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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형리 PB의 생활 속 재테크] 사고팔기 밀당으로 중위험·중수익… ‘롱쇼트펀드’ 아시나요

    ‘옥석’ 가릴 경험 많은 운용사 택해야 코스피 상승장일 땐 되레 불리할 수도 주식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중국 경기 불안, 유가 하락 등 대형 악재들이 버티고 선 탓이다. 변동성이 큰 장에선 투자심리도 얼어붙기 마련.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도 ‘어디에 투자할까’이다. 이럴 때 재테크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상품은 롱쇼트펀드다. 롱쇼트펀드는 시장 변동성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롱쇼트펀드는 롱(Long)과 쇼트(Short)의 합성어로 ‘사다’(Buy)와 ‘팔다’(Sell)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사고(롱 포지션) 반대로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미리 팔아(쇼트 포지션) 차익을 남기는 펀드다. 일반 주식형 펀드나 채권형 펀드보다 시장 상황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 특히 주식 시장이 하강 국면에 접어들어도 수익 기회를 노릴 수 있는 게 롱쇼트펀드의 가장 큰 매력이다. 유가의 예를 들어 보자. 유가가 하락하면 유류할증료도 내려간다. 이는 곧 비행기표 가격 인하로 이어진다. 여행자들 입장에서는 경비 부담이 줄어든다. 그러면 여행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이는 곧 항공 관련 주식에 호재가 된다. 반대로 유가가 하락하면 원유를 가공하는 정유회사는 물론 유조선을 만드는 조선회사들은 타격을 입는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항공 관련 주식에는 ‘롱’ 전략을, 조선회사 주식에는 ‘쇼트’ 전략을 대입하면 된다. 롱쇼트펀드는 전략을 적용하는 비중과 주식 투자 비중에 따라 70, 50, 30 등 3종류로 가입할 수 있다. 예컨대 ‘미래에셋스마트롱숏70 펀드’는 지난해 10월 운용보고서 기준으로 롱 포지션 87.72%, 쇼트 포지션 12.27% 비중으로 운용되고 있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기 때문에 주식 투자에 대해서는 자본 차익을 과세하지 않는다. 이 상품은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으로 가입할 수 있어 추가 세제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롱쇼트펀드 투자 시 유의할 점도 있다. 자산운용사가 충분한 시장 분석 역량과 운용 경험이 있는지 투자 전에 반드시 살펴야 한다. 롱쇼트펀드는 절묘한 매수·매도 타이밍 선택도 중요하지만 포트폴리오에 담을 주식 ‘옥석 가리기’가 무엇보다 중요해서다. 이를 위해선 운영사가 지속적으로 기업을 탐방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코스피가 박스권을 벗어나 대세 상승장으로 이어질 때는 롱쇼트펀드가 불리하다. 이런 경우 다른 주식형 상품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NH농협은행 WM사업부 차장
  • ‘폰카’가 손맛을 알아? 프리미엄 카메라의 반격

    ‘폰카’가 손맛을 알아? 프리미엄 카메라의 반격

    콤팩트·DSLR 장점 모은 미러리스…묵직하지만 변함없는 매력 DSLR ‘폰카’에 밀려난 듯했던 카메라가 반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사양이 높아지면서 ‘똑딱이’라 불리던 기존의 콤팩트 카메라에 대한 수요는 줄었지만 오히려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폰카’ 덕분에 사진 찍는 재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성능 높은 프리미엄 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유로2016과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열리며 카메라업계도 특수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스포츠 경기가 열리면 사진기자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 고성능 카메라의 수요가 높아짐은 물론 카메라의 브랜드 로고와 성능이 전 세계에 알려지는 홍보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업계는 연초부터 프리미엄 카메라 신제품으로 사진 애호가들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대세’는 단연 미러리스 카메라다. 2008년 처음 등장한 미러리스 카메라는 카메라 내부에 반사경과 펜타프리즘이 없어 DSLR(디지털일안반사식) 카메라에 비해 몸체는 작고 무게는 가볍다. 그러나 사진 품질은 DSLR 카메라 못지않아 콤팩트 카메라와 DSLR 카메라의 장점을 한데 모은 ‘하이브리드 카메라’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의 판매량은 2012년 20만 2000여대에서 2014년 31만여대로, 전체 카메라시장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성장세다. 소니와 후지필름, 올림푸스는 최근 미러리스 카메라 신제품을 잇달아 공개하며 돌풍을 이어 간다. 소니의 신제품 ‘A6300’은 2014년 출시한 ‘A6000’의 후속 모델이다. ‘A6300’은 AF(자동초점) 성능이 높아진 점이 눈에 띈다. 0.05초의 AF 속도로 초당 11장의 고속 연속 촬영이 가능하며 위상차 AF 포인트 개수는 425개로 이전 제품보다 더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다. 또 4K(UHD·3840×2160) 동영상 촬영을 지원한다. 오는 3월 출시되며 가격은 본체 1000달러(약 120만원), 16-50㎜ 렌즈 키트 1150달러다. 1936년 처음 카메라를 출시한 올림푸스는 8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미러리스 카메라 ‘PEN’ 시리즈의 신제품인 ‘PEN-F’를 내놓았다. 1963년 출시된 세계 최초 하프 프레임 SLR(일안반사식) 카메라 ‘PEN F’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카메라 마니아들을 겨냥한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5000만 화소 초고해상도 촬영이 가능하며 RAW 파일 촬영 시에는 8000만 화소까지 촬영할 수 있다. 5축 손떨림 보정 기술을 이용해 이미지 센서가 0.5픽셀만큼 미세하게 움직이면서 빠르게 8번을 촬영해 합성하는 원리를 활용했다. 또 사진에 모노톤의 컬러를 적용해 필름 사진 느낌을 재현할 수 있는 ‘모노크롬 프로필 컨트롤’과 12개 컬러의 채도를 11단계로 조정할 수 있는 ‘컬러 프로필 컨트롤’ 기능을 탑재해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않고도 원하는 느낌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국내에는 2월 중 출시되며 가격은 미정이다. 앞서 후지필름은 ‘프리미엄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을 열겠다는 계획과 함께 ‘X시리즈’의 신제품인 ‘X-pro2’를 지난달 공개했다. 전문가용 플래그십 제품인 ‘X-pro2’는 광학식 및 전자식 뷰파인더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멀티 뷰파인더를 탑재한 게 특징이다. 간단한 레버 조작으로 광학식과 전자식 뷰파인더를 상황에 맞게 전환할 수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에 시장을 내준 DSLR 카메라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전통의 DSLR 강자인 니콘과 캐논은 전문가들을 겨냥한 신제품으로 맞붙는다. 니콘은 지난달 9일 폐막한 CES 2016에서 최상위 풀프레임 DSLR 카메라 ‘D5’를 공개했다. ‘D5’는 고정밀 153포인트 AF시스템과 초당 약 12장의 연사 속도를 갖춰 동체를 빠르게 포착하고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다. 캐논의 플래그십 DSLR 신제품 ‘EOS-1D X 마크 II’는 5년 만에 선보인 ‘EOS-1D X’의 후속 제품이다. 초당 최대 약 16장의 연사, 4K 60p 영상 촬영 성능을 갖췄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건강을 부탁해] 임신 중 섭취한 비타민 D, 자녀 알레르기 막는다

    [건강을 부탁해] 임신 중 섭취한 비타민 D, 자녀 알레르기 막는다

    임신 중 비타민 D 함유량이 많은 음식을 즐겨 먹으면 자녀의 알레르기 발생 확률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끈다. 미국 마운트 사이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연구팀은 미국인 여성 1248명과 그 자녀들을 조사한 결과 임신기간 동안 꾸준히 비타민 D 함유 식품을 섭취한 어머니들의 자녀는 추후 알레르기 질환을 가질 가능성이 낮았다며,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알레르기임상면역학회지(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비타민 D는 햇빛에 노출될 경우 체내에서 합성되는 비타민으로 잘 알려져 있으나 음식을 통해서도 충분히 섭취 가능하다. 특히 생선, 계란, 유제품, 버섯, 곡물 등에 풍부하게 함유돼있다. 비타민 D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인체 면역력 강화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면역력 이상 때문에 발생하는 알레르기 질환에 있어서 비타민 D가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추정해왔다. 이에 따라 인체의 비타민 D 수치와 알레르기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하는 연구는 과거에도 종종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이들 연구는 특정 시점에 국한해 이루어진 것으로, 조사대상의 태아시절부터 출생 이후까지의 비타민 D 수치를 종합적으로 분석, 알레르기 발생율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어머니들의 임신초기단계에서부터 자녀가 7세에 이르던 시점까지 장기간에 걸쳐 조사를 실시했다.이 기간 동안 연구팀은 설문조사를 통해 어머니들이 평소 어떤 식품을 섭취하고 있는지 조사했다. 더 나아가 임신 중 어머니의 혈중 비타민 D 농도, 그리고 자녀들의 출생 직후 및 7세 시점의 혈중 비타민 D 농도 또한 조사했다. 이러한 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임신 중 우유 240㎖에 함유된 만큼의 비타민 D를 매일 섭취한 어머니들의 자녀는 다른 아동들에 비해 알레르기가 발생할 확률이 더 낮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그러나 음식이 아닌 보충제를 통해 비타민 D를 섭취했을 경우 알레르기 발생확률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전했다. 연구를 이끈 수핀다 부냐바니치 박사는 “이번 연구는 임산부들의 식단에 있어 어떤 영양소가 포함돼있는지 뿐만이 아니라 그 영양소의 ‘출처’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번 연구 이후로 임신부 식단 설계에 있어 비타민 D 함유 음식들이 더욱 권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힘내~알비노 아기 거북이!”…바다 향해 안간힘

    “힘내~알비노 아기 거북이!”…바다 향해 안간힘

    온몸이 햐얀색이 희귀 알비노 거북이 호주 해안가에서 발견됐다. 최근 영국 BBC뉴스는 호주 동북부 퀸즐랜드 캐스트어웨이 해변에서 막 부화돼 바다로 향하던 알비노 푸른 바다 거북(Green Sea Turtle)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현지의 지역 환경단체 자원봉사자들에게 발견된 이 거북은 알에서 부화된 122마리 중 하나로 태어나자마자 본능적으로 바다로 향했다. 지역 환경단체 회장인 린다 와네민데는 "알비노라 금방 눈에 띄었다"면서 "건강상태는 매우 양호했으며 매우 빠른 속도로 바다로 향했다"며 놀라워했다. 이어 "바다에서도 꼭 살아남아 장수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람을 포함 많은 동물에게서 발견되는 알비노는 백색증이라고도 불리며 멜라닌 세포에서의 멜라닌 합성이 결핍돼 생기는 선천성 유전질환이다. 거북을 포함 악어, 돌고래, 다람쥐, 메기, 사슴, 원숭이 등 다양하게 발견되지만 대체로 생명은 짧은 편이다. 그 이유는 유독 튀는 피부색 때문에 포식자들의 표적이 되기 쉽기 때문. 퀸즐랜드 생태학자인 콜 림푸 박사는 "알비노의 부화는 극히 희귀한 케이스"라면서 "색깔이 워낙 튀기 때문에 거북의 경우 1000마리 중 1마리 정도 성인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막 부화된 희귀 ‘알비노 거북’ 호주 해변서 발견

    온몸이 햐얀색이 희귀 알비노 거북이 호주 해안가에서 발견됐다. 최근 영국 BBC뉴스는 호주 동북부 퀸즐랜드 캐스트어웨이 해변에서 막 부화돼 바다로 향하던 알비노 푸른 바다 거북(Green Sea Turtle)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현지의 지역 환경단체 자원봉사자들에게 발견된 이 거북은 알에서 부화된 122마리 중 하나로 태어나자마자 본능적으로 바다로 향했다. 지역 환경단체 회장인 린다 와네민데는 "알비노라 금방 눈에 띄었다"면서 "건강상태는 매우 양호했으며 매우 빠른 속도로 바다로 향했다"며 놀라워했다. 이어 "바다에서도 꼭 살아남아 장수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람을 포함 많은 동물에게서 발견되는 알비노는 백색증이라고도 불리며 멜라닌 세포에서의 멜라닌 합성이 결핍돼 생기는 선천성 유전질환이다. 거북을 포함 악어, 돌고래, 다람쥐, 메기, 사슴, 원숭이 등 다양하게 발견되지만 대체로 생명은 짧은 편이다. 그 이유는 유독 튀는 피부색 때문에 포식자들의 표적이 되기 쉽기 때문. 퀸즐랜드 생태학자인 콜 림푸 박사는 "알비노의 부화는 극히 희귀한 케이스"라면서 "색깔이 워낙 튀기 때문에 거북의 경우 1000마리 중 1마리 정도 성인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2016 경제 새 길을 가자-4차 산업혁명 시대 연 日 지능형 로봇] 행원·커피점원·판매원·말벗…도쿄 곳곳서 ‘페퍼는 근무중’

    [2016 경제 새 길을 가자-4차 산업혁명 시대 연 日 지능형 로봇] 행원·커피점원·판매원·말벗…도쿄 곳곳서 ‘페퍼는 근무중’

    ‘페퍼월드’ 엔지니어 등 1만여명 성황 대중화 ‘착착’… 향후 30년 먹거리 ‘승부수’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 상점에 들어서니 인간형 로봇이 눈을 맞추며 팔을 흔든다. “이곳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라고 애교스럽게 말하며 허리를 뒤로 확 젖히고 두 팔을 벌려 반갑게 기자를 맞는다. 키 121㎝, 몸무게 29㎏에 새하얀 몸통의 10세 정도 아이의 몸만 한 크기다. 팔다리, 목과 몸통을 매끈하게 움직이면서 애교 있는 말씨로 기자에게 말을 건넸다. 노래를 부르며 빙글빙글 돌기도 했다. 손가락 관절이 부드러운 합성수지여서 악수도 할 수 있다. 이야기를 건네며 눈의 색깔까지 바뀌었다. 지능형 로봇 페퍼(Pepper)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질문을 건네며 가슴에 달린 대형 터치패드를 눌러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라고 말했다. 일본어뿐 아니라 영어, 중국어로도 응대했다. 3일 대형가전유통업체 야마다전기가 운영하는 야에스의 ‘콘셉트 라비 도쿄’의 1층 매장. 도쿄역을 길 하나 사이로 마주한 이 전자제품 매장은 관광객과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다. 1층 로비에서는 로봇 페퍼 두 대가 점원 대신 안내를 했다. 도쿄의 명동 긴자역 부근 대형 소프트뱅크 매장에서도 1층 로비에서 페퍼가 애교스럽게 손을 흔들며 손님을 맞았다. 도쿄 중심가 상점 등에서는 페퍼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미 은행, 커피 체인점, 부동산회사, 노인 요양시설 등에서 안내원, 점원 역할을 하고 있다. 노인 요양시설에서는 시간에 맞춰 노인들의 운동을 지도하는 트레이너 역할도 하고 말동무도 된다. 노래도 따라 부르고 춤도 추며 노인들의 기분을 맞춘다. “애완견 대신 페퍼”라는 말이 나올 만했다. 페퍼는 미즈호은행 등 37개 은행과 신용금고에서 행원으로도 일하고 있다. 지능형 로봇 페퍼는 가격 파괴를 통해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닛산자동차의 여성 전용 숍, 네슬레 매장의 커피머신 도우미, 이온몰의 판촉 활동도 맡는 등 500여 기업이 이를 도입했다. 감정 인식이 가능한 페퍼의 탄생은 2014년 6월. 소프트뱅크그룹은 가격 파괴로 이동전화 사업에서 자리잡았듯 페퍼도 대당 19만 8000엔(약 202만원)이라는 파격적인 판매 가격으로 대중화시키고 있다. 인터넷 기반의 클라우드 컴퓨터를 활용한 스마트 로봇이라는 데 그 잠재력이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생산가 이하로 파는 이유는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 외에도 빅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 빅데이터와 인터넷에 연결되고 컴퓨터가 작동하는 로봇이다. 상점과 은행, 노인 요양소 등에서 쓰이는 페퍼는 매달 클라우드로 업데이트된다. 성장하고 달라지는 로봇인 셈이다. 인터넷이 화면에서 물건(사물)으로 옮아가고 있는 가운데 로봇을 빅데이터의 총아이자 이동통신의 거점으로 활용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로봇을 인터넷 경쟁의 싸움터로 끌어들여 앞으로 30년, 미래 먹거리로 승부수를 건 것이다. 인터넷 로봇에 미래를 건 것으로 이동통신 사업자 겸 종합인터넷 업체인 소프트뱅크는 페퍼를 처음부터 인간과 감정이 통하고 대화가 가능한 지능형 로봇으로 만들었다. 소프트뱅크는 창업 30년째이던 2011년 전 사원 공모를 거쳐 ‘앞으로 30년을 먹고살 사업’으로 로봇 페퍼 사업을 택했다. 당장 1~2년에 승패가 날 사업의 차원을 넘은 것이다. 소프트뱅크 미야우치 겐 사장이 “인공지능을 살린 네트워크 기반 지능형 로봇의 활용 기반을 닦고 있다. 페퍼가 이동전화기를 대체하는 통신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야우치 사장은 “2045년 일본의 노동인구가 2015년 대비 30% 정도 준다”며 30년 후를 거론했다. 지난달 27일 도쿄에서 열린 ‘페퍼 월드 2016’은 앱 개발자, 엔지니어, 기업 관계자 등 1만여명이 참가를 신청할 정도로 성황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올해를 “스마트로봇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2월 말까지 2600개 소프트뱅크 숍 전체에 페퍼를 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새 앱이 장착된 페퍼 로봇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도쿄 시오도메, 이바라키를 비롯해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2월부터 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올해를 대대적인 페퍼 확산의 계기로 삼겠다는 자세다. 다음달 28일에는 도쿄 미나미 아오야마에 로봇 페퍼만 근무하는 소프트뱅크 이동전화 단말기 무인 판매 숍을 연다. 페퍼가 고객의 의견을 듣고 상품을 소개하고 계약까지 맡는다. 안내, 계약 등 여러 대의 페퍼가 역할과 일을 분담한다. 페퍼의 대중화는 일본 벤처기업들의 로봇용 앱 개발을 자극한다. 좋은 앱 개발자들을 얼마나 더 많이 발굴해 내고 협력을 이끌어 내는지가 페퍼의 성패와도 직결돼 있다. GE 헬스케어의 오다 요시히로 선임엔지니어는 “병원에서 진단과 환자 안내 등에 사용하고 의사를 도울 페퍼 앱을 개발해 일부 병원에서 시험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의 페퍼 개발 전략은 관련 벤처와 업체들로부터 전방위 협력을 얻어 내는 방식이다. 프랑스 로봇 개발 벤처를 인수해 페퍼를 구현해 냈고, 저렴한 가격을 위해 제조는 중국의 팍스콘 등에서 한다. 글 사진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스미싱으로 친구 돈 수천만원 뜯어낸 친구

    충북 음성경찰서는 4일 ‘스미싱’ 수법으로 친구를 속여 수천만원을 뜯어낸 A(27)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와 피해자 B(27)씨는 대전의 한 대학에 함께 다니며 친하게 지내던 친구였다. 악연이 된 것은 두 사람이 모두 불법 스포츠토토에 손을 댄 게 화근이었다. 불법도박으로 수천만원을 잃은 A씨는 2014년 12월 휴대전화 발신번호 표시제한 방식으로 ‘김해경찰서 형사입니다. 불법 스포츠토토를 했으니 벌금 300만원을 납부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B씨에게 보냈다. 문자를 받은 B씨가 큰일이 났다며 걱정을 하자 A씨는 “내 돈을 보태서 벌금을 내주겠다”며 B씨로부터 돈을 받아 챙겼다. A씨는 또 “네가 단속돼 나까지 단속당했다. 내 벌금을 네가 내줘야 한다”며 다그쳐 B씨가 대출을 받도록 해 이 돈까지 챙겼다. A씨는 이런 수법으로 1년간 B씨에게 55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대출금 상환 독촉에 시달리던 B씨가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서 A씨의 사기행각은 막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가로챈 돈을 대부분 도박으로 탕진했다”며 “B씨가 공황장애 등을 앓고 있어 당시 이성적 판단이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스미싱은 문자메시지(SMS)와 피싱(phishing)의 합성어로 문자메시지를 활용한 사기수법을 말한다. 음성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편의점서 1만원 물건 사고 3만원 긁으면 2만원은 현금 줘요

    금감원, 금융사 건전성 검사 확대 올 하반기부터 편의점 등 동네 가게 계산대에서 직불카드(체크카드)로 현금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고객이 손해를 봐도 꼬박꼬박 떼어 가던 펀드 수수료도 수술대에 오른다. 금융감독원은 3일 이런 내용의 ‘2016년 업무계획’을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캐시백 서비스’(캐시아웃 서비스)다. 1만원짜리 물건을 사면서 3만원을 체크카드로 결제하면 2만원은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미국, 캐나다, 유럽, 호주, 뉴질랜드 등 서구권에서는 보편화된 서비스다. 현금이 필요한 고객이 따로 은행 등을 가지 않고도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손쉽게 돈을 찾을 수 있어 편리하다. 은행은 자동화기기(ATM) 유지·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올해 안에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게 금감원의 목표다. 펀드 운용 수수료는 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뀔 예정이다. 지금은 일부 헤지펀드를 뺀 대부분의 공·사모 펀드가 고객의 수익률과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연간 수수료를 떼어 가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운용 성과에 연동되면 펀드가 손해 났을 경우 수수료를 물지 않아도 된다. 고객의 투자 성향이 안전추구형일지라도 ‘부적합 금융상품 거래 확인서’만 받으면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고위험 상품을 쉽게 판매하던 관행도 바뀐다. 앞으로는 금융사 직원이 어떤 판단으로 특정 상품을 고객에게 권유했는지 ‘적합성 보고서’를 작성해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 또 금융사에 대한 종합검사는 줄이고 대신 건전성 검사는 대폭 늘린다. 지난해 15차례였던 종합검사 횟수가 올해는 다섯 차례로 줄어드는 것이다. 건전성 검사는 연간 400회 수준으로 크게 늘어난다. 상품 개발과 판매 자율성이 확대된 보험·펀드·ELS 상품에 대해서는 미스터리 쇼핑(고객으로 가장해 불시 점검) 등을 통해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우주를 보다] 블랙홀이 뿜어내는 강력한 ‘제트’ 포착

    [우주를 보다] 블랙홀이 뿜어내는 강력한 ‘제트’ 포착

    최근 개봉된 영화 ‘스타워즈:깨어난포스’에는 강력한 슈퍼 레이저로 행성을 파괴하는 거대 우주병기 ‘데스 스타'(Death Star)가 등장한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은 마치 영화 속 데스 스타가 슈퍼 레이저를 분출하는 것 같은 모습의 이미지를 공개했다. 환상적인 모습을 자랑하는 이 은하의 이름은 ‘이젤자리 A'(Pictor A). 지구에서 약 5억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젤자리 A는 그 가운데 마치 레이저처럼 물질이 강하게 분출되는 기다란 선, 곧 '제트'가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은하 중심에는 거대 블랙홀이 존재하는데 이를 증명하는 것이 바로 그 중심부에서 물질이 방출되는 현상인 제트(jets)다. 결과적으로 이젤자리 A 중심부에 초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인 셈. 사실 모든 것을 집어 삼킨다는 블랙홀이 왜 제트를 뿜어내는지 또한 그 구성 물질이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블랙홀의 제트는 에너지가 강한 X-선과 에너지가 약한 X-선의 강도 비율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존재한다. 그러나 블랙홀이 인간의 머리로 상상하기 힘든 에너지를 엄청난 속도로 뿜어낸다는 것 만은 확실하다. 공개된 이미지 속에 놀라운 진실은 하나 더 숨어있다. 이 제트가 무려 30만 광년 거리까지 뻗어있다는 사실. 우리 은하의 지름이 10만 광년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환상적인 이 이미지는 NASA의 찬드라 X 선 망원경이 15년 간 관측한 데이터(파란색 부분)와 호주 전파 망원경(ATCA)의 데이터(붉은색 부분)를 합성해 만든 것이다.   사진=X-ray: NASA/CXC/Univ. of Hertfordshire/M. Hardcastle et al.; Radio: CSIRO/ATNF/ATCA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사이언스 톡톡] 진짜·가짜 곤충 가려 먹는 똑똑한 식충식물의 비밀은?

    [사이언스 톡톡] 진짜·가짜 곤충 가려 먹는 똑똑한 식충식물의 비밀은?

    입속에 음식이 있을 때 말을 하면 안 되겠지? 잠깐만 기다려 봐.(‘꿀꺽’ 삼킨다)안녕? 난 ‘파리지옥’이라는 식충(食蟲)식물이야. 내 고향은 북아메리카 지역으로, 주로 이끼가 낀 습지에서 살지. 키는 개체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45㎝까지 자라는 친구도 있어. 줄기 하나에 3~12㎝ 크기의 잎 4~8개가 돋아나지. 내 잎은 항암제나 면역조절제, 불임 치료제, 키틴질 합성효소 억제제 등으로 쓰여. 향긋한 과일 향으로 곤충을 유인하지. 내 잎의 가장자리에는 가시 같은 긴 털이 나는데 이게 바로 ‘감각모’(感覺毛)야. 날 괴물로 묘사하는 만화나 영화 같은 데서는 거대한 송곳니로 표현되기도 해. 감각모에 파리나 모기, 나방 같은 벌레가 닿으면 잎이 닫히게 돼. 이렇게 곤충을 잡으면 줄기 쪽에서 잎으로 소화액이 분비돼 먹잇감을 분해하고 영양분을 빨아 먹지. 나 같은 식충식물들이 곤충을 잡아먹는 것은 식물의 고유한 능력인 광합성마저도 쉽지 않은 습지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 에너지와 영양분을 얻기 위해서야. 사실 학자들은 내가 곤충을 잡아먹는 이유와 메커니즘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어. 그런데 최근 독일 뷔르츠부르크대의 라이너 하이트리트 교수팀이 내가 다섯 단계를 거쳐 ‘진짜 먹이’와 ‘가짜 먹이’를 구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어. 대단하지 않아? 동물도 아닌 식물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한다니 말이야.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생물학 국제학술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실렸어. 연구팀은 벌레가 날 건드리는 것처럼 자극을 주는 전기장치를 이용해 실험을 했지. 첫 번째 자극에서 난 진짜 곤충이 덫에 걸린 것인지, 잘못된 신호인지 인식하는 준비 상태에 들어갔고, 두 번째 자극에서는 먹잇감이 내 입속에 들어왔다는 것을 인식하고 잎을 덮기 시작했지. 보통 곤충들은 두 번째 단계에 들어가면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데 이것이 세 번째 자극이 돼 잎을 완전히 닫아 버리게 되지. 네 번째 자극에서는 소화효소를 만드는 재스몬산(酸)이라는 것을 분비하기 시작하고, 마지막 다섯 번째 신호에서는 소화효소를 흘려보내 곤충을 분해하기 시작하는 거야. 이제 알겠지? 난 이렇게 다섯 단계를 거치면서 곤충을 잡아먹지. 그리고 곤충이 나의 감각모를 얼마나 많이 건드리느냐에 따라 먹잇감의 크기, 영양가 등을 판단하지. 하이트리트 교수는 내 유전자를 분석해 내가 어떻게 식충식물로 진화했는지를 밝혀내겠다고 했어. 사실 나도 내가 어쩌다가 곤충을 잡아먹게 됐는지 궁금하긴 해. 내가 무시무시하게 생기긴 했지만 파리나 모기 같은 곤충들을 잡아먹으니까 사람들에게는 유익한 식물 아니겠어? 아기가 있어 살충제를 쓸 수 없는 집이나 살충제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내가 필수 아이템이 아닐까 싶은데 이참에 날 한번 키워 보는 건 어떨까.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누가 찍어준 듯한 큐리오시티 셀카 사진 공개

    누가 찍어준 듯한 큐리오시티 셀카 사진 공개

    화성의 검은 모래 언덕을 배경으로 미소짓는 듯한 큐리오시티 로버의 '셀카사진'이 언론에 공개됐다.지난 30일(이하 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은 큐리오시티가 화성의 검은모래 언덕 나미브(Namib Dune)를 배경으로 촬영한 셀카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은 지난 19일 큐리오시티 팔 끝에 달린 소형카메라 ‘MAHLI’(Mars Hand Lens Imager)에 의해 촬영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사진이 셀카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셀카의 특성상 팔을 셀카봉처럼 쭉 뻗어 촬영했다면 이렇게 한 번에 전체 모습이 담긴 사진이 나올 수 없다. 그렇다면 마치 누군가 앞에 서서 촬영해 준 것 같은 큐리오시티의 셀카 비결은 무엇일까? 정답은 간단하다. 화각이 좁아 한번에 찍을 수 없다면 여러 번 나눠 찍으면 된다. 이번에 공개된 이 사진은 총 57장의 이미지를 합성해 만든 것으로 최종적으로 팔의 모습은 보이지 않게 지우면 이처럼 완벽한 셀카가 된다. 물론 큐리오시티가 머나먼 화성에 '인증샷' 찍으러 간 것은 아니다. NASA 측은 정기적으로 셀카사진을 업데이트하며 큐리오시티의 몸 상태와 주변 환경을 파악한다. 현재 큐리오시티는 샤프산 북서쪽 자락에 위치한 4m 높이의 검정색 모래 언덕인 나미브를 탐사 중으로 모래가 왜 검은색을 띄는지,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파악 중이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곳의 모래언덕이 ‘살아있다’는 점이다. 이 지역의 모래언덕은 화성의 바람을 타고 지구시간으로 1년에 1m 정도씩 움직인다. NASA 큐리오시티 프로젝트 매니저인 스티브 리 박사는 "큐리오시티가 3차례에 걸쳐 이곳의 모래 샘플을 퍼올렸다"면서 "MAHLI는 소형카메라지만 최고 12.5㎛의 분해 능력을 갖춰 암석 표면 구조를 연구하는 데 적합하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씨줄날줄] 세운상가 재생/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세운상가 재생/서동철 논설위원

    서울의 세운상가를 두고 건축사학자들은 19세기 유행한 파리의 아케이드(Passage Couvert)를 떠올린다. 글자 그대로 지붕이 덮인 통로가 있는 상점가다. 중세의 파리 거리는 좁고 불결했는데 화려한 신상품을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고 카페와 화랑도 줄지어 들어선 아케이드는 크게 각광받았다. 하지만 19세기 후반 파리의 가로가 정비되면서 상점이 늘어나고 백화점이 줄지어 생겨나면서 아케이드는 사양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세운상가는 1967년 완공된 뒤 전기·전자·의류·잡화 등 식료품을 제외한 종합 쇼핑센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신세계 백화점 주변에 미도파 백화점과 롯데 백화점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서울의 고급 상권은 남대문로로 옮겨 갔다. 그럼에도 세운상가는 1980년대까지도 음향기기부터 19금(禁) 영상·출판물까지 없는 게 없는 서울의 대표적 ‘욕망의 거리’였다. 하지만 전기·전자 분야마저 용산 전자상가와 테크노마트가 생기면서 세운상가는 중저가나 중고품을 취급하는 한물간 상가의 이미지로 굳어져 갔다. 겉모습은 초라해도 중소기업급 매출을 올린다던 기계·공구가게마저 청계천 복원으로 상당수가 떠나면서 상권은 더욱 축소됐다. 을지로 국도극장과 청계천의 아세아극장·바다극장이 사라진 것도 세운상가 문화의 몰락을 넘어 세운상가 상권 자체의 몰락을 의미할 수밖에 없었다. 건축물로서 세운상가에 대한 평가도 여전히 초점은 없다. ‘한국 현대건축의 선구자’로도 불리는 김수근이 설계했지만, 제자들도 세운상가에 이르면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그저 ‘스승이 세운상가를 설계하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것이 속마음인 듯하다. ‘개발시대의 무리수’로 ‘개발시대의 후유증’을 낳은 대표적 사례로 꼽히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녹지축을 만든다고 했을 때도 건축가들의 보존 운동은 없었다. 김수근이 세운상가 개발에 참여한 것을 두고 ‘일생일대의 실수’라고 건축학계에서는 평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가 세운상가 설계에서 의도한 것은 분명하다. 길이 1㎞의 건축물에 복합적인 사회·경제적 기능을 담은 ‘도시 안의 도시’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표적 건설회사들이 분할 개발하면서 그의 구도는 통합성을 상실해 버린 것이 사실이다. 서울시가 세운상가를 재생하는 사업을 벌인다고 한다. 그러지 않아도 역사적 평가와 관계없이 이 일대는 최근 ‘스타트업’ 적지로 각광받고 있다. 재생 사업 내용도 상가군(群) 사이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공중보행교를 설치하는 등 김수근의 애초 설계 의도를 떠올리게 한다. 광화문을 중심으로 서쪽 홍대 앞의 ‘소비적 젊음의 거리’와 비교할 수 있는 ‘생산적 젊음의 거리’를 동쪽에 조성하는 이 사업은 서울의 미래를 위해서도 성공해야 한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15년 후 소빙하기… 인간 피부색 옅어질 것”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15년 후 소빙하기… 인간 피부색 옅어질 것”

    그야말로 ‘겨울왕국’이 따로 없다. 지구 곳곳이 폭설과 혹한에 바들바들 떨었고, 끝도 없이 떨어지기만 하는 수은주에 피해도 속출했다. 각국 전문가들은 저마다 지나친 추위의 원인과 배경을 분석하고 나섰는데, 그 와중에 빈번하게 등장한 단어는 바로 빙하기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 상대를 알고 자신을 알아야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처럼 인류가 어쩌면 빙하기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더 자세히 파헤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빙하기를 대비해야 할 위기에 봉착했는지도 모른다. 영화에서나 보아 왔던 빙하기가 정말 현실로 다가온다면 지구와 인류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태양 활동 약해져 2030년부터 평균기온 1.5도↓ 공룡이 멸종했을 정도의 강력한 빙하기가 당장 오늘 내일 시작되는 것은 아니지만, 약한 빙하기로 볼 수 있는 미니 빙하기 즉 ‘소빙하기’가 불과 15년 내에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영국 노섬브리아대학 연구진은 지난해 열린 국립천문학회의에서 태양 흑점 활동이 기후변화와 연관이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태양의 흑점은 4만~5만개로 관측되지만 17세기 소빙하기에 관측된 흑점은 50개에 불과했다. 태양의 활동이 줄어들고 흑점의 숫자가 낮아지면 지구 기온도 내려가고, 반면 태양의 활동이 왕성해서 흑점이 많아지면 지구 기온도 올라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태양 흑점 주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약 15년 후인 2030년이 되면 태양의 활동이 60%까지 감소하고 이후 약 10년간은 지구 평균 기온이 1.5℃ 낮아지는 소빙하기가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오로라의 출연 횟수가 소빙하기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천문학자 J 에디는 1976년 발표한 논문에서 과거 소빙하기 때 오로라가 훨씬 적게 출현했던 만큼 오로라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이 소빙하기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인간 체온 보호 위해 근육·체모 많아질 가능성 과거 소빙하기의 흔적과 영향은 역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약 13세기에서 19세기까지 소빙하기가 찾아왔을 무렵 유럽에서는 마녀사냥이 급속하게 증가했다. 마녀가 날씨를 조종해 신의 노여움이 시작됐다는 대중의 오해가 아픈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든 것이다. 추워진 날씨로 시작된 대기근은 프랑스 역사에 길이 남은 프랑스혁명과 같은 대규모 시민혁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추위로 인해 포도 생산이 힘들어지고 와인을 마실 수 없게 돼 본격적으로 보리를 이용한 맥주를 음용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현재의 ‘맥주 명가’ 자리를 만들어 냈다. 이러한 과학적 분석과 기록은 빙하기가 우리 인류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어떤 변화를 유발했는지를 확인케 한다. 그리고 빙하기를 포함한 기후변화는 유명한 역사적 사건이나 먹거리의 변화뿐만 아니라 인류의 외모, 더 나아가 유전자까지 바꾸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 켄트대학 연구진은 지구온난화로 극지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며 일명 ‘워터 월드’가 되거나 소행성 충돌로 인해 빙하기가 찾아오거나, 혹은 인류 전체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게 되는 시나리오에 따라 미래 인류의 외모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인류의 피부는 지금보다 훨씬 창백한 빛을 띨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다. 피부빛이 옅어지면 적은 양의 자외선만으로도 비타민D 합성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또 체온 보호를 위해 체모와 근육이 현재보다 더 많아질 수 있으며, 차가운 공기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뜨거운 공기를 더 많이 들이마시기 위해 코의 크기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외모의 변화는 유전자의 변화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전문가들은 인류가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유전자 변형을 택하며, 특히 신체 일부는 자연적으로 변화하기보다 필요에 의해 변화를 선택한다고 설명한다. 즉 빙하기와 같은 기후변화가 유전자의 변형을 유발하고, 이러한 현상이 지금과는 다른 인류의 외모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기 10만년 지연” 주장도 빙하기를 향한 두려움이 높아지는 가운데, 문젯거리로 인식돼 온 지구온난화가 빙하기를 지연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최근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시작된 지구온난화 때문에 빙하기를 유발할 만한 요소가 줄어들었고, ‘훈훈한 지구’가 적어도 10만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지구상의 생명체 90%를 멸종시킨 빙하기를 미뤄 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이다. 지구와 인류는 빙하기로 인한 격한 변화를 피할 수 있게 되면서 졸지에 지구온난화의 덕을 보게 생겼지만, 온실가스와 지구온난화는 여전히 다양한 부작용과 황폐화를 유발하는 ‘공공의 적’과 다름없다. 급격한 빙하기와 온난화 등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은 개인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와 역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huimin0217@seoul.co.kr
  • [2016 경제 새 길을 가자-되살아나는 미국의 제조업] 소형 칩 내장한 전자섬유 등 ‘고부가 첨단 섬유’ 개발 산실

    [2016 경제 새 길을 가자-되살아나는 미국의 제조업] 소형 칩 내장한 전자섬유 등 ‘고부가 첨단 섬유’ 개발 산실

    대학 연구실서 쉼없는 기계소리 교수·학생·업체직원 진지한 토론 대학·업체 공동 특허 프로젝트 나이키 등 300곳과 37억원 사업 한때 사양산업으로 분류됐던 섬유산업이 미국에서 부활하고 있다. 섬유산업은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서비스 산업 가운데 하나인 패션산업의 출발점이다. 미국이 유행의 첨단인 이유도 섬유산업이 바탕이 된 것이다. 특히 최근엔 섬유산업이 정보통신기술(ICT)과 만나 신성장 동력인 ‘웨어러블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런 까닭으로 인체의 건강정보를 파악하는 전자섬유와 같은 특수한 섬유를 개발하기 위한 산학 협업도 활발하다. 그 현장을 찾아봤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주도 롤리에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SU) 섬유대학 3층. 수십 개의 랩(연구실)에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교수와 학생들, 섬유업체 직원들 간의 진지한 토론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130년 전통의 NCSU 섬유대학은 미국 내 별도로 세워진, 많지 않은 섬유대학 중 가장 유명하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200년이 넘은 섬유산업의 전통을 이어가는 산학 협동의 산실이자 양질의 전문인력을 배출한다는 점에서, 최근 이 지역에서 다시 이뤄지는 섬유산업의 ‘리턴’과 확장, 혁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마네킹이 즐비한 ‘디지털 디자인 랩’은 여성복 등을 생산하는 패션업체와 다를 바 없었다. 랩 소속 연구원들은 한 패션업체의 의뢰를 받아 털실로 만든 천과 똑같아 보이는 프린트 직물을 컴퓨터로 제작, 마네킹에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솔기가 없는 특수천 등을 만드는 첨단기계가 가장 비싸다”고 귀띔했다. 다른 편에 있는 ‘의류 편리성 평가 랩’ 앞에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300여개 이상의 섬유·패션·소매회사가 참여하는 300만 달러(약 37억원) 규모의 ‘산업 서비스 프로젝트’ 게시판이 붙어 있었다. 평소 비공개인 랩 내부에 허가를 받고 들어가니 소방복·군복 등에 대한 화기·습도 실험이 한창이었다. 랩 관계자는 “일반인들의 패션뿐 아니라 군대, 병원, 항공 등 관련 섬유 시장이 커지면서 산학 연구가 많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옷을 입어만 봐도 생체정보와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소형 칩을 내장한 전자섬유도 개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노스캐롤라이나에 본부를 둔 글로벌 의류기업 ‘해인즈브랜즈’와 원사업체 ‘유니파이’ 등은 아예 별도로 ‘패션 스튜디오 랩’과 ‘합성 원사 랩’을 두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혁신적인 신제품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기자를 여러 랩으로 안내한 대학 관계자들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보여줄 것이 있다”며 지하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건물 지하로 들어서는 순간, 엄청난 규모의 섬유공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대학이 아니라 웬만한 섬유회사를 옮겨놓은 듯, 방사·가연·염색·직물·봉제 등 섬유 관련 모든 기계가 갖춰져 있었다. 공장 관계자는 “이곳은 학생들을 위한 연구실이기도 하지만 섬유회사들을 위한 최적의 장소”라며 “회사들이 일정 비용을 지불한 뒤 신제품을 만들기 위한 테스트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결과가 좋으면 상품으로 개발한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이 깜짝 놀랄 만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학교 측은 기업들과 기간을 정해 계약을 맺고 협동 연구 및 특허를 진행하고, 공장 시설 및 인력을 제공하면서 업계와 유기적인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공장을 지나니 또 다른 랩들이 나타났다. ‘섬유 고문(torture) 랩’과 ‘물리적 테스팅 랩’에는 섬유회사 관계자들이 몇 주째 상주하며 최첨단 섬유제품을 만들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었다. 회사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섬유회사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모르는 최첨단 혁신 제품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롤리(노스캐롤라이나주)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인류, 다가올 빙하기를 준비하라…세상이 바뀐다

    인류, 다가올 빙하기를 준비하라…세상이 바뀐다

    그야말로 ‘겨울왕국’이 따로 없다. 지구 곳곳이 폭설과 혹한에 바들바들 떨었고, 끝도 없이 떨어지기만 하는 수은주에 피해도 속출했다. 각국 전문가들은 저마다 지나친 추위의 원인과 배경을 분석하고 나섰는데, 그 와중에 빈번하게 등장한 단어는 바로 ‘빙하기’다. 마치 당장이라도 빙하기가 시작될 것만 같은 조짐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과 뉴욕 등 미국 동부는 무려 100년 만의 폭설로 28명이 숨지고 재산피해만 1조 2000억 원에 달했다. 중국 내몽고 지역에는 영하 60℃의 혹한이 찾아왔고, 아열대 지역인 대만에서는 60여 명이 갑작스러운 한파로 인한 저체온증과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그리고 서울의 기온은 영하 19℃까지 떨어졌고 ‘따뜻한 남쪽’ 제주는 폭설과 한파로 공항이 폐쇄되면서 수만 명의 발이 묶이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상대를 알고 자신을 알아야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처럼 인류가 어쩌면 빙하기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더 자세히 파헤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빙하기를 대비해야 할 위기에 봉착했는지도 모른다. 영화에서나 보아 왔던 빙하기가 정말 현실로 다가온다면 지구와 인류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빙하기 예언’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 공룡이 멸종했을 정도의 강력한 빙하기가 당장 오늘 내일 시작되는 것은 아니지만, 약한 빙하기로 볼 수 있는 미니 빙하기 즉 ‘소빙하기’가 불과 15년 내에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영국 노섬브리아대학교 연구진은 지난해 열린 국립천문학회의에서 태양 흑점 활동이 기후변화와 연관이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태양의 흑점은 4만~5만개로 관측되지만 17세기 소빙하기에 관측된 흑점은 50개에 불과했다. 태양의 활동이 줄어들고 흑점의 숫자가 낮아지면 지구 기온도 내려간다. 반면 태양의 활동이 왕성해서 흑점이 많아지면 지구 기온도 올라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태양 흑점 주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약 15년 후인 2030년이 되면 태양의 활동이 60%까지 감소하고 이후 약 10년 간은 지구 평균 기온이 1.5℃ 낮아지는 소빙하기가 찾아올 것으로 내다 봤다. 오로라의 출연 횟수가 소빙하기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천문학자 J. 에디는 1976년 발표한 논문에서 과거 소빙하기 시기에 오로라가 현저히 뜸하게 나타났음을 감안하면, 오로라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이 소빙하기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빙하기가 가져온, 혹은 가져올 변화 과거 소빙하기의 흔적과 영향은 역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약 13세기에서 19세기까지 소빙하기가 찾아왔을 무렵 유럽에서는 마녀사냥이 급속하게 증가했다. 마녀가 날씨를 조종해 신의 노여움이 시작됐다는 대중의 오해가 아픈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든 것이다. 추워진 날씨로 시작된 대기근은 프랑스 역사에 길이 남은 프랑스 혁명과 같은 대규모 시민혁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추위로 인해 포도 생산이 힘들어지고 와인을 마실 수 없게 되자, 본격적으로 보리를 이용한 맥주를 음용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현재의 ‘맥주 명가’ 자리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과학적 분석과 기록은 빙하기가 우리 인류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어떤 변화를 유발했는지를 확인케 한다. 그리고 빙하기를 포함한 기후변화는 유명한 역사적 사건이나 먹을 거리의 변화뿐만 아니라 인류의 외모, 더 나아가 유전자까지 바꾸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 켄트대학교 연구진은 지구가 지구온난화로 극지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해 일명 ‘워터 월드’가 되거나 소행성 충돌로 인해 빙하기가 찾아오거나, 혹은 인류 전체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게 되는 시나리오에 따라 미래 인류의 외모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중 빙하기가 찾아올 경우, 인류의 피부는 지금보다 훨씬 창백한 빛을 띨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다. 피부빛이 옅어지면 적은 양의 자외선만으로도 비타민D 합성이 쉬워지기 때문. 또 체온보호를 위해 체모와 근육이 현재보다 더 많아질 수 있으며, 차가운 공기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더 많은 뜨거운 공기를 들이마시기 위해 코의 크기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외모의 변화는 유전자의 변화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전문가들은 인류가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유전자 변형을 택하며, 특히 신체 일부는 자연적으로 변화하기보다 필요에 의해 변화를 선택한다고 설명한다. 즉 빙하기와 같은 기후변화가 유전자의 변형을 유발하고, 이러한 현상이 지금과는 다른 인류의 외모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빙하기 지연시킨다는 지구 온난화, 아군인가 적군인가 빙하기를 향한 두려움이 높아지는 가운데, 문젯거리로 인식되어 온 지구 온난화가 빙하기를 지연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최근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시작된 지구 온난화 때문에 빙하기를 유발할만한 요소가 줄어들었고, ‘훈훈한 지구’가 적어도 10만 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지구상의 생명체 90%를 멸종시킨 빙하기를 미뤄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이다. 지구와 인류는 빙하기로 인한 격한 변화를 피할 수 있게 되면서 졸지에 지구 온난화의 덕을 보게 생겼지만, 온실가스와 지구 온난화는 여전히 다양한 부작용과 황폐화를 유발하는 ‘공공의 적’과 다름없다. 급격한 빙하기와 온난화 등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은 개인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와 역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단독] ‘코피노’ 아빠 얼굴 공개한 인권운동가 피소

    외롭게 자라난 아이들에게 아빠를 찾아주기 위해 그들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사진을 일반에 공개했다면 찬사를 받아야 할까, 비난을 받아야 할까. ‘코피노’ 소송 지원단체 ‘위 러브 코피노’(WLK)의 구본창(53) 대표가 명예훼손 및 초상권 침해 혐의로 고소당했다. 코피노란 한국인을 뜻하는 ‘코리안’과 필리핀인을 뜻하는 ‘필리피노’의 합성어로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를 뜻한다. 구 대표는 지난해 6월 10일부터 ‘코피노 아버지’의 명단을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공개해 왔다. ‘코피노 아이들이 아빠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에는 “코피노들이 아빠를 그리워하고 만나고 싶어 한다”는 내용과 함께 아이들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한국 남성들의 이름과 사진이 들어 있다. 구 대표는 코피노 어머니들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명단을 갱신하고 있다. 명단을 보고 코피노 아버지가 연락을 해오면 이름과 사진을 빼주는 방식이다. 지난 6개월여 동안 한국인 아버지 42명 가운데 32명이 실제로 구 대표에게 연락을 해왔다. 명단이 올라올 때부터 초상권 침해 논란이 있었다. 이에 구 대표는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으로 도망간 코피노 아버지를 찾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락이 오게끔 유도하려는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해 왔다. 실정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다 해도 감수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필리핀에 거주하는 구 대표는 2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한 코피노 아빠가 지난 16일 초상권 침해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아빠를 찾는 아이의 생존권보다 도망친 아빠의 초상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내가 언급할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구 대표는 다음달 7일 한국에 들어온다. 명예훼손 혐의 적용 여부는 ‘공익성’이 얼마나 인정될 것이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코피노 아버지들의 초상권을 침해해 그들의 명예를 훼손했더라도 도망간 코피노 아버지를 찾아주려는 ‘공익성’이 더 크다고 인정되면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지미 변호사는 “코피노 아버지들이 필리핀에 가서 혼외자식을 낳았기 때문에 아버지가 맞을 경우에도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의 소지는 있다”며 “다만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고 비방의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 참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석 변호사는 “코피노 아버지들의 신상정보 공개 범위가 지나치지 않나 하는 판단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코피노들이 겪고 있던 고통과 앞으로 생존을 위한 절박감이 강조된다면 충분히 공익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지구, 빙하기를 준비하라…세상이 바뀐다

    [송혜민의 월드why] 지구, 빙하기를 준비하라…세상이 바뀐다

    그야말로 ‘겨울왕국’이 따로 없다. 지구 곳곳이 폭설과 혹한에 바들바들 떨었고, 끝도 없이 떨어지기만 하는 수은주에 피해도 속출했다. 각국 전문가들은 저마다 지나친 추위의 원인과 배경을 분석하고 나섰는데, 그 와중에 빈번하게 등장한 단어는 바로 ‘빙하기’다. 마치 당장이라도 빙하기가 시작될 것만 같은 조짐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과 뉴욕 등 미국 동부는 무려 100년 만의 폭설로 28명이 숨지고 재산피해만 1조 2000억 원에 달했다. 중국 내몽고 지역에는 영하 60℃의 혹한이 찾아왔고, 아열대 지역인 대만에서는 60여 명이 갑작스러운 한파로 인한 저체온증과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그리고 서울의 기온은 영하 19℃까지 떨어졌고 ‘따뜻한 남쪽’ 제주는 폭설과 한파로 공항이 폐쇄되면서 수만 명의 발이 묶이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상대를 알고 자신을 알아야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처럼 인류가 어쩌면 빙하기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더 자세히 파헤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빙하기를 대비해야 할 위기에 봉착했는지도 모른다. 영화에서나 보아 왔던 빙하기가 정말 현실로 다가온다면 지구와 인류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빙하기 예언’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 공룡이 멸종했을 정도의 강력한 빙하기가 당장 오늘 내일 시작되는 것은 아니지만, 약한 빙하기로 볼 수 있는 미니 빙하기 즉 ‘소빙하기’가 불과 15년 내에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영국 노섬브리아대학교 연구진은 지난해 열린 국립천문학회의에서 태양 흑점 활동이 기후변화와 연관이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태양의 흑점은 4만~5만개로 관측되지만 17세기 소빙하기에 관측된 흑점은 50개에 불과했다. 태양의 활동이 줄어들고 흑점의 숫자가 낮아지면 지구 기온도 내려간다. 반면 태양의 활동이 왕성해서 흑점이 많아지면 지구 기온도 올라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태양 흑점 주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약 15년 후인 2030년이 되면 태양의 활동이 60%까지 감소하고 이후 약 10년 간은 지구 평균 기온이 1.5℃ 낮아지는 소빙하기가 찾아올 것으로 내다 봤다. 오로라의 출연 횟수가 소빙하기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천문학자 J. 에디는 1976년 발표한 논문에서 과거 소빙하기 시기에 오로라가 현저히 뜸하게 나타났음을 감안하면, 오로라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이 소빙하기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빙하기가 가져온, 혹은 가져올 변화 과거 소빙하기의 흔적과 영향은 역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약 13세기에서 19세기까지 소빙하기가 찾아왔을 무렵 유럽에서는 마녀사냥이 급속하게 증가했다. 마녀가 날씨를 조종해 신의 노여움이 시작됐다는 대중의 오해가 아픈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든 것이다. 추워진 날씨로 시작된 대기근은 프랑스 역사에 길이 남은 프랑스 혁명과 같은 대규모 시민혁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추위로 인해 포도 생산이 힘들어지고 와인을 마실 수 없게 되자, 본격적으로 보리를 이용한 맥주를 음용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현재의 ‘맥주 명가’ 자리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과학적 분석과 기록은 빙하기가 우리 인류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어떤 변화를 유발했는지를 확인케 한다. 그리고 빙하기를 포함한 기후변화는 유명한 역사적 사건이나 먹을 거리의 변화뿐만 아니라 인류의 외모, 더 나아가 유전자까지 바꾸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 켄트대학교 연구진은 지구가 지구온난화로 극지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해 일명 ‘워터 월드’가 되거나 소행성 충돌로 인해 빙하기가 찾아오거나, 혹은 인류 전체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게 되는 시나리오에 따라 미래 인류의 외모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중 빙하기가 찾아올 경우, 인류의 피부는 지금보다 훨씬 창백한 빛을 띨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다. 피부빛이 옅어지면 적은 양의 자외선만으로도 비타민D 합성이 쉬워지기 때문. 또 체온보호를 위해 체모와 근육이 현재보다 더 많아질 수 있으며, 차가운 공기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더 많은 뜨거운 공기를 들이마시기 위해 코의 크기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외모의 변화는 유전자의 변화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전문가들은 인류가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유전자 변형을 택하며, 특히 신체 일부는 자연적으로 변화하기보다 필요에 의해 변화를 선택한다고 설명한다. 즉 빙하기와 같은 기후변화가 유전자의 변형을 유발하고, 이러한 현상이 지금과는 다른 인류의 외모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빙하기 지연시킨다는 지구 온난화, 아군인가 적군인가 빙하기를 향한 두려움이 높아지는 가운데, 문젯거리로 인식되어 온 지구 온난화가 빙하기를 지연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최근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시작된 지구 온난화 때문에 빙하기를 유발할만한 요소가 줄어들었고, ‘훈훈한 지구’가 적어도 10만 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지구상의 생명체 90%를 멸종시킨 빙하기를 미뤄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이다. 지구와 인류는 빙하기로 인한 격한 변화를 피할 수 있게 되면서 졸지에 지구 온난화의 덕을 보게 생겼지만, 온실가스와 지구 온난화는 여전히 다양한 부작용과 황폐화를 유발하는 ‘공공의 적’과 다름없다. 급격한 빙하기와 온난화 등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은 개인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와 역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한국대표 藥이야기] 종근당 ‘펜잘’

    [한국대표 藥이야기] 종근당 ‘펜잘’

    ‘무슨 잘?, 펜잘.’ 이 문구는 종근당의 대표 진통제 ‘펜잘’이 만든 유행어다. 1984년 출시 초기 탤런트 사미자가 출연한 이 광고는 진통제로서의 펜잘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펜잘은 통증을 뜻하는 영어단어와 우리말 ‘잘’을 합성해 만든 단어다. ‘통증에 잘 듣는 효과 빠른 진통제’란 뜻이다. 펜잘이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이유는 무엇보다 빠르고 탁월한 진통 효과가 바탕이 됐다. 펜잘에는 당시 국내에 유통되는 진통제에는 없었던 ‘데아놀’ 성분이 들어 있었다. 데아놀은 중추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 생성을 증강시켜 만성피로, 졸음, 스트레스, 우울상태를 개선하고 두통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때문에 펜잘을 복용하는 소비자들은 진통 효과와 함께 머리가 산뜻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펜잘은 대대적인 광고와 마케팅으로도 유명하다. ‘무슨 잘?, 펜잘’에 이어 2004년에는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탤런트 안재모를 광고 모델로 선정했고 2008년에는 펜잘을 ‘펜잘큐’로 개선하면서 아트마케팅을 펼쳤다. ‘약효도 명품이 있다’는 문구 아래 제품 케이스에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 브로흐 바우어의 초상’을 입혀 딱딱한 내용과 투박한 디자인 일색이던 국내 의약품 포장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2011년에는 일반약 광고 최초로 아이돌 그룹 JYJ를 발탁해 화제를 일으켰다. 올해 출시 32주년을 맞은 펜잘은 펜잘큐, 펜잘레이디, 펜잘나이트, 펜잘이알서방정 등 증상별 제품 라인업으로 진통제 시장을 세분화하고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생리통 진통제인 ‘펜잘레이디’는 이부프로펜과 제산 기능이 있는 메타규산알루민산마그네슘, 이뇨작용을 돕는 파마브롬 성분을 함유해 생리 때 겪는 각종 증상을 완화한 제품이다. 이부프로펜은 생리통, 요통을 비롯한 각종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약물 가운데 상부위장관계 합병증이 적은 것도 특징이다. ‘펜잘나이트’는 통증 완화와 수면유도제 복합성분으로 스트레스성 두통 또는 만성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와 불면증을 수반하는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설 선물 특집] 동국제약, 어머니께 드리는 부작용 없는 갱년기 치료제

    [설 선물 특집] 동국제약, 어머니께 드리는 부작용 없는 갱년기 치료제

    지난해 ‘가짜 백수오 파동’ 이후 갱년기 증상을 겪는 어머니께 건강기능식품을 선물하던 자녀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백수오 사태’ 이후 여성 갱년기 치료제 시장에서는 효과성이 높고 부작용은 적은 일반의약품이 주목받고 있다. 다가오는 설에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나 주변 어르신을 위해 생약 성분의 의약품을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식물 성분의 여성 갱년기 치료제인 동국제약의 ‘훼라민큐’도 좋은 대안이다. ‘훼라민큐’는 ‘블랙코호시’(서양승마)와 ‘세인트존스워트’의 생약 복합성분이 함유돼 부작용이 거의 없는 일반의약품이다. 1940년대 독일에서 최초로 개발돼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널리 복용되고 있다. 제품은 호르몬제가 아니면서 이와 거의 동등한 효과를 나타내고 호르몬제가 유발할 수 있는 유방암, 심혈관 질환 등의 부작용이 없는 게 장점이다. 일반 갱년기 여성은 물론 호르몬제 복용이 불가능하거나 호르몬제 제품 섭취에 두려움이 있는 여성에게 부담이 없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서울대병원 등 국내 7개 병원에서 실시한 임상에 따르면 8주간 훼라민큐를 복용한 여성 갱년기 환자의 80% 이상이 안면홍조, 발한, 우울감 등의 증상이 개선됐다”면서 “특히 심한 안면홍조 증상에 대해서는 86.4%의 환자가 개선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훼라민큐는 원료부터 제품까지 엄격한 기준에 의해 관리되는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만 살 수 있다. 1일 아침저녁으로 두 차례씩 회당 1∼2정씩 복용하면 된다.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용법에 따라 3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좋다.
  • [포토 다큐] ‘國弓’ 145m 과녁과의 거리 마음을 다스리는 거리

    [포토 다큐] ‘國弓’ 145m 과녁과의 거리 마음을 다스리는 거리

    고대 중국의 역사서는 우리 민족을 동이족(東夷族)이라 기록하고 있다. 이(夷)자는 사람의 형상인 큰 대(大)자와 활 궁(弓)자의 합성문자로 동방(東方)의 활을 잘 쓰는 민족을 지칭한 것이다. 수렵 도구에서 출발했던 활은 오랫동안 전쟁 무기로 사용됐다. 오늘날 활쏘기는 레저스포츠이면서 마음을 수련하는 무예(武藝)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 남산 자락에 자리한 활터인 석호정(石虎亭). 한파가 불어닥친 혹한의 날씨 속에 10여명의 시민이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전통 활쏘기인 ‘국궁’(國弓)을 배우고 있다. 서울시가 새해를 맞아 개설한 ‘건강 활쏘기’ 프로그램이다. “오른발을 약간 뒤로 빼고 어깨 너비로 벌리세요.” 권오정(서울무형문화재 제23호 궁장(弓匠) 이수자) 궁장의 지시에 맞춰 기본동작을 배우고 있는 이들은 교육 2주차의 새내기들이다. 활을 잡는 방법부터 조준하는 자세까지 모든 게 낯설다. “왼팔을 뻗고~ 시위 잡은 손을 턱밑 오른쪽 어깨까지 당기고….” 가르쳐 주는 대로 하고 싶지만 몸이 따라 주질 않는다. 과녁을 향해 뻗은 팔은 부들부들 떨리고 시위도 당겨지지 않는다. 두 시간째 똑같은 동작의 반복 훈련이다. 국궁은 전신운동이다. 발끝에 힘을 주고 올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관절에 좋다. 또한 시위를 당길 때 팔과 척추에 힘이 들어가서 근력이 강화되고 단전호흡을 하게 된다. 어깨 통증 때문에 활을 잡은 김무곤씨는 “쓰지 않던 근육을 쓰려니 쉽지 않지만 열심히 배우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힐링이 목적인 윤미정씨는 “빨리 사대(射臺)에 올라 시위를 당기고 싶지만 마음 다지기가 우선이란 생각”이라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교육생들은 두 달간의 기초 교육을 마치면 사대에 올라설 수 있다. 석호정은 조선시대에 세워진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 활터다. 과거 문무백관이 아닌 민간인들이 활을 쏘던 이곳은 요즘도 시민들의 활터로 이용되고 있다. 잠시 후 이 유서 깊은 활터에 몇몇 회원이 사대에 자리를 잡는다. 잠시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곧바로 거궁(据弓) 자세를 취했다. 침묵 속에서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에 일순간 긴장감이 흐른다. 이윽고 시위를 당긴 손아귀를 풀자 ‘쐐액’ 하는 장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간 화살이 과녁에 부딪혀 튕겨 나온다. 윗부분에 맞은 듯 소리가 투명하다. ‘관중’(貫中·화살이 과녁을 맞힌 것)이다. 양궁과 달리 국궁은 과녁의 어디를 맞혀도 관중이다. “시위를 당길 때의 손맛은 낚시할 때처럼 짜릿짜릿하죠.” 국궁예찬론자인 박영균 사두(射頭·활쏘기터 책임자)의 말이다. 국궁은 단수가 높은 궁사가 상석인 왼쪽에 자리를 잡고 순서를 정해 돌아가면서 활을 쏜다. 거리를 재는 조준경이나 가늠자도 없다. 박 사두는 “오로지 고요한 마음을 통해 자신과 목표사이의 거리를 지워낸다“고 말했다. 과녁까지의 거리는 145m로 곡사(曲射)로 쏘아야 화살이 날아간다. 회원 경력 10년의 송명재씨는 과거 사업이 어려웠을 때 심신을 다스리기 위해 활터를 찾았다. 그는 “비바람 속에서 과녁을 명중시키려면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활쏘기의 과정은 인생과도 같다”고 말했다. 국궁은 현재 전국 380여개 사정(射亭·전통 활쏘기터)에서 애호가들이 즐기고 있다. 문화센터나 체육관 등 실내에서의 강습도 활발하다. 전국의 활터 어느 곳이든 가입한 사람은 누구나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하지만 집궁례(執弓禮·궁사로서 첫발을 내딛는 의식)를 거행하는 입문(入門)만큼은 엄격하게 하고 있다. 무예이기에 예의를 엄수할 수 있어야 하고 불순한 마음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우리 민족의 기상과 예절이 배어 있는 국궁. 선조들은 활에 대해서 살생의 용도인 ‘쏜다’는 말보다 심신수련을 강조한 ‘낸다’는 말을 더 선호했다. 이 땅의 한량들은 활을 낼 때마다 자신과 대결해서 자신을 극복하고자 했다. 취재를 마치고 석호정을 나설 때 ‘습사무언’(習射無言)이라는 네 글자가 적힌 석판이 눈길을 끈다. ‘활을 쏠 때 말을 앞세우지 말고 예(禮)를 갖춰라’는 충고를 담고 있는 듯했다. 겸손과 덕행 등 ‘마음을 비우고 활과 인생을 대하라’는 내용의 궁도구계훈(弓道九戒訓) 중 한 덕목이다. 새해에는 마음의 무예인 국궁을 통해 ‘비움의 미학’을 실천하며 참된 나를 만나보자. 글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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