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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산 ‘범상어’ 중어뢰 양산…발칸포 30mm 신형으로 대체

    국산 ‘범상어’ 중어뢰 양산…발칸포 30mm 신형으로 대체

    우리 군 잠수함에 탑재해 적 수상함과 잠수함을 공격하는 ‘범상어’ 중어뢰 2가 처음으로 양산된다. 방위사업청은 22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 주재로 제125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를 열고 중어뢰 2 최초양산계획안을 의결했다. 사업 기간은 2031년까지며 총사업비는 약 6600억원이다. 3월 중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중어뢰 2는 국산으로 개발된 백상어(중어뢰)와 홍상어(대잠 유도로켓)에 이어 국내에서 개발된 차기 중어뢰다. 장보고 2(1800t급)와 장보고 3(3000t급) 잠수함에 탑재돼 적 함정과 잠수함을 공격한다. 중어뢰 2는 유선 유도방식을 사용한다. 유선 유도방식은 어뢰와 잠수함을 유선으로 연결해 어뢰의 침로, 속력, 심도 등을 조종해서 표적에 직접 유도한다. 방사청은 또 사거리와 기동성 등이 대폭 강화된 한국군의 신형 30㎜ 차륜형대공포도 최초로 양산에 들어가 올해 6월 계약을 체결한다. 사업 기간은 2031년까지며 약 2조 2000억원이 사업비로 투입된다. 30㎜ 차륜형대공포 사업은 20㎜ 대공포 발칸의 노후화 및 기동 부대 지원 제한 사항 해소를 위한 대체 전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추진됐다. 기존 발칸 대비 1.6배가 늘어난 사거리를 지니며 차륜형으로 개발돼 기동부대와 함께 방공작전 지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국산화율은 95%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한국형 GPS유도폭탄(KGGB)의 구매 계획안도 의결했다. GPS유도폭탄은 글라이더 날개와 인공위성 위치정보(GPS) 수신기를 장착한 정밀유도무기다. 2018년 1200여발이 실전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투기 등에 탑재해 입력된 표적으로 활공 비행하면서, 상황에 따라 비행 도중 목표물을 변경하거나 선회해서 공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언덕이나 산, 터널, 갱도 등에 은폐된 북한군 장사정포 등 목표물을 원거리 또는 뒤쪽에서 정밀 타격한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안철수, 조국 비판한 김경율 만나 ‘공정 대담’

    안철수, 조국 비판한 김경율 만나 ‘공정 대담’

    安 “반칙·특권없는 나라에 공감대 이뤄”金 “조국 비판해야 할 때 목소리 냈을 뿐”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21일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했던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과 만났다. 전날 광주 방문 후 두 번째 공식 일정을 김 전 집행위원장과의 대담으로 잡은 건 ‘공정’이라는 화두를 내세워 중도층 공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안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정동의 한 식당에서 김 전 집행위원장과 약 1시간 20분 동안 회동했다. 안 전 의원이 김 전 집행위원장에게 “참 용기 있는 분이라 생각했다”고 인사를 건네자 김 전 집행위원장은 “과찬이다.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고 저 말고 다른 사람이라도 (그랬을 것)”이라며 화답했다. 진보진영 인사로 평가됐던 김 전 집행위원장은 조국 사태 당시 조 전 장관과 그를 옹호하던 전문가들을 비판하며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조국은 적폐 청산 컨트롤타워인 민정수석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아 드셨다”고 밝혔다. 안 전 의원은 회동 후 “김 전 집행위원장과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인정받는 나라, 반칙과 특권 없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편이면 옳고 상대는 틀리다는 비상식의 바이러스를 잡아야 우리나라에 미래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 전 의원은 보수통합 열차 합류와 관련해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그는 “보수통합은 정부·여당이 바라는 함정에 들어가는 길”이라며 “야권에서 치열하게 혁신 경쟁을 하면 나중에 파이를 합했을 때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의 회동 계획에 대해서는 “우선 당내외 여러분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겠다”고 밝혔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中 14억 인구 자랑하는데… ‘中 최저 출산율’만 강조하는 美

    中 14억 인구 자랑하는데… ‘中 최저 출산율’만 강조하는 美

    NYT “中 부유해지기 전 늙어가고 있어” 아이 안 낳고 노동인구 줄어 악순환 전망 인민일보는 ‘난 14억명 중 하나’ 해시태그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 14억명 인구를 돌파했다고 발표했지만, 미 언론들은 사상 최저의 출산율을 부각하며 중국의 경제발전에 큰 장애물이 될 거라는 전망을 수일째 쏟아내고 있다. 중국이 경제 성장의 정점에 도달하기 전에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고령화 시한폭탄’을 안을 거란 의미다. 로스 두댓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20일 “중국은 부유해지기도 전에 늙어가고 있다”며 “한 자녀 정책, 강제 유산 등 중국 공산당이 부추기거나 지시한 정책들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한국의 3분의1, 일본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며 “노인 인구를 돌보는 비용이 증가하지만 중국은 이웃 나라 부유국만큼 재원이 없다”고 평가했다. 경제성장률의 저하로 생활 형편이 나빠진 청년세대가 아이 수를 줄이고, 노동가능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악순환도 올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1%로 29년 만에 최저치였다. 지난해 말 인구는 14억 5만명을 기록했지만 총출생아수는 1465만명으로 전년보다 58만명 줄어드는 등 3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7일 기사에서 지난해 중국의 1000명당 출생아수(10.48명)가 ‘중국의 대기근’으로 기록된 1960년(18.13명)보다도 크게 낮다는 데 주목했다. 30년 전인 1989년(21.58명)과 비교해도 절반 이하 수준이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16년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하고 두 자녀 정책을 도입했지만 이 같은 일방적인 방향 선회가 더는 약발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빠른 도시화로 인한 여성 가치관의 변화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연간 혼인 건수는 947만 1000건으로 2018년(1010만 8000건)보다 6.3%(63만 7000건)나 줄었다. 연간 1000만건 밑으로 떨어진 건 11년 만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기사에서 “막대한 인구로 조립라인을 돌리던 중국 경제에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중진국 함정 및 출산율 저하 우려 속에서도 14억명 돌파를 보다 강조하는 분위기다. 인민일보는 지난 17일 “나는 14억명 중 하나다”라는 해시태그를 내놓았고, 중국 정부는 최근 1인당 GDP가 7만 892위안(약 1만 276달러)을 달성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미국이 중국의 출산율 하락을 강조하는 것은 미중 패권 경쟁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미국도 지난해 100년 만에 최저 인구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인구 감소의 충격이 개도국인 중국에 더 클 거라는 자국에 유리한 전망이 반영됐다는 의미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中인구 14억명 돌파, 美 “출산 저조로 암울한 경제”

    中인구 14억명 돌파, 美 “출산 저조로 암울한 경제”

    중국 정부 14억명 인구 돌파 선언서방 언론들은 최저 출산율에 주목NYT “부유해지기 전에 늙어간다”WSJ “대기근 때보다 출생아 적어”英 FT “세계공장에 인구 시한폭탄”女 가치관 변화로 산아허용 무력화혼인 11년만에 1000만건 아래로미국도 100년만에 최저 인구증가율美언론, 인구감소 中타격만 부각한듯 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 14억명 인구를 돌파했다고 발표했지만, 미 언론들은 사상 최저의 출산율을 부각하며 중국의 경제발전에 큰 장애물이 될 거라는 전망을 수일째 쏟아내고 있다. 중국이 경제 성장의 정점에 도달하기 전에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고령화 시한폭탄’을 안을 거란 의미다. 로스 두댓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20일 “중국은 부유해지기도 전에 늙어가고 있다”며 “한 자녀 정책, 강제 유산 등 중국 공산당이 부추기거나 지시한 정책들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한국의 3분의1, 일본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며 “노인 인구를 돌보는 비용이 증가하지만 중국은 이웃 나라 부유국만큼 재원이 없다”고 평가했다. 경제성장률의 저하로 생활 형편이 나빠진 청년세대가 아이 수를 줄이고, 노동가능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악순환도 올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1%로 29년 만에 최저치였다. 지난해 말 인구는 14억 5만명을 기록했지만 총출생아수는 1465만명으로 전년보다 58만명 줄어드는 등 3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7일 기사에서 지난해 중국의 1000명당 출생아수(10.48명)가 ‘중국의 대기근’으로 기록된 1960년(18.13명)보다도 크게 낮다는 데 주목했다. 30년 전인 1989년(21.58명)과 비교해도 절반 이하 수준이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16년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하고 두 자녀 정책을 도입했지만 이 같은 일방적인 방향 선회가 더는 약발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빠른 도시화로 인한 여성 가치관의 변화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연간 혼인 건수는 947만 1000건으로 2018년(1010만 8000건)보다 6.3%(63만 7000건)나 줄었다. 연간 1000만건 밑으로 떨어진 건 11년 만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기사에서 “막대한 인구로 조립라인을 돌리던 중국 경제에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중진국 함정 및 출산율 저하 우려 속에서도 14억명 돌파를 보다 강조하는 분위기다. 인민일보는 지난 17일 “나는 14억명 중 하나다”라는 해시태그를 내놓았고, 중국 정부는 최근 1인당 GDP가 7만 892위안(약 1만 276달러)을 달성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미국이 중국의 출산율 하락을 강조하는 것은 미중 패권 경쟁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미국도 지난해 100년 만에 최저 인구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인구 감소의 충격이 개도국인 중국에 더 클 거라는 자국에 유리한 전망이 반영됐다는 의미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여기는 호주] 산불 지역에 이번에는 골프공 만한 우박 쏟아져…피해 속출

    [여기는 호주] 산불 지역에 이번에는 골프공 만한 우박 쏟아져…피해 속출

    현재 산불이 타고 있는 호주 빅토리아 주의 산불 지역에 이번에는 골프공만 한 우박이 쏟아지는 이변이 발생해 주민들이 대피를 하는 등 우박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빅토리아 주는 오전에만 해도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갔으나 오후에 들어서면서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더니 오후 4시 45분경 지름 5㎝의 골프공만 한 우박이 쏟아졌다. 우박이 쏟아진 멜버른과 그 주변 지역에는 산불피해에 이어 우박을 동반한 비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연말 4000여명의 주민이 산불에 갇혀 해군 함정을 동원해 대피를 했던 빅토리아 주 최악의 산불피해 지역인 이스트 깁스랜드에는 우박 대피령이 떨어져 주민들에게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 머물도록 하는 재난 방송이 전해졌다. 이곳에서는 우박이외도 불과 30분 만에 40㎜의 집중호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멜버른 시내에서 16㎞떨어진 템플스토어에 있는 대형 수퍼마켓인 울워스에서는 갑자기 쏟아진 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천정이 무너지면서 장을 보던 시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멜버른 동쪽에 위치한 호손에서는 우박으로 나무 가지가 부러져 주민들이 불안에 떨기도 했다. 호손 주민인 크리스티안 세이버트는 “마치 핀볼기계에서 나는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골프공 만한 우박이 쏟아졌다”며 “멜버른에서 오래 살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 겪는 일”이라고 놀라워했다. 멜버른 북쪽에 위치한 와란다이트 지역에서는 이번 우박으로 모나쉬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빅토리아 주 응급서비스 장관인 리사 네빌은 “다음 수일 동안 뇌우의 영향으로 홍수등 비피해가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호주 기상청의 딘 나라모어는 “이번 비는 지역에 따른 강우량이 복불복이어서, 일부 지역은 산불을 진압하기 턱없이 부족한 5㎜에서 15㎜안팎의 적은 비가 내리지만 어떤 지역은 산불 진압을 넘어 오히려 비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5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불 피해 지역에 집주호우가 내리면 산사태의 위험이 증가하는 바 주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고 밝혔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변호사 130명, 검찰 인사에 “최악 선례” 성명

    변호사 130명, 검찰 인사에 “최악 선례” 성명

    지난 8일 단행돼 검찰 안팎을 크게 술렁이게 한 검찰 인사를 두고 변호사 130명이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냈다. ‘대한민국 법치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변호사’라는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17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권력은 법치 유린 행위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간부들이 대부분 교체된 것은 수사 방해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다음 정권에서도 권력형 비리 수사를 무마시킬 수 있는 최악의 선례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의 인사권은 국민이 준 권력이므로 엄정하고 공정하게 행사돼야 한다”며 “이번 검찰 인사에 대해 인사권을 운운하는 것은 국민주권주의에 반하고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법무부가 추진하는 직제개편안에도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조국 전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삼성물산·제일모직 인수합병 의혹,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신라젠 주식거래 의혹 등 폐지 대상 수사 부서들이 맡은 주요 사건을 거론하며 수사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숨겨야 하는 진실이 무엇이길래 이처럼 강압적인 수사 방해를 시도하느냐”고 반문했다. 이 성명에는 함정호·천기흥·신영무·하창우·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정진규·문효남 전 고검장, 이명재·조희진 전 검사장, 이헌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최혜리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참여했다. 이헌 전 이사장은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를 역임했고, 새누리당 추천 몫으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5월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가 2018년 해임됐다. 최혜리 전 상임위원은 2016년 박근혜 청와대의 지명으로 인권위 상임위원이 됐지만 인권단체들은 자질에 문제가 있다며 인선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머리가 좋다’는 기준 IQ가 전부는 아니야

    ‘머리가 좋다’는 기준 IQ가 전부는 아니야

    명탐정 셜록 홈스를 탄생시킨 코넌 도일은 유령의 존재를 믿었다. 심지어 어린 학생들이 합성한 요정 사진을 진짜라고 믿었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애플 설립자 스티브 잡스는 의사의 충고를 무시하고 엉터리 치유법으로 암을 이기려다가 죽음을 재촉했다. 중합효소 연쇄반응으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던 캐리 멀리스는 에이즈를 부정했다. 뛰어난 지능을 지닌 이들이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한 걸까.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롭슨은 머리가 좋으면 그만큼 편향과 합리화에 빠져 이상한 짓을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를 가리켜 ‘지능의 함정’이라 명명한다. 책 제목이기도 한 지능의 함정에 빠지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자기가 유리한 결론에만 초점을 맞추는 ‘의도한 추론’, 자기 논리의 편견과 오류를 외면하는 ‘편향 맹점’, 객관적 근거를 묘한 방식으로 재배치하거나 무시하는 ‘합리성 장애’, 자기 전문성을 확신하고 타인의 관점을 무시하는 ‘자초한 교조주의’, 생각과 판단이 한 방향으로만 굳어져 융통성이 없어지는 ‘고착’ 현상까지. 저자는 우리가 흔히 ‘머리가 좋다’고 할 때 기준으로 여기는 IQ가 전부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균형 잡힌 지혜로운 사고방식은 지능과 달리 배우고 노력하면 향상된다”고 강조한다. 통념을 의심하고 관련 증거를 모두 고려하는 ‘증거 기반 지혜’를 내세운다. 책은 지능의 함정에 빠진 각종 사례, 그리고 증거 기반 지혜를 활용한 각종 사례를 담았다. 과거 신념 따위는 저버리고 몹쓸 말만 지껄이는 정치인, 똑똑하지만 편향에 빠진 글을 올리는 과학자, 자기주장만 펴는 유명 유튜버 등 우리 주변에도 유사 사례가 있지 않나.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고교 서열화 ‘함정’… 정시 늘린다고 일반고 서울대 합격자 늘까

    고교 서열화 ‘함정’… 정시 늘린다고 일반고 서울대 합격자 늘까

    요즘 한 케이블 방송에서 블랙독이란 학교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과거 학교 드라마들이 사제지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해 가던 전통적 문법에서 탈피하여, 교사와 교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드라마를 끌어가는 중심축으로 삼고 있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작년 이맘때쯤에는 스카이캐슬이 방영된 바 있다. 김주영 선생이라는 극단적 사교육업자 캐릭터를 내세워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 데 성공한 드라마였다. 두 드라마는 똑같이 입시와 교육을 다루면서도 전면에 내세운 주인공의 직업이 다르고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 교육이 펼쳐지는 공간도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하나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건 바로 드라마의 지역적 배경이 강남이라는 것이다. 스카이캐슬의 첫 장면은 강남 엄마가 하교하는 딸을 픽업해 학원으로 데려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동차가 지나가는 도로 위로 올라가는 카메라의 초점이 대치사거리와 강남에 있는 여고가 쓰여 있는 이정표를 향하면서 이곳이 강남구, 그중에서도 대치동임을 확인시켜 준다. 블랙독에서는 아예 학교 이름이 대치고등학교이다. 실제로 대치동 학원가는 있어도 대치고등학교란 학교는 없다. 드라마는 가상의 학교에 ‘대치’라는 이름을 넣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이곳이 강남임을 각인시킨다. ●지난해 고교생 140만명 중 일반고가 100만명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 최종 목표가 서울대 내지 이른바 ‘인서울’ 상위권 대학임을 전혀 숨기지 않는다는 것. 어느새 대한민국 드라마들이 ‘서울대’라는 이름을 직접 거명하는 터부를 깨뜨리기 시작하더니,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이란 말도 스스럼없이 내보내고 있다. 이러한 노골화는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실증적 측면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이 지향하고 만들려고 하는 사회적 교양을 무너뜨린다는 부정적 측면이 존재한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교육개혁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 상위권 대학’이라는 언명을 함으로써 정부가 공식적으로 대학 서열화를 공인하는 결과를 낳았다. 정권 핵심들은 정시 확대에 대한 시그널을 계속 보내고 있었지만, 사상 초유의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도 정시 확대가 미지근하게 이뤄지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들고 밀어붙여 관철하였다. 빙빙 돌려 말해서는 정책이 나오지 않으니 아예 대놓고 지시한 것이다. 서울 상위권 대학의 학종 비중을 줄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노골화는 선별적으로 이뤄진다. 사실은 왜곡되는 것이 아니라 선별적으로 취합될 뿐이다. 교육에 관한 모든 욕망이 종합적으로 분출되는 입시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입시도 교육의 하위 분과라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 때문에 사회적 교양의 마지막 한 가닥까지 버릴 수는 없다. 이것이 묘한 앙상블을 일으키며 교육 현장을 한 번 더 왜곡시키고, 그것은 또 새로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양 갈래 방향의 정책으로 나타났다. 하나는 정시 확대, 나머지 하나는 외고와 자사고 등의 폐지였다. 사람들은 미처 인지하지 못하였지만, 이 또한 양 갈래 여론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학종 반대론자들은 학종을 금수저 전형이라 비난하였지만, 정부 당국은 정시 확대가 자사고와 특목고 열풍을 재현할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정시 확대와 맞물려 특목고 폐지라는 대통령 공약을 패키지로 처리하였다. 정부가 발표한 교육 기본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2019학년도 고등학생 수는 약 140만명, 이 중에서 일반고 학생은 100만명이다. 사람들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고에서 서울대 합격생이 나오기가 쉽지 않자 이를 대학입시 제도 탓으로 돌린다. 서울대를 중심으로 입시를 바라보는 시선은 대학 서열화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면에서는 현실적이지만, 거꾸로 대학 서열화 구조가 강제하고 있는 고교 서열화는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을 선별하고 현실을 재구성한다.특목고 재학생은 약 6만 5000명 정도 된다. 전체 고등학교 학생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6% 수준이다. 여기에 자사고가 포함되어 있는 자율고 학생 수는 약 11만 4000명으로 8% 정도이다. 서울대 입학 정원은 정원 외까지 긁어모아도 1%를 넘지 않는다. 고교서열화가 그대로 대학입시에 반영된다면 일반고에서는 서울대 입학생이 나올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은 담론 공간에서 외면당한다. 심지어 1980년대 지방의 기억을 소환하는 학력고사 세대들도 있다. 시골에서 야자(야간자습)하며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해서 서울대를 갔다는 미화된 옛 기억. 지금의 시골은 지방 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이고, 고교서열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동일한 대조군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입시 제도의 유불리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일반고의 전략적 타깃인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수능 3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이다. 2등급은 상위 11% 안에 들면 받을 수 있는 성적표인데, 일반고에서 한두 명씩 보내는 서울대 입학생들이 이 기준을 겨우겨우 충족하고 있다. 심지어는 이 기준도 통과하지 못해 수시 합격증이 무위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정시를 늘리면 일반고의 서울대 합격률이 늘어날 것이란 가정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이다. 교육을 논할 때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에서는 현실적이지만, 기대에서만큼은 낭만주의를 드러낸다. 이러한 낭만주의는 공정하기만 하면 결과의 평등이 자연스레 도래할 것이란 기대로 나타난다. 소멸되는 시골에서 과거처럼 서울대 합격생이 나오고, 전국 단위로 상위 11% 안에 드는 학생도 찾기 쉽지 않은 일반고에서 과거처럼 몇십 명씩 정시로 서울대를 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게 하기도 한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중학교 상위 우수 자원이 빠져나간 일반고는 수업 분위기가 잡히지 않는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이런 아우성이 대외적으로 공개되면 일반고 비하는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출발선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비교는 자연스레 전국 단위로 우열반을 가르게 된다. 우열반은 학교 내에서 가장 손쉽게 상위권 대학 진학률을 높이는 방법으로 많이 사용된다. 우열반 또한 이중적 구조를 갖고 있다. 대놓고 하기에는 꺼림칙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는 피해 가기 어려운 금단의 열매 같은 것. 학교의 평균적인 교육력을 높여서 상위권 대학 진학률을 높인다는 것은 이상에 가까운 일이다. 길어야 임기 4년, 실제 재임기간은 2~3년에 불과한 교장이 그런 방식으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그래서 손쉬운 방법이 사용되는 것이다. 한정된 학교 자원을 우수 학생에게 몰아서 거기서 최대한의 성과를 끌어내는 방식이 그것이다.●상위권 대학 진학률 높이려 우열반 편성 이런 방식이 선호되는 것은 학교 내의 오피니언 리더들의 영향력과도 관련이 있다. 자본의 소유 여부가 계급을 가른다는 마르크스의 시선이 학교로 오게 되면 ‘성적’이 된다. 성적이란 토대는 학교 내의 언로를 장악하고 거기에 힘을 불어넣어 준다. 성적은 현실의 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실상 학교의 지역 내 평판 역시 상위권이 내놓는 입시 결과로 결판이 나는 마당이니 이런 체계는 더욱 강고해진다. 특목고 존폐 여부가 논쟁이 될 때에도 교육 그 자체보다는 우열반이 전국 단위로 확대된 우열학교의 개념으로 전화된다. 이 학교의 존재 이유는 특수한 목적이었는데, 어느새 사회적 논란은 우수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라는 이분법으로 몰입된다. 특목고의 목적은 우수학교의 설립이 아니었지만, 우수한 학교의 존재라는 다른 목적이 기존의 목적을 대치해 버린다. 현실과 이상의 엇박자는 이런 식으로 재현된다. 폐지하려는 자는 변질된 개교 당시의 교육 목표를 내세우고, 지키려는 자는 우수한 학교 특성을 내세우니 논의에서 접점이 나타날 리가 없다. 교육부는 철저하게 학교별 진학 실적이 공개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 정부는 막으려 하고, 학부모는 알고 싶어 하고, 진학 실적이 좋은 학교는 정보를 흘리고 싶어 한다. 그래서 교육감도 알기 힘든 개별학교의 입시 결과는 아파트 관리위원회 이름으로, 동문회 이름으로 서울대 합격생을 알리는 현수막의 형태로 공표된다. 사람들의 욕망을 완전히 긍정해 줄 수도 없으나 현실의 욕망은 강고하게 존재한다. 수능을 치르고 나면 사교육 업체는 보도자료를 내놓기 바쁘다. 공짜로 뿌려지는 정보.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대형 사교육 기관의 영향력 확대는 부수적으로 나오는 결과물일 뿐만 아니라 돈으로 직결되는 거대한 통로가 된다. 언론은 정보를 갈구하고, 사교육 기관은 이를 제공하면서 공생 관계가 형성된다. 교육에서 무시 못 할 의견 그룹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사교육의 창궐을 비난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사교육업자가 장시간 출연하는 아이러니에 대해 한국 교육 현실에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공식화하지 않는 광고협찬인 PPL이다. 어쩌면 이런 프로그램 자체가 한국 교육의 딜레마를 여과 없이 보여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학교는 뭐하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여기에는 무시할 수 없는 함정이 하나 존재한다. 모든 정보의 원천은 교육부가 틀어쥐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교육부는 특별팀 하나만 꾸려도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어떤 사교육 기관도 만들어 낼 수 없는 고급 자료를 생성해 낼 수 있다. 원자료를 숨기고 가공된 자료를 통해서 분석 결과만을 내놓는 것만으로도 입시 정보를 둘러싼 게임은 바로 끝이 날 것이다.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 바로 교육부가 앞장서서 대학서열화를 조장할 수가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기 때문이고, 정부가 나서서 판도라의 상자가 여는 순간에 제어가 되지 않는 걷잡을 수 없는 현실이 존재한다. 현실의 폭로는 개혁으로 향할 때는 요긴하게 쓰이지만, 그것은 또한 기득권을 더욱 강고히 하는 도구가 된다. 이 딜레마를 공교육에 있는 일부 교사들이 깨고 나서기도 한다. 그 나름대로의 네트워크를 조직해 정보를 수집하여, 대형 학원이 가지고 있는 빅데이터의 절대 우위를 무력화시키는 작업을 한다. 여기서도 사교육 강사 못지않은 스타 교사들이 탄생한다. 이게 사각형의 좁은 교실에서 수업을 담당하는 일선 학교의 교사가 맡아야 할 일인가라는 교육적 질문은 사치에 불과하다. 당장의 현실적 요구와 교육적 이상 사이의 줄타기는 이렇게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언론은 사교육기관과 정보 공유하며 공생 2020학년도 수능 시험 보도에서는 그동안 언론사끼리 지켜져 오던 신사협정 하나가 무너졌다. 서로 보도 자제를 약속했던 수능 만점자 관련 보도. 보도 원칙 하나가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더구나 언론 매체가 다변화된 상황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해 나가는 일은 막기가 어렵다. 미담으로만 보면 사교육은 필요 없고, 부모의 도움 없이도 모든 게 가능한 것만 같은 판타지가 펼쳐진다. 마지막은 의대와 법대 중 골라서 가겠다는, 전혀 다른 양 갈래 길에서 고민하는 수능 만점자의 장래희망이 입시의 현실을 역설적으로 폭로하였다. 물론 특목고 출신에 일류 대학을 다니면서 반수에 성공한 만점자 사례는 전혀 보도되지 않는다. 현실은 역설적으로 폭로될 뿐, 제대로 수면 위로 떠오르진 않는다. 우리 각자가 가진 욕망을 어디까지 긍정해 줄 것인가? 그 욕망의 긍정은 나를 넘어 타인의 것까지 용인할 수 있는 것인가? 만약 그 욕망을 제어하고 싶다면 현실적 방안은 무엇인가? 그 현실적 방안은 정말로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가? 그 어디에서도 대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야기의 초점은 다르고, 서로가 말하는 현실은 다르게 구성된다. 어쩜 교육 담론 공간에서 이뤄지는 토론은 허공을 두고 서로 삿대질을 하는 현실, 이런 재구성된 현실 자체를 해결해 가는 것이 교육 문제 해결의 선결 과제일 것이다.전대원 위례한빛고 교사·실천교육교사모임 대변인 ■ 전대원 교사는 전대원은 성공회대 사회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자치경영연구원 연구원을 역임하였다. 현재 위례한빛고등학교 일반사회과 교사로 재직 중. 교원단체 실천교육교사모임 대변인이다.
  • “중국·인도 접경국 아니다”…트럼프 무식에 놀란 인도 총리

    “중국·인도 접경국 아니다”…트럼프 무식에 놀란 인도 총리

    ‘영토 분쟁’ 겪고 있는 인도 총리, ‘충격 그리고 체념’‘트윗으로 경질’ 전직 장관 향해 “키 작다” 모욕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인도와 중국이 국경을 접하지 않았다’라고 말해 인도 총리가 매우 놀랐다는 내용이 담긴 책이 발간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소속 기자 2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 수준을 조롱하는 책을 펴냈다고 보도했다. 이 책은 필립 러커, 캐럴 D. 르닉 기자가 전직 백악관 참모 등 200여명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쓴 ‘매우 안정된 천재’로 417쪽 분량이다. 책의 제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1월 정신건강 논란에 휩싸이자 “나는 매우 안정된 천재”라고 말했던 것에서 따왔다. 저자들은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리와 역사에 무지한 지도자로 묘사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났을 때 “(인도가) 중국과 국경을 접한 것도 아닌데요”라고 말하면서 인도에 대한 중국의 위협이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했다.인도와 중국은 1962년 히말라야 일대 국경을 놓고 전쟁까지 치른 역사가 있으며, 2017년에는 중국, 인도, 부탄의 국경이 만나는 도카라(중국명 둥랑·洞朗, 부탄명 도클람) 지역에서 73일간 군사 대치를 벌이기도 했다. 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시 발언에 “모디 총리가 놀라서 눈이 툭 튀어나올 정도였다”면서 “모디 총리의 표정은 충격과 걱정에서 체념으로 점점 변했다”고 말했다.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하와이 진주만의 ‘애리조나 기념관’을 방문했을 때의 사례도 소개했다. 애리조나 기념관은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침몰한 미군 함정 애리조나호 위에 세워진 추도시설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방문 당시 존 켈리 비서실장에게 “어이 존, 이 모든 게 뭐야, 이번 투어는 뭐지?”라고 물었다고 한다. 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진주만’이라는 표현은 들었고, 역사적인 전투가 벌어진 장소를 찾았다는 것까진 이해하는 듯했지만, 그 이상은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고 썼다. 그러면서 전직 백악관 고문의 말을 빌려 “트럼프 대통령은 가끔 위험할 정도로 충분한 지식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초보 최고사령관’에 빗대며 혼선과 미숙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책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기를 원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인수위 기간 국무장관 후보자 면접장에 불쑥 나타나 “언제 푸틴을 만날 수 있지, 취임식 전에 만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이 외국 관료들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 해외부패방지법(FCPA)이 “미국 기업에 불공정하다”며 폐지를 주장했고, 이 문제를 두고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과 충돌하기도 했다.또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4월 트윗으로 경질했던 커스텐 닐슨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을 겨냥해 “키가 작다, 신체적으로 위협적이지 않다”는 모욕적인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저자들은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세계대전 참전 군함 고철로 해체, 역사속으로 사라져

    세계대전 참전 군함 고철로 해체, 역사속으로 사라져

    경남 고성군 당항포 바닷가에 11년간 전시됐던 2차 세계대전 참전 군함이 고철로 해체돼 역사속으로 사라진다.고성군은 2007년 해군군수사령부로 부터 무상임대해 당항포 관광지 해변에 관람용으로 전시해 놓았던 군함 ‘수영함’이 오래돼 낡아 전시 부적합 판정을 받음에 따라 해군군수사령부에 반납했다고 16일 밝혔다. 군은 이날 당항포항에서 ‘해군 퇴역함 인도 행사’를 한 뒤 함정을 해군에 돌려주었다. 이날 해군에 반납된 수영함은 1944년 미국에서 건조돼 2차 세계대전 당시 오키나와 상륙작전 등에 투입됐다. 1958년 우리나라에 인도돼 1964년부터 파월장병 수송, 팀스피리트 상륙훈련, 해군사관생도 연안실습 훈련 등에 참여하다 2005년 12월 29일 퇴역했다.고성군은 안보 홍보와 당항포 관광지에서 열리는 고성공용엑스포 볼거리 제공 등을 위해 2007년 해군군수사령부로 부터 무상으로 임대해 당항포 해변에 전시했다. 고성군에 따르면 수영함을 임대할 당시 오래돼 낡은 군함이어서 전시용으로 효용가치가 낮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임대·전시를 했다. 수영함은 2017년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안전진단 결과 군함 전체가 부식이 심해 안전문제로 전시에 부적합 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군은 수영함 전시·공개를 중단하고 2018년 8월 해군에 수영함 반납을 요청했다. 군은 수영함을 임대해 정박과 도색작업, 내부 시설 설치·수리 등 그동안 보수·유지하는데 13억 4289만 7000원이 들어갔다고 밝혔다. 해군은 고성군의 반납 요청에 따라 수영함 선체 안전진단과 실무회의 등을 거쳐 군함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12월 매각 입찰을 했다. 입찰결과 밀양시에 있는 자원재활용업체인 가야자원이 3억 5550만원에 수영함을 낙찰받았다. 수영함을 매입한 자원재활용업체는 이날 군함을 전남 목포시에 있는 한 조선소로 옮겨 고철 재활용을 위해 해체할 예정이다. 당항포 바닷가에 군함 수영함과 나란히 전시돼 있던 상륙장갑차도 이날 소유기관인 해병대 군수단(경북 포항시)에 반납됐다. 고성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층간소음까지 해결해주는 투명망토물질 개발

    층간소음까지 해결해주는 투명망토물질 개발

    영화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에서는 몸을 숨길 수 있는 망토가 등장한다. 현실에서도 레이더나 음파를 흡수해버리는 스텔스기나 스텔스함정, 스텔스 잠수함 등이 있다. 이렇게 스텔스 기능을 만들어 주는 것은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메타물질 때문이다. 국내 연구진이 음파 성질을 자유자재로 바꿔 투명망토나 스텔스 기능은 물론 소음까지 없애줄 수 있는 메타물질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홍콩과학기술대 공동연구팀은 디지털 프로그램으로 폭넓은 영역에 스텔스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가상 메타물질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14일자에 발표했다. 특히 이번 기술은 음향 파동이라는 물질적 특성을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특이한 물리적 특성을 가진 물질로 고해상도 이미징, 투명망토, 스텔스 기능, 무반사 태양전지 등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메타물질을 만드는데 사용된 자연물질과 구조체의 특성에 따라 메타물질의 성질과 기능이 결정되기 때문에 메타물질을 사용하려는 목적에 맞춰 모든 영역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기존에 메타물질을 설계할 때는 메타물질 구조체를 설계한 다음 원하는 특성을 가질 때까지 조금씩 변형하는 설계기법이 쓰였다.연구팀은 거꾸로 원하는 특성을 얻을 수 있는 메타물질 구조를 계산해 만드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를 위해 디지털 회로와 신호처리 기술을 이용해 자연물질의 분극현상을 흉내내 실제 구조체 없이도 원하는 파동물성과 주파수 분산 특성을 자유자재로 구현하는 가상화 음향 메타물질 기술을 개발했다. 스텔스기를 만든다고 할 때 기존에는 스텔스기 표면에 물리적으로 메타물질을 붙이거나 도색을 해야 했지만 이번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항공기도 스텔스 기능을 갖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가상의 메타물질을 이용해 빛, 소리 등 파장의 반사, 산란 같은 현상을 제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레이더나 소나로부터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기술이나 방음, 흡음설계도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박기석의 외교 통일 수첩] 한미 방위비분담과 호르무즈 파병의 함정

    [박기석의 외교 통일 수첩] 한미 방위비분담과 호르무즈 파병의 함정

    미국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소련 붕괴 이후 유라시아 대륙을 ‘거대한 체스판’으로 비유했습니다. 미일중러 4강의 영향력에 자유로울 수 없고 북한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체크메이트(외통수)의 위기에 내몰리곤 합니다. 외교·남북 관계의 묘수를 찾고자 외교·통일 현안을 취재한 수첩(외·통·수)을 꺼내 독자들과 고민을 나누고자 합니다.올해 이후 한국이 미국에 지불할 방위비분담금을 결정하기 위한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이 14~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재개된다. 양국은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체결하고자 지난해 9~12월 다섯 차례 만났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호르무즈해협 파병이 주요 협상 변수로 등장한 모양새다. 미국이 한국에 한미 동맹 기여 차원에 분담금 대폭 인상은 물론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에 참여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호르무즈해협 파병은 한국이 미국의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에 맞서는 ‘협상 카드’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분담금 인상을 최소화하는 대신 한미 동맹에 기여하는 방안으로 호르무즈해협 파병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방위비분담 협상 5차 회의를 닷새 앞둔 지난해 12월 1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우리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해양 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밝힘에 따라 방위비분담 협상을 고려하며 파병 결정에 무게를 실은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 3일 이라크에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 공격으로 살해해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갈등이 촉발되자 호르무즈해협 파병은 한국에 협상 카드가 아닌 ‘협상 부담 요인’으로 되돌아온 양상이다. 한국이 파병할 경우 이란과의 관계 악화는 물론 군사적 충돌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도 파병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호르무즈해협 파병은 한국이 미국에 지불할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결정하는 이번 협상에서 원칙적으로 협의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에, 한국이 ‘우리는 분담금 외에 동맹에 기여하는 분야가 많다’고 주장하면서 협상은 한국의 동맹 기여를 논의하는 장으로 확장됐다. 이에 미국이 분담금 외에 한국이 동맹에 기여하는 방안으로 파병을 제시한다면 분담금 대폭 인상을 막아야 하는 정부로서는 미국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분담금 대폭 인상을 막고자 동맹 기여를 강조했으나 도리어 그 함정에 빠져 국익을 해칠 수도 있는 호위연합체 참여 제안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을 우선 고려해야 하고, 특히 호르무즈해협의 한국 국민·선박도 보호해야 하니 어떤 식으로든 파병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란과의 관계도 관리해야 하기에 미국이 주도하는 호위연합체에 참여하는 대신 독자적으로 해협 방위에 기여하되, 이란에 사전에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이해를 구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아울러 한국 측 분담금을 결정하는 것을 넘어서 동맹 기여 전반을 협의하는 장으로 변질된 방위비분담 협상에 대한 새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미국은 한반도 방위에 머물렀던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역할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번영으로 확장하고, 미국의 국제질서 유지에 한국이 적극 참여하고 관련 비용을 분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중 갈등에도 한국이 휘말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에 대응해 한국도 변화된 국제 정세와 국익에 맞게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동맹 기여의 범위를 확정해 향후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 kisukpark@seoul.co.kr
  • 美냐 中이냐…중국몽,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다

    美냐 中이냐…중국몽,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2018년 12월 1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폐막 연설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작심한 듯 세계 양대강국(G2)에 입을 열었다. “현재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이냐 미국이냐’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의 편도 들고 싶지 않아요. 사안에 따라 때로는 미국 편에 때로는 중국 편에 설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두 나라가 한쪽 편만 들도록 강요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당시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부상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항공모함은 앞으로도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대표로 참석한 리커창 총리도 “미국의 행보는 아시아 지역의 안정을 해친다”고 응수했다. 동남아 국가들의 발전과 번영을 논의해야 할 자리에서조차 양국이 자신들의 논리를 강요하며 설전을 벌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리 총리의 ‘사이다’ 발언은 미국과 중국의 ‘고래싸움’으로 피해를 보던 각국 정상의 마음을 제대로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리 총리는 ‘미중 패권 추구로 아시아 국가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양국이 이를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아시아 리더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입장 또한 이들과 다르지 않기에 그의 연설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미국에 정면 도전하는 ‘팍스 시니카’ 마오쩌둥(1893~1976)이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언한 지 71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강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최근 영국 경제경영연구소(CEBR)는 신년 보고서를 통해 “2033년에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오래지 않아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다수 전문가가 동의하고 있다. 이제 중국의 시선은 ‘팍스 시니카’로 향해 있다. 이는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의 시대를 뜻한다. 20세기 들어 국제 질서는 미국 중심의 ‘팍스 아메리카나’를 기반으로 운영돼 왔다. 전 세계 어디서나 미국의 언어인 영어가 통용되고 미국의 통화인 달러가 사용된다. 하지만 앞으로 중국은 이를 자국 중심으로 바꿔 보려고 하는 것 같다. 힘을 가진 국가라면 누구나 꿈꿔 보는 자연스런 현상이기는 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틈나는 대로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간 중국 정부가 보여 준 행보를 보면 세계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고 싶어 하는 속내를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특히 시 주석이 들어서면서 ‘힘의 외교’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져 이런 흐름이 더욱 뚜렷이 포착된다. 2012년 12월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제18차 당대회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뜻하는 ‘중국몽’(中國夢)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목표가 담겨 있다. 공산당 창건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의식주 문제가 해결된 사회)를 실현하는 것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부유한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두 개의 백년’ 계획이다.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중국의 1인당 GDP는 1만 달러(약 1150만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첫 번째 목표인 ‘샤오캉 사회 실현’은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은 2015년 9월 유엔에서 ‘신형국제관계’ 개념을 제시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협력해 인류에 이바지하자는 취지다. 이는 중국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서 탈피해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더이상 힘을 숨기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두 번째 목표는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될 것 같다. 이를 반영하듯 시 주석은 2017년 10월 제19차 당대회에서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개념을 제시했다. 중국이 2049년까지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팽창 전략 vs 억지 전략… 미중 필연적 충돌 2013년 8월 시 주석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육상·해상 교통망을 구축해 ‘범중화 경제권’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기반으로 지역 영향력을 키워 초강대국인 미국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얼마 전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는 몰디브에서 열린 ‘인도양 콘퍼런스(IOC) 2019’ 기조연설에서 “일대일로는 국제규범을 무시하고 다른 나라들을 빚의 함정에 빠뜨려 주권을 위협한다”고 힐난했다. 중국의 확장 전략에 관한 미 조야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시 주석은 1947년 중국이 발표한 일방적 해상 경계선인 ‘구단선’을 근거로 남중국해 거의 대부분을 자신들의 수역으로 만들려고 한다. 해상 실크로드의 출발점인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조성하고 군사기지로 만드는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에 맞서 미 정부는 해군 함정 등을 동원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의 해양 진출을 봉쇄하겠다는 의지도 공공연히 드러낸다. 중국의 팽창 전략과 미국의 억지 전략 사이에서 빚어지는 필연적 충돌의 단면이다. 미국의 유명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저서 ‘불가피한 전쟁’(2017)에서 “미중 두 나라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 서로 원치 않는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앨리슨은 펠로폰네소스전쟁(기원전 431~404)을 신흥강국 아테네와 이를 견제하려는 스파르타 간 구조적 갈등의 결과로 설명하며 이를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불렀다. 지금의 미중 두 나라가 2400여년 전 스파르타와 아테네처럼 무력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다. ●“한국, 양자택일 논리에 매몰되지 말아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치열한 무역 전쟁을 펼쳐 온 미국과 중국이 오는 15일 미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할 예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구상에서 가장 큰 분열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숨겨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금껏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관점에서 실용주의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에서 확인했듯 미중 두 나라가 언제까지 우리의 ‘줄타기’ 외교를 용인해 줄 지 알 수 없다. 머지않아 우리도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한쪽을 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한반도 안보를 위해 북한 핵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하는 입장에서 잘못된 결정은 국가의 흥망까지 뒤바꿀 수 있다. 참으로 외롭고 힘든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신북방정책 개념을 만든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미국과 중국이 노골적으로 하나의 입장을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 이때 아세안은 우리의 핵심 연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중 패권전쟁은 없다: G2 시대 한국의 생존전략’의 저자인 한광수 미래동아연구소장은 “현재 미중은 서로 대립하면서도 도움을 주고받는 ‘협력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일방적으로 미국의 시각에 기초해 중국을 혐오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양자택일의 논리에 매몰되지 말고 대중국 외교를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에도 그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소장은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을 통해 우리의 전략적 선택지를 늘리고 경제성장의 토대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88년 미군의 이란機 격추와 닮은꼴… 무고한 민간인 희생 반복

    88년 미군의 이란機 격추와 닮은꼴… 무고한 민간인 희생 반복

    각각 290·176명 사망… 국제사회 지탄 냉전시대 KAL機도 소련에 피격 참사지난 8일(현지시간) 있었던 이란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태는 30여년 전 있었던 미군의 이란 항공기 격추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날 무렵에 있었던 당시 사건은 1988년 7월 3일 호르무즈해협에 배치된 미 해군 순양함이 테헤란에서 두바이로 가던 이란항공기에 크루즈미사일 두 발을 발사하면서 일어났다. 미국 정부는 해군이 여객기를 이란군 전투기로 착각하고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란 정부는 고의적인 공격이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은 매년 7월 3일 희생자를 애도하며 반미 여론을 고조시킬 만큼 지금까지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비극으로 기억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40년 전 이란에 억류됐던 미국인 인질 숫자를 인용해 “이란 내 52곳을 타격하겠다”고 하자 1988년 당시 사건의 여객기 희생자 인원을 지칭하며 “290을 기억하라”고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공격 주체가 미국에서 이란으로 바뀌었을 뿐 1988년 사건과 이번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건은 여러 유사점이 있다. 공격 국가들은 모두 실수였다고 해명하지만, 국제사회의 비난으로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두 사건 모두 미국·이란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일어났다는 점은 서로 거울을 마주 보는 것처럼 닮았다. 1988년 당시 사건은 앞서 미 함정이 이란에 일격을 당한 후 양측이 호르무즈해협에서 무력충돌하며 전쟁을 불사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이번 여객기 격추 사건 역시 미국의 ‘솔레이마니 사살’ 이후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를 공격하는 상황에서 일어났다. 결국 일촉즉발의 갈등으로 군 당국의 긴장이 극도로 높아진 가운데 일어난 오인 사격으로 안타까운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셈이다. 세계의 주요 민항기 피격 사건들을 보면 마찬가지로 해당 지역의 분쟁이라는 배경 속에 일어난 경우가 적지 않다. 소련 전투기 미사일로 격추된 1983년 대한항공 여객기 사건 역시 냉전시대에 일어난 최악의 여객기 피격 사건으로 꼽힌다. 자국 영공을 침범한 것에 대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인 소련은 배상 책임을 회피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박기석의 외통수] 미국이 판 방위비 인상과 호르무즈 파병이란 함정

    [박기석의 외통수] 미국이 판 방위비 인상과 호르무즈 파병이란 함정

    14~15일 미국 워싱턴서 방위비분담협상 재개美,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할 가능성‘동맹 기여’하라며 파병 압박하면 피하기 어려워파병하되 미국 호위체 참여 않고 이란 이해 구해야분담금 협의서 동맹 기여 논의로 확장된 방위비협상주한미군·한미동맹 역할 재정의해 새로운 전략 짜야미국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소련 붕괴 이후 유라시아 대륙을 ‘거대한 체스판’으로 비유했습니다. 미·일·중·러 4강의 영향력에 자유로울 수 없고 북한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체크메이트(외통수)의 위기에 내몰리곤 합니다. 외교·남북관계의 묘수를 찾고자 외교·통일 현안을 취재한 수첩(외·통·수)를 꺼내 독자들과 고민을 나누고자 합니다. 올해 이후 한국이 미국에 지불할 방위비 분담금을 결정하기 위한 한미 방위비분담협상이 오는 14~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재개된다. 양국은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체결하고자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다섯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협상을 타결 짓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방위비분담협상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주요 변수로 등장한 모양새다. 미국이 협상장 안팎에서 한국에 한미 동맹 기여 차원에서 분담금의 대폭 인상은 물론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에 참여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한국이 미국의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에 맞서는 ‘협상 카드’라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분담금 인상을 최소화하는 대신 한미 동맹에 기여하는 방안으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6월 이란이 통제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이 피격되자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우방국을 중심으로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를 창설하고 한국에 참여를 요청했다. 청와대는 방위비분담협상 5차 회의를 닷새 앞둔 지난달 1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우리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해양 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밝힘에 따라 방위비분담협상을 고려하며 파병 결정에 무게를 실은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하지만 미국이 지난 3일 이라크에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 공격으로 살해해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갈등이 촉발되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한국에 협상 카드가 아닌 ‘협상 부담 요인’으로 되돌아온 양상이다.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할 경우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됨은 물론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정부는 파병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호위연합체에 참여하는 대신 독자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방위에 기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한국이 미국에 지불할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결정하는 방위비분담협상에서 원칙적으로 협의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은 협상에서 한국의 한미 동맹 기여가 미흡하기에 분담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고, 한국은 이 논리를 깨트리고자 ‘우리도 분담금 지불 외에 동맹에 기여하는 분야가 많다’고 주장하면서 방위비분담협상은 한국의 동맹 기여를 논의하는 장으로 확장됐다. 실제로 한국은 협상에서 방위비 분담금과 상관 없는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 사례를 설명하며 한국이 한미 동맹은 물론 미국의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는 과도하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미국이 분담금 외에 한국이 동맹에 기여하는 방안으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제시한다면 협상에서 파병 논의를 피할 수 없고, 분담금 대폭 인상을 막아야하는 정부로서는 미국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미국의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를 막고자 한국의 동맹 기여를 강조했으나 도리어 동맹 기여의 트랩에 빠져 한국의 국익을 해칠 수도 있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참여 제안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한국은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을 우선 고려해야 하고,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한국 국민·선박도 보호해야 하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파병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란과의 관계도 관리할 필요가 있기에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에 참여하는 대신 독자적으로 해협 방위에 기여하되, 이란에 사전에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이해를 구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아울러 한국 측 분담금을 결정하는 것을 넘어서 한국의 한미 동맹 기여 전반을 협의하는 장으로 변질된 방위비분담협상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미국은 한반도 방위에 머물렀던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역할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번영으로 확장하고, 미국의 국제질서 유지에 동맹국인 한국이 적극 참여하고 관련 비용을 분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 뿐만 아니라 미중 갈등에도 한국이 휘말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에 대응해 한국도 변화된 국제정세와 국익에 맞게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동맹 기여의 범위를 확정해 향후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1917·주디… ‘수상’한 그들이 온다

    1917·주디… ‘수상’한 그들이 온다

    영화 ‘기생충’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가운데, 다른 부문의 수상 작품들이 잇따라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가장 시선을 끈 영화는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이다. 감독상과 작품상(드라마 부문)을 모두 거머쥐었다. 다음달 개봉하는 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비밀 지령을 받은 두 영국군 병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독일군이 모든 통신망을 파괴하고 영국군 병사 스코필드(조지 매케이 분)와 블레이크(딘 찰스 채프먼 분)가 함정에 빠진 영국군 2대대 매킨지 중령에게 공격 취소 명령을 전달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예고편에는 포탄이 떨어지는 전장을 뛰어다니며 고군분투하는 두 병사의 생생한 모습이 담겼다. ‘007 스펙터’(2015), ‘007 스카이폴’(2012) 등에서 유려한 화면을 뽐냈던 멘데스 감독의 화면 구성이 돋보인다. 콜린 퍼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크 스트롱 등 유명 배우도 조연으로 나선다.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드라마 부분)을 받은 ‘주디’도 다음달 개봉한다. 영화는 ‘오즈의 마법사´(1939)에서 도로시 역으로 할리우드 스타로 떠올랐던 배우 주디 갈런드의 생애를 다룬다. 그가 1969년 생을 마감하기 직전인 1968년 런던에서 선보인 화려한 공연과 그 이면의 삶을 담았다. 연기는 물론 완벽한 노래 솜씨까지 뽐내며 주디를 연기한 러네이 젤위거의 화려한 할리우드 복귀를 알린 작품이다. 젤위거는 ‘시카고’(2003)로 제60회 골든글로브에서 여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부분)을 수상한 이후 17년 만에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외신들은 영화에 관해 “젤위거가 갈런드 그 자체”라고 호평했다.외국어영화상과 남우주연상(드라마) 후보에 올랐던 ‘페인 앤 글로리’도 다음달 선을 보인다. 강렬한 연출로 유명한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신작으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기생충’과 함께 최고 평점을 기록하고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르소나(분신)로 불리는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페넬로페 크루스가 감독과 그의 어머니를 투영한 인물을 연기한다.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남우주연상 수상 불발에 그쳤지만 ‘기생충’을 제치고 지난해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을 받은 ‘조조래빗’도 다음달 개봉한다. ‘토르: 라그나로크’를 연출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신작이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상상 속의 히틀러와 친구처럼 지내던 열 살 소년 조조가 비밀공간에서 숨어 사는 유대인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렸다. 유대인을 괴물로 여기던 조조를 통해 나치를 신랄하게 꼬집은 블랙코미디 영화다. ‘기생충’과 함께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지만 고배를 마신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귀족 엘로이즈와 그의 결혼식 초상화를 의뢰받은 화가 마리안의 사랑 이야기로, 이달 16일 개봉한다. 영화는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각본상과 함께 2관왕에 올랐다. ‘기생충’과 함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고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분노한 이란 “군사 대응할 것”… 호르무즈 막아 세계경제 숨통 죄나

    분노한 이란 “군사 대응할 것”… 호르무즈 막아 세계경제 숨통 죄나

    이란 軍보좌관 “美에 준하는 타격할 것” 연합국 소속 선박·기지 공격 등 거론 바그다드 美 주둔 기지·그린존 피격 전면전보다는 국지전 더욱 격화될 듯외부의 적은 내부를 결속시키는 걸까. 얼마 전까지 반정부 시위대로 가득했던 이란의 거리가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한 미국에 ‘피의 보복’을 다짐하는 분노로 뒤덮였다. 외신들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장례식이 열린 4일(현지시간) 이란 전역이 추모 인파로 가득했다고 전했다. 최근 이란은 민생고에 불만을 품은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민간인 3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며 격앙됐던 분노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죽음 앞에서 미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가혹한 보복” 경고가 나온 뒤 이란 중북부의 종교도시 쿰의 잠카란 사원에 붉은 깃발이 게양됐다. 붉은 깃발은 순교의 전투를 의미하는 상징물로, 깃발에는 시아파 무슬림이 가장 숭모하는 이슬람 지도자의 이름을 넣은 ‘이맘 후세인을 위한 복수’라는 글귀가 적혔다. 수니파 왕조와의 전투에서 전사한 이맘 후세인과 관련한 복수심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위한 보복으로 전이됐음을 보여 준다. 현지 언론은 붉은 깃발 게양은 처음이라며 복수가 끝날 때까지 깃발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이란 대리군’으로 불리는 이라크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PMF) 산하 카타이브 헤즈볼라가 먼저 보복에 나섰다. 이날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북부 알발라드 공군기지와 미 대사관이 있는 그린존에 로켓포 3발을 발사했으나 사망자는 없었다. 이라크에는 미군 기지가 10여곳 있으며, 미군 5000여명이 주둔한다. 외신들은 이란의 향후 대응에 대해 다양한 전망을 내놨다. 당장 호르무즈 해협이나 페르시아만을 지나는 선박이나 미국·연합국 기지에 대한 공격, 미 당국자나 시민에 대한 암살·납치 등 테러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하메네이의 군사 수석보좌관인 호세인 데흐건은 5일 CNN 인터뷰에서 “(이란의) 대응은 틀림없이 군사적일 것이며, (미국) 군사기지를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자신들이 가한 타격에 준하는 타격을 받는 게 이 시국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일갈했다. 혁명수비대 골라말리 아부함제 사령관은 이란의 대응을 묻자 “호르무즈 해협, 오만해, 페르시아만을 지나는 모든 미국 선박이 우리의 사정권 안”이라고 경고했다. 전면전보다는 국지전이 될 가능성이 크며, 이란이 미국과 갈등이 있을 때마다 꺼냈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도 거론됐다.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이를 우려해 해군 함정을 호르무즈 해협에 보내 자국 국적의 선박들과 동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미·이란 간 긴장이 실제 전면전으로 가는 최악의 상황으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일단 경제난과 유가 인상 상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을 만큼 자국 내 민심 이반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란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미 싱크탱크 워싱턴인스티튜트의 하닌 가다르 객원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이란의 선택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전쟁하기는 쉽지 않다. (경제제재 등으로) 레바논 등에 전쟁 자금을 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아파벨트’ 중 하나인 레바논 등의 친이란 무장조직을 움직일 가능성을 낮게 봤다. 미국 역시 대이란 전쟁에 반대하는 결의안이 상원에서 제출되는 등 민주당을 중심으로 미·이란 간 전면전을 우려하는 여론이 뚜렷하다. AP는 “이란이 언제, 어떻게 반응할지는 불분명하다”며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장례식 이후 3일간의 애도 기간이 지난 뒤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미 해군의 자율항해 무인 선박, 앞으로 말도 한다?

    [고든 정의 TECH+] 미 해군의 자율항해 무인 선박, 앞으로 말도 한다?

    미 해군은 미 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함께 사람 없이 혼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자율 항해 무인 선박을 개발했습니다. 2018년 미 해군에 정식으로 인도돼 ‘시헌터’ (Sea Hunter)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대잠전(對潛戰) 연속 추적 무인함정(ACTUV)은 이것으로 미래 해상전의 양상을 바꿀 신무기로 주목되고 있습니다. 시헌터는 길이 40m가 조금 넘는 140t급 소형 선박으로 승무원 없이 최대 3개월 동안 작전을 수행하면서 적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미 무인항공기(드론)는 공중에서 현대전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무기로 활약하고 있는데, 미군은 이에 더해서 자율항해 무인 선박 역시 새로운 핵심전력으로 개발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군함은 운용하는 데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므로 일부만 무인화해도 상당한 병력을 절감하고 유사시 인명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헌터 같은 자율항해 무인 선박이 실전 배치되기 위해서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자율주행차와 마찬가지로 자율항해 선박 역시 사람이 조종하는 선박과 충돌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차선이나 교통 신호가 없는 해상에서 선박이 서로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제기구는 오래전부터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COLREG·International Regulations for Preventing Collisions at Sea)을 만들었습니다. 시헌터의 자율항해 알고리즘은 이 규정에 완벽하게 따라 움직일 수 있게 개발됐습니다. 실제로 수년간에 걸친 시험 항해에서 씨 헌터는 다른 배와 충돌 없이 안전하게 항해했습니다. 하지만 운전과 마찬가지로 항해 역시 언제든지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은 충돌 경로에 들어선 두 선박이 어떻게 정보를 교환하고 규정에 따라 충돌을 피하는지 명시하고 있지만, 3척 이상의 배가 인접해서 항해하는 경우에는 너무 변수가 많기 때문에 결국 항해사의 무전을 통해 항로를 수정하고 충돌을 피하게 됩니다. 문제는 시헌터에 해상용선박무전기(VHF) 채널을 통해 무선 통신을 할 항해사가 없다는 것입니다. 미 해군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 음성 비서와 비슷한 음성 인식 및 응답 시스템을 개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미 인공지능(AI) 스피커나 스마트폰에 탑재된 AI 음성 인식 기술은 상당히 발전했지만, 시헌터에 탑재될 음성 인식 및 응답 시스템은 실수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인식과 적절한 대응이 중요합니다. 특히 영어권 사용자 이외에 비영어권 사용자의 응답을 이해하고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미 해군은 3단계에 걸쳐 기술을 개발하고 실제 시헌터에 적응할 계획입니다. 성공한다면 스스로 장애물과 다른 선박을 인지하고 항해할 뿐 아니라 인간이 조종하는 선박에 사람처럼 무선 교신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 무인 선박이 등장할 것입니다. 마치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지만, 최근 자율주행 기술이나 음성인식 기술, 그리고 이와 연관된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인간처럼 반응하는 항공기, 차량, 선박, 그리고 로봇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상이 그렇게 먼 미래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사진=해상 시험 운전 중인 시헌터(DARPA 제공)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단 9명으로 ‘초계함’ 전투…폭발하는 ‘시뮬레이터’ 혁명

    단 9명으로 ‘초계함’ 전투…폭발하는 ‘시뮬레이터’ 혁명

    24시간 걸리던 ‘초계함 훈련’ 단 3시간으로공군 실시간 공동작전…훈련시설 절반으로악천후·무기고장 상황 구현…비용효율 극대화 스텔스기 ‘F-35’는 1대당 가격이 8000만 달러(한화 926억원)에 이르는 고가의 전투기로 부품 교체와 정비 비용, 항공유 등을 감안하면 1년 유지비만 1대당 50억~100억원에 이릅니다. 이런 전투기를 무작정 훈련에 동원하면 막대한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렵게 됩니다. 그렇지만 운영비가 무섭다고 기체를 창고에만 넣어둘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실전에서 승리하려면 조종사는 끊임없이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세계적인 방산업체들은 이런 모순적인 상황을 오히려 사업 기회로 보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군사용 시뮬레이터’입니다. ●시뮬레이션 2000회 실시 뒤 실제 착함 성공 항공모함 착함은 공항 활주로 착륙과 달리 약간의 실수로도 인명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고도의 조종술을 갖춰야 합니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비교적 쉬워 보이는 ‘F-35B’의 착함도 실제로는 항모의 고속기동을 고려해야 해 까다로운 작업 중 하나로 통합니다. 기체를 처음 다뤄보는 조종사라면 위험도는 훨씬 높아질 수 있습니다. 5일 국방기술품질원의 ‘훈련용 시뮬레이터 개발동향과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세계 3대 방산업체이자 자국 기업인 BAE 시스템즈사를 통해 도입한 ‘F-35 QEC 통합 시뮬레이터’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영국 해군은 항모 ‘HMS 퀸엘리자베스함’ F-35B 조종사와 착륙 안전 담당관 훈련에 이 프로그램을 적용했다고 합니다.함재기 조종사는 이 시뮬레이터로 2000회 이상의 단거리이륙·수직착륙(STOVL), 함상 롤링 수직착륙(SRVL) 훈련을 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10월 이 조종사가 SRVL 모드로 실제 착함하는데 성공했습니다. STOVL은 배기노즐을 수직으로 전환해 착륙하는 방식, SRVL은 사선으로 서서히 착륙하는 방식입니다. ‘훈련을 실전처럼’이라는 말을 이제 ‘훈련을 실제처럼’으로 바꿔야 할 시대가 온 겁니다. 같은 해 11월에는 더 놀라운 성과가 나왔습니다. 미 공군의 F-16 전투기 조종사가 처음으로 노스롭그루먼사의 합성전장 작전세트 ‘렉시오스’(LEXIOS)를 사용해 주둔기지에서 다수의 연습 현장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표적 탐지, 교전, 파괴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시공간 초월해 모든 전장 실시간으로 연결 전투기 시뮬레이터로 시공간을 뛰어넘는 훈련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로, 기품원 측은 “전투기 시뮬레이터를 실전 훈련에 적용할 때의 복잡성을 고려하면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기술을 좀 더 발전시키면 전투기를 ‘무인기’처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대부분의 업체가 전투기를 구입할 때 시뮬레이터를 패키지로 묶어 판매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폴란드는 록히드마틴사에 F-35A 전투기 32대와 훈련용 시뮬레이터 패키지를 포함시킨 구매요청서를 보냈습니다. 이를 통해 F-35 도입국가들은 훈련량의 50%를 시뮬레이터로 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해군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히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대폭 단축하기 위해 시뮬레이터 개발사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해군은 2018년 9월 인디펜던스급 초계함 훈련을 위한 시뮬레이션센터 ‘심센’(SIMCEN)을 열었습니다. 실제 초계함으로 훈련을 하려면 장교와 부사관만 23명이 필요하고 훈련장으로 이동하는데 왕복 16시간, 훈련에 8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러나 시뮬레이션 훈련은 3시간 동안 승조원 9명만 참여하면 된다고 합니다. 경비함과 상륙함 등 다른 함정에도 적용할 수 있어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호주 해군도 신형 헌터급 호위함, 아라푸라급 연안경비함 등 해상 전력을 대폭 강화함에 따라 올해 5월 훈련용 시뮬레이터 ‘케이심’(K-sim)을 도입했습니다. ●“주변 바람 세기에 따른 탄착점 변화도 가능” 미 육군은 ‘근접전투 전술훈련장’(CCTT)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보병은 물론 기계화 보병, 장갑차량 등 다양한 상황에서 전투훈련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마련돼 있습니다. 최대 ‘대대급’ 전술훈련도 가능하다고 합니다.전차나 장갑차에 탑재된 50구경(12.7㎜) 브라우닝 M2 중기관총을 장착해 훈련할 수 있고 실제처럼 대대 지휘소의 지휘도 받습니다. 미 육군은 2018년 무려 3억 5600만 달러(4156억원)를 들여 록히드마틴사와 CCTT 성능개량에 착수했습니다. 미 육군은 4명 이상이 분대를 이뤄 진행하는 ‘분대 첨단 사격술 훈련장’(SAM-T)도 지난해 각급 부대에 보급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사격술을 연마하는 것을 넘어 무기 고장, 눈·비·바람 등 각종 악천후, 탄약 부족 등 전장과 매우 유사한 상황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또 근접전 전장을 구현할 수 있어 실탄 사용에 따른 사고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반적인 사격장부터 인질극 등 36개 시나리오가 포함돼 있는데, 부대가 요청하면 실전에 더욱 적합한 시나리오를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미 육군 관계자는 “주변 바람 세기에 따라 탄착점이 변화하는 것도 구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미 공군은 2018년 시작한 ‘차기 조종사 훈련 프로그램’(PTN) 1차 프로그램에 가상현실(VR)을 도입했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게임’ 정도로 치부하던 VR이 정식 훈련 프로그램에 포함된 것입니다. 훈련생이 비행훈련과정을 이수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장점은 무궁무진합니다. 미 공군은 이런 시설이 확산하면 조종사 훈련시설의 절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인 ‘정보통신(IT) 강국’입니다. 세계적인 흐름에 뒤쳐지지 않도록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겁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걷잡을 수 없는 산불에…호주 정부, 예비군 3천명 동원

    걷잡을 수 없는 산불에…호주 정부, 예비군 3천명 동원

    호주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4일 호주 연방정부는 예비군 최대 동원령을 내렸다.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사상 최대 규모인 예비군 3000명을 동원해 수개월째 산불 진화에 매달리는 의용 소방대 수천 명을 돕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호주 정부는 함정, 항공기, 헬기 등 군 자산을 동원해 산불을 피해 해안가로 내몰린 이재민을 돕고 구호품을 조달하도록 한 바 있다. 이번에도 재난과 인도주의 구호 장비를 갖춘 세 번째 해군 함정 등을 불러 모았다. 모리스 총리는 “더 많은 군인이 지상에 배치되고 더 많은 항공기가 하늘을 날며 더 많은 배가 바다에 띄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는 이번 산불 사태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의 원인이라고 지적받는 호주 석탄산업 등을 옹호해 비판을 받았다. 현재 호주 인구 밀집 지역인 동남부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으며 3개 주에서 1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긴급 대피령이 떨어졌다. 호주는 현재 40도 이상의 고온과 강한 돌풍 때문에 새로운 산불로 번지고 있으며, 기존 산불도 봉쇄선을 뚫고 펴져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시드니는 서부 교외인 펜리스에서 사상 최고인 섭씨 48.1도를 기록했고, 호주 수도인 캔버라도 역대 최고인 42.9도를 기록했다고 호주 기상청(BOM) 대변인이 밝혔다. 지금 호주는 한여름으로 도시 기온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대변인은 덧붙였다.호주에서는 지난해 9월 말부터 발생한 산불로 지금까지 모두 23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가운데 절반가량인 12명은 이번 주에 숨졌다. 최근에는 지난 3일 애들레이드 남서부 관광 휴양지인 캥거루섬에서 차를 타고 피신하던 두 명이 불길에 갇혀 사망했다. 지난달 30일 뉴사우스웨일스주 농촌소방대(RFS) 트럭이 화염 토네이도에 전복돼 타고 있던 소방대원 한 명이 순직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주택 1500채 이상이 손상되고 하와이 2배 면적이 불탄 것으로 추산된다. 산불이 뉴사우스웨일스 변전소 2곳과 송전선을 앗아가면서 인근 800만 가구와 호주 최대 도시인 시드니가 순환 정전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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