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제도권 진입”의 신호탄/민중당 발기인대회의 의미
◎“계급정당은 아니다”… 진보노선 표방/“지지기반 잠식”… 평민ㆍ민주 이해 엇갈려/인물난 고심,세 확대가 최대의 과제
민중의 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연합추진위(민연추)가 21일 일부 재야인사와 진보적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민중당(가칭) 창당발기인대회를 가짐으로써 오는 9월20일 창당을 목표로 본격적인 창당작업에 착수했다.
재야단체의 창당작업은 평민당의 평민연과 민주당의 일부 재야출신의원들이 기존 제도정치권을 통해 정치에 입문한 데 비해 재야인사들이 「독자정당」 창당을 통해 정치권 진입을 시도한다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재야의 진보적 정치세력들이 이날 발기인대회를 가진 것은 그동안 「운동」위주의 장외투쟁에서 벗어나 제도정치권의 장내로 진입,「운동」과 「정치」의 접목을 시도한다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민중당(가칭)은 이날 채택한 발기취지문에서 『민중당의 출범선언은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 여성 중간계층 중소상공인 등이 정치의 주인됨을 선언하는 것이며 자주ㆍ민주ㆍ통일ㆍ민중복지의 민족사를 개척하는 주체가 됨을 선포하는 것』이라며 그 지지기반이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 등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는 평민ㆍ민주당 등 기존 야당과는 달리 일반 민중을 중심으로 한 진보적 정당임을 표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우재 창당준비위 공동위원장은 민중당의 성격과 관련,『평민ㆍ민주 등 보수야당과는 달리 진취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며 기존야당과의 차이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좌경정당」이 될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민중이 주체가 되는 정당이기는 하지만 노동자등 특정계급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계급정당은 결코 아니다』는 주장이다.
가칭 민중당의 태동은 평민ㆍ민주당 등의 야권에는 미묘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대회에 박준규국회의장,이기택민주당총재,선 야권통합을 주장하며 민연추를 탈퇴한 「민주연합파」의 이부영ㆍ고영구씨 등이 화환을 보내 축하한 데 비해 평민당은 화환도 안보내고 축사를 거절,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즉 평민당은 전노협ㆍ전교조ㆍ운동권학생 등의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민중당의 출현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홍사덕부총재와 재야출신 노무현의원을 보내 축하를 했는데 홍부총재는 축사를 통해 『제도권 야당은 온건보수세력』이라고 규정,민중당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민중당이 싸우는 곳에 지원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해 사안별 연대와 협조를 취할 것임을 시사했다.
야권통합과 관련,이들은 『진정한 통합은 민중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며 선창당을 주장하면서 이부영씨등 선통합을 요구한 「민주연합파」와 결별할 정도여서 기존 야권의 통합논의가 아무리 활발해진다 해도 이들은 창당작업에만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연합파」와의 결별로 재야의 대표성이 약화돼 독자정당 결성에 인물난 등으로 세 약화라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민중당은 앞으로의 지구당 창당과정을 통해 조직을 정비,이러한 세 약화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7월23일까지 전국 73개 지구당조직책을 임명한 뒤 지구당창당대회를 통해 조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민중당은 울산ㆍ마산ㆍ창원등 노동자지역 21곳,전남 함평,경북 영양 등 농촌지역 15곳,대도시 영세민 밀집지역 10곳 등을 중점적으로 조직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이미 민중당 지지조직을 구성중인 교수ㆍ학생ㆍ노동자ㆍ여성외에 농민 등으로 확산,부문별 지지세력을 조직화할 방침이다. 이재오사무처장은 『14대 총선에서 당장 성공할 것으로 성급한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5∼6석 정도의 의석만 건지면 될 것』이라며 『그러나 세계사적으로 민중정당의 출현은 필연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10∼20년후의 먼 장래를 내다보고 민중당을 출범시킨다는 재야인사들의 정치적 성패는 그들의 지지기반인 「민중」의 지지를 얼마나 확대시키느냐에 달려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