끌고 있는 ‘국민적 선생’이자 영적 지도자다.‘인디아 비전 2020’을 직접 수립, 비전을 제시하며 인도인들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경건한 무슬림이면서도 다수가 힌두교인 인도사회에서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인도 과학영웅이다. 결혼도 하지 않고 재산도 없는 그의 청렴함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자서전 ‘불의 날개’를 통해 ‘알려진 비밀’이 됐다. 인도인들은 학창시절 그가 장학금을 얻기 위해 사흘 밤낮을 침식을 잊고 과제에 몰입했다는 이야기, 미사일 발사 성공 후 당시 인디라 간디 총리의 초청을 받았으나 입고 갈 옷이 없어 쩔쩔맨 일들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불의 신’의 이름을 딴 아그니 미사일은 단순한 미사일이 아니라 인도인의 가슴에 불꽃을 지폈다. 1931년 남부 인도 타밀나두주 어민의 아들로 태어나,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기술자로서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인도 우주연구소에서 일하며 인도 최초의 위성과 미사일 발사를 성공시키는 등 인도 과학기술의 오늘을 만들었다. 하늘을 날고 싶었던 가난한 무슬림 소년의 꿈은 이제 인도를 2020년까지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시키겠다는 현실적인 비전이 되고 있다. 뉴델리 이정옥교수
  • 與 3파전…한나라 주류 vs 비주류 격돌

    ■ 우리당… ‘全大 전초전’ 될까 부담 오는 24일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자칫 ‘2·18 전당대회’를 미리부터 지나치게 달구는 역기능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입각 파문의 여진이 잠복 중인데다 지방선거와 당·청관계 재정립 등 당 안팎의 현안이 즐비한데, 원내대표 선거가 당내 경쟁분위기를 과열시킨다면 당력 소진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계파별·세력별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지 않기를 기대한다. 그런 맥락에서 ‘합의 추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로서는 ‘3선 중진’인 배기선 사무총장과 김한길·신기남 의원의 3파전이 예상된다. 먼저 김 의원이 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선 도전을 선언하고 배 의원도 수일 내에 사무총장직을 사퇴한 뒤 출마의 뜻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의원도 이번주 중으로 경선 출마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선거가 계파간 대리전의 모습을 띠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의원 개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이는 ‘김근태(GT)-정동영(DY)’ 등 대권주자간의 조기 전면전이 되어선 안 된다는 당내 희망사항을 반영한 해석으로 들린다. 이런 측면에서 ‘핵심 DY계’로 분류되는 김 의원의 출마는 ‘정동영계’로서도 ‘딜레마’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이 당선되더라도 ‘싹쓸이 불가론’에 직면하고,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어려워진다.”고 관측했다. 출마선언 날짜를 저울질 중인 배 의원은 거론 인사 중 통합·중도세력으로 무난하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향후 원내대표가 당·청간 의사소통의 중심을 세우고 당 정체성을 강화해야 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적합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유인태 의원 등 친노세력의 측면지원을 받는다는 말도 들린다. 신 의원은 한마디로 “위험을 감수해 얻을 게 적다면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측근은 “어차피 원내대표 경선이 대권주자의 전력지원을 받지 않는 판이므로 부담은 없다.”며 출마 의사를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한나라…사학법 투쟁 변수로 오는 12일 치러질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은 당내 권력구도는 물론 지방선거 후보경선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박근혜 대표가 사학법 반대 장외투쟁을 진두지휘하는 상황에서 어떤 인물이 원내대표에 오르느냐에 따라 대여 투쟁기류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그간의 ‘인물 대결’과 달리 세력간 격돌 양상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간 원내대표 경선 출마의사를 내비친 인사는 3선의 김무성·이재오·안택수 의원과 재선의 고흥길 의원 등 4명이었다. 하지만 고 의원이 8일 김 의원과 손을 잡고 정책위의장 쪽으로 선회한데다 안 의원도 공식 출마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당내 권력구도나 지원세력 등을 감안할 때 이번 경선은 사실상 김·이 의원간 맞대결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주류와 비주류의 한판 승부인 셈이다. 주류측에선 직전 사무총장을 지낸 김무성 의원이 8일 기자회견을 갖고 원내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비주류측에선 이에 앞서 국가발전연구회와 새정치수요모임, 초선의원 모임 등의 지원을 받는 이재오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박근혜 대표체제에서 사무총장을 지낸 김 의원과 이명박 서울시장과 가까운 이 의원의 격돌은 ‘박 대표와 이 시장의 대리전’으로까지 비약되는 형국이다. 물론 박 대표와 이 시장 모두 ‘경선 중립’을 표방하긴 했지만 현 정치상황과 당내 권력구도 등을 감안할 때 어떤 식으로든 두 대권주자의 의중이 반영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로 인해 경선 결과를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속의원 127명 모두 투표할 경우,1차투표에서 과반수를 확보하려면 64표를 얻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양측 모두 70명 이상 지지의원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양측이 내세우는 지지의원 가운데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의 중복이 유달리 눈에 띄는 것도 이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DY·GT 정면승부 시작됐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당이 거북이 등판 갈라지듯 ‘양쪽’으로 쫙 갈라질 것이다.” ‘1·2개각’ 파문이 일단락된 5일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의원이 던진 말이다. 개각 과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난 계파간, 당청간 갈등이 ‘2·18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노리는 김근태(GT)·정동영(DY) 두 전 장관의 노골적인 세대결을 촉발시켰다는 분석이다.●DY-GT, 계파 갈등 수면위로 당내에서는 정세균 당 의장의 무리한 발탁과 유시민 의원의 입각 강행이 그동안 잠복해 있던 계파간 팽팽한 긴장관계를 터뜨리는 촉진제가 됐다고 보고 있다. 특정 세력의 음모설, 정계개편의 신호탄, 인위적 대선구도 조정론 등이 당·정·청간에 꼬리를 물면서 DY-GT 양대 진영의 ‘전의’가 잔뜩 무르익었다는 것이다. 두 전 장관 모두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당 복귀 이후 전국을 돌며 경쟁적으로 세과시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내 정치 일정상으로도 양쪽의 싸움은 본궤도에 올랐다. 당장 다음주에 원내대표 후보공고가 나붙는다.배기선·김한길 구도에 신기남 의원도 가세해 계파간 대결구도가 만만찮다. 당 관계자는 “당이 위기상황에 빠진 지금이야말로 계파간 ‘단독 합의추대’의 필요성이 가장 높지만, 실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낮아졌다.”고 말했다.●“구당파 결성하자” 당의 ‘양분화’를 우려하는 일부 중진의원을 중심으로 “중간지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이날 지도부 회의에서 한 중진의원은 “계파간 싸움에서 당을 구하기 위해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완충지역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일각에서는 구당파 결성이 구체화되면 당내 의원 30∼50명이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당·청 관계는 ‘미봉’ 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청와대 만찬 연기를 ‘적절한 정치적 선택’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도 일단 사그라졌다. 하지만 ‘2·18 전당대회’ 이전에는 당·청 관계가 실질적으로 호전될 뚜렷한 계기가 없어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내 대선 후보구도에 변화를 주기 위해 유시민 의원의 입각을 강행했다는 시나리오가 소속 의원들을 자극하고 있고,“청와대와 우리당이 같이 가는 공동체라고 할 수 있느냐.”라는 불만도 여전하다. 겉으로는 허술하게 짜깁기했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는 형국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종전에는 초·재선이 청와대와 정부를 성토하면, 중진들이 나서서 달래곤 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중진들이 더 틀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론 수렴의 1차적인 창구인 당의 의견을 청와대가 묵살한 데 따른 앙금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黨의 ‘반격’

    黨의 ‘반격’

    노무현 대통령이 5일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초청해 갖기로 했던 청와대 만찬이 당 지도부의 요청으로 전격 연기됐다. 정세균 당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상임고문단과 집행위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유시민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 발표에 따른 긴급 연석회의를 가진 뒤 청와대 만찬의 연기를 요청했다. 이날 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더 이상 인사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아 표면적으로는 당·청 갈등이 봉합 국면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청와대 만찬 연기는 ‘1·2개각’에 따른 당 지도부의 불만을 공식 표출한 것으로 사실상 ‘거부’로도 해석될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전병헌 대변인은 이날 회의 직후 “새 지도부가 구성되는 대로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청와대 회동을 요청키로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노혜경 대표는 이날 평화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유 의원의 입각을 반대하는 의원들을 향해 “당을 따로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낫다.”고 역공을 펴 당·청간 갈등이 언제든지 재확산될 가능성을 예고했다. 우리당은 6일 시·도당 위원장, 비상집행위원 연석회의를 열어 후임 의장 대행을 합의 추대하는 등 빠르면 금주 중 임시 지도부 구성을 마칠 예정이다. 후임 의장 대행으로는 재선의 한명숙 의원이 유력하다. 전당대회의장인 3선의 이미경 의원도 거론된다. 전 대변인은 “당초 청와대 만찬이 인사와 신년 국정운영과 관련된 당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는데, 인사는 이미 마무리됐다.”면서 “신년 국정운영은 신임 지도부가 중심이 돼서 청와대와 논의하는 게 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하고, 인사문제는 더 이상 당에서 거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영춘·정장선 의원 등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당·청간 근본적인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박홍기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조계종 총무원장 ‘합의추대’ 될까?

    오는 31일 열리는 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합의추대론’과 ‘인물론’이 힘을 얻고 있다. 계파를 떠나 조계종을 제대로 이끌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지만 계파간 조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2일 조계종에 따르면 지난달 말 ‘여권’계파가 구성한 ‘제32대 총무원장 추대위원회’는 지난 5일과 10일에 이어 이날 오후 회의를 갖고, 최종 후보 1명을 뽑았다. 이날 회의는 지난 5일 회의에서 압축된 후보들인 지관·설정·도영 스님 가운데 최종 후보를 논의한 자리. 가산불교문화원장인 지관 스님이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이에 앞서 ‘야권’계파인 금강회·보림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여권의 합의추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3명의 후보 중 자신들이 내세울 후보에 여권이 동의하지 않으면 별도의 후보를 선정, 경선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야권측은 도영 스님을 선정할 것으로 알려져 결국 여·야의 합의추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소장파 스님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총무원장 선거의 계파 폐해가 컸다는 반성에 따라 서로 편가르지 않고 종단의 행정수반에 적합한 인물을 뽑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법랍 20여년 안팎의 스님 38명으로 구성된 화합승가포럼은 이날 서울 견지동 조계사 설법전에서 ‘제32대 조계종 총무원장의 인물론과 역할’을 주제로 첫 포럼을 열었다.영원(전 한산사 주지) 스님은 기조발제를 통해 “책임감 있는 종무행정 능력과 제도개혁 의지, 사업 마인드 등을 갖춘 인물이 뽑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두산그룹 (2)-4세 경영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두산그룹 (2)-4세 경영

    지난 4일 경기도 광주 선영에서 가진 고 박두병 두산 초대 회장의 32주기는 침울했다고 한다. 생전에 인화와 우애를 가르치고, 강조했던 선친 앞에 얼굴 들기가 부끄러웠던 탓이다. 이날 가문에서 축출된 박용오 전 회장과 경원, 중원씨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형제의 난’ 이후 두산가는 ‘언론 기피증’을 보이며, 숨을 죽이고 있다. 내부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하루빨리 이 악몽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눈치다. 또 검찰 수사 이후 몰아칠 ‘후폭풍’과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한 단속도 눈에 띈다. 재계 최초로 경영에 참여하는 두산가 4세들이 이를 극복하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지 관심을 끈다. ●악몽 같았던 일주일 두산산업개발은 지난달 15일 ㈜두산 지분 280만주(12.8%)를 계열사와 박용곤 명예회장,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에게 시간외거래를 통해 매각했다.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권 안정,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이유를 댔다. 경영권 분쟁을 대비하기 위한 ‘용곤(73)-용성(65)-용만(50)’ 3형제의 치밀한 정지작업이라는 사실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지난달 18일, 용성 회장은 용곤 명예회장의 지시로 대한상의 제주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서울로 올라왔다. 이어 두산그룹은 용성 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추대하고, 용오(68) 현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난다고 밝혔다. 형제간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두산가의 우애가 또 한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용곤 명예회장의 ‘연막’도 그럴듯했다.“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두산그룹의 회장으로 폭넓은 인맥과 신망을 얻는 용성 회장이 적임자”라고. 그러나 안으로는 이미 ‘용곤-용성-용만’ 3형제와 용오 전 회장 일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뒤였다. 우애 깊은 형제가 원수 사이라는 것은 사흘 후에 드러났다. 두산은 지난달 21일 용오 전 회장이 용성 회장 취임에 반발, 검찰과 모방송사에 그룹의 경영현황을 비방한 투서를 제출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이를 확인시켜 주듯 용오 전 회장은 이날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용성 회장의 그룹 회장 승계는 내가 용성 회장 등과 관련된 비리를 적발하자 나를 밀어낸 것으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진실공방 게임은 이어 본격화됐다. 용곤 명예회장은 “그룹과 가족에 대한 반역 행위”라고 규정했으며, 용성 회장은 지난달 22일 “이번 사태는 두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용오 전 회장의 두산산업개발 경영권 탈취 미수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승자 없는 ‘형제의 난’ 두산가 ‘형제의 난’은 다른 국내 재벌가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궤를 달리한다. 대부분 재산과 ‘대권’ 싸움이어서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구분됐지만, 이번 두산가 분쟁은 승자가 없는 오직 패자만 있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비리 의혹을 폭로한 용오 전 회장 일가는 마지막 ‘무기’를 던짐으로써 가문에서 축출이라는 비애를 맛봤다. 또 지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두산산업개발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그야말로 ‘동생들과 조카의 사법처리’ 빼고는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용오 전 회장의 부인 최금숙 여사가 지난해 암으로 죽고 나서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어, 용오 전 회장이 극단적 행동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용오 전 회장 부부는 미국에서 만나 연애 결혼해 부부 금실이 아주 좋았다고 한다. ‘용곤-용성-용만’ 3형제도 ‘공동 소유, 공동 경영’이라는 집안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형제간 우애와 집안 망신,109년 전통의 명예, 경영 차질 등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또 자칫 집단 사법처리 가능성도 있어 위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단지 용오 전 회장 일가를 가문과 그룹에서 축출한 것이 유일하게 얻은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얻기 위해 이같은 처참한 분쟁이 일어난 걸까. ●‘원’자 돌림 4세 9명 경영수업 ‘원’자 돌림의 4세 15명 가운데 두산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이는 총 9명이다. 이들 사이의 신경전도 예사롭지 않다. 두산 3세간 일어난 ‘형제의 난’도 사실상 4세들을 위한 ‘대리전’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두산측 설명은 이렇다.“당사자가 아닌 이상 누가 알겠나.(용오 전 회장)눈에 뭐가 씌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그러나 결과가 뻔한 싸움에서 용오 전 회장이 나선 것은 자식들을 위해 총대를 멘 부문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사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는가.” 4세간 역학 구도를 보면 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이 가장 앞선다.4세 가운데 유일하게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또 용성 회장의 장남 진원씨는 지난 5월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영관리 총괄 상무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섰다. 두산 경영에 참여치 않는 박용현(62) 서울대 의대 교수의 장남 태원씨도 네오플럭스 상무로 일하며, 두산의 M&A(인수합병)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네오플럭스는 최근 삼성전자의 소형가전 자회사인 노비타를 인수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정원 부회장과 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가 5%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1999년 벤처투자로 대박을 터뜨리며 자신감이 넘쳐났던 용오 회장의 장남 경원씨는 두산가의 전통적인 경영 방식에 회의를 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2001년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큰 손해를 보기도 했던 경원씨는 2003년 전신전자를 인수, 아예 독자노선을 걸었다. 수년 전부터 ‘밖’으로만 돌았던 경원씨의 행보를 보면 이미 ‘정원-진원’을 비롯한 4촌 형제와 경원씨간의 대립 구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용오 전 회장이 지난해부터 두산산업개발을 탐낸 것도 결국 두산 지분이 4세대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두 아들만 소외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형제의 난’ 이후 용오 회장과 자제들이 경영에서 빠진 만큼 두산의 경영구도에서 용만 부회장과 장손인 정원 부회장의 ‘파워’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용성 회장은 사실상 그룹의 상징적인 존재로 활동하고, 내부 살림은 용만 부회장과 정원 부회장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용만 부회장이 용성 회장에 이어 두산의 향후 ‘대권’을 잡을지도 관심사다. 정원 부회장은 두산가가 장자 상속의 전통을 이어온 점을 감안하면 미래의 그룹 총수 1순위다. 그는 올 초 그룹 사장단 회의로부터 ‘2004 두산 경영대상’ 특별상을 받을 정도로 경영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용만 부회장의 4세 경영 과외도 ‘형제의 난’이 마무리되면 빨라질 전망이다. 용만 부회장은 현재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사장과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등 두산 4세들의 경영수업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반면 가족간 우애는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가는 계속 ‘공동 소유, 공동 경영’을 원칙으로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용오 전 회장 일가가 빠진 가족회의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최근 물밑에서 용곤 명예회장과 용오 전 회장간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박경원-서미경 부부 곤혹 두산가 장손인 박정원(43)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은 공군 참모총장과 민자당 국회의원을 지낸 김인기 전 의원의 딸 소영(40)씨와 결혼했다. 부친인 박 명예회장과 김 전 의원은 경동고 선후배 사이로 동창회 모임에서 두 사람의 혼담이 오간 인연으로 맺어졌다는 후문이다. 김 전 의원은 포스데이타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상민(15)양과 상수(11)군 등 1남1녀를 두고 있다. 장녀 박혜원(42) ㈜두산 잡지BU 상무는 의사인 서경석(45)씨와 인연을 맺었다. 자녀는 주원(18)양과 장원(15)군으로 학생이다. 박지원(40)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평범한 집안 출신인 서지원(36)씨와 혼인했다. 아들 상우(11)군과 딸 상진(5)양이 있다. 두산가에서 요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이는 박경원(41) 전신전자 대표의 부인 서미경(39)씨로 보인다. 박 사장이 이번 ‘형제의 난’에 깊숙이 연관된 데다 연일 시끄러운 ‘X파일’ 사태도 친정과 적잖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경씨의 부친은 서상철 전 동자부장관.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고려대 교수로 있다가 전두환 정권 때 경제관료로 영입됐다. 안타깝게도 1983년 아웅산 테러로 유명을 달리했다. 이번 ‘X파일’에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자금 전달자로 나오는 서상목 전 의원이 바로 미경씨의 숙부다. 장남 상호(16)군과 차남 상모(13)군을 두고 있다. 용오 전 회장의 차남인 박중원(37) 전 두산산업개발 상무는 평범한 집안 출신인 정윤주(37)씨와 백년가약을 맺고, 아들 상윤(6)군과 딸 상이(4)양이 있다. 용성 회장의 장남 박진원(37) 두산인프라코어 상무와 차남 박석원(34) 두산중공업 차장은 모두 평범한 가문의 딸들인 김선영(34)씨와 정현주(35)씨를 배필로 맞아들였다. 상효(6)-상인(2)과 상현(7)-상은(2) 등 각각 딸만 두고 있다. 용만 부회장의 장남 서원(26)씨는 최근 구자철 한성 회장의 딸 원희(26)씨와 결혼했다. 구 회장은 범 LG가(家)로 구태회 LS 명예회장의 4남이자, 구자홍 LS그룹 회장의 셋째 남동생이다. 박용훈(두산산업개발 부회장)-구선희(고 구철회씨의 4녀) 부부에 이은 두산가와 LG 구씨가의 두번째 사돈이다. ●두산의 역대 악재들 이번 ‘형제의 난’ 외에도 두산가를 뿌리째 흔들어 놓았던 악재는 더러 있다. 대표적인 예가 두산중공업 노조원인 배달호씨 분신자살 사건과 낙동강 페놀 사태를 꼽을 수 있다. 2003년 배달호씨의 분신 자살은 두산가와 노조의 악연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용성 회장은 “결코 원칙을 저버릴 수 없다.”면서 “지금 당장 손실을 보더라도 불법 파업의 뿌리를 뽑겠다.”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었다. 이는 노조의 극한 투쟁으로 이어졌고, 배씨의 자살이라는 비극을 낳았다. 인화를 5대째 강조하는 두산가와 노조의 궁합이 맞지 않은 것도 꽤 아이러니하다. 두산가로서는 노사 합의만 되면 불법이 합법화되는 노조의 관행을 더 이상 둘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번 굳어진 노조와의 악연은 두산가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올 초 인수한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의 노조도 한동안 두산 인수를 격렬히 반대했다. 또 두산 계열사 노조는 이번 ‘형제의 난’과 관련해 그룹 회장직을 둘러싸고 형제들끼리 이전투구를 벌여 사회적 파장을 야기하고, 두산의 도덕성을 바닥에 추락시킨 책임을 지고 박용성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즉각 퇴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두산가가 다시 기억하기 싫은 사건으로 낙동강 페놀 사태가 있다. 여전히 반세기 최대의 환경오염 사건으로 꼽힌다.1991년 ‘맥주로 돈 번 회사가 먹는 물을 망쳐 놓다니….’라는 구호가 전국을 들끓게 했으며,2차 페놀 사건이 터지면서 당시 박용곤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었다. 또 두산 불매운동으로 매출액이 급감했으며, 당시 환경처 장관과 차관이 경질된 초유의 사건이었다. ●숨은 그림자 박용욱 회장 ‘용’자 돌림 가운데 막내인 박용욱(45) 이생그룹 회장은 두산가에서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공동 소유, 공동 경영’이라는 집안의 원칙을 가장 먼저 깨뜨리고 독자사업에 나섰을 뿐 아니라 ‘KS(경기고-서울대)’가 수두룩한 두산가에서 박 회장은 서울고-인하대를 나왔다. 또 그룹에서 경영수업을 받을 수 있었지만 박 회장은 대학생 시절부터 홀로 무역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당시 부친으로부터 받은 지분을 종자돈으로 삼아 지난해 매출액 1000억원대의 소그룹으로 키웠다. 반면 용곤 명예회장의 사촌동생인 박용훈(63·박우병 전 고문의 장남) 부회장은 두산산업개발에 몸담고 있다. 박 부회장의 부인은 LG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인 구철회씨의 4녀 선희(61)씨다. 구철회씨는 1999년 LG화재를 갖고 LG에서 독립했다. 박 부회장은 두산식품 부사장을 거쳐 92년부터 두산건설(현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비상근으로 실제 경영에는 참여치 않고 있다. ●‘두산호’ 이끄는 전문경영인 유병택(61) ㈜두산 부회장은 일명 ‘면도칼’로 불린다.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기민함이 탁월하고, 현장 경험이 많다.69년 동양맥주에 입사한 후 두산기계와 두산음료 등 그룹내 요직을 거쳤다. 강문창(62)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68년 동양맥주로 입사한 이후 경리와 영업, 총무, 기획, 해외현장 등을 두루 거쳐 해박한 실무지식을 자랑한다. 제주에서 상고 야간을 나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수재형 경영인이다. 자신의 이력은 ‘두산 입사, 두산 퇴사’를 영광으로 생각하고 싶다는 두산맨이다. 건설업을 주력기업으로 만든 주인공이기고 하다.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경(55) ㈜두산 전략본부 사장은 두산그룹 ‘10년 구조조정’의 숨은 공신이다. 전략기획통으로 통한다. 두산은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부터 일찌감치 구조조정에 착수해 한국3M과 한국코닥, 코카콜라, 한국네슬레, 두산씨그램 등 돈이 될 만한 회사는 가리지 않고 팔았다. 모기업인 동양맥주도 매각했다. 이런 ‘무차별 구조조정’을 주도한 인물이 박용만 부회장이고, 그를 보좌한 이가 이 사장이다. 철저한 시장 조사와 냉철한 판단력을 겸비했다는 평이다. 일 욕심 많기로 소문난 이 사장은 성격도 급하다.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북고 동기생이다. 김대중(57) 두산중공업 사장은 경북 안동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69년 동양맥주에 입사했다.㈜두산 주류BG와 ㈜두산 테크팩BG 사장을 거쳤다. 두주불사형으로 알려진 그는 주류업계의 ‘히트상품 제조기’로 불렸다. 청하, 설중매, 그린, 산 등 두산의 주류 히트상품은 그의 손을 거쳤다. 김 사장은 불도저 같은 업무 스타일로 유명하다. 노사 화합과 현장 경영을 토대로 그는 중공업분야에서 ‘신인’이라는 우려를 씻고, 굵직한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고 있다. 최승철(57)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77년 두산메카텍의 전신인 두산기계에 입사한 뒤 기계업종 외길을 걸어왔다. 김홍구(59) 두산산업개발 사장은 건설사 사장 가운데 흔치 않은 수주영업 전문가로 통한다.‘똑똑하지만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 두뇌회전이 빠른 명석한 사람’이라는 뜻에서 ‘똑게’로 불린다. golders@seoul.co.kr ■ 6형제가 좌장… 이사회보다 막강 두산가(家)의 가족회의는 좀 특별하다. 단순히 형제간 화합과 우의를 다지는 모임일 뿐 아니라 사실상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그룹의 중요 결정 사항은 가족 회의에서 정해진다. 이 때문에 ‘옥상옥’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가족회의는 평상시 한 달에 한 번씩 3대(3∼5세)가 모여 선친 박두병 초대 회장이 강조한 ‘가화만사성’을 되새기며, 인화와 우의를 다진다. 가족 중 그룹경영 참가 선수인 ‘박용곤-용오-용성-용만’뿐 아니라 박용현 서울대 의대 교수(전 서울대 병원장)와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 등 ‘용’자 돌림 6형제가 가족회의의 좌장들이다. 집안 대소사 등이 화젯거리로 등장하지만 경영이나 사업 얘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룹에 위기가 오거나 비상 사태, 중대한 경영 결정을 내릴 때 열리는 가족회의는 ‘숨겨진’ 비공식 최고 기관이다. 경영진에 대거 포진한 ‘원’자 돌림의 4세들도 이런 경우엔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표시한다. 이 때문에 각 계열사 이사회는 가족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추인하는 역할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두산 오너가가 고작 5%대의 지분으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셈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 그룹 경영과 관련된 모든 중요한 결정은 가족회의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형제의 난’ 기폭제도 사실상 가족회의에서다. 지난 5월 열린 가족회의에서 용곤 명예회장은 용오 회장 일가의 두산산업개발에 대한 M&A(인수합병) 시도 대가로 그룹 회장 교체를 언급했으며, 지난달 가족회의에서 용성 회장의 그룹 회장 추대와 용오 회장의 퇴진을 최종 결정했다. 당시 가족회의는 보안요원이 배치되는 등 살벌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회의의 경영 행위에 대해 “기업을 가족 소유물로 여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시민단체와 두산 노조 등은 “가족회의를 통해 그룹의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전근대적 족벌경영 체제가 두산그룹의 현주소”라며 기업을 족벌의 사유물로 여기는 이같은 그룹 체제는 즉각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4세들도 분기별로 한번씩 ‘패밀리 미팅’을 갖고 우애를 나눈다. 모임의 주관은 장자인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이 맡고 있다. golders@seoul.co.kr ■ 두산가 4형제 경영스타일 ‘아름다운 형제’에서 한순간에 ‘돈 앞에 형제도 없는’ 처지로 추락한 ‘박용곤-용오-용성-용만’ 4형제의 성격과 스타일은 어떨까. ▲ 2000년 초 우애 깊은 형제였던 박용오(오른쪽) 전 회장과 박용성(왼쪽) 회장, 박용만 부회장 등 3형제가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용곤 명예회장은 집안의 장자로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그러나 그의 수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용오 회장이 ‘반란’을 일으킨 것은 그의 통제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묵한 성품으로 말이 거의 없다. 내부 회의에서도 말을 듣는 입장이지 먼저 ‘입’을 열지 않는다. 그래서 회사 임원들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그를 가장 어려워한다. 그는 또 게임의 룰을 중요시 여긴다. 용오 회장의 이번 행위에 대해 “가문에서 빼버리겠다.”고 강경 대응한 것도 ‘공동 소유, 공동 경영’이라는 집안의 원칙을 깬 데 대한 분노로 보인다. 그는 골프에서도 룰과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는 두번 다시 골프를 치지 않는다. 용오 전 회장은 어느 자리에서나 격의없는 대화와 만남을 좋아한다. 체면보다 실리를 챙기는 스타일이다.‘형제의 난’ 역시 이같은 그의 스타일과 무관치 않다. 그는 미식가이자 애주가로 통한다. 술을 통해 상대의 스타일이나 됨됨이를 파악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장 근로자들과도 곧잘 술자리를 갖고 어울린다. 그의 애주론은 이렇다.“술은 백년지기를 만나는 마음으로 즐겁게 마시면 오히려 호쾌해져 건강에 도움이 된다.” 용성 회장은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정부와 재계, 사회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때마다 비유를 동원하는 그의 발언은 화제가 된다. 어느 사업이 좋다면 경쟁 업체를 무조건 따라서 투자하고 보는 풍토를 비판한 ’들쥐떼론’과 전통 산업은 외면하고 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만 좇는 기업 풍토를 비튼 ‘첨단병론’ 등이 대표적이다. 또 소탈하면서도 집념과 추진력이 대단하다. 박 회장은 1995년 세계유도연맹회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서울에 돌아갈 생각하지 말고 모두 창 밖에 뛰어내리자.”고 할 정도였다. 그는 사진과 음악을 좋아한다. 해외출장 때는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틈만 나면 사진을 찍는다. 또 클래식 마니아로 소장한 CD만 2만장이 넘는다. 용만 부회장은 꼼꼼히 따져 보고, 분석하는 일을 좋아한다.2002년 디스크 수술 이후 의사의 권유로 수영을 시작했을 때다. 강사의 수영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하고 분석했으며, 과도한 수영 연습으로 어깨 근육이 찢어지기까지 했다. 그는 또 재계의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통한다. 냉철하고 전략적인 그의 성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두산의 구조조정 10년 동안 15개 기업의 M&A를 진두지휘한 경험을 책으로 풀어내면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운이 작용하는 ‘감(感)의 경영’을 싫어한다. 경영은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LG家 ②-구인회 3代 경영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LG家 ②-구인회 3代 경영

    지난달 19일 러시아 모스크바 출장길에 오른 구본무(60) LG 회장을 수행한 사람은 차장급 직원 한명뿐이었다. 계열사 사장들과 같이 가는 출장이 아니면 수행은 늘 직원 한명이 담당한다. 공항으로 임원들이 배웅이나 마중을 나오는 것도 금지한다. 구 회장은 지난 12일 LG 계열사 사장단 20여명과 함께 국내사업장 ‘혁신투어’를 나서면서 자신의 차량인 ‘벤츠S600’을 놔 두고 대형 관광버스 2대를 빌렸다. 사업장간 이동중에도 사장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다. 지난 2003년에도 구 회장은 버스로 2박3일간 전국의 사업장을 누볐다. 이처럼 ‘격식’을 따지기보다 실용성을 강조하는 구 회장을 두고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 같다.’는 평이 따라다닌다. 사람좋아 보이는 눈웃음 등 구 회장의 외모도 이같은 이미지 구축에 한몫했다. ●몸에 밴 검소한 생활 구 회장의 소탈한 모습은 아버지 구자경(80) 명예회장이나 할아버지인 고 구인회 창업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구인회 회장은 창업초기인 40년대 후반 부산 서대신동 시절 활동하기 편하다며 미군 파카를 즐겨 입었다고 한다. 외출할 때를 제외하곤 공장내에서 늘 입고다녀 소매가 닳고 기름때가 반지르르 묻은 옷이었다. 구 회장은 또 비싼 담배와 싼 담배를 같이 갖고 다니면서 손님에게는 좋은 담배를 권하고 자신은 값싼 담배를 피웠다.“돈이란 벌 때 아껴야 하는 법”이라는 지론이다. 사돈이자 동업자인 고 허준구 회장도 당시 판매와 구매일을 맡으면서 수금하러 거래처를 다닐 때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찰떡궁합’인 셈이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사업장이나 계열사 사무실을 즐겨 찾았는데 어떤 때는 사전통보없이 불쑥 고객서비스센터 등 현장을 방문해 생생한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럭키증권(현 우리투자증권) 객장을 방문했을 때는 고객들이 좁은 객장에서 불편을 겪고 있는데 반해 임원실이 한 부서보다 큰 것을 보고 “무슨 임원방이 내 방보다 커요?”라며 질책을 했다고 한다. 이같은 소탈한 이미지 때문인지 LG의 회장들은 삼성이나 현대에 비해 강한 인상을 주지 않는다. ‘시사저널’이 지난해 발표한 가장 영향력있는 기업인 순위에서도 구본무 회장은 삼성 이건희 회장은 물론 현대차 정몽구 회장보다 순위가 낮았다. 재계에서 LG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대차그룹보다 낮지 않은데도 그룹총수의 영향력은 현대차가 높게 나온 것이다. LG관계자는 구 회장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구 회장은 1995년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는 허씨와의 동거기간이었고 2년전까지만 해도 삼촌뻘 되는 집안어른들이 계열사 사장을 맡고 있었다. 또 취임한 지 얼마되지 않아 국제통화기금(IMF) 직격탄을 맞았고 99년에는 반도체 빅딜로 주력사업을 빼앗기는 고초를 겪었다. 사실 구 회장의 총수로서의 경영능력은 올해부터 검증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LG의 상징, 인화(人和) 구인회 창업회장은 포목상, 청과·어물전, 운수업 등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뒤 47년 럭키크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인생을 걸었다.6형제의 장남(4명의 여자형제도 있었으나 일찍 사망함)이자 6남4녀의 아버지가 하는 사업을 돕기 위해 초기 가족들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경영도 대부분 가족이나 사돈(허씨)들이 도맡아 했다.47년 락희화학 설립당시 생산담당이었던 김준환씨를 제외하면 구 회장, 부사장 고 구정회(둘째 동생)씨, 영업담당 허준구(첫째 동생 철회씨 사위)씨 등으로 사실상 ‘가족기업’이었다. 이후에도 아래로 다섯 동생과 여섯 아들, 조카, 허씨들이 대거 경영에 참여했는데 LG의 ‘인화정신’은 이같은 독특한 가족사와 무관치 않다. 친인척들을 잘 다독여 가며 경영을 하는 것이 중요했고 이를 경영이념으로 발전시킨 것이 인화다. 창업회장부터 내려온 인화정신의 대표적인 사례는 삼성과 함께 했던 방송사업. 구인회 회장은 60년대 초반 사돈인 고 이병철 삼성회장으로부터 방송사업을 같이 해보자는 제의를 받고 50대 50 합작으로 64년 ‘라디오서울’과 ‘동양TV’를 설립했다. 하지만 방송사 경영이 시원치 않은 와중에 두 그룹에서 파견된 임직원간 알력이 심해졌고 결국 TV는 LG가 라디오는 삼성이 맡아서 하기로 잠정 합의를 봤다. 이후에도 TV와 라디오 사업의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구 회장은 일본으로 건너가 이 회장을 만나 TV사업까지 삼성에 넘기기로 결정한다.LG내부에서는 불만이 많았지만 구 회장은 사돈간의 ‘불화’가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80년대에는 택배사업 진출을 계획했다가 사돈과의 정리를 생각해 포기했다. 당시 기획조정실에서는 21세기 물류산업의 꽃이라고 불리는 택배사업을 유망한 신규 사업으로 선정, 일본의 택배사업을 벤치마킹하고 계획을 수립했지만 사돈인 한진그룹에서 택배(한진택배)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구자경 회장이 사업중단을 지시했다.LG와 한진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동생인 구자학(75) 아워홈 회장의 2녀 명진(41)씨가 한진그룹 고 조중훈 회장의 4남 조정호(47) 메리츠증권 회장과 결혼하면서 사돈으로 맺어졌다. ●창업주의 사람들 구인회 창업회장은 할아버지 밑에서 한학을 배우다 열네살때인 1921년에야 지수보통학교 2학년에 편입한다.24년에는 서울로 상경, 중앙고등보통학교를 다녔지만 19세때인 26년 처가에서 보내주던 학비가 끊기고 본인의 뜻도 있어 낙향, 사업의 꿈을 키운다. 구 회장은 사업을 키워가면서 동생들을 뒷바라지했고 동생들은 좋은 학교를 졸업한 뒤 형의 사업을 성심성의껏 도왔다. 한때 구씨, 허씨 일가가 너무 많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지만 구씨, 허씨들 가운데는 경영능력을 갖춘 이들이 적지 않았다. 창업회장의 동생들은 초창기 외국원서를 번역해 기계 작동법을 알아내고 수출, 기술도입 등 형이 할 수 없는 해외업무를 도맡아 했다. 첫째 동생 고 구철회씨는 형과 함께 첫 사업인 포목상 ‘구인회상점’을 세웠고 둘째 고 구정회씨는 동경고등공업학교를 졸업하고 평안남도청 토목과에 잠시 근무하다 형의 사업을 도왔다. 구태회(82) LS전선 명예회장은 일본 후쿠오카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마쳤다. 그는 경영보다는 정치권에서 주로 활동했는데 4대 민의원과 6,7,8,9,1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구평회(79) E1 명예회장은 진주고보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마치고 51년 락희화학 이사로 입사했다. 구두회(77) 극동도시가스 명예회장은 진주고보와 고려대 상대,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한일은행에서 잠시 일하다 63년 금성사 상무로 입사했다. ‘골프멤버’였던 사돈인 이보형 제일은행장·홍재선 전경련 회장·경방 김용완 회장, 효성 조홍제 회장 등도 구인회 회장과 교우가 깊었다. ●제2의 창업주 구자경 명예회장 구자경 LG명예회장은 삼촌인 구평회 명예회장과 진주고보에 같이 입학한 뒤 진주사범을 마치고 고향인 지수보통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후 50년까지 부산사범대 부속국민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했는데 제자들 중에는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 권근술 전 한겨레신문 사장,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부인인 한인옥씨 등이 있다. 구 명예회장은 한씨에 대해 “얼굴도 예쁜데다 공부도 잘하는 학생이었다.”고 기억했다. 신 전 부의장은 모 TV프로그램에 출연해 구 명예회장에게 ‘호랑이 선생님’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구 명예회장은 50년 락희화학 이사로 입사했지만 공장에서 현장 근로자들과 같이 먹고 자며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구인회 회장은 생전에 왜 장남을 그토록 고생시키느냐는 질문에 “대장장이는 하찮은 호미 한 자루 만드는데도 담금질을 되풀이해 무쇠를 단련한다. 내 아들이 귀하니까 저렇게 일을 가르치는 것이다.”고 대답했다. 덕분에 그는 현장에서는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의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69년 12월31일 구인회 회장이 뇌종양으로 세상을 뜬 직후인 1970년 1월6일 열린 럭키그룹 시무식에서 구철회 락희화학 사장은 본인의 경영 퇴진과 구자경 당시 금성사 부사장의 회장 추대를 제안했고 이는 우레와 같은 박수로 통과됐다. 구 회장 취임 이후 1년간 그룹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준 사람은 삼촌인 고 구정회 사장이었다. 조카를 ‘보필’하는 삼촌은 LG가의 저력을 잘 말해준다. 구자경 신임회장은 “선대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인화단결과 상호협조를 통해 그룹의 부드러운 기업풍토를 조성하는데 힘쓰고 급속한 확대보다는 내실있는 안정적인 성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락희화학, 금성사 등 11개 계열사를 갖고 시작한 구자경 회장은 95년 2월 이임할 때까지 LG를 한차원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다. 취임 첫 해인 70년 520억원에 불과하던 그룹매출은 94년 30조원을 넘어섰고 수출은 3100만달러에서 147억달러로 474배나 늘어났다. ●늘 꿈이었던 농사일에 매진 구 명예회장은 장남 구본무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겨주면서 “앞으로 여의도 본사에는 일주일에 한번만 출근할 것이다. 모든 경영은 신임 회장에게 맡긴다.”고 약속했다. 구태회·평회·두회씨 등 창업주 형제들과 허준구·허신구 회장도 고문으로 물러났다. 충남 천안의 ‘천안연암대학’으로 내려간 구 명예회장은 버섯재배 등에 심혈을 기울이며 10년전 약속을 지키고 있다. 주중에는 천안에 머물다 주말에는 서울 성북동 집으로 올라오는데 매주 월요일에만 트윈타워로 출근한다. 하지만 구본무 회장 집무실인 30층 대신 32층으로 직행, 본인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복지재단·문화재단 업무만 보고 오후에는 천안으로 내려간다.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구 회장 얼굴을 보지 않고 그냥 가는 경우가 많다. 분재, 장미재배를 거쳐 버섯재배로 이어진 구 명예회장의 왕성한 취미활동은 요즘 된장, 생면, 만두 등 유기농 먹을거리로 확대되고 있다. 구 명예회장은 선친이 두산, 경방그룹 회장과 함께 1956년 서울컨트리클럽에서 발족한 ‘단오회’와 진주중 15회 동창회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있으며 능성구씨 대종회장을 맡고 있다. 단오회에는 김각중 경방 회장, 김상홍 삼양사 명예회장, 선친을 치료했던 이동렬 박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진주중 동창인 고 이규호 전 문교부 장관도 생전에 절친한 사이였다. 고 정주영 회장도 전경련 회장단 활동 등을 통해 남다른 친분을 쌓았다. ●20년 경영수업 받은 ‘구병장’ 구본무 회장은 연세대 상학과에 다니다 육군 현역으로 입대했다. 재벌 총수 가운데 현역 출신은 쉽게 보기 어렵다. 보병으로 만기 제대후에는 미국 애슐랜드대로 유학을 떠났다. 클리블랜드주립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구 회장은 30세때인 75년 럭키(현 LG화학)의 심사과(사업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부서로 사업전반을 이해할 수 있음) 과장으로 입사했다. 당시 심사과에서 같이 근무했던 직원이 구 회장의 ‘핵심참모’인 강유식(57) ㈜LG 부회장이다. 강 부회장은 청주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72년 럭키에 입사했다.97년 회장실(구조조정본부)로 소속을 옮겼고 99년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으면서 그룹 구조조정과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진두지휘했다. 구 회장은 아버지처럼 ‘험한’ 고생은 하지 않았지만 81년에야 금성사 이사로 승진할 정도로 차곡차곡 경영수업을 받았다. 럭키 심사과장, 수출관리부장, 유지사업본부장을 거쳐 80년 금성사(현 LG전자)로 옮겨 기획심사본부장을 맡았고 83∼84년에는 도쿄 주재원으로 근무했다. 입사 10년만인 85년에야 기획조정실 전무로 그룹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95년 회장 취임사에서 ‘초우량 LG’를 약속했던 구 회장은 인터넷, 홈쇼핑, 이동통신, 통신 등에 잇따라 진출하며 사세를 넓혀갔고 필립스와 합작으로 LCD사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빅딜’과 ‘LG카드 사태’로 반도체, 금융사업에서 손을 떼는 등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1등LG를 이끄는 사람들 지금까지 LG그룹을 상징해 온 ‘인화’는 구본무 회장 대에 이르러 사실상 ‘일등주의’로 바뀌었다.LG는 그동안 ‘인화정신’이 결코 ‘온정주의’가 아니라고 항변해 왔지만 삼성그룹에 비해 LG그룹의 분위기가 다소 느슨해 보인 것은 사실이다. 요즘 LG가 거의 매일 쏟아내는 ‘강한 승부욕’,‘독종정신’,‘다이내믹’ 등은 LG가 온건하고 점잖은 반면 보수적이고 느린 조직에서 ‘환골탈태’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구 회장이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를 김쌍수(60)부회장에게 맡긴 것도 생활가전사업을 1등으로 만든 그의 ‘뚝심’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부진을 면치 못하던 휴대전화 사업을 ‘비전문가’인 박문화(55) 사장에게 맡겨 새로운 도약을 주문했다. 오디오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박 사장은 LG의 ‘광스토리지’ 사업을 7년 연속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주역이다. LG에서 독립한 다른 친척이나 형제와 달리 주력사인 LG필립스LCD 부회장을 맡고 있는 둘째동생 구본준(54) 부회장 역시 1등에 대한 집념이 남다르다. 경복고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미국 시카고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나온 구 부회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미국 AT&T를 거쳐 86년 금성반도체에 입사했다. 반도체를 현대그룹에 빼앗기다시피 넘겨주는 것을 눈으로 지켜본 뒤 99년부터 LG필립스LCD 대표를 맡아 세계적인 LCD업체로 키워왔다. ●숨어있던 승부사기질 발휘되나 소탈하고 인자해 보이는 구 회장의 이면에는 무서울 정도의 집념과 승부욕이 도사리고 있다는 평이다. 구 회장의 집념은 그가 하늘을 나는 모습만 보고도 무려 150여종의 새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조류학’에 조예가 깊은 것에서 잘 나타난다. 중학교때 산에 올랐다가 우연히 다친 새 한 마리를 발견, 집에 데려와 치료해 준 인연으로 새에 관심을 갖게 된 구 회장은 2000년에는 ‘조류도감’을 낼 정도로 새에 관해서는 전문가다. 여의도 LG트윈빌딩에 둥지를 튼 천연기념물 ‘황조롱이’가 구 회장의 각별한 보살핌덕에 무사히 새끼를 낳은 일화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동생 구본능(56) 희성그룹 회장도 최근 ‘사진으로 보는 한국야구 100년’을 발간할 정도로 야구에 대한 관심이 보통이 아닌데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은 윗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람좋아 보이는 구 회장이 거의 ‘경멸’할 정도로 싫어하는 부류가 있는데 준비하지 않는 불성실한 사람이다. 구 회장은 연습장에서 충분히 연습하지 않고 무작정 골프장에 나타나는 초보자를 무척 싫어한다고 한다. 더 싫어하는 부류는 ‘트리플보기(이븐파보다 3타를 더 치는 것)’를 하고도 ‘히죽히죽’ 웃는 사람이다. 다시는 트리플보기같은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계열사 사장들을 평가할 때도 이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구 회장은 특별히 운동에 소질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끈질기게 연습에 매달려 한때 핸디캡 5∼6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고 한다. 환갑을 맞은 지금도 핸디 8∼9 정도를 친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구 명예회장 시절 선포한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에 ‘1등LG’를 더한 ‘LG Way’를 새로운 기업문화로 천명했다.10여년에 걸친 계열분리를 마무리지은 구 회장은 ▲고객이 신뢰하는 LG▲투자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LG▲인재들이 선망하는 LG▲경쟁사들이 두려워하면서도 배우고 싶어하는 LG를 목표로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의 집념과 승부사기질이 앞으로 어떻게 발휘될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동국제강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이례적으로 참석할 정도로 장세주 회장과는 친분이 깊은 편이다. 장 회장의 숙부인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의 딸 인영(37)씨가 구 회장의 당숙인 구자은(41) LS전선 상무와 결혼해 사돈지간이기도 하다. 만화가 허영만씨와도 교류가 있는데 허씨는 인기작 ‘식객’에서 구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맛있는 삼계탕을 사주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단출한 네식구 구 회장은 72년 김태동 전 보사부 장관의 딸인 김영식(53)씨와 결혼했다. 김씨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다닌 ‘재원’으로 서구적인 외모의 미인이었다고 한다. 시아버지 구자경 명예회장은 “보수적인 며느리를 원했는데 맞고보니 맏며느리는 개방적이고 아래 며느리들이 보수적이었다. 뒤바뀐 감도 없지 않지만 그만하면 잘 맞는 편”이라며 만족하는 분위기다. 구 회장 부부는 금슬이 좋기로 유명하지만 ‘내외’가 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이 주말에 곤지암에서 골프를 치다 부인이 일행들과 골프를 치는 것을 보고 나무랐다는 일화도 있다.LG 소유인 곤지암은 주말에 주로 계열사 임원들이 비즈니스 차원에서 애용하는데 ‘회장 부인’이 나오면 임원들이 불편해 한다는 이유다. 김씨가 다른 그룹 회장 부인과 달리 미술관을 맡지 않은 것이나 여의도 트윈타워에 한번도 나오지 않은 것도 LG가의 엄격한 ‘단속’ 때문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양자로 들인 구광모(27)씨와 연경(27)·연수(9) 두딸을 두고 있다. 광모씨는 병역특례인 산업기능요원으로 국내의 한 IT솔루션업체에 근무하고 있다. 올해 병역을 마치면 미국 뉴욕주의 로체스터 인스티튜트공대로 돌아가 학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양자로 입적된 뒤 ㈜LG와 LG상사 지분을 대폭 늘려 ‘경영승계’가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하지만 LG측은 “광모씨의 양자입적은 ‘제사 지낼 장손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구자경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4세 경영’과는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연세대 사회사업학과를 마치고 미국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는 연경(27)씨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막내딸 윤형(26)씨와 함께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붓감’이다. ukelvin@seoul.co.kr ■3공화국서 “소총 만들어보라” 권유 구인회 “유망해도 무기는 싫다” 거절 LG화학은 한때 자회사를 통해 ‘비데’사업을 하다 그룹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타일, 욕조 등 욕실 인테리어사업에 비데를 함께 취급하면 고객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시작했지만 구본무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첨단기술로 해외시장을 노리는 제품도 아닌데 돈이 된다고 해서 ‘품위’에 맞지 않는 제품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LG에서 계열분리된 지 1년이 지난 지난해 말에도 LG카드의 부실이 해결되지 않자 채권단은 또 한번 LG그룹의 지원을 요청했다.LG측은 “이미 1조원이 넘게 지원을 한데다 그룹에서 분리된 회사를 무슨 근거로 지원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구 회장의 ‘결단’으로 출자전환을 결정했다. 구 회장은 LG카드 기업어음(CP)을 갖고 있던 친척들에게 일일이 양해를 구해가며 출자를 부탁했다고 한다. 삼성과 공동으로 시작했던 방송사업을 넘겨준 것이나 택배사업 진출을 계획했다 직전에 포기한 것도 ‘사돈간의 불화’로 세인들의 지탄을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LG가 이처럼 ‘세간의 평판’을 신경쓰는 것은 엄격한 유교가문의 장손인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 구인회 회장은 도박이나 술 등 사행산업은 물론 이른바 ‘먹고 마시는’일과 연관된 소비성 사업, 부동산 투자도 금지할 정도로 엄격했다. 나중에야 필요에 의해 인터컨티넨탈호텔을 설립했지만 한때는 호텔사업도 LG의 ‘금지리스트’에 올라 있을 정도였다.3공화국 당시 정부로부터 “소총을 만들어 보라.”는 권유를 받았을 때도 “우리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것은 고마우나 아무리 유망한 사업이라도 무기는 만들고 싶지 않다.”며 거절했을 정도다. 하지만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같은 ‘체면 경영(정도경영)’은 자칫 수익성 좋은 사업 기회를 놓칠 수 있고 공격적인 확장에도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LG관계자는 “사람들에게 욕을 먹어가며 일등할 생각은 없다.”면서 “좋은 품질과 서비스를 갖추면 무리한 방법을 쓰지 않아도 고객들이 인정해준다는 것이 구 회장의 지론”이라고 말했다. ukelvin@seoul.co.kr ■구씨 3대의 반도체 인연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병돼 설립된 하이닉스반도체의 ‘새 주인’이 누가될 것인지를 놓고 재계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매각대금이 3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이는 이 대형 매물의 유력한 새 주인으로 전 주인인 LG가 거론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LG는 하이닉스 인수설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검토할 일도 없다.”며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40년 가까운 구씨 3대의 반도체 인연이 그리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다. LG는 구인회 창업회장 생전인 69년 미국 NSC의 기술제공으로 반도체 회사인 금성전자를 설립했다. 초대 사장은 구자두 현 LG벤처투자 회장이었다. 금성전자는 1차 오일쇼크 등으로 73년 금성사에 흡수합병되면서 주춤했지만 74년 삼성 이건희 회장(당시 동양방송 이사)이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것 등에 ‘자극’받아 75년 반도체팀을 만들고 미국 AMI와 합작 공장을 설립하는 등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79년에는 대한전선의 대한반도체를 인수, 금성반도체를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초대 회장은 구자경 현 명예회장, 사장은 이헌조 현 LG그룹 고문이었다. 금성반도체는 이후 85년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1메가롬(ROM)을 개발하는데 성공하고 금성일렉트론으로 이름을 바꾼 뒤 90년 1메가 D램,91년 4메가 D램을 잇따라 내놓으며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LG는 98년 정부의 ‘빅딜정책’의 ‘희생양’이 되면서 반도체사업을 현대그룹에 양보하게 된다.99년 1월6일 청와대를 방문한 구본무 회장은 전자사업이 주력인 LG에 반도체사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했지만 이미 현대측과 ‘얘기’가 끝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귀에 구 회장의 ‘절규’가 들릴 리 만무했다. 이날 밤 이헌조, 변규칠, 성재갑 등 LG의 원로들이 마련한 위로자리에서 구 회장은 모처럼 통음을 했다. 일부에서는 구 회장이 ‘통곡’을 했다고 하지만 ‘통한의 눈물’을 보인 정도였다는 것이 당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서울 한남동 구 회장의 집앞에 진을 친 기자들은 자정이 넘어 귀가하는 구 회장을 붙들고 ‘소감’을 물었고 구 회장은 “다 버렸습니다.”는 말로 3대를 내려오며 30년간 이어진 반도체와의 인연을 정리했다. ukelvi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추기경단 “콘클라베前 언론접촉 중단”

    |파리 함혜리특파원| 로마 가톨릭 추기경단은 고(故)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뒤를 이을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시작되기 전까지 인터뷰 등 언론과의 접촉을 일체 하지 않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추기경단은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 다음날인 9일 회의를 열고 오는 18일 시작되는 콘클라베의 구체적 진행방식에 대해 논의하면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호아킨 나바로 발스 교황청 대변인은 이번 합의는 언론접촉을 ‘금지’하는 수준까지 이르지 않았다면서 추기경단에 대한 언론의 접촉 시도 자제 요청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기경들은 지금까지 자유롭게 인터뷰 등에 응했으나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을 집전하고 차기 교황으로도 유력하게 거론되는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이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이탈리아 언론들이 전했다. 당초 이번 콘클라베에 참석할 추기경은 117명으로 예상됐지만 필리핀과 멕시코 교구에 소속된 추기경 2명이 와병중이어서 불참 가능성이 높다고 발스 대변인은 말했다. 차기 교황 선출권을 갖고 있는 80세 이하 추기경단 115명은 18일 오전 미사를 봉헌한 뒤 성베드로 성당에 모여 콘클라베를 시작해 같은 날 오후 첫 투표에 들어간다. 선거가 시작되는 첫날 오후에는 투표를 한 차례만 실시하고, 첫번째 투표에서 아무도 선출되지 않으면 다음 날부터는 오전 두 차례, 오후 두 차례씩 투표를 계속하게 된다. 추기경단은 비밀투표를 통해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오면 교황 선출을 알리는 신호로 성당 굴뚝으로 흰 연기를 피워 올리는 전통적인 방식과 병행해 종도 울리기로 했다. 한편 발스 대변인은 장례식장에서 수많은 추도객들이 요한 바오로 2세를 성인으로 추대하라고 연호한 것과 관련, 시성(諡聖)에 대한 결정권은 새 교황의 고유 권한이라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이라크 과도정부 구성 진통

    이라크 제헌의회가 미국의 침공 이후 근 2년만인 16일(현지시간) 역사적인 개원식을 가졌다. 지난 1월30일 총선 이후 7주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을 ‘희망의 순간’이라고 말했고,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라크 정치과정에서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과도정부 구성에는 실패, 제헌의회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시아파 정권의 출범에 반발하는 저항세력들도 개원식장인 바그다드 시내의 ‘그린존’을 향해 박격포 공격을 가했다. 사상자가 발생하진 않았으나 과도정부가 구성돼도 이라크 내 치안확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탈리아가 9월부터 철군할 뜻을 밝히는 등 미군 주도의 동맹관계에도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당초 개원 첫날로 예정된 대통령과 2명의 부통령 선출은 연기됐다. 이들로 대통령위원회를 구성해 총리를 지명하도록 했지만 실패, 과도정부 출범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 총리로 유력한 이브라힘 알 자파리 다와당 대표는 “2주 내로 과도정부가 출범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향후 일정은 불투명하다. 총선에서 과반인 146석을 차지한 시아파 연합 ‘유나이티드이라크연맹(UIA)’과 77석을 차지한 쿠르드동맹은 과도정부 구성에는 잠정 합의했다. 대통령에는 쿠르드족 지도자 잘랄 탈라바니를 추대하고, 부통령은 시아파와 수니파에 1명씩 배정하기로 했다. 행정수반인 총리에는 자파리를, 국회의장에는 수니파 출신으로 합의했다. 문제는 원내 2당으로 부상한 쿠르드측과 시아파의 기싸움이다. 쿠르드측은 유전지대인 북부 키르쿠크를 포함, 쿠르드 자치구의 확대를 요구하지만 시아파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새 헌법이 제정될 때까지 종족간 영토분쟁 문제를 유보하자는 입장이다. 게다가 시아파는 쿠르드 민병대조직인 페시메르가를 해체, 이라크 보안군에 편입시키려 하지만 쿠르드측은 자치권 보장을 위해 반대하고 있다. 또 쿠르드측은 과도정부에 이슬람 정파의 입김 배제를 바라지만 시아파가 쉽게 응할리 없다. 과도정부에 수니파를 참여시키려는 계획도 수니파가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여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저항세력의 공격은 거세지는 형편이다. 결국 미국은 영국과 함께 치안 공백에 더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어 과도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이라크 치안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수원 지역 첫 대안初校 ‘칠보산 자유학교’

    수원 지역 첫 대안初校 ‘칠보산 자유학교’

    경기도 수원 지역의 첫 대안초등학교인 칠보산 자유학교(freechal.com/suwondaean)가 지난 5일 문을 열었다. 맞벌이를 하는 중산층 부부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이 학교는 교육과 탁아를 함께하는 ‘공동 육아’의 이념에서 출발했다. 집같이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학생들은 자연환경과 이웃들의 삶을 체험하며 세상을 배우고 있다. 아직은 전교생이 12명뿐인 작은 학교이지만 서수원 지역의 작은 교육 공동체를 꿈꾸는 칠보산 자유학교의 수업 현장을 찾았다. ■ 자유롭고 즐겁게 ‘더불어 삶’ 배운다 지난 9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LG빌리지 상가 지역에 터를 잡은 수원 칠보산 자유학교를 찾았다. 상가 건물 2층에 자리한 학교는 겉으로는 평범한 사무실처럼 보였다. 그러나 학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우리집’ 같다는 느낌이 든다.40여평 규모에 방 3개와 거실, 부엌, 화장실을 갖춘 일반 아파트와 같은 구조였다. 안방은 4·5학년이 공부하는 교실로 ‘형님반’이라고 부른다.2학년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중간방은 ‘생각반’이다.1학년 ‘나무반’ 어린이들은 중간방 옆에 있는 작은방을 사용하고 있었다. 각 반 이름은 모두 아이들이 스스로 정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말과 글’ 수업을 마친 어린이들은 점심을 먹으려고 거실로 모였다. 칠보산 자유학교의 거실은 단체 수업과 놀이 활동, 그리고 식사를 하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오늘의 메뉴는 자장밥과 미역국. 식단은 학부모가 직접 짠다. 학부모들이 배식 당번을 정해 매일 한 명씩 학교를 방문해 밥을 짓고 어린이들의 식사 지도를 맡는다. 밑반찬은 각자 집에서 마련해 학교로 가져온다. 점심 식사를 마친 아이들에게는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남자 어린이 7명은 학교 앞 공터로 몰려간다. 학교가 임대한 공터 흙 바닥에서 아이들은 뒹굴듯 축구 삼매경에 빠진다. 여자 어린이 5명은 교실에 남아 지난 ‘살림수업’시간에 배운 콩나물 종이 접기에 여념이 없다. 주먹만한 시루에 종이 콩나물을 가득 접어 넣어야 숙제를 마치는 것이다. 오후 1시30분.‘마을에서 배우기’시간이다. 이 시간에는 풍물패 샘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별님 강사와 함께 전래동요를 배운다. 거실에 모인 어린이들은 한 강사의 장구 장단에 맞춰 강강술래, 문지기놀이, 손치기, 발치기 등 우리 동요를 배운다. 노래를 익힌 어린이들은 한 강사와 함께 학교 앞 공터에 몰려나가 둥글게 원을 만들고 강강술래와 문지기놀이를 즐긴다. 정규 수업이 끝나는 오후 3시30분부터는 청소 시간이다. 각자 교실과 거실을 쓸고 닦은 뒤에는 집에 가도 되고 학교에 남아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놀다 가도 된다. 오후 4시30분쯤이면 집에서 보내온 과일과 떡 등 푸짐한 간식이 준비되기 때문에 대부분 아이들은 간식을 먹고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간다. 가장 어린이다운 모습으로 공부하고 생활하도록 지도하는 수원 칠보산 자유학교의 재학생들은 한결같이 학교가 좋다고 말한다. 수원의 한 사립초등학교에 다니다 담임 교사의 불공평한 체벌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4학년 송은서(10·가명)어린이는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둔 뒤 집에서 생활하다 올해부터 이 학교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송 어린이는 “전 학교에서 선생님이 서류용 집게를 입에 물려 벌을 세우거나 때리는 일이 많아 너무 속상했다.”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할 수 있는 이 학교가 좋다.”며 활짝 웃는다. 수원 상촌초등학교에서 4학년을 마치고 5학년은 칠보산 자유학교에서 시작한 최은솔(11)양은 부모님의 권유로 학교를 옮겼다. 최양은 “전 학교를 그만둘 때는 섭섭하고 걱정도 됐지만 새 학교를 다녀보니 학교가 재미있고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수원 칠보산 자유학교의 정규 과목은 3과목뿐이다. 교과서도 없다.7차 교육과정에 근거한 국어 수업인 ‘말과 글’, 수학 과목에 해당하는 ‘수’,4·5학년생들을 위한 ‘외국어’수업이 전부다.‘말과 글’수업은 일반 초등학교의 전형적인 국어 수업과는 다르다. 만들기·그리기·동화책 읽기 등을 통해 우리말과 글을 익히는 종합적인 언어 수업에 가깝다.‘수’시간에는 생활에 꼭 필요한 셈을 공부한다.‘외국어’수업은 고학년을 대상으로 실험적으로 시도해 보는 영어 수업이다. 무리한 목표를 정해 암기식으로 영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영어동화를 읽거나 노래를 부르면서 외국어를 익힌다. 이 시간에 저학년 학생들은 나들이나 미술활동을 한다. 오전 중에는 정규 수업을 진행하고 오후 수업은 주로 외부 강사를 초청해 다양한 과목을 배운다.‘살림’수업은 의·식·주는 단순히 돈으로 사서 사용하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 생활에 큰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가르친다. 어린이들은 이 시간에 요리, 바느질, 종이접기 등을 경험한다.‘마을에서 배우기’ 시간에는 외부 강사와 함께 노래를 배우거나 전래 놀이를 즐긴다. 또 마을 시장을 방문해 경제활동에 대해서 공부한다. 매주 금요일 ‘학교 밖 학교’ 시간에는 인근 칠보산에 방문해 자연을 관찰하고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칠보산 자유학교는 어린이들이 원하는 그대로 진행된다. 매주 월요일 오후 어린이 회의를 개최해 학교 생활의 규칙을 만든다. 이 시간에는 학생들이 나들이 가면 좋을 곳, 꼭 하고 싶은 운동 경기, 배우고 싶은 노래 등을 발표해 어린이들의 의견을 수업 내용에 반영한다. 때문에 전임 교사 3명은 정규 수업이 끝나면 늘 모여 일주일 단위 수업 계획을 세운다. 이 학교의 또 다른 특징은 재학생들이 모두 예사말을 사용한다는 것. 교사와 학생 사이에 예의는 지키되 격의 없이 지내기 위해서다. 어린이들은 전임 교사들에게도 ‘반짝이’,‘봄날’,‘산’과 같은 별명을 부른다. 칠보산 자유학교 대표 교사인 이한별(27·여)씨는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수업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면서 “어린이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주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 학교의 수업 목표”라고 말했다. 수원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칠보산 학교 어떻게 문 열었나 수원 칠보산 자유학교의 시작은 서수원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공동육아’ 모임이었다. 공동육아협동조합 ‘사이좋은 어린이 집’이 문을 연 것은 지난 2001년. 권선구 금곡동 LG빌리지에 살고 있는 맞벌이 부부 7∼8쌍이 모여 육아 문제를 함께 고민한 것이 칠보산 자유학교의 첫 출발이다. 아파트 이웃 주민으로 서로 안면이 있는 10가구가 모여 한 가구당 400만원씩 출자해 ‘사이 좋은 어린이 집’을 탄생시켰다. 아파트 단지내 33평 주택을 전세 9000만원에 임대했다.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취학 전 어린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교사도 2명 채용했다. ‘사이 좋은 어린이 집’은 1년 뒤 참여 가구 수가 24가구로 두배 이상 늘었다.2002년에는 LG빌리지 근방의 300여평 규모 단독주택으로 옮겨 텃밭도 가꾸기 시작했다. 현재 ‘사이 좋은 어린이 집’에는 어린이 25명이 지내고 있으며 전담 교사 4명, 조리사 1명이 있다.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취학 어린이를 돌보는 ‘방과 후 어린이 교실’도 운영하게 됐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저학년 어린이 21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전담교사도 3명이다. ‘사이 좋은 어린이 집’과 ‘방과 후 어린이 교실’에 참여했던 공동육아협동조합 구성원들은 지난해 4월부터 공동육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대안학교를 세우기 위해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수원 대평중학교 박정근(47) 교사를 수원 칠보산 자유학교 설립 추진위원장으로 추대하고 1년간 학교 개교를 준비했다. 공동육아의 개념을 이해하고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전담 교사 3명도 선발했다. 수원 지역에서 참여를 희망하는 학부모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통한 홍보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공동육아에 참여했던 어린이 7명과 다른 학교에서 전학 온 어린이 5명, 총 12명의 어린이가 이 학교에 재학 중이다. 이중 남매·형제가 함께 학교를 다니는 어린이가 6명이다. 학부모들은 대학 교수, 의사, 중·고 교사, 대기업 간부, 소설가 등 대부분 중산층이다. 정기적인 학부모 모임도 열어 이들의 관계는 매우 돈독하다. 수원 칠보산 자유학교도 학부모가 한 아이에 400만원, 두 아이는 500만원을 출자해 세운 학교다. 출자금액의 80%는 어린이가 졸업할 때 다시 회수하고 20%는 교육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것이 이 조합의 생각이다. 학부모들은 등록금 형태로 한 어린이당 매월 30만원을 내 학교를 운영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칠보산 자유학교는 물론 학력인정을 받는 학교는 아니다. 중학교에 진학하려면 검정고시를 봐야 한다. 수원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학교설립 주역 박정근선생님 “나의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를 함께 키우는 것이 공동육아의 철학입니다.” 칠보산 자유학교 설립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했던 대평중학교 박정근(47) 교사는 “교육을 중심으로 서수원 지역에 더불어 사는 공동체가 형성된 것이 칠보산 자유학교 개교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고 육아·탁아에 대한 학부모들의 기대치는 높아졌지만 사회 시스템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육아·탁아·보육·교육의 기능을 모두 담당할 공동체라는 것이다.30대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수원 지역에서 시작된 육아 모임이 우리나라 교육의 작은 이정표를 세울 대안학교를 탄생시킨 셈이다. 박 교사는 “우리의 아이를 함께 키우는 공동육아 모임을 통해 바른 가정, 좋은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고 자연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자세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에게 더 나은 생활환경, 더 깨끗한 먹을거리, 더 좋은 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학부모들의 바람은 자연스럽게 친환경 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박 교사는 환경에 관심이 있는 수원 지역 교사를 중심으로 ‘도토리 교사 모임’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수원 칠보산 학교를 학부모와 학생들의 손으로 직접 먹을거리를 재배하는 친환경 교육환경 학교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학교는 다음달 칠보산과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학교 구성원들이 모두 2∼3평의 텃밭을 분양받아 논과 밭을 가꾸기 위해서다. 박 교사는 “교육을 중심으로 모인 공동체가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으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교육 환경을 만들고 공동체 기금을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의 교육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與 노선투쟁 재점화되나

    與 노선투쟁 재점화되나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열린우리당내 노선투쟁이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4대법안 처리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강경파와 온건파의 싸움은 연초 지도부 총사퇴 등 심한 내홍을 거치면서 일단락됐다. 특히 내분 봉합과정에서 원내대표 후보에 정세균 의원, 당 의장감으로 문희상·한명숙 의원 등 온건적 실용주의자들이 부상하면서 개혁을 주장해 온 강경파의 입지는 좁아지는 형국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당 정책위원회가 국가보안법 등 쟁점법안의 처리 시기와 관련, 강경파들이 주장해 온 ‘2월 임시국회’를 못박지 않고 ‘올해 추진 법안’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지난 8일 강경파인 재야 출신 장영달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장 의원은 “토끼몰이식 파당정치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어떠한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 도전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장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을 언급한 것은 최근 당의 무게중심이 급격하게 온건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특히 당내에서는 정세균 의원의 원내대표 합의추대론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재야파나 강경파가 살기 위해서는 ‘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당 의장에 뜻을 뒀던 장 의원은 9일 원내대표 경선 출마와 관련,“당이 이렇게 어렵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원내대표 출마 뜻을 재천명했다. 그러나 장 의원의 원내대표 경선 출마가 당선보다는 강경파의 입지 확보에 이은 전당대회를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재야파 외 친노직계에서 두루 지지를 받고 있는 원혜영 의원이 정세균 의원의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으로 나서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져 장 의원의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그동안 잠잠했던 개혁당 출신들도 전당대회에 내보낼 후보선정 작업에 들어가 노선 경쟁 분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개혁당 출신 의원과 당원들의 모임인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는 최근 당내 지도부 진출을 결의하면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김원웅 의원과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이 강력한 출마의사를 밝혀 내부적으로 교통정리에 들어갔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에선 대안으로 유시민 의원을 주장하고 있으나 단일화 성공여부는 미지수다. 특히 재야파와 개혁당 출신들은 모두 지난해 말 4대 법안처리에 원론을 피력한 강경파들로 연대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상승효과를 일으켜 자칫 지난해 말과 같은 치열한 노선경쟁이 재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재야 개혁파의 대표격인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8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선병렬·이인영 의원 등 지지자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인 신년하례식을 가졌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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