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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아시아를 말하다] (하)인도네시아

    [문학! 아시아를 말하다] (하)인도네시아

    “포스트 포스트-식민주의를 꿈꾼다.”식민지배를 경험한 국가들의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는 식민유산의 청산이다.‘청산’이라 해서 무조건 쓸어내는 것만은 아니다. 어찌보면 어떤 시대든 한 시대가 지나면 그 시대에 대해 평가하고 정리하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그 작업 가운데 하나가 바로 포스트-식민주의다. 이 작업은 프랑스 식민지배 경험이 남긴 알제리의 혼란을 형상화한 프란츠 파농의 작업에서 시작됐다. 나이지리아의 치누아 아체베,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에드워드 사이드, 인도계 미국인 가야트리 스피박과 호미 바바의 작업들이 대표적인 포스트식민주의론으로 꼽힌다. ■ 김재용 원광대 교수 제시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조태성특파원|식민지배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끌다 90년대 초반 페미니즘이 활성화되면서 급격하게 유입됐다. 그러나 이들의 포스트식민주의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들 이론가들이 서양중심적인 시선 대신 스스로의 시각을 되찾자며 내세운 동양은 바로 서양제국주의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놓였던 아프리카와 아랍·인도 등 서아시아다. 같은 동양인인 일본에 침략과 지배를 받았던 동아시아국가들과 경험이 비슷할 수 있을까. 포스트-식민주의의 ‘뒤에 오면서, 동시에 뛰어넘는’ 포스트(post)가 하나 더 붙어야 하지 않을까. 문학평론가인 김재용 원광대 교수의 문제의식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인도네시아 국립대 심포지엄에서 발제에 나선 김 교수는 한국문학의 과제로 두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유럽중심주의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중심주의를 피한다며 만들어진 아시아주의의 함정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1940년대 ‘아시아인을 위한 아시아’라는 일제의 대동아공영권 구호는 동아시아 지식인들에게 엄청난 호소력을 발휘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의 많은 지식인들도 여기에 적극적으로 호응했습니다. 유럽중심의 근대라는 것을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동아공영권에서 보듯 이들의 아시아주의는 순수하지 못한 아시아주의다. 김 교수는 ‘본질주의적 아시아주의’와 ‘역사적 아시아주의’를 구분하자고 제안했다. “아시아인이기에 아시아는 하나여야 한다는 본질주의적 아시아주의는 기본적으로 폭력성을 안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을 놓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럽중심주의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아시아의 개별성을 인정해주는,‘역사적 아시아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동·서양을 동시에 안고 또 넘어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시민사회단체와 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연대를 강조했다. 일본식 국가주의 연대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인도네시아의 역할에 기대감을 표시했다.“인도네시아는 동아시아와 서아시아를 연결해주는 거점입니다. 역사적 아시아주의를 가꾸어 나가는 데 인도네시아가 지적 교류의 다리가 되어 줬으면 합니다.” 김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8월말쯤 인도네시아에서 국제학술회의를 열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주변국과 함께 식민지배의 경험과 청산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한국에는 ‘인도네시아와 타이완 등은 한국과 역사적인 경험이 달라 식민지가 근대화에 이바지했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이 널리 퍼져 있다.’고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학술대회를 통해 그런 한국의 통념도 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cho1904@seoul.co.kr ■ 이다 국립대 인문대학장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조태성특파원|인도네시아 국립대 구내에는 ‘태극기 휘날리며’‘올드보이’‘연애소설’ 등 한국영화 상영을 알리는 포스터가 꽤 눈에 띈다. 약하긴 하지만 한류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 화교 중심이지만 서서히 번질 조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학과가 설치된 대학은 없다. 인도네시아 국립대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박사급 연구자가 부족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심포지엄 뒤 열린 국립대와 ACN 관계자간 미팅에서 국립대는 이 문제를 강하게 거론했다. 이다 순다리 후센 인문대학장은 한국측의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불문학을 전공했다는 이다 학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지금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대단히 적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학과를 만드는데 양국의 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박사급 인력 5∼6명이 필요하다.”면서 “이들 인력의 양성·배치 방안과 한국측의 지원방안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면 초기에는 한국에 의존하겠지만 몇년 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한국학을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다 학장은 또 양국 대사관을 통해 양쪽 언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는 인력풀 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교류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cho1904@seoul.co.kr ■고영훈교수가 말하는 한·인니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조태성특파원|인도네시아 말은 매우 간단하다. 그래서 아주 문학적인 표현이나 고도의 전문용어가 아니라면 1년 살았거나 30년 살았거나 언어능력에서는 별 차이가 없을 정도다. 과거·현재·미래 시제도, 동사 변화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순한 언어가 있을 수 있을까. 비밀은 다양한 인종, 민족, 언어 구성에도 불구하고 2억 4000만 인구의 거대한 근대국가를 만들어냈다는 데 있다.19세기 말까지 인도네시아어 구어는 카스트에 따라 9단계의 존비법이 있는 대단히 복잡한 말이었다 한다. 그러나 근대국가건설과 국가통합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옛 구어는 폐지됐다. 대신 가장 간략한 말레이어 계통을 이어 받으며 문자는 알파벳을 차용했다. 단일민족국가인 한국과 공통점이 있을까. 인도네시아 또한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은 나라다. 중국보다 1년 앞선 1920년 아시아 최초의 공산당이 창당됐고, 저 유명한 ‘반둥회의’를 통해 제3세계 비동맹중립외교를 주창했다. 노무현-김정일을 연결해줄 수 있는 인물로 꼽혀 화제를 모았던 메가와티는 인도네시아의 국부 수카르노의 딸이다. 수카르노와 김일성은 제3세계 동지였다. 수카르노의 모나스타워와 김일성의 주체탑이 닮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반공국가 한국과 공통점이 있을까. 동시에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국가이기도 하다. 미국·일본 대사관에 장갑차가 진주해있고, 한국의 까다로워진 입국절차에 맞서 한국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대우를 철회하는 등 9·11 테러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는 나라다. 미국 중심 세계관에 젖어 있는 한국과 공통점이 있을까. 한국외대 고영훈 교수는 그럼에도 식민지 경험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봤다.250여년간의 네덜란드 통치 경험에 이은 3년반 정도에 걸친 일본의 식민통치. 일제는 백인에 맞서 황인의 이익을 지키자고 외쳤고, 네덜란드에 저항하던 인도네시아인들은 온 몸으로 일제를 환영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250년간 통치보다 3년반의 통치가 훨씬 더 가혹했던 것. 일제의 통치기법은 단순했다. 바로 한국을 36년간 통치한 기술을 그대로 옮겨와 적용하는 것.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에는 ‘Koreanlization’(한국화하다)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 여기에다 66년 수하르토 장군을 중심으로 한 반공우익 군부집단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일본에 경제 성장을 의존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민족주의자들을 억압한 것도 비슷하다. cho1904@seoul.co.kr ■노벨문학상 후보 거론 ‘파프람’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조태성특파원|프라무디아 아난다 토르.‘파(Pak·선생님)프람’이라는 존칭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문학의 거장이다.‘식민지배와 독립’이라는 민족주의 주제를 파고든 그의 소설은 외국에서 높게 평가받았다. 그 때문에 80년대 중반 이래 끊임없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에도 대표작 ‘밍케’ 등 몇몇 중·단편소설 등이 번역·출간됐다. 그러나 반공우익 독재정권에게 강력한 민족자주노선은 어디서나 거북스러웠던 모양이다. 수하르토 독재정권은 80년대 초반 그의 책 모두를 금서로 지정했다. 금서로 지정되기 직전까지 수하르토 정권의 부통령은 ‘젊은이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추천사를 쓰고 있었다는 재미있는 일화도 전해진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독재정권이 붙인 금서딱지는 외려 품질보증서였던 셈이다. 지금은 18년간의 수감생활과 고문에 지친 80세의 노인이 됐다. 하지만 ACN과의 심포지엄이 있다는 소식에 억지로 참석해 심포지엄 내용을 꼼꼼히 챙겨 듣고 있었다. 여유도 잃지 않았다.“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나는 이제 치매에 걸릴 나이”라더니 “기억력도 예전만 못해서 받을 빚 외에는 자꾸 잊는다.”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한국과의 만남에 대한 느낌은. -먼 나라인데다 어찌보면 역사적으로 크게 관계가 없는데도 이렇게 찾아와줘서 놀랍기도 하고 너무도 반갑다. ▶최근에 쓰고 있는 작품은 있나. -나는 이제껏 충분히 썼다. 더 이상 작업하는 것은 노욕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이제껏 모아뒀던 모든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60년대 이후 인도네시아 문학과 역사에 대한 문제를 정리해둬야겠다는 생각이다. ▶자신만의 문학적 모티프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국가를 통합하고 근대를 이룩해낸 작업에 대해 관심이 많다. 물론 이는 긍정적인 의미만은 아니고 외려 부정적인 의미에 가깝다. 근대국가를 이룩한다는, 그 진취성이 남긴 폐해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래서 나는 참여문학에 대해 고민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런 고민은 인류의 행복을 위한 고민이고 동시에 인류 공통의 고민이라고 본다. cho1904@seoul.co.kr
  • 넓어지는 바다… 속타는 목포 해경

    넓어지는 바다… 속타는 목포 해경

    중국 어선들이 상습적으로 영해를 침범해 문제를 일으켜 온 서남해 먼바다의 우리나라쪽 관할 구역이 이달 말부터 크게 넓어진다. 그러나 이 지역 경비를 맡고 있는 목포 해경의 인원과 장비는 그대로여서 타국 선박의 영해 침범 및 불법 어로 단속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22일 해경에 따르면 지난 2001년 한·중어업협정에 근거, 그동안 한국과 중국어선 모두가 조업을 해왔던 과도수역이 오는 30일부터 우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귀속된다. 이에 따라 잦은 영해침범 시비가 발생하는 목포해경 관할 경비 구역의 경우 전남지역의 넓이만큼인 12.1888㎢가 추가로 늘어난다. 목포해경은 현재 경비구난함 3000t급 1척과 통상 EEZ 등지에서 순찰하는 1000t급 경비정 4척, 함상 탑재 헬기 2대,30∼300t급 순찰정 14척 등 모두 20여척이 전남 영광∼신안∼진도로 이어지는 광범위한 해역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과도수역 편입으로 목포해경의 관할구역은 육지로부터 서남쪽으로 400㎞까지 멀어졌다. 기존 구역보다 거리상 100㎞ 이상 늘어난 것. 이에 따라 전초 레이더 기지 등으로부터 ‘괴선박 침입’ 확인 요청을 받을 경우 목포항에서 현지까지 함정으로 도착하는 데는 10시간 이상 걸린다. 해경 관계자는 “태풍 등 기상 악조건일 때만 제외하고는 1000t급 경비함 2∼3척이 먼바다에서 상시 대기중”이라며 “그러나 함정이 고장나거나 중국 어선 등이 집단으로 영해를 침범했을 경우 적절히 대처하기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털어놨다. 특히 과도수역의 EEZ 편입 초기에는 중국어선들의 불법 어업 관행이 판을 칠 것으로 예상된다. 목포해경은 지난 2001년 6월부터 최근까지 영해를 침범한 중국어선 480여척을 나포,56억여원의 벌금을 물렸다. 해경은 올 현재 45척을 검거했으나 성어기인 8∼11월은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은 효율적인 단속을 위해 최근 관내 어민 180명을 ‘해양통신원’으로 위촉, 불법 중국어선 신고체제를 구축했다. 해경 관계자는 “제대로 단속활동을 펴기 위해서는 1000∼3000t급 함정과 헬기 등이 빨리 추가 확보돼야 한다.”며 “EEZ에서 단순한 불법조업을 퇴치하는 것보다는 공해와 접해 있는 이곳의 해저자원 개발이 더 중요한 만큼 경비 강화가 급선무”라고 말했다. 목포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다시 고개드는 ‘금리 논쟁’

    다시 고개드는 ‘금리 논쟁’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위해 금리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부는 경기회복 등을 감안하면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금리인상, 커지는 압박 최근 아파트가격 급등의 원인으로는 무려 467조원에 달하는 단기부동자금이 꼽히고 있으며 이는 저금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지난 4∼5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4조원 이상 증가했다. 특히 5월에는 부동산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합친 가계대출 증가율이 1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즉 개인과 가계가 저금리 은행대출을 받아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도 설비투자가 기대만큼 늘지 않는 이른바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다는 분석도 금리인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29~3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 3.00%인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금리는 우리나라 콜금리(연 3.25%)에 비해 낮지만 장기물 국채금리는 이미 역전됐으며 미국이 금리를 추가인상할 경우 이같은 내외 금리차 역전이 심화돼 국내 자본의 해외유출과 국가 신인도 하락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금리를 인상할 경우 가계부채와 부동산대출 등으로 가계가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경제의 흐름을 방관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아직은 시기상조” 금융정책당국은 부동산 투기에 억제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이와 관련없는 중산·서민층과 중소기업 등에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금리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또 467조원의 단기부동자금과 함께 개인부채가 지난해 말 현재 555조원에 달해 금리를 1%포인트 올릴 경우 연간 5조 6000억원 정도의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2년 이후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 가중효과가 이자소득 증가효과를 능가하고 있어 금리인상은 곧 경기위축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금까지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모두 흑자를 기록해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지만,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되면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금리인상은 경기상황이 회복국면에 접어들어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어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열린세상] 거품과 풍선,악마적 경제시스템/김진석 인하대 철학 교수

    부동산값 때문에 사람들이 부글부글 끓는다. 좋아서 끓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훨씬 많은 사람들은 울화로 끓는다. 이 광기어린 경제 앞에서 정작 경제학자·관료·정치지도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아니라 꿀 먹은 지도층답게 묵묵부답이다. 그러나 다수가 끓는다는 것은 대체 무슨 소린가? 증오와 분노로 그들의 가슴이 끓는다는 말이지만, 여기에 이상한 점이 있다. 부글부글 끓는 강렬함만 보면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다. 사실 충분히 그럴 만하지만 천만다행으로 아직 거기에까지는 이르지 않고 있다. 끓는 사람들도 무작정 혹은 무한정으로 끓다가는 건강을 버리기 십상이다. 그러니 태평으로 계속 끓을 수도 없다. 여기에 울화의 경제가 개입한다. 경제 때문에 울화가 생기지만, 그렇다고 그 감정이 극단으로 들끓게 내버려두기도 힘들다. 개인들은 자신의 경제를 관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자신의 감정을 ‘경제적으로’ 관리해야 할 벽에 부딪힌다. 그렇지 않으면 돈도 잃고 건강도 잃을 판이다. 부동산 광증 속에서 경제적으로 보장되지 못한 개인들은 이차적으로 자신의 울분에 대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할 지경에 처하다니 얼마나 우스운가. 이런 비슷한 상황 앞에 서면 나는 카프카가 생각나곤 한다. 보험회사에 다니던 소설가는 벌써 오래 전에 보험시스템의 끔찍한 냉정함에 놀랐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키지 않는 것에도 놀랐다. 따지고 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 경제 시스템은 우리의 울화를 부추기지만 동시에 그 울화를 마음대로 터뜨리지 말라고 부추기니까. 경제는 울화의 축이다. 최근에 대통령은 ‘공동체의 통합’이 중요하다고 말했고 ‘우리 사회의 증오와 분노를 해소하는 것이 숙제’라고 천명했다. 지도자로서 마땅히 신경써야 할 과제이기는 하지만, 그 말은 현재의 부동산 대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왠지 무력하게 들린다. 분당 사람들이 정부 지지자가 되었다는 만평이 횡행할 때, 웃어야 하나? 이 상황에서 정부는 어설프게 국민통합을 외치기보다는 차라리 솔직하게 양극화된 정서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이 양극화에 대해 대응하는 상이한 방식이 다시 양극화되어 있다는 데 주의하자. 서민층을 보호하자는 관점은 주로 서민층을 위한 공급을 늘리자며 혼란을 투기꾼들의 탓으로 돌리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기껏해야 절반의 진리다. 서민을 위한 공급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큰 이유는 서민과 중산층은 소유하는 것이 아예 없거나 혹은 그들이 소유한 부동산가격은 바닥에서 긴다는 데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극단적인 거품 가능성만 경고하는 경고성 발언들의 뼈아픈 역설이 있다. 그것만 믿고 투기꾼들만 비난하다 보면 질주하는 부동산 시스템에서 맥없이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이 점에서 시장에 무작정 거스르지 말자는 말이 중요하지만, 이 말도 함정이 있다. 지금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이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투자와 투기가 구분되지 않는 극도로 혼란스러운 카지노 자본주의 상태이다. 그런 미친 시장에 우리를 무작정 내맡기는 일도 미친 짓일 터. 따라서 시장에 맡길 것은 맡기고 나머지는 공공성으로 해결하자는 말이 옳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또 다른 악마와의 거래일 만큼 위험하다. 토지개발공사나 주공 같은 공공기관이 부동산가격을 올려놓은 후 그 수익으로 서민들의 주거를 지원한다는 정책은 이 악마적 악순환의 교묘한 작품이었다. 거품이 문제니 펑펑 터지는 것이 좋겠지만, 터지는 거품 속에서 정작 피해를 보는 자들은 약자들이다. 바로 그 점에서 경제시스템의 악마성이 삐쭉 드러난다. 홧김에, 거품아 터져버려라고 말하는 사람도 그 저주의 실현이 정말 달콤할 리는 없다. 울화병이 극단으로 도져서 터지지 않는 한 그럴 것이다. 여기서 거품을 ‘터지지 않는 풍선’으로 만드는 고난도의, 가히 악마적인 기술이 경제로 등장한다. 그러나 빈 거품이 누구나 여기저기서 눌러대는 풍선으로 계속 부푸는 한, 사람들은 우울과 울화에 처절하게 시달릴 것이다. 건전한 투자와 투기가 구분되지 않는 곳에서 경제는 도박이니까.   김진석 인하대 철학 교수
  • 장성급회담 순풍땐 국방장관회담 가능

    남북 장성급회담이 재개될 전망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정동영 통일부장관에게 장성급 군사회담 재개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의 긴장 해소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남북은 지난해 6월 2차 장성급 회담을 통해 서해상에서의 무력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의 상호 비방 중지라는 합의를 도출했다. 초보적 수준이긴 하지만 군사당국간 첫 신뢰 구축 조치를 이끌어 낸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서해상에서의 양측 함정의 철저한 통제와 상대측 함정과 민간 선박에 부당한 물리적 행위 금지, 국제상선통신망을 활용한 핫라인 개통 등에 의견 일치를 봤다. 하지만 북측이 서해상 남측 함정의 호출에 의도적으로 응답하지 않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통신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경우도 곧잘 발생했다. 급기야 지난해 7월 우리측이 서해 NLL을 넘은 북한 경비정에 경고사격을 가한 것을 이유로 들어 북측은 남북 군사당국간 접촉을 현재까지 응하지 않고 있다. 일단 서해 NLL 상에서의 긴장완화를 위해 함정간 통신문제 등에 대한 좀더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문제가 협의될 전망이다. 또 서해상에서의 어로작업을 둘러싼 남북간 긴장 해소책으로 남북간 공동어로구역 설정 문제도 전향적으로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장성급회담이 순풍을 탈 경우 장성급회담보다 한 차원 높은 남북 국방장관회담도 이뤄질 수 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50년 ‘목소리 인생’ 성우 고은정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50년 ‘목소리 인생’ 성우 고은정씨

    ‘목소리의 마술사’가 있다. 반세기 동안 격동의 현대사를 ‘목소리’ 하나로 관통했다. 질곡의 50년 세월속에 가느다란 성대의 떨림으로 감동과 추억의 파노라마를 무수히 연출했다. 타고난 ‘천(千)의 목소리’는 대중들의 가슴을 쥐락펴락했다. 암울했던 1960∼70년대, 라디오의 ‘연속방송극’과 ‘추억의 영화’ 등 무려 1000여편에 출연했다. 엄앵란 문희 남정임 정윤희 등 내로라하는 당대 여배우들의 목소리를 도맡아 ‘얼굴없이’ 많은 인기를 누렸다. 뿐만 아니다. 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김영삼 정부에 이르기까지 정치권 주변에서 이꼴저꼴 다 보면서 연설과 다큐멘터리 대역(代役) 등을 해 흥미진진한 야화도 간직하고 있다. ●‘여자의용군 예술대’ 자원입대 고은정(70)씨.1954년 12월 KBS 성우 공채 1기로 출발,50년 ‘목소리 인생’을 걸어왔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해 12월과 올 4월 단막극을 직접 쓰고 출연까지 했다. 최근에는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모호텔 정원에서 만났다. 먼저 해마다 6월이면 생각나는 일이 있다고 고백했다. 다름 아닌 6·25에 참전했던 것.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다며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50년 11월 어느날. 수도여중 3학년 재학 중이었다. 학생들 사이에는 ‘국군이 압록강까지 진격했고, 금방 통일된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 고은정은 친구들과 모여 “서울고와 용산고 학생들도 학도의용군에 뽑혀 북진대열에 합류하는데 우리 여학생이라고 가만히 있으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며칠 뒤 고은정은 단짝 친구 3명과 함께 여자의용군에 자원입대했다. 훈련막사는 서울 충무로의 일신초등학교(현 극동빌딩 자리). 때마침 한성여고 밴드부와 동덕여고 무용반 학생들도 와 있었다. 가칭 ‘여자의용군 예술대’가 결성됐다. 고은정의 군번은 0995862. 훈련은 주로 아침 일찍 남산을 한바퀴 돌아오는 것이었다. 20일쯤 지나자 외출허가가 떨어졌다. 이때 가족들이 “난리통에 여자가 무슨 군입대냐.”며 귀대하지 말라고 붙잡았다. 그러나 “어떻게 외출나왔다가 안 들어가느냐.”며 귀대했다. 그런데 동료 3분의1가량이 귀대하지 않았다. 남은 예술대원은 20여명. 이튿날 예술대원은 부산으로 떠나기 위해 겨울용 잠바와 담요 한장씩을 들고 청량리역에 도착했다. 수백명의 남자군인 틈에 끼어 무개화차에 막 오르려는 순간이었다. 신성모 국방장관이 나타나 “왜 여자들을 지붕 없는 차에 태우느냐.”고 호통을 쳤다. 할 수 없이 다음날 별도의 트럭을 이용해 인천항을 거쳐 함정(LST)을 타고 3일 만에 부산항에 당도했다.(관련자료에 따르면 50년 9월 여군교육대가 부산에서 결성됐으며, 군부대와 병원 등의 위문을 위해 군악 및 예술대가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군번 0995862 육군 제대 부산에 도착한 예술대원은 영도초등학교의 임시막사에서 지냈다. 며칠 뒤 크리스마스 이브때 고은정은 면회 온 목사의 도움으로 십수권의 책을 장만할 수 있었다. 워낙 책을 좋아한 데다 병원위문을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숙소 앞에 ‘소공녀의 방’이라는 문패를 달았다. 그러던 51년 2월 부대에서 휴가를 다녀오란다. 딱히 갈 곳이 없어 지난번 도움을 받은 목사가 있는 대구로 향했다. 때마침 목사는 제주도의 피란민들을 위해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고은정도 목사와 함께 떠났다. 도착했더니 돌아올 여객선 사정이 여의치 않은 데다 목사의 강력한 권유로 부대복귀를 하지 못했다. 고은정은 관계요로를 통해 이같은 사정을 전한 뒤 그해 2월 제주 오현중에 설치된 피란민학교에서 중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이와 관련, 고씨는 “얼마전 육군에 확인해 보니 군번도 있고 제대처리돼 있었다.”면서 당시 입대했던 친구들을 가끔 만나 추억담을 나눈다고 귀띔했다. # 에피소드 1. 74년 8월14일이었다. 영화 ‘맹물로 가는 자동차’ 더빙을 하느라 밤을 새운 뒤 집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그대로 쓰러졌다. 꿈을 꾸었다. 고 육영수 여사가 청와대로 초청했다. 고씨는 의사 동생과 함께 갔다. 육 여사는 진작 보고 싶었다며 “조국을 위해 고생이 많은데 부탁이 있으면 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고씨는 “서울신문에 다니던 오빠가 필화사건으로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걱정”이라고 했다. 고씨는 육 여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 단골로 등장했지만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얼마만큼 잤을까. 일어나 방문을 열어 보니 아이들이 TV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탕탕탕 하는 총소리와 함께 TV 전원이 꺼졌다.8·15기념식장에서 벌어진 ‘영부인 피격사건’이었다. 이후 국립영화제작소에서 만든 육 여사 다큐멘터리에 더욱 많이 출연하게 됐다. 박근혜씨가 영부인 역할을 맡을 때 방송국으로 찾아왔다. 박씨는 “아버지는 고 선생의 목소리가 엄마하고 똑같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런 뒤 연말마다 청와대에서 금시계를 보내왔다. ●대통령 부인들과 자주 만나 # 에피소드 2. 5·16 직후였다. 동아방송에서 ‘천일야화’라는 대담프로그램을 맡고 있었다. 하루는 김종필(JP)씨를 초청했다. 시간이 됐는데도 그가 오지 않아 찾아나섰다. 점퍼차람의 한 사람이 방송실 입구에서 “나를 찾는 겁니까.”하고 말했다. 인사를 하자 JP는 “고 선생은 골라쓰는 단어가 아주 달라요.”라고 했다. 인연이 돼 나중에는 JP자택에서 부인과 자주 만나게 됐다. “80년대 초반 민정당 창당대회 때 권정달씨의 부탁으로 봉두완씨와 사회를 같이 보게 됐지요. 이때부터 본의 아니게 정치 언저리에 맴돌게 된 것 같아요. 여성계 대표라는 명분으로 종종 청와대에서 이순자·김옥숙 여사와 식사도 했지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소영씨는 마침 우리 아들과 초등학교 동기동창이었습니다.” 87년 대선을 일주일 앞둔 때였다. 노태우 후보측에서 63빌딩에서 저녁을 먹자는 연락이 왔다. 갔더니 이종찬씨도 함께 있었다. 노 후보는 목이 꽉 잠겨 있었다. 노씨는 “고 선생, 어떻게 하면 목을 살릴 수 있겠소.”라고 물었다. 이종찬씨는 달걀을 먹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고씨는 “소염제를 먹고 당분간 필담으로 대화할 것”을 주문한 뒤 연설 때 5만,10만 관중을 염두에 두지 말고 오직 자신 앞에 있는 마이크를 상대로 감동을 시킬 것을 권했다. 낮은 톤의 목소리가 오히려 장점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어 노 후보가 여성정책 아이디어를 달라고 하자 “이제와서 새로운 정책을 내놓은들 먹혀들지 않기 때문에 선거 때까지 애처가라는 소문만 잔뜩 퍼뜨릴 것”을 주문했다. 전직 대통령의 목소리에 대한 평가도 흥미롭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설득력은 있으나 노 전 대통령의 현대적 감각에는 뒤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10분 동안 113개의 언어가 틀릴 정도였는데 대통령에 당선돼 ‘우리나라에선 통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하지만 발음을 비교적 정확하게 하려고 애를 쓰는 편이라고 했다. 고씨는 “스피치는 공인의 덕목 가운데 매우 중요한데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 출강에 여전히 방송활동 고씨는 4남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본래 이름은 고흥숙.‘흥’자 돌림이다. 막내동생이 한나라당 국회의원 고흥길(성남시 분당갑)씨. 오빠 고흥욱(72)씨는 청와대 출입을 오래한 기자출신으로 현재 LA에 산다. 얼마전 국제전화를 걸어와 “네가 죽었다는 소문이 났는데 무슨 일이냐.”고 뜬금없이 물어 “아냐, 길은정이 죽은 것을 보고 그러겠지.”하고 대답했단다. 어머니는 5남매를 남겨놓고 30대 나이에 요절했다. 새 장가를 든 아버지도 54년 교통사고로 일찍 명을 달리했다. 새어머니는 5남매를 친자식 이상으로 키웠다. 현재 94세로 분당 아들집에서 산다. 고씨 자신은 59년에 결혼, 이듬해부터 연년생으로 자식 넷을 낳았다. 함께 지내는 둘째딸(44)을 제외하곤 다들 결혼했다. 고씨는 5년 전 유방암 수술을 해 고비를 맞았지만 요즘은 서울예대 장로신학대 출강과 극동방송에서 매일 10분짜리 방송 등을 하며 정열적으로 일하고 있다. “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온 가족사를 쓰고 있어요. 여름방학 때는 밀린 대본을 완성할 예정입니다. 일생을 담은 모노드라마도 무대에 올리고 싶어요.”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 1936년 서울 출생 ▲ 51년 제주 피란민학교에서 수도여자중학 졸업 ▲ 54년 수도여고 졸업, 숙명여대 영문과 재학시절 KBS 성우공채 1기 ▲ 56년 최초 연속방송극 ‘청실홍실’ 성우 ▲ 58년 연속방송극 ‘산너머 바다건너’에서 상하이 여자 ‘미라’역을 맡아 주목받음. ▲ 이후 ‘장희빈’‘고운정 미운정’‘왕비열전’‘대동강은 알고 있다.’‘불꽃의 소리’‘113수사본부’등 드라마와 영화를 합쳐 1000여편 출연. ▲ 77년 드라마 ‘대니할머니’당선으로 방송작가 데뷔. ▲ 97년 고은정언어예술원 개원 ▲ 98년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 2000년 방송위원회 위원,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장 ■ 방송극본 가을에 온 손님, 불모의 수령, 저녁노을, 사랑의 계절, 두고온 언니에게 등. ■ 소설작품 고운정 미운정, 위험한 체험 등. ■ 상훈 국민훈장동백장(2000년)
  • 육류 과다·채소 부족이 제1 원인

    “사람들이 변비를 너무 쉽게 생각해 먹을거리를 가리지 않는다는 게 치료의 함정입니다. 사실 적잖은 노인들이 이완성 변비 때문에 숨지기도 하는데 이게 대부분 ‘노환’으로 치부되곤 하거든요.” 양 박사가 지적한 변비의 제1 원인은 서구화된 식생활. 서구형 섭생의 특징은 ‘육류 과다’와 ‘곡류와 채소 부족’으로 요약되는데, 그는 이런 사례를 들어 서구형 섭생의 문제를 들췄다.“한 그룹의 쥐에게는 햄버거만, 다른 그룹에는 햄버거와 양배추를 같이 먹였더니 대장암 발병률에서 큰 차이가 났어요. 양배추의 섬유소가 햄버거 속의 질소산화물을 몽땅 대변으로 배설하게 한 결과이지요.” 변비와 관련, 이런 실험도 소개했다.“영국인 의사 버키트의 조사 결과 잘 정제된 곡물로 만든 식사를 하는 영국인의 경우 음식물이 장을 통과하는데 79.8시간이나 걸렸고 배설물의 양도 107g에 불과했으나 거친 섬유질 식사를 한 우간다인의 경우 35.7시간에 배설물의 양은 영국인의 4배가 넘는 470g이나 됐습니다. 여기에서 정제된 곡물이란 우리가 먹는 빵과 과자류의 원료는 물론 쌀도 포함됩니다. 이 사례를 보면 무엇이 변비를 일으키는지 이해가 될 겁니다.” “흔히 우리는 김치를 먹기 때문에 야채 섭취량이 많다고 믿는데 이게 짜게 만들어져 생각보다 섭취량이 많지 않습니다. 좋기로는 야채를 삶아 먹는건데, 이런 식으로 매일 30g의 식이섬유만 먹어준다면 변비 예방과 치료에 이보다 더 좋은 약이 없겠지요.”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프랜차이즈 창업 도사린 함정

    정부가 무분별한 창업을 막기 위해 프랜차이즈 창업 유도 방침을 내놓으면서 최근 프랜차이즈 업체의 창업 설명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창업에 따른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어 프랜차이즈가 더이상 중소 자영업자를 위한 보호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물품 가격 인상으로 곤욕… ‘패가망신’ 신세도 S레미콘 현장 요원으로 명예퇴직했던 박성곤(52·가명)씨는 지난 2003년 7월 명퇴금 6000만원과 처남으로부터 빌린 돈 등 총 9800만원을 투자해 농협에서 운영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또래오래’ 지점을 냈지만 현재 남은 건 빚 3000만원이 전부다. 박씨는 “농협측에서 처음에 ‘고정가로 닭을 공급한다.’고 약속했지만 닭값을 지난해 2950원에서 올 들어 3700원으로 올려 남는 게 없어졌다.”면서 “아내와 둘이 일해 순이익으로 월 150만원 남겨 인건비도 못 건진다.”고 성토했다. 농협측은 이에 “계약서에 닭을 고정가로 준다는 조항이 없고 값이 오른 것은 본사도 어쩔 수 없다.”면서 “본사도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규정(38·가명)씨는 대한상사중재원에서 화장품 전문 프랜차이즈인 ‘더페이스샵’과의 분쟁 중재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서울 천호동에매장을 열었으나 10일후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다른 매장이 생겼고, 한달 뒤에는 200m도 안 되는 거리에 또 다른 점포가 생기면서 매출이 40%나 줄었다. 계약서에는 500m안에 프랜차이즈를 또 낼 경우 사전 협의한다고 했지만 최씨는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 회사는 1년반 사이 가맹점을 300여개로 늘렸다. ●“가맹본부만 챙긴다” 분쟁 속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창업자간의 분쟁은 이처럼 가맹본부의 유명도를 막론하고 끊이지 않고 있다.10일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관련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지난해부터 5월 현재까지 총 622건이나 된다. 국내 매출 1위 외식 브랜드인 제너시스의 BBQ를 운영하는 한 가맹점측은 “제너시스는 BBQ가 포화상태라 신규 점포를 내주지 않는다고 홍보하면서 또 다른 자사 닭 튀김 브랜드인 BHC 등 프랜차이즈는 계속 늘려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제너시스측은 “BBQ(1750개)는 전국에 바둑판처럼 포진해 있어 신규점은 내주지 않고 있다.”면서도 “BBQ가 배달 안 되는 상권에 제너시스의 다른 닭 브랜드인 BHC(600여개)나 닭익는마을(250개) 등 가맹점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한 뒤 본사가 사라지거나 인테리어 부실공사로 피해를 입는 일도 많다.”면서 “사정이 이런데도 프랜차이즈들은 정부 정책에 편승해 창업전략 운운하며 ‘간판장사’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직영점의 성공을 바탕으로 가맹점을 늘리는 대신 단기간에 수백개 가맹점을 여는 본사의 가맹점 관리가 잘될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사설] 성매매 단속위해 성관계 하라니

    대검찰청이 지난해 3월 ‘음란·퇴폐사범 수사실무’ 지침을 내리면서 단속반이 직접 성행위를 해서라도 증거를 확보하라고 지시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지침은, 그해 9월 성매매특별법 시행에 따라 검찰이 여성단체들과 공동으로 새 수사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에서 삭제됐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 지침이 지금 논란이 되는 까닭은 함정수사·성매매·인권 등에 관한 검찰의 인식에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점이 남아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먼저 이 지침에는 검찰이 실적을 쌓기 위해서라면 함정수사도 불사하는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현장투입조’가 손님을 가장해 업소에 갔는데 마침 다른 손님이 없으면, 단속요원이 직접 성관계를 가진 다음 그에 따른 요금을 미리 정한 신용카드로 계산하도록 했다. 범죄를 만든 뒤 그 증거를 남겨 처벌하겠다니 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가. 함정수사가 용인되는 범위는 접근이 어려운 마약수사 등 특정 영역에 국한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성매매 단속에서조차 함정수사를 하는 것은 검찰의 편의주의적인 사고를 보여줄 뿐이다. 지침의 내용이 알려진 뒤에도 검찰 관계자가 “판례상 인정되는 수사방법”이라고 주장한 것을 보면 검찰의 의식은 변함 없는 듯이 보인다. 성매매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도 문제이다. 단속반에게 성행위를 하도록 한 지시에는 성을 매입하는 행위가 법적·도덕적으로 잘못됐다는 인식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성매매란 필요하면 나도 할 수 있고, 남에게 시킬 수도 있다는 게 검찰의 생각인지 묻고 싶다. 지금은 폐기된 수사 지침이라고 시침 뗄 일이 아니다. 검찰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 大檢 ‘실무지침’ 파문

    대검찰청이 지난해 퇴폐사범 수사를 위해 단속반이 직접 성행위를 해서라도 증거를 확보하라는 어처구니 없는 지침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문제의 지침은 현재 삭제됐지만 ‘인권강화’를 내세운 검찰이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수사지침을 내린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3월 대검찰청 형사1과가 작성해 검찰 내부통신망 수사매뉴얼 코너에 올린 50쪽 분량의 ‘음란·퇴폐사범 수사실무’에는 단속 대상 업종과 단속 요령, 그리고 처벌법규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중 증기탕과 스포츠 마사지업소, 대형 이용업소에 대한 단속 요령에는 검찰 수사관 등으로 구성된 ‘현장투입조’가 손님을 가장해 업소에 들어가고, 다른 손님이 없으면 단속요원이 직접 업소여성과 성관계를 갖고 증거를 확보하도록 되어 있다. 현장투입조들은 이후 ‘현장급습조’가 업소에 들이닥치면 계속 손님으로 행세하면서 수사에 협조하는 모습과 함께 진술서까지 작성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용 요금도 미리 정한 신용카드로 계산해 증거로 활용하고 보안유지와 단속 효율성을 위해 단속반은 가급적 경찰 수사관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의 행정공무원으로 편성하라는 지침까지 내리고 있다. 대검찰청은 이에 대해 “음란 퇴폐 사범을 엄단하겠다는 의지가 너무 앞서 일어난 일”이라면서 “지난해 9월 성매매 특별법 시행 직후에 새로 작성한 수사매뉴얼에는 수사방식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따라 삭제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3∼5월 대검 형사부는 산림, 환경, 조세, 건축 등 여러 사범에 대한 수사 매뉴얼을 만들어 내부 전산망에 올렸다.”면서 “문제가 된 음란퇴폐 사범 수사실무도 그때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다음에는 퇴폐업소의 성행위도 특별법으로 단속이 가능해 문제의 내용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검찰관계자는 그러나 문제가 된 수사방식에 대해 “범죄 행위를 준비하고 있거나 그런 마음 가짐을 가진 사람에게는 판례상 인정되는 수사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계와 여성단체 등은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함정수사라고 비판했다. 한 변호사는 “이는 수사상 적법절차에 어긋나며 성행위 당사자들에 대한 인권침해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성단체 관계자도 “함정수사를 통해 업주는 처벌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정작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 등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김효섭 박경호기자 newworld@seoul.co.kr
  • “불법조업 안했다”

    “한국 해경 경비정을 봤을 때 이젠 살았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울산 앞바다 동해상에서 우리 어선을 사이에 놓고 한·일 경비함정간 사상 초유의 대치상황이 극적으로 타결돼 2일 오후 9시40분쯤 울산 장생포항으로 돌아온 통영선적 소속 신풍호 정욱현(38) 선장은 지난 1일 새벽 사건 발생 당시 일본 순시선에 쫓기다 해경 경비정을 봤던 첫 느낌을 이렇게 전했다. 정 선장은 일본 순시선을 보고 도주한 이유에 대해 “한·일어업협정 이후 일본측의 단속이 심해 만약 일본 순시선에 잡힐 경우 불법 조업도 하지 않았는데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까 싶어 도주한 것”이라며 “불법 조업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어선 문제로 장시간 벌였던 한·일간 협상 결과에 대해서는 비교적 만족한다.”면서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보다 더 나쁜 일이 있어도 우리 해경을 믿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한국이 피의자 인도 거부”…日정부 대책 착수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정부는 1일 우리 어선 신풍호를 둘러싸고 한국측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한·일 해경간 대치의 파장을 주시하며, 본격적인 대응방안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관할하고 있는 일본 해상보안청의 제7관구 해상보안본부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순시정이 일본 EEZ를 침범해 ‘불법조업한 혐의’가 있는 한국 어선을 나포하려하자 한국 해경 함정이 출동,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히고 “한국측은 자기들이 조사하겠다며 피의자 인도를 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상보안본부측은 “일본이 원하는 식의 조사를 한국측이 해줄지 의문”이라며 한국측의 요구대로 순시선을 철수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 호소다 히로유키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 어선이 불법조업 혐의를 조사하려는 일본 해상보안관을 태운 채 도주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쿄의 외교 소식통은 “현재 일본 정부가 상황전개에 따른 다양한 대처방법을 검토중이며 일본측이 철수요구에 응할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신문과 방송 등 일본 언론들은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한듯 주요기사로 다루되 신중한 보도태도를 보였다. taein@seoul.co.kr
  • 대민부서 민원서비스는 계속

    다음달 1일부터 공무원 토요휴무제가 전면 시행돼도 국·공립 병원, 경찰 지구대 등 대민부서는 토요일에 민원업무를 한다. 행정자치부는 1일 “7월1일부터 행정기관 주 40시간 근무제를 전면 시행하지만 국민생활과 밀접한 행정서비스는 토요일에도 계속 제공할 방침”이라며 “토요민원서비스 유지 방안과 탄력근무제 운영 방안을 마련, 국무회의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체국, 국·공립병원, 의료원,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각급 민원실 등 대민서비스기관과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고궁, 극장, 공원, 현충원, 휴양림 등 국민생활이용기관, 경찰 지구대, 소방서, 교도소, 세관, 검역소, 항공관제, 경비함정, 기상대 등 상시근무체제 유지기관 등은 토요민원상황실을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행자부는 또 민원인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화착신전환시스템을 이용해 일반부서에 걸려온 전화도 토요민원상황실로 즉시 연결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각종 민원서류를 발급하는 무인민원발급기를 확대 설치하고 통합전자민원창구(www.egov.go.kr) 이용도 적극 권장할 방침이다. 무인민원발급기를 이용하면 주민등록 등·초본 등 38가지 민원서류 발급이 가능하고, 통합전자민원창구에서는 400여종의 민원서류 발급을 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7월부터는 발급대상 민원서류가 종전의 8가지에서 13가지로 늘어난다. 행자부는 토요일에 근무한 공무원에게는 평일 대체 휴무를 주고 대체휴무가 곤란한 기관에서는 다른 보상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클릭이슈] 사실상 물건너간 ‘내년 1월 개청’

    [클릭이슈] 사실상 물건너간 ‘내년 1월 개청’

    참여정부가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강도 높게 추진중인 방위사업청 신설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방사청 신설의 근거가 될 입법(立法) 작업은 물론 군무원의 일반직 신분 전환문제 등 어느 것 하나도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사업을 진두 지휘해 온 이용철(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국방 획득제도 개선단장마저 사의를 표명, 책임자 궐석 상태가 보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내년 1월 개청은커녕 신설 자체도 어려운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실정이다. ●정치권 일각선 불법 정치자금 조성 관여 우려 연간 10조원 대에 이르는 무기·군수품 도입을 전담할 방사청을 국방부 외청으로 둔다는 방안에 대해 야당인 한나라당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다. 현재 국방부와 각 군 등 몇 곳으로 분산돼 있는 획득업무를 한 곳으로 묶을 경우 권한 집중에 따른 폐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순기능도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역기능이 훨씬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은 “방위사업청은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차관급을 청장으로 하는 외청 신설은 참여정부의 ‘작은 정부’ 취지에도 안 맞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야당의 방사청 신설 반대 논리의 바닥에는 과거 대형 무기도입 사업 과정에 간혹 불거졌던 부정부패를 의식한 ‘불신’이 짙게 깔려 있다. 즉 국방장관의 통제도 받지 않는 외청이 신설돼 획득업무를 전담할 경우, 대형 무기도입 등의 사업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 조성에 관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한나라당의 한 국방위원은 “의사 결정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외청의 경우 권력을 쥔 특정세력의 지시에 따라 정치자금 조성에 관여하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라고 말해 이같은 우려 섞인 시각을 반영했다. ●내년 초 출범 어려울 듯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방사청 설립을 반대하고 민주당 등 일부 야권이 지금처럼 이에 계속 가세한다면, 방사청 설립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정부로서는 국방개혁의 핵심 요체로 선언한 방사청 설립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그동안 방사청 설립을 주도해 온 국방 획득제도 개선단의 이 단장이 지난달 중순 사의를 표명한 뒤 출근도 하지 않고 있어, 개선단은 ‘기형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 단장이 무기체계 비(非)전문가였던 점을 감안해 후임자는 획득업무에 경험이 있는 예비역 장성이 임명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아 보인다. 단장 공석이 계속되면서 방사청 설립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악성 소문까지 나돌자, 개선단측은 최근 정부측에 단장 후속인사를 가급적 빨리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장은 방사청 신설에 자신이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방부 주변에서는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방사청의 내년 1월 출범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내년 초 출범을 위해서는 지난 4월이나 늦어도 6월 임시국회에서는 관련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국회 통과가 난망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윤광웅 장관이 금명간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회동을 통해 각종 대형 무기도입 사업 등 방사청 운영의 투명성 제고 방안 등을 제시하면서 계속 설득해 나간다는 방침이나, 야당이 얼마나 협조해 줄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국방부 주변에서는 최악의 경우 외청은 아니더라도 획득업무를 총괄하는 본부(본부장 차관급)체제로 변환시켜, 이를 국방부 편제 내로 두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즉 국방부와 조달본부, 국방품질관리소, 합참, 국방과학연구소, 육·해·공군의 획득 업무 관련 부서를 통합은 하되, 국방부 편제내로 둔다는 것이다. 하지만 획득제도개선단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외청을 포기할 경우 투명성 등이 담보되지 않아 사업관리의 자율성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투명성을 기대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기 곤란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방위사업청 통합대상 기관에 근무중인 군무원 600여명의 일반직 신분전환을 둘러싸고 2직급 하향 조정안이 거론되자, 당사자들의 거센 반발과 함께 집단행동 움직임마저 나타나 역시 적잖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정부 신설추진 방위사업청은 차관급 청장에 사업관리본부와 정책기획본부 등 2개 본부 체제로 출범할 예정이며, 전체 직원은 2200∼23000명선으로 예상된다. 현재 방위 사업 담당부서의 민간인 대 현역 비율은 대략 반반씩이지만, 방사청은 6대4로 민간인 비율이 높다. 늘어난 민간인들은 정책기획본부의 정책 결정 부서에 투입될 예정이며, 핵심부서인 8개 팀의 사업부는 전문성과 무기체계 운영 경험이 풍부한 현역 군인들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무기 도입을 맡게 될 핵심 부서는 사업관리본부 산하의 사업부로 지휘·통제·통신·전자와 기동전력, 함정, 항공기, 방공, 정찰, 정보 등 모든 무기체계를 8개 분야로 나눠 통합·관리하게 된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73)진해와 포르투갈인 세스페데스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73)진해와 포르투갈인 세스페데스

    진해는 일본인들이 붙인 지명이다. 원래 웅천읍성이 자리했던 곳으로, 그 웅천 바닷가에는 ‘세스페데스 방한 400주년(1553~1993)기념’이란 설명문이 붙은 조각상이 서 있다. 그의 고향인 포르투갈 톨레도의 니야누에다 데알카르데테 시민들이 우정의 정표로 기증한 것이다. 그는 1593년 12월27일에 웅천포에 도착해 1년여를 이곳 왜성에서 묵었다. 그 34년 뒤인 인조 6년(1628)에 네덜란드인 벨테브레가 부산 근처에 표착했고, 그로부터 59년 뒤인 1653년에는 하멜이 표류해 왔다. 그러고 보면 그는 표류가 아닌, 자의로 이 땅에 온 최초의 서양인이다. 그가 머물렀던 웅천 남산왜성을 올랐다. 돌들이 웅장하다. 틀림없는 왜성인데 옛 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1593년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축성했고 정유재란때 재침해 수축한 것이다. 경상도에는 유난히도 왜성이 많다. 웅천 안골포 양산 영등포 마산 고성 사천 남해왜성 등등 아예 장기 주둔을 염두에 두고 진을 쳤던 흔적들이다. 진해에는 웅천왜성 바로 건너편 안골포에도 왜성이 있다. 사면이 두루 보여 그만한 요새가 없다. 세스페데스가 웅천까지 온 이유를 알자면 조금의 설명이 필요하다. 임진왜란때 평양성을 공격했던 고니시 고니시는 포르투갈 예수회에 의탁한 천주교도였다. 고니시의 딸 마리아는 당시 19대 대마도주 소오 요시토시(宗義智)의 아내였는데, 소오는 임란 직전까지 대마도 병마사로 조선의 녹봉을 받았다. 그 역시 천주교 신자였다. 소오는 조선의 지리를 꿰뚫고 조선말에도 능통해 왜군의 앞잡이로 선봉에 섰다. 세스페데스는 이때 일종의 종군 신부로 온 것이다. 그의 수기에 의하면 조선의 훌륭한 문화재는 모두 고니시와 소오가 소장하고 있다고 했다.‘임진왜란은 문화전쟁이었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그들은 문화재 약탈뿐 아니라 사람들도 엄청 붙잡아 갔다. 오죽했으면 강항이 ‘간양록’에서 ‘배 600∼700척이 몇 리에 걸쳐 바다를 메우고 있는데, 배마다 조선 남녀의 통곡소리가 바다와 산을 진동시킬 정도’라고 기록했을까. 고니시도 평양성 전투에서 6살 난 전쟁고아 소녀를 데려가 ‘오타’란 이름을 지어주고 길러 ‘줄리아’라는 세례명까지 얻게 했다. 도요토미가 죽은 뒤 천하의 패권을 두고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벌인 대격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고니시는 패하여 처형된다. 줄리아도 이때 외딴 섬으로 귀양가 신앙을 지키며 헌신적인 삶을 살다가 죽음으로써 하나의 ‘신화’가 됐다. 한편 고니시의 사위인 대마도주 소오는 마리아와 이혼하고 도쿠가와의 가신으로 들어간다. 세스페데스는 1597년 3월에 다시 내한했다가 도쿠가와의 선교사 추방령으로 수박골에 피신해 있다 두달 후 일본으로 되돌아간다. 임진왜란이라는 한·일간의 유쾌하지 못한 전쟁통에 묻어 오기는 했지만 서양인의 첫 방문은 역사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왜성이 위치한 안골포는 임란 전승지로 유명한 곳.1952년 7월 왜 수군의 주력부대가 한산도에서 참패를 당하자 그를 따르던 가토 기요마사의 42척 제2 주력부대가 당황한 나머지 안골포에 옮겨 정박한 것을 이순신이 추격, 격파한다. 한산도해전과 더불어 안골포해전은 왜 수군 주력부대를 격멸한 큰 전공지였다. 이듬해인 1593년 2월부터 한달동안 이순신 함대는 웅포에 무려 7차례나 출격해 해전을 치렀는데, 이때 웅포 남산왜성의 왜 육군이 엄호하여 많은 고초를 겪었다. 세스페데스는 그 해 겨울 웅천으로 들어왔다. 안골포에는 굴강(掘江)이 남아 있다. 방파제와 선착장 역할을 하는 곳이다. 전남 여천에 선소(船所)와 굴강이 남아 있을 뿐 거의 사라진 지금 이곳의 해양문화사적 의미는 크다. 이순신의 대격전지에 이같은 해양 유적이 전해지고 있어 감회가 새로운데 머잖아 간척될 계획이라 운명이 풍전등화다. 매립하여 공원을 조성하고 바닷물을 끌어들여도 굴강만은 살릴 계획이라지만 이 희귀한 문화유산이 전해지는 임진왜란 대첩지를 매립해 땅을 얻어 써야겠다는 문화적 반달리즘을 두고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진해는 대마도를 거쳐서 규슈로 들어가는 지름길이다. 마산에서 여몽연합군이 후쿠오카쪽으로 진격해 들어갔듯 최단거리에 있는 곳이다. 그래서 조선 초기에는 본디 최초의 왜관이 자리잡은 곳도 또한 이곳 웅천이다. 왜관은 모두 세 군데에 있었으나 삼포왜란 이후에 변란을 걱정해 웅천왜성은 폐지되어 부산의 초량 왜관으로 통합됐다. 이같이 일본과의 관계를 끊을 수 없는 진해에 다시 왜인들이 나타난다. 근 300여년 만에 이번에는 왜가 아니라 일본제국주의로 변신해 나타났으니, 그들은 지형·정서적으로 가장 잘 아는 곳부터 점령을 시작한 것이다. 일본은 진해만을 동양 제일의 대군항으로 키우기 위해 한반도 최초로 조직적·계획적 도시계획을 입안한다. 진해라는 말부터가 일인에 의해 처음 쓰여졌고, 옛 웅천읍성과 무관하게 신도시로 재탄생했으니 식민지 항구도시 건설의 전형이라고 할 만하다. 당시 비동 현동 좌천 등 여러 마을을 합해 진해라 부르고 진해만 군항지를 편의상 진해만이라 칭한 것이다. 군항지 경영에 당시로서는 대단히 큰 돈인 800만원을 퍼부어 10개년 사업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바닷가 염습지와 황무지를 매립하여 땅을 얻고 농민들의 땅을 강제수용했다. 러일전쟁 직전인 1904년 1월12일에는 해군 함정을 거제도 송진포 연안에 대놓고 주민들을 강제로 쫓아내기도 했다. 송진포에 ‘일본제국 해군 가근거지 방비대’를 설치하고 러시아와의 전쟁준비에 돌입한다. 일제는 1905년 러일전쟁의 여세를 몰아 웅천지역의 토지를 강탈하기에 이른다. 당시 시가지는 12만평이었으며, 계획도시답게 모범적 시가를 만들기 위해 도로는 방사형으로 설계했다. 그래서 오늘날 진해의 중원로터리 등을 보면 사방팔통으로 도로가 교체하는데, 여타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미관을 엄격히 고려하고 토지를 1∼3등으로 3분하여 건축을 제한했다. 건물은 2∼3층을 원칙으로 하고 4층 이상은 허가를 받아 짓도록 했다. 이곳 토지를 불하받은 일인은 히로시마 후쿠오카 도쿄 사세보 사가 조슈 나가사키 출신이 주류를 이뤘다. 한국에 오래 전에 나와있던 용산, 마산, 부산 등지의 일본인들도 이곳으로 몰려 왔다. 이로써 ‘일본인에 의한, 일본인을 위한, 일본인의 신도시’가 탄생한 것이다. 여기에는 그 어떤 조선인도 참여할 수 없었으며, 목포나 군산처럼 본래의 조선인촌과 병존하게 하지도 않은 식민도시였다. 그리하여 일제 해군본부가 들어서고, 한국뿐 아니라 극동의 군항으로 자리잡아 오늘날까지 한국 해군의 본거지로 자리매김했다. 진해에서 몇 가지 재미있는 풍경을 읽는다. 방사선으로 뻗어나간 로터리 모퉁이에 고색창연한 진해우체국이 서있어 식민지 시대를 전하고 있다. 도로들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영락없는 일장기 모습이다. 그런데 그런 곳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우뚝 서 있다. 충무공 동상으로는 전국 최초인 1951년에 창원 통영 고성 김해 마산 등에서 갹출해 북원광장에 조성한 것이다. 일장기형 도로와 이순신의 동상이 주는 이중창이 묘한 갈등으로 다가온다. 자고로 벚꽃이 유명하여 4월 초순에는 군항제가 열린다. 충무공의 구국의 얼을 추모하고 벚꽃도 즐기는 최대의 행사인데, 일본 사무라이를 상징하는 벚꽃이 휘날리는 풍경 속에 서 있는 충무공 동상의 이미지는 왠지 좀 거북한 느낌이었다. 제황산정에는 웅장하게 솟은 탑이 있다. 일인들이 세운 러일전쟁 기념탑을 광복 후 철거하고 1967년 해군의 기함사령탑을 상징하는 이 탑으로 교체했다. 시내 로터리에는 백범 김구 선생이 진해를 방문했을 때 남긴 기념휘호를 각인한 비석이 있는데 가장자리가 깨져 있다. 의도적으로 훼손한 것을 땜질해 붙여놓았다. 로터리 중심의 나무에 가려져 있어 외부인은 그런 비석이 있는 줄도 모른다. 반면에 진해 바닷가에는 도지정 무형문화재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과 전용 낚시터, 장제스를 만났다는 육각정 등이 잘 보존돼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본디 일본군 통신대가 쓰던 건물이다. 진해 사람들도 나름대로 불만이 많다. 해군기지와 해군사관학교가 있다 보니 도시의 주요 토지들은 모두 군용으로 묶여 발전이 없다. 군사도시인 탓에 규제가 심해 발족 당시의 인구에서 별반 늘어난 게 없다. 게다가 부산시와의 갈등도 내연 상태다. 신항만 건설부지의 80%를 내놓았지만 명칭이 부산신항만으로 결정되는 분위기여서 폭발 일보 직전이다. 부산신항인지, 부산·진해신항인지를 놓고 대격돌을 벌이는 중이라 이래저래 군사도시의 고충이 깊은 요즘이다. 스스로 성장하지 못하고 군항에 의지해 살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 게다가 이웃 거대도시 부산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에 진해 사람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어찌보면 가장 쾌적하고 맞춤한 인구, 공장이 적은 대신 맑은 숲과 바다를 지닌 천혜의 미항 진해이건만 미래가 투명하게 결정된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벚꽃 펄펄 날리는 조건에서도 소작쟁의는 물론 동양제사 노동자들의 대투쟁, 그리고 각종 학생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주기철 목사같이 끝까지 신사참배를 거부한 진정한 종교인을 배출한 곳이 진해 아닌가(황정덕의 ‘진해 항일독립운동사’ 참조). 진해예술촌장을 맡아 군사도시 속에서 문화를 가꾸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박차생 진해문화원장이 망산도로 안내하면서 간절하게 전한 말은 이랬다.“가락국 시조 김수로왕의 왕비인 아유타국 허왕옥 공주가 처음 내린 망산도도 진해지요. 역사적으로 손꼽히는 국제 항구도시였으니 부산·진해신항으로 결정돼 사람들 시름 좀 덜었으면 합니다.”
  • “자산가격 높아져 대책 필요” 한부총리 ‘부동산거품’ 시사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자산가격 거품에 대한 통화정책적 대응에 고민하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의 거품가능성을 시사했다. 한 부총리는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은행 콘퍼런스에서 오찬 기조연설을 통해 “물가상승률이 높지 않은데도 자산가격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해결방안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면서 “유동성 함정과 관련해 일본의 경험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시장은 그동안 유지돼왔던 저금리 통화정책의 변화를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 이날 채권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고채 3년물은 0.08% 오른 3.70%,5년물은 0.07% 오른 3.84%를 기록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서울국제도서전’ 아이 손잡고 책속으로 나들이갈까

    다음주엔 아이들 손을 잡고 서울 삼성동 코엑스로 가보자. 새달 3일부터 8일까지 코엑스 태평양홀과 인도양홀에선 ‘문화페스티벌’을 표방한 ‘2005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다. 국내외 500여개 출판사가 선보이는 책도 구경하고 다양한 이벤트도 즐길 수 있는 기회. 입장료도 받지 않으니 온 가족이 나들이하기에 부담도 없다. 이번 행사엔 국내관 348개 부스에 192개 업체, 국제관 88개 부스에 20개국 164개사가 참여한다. 또 책의 아름다움을 내세운 ‘북아트전’이 14개국 56개사가 참여한 가운데 60개 부스에서 별도로 열린다. 지난해 보다 90여개사 정도 참여업체가 늘었다. 국제도서전으로 승격된 후 올해로 11번째로 열리지만 아직 전체 규모도 외국의 유명 도서전에 비해 작고, 외국 업체 참여 비중도 낮아 국제도서전으로는 미흡한 게 사실. 그래도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단행본 출판사의 참여가 크게 늘어 좀더 다양한 책을 구경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엔 참여업체가 아동·교육 및 단체 부문에서 60%에 달하고 단행본·종합 부문의 업체는 40%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단행본·종합 비중이 65%로 크게 늘었다. 이는 행사를 주관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 집행부가 올해 단행본 출판사 중심으로 바뀐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번 도서전은 ‘문화 페스티벌’을 표방한 만큼 문학행사를 포함한 다양한 이벤트를 풍성하게 준비했다. 우선 전시행사로 우리 작가 친필(육필)원고전을 마련했다. 윤동주 김소월 유진오 황순원 기형도 박목월 김동리 이효석 채만식 등 작고문인과 박완서 박경리 이문열 김훈 조세희 한승원 조정래 최인훈 등 생존문인들의 육필원고를 직접 볼 수 있다.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출간된 안데르센 작품 및 일러스트 원화를 선보이는 특별전도 열린다.‘인어공주’‘성냥팔이 소녀’‘미운오리새끼’‘빨간 구두’ 등 주옥같은 작품과 그림들을 보며 동심의 세계로 빠져보는 기회를 맛볼 수 된다. 유명 저자들과의 만남 시간도 갖는다. 책에 사인을 받고 사진도 함께 찍는 프로그램. 신현림 함정임 이원복 등 11명의 문인이 참여한다. 작가 당 100권의 책을 선착순으로 공짜로 나누어주고 사인도 해준다. 함께 찍은 사진은 바로 출력해 액자에 넣어준다. 이와 별도로 태평양홀에 위치한 이벤트홀에선 참가사별로 마련한 저자 간담회나 소규모 강연회 등이 매일 3∼4회 열린다. 이밖에 청주 고인쇄박물관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直指’(직지) 전시 및 금속활자 체험프로그램, 독서단체들이 참여해 독서문화사업 등을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또 관람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각종 문화상품과 상품권, 생활용품 등 다양한 경품도 나누어준다.(02)735-5651.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영어·한국어 동시에’ 이중언어교육 열기

    어린 자녀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는 엄마들의 열망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많은 엄마들이 영어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배워야 한다며 갖가지 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학비가 비싼 영어유치원과 영어교재가 봇물을 이룬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영어 등 외국어를 모국어와 같은 방법으로 가르치는 것을 이중언어교육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기 영어교육, 이중언어교육이 어떤 효과를 주는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것은 무조건 어릴 때 가르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언어교육 전문가들에게서 이중언어교육의 허와 실을 들어본다. #1 회사원 박선영(39)씨는 딸 채원(8)양이 초등학교 입학 전 6개월 동안 미국에 있는 친척집에서 지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1주일에 세번은 테솔(TESOL) 자격이 있는 한국인 교사가, 두번은 원어민 교사가 하는 그룹 지도를 받고 있다. 영어교육을 전공한 박씨도 틈틈이 영어 만화를 틀어놓고 영어로 대화한다. 딸이 간단한 대화 정도는 자유롭게 하고, 영어에 자신감을 갖고 있어 박씨는 다행스럽다. #2 광주에 사는 김희경(31·여)씨는 아들 유혁(4)군을 위해 지난해부터 ‘영어 품앗이’를 시작했다. 마음 맞는 엄마 4명을 모아 돌아가며 미술놀이, 장난감 만들기 등 영어로 테마수업을 한다. 생물학을 전공한 김씨를 비롯해 영어 전공자는 한 명도 없지만 아이 일이니 다른 일을 제쳐두고 매달리고 있다. 집에서도 가능하면 영어를 쓴다. 비싼 학원에 보낸 적도 없는데 올해부터 한두 문장씩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아들을 기특하게 생각한다. #3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이기현(8·가명)군은 5살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다녔다. 수업료와 교재비 등을 합해 매월 80만원 정도가 들었지만 아버지 이재성(43·가명)씨는 맞벌이인 탓에 시간도 없고 직접 가르칠 자신도 없어 영어유치원을 택했다. 영어는 학교에서 또래들에게 꿀리지 않을 정도는 된다. ●너도나도 이중언어교육 영어 조기교육 열풍 속에 이중언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원이나 교재 위주의 영어 ‘학습’에서 일상생활 속의 영어 ‘습득’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 어릴 때부터 영어에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모국어와 같이 받아들이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방법도 다양하다. 외국에 보내거나 이중언어교육을 표방하는 영어유치원 등에 의존하는 것은 ‘고전적’인 방법. 말문이 트일 무렵부터 영어 책을 읽어주고, 회화 능력이 있는 엄마들은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사용해 아이를 키운다. ‘쑥쑥닷컴(www.suksuk.com)’ 등 유아영어교육 사이트에는 영어품앗이를 구하거나 수기를 교환하는 엄마들로 붐빈다. 이들은 맹렬히 공부하고 노하우를 나눠 아이와 영어로 대화하고 놀아주면서 영어에 친숙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한국방송통신대 영문과 4학년 이희영(40·여)씨는 “반복적으로 영어 환경에 노출시켜주려면 엄마가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에서 6세 딸의 영어교육을 위해 대학에 입학한 경우다. ●이중언어교육 정말 필요한가 너도나도 이중언어교육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그 효과와 시기,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만큼이나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린다. 한국외대 영어교육과 차경애 교수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영어에 노출시키는 것이 필요하고, 어릴수록 유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맞는 얘기”라면서 “특히 외국에서는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아이들이 사고력이나 추론능력 등 전반적인 인지능력이 우세하다는 임상결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서대 영재교육계발연구소 함정현 교수는 “딱딱한 학습의 범주만 아니라면 이중언어교육 이론을 적용한 조기 영어교육은 바람직하다.”면서 “말문이 트이기 전이라 해도 기본적인 인지 능력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영·유아 때부터 적당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에서 수십년간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이중언어교육을 해온 장병혜 박사는 “문화적 토양 등을 수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중언어교육이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면서 “기본적인 어휘력이나 판단력도 없는 상태에서 영아기부터 영어를 ‘강요’하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3년 교육부 의뢰로 ‘영·유아 조기영어교육’을 연구해온 동덕여대 아동학과 우남희 교수는 “뇌가 종합적 기능을 형성해야 하는 3∼6세에 과도하고 편중된 자극은 성숙하지 못한 언어 중추를 지치게 할 수 있다.”면서 “영·유아기의 구조적인 영어교육은 효과가 극히 적고, 스트레스를 유발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한다면 언제부터 어떻게 이중언어교육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지나친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차경애 교수는 “2∼3살 영아 때부터 혹사시키고 특히 이렇다 저렇다 하는 단편적 속설에 휩쓸리는 현상이 안타깝다.”면서 “아이마다 언어적 능력과 적성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를 잘 관찰해 자연스럽게 시작하고, 정규 영어교육이 시작되는 3학년 이전에 영어에 친숙해지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병혜 박사는 “적어도 3살까지는 한국어를 먼저 배우게 하고, 이후에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도록 유도해 놀이나 문화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면서 “유아기부터 달달 볶는 영어교육은 정체성 혼란 등의 악영향이 더 크다.”고 조언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교과·생활지도때도 영어 활용 공교육에도 이중언어교육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서울 동부교육청은 지난 3월 ‘이중언어교육 중심학교’로 용두·신답·면남·신현초등학교 등 4곳을 선정해 영어과목 외에 교과·생활지도에서도 영어를 활용토록 하고 있다.3학년이 대상이며, 내년에는 3·4학년 대상 10개교로 늘리고,2008년까지 관내 초등학교 3∼6학년 전체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교육 여건이나 내용 면에서 이중언어교육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걸음마단계이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신답초등학교는 3학년의 모든 교과와 일상 생활지도에서 영어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국어 시간에는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 봅시다.’ 등의 지시를 영어로 말해주고, 수학 시간에는 삼각형의 성질을 영어로 설명하면서 문제를 영어로 풀어주는 식이다.3학년 담임은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담당교사를 비롯해 영어 전공자나 연수 경험이 있는 교사들로 전원 배정했다. 신현초등학교는 교사와 함께 영어 동화 읽기가 핵심이다.3학년 4개반이 20쪽 분량의 각각 다른 유아 동화책을 준비해 두달 동안 읽고 서로 교환한 뒤 연말에 연극으로 꾸며 발표한다.‘해와 달이 된 오누이’ 등 친숙한 내용의 동화 테이프를 매일 들려주고 노래를 따라부르는 놀이 형식이다. 절대 문장을 해석해 주거나 단어를 외우라고 하지 않는다. 반복적으로 나오는 ‘sun(해)’‘moon(달)’ 등의 주요 단어를 교실 곳곳에 붙여놓는 정도. 호기심을 유발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뜻을 익히게 된다. 면남초등학교는 1주일 단위로 짧은 대화체를 정해 ‘암호 놀이’를 한다.‘How are you?’‘Fine,thank you.’와 같은 짧은 대화체를 정해 교실 입구 등 특정 지역을 지날 때 ‘암호’를 대는 놀이이다.‘영어는 학습 대상이 아니라 재미있는 의사소통 기구’라는 점을 알려주는 단계다. 용두초등학교는 지난달 ‘독도는 우리 땅’을 주제로 영어 특별 수업을 하기도 했다. 신답초등학교 장선화 담당교사는 “두달 정도 계속하다 보니 어느날 늘 하던 대로 ‘Who wanna try(자, 누가 해볼까)?’ 했더니 아이들이 ‘I wanna try(제가 해볼래요.)’라고 말해 깜짝 놀랐다.”면서 “wanna(want to)의 뜻이나 용법을 가르쳐준 적이 없는데도 같은 상황에서 반복해 들려주다 보니 문법과 단어를 스스로 깨친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교육청 김점옥 초등교육과장은 “생활 속에서 영어를 접하는 기회를 만들어주자는 취지”라면서 “지도 매뉴얼을 만들고 교사들의 해외 연수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이중언어교육 ‘오해와 진실’ 이중언어교육이라는 비교적 생소한 개념이 영어 조기교육의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갖가지 검증 안된 속설들이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에게 그 ‘오해와 진실’을 들어봤다. ●한살이라도 어릴 때 배워야 한다? 차경애 교수는 “학계에서도 시기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많다.”면서 “조기 교육의 장점도 많지만 일반적으로 6∼12세를 언어습득의 ‘결정적 시기’로 보기 때문에 무조건 영아기부터라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우남희 교수는 “4세와 7세 그룹을 나눠 실험을 해본 결과 7세의 습득능력이 훨씬 뛰어났다.”면서 “영어교육은 기본적 인지능력이 발달한 만 6∼13세 사이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원어민한테 배워야 효과 있다? 함정현 교수는 “원어민보다 잘 훈련받은 한국인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자질도 부족한 원어민보다는 깊이 관찰하고 아이와 교감할 수 있는 한국인이 더 낫다는 것. 발음 등 부족한 부분은 시청각교재를 활용해 보완하면 된다. ●모국어는 외국어 습득에 방해된다? 차경애 교수는 “모국어는 외국어를 배우는 데 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면서 “모국어를 통한 어휘력과 종합적인 언어 감각이 외국어 습득에도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장병혜 박사도 “어느 나라 말이든 문장을 논리적으로 구성하고 생각하는 작업이 기본”이라면서 “모국어를 못하면 외국어도 결코 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Doctor & Disease]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하규섭 박사

    [Doctor & Disease]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하규섭 박사

    “상태가 좋은 경우 2년이면 완치되는 게 조울병인데, 정부에서는 무관심하지, 의사는 우울증으로 진단하지, 가족들은 쉬쉬하며 병을 숨기거나 치료를 기피하지, 이렇게 병을 키워 ‘자살 왕국’이 된 것 아닙니까.” 의료계에서 ‘조울병 박사’로 통하는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하규섭(44) 박사. 그는 ‘이제 더는 숨기지 말고 진실을 말하자.’며 이렇게 역설했다.“치료가 필요한 조울병 환자가 전 국민의 3∼5%입니다. 대가족 구성원 중 1명은 환자라는 뜻인데, 이걸 ‘정신병’이라며 자꾸 쉬쉬하니까 낙인이 되는 겁니다. 모두 내놓고 치료받으면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죠.” 사태가 그렇게 심각한가. -심각하다. 조울병과 우울증에 대한 대책없이 자꾸 자살 예방하자고 떠들어 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 특히 조울병의 경우 우울증과 달리 사전 예고나 징후없이 치명적인 자살을 시도하는데, 이런 사람들에게 자살하지 말자는 말이 들리겠는가. 그게 정상인의 자살이 아니라 병에 끌려 죽는 건데…. 조울병은 어떤 질환인가. -학술적으로는 기분의 양극단, 즉 아주 좋은 상태(조증)와 아주 나쁜 상태(우울증)를 오간다고 해서 양극성 장애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기분이 방방 뜨는 조증과 우울증이 교차하면서 나타나는 기분조절장애를 말한다. 그 병이 왜 문제가 되는가. -조울병의 우울증은 개별 질환인 우울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비정상적으로 들뜨는 조증이 더해져 정상적인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이 병에 의한 자살도 문제다. 예컨대 조증 상태에서 앞뒤 안가리고 왕창 카드 긁었다가 못 견디니까 자살을 택하는 식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마니아(mania)’라는 말이 조증의 영어식 표기라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노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도파민 등이 감소하면 우울증, 증가하면 조증을 보인다. 당뇨병이 췌장 기능의 문제이듯 이 병은 뇌의 기분조절 회로에 고장이 생긴 병이다. 세간에 조울병 발병을 두고 ‘날궂이’라고도 말하는데 근거는 있나. -날궂이라는 표현이 좀 그렇지만 근거는 있다. 조울증 환자는 특히 호르몬 변화에 민감한데, 봄에 멜라토닌의 분비량이 줄면 조증을 보이다가 가을에 분비량이 늘면 우울로 돌아선다. 여성은 호르몬 양이 변하는 생리, 임신, 출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유형도 따로 구분하나. -조울병 1·2형과 기분장애 3형으로 나누는데,1형은 정도가 심해 입원치료가 필요한 단계,2형은 기분변화의 폭이 1형보다 작아 우울증으로 오진하기 쉬운 단계,3형은 기분의 불안정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단계이다. 유병률과 최근 발병추세는 어떤가. -가중되는 스트레스와 핵가족화에 따른 정서적 완충구조의 해체 등이 영향을 미쳐 전체 유병률이 3∼5%, 전국적으로는 100만∼200만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경향은, 이전보다 환자 수는 늘어난 반면 정도는 덜하다. 조기발견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치료에 대해서 묻자 하 박사는 완치를 특히 강조했다.“이건 틀림없이 완치되는 병입니다. 치료 예후는 고혈압보다 낫습니다. 그러나 처음에 확실히 치료하지 않으면 자주 재발하는 게 문제지요. 재발할 때마다 뇌가 손상을 입는데, 환자는 증상이 조금만 좋아지면 치료 안 받으려고 하고, 의사들은 조울병을 자꾸 우울증으로 진단해 병을 키웁니다. 현재의 우울증 환자 절반이 조울병 환자라는 예측도 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과 첫 시도로 치료를 끝내야 한다는 겁니다. 안 그러면 만성화되니까요.” 치료는 어떻게 하나. -조울병은 어떤 경우라도 환자 개인의 의지로는 치료되지 않으며, 리튬 등 기분조절제와 올란자핀 등 비전형 항정신병 약물, 항우울제 등을 적절하게 투여해야만 한다. 치료 효과와 현실적인 치료의 한계를 설명해 달라. -약물을 2∼3주 투여하면 증세가 호전되기 시작해 2∼3개월 후면 많이 좋아졌다고 느낄 수 있다. 계속 6∼9개월을 투여하면 다 나은 것 같은데 여기가 치료의 함정이다. 환자들이 이 상태에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대부분 재발해 몸이 망가지고 치료만 어렵게 한다. 하 박사에게 자가진단법에 대해 물었다.“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일주일이 넘도록, 그것도 온종일 좋기는 쉽지 않으며, 우울도 2주 이상 계속되기는 어려운데, 이처럼 주위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조증과 우울증이 반복된다면 조울병을 의심할 충분한 근거가 됩니다. 유의할 점은 우울증은 잘 드러나지만 조증은 면밀히 관찰하지 않으면 간과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오진도 많고요.” 하 박사는 특히 조울병을 보는 정부의 시각과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서구의 신뢰할 수 있는 자료에 따르면 사회적 부담이 가장 큰 질환은 우울증이고 조울병은 5위에 올라있는데, 정책입안자들은 이를 일부의 문제로 치부합니다. 보호자가 감추고, 정부는 모르는 척하는 사이 우리 가족들이 복구불능의 상태로 망가지고 있습니다. 자살 예방도 그렇습니다. 어떻게 조울병과 자살을 따로 떼어 말할 수 있습니까? 이제 모두가 진지해야 합니다. 누구나 이 병을 앓는 사람은 ‘나 지금 우울해서 치료가 필요해.’라거나 ‘걱정마. 치료받고 있어.’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완치된 환자들이 사회적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그는 “우리나라 자살증가율 1위의 이면에는 이처럼 진실을 한사코 묻으려고만 하는 개인과 정부, 진지하지 못한 의사들이 있다.”며 “이제 정말 내놓고 얘기 좀 하자.”고 호소했다. ■ 하규섭 박사는 ▲서울대의대 및 대학원(박사)▲용인정신병원 정신과장▲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의대 정신과 객원교수▲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전산화 인지기능검사실·우울증클리닉·조울병클리닉 담당교수▲현,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겸 기획조정실장 및 전자의무기록개발팀장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구멍난 수상레저 안전 두가족 7명 ‘휴일 참사’

    두 가족 8명을 태운 레저용 모터보트가 서해상에서 전복돼 7명이 숨지고 1명은 구조됐다. 주5일제 근무 이후 수상레저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나 안전법규는 미비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발생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구자훈(39·경기 안산시 상록구)씨 가족과 구씨의 매제 김심환(33·서울 서대문구)씨 가족 등 2가족 8명을 태운 구씨 소유의 모터보트(1t급·150마력)가 15일 오후 4시 경기도 화성시 우정면 입파도를 떠나 12㎞ 떨어진 대부도 전곡항으로 가던 중 전복됐다. 이들 가족 14명은 이날 오전 9시 20분 전곡항을 출발해 입파도로 들어갔다. 구씨의 동생 자경(29)씨는 “입파도에서 관광을 한 뒤 형과 누나 가족 8명이 먼저 보트를 타고 전곡항으로 나갔는데 5시간이 넘도록 배가 돌아오지 않아 해경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해경은 함정과 헬기 등을 동원, 수색에 나서 16일 오전 6시20분 대부도 인근 제부도 남단 김양식장에서 부표를 잡고 있는 김씨의 아내 구자희(30)씨를 14시간 만에 구조했다. 해경은 보트가 안개가 짙게 낀 바다를 달리다 양식장 그물에 걸려 전복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터보트는 인승 개념이 없으나 사고보트는 길이 5m, 폭 2m여서 5명 정도가 적정 승선인원으로 알려졌다. 승선자 안전장치도 구명 조끼와 튜브가 전부다. ●개정법은 1년뒤에나 시행 개인 소유 모터보트 등 수상레저기구는 수상레저안전법상 등록대상이 아니어서 정원 및 안전, 검사 등을 규제할 수 없다. 그래서 보유대수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다. 이 때문에 수상레저기구 정원, 개인 소유 기구 등록 및 검사, 보험가입 등을 규정하는 수상레저안전법 개정안이 지난 3월2일 국회를 통과했으나 하위법 제정 관계로 시행은 내년 4월로 미뤄졌다. 사고가 난 배는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든 레저용 보트로 최대속도 30노트(시속 54㎞)에 달하며, 종류에 따라 수천만원을 호가해 부유층들이 선호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FRP 보트는 가볍고 빠른 대신 상대적으로 뒤집어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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