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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대로 알자! 의학 상식]

    ●무조건 참으면 안되는 생리통 전체 여성의 50%, 미성년의 경우 많게는 90%까지 생리통을 경험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참고 지낸다. 하지만 일부 생리통은 특정 질환 때문에 생기는 것일 수도 있어 무조건 참는 게 능사는 아니다. 월경 시 약간의 복부 불편감만 느끼는 여성도 있지만,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증상이 심해 응급실까지 방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구역질이나 구토, 설사, 허리 아래 부위의 통증, 대퇴부 통증, 두통, 피로감, 불안감, 어지럼증을 느끼고 드물게는 실신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생리통은 월경으로 인한 일반적인 생리통인 ‘1차성(원발성)’과 원인 질환이 있는 ‘2차성(속발성)’으로 나뉜다. 2차성 생리통은 대개 월경 시작 전부터 통증이 있고, 월경이 끝나고도 2~3일 정도 더 통증이 지속된다. 주로 자궁내막증이나 자궁선근증, 자궁근종, 자궁용종, 자궁내막 유착증, 골반 내 염증, 선천성 자궁기형을 가진 여성에게서 2차성 생리통이 나타난다. 따라서 생리통이 심한 여성은 병원을 찾아 2차성 생리통이 아닌지 감별하고 원인 질환이 있다면 먼저 치료해야 한다. 보통 생리통은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면 나아질 수 있다. ●어지럼증 어지럼증에서도 ‘현훈’은 본인이나 주변 사물이 움직이는 느낌, 특히 회전하는 느낌을 말한다. 머리가 텅 빈 것 같거나 눈 앞이 캄캄해지면서 쓰러질 것 같은 느낌과는 다르다. 현훈은 달팽이관과 반고리관 등 속귀(내이)나 뇌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원인질환으로는 이석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 병, 만성 중이염 합병증, 뇌종양, 뇌졸중, 뇌신경장애 등이 있다. 이 밖에 뇌 혈류의 일시적 감소, 편두통, 당뇨합병증 등에 의해 현훈이 발생하기도 한다. 현훈 증상이 있다면 진찰과 검사를 통해 어떤 원인에 의해 증상이 발생하는 지를 밝혀야 한다. 일반적으로 현훈이 있을 때는 메스꺼움, 구토, 체한 느낌이 들고 땀이 많이 난다. 원인질환에 따라 청력 저하나 귀울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만약 손발을 움직이기 힘들고 힘이 빠지거나 말하는 게 어눌해지고 물체가 겹쳐서 혹은 나뉘어 보인다면 빨리 병원에 가는 게 좋다. 만약 뇌졸중과 같은 중증 뇌질환이 원인이면 초기에 제대로 진단받아야 치료도 빠르다. 이 밖의 일반적인 경우는 대부분 적절한 치료를 통해 완치되거나 호전될 수 있다. 오래되고 반복된 현훈이라도 올바르게 진단하고 치료받으면 좋아질 수 있다. 다만 평형기관 기능이 떨어져 만성적인 어지럼이 있는 경우는 꾸준한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도움말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채희동 교수, 이비인후과 정종우 교수
  • 檢, 정동화·성완종 이번주 줄소환… 포스코·경남기업 수사확대 분수령

    檢, 정동화·성완종 이번주 줄소환… 포스코·경남기업 수사확대 분수령

    포스코·경남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의 ‘불똥’이 금융권·정치권으로도 튈지 주목된다. 두 회사는 이명박(MB) 정부 당시 핵심 실세들의 지원 등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공통적으로 금융권·정치권 연루설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등 최고위급 경영진의 소환이 예상되는 이번 주가 수사 확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자원외교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2013년 경남기업이 3차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금융권의 특혜가 있었는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1999년, 2009년 두 차례 워크아웃을 거쳤던 경남기업은 2년여 만에 또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해 주채권은행(신한은행)의 승인을 얻었다. 비슷한 시기 벽산건설·우림건설·풍림산업 등 부실 건설사 대부분은 워크아웃보다 수위가 높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경남기업은 최근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가, 일부 채권단은 신한은행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아웃 결정 당시 현직 국회의원이었던 성 회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활동을 했다는 점에서 검찰은 외압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재 감사원은 금융감독원과 신한은행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해외 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한 융자금에 대해 경남기업이 제출한 소명 자료를 분석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용처는 증빙 서류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포스코그룹 전반에 대한 수사의 ‘열쇠’로 성진지오텍 인수·합병 건을 살펴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에 투자, 2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도 직전에 몰렸던 이 회사 전모 전 회장을 구원한 것은 주채권은행(산업은행)과 포스코였다. 2009년 산업은행은 성진지오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445만주를 200억원에 매입한 뒤 포스코의 경영권 인수로 주가 상승이 예견되던 상황에서 주당 9620원, 총액 229억원에 성진 측에 되팔았다. 당시 미래에셋 사모펀드의 매각가(주당 1만 1000원)에 견줘 헐값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런데 포스코는 성진지오텍 주식 440만주를 시세보다 비싼 주당 1만 6330원에 사들였다. 전 전 회장은 가만히 앉아서 295억여원의 매각 차익을 올렸다. 당시 전 전 회장이 MB정부 실세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석연치 않은 성진지오텍 인수·합병 과정에 대한 의혹을 부채질했다. 전 전 회장은 2008년 11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남미 순방길에도 쟁쟁한 대기업 회장들과 동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 회사 베트남법인장 출신 박모 상무를 수십억원 규모의 횡령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4부)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OCI그룹] 국내 화학산업 개척… 글로벌 태양광업계 리더로 ‘우뚝’

    [재계 인맥 대해부(4부)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OCI그룹] 국내 화학산업 개척… 글로벌 태양광업계 리더로 ‘우뚝’

    50여년 전통의 종합화학기업인 OCI그룹은 21세기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는 태양광 전문 기업으로 유명하다. 태양광발전의 기본 소재는 태양광을 전기로 바꿔 주는 폴리실리콘인데 OCI그룹은 미국 헴록, 독일 바커와 함께 폴리실리콘 제조 ‘세계 3강’으로 꼽힐 만큼 글로벌 그린 에너지 메이커로서의 위상을 뽐내고 있다. OCI그룹은 자산 규모 12조원대로 2013년 기준 국내 재계 서열(공기업 제외) 23위에 올라 있다. OCI그룹의 창업자는 국내 재계 마지막 ‘개성 상인’으로 불리는 고 이회림 명예회장이다. 개성에서 송도보통학교를 졸업한 그는 14세 때부터 도매상 손창선 상점에 취직해 송상(松商·개성을 중심으로 사업 활동을 하던 상인)의 길을 걸었다. 1951년 서울에서 국내 최초의 수출 업체인 개풍상사를 운영하면서 면사 등을 팔아 강원도 대한탄광(1955년) 등을 인수했다. 이렇게 번 돈으로 미국의 개발차관(AID)을 받아 1959년 OCI그룹의 모태인 동양화학을 설립했다. 동양화학은 국내 최초로 유리를 만드는 데 쓰이는 소다회를 제조하는 기초화학소재 업체로 첫발을 뗐다. 그러나 1968년 공장 준공 이후 일본과 미국의 소다회 제품이 범람해 적자와 재고가 쌓이면서 사업 초기부터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이 명예회장은 장남이자 OCI그룹을 승계한 이수영 회장을 회사에 불러들여 부자 경영을 시작했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유학 중이던 이 회장은 지금의 부사장 격인 전무이사 타이틀로 1970년 입사했다. 이후 1979년 사장으로, 1996년 회장으로 OCI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 회장 투입 이후 당시 박정희 정부의 도움과 경제개발 계획에 힘입어 동양화학은 위기를 극복했다. 이후 화이트카본을 생산하는 한불화학(1975년), 세제의 원료인 과산화수소 공장(1979년), 지금은 유니드로 개명한 한국카리화학(1980년), 실리카겔 공장(1988년), TDI 공장(1991년), 동우반도체약품(1991년) 등을 설립해 다양한 화학 분야로 진출하며 종합화학그룹으로서의 기틀을 마련했다. 업계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후유증으로 고전하던 시기인 2000년. 당시 예금보험공사에 담보로 잡혀 있던 제철화학과 제철유화를 인수하며 또 한번의 변신을 꾀했다. 제철화학은 포스코의 포항공장과 광양공장에서 배출되는 부산물인 콜타르를 정제해 피치 등 고부가가치 화학소재를 만들어내는 사업이다. 동양화학은 이듬해인 2001년 제철화학과 합병하면서 동양제철화학으로 거듭났다. OCI그룹에서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주요 기업이자 지주회사 격인 OCI는 당시 인수·합병을 계기로 1990년대 후반까지 3000억원대이던 매출이 2000년 기준 1조 6000억원대로 5배 이상 확대됐다. 이수영 회장은 2004년 3월부터 6년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맡으며 재계를 이끌었다. OCI그룹(당시 동양화학)은 2006년 태양광산업의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 진출을 본격 선언하면서 다시 한번 도약에 나섰다. OCI그룹 내 주력 회사인 OCI는 2008년 제1 폴리실리콘 공장(연산 5000t)의 상업 생산이 시작된 후 제2공장(1만t), 제3공장(1만t)을 잇따라 건설했다. 이후 이들 공장의 생산 설비 합리화로 2011년 말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을 4만 2000t으로 확대하면서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세계 3위권의 폴리실리콘 메이커로 우뚝 섰다. 동양화학은 2001년 동양제철화학에 이어 2009년 회사명을 지금의 OCI로 바꿨다. 시련도 이어졌다. 이수영 회장의 두 아들인 이우현 OCI 사장과 이우정 넥솔론 관리인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불공정 거래 혐의로 2011년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듬해인 2012년부터 유가 하락 등으로 태양광 업계가 어려움에 봉착하면서 OCI는 적자 전환했다. 이 여파로 OCI 계열인 넥솔론은 2014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11년 60만원대까지 치솟았던 OCI 주가는 2015년 3월 현재 10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OCI그룹은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삼성정밀화학이 사실상 손을 떼고, 웅진이 국내에서 관련 사업을 거의 포기한 태양광에너지 업황 부진 속에서도 지난해 흑자 전환(연결 기준)에 성공했다. 폴리실리콘 시장은 호전되지 않아 OCI는 적자지만 석유석탄화학과 기초화학 분야에서의 안정적인 매출과 영업이익 창출로 태양광 분야 적자를 보전해 흑자를 냈다. OCI그룹은 올해를 기점으로 폴리실리콘뿐 아니라 태양광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도 투자하며 성장 동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OCI는 태양광과 ESS 완제품을 모두 생산하는 명실상부한 태양광 전문 업체로 거듭날 수 있다. OCI그룹 측은 “태양광 시장이 유럽에서 미국, 중국 일본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데다 이달 말 전북 군산 폴리실리콘 3공장 증설을 끝내면 OCI는 세계 폴리실리콘 수요량의 17%를 차지하는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서 “태양광 소재에서 발전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해 태양광 시장의 성장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일동제약 주주총회 “녹십자 경영권 참여 무산” 대체 왜?

    일동제약 주주총회 “녹십자 경영권 참여 무산” 대체 왜?

    일동제약 주주총회 일동제약 주주총회 “녹십자 경영권 참여 무산” 대체 왜? 녹십자가 추천한 인사의 일동제약 이사회 진입 시도가 불발됐다. 일동제약은 20일 오전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사내이사에 이정치 일동제약 대표이사 회장을 재선임하고, 사외이사에 서창록 고려대 교수, 감사에 이상윤 전 오리온 감사를 각각 선임했다. 모두 일동제약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들이다. 2대 주주(지분율 29.36%)인 녹십자가 주주제안을 통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허재회 전 녹십자 사장은 일동제약측 후보의 선임안건이 먼저 원안 가결돼 자연스럽게 폐기됐으며, 감사 후보 김찬섭 녹십자셀 사외이사 선임안건은 일동제약이 과반 이상의 반대의결권을 확보해 표결 없이 부결됐다. 이날 주총에서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89.2%가 출석했으며, 이 가운데 일동제약 측이 가결 요건인 과반 이상의 우호 의결권을 사전에 확보했다.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은 주총 후 기자들과 만나 “많은 주주들이 현 경영진을 지지해줬다”면서 “일동제약은 지금 추진하고 있는 중장기전략을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진행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사장은 또 “녹십자와 일동제약의 상생과 신뢰를 위해 많은 대화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로써 지난 2월 녹십자의 주주제안으로 재점화된 양사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다만 녹십자가 투자회사의 경영 건전성을 위한 주주로서의 적법한 권리 행사를 이어간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다시 경영권 이슈가 불거질 여지가 있다. 또 녹십자의 주주제안에 대해 일동제약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양사의 관계가 악화돼 불확실성도 커진 측면도 있다. 이날 주총에서 녹십자측 참석 인사는 “국내 제약산업 환경은 국내 영업으로는 한계가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각자의 장점을 가진 회사들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게 바람직한 상황”이라며 “녹십자가 법적인 권리인 주주제안을 행사했는데 일동제약 직원들이 녹십자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하며 개인에 대한 공격까지 서슴지 않았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한편 녹십자는 이번 주총 결과에 대해 “녹십자는 이번 일동제약 주총에서 상법으로 정해진 주주의 권리를 행사했다”면서 “이번 의결 결과는 주주 다수의 의견이므로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녹십자는 이어 “앞으로도 녹십자는 일동제약의 2대 주주로서 경영 건전성 극대화를 위한 권리 행사에 지속적으로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또 하나의 미생, 간접고용] 통신서비스업계 ‘하청에 재하청’ 남용

    [또 하나의 미생, 간접고용] 통신서비스업계 ‘하청에 재하청’ 남용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통신·방송·케이블 등 통신서비스업에 뿌리내린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통신업에 진출한 대기업들이 인수합병 과정에서 직접고용 대신 설치·개통 업무 등을 협력업체(고객서비스센터)에 아웃소싱하면서 비롯됐다. 인건비 감축을 위해서였다. 협력업체들은 다시 소규모 업체에 재하청을 줬다. 노동자들은 대기업을 위해 일하지만 그들을 고용한 주체는 대부분 근로자 100명 이하의 중소업체들이다. 이른바 ‘다단계 하도급’이다. 19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SK브로드밴드는 90개, LG유플러스는 71개의 고객센터를 운영 중이며 고객센터 2~3곳씩을 관리하는 중간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노동자 입장에서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고용불안이다. 협력업체가 폐업하거나 바뀔 경우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해고자가 된다. 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원청인 대기업의 지시·감독을 받지만 직접고용 노동자에 비해 임금, 복지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산업노동정책연구소가 지난해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20곳의 직원 242명, LG유플러스 협력업체 18곳의 직원 18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평균 주 6.2일, 하루 8.7시간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체계도 불안정해 인터넷이나 IPTV 등 설치 건당 수수료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받는 노동자 비율이 38%(SK브로드밴드), 61%(LG유플러스)에 달했다. 퇴직금을 지급하는 업체는 절반에 못 미쳤다. 평균 근속기간은 2~3년에 그쳤고 산업재해 처리가 되는 경우는 13%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통신대기업들이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비스업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이 업종의 노조 결성률이 낮다는 점을 악용했다”며 “고용안정이나 임금 조건 개선 등의 책임을 지지 않고 인건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구조”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위탁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들이 노사 교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우리가 맺은)위탁계약 이외의 하도급은 협력업체가 정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뜨는 피부과·동물병원

    뜨는 피부과·동물병원

    피부·비뇨기과와 동물병원은 뜨고 산부인과는 점점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미용과 애완동물에 관심이 많아진 반면 저출산으로 산부인과를 찾는 산모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성형외과도 5년 새 15.7%나 늘었고 10개 중 3개 이상은 서울 강남구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세청에 따르면 병·의원, 변호사 사무실, 학원 등 전문·의료·교육 서비스업 사업자 수가 2013년 기준 20만 840개로 2008년에 비해 15.1% 늘었다. 전문직 증가율이 26%로 가장 높았고 교육(13.5%), 의료(12.8%) 순서였다. 병원을 보면 의원급 의료기관 중에서는 피부·비뇨기과가 3049개로 5년 새 25.1%나 증가했다. 한의원(16.7%), 성형외과(15.7%), 치과(15.2%), 이비인후과(13.8%), 안과(10.4%) 등이 10% 이상 늘었다. 전국에 1301곳인 성형외과는 서울에 51.6%가 있고 강남구에 35.5%가 밀집돼 있다. 반면 산부인과는 1706개로 5년 새 157개(8.4%)나 사라졌다. 종합병원과 건강검진 기관에서 컴퓨터 단층촬영(CT) 등을 찍는 환자가 늘어나며 영상의학과는 같은 기간 21.4% 줄었다. 병원급 기관에서는 한방병원이 57.1%나 급증했고 종합병원(27.9%), 치과병원(16.8%) 등이 뒤를 이었다. 동물병원도 3326개로 17.4% 증가했다. 전문직 사업자 중에서는 기술사(116.4%), 공인노무사(101%), 감정평가사(79.8%) 등이 크게 늘었다. 가장 많은 직종은 세무사였다. 전국에 총 9797개로 전체 전문직의 30.4%를 차지했다. 변호사 사업자의 절반 이상은 서울에 등록돼 있고 그중 66.5%가 서초구에 위치했다. 여성 전문직 사업자는 2190명으로 5년 새 90.3%나 급증했지만 전체 사업자 중 6.8%에 그쳤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열린세상] ‘첨단 농업협동조합’을 기다린다/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첨단 농업협동조합’을 기다린다/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CHS. 미국 미네소타 세인트폴에 본사를 두고 세계 25개국에서 활동하는 포천 62위의 다국적 기업형 농업협동조합이다. 지난달 1조 2400억원의 영업이익과 5800억원의 배당액을 발표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영업이익을 냈고 그 절반을 조합 주인에게 돌려 주겠다는 말이다. 물론 영업이익이 협동조합 성과지표로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투자자 소유의 주식회사는 투자자를 위한 영업이익 최대화가 분명한 목적이다. 하지만 이용자 소유의 협동조합은 이용자의 경제, 사회, 문화적 필요 충족이 목적이어서 경우에 따라 원가경영으로 이익을 남기지 않는 것이 이용자의 필요를 충족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런데 CHS는 필요 충족을 요구하는 이용자와 영업이익을 원하는 투자자를 함께 가지고 있다. 소위 ‘신세대 농업협동조합’이다. 이런 CHS에 영업이익과 배당 발표는 축제가 분명하다. 1920년대 말 미국에서 유행했던 곡물 생산자와 유통업자, 농자재 공급자의 소규모 지역 농업협동조합 몇 개가 CHS의 모체다. 개별 조합이 그동안 사업영역을 변경하고 결정적 시기마다 인수·합병 등의 의사결정을 통해 1998년 오늘의 CHS를 구축했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는 농업부문 경쟁 환경이 급변한 미국 농업협동조합 역사상 최대 변혁기였다. 적응하지 못한 많은 조합이 사라졌다. 이 시기에 CHS는 오히려 성장의 토대를 만든 것이다. 몇 가지 드러난 특징을 보자. 첫째, 소규모 지역농협들의 연합사업단 역할을 해 왔다. CHS 구성을 보면 개별 농업인 회원이 7만 7000명, 지역농협 회원이 1100개이다. 전국 60만 농업인이 CHS의 직·간접 주인이다. 소규모 지역농협들이 CHS 우산으로 모여 연합사업단을 만들어 성공한 셈이다. 둘째, 철저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농업인이 주인이라는 농업협동조합의 핵심 원칙은 지키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정착시켰다. 지배구조가 이사회와 경영위원회로 단출한데, 이사회의 17인 이사 전원이 미국 전역 8개 지구를 대표하는 현역 농업인이고 6인의 최고경영진은 대부분 외부기업 출신 전문경영인이다. 현재 이사장은 오리건 주 농업인 빌렌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적 농기업 몬산토 출신 카살레이다. 셋째, 조합공개를 시도했다. 전통적인 협동조합은 회원 출자금으로 운영하는데 CHS는 상환우선주를 발행해 나스닥에서 거래함으로써 외부 투자자금을 모았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이기 때문에 농업인 주인 원칙은 지켜진다. 대신 우선주를 구매한 외부투자자를 위해서는 영업이익을 반드시 남겨야 한다. 넷째, 불황기 실적이 돋보인다.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진 2009년부터 최근 6년간 배당금 총액이 약 3조원에 이른다. 이는 1977년부터 2009년까지 33년간의 배당금과 맞먹는다. CHS를 일부에서 21세기 저성장시대의 기업모형으로 거론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사업영역 개척과 내부경영전략과 관련한 많은 특징이 있다. 위의 모든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9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살아 남기 위해 상황에 따라 본질적인 원칙 외에는 모두 바꿔 왔다는 것이다. ‘신세대 농업협동조합’인 이유이다. 한국에서는 며칠 전 전국 농림수산업 관련 1326개 조합이 조합장을 선출했다. 진풍경이었다. 부정선거 시비 등 후폭풍은 뒤로하더라도 조합이 민간 기업이라는 사실을 의심하게 했다. 기업마다 특색이 있고 사업방침이 다른데 어째서 CEO를 같은 방법으로 같은 날짜에 뽑는지 모르겠다. 경제적 기업의 CEO를 뽑는 것이 아니라 지방관청 기관장을 뽑는 것 같았다. 농협의 지역 분포를 보면 더욱 행정기관처럼 보인다. 경제적 동기보다는 지역적 체면 때문에 각 행정구역은 무조건 농협을 가져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환경변화를 따라야 한다. 과감한 통폐합과 규모 있는 연합 사업단 구성, 그것을 경영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투명한 외부개방 등을 CHS는 말해 준다. 일본도 중앙회와 지역농협의 연계를 새롭게 설정하면서 경쟁도입을 통한 농협개혁을 시작했다고 한다. 모두 타산지석이다. 한국 농협도 이제 신세대를 넘어 ‘첨단 농업협동조합’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21세기 한국 농업·농촌에 가장 적합한 기업모형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길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 [재계 인맥 대해부 (4부)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대우] 신문배달 소년의 세계경영 꿈… 미완으로 끝난 ‘김우중 신화’

    [재계 인맥 대해부 (4부)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대우] 신문배달 소년의 세계경영 꿈… 미완으로 끝난 ‘김우중 신화’

    김우중(79) 전 대우그룹 회장은 1936년 대구의 한 교육자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일찍이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신문배달과 열무, 냉차 장사를 했다는 김 전 회장은 경기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67년 자본금 500만원과 직원 5명으로 ‘대우실업’을 차렸다. 충무로의 10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셔츠와 의류 원단을 동남아에 내다 팔던 대우실업은 김 전 회장의 탁월한 경영 수완에 힘입어 5년 만에 국내 2위 수출기업으로 성장했다. 이후 김 전 회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대우의 몸집을 불려 나갔다. 1990년대에는 그 유명한 ‘세계경영’을 제시했다.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김 전 회장의 신화는 1998년 대우가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좌초했다. 1999년 10월 출국한 김 전 회장은 중국 산둥성의 옌타이 자동차부품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돌아오지 않았고 2006년 20조원대의 분식회계와 9조 8000억원대의 사기대출을 벌인 혐의 등으로 징역 8년 6개월에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 9200억원을 선고받았다. 노무현 정권인 2008년 특별 사면됐지만 김 전 회장은 같은 해 추징금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1000억원대의 재산을 빼돌린 혐의로 다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베트남 등 해외를 오가며 생활해 온 김 전 회장은 2012년부터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청년사업가 양성사업’(GYBM)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복귀설’이나 ‘재기설’에 대해서는 일축하는 분위기다. 일단 건강이 좋지 않다. 김 전 회장은 최근 한 달에 한 번씩은 체크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대우그룹 창립 기념식에서는 보청기를 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앞서 김 전 회장은 1998년 뇌혈관 파열로 인한 뇌경막하혈종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기도 했다. 자금 역시 ‘재기’를 논하기엔 역부족이다. 현재 김 전 회장은 가족이 소유한 집과 베트남, 한국에 소유한 골프장을 제외하고는 재산이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김 전 회장은 한국에 들어오면 딸 선정씨가 세를 내고 있는 방배동 빌라에 머문다. 김 회장은 부인 정희자(75)씨 아래 3남(차남 선협씨·삼남 선용씨) 1녀를 뒀다. 장남 선재씨는 1990년 교통사고로 일찍 사망했다. 고 선재씨는 영화배우 이병헌을 닮아 김 회장 부부가 이병헌을 양아들로 삼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의 부인 정씨는 선재아트센터 관장과 제5대 한국 여자테니스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정씨는 80년대 초 김종필 전 총리의 부인인 고 박영옥 여사곁에서 테니스 단체를 돕는 활동을 하면서 테니스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수료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달 착륙’ 버즈 올드린은 왜 ‘슈퍼맨’ 포즈를 취했을까?

    ‘달 착륙’ 버즈 올드린은 왜 ‘슈퍼맨’ 포즈를 취했을까?

    지금으로 부터 46년 전인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달에 첫 발을 내딛은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2012년 작고)은 미국을 넘어 전세계의 영웅이 됐지만 바로 뒤이어 발자국을 남긴 ‘그’는 항상 ‘조연’에 머물러야 했다. 바로 ‘비운의 우주인’으로도 불리는 버즈 올드린(84) 이야기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올드린이 자신의 트위터에 재미있는 사진을 공개해 화제에 올랐다. 네티즌들의 웃음을 자아낸 이 사진에는 이제는 백발의 노인이 된 올드린이 영국의 거석 문화 유적지 스톤헨지 앞에서 마치 당장이라도 하늘을 날듯 슈퍼맨 같은 행동을 취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사진을 올리면서 올드린은 "우주에 메시지를 보내기로 결심했다"는 글을 남겼다. 올드린이 이같은 포스트를 한 이유는 티셔츠에 속어로 표현된 글에 잘 표현돼 있다. 화성에 인류 정착촌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미국이 본격적으로 나서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올드린은 지난해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미래는 심우주에 있다" 면서 "향후 20년 내에 화성에도 우리의 '존재'를 남겨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올드린은 비운의 우주인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돼 있지만 달에서 돌아온 이후의 활동은 암스트롱을 넘어선다. 지구로 귀환한 이후 이런저런 부담감을 느낀 암스트롱이 대중과 거리를 둬 점점 멀어진 반면 올드린은 그를 대신해 우주 탐사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이번 트위터의 사진 역시 그같은 활동과 궤를 같이한다. 46년 전처럼 화성 역시 제일 먼저 미국의 깃발을 꼽고싶은 애국심이 노인의 마음에 지금도 담겨있는 것이다. 한편 암스트롱은 2012년 8월 관상동맥 협착 증세가 발견돼 심장 수술을 받았으나 합병증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돌아온 푸틴… ‘육해공 합동훈련’ 특별지시

    돌아온 푸틴… ‘육해공 합동훈련’ 특별지시

    러시아의 크림 합병 이후 1년,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국영방송에 나와 핵무기 무용담을 늘어놓더니 아예 북해함대를 동원, 대규모 군사훈련에 돌입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반면 정의를 되찾겠다며 경제제재 카드를 동원했던 유럽연합(EU)은 경제제재 확대 문제를 두고 되레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 등 외신들은 러시아가 북해함대에 경계령을 발동, 5일간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북극해, 노르웨이해 등 러시아 북서부 지역을 담당하는 북해함대는 경계령 발동과 함께 4만명의 병력, 41척의 군함, 15대의 잠수함, 110대의 전투기가 참가하는 육해공군 비상 합동 훈련에 돌입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러시아 북쪽에 조성되고 있는 새로운 전략적 상황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훈련이 푸틴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의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국방력 강화를 위해 10년간 21조 루블(약 385조 3000억원) 지출을 명령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인디펜던트는 “열흘 동안 행적이 묘연했던 푸틴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 나타남과 동시에 이번 군사훈련이 시작됐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돌아오자마자 강인한 지도자 이미지를 굳건히 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면담 자리에 나타난 푸틴 대통령은 그간 서방언론들이 내놨던 건강악화설 등 온갖 추측성 보도에 대해 “가십 없으면 지루하죠?”라며 웃어넘겼다. 동시에 이번 훈련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 서방 국가들의 군사훈련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나토는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에 군수물자를 제공한 데 이어 3000명의 병력을 파견해 ‘애틀랜틱 리졸브’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 노르웨이도 5000명의 병력을 동원해 북부 핀마르크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했다. 러시아의 이런 행보에 미국과 유럽은 비난 성명을 내놨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절대 잊지 않겠다”면서 “휴전 협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추가 제재를 할 것”이라 말했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러시아의 크림 점령이 지속되는 한 경제 제재는 지속된다”는 성명을 내놨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그리 호락하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내 북유럽 국가들과 그 이외 국가들 사이에 미묘한 입장 차이가 발견된다고 전했다. 영국을 포함한 북유럽국가들은 6월 기한이 끝나는 대러 경제제재를 지속하거나 더 확대하길 바라고 있다. 반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괜스레 러시아를 더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제재의 지속이나 확장 자체가 평화협정 위반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EU 고위 외교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러다 EU가 러시아의 전략에 말려드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경제제재에는 EU 28개 회원국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檢 비리사정] 신세계·동부 비자금 등 묵혀둔 첩보도 꺼내… ‘원샷 올킬’ 수사

    [檢 비리사정] 신세계·동부 비자금 등 묵혀둔 첩보도 꺼내… ‘원샷 올킬’ 수사

    포스코그룹, 동부그룹, 신세계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SK건설…. 검찰의 대규모 비리 사정(司正)이 본격화되면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잇따라 수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박근혜 대통령까지 17일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며 비리 척결을 독려하면서 사정의 칼을 움켜쥔 검찰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재계로서는 그야말로 ‘삭풍의 봄’을 맞게 된 셈이다. 검찰은 이참에 ‘캐비닛’을 활짝 열고, 미뤄 뒀던 수사자료까지 모두 꺼내 살펴보고 있다. 대기업 사정의 신호탄은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쏘아 올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 총리의 담화 이튿날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혐의는 이 회사 베트남법인 임원들의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이다. 하지만 검찰의 칼끝은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과 이명박(MB) 정부 핵심 실세들을 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MB 정부 핵심 실세들의 지원을 받은 정 전 회장 재임기간 포스코그룹 계열사들의 인수·합병 과정과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및 사용처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넘겨받은 기업 비리 첩보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확인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달 검찰 정기인사 등에 밀려 묵혀 뒀던 기업 비리 수사를 이번 기회에 모두 털고 가겠다는 분위기다. 특수2부의 경우 포스코건설 수사와 함께 지난해 9월 첩보를 입수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계열사 간 내부 거래를 통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그룹 내 자금 흐름을 추적해 왔다. 박 회장은 이에 앞서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으로부터 40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고소된 상태다. 검찰은 지난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넘긴 동부그룹과 신세계그룹의 수상한 금융거래 정황도 다시 살펴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동부그룹은 신설된 공정거래조세조사부가 맡았다. 신세계그룹은 법인계좌에서 발행된 당좌수표를 물품 거래에 쓰지 않고 현금화하는 수법으로 7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실제 비자금 조성 여부와 이 돈이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등 그룹 총수 일가에 흘러 들어갔는지 살펴보고 있다.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김 회장의 비자금 상당액이 경영권 대물림에 사용할 주식 매입 대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SK건설은 김진태 검찰총장이 이례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요청권’을 행사하면서 검찰의 칼끝에 올랐다. 앞서 공정위가 새만금방수제 건설 공사 담합으로 22억원의 과징금만 부과한 SK건설을 다시 검찰에 고발토록 해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된 것이다. 이는 담합 등 고질적인 업계 비리를 과징금에 그치지 않고 엄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편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주가 조작 혐의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동아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동아원은 전 전 대통령의 3남 재만씨의 장인인 이희상(70)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다. 2013년 검찰의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의 비자금 추적 조사 때 비자금 유입처로 지목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달 착륙’ 올드린은 왜 ‘슈퍼맨’ 포즈를 취했을까?

    ‘달 착륙’ 올드린은 왜 ‘슈퍼맨’ 포즈를 취했을까?

    지금으로 부터 46년 전인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달에 첫 발을 내딛은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2012년 작고)은 미국을 넘어 전세계의 영웅이 됐지만 바로 뒤이어 발자국을 남긴 ‘그’는 항상 ‘조연’에 머물러야 했다. 바로 ‘비운의 우주인’으로도 불리는 버즈 올드린(84) 이야기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올드린이 자신의 트위터에 재미있는 사진을 공개해 화제에 올랐다. 네티즌들의 웃음을 자아낸 이 사진에는 이제는 백발의 노인이 된 올드린이 영국의 거석 문화 유적지 스톤헨지 앞에서 마치 당장이라도 하늘을 날듯 슈퍼맨 같은 행동을 취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사진을 올리면서 올드린은 "우주에 메시지를 보내기로 결심했다"는 글을 남겼다. 올드린이 이같은 포스트를 한 이유는 티셔츠에 속어로 표현된 글에 잘 표현돼 있다. 화성에 인류 정착촌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미국이 본격적으로 나서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올드린은 지난해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미래는 심우주에 있다" 면서 "향후 20년 내에 화성에도 우리의 '존재'를 남겨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올드린은 비운의 우주인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돼 있지만 달에서 돌아온 이후의 활동은 암스트롱을 넘어선다. 지구로 귀환한 이후 이런저런 부담감을 느낀 암스트롱이 대중과 거리를 둬 점점 멀어진 반면 올드린은 그를 대신해 우주 탐사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이번 트위터의 사진 역시 그같은 활동과 궤를 같이한다. 46년 전처럼 화성 역시 제일 먼저 미국의 깃발을 꼽고싶은 애국심이 노인의 마음에 지금도 담겨있는 것이다. 한편 암스트롱은 2012년 8월 관상동맥 협착 증세가 발견돼 심장 수술을 받았으나 합병증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M&A·신사업·글로벌… 이재용 시대 삼성의 키워드

    M&A·신사업·글로벌… 이재용 시대 삼성의 키워드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위기’에 빠졌던 삼성그룹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해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삼성호’를 사실상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발걸음도 덩달아 바쁘다. ‘사업보국’(이병철 선대회장)-‘신경영’(이건희 회장)에 이어 이재용 시대 삼성의 3대 키워드는 인수합병(M&A), 신사업, 글로벌로 요약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 체제 이후 삼성은 미래 먹거리 발굴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10개월 동안 삼성전자는 총 8건의 M&A를 단행했다. 이는 2012~2013년의 M&A 건수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처럼 공격적으로 M&A에 나서는 것은 스마트폰 사업 분야는 물론 사물인터넷(IoT), 기업간거래(B2B) 등 미래 산업으로 불리는 분야에서 삼성이 보유한 기술만으로는 경쟁 업체를 따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사업 분야도 적극 개척하고 있다. 당장 전기차에 쓰이는 2차전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외국 유명 자동차 브랜드와의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2차전지는 전기차 시대와 함께 도래할 확실한 시장인 만큼 공격적인 드라이브로 반도체와 같은 신화를 다시 쓰겠다는 포부다. 사업에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가까운 이 부회장의 자동차 인맥이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SDI가 현재 2차전지를 공급하기로 했거나 추진하는 업체는 독일 BMW와 폭스바겐, 인도의 마힌드라와 미국의 크라이슬러 및 포드 등이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최근 국내에 이어 유럽에서도 2개 바이오시밀러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 올해 스마트헬스·스마트홈 등 사물인터넷 분야 신사업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업계의 관심을 끄는 것은 삼성의 ‘글로벌’이다. 이재용 체제가 본격화되면 이전에는 외형만 강조되던 ‘글로벌’이 일하는 방식부터 기업 문화까지 삼성 내부를 채우는 새 문화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삼성이 임원들을 상대로 진행 중인 교육 과정에 ‘글로벌 마인드 셋’을 개설한 게 대표적이다. 삼성 관계자는 “임원들은 회의 시간이나 바이어와 만날 때 휴대전화 끄기, 위화감을 주는 과도한 의전 철폐 등을 주문받고 있다”면서 “이재용 시대를 맞아 삼성 내면에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시론] 얄타, 몰타, 그리고 크림반도/제성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러시아·유라시아팀장

    [시론] 얄타, 몰타, 그리고 크림반도/제성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러시아·유라시아팀장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둔 1945년 2월 흑해 연안 크림반도의 휴양지 얄타에서 전후 세계질서를 논의하기 위한 연합국 수뇌회담, 즉 ‘얄타회담’이 열렸다. 얄타에서 그려진 밑그림에 따라 유럽은 미국과 소련의 영향권으로 분할됐고, 이렇게 탄생한 ‘얄타체제’는 냉전의 기초가 됐다. 그로부터 44년 후인 1989년 12월 지중해의 몰타에서 미·소 정상은 ‘냉전의 종언’, 다시 말해 ‘얄타체제의 해체’를 선언했다. 이른바 탈냉전기가 시작된 것이다. 몰타회담 이후 소련은 독일의 통일을 인정했으며, 나토에 맞선 공산권 군사동맹인 바르샤바조약기구도 해체했다. ‘냉전의 종언’을 이끌어 낸 주체로서 이제 미국과의 건설적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세계질서를 주도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생각은 달랐다. 소련의 패배로 냉전이 끝났다고 보는 미국이 탈냉전기 세계질서의 주도권을 소련과 공유할 이유는 없었다. 따라서 나토는 해체가 아닌 확대의 길을 선택했고, 뒤를 이어 유럽연합도 동쪽으로 확대를 시작했다. 과거 소련의 영향력하에 있던 동유럽 국가들이 차례로 나토와 유럽연합의 회원국이 되면서 러시아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 갔다. 결국 러시아는 자신이 미국과 동등한 지위에서 탈냉전기 세계질서를 주도할 수 없고, 유럽의 안보·경제 통합 과정에도 참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지면서 탈소비에트 지역 통합을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과거 소련의 국경선까지 확대된 나토와 유럽연합, 그리고 러시아 사이에 마지막 남은 완충지대가 바로 우크라이나였다. 러시아는 유럽연합과 사실상 자유무역협정에 해당하는 제휴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던 우크라이나에 압박과 설득을 가했고, 그 결과 2013년 11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협정 체결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는 대중적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축출과 친서방적인 과도정부 수립으로 이어졌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친러 지역이던 크림반도를 분리하기로 결심했다. 2014년 3월 16일 크림반도 전역에서 주민 투표가 실시됐고, 이틀 후인 3월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크림반도 병합조약에 서명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쓴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은 러시아·그루지야 전쟁처럼 자신의 사활적 이익 침해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넘어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미국이 ‘강요하는’ 세계질서에 더이상 순응하지 않겠다는 견결한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크림반도는 러시아의 국가 체계로 완전히 통합됐다. 그렇다면 크림반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일단 가장 강도 높은 대러 제재를 하고 있는 미국은 합병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얄타회담에서 소련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하면서 냉전이 시작됐다고 보는 ‘얄타 트라우마’가 정계 보수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양보의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 반면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푸틴 대통령은 의회교서를 통해 향후 크림반도의 지위 변경에 대한 어떠한 협상도 거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크렘린의 정책 결정자들에게는 몰타회담 이후 진행된 탈냉전의 결과가 결코 공정하지 못했다고 보는 ‘몰타 트라우마’가 있다. 따라서 크림반도는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의 전개와 별개로 오랜 기간 공식적 불인정 영토로 남게 될 공산이 크다. 세계질서는 불변이 아니다. 냉전을 잉태한 얄타회담, 탈냉전을 선언한 몰타회담처럼 새로운 계기를 통해 언제든 변할 수 있고, 또 변해 왔다. 이러한 변화에서 우리 역시 자유롭지 않다. 냉전은 우리에게 분단이라는 지정학적 한계를 주었고, 탈냉전은 대외 관계를 비약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어쩌면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 또 다른 세계질서를 예고하는 서막인지도 모른다. 1980년대 말 탈냉전의 흐름을 재빠르게 읽고 북방정책을 추진했듯이 지금 우리에게도 보다 거시적이고 유연한 새로운 대외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 [檢 고발요청권 첫 발동] 檢, 포스코 4대의혹 ‘정조준’

    [檢 고발요청권 첫 발동] 檢, 포스코 4대의혹 ‘정조준’

    검찰이 ‘포스코건설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소환 조사를 병행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 수사 대상은 포스코건설”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미 포스코그룹의 계열사 관계와 자금 흐름 등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전날부터 포스코건설 전·현직 임직원을 차례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동남아사업단장을 지낸 박모 상무 등 2명을 조사한 데 이어 비자금 조성 의혹 시기에 포스코건설 사장을 지낸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소환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베트남 사업장에 얽힌 의혹으로 시작됐지만 포스코건설의 해외 사업장이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에 퍼져 있어 다른 사업장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검찰의 최대 관심사는 포스코그룹과 이명박(MB) 정부의 유착 여부로 알려졌다. 2009년 포스코그룹 회장 선출을 앞두고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MB맨’인 정준양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을 밀어주기 위해 경쟁자인 윤석만 포스코 사장을 사찰한 사실이 앞선 검찰 수사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 사장이 그룹 회장에 올랐고 이후 포스코는 MB 정부의 국책 사업인 4대강 사업 등에 적극 참여했다. 검찰은 포스코그룹이 MB 정부 시절 과도하게 계열사를 늘려 부실화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07년에는 자회사가 20여개에 불과했으나 2012년에는 70개를 넘어섰다. 포스코가 2010년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해 인수 과정을 둘러싸고 ‘정권 실세 개입 논란’이 일었던 성진지오텍이 대표적인 부실 인수 사례로 꼽힌다. 포스코플랜텍은 2010년 키코(KIKO) 손실로 부도 직전이었던 울산의 플랜트 기자재 업체인 성진지오텍을 1600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성진지오텍의 부채 비율은 1613%로 회계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이 기업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포스코는 이런 회사를 평균 주가의 2배를 지불하고 인수한 것이다. 이 배경에는 성진지오텍 대표와 친분이 깊었던 박영준 당시 지식경제부 차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검찰 관계자는 “비자금은 의혹이 제기돼 확인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지만 오히려 포스코의 인수·합병 과정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며 “성진지오텍 외에 다른 인수·합병 과정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철강 가공·도매 업체인 포스코P&S도 수사 대상이다. 국세청은 이미 2013년 포스코P&S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한 뒤 1300억원 규모의 조세 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포스코P&S는 실제 거래가 없으면서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수법으로 세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렇게 빼돌려진 1300억원이 본사로 흘러들어 갔는지, 정·관계 로비에 사용됐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이 밖에 포스코는 석탄 처리 기술 개발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통해 5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일부 계열사들이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결국 MB 정부와 유착해 성장한 포스코그룹이 각 계열사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으로 정·관계 로비를 한 게 아니냐는 게 검찰의 큰 그림이다. 이번 수사가 MB 정부 실세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가 처리했던 서울 파이시티 비리 사건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최대 복합유통단지 조성 사업에 정부 실세가 개입한 사건이다. 포스코건설이 시공사였다. 검찰은 사건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 전 차관을 구속 기소했다. 한편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이날 “국민과 주주들에게 심려를 끼쳐 유감으로 생각하며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면서 “조기에 의혹을 해소해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떠한 여건에서도 업무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고, 기업윤리를 최우선적으로 지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푸틴 “크림반도 병합 때 핵무기까지 준비했다”

    지난해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사태가 1주년을 맞았다. 서방은 경제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러시아는 요지부동이다. 한발 더 나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병합 1주기를 맞아 TV 다큐멘터리에 출연, 당시 무용담을 자랑스레 공개했다.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1의 다큐멘터리 ‘크림:모국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푸틴 대통령이 병합 사태 당시 핵무기 배치 등을 준비했었다는 내용 등을 언급했다고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은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영토이고 러시아인들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며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과 미국의 꼭두각시들에게 맞서 어떤 군사적 수단도 다 쓸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들(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수천㎞ 떨어진 곳에 있지만, 우리는 지금 여기에 국경을 접하고 있기에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다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그 시나리오에 핵무기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우리는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해 3월 16일 러시아 귀속 주민투표 이전인 2월 27일 크림 의회를 장악한 이들이 러시아군이었음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독립 결정을 위해 소집된 의회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으며 우크라이나 법률하에서 완전히 합법적인 행동”이라면서 “우리는 단지 크림 인민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명할 수 있도록 도와줬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96%의 압도적 찬성률로 주민투표가 가결된 이후 군 병력을 추가로 투입했으나 “국제법상 우크라이나 주둔 러시아부대에 투입할 수 있는 병력 상한선은 2만명인데 2만명에 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국제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박영준 前차관 등 MB정권 실세에 사정 태풍

    당장 이번 주부터 상당기간 국민들의 눈과 귀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의 움직임에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MB) 정부 당시의 대표적인 사업과 친MB 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사정 태풍이 몰아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선포한 ‘부정부패와의 전쟁’이 사실상 MB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이미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친이계 좌장 격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에 대한 방증이다. 지난 12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에서 거론한 ‘적폐’는 방위사업 비리와 해외자원개발 비리였다. MB 정부의 핵심 국정 사업인 ‘사·자·방’(4대강살리기·자원외교·방위사업) 가운데 2개 분야가 곪았다는 의미다. 이 총리는 또 “일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횡령 등의 비리는 경제 살리기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 총리의 첫 대국민담화 직후부터 검찰 특수부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숨 가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담화 이튿날인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본사로 들이닥쳤다. 압수수색의 명분이 됐던 포스코건설 일부 임원의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이번 수사가 끝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특히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히는 정준양 전 회장 재임 시절 포스코 그룹이 진행한 계열사 인수·합병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정 전 회장 등 핵심 관련자들은 이미 출국금지 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포스코 그룹이 상당수의 국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훨씬 큰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규모 계좌추적팀을 가동해 비자금 조성 과정과 사용처 추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박영준 지식경제부 전 차관 등 정 전 회장을 밀어준 MB 정부 핵심 실세들 쪽으로 수사의 칼날이 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를 주축으로 구성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MB 정부에서 진행됐던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사업과 관련해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등 모두 3명을 구속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합수단이 들여다보고 있는 의혹의 대부분은 이 전 대통령 집권 시기와 겹친다. 이 전 대통령과 MB 정부 장·차관 등이 포함된 자원외교 관련 고발 사건은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다시 배당돼 본격 수사를 예고하고 있다. MB 정부 시기 진행된 사업에 대한 수사에 서울중앙지검 특수1~4부 가운데 3곳이 투입된 셈이다. 이른바 ‘포·자·방’(포스코·자원외교·방위사업) 수사의 최종 타깃이 주목되는 이유다. 한편 검찰의 칼끝이 본격적으로 겨눠진 포스코 그룹은 그야말로 초비상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의도 및 수사 방향, 수사 대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성실하게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의혹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건선, 전염 안돼… 따가운 시선이 더 아픕니다”

    “건선, 전염 안돼… 따가운 시선이 더 아픕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사랑하는 자식과 목욕탕을 갈 수 없습니다. 또 자녀에게 이 저주에 가까운 질환이 행여나 유전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건선 때문에 관절염이 생겨 움직일 때마다 뼈마디가 아프고 소리가 납니다. 지문도 지워져 관공서, 직장에서 이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합니다. 갈라지고 터지는 피부 때문에 사무실, 가정, 심지어 군대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 가서 보습제를 수시로 발라야 합니다. 피부의 상처, 끊임없이 떨어지는 두피 인설로 지저분한 인상을 떨칠 수 없습니다. 병원을 자주 가다 보니 직장 내 신인도가 하락합니다. 피부를 긁어 속옷이 항상 피로 물듭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성친구를 만나기 어렵습니다. 취직도 힘들고 결혼도 어렵습니다. 평생을 두고 치료를 해야 해서 경제적 부담이 큽니다. 시댁에 가서 물 쓰는 집안일을 도와드리고 싶어도 주저하게 됩니다. 다른 엄마들 항의로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쫓겨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건선 환자 삶의 극히 일부입니다.” 건선 환자이자 대한건선협회 ‘선이나라’의 회장직을 맡은 김성기씨는 경제적 어려움과 두려움에 움츠리고 살아가는 건선 환자의 일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건선은 피부 표피가 과도하게 증식하고 진피에 염증이 만성적으로 생기는 난치성 피부질환이다. 과학적으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붉은색 발진이 나타나 점차 커지거나 뭉쳐서 동전 모양이 되고, 하얗고 두꺼운 피부껍질이 발진 위에 나타나 갈수록 두터워진다. 발진이 얼굴이나 손·발 부위에 나타나면 외모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쳐 대인관계가 위축되기 쉽다. 전염되는 질병이 아닌데도 전염병으로 오해하고, 환자의 피부와 맞닿는 것조차 꺼림칙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증상의 정도가 심한 중증 건선 환자는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게다가 자아가 형성되고 외모에 민감한 10~20대와 한창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30대 젊은 층에서 발병률이 높아 성장기 환자에게는 자살 충동까지 불러올 정도로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40년 가까이 건선을 앓는 김 회장은 “손이나 얼굴에 건선이 심하면 악수는 물론 볼펜을 쥐고 상담한다든지, 같이 밥을 먹는 것조차 안 된다”며 “가장 큰 문제는 낙인이 찍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이라고 말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 건선 환자는 취업이 가장 큰 문제다. 서류를 통과해도 면접에서 대부분 낙방한다. 눈에 띄는 신체 부위에 건선이 없어도 군 면제 사유 등을 묻는 과정에서 건선 환자임이 드러나 퇴짜를 맞는 경우가 많다. 취직이 안 되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워 치료를 제대로 못 받고, 증상이 더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혼도 쉽지 않아 건선 환자 가운데는 홀로 사는 이들이 많다.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피폐해져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도 있다. 최근 대한건선학회 조사에 따르면 우울증이나 불안증, 자살 충동을 겪는 건선 환자의 비율은 일반인보다 약 40%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건선협회가 국내 건선 환자 45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건선 때문에 사회에서 차별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60%가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88%가 업무 혹은 학업을 수행하고 능력을 발휘하는 데 지장이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환자들은 실제로 이유 없는 악의적 비방이나 따돌림(14%)을 당하고, 승진이나 주요 업무에서 제외되고(10%), 고용 불이익을 경험(10%)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사나 자퇴 등을 요구당한 환자도 4%나 됐다. 하지만 난치성 질환인 건선에도 증상을 눈에 띄게 개선하는 치료제는 있다. 문제는 약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이다. 중증 건선 환자들이 가장 쓰고 싶어하는 생물학적 제제는 약효가 뛰어나지만 1년에 500만~600만원이나 든다. 증상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해 약을 계속 써야 하는데, 워낙 고가라 돈이 없는 환자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다. 대한건선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증 환자 10명 중 8명이 비용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를 제대로 못 받아 증상이 악화된 환자 가운데는 발병 기전이 비슷한 자가면역질환인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류머티스성 관절염 등을 함께 앓는 사람도 있다. 한 중증 건선 환자는 “효과가 좋은 생물학적 치료제를 쓰자니 고가의 비용 때문에 선택하기가 어렵고, 효과가 낮은 치료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선 환자들은 중증 환자만이라도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지정해 산정특례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한다. 현재 건선 환자의 본인부담률은 외래 기준으로 최대 60%(상급종합병원)에 이른다. 산정특례가 적용되면 환자 부담금이 10%로 대폭 낮아진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중증 건선 환자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건선 환자는 전 국민의 0.7%인 약 35만명으로 추산된다. 2009~2013년 사이 4.7%나 증가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희귀난치질환으로 지정받으려면 환자 수가 2만명 이하여야 하는데, 건선 환자는 너무 많아 산정특례를 받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중증 환자를 구분하는 명료한 기준이 세워지면 하반기에 산정특례 적용을 검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건선 환자가 많은 유럽에서는 증상이 악화된 건선 환자를 전문 요양원에 보냈다가 증상이 호전되면 다시 직장으로 복귀시키는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 회장은 “유럽만큼은 아니더라도 좋은 약으로 돈에 구애받지 않고 치료를 받는 게 건선 환자들의 소망”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MB맨’ 정준양 출금… 檢, 부실경영 정조준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가 15일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을 출국금지 조치하는 등 경영진 비리 의혹을 규명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 의혹에 연루된 박모 포스코건설 상무 등 외에도 정 전 회장을 비롯한 그룹 주요 경영진을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은 2008년 12월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발령난 지 3개월 만인 2009년 2월 포스코 회장으로 선임돼 5년간 그룹 전체 경영을 총괄했다. 포스코건설이 비자금을 조성했던 시기와도 상당 부분 겹친다. 검찰은 특히 정 전 회장 재임 기간 인수합병 등을 통해 계열사가 41곳으로 늘었지만 절반 가까운 18곳이 자본잠식되며 포스코 경영이 악화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 전 회장에게 힘을 실어 준 전임 정권 핵심 실세들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3부)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민영화의 득과 실] 朴정부 청사진 제시 못해 ‘시계’ 멈춰… “경쟁체제 도입 재도약을”

    [재계 인맥 대해부 (3부)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민영화의 득과 실] 朴정부 청사진 제시 못해 ‘시계’ 멈춰… “경쟁체제 도입 재도약을”

    공기업 민영화 시계가 멈췄다. 집권 3년차에 들어선 박근혜 정부는 정권 출범 때부터 국정과제를 비롯해 어느 어젠다에도 공기업 민영화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공공개혁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 방향에 공기업 민영화는 빠졌다. 시계는 오히려 6년 전으로 되돌려졌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기획재정부는 공기업선진화추진위원회에서 산업은행을 비롯해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27개 기관에 대해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09년 당시 정책금융공사를 분리하고 산업은행을 민영화시켰던 정부는 현 정권 들어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을 묶어 통합산업은행으로 재합병해 올해부터 공기업으로 편입시켰다. 정권이 바뀌면서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 오락가락한 대표적인 사례다. 15일 전문가들은 “민영화에 대한 확실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박근혜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는 굉장히 부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지금, 민영화 논의는 진행이 어려울 것이며 현 상황에서는 공기업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고 기능을 조정해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 편의를 도모하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2008년 당시 정부는 세계 각국이 민영화를 포함한 공공부문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국가경쟁력을 크게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민간이 창의력을 발휘할 공간을 확대해 활력 있는 시장경제를 구현하겠다고 선언했다. 2002년 KT 민영화를 언급하며 질 좋은 공공서비스 제공과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 지원 절감으로 국민의 세금 부담을 덜어 주겠다고도 약속했다. 경영 효율성을 높여 정부의 재정 지원을 10% 줄이면 연간 2조원의 국민 세금이 절약된다는 논리였다. 2009년까지 총 6차례 발표된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서 정부는 민영화, 통폐합, 기능 조정, 경영 효율화를 외쳤다. 그 결과 한국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안산도시개발 등 일부가 민영화됐고 지역난방공사도 상장을 통해 지분을 매각했다. 그러나 2013년 정권이 바뀌면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포함한 민영화 논의는 사실상 잠정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민영화보다 부실 공기업을 개선해 유지하는 데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를 관장하는 복수의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부처 간에 민영화 논의 자체가 없다”면서 “국민이 원하지 않는 민영화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공기업 상장에 대해서도 “올해는 어려울 것이며 지금은 정해진 방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때 인천국제공항공사 논의가 국회의 반대 등으로 두 차례 무산되면서 현 정권 초기에 민영화에 대한 찬반 논의가 격렬하게 일었다. 이 과정에서 현 정부 인수위원회에서도, 국정과제에서도 공기업 민영화는 사라졌다. 그저 위탁판매업과 같은 비핵심 기능을 민간이 하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는 전언이다. 학계 등의 민간위원 11명이 함께 참여하는 공운위 내 민영화 논의도 잦아들었다. 기재부 측은 “민영화는 해당 공기업의 주무 부처 의견이 중요한데 현 정부에서는 전혀 논의한 바 없다”고 공을 넘겼다. 상당수 자원 및 에너지공기업 등 40개 공기업을 산하에 두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공기업을 시장에 맡길 때 효과 여부를 따져보는데 현재로서는 공공의 필요성이 더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공기업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공기업 경영 등을 해결할 최후의 방법이 민영화는 아니며 제도 개선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진행 중이던 지역난방공사의 민영화를 중단한 상태다. 부실 경영으로 6차례나 매각이 유찰된 한국건설관리공사의 민영화는 지난해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경제부처 간부급 공무원은 “민영화는 정치적 영역과 연결된다”면서 “정권 공약 사항에 민영화를 제시해서는 표를 얻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백웅기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영화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민영화 추진의 최적기가 정권 초기인데 현 정부가 당시 청사진을 명확히 내놓지 않아 지지부진하다”면서 “이제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들어 향후 총선, 대선이 있다 보니 표심을 따지느라 민영화를 추진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민영화를 하겠다는건지 말겠다는 건지 정부가 분명한 정책 기조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면서 “전력산업 민영화 등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 정권을 이어서 추진해야 하는 중장기 과제인데 임기 내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해 정책 어젠다로 올리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영화를 하게 되면 정부가 통제해 온 요금이 가격 현실화를 위해 급상승하거나 그 이익이 특정 대기업의 독점으로 이어지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민영화 방식을 통한 정부의 독점 이익이 지금 구조에서는 대기업의 독점 이익으로 전환되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거대 공기업을 받아줄 곳이 재벌 등 특정 대기업에 국한되다 보니 에너지공기업 등은 특혜 시비에 말려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민영화는 상당한 국민적 신뢰를 받는 정부가 추진해야 하는데 대통령 지지도가 30%대로 떨어진 지금은 공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민영화보다 경쟁 도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 포스코(옛 포항제철), 2002년 KT(옛 한국전기통신공사)와 KT&G(옛 한국담배인삼공사) 등 민영화된 대표적인 3대 기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도 엇갈린다. 고동수 산업연구원 기업정책팀 선임연구위원은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 시장에 경쟁 기업이 있느냐 없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민영화 이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된 포스코, 민간 통신사 간 대결 속에 SKT와 양자구도로 점유율을 높여 가는 KT는 대표적인 모범 사례”라고 꼽았다. 단순히 오너 소유권이 공적에서 사적으로 옮겨 가는 것 외에 시장에서 경쟁 구도에 놓여야만 성공적인 민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곽 교수는 3대 민영화 기업의 지배구조가 여전히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에서 자유롭지 못해 효율적인 경영 운용에 한계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민영화 이후 지배구조에 대한 고민이 적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회장이 갑자기 바뀐다거나 외압에 흔들리고 경영권 승계가 잘 이뤄지지 않는 등 책임 있는 기업 경영이 잘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교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요금 정책이나 서비스가 시장화되면서 기존 KT가 맡고 있던 통신망에 대한 저렴한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서비스 면에서 후퇴한 측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올 초에는 포스코와 KT가 5년간 계열사를 증식하는 과정에서 부당 지원을 한 정황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거래 혐의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상장된 8개사를 포함해 304개에 이르는 우리나라 공기업 수가 해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많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사업별로 민영화를 추진하는 데는 온도차가 있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민영화 이슈가 터져 나왔던 우정사업본부는 대부분이 민간에서도 하고 있는 적자투성이인 우편·물류 시스템에 대해 민영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시각이 대세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에너지공기업에 대해서는 론스타와 같은 외국 투기 자본을 비롯해 민간 독점 기업의 폐해, 요금 상승, 자원 구매 교섭력(규모의 경제 미실현) 약화로 인한 국민 부담 증가, 내부 경쟁 탈피 등에 대한 찬반이 엇갈렸다. 당장 민영화가 어렵다면 공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박 교수는 “코레일이 자회사로부터 경쟁을 이끌어 내려는 것처럼 공기업이 혼자 하는 일을 민간 기업과 경쟁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대주택을 짓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한국주택토지공사(LH)에만 독점권을 줄 게 아니라 최저보조금입찰제를 도입해 민간기업이 참여할 기회를 만들어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광물자원공사 등 자원 공기업의 경우 기존과 같은 자원 직접 수주보다 공기업의 높은 신인도를 활용해 민간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중간 매개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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