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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10) 전라북도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10) 전라북도

    전라북도 체육계가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 재기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전국체전과 소년체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전북체육이 바닥을 치고 힘찬 재도약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북도교육청 체육담당 장학관과 장학사들은 예년과 달리 희망의 싹을 틔우기 위한 열정으로 가득차 있다. ‘전국체전과 소년체전 순위는 곧 도민의 자존심과 직결된다.’는 최규호 교육감의 지시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바닥권 헤매는 전북체육의 활로찾기 지난 80년대 까지만 해도 전북은 운동을 잘하는 지역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에서 3∼4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태권도, 복싱, 레슬링 등 격투기 종목은 항상 전국을 휩쓸었다. 그러나 이농현상으로 인구가 감소하면서 선수층이 얇아지고 재원도 상대적으로 달려 전북체육은 서서히 뒷걸음쳤다.2004,2005년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에서 16개 시·도 가운데 14∼15위를 기록해 도민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었다. 제주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나 마찬가지였다. 잘 나가던 격투기 종목은 타 시·도의 선전에 밀려났다. 체조는 무려 10년 동안 노메달이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 같은 부진은 무엇보다도 미래의 꿈나무들을 키우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었다. 기초종목과 비인기 종목을 도외시한 것도 주요인이다. ●중위권 목표 특단의 대책마련 꼴찌 탈출에 대한 도민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전북교육청은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2007년도 제36회 소년체전부터는 중위권으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우선 체육영재를 육성하는 체육중학교를 설립했다. 전국에서 여섯번째 체육중이다. 올해 30명의 신입생을 모집해 개교했다. 육상, 수영, 체조와 함께 다른 학교에서 육성하지 않는 조정, 카누, 여자사이클 등 비인기 종목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전문코치는 선수 육성에만 전념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제를 도입했다. 체조, 역도, 양궁, 수영, 레슬링 등 전략종목은 도교육청이 직접 관리하고 담당 장학사가 선수단과 한 몸이 되어 전력투구 한다는 전략이다. ▲선수 수급 ▲예산지원 ▲훈련을 도교육청 및 협회, 지도자가 삼위일체되어 최대 효과를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예산지원도 늘어 사기가 앙양됐다. 도교육청의 학교체육지원예산은 2005년 32억 9000만원에서 2006년은 39억 8000만원, 올해는 45억 7000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도체육회도 그동안 전국체전에만 주력하다가 꿈나무를 키워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지난해부터 학교체육에 지원을 시작했다. ●수영과 양궁·체조가 메달 텃밭 전북체육은 열악한 여건을 딛고 서서히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소년체전에서 적어도 27개 이상의 금메달을 거머쥐어 8위권까지 뛰어오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해 소년체전 수영 2관왕인 임수영(16·여·김제여중3)은 올해도 금을 예약한 상태다. 일선 시·군에 수영장이 많이 설립돼 수영도 새로운 전략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궁은 오랫동안 오수초·중이 전국을 재패하고 있다. 양궁 3관왕인 이진영(13·여·오수중1), 이병현(13·오수중1), 김민정(17·여·오수고2)은 이변이 없는 한 금을 예약한 상태다. 지난해 초등학교 신기록을 수립한 포환의 이미나(12·여·함열초6) 역시 대적할 맞수가 없는 기대주다. 지난해 2관왕인 박소희(15·여·지원중2)박윤희(12·여·지원초6)형제도 국가대표를 꿈꾸는 전북체조의 별이다. 동생 박진희(8·이리초2)도 언니들 처럼 체조선수로서 훌륭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 밖에 투창 부문 손다혜(16·여·지원중3), 원반던지기 이승하(16·전라중3),800m·1500m 신소망(16·여·이리동중2)도 세계적인 선수로서 성장 할 수 있는 꿈나무들이다. 반면 그동안 전국을 6연패했던 성심여고 배드민턴이 지난해 은메달에 머무는 등 다소 부진한 상황이다. 전북도교육청 유성진 체육보건교육과장은 “꿈나무를 육성하는 학교체육을 살려야 전북체육이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을 새롭게 하고 도체육회와 교육청이 상생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면서 “전북체육은 이제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임실 오수초등학교 양궁부 지난해 개최된 제35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양궁부문에서는 모든 여건이 열악한 산골 초등학교가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쓸어 양궁계를 놀라게 했다. 화제의 학교는 전북 임실군 오수면 오수리 오수초등학교. 전교생이 322명인 소규모 학교가 기적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학교 이진영(13·여·오수중1)양은 여자 초등부에서 3관왕에 올라 스타탄생을 예고했다. 이양은 20m 718점,30m 707점 등 개인종합 1425점을 기록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30m와 개인종합에서는 대회 신기록도 수립했다. 단체전에 출전한 김현숙(13·여·오수중1), 진솔(13·여·오수중1), 최혜지(13·여·오수중1)양도 이양과 함께 전국을 평정했다. 지난해 8월 청주에서 열린 제18회 전국남녀초등학교 양궁대회에서도 오수초는 국내 최고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양은 20m,30m, 개인전,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어 4관왕의 영예를 안았다.20m 초등부 신기록과 함께 대회 신기록도 수립하는 쾌거를 올렸다. 단체전 역시 오수초의 벽을 넘는 학교가 없었다. 1980년 창단돼 28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오수초등학교 양궁부는 많은 선수들을 배출했다. 지난해 전국체전 2관왕인 김민정(17·여·오수고2)과 은메달리스트 조민수(21·장신대)도 오수초 출신이다. 이 학교에 양궁의 씨앗을 뿌린 사람은 당시 평교사였던 김진상(현 도교육청 장학사)씨. 그는 양궁의 불모지였던 이곳에서 책을 보고 공부해 가며 선수들을 육성했다. 훈련장이 없어 운동장 한 귀퉁이에 천막을 치고 연습했다. 겨울에는 나무난로를 피워 손을 녹여가며 연습해야 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쥐꼬리 예산, 형편 없는 시설, 얇은 선수층 모든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지만 끈질기게 극복해 나갔다. 눈보라속에서도 자동차 불빛에 의지해 야간 훈련을 할 정도로 선수와 코치들의 의지와 사기는 항상 충천했다. ‘부단한 노력’‘끊임 없는 연습’‘좋은 스승의 가르침’이 삼위일체가 되어 2000년도부터는 양궁이 전북 체육의 전략종목으로 떠올랐다. 오수초 양궁을 육성해야 한다는 각계의 성원에 힘입어 2002년에는 꿈에도 그리던 조립식 실내 연습장이 건립됐다. 올해 확장공사가 완료되면 30명이 한꺼번에 시위를 당길수 있는 현대식 시설을 확보하게 된다. 거리도 70m까지 연습할 수 있는 시설이다. 오수중·고 선수들도 찾고 있다. 곽송훈 교장은 “지난해는 양궁부 창단 이후 최고의 성과를 거둔 해였다.”면서 “여자 초등부 양궁 전종목을 석권한 것은 초심을 잃지 않고 오로지 훈련에 훈련을 거듭한 노력의 결정체”라고 대견해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오수초등 양궁부 진현주코치 “지방에 있는 작은 학교지만 양궁만큼은 전국구로 통합니다.” 오수초등학교 양궁부가 전국을 평정하기까지에는 18년째 팀을 이끌고 있는 진현주(35)코치의 헌신이 절대적 요소였다. 오수초와 오수중을 나온 진 코치는 후배 선수들을 친 자식처럼 보살피고 고락을 함께 한 오수초 양궁의 산증인이다. 진 코치는 초등학교 4학년 처음 활을 잡은 뒤 25년 넘는 세월 동안 양궁을 천직으로 살아온 양궁인이다. 여고졸업 직후 지난 1990년부터 오수초에서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선수들에게 밥을 지어 먹이고 빨래를 해주면서 남몰래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지요. 하지만 선수들이 어려운 훈련을 받아들이고 좋은 성적을 거두게 보면 그동안의 고생은 흔적 없이 사라집니다.” 진 코치는 합숙소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어린 선수들을 부모처럼, 언니처럼 돌보았다. 훈련시간에는 호랑이 선생님으로, 쉬는 시간에는 어깨부상 방지를 위해 테이핑을 해주는 자상한 언니로 온갖 정성을 쏟아부었다. 때문에 선수들 하나 하나 눈빛만 보아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컨디션은 어떤 상태인지 직감적으로 파악한다. 진코치의 훈련방법은 집중력, 승부욕 등 정신력 강화에 주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명상테이프를 들려주고 결속력 강화놀이 등 다양한 방법을 도입했다. 체력훈련과 기본자세 등 육체적 훈련도 중요하지만 초고수들의 승부는 화살을 날려보내는 찰나의 순간 정신력에서 좌우된다고 판단한다. “양궁은 어느 운동보다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진 코치는 고된 훈련과 난이도 높은 기술이라고 받아들이려는 긍정적 자세와 성적이 나빠도 흥미를 잃지 않는 끈기가 가장 중요하고 강조한다. “훈련장은 현대식으로 정비됐지만 아직도 장비가 모자랍니다.”고 강조하는 진 코치는 오늘도 선수들과 한 몸이 되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공기업 취업문 올해도 ‘바늘구멍’

    공기업 취업문 올해도 ‘바늘구멍’

    ‘꿈의 직장’,‘신이 내린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준정부기관·금융 공기업의 취업문이 올해에도 여전히 좁을 전망이다. 공기업은 대체로 정년이 보장되고 임금수준도 높은 편이라 인기가 높지만 일자리가 별로 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11일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에 따르면 상당수 공기업은 올해 채용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줄일 계획이다. 주택공사 관계자는 “올해 경기전망이 밝지 않은 데다 조직 확장에 대한 문제 제기 때문에 많이 채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8명을 뽑은 인천항만공사에는 5900여명이 응시해 경쟁률이 올해 최고인 740대1을 넘었다. 20명을 뽑는 절차를 진행 중인 가스안전공사의 행정분야 경쟁률은 450대1이나 됐다. 또 60명을 선발하는 전기안전공사에는 석·박사급이 100여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140명을 뽑은 수자원공사에는 석사 190명, 박사 4명, 기술사·회계사 13명 등 고급인력이 몰렸다. 한국전력은 과거 토익점수가 높을수록 최종 합격에 유리하도록 했으나 지난해부터는 사무직 900점, 기술직 800점 이상은 모두 만점으로 간주하는 대신 전공지식과 자격증에 대해서는 종전보다 비중을 높였다. 또 주택금융공사는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한 뒤 영어로 질의 응답하는 과정을 만들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토익·토플 점수는 높은데 회화가 안 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관광공사는 해당 외국어로 면접을 실시한다. 실무능력과 함께 인성을 강조하는 공기업도 많다. 신용보증기금은 지난해 2박3일 합숙면접을 통해 지원자들을 관찰했다. 수자원공사는 공기업 처음으로 직무능력 검사를 실시했다. 산재의료관리원은 올해부터 인성검사를 추가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대기업 ‘가화만사성 경영’ 바람

    대기업 ‘가화만사성 경영’ 바람

    최근 직원 가족을 챙기는 기업이 부쩍 늘고 있다. 편의시설과 프로그램을 가족에게 개방하고 직원에게만 주는 혜택을 아내와 자식, 부모에게까지 넓히고 있다. 기업들은 몇년 전만 해도 대개 회사와 가정을 별개로 쳤다. 하지만 최근엔 사업 환경이 무한 경쟁체제로 들어서 직원의 업무가 늘어나자 ‘가족 챙기기’가 핵심 경영전략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른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경영’이다. ●“심리를 읽어 스트레스를 사전에 풀어줘라” 대기업의 이같은 가족 챙기기에는 학자금은 기본이고 심리상담, 영어캠프 등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그램이 있다. 직원의 스트레스도 풀어 주고 집안일에 대한 부담도 덜어 직장문화 개선과 회사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기 위해서다. 또 자녀가 기업 친화적인 이미지를 갖는 데도 도움이 된다. LS전선은 지난달 26일 경기 안양시 소재 중앙연구소에 ‘함마음 심리상담센터’를 열었다. 업무 및 개인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상담뿐만 아니라 성격, 적성, 정신건강 등의 전문적인 심리 검사와 해석 상담을 통해 연구원의 심리 건강을 챙긴다. 함마음이란 “함박웃음을 만드는 곳”이라는 뜻으로 직원들이 직접 이름을 붙였다. ●“자녀는 회사의 미래 자산” LGCNS는 직원뿐 아니라 직원 자녀에게도 사내 심리상담소인 ‘마음쉼터’를 개방했다. 마음쉼터는 지난해 9월 문을 열어 직원의 심리상담을 맡아왔다. 지난달에는 직원 자녀 가운데 초·중·고등학생 55명이 봄방학을 맞아 상담을 받았다.LGCNS 이명관 상무는 “행복하고 편안한 가정은 직원이 회사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기본 조건”이라고 말했다. 학부모인 직원의 고민 1순위는 자녀 교육이다.KT는 지난 2월부터 전국 주요 도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KT공부방’을 51곳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직장 보육시설과 출산 장려금 지급 등의 육아지원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직원 자녀 1명당 20만원씩 지급하던 출산 장려금도 첫째 자녀는 20만원, 둘째는 50만원, 셋째 이후는 100만원씩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는 1월31일∼2월4일 경기도 용인의 현대모비스 연수원에서 ‘임직원 자녀 영어캠프’를 실시했다. 중학교 1,2학년의 임직원 자녀 105명이 참여했다. 기아자동차도 1월15일부터 지난달 2일까지 고객 자녀 1000명을 대상으로 용인의 강남대, 전북 원광대, 부산 동부산대 등 3곳에서 영어캠프를 열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1월22일∼2월4일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임직원 자녀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공장 기술연구원에서 원어민 교사와 합숙캠프를 진행했다.LG화학은 2004년부터 영어캠프와 함께 협력사 직원가족들을 대상으로 화학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부모님께는 효도 항공권 직장인은 자녀뿐 아니라 나이드신 부모님 걱정도 빼놓을 수 없다. 대한항공에 다니는 직원을 자녀로 둔 부모들은 자식 덕에 세계 여행을 갈 수 있다. 대한항공은 본인 결혼,60세 이상의 부모 또는 배우자 부모 대상으로 효도항공권을 재직 중 한 차례에 한해 지급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취항하는 국제·국내선 중 어느 곳이든 가능하다. 아시아나항공도 임직원 직계 가족 및 배우자 직계 가족에게 무료 항공권 및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가족 가운데 장애인이 있을 경우 등급에 따라 수술비와 재활수당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가족이 참여하는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육아 등을 위한 탄력 근무제와 부모를 부양할 경우 효도 수당을 주는 기업도 있다. 최용규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M&A 유통업계 ‘화학적 융합’ 바람

    까르푸에서 이름을 바꾼 할인점 홈에버는 정기적으로 본사·매장 임직원 36개 팀이 참가하는 축구리그를 연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프랑스 등 각국 대표팀과 똑같은 유니폼을 팀별로 맞춰 입고 벌이는 미니 월드컵이다. 지난해 말에는 전직원 노래 경연대회를 열었다. 이 모든 게 지난해 이랜드가 경영권을 인수한 뒤 그룹 내 일체감을 다지기 위한 노력들이다. 지금도 서울과 오대산에서 2박3일 코스로 50명씩 이랜드 경영이념과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합숙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대형 인수합병(M&A)을 마친 유통업체들이 내부 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물리적 결합’을 넘어 ‘화학적 융합’을 이뤄내야만 M&A의 성과를 극대화하고 업계 무한경쟁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월마트를 인수한 신세계는 올 연말까지 기존 이마트 조직과의 통합을 마무리하기 위해 직급, 급여, 운영시스템 등의 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 월마트 16개 점포가 이마트로 간판을 바꿔 달기는 했지만 워낙 양쪽의 기업내용과 스타일이 달라 현재 옛 월마트 점포는 신세계마트라는 별도 법인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26일 “이미 조직문화 공유 등 교육은 끝냈고 현재는 옛 월마트의 시스템과 경영실적을 최대한 빨리 기존 이마트 수준으로 맞추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플라자를 인수한 애경은 ‘포용’을 통해 화학적 융합을 성공시킨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삼성플라자 직원에 대한 100% 고용 승계는 물론 애경보다 높은 수준의 급여 등 복리후생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롯데가 경영권을 갖게 된 우리홈쇼핑도 ‘롯데’ 컬러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사내에 “이제부터 롯데 계열사”임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한편 소비자에 대한 홍보 및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롯데백화점·롯데카드와 구매 적립금 등을 공유할 계획이다. 이미 이달 초 신문광고를 통해 공유 마케팅을 시범 실시했다.김태균 주현진기자 windsea@seoul.co.kr
  • 바이애슬론 조미란 MVP

    “2014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바이애슬론 여중부 4관왕 조미란(16·평창 대화중 3년)이 지난 24일 폐막된 제88회 전국동계체전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중학교 1학년 때 주위의 권유로 바이애슬론을 시작한 조미란은 이번 대회에서 사격을 빼고 모두 출전, 금메달 4개와 은메달 1개를 따냈다. 특히 조미란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정상에 올라 기쁨이 남달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아버지 조병섭(46)씨가 배추 등을 길러 힘들게 뒷바라지한 것. 오빠 영훈(17·횡성고 1년)은 정구 선수로 뛰고 있고, 여동생 유란(14·대화중 1년)은 언니의 영향을 받아 지난해 바이애슬론에 입문한 스포츠 가족이다. 산골 소녀답게 강한 체력을 가진 조미란은 낙천적인 성격 덕에 사격실력만 키운다면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차세대 기대주’다. 조미란은 “두달 동안 합숙훈련을 하느라 힘들었는데 이제 좋아하는 컴퓨터 오락을 하며 놀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피겨 여왕’ 김연아(군포 수리고)는 여고부 싱글에서 총점 139.66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편 경기도가 종합점수 1126.5점(금66, 은78, 동53)으로 대회 6연패를 일궜다. 경남은 컬링에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1999년 이후 8년 만에 첫 메달 맛을 봤다. 울산은 노메달.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치러진 제4회 장애인체전에선 서울이 종합우승을 차지했다.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7)강원도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7)강원도

    ‘부족한 재원, 갈수록 줄어드는 학교와 학생수….’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는 강원도 체육이지만 강원도교육청 체육담당 장학사들과 일선 체육교사, 지도자들의 열의는 다른 지역을 앞선다. 지금까지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에서 중상위권을 유지하며 ‘강원도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원도내 학교는 몇몇 중소도시를 제외하고는 벽오지에 산재해 있어 체계적인 체육 활동과는 거리가 있다. 또 적은 인구만큼이나 선수층도 얇고 체육분야에 지원되는 재정은 타 도시의 2분의1에도 못미치고 있다. 하지만 우수선수 조기 발굴을 위해 해마다 12월에 소년체전 평가전을 거쳐 선수를 선발한 뒤 이듬해 4월초까지 동계훈련을 시켜 기초유망주들을 길러내면서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선발된 선수들에게는 월 50만원씩 연간 10억원의 훈련비가 지원되고 있다.5년 전부터 실시한 이같은 평가전으로 강원체육이 중상위권에 오르는 놀라운 성과를 올리고 있다. 특히 수영·육상·체조 등 기초종목을 바탕으로 사격·역도·레슬링·복싱 등 전략종목을 육성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수영에서 거두는 성적은 대단하다. 소년체전에서 해마다 3개의 금메달을 따내는 괄목할만한 성적을 냈다. 국가대표인 자유형의 정애현(남춘천여중3), 배영의 주니어 상비군인 서희(홍천여중3)선수 등이 든든한 기둥으로 꼽힌다. 이들은 군단위에 하나뿐이고 그나마 정식 풀장의 절반인 25m 레인에서 일반인들과 함께 섞여 훈련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성적을 내고 있다. 홍천초교·홍천여중 수영부는 학부모들과 지도자들이 수영교실을 운영하면서 만든 이익금으로 선수를 육성하고 있다. 특히 시설이 전무한 다이빙에서도 메달이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청 소속으로 국가대표선수인 권경민(26)·조관훈(24)의 싱크로다이빙은 지난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값진 동메달을 따냈고 소년체전 금메달 리스트인 윤승은(봉의초교6)도 꿈나무다. 매트 위의 다이빙 훈련이 기적을 일구고 있는 것이다. 강원체고의 수구팀도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값진 우승을 얻었다. 강원도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기본종목으로 채택해 육성하기 시작한 육상종목도 활성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소년체전 등 전국단위 대회 성적은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높이뛰기, 경보, 투포환, 중장거리 성적은 기대 이상이다. 지난해 소년체전 높이뛰기에서 은메달을 딴 김태학(동해 광희중2), 경보에서 금메달을 딴 원샛별(원주 상지여중3), 투포환 전국기록보유자 신보미(강원체육중2·여) 등이 유망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까지 성적이 좋았던 800,1500,3000m 중장거리 종목의 경우 올 들어 기록이 그다지 좋지 못한 것이 흠이다. 체조는 예년에는 국가대표선수까지 배출했지만 학교규모가 작아지면서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같은 기초종목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강원도는 역도·태권도·사격·레슬링 등 비인기종목을 전략종목으로 육성하고 있다. 사격은 강릉 사천중학교 여자부 권총사격팀이 4,5년 전부터 전국을 재패해오고 있다. 지도자의 열정과 과학적인 훈련방식이 먹혀든 결과이다. 사천중학교 사격부는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기록이 워낙 좋아 모두 국가대표 후보로 올라 있다. 올림픽 은메달 리스트(권총)인 진종오 선수도 강원도 춘천 출신이다. 세계적인 선수인 장미란을 배출한 역도종목도 원주·홍천을 중심으로 걸출한 선수들을 많이 길러내고 있다. 장 선수 외에 사재혁(홍천)선수가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동하고 있다. 레슬링은 함상진(강원중2) 선수 등이 유망주로 꼽히고 있다. 강원도교육청 노경섭 장학사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듯이 체육분야 전문 지도자들이 불모지 강원도체육을 이끌고 있다.”면서 “행정당국의 꿈나무 체육에 대한 좀더 많은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강릉 사천중학교 사격부 “장비도 시설도 열악하지만 사격이라면 자신 있습니다.” 전교생이 50명에 불과한 시골 중학교 여학생들이 전국 권총부문 사격대회를 휩쓸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 사천중학교 사격부원 8명이 주인공. 사천중학교는 지난 2003년 전국대회에서 2차례 우승하면서 혜성같이 나타나 소년체전 등 해마다 6∼7회의 전국대회를 휩쓸고 있다. 사실상 권총부문 전국대회를 평정한 셈이다. 사천중 여자 사격팀이 이처럼 전국대회를 석권하고 있는 것은 1998년 이 학교에 부임한 오병옥(44) 교사의 남다른 열정과 과학적인 지도방법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부터 사격을 해왔던 오 교사는 우선 들쭉날쭉한 실탄의 무게를 갖고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 한발 한발의 무게를 달아 연습을 하게 했다. 실탄 한개의 무게가 5.1∼5.5g으로 보통 0.1∼0.2g의 미미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1000분의1까지 잴 수 있는 저울을 이용해 똑같은 실탄만을 사용하게 했다. 권총 한발을 쐈을 때 배출되는 공기의 양을 일정하게 하게 했다. 실탄의 속도를 내게 하는 탄속도 항상 일정하게 할 것을 주문한다. 오 교사는 열악한 훈련비도 아낄 겸 이같은 과학적인 훈련을 위해 권총 수리까지 직접 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을 무조건 몰아치며 훈련시키는 방법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을 동원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훈련을 거친 윤보배(강원체고1·여), 최승희(사천중3·여), 김선아(사천중3·여), 최대한(사천중1)이 국가대표 후보로 활동하고 있다. 전국 최연소 국대대표선수인 셈이다. 이들 가운데 최대한 선수는 청일점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선수 대부분이 시골의 어려운 가정형편을 이겨내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모범이 되고 있다. 오 교사는 선수들을 아예 자신의 집에서 합숙시키고 손수 밥까지 해 먹이고 있다. 시골학교의 어려운 재정 형편을 이겨보려는 궁여지책이다. 훈련도 수업시간은 피하고 이른 아침이나 방과후에 실시하면서 학과공부도 충실히 하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봉사활동과 노래수화발표대회도 갖는 등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시간도 가지고 있다. 오 교사는 “이번 봄학기부터 정선으로 발령을 받아 사천중을 떠나야 한다.”면서 “그래도 주말마다 선수들을 관리하면서 맥을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매트서 다이빙 연습해도 팀워크로 ‘수영 강원’ 빛내” “선수층은 얇지만 수영종목만큼은 전국 어디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수영 강원’의 명성을 전국체전과 소년체전을 통해 떨치고 있는 중심에는 강원도수영연맹 이택원(42) 전무가 있다. 이 전무는 2004년,2005년 전국체전에서 금 14∼15개를 따내며 준우승을 이끌고 지난해에는 3위를 기록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소년체전에서도 2005년 금메달 3개를 비롯한 11개의 메달을 따낸 것을 비롯해 지난해에도 금 3개 등 18개의 메달을 따는 데 산파역할을 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처럼 강원도 수영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우선 지도자들의 열의를 꼽을 수 있다. 강원도가 고향인 수영 지도자들이 박봉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향토사랑 하나만으로 지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무는 “다른 광역도시보다 재정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다이빙종목은 시설이 아예 없어 매트 위에서 연습하다 경기를 앞두고 겨우 서울 등으로 전지훈련을 가고 있지만 팀워크 하나만큼은 으뜸”이라고 말했다. 수영장 시설도 춘천 단 한 곳에만 50m 레인이 있는 등 열악하지만 강원도교육청이 그나마 수영종목 등 전략종목 지원에 앞장서고 있어 많은 힘이 되고 있다고 귀띔한다. 강원도 대표선수들은 해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도 교육감기 수영대회’를 거쳐 1차로 24∼25명을 선발, 한겨울 동안 집중훈련을 하는 것도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이다. 이 전무는 “11월쯤 동계훈련에 돌입해 이듬해 5월 소년체전 때까지 유일하게 50m 레인이 있는 춘천 국민체육센터 수영장에서 함께 기량을 키우며 경쟁하는 것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각본 없는 버라이어티 개그쇼 코미디TV ‘기막힌 외출’ 방영

    오락채널 코미디TV가 봄 채널개편과 함께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선보인다. 다양한 자체 제작 프로그램들을 통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코미디TV가 준비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인 ‘기막힌 외출’, 안전귀가 프로젝트 ‘알코올제로’, 신해철이 국민의 고민을 상담·해결해 주는 ‘대국민 고충처리반’ 등이다. 24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10분에 방송되는 ‘기막힌 외출’은 김준호·김대희·장동민·유세윤·유상무·홍인규 등 개그맨 6명이 각본 없는 웃음을 선사한다. 개그맨들이 1박 2일 합숙, 상상하지 못한 임무를 수행하며 벌어지는 돌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사전 약속이나 대본 없이 즉석 상황을 보여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모처럼 축구다운 축구… 감독몫은?

    모처럼 축구다운 축구였다. 대표팀 경기라서 유독 각별한 것이 아니라 국내 시즌은 두 달 가까이 휴식중이고, 모처럼 눈에 익은 선수들의 열정적인 모습 때문에 새벽이 지루하지 않았다. 여러모로 복기할 것이 많다. 핌 베어벡 감독이 꾸준히 실험해온 4-3-3 포메이션이 조금씩 기틀을 잡아가고 있고, 김남일-이호의 중원 장악도 단순히 상대의 흐름을 끊는 차원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경기 전체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선수로 말하자면 단연 이천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독특한 스타일과 튀는 언행으로 양면의 평가를 받던 터다. 뛰어난 스포츠 선수가 요즘 같은 미디어 시대의 ‘스타’가 되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고 스타라고 하면 결국 ‘이미지 놀이’에 다를 바 아닌데 이천수는 그러한 독특함으로 인해 팬도 많고 안티팬도 많다. 어쨌든 그는 이번 평가전에서 강력한 승부욕을 지닌 선수라는 것을 유감없이 입증했다. 골키퍼 김용대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승부욕’을 저돌적인 공격성이라는 점에서만 보면 김용대의 ‘범생이’ 같은 외모와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꽤 오랫동안 벤치를 지켰다. 김병지, 이운재는 넘기 어려운 산이었고 네 살이나 어린 김영광은 과감한 스타일로 그의 위상을 훌쩍 넘어버렸다.지난해 8월 베어벡 감독이 부임한 뒤로 지금까지 김용대는 단 한 차례도 실력에 걸맞은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따라서 네 차례의 선방을 포함해 90분 동안 안정적으로 골문을 지킨 그는 이번 평가전의 확실한 수확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번 평가전의 최대 수확은 베어벡 감독의 몫이었다. 그는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대표 선수 차출을 둘러싸고 K-리그 구단과 벌인 신경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그런데 이번 평가전이 생생히 증명하듯 굳이 잦은 차출과 긴 합숙 훈련이 능사가 아닐 수 있다는 걸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한국, 일본, 러시아 등에서 런던으로 속속 모여든 대표 선수들이 적절한 수준의 연습과 호흡으로도 충분히 멋진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선수들은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지난 몇 해 동안 부쩍 성장했다. 감독은 더 이상 맨땅에서 옥석을 골라야 하는 처지가 아니다. 이제 K-리그가 시작되면 베어벡 감독으로서는 합숙할 만한 시간도 별로 없고, 각 구단의 입장도 완강해서 여러모로 답답할 것이다. 그러나 K-리그가 길러낸 유능한 인재들이 그의 든든한 자산임을 이번 평가전을 통해 확인했을 것이다.리그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성장한 소중한 구슬들을 자신의 소신대로 잘 꿰는 것이 베어벡 감독의 몫이다. 세계 어디에서나 대표팀 감독은 늘 그러한 역할을 맡는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5)인천시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5)인천시

    인천지역 초·중·고교에 대한 체육행정과 지원을 총괄하는 인천시교육청 평생교육체육과 장학사들 사이에는 요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지난해 열린 제87회 전국체전 고등부에서 인천이 7위를 차지해 전년도 5위에 비해 다소 떨어진 데다, 소년체전에서도 12위로 전년도(11위)에 비해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체로 중위권 성적을 유지해왔기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특히 기대를 걸었던 소년체전에서의 부진은 아쉬움을 더하게 했다. 원인 분석에 들어간 시교육청측은 기초종목인 육상·수영·체조의 성적부진 탓으로 결론을 내렸다. ■ 육상·수영·체조 꿈나무 98명 집중육성 소년체전에 걸린 금메달 수는 육상 47개, 수영 82개, 체조 30개 등 159개로 30개 전종목 금메달 418개의 38%를 차지한다. 그러나 지난해 인천이 획득한 메달 81개(금 19개, 은 24개, 동 38개) 가운데 육상 5개, 수영 8개 등 13개(16%)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초·중·고교의 육상·수영·체조 우수선수들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꿈나무 상비군제’를 강화하고 있다. 상비군 규모는 초등학생 47명, 중학생 43명, 고등학생 8명 등 모두 98명이며 이 가운데 육상이 31명, 수영 35명, 체조 32명이다. 이들에게 예산을 지원해 육상·수영 선수들은 지난달 제주도와 충남 아산으로 각각 동계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체조 선수들은 경기도 수원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지난해 소년체전 수영 종목 2관왕인 김민규(동인천중)와 진동환(동인천중), 육상 세단뛰기에서 금메달을 딴 박희주(인천남중),5000m 경보에서 금메달을 딴 한기쁨(인천여중) 등은 모두 상비군에 속해 있다. ‘순회코치제도’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186명의 순회코치를 고용해 각급 학교에서 30개 종목을 가르치도록 했으나 올해는 16명을 늘려 202명을 신학기 전에 고용할 방침이다. 여기에 3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순회코치는 1년 단위 계약직으로 고용하지만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계속 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교육의 연속성을 기할 수 있다. 육상·수영 우수선수를 발굴하기 위해 5개 산하 교육청별로 ‘교육장기 육상경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선수 저변확대를 위해 등록선수뿐 아니라 일반학생을 대상으로 참가 문호를 넓혔다. 때문에 지난해 육상의 경우 4451명이, 수영은 1103명이 참가했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대회 규모다. 여기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일반학생에게는 정식선수로 활동할 것을 권유하고 있으며, 메달 획득자에게는 체육특기자 진학이 가능토록 했다. 육상·수영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인 체조 육성을 위해서는 다각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34회 소년체전까지는 체조에서 메달이 나왔지만 지난해에는 단 한개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했다. 체조팀이 있는 학교는 남자의 경우 초등학교 2개, 중학교 1개, 여자는 초등학교 2개, 중학교 1개 등 모두 6개교다. 그러나 학교별로 체조 전용 체육관이 없어 남자 선수들은 청천중 체육관을, 여자는 서림초교 체육관을 공동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시교육청은 체조 전용 체육관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체조는 신체가 작고 순발력·유연성·균형성 등이 요구되기 때문에 초등학교 1∼3학년 시절에 기초를 다지지 못하면 대성하기 어렵다. 그러나 요즘 학부모들은 체조는 위험하다며 꺼리는 경향이 있어 선수 발굴이 어렵다. 교육청은 3년 전부터 체조 꿈나무 발굴을 위해 ‘초등학교 체조대회’를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 2∼3학년을 대상으로 한 이 대회는 육상·수영과 마찬가지로 일반학생들도 참가시켜 지난해 남자 226명, 여자 161명 등 408명이 참가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거두면 체조가 메달 획득의 효자종목이 되는 날이 머지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교육청이 학생 기초체력 강화를 위해 ‘히든 카드’로 도입한 것이 줄넘기다. 줄넘기 5분이 1500m를 달리는 효과와 같은 데다 신체 전부분을 골고루 발달시켜 요즘 나약해진 학생들의 체력을 강화시키는 데 이 만한 운동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인천지역 초·중·고에서는 체육시간에 몸풀기로 달리기 대신 줄넘기를 하고 있으며, 평가항목에도 반영한다. 또한 줄넘기 급수제(1∼3급)와 줄넘기의 날(주1회)을 운영하고 줄넘기 동아리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핸드볼 명문 효성중 지난해 핸드볼 4개 전국대회 가운데 3개 대회를 휩쓴 인천 효성중 핸드볼팀은 ‘성적을 낼 수밖에 없는’ 팀이다. 선수 14명 가운데 2명을 제외한 전원이 인천 부평남초등학교 출신이어서 4∼6년간 같이 뒹군 ‘한솥밥 팀워크’때문이다. 김용구(35) 감독과 오민식(32)코치도 부평초교와 효성중에서 핸드볼 선수 생활을 했다. 선수들을 포함해 감독·코치가 모두 동문인 셈이다. ‘한솥밥’이라는 말이 이들처럼 잘 어울리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더구나 김 감독과 오 코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문에다 핸드볼 국가대표를 나란히 거쳤다. 사정이 이러니 팀워크를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사족’이 될 수 있고, 대회에 참가만 하면 메달은 ‘당연한’ 수확처럼 거둬들여졌다. 그러나 뛰어난 성적의 뒤안을 들여다 보면 전용 연습장이 없어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있다. 전국 핸드볼팀 가운데 체육관이 없는 유일한 사례인 데다 합숙소·휴게시설마저 없다. 선수들은 매일 시내버스로 30∼40분 거리에 있는 산곡중 체육관을 찾아 연습을 한다. 하지만 이곳은 3개 학교 운동팀이 공동사용해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선수들은 타지에서 전지훈련을 할 때가 오히려 덜 불편하다고 한다. 김 감독은 “연간 팀 운영 예산이 2300만원에 불과한 데다 후원회조차 없어 전지훈련을 자주 가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 정년퇴임을 앞둔 차승남 교장은 체육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부단히 애를 썼다. 하지만 대상부지로 거론되는 본관건물 뒤 빈터가 보전녹지라는 이유로 난관을 겪고 있어 숙원인 체육관 건립을 보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야 할 처지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인천 줄넘기 붐 이끈 김정순회장 “줄넘기는 스트레스 해소·인성교육에도 효과” 요즘 인천지역 아파트 단지에서는 학생들이 밤중에도 줄넘기 연습을 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줄넘기가 체육 과목 평가항목으로 지정돼 좀더 나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다. 이처럼 인천에 줄넘기 붐이 일게 된 데에는 사단법인 ‘21세기 줄넘기협회’ 김정순(53) 회장의 노력이 숨어 있다. 그녀는 미대를 졸업한 뒤 미술학원을 운영하다 우연히 ‘인천줄세상’이라는 줄넘기 동아리에 참가한 뒤 줄넘기에 매료됐다.2m60㎝짜리 줄 하나면 남녀노소가 어디서나 손쉽게 할 수 있고 짧은 시간에 운동효과가 뛰어난 데다, 학생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줄넘기를 보급하기로 작정한 김 회장은 2002년 ‘21세기 줄넘기협회’를 만든 뒤 2004년 시교육청과 연계해 초·중·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줄넘기 연수과정을 마련했다.1주일간 펼쳐지는 연수에는 매년 인천지역 300여명의 교사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음악줄넘기, 단체줄넘기, 민속놀이줄넘기, 게임줄넘기 등 다양한 기술을 배운 뒤 학생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줄넘기는 오락 기능도 갖춰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일 뿐 아니라 단체줄넘기의 경우 협동심이 길러지기 때문에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됩니다.” 김 회장은 “줄 하나로 온 국민이 건강해지는 날까지 줄넘기에 대한 홍보와 줄넘기 프로그램 개발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4) 전라남도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4) 전라남도

    달리기·공차기·줄넘기 같은 학교체육이 왜 중요한가. 아이들의 기초체력을 튼실히 하는 밑바탕이기 때문이다.‘창의적인 인재육성’ 등 거창한 액자속 구호는 그 다음이다. 그러나 학교체육은 여전히 운동선수들만의 엘리트 체육으로 인식되고 있다. 입시에 떠밀린 아이들은 자꾸 움츠러들고 학부모들의 성화로 체육시간은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육상분야 육성 결실 “정부가 초등학교 기초학력 증진에 기울이는 노력만큼 기초체력 증진에도 힘써야 한다.” 전남도교육청 학교체육(육상·수영·체조) 담당 장학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하는 말이다. 대입 내신 산출과목에서 예·체능과목을 빼자는 논의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펄쩍 뛰었다. 지난해 전남도교육청은 초·중·고 운동팀 551개에 합숙훈련비, 숙식비, 출전수당 등 제반경비로 25억여원을 지원했다. 단순계산하면 팀당 450만원꼴이다. 이 돈으로 운동팀을 꾸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기본종목인 육상과 수영, 체조종목의 저변이 열악하다. 그나마 나은 게 육상이다. 초·중·고 육상팀은 113개이고 선수는 741명이다. 그러나 고등부 선수층이 100명이 안되는 피라미드 구조이다. 이 와중에 달리기 종목에 3년 동안 집중투자해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해 전국체전 고등부에서 종합점수로 5위(메달순위 3위)를 기록했다. 광주와 전남이 나눠진 이후 최고성적이다.2005년에는 9위였다. 더구나 육상만을 놓고 따지면 서울에 이어 전국 2위로 경기도를 제치는 쾌거였다. 금·은·동메달을 합쳐 20개를 땄다.400m에서 전남체고 이세영(2년)양을 포함해 4명이 대회신기록을 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초등학교 육상육성 중심학교를 선정해 운영하겠다는 전남도교육청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기폭제가 됐다. 2004년부터 22개 교육청별로 1개교씩 22개교와 보성군과 여수시가 지원하는 2개교 등 모두 24개교를 대상으로 했다. 해마다 이들 학교에 300만원을 지원하고 전문 체육코치 15명을 배치했다. 지난해 전국체전 고등부 유망주 121명중 72명이 올해 2∼3학년으로 올라가 기량이 절정에 이른다. 그래서 올 전국체전(광주)에 거는 기대감이 남다르다. ●저변확대가 시급하다 전국소년체전에서 전남은 16개 시·도 가운데 2005년과 2006년에 12위,13위 등 하위권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29개 종목중 18개에서 메달을 따 희망을 던져줬다. 더구나 수영·육상·양궁 등 기록경기에서 17개 메달을 거머쥐어 기본종목에 공들인 노력이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소년체전에 걸린 금메달 수는 육상 47개, 수영 82개, 체조 30개 등 159개이다. 이는 소년체전 30개 전 종목 금메달 418개의 38%이다.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이 3가지 종목을 소홀히 하고는 좋은 성적을 내기가 어렵다. 현재 전남에는 초등 6개, 중학교 2개 등 8개 학교에 수영장이 있다. 정규레인(50m) 수영장은 전남체육중 1곳이다. 그러나 실력만은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여수 부영여고 김달은·고은(17·2년) 쌍둥이 자매가 대회신기록, 목포 전남제일고 이지은(17·2년)양이 대회 3관왕을 차지했다. 학교 수영장은 난방비가 많이 들어 제대로 문을 못연다. 도교육청에서 수영장 1개 레인에 660만원씩 1억 7600여만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3∼9월에 학교 수영장을 찾은 사람은 학생과 지역주민 등 6만여명이었다. 학교체육과 주민 생활체육이 함께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입증했다. 염세철(46) 도교육청 수영담당 장학사는 “수영장 1곳의 연간 운영비가 1억원을 넘기 때문에 수영장은 운동선수는 물론 지역주민들의 건강증진 개념으로 여겨 자치단체가 적극 나서서 도와줘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굴비로 유명한 전남 영광군은 초등학교 체조 선진지역으로 이름이 높다. 영광 초·중·고를 나온 김대은(22·전남도청), 김승일(” “)군은 아테네올림픽 개인종합 은메달과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평행봉)을 목에 걸었다. 그래서 겨울철이면 영광으로 전국에서 체조선수들이 전지훈련차 모여든다. 훌륭한 운동팀이 지역경제는 물론 지역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이젠 맞춤형 체력평가 시스템이다 도교육청은 학교체육에 일대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교육인적자원부의 도움을 받아 시범학교를 선정해 ‘맞춤형 학생건강체력 평가시스템’을 선보인다. 걷기·달리기·줄넘기·윗몸일으키기 등으로 아이들의 순발력과 민첩성, 근력, 심폐지구력을 높여 보자는 것이다. 선진국의 체력장보다 한단계 앞선 개념이다. 김천옥 육상 담당 장학사는 “학교체육은 학생들 체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국가의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장담했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사설 수영장’ 훈련에도 금 휩쓸어 ‘수영 명문’인 전남 여수 문수중학교를 찾은 지난 26일. 눈을 씻고 찾아봐도 수영장은 커녕 수족관도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이 학교 수영선수들은 오후 3시쯤 학교수업을 마치고 사설 수영장으로 연습하러 간다. 이마저 2곳은 부도가 났고 1곳만 남았다. 수영장 레인이 정규(50m)에 못미친 25m. 이렇다 보니 선수들은 대회출전 때까지 자신의 정확한 기록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나간다. 이 학교만의 일이 아니다. 전남 제1의 도시인 여수에는 시립 수영장이 없다. 비인기 종목인 학교수영의 현주소이다. 김영일(65) 교장은 “여수시에 수영장 하나 지어달라고 그렇게 호소해도 ‘쇠 귀에 경 읽기’더라.”고 고개를 저었다. 수영선수 9명(남자 4명) 가운데 대다수가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다. 수영장 사용료(월 6만원)도 내기에 벅차다. 개교(1993년)한 지 10년 남짓이라 선배의 후원도, 기댈 언덕도 없다. 그러나 1999년부터 학교 수영부가 꾸려진 뒤 짧은 시간에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2003∼2006년 내리 4년 동안 전국 소년체전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3개, 동메달 4개를 몰아쥐었다. 국가대표상비군인 정다래(15·3년)양은 지난해 소년체전 평영(200·100m)에서 은, 동메달을 차지해 유망주로 떠올랐다. 여수 부영여고로 진학한 김고은·달은(17) 쌍둥이 자매는 문수중의 자랑이다. 언니 고은양은 국가대표 상비군이고 동생은 국가대표다. 이들이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금 2개, 은 4개, 동메달 2개를 차지했다. 여수에는 초등 4개, 중·고교에 1개씩 6개교에 수영부가 있다. 창단부터 지금껏 8년 동안 선수들을 발굴해 키워낸 ‘메달 제조기’ 안종택(40) 코치는 “문수중 선수들이 사설 수영장에서 연습하는 것을 보고 전지훈련하러 왔던 대도시 학교 선수들이 하루 만에 모두 달아났다.”고 웃었다. 지난해 수영부에 들어간 돈은 2000만원가량. 학교와 도교육청, 여수시체육회 등에서 주는 훈련비와 장비구입비, 출전수당, 간식비 등을 모두 합친 돈이다. 양재호(34) 감독은 “돈이 부족해 방학 때 전지훈련이라야 고작 제주도로 1주일 갔다 오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글 사진 여수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박창우 여수시수영연맹 회장 “어린선수에 기업들 후원 많아졌으면” 전남 여수시수영연맹 박창우(58) 회장은 여수 수영계의 대부이자 산증인이다. 여수에서 이 사실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박 회장은 13년 전 여수에 처음으로 창단된 한려초등학교 수영부의 초대감독을 맡아 유망선수 발굴과 훈련 등을 도맡으며 여수 수영발전의 초석을 놓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여수는 바닷가이지만 그 때까지는 수영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면서 “혼자 뛰다 보니 터무니없는 오해와 질시 등으로 힘든 일도 많았다.”고 기억했다. 그의 주특기는 꿈나무 발굴과 육성이다. 장소는 수영장이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수영장에 놀러오면 아이들 신체조건을 눈여겨본다. 부영여고 쌍둥이 자매도 박 회장이 이렇게 찾아서 키워낸 유망주이다. 이들 자매를 초등학교 4학년 때 수영장에서 보고 무릎을 쳤다고 한다. 그는 “쌍둥이 자매는 키는 물론 손발이 유달리 커서 수영선수로 안성맞춤이었는데 아이들 부모가 워낙 반대해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털어놓았다. 박 회장은 “초등학교에서는 선수가 아니라 건강이나 취미 위주로 수영을 가르친 뒤 소질과 적성에 따라 중학교 때부터 직업선수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등학교에서는 메달에 집착하지 말고 기초체력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경험으로 보면 어린 선수들은 강압할수록 운동에 질려서 실력이 붙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처지가 어려운 선수들과 자매결연해 도움을 준다면 어린 선수들이 맘놓고 운동에 몰두해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여수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2)충청남도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2)충청남도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예산규모가 6위인 충남은 지난해 열린 제87회 전국체전에서 4등을 했다. 시·도세에 비하면 비교적 좋은 성적이다. 대학·일반부·고등부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열리는 전국체전 성적에 비해 전국소년체전 성적은 시원찮다. 충남은 2005년과 2006년 연이어 소년체전에서 9등을 해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소년체전보다 전국체전 성적이 나은 것을 빗대 초·중등부에 대한 조기체육투자가 어느 정도 열매를 맺은 결과라고 자평하기도 한다. ●신규 종목 발굴에 집중 충남도교육청은 ‘꿈나무육성 거점학교’ 15개교를 지정해 팀당 1000만원씩 지원한다. 육상과 체조, 수영 등 3개 기초종목이다. 여기에 인라인스케이트를 추가한 기본종목도 지원하고 있다. 충남도와 교육청이 7억 5000만원씩 총 15억원을 지원중이다.24개 학교가 대상이다. 특히 신규 종목의 창단을 돕는 계획이 눈에 띈다. 또 같은 재단 초·중·고교에 같은 종목을 만들어 계속 진학하면서 배울 수 있도록 ‘초·중·고 연계육성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를 다른 지역으로 뺏기지 않는 부수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계획에 의해 2003년 여러 종목이 일제히 창단됐다. 천안 두정중학교는 펜싱 ‘사브르’ 종목만 설립해 창단 2년만인 2005년부터 2년 연속 전국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 학교 선수들은 정규 수업을 모두 끝낸 뒤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두정고교의 펜싱팀에 진학해 사브르를 계속 이어 배우고 있다. 금산중은 역도팀을 창단, 지난해 소년체전에서 신도협 선수가 인상·용상 및 합계에서 3관왕을 거머쥐었다. 서천여고는 세팍타크로팀을 만들었다. 충남에서 처음 창단한 종목이다. 이 팀은 지난해 전국체전 일반팀과 붙어 동메달을 땄다. 고등부에서는 전국 최강이다. 아산 금곡초는 다이빙을 택했다. 이들이 같은 지역내 중·고교로 진학,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온양여고 장현정 선수가 10m플랫폼 등에서 4관왕, 남지선 선수가 2관왕을 각각 차지했다. ●고교 체조선수 2명뿐 초·중·고교 수영선수는 모두 250여명에 이르지만 해마다 20∼30명씩 줄고 있다. 육상도 초·중교 선수를 합쳐 250명 정도이나 고교 선수는 40명 정도로 크게 감소한 상태다. 체조는 더욱 열악하다. 초·중교는 그나마 모두 20∼30명에 이르지만 고교 선수는 단 2명뿐이다. 충남도교육청 평생교육체육과 한이영 장학사는 “육상팀이 없어 ‘뜀박질’ 잘 하는 학생을 선수로 뽑아 시합에 내보내는 학교도 있다.”면서 “축구, 야구, 태권도 등 프로팀이 있거나 도장을 차려 생활이 가능한 인기종목 선수들이 과포화 상태인 것과 비교해 너무 초라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체육예산이 매년 줄어드는 것도 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충남도교육청 본예산을 기준으로 2004년 30억 9900여만원에서 2005년 26억 5800여만원으로 줄었다. 지난해는 27억 7200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조금 증가했다가 올해 다시 20억 4900여만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인건비가 도교육청 전체 예산의 76%를 차지하는 마당에 지방비와 교육세 등이 갈수록 줄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전용 체육관이 있는 학교는 야구장이 있는 천안북일고와 체조 전용 체육관이 있는 서산 대철중뿐이다. 대부분 강당이나 식당 등을 활용해 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상당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천안 두정중 펜싱팀조차 교실복도를 막아 훈련장으로 쓰고 있을 정도다. 한 장학사는 “체육은 돈싸움”이라며 “학교훈련장을 주민에게 개방, 자치단체의 지원을 끌어내는 방법 등을 통해 지원예산 부족으로 인한 낙후시설을 개선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체조 이다솜·역도 신도협등 기대주 많아 충남에 김연아·박태환 선수처럼 세계나 아시아를 호령하는 선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날을 꿈꾸고 있는 기초 및 비인기 종목 유망주는 많다. 체조 국가대표 상비군인 천안초등학교 이다솜(12)양은 지난해 전국소년체전에서 단체종합과 도마에서 2관왕을 거머쥐었다. 곽선행 지도교사는 “10여명의 상비군 중에서도 뛰어나 러시아 코치로부터 ‘잘 배우면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서산 운산초도 체조 명문교이다. 상비군에 3명이 있다. 박지연(12년)양은 지난해 전국소년체전에서 단체종합과 마루 부문 2관왕이다. 금산중 3년 신도협(15)군은 지난해 소년체전 역도 3관왕이다. 그는 최근 세계적인 역도선수 전병관 전 국가대표로부터 20여일간 훈련을 받으면서 ‘제2 전병관’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전국소년체전에서 대회신기록을 수립한 포환던지기 김현배(천안 오성중)와 배영 50m의 이지호(계룡시 용남중) 선수 등도 주목을 받는다. 아산은 수영 종목의 메카. 지난해 전국체전 다이빙 부문에서 다관왕을 차지한 장현정·남지선 선수는 온양여고에, 도하아시아게임에서 수영 혼영 400m에 출전했던 국가대표 박범호 선수는 온양고교에 각각 재학중이다. 아산 금곡초는 불모지인 다이빙의 산실이다. 아산지역 중·고교 다이빙 선수의 산실 역할도 한다. 또 아산고는 남자하키의 명문이다. 지난해 전국대회 우승 2회, 준우승 3회를 했다.1978년 창단, 수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해 왔다. 남자하키는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했다. 현재 세계 랭킹 5위. 하키 국제심판인 김홍래 아산고 체육교사는 “국내 25∼26개 고교하키팀 가운데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공주중학교 레슬링팀 찌든 베니어판 벽, 여기저기 푹푹 들어간 천장, 버려진 폐타이어, 낡은 철제 캐비닛과 나무 신발장…. 지난 12일 찾은 충남 공주중 레슬링훈련장은 마치 창고 같았다. 교실 한칸 정도의 훈련장에 깔린 낡은 매트리스 위에서 선수들이 유니폼만 입고 훈련하고 있었다. 환풍기가 따로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에 훈련장 창문은 활짝 열려 있어 바람이 숭숭 들어왔다. 선수들의 입에서는 “어 추워, 어 추워.”소리가 연방 쏟아진다. 조그만 기름난로가 켜져 있었지만 훈련장 안은 싸늘한 냉기가 감돌았다. 이 학교 레슬링훈련장은 1994년 건립돼 식당으로 쓰던 40평의 조립식 함석 건물. 3학년에 진학하는 유연탁(14) 선수는 “겨울과 여름에는 훈련하기가 상당히 힘들다.”고 말했다. 예년처럼 이번 방학에도 인근 논산 충남체고나 인천 산곡중학교 등 샤워장, 사우나, 에어컨, 웨이트 트레이닝장과 컴퓨터실, 오락실도 마련돼 있는 시설이 좋은 학교로 전지훈련(?)을 떠날 계획이다. 심재송(28) 코치는 “그런 학교를 보면 부럽다.”고 했다. 레슬링팀의 숙소는 교장 사택이다. 어렵게 훈련하는 것을 보다 못한 교장이 3년 전 사택을 내준 것이다. 번듯한 식당에서 고기를 먹을 돈이 없어 고기를 사다 이곳에서 구워먹는다. 훈련장내 냉장고에는 비닐봉지 등만 담겨 있다. 그 사이로 한약봉지가 나뒹굴었다. 또 다른 냉장고는 낡은 소파 뒤에 쓰레기처럼 버려져 있다. 하지만 이 학교 레슬링팀의 성적은 훈련장과 딴판이다.2001년에 창단된 새내기 팀이지만 지난해 6월 전국소년체전에서 금메달 2개와 은·동메달 1개씩을 땄다. 그레코로만형 58㎏급과 63㎏급에서 유군과 그와 같은 학년 박성주(14)군이 각각 금메달을 따냈던 것이다. 공주중 레슬링팀이 한해 사용하는 예산은 지도교사와 코치의 월급을 제외하면 500여만원 밖에 안 된다. 충남교육청이 지원하는 학교운영비에서 일부를 뗀 것이다. 출전비와 밥값으로 쓴다. 외부지원은 한푼도 없다. 레슬링이 도민체전 종목에도 들어가 있지 않아 시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실정이다. 공주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아이들 기록향상 보람에 살아요” 충남 예산군 상하수도사업소 삽교배수지 청원경찰 임찬순(58)씨는 10년 넘게 육상 꿈나무를 돕고 있다. 1993년부터 중앙초, 삽교중 등 생활이 어려운 유망 초·중교 육상선수 10여명에게 해마다 사비를 털어 1인당 1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8일 제주도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선수들에게도 200만원을 건네 힘을 북돋워줬다. “육상은 비인기 종목이라 99% 생활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해요. 잘사는 집 아이들은 축구나 야구를 하고요.” 전국체전에 충남대표 마라톤선수로 3차례 출전한 임씨는 “그때는 합숙훈련이라는 것도 없었어요. 농사를 짓다가 시합이 있으면 혼자 며칠간 훈련한 뒤 나가고는 했다.”고 회고했다. 임씨는 “배 곯으면서 육상을 한 일이 생각 나 아이들을 도와주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1980년부터 청원경찰로 일하고 있는 그는 틈틈이 농사도 지어 선수들에게 쌀과 반찬을 건네고 있다.1972년부터 7년 동안 삽교중학교에서 무료 육상코치를 하기도 했다. “아이들 기록이 좋아지는 보람에 산다.”는 임씨는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나에게까지 차례가 온 것이 아니냐.”면서 “힘이 다할 때까지 돕겠다.”고 활짝 웃었다. 예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주말탐방]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

    [주말탐방]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

    한국 아이스하키 80년 역사에 여자는 9년. 中·日·北과 3경기서 61골을 먹기도 했다. 대학·실업팀도 없이 전국 70~80명 전부. 낮엔 직장·학교로 밤엔 男들과 운동한다. 5부리그서 3전 전승… 디비전 3으로 승격 신났다. 1월말 동계AG·3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그 자체에 우린 가슴 설렌다. 지난해 12월28일 태릉선수촌 실내 빙상장. 밤 8시가 넘은 늦은 시간. 땅거미는 이미 졌고, 밖에는 칼바람이 몰아친다. 하지만 얼음판은 외려 열기로 뜨겁다. 흘깃 쳐다봐도 무거워 뵈는 보호 장비를 착용한 선수들이 얼음을 맹렬히 지치고 있다. 시속 50㎞를 넘나드는 빠른 스케이팅에, 최고 150㎞를 웃도는 퍽 스피드. 스틱과 스틱, 몸과 몸이 충돌하는 아이스하키다. 가장 남성적인 스포츠 가운데 하나지만 파이팅을 외치는 목소리는 가녀리다. 헬멧 뒤로 흘러내린 긴 머리채를 보고서야 느낌이 온다. 국내 아이스하키팀을 통틀어 유일한 여자팀,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이다. 지난 3일 연습 경기가 펼쳐졌다. 상대는 중학교 상위 클래스인 광운중이다. 퍽을 따라 열심히 움직이지만 뉴트럴존을 넘어서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가 쉽지 않다.1시간 정도 경기였는데 골리(골키퍼) (신)소정이는 날아오는 퍽을 막기 위해 50∼60차례나 넘어졌다 일어나기를 반복한다.“나이스 킵(keep)!” 공격이 드물다 보니 수비 응원 소리가 빙상장을 거푸 울린다. 아이스하키만큼 체력 소모가 큰 스포츠도 없다. 연이은 선수 교체 때마다 김익희 감독의 목소리가 높아진다.“퍽을 보고 사람을 보란 말이야! 수비 위치가 잘못됐잖아!” 거친 숨을 몰아쉬던 선수들이 빙판으로 나서지만 남학생들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달랑 슈팅 하나 날려보고 0-4로 졌다. 여자대표팀은 1월 말 중국 창춘에서 열리는 동계아시안게임과 3월 세계선수권대회(디비전3)를 준비중이다. 국내 아이스하키의 역사는 80년이나 되지만 여자아이스하키는 9년가량 됐다. 막 걸음마 단계로 아시아에서도 막내다. 1999년 강원,2003년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했었다.7전 7패였다. 아오모리 때 카자흐스탄전은 몰수패를 당했고, 중국 일본 북한과의 3경기에선 무려 61골을 먹었다. 몰수패 당한 경기도 0-19로 지던 상황이니까 80골을 먹은 셈이다. 물론 골도 넣었다. 단 1골. 망신을 당할 바엔 차라리 나가지 말았어야 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한국 여자아이스하키가 무력한 이유는 자명하다. 저변이 턱없이 부족하다. 초·중·고·대학, 실업, 동호회 등을 총망라한 아이스하키팀은 70여개.1300여명이 활동한다. 연령에 관계없이 여자는 모두 70여명. 대부분 클럽팀에서 남자들과 섞여 운동을 즐긴다. 이 가운데 테스트를 받아 대표팀에 뽑힌다. 대표팀에 발탁됐다고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훈련에 매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성인들은 직장, 학생들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한다. 김 감독은 “대학과 실업팀이 없는 탓에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라도 중간에 포기하기 일쑤”라며 아쉬워한다. 여자대표팀은 지난해 4월 세계선수권 디비전4(5부리그)에서 우승했다. 비록 약체끼리 도토리 키재기식 승부였으나 사상 첫 승의 감격과 함께 3전 전승으로 디비전3으로 승격하는 성과를 거뒀다. 실낱같은 희망을 품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다른 종목에선 메달 색깔을 따지며 야단법석이다. 하지만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목표는 단 1승이 아니다. 한 경기에서 10골 이상 내주지 않고 한 골은 넣는 것. 누가 강요도 하지 않고, 스스로 좋아서 시작한 아이스하키지만 이제 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까. 고참 정은주(30)씨는 아오모리대회 때의 쓰라린 경험을 잊지 못한다. 이후 인대도 다치고,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으로 대표팀을 떠났다가 다시 스틱을 잡았다. 인라인 하키를 즐기다가 2002년부터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그는 직장에 가기 위해 주섬주섬 장비를 챙기며 말했다.“스틱을 놓고 있으면 얼음판이 너무 그리워요. 땀을 흘리고 나서 무거워진 헬멧을 벗으면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죠. 그렇게 얼음 위에 누우면 정말 행복해요. 이것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지는 것은 두렵지 않아요.” 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여자대표팀은 이래서 즐겁다 # 쇼트트랙 여왕 전이경도 멤버 # 21명중 초·중·고교생이 13명 # 최고령은 32세·최연소는 13세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대표팀은 유난히 튀는 점이 많다. 우선 ‘쇼트트랙의 여왕’ 전이경(31)이 대표팀 멤버다. 한 종목에서 이름을 날린 선수가 다른 종목 태극 마크를 다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다.1999년 쇼트트랙에서 은퇴했다가 지난해 5월 스틱을 잡았다.1996년 하얼빈 대회 이후 무려 11년 만에 동계아시안 게임에 출전하게 됐다. 전이경은 부산에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에게 스케이팅을 가르치고 있어 일주일에 한 번 훈련을 함께 해왔다. 대표팀 엔트리는 모두 21명. 이 가운데 초·중·고생이 무려 13명이나 된다. 평균 나이가 20.8세. 선수층이 엷은 탓이 크다. 한국과 맞서는 다른 나라 대표팀 평균 연령은 25세 안팎이다.7명은 직장을 갖고 있다. 생계도 꾸려야 하는 처지다.2일 태릉선수촌 합숙에 돌입했지만 선수에 따라 낮에 출근했다가 밤에 훈련하고, 낮에 훈련을 하다가 저녁에 일하러 가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은 방학이라 학교에 가지는 않지만 훈련이 끝나면 공부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주장인 맏언니 이경선(32)과 막내 고혜인(13)은 무려 19살 차이다. 이경선은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에 나가는 한국선수단 126명 가운데 네 번째 연장자로, 다른 종목이면 코치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연배다. 반면 막내인 혜인이는 최연소 성인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사실 초등학생은 국제대회에 나가지 못하지만 오는 3월 중학교 진학을 앞둬 아시안게임에 나가게 됐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소녀 태극전사들의 수다 “스피드가 넘쳐요. 정말 짜릿하죠. 힘들지만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어요. 남자들만 하라는 법 있나요.” 지금도 어리지만 아이스하키를 일찍 시작했다. 경력이 벌써 3∼5년에 이른다. 신소정(17·혜화여고1)은 겨울 스포츠를 좋아하는 집안 분위기 속에서 우연히 접한 아이스하키에 푹 빠졌다. 강현선(아래 사진 왼쪽·14·경희중1)은 아이스하키를 좋아하는 어머니를 따라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스틱을 잡았다. 남동생도 클럽팀에서 함께 얼음을 지친다. 어려서 여러 운동을 즐긴 고혜인(13·전주 중산초6)은 다른 운동은 1∼2년 하다가 그만뒀는데 아이스하키의 재미는 남다르단다. 버거운 면도 있다. 평소엔 대부분 클럽팀에서 남자 아이들과 함께 주말에만 운동을 한다. 여자팀이 없어서다. 선수촌 합숙에 들어갔지만 공부도 게을리 할 수 없다. 훈련을 마친 이들에게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하냐고 물었더니 “공부해야죠. 과외 받는 것도 있어요.”라고 까르르 웃는다. 운동 선수라면 누구나 꿈에 그리는 태극마크까지 달았지만, 공부와 운동을 함께 이어가기가 여간 고달프지 않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사실 이들은 오는 봄 아이스하키와 이별을 앞두고 있다. 소정이는 동계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나면 운동을 접을 생각이다. 고교 2학년이 되기 때문이다. 대학에 가려면 공부에 신경을 써야 할 처지다. 소정이는 “아이스하키를 해서 대학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면 다시 돌아오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소정이네 길 건너에 사는 현선이는 가족 모두 호주로 이민을 간다. 아이스하키에 소질이 있다고 칭찬이 자자한 현선이는 “호주에 가서도 아이스하키는 계속할 것”이라면서 “사실 여건이 좋으면 한국에서 공부와 운동을 이어가고 싶지만 그렇지 않아 아쉬워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새해 소망을 물었다. 아이스하키가 좋아서 전주와 서울을 오가는 혜인이가 냉큼 “전주에 여자팀이 생겼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옆에 있던 소정이와 현선이가 아우성이다.“야! 서울에도 없는데….”. 재잘재잘 수다 속에 언젠가는 다시 얼음 위에서 만나자는 눈빛이 강하게 오고갔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희곡당선작] 문득, 멈춰 서서 이야기 하다- monologue Quartet/김정용

    따사로운 봄볕, 아련한 음악. 그리고……. 명일, 고개를 숙인 채 힘없는 걸음으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신내, 꽃다발을 들고 환한 얼굴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두정, 병원복 차림으로 휠체어를 타고 등장, 잠시 휠체어를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어디론가 간다. 신흥, 전화기를 들고 등장, 상대가 받지 않는지 계속 버튼을 눌러대다가 퇴장한다. 다시 명일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다음엔 신흥, 신내, 두정 차례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들은 서로 인식하지 못한 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어느새, 각자 자리를 잡고 서 있는 네 사람. 모두들 잠시 망설이다, 각자 어딘가를 향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네 사람: (동시에)저기……. 짧은 암전. 명일: 그녀를 처음 본 건 두정: 치악산이었습니다. 신흥: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신내: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 멋졌어요. 신흥: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명일: 노을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해질무렵이었는데, 지금도 기억나요. 두정: 그날 따라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신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명일: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남들이 뭐라하건 전 그때 운명을 느꼈습니다. 두정: 이렇게 될 운명이라 그랬던 걸까요? 신흥: 앞이 깜깜하더군요 신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 사람 모습만 보이는 거 있잖아요. 신흥: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것부터 수습해야 할지, 그때만 생각하면……. 두정: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날 일은. 명일: 그날이 제 생애에서 가장 큰 기적이 일어난 날입니다. 신내: 제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라……, 그래도 용기를 내야겠죠? 신흥: 용기가 나질 않더군요, 어떻게 마누라 얼굴을 봐야 할지, 술이라도 먹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술은 입에도 못 대고……. 두정: 술요? 입에도 대지 않았습니다. 산행하는 날은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내려와서 마시면 모를까. 명일: 시간 되시면 저랑 술 한 잔 하실래요? 명일 주변이 밝아지고, 나머지 사람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명일: 이 말이, 제가 그녀에게 처음 건넨 말이었어요,‘술 한 잔 하실래요?’ 참 바보 같았죠, 머릿속에 별별 말이 다 떠돌았는데, 막상 나온 말이 그거였어요, 말을 해놓고 아차 싶었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런데 그녀가 뭐라고 한 줄 아세요? ‘한잔만요?’(미소) 그렇게 시작 했어요. 우리들. 정말 행복했어요, 너무 행복해서 불안할 정도로,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좋은 일만 계속 생기면 왠지 불안해지고 그러는 거. 육상 경기복 차림의 신내 등장. 얕은 숨으로 몸을 푼다. 명일: 하지만 그런 불안도 그녀의 미소 앞에선 힘을 잃고 말았죠.(신내 환하게 미소 짓는다.) 우린 언제나 함께였어요, 몸이 떨어져 있는 시간에도 마음만은 늘 붙어 있었죠. 신내: 그만해, 더는 못 들어주겠다. 그래서 대학 떨어지면 누구 탓하려고? 아빠가 그러시더라고요. 많이 놀랐어요, 원래 말씀을 거침없이 하시는 편이시지만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리라곤 생각지 못했거든요, 제가 원하는 일에 반대 한번 안 하셨던 분인데, 아빠도 제가 고3이 되는 게 스트레스가 되셨나봐요, 사실 전 아무렇지도 않은데. 육상하면서 공부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아무리 말해도 들으실 생각조차 안 하세요 명일: 그런 우리를 하늘이 시샘했는지 신내: 그만해 명일: 불안함을 현실로 만들어 버리더군요. 신내: 그래서 그만두기로 했어요. 명일: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이야. 신내: 낼 모레가 마지막 시합이에요. 오빠가 와 줄까요?(호루라기 소리) 예, 가요! 암튼 쉬는 꼴을 못 본다니까.(급하게 달려 나간다.) 명일: 다 제 잘못이에요, 급하게 달려 나가는 연수를 잡았어야 했는데, 연수가 제 눈앞에서 붕 떠오르더니 바닥으로 나뒹굴었어요, 아주 잠깐 사이였는데……, 두정: (휠체어를 타고 등장) 그렇게 몇 바퀴를 굴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깨어나 보니 병원이더군요. 명일: 수술실 앞에서 내내 기도했어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두정: 멀리서 누군가 절 부르는 것 같은 소리에 눈을 떴는데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하얀 천장, 그보다 더 하얀 형광등뿐이었죠,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명일: 잠깐만 쉬었다 하면 안 될까요? 저 세수좀 하고 올게요. 죄송합니다.(나간다.) 두정: 이제 에베레스트는커녕 문턱하나 넘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을 하니 죽고 싶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결과가 나와봐야 안다고, 설령 잘못 되더라도 열심히 재활하면 될 거라고 말했지만, 제 몸은 그 누구보다 제가 잘 압니다. 저는 걷지 못할 겁니다. 이제 에베레스트는 제게 있어 그림엽서 속에서만 존재하는 산일 뿐입니다. 신흥: (통화하며 등장)아니라니까 그러네, 왜 내 말을 못 믿어, 다 잘 될 테니까 너무 걱정마……, 나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끝나지 않아,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그깟 일로 안 무너져……, 여보 나 믿지? 그래 내가 알아서 잘할게, 그리고 내 전화 말고는 다른 전화는 절대 받지마……, 알아, 알아 당분간 친정에 가 있어, 애들은……, 그래, 너무 걱정마.(끊는다.) 두정: 너무 걱정마, 모두들 저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저라도 그렇게 말했을 거예요, 인간이란 동물은 원래, 남의 불행에 대해서는 지나치리만큼 관대한 법이니까요. 이렇게 되고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관대함이란 게 무관심의 다른 말이라는 것을요,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하시죠? 그것도 다 여러분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드는 생각입니다.(사이)저도 며칠 전까진 여러분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상상도 못하고 있었죠.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절망이란 놈은 순식간에 저를 이곳에 앉혀 놓고는 두 다리를 옭아맸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신흥: “너무 걱정 마”,“걱정하지 마세요.” 도대체 이 말을 몇 사람에게 몇 번이나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길거리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붙잡고 걱정 말라고 당부하는 꿈을 꿀 정도였으니까요, 근데 웃긴 건, 그 어느 누구도 저에게 이 말을 해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저인데도 말이죠. 가해자 취급만 당했어요, 물론 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저 잘못 했어요, 그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딱 까놓고 말해서, 저만 좋자고 프로젝트 진행시킨 겁니까! 다 같이 잘되자고 한 일인데, 일이 틀어지고 나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든 사람들이 피해자로 돌변하더군요, 같이 진행한 동료들까지도 말이죠,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두정: 다 필요 없습니다. 신흥: 다 필요 없어요. 신내: (등장)꽃이 필요할 거예요, 그쵸? 신흥: 그래서 준비한 게 있습니다. 두정: 전……, 이곳에서 탈출할 생각입니다. 신흥: (약병을 꺼낸다)저만 없어지면 됩니다. 두정: 제가 없어지면 모두들 걱정하는 척하다가 금세 잊어버릴 겁니다. 다리병신 하나쯤 없어졌다고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요 신내: 아니야, 그건 아니야.(두정 나간다.) 여자가 먼저 꽃을 주는 건 좀 그렇겠죠? 신흥: (병뚜껑이 열리지 않는다.) 이게 왜 이래. 신내: 어떡하지? 신흥: 어떡하지? 신내: 오빠가 와주긴 할까요? 신흥: 깨버릴까? 신내: 용기내서 말하긴 했는데 대답을 못 들었거든요 신흥: 용기가 깨질 때 유리 파편이 섞이면 먹기 힘들 텐데.(열심히 뚜껑을 돌린다.) 신내: 다시 한 번 말해 볼까요? 이상한 애로 보이면 어쩌죠?(사이) 안 되겠어요. 신흥: 안 되겠어. 수건 같은 게 있으면 좋겠는데. 신내: 무슨 수를 써야지……. 명일, 나가는 신흥과 교차되며 들어온다. 신내: 아하! 다시 말하기는 그러니까, 편지가 좋겠어요. 그렇죠? 좋은 생각이죠? 마지막 시합에 오빠가 와주면 더 힘내서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쓰는 거예요. 역시 솔직한 게 좋겠죠? 그래, 그래야겠어요. 명일: 죄송합니다. 어디까지 얘기했었죠? 신내: 편지 명일: 편지 얘기는 아직 안 하지 않았나요? 신내: 우선 펜하고 종이가 필요하겠죠? 명일: 적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그냥 듣기만 하시면 안 될까요?(신내, 고개를 끄덕인다.) 감사합니다.(신내, 나간다.) 그럼 얘기가 나왔으니 편지 얘기를 할게요.(잠시 머뭇거리다) 사귀기로 한 날부터, 저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뭐 그렇다고 대단한 연애편지를 쓴 건 아니고요, 일기 쓰듯이 오늘 하루 무슨 일이 있었나 써서 메일로 보냈어요. 하루도 빼먹지 않았어요, 단 하루도.(웃음) 어떤 일이 있었냐면요, 어느날 술을 잔뜩 마셔서 떡이 된 적이 있었는데요, 그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아차 싶은 거예요, 하루도 빼먹지 않겠다고 약속했었거든요, 늦었지만 변명이라도 해볼 양으로 부랴부랴 컴퓨터 앞에 앉았죠, 그리고 메일을 쓰려고 로그인을 했는데 수신 확인 창이 뜨는 거예요, 그래서 뭔가 하고 봤더니, 글쎄 제가 전날 밤에 메일을 보냈더라고요, 무슨 말을 썼는지 궁금해서 메일을 열어 봤는데(피식거린다.) 그게, 영어도 아니고 한글도 아니고 그런 거 있잖아요.fhufhㅈ뎌???ㄷew 이런 거 (웃는다.) 더 웃긴 건, 제목이 뭐였는지 아세요? fhi롤fwqo어ㅈㅇ……. 명일, 말을 잊지 못하고 정신없이 웃는다. 무대 뒤에서 두정과 신흥의 절규가 들려온다. 명일: (무안해 하며)죄송합니다. 신흥, 두정 서로 반대편에서 등장 신흥, 두정: 이럴 순 없어 두정: 병원 정문도 못가서 잡혀버리다니. 신흥: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신흥, 두정: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내가 아무리 이런 꼴이 됐어도 두정: 병원문턱 하나 신흥: 병뚜껑 하나 신흥, 두정: 내 맘대로 두정: 넘지, 신흥: 열지-못하다니, 왜 하필 이런 일이 나한테 닥친 거야, 왜 하필이면 나냐구, 내가 뭘 잘못했게! 내가 바라던 삶은 이런 게 아니었어.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명일: 다시 시작하죠. 두정: 그만하자, 그만해,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내 꼴만 더 우스워지지. 두정, 신흥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신흥: (병을 내밀며) 저……, 이것 좀. 명일: 네? 두정: 뭘 봐! 휠체어 탄 사람 처음 봐! 명일: 네. 신흥: 죄송합니다. 이것 좀 열어 주세요, 부탁 좀 드릴게요.(병을 건넨다.) 두정: 씨발.(술병을 꺼내 마개를 따려한다.) 이건 왜 이렇게 안 열려 신흥: 잘 안 열리죠?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명일: 무리라뇨, 전 괜찮아요.(사이) 알겠습니다. 내일 오면 되는 거죠? 같은 시간에 두정: (술병을 집어던진다) 젠장, 젠장, 젠장! 신흥: 그렇게 까지 하실 필요는 없는데,(사이) 안 열리면 할 수 없죠 뭐(병을 받는다) 감사합니다. 명일: 안녕히 계세요. 아련한 음악 다시 흐른다. 명일, 천천히 무대를 돌고. 신흥 뚜껑을 열기 위해 애쓰며 퇴장, 두정 지친 듯 어깨를 늘어뜨리고 퇴장, 신내 편지를 들고 등장, 음악이 끝나면 명일과 신내 각자 자리를 잡는다. 신내: 편지 다 썼어요, 들어 볼래요?(편지를 꺼내 읽는다.) 오빠 명일: 연수야, 야! 신연수 신내: 잘 지내고 계세요? 명일: 난 잘 지내고 있어, 너는 잘 지내고 있는 거야? 신내: 전 무지무지 잘 지내고 있어요. 제가 며칠 전에 오빠에게 했던 말 기억나세요? 명일: 기억난다. 너랑 여기 자주 왔었는데, 신내: 죄송해요, 갑작스럽게 말하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도망쳐 버려서, 놀라셨죠? 명일: 아니야. 네가 미안할 건 없어, 붙잡아 주지 못한 내가 미안하지. 신내: 그래서 말인데요. 오빠가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제 얘기를 못 들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편지를 써요. 저, 내일모레 있을 시, 도 대항 육상 대회에 시 대표로 나가게 됐어요, 아마도 제 인생의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아요, 아빠가 육상을 못하게 하시거든요. 마지막 경기를 오빠가 꼭 보러 와줬으면 좋겠어요, 그럼 힘이 불끈 불끈 날거 같아요 어쩌면 한국 신기록을 세울지도 몰라요, 그렇게 되면 아빠도 더는 반대 못하시겠죠.-제발 그렇게 됐으면-, 자라나는 한국 육상 꿈나무의 앞길을 열어 주세요, 네 오빠! 우리가 대기하는 곳이 3번 게이트 쪽이거든요, 그쪽 스탠드 앞쪽에 계시면 제가 오빠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꼭 와주셔야 해요, 오빠가 오지 않으면 저는 실망한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려 꼴찌를 할지도 몰라요, 꼭 와야해요, 꼭 꼭 꼭. 명일: 가고 싶어, 그곳에…….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 들려온다, 신내 재빨리 편지를 감춘다. 명일: 저 소리 들려? 우는 소리가 괴상하니까 분명 생긴 것도 이상한 새일 거라고, 확인해 보고 싶다고 몇 시간이나 헤매고 다녔었잖아. 결국 확인도 못해보고…….(목이 멘다.) 두정, 훈련복 차림으로 호루라기를 불며 걸어서 등장. 두정: (버럭)지금 뭐하는 거야! 정신이 있어 없어!(신내 얼른 뛰어 나간다.) 그런 정신 상태로 뭘 하겠다는 거야, 응! 그것밖에 안 되는 놈이었냐? 정말 실망이다. 네놈만은 꽤 괜찮은 녀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너 같은 녀석은 에베레스트를 입에 담을 자격도 없어! 명일: 미안, 그때 널 잡았어야만 했는데. 두정: 에베레스트는 고결한 자에게만 허락된 곳이다, 약해 빠지고 결점투성이인 인간에게는 절대로 그 하얀 살결을 허락하지 않아! 명일: 그렇지 않아, 다 내 탓이야. 두정: 그깟 집안일 때문에 술에 절어 사는 게 부끄럽지도 않냐? 네가 말했던 꿈이라는 게 고작 이런 거였어? (사이) 그래, 나 이해 못한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 네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것 같지? 얼빠진 놈.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어떤 인간인 줄 알아? 바로 너 같이 환경 탓, 상황 탓 하는 것들이야.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뚫고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야. 별것도 아닌 일에 주저앉아 버리는 너 같은 놈은 필요없어! 당장 내 눈 앞에서 사라져, 무슨 염치로 훈련장에 나타난 거야, 나타나길. 다른 팀원들이 너 보면 사기 떨어지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얼른 꺼져라, 그리고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마. 명일: 제발 나타나줘, 한번 만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내 앞에 나타나줘. 암전. 빛 속에 홀로 있는 신흥 신흥: (반쯤 줄어든 약병을 들고 허탈하게 웃으며) 안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겨우겨우 열어가지고 스무알을 넘게 먹었는데……, 뭐? 고통 없이 갈 수 있다고? 나쁜 새끼들.(꺽꺽댄다.) 이딴 걸 20만원씩이나 주고 산 내가 미친놈이지.(전화 벨이 울린다, 병을 내려놓고 전화를 확인하고는 배터리를 빼버린다.) 미안해 여보. 날 용서하지 마.(사이) 한심하죠? 저도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습니다. 하기야 태어날 때부터 한심한 인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살다보니까, 어찌어찌 하다보니까 한심해지는 거지.(사이) 돌아가신 저희 아부지께서 술만 드시면 어린 저를 붙잡고 늘상 하시던 얘기가 생각나네요. 두정: (빛 속에서 등장) 너 같은 놈은 필요 없어.(사라진다) 신흥: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근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알겠더군요, 그게 무슨 말이었는지, 아부지가 어떤 심정이었을지.“넌 어른이 되지 마라,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추악한 동물이 바로 어른이란 동물이다.” 백번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사이) 그나저나 이제 어떡해야 하죠? 수습할 수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고, 빌어먹을 죽지도 못하고, 어떡해야 하죠? 신내: (빛 속에서 등장) 그럴 땐 초콜릿을 먹으면 돼요, 그것도 아주 진한 다크 초콜릿, 아무리 우울해도 한두 조각이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한두 번 혼난 것도 아니고 뭐. 괜찮아요. 초콜릿 하나면 땡이에요.(사라진다.) 신흥: 그 생각도 안해본 건 아닙니다. 근데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예? 그건 너무 고통스럽지 않을까요? 제가 아픈건 딱 질색이라. 명일: (목소리) 연수야, 연수야 신흥: 쉿! 지금 누가 제 이름 부르지 않았나요? 설마 놈들이 여기까지?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제발 좀 도와주세요, 잡히기라도 하는 날엔……,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명일: (목소리)아! 꿈이었구나. 신흥: 윽!(배를 움켜쥔다.) 아 배야, 갑자기 왜 이러지? 뭐 먹은 것도 없는데. 화장실, 화장실……, 크 아퍼, 먹은 거라곤 이것뿐인데,(무언가 떠올라.) 약! 이 약! 개새끼들.(배를 부여잡고 달려 나간다.) 빛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약병. 빛이 점점 번져 공간을 환하게 만든다. 밝아지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신내. 신내: 이 시간이면 항상 이곳을 지나가는데 (두정 등장) 어! 태령 오빠! 두정: (신내의 맞은편에 앉는다.) 왜 불러낸 거야? 신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드릴 게 있어요. 두정: 뭔데 신내: (편지를 건네며) 이거 두정: (받으며) 이게 뭔데? 신내: 나중에 읽어 보세요(얼굴이 붉어진다.) 두정: (읽은 후) 각서……, 야! 지금 너 장난하냐? 신내: 아니에요, 안 빨개요 두정: 이딴 종이 쪼가리를 어떻게 믿어? 신흥 한손에 휴지를 들고 등장, 처절한 소리를 지르며 부리나케 테이블을 지나쳐 반대편으로 사라진다. 신내: 전엔 죄송했어요, 제 말만 하고 멋대로 가버려서. 두정: 죄송하다면 다야? 신내: 예, 그치만 오래 기다리진 않았어요. 두정: 그 말을 어떻게 믿어. 신내: 오빠. 두정: 이제 날 그렇게 부르지 마. 더 이상 난 네 대장이 아니다 신내: 호, 혹시……, 여, 여자친구……, 있으세요. 두정: (단호하게) 없어, 추호도. 난 한번 결정한 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바꾸지 않아. 마음 같아서는 널 죽도록 패주고 싶지만 옛정이 있어 참는다. 신내: 다행이다. 제가 얼마나 조마조마했다고요. 두정: 더 할 말 없으면 나 간다. 훈련중이었거든, 네놈이 그렇게 하찮게 여겼던 그 훈련 말이다. 신내: 그러세요, 예, 가보세요, 편지 꼭 읽어 보시고요, 두정: 두 번 다시 널 만나는 일이 없길 바란다.(각서를 구겨 테이블에 던진다.) 신내: 저도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신내 꾸벅 인사하고는 떠나는 오빠(두정)의 뒷모습을 눈으로 는다. 두정 나간다. 신내는 오빠의 모습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자리를 뜬다. 신흥 허겁지겁 등장, 숨을 곳을 찾는다. 급하게 숨을 곳을 찾고는 몸을 숨긴다. 신흥: (숨을 몰아쉬며) 하필이면 화장실에서 마주칠 건 뭐야, 그나마 나오는 길에 마주쳤기에 망정이지 들어가는 길에 마주치기라도 했어봐. 아유아유 죽겠네.(두정이 버렸던 병을 발견) 뭐야? 새거잖아.(너무나 쉽게 병을 열고는 벌컥벌컥 마시고는 다시 뚜껑을 닫아 제자리에 놓는다.) 햐 시원하다.(허탈하게 웃으며) 안좋은 일만 생기는 것 만은 아니구나.(제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제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아부지 말처럼 어른이 돼버려서 이렇게 된 걸까요? 가장 더럽고……, 후후후.(사이) 네? 어른이 되기 전에요? 글쎄요, 어른이 되기 전이라……. 그러고 보니 제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네요. 그땐 뭐, 다들 그렇겠지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고 그랬는데, 샐러리맨 따위가 될 거라고는 상상이나 했겠어요, 그 때의 저한테 미안한 생각까지 드네요,(사이) 그럼요, 뭐였냐면요……, 막상 말하려니까 쑥스럽네요, 웃지 마세요, 가수예요, 가수 (웃음) 웃기죠? 가수를 꿈꾸던 청년 도망자 되다! (웃음 소리속에 점점 슬픔이 담긴다.) 명일: (초췌한 모습으로 등장) 꿈이었어, 꿈. 연수야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연수야.(컴퓨터를 켠다, 윈도 시작음악) 언제까지 너한테 편지를 쓸 수 있을까? 언제 와서 이 편지 읽어 줄래,(창 뜨는 소리, 몹시 놀란다.) 어, 어! 신흥: 아, 아! (배를 움켜쥐고) 또야? (뛰어 나간다.) 명일: (흥분) 틀림없어요. 그녀가 읽은 거예요. 그녀가 읽은 거라고요! 연수는 살아 있어요. 죽은 사람이 어떻게 메일을 읽어요, 안 그래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게 아니었던 거예요,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짧은 사이)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신흥: (등장) 지독한 놈들, 왜 화장실 앞에서 죽치고 있는 거야, 아, 미치겠네.(반대쪽으로 달려 나간다.) 명일: 봤죠, 네 봤어요, 근데 제가 본건 사고 나서 실려 가는 것까지였어요, 죽은 연수를 본 건 아니잖아요. 장례식요? 어……, 그건……, 아 그래그래, 필요했던 거예요 장례식이, 연수는 큰 사고를 당했어요, 죽지는 않았겠지만 몸이 성치는 않을 거예요, 왜 그런 것 있잖아요, 영화나 소설 보면 죽은 걸로 하고 숨어서 지내는 거, 그래 그거야, 그거.(짧은 사이) 비약요? 그건 선생님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다시는 여기 오지 않겠어요, 연수가 살아있어요! 제 우울증 따위는 한방에 끝났다고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연수를 데려가지 않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어떤 모습이라도 좋아요 살아 있기만 하다면요, 신흥: (퀭한 얼굴로 등장) 살았다……. 두정: (목소리) 야! 야! 신흥: (소리 나는 쪽을 보며) 젠장! (도망친다.) 두정: (휠체어를 타고 등장. 낮은 목소리로) 거기 서! 뭐 나한테 속이는 거 있지? 틀림없어, 귀신은 속여도 나는 못 속이지. 뭐야? 사실대로 말해봐. 뭐야 대체? 명일: 예? 두정: 뭐라고 했어 지금? 다시 한 번 말해봐. 명일: 몇 번을 얘기해야 알아들으시겠어요, 지금은 연수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짧은 사이) 선생님! 왜 자꾸 그러세요? 선생님은 연수가 살아 있는 게 싫으세요? 비밀 번호를 아는 사람은 연수밖에 없어요, 그런 건 철저한 애였어요, 수신확인이 됐다는 건 연수가 열어 봤단 소리예요. 다른 가능성은 없어요. 두정: 그래 알았어, 너희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거 이해한다. 알았어, 알았어,(짧은 침묵) 잘 가라, 참 그리고 앞으론 문병 같은 거 오지마라, 훈련에만 전념해, 나 들어간다. 명일: 안녕히 계세요. 연수를 찾아봐야겠어요.(나간다.) 두정: (가다 멈춰서) 개자식들! 신흥: (온 몸엔 상처, 옷은 쥐어뜯겨 엉망인 채로 등장) 개새끼들! 두정: 의리 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내가 이렇게 된지 얼마나 됐다고……, 그 자식을 끌어들여? 신흥: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이렇게 패냐 두정: 씨발, 씨발 씨발,(거친 웃음) 신흥: 아, 진짜 아프다, 돈 몇 푼에 아주 사람을 죽이려고 환장을 했구먼, 도망치지 않았으면 골로 갈 뻔했네.(어이없다는 듯이 웃다가 흐느끼기 시작한다.) 씨발 새끼들, 아부지, 여보, 나 아퍼.(울음소리 점점 커진다.) 두정: 그만해, 그만해!(울먹인다.) 두정과 신흥의 울음소리가 무대를 가득 메운다. 신내 허겁지겁 들어온다. 신내: 뭐하는 거예요 대체,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요.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요 얼른 일어나요 (두정, 신흥 울음을 그친다.) 자 초콜릿 (두정과 신흥 앞에다 놓는다.) 이거 먹으면 힘나거든요, 씹어 먹지 말고 천천히 녹여 먹어요.(사이) 자 가요, 가서 멋지게 1등하고 돌아오면 되잖아요. 그럼 분명 코치님도 기뻐하실 거예요, 얼른 일어나세요. 시간 다 됐어요. 우리 몸도 풀겸, 경기장까지 뛰어 가요! 오케이.(나간다.) 두정, 신흥 꾸역꾸역 자리를 털고 일어나, 신흥은 두정의 자리로, 두정은 신흥의 자리로 간다. 둘은 동시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초콜릿을 발견하고 집어든다. 신흥: 아깐 음료수 이번엔 초콜릿? 두정, 신흥: (하늘을 올려다보고 주변을 둘러보고는 다시 초콜릿을 본다.) 뭐야? 둘, 초콜릿을 까서 입에 넣는다. 마법같은 음악 잠깐. 알 수 없는 미소가 둘의 얼굴에 감돈다. 두정, 신흥: 그래, 힘내자, 신흥: 약을 스무 알씩이나 먹고, 그렇게 맞았는데도 안 죽었는대. 두정: 어차피 이렇게 될 일이었던 거야, 발버둥 쳐 봤자지. 두정, 신흥: 뭔가 길이 있을 거야. 두정: 그렇지? 신흥: 그렇지. 둘, 서로 반대편으로 퇴장, 신내 다른 곳으로 들어온다. 신내: 자! 우리 파이팅하는 거예요! 코치님도 병원에서 틀림없이 우릴 지켜보고 있을 거예요.(몸을 풀며 두리번거린다.) 아직 안 왔어요, 조금 있으면 시작인데 설마 안 오는 건 아니겠죠? (관중석으로 손을 흔들며 웃는다.) 엄마, 아빠 여기, 여기.(사이) 차가 막히나? 설마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지? 아닐거야. 그래, 그래. 오빤 틀림없이 올 거야. 자! 힘내자 연신내. 멋지게 달려서 일등 하는거야, 알았지? (더욱 열심히 몸을 푼다.) 명일 등장. 신내: 어! 오빠! (명일에게) 여기에요, 여기.(환하게 웃으며 인사) 오빠가 왔어요, 오빠가 왔다고요. 좋았어, 아자아자! 명일: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친구들은 모를 테고, 부모님을 찾아뵈어야 하나? 그래, 일단 아이피 추적부터 해보자, 좋았어, 아자아자! (컴퓨터 앞에 앉는다.) 소리: 여자 800미터 예선전 참가자들은 본부석 쪽으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신내: (오빠 쪽을 향해) 꼭 일등 할게요! (나간다.) 두정 등장, 휠체어를 세우고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 재활운동을 시작한다. 각자의 일에 열심인 두 사람. 명일: 안 되네, 이렇게 하는 게 아닌가? 두정: 헛 둘, 헛 둘. 한참을 하다 지친 둘. 명일: 아, 모르겠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야? 두정: (숨을 몰아쉬며) 두고 봐 꼭 해내고 말 테니까. 기다려라 에베레스트, 내 네놈을 꼭 밟아주고 말 테다. 소리: 딩동댕동.601호 특실 환자분 면회객이 와 있습니다. 속히 병실로 돌아와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명일: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어디서 공사하나? 집중을 할 수가 없잖아 집중을. 두정: 면회? 누구지? (휠체어에 오른 후 퇴장.) 명일: 도저히 안되겠다. 누구 컴퓨터 잘하는 사람 없나? 아 그렇지! (휴대전화를 꺼내 건다.) 여보세요? 문정이냐? 응, 나 명일인데·…….(통화하며 나간다.) 나가는 명일과 교차하며 신내 등장. 긴장을 풀기 위해 몸을 턴다. 소리: 여자 800미터 세번째 경기가 시작되겠습니다. 선수들은 입장해주시길 바랍니다. 신내 앞으로 나와 몸을 푼 다음 놓여 있는 병을 들고 마시고는 (두정이 버렸던 병) 출발선에 선다. 소리: 차렷, 준비. 소리2: 거기 서 개새끼야! 소리: (총소리) 탕 출발과 동시에 터지는 응원과 환호성 속에서. 슬로 모션으로 출발하는 신내.“안 서면 죽어!” 소리를 등지고 신흥 슬로로 뛰면서 등장. 신내와 신흥 같은 방향으로 뛴다. 혼신의 힘을 다해 뛰는 두 사람. 신흥이 점점 신내를 따라잡아 이윽고 나란히 뛰게 된다. 신흥이 신내를 앞서가려는 찰나. 신흥의 발이 꼬여 중심을 잃고, 그런 신흥에 걸려, 비명을 지르고 넘어지는 신내. 신흥은 얼른 추스르고 멀리 달아난다. 엎어진 채 그대로 있는 신내에게 빛이 모아진다. 빛은 점점 작아진다. 암전. 다시 서서히 밝아지면 신내의 자리에 서서 홀로 빛을 받고 있는 신흥 신흥: 하하하, 꼴좋다, 내 그럴 줄 알았어. 내가 한번은 잡혀도 두 번은 안 잡힌다! 이래 봬도 왕년에 한달리기 한 사람이야 왜 그러셔.(사이) 그나저나 이제 뭘 어떡해야 하지? 집에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렇게 길거리에서 전전긍긍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약만 안 샀더라도 좀 더 나았을 텐데 (뒤적거려 지갑을 꺼낸다.) 육 만원. 육 만원이라, 이걸 갖고 뭐해……, 인생 허무하다, 나이 서른여덟에 가족 버리고 수중에 딸랑 육 만원 들고서 고민하는 꼴이라니……, 아니다, 아니다. 돈 한푼 없는 것 보다 낫지,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육 만원으로 새출발하는 거야! 까짓 인생 대역전이 별거야, 나라고 뭐 육 만원의 신화 만들지 말라는 법 있어? (절규한다.) 젠장, 근데 뭘 하냐구! 세 개의 빛이 동시에 들어온다. 빛 속에 나란히 있는 명일, 신내, 두정, 신흥. 명일은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고, 신내, 입 주변이 피에로처럼 초콜릿이 범벅인 채로 무지막지 멍하게 앉아 있다. 두정은 한 곳을 응시한 채 얼어있다. 지하철 환승 멜로디가 경쾌하게 울린다. 소리: 이번 역은 전동차를 갈아타실 수 있는 환승역입니다. 다른 전동차를 이용하실 손님께서는 빠뜨리신 물건이 없나 잘 살펴보시고 다른 열차로 갈아타시길 바랍니다. 넷. 각자의 자리를 떠나 각기 다른 사람이 있던 자리로 이동한다. 두정과 신흥 쪽의 빛이 어두워진다. 명일: 틀림없다니까요, 증거요? 몇 번이나 말씀드려야 돼요, 제가 보낸 메일이 수신 확인이 되어 있었다고요, 왜 그게 증거가 안 되는 건데요, 비밀번호는 연수 말고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른다니까요.(사이) 그러니까 한번만 조사해달라는 거예요, 저기요, 무슨 얘긴 줄 알겠는데요, 사망신고가 됐다고 해서 꼭 죽었다고 볼 수는 없잖아요.(사이) 말이면 답니까! 제가 미친놈으로 보입니까? 당신들 시민의 요청을 거절하는거 그거 직무 유기야 알아? 민중의 지팡이라며? 친절봉사라며! 이따위로 일할 거야! (사이) 제발요, 딱 한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조사해 주세요. 연수는 살아 있어요, 죽은 사람 살리는 셈치고 아니, 정말로 죽은 사람 살릴 수 있는 일이니까 한번만 도와주세요? 네? 한번만요. 신내: 안 돼! 안 돼! 아무리 초콜릿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아,(흐느낀다.) 마지막 시합이었는데, 다시는 달릴 수 없는데……, 오빠가 보고 있었어,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끝이야, 전부 끝장나버렸어. 명일: 이대로 끝낼 순 없어. 신내: 코치님 얼굴을 어떻게 보지? 입원하실 정도로 열심이셨는데. 명일: 이젠 뭘 어떡해야 하지? 신내: 이젠 뭘 어떡해야 하지? 모두들 나한테 손가락질할 거야, 부모님도 친구들도 오빠도 모두들 한심하게 생각할 거야. 내가 전부 망쳐버린 거야. 어떡해. 멀리서 신흥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한 손에 낡은 기타를 들고 등장하는 신흥 미친 듯 웃으며 무대를 휘젓고 다닌다. 신흥: 하하하, 이거야 이거! (기타를 튜닝하며 흥얼댄다.) “나는야 돈 한푼 없이 기는 도망자라네 하지만 나에겐 낡은 기타와 노래가 있어 둥기둥가.” 가수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육 만원으로 어떻게 새 삶을 시작할까 고민해 봤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더군요, 이럴 때 의지할 마땅한 친구도 없는 내 자신이 한심했습니다. 갈 곳은 없고 배는 고프고, 그러고 있자니 일단 배라도 채우고 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눈에 띄는 포장마차에 들어가 오뎅을 집어 들었습니다. 터진 입술에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입 베어 물었는데,(웃음) 오백원짜리 오뎅이 그렇게 맛있는 거예요, 사실 길거리에 서서 쩝쩝거리며 먹는 사람들을 보면 손가락질 했었는데……, 아! 이래서들 먹는 거구나, 이해가 되더라고요. 막 세 개째 꼬치를 집어드는데 낯익은 노래가 들려왔어요, 포장마차 앞에 있는 레코드 가게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노래였어요, 렛잇비였는데, 너무 유명해서 촌스럽게까지 느껴졌던 그 노래가 전혀 다르게 들리는 거예요, 길거리 오뎅과 렛잇비, 저한테는 그냥 그저그런 뻔한 것들에 지나지 않았거든요……, 뭐 암튼, 오뎅을 질겅거리며 노래를 들었어요. 렛잇비가 그대로 두라는 뜻이라면서요? 어렸을 때는 왜 그대로 두라는 건지 이해를 못했었는데, 그 순간에 아! 그런 거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그래서 그길로 곧장 중고 악기상으로 달려가 이놈을 장만했습니다. 지금 제 수중에 있는 거라곤 이 녀석과 단돈 삼천원이 전부입니다. 기타와 삼천원이라 뭔가 고독하기도 하고 낭만적이지 않나요? 그래서 결정했습니다.20년 만에 만들 노래의 제목.“기타와 삼천 원” 하하하, 놀라셨죠? 저도 놀랐습니다 이런 완벽한 제목을 만들어 내다니, 제목부터 뭔가 확 필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명일: 뭐라고요? 다시 한 번만 말씀해 주세요. 신흥: 기타와 삼천원 명일: 설마……. 신내, 신흥 쪽을 바라보다 ‘흑’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려 뛰쳐나간다. 신흥: (신내가 나간 방향에 대고) 놀라시긴……, 노래가 완성되면 여러분은 지금보다 열배는 더 놀라실 겁니다. 명일: 잘 알겠습니다.(사이) 흥신소요? 아닙니다. 그냥 개인적인 일 때문에 찾는 겁니다. 그러니까 서둘러 이사를 간 것 같은 느낌을 받으셨다는 거죠.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신흥: 일단은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만들었던 노래로 시작할 겁니다. 장소는 뭐, 찾아봐야죠, 설마 서울 하늘아래 제가 노래할 만한 곳이 없겠습니까. 지금 이 순간부터 저는 가숩니다. 불행한 샐러리맨이 아니라 어릴적 꿈을 이룬 멋진 사람이 된 거죠. 하하하. 자! 그럼 저를 기다리는 무대를 찾으러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신흥, 큰 소리로 웃으며 퇴장, 명일 쪽지와 주소들을 확인하며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두정 휠체어를 타고 등장. 두정: (놀람을 감추며) 웬일이냐? 명일: 여기가 16-28번지 맞죠? 두정: 용케도 올 생각을 했구나. 명일: (떨리는 목소리로) 연수네 집 맞죠? 두정: 다 알고 온 거 아니야? 그런 건 왜 물어. 명일: 저는 연수 남자친구 명일이라고 합니다. 두정: 팀을 맡게 됐다고, 축하한다. 명일: 힘드시겠지만 저도 어렵게 마음먹고 온 것이니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두정: 너하고 할 얘기 없으니까 그만 가봐. 명일: 그 심정 이해합니다. 하지만……. 두정: 사실대로 말하지, 네 얼굴 두번 다시 안 봤으면 좋겠다. 명일: 잘 알겠습니다. 오늘 이후 찾아뵙는 일은 없을 겁니다. 대신 한 가지만 대답해 주십시오. 두정: 꼴 좋다고 웃고 싶겠지, 웃고 싶으면 웃어. 명일: 연수……, 연수 살아있죠? 네? 두정: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명일: 사실대로 얘기해 주십시오. 사고 이후에도 매일같이 연수에게 메일을 보냈었는데 며칠전 그 메일이 모두 수신 확인이 됐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전에 살던 집에서 이사 하실 때 도망치듯 떠났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연수가 살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두정: 상상력이 풍부하구먼. 그따위 소리는 집어치워, 보시다시피 난 글러먹었어. 명일: 그렇다면 제가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연수 찾는 걸 포기하지 못합니다. 두정: 내가 그런 소리를 했던가? 그래 그런 말을 했겠지……, 하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 상황 탓, 환경 탓 하는 게 아니야, 현실이 그렇다는 거지. 네 놈이 그런 말을 하는 저의를 모르겠다. 더 이상 널 마주하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조심해서 가라.(나가려 한다.) 명일: 거짓말……, 거짓말이죠? 그럴 리 없어, 저를 포기하게 하려고 하는 얘기죠? 그렇죠? 두정: (멈춰서서 혼잣말로) 고결한 자만이 에베레스트에 오를 수 있다·……, 고결한 자라…….(쓴웃음) 에베레스트. 그런 게 있기는 한 걸까 (나간다.) 명일: (절망적으로) 잘 알겠습니다, 폐를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나가려다 멈춰서서) 연수야……, 너 정말 없는 거야? 명일이 나가자마자, 박수 소리와 함께 현란한 조명이 무대를 훑는다. 무대 중앙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선글라스를 쓴 신흥이 기타를 들고 마이크 앞에 서 있다. 신흥: 여러분 감사합니다. 다음에 들려드릴 곡은 지금의 저를 있게한 바로 그 노래입니다.20년 전 그러니까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가수의 꿈을 가득 품고 며칠 밤을 새우며 코피를 쏟아가면서 만든 노래입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좋은 노래는 세월이 흐를수록 그 가치를 더해간다는 얘기가 있죠, 그게 바로 이 곡을 두고 한 얘기란 걸 요즘 들어 새삼 느끼게 됩니다. 자 그럼 눈을 감고 제 목소리에 취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목은 “빌어먹을 인생.” 신흥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단조롭고 유치한 느낌의 멜로디. 신흥: 인생이란 무엇일까 인생이란 무엇일까 그것이 뭔지 몰라도,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산다는 건 무엇일까 산다는 건 무엇일까 각각의 빛을 받으며 세 사람 나타난다. 약통을 들고 있는 명일, 휠체어 위의 두정, 경기 중에 쓰러져 있는 신내. 신흥: 그것이 뭔지 몰라도 신내: 이건 아니야, 명일, 두정: 이건 아니야 신흥: 목적도 모른 채 공부를 하고, 의지와 상관없이 순위가 매겨지고 누구의 인생인데, 내 삶의 주인은 대체 누구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모두: 이건 아니야. 간주. 두정 굳은 표정으로 한곳만 응시하며 생각에 잠겨있다. 명일: 전부 제 착각이었습니다. 여동생이 혹시나 하고 비밀번호를 쳤는데 열렸대요, 계정을 없앤다고 그러더군요, 그렇다고 앞으로는 메일 보내지 말라고……, 근데 비밀번호가 뭐였는지 아세요? ‘엠, 와이, 유, 엔, 지, 아이, 엘’이었대요. 명일, 제 이름이었어요.(허탈하게 웃는다.) 연수야 조금만 기다려 내가 갈게.(약병을 바라본다.) 신내: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어떡하지, 일어날 수가 없어, 오빠, 엄마, 아빠, 코치님……. 일어나 달려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아요, 모두들 저만 바라보고 있겠죠, 고개를 들 수 없어요, 너무 무서워요. 신흥: 이른 아침, 아니 그건 해도 안 뜬 새벽이야. 흔들어 깨우며 하시는 말씀, 얼른 일어나, 얼른 일어나. 늦은 밤에, 아니 그건 달도 지는 새벽이야 지친 나에게 하시는 말씀, 공부 하다 자, 공부 하다 자, 조금만 더 자고 싶어요 제발. 잠도 못 자가며 난 무얼 하는 걸까. 누구의 인생인데, 내 삶의 주인은 대체 누구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간주. 명일 결심한 듯 약을 꺼내 털어 넣는다. 신내는 여전히 그대로 엎드린 채다. 등이 들썩거린다. 두정, 휠체어에 브레이크를 걸고 수건을 감은 숟가락을 꺼내 입에 문다. 명일 쓰러진다. 두정, 있는 힘껏 일어나려 하지만 바닥에 쓰러지고 만다. 온힘을 다해 일어나려 한다. 신흥: 귓가에 맴도는 어머니 말씀. 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 인생이란 다 그런 거야, 좋은 말로 할 때 어서 일어나,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신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한다, 일어나려고 애쓰는 두정 신흥: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명일 갑자기 일어나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간다. 명일: 아 배야! 눈물을 흘리며 일어난 신내, 이를 앙다물고 슬로로 뛰기 시작한다, 두정 간신히 몸을 지탱해 휠체어에 오른다. 신흥을 제외한 나머지 빛이 사라진다. 신흥: 인생이란 그런 거야 이유는 없어, 모두들 다 그렇게 살아 일어나, 일어나. 얼른 일어나서 밥 먹고 학교가 빌어먹을! 일어나, 어서 일어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기쁨에 차 인사를 하다가 갑자기 표정이 굳는다.) 여, 여보……. 무대 밝아진다. 신흥 머뭇거리는 사이 신내 천천히 등장한다. 신내: 오빠 신흥: 여, 여보 신내: 어쩐 일이세요? 신흥: 당신이 어떻게 여길……. 신내: 잘 왔어요, 그렇지 않아도 할말 있었는데. 신흥: 그러니까……, 그게 신내: 아무 말 마세요, 부탁이에요, 제가 얘기할 테니 듣기만 하세요. 신흥: 미안해, 정말 미안해. 신내: 사실 저 오빠 좋아했었어요, 하지만 이제 아니에요. 신흥: 그게 무슨 소리야? 신내: 말 그대로예요, 이젠 오빠를 좋아하지 않아요. 신흥: 여보, 그러지 마, 제발, 응? 내가 잘못했어, 내가 죽일 놈이야. 신내: 고마워요, 진작 얘기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정말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저 꼴찌해서 이런 거 아니에요. 정말 오빠에 대한 마음이 식어 버려서 그런 거예요. 신흥: 내 뭐든 할 테니까, 제발 죽는다는 소리는 말아줘, 부탁이야. 신내: 그러지 마세요, 오빠답지 않아요. 신흥: 난 이미 끝난 놈이지만, 당신하고 우리 창신이 수진이는 아니잖아. 남편, 아버지 잘못 만난 죄밖에 없잖아, 여보, 그러니까 그런 소리 두번 다시 하지마. 신내: 괜찮아요? (사이) 저요? 보세요 전 아무렇지 않아요. 신흥: 많이 생각해 봤는데 그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 신내: 그래요, 그렇게 해요. 신흥: 이혼하면 놈들도 더는 못 괴롭힐 거야, 자리잡히는 대로 연락할게, 당분간은 어렵겠지만 생활비랑 애들 교육비는 최대한 노력해 볼게. 어떻게든 아빠 노릇은 하도록 할게. 미안해 여보. 신내: 그럼 저 이만 가볼게요, 오빠도 조심해서 가세요. 안녕……, 안녕.(자리를 옮긴다.) 신흥: 놈들이 위치추적을 해서 전화기 못쓰니까, 내가 연락할게. 신내: 오빠도 제가 좋대요, 우습죠? 기껏 마음 정리했는데 고백을 받다니……, 조금만 빨리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괜찮아요, 저,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무렇지도…….(사이) 저 끝까지 달렸어요, 포기할까도 생각했었는데, 그 순간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어요,“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서 레이스를 마쳐!” 목소리를 따라 나도 모르게 일어나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어요, 사실 그 이후엔 아무 생각도 안나요, 어떻게 결승점을 통과 했는지, 어떻게 집으로 돌아 왔는지……. 정신이 들고 보니까 제 방에 덩그러니 앉아 초콜릿을 잔뜩 쌓아놓고 먹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거울을 봤는데 눈은 너무 울어서 퉁퉁 부어 있고, 입 주변은 초콜릿이 번져서 피에로처럼 되어 있더라고요, 순간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워서 깔깔대고 웃어버렸어요, 한참을 그렇게 웃고 있는데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 왔어요,“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서 레이스를 마쳐!” 눈을 감고 목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들어 봤어요, 자세히 들어 보니까 제 목소리더라고요,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 보면 처음엔 자기 목소린 줄 모르잖아요, 그런 것과 비슷한 거였어요, 조금 익숙해지니까 알겠더라고요, 제 목소리인지. 신흥: 그랬어? 그거 다행이네. 알았어 그러니까 그렇게 하자고.(사이) 내 걱정은 하지마, 당신하고 애들이 힘들지 나야 뭐……. 그만 가봐, 수일내로 전화할게, 조심해서 들어가고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든다.) 여보! (사이) 아, 아니야. 애들한테 안부 전해줘.(사이. 혼잣말로) 잘 살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평소에 안해 버릇해서 힘드네. 신내: 근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기는 이미 끝나버렸는데, 레이스를 마치라니,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그게 무슨 뜻일까 하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신흥: 자! 이젠 나의 무대를 찾아가 볼까,(기타에게) 가자 로시난테, 갈 길이 멀다. 서두르지 않으면 날이 저문다고.(나간다.) 신내: 800미터 경기는 트랙을 2바퀴 도는 거예요, 작전도 중요하긴 하지만 페이스 조절과 순간의 판단력이 그 어떤 종목보다 중요해요, 처음부터 너무 빨리 달려도 안 되고 페이스 조절한다고 천천히 출발해도 안 되죠, 작전대로 달리다가도 상황에 따라 작전을 포기하고 감으로 스퍼트하는 경우도 많고요. 생각해 봤어요, 나는 지금 어디쯤 달리고 있을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달려온 것보다 달려야 할 트랙이 더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낸다.) 알람이네요. 저 이제 그만 가봐야 해요, 중요한 일이 있거든요.(나간다.) 텅 빈 무대. 멀리서 전동차가 다가오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로 들려온다. 소리는 멈추지 않고 무대를 가로지른 후 점점 멀어져 간다. 두정 훈련복 차림으로 빈 휠체어를 끌고 등장한다. 휠체어를 세우고 한두 걸음 떨어져 선다. 두정: (휠체어에 대고) 너한테는 안 된 일이지만, 위로해 주고 싶은 맘은 추호도 없다. 잔인하게 들려도 할 수 없어. 다 네 잘못이야, 한 번 더 점검했어야지, 한 번 더 살폈어야지. 그 정신 상태로 에베레스트에 올랐다면 너 때문에 동료들 모두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어, 너 이렇게 된 거, 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목숨과 다리를 바꿨다고 생각해, 어찌 보면 이렇게 된 거 너한테는 축복일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를 한두 번 본 게 아닌 인생 선배로서 하는 얘기니까 귀담아 듣는 게 좋아, 휠체어 생활도 익숙해지면 괜찮을 거야, 괜히 재활한다고 힘 낭비하지 말고 그 다리에 적응하는 편이 나을 거다. 나같이 바른 말을 하는 선배를 만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라고. 이제 가봐야겠다, 돌아가서 합숙 준비를 해야 하거든, 들어가서 한 숨 자는 게 어때? (휠체어를 밀고 나간다.)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와 함께 두정이 나간 반대편에서 피골이 상접한 명일이 다리 힘이 풀린 채로 등장 명일: 이렇게, 이렇게 죽는 건가……. 정말 특이한 약이야. 고통스럽냐고 물었을 때 왜 그런 웃음을 지었는지 이해가 돼.(힘없는 웃음) 왜 죽으려고 했는지, 죽기로 결심한 내가 원망스러워지다니……, 아픈 배를 감싸고 변기 위에 앉아 있자니 살려달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그러다 알게 됐어요, 연수를 잃었을 때보다 변기 위에서 더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는데 웃음이 나왔어요, 눈물은 줄줄 흐르고 웃음은 멈추지 않고, 아래도 멈추지 않고 (힘없는 웃음) 제가 연수를 사랑하지 않았던 걸까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는데, 배가 아프기 전까지만 해도 더 이상 아픈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걸까요?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 명일: 저 새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까요? (고개를 숙인다.) 서로 다른 곳에서 나오는 신흥, 신내, 휠체어 탄 두정. 각자 자리를 잡고 선다. 네 사람: 요 며칠 정말 힘들었어요. 세상에서 버려져, 혼자 어딘가에 버려진 것 같은 느낌, 세상의 모든 불행이 한꺼번에 나한테 달려든 것 같은 느낌, 빠져나오려 하면 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진흙 구덩이에 빠진 것 같았죠. 두정, 신흥: 왜 하필 나야? 명일, 신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네 사람: 속으로 원망도 하고 고래고래 소리도 질러 봤습니다. 근데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당연한 얘기죠, 고민하고 소리 질러서 일이 해결 된다면 이 세상에 힘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신흥: (큰 목소리로) 가수가 되기로요! 두정, 명일: (바로 이어) 받아들이기로요 신내: (이어서) 다시 달리기로요. 네 사람: 많이 겁나고 솔직히 자신 없기도 하지만 어쩌겠어요? 일어나야죠, 신흥: (노래한다) 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 네 사람: 변하는 건 하나 없지만 그렇다고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두정: 저, 결국 에베레스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휠체어를 뒤로 돌리자 자동차 번호판 모양의 판에 ‘에베레스트’라고 쓰여 있다.) 썰렁했나요? 지하철이 들어온다고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지하철이 다가오는 소리, 멈추는 소리, 문 여는 소리. 모두 한발씩 앞으로 자리를 옮긴다. 다시. 따사로운 봄볕, 아련한 음악. 그리고……. 명일, 고개를 숙인 채 힘없는 걸음으로 어디론가 걸어간다. 신내, 힘찬 걸음으로 어디론가 걸어간다. 두정,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어디론가 간다. 신흥, 기타를 정성껏 보듬으며 어디론가 간다, 다시 명일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다음엔 신흥, 신내, 두정 차례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들은 서로 인식하지 못한 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어느새, 각자 자리를 잡고 서 있는 네 사람. 모두들 잠시 망설이다. 각자 어딘가를 향해 이야기한다. 네 사람: (동시에) 저기……. 암전. 어둠 속에서 신흥의 목소리 신흥: (목소리) 드디어 완성했습니다.‘빌어먹을 인생’을 이을 평생의 역작.‘기타와 삼천원’ 조명을 받으며 멋지게 등장한 신흥. 노래한다. 신흥: 옛날 어느 시골 마을에 가수를 꿈꾸는 소년이 살았다네 매일 밤 꿈속에서 노래하던 소년은 매일이 너무나 행복했다네 그러나 어느 샌가 소년은 노래하는 꿈을 꾸지 않게 되었네 그렇게,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갔다네. 서울 하늘 아래 어딘가 가수를 꿈꿨던 남자가 살고 있다네 꿈을 잊은 채로 살아가던 남자는 하루가 너무나 힘들었다네 그러나 어느 순간 갑자기 노래하던 꿈을 떠올렸다네 그렇게,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갔다네 아, 가진 건 사랑스런 기타와 단 돈 삼천 원뿐이지만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네, 아, 가진 걸 모두 잃어 남은 것 하나 없어 불행하지만 나에겐 기타와 삼천원 있네,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세상에 내 것이 하나 없어도, 노래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네,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있어 너무 행복하다네. 너무 행복하다네. 박수 소리에 몇 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하던 신흥, 키스를 날리며 퇴장한다. 무대 한쪽에서 연수, 차분한 걸음으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태령, 꽃다발을 들고 환한 얼굴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약장수, 전화기를 들고 등장, 상대가 받지 않는지 계속 버튼을 눌러대다가 퇴장한다. 다시 연수가 등장했다 사라진다. 다음엔 약장수, 태령, 차례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들은 서로 인식하지 못한 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어느새, 각자 자리를 잡고 서 있는 세사람. 연수: 그 사람을 처음 만난 건 약장수: 종로 5가입니다. 태령: 어찌 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연수: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 멋졌어요. 약장수: 주로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고객이죠. 혹시 필요하신가요? 태령: 네, 그녀를 사랑했거든요. 연수: 사랑했어요, 그래서 많이 미안했고요, 혼자 남겨두고 떠나서 약장수: 미안한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태령: 그녀는 떠났지만 전 아직 그녀를 떠나보내지 않았습니다. 연수: 이제 떠날 거예요, 명일씨를 놓아주려고요, 마음속에서 서서히 사라질 거예요. 약장수: 그 약을 먹게 되면 죽을 각오로 살게 되죠, 태령: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우선은 열심히 달리는 신내를 뒤에서 지켜보는 것부터 시작하고요 연수: 뒤에서 지켜본다는 거 그리 쉽지 많은 않더라고요, 많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는 것이……. 약장수: 그것이 문제죠, 부작용이 너무 심해요, 설사가 장난 아니거든요,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네요, 하하하. 세 사람 모두 정지. 두정이 휠체어를 밀고 들어온다. 무대 중앙에 휠체어를 놓고 나간다. 휠체어 홀로 빛을 받는다. 휠체어: 전 에베레스틉니다. 제 주인님이 붙여준 이름이에요, 전 어디를 가나 주인님과 함께 하죠,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나 할까요. 늘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주인님이 제게 이름을 붙여주고 난 뒤로 가끔이긴 하지만 웃는 모습을 보이시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제 이름이 좋습니다.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휠체어: 지하철이 왔네요, 못다한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죠, 저는 지금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거든요. 경쾌한 음악과 함께 암전. ■ 등장인물 명일(25세, 대학생) 신내(18세, 고등학생, 육상부) 두정(32세, 산악인) 신흥(38세, 샐러리맨)
  • 고려대교수의회 ‘총장 표절’ 조사 착수

    고려대 교수들의 공식 대표기구인 고려대 교수의회(의장 배종대 교수)가 표절 의혹에 휘말린 이필상(59) 신임 총장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조사에 나섰다. 교수의회는 27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진상조사위원장에 박성수(생명과학부) 교수의회 부의장을 선임했다. 교수의회는 조만간 조사위원 6명을 선임해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1980년대 중반 교수의회의 전신인 교수협의회가 생긴 이후 표절과 관련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종대 의장은 “언론에서 문제가 된 논문과 저서는 물론, 이 총장이 지금까지 내놓은 모든 저작물을 전면 조사해 한 점 의혹을 남기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조사위원만 결정된다면 합숙을 해서라도 최단 시간 내에 결론을 공표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배 교수는 “진상조사위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재단이나 이 총장 모두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힘들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 총장은 이날 정상출근, 교무회의를 주재하는 등 공식일정을 모두 소화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우토로의 꿈’ 끝내 이루지 못하고…

    일본 속 마지막 조선인 마을이자 일제 강제징용인 집단촌인 ‘우토로마을’의 남성 최고령자인 최중규(90) 옹이 지난 17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21일 재외동포 인권단체인 지구촌동포연대(KIN)에 따르면 최옹은 지난해 7월 노무현 대통령에게 ‘철거 위기에 놓인 일본 우토로마을을 지켜달라.’는 탄원서를 보내는 등 우토로마을 살리기에 헌신해 왔다.최옹은 최근까지 일본인과 재일교포들이 함께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을 만들어 투쟁을 벌여 왔다. 우토로 마을은 일본 교토 우지시 우토로 51에 위치한 마을로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1년 교토 군비행장 건설을 위해 조선인 노동자 1300여명을 강제 징용해 집단 합숙시켰던 마을로 1945년 광복이 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형편이 어려웠던 200여명은 이곳에 정착했다. 대부분 양철지붕을 얹고 철판들을 이어 붙인 낡은 판자촌을 형성해 살아왔다. 하지만 80년대 후반 이 땅이 닛산차체주식회사로부터 전매됐고 토지를 사들인 부동산회사가 주민들의 강제퇴거 작업과 소송을 시작했다. 최옹은 일제가 한창이던 1942년 후쿠오카의 탄광에 강제동원됐다가 1967년 우토로로 이주해 건설 노동자로 일해왔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말년병장 황희태 “다섯 누이에 金바칩니다”

    “돌아가신 부모님과 뒷바라지해 준 누나들에게 영광을 돌립니다.” 말년 병장으로 오는 12일 전역 신고를 앞둔 한국 유도계의 ‘개그맨’ 황희태(28·상무)가 4일 새벽 아시안게임 남자 유도 90㎏급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황희태는 결승전 상대로 점찍어둔 이즈미 히로시(일본)가 1회전에서 일찌감치 탈락하는 바람에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결국 이즈미를 제압한 막심 라코프(카자흐스탄)와 결승에서 격돌한 그는 상대에게 지도를 이끌어내고 유효를 보태 도하 밤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렸다. 언제나 웃는 낯에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섞은 재치 있는 입담까지 있어 주변에서 개그맨으로 통했던 그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금메달을 따낸 자신의 모습을 부모님이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1남5녀 가운데 막내인 그는 대학교 1학년 때 13년 동안 투병 생활을 하던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이듬해 아버지도 유명을 달리했다. 합숙을 할 때 어머니를 대신해 찾아와 밥을 해주는 등 꾸준히 뒷바라지를 해준 누나들에 대한 고마움이 교차했을 것.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가 구김살 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누나들 덕택이었다.175㎝로 90㎏급에선 단신이지만 힘과 승부 근성이 돋보이는 그는 지금은 종합격투기 선수인 윤동식이 은퇴한 이후에야 빛을 볼 수 있었다.2001년 베이징유니버시아드 3위에 오르며 이름을 알린 황희태는 2003년 독일오픈 정상을 밟은 데 이어 같은 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빛 전망을 밝혔다. 하지만 당시 이즈미에게 준결승에서 패한 뒤 3∼4위전에서도 무릎을 꿇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 때 좌절을 맛본 황희태는 운동을 그만두려고까지 생각했으나,2004년 12월 군 입대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됐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3회전에서 애매한 심판 판정으로 이즈미에게 반칙패를 당했으나 같은 해 코리아오픈, 올해 가노(유도 창시자)컵과 파리오픈을 석권, 부활의 나래를 활짝 폈다. 그는 “전만배 상무 감독님이 격려해 주셔서 다시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고 다짐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첫 우주인 후보 2명 새달 25일 확정

    첫 우주인 후보 2명 새달 25일 확정

    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4일 한국 첫 우주인 후보 10명을 발표한 뒤 이들을 대상으로 다음달 25일까지 4차 선발과정을 진행한다고 23일 밝혔다. 최종 후보 2명은 마지막날인 25일 확정된다. 4차 선발과정은 2박3일의 합숙 평가와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의 현지 평가, 대중 친화력 평가 등으로 이뤄진다. 합숙평가는 SBS 일산 탄현제작센터에 마련된 스페이스 캠프에서 3일 동안 장비조작능력, 협동성, 시뮬레이션 운용능력, 회전의자 평가 등 다양한 상황 대처 능력을 평가하게 된다. 합숙 평가를 통과한 8명은 12월 3일 러시아로 출국,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우주적성 평가와 러시아 현지 문화 적응성 평가를 받은 뒤 최종 2명으로 압축된다. 선발과정은 12월25일 오후 8시부터 SBS에서 생방송 중계된다. 최종 선발된 2명의 우주인 후보는 내년 3월부터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우주인 훈련을 1년간 받고, 이 중 한 명이 2008년 4월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에 탑승하게 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7·9급 시험도 공개해주세요”

    “7·9급 시험도 공개해주세요”

    “시험 문제 공개 좀 해주세요….” “비용과 보안 문제 때문에….” 올해 국가직과 지방직 7·9급 시험 일정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 그러나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시험문제 공개에 대한 요구 때문이다. 중앙인사위원회 등 주관 기관들은 보안 등을 이유로 여전히 공개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수험생들과 전문가들은 문제오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투명한 시험 진행을 위해 문제와 정답 공개는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공신력 확보 위해 문제 공개돼야 현재 수학능력검정시험을 비롯, 사법시험과 행정·외무고등고시는 시험 문제가 공개되고 있다. 공개되지 않는 시험은 인사위가 주관하는 7·9급 국가직 공채와 지방자치단체가 출제하는 지방직 7·9급 공채 등이다. 시험을 보는 당사자들은 시험문제 공개 여부에 절박하다. 시험이 끝날 때마다 기억에 의존해 문제를 복원하다 보니 이를 둘러싼 무의미한 논쟁이 반복되고 있는 탓이다. 더 심각한 것은 문제 오류를 사후에 시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봉쇄된다는 점. 이미숙 이그잼 수험전략연구소장은 “지난 2004년 행시 등 여러 시험 등에서 오류가 발생했지만 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출제 문제가 공개됐기 때문”이라면서 “시험문제와 출제기관의 공신력 확보는 물론, 수험생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라도 문제와 정답이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의 집단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수험생들은 ‘9급 공무원 시험정보방’(cafe.daum.net/ninerank) 등 공무원 시험 관련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문제·정답 공개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의견이 모아지는 대로 인사위와 각 지자체에 공식적인 정보공개를 요구할 예정이다. ●수험생 중심 행정 아쉬워 시험의 공개·비공개 여부는 출제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고시시험 출제자들은 따로 장소를 정해 합숙하면서 문제 출제와 선정 등의 전 과정을 일괄 처리한다. 이에 반해 7·9급 시험은 문제은행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시험 주관 기관들은 비용과 보안, 형평성 등 여러 제약요건 때문에 합숙 출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사위 관계자는 “7·9급 시험은 시험 과목이 50개가 넘는데다 문제를 만들기 위해 출제 위원들을 한달씩 합숙을 시키는 것은 비용 등의 문제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출제 당국이 문제 공개에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합숙 출제를 위해 숙박·보안시설까지 갖춘 과천 국가고시센터가 지난해 완공됐는데도 ‘공개할 만한 조건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9급 수험생 강모(26·서울 봉천동)씨는 “공무원 시험 열풍에 따라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데도 행정은 그에 못 미치는 것 같다.”라면서 “행정편의주의가 아닌 수험생들을 중심에 둔 시험 관리가 아쉽다.”고 꼬집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언어 듣기평가에 잡음… 재방송 소동

    입시제도 변경 전 마지막인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6일 어김없이 찾아온 ‘수능 한파’ 속에 전국 971개 시험장에서 치러졌다. 낮은 기온에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가뜩이나 긴장한 수험생과 학부모의 체감온도는 더욱 떨어졌다. 시험은 전국에서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고사장 잘못 찾아간 수험생도 많아 하마터면 시험을 보지 못할 뻔한 아슬아슬한 상황이 올해에도 곳곳에서 일어났다. 대구 수성구에서는 임모(18)양이 고장난 아파트 승강기에 갇혀 발을 동동 구르다가 가까스로 구조돼 시험장으로 갔다.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임신 8개월의 늦깎이 수험생 박모(36)씨가 119구급차를 타고 능곡중 시험장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입실에 늦을 우려가 있거나 고사장을 잘못 찾아간 수험생 826명을 시험장에 데려다 주고 수험생 53명에게 수험표를 전달해 줬다. 경북 영주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전국 최고령 수험생 권춘식(78·농업·영주시 이산면)씨가 손자뻘되는 학생들과 함께 시험을 봤다. 권씨는 지난해 8월 고입 검정고시와 지난 5월 고졸 검정고시에서도 전국 최고령으로 합격해 화제를 모았다.4년 전 부인과 사별해 혼자 끼니를 해결하면서 일궈낸 값진 승리였다. 최연소 응시자는 전북 전주시 양지초등학교를 졸업한 최은혜(12)양이었다. 지난 4월 고입에 이어 8월 고졸 검정고시까지 최연소 합격했다. 서울 강남구 구정고등학교와 마포구 숭문고등학교, 성북구 석관고등학교 등 시험장에서는 1교시 언어영역 듣기평가 방송 중 잡음이 나거나 방송이 끊기는 사고가 났다. 구정고의 경우 전체 32개 시험실 중 18개 시험실에서 문제가 생겼고 숭문고, 석관고에서는 방송테이프 불량으로 전체 시험실에서 방송이 끊겼다. ●수능 고사장에 응원 나오면 봉사점수 각 학교에서는 1교시 시험이 끝난 뒤 휴식시간을 이용해 문제를 재방송했다. 이로 인해 2교시 수리영역이 늦게 시작됐고 그 만큼 점심시간이 줄었다. 구정고에서 시험을 본 중대사대부고 노정현(18)양은 “문제가 갑자기 나오지 않아 깜짝 놀라는 바람에 다음 문제를 푸는 데 지장을 받았다.”며 속상해 했다. 올해 수능에서도 시험장에 지참할 수 없는 물건을 갖고 있다가 부정행위로 간주돼 시험이 무효처리된 학생이 속출했다. 이날 오후 7시30분 현재 전국적으로 부정행위로 간주된 수험생은 모두 36명. 휴대전화 소지가 26명으로 가장 많았고,MP3 소지 4명, 기타 전자기기 소지 1명,4교시 탐구 영역 시간에 응시 규정을 어긴 경우 5명 등이었다. 상당수 고등학교들이 아침에 시험장에 나가 선배들을 응원하면 봉사 점수를 주기로 해 이를 바라고 나온 고 1∼2학년 학생들이 많았다. 풍문여고에서는 수험생들이 오전 8시20분쯤 입실을 완료하자, 응원하던 1∼2학년 학생들이 출석 확인을 받으러 몰려들기도 했다. 이 학교 2학년 김은이양은 “수능 고사장에 응원을 나오면 봉사시간을 4시간이나 쳐주기 때문에 1∼2학년생 50명 정도가 나왔다.”고 말했다. 교문에 엿이나 떡을 붙이며 긴장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은 전보다 줄었고 비교적 여유있는 모습들이 많았다. 황인자(49·여)씨는 아들이 서울 경기고 시험장에서 자리를 확인하는 장면을 ‘폰카’로 찍는 여유를 보였다. 황씨는 “평생 한 번뿐인 아들의 수능시험 당일 모습을 남겨 두고 싶었다. 실력 이상의 성과를 냈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만 크게 긴장은 안 된다.”고 말했다. ●출제요원 652명 33일만에 합숙서 해방 수능시험 출제본부 요원 652명은 이날 오후 6시15분 5교시가 끝나면서 33일간의 합숙생활에서 풀려났다. 교사·교수 등 출제위원단 294명, 검토위원단 183명, 경찰·보안요원 등 관리요원단 175명이다. 이와 별도로 경기도 성남시 대한교과서㈜에 마련된 인쇄본부의 요원 170여명도 보름간의 ‘감금생활’에서 해방됐다. 경찰청은 오는 22일까지 1주일간을 청소년 선도·보호활동 기간으로 정하고 수험생들의 음주 등 탈선행위 예방활동에 나선다. 김기용 이재훈 서재희 윤설영기자 kiyong@seoul.co.kr
  • [2006 도하아시안게임] “30일 타이완 콧대 꺾는다”

    ‘헉∼ 뜨거워라.’ 그동안 한 수 아래로 봤던 타이완에 연이틀 쓴 맛을 본 한국 야구의 아시안게임 3연패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이 11일 코나미컵에서 타이완 라뉴에 2-3으로 패한 데 이어,12일 대륙간컵에서도 연장 혈투 끝에서 7-9로 무너진 것. 물론 대륙간컵 한국팀이 대학생과 상무를 주축으로 한 대표 2.5∼3진 수준인 반면, 타이완은 아시안게임 대표선수 15명이 포함됐다. 하지만 타이완이 더 이상 한국을 두려워하지 않고 “해 볼 만하다.”는 자신감으로 덤벼드는 것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단기전에선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으로 전력 차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이 미국을 제친 데서 알 수 있다. 당장 오는 30일 도하아시안게임 첫 경기에서 타이완을 꺾지 않는다면 금메달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일본, 중국, 태국, 필리핀, 타이완 등 6개국이 벌이는 풀리그 성적으로 별도의 결승전 없이 메달 색깔을 가리는 대회방식을 감안하면 사회인야구 선수를 주축으로 한 일본보다는 타이완전이 사실상 결승인 셈. 두 팀 이상의 승패가 같을 경우 동률팀 간 승자승-최소실점-최다득점-타율 순으로 순위를 가리며 그마저도 같을 땐 동전던지기로 금메달을 결정한다. 타이완은 대륙간컵 멤버 외에도 코나미컵에서 거포 본색을 드러낸 첸진펑과 린지셩(이상 라뉴), 요미우리의 영건 장젠밍 등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까지 보강, 한국 타도를 벼른다. 한국대표팀도 발걸음이 빨라졌다. 김재박 감독과 정진호 코치가 10일 타이완으로 건너가 일본과 타이완의 전력을 꼼꼼히 살펴본 뒤 귀국했으며 13일 대표팀을 소집,2주간의 합숙에 돌입했다. 김 감독은 LG·롯데와의 4차례 연습경기로 실전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여기에 타이완에 남은 우용득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과 이광권 SBS해설위원의 도움을 받아 타이완을 완전 해부한다는 복안이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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