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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투기 추락 원인은 ‘비행착각’

    지난달 13일 서·남해상에서 공해합동훈련 중 공군 전투기 F-4E와 F-5F가 잇달아 추락한 것은 조종사의 ‘비행착각’(Vertigo)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군은 5일 “두 지역에서 일어난 항공기 사고 원인은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야간투시경을 장착한 채 가상 적 함정을 공격하는 훈련 중 조종사가 야간 비행착각에 빠져 추락한 사고”라고 밝혔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국제플러스] 러 잠수함 캄차카해역서 좌초

    러시아 해군 소형 잠수함이 5일 북태평양의 캄차카 반도 인근 해역에서 미확인 물체에 걸려 좌초돼 7명의 승조원을 24시간 안에 구출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 해군이 함정 등을 급파했다. 러시아측은 사고 직후 양국 해군에 도움을 요청해 이날 밤 8시쯤 일본 자위대 해군 함정 4척이 긴급 출동했다. 미 태평양함대 사령부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수송기를 보내 무인 조종 잠수정 2척을 실어 사고 해역으로 날아와 구조작업에 참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와 북방 4개섬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은 구출 작전에 370여명의 병사를 동원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영토 교섭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냈다. 일본 해군의 대대적 투입 소식을 전해들은 러시아 해군은 일본 함선이 도착하기 전 구조작업이 완료되기를 바랐다고 이타르타스는 전했다. 빅토르 드미트리예프 제독은 “일본 동지들의 도움이 필요없이 먼저 구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 [우리청 이렇게… 승격 청장 릴레이 인터뷰] (2) 이승재 해양경찰청장

    [우리청 이렇게… 승격 청장 릴레이 인터뷰] (2) 이승재 해양경찰청장

    이승재 해양경찰청장에게 지난 5월과 6월은 ‘위기’와 ‘기회’가 교차되는 격동기였다.5월15일 경기도 화성시 입파도 앞 해상에서 레저용 보트 침몰사고가 발생했을 때 해경 경비정의 늑장출동 문제가 불거져 이 청장은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승부사 기질이 있는 이 청장은 이를 계기로 사고대응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바다안전망을 구축했다. 이러한 조치는 불과 보름 만에 ‘반전’을 연출해 냈다. 6월1일 우리 어선 ‘신풍호’로 인해 남해안 공해상에서 한·일 경비정이 대치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 해경 경비정은 일본 순시선보다 먼저 출동하는 등 사건대처에 우위를 점해 ‘울산대첩’이라는 찬사까지 들었다. 결과적으로 보트사고가 ‘보약’이 된 셈이다. 이후 해경은 계속 탄력을 받아 최근 차관급 기관으로 승격되자 욱일승천의 기세다. 이번 직제 개정으로 이 청장은 지난달 28일자로 경찰청장과 같은 계급인 치안총감(차관급)으로 승진했다. 이 청장은 “차관급 승격은 해경이 변화와 혁신에 앞장선 결과”라며 “앞으로도 조직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구해 선도기관으로 거듭 나겠다.”고 강조했다. ▶차관급 기관 격상은 해경의 숙원이었는데. -해경은 16개 외청 가운데 인력 3위, 예산 5위의 대규모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1급 기관에 머물러 업무수행의 어려움은 물론 직원들의 사기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차관급 승격은 단순히 위상이 높아진 것에서 나아가 21세기 신해양 경쟁시대에 요구되는 종합해양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승격에 따른 조직개편 및 인사는. -정책홍보관리관, 국제협력관(국장급) 등 2개 관과 항공과, 수상레저안전과, 조함단, 광역수사단 등 6개 과가 신설됩니다. 정책홍보관리관은 정책조정과 기획혁신·홍보 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고, 국제협력관은 1996년 해경의 외청 독립이후 7배 이상 늘어난 국제교류 업무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입니다. 또 수상레저 증가와 항공장비 확충 등에 대비해 수상레저안전과와 항공과 등을 발족시켰습니다. 다음주 말까지 국장급과 신설조직에 대한 인사를 마무리짓고 나머지는 연말에 실시할 방침입니다. 직제개편에 따라 현재 경무관인 국장 가운데 일부는 치안감으로 승진될 것입니다. ▶해경의 역할이 날로 증대되고 있는데. -한반도 해역은 한국·일본·중국·러시아 4개국의 경제수역이 일부 중복되는 등 각국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항상 긴장감이 있는 일종의 ‘저강도 분쟁수역’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경은 광활한 해상주권을 수호하고 어업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묵묵히 주어진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경비정 등 해경의 장비가 주변국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은데. -현재 대형 함정을 건조 중이고 항공기 확보에도 힘써 2010년쯤이면 일본과 대등한 함정세력 및 수색구조 체제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 문제는 장비를 단순 비교할 것이 아니라 관할해역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주5일 근무제에 따라 수상레저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데. -지난달 30일에도 충남 태안군 격렬비열도에 보트를 타고 놀러간 20명이 예정시간에 입항하지 않아 해경 경비정 5척이 출동해 밤새도록 수색을 하는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레저를 즐기는 것은 좋지만 반드시 안전수칙을 지키고 해경과 연락체제를 갖추는 것만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열린세상] 6자회담, 求同存異의 지혜를/정종욱 아주대 교수·전 주중대사

    지난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속개된 6자회담에 대한 중간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김정일에게 체어맨이라는 존칭을 사용했다. 국방위원회의 위원장이라는 뜻이지만 3년 전에 사용했던 피그미(난쟁이)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일본도 납치자 문제를 정면에 내세우지는 않았다. 북한 역시 한반도 비핵화가 회담의 총체적이고 총괄적 목표임을 강조함으로써 핵 프로그램의 근본적 폐기 의지를 확인했다. 회담의 목표에 대한 공동인식이 확인되었고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물론 이런 긍정적 평가와는 달리 앞으로 회담의 순항을 가로막는 악재들은 도처에 산재해 있다. 그런 악재 중의 하나가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주장이다. 북한의 정확한 의도는 시간이 좀더 지나야 알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한반도 전체를 비핵지대화로 만들자는 주장이라 해석할 수 있다. 얼핏 듣기에는 나쁠 게 없는 당연한 주장처럼 들린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가지 함정이 숨어 있다. 원칙적으로 비핵지대는 당사국들의 핵보유를 허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핵무기를 가진 제3국과의 군사적 제휴나 동맹관계도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지대화 주장은 북한의 핵포기는 물론 남한에서도 핵무기가 없어야 할 뿐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의 핵우산도 철회되어야 함을 뜻한다. 실제 김계관 북한 수석대표의 기조연설에서 이런 주장이 제기되었던 것으로 보도되었다. 핵우산은 미국의 동맹전략에서 핵심적 요인이다. 안저스(ANZUS)동맹이 파기된 것도 바로 미국이 뉴질랜드에 대해 핵우산을 제공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지대화 주장은 궁극적으로는 한·미동맹을 파기하라는 요구로 해석할 수 있다. 만약 한·미동맹의 해체까지 가지는 않는다 해도 한반도 비핵지대 주장이 채택되면 그 검증제도를 만드는 것이 대단히 복잡해서 우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비핵지대화 주장은 북핵문제에 대한 초점을 흐리게 하는 물타기작전이자 지연작전의 함정이 될 수도 있다.1990년대 초 남북기본합의서를 만들 때에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채택되지 않았던 적이 있다. 비핵지대화 주장 이외에도 미국이 제기한 북한의 인권문제나 북한이 주장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의 무조건 철회 등 앞으로 회담의 순항을 방해할 악재들은 수두룩하다. 그래서 각국의 입장을 하나의 바구니에 담는 이른바 ‘말 대 말’의 합의를 이루어내는 일조차 지금으로서는 대단히 험난한 여정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아직은 회담의 장래에 대해 희망을 가져야 한다. 지금부터 회담의 장래를 비관하고 다른 대안을 추구할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번 회담마저 성과없이 끝나게 되면 그 뒤에 다가올 결과는 너무나 참담할 수 있다. 미국은 북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려 할 것이고 북한은 북한대로 벼랑 끝으로 달려갈 것이다. 결국 한반도에는 다시 전쟁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전쟁의 먹구름이 있어야 해 뜨는 밝은 날이 온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의 우리에게는 공허한 얘기일 뿐이다. 휼륭한 협상가에게는 적어도 두가지 능력이 요구된다고 한다. 첫째가 악재를 호재로 만드는 능력이고, 둘째가 인내심과 낙관적 사고이다.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의 말처럼 다른 것은 미루어 두고 같은 것을 먼저 찾아내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실용적 태도를 갖고 한술 한술 조금씩 먹다 보면 언젠가는 배가 불러질 수도(飯一口一口地吃) 있는 일이다. 아무리 시간이 걸리고 악재들이 수두룩하다 해도 지금으로서는 다른 길이 없다. 정종욱 아주대 교수·전 주중대사
  • 核탑재 함정·전술기도 불허

    북한이 지난 27일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자 6자회담의 총체적 목표임을 밝히고 동시에 비핵화의 본질이 ‘남북 한반도 비핵지대화’라고 주장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지난 1991년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선언에 기초한 개념. 남과 북이 한반도내에서 평화적 목적 이외의 핵을 저장·생산·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6자회담 참가국들의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핵폐기를 염두에 둔 개념이다. ‘비핵지대화’는 북한 사전에 따르면 남북한 비핵화와 함께 핵무기를 적재한 미7함대 함정이 우리 영해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는 등 육상, 해상, 항공 등 외부로부터 전방위에서 핵무기의 반입을 금지하는 개념이다.80년대 이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미국이 한반도에 핵무기를 배치, 한반도 핵전쟁 위험이 높아졌다고 주장하며 비핵지대화를 요구해 왔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방위사업청 신설작업 ‘가속도’

    방위사업청 신설작업 ‘가속도’

    우리 군의 무기도입 체계 등 방위사업 시스템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방위사업청 신설 작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내년 1월1일 개청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방위사업청의 개청 준비단장이 27일 임명됐고, 다음달 1일부터는 준비단도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현재 국방부와 각군 등으로 분산된 획득업무를 통합할 방위사업청은 연간 10조원대에 이르는 무기·군수품 도입을 전담하게 된다. 국방부는 27일 개청 준비단장이 임명됨에 따라 내년 1월 출범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 산하에 들어설 개청준비단은 과거 총리실 산하 국방획득제도개선단과 국방부 획득실 산하 획득제도 개선TF 등을 모두 통합한다. 준비단 인력 200여명도 최근 확정했다. 현역 군인이 110여명, 일반직 공무원 50명, 군무원과 연구원 등이 40여명이다. 현역 군인의 경우 육·해·공군을 3분의1씩 균등하게 나눠 보임할 예정이다. 청사는 서울 용산의 국방조달본부 건물을 개조해 사용한다. 이르면 다음달 1일 준비단 창설식도 갖는다. 준비단은 단장 이외에 부단장(1급 상당 공무원), 정책기획부와 사업부 등 2부에 16개 팀으로 각각 구성된다. 이 골격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내년 1월 정식 개청 때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부단장에 획득제도개선단장을 맡았던 이용철(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변호사가 다시 기용된다는 말도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획업무를 전담할 정책기획부의 책임자는 일반직 2∼3급 공무원이 맡고, 각종 무기도입 사업을 직접 다룰 사업부의 책임자는 준·소장급 현역 장성이 보임된다. 사업부에는 기동전력팀, 함정팀, 항공기팀, 정밀타격유도방공팀 등 전력별로 9개 팀이 들어선다. 팀장의 경우 일반직(4급)이나 현역 대령이 맡을 수 있도록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연말쯤이면 군무원에서 일반직으로 바뀌는 신분전환자와 추가되는 현역 군인 900여명 등을 포함해 2300여명의 정원으로 조직이 완비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儒林(398)-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24)

    儒林(398)-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24)

    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24) 일찍이 제나라에 간 공자가 안영으로부터 ‘대체로 유자는 말만 그럴싸하지 바른 규범을 지키지 못하며 여러 나라를 유세하고 구걸하며 빌리기만 잘하니 나라를 위하는 짓은 못됩니다.’라는 제재를 당해 경공으로부터 홀대를 받은 것처럼 제나라에 간 맹자 역시 순우곤으로부터 강력한 제지를 받아 위왕을 제대로 접견조차 하지 못하였던 것처럼 보인다. 바로 이 무렵 순우곤과 맹자는 전국시대 사상 가장 유명한 논전을 벌이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순우곤이 맹자를 찾아와 다음과 같이 물었다. “남자와 여자가 물건을 주고받는 것을 직접 하지 아니하는 것이 예(禮)입니까.(男女授受不親禮與)” 순우곤의 말은 교묘한 함정을 갖고 있었다. 즉 ‘수수불친(授受不親)’이란 ‘손과 손이 마주 닿아서 하나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결국 순우곤의 질문은 ‘남녀는 서로 손이 닿지 않아야 되는 것이 예입니까.’하고 묻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맹자는 대답한다. “그것이 예(禮)이다.” 맹자가 대답하자 세치의 혓바닥을 가진 순우곤이 비로소 맹자가 자신의 미끼에 걸려들었음을 알고 회심의 미소를 띠며 다시 물어 말하였다. “하오면 여기 제수나 형수가 물에 빠져 있습니다. 손으로 끌어내야 합니까.” 순우곤의 두 번째 질문 역시 교묘한 함정을 갖고 있었다. 즉 맹자의 대답대로 남녀는 유별하여 서로 상대방의 몸에 손을 대지 아니하는 것이 예라면, 그러나 지금 형수 혹은 제수가 물에 빠져 죽어가고 있는데 손을 뻗어 건져 올리자니 무례(無禮)한 일이고, 그렇다고 죽어가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는 것은 무도(無道)한 일이 아닐 것인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을 묻는 순우곤의 질문은 실로 궤변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맹자는 일언지하로 대답한다. “제수나 형수가 물에 빠졌는데도 손을 뻗어 끌어내지 아니하면 승냥이나 이리다.” 맹자의 대답은 단호하다. 아무리 남녀가 유별하여 손을 댈 수 없는 상대방이라 할지라도 목숨이 위태로울 때 손을 뻗어 건져주지 않는 것은 승냥이나 이리와 같은 짐승의 행위라고 단언한 다음 맹자는 다음과 같이 말을 잇는다. “남자와 여자가 물건을 주고받지 아니하는 것(손이 맞닿아서 하나가 되지 않는 것)은 예이고, 형수나 제수가 물에 빠지면 손으로 끌어내는 것은 권(權)이다.” 맹자가 대답한 권(權)은 ‘저울추’를 의미한다. 저울추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물건의 위치에 따라 이동하는 것이므로 ‘상황에 따라 달리 대처해야 하는 행동원리’를 가리키고 있음인 것이다. 즉 이 세상에 절대의 원칙은 없는 것이며, 그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최선의 행동원리를 취하는 것 또한 예임을 맹자는 웅변으로 드러내고 있음인 것이다. 이로써 맹자의 마음을 떠보려던 순우곤은 일격에 무너지고 만다. 그러나 이로써 물러갈 만만한 순우곤이 아니었다. 순우곤은 마침내 최후의 반격을 시도한다. “지금 천하가 물에 빠져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선생께오서는 끌어내지 않으십니까. 그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까.”
  • [열린세상] ‘주문형 교육’의 함정/전상진 서강대 사회학 교수

    현재 청년 실업의 문제가 심각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교육의 목표와 방법이 변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대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만들어 내 취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학은 연구를 수행해야 하며 학문의 재생산을 도모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학생들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 즉 ‘맞춤형 인재’를 만드는 것은 대학의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한국 대학이 지금껏 ‘직무유기’를 했다는 경험적인 증거도 이미 제시되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53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신입사원 교육비용은 일인당 1억원이 넘고, 이들을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기간도 매우 길다. 대기업의 경우 2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상황이 이럴진대, 기업이 대학에 대해 불만을 안 가질 수 없다. 대학 교육과 기업 실무의 격차가 너무 크다. 대학이 ‘주문형 교육’으로 ‘맞춤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맞춤형 인재’란, 단기간에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력, 기업의 요구에 맞춰 교육된 인력이다.‘주문형 교육’은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의 상(像)을 목표로 대학이 교육과정을 운영되는 것을 말한다. 얼마 전 서울의 한 대학은 어떤 전자기업과 함께 ‘주문형 석사과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기업은 학생선발과 교육과정, 그리고 교수 선정에 참여한다. 학교는 기업에 교육제도적인 틀과 졸업생을 제공하면서 지원금을 받는다. 그리고 학생들은 학비와 생활비를 받으면서 취업을 보장받는다. 말 그대로 모든 참여자에게 이익이 돌아온다. 하지만 사정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현대 시장은 매우 역동적이다. 기업의 생존은 시장 변화에 대해 빨리 적응할 수 있는가, 혹은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고용관계를 불안하게 만든다.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현대 직업인은 직장과 직종을 빈번이 바꿀 수밖에 없다. 1990년대 말의 한 조사는 2년제 대학 이상을 졸업한 미국 청년이 앞으로 40년 동안 최소한 11번 전직하고, 최소한 3차례 ‘밑천 기술’을 바꿀 것이라고 예상한다.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대학 졸업생들은 극심한 취업경쟁을 겪게 될 것이다. 또 직장은 물론이고 직종 자체를 수시로 바꿔야 하는 조건에서 살아 갈 것이다. 그렇기에 이에 대비해서 다양한 자격과 능력을 가져야 한다. 취업 단계에서 기업에 매력적인 것은 아마도 즉각적으로 실효를 볼 수 있는 실무 능력일 것이다. 하지만 취업 이후에 필요한 자격은 실무 능력으로 소급될 수 없는 다른 어떤 것, 직업교육학에서 이른바 핵심 자격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핵심 자격은 커뮤니케이션 능력, 사회적 능력,‘메타 능력’(새로운 자격의 취득과 기존 자격의 확장 능력) 등을 포괄한다. 이 자격은 전직과 직종 전환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실무 교육을 통해 취득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즉각적인 요구를 중시하는 ‘주문형 교육’은 험난한 취업 관문을 통과하는 데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교육은 특정 기업의 특정 실무, 즉 ‘현재와 여기’에 집중한다.‘미래와 저기’를 대비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의 육성은 경시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주문형 교육’을 받은 ‘맞춤형 인재’는 반쪽짜리가 될 위험이 크다. 멀리보고,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대학 교육의 자율성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이 지켜져야 하는 까닭은 외부의 개입을 싫어하는 대학과 교수를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다. 바로 학생들의 미래와 가능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 교수
  • 남북 통신연락소 새달 13일부터 운영

    남북은 서해상에서의 함정간 우발적인 충돌을 막기 위해 다음달 13일부터 통신연락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7월 중단됐던 군사분계선(MDL)상의 체제 선전수단 제거작업도 재개, 다음달 13일까지 마치기로 했다. 남북은 20일 오전 10시부터 판문점 우리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남북 실무 대표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하지만 제3차 장성급회담 일정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한 채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서해상 문제만을 다룰 통신연락소 설치는 지난해 남북간에 합의했던 사안으로, 현재의 함정간 무선통신 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한 것이다. 남북 해군당국이 각각 운영할 통신연락소는 북측은 개성에, 남측은 경의선 군(軍) 상황실에 각각 개설될 가능성이 높다. 남측 수석대표인 문성묵(육군 대령) 국방부 대북정책과장은 “통신연락소와 선전수단 제거는 지난해 남북이 합의했던 사안으로, 미이행 분야에 대한 ‘해소’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남북은 체제 선전수단 제거 결과 확인을 위해 다음달 12일 판문점에서 제4차 실무회담을 갖기로 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전투기 연쇄추락 미스터리

    전투기 연쇄추락 미스터리

    13일 밤 발생한 공군 전투기 2대의 연쇄 추락사고 원인은 뭘까. 현재로선 전문가들도 원인을 추정하기 힘들 만큼 미스터리 투성이다. 사고 전투기가 서로 다른 상공에서 훈련을 한 데다, 당일 기상도 그리 나쁘지 않았던 터여서, 전투기 2대가 잇따라 추락한 원인에 대해 군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일 2대의 전투기는 청주와 수원 비행장을 이륙, 남·서해안 상공에서 적의 해상 전력 침투를 막기 위한 야간 근접지원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전투기가 고도 8000피트 이상에서 비행하다가 적선(敵船)이 발견되면, 해군이 조명탄을 터뜨리고 그 사이 4000피트 상공까지 급강하해 표적을 폭격하는 내용으로, 조종사들은 모두 야간 투시경(NVG)을 끼고 있었다. 추락 직전 남해안 상공을 비행하던 F-4E 팬텀기는 공격 목표 식별후 첫 공격을 시도하던 중이었고,F-5F 전투기는 한번의 모의공격을 끝내고 2차 공격에 돌입하던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전투기 추락사고의 원인으로는 기체결함, 조종사의 비행착시, 기상악화 등이 꼽힌다. 사고가 난 F-4E 팬텀기는 제작된지 35년이 됐고,F-5F는 22년 된 노후 전투기다. 공군 관계자는 “F-4E의 경우 세계에서 6개국이 운용 중이지만 우리 항공기가 제일 오래 됐다.”며 전투기의 노후에 따른 기체결함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F-5F의 경우 추락 직전 섬광을 목격했다는 주민 제보도 있어 추락 직전 전투기의 폭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전투기 조종사들의 일시적인 ‘비행착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투기 조종사들이 저공비행을 할 경우 바다나 육지 표면과의 거리와 방향감각이 크게 무뎌져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고 전투기 조종사들은 추락직전 “가상 적 함정을 발견했고, 공격하겠다.”는 내용의 교신을 남겼다. 추락 직전까지 위험상황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이젝션(비상탈출)’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공군측은 사고 전투기 조종사들이 편대장급 및 교관 조종사들로 비행기량이 매우 우수했다며, 비행착각 가능성은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이밖에 사고 당일 기상도 당초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비교적 양호했던 것으로 밝혀져 사실상 기상이 사고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투기는 일반 항공기와 달리 블랙박스가 없어 전투기 잔해를 일일이 수거해 분석해야 하는 만큼 원인 규명에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공군은 현재 모든 기종의 비행훈련을 전면 중지한 상태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수도권플러스] 인천해양축제 새달 4~6일

    제3회 인천해양축제가 8월4∼6일 인천시 중구 을왕동 왕산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린다. 행사는 기념식에 이어 해양가족캠프, 인천시장배 요트대회, 해양레포츠 체험, 해변가요제, 록 페스티벌, 김광한의 뮤직비디오 콘서트, 맥주페스티벌 등 다양하게 펼쳐진다. 또 해경·해군함정 공개, 인천항 갑문 개방, 팔미도등대 체험, 맨손 고기잡기대회, 모래 조각전시회도 개최된다.
  • [씨줄날줄] 독도함과 일본/이목희 논설위원

    1905년 도고제독이 이끄는 일본 해군 연합함대는 동해상에서 러시아 발틱함대를 궤멸시켰다. 이후 일본 해군은 영국·미국과 함께 세계 최강대열에 올라섰다. 항공모함을 개발한 나라는 영국이다.1차대전 당시부터 순양함과 상선을 개조해 항공기를 탑재·운용했다. 전투용 순수 항공모함은 일본에 의해 처음으로 건조됐다. 1920년대 일본은 7500t급 항공모함 호우쇼를 만든 데 이어 2만 7000t급의 가가, 아카기를 잇따라 선보였다. 특히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은 항공모함이 진가를 발휘한 첫 사례였다. 일본은 6척의 항공모함과 400여대의 항공기를 동원, 진주만 미 해군기지를 초토화시켰다.2차대전 패배 후 일본의 군사력은 제약받아 왔지만 해상자위대의 전력은 만만찮다고 평가된다. 군사전문가들은 세계 4위권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첨단 항공모함은 아직 갖고 있지 않다. 가장 큰 상륙함이래봐야 오스미급으로 8900t에 불과하다. 한국이 엊그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대형수송함(LPX)인 독도함을 진수하자 일본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송함의 이름에 유감을 표명했으나 ‘아시아 최대’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을 게 틀림없다.1만 4000t급의 독도함은 탑재 가능한 병력, 전차, 헬기 숫자에서 일본 함정을 앞선다. 초수평선(超水平線) 상륙작전을 구사할 수 있는 등 공격력을 갖췄다. 해안의 적에게 탐지되지 않는 거리에서 고속공기부양정과 헬기를 이용해 신속한 상륙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부만 개조하면 해리어기 등 수직이착륙 항공기 탑재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독도함이 경항공모함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우리가 해군에 본격 투자를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다.‘대양해군’의 개념이 생겼고, 일본을 가상적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 무력충돌을 다룬 소설·만화가 인기를 끌었다. 올 들어 실제로 독도 해역에서 양국 경비정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일간 기본적인 우호관계가 유지되고 있어 해상 무력충돌이 생길 확률은 낮다. 서태평양에는 두나라를 중재할 미7함대가 버티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이 독도함에 시비를 거는 모양이 개운찮다. 독도 논란을 넘어 해군력 강화 구실을 삼으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독도이름 붙여 더 자랑스럽습니다 ”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송함을, 그것도 국내 기술로 건조하게 된 것은 국가 위상을 한껏 드높이는 ‘사건’입니다. 정말 가슴이 뿌듯합니다.” 대형 수송함(LPX·1만 4000t급)인 ‘독도함’을 건조하는 데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는 해군 홍익선(해사 34기) 대령은 LPX 진수식을 마친 뒤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해군본부 조함단 소속인 홍 대령은 지난해 1월부터 부산의 한진중공업에 파견돼 독도함 건조를 진두지휘해왔다. 작업 감독을 위해 해군에서 파견된 현역 장교 10여명 중 책임자인 ‘수석 감독관’직을 맡아온 것. 독도함의 작전요구성능(ROC)을 만족시켜야 하는 군 당국과 건조업체의 이익이 맞서 이를 중재해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일을 맡기도 했다. 그는 “독도함은 상륙작전을 위한 병력·장비의 수송을 기본 임무로 하는 수송함 또는 상륙함이지만 해상 기동부대나 상륙 기동부대의 기함이 되어 대(對)수상전, 대공전, 대잠전 등 해상작전을 지휘통제하는 지휘함의 기능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도함이란 명명에 대한 일본측의 반발에 대해 그는 “분명한 우리 영토인 독도를 우리 함정 이름에 쓴 사실을 놓고 여러가지 말을 하는 일본을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독도함은 앞으로 내부 장비 및 설비공사, 무장 탑재공사, 장비 성능테스트, 시운전 등을 마치고 2007년 6월쯤 해군에 인도돼 전력화될 예정이다. 길이 199m, 폭 31m, 최대 속력 시속 43㎞인 독도함은 한번에 해병대 1개 대대 병력(720명)과 최대 70대의 전차를 실을 수 있다.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공군전투기 2대 추락

    남해와 서해안 상공에서 훈련 중이던 공군 전투기 2대가 연이어 추락했다. 13일 공군과 해경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40분께 남해안 목포 남방 추자도 상공에서 공해 합동훈련 중이던 공군 제17전투비행단 소속 F-4E(팬텀) 전투기 1대가 추락했다.이 전투기에는 2명이 탑승하고 있었고, 사고 10분 전 추자도 근해에서 해군과 합동 작전을 수행했으며,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이어 8분 뒤인 오후 8시48분께 서해 안면도 상공에서 역시 공해 합동훈련 중이던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소속 F-5F(제공호) 전투기 1대도 레이더망에서 사라졌다. 공군은 이들 전투기가 추락한 것으로 보고 해군 함정과 한미 공군 합동으로 구조헬기를 사고해역에 급파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조종사를 비롯한 탑승자 4명의 생존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공군은 사고가 나자 배창식 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사고조사위원회를 긴급 구성해 사고경위 조사에 착수했다. 공군은 훈련 당시 상공의 날씨가 좋지 않았던 점으로 미뤄 기상악화로 사고가 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완도 남기창기자·조승진기자 kcnam@seoul.co.kr
  • 44명의 처녀를 찾아라

    44명의 처녀를 찾아라

    『44인의 표류된 처녀를 찾아라』- 서해안 일대에 새벽의 비상망이 쳐졌다. 폭풍과 눈보라 속 절해고도에서 44명의 조개잡이 처녀들이 실종된 지 만 1주일. 군경과 미군까지 동원된 합동수색대는 조난 1주일 만에 성냥갑만한 노도(怒濤)속의 한 섬에서 치마를 찢어 흔드는 일단의 처녀군(處女群)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뭍에서 120km의 무인도, 쌀 두 말로 영하의 연명을 그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육지에서 120km나 떨어진 작디 작은 무인 고도- 눈보라 속의 그 섬을「헬」기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는 사실만도「천우」요「신조」일 수밖에 없었다. 44인의 처녀와 인솔자인 한 사람의 총각이 서해의 외딴 섬인「새뱅이」섬에 표류한 것은 지난 4일. 그들은 구출된 10일까지 쌀 두 말과 고구마 두 말의 식량으로 영하의 조난을 이겼다. 44인의 처녀와 1인의 총각이 엮는「인간개가(凱歌)의 장」은 이러했다. 충남 서산군 소원(所遠)면 모항(茅項)리의 작은 어촌에는 1백여호의 어민들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가난」을 유일한 재산으로 하루 1백원 정도의 굴따기, 조개잡이로 생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어촌의 처녀 44명은 11월 4일 같은 마을 홍은표(洪殷杓)씨(22·남)의 인솔로 모항(茅項)에서 120km나 떨어진「새뱅이」섬이란 무인도로 굴을 따러갔다. 하루 160원의 벌이를 위해-. 이날 아침 인천으로 가는「경문호」(8톤·선장·송응남)에 편승. 쌀 두 말과 고구마 두 말을 동네에서 꾸어가지고 폭풍과 기아와 공포가 기다리는「새뱅이」섬으로 떠난 이들은 출항 4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 경문호는 다음날 귀로에 이들을 마을로 데려가기로 약속하고 인천으로 떠났다. 조개잡이배 태풍만나 구조경비정까지 표류 그러나 경문호가 다음날 인천을 출발하려 할 때 뜻밖에도 태풍주의보가 내렸다. 주의보가 해제되기를 기다리기 1주일-. 선장 송씨는 기다리다 못해 10일 육로로 서산에 돌아가 이들의 조난 사실을 경찰과 육군○○사 주둔부대에 신고했다. 서산경찰서는 김태주(金汰株)서장 진두지휘 아래 즉시 경비정「한산호」를 출항, 이들의 수색에 나섰으나 4m의 파고와 짙은 안개로 목적지도 찾지 못한 채 15명의 승무원을 실은 경비정마저 표류하기 시작했다. 김서장은 두 시간에 걸친 파도와의 싸움에 기진, 해군함정에 SOS를 타진했으나 해군함정마저 심한 풍랑으로 출동하지 못한다는 절망적인 회신만 보내왔다. 미군「헬리콥터」가 구출, 치맛자락 찢어 소리쳐 51사단 이준희대위와 김서장의 끈덕진 설득에 감동된 미44 포병대 4대대 C중대의 중대장「달튼」대위는 평택 ○항공대의 친구의「사빈스」준위에게 사태의 긴박함을 연락, 드디어 하오 5시 미군의 대형「헬」기가「사빈스」준위의 조종으로 현장에 출동했다. 그러나 30분간이나 현장 상공을 배회한「사빈스」준위는 악천후로「새뱅이」섬을 찾는데 실패, 급기야는 자신의 생명에까지 위험을 느껴 기지로 돌아오고 말았다. 구조본부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먹을 것도 없이 이 눈보라 속의 절해고도에서 1주일을 견딘다는 게 연약한 여자의 몸으론 도저히 불가능하다. 김서장과「달튼」대위는「사빈스」준위를 다시 설득,「헬」기에 동승하여 다시 현장에 출동했다. 하오 6시 30분- 흰 눈보라 속에서 치맛자락을 찢어 목이 메어라고 소리치며 흔드는 44명의 처녀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성공이다!』「헬」기 속에선 세 사람의 함성이 터졌다. 조종사「사빈스」준위는「새뱅이」섬 상공을 5회나 선회한 끝에 결사적인 착륙에 성공, 이들 전원을 구출했다. 정영숙(鄭英淑)(17)양 등 10여명의 처녀들은 이미 동상과 골절의 중상을 입고 있었으며 추위와 기아에 지친 일행은 완전히 아사직전의 초췌한 모습으로 울음을 터뜨렸다. 동굴파고 돼지감자 캐고 눈보라 속에서 동상까지 이 44명의 처녀들이 조난한「새뱅이」섬은 길이 300m, 폭 100m의 작은 무인도. 그들은 예정대로 4일 작업을 마치고 5일 배를 기다렸으나 배는 10일까지도 오지 않았다. 이들이 가지고 온 쌀과 고구마는 45명의 하루 식량 밖에 안 된다. 바다의 기상에 밝은 이들은 배가 오지 못할 것을 예감, 식량을 아끼고 섬의 바위틈에서 나오는「돼지감자」눈을 캐 모으기 시작했다. 일부는 동굴을 팠다. 단 한 사람의 남자인 홍은표씨는 44명의 처녀를 거느린(?) 행복감에 도취할 새도 없이 이들을「리드」하기에 초인적인 안간힘을 썼다. 6일부터는 하루에 밥 1회, 감자 1회씩을 먹었고 8일부터는 날감자를 약간씩 씹어 입의 침이 마르지 않도록 연명했다. 9일부터는 식량이 그나마 다 떨어져 굶기 시작했다. 44명의 처녀들은 주림과 추위 속에서 생을 체념, 가난하나마 단란했던 고향의 식구들을 생각하며 마지막 운명의 순간만을 기다라고 있었다. 10일 하오 6시 30분. 섬 상공에「헬」기가 나타났다. 몰아치는 태풍, 200mm나 쌓인 눈. 그 속에서 기진맥진해 쓰러져 있던 처녀들은 순간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일어나 입었던 치마를 벗어 허공에 대고 흔들었다. 서산으로 공수된 이들은 미군 C중대의 식당에서 배를 불리고 중상자들은 부대의 의무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번 처녀구출작전에서 수훈을 세운「달튼」대위는 미「인디애너」주 출신의 ROTC장교, 김태주 서산서장은 고시 행정과 출신의 젊은 총경서장이다. <서산=장석호기자> [ 선데이서울 68년 11/24 제1권 제10호 ]
  • 軍 ‘독도수호’ 훈련

    올들어 일본 순시선들이 독도 근해에 출몰하는 빈도가 예년에 비해 배 가까이 늘어나 독도 해역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해경의 해경정을 독도 근해에 상주시키는 것은 물론 군 당국도 독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 군이 전면에 나서 모든 조치를 취하는 내용의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6일 군 당국에 따르면 일본 순시선의 독도 근해 출현은 올들어 지난 4일까지 총 38회를 기록했다. 예년의 연평균 46회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들 순시선은 일본 마이주루에 기지를 둔 해상보안청 8관구 소속으로 13척 정도가 독도 근해에서 활동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순시선은 우리 영해 밖 해역인 독도 외곽 15 해리까지 접근해 선회한 뒤 되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본 순시선은 거의 1300t급이었지만 올해 처음으로 3500t급 순시선이 목격되고 있다.”며 “해경에서 보유중인 5000t급 경비함 삼봉호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 해경은 경비정 2척을 독도 인근에 상시 배치했으며, 해군도 대잠 초계기인 P3-C와 함정을 독도 외곽에 투입, 일본 순시선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울릉도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데스크시각] IOC총회와 태권도/김민수 체육부 차장

    지구촌 스포츠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117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가 5일 싱가포르에서 개막됐기 때문이다. 이번 총회에는 각국 스포츠의 희비를 극명하게 가를 굵직한 사안들이 상정돼 이해 당사국들은 막바지 외교전에 총력을 쏟고 있다. 총회는 9일까지 나흘간 숨가쁘게 이어진다.6일에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다음 대회인 2012년 하계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되고,7일에는 비리 IOC위원 제명 투표가 실시된다. 이어 8일에는 2012년 올림픽의 28개 종목이 확정된다. 우선 2012년 올림픽 유치전이 세계의 이목을 끈다. 프랑스의 파리와 영국의 런던, 미국의 뉴욕과 스페인의 마드리드, 러시아의 모스크바 등 5개 도시가 경합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도시들의 격돌이어서 세계 언론은 ‘별들의 전쟁’이라며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 유치에 성공한 도시는 최고 도시로서의 자존심을 곧추세우는 것은 물론 향후 7년여간 개최국으로서의 지위를 한껏 누리게 된다. 무려 88년만에 올림픽 재유치에 나선 파리가 현재 선두 주자로 꼽힌다.IO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숙박과 교통시스템, 풍부한 재정 등에서 ‘올림픽을 치르기에 충분한 도시’로 높이 평가한 바 있다. 7일에는 비리 위원 퇴출이 투표로 가려진다.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이 제명 투표에 부쳐질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자진사퇴로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현재 불가리아의 이반 슬라프코프 위원이 도마에 올라있다. 슬라프코프 위원은 지난해 BBC방송의 함정 취재에 의해 ‘금품을 제공할 경우 특정 후보도시에 투표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돼 자격 정지를 받은 상태다. 따라서 국내 스포츠계의 시선은 8일 종목 퇴출 투표에 쏠려있다. 총회에서는 위원 116명 가운데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각 종목의 올림픽 퇴출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은 태권도뿐만 아니라 최강 양궁, 인기 종목 야구 등이 거론돼 긴장하고 있다. 자칫 이들 ‘효자종목’이 퇴출될 경우 세계 스포츠 10대 강국의 위상이 무너질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가장 큰 우려의 대상은 국기인 태권도다. 지난 시드니올림픽의 정식종목으로 이끈 김운용 전 부위원장이 더 이상 ‘버팀목’이 되지 못하는 데다 올림픽에서 잇단 판정 시비를 빚어 이미 IOC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게다가 일본의 가라테와 골프, 럭비 등이 끊임없이 진입을 시도하는 것도 악재다. 여기에 최근 IOC의 보고서도 위기감을 부채질했다. 회원국이 179개국이나 돼 보편성(universality)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하지만 대중성(popularity)과 이미지(image) 등에서는 매우 낮게 평가됐다.TV중계와 언론기사 빈도가 매우 낮고, 심판의 판정이 경기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다 흥미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은 이들 문제점을 개선한 청사진을 IOC에 제시했고,IOC도 개선안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며 낙관한다. 국내 태권도계에서도 여러 악조건을 감안해도 70표 정도는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어서 막판 총력이 요구된다. 한국의 자존심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는 이번에 퇴출되면 이후 재진입이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IOC는 이번 종목 진퇴를 통해 21세기 국제 스포츠의 새판짜기를 꾀하고 있어 ‘서바이벌 게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한국처럼 특정 종목에 의존도가 큰 다른 국가들은 IOC의 종목 퇴출 투표에 크게 반발한다. 현 28개 종목의 연합체인 하계올림픽국제경기연맹연합(ASOIF)도 IOC의 퇴출 투표 방침에 보이콧으로 맞설 방침이었다. 올림픽 군살빼기를 선언한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육상·수영 등 같은 종목내 유사 세부종목의 통폐합을 선행해야 한다는 주장이고, 우리도 공감하는 대목이다. 어쨌든 태권도는 결과에 따라 극명하게 다른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국제스포츠로서의 입지를 더욱 다지는 기틀을 마련할지, 아니면 상당기간 변방 종목으로 서성일지, 중대 기로에 선 것이다.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WTF 대표단의 막판 활약을 기대해 본다. 김민수 체육부 차장 kimms@seoul.co.kr
  • [부동산대책] 집값잡기, 세제강화·대출제한등 ‘협공’ 필요

    ‘금리조정 효과가 약발이 안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효과분석을 재검토해야 한다.’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때 통상 나타나는 경제적 효과가 시장흐름의 메커니즘에서 벗어나고 있다. 기존의 금리분석 모델이 더 이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금리조정이 정책적 수단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의 달라진 소비·투자·심리패턴을 면밀히 재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부동산 투기억제 처방으로 거론되는 금리인상의 효과분석에도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리인하 효과를 들여다보니…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해 8월과 11월 두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린 것은 결과론적이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말한다. 당시 금통위는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 가계 및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 경감으로 소비 및 설비투자 심리를 자극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2004년 1·4분기 자금순환표상 금융자산과 금융부채의 수입이자와 지급이자 등을 산술적으로 분석해 본 결과 기업은 1조 2000억원, 가계는 1조 3000억원가량의 금융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금리인하에 따른 지금까지의 효과분석은 누구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미 투자부문에서 기업들이 ‘금리조정은 더 이상 투자에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공공연히 함으로써 실효성이 없음이 입증됐다. 소비부문도 마찬가지다. 금리를 내리면 돈을 꿔서라도 소비를 늘리고, 부동산·주가 등이 상승하면서 자산효과로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존의 금리조정 효과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시중은행 고위 간부는 “예전의 소비주도층이었던 50∼60대는 고령화사회의 도래와 함께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로 돈이 생기면 소비 대신 무조건 저축하는 등 일본식 소비패턴으로 확연히 돌아서고 있다.”며 “소비의 주도층으로 부각된 20∼30대는 청년실업으로 쓸 돈이 없기 때문에 금리인하로 소비를 진작시킨다는 예전의 금리메커니즘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들어 집값이 올랐다고 하지만 집값상승이 소비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으며, 풍부한 유동성은 부동산쪽으로만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물가로 금리조정하면 낭패(?) 한은은 지난해 콜금리를 인하할 당시 정부의 주택가격안정대책에 따라 주택가격의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현재 부동산가격은 치솟고 있는 반면, 물가는 안정권에 들어간 상태다.6월 소비자물가(CPI)를 보면 34개월 만에 전년 동월보다 2.7% 상승,2002년 8월(2.4%)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기에는 적잖이 함정(덫)이 있다. 소비자물가에는 부동산값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집세(전세·월세)만 포함된다. 소비자물가가 체감물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얘기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소비자물가에 집값을 포함시키지는 않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값 상승이 시차를 두고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값을 물가지표에 반영하는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상 집값상승→상가매매가상승→임대료상승→음식점 등 서비스요금인상 등으로 이어져 시차를 두고 집값상승은 물가로 전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금리-부동산, 실(失)이 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리인하로 부동산값이 올랐다고 해서 금리를 올리려는 접근은 자칫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다고 말한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는 “부동산값이 국지적 상승에서 전국적인 오름세로 확산되면 금리인상 압력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그러나 현 상태에서는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금리 인상보다는 보유세 강화·다주택 양도세 중과세 등의 세제정책과 주택담보대출 제한(자금줄 차단) 등을 통한 금융정책을 적절히 배합한 협공정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경제연구원 관계자는 “2003년 이후 4차례에 걸친 콜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통화증가율이 장기추세를 이탈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적인 콜금리 인하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콜금리를 현재(3.25%)보다 0.25%포인트 올린다고 해도 대출을 10억원을 받을 경우 이자를 연 250만원 더 내는 데 불과하다.”며 “부동산투기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적지 않지만, 인상효과는 기존의 인하효과와 마찬가지로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설령 올린다고 해도 어느 수준까지 인상해야 효과가 날지, 이럴 경우 파생되는 부작용은 경기회복에 어느 정도 악영향을 미칠지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대목”이라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문학! 아시아를 말하다] (하)인도네시아

    [문학! 아시아를 말하다] (하)인도네시아

    “포스트 포스트-식민주의를 꿈꾼다.”식민지배를 경험한 국가들의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는 식민유산의 청산이다.‘청산’이라 해서 무조건 쓸어내는 것만은 아니다. 어찌보면 어떤 시대든 한 시대가 지나면 그 시대에 대해 평가하고 정리하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그 작업 가운데 하나가 바로 포스트-식민주의다. 이 작업은 프랑스 식민지배 경험이 남긴 알제리의 혼란을 형상화한 프란츠 파농의 작업에서 시작됐다. 나이지리아의 치누아 아체베,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에드워드 사이드, 인도계 미국인 가야트리 스피박과 호미 바바의 작업들이 대표적인 포스트식민주의론으로 꼽힌다. ■ 김재용 원광대 교수 제시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조태성특파원|식민지배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끌다 90년대 초반 페미니즘이 활성화되면서 급격하게 유입됐다. 그러나 이들의 포스트식민주의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들 이론가들이 서양중심적인 시선 대신 스스로의 시각을 되찾자며 내세운 동양은 바로 서양제국주의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놓였던 아프리카와 아랍·인도 등 서아시아다. 같은 동양인인 일본에 침략과 지배를 받았던 동아시아국가들과 경험이 비슷할 수 있을까. 포스트-식민주의의 ‘뒤에 오면서, 동시에 뛰어넘는’ 포스트(post)가 하나 더 붙어야 하지 않을까. 문학평론가인 김재용 원광대 교수의 문제의식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인도네시아 국립대 심포지엄에서 발제에 나선 김 교수는 한국문학의 과제로 두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유럽중심주의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중심주의를 피한다며 만들어진 아시아주의의 함정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1940년대 ‘아시아인을 위한 아시아’라는 일제의 대동아공영권 구호는 동아시아 지식인들에게 엄청난 호소력을 발휘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의 많은 지식인들도 여기에 적극적으로 호응했습니다. 유럽중심의 근대라는 것을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동아공영권에서 보듯 이들의 아시아주의는 순수하지 못한 아시아주의다. 김 교수는 ‘본질주의적 아시아주의’와 ‘역사적 아시아주의’를 구분하자고 제안했다. “아시아인이기에 아시아는 하나여야 한다는 본질주의적 아시아주의는 기본적으로 폭력성을 안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을 놓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럽중심주의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아시아의 개별성을 인정해주는,‘역사적 아시아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동·서양을 동시에 안고 또 넘어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시민사회단체와 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연대를 강조했다. 일본식 국가주의 연대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인도네시아의 역할에 기대감을 표시했다.“인도네시아는 동아시아와 서아시아를 연결해주는 거점입니다. 역사적 아시아주의를 가꾸어 나가는 데 인도네시아가 지적 교류의 다리가 되어 줬으면 합니다.” 김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8월말쯤 인도네시아에서 국제학술회의를 열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주변국과 함께 식민지배의 경험과 청산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한국에는 ‘인도네시아와 타이완 등은 한국과 역사적인 경험이 달라 식민지가 근대화에 이바지했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이 널리 퍼져 있다.’고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학술대회를 통해 그런 한국의 통념도 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cho1904@seoul.co.kr ■ 이다 국립대 인문대학장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조태성특파원|인도네시아 국립대 구내에는 ‘태극기 휘날리며’‘올드보이’‘연애소설’ 등 한국영화 상영을 알리는 포스터가 꽤 눈에 띈다. 약하긴 하지만 한류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 화교 중심이지만 서서히 번질 조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학과가 설치된 대학은 없다. 인도네시아 국립대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박사급 연구자가 부족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심포지엄 뒤 열린 국립대와 ACN 관계자간 미팅에서 국립대는 이 문제를 강하게 거론했다. 이다 순다리 후센 인문대학장은 한국측의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불문학을 전공했다는 이다 학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지금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대단히 적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학과를 만드는데 양국의 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박사급 인력 5∼6명이 필요하다.”면서 “이들 인력의 양성·배치 방안과 한국측의 지원방안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면 초기에는 한국에 의존하겠지만 몇년 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한국학을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다 학장은 또 양국 대사관을 통해 양쪽 언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는 인력풀 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교류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cho1904@seoul.co.kr ■고영훈교수가 말하는 한·인니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조태성특파원|인도네시아 말은 매우 간단하다. 그래서 아주 문학적인 표현이나 고도의 전문용어가 아니라면 1년 살았거나 30년 살았거나 언어능력에서는 별 차이가 없을 정도다. 과거·현재·미래 시제도, 동사 변화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순한 언어가 있을 수 있을까. 비밀은 다양한 인종, 민족, 언어 구성에도 불구하고 2억 4000만 인구의 거대한 근대국가를 만들어냈다는 데 있다.19세기 말까지 인도네시아어 구어는 카스트에 따라 9단계의 존비법이 있는 대단히 복잡한 말이었다 한다. 그러나 근대국가건설과 국가통합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옛 구어는 폐지됐다. 대신 가장 간략한 말레이어 계통을 이어 받으며 문자는 알파벳을 차용했다. 단일민족국가인 한국과 공통점이 있을까. 인도네시아 또한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은 나라다. 중국보다 1년 앞선 1920년 아시아 최초의 공산당이 창당됐고, 저 유명한 ‘반둥회의’를 통해 제3세계 비동맹중립외교를 주창했다. 노무현-김정일을 연결해줄 수 있는 인물로 꼽혀 화제를 모았던 메가와티는 인도네시아의 국부 수카르노의 딸이다. 수카르노와 김일성은 제3세계 동지였다. 수카르노의 모나스타워와 김일성의 주체탑이 닮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반공국가 한국과 공통점이 있을까. 동시에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국가이기도 하다. 미국·일본 대사관에 장갑차가 진주해있고, 한국의 까다로워진 입국절차에 맞서 한국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대우를 철회하는 등 9·11 테러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는 나라다. 미국 중심 세계관에 젖어 있는 한국과 공통점이 있을까. 한국외대 고영훈 교수는 그럼에도 식민지 경험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봤다.250여년간의 네덜란드 통치 경험에 이은 3년반 정도에 걸친 일본의 식민통치. 일제는 백인에 맞서 황인의 이익을 지키자고 외쳤고, 네덜란드에 저항하던 인도네시아인들은 온 몸으로 일제를 환영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250년간 통치보다 3년반의 통치가 훨씬 더 가혹했던 것. 일제의 통치기법은 단순했다. 바로 한국을 36년간 통치한 기술을 그대로 옮겨와 적용하는 것.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에는 ‘Koreanlization’(한국화하다)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 여기에다 66년 수하르토 장군을 중심으로 한 반공우익 군부집단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일본에 경제 성장을 의존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민족주의자들을 억압한 것도 비슷하다. cho1904@seoul.co.kr ■노벨문학상 후보 거론 ‘파프람’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조태성특파원|프라무디아 아난다 토르.‘파(Pak·선생님)프람’이라는 존칭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문학의 거장이다.‘식민지배와 독립’이라는 민족주의 주제를 파고든 그의 소설은 외국에서 높게 평가받았다. 그 때문에 80년대 중반 이래 끊임없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에도 대표작 ‘밍케’ 등 몇몇 중·단편소설 등이 번역·출간됐다. 그러나 반공우익 독재정권에게 강력한 민족자주노선은 어디서나 거북스러웠던 모양이다. 수하르토 독재정권은 80년대 초반 그의 책 모두를 금서로 지정했다. 금서로 지정되기 직전까지 수하르토 정권의 부통령은 ‘젊은이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추천사를 쓰고 있었다는 재미있는 일화도 전해진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독재정권이 붙인 금서딱지는 외려 품질보증서였던 셈이다. 지금은 18년간의 수감생활과 고문에 지친 80세의 노인이 됐다. 하지만 ACN과의 심포지엄이 있다는 소식에 억지로 참석해 심포지엄 내용을 꼼꼼히 챙겨 듣고 있었다. 여유도 잃지 않았다.“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나는 이제 치매에 걸릴 나이”라더니 “기억력도 예전만 못해서 받을 빚 외에는 자꾸 잊는다.”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한국과의 만남에 대한 느낌은. -먼 나라인데다 어찌보면 역사적으로 크게 관계가 없는데도 이렇게 찾아와줘서 놀랍기도 하고 너무도 반갑다. ▶최근에 쓰고 있는 작품은 있나. -나는 이제껏 충분히 썼다. 더 이상 작업하는 것은 노욕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이제껏 모아뒀던 모든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60년대 이후 인도네시아 문학과 역사에 대한 문제를 정리해둬야겠다는 생각이다. ▶자신만의 문학적 모티프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국가를 통합하고 근대를 이룩해낸 작업에 대해 관심이 많다. 물론 이는 긍정적인 의미만은 아니고 외려 부정적인 의미에 가깝다. 근대국가를 이룩한다는, 그 진취성이 남긴 폐해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래서 나는 참여문학에 대해 고민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런 고민은 인류의 행복을 위한 고민이고 동시에 인류 공통의 고민이라고 본다. cho1904@seoul.co.kr
  • 넓어지는 바다… 속타는 목포 해경

    넓어지는 바다… 속타는 목포 해경

    중국 어선들이 상습적으로 영해를 침범해 문제를 일으켜 온 서남해 먼바다의 우리나라쪽 관할 구역이 이달 말부터 크게 넓어진다. 그러나 이 지역 경비를 맡고 있는 목포 해경의 인원과 장비는 그대로여서 타국 선박의 영해 침범 및 불법 어로 단속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22일 해경에 따르면 지난 2001년 한·중어업협정에 근거, 그동안 한국과 중국어선 모두가 조업을 해왔던 과도수역이 오는 30일부터 우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귀속된다. 이에 따라 잦은 영해침범 시비가 발생하는 목포해경 관할 경비 구역의 경우 전남지역의 넓이만큼인 12.1888㎢가 추가로 늘어난다. 목포해경은 현재 경비구난함 3000t급 1척과 통상 EEZ 등지에서 순찰하는 1000t급 경비정 4척, 함상 탑재 헬기 2대,30∼300t급 순찰정 14척 등 모두 20여척이 전남 영광∼신안∼진도로 이어지는 광범위한 해역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과도수역 편입으로 목포해경의 관할구역은 육지로부터 서남쪽으로 400㎞까지 멀어졌다. 기존 구역보다 거리상 100㎞ 이상 늘어난 것. 이에 따라 전초 레이더 기지 등으로부터 ‘괴선박 침입’ 확인 요청을 받을 경우 목포항에서 현지까지 함정으로 도착하는 데는 10시간 이상 걸린다. 해경 관계자는 “태풍 등 기상 악조건일 때만 제외하고는 1000t급 경비함 2∼3척이 먼바다에서 상시 대기중”이라며 “그러나 함정이 고장나거나 중국 어선 등이 집단으로 영해를 침범했을 경우 적절히 대처하기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털어놨다. 특히 과도수역의 EEZ 편입 초기에는 중국어선들의 불법 어업 관행이 판을 칠 것으로 예상된다. 목포해경은 지난 2001년 6월부터 최근까지 영해를 침범한 중국어선 480여척을 나포,56억여원의 벌금을 물렸다. 해경은 올 현재 45척을 검거했으나 성어기인 8∼11월은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은 효율적인 단속을 위해 최근 관내 어민 180명을 ‘해양통신원’으로 위촉, 불법 중국어선 신고체제를 구축했다. 해경 관계자는 “제대로 단속활동을 펴기 위해서는 1000∼3000t급 함정과 헬기 등이 빨리 추가 확보돼야 한다.”며 “EEZ에서 단순한 불법조업을 퇴치하는 것보다는 공해와 접해 있는 이곳의 해저자원 개발이 더 중요한 만큼 경비 강화가 급선무”라고 말했다. 목포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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