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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유소년… 늙는 한국, 총인구 2032년부터 꺾인다

    노인>유소년… 늙는 한국, 총인구 2032년부터 꺾인다

    작년 5144만명·증가율 0.39% 생산인구 15~64세 감소 시작 출산율 최저… 고령화 가속 미혼여성 절반 이상 ‘비혼족’ 지난해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가 처음으로 유소년 인구보다 많아졌다. 지난해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저출산 기조가 지속될 경우 2032년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전체 인구가 감소하고 2050년에는 5000만명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17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고령인구(65세 이상)가 13.8%로 유소년(0~14세)을 0.7% 포인트 추월했다. 주요 출산 연령대에서 결혼과 출산이 감소하고 의료기술 발달로 평균수명은 늘어났다.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지난해 13.8%에서 2030년 24.5%, 2040년 32.8%, 2060년에는 41.0%까지 늘어난다. 통계청 관계자는 “인구성장률은 2032년 0%를 기록한 뒤 2040년 -0.32%, 2060년 -0.97% 등으로 인구감소에 가속도가 붙는다”면서 “총인구는 2040년 5219만명에서 2050년에는 4943만명으로, 다시 2060년에는 4524만명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5144만 6000명, 인구성장률은 0.39%를 기록했다. 또한 우리나라 중위연령은 이미 2014년(40.3세) 40세를 넘어섰고, 2017년에는 42.0세를 기록했다. 2033년(50.3세)에는 50세를 넘어선다. 계층 상승 희망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자식 세대의 계층 이동 상승성에 대해 ‘낮다’고 응답한 비율은 54.5%로 2년 전보다 3.9% 포인트 올랐다. 자식 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비율은 2013년 43.7%에 불과했지만 4년 만에 10% 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특히 스스로 상층이라고 답한 경우 61.1%가 본인 세대 계층 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반면 하층이라고 답한 경우에는 13.9%만 계층 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저출산 현상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첫 자녀를 출산한 여성의 평균 연령은 31.4세로 전년 대비 0.2세 상승했다. 또한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 출산 연령대인 30대 초반의 출산율은 -12.4명으로 가장 크게 감소했다.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51.9%로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미혼 여성 중에서는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응답한 비율이 59.5%에 달했다. 이 밖에 질병이나 사고로 병치레를 하는 유병 기간을 제외한 기대수명은 64.9세로 조사됐다. 남자가 64.7세, 여자가 65.2세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청년 실업난에…작년 혼인 사상 최저

    청년 실업난에…작년 혼인 사상 최저

    1년새 6% 줄어 26만 4455건 30대 초반 혼인율 최대폭 감소 청년 실업에 집값 부담 등 여파 이혼율 줄어도 ‘황혼이혼’ 껑충 태국 여성과 결혼 41% 늘어 청년 실업과 집값 상승, 혼인 적령기 인구 감소 등이 겹쳐 지난해 우리나라의 혼인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17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따지는 조혼인율은 5.2건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26만 4500건으로 전년 대비 6.1% 감소해 1974년 이후 4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연간 혼인 건수 감소 추세는 2012년 이후 6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혼인 건수는 1996년에 43만건이었으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30만건대로 떨어졌다가 2016년에는 20만건대로 추락했다. 전년 대비 혼인 건수가 가장 크게 감소한 연령은 남녀 모두 30대 초반으로 남성이 10.3%(-1만 1300건), 여성이 9.0%(-7900건) 각각 급감했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인 데다 최악의 청년실업률 고공행진으로 결혼 여건이 악화됐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인구구조적인 면에서 30대 초반 인구가 전년 대비 5.6%가량 감소했고, 20대 후반의 청년실업률과 전세 가격 상승 등 혼인을 위한 독립적 생계 여건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11.9% 줄어든 35만 7700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도 1.05명으로 1970년 집계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이 과장은 “보통 결혼을 하고 2년 정도 후에는 첫째 아이를 낳는 경우가 많은데 2016∼2017년 모두 결혼 건수가 5% 이상 감소해, 2∼3년 후에는 출산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혼인 건수의 감소는 이혼율 감소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혼율은 꾸준히 줄고 있지만, 결혼 20년 이후 ‘황혼 이혼’ 비중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결혼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은 3만 3124건으로 10년 전인 2007년(2만 4995건)보다 1.3배 늘었고, 전체의 31.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남녀 평균 이혼연령은 각각 47.6세, 44.0세로 전년보다 각각 0.4세 상승했다. 남자의 연령별 이혼 구성비를 보면 40대 후반이 18.7%로 가장 많았고 40대 초반(15.8%), 50대 초반(15.2%) 등이 뒤를 이었다. 여자 이혼은 40대 후반(17.3%), 40대 초반(17.1%) 등에서 많았고 30대 후반과 50대 후반을 제외한 나머지 연령층은 대체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10년 전에 비해 남성의 초혼 연령은 1.8세, 여성은 2.2세 상승했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이 32.9세, 여성이 30.2세로 전년보다 남성은 0.2세, 여성은 0.1세 높아졌다. 외국인과의 혼인은 지난해 2만 835건으로 전년보다 1.2%(244건) 늘었다. 외국인 아내의 국적은 베트남(36.1%), 중국(26.1%), 태국(6.8%) 순으로 많았고, 외국인 남편의 국적은 중국(25.5%), 미국(23.3%), 베트남(9.8%) 순이었다. 특히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태국 국적 여성은 전년보다 41.3% 늘어 증가 폭이 컸다. 이 과장은 “결혼 이민비자 숫자는 꾸준히 줄어드는 중”이라면서 “지난해 태국인 결혼 이민비자 입국이 큰 폭으로 늘면서 전체 외국인과의 결혼도 소폭 늘었다”고 설명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육아 환경 든든한 세종 서울시 출산율의 2배

    육아 환경 든든한 세종 서울시 출산율의 2배

    서울과 세종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차이가 2배에 이르는 등 지역별 출산율 격차가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저출산 대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착수하기로 했다.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2차관 등이 참석한 간부 회의를 소집해 “국가재정운용계획(5년 단위)을 손질해 저출산과 관련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또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1.05명으로 떨어진 것과 관련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저해하는 큰 위험 요인이며 과감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주거와 교육 등 생애 주기의 관점에서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실제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이 1.67명으로 가장 높았다. 2015년부터 합계출산율 1위 지역에 오른 세종은 중앙 부처 공무원과 국책 연구기관 종사자 등 고용이 안정된 데다 보육·교육 관련 공공인프라 등도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서울(0.84명)의 2배에 이르는 것이다. 서울은 2010년부터 합계출산율 전국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과 세종의 출산율 격차는 2015년 1.89배(세종 1.89명, 서울 1.00명), 2016년 1.94배(세종 1.82명, 서울 0.94명) 등으로 커지고 있다. 전국 합계출산율이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되는 1.3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1년부터다. 이후 17년 연속 초저출산 국가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는 실정이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사설] 재앙으로 다가온 인구절벽, 비상 대응 필요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기가 35만명 선으로 떨어졌다는 충격적이고 암울한 소식이 전해졌다. 2001년 신생아 수가 55만명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17년 만에 무려 20만명이 준 셈이다. 15세부터 49세까지의 가임 여성이 낳는 자녀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도 역대 최저치인 1.05명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평균인 1.68명(2015년 기준)을 크게 밑도는 것은 물론 지구촌 전체를 통틀어도 2010년의 대만(0.89명)을 제외하곤 유례가 없다니 이만저만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이런 추세로 가다간 불과 5~6년 안에 신생아 수 20만명대 시대로 진입하게 되고, 2030년 전후로 봤던 총인구 감소 시점도 훨씬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국가적 재앙이 눈앞에 닥친 셈이다. 주지하다시피 저출산·고령화는 국가 존립의 문제다. 먹여 살릴 사람은 많은데 일할 사람이 없으니 생산 감소-소득 감소-소비 위축-경제 불황의 악순환 구조로 빠져들면서 나라 전체가 성장동력을 잃고 쇠락의 길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점은 이 모든 흐름이 정부나 전문가들의 예측치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저출산고령화 정책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정부가 처음 저출산 예산을 마련한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약 1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었으나, 아동 보육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 지금의 정책만으론 저출산의 원인인 젊은 세대의 결혼 기피 흐름을 막는 데 역부족인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 해결의 모델로 꼽히는 프랑스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어 우리(GDP 대비 1.38%)를 크게 웃돈 만큼 우리도 이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막대한 세금 부담과 함께 그 효과가 나타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목전의 인구절벽 사태를 헤쳐 가기 어렵다는 데 있다. 결혼해 아이를 낳는 것이 ‘혼족’으로 사는 것보다 훨씬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힘써 나가되 생산활동인구 유지를 위해 더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강구하는 방안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인구절벽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가 해결책으로 출산 장려와 별개로 이민 정책을 제시한 사실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 佛 수준 출산율 올리려면 정부 예산 年30조원 써야

    정부가 저출산 해결을 위해 122조원을 쏟아부었는데도 현실은 오히려 거꾸로다. 저출산 대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관론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저출산 예산이 제대로 집행이 안됐거나 과대 포장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저출산 예산의 규모와 추이를 살펴보면 선진국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족정책지출’ 규모가 해마다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타 선진국에 한참 미흡한 수준이다. 가족정책지출은 가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현금 지원 성격의 정부 지출을 뜻하며 크게 아동수당이나 육아휴직 급여 등 직접적 현금 지원, 보육료 지원이나 국공립 보육시설 지원 등 서비스 지원, 세제 지원 등 세 가지로 구분한다. OECD 평균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45%(2013년도 기준)인 반면 한국은 1.38%로 1%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저출산 극복의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꼽히는 프랑스는 3.70%로 2% 포인트 넘게 차이가 난다. 단순 계산해도 한국이 OECD 평균 수준이 되려면 1년 예산 규모가 15조원가량, 프랑스 수준이 되려면 30조원가량의 정부 예산을 써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OECD에서 한국보다 가족정책지출이 적은 나라는 터키, 멕시코, 미국뿐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한국이 다른 선진국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영역은 직접적 현금 지원이다. 한국은 0.18%인 반면 OECD 평균은 1.25%, 프랑스는 1.56%, 영국은 2.42%다. 대표적인 현금 지원인 아동수당의 경우 한국은 9월부터 5세까지 지급할 예정인 반면, 주요 선진국들은 수십년 전부터 16~18세까지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거의 모든 선진국들에서 공통된 경험이다. 프랑스는 합계출산율이 1995년 1.71명, 스웨덴은 2000년 1.56명까지 떨어졌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2015년 기준으로 각각 1.98명과 1.90명으로 회복했다. 인구 유지를 위한 최저선을 확보한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일반적으로 여성이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높아지는 반면, 한국에서는 맞벌이 부부의 평균 출생아 수가 외벌이보다도 적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 전반적인 성평등 수준과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각종 복지 제도의 차이 때문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썼는데도 출산율이 떨어진 게 아니다. 말 그대로 뿌린 대로 거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출생아 수 40만 선 첫 붕괴. 안양시, ‘저출산정책위원회’ 신설

    우리나라 지난해 출생아 수가 처음으로 40만명 선이 붕괴된 가운데 경기 안양시는 이번 달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한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1일 밝혔다. 출산과 양육 정책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조례는 저출산 극복 정책의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저출산정책위원회’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위원회는 출산 대책 전문가와 담당 부서 공무원 등 민·관합동으로 구성한다. 더불어 저출산 대책 시민참여단을 50명이내로 구성해, 저출산 대책 정책에 시민 의견을 반영해 추진한다. 다자녀 가정 기준도 기존 세 자녀에서 두 자녀를 둔 가정으로 확대했다. 최근 5년간 평균 3.54% 인구 감소율을 보이고 있는 시는 여러 출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출산장려금을 인상하고 산후조리비도 지원한다. 둘째 30만원, 셋재 이상 100만원이던 출산장려금을 둘째 100만원, 셋째 300만원, 넷째 500만원, 다섯째 이상은 1000만원으로 크게 인상했다. 또 아이를 출산한 모든 가정에 50만원의 산후조리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시는 한방 난임 부부 치료지원 사업을 2016년부터 벌이고 있다. 임신·태훈·자연건강에 대한 교육, 난임 부부 심리지원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난임부부가 고민을 나눌 수 있도록 동아리를 만들 계획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17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를 보면 출생아 수가 35만 7700명으로 전년대비 4만 8500 명(-11.9%)이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1.05명을 기록 1970년 출생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필운 시장은 “이번 조례 제정으로 결혼·임신·출산·보육·교육에 대한 체계적인 생애 주기별 맞춤형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라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
  • 노르웨이 육아휴직 49주간 임금 100% 보전

    노르웨이 육아휴직 49주간 임금 100% 보전

    출생아 40만명선이 무너진 것은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정부가 마련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등 대부분의 저출산 대책이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우리나라는 17년 연속 초저출산국가(합계출산율 1.3명 미만)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출산율이 유지된다면 2040년에는 30만명선이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학 전문가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출산율 감소 속도를 감안해 그보다 15년이나 빠른 2025년쯤 30만명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측했다.●책임과 반성 없는 저출산 대책 인구 감소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 누구도 책임지거나 반성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반성하지 않으니 파격이나 감동이 없다. 지난해 저출산 예산은 22조원이었다. 2000년대 들어 지금까지 모두 200조원을 투입했지만 정작 청년과 신혼부부 반응은 미지근하다. “차라리 신혼부부에게 공평하게 나눠 주면 기분이라도 좋을 것”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실제 22조원은 2011~2016년 혼인신고한 신혼부부 140만쌍에게 1가구당 1570만원을 줄 수 있는 돈이다. 심지어 아동학대 근절, 템플스테이 지원, 해외일자리 지원 등 효과에 의문이 드는 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저출산 대책으로 포장하는 사례도 끊이질 않았다. 반면 앞서 저출산을 경험한 유럽은 ‘아버지 할당제’라는 파격을 택했다. ‘할당제’라는 단어에서 강제력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부부 자율에 맡긴다. 휴직기간 소득을 대부분 보전해 주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강하다. 1993년 노르웨이, 1995년 스웨덴이 이 제도를 도입했다. 노르웨이는 49주간의 휴직기간 동안 임금의 100%를 보전해 준다. 이 중 14주를 아버지 할당제로 준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2008년에 이미 사용률이 97%를 넘었다. 스웨덴도 육아휴직 후 13개월 동안 평균 급여의 80%를 보전해 준다. 부부가 각각 2개월을 쓴 뒤 남은 9개월을 동등하게 나눠 쓰면 세액공제 혜택인 ‘양성평등 보너스’도 준다. 우리나라는 허용된 육아휴직 1년 중 첫 3개월간 급여는 월 최대 150만원(배우자 육아휴직 시 최대 200만원)에 그친다. 4개월부터는 월 최대 100만원으로 더 낮아진다. 내년부터 남은 9개월 급여의 상한선을 12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지만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분석에서 육아휴직 급여 평균 소득대체율은 2006년 35.7%에서 2015년 32.1%로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11~12월 육아휴직을 경험한 20~49세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을 결정할 때 가장 큰 고민은 ‘재정적 어려움’(31.0%)으로 조사됐다. ‘직장 상사·동료의 눈치’(19.5%)보다 많았다. ●성평등적 근로시간 단축 필요 사회 분위기와 정책이 모두 여성의 근로시간을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진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 전반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오로지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실제로 정부의 여성 일자리 대책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이 근로시간 단축 제도다. 이런 방식은 ‘보육 주체는 여성’이라는 인식을 더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남성의 육아 시간을 늘리려면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 보편적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여성에게만 맡겨 놓은 육아휴직은 오히려 경력단절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고용정보원 분석에서 여성이 육아휴직을 3개월 한 뒤 1년 직장 유지율은 73.6%였지만 1년 이상을 하면 37.4%로 낮아졌다. 윤정혜 고용정보원 책임연구원은 “복직 후 직장에서는 변한 근무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고, 가정에서는 보육시설이나 대체 양육자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구협회 조사에서 여성 육아휴직자들이 배우자와 갈등을 빚는 이유 1위는 ‘배우자가 양육을 내게 전적으로 부담시켜서’(63.3%)였다. 결국 남녀 모두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런 문제는 ‘맞벌이 부부의 역설’에서도 드러난다. 소득이 높으면 자녀가 많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통계청의 ‘2016년 신혼부부 통계’를 보면 맞벌이 부부의 평균 출생아 수는 0.71명으로 외벌이 부부(0.88명)보다 적었다. 여성이 직장을 다니면 아이를 돌볼 여유가 없기 때문에 아예 가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해결책은 부부의 ‘교차 돌봄’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정치권, 기업의 결단이 필요하다. 네덜란드는 남성 노동자 중 주당 35시간 이하로 일하는 비율이 20%다. 반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80%대다. 전체 노동자 중 1주일에 4일만 일하는 비율이 80%이기 때문에 기업은 늘 10~20% 유휴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숫자 얽매인 목표지향주의 벗어나야 대다수 지방자치단체가 도입한 ‘출산장려금’ 제도의 재정비도 필요하다. 대전시는 출산장려금으로 둘째 아이를 낳으면 30만원, 셋째 아이를 낳으면 50만원을 각각 지원하지만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12.9% 줄었다. 2015년부터 출산장려금 최고액을 2000만원으로 올린 충남 청양군은 출생아가 2015년 170명, 2016년 135명, 지난해 121명으로 감소했다. 강원 속초시는 2006년부터 둘째 120만원, 셋째 이상 360만원씩 주던 장려금을 2015년 없앴다. 출산장려금을 모아 어린이집 돌봄시간과 초등학생 방과 후 돌봄 인력 확대 등 지역의 전반적인 돌봄 역량을 확대하는 데 쏟아부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초등학생 돌봄 정책은 지역 주민의 자원봉사나 재능기부를 활용하도록 돼 있다. 목표 지향적 인식에서 탈피해 임금, 근로시간, 주거 등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화점 나열식 정책을 모두 정리하고 ‘똘똘한 한 놈’을 근성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김종훈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의 선택과 집중, 정책 수요자 중심으로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며 “장기 구조적 저출산 문제가 극복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가용한 모든 정책 방안을 저출산 대책 이름 아래 모아 놓는 방식에서 이제 탈피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작년 12월 사망자, 출생아 첫 추월… 인구 자연감소 ‘쇼크’

    작년 12월 사망자, 출생아 첫 추월… 인구 자연감소 ‘쇼크’

    청년실업·주거문제에 혼인 급감 인구감소 2028년보다 빨라질 듯 세종시만 유일하게 출생아 늘어“최악의 시나리오보다도 더 최악이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17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는 저출산·고령화가 강타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2016년 12월 장래 인구 추계를 발표할 당시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가정한 합계출산율 1.07명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이 2016년 당시 예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체 인구는 2018년 5164만명에서 점차 늘어나 2027년 5226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8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다. 2040년에는 5100만명, 2044년에는 5000만명, 2047년에는 4900만명 이하로 급속히 감소한다. 여기에 지난해 합계출산율을 대입한다면 인구감소 속도는 더 빨라지게 된다.저출산이 계속되면 어느 시점엔 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출생아는 2만 5000명이었는데 사망자는 2만 6900명으로 인구가 1900명 줄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으로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 한파로 인해 일시적으로 사망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성큼 다가온 인구 감소의 징조로 해석할 만한 신호인 셈이다. 출산을 가장 많이 하는 연령대인 30대 초반 출산율이 크게 감소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연령별 출산율을 보면 30~34세 여성 1000명당 출산율이 지난해 97.7명으로 전년 대비 11.3%나 감소했다. 30대 초반 출산율은 2010년 이후 꾸준히 1000명당 110명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100명 밑으로 떨어졌다. 평균 출산 연령은 첫째는 31.6세, 둘째는 33.4세, 셋째는 34.9세였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중도 29.4%로 전년 대비 3.0% 포인트 늘었다.청년 실업과 주거 문제는 혼인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출산율 하락을 부채질한다. 혼인 건수는 2015년 30만 2800건을 기록하고 2016년 28만 1600건으로 내려간 뒤 지난해 26만 4500건으로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혼인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인구 감소지만 결혼 주연령층의 실업률 상승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세종만 유일하게 출생아 수가 2016년 3300명에서 2017년 3500명으로 6.1% 증가했을 뿐 16개 시·도 모두 감소했다. 특히 울산(-13.8%), 부산(-1.37%), 인천(-13.6%)에서 많이 줄었다. 합계출산율 자체는 17개 시·도 모두 전년 대비 감소한 가운데 특히 서울(0.84명)과 부산(0.98명)이 1명 이하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세종으로 1.67명이었고 전남(1.33명)과 제주(1.331명)가 뒤를 이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재앙 치닫는 저출산…‘신생아 35만’ 최저

    지난해 우리나라 신생아 수는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35만명대로 추락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도 1.05명으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이 1.10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05년(1.08명) 이후 12년 만이다.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아이 울음소리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저출산 문제는 국가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재앙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17년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2016년 40만 6200명이었던 출생아 수는 지난해 35만 7700명으로 전년 대비 11.9%나 감소했다. 감소폭도 2001년(-12.5%)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았다.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이 2.1명인데 그 절반밖에 안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평균은 1.68명이다. 2015년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1.30에 미치지 못하는 나라는 한국과 폴란드, 포르투갈밖에 없다. 1970년만 해도 한 해 100만명이었던 출생아 수는 2002년 49만명으로 절반 넘게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엔 인구학자들이 생각하는 심리적 마지노선까지 무너졌다. 전 세계에서 한 세대 만에 출생아 숫자가 반 토막으로 줄어 인구절벽에 직면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粗)출생률 역시 7.0명으로 전년보다 0.9명(11.4%) 줄어들었다. 지난해 인구 자연 증가 규모는 7만 2000명으로 10만명 수준이 무너졌다. 출산율 하락 추세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12월에는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인구 감소 현상까지 나타났다. 낮은 혼인율과 높은 청년실업률,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문제 등 출산을 꺼리게 만드는 현실적인 걸림돌을 치우기 위해서는 좀더 적극적인 정부 정책이 절실하다는 요구가 높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초점] ‘무용지물’ 저출산 대책…파격이 없다

    [초점] ‘무용지물’ 저출산 대책…파격이 없다

    17년 연속 초저출산국가 오명 곧 출생아 30만명선도 위태 감동도 반성도…책임도 없는 정책들 출생아 40만명선이 무너진 것은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정부가 마련했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등 대부분의 저출산 대책이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출생아 수는 2000년 63만 4500명에 이르렀지만 2002년 49만 2100명으로 50만명선을 내줬고 이후 계속 감소하면서 2016년 40만 6200명을 기록했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은 1.05명이다. 2001년부터 17년 연속 초저출산국가(합계출산율 1.3명 미만)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닥칠 상황이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출산율이 유지된다면 2040년에는 30만명선이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학 전문가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출산율 감소 속도를 감안해 그보다 15년이나 빠른 2025년쯤 30만명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측했다.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 국가경쟁력 감소가 불가피해진다. ●책임과 반성 없는 저출산 정책 인구 감소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 누구도 책임지거나 반성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반성하지 않으니 파격이나 감동이 없다. 그 사이 저출산 대책은 밋밋한 누더기 정책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저출산 예산은 22조원이었다. 2000년대 들어 지금까지 모두 200조원을 투입했지만 정작 청년과 신혼부부 반응은 미지근하다. “차라리 그 돈을 신혼부부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면 기분이라도 좋을 것”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실제 22조원은 2011~2016년 혼인신고한 신혼부부 140만쌍에게 1가구당 1570만원을 줄 수 있는 돈이다.심지어 정부가 지금까지 썼다고 밝힌 저출산 예산 200조원의 실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예로 지난해 정부가 투입한 일·가정 양립 예산 1조원의 대부분은 고용보험기금에서 충당했다. 고용보험기금은 노동자와 사업주가 내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예산이 아니다. 아동학대 근절, 템플스테이 지원, 해외일자리 지원 등 효과성에 의문이 드는 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저출산 대책으로 포장하는 사례도 끊이질 않았다. 반면 우리나라보다 앞서 저출산을 경험한 유럽 국가들의 정책을 살펴보면 파격의 필요성에 공감하게 된다. 위기에 직면한 유럽 선진국들은 ‘아버지 할당제’를 앞다퉈 도입했다. ‘할당제’라는 단어에서 강제력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부부 자율에 맡긴다. 단 ‘Use or Lose’(쓰지 않으면 사라짐)를 기초로 하고 있어 아버지가 쓰지 않으면 어머니가 쓰는 것이 아니라 그 해 휴직 권리 자체가 사라진다. 중요한 부분은 휴직 급여 수준이다. 휴직기간 본인의 소득을 대부분 보전해주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강하다. 1993년 노르웨이, 1995년 스웨덴이 이 제도를 도입했다. 1993년 세계 최초로 육아휴직 아버지 할당제를 도입한 노르웨이는 49주간의 휴직기간 동안 임금의 100%를 보전해준다. 이 중 14주를 아버지 할당제로 준다. 쓰지 않으면 사라지기 때문에 자녀가 있는 남성의 90% 이상이 이 휴가제를 쓴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2008년에 사용률이 97%를 넘었다. 스웨덴도 육아휴직 후 13개월 동안 평균 급여의 80%를 보전해준다. 부부가 각각 2개월을 쓴 뒤 남은 9개월을 동등하게 나눠 쓰면 세액공제 혜택인 ‘양성평등 보너스’도 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득을 보전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허용된 육아휴직 기간 1년 중 첫 3개월간 급여는 월 최대 150만원(추가 배우자 육아휴직시 최대 200만원)에 그친다. 4개월부터는 월 최대 100만원으로 더 낮아진다. 내년부터 남은 9개월 동안 급여를 120만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소득을 대체하기에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지난해 1인 가구 중위소득(모든 가구를 소득 기준으로 한 줄로 세웠을 때 맨 가운데에 있는 소득)은 165만원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분석에서 육아휴직 급여 평균 소득대체율은 2006년 35.7%에서 2015년 32.1%로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육아휴직 기간은 남녀 각각 1년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짧지 않지만 이런 낮은 급여비 때문에 육아휴직을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11~12월 육아휴직을 경험한 20~49세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을 결정할 때 가장 큰 고민은 ‘재정적 어려움’(31.0%)으로 조사됐다. ‘직장 상사·동료의 눈치’(19.5%)보다 비율이 높았다. ●성평등적 근로시간 단축 필요 사회 분위기와 정책이 모두 여성의 근로시간을 줄이는데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진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 전반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오로지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실제로 정부의 여성 일자리 대책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이 근로시간 단축 제도다. 이런 방식은 ‘보육 주체는 여성’이라는 인식을 더욱 깊이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남성의 육아 시간을 늘리려면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 보편적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여성에게만 맡겨 놓은 육아휴직은 오히려 경력단절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지난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휴직 기간은 6.6개월로 여성(10.1개월)보다 짧았다. 고용정보원 분석에서 여성이 육아휴직을 3개월 한 뒤 1년 직장 유지율은 73.6%였지만 1년 이상을 하면 37.4%로 낮아졌다. 윤정혜 고용정보원 책임연구원은 “육아휴직이 경력단절방지로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는 복직 후 직장에서는 변한 근무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고, 가정에서는 보육시설이나 대체 양육자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육아휴직 제도만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장려하는 것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인구협회 조사에서 여성 육아휴직자들이 배우자와 갈등을 빚는 이유 1위는 ‘배우자가 양육을 내게 전적으로 부담시켜서’(63.3%)로 집계됐다. 결국 남녀 모두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런 문제는 ‘맞벌이 부부의 역설’에서도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으면 자녀가 많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최근 정부 발표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통계청의 ‘2016년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의 평균 출생아 수는 0.71명으로 외벌이 부부(0.88명)보다 적었다. 또 아내가 경제활동을 할 때 자녀가 있는 비율은 57.4%였지만 아내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부부는 70.1%로 훨씬 높았다. 여성이 직장을 다니면 아이를 돌볼 여유가 없기 때문에 아예 아이를 가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해결책은 부부의 ‘교차 돌봄’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정치권, 기업의 결단이 필요하다. 네덜란드는 남성 노동자 중 주당 35시간 이하로 일하는 비율이 20%다. 반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80%대다. 전체 노동자 중 4일만 일하는 비율이 80%이기 때문에 기업은 늘 10~20% 유휴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늦었지만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는 최근 만 5세 이하 자녀를 둔 공무원이면 2년 범위 내에서 최대 하루 2시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숫자에 얽매인 목표지향주의 벗어나야 대다수 지방자치단체가 도입한 ‘출산장려금’ 제도의 재정비도 필요하다. 지자체들이 해마다 경쟁적으로 출산장려금을 올리고 있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전시는 출산장려금으로 둘째 아이를 낳으면 30만원, 셋째 아이를 낳으면 50만원을 각각 지원하지만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12.9% 감소했다. 2015년부터 출산장려금 최고액을 2000만원으로 올린 충남 청양군은 출생아가 2015년 170명, 2016년 135명, 지난해 121명으로 감소했다.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강원 속초시는 2006년부터 둘째 120만원, 셋째 이상 360만원씩 주던 장려금 제도를 2015년 없앴다. 심인선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남 지역 19~39세 청년층 2209명을 대상으로 출산장려금이 출산에 미치는 효과를 조사한 결과 부정적 응답이 52.1%로 더 높았다”며 “출산장려금 확대가 필요한지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이런 예산을 모아 어린이집 돌봄시간과 초등학생 방과 후 돌봄 인력 확대 등 지역의 전반적인 돌봄 역량을 확대하는데 쏟아부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초등학생 돌봄 강화 인력은 예산 투입이 아닌 지역 주민의 자원봉사나 재능기부를 활용하도록 돼 있다. 산아 제한 정책처럼 목표 지향적인 인식에서 탈피해 임금, 근로시간, 주거 등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화점 나열식 정책을 모두 정리하고 ‘똘똘한 한 놈’을 근성있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김종훈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의 선택과 집중, 정책 수요자 중심으로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며 “장기 구조적 저출산 문제가 극복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가용한 모든 정책 방안을 저출산 대책 이름 아래 모아 놓는 방식에서 이제 탈피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일·가정양립 액션플랜을 수립한 뒤 오는 3월 새 저출산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안양시 다섯 자녀 어머니, “아이 낳고 키우는 일, 자부심 갖는 문화 조성돼야”

    “아이 낳고 키우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합니다.” 경기 안양시는 다자녀 가정 세 가구를 초청해 학부모로부터 아아를 낮고 키우는 어려움에 대해 들었다고 22일 밝혔다. 다섯 자녀를 둔 한 어머니는 “아이들과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마트·공원에 갈 때 주변 사람의 눈치를 본다”라며 다자녀를 키우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아이 낳고 키우는 것은 나라를 위해 중요한 일이며 자부심 갖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다섯 자녀 어머니는 “아이 낳는 일이 두려운 예비 부모가 있다면 아이가 주는 행복감을 느껴보라”고 조언했다.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의 초 저출산시대가 17년째 지속돼 인구절벽, 출산절벽 위기에 직면했다, 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육아·교육 등 다자녀 가정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을 확대했다. 셋째아 이상 자녀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필요경비와 셋째아의 유치원 입학준비금 10여만원을 지급한다. 기존 세째아 이상의 어린이집 입학준비금 지원은 모든 영유아로 대상을 확대했다. 시는 부모들의 양육·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고,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전국 최초로 민간어린이집 준공영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다자녀가정의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를 보면 설문에 참여한 500명 다자녀 가정 어머니 중 25.6%가 ‘삶에 불만족’, 54.4%가 ‘보통’이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만족’ 응답은 20%에 그쳐 세자녀 이상을 키우는 어머니들의 삶의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스트레스 지수도 최고 10점(스트레스 않음 ) 기준, 7점 응답률이 가장 높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병호 연구위원은 “한국의 세자녀 이상 비율은 10%정도로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초 저출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다자녀가정 지원정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필운 안양시장은 “교육비 부담으로 다자녀들이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다자녀 가정 지원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In&Out] 기본소득, 두려워할 필요 없는 혁신적 복지제도/최한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

    [In&Out] 기본소득, 두려워할 필요 없는 혁신적 복지제도/최한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

    만약 정부가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이라는 조건 없는 돈을 지급한다면 이들의 행동은 어떻게 바뀔까? 이 물음을 위한 실험이 작년 핀란드에서 시작됐다. 2000명의 실업자를 상대로 월 70만원의 현금 급여를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고 지급한 것이다. 핀란드 정부의 이러한 대담한 시도에 관심이 쏟아지면서 우리도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몇 가지 이유로 기본소득에 부정적이다. 첫째, 기본소득이 근로 유인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2015년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의 경제학자들은 멕시코와 필리핀 등 6개 개발도상국가에서 진행된 현금이전성 사회부조가 사람들의 노동 의욕을 감소시키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선진국도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1982년부터 해마다 1000~2000달러 수준의 기본소득을 지급한 미국 알래스카의 경우다. 최근 연구는 기본소득 지급 후 알래스카의 고용률이 다른 주에 비해 낮지 않다는 점을 보여 줬다.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빈곤층에 현금을 줄 경우 술과 담배 같은 재화에 낭비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전 세계 현금성 지원사업을 조사한 세계은행의 연구는 빈곤층이 현금을 받은 후 담배나 술에 대한 소비를 늘리지 않았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오히려 현물 급여를 기본소득과 같은 현금 급여로 대체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2006~16년 저출산 예산은 80조 2000억원이었는데 2016년 합계출산율은 1.3명 수준이었다. 이를 그 기간의 출생아 수 499만명으로 나누면 1인당 약 1600만원의 예산이 사용된 셈이다. 사람들은 차라리 가구에 1600만원의 출산수당을 줬다면 출산율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복잡할 뿐 성과가 의심스러운 잡다한 사업보다 불필요한 행정비용 없이 수혜자의 만족도가 높은 현금 이전에 대한 선호는 자연스럽게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요인은 예산이다. 2015년 기준으로 1인당 월 2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120조원이 필요하다. 같은 해 정부 예산이 375조원이고 보건·복지·고용 예산이 115조 7000억원임을 생각하면 기본소득 사업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전면적 도입보다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정책 실험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특히 소득이 낮으나 정부의 지원이 미흡한 청년 계층을 대상으로 한 청년수당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핀란드처럼 실험을 위한 법률 제정을 고려해 봄직하다.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데 집단마다 다른 방식의 지급이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 성과평가에 필요한 데이터는 어떻게 수집·관리할 것인지 등의 문제를 국회가 정하는 것이 옳다. 마지막으로 지역 단위의 실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 실험은 비용뿐 아니라 제도 운영의 경직성이 문제가 된다. 따라서 자치단체 차원에서 실험하되 설계와 예산, 평가에서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할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정책 결정자들은 사람들에게 현금을 주면 게을러질 것이라는 생각에 현금 수당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견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는 기본소득과 같은 현금 수당 지급이 빈곤 문제를 다루는 가장 효과적 방법 중 하나이며, 따라서 현금 수당을 받는 ‘게으른 빈곤층’의 고정관념을 버릴 것을 제안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사고와 대담한 도전이 필요한 것은 개인이나 기업만이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 모두 기본소득의 혁신성을 인식하고 보다 열린 자세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
  • [열린세상] 하나의 민족, 하나의 나라/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부소장

    [열린세상] 하나의 민족, 하나의 나라/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부소장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스위스와의 경기는 감동적이었다. 수준 차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세계 랭킹 6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승부 근성은 내일을 기약하게 했다. 경기 내내 남과 북, 귀화한 선수까지 대한민국으로 하나 되어 투혼을 불사르는 것을 보면서 저것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단일팀에는 북한 선수 15명이 합류했고, 매 경기마다 그중 3명이 출전한다. 정수현처럼 기량 좋은 선수가 있고 젊은 선수들이라 금세 체제를 넘어 하나 된 민족의 단결된 힘을 보여 주었다. 더 좋았던 것은 귀화 선수가 4명 있다는 사실이다. 올림픽 대표팀 전체로는 144명 중 13%인 19명이 귀화 선수이고, 혈통과 무관한 선수도 13명이나 있다. 금발의 한국인, 벽안의 한국 사람이 태극 유니폼을 입고 뛰는 사실이 설레기까지 했다.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로 인구절벽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북한 주민이나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것이 사실상의 유일한 탈출구인지 모른다. 2016년을 기점으로 우리는 생산 가능 인구, 즉 노동력이 적절하게 공급되지 못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됐다. 달리 브레이크를 밟을 방법이 없으니 2031년부터는 총인구도 5296만명을 정점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예사롭지 않다.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면 기업은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떠나게 되고 경제는 활력을 잃어 가게 될 것이다. 북한은 합계출산율을 2.0명 가까이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통일은 인구절벽을 피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과거 헝가리, 체코 등 동구권 국가들의 체제 전환 과정에서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졌던 사례를 예방하고 건강이나 교육 등 노동력의 질을 높이는 노력은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이 될 것이다. 북한의 젊은 인력은 말이 통하고 기술 습득 능력이 뛰어나 통일 이전이라도 교류 협력이 활성화되면 노동력 부족 사태의 활로를 틔워 줄 수 있는 좋은 대안임에는 분명하다. 외국인을 활용하는 것은 현실이고 미래다. 이미 많은 외국 인력이 부족한 일손을 메우고 있고 외국인 유학생도 재작년부터 10만명 시대로 진입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지난해 204만명으로 100만명을 넘어선 2007년 이후 10년 만에 두 배가 됐다. 우리 국적을 선택하는 사례도 2008년 이후 매년 1만명 이상이다. 생김새만 이방인이지 말씨나 식성이 영락없는 한국인인 사람을 이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하면 다양성이라는 이점까지 얻을 수 있다. 이번 평창올림픽은 귀화 선수가 우리가 갖지 못한 기술과 능력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 준 좋은 사례다. 이미 우리는 네트워크 전쟁 시대에 돌입해 있다. 한민족이라는 단일 민족만 주장해서는 지구촌 경쟁을 주도하기 어렵다. 활동 무대를 넓히고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면 외국인이 가진 언어나 문화적 능력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이 바로 그런 나라다. 1968년에 인구 2억명 수준이었으나 매년 100만명 이상의 이민을 받아들여 반세기 만에 3억명을 넘어섰다. 트럼프가 역주행 페달을 밟으려 하지만 미국은 이민으로 살찌우고 있는 나라다. 영국이나 프랑스도 고령화 사회의 문턱에서 앵글로색슨이나 라틴 민족의 나라라는 자부심을 내려놓고 여러 민족이 같이 사는 나라라는 현실을 받아들여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중국은 뭉치는 차원을 넘어 민족적 자부심까지 공유하고 있다. 한족(漢族)의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것이 그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감안하면 50% 미만이어야 하지만 어머니가 한족이면 자식도 한족이 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훨씬 높다. 아버지가 이민족인 사람에 대한 차별 의식도 전혀 없다. 북한과의 교류 협력이 늘어나고 외국인까지 포함해 그 모두를 아우르는 용광로가 될 때 우리는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개방된 대한민국으로 변해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나 비용을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번 올림픽은 그런 부정적 에너지를 일소하고, 우리 사회가 다양하고 건실한 미래로 발돋움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구체화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세베리아서 첨단도시로… 나는 여섯 살 ‘세종’입니다

    세베리아서 첨단도시로… 나는 여섯 살 ‘세종’입니다

    숱한 우여곡절 끝에 2012년 출범한 세종시는 이제 명실상부한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에서 출발한 세종시는 어느새 인구 28만명을 넘어섰으며, 각종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최근 부동산 관련 통계에서 땅값·집값 상승률 1위를 휩쓸고 있는 데 이어 2일에는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전이 확정됐다. 어느새 건립 6년차를 맞은 세종시 변천사를 세종시의 입장에서 되짚어 봤다.제 이름은 세종시입니다. 2012년 7월 충남도에서 분리되면서 태어난 저는 이제 6살도 채 안 된 신도시입니다. 제가 태어나기 몇십년 전부터 저를 두고 여기저기서 다툼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건설 위헌 판결, 세종시 수정안 등 골치 아픈 일들이 많았습니다. 저의 또 다른 이름은 행정중심복합도시입니다. 줄여서 행복도시라고도 부릅니다. 어렸을 때 제 별명은 ‘세베리아’였습니다. ‘세종+시베리아’라는 뜻인데요. 몇 가지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겠습니다. 2012년 12월.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등 1단계 이전 부처들이 이곳으로 내려왔습니다. 그해 겨울, 세종에는 정말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세종 한가운데에 정부세종청사만 덩그러니 있었고, 주변은 모두 공사장이었습니다. 어찌나 스산하던지요. ‘세베리아’ 시절에는 밥 한 끼 먹기도 참 어려웠습니다. 점심시간만 되면 공무원들이 청사 구내식당으로 몰리다 보니 복도 끝까지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구내식당 반찬이 너무 빨리 떨어져 조금이라도 늦게 가면 냉동만두, 냉동돈까스 같은 즉석식품이 나오기도 했죠. 구내식당을 못 가서 청사 옆 아파트 공사장에 있는 ‘함바집’에서 끼니를 때우는 공무원들도 많았습니다. 제대로 된 밥을 먹으려면 차를 타고 조치원이나 공주까지 나가야 하는데, 왕복 2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점심 한 끼 먹는 데도 ‘전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하지만 ‘세베리아’도 이젠 옛말입니다. 이제는 서울 못지않은 식당가가 들어섰습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세종시 내 생활밀착형 업소는 7993곳으로 2016년 말(5692곳)에 비해 약 40% 증가했습니다. 음식점이 1174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동산 697곳, 커피숍 207곳, 이·미용 195곳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많은 사람이 세종시로 이사를 오면서 저의 ‘몸집’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세종시의 인구가 28만 4225명이라고 합니다. 세종시가 처음 생긴 2012년 말(11만 5388명)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이 늘어난 것입니다. 지난 6년 동안 전국에서 세종시로 17만 7195명이 새롭게 이주한 것이지요. 통계청의 ‘2017년 국내인구이동 통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 순유입 인구(3만 5000명) 중 대부분은 가까운 대전(40.3%) 출신이었다고 합니다. 경기(11.9%), 충남(11.2%) 지역에서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전입 이유를 살펴보니 흥미롭습니다. 지난해 세종 전입 사유를 조사해 봤더니 주택(16.4%)이 직업(8.9%)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직전 해인 2016년만 하더라도 세종 전입 사유로 직업(11.1%)이 주택(10.3%)보다 더 많았는데 말이죠. 예전에는 공무원들이 주로 많이 왔는데,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이렇게 제가 쑥쑥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 정부세종청사가 있습니다. 지금 40개 기관의 공무원 1만 4699명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내년에 서울과 과천에 있는 행안부와 과기정통부가 세종시로 이전하게 되면 제 덩치는 더욱 커질 것 같습니다. 여기에 중소벤처기업부 입주와 국회 세종시 분원 설치 얘기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다른 도시들에 비해 젊은 편입니다. 세종시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총 28만 4225명입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을 조사해 보니 36.7세였습니다.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나타난 전국 평균 연령이 41.5세이니까, 확실히 비교가 될 겁니다. 참, 요즘 뉴스를 보면 제가 1등을 했다는 소식이 많이 나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땅값 상승률은 3.88%였는데, 세종시(7.02%)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2016년엔 제주가 상승률 1위(8.33%)였지만 순위가 바뀐 것입니다. 집값도 덩달아 올랐습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시의 평균 누적 아파트값 상승률은 11.17%로 전국에서 1위였으며, 국토부가 조사한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 역시 5.77%로 전국 평균(5.5%)을 웃돌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제주도와 비교가 참 많이 됩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전국 시·도별 주민 500명씩 상대로 생활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세종시 주민의 67.6%가 ‘만족한다’고 답해 1위를 기록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살고 싶어 하는 제주도(64.8%)를 2위로 밀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소식이 마냥 기분 좋지만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세종시가 서울 강남 못지않은 ‘투기중심도시’로 변했다고 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냅니다. 정부는 세종 부동산이 과열 양상을 보였다고 판단해 청약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또 주변 충청권 인구를 세종시가 자꾸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기분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세종시의 출산율은 전국 1위를 자랑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세종시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출산하는 자녀수)은 1.82명으로 전국 평균(1.17명)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처음 이주가 이뤄진 2012년에는 1.6명이었는데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종이 유일하게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앞으로 제가 더 똑똑해질 것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세종 5-1 생활권(274만㎡)이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로 선정됐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미래 이곳에는 운전기사가 없는 자율주행 버스가 다니고, 재난대응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주민들의 안전을 책임질 것입니다.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미래도시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입니다. 개헌 논의와 맞물려 저의 염원이었던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가 14년 만에 현실화될지 여부도 기대됩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개헌안에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헌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저의 발전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저를 관리하는 ‘보호자’ 격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세종시를 단순히 하나의 신도시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 혁신과 상생을 통해 대한민국의 역사를 새롭게 써 가는 도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재수 안돼” 벌써 학원 몰려드는 예비 고1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인구는 크게 줄었지만, 학원을 찾는 고1 예비생의 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1 예비생은 새 교육과정으로 수업을 받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이전 교육과정의 과목들로 보는 ‘낀 세대’다. 보통 입시제도가 복잡해지거나 틀이 확실치 않을 때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진다. 28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고1이 되는 2002년생 학생수는 45만 9935명(지난해 4월 기준)이다. 한 학년 위 52만 2374명보다 6만 2400여명이나 적다. 2000년대 이후 저출산이 가속화하면서 2002년 합계출산율은 1.166명으로 전년(1.297명)보다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학생수가 줄면 학원가도 한산해져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측은 자사가 운영하는 5개 기숙학원의 예비 고1 수강생이 지난해보다 20%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대성학원 등 대형 입시학원의 예비 고1 종합반도 수강생이 10% 남짓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 전문가들은 고1 예비생이 학원으로 몰리는 건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 발표 1년 유예’의 역효과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고등학교 문·이과 구분이 없어지고 통합과학·통합사회 과목이 신설되는 등 교육과정이 바뀜에 따라 이들이 수능을 보는 2021학년도부터 시험 과목을 손질하고, 절대평가 과목을 늘리려 했다. 하지만 절대평가 확대를 두고 여론이 갈리자 수능 개편안 발표를 올해 8월로 1년 유예하고 적용 시점도 2022학년도로 바꿨다. 결국 올해 고1들은 통합과학·통합사회 과목을 배우고도, 이 과목이 수능에 포함되지 않는 등 혼란이 예상된다. 또 정부가 2022학년도부터는 수능뿐 아니라 학생부종합전형 제도도 개선하기로 해 올해 고1이 재수한다면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수시 전형 확대로 내신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이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특히 내신은 상대 평가 방식이라 학생수가 적은 학교에서는 작은 실수로도 성적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강북 지역 고교는 신입생 수가 크게 줄어 전교 수위권이 아니면 1등급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전국 분만병원 603곳… 10년 새 절반이하로

    저출산 영향으로 전국의 분만 의료기관 수가 10년 새 절반으로 급감했다.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6년도 제왕절개분만율 모니터링 결과’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산모가 분만한 의료기관 수는 603곳으로 2006년(1119곳)과 비교해 46.1% 감소했다. 총분만 건수는 2006년 43만 7096건에서 2016년 40만 67건으로 8.5% 줄었다. 특히 자연분만이 크게 줄었다. 자연분만은 같은 기간 27만 9667건에서 23만 1009건으로 17.4% 줄었다. 반면 제왕절개분만 건수는 15만 7429건에서 16만 9058건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만혼 영향으로 임신과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산모가 늘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여성 평균 초혼 연령은 30.1세로 1990년과 비교해 5.3세나 높아졌다. 남성도 32.8세로 같은 기간 5.0세 높아졌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6년 1.17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6년 기준 전체 분만 중 제왕절개분만이 차지하는 비율은 42.3%로 집계됐다. 2006년 제왕절개분만율은 36.0%였다. 제왕절개분만율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36%에 머물다 2013년부터 1% 포인트씩 꾸준히 늘어 2015년에 40%를 넘어섰다. 분만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30~34세로 전체의 47.4%를 차지했다. 다음은 35~39세가 22.8%였다. 30대 분만이 전체 분만 건수의 70.2%를 차지해 주된 출산연령대가 된 것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In&Out] 저출산·고령사회, 이민정책 실종을 경계한다/정기선 IOM이민정책연구원장

    [In&Out] 저출산·고령사회, 이민정책 실종을 경계한다/정기선 IOM이민정책연구원장

    작년 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인구문제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국민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 극복을 위해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자면서 저출산분야 정책방향과 추진과제를 우선적으로 제시했다. 이어 올해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을 전면 재구조화하고,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 등 고령사회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2016년 여성이 평생 동안 낳는 자녀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1.17명이었는데 2017년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2017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생산가능인구는 베이비붐세대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되는 2020년부터 연평균 30만명씩 줄어들 전망이다. 인구변동 대응의 시급성에 정부와 전 국민이 더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다. 통계청의 2016년 장래인구추계에서 가정한 중위추계 합계출산율이 1.38명임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인구변동을 전망할 때 고려하는 세 요인은 출산, 사망, 국제순이동이다. 이에 대응해 출산정책, 고령사회정책, 이민정책을 어떻게 추진하느냐가 인구변동과 국민의 삶의 질, 사회통합에 큰 영향을 준다. 2005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수립 이래로 저출산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놓고 다양한 정책시도를 했으나 그 성과는 미미했다. 그럼에도 저출산대책은 여전히 인구문제 해결을 위한 최우선 과제다. 하지만 나머지 두 정책도 그 중요성이 결코 덜하지 않다. 2026년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줄어들고 있는 생산가능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여성, 중고령인구뿐 아니라 외국인 이민자도 잠재인력으로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국정운영에서 이민정책에 대한 낮은 관심은 우려를 갖게 한다.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이민정책 관련 과제는 다문화가족과 그 자녀 지원, 국민대상 다문화 이해교육, 외국인 관광객 및 외국인투자기업유치 지원 등이 전부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210만명을 넘었고 이들 중 동포가 84만명인데도 말이다.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재외동포정책은 해외거주 동포 대상이다. 이번 정부에서 구성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정부위원으로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법무부 장관이 빠져 있다. 저출산고령사회를 대비하는 국가인구정책에 국제이주, 즉 이민정책의 중요성이 간과될까 걱정이다.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수립 당시는 급증하는 결혼이민여성 유입으로 다문화열풍이 거셌다. 그 후 10년간 다문화가족지원법,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등 이민 및 다문화사회에 대비한 기본법제들이 마련되고, 외국인정책기본계획과 다문화가족정책기본계획이 5개년 계획으로 수립됐다. 그중 일부 정책은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포함됐다. 지난 10년간 지나친 다문화열풍으로 인한 피로감이 최근 국제사회 난민위기와 맞물린 반이민·반다문화정서 확산 여파에 힘입어 이민·다문화에 대한 관심을 낮추고 있다. 우리의 인구적 상황을 감안하면 이민·다문화사회로의 전환은 거부할 수 없는 물결임에도 말이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은 1,2차 기본계획이 외국인력활용 및 다문화가족 통합에만 국한됐던 한계에서 진일보해 중장기 이민정책 방향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이민자 유입 및 유치, 이민자통합, 이민국제협력을 포괄하면서 비정주, 정주, 영주, 국적취득에 이르는 이민사회에 걸맞는 비자체계 개편 등을 포함하고 있다. 새 정부가 3차 기본계획을 전면 재구조화하면서 이런 이민정책적 요소가 배제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가 한낱 기우에 그치기를 희망한다.
  • [서울광장] 출산율과 낙태는 별개다/안미현 부국장 겸 산업부장

    [서울광장] 출산율과 낙태는 별개다/안미현 부국장 겸 산업부장

    정부가 지난 연말 낙태 문제를 공론화했을 때 지지 여론 못지않게 반대 여론도 들불처럼 일어났다. 인터넷에는 입에 담기도 민망한 댓글이 난무했다. 그중에 한 댓글이 눈길을 끌었다. “날이면 날마다 출산율 떨어진다고 아우성이면서 낙태를 허용하겠다니 제정신인가.”출산율이 비상이긴 하다. 임신 가능한 여성이 평생 동안 낳는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6년 기준 1.17명으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68명)은 물론 유엔의 초저출산 기준선인 1.3명에도 못 미친다. 낙태를 합법화하면 가뜩이나 날개 없는 출산율이 더 수직 낙하할 것이라는 게 ‘낙태 허용’ 반대 논리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아무리 절박해도 아기 낳지 않을 권리를 원천 봉쇄하면서 출산율 해법을 찾을 일은 아니다. 맞벌이를 하며 두 아이를 키우던 부부는 어느 날 덜컥 들어선 셋째 존재를 알게 됐다. 부부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남들처럼 학원을 보내는 것도 아닌데 수입이 변변치 않아 늘 헉헉대던 부부에게 셋째는 ‘우환’이고 ‘당혹감’ 그 자체였다. “분명히 남편이 수술을 받았는데…”라며 병원을 원망하던 부부는 몇 날 며칠 계산기를 두드려 보다가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그리고 범죄자가 됐다. 이 얘기를 털어놓는 아이 엄마에게 “이해한다”는 말 대신 조심스럽게 이런 말을 건넸다. “그래도 자기 먹을 건 자기가 갖고 태어난다는데 눈 딱 감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날 선 대꾸가 돌아왔다. “한번 직접 키워 보세요.” 유순한 편인 그는 자신의 공격적인 언사에 스스로도 놀랐던지 이내 “국가가 키워 줄 것도 아니고…”라며 말을 흐렸다. 이 엄마에게 우리는 자신의 성관계에 무책임하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고 매도할 수 있을까. 순간, ‘낙태가 문제가 아니라 이런 나라에서 아이를 낳는 것 자체가 범죄다’라는 댓글이 오버랩돼 떠올랐다. 물론 낙태를 허용하면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일리 있다. 그래서 낙태는 전면 허용이 아닌 부분 허용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피치 못할 유전적 질환, 전염성 질환, 강간 또는 준강간, 근친상간, 임신 여성의 목숨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경우 등 여섯 가지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수많은 일곱 가지, 여덟 가지 이유가 있다. 문란하지 않아도, 생명을 새털처럼 여기지 않아도 말이다. 지극히 평범한 우리 주변의 언니, 누나, 여동생 이야기다. 낙태가 불법이다 보니 무면허 의사를 찾거나 음성적인 방법으로 아이를 없애면서 위험에 내몰리는 여성도 적지 않다. 태아의 생명권이 소중하다면 여성의 생명권도 소중하다. 생활고에 온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뉴스가 지금도 종종 나온다. 별거나 이혼을 결정한 뒤 임신 사실을 뒤늦게 아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영국이나 일본은 이런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낙태 가능한 대상을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어느 단계의 태아까지를 인간으로 볼 것인가’라는 난제와 맞닿아 있다. 미국은 12주 미만 태아로 낙태 허용 대상을 제한한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는 수술 전 의사와의 상담을 의무화하고 상담 후 2~8일간의 숙려 기간을 둔다고 한다. OECD 회원국 중 80%가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설명이, 마치 낙태 허용이 선진국 수준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 같아 조금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게 현실인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 나라들이 생명을 경시해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게다. 지키기 어려운 법을 만들어 놓고 범법자를 양산하는 것은 뭔가 잘못됐다. 현행 모자보건법이 제정된 것은 45년 전인 1973년이다. 앞으로 많은 논의가 이뤄지겠지만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과 의사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법체계는 어떤 형태로든 고쳐져야 한다. 비혼모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을 강화하고 아이를 잘 낳고 기를 수 있도록 제도 환경을 보완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hyun@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시민 삶의 질 향상ㆍ도시 성장 ’ 온 힘… 예산 1조시대 연 광양

    [자치단체장 25시] ‘시민 삶의 질 향상ㆍ도시 성장 ’ 온 힘… 예산 1조시대 연 광양

    전남 광양시가 예산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인구 15만명의 중소도시에서 유일무이한 사례다. 전국 최초로 ‘어린이 보육재단’도 출범했다. 부모가 걱정 없이 아이를 낳아 키우고, 아이들은 잘 갖춰진 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라 아이 양육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다. 호남권에서 처음으로 소형, 대형, 트레일러, 레커 등 모든 차량의 기능시험이 가능한 ‘광양 운전 면허시험장’도 유치했다. 지난해 문을 연 LF스퀘어 테라스몰 광양점은 방문객 600만명을 돌파하면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LF스퀘어는 지난해 광양시 10대 뉴스 중 1위에 선정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모두 정현복(68) 광양시장이 2014년 취임 후 뚝심 있게 추진한 성과다. 광양제철소로만 알려진 광양은 전남 유일의 도립미술관이 들어서는 등 도심 곳곳에서 진행되는 개발 열기로 활기가 넘쳐나고 있다.●중소도시 유일무이 1조 예산 ‘대박 ’ 2014년도 광양시 예산은 6000억원대였으나 올해는 4000억원 넘게 증가한 1조원이 편성됐다. 정 시장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가 국회와 중앙부처 등을 밤낮없이 뛰어다닌 결과다. 도시 규모에 걸맞은 외형적인 성장과 도시경쟁력 강화, 정주여건 개선 및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시민들의 불편사항 해소를 위해 건의사항 115건 687억원이 예산에 반영되기도 했다. 인구 29여만명인 인근 여수시와 순천시 예산이 1조원이 조금 넘는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올해 시 부채도 제로가 됐다. 부채 256억원 전액을 10년 앞당겨 상환했다. 이자만 해도 16억원을 절감했다. 시 건전 재정 운용에 청신호를 켜는 큰 성과물이다. 도시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업형 산업단지 조성과 경쟁력 있는 성장 거점 구축을 위한 택지개발, 정부정책 방향에 맞는 사업발굴로 국고 확보에 정성을 다한 결과다. 정 시장은 “서민생활 안정과 정주여건 개선 등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겠다”며 “시민들 의견을 적극 반영해 지역발전을 위한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 등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임신~교육 ’ 생애주기별 서비스 정 시장의 공약사항인 ‘아이 양육하기 좋은 도시’는 부모가 아무 걱정 없이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고, 아이들은 잘 갖춰진 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도시를 말한다. 시골 촌 출신인 정 시장은 초등학교 졸업 후 형이 있는 광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다. 인근 지역도 아닌 먼 대도시에서 겪은 외로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 정책은 지역의 아이들이 어려움 없이 즐겁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동기이기도 하다.정 시장은 “2014년 광양시 평균 연령은 37.3세로 전남에서 가장 젊은 도시고, 합계출산율도 1.8명으로 전국 대비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며 “그만큼 젊은 부부와 아이들이 많은 도시 특성을 최대한 살려 나가기 위해 추진했다”고 밝혔다. 임신에서 출산, 보육, 교육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정착하기 위해 124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생아 양육비도 전국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 첫째와 둘째는 500만원, 셋째는 1000만원, 넷째부터는 2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지난 7월 ‘어린이 보육재단’이 출범한 후 6개월 동안 각계각층에서 참여와 성원이 줄을 잇고 있다. 짧은 기간에도 후원금 7억 2000만원이 모아졌다. ‘어린이집 대체보육교사 지원’이나 ‘방과 후 돌봄 어린이집 운영’, ‘발달장애 아동 조기 지원’ 등으로 쓰여지고 있다. 올해 ‘다 함께 돌봄센터 설치·운영’, ‘부모 및 보육 교사를 위한 맞춤형 교육’, ‘영유아의 전인적 성장발달 지원’ 등 12개 사업을 추진한다. 전남도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12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로부터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시의 교육 경쟁력도 높은 수준이다. 2002년부터 매년 100억원 이상 교육 분야에 지원하고 있다. 2017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의대와 치대, 서울대 등 주요 대학에 졸업생의 15.5%인 258명이 합격하는 성과를 거뒀다. 연도별 주요 대학 합격은 2014년 204명, 2015년 249명, 2016년 234명, 지난해 258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청년희망 행복광양’ 비전 선포 지난해 청년들의 목소리와 삶이 반영된 ‘청년희망 행복광양’ 비전을 선포했다. 청년 희망 일자리 지원, 정주여건 개선, 청년문화 생태계 조성, 청년 참여 확대 등 4대 분야 43개 세부사업이다. 주민 의견 수렴과 실사구시를 강조하는 정 시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현장행정을 실천하고 있다. 시 여건을 반영한 청년정책 공표를 위해 지난 4월부터 3개월 동안 청년들의 실태 파악을 직접 점검하기도 했다. 청년정책 기본구상을 토대로 ‘청년주도+행정지원+시민공감’의 청년정책을 수립했다. 청년 300여명 인터뷰와 청년정책 아이디어 공모·간담회, 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젊은이들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했다. 청년 일자리, 주거·결혼 문제 해결과 청년활동 강화를 핵심으로 4대 분야 43개 사업이 담긴 ‘청년희망 행복광양’ 기본계획도 확정했다. 올해부터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이자를 지원해 주는 ‘주택자금 대출이자 지원사업’을 시행한다. 지난해 11월 신한은행·한국주택금융공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결과다.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독신근로자는 연 3% 범위 내에서 주택구입 자금 연 300만원, 전세자금은 연 150만원까지 지원한다. 주택자금대출 이차보전사업으로 지원하는 금액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다. 정 시장은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청년들만 아닌 회사들의 주택분양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여성친화 ’ 16개 정책 추진 시는 지난달 여성가족부에서 지정하는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 5년간 ‘성 평등으로 만드는 미래 성장도시 광양’을 비전으로 정하고, 712억원을 투자한다. 5대 목표와 16개 정책, 60개 세부과제와 3가지 지역특화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한 여성 S.A.F.E Zone 조성 프로젝트(Safe·안전, Art·예술, Found·창업, Emotion·감수성)를 시행한다. 또 고용복지+센터에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비롯한 7개 기관을 한 건물에 입주시켜 일과 가정 양립 맞춤형 일자리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양성평등 교육 확대 등 성평등 분야를 비롯해 여성창업방 운영, 공중화장실 안심 비상벨 설치, 안심귀가의 집, 맘이 편한 센터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여성이 지역사회의 주체로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여성의 일자리, 돌봄, 사회참여 확대를 통한 아름다운 동행을 민·관이 협력해 여성이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광양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정현복 시장은 누구 9급부터 시작한 40년 공직… 중앙서도 인정하는 ‘예산통 ’ 전남 광양 골약동 출신이다. 1969년 광양군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전남도청 공보관과 신안군수 권한대행, 광양시 부시장 등을 거치는 등 만 40년 동안 다양한 공직 경험을 쌓았다. 도청 예산담당 시절, 전남도지사는 몰라도 ‘머리 벗겨진 정현복’은 중앙부처에서도 알 정도로 대표적인 예산통이었다. 9급에서 시작해 시장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더불어민주당 텃밭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서울 석세스 어워드 정치부문 기초자치단체장 대상과 2017 한국의 영향력 있는 최고경영자(CEO) 녹색경영부문상을 받았다.
  • [신년 인터뷰] “현 다당제는 파열된 양당제일 뿐… 개헌 때 선거제 개혁해야”

    [신년 인터뷰] “현 다당제는 파열된 양당제일 뿐… 개헌 때 선거제 개혁해야”

    법정에서, 또 거리에서 국내 인권, 환경, 복지 분야의 개선을 위해 활동해 온 원로 인권변호사 최병모(69) 법무법인 양재 대표가 요즘 ‘정치제도’를 강의하고 있다. 직접 프레젠테이션(PPT) 강의 자료를 만들어 부르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의 PPT 자료를 들춰 보니 1987년 체제의 한계, ‘차악 선택’의 수단이 된 소선구제의 병폐, 사회 다양성 구축에 초점을 맞춘 각국 제도에 대한 고민이 빼곡했다.“결국 제도입니다. 제도가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규정합니다. 1987년에서 한 세대가 지난 지금 다양한 사상이 각축을 벌이고 건전한 경쟁이 펼쳐지는 합리적인 정치제도를 설계해야 합니다.” 그는 공안 정국에 맞서 정의실천법조인회(1986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1988년) 창립에 참여해 인권운동을 하고, 환경운동연합 전신인 공해반대시민운동협의회를 창립(1986년)하고, 민변 회장을 맡아(2002년) 권력 하수인 노릇에 중독된 검찰·법조의 개혁을 외치고,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사장을 맡아(2007년) 국가의 후견적 역할을 강조하다 보니 “결국 정치제도가 문제”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현재는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를 비례대표제로 전환할 것을 주창하는 ‘비례민주주의연대’(대표 하승수·최태욱)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정치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개헌 움직임이 가시화된 올해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촛불집회에 참가했나. -지난겨울 광화문, 서울시청 앞에서 안국동, 종로까지 참 많이 걸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진 독재 정권의 부활 시도였는데 시민이 꺾었다. 촛불집회는 혁명이었다. 길게는 4·19 혁명, 5·18 광주, 6·10 항쟁의 연장선상에 있는 역사적 경로였다고 본다. 이제 촛불혁명을 완결하는 게 우리 사회의 목표가 돼야 한다. →촛불에 담긴 개헌의 의미는. -개헌과 함께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1987년 우리나라는 대통령 직선제만 도입하고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이전의 소선거구 1위 대표제(하나의 선거구에서 최다득표자 1명을 선출하는 제도)를 그대로 유지했다. 영국, 미국, 일본, 멕시코, 한국 등 소선거구제를 채택한 나라들의 특징은 양당제 국가라는 것이다. 프랑스 정치학자 모리스 뒤베르제에 따르면 ‘소선거구제에서는 유권자가 사표 방지 심리에 지배되는 결과 양당제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양당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결과를 가져오고 따라서 투표율도 낮다. 역으로 비례대표제는 견고한 다당제를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의회는 서서히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개혁될 것이다. →20대 총선과 국정 농단 사태, 19대 대선을 거치며 원내 정당이 5개인 다당제가 되지 않았나. -지금의 상태는 정상적인 다당제가 구현된 것이 아니라 정치공학적인 이유로 양당제가 파열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게 옳다. 우리나라 정치엔 또 지역 구도가 강하게 작용하니 어떤 지역의 맹주가 나타나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정당이 만들어졌다가 없어지는 일이 되풀이된다. 역대 대통령마다 당선을 전후해 새 당을 만들었다. 그런 ‘팬덤정치’에서는 국가와 사회를 어떻게 설계하겠다는 전망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사상이 제시되고 경쟁하는 체제가 이뤄져야 다당제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선 7~10% 지지를 받는 녹색당이 598석의 의석 중 40~60여석을 얻는다. 녹색당이 연합정부(연정) 구성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원전 폐기를 요구하자 이 정책이 실제 추진됐다. 후쿠시마 사태를 경험하고도 핵 마피아 세력을 무시하지 못하는 보수정당 의원들의 무기력으로 핵 폐기 정책을 채택하지 못한 일본과 차이가 얼마나 큰가. 우리도 의석을 400석으로 늘리고 150석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하여 정당 득표율에 따라 총의석을 배분하더라도 의회가 개혁되면 현재의 예산으로 충분할 것이다. →국정 농단을 거치며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 목소리가 높은데.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새누리당)이 개헌선까지 확보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4당 체제가 됐다. 그리고 선거 이튿날 검찰이 가습기살균제 사건 수사·기소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한다. 2011년에 이미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임신부가 죽었고 피해자가 수백 명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소환도 안 하던 검찰이 왜 그랬을까. 그것이 바로 의회가 국정의 지배권을 가졌을 때의 차이다. 최순실 사태가 폭로될 수 있었던 힘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하지만,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의회의 견제 기능이 작동하지 못해 언젠가는 제2의 박근혜가 출현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개혁해 의회가 국정의 중심이 되는 의회중심주의 국가로 가야만 민주주의가 도약할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뿐 아니라 서울시 조작간첩 사건 등에서 검찰이 증거조작 사실이 폭로됐는데도 무리하게 공소 유지를 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는데. -검찰이 결정권자가 아니라 의회를 장악한 정권의 하수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권력과 같은 배후세력도 사과를 못 하는 게 ‘잘못했다’고 하면 지지세력 30%마저 등을 돌릴 것이기 때문이다. 각자 지지세력 30%를 확보한 채 나머지 40%의 부동층을 두고 양대 정당이 싸우는 체제에서는 끝없이 대립해 국민을 분열시키려고 하고, 자기 세력에 불리한 진실은 은폐하려 한다. 그리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담합해 서로 부정을 눈감아 준다. →시혜적 복지 논란이 나오는 이유는. -초기에 독일의 비스마르크나 박정희 정권 같은 보수정권이 서민층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복지제도를 도입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선별적, 시혜적 복지에 그칠 뿐이다. 그것은 사람을 소득수준에 따라 구별 짓고, 복지 급여를 받으려면 정부의 재산·소득·가족관계 조사를 감수해야 하며, 그 결과 수급받는 쪽은 차별당하고 위축돼 사회가 분열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사회안전망, 국가의 후견적 역할에 충실한 보편주의 복지만이 복지를 통해 통합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다. 이 경우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납세자의 당연한 권리가 된다. →1987년 체제의 한계를 지적했는데. -1987년에 우리가 전두환 독재 정권의 항복을 받아 내고 나자 시민들은 모두 이제는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고 다음날부터는 생업으로 복귀했다. ‘너희들이 잘해 봐’ 하며 당시 독재 정권의 아성이던 민정당과 무기력한 야당 등 기성 정치인들에게 다시 헌법 개정을 맡겼으니 다른 안이 나올 수 없었다. 또 당시 (대통령 직선제를 겨우 되찾은) 우리는 의회 구성에 소선거구제가 아닌 다양한 선거제도가 있다는 사실이나 그 정치적인 함의를 잘 알지 못했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우리 역사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인 민주주의를 위해 쉼 없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1987년과 다르게 청년들이 지금 처한 현실 때문에 힘들어하고 희망 없음에 또 힘들어하는데. -그래도 항상 청년들이 현실을 바꾸는 데 앞장서 오지 않았나.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선거개혁을 주도하면 좋겠다. 선거개혁으로 원내 정당이 6~7개쯤 된다면 결국 좌파에서 중도우파까지 의석의 70%는 중산층 이하의 지지에 기반을 두게 될 것인데, 그러면 당연히 청년을 위한 정책에 우선순위가 주어질 것이다. 인구절벽이 눈앞에 와 있고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1.2 수준인데도 저출산 문제 해결이 왜 안 될까.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처럼 보수층이 자기의 이익을 양보하지 않으려는 음모 때문에 부실한 보육복지가 개선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보육, 의료 등의 영역은 다른 어떤 영역보다도 공공성이 우선돼야 함에도 그렇다. →올해 정치제도 변화는 실현될 수 있을까. -실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가톨릭에서 말하는 ‘대희년’(모든 것을 제자리로 회복하는 해)이 되기를 기대한다. 1987년 6월에 못 했던 것을 할 때가 됐다.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국가 권력으로 사익을 추구한 이명박·박근혜 사태에 책임이 있는 보수 정치권력 중에 왜 반성하는 이가 없을까 신기할 지경이다. 그것을 제압할 수 있는 힘 역시 국민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ant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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