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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1)함양군수 김종직을 아십니까?(상)

    요즘 세상을 혼란스럽다고들 한다.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고 믿어버리는 풍조,가정의 해체,학교와 학문의 붕괴,스승과 제자 관계의 변질,그리고 정치 지도자들의 부패와 무능이 국민을 끊임없이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모두 걱정하며 불안한 나날을 산다.오늘은 이같은 불안과 근심을 덜고,어쩌면 혼돈의 우리 시대를 편안하게 해줄 묘책을 찾게 될지도 모를 곳으로 길을 떠나기로 했다. 경상남도 함양으로 간다.함양은 산 너머에 또 산이 있고,고개 너머에 또 고개가 있는 두메 산골이다.바깥에서 함양으로 들어가는 길은 크게 세 길이 있는데,진주에서 가는 동쪽길과 전라북도 남원에서 가는 남쪽길,그리고 전라북도 장수에서 가는 북쪽길이다.요즘은 전라남도 구례에서 지리산 노고단을 넘어서 오는 서쪽길도 생겼으니 옛날의 그 첩첩산중이 사통팔달로 트인 곳이 되었다. 함양 가는 네 길은 모두 저다마 예사롭잖은 역사와 문화를 지니고 있다. ●신라·백제 국경 맞닿았던 첩첩산중 북쪽길은 함양군 서상면과 전북 장수군 계내면 장계리를 잇는 육십령(六十嶺)고개를 넘는 길이다.육십령은 해발 734m나 되는 가파른 고갯마루인데,옛적에는 화적떼가 밤낮으로 들끓어서 육십 명이 모여야 간신히 넘을 수 있었다 하여 육십령이란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첫걸음 하는 이들은 자신의 운전면허증이 진짜인지를 혹독하게 시험당한다는 우스갯말이 생길 만큼 꼬불꼬불 산길을 오르고 내린다.하지만 어머니 품같은 덕유산의 여름 철쭉과 겨울 눈꽃은 천하제일이다.그러나 무엇보다 뜻깊은 역사는 이 육십령이 백제 사람과 신라 사람이 넘나들면서 서로의 문물을 뺏고 빼앗기는 통로였다는 점이다. 남쪽길은 경남 함양군 함양읍 죽림마을과 전북 남원군 동면 성산마을이 코를 마주대고 동서로 앉아 있는데 50m쯤밖에 떨어지지 않았으면서도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가 너무나 완연하다.그래서 경상도와 전라도 경계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서있는 고개를 두고 남원사람들은 ‘팔량’이라 부르고 함양사람들은 ‘팔령’이라 부른다. 서쪽길은 전남 구례에서 화엄사와 천은사를 지나 지리산 노고단 산자락을 가파르게 기어올라 성삼재를 넘어야 한다.이 길도 육십령 넘는 길 못지않게 운전 솜씨를 시험받게 되는 아기자기한 산길이다.성삼재를 넘으면 곧바로 뱀사골 계곡이다. 뱀사골 끝자락에 실상사가 있고,다시 용유담 계곡 길을 따라 내려가면 경상도와 전라북도 경계를 지나 함양으로 들어서게 된다.곧장 변강쇠 전설의 고장이자 눈망울이 가장 아름다운 장승이 있는 벽송사도 있다.용유담 계곡이 끝나면서 엄천강이 시작되는데 엄천강 맑은 물길을 따라 가다보면 함양군 휴천면 엄천 마을이 산자락에 보듬겨 있고,마을 앞 길가에서 자그마한 비석 하나를 만나게 된다. 엄천강 기슭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펀펀한 돌 하나를 주워다 생긴 그대로 세운 비석에는 “점필재(畢齋) 김종직(金宗直) 선생(先生) 관영차밭(官營茶園) 조성터(造成址)”라 씌어 있다. 동쪽 길은 진주에서 오는 국도 3호선과 대전 충무간을 잇는 대진고속도로가 훤하게 뚫렸다.나그네는 엄천마을 앞에 있는 그 비석의 앞면과 뒷면을 다 읽고는 잠시 함양의 옛일을 떠올려 보기로 했다. ●최치원·정여창·박지원 등 名목민관 부임 지금의 함양군은 1914년까지만 해도 안의군(安義郡)으로 독립해 있었던 안의면(安義面)을 아우르게 되면서부터 그 역사와 문화가 더욱 깊은 유서를 지니게 된 고장이다.신라와 백제의 국경지대이기도 했는데,사철 마르지 않는 여러 줄기의 개천과 강 좌우에 펼쳐진 넓고 비옥한 토지에서 나는 곡식을 차지하기 위한 양측의 마찰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리산과 덕유산 자락에 에워싸여 있어서 풍부하고 좋은 목재와 땔감,약초와 산나물이 많고 밭자락 땅심도 좋아서 밭농사도 논농사 못지않았다. 이같이 좋은 생활 조건들로 인해 함양군으로 통합되기 이전 안의현(安義縣),함양현(咸陽縣) 시절의 현감이나 군수,관아의 육방관속 아전들 중에는 오히려 탐학과 부정부패를 일삼아서 백성들을 고통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던 이들도 많았던 것 같다. 이런 폐단이 단절되지 않고 있는 중에도 함양 땅의 지도자로 왔다 간 이들 중에는 참으로 훌륭한 어른들이 적지 않았다.그분들은 비단 지난 어느 시대의 함양군수나 안의현감에 그치지 않고,시간을 뛰어 넘어 지금 이 시대에까지도 좋은 지도자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민족의 양심이자 살아 있는 정신의 사표이다. 첫 번째 어른은 891년에 함양태수를 지낸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선생이다. 두 번째는 1471년에서 1474년까지 함양군수를 지낸 점필재 김종직 선생이며, 세 번째는 1495년에서 1498년까지 안의현감으로 재직했던 일두(一) 정여창(鄭汝昌) 선생이고, 네 번째가 1791년에서 1796년까지 안의현감을 지낸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 선생이다. 네 분 어른 모두 우리나라 역사에서 영원히 마르지 않는 뿌리깊은 정신의 샘물이며 의리와 예절,무엇보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시대를 초월하여 지금도 사무치게 그리운 이름으로 살아 있다. 지리산과 가야산을 낀 마을마다 신비로운 행적을 남겨 놓은 사람 최치원은 함양 태수를 지내면서 해마다 범람하는 위천을 막기 위해 고심했는데,위천 가에다 손수 심어 가꾸었다는 상림(上林)의 거대한 잡목숲의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학사루를 지어 지금도 한 목민관의 선행을 기리고 있다. 정여창은 김종직 선생이 함양군수로 있을 때 김굉필(金宏弼)과 함께 선생의 문하에서 학문의 길로 들어서 저 향기롭고 빛나는 영남사림의 계승자가 되기도 했던 어른이다. 연암 박지원 선생은 영국의 셰익스피어,독일의 괴테,중국의 소동파가 있었다면 우리나라에는 박지원이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 최고의 대문호였다.그런 그가 안의현감으로 재직한 6년 동안에 보여 준 성공한 목민관으로서의 생생한 증거는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제도를 표방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모든 공직자와 정치인을 포함한 교육자,사회지도층 사람들에게 왜 이 땅에 태어나서 살고 있는지를 아프게 따져 묻고 있다. 함양군수 김종직은 1431년 지금의 경남 밀양시 부북면 제대리 한재마을에서 태어났는데,아버지 김숙자(金叔滋)는 그에게 아버지이자 스승이었다. 김숙자는 고려말 조선초 전환시대의 도학사상을 이끌었던 정몽주(鄭夢周),길재(吉再) 중심의 의리파(義理派) 학통을 계승하여 아들 김종직에게 이어준 분이다.정몽주,길재를 의리파라 부르는 것은 고려말 국내외적인 현실을 인식함에 있어서 일단 고려왕조를 존속시키면서 점진적으로 개혁을 해나가자고 했던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몽주·길재의 義理派 학통 계승 이에 반하여 고려왕조는 수명이 다했으므로 새로운 왕조인 조선조를 창업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정도전 등은 정치 권력을 장악하였고,의리파는 학맥을 계승했다.이렇게 이어진 도학사상의 학통은 김종직에 이어 김굉필과 정여창에게 물려졌고,조광조(趙光祖)에 이르러 도학사상의 절정기를 맞았었다.도학사상은 국내적으로는 불의(不義)에 대하여 항쟁하고,외적의 침략이 있을 때는 국가를 수호하는 강력한 의리사상을 지니고 있는데,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의리파의 특성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특히 국내적인 문제에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온몸으로 이를 바로잡으려고 싸우는 태도는 김종직이 함양군수로 부임했을 때 함양 농민들이 빠져있던 세금제도의 모순에 따른 고통을 깨끗이 척결해 보임으로써,도학사상이 흔해빠진 논리의 유희가 아니라 세상을 깨끗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실천적 학문임을보여준 첫 사례였다.백성이 행복해야 나라가 산다는 김종직의 철학적 명제가,함양군수라는 직급이 매우 낮은 지방관직을 맡았을 때 실천된 점은 오늘날 이 나라의 공직자와 정치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에 신선한 충격이 되고 있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9)연기스님 前상사리(하)

    스님, 이제 매듭을 지어야 할 시간이군요.인도에서 연을 타고 오셨다는 그 연기 스님께서 화엄사를 창건했다는 지금까지의 견해를 부정할 수 있는 증거는 없습니다.불갑사를 마라난타 존자가 창건한 경우처럼 화엄사 또한 백제에 포교하러 온 인도 승려에 의해 544년(백제 성왕22) 창건되고,29대 법왕이 미륵사,금산사를 지으면서 미륵신앙의 힘으로 신라의 공격을 극복하기 위해 국력을 집결시킬 때 화엄사에도 많은 승려와 함께 재정적 지원을 했다는 기록은 진실인 듯 싶습니다.따라서 화엄사 창건과 신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이 확인된 셈입니다. ●화엄십찰 지정은 백제 유민 회유 목적 스님, 화엄사가 신라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백제 정복 후 백여 년 동안 계속된 백제인들의 저항과 이를 다스리기 위해 고안된 화엄십찰 정책 때문이었습니다.옛 백제 땅에 있던 사찰로서 화엄십찰로 지정되고 국력을 기울여 화엄사상 도량이 된 것은 전주 귀신사,계룡산 갑사,구례 화엄사였지요.셋 중에서 구례 화엄사를 중시한 것은 구례가 예부터 신라와 백제의 국경도시로서 군사 거점이기도 했지만 하동,순천,진주,사천,함양,산청,합천으로 이어지는 곳으로서 민심의 동향에 매우 큰 영향력을 끼친다는 지정학적 특성 때문이었습니다. 구례는 옛 마한과 진한시대에도 두 나라의 국경으로 그때는 석주관(石住關)이라 불렀다 하더군요.삼한시대 이후 백제 땅이 되면서 구차례현(仇次禮縣)으로 지명이 바뀌었고,757년 신라의 전국 지명 개편 때 구례가 되었다 합니다.백제 유민들을 회유하기 위한 화엄십찰 지정과 화엄사상 전개에는 의상대사의 공헌이 아주 컸습니다.702년에 의상이 죽은 뒤에는 그의 제자들에 의해 계속되었는데,가장 큰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은 백제 정복 100년을 전후한 760년 무렵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화엄사를 중심으로 화엄사상 정책을 실천에 옮기는 과정에서 통일 신라 정부가 매우 큰 공력을 기울인 것은 백제 출신으로서 존경받는 승려를 책임자로 정하는 문제였습니다.요즘 우리나라에서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과의 남북회담 때 남측 수석대표를 정할 때 북한에 고향을 두었거나 부모 형제가 있는 사람을 선정하는 경우와 같았습니다.통일 신라 정부는 이미 금산사의 진표율사를 통하여 그 같은 경험을 한 뒤이기도 해서 적임자를 찾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그때 여러 경로를 통하여 천거된 사람 중에 전라도 흥덕현(興德縣)이 고향이면서 경주 황룡사에서 화엄경을 강론하고 있는 연기(緣起)라는 승려가 있었습니다.또한 그는 754년 8월부터 화엄경 사경(寫經)을 시작하여 755년 2월에 완성함으로써 세간의 불자들로부터 높은 존경을 받고 있기도 했지요.그가 사경한 화엄경은 699년에 한문으로 번역된 주본(周本)80화엄이었습니다. ●연기 스님 고향은 고창군 흥덕면 그를 세상 사람들이 존경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의 어머니도 비구니였다는 점이었습니다.아드님이 출가하여 사문이 되자 어머니는 그 아드님에게서 계를 받고 사문이 되었는데 그런 뒤부터는 아들이 아닌 스님으로 존경하면서 모셨다고 합니다.아들은 일찍부터 백제 유민들의 원한에 사무친 삶을 해원시켜 주려는 꿈을 꾸어 왔고,그런 아들의 고귀한 마음을 알고 있던 어머니는 아들이 출가하자 그 아들을 돕기 위해 출가를 결심했던 것이지요.아들의 꿈이 어머니의 꿈으로 더욱 진솔해진 것입니다. 스님,제가 36년 전 겨울 화엄사로 갔던 이유는 바로 흥덕현이 고향인 그 연기 스님을 뵙기 위해서였습니다.내 마음을 뒤흔들고 있었던 계급 혁명을 위한 여러 행동들과 사회적 불안을 바로 이해하고 싶어서였습니다.그때 저의 그 같은 생각은 그 뒤에도 한참을 더 내 안에서 번민하며 살았습니다.그러다가 인연 연(緣)자 연기 스님의 생애를 이해하게 되면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졌습니다.연기 스님의 고향이었던 흥덕현은 지금의 전라북도 고창군 흥덕면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흥덕현은 원래 백제영토였다더군요.백제 때는 상칠현(上柒縣)이라 불렀는데,신라에 복속된 뒤 백제 때 이름과 비슷하게 발음되는 상질(尙質)로 고쳤으며,고려 때에는 장덕현(章德縣)이 되었는데 충선왕의 이름 장(璋)과 음이 같다 하여 다시 흥덕으로 바꾸었다 하더군요. 연기 스님이 백제 유민들로부터 크게 존경받는 인물이라는 이유로 화엄사를 맡게 되었고,그때부터 화엄사는본연의 화엄사상 도량으로 거듭 태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화엄경 사경도 화엄사서 만들었을수도 스님, 저의 생각으로는 스님께서 경주 황룡사에서 마치셨다는 그 화엄경 사경 작업도 어쩌면 황룡사가 아닌 화엄사에서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생깁니다.왜냐하면 백제의 역사를 신라기(新羅紀)로 정리한 통일신라와 그 이후 사가들의 신라 중심 사고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오히려 그보다는 스님께서 이룩해 내신 저 불멸의 정신사인 ‘화엄석경(華嚴石經)’을 완성하기에 앞서 이 불사에 필요한 여러 가지 일들을 준비하고 점검하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화엄십찰을 정책적으로 고안해 낸 것은 통일신라의 핵심 권력자들이었지만 화엄사상이 구체적으로 펼쳐지기 위해서는 옛 백제 땅인 전라도와 충청도 사람들의 절대적인 참여와 지지가 필요했을 것입니다.그러기 위해 연기 스님은 다른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매우 특별한 일을 고안해 내셨습니다.돌에다 화엄경을 새기는 일이었지요. ●옛 백제땅 돌며 평등사상 설법 불사가 시작되기 전에 연기 스님은 옛 백제 땅을 돌면서 화엄사상을 설법했지요.우주 모든 사물은 어느 하나라도 홀로 생겨 나거나 존재할 수 없으며,모든 것은 끝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의 원인이 되고 대립하며 대립을 초월하여 다시 하나로 융합되는 것이라고 설파했습니다.따라서 모든 존재는 서로가 서로에게 원인이 되는 것이므로 신라인과 백제인의 갈등과 투쟁과 죽임도 어느 한쪽에만 원인이 있고 책임이 있지 않다는 것,끊임없는 대결보다는 대결을 뛰어넘어 하나로 융합할 수 있는 길이 화엄사상임을 가르쳤습니다.적대감정을 해소하고 초월하여 하나가 되는 길을 절규했습니다.모든 사람은 본래 평등하지만 각자의 마음에 있는 두려움과 그 두려움으로 해서 생기는 고통 때문에 평등이 실현되지 못한다는 것,그 실현을 위해서는 먼저 참회하고 서로에게 베풀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그런 다음 1만 4000여 장의 돌로 다듬은 석판을 만들고,그 석판 위에다 진본 60화엄경을 새겨 넣는 대장정을 시작하셨지요.모두 51만 자로 된 화엄경을 다섯 명의 서예가에게석판 위에 옮겨 적게 한 다음 석공들이 정으로 음각하는 순서를 밟았지요.글씨를 쓰고,음각하는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연기 스님께서는 화엄사로 모여 든 수많은 불자들과 함께 기도를 하거나 법회를 열어 화엄신앙의 원력으로 마음에 쌓인 증오와 원한을 씻어내기 시작했습니다.이 소문은 널리 퍼져나갔습니다.옛 백제 땅 민중들은 여러 날 동안에 걸쳐 화엄사로 몰려들었습니다.일년 넘는 동안에 모여든 사람은 수십 만 명이었습니다.화엄사를 향하여 오는 동안 서로 주고받는 대화를 통하여 그토록 견고하게 자리잡았던 분노와 두려움들이 어느새 많이 풀어지고 녹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절에 머무는 동안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남아 있던 응어리들이 조금씩 풀려 갔습니다. 연기 스님은 만나는 사람마다 손을 붙잡고 말씀하셨습니다.어머니의 인자함으로 자식의 어리석음과 잘못을 용서하고 다독여 안아서 기어코 사람의 길을 잃어버리지 않는 자식으로 키우듯이 먼저 나 자신의 어리석음과 두려움을 깨우친 다음 남을 용서하라고 하셨지요. 그렇게만든 화엄석경을 장륙전(丈六殿) 사방 벽에다 장엄했습니다.장륙전은 뒷날 각황전으로 이름이 바뀝니다만 우리나라 최초로 화엄사상의 이상인 평등과 자유로움의 궁전으로 태어났습니다.이렇듯 어머니와 아들은 백제 유민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증오와 저주를 씻어내고 안에다 두려움 없는 행복이 깃들게 했습니다.두 분이 죽고 난 뒤 백제 유민들은 두 분의 작지만 위대한 생애를 탑으로 승화시켜 솔바람 청청한 지리산 언덕에 세우고 효대라 불렀습니다.효대라는 이름을 부르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또 하나의 효대가 생겨났습니다.스님,그것이 바로 연기(緣起)였습니다.
  • 한나라 공천심사 전면 재검토

    한나라당이 1차 공천심사가 완료된 것과 관련,비록 ‘유력’으로 분류됐다고 하더라도 공천심사 내용을 전면 재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소설가 이문열씨 등 외부 공천심사위원들도 별도로 긴급모임을 갖고 당밖의 민심과 외부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적극 관철시키기로 결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29일 “일부 지역에서 단수 공천자로 선정된 사람들이 마치 한나라당 후보로 총선에 나설 것처럼 알려지고 있지만,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관계자는 “일부 단수 공천지역 명단이 공개된 뒤 ‘개악 공천’이라는 비판과 함께 인재부족 문제 등이 제기돼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으며,공천심사의 전면 재검토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데 당안팎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설령 우리쪽에 유력한 후보가 있다하더라도 상대당의 후보가 확정되면 여론조사를 통한 가상 대결을 해보고 경쟁력이 뒤질 경우 후보를 교체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한나라당은 이를 위해 여론조사 대상 지역을 대폭 확대해나가기로 했으며,당초 책정한 여론조사비용 70억원으로 부족하다는 예상에 따라 추가 소요되는 비용을 당사자에게 부담시키기로 했다. 한편 한나라당 공천심사위는 이날 전국 227개 지역구중 공천신청한 215개 지역구에 대한 1차 심사를 완료,70명을 단수공천 유력자로 발표했다.단수공천 유력자는 지역별로 ▲서울 18명 ▲부산 5명 ▲대구 3명 ▲인천 4명▲광주 3명 ▲대전 2명 ▲경기 8명 ▲강원 2명 ▲충북 1명 ▲충남 3명 ▲전북 6명▲전남 4명 ▲경북 4명 ▲경남 5명 ▲제주 2명 등이다.1차심사 결과 서청원(서울 동작갑) 전 대표와 박종희(경기 수원장안) 김용학(강원 영월·평창) 김황식(경기 하남) 의원 등 ‘친서(親徐)’의원들은 단수공천 유력자에서 제외됐다.다음은 지역별 공천유력자 명단. ▲서울(18)=박진(종로) 진영(용산) 홍희곤(광진갑) 유준상(광진을) 장광근(동대문갑)정태근(성북갑) 강인섭(은평갑) 이재오(은평을) 정두언(서대문을) 원희룡(양천갑) 오경훈(양천을) 은진수(강서을) 이승철(구로을) 강민구(금천) 권영세(영등포을) 김성식(관악갑) 김덕룡(서초을) 김충환(강동갑) ▲부산(5)=정의화(중·동구) 정형근(북·강서갑) 허태열(북·강서을) 김진재(금정) 권철현(사상) ▲대구(3)=강재섭(서구) 이해봉(달서을) 박근혜(달성) ▲인천(4)=황우여(연수) 이윤성(남동갑) 이원복(남동을) 이경재(서·강화을) ▲광주(3)=진선수(남구) 박영구(북구갑) 강경구(북구을) ▲대전(2)=강창희(중) 정용기(대덕) ▲경기(8)=임태희(성남 분당을) 이사철(부천 원미을) 박종운(부천 오정) 안상수(과천·의왕) 전용원(구리) 박혁규(광주) 고조흥(연천·포천) 정병국(가평·양평) ▲강원(2)=최연희(동해·삼척) 황영철(홍천·횡성) ▲충북(1)=한창희(충주) ▲충남(3)=김락기(보령·서천) 이기형(서산·태안) 박준선(논산·금산·계룡) ▲전북(6)=임종환(전주 덕진) 문장윤(군산) 공천섭(익산) 김용관(정읍) 윤재건(남원·순창) 김준(고창·부안)▲전남(4)=김상아(여수) 원종열(나주) 신현종(담양·곡성·장성) 최응국(해남·진도) ▲경북(4)=이병석(포항 북구) 임인배(김천) 권오을(안동) 이상배(상주) ▲경남(5)=이주영(창원을) 김학송(진해) 김기춘(거제) 박희태(남해·하동) 이강두(함양·거창) ▲제주(2)=현경대(제주시) 변정일(서귀포·남제주) 이지운기자 jj@
  • 한나라 이번엔 ‘단수공천’ 내홍

    한나라당 공천심사위가 부산·대구·울산·경남·경북 등 영남권 65곳 가운데 18곳을 ‘단수공천 유력 지역구'로 분류,당무감사자료 유출에 이은 공천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공천심사위는 27일 경북 이상배(상주)·임인배(김천)·이상득(포항 남·울릉)·권오을(안동)·김성조(구미)·이병석(포항북) 의원 등 6명을 ‘단수공천 유력’으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서울의 김덕룡(서초을)·이재오(은평을)·홍준표(동대문을)·이성헌(서대문갑)·박진(종로)·원희룡(양천갑)·권영세(영등포을) 의원 등도 단수후보로 압축된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이상득 의원은 사무총장,김성조 의원은 공천심사위원이란 이유로 고사,경선을 자청했다. 전날에는 부산 정형근(북·강서갑)·정의화(중·동구)·허태열(북·강서을),대구 강재섭(서구)·박근혜(달성군)·이해봉(달서을),경남 박희태(남해·하동)·이강두(함양·거창)·김학송(진해)·이방호(사천)·김기춘(거제)·이주영(창원을) 의원 등 12명이 단수 공천 유력자로 분류됐다. ●“심사위 일방 결정 수용 못해” 공천 의결권을 가진 시·도지부장들은 “공천심사위의 일방적 결정인 만큼 수용하기 어렵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부산시지부장인 권철현 의원은 “시·도지부장은 공천심사위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의결권도 갖고 있는데 한마디 상의도 없이 사실상 공천을 확정한 것은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5선의 김진재 의원도 “부산지역 의원들 가운데 여론조사 1위를 했는데도 근거없는 루머를 근거로 단수 공천에서 배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최악의 경우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소장·개혁파 의원들도 ‘인권탄압' 논란으로 시민단체의 낙선대상에 오른 정형근 의원이 ‘단수 공천 유력'으로 분류되자 공천심사위와 지도부를 향해 집단 반발조짐을 보이고 있다.한 소장파 의원은 정 의원의 단수 공천 여부와 관련,“정 의원 같은 경우 나중에 공천자 명단에 넣어도 되는데 먼저 해서 좋을 게 뭐 있느냐.”면서 “우리 당 사람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일침을 가했다. 일각에서는 공천심사의 형평성을문제삼기도 했다.정갑윤 의원의 경우 울산 중구에 단독으로 공천을 신청했지만 ‘단수 공천'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지도부,파문 진화 부심 앞서 당무감사자료 유출로 홍역을 치렀던 당 지도부는 이번 파문이 더 이상 확산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발빠르게 진화에 나섰다. 최병렬 대표는 “언론이 ‘잠정 결정'이라는 표현을 써서 12명에 대한 공천이 마치 확정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켰을 뿐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으며 공천심사위에는 그런 권한도 없다.”고 일축했다.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도 “거론은 됐지만 확정되지는 않았다.”며 단수 공천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소설가 이문열씨 등 민간 심사위원들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공정한 심사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밀실공천을 통해 공천자를 확정한 것처럼 보도한 일부 언론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전광삼기자 hisam@
  • 뉴스플러스/영남권 12개지역 단수공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경북을 제외한 영남권 49개 지역구 공천신청자에 대한 심사를 실시,강재섭·박근혜 의원 등 12명을 단수 공천키로 잠정 결정했다.단수후보로 결정돼 사실상 공천이 확정된 사람은 ▲부산 중·동 정의화 ▲북·강서갑 정형근 ▲북·강서을 허태열 ▲대구 달서을 이해봉 ▲경남 창원을 이주영 ▲사천 이방호 ▲진해 김학송 ▲남해·하동 박희태 ▲거제 김기춘 ▲함양·거창 이강두 의원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한나라당은 공천자 결정이 안된 지역에 대해선 경쟁후보를 3명 이내로 압축,2개 외부 전문조사기관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에 따라 공천후보를 추가 결정할 방침이다.
  • 마을숲도 문화재 지정/안동 임하 개호송등 24곳 후보에

    마을숲은 보통 풍수지리적으로 모자라거나 지나친 기운을 북돋우거나 억누르도록 힘들여 가꾸었다.토착신앙이나 유교적 배경에서 조성했다고 하더라도 신앙·휴식 공간이 되어,주민들에게 좋은 땅에 살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는 같은 역할이었다. 이렇듯 우리 선조들의 정신세계가 담겨 있고,마을 주민들을 공동체로 결속케하는 원천이었던 마을숲을 천연기념물 등의 문화재로 지정·보존하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경상남·북도와 울산시,강원도의 마을숲 250여개를 답사했다.”면서 “그 중 보존가치가 높은 24개를 2∼3월 문화재위원회에 회부하여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천연기념물 후보가 된 마을숲은 ▲강릉 초당동 송림과 ▲양양 조산리 동해미솔밭 ▲춘천 지내리 송림 ▲군위 대율동 송림 ▲안동 임하 개호송 ▲안동 하회 만송정 ▲울산 태화강죽림 ▲고성 장산리숲 ▲하동송림 ▲함양 도천리 송림 ▲남해 미조 초전수 등이다. 양양 조산리 솔밭은 조산(造山)이라는 마을이름이 보여주듯,설악산에서 뻗어내리다 멈춘 맥(脈)을 잇고자 인공언덕을 만들고,숲을 조성하여 마을의 발전을 염원한 대표적인 엽승림이다. 함양 도천리 송림은 ‘마을 앞이 틔어 함양읍이 보이면 좋지 않다.’는 속설에 따라 계곡 사이를 연결하듯 조성한 비보숲이다.엽승(厭勝)은 불길한 기운을 누르고,비보(裨補)는 모자라는 지세를 인공적으로 채워준다는 뜻의 풍수 용어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취업전선 ‘당당女’로 나선다

    8%대에 육박하는 심각한 청년실업률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높지만,여대생들의 실업문제는 소외되어 있다.남학생과 비교해 거의 3배에 가까운 실업률이라고 대학들은 이야기하지만 ‘남자도 취직이 어려운 세상’에서 여대생의 취업은 아직도 부차적인 문제에 머물러 있다. 궁여지책으로 여대생들은 대학원 진학을 택하고,결과적으로 교육을 받는 햇수는 여성이 더 길어지고 교육 투자도 늘었지만 취업률은 좀체 나아지지않는 상황이다.그래서 가정과 학교에서 양성평등한 교육을 받은 이 시대 여대생들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불평등한 사회 현실에 맞부딪힌다.학교나 사회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못한 채 혼자서 취업을 위해 노력하고,절망하는 여학생들에게 이젠 눈돌려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때를 맞춰,대학과 사회 교육기관들에서 여대생 취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있다. ●대졸여성인력 활용률 55% 불과 흔히 국민소득 2만불 시대로 나아가기위해서는 활용가능한 800만명의 여성 인적 자원의 개발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즉 여성의 사회 참여는 양성평등이나 유휴 인력의 활용뿐 아니라 경제 성장 잠재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그러나 아직도 대졸 여성 인력의 활용률은 55%에 불과하다.대졸 남성인력활용률 89.9%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고학력 여성 실업자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여성부가 전국 5개 대학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한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가 모델이 됐다.이를 계기로 전국의 대학에서 앞다퉈 여성 취업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 대졸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55%에 지나지않는다.45%의 여대생들이 대학에서 배운 것을 활용도 하지 못하고 사장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대학 취업준비프로그램 큰 성과 한양대 김분한 교수는 대학에서 여학생의 취업에 관심을 쏟아야할 이유는 취업 개발이 바로 여성 지도자를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스탠포드나 옥스포드대학은 대학내 커리어개발센터가 무척 잘 운영되고 있다.직업을 바꿀 때나 직장을 옮길때는 학교내 커리어센터로 돌아와 재취업을 받을 정도이다.우리 대학도 이를 벤치마킹해야할 때다.특히여성들의 약진이 기대되는 21세기의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여대생의 취업이 바로 내일의 여성지도자 양성이란 의식이 필요하다.” 국내 대학에서는 이화여대와 숙명여대 등 여자 대학과 연세대에서 가장 활발하게 학교차원의 취업준비시스템이 갖춰져 있었을 뿐이다. 지난해 한양대·신라대·아주대·전북대·충남대 등 전국 5개 대학에 설립된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는 그런 의미에서 작지만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 각 대학에서는 ‘여성과 직업’‘여대생 경력개발’등 교양과목을 개설,여성들의 직업 의식을 함양하는 것부터 시작했다.대부분 취업에 자신감을 상실한 여학생들에게 이는 기초를 다지는 작업이기 때문이다.또 성공한 직업인들을 초청해 특강을 듣기도했고,실질적으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우기위해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을 초빙해 현장의 요구를 정확하게 체크했다.그외 기업 연수와 인턴 활동을 거쳐 취업으로 연결시키기도 했다. 한편 면접에서 당락이 결정되는 예가 많은만큼 각 대학에서는 면접에 대비케해 ‘면접클리닉’을 운영하는 등 실질적인 준비를 했다. 또한 한양대에서는 여학생을 위한 공무원 준비반을 개설해 강의를 하고 정기적으로 모의고사를 치른 결과 3명이 7급 공무원 공채에 합격했다. 아주대학에서는 지난해 이순이 교수와 13명의 여학생이 네팔봉사활동을 다녀왔다.이 교수는 “공학 대학의 여학생들은 자신이 대표성을 갖고 일할 기회가 별로 없다.실제로 우리 대학의 여학생 취업률은 80%에 이를만큼 높지만 여학생들의 자신감이 부족한 것이 아쉬웠는데 네팔 봉사활동 기회가 여학생들의 자신감을 키웠다.”고 말했다.충남대학은 여성 리더십 개발훈련을 통해 여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을 줬고,전북대학에서는 여학생의 조직 적응력을 높이기위한 교육을 실시했다.또 신라대학은 적성과 성격검사를 통해 자신을 알고,맞는 직업을 선택하도록 한 경력설계와 스터디 그룹의 활성화로 여학생들의 취업에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여성경쟁력 높이기 사회단체도 참여 신라대 공미혜(여성학과)교수는 “이제 시작단계인만큼 취업교육이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할 수도 있다.그러나 저학년때부터 자신의 적성을 정확하게 알고,취업에 대비하는 교육을 시작한 만큼 2∼3년후에는 여대생 취업이 이전과는 달리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대학에서 여대생 취업프로그램을 만들자 각 대학에서 경쟁적으로 취업프로그램을 만들고있어서 앞으로 여대생 취업에 관심과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할 것같다.”고 기대했다. 2월 졸업을 앞둔 한양대 마수연(영문과 4)양은 신년초부터 미국계 디젤엔진 제조회사인 ‘커민스 코리아’ 마케팅팀에 취업했다.“학교에서 커리어개발센터를 개설해 여학생들의 취업에 관심을 보였고,면접클리닉 등으로 실전에서 바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한편 사회단체에서 실시되는 여대생 취업교육으로는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실시하는 ‘여대생취업전략프로그램-지피지기 백전백승’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취업관련 서류작성부터 이미지 메이킹,시뮬레이션 면접 등 취업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방학 중 이 프로그램에참가한 서울시립대 허은경(국제관계학과 4)양은 “경쟁력있는 나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구체적인 취업교육 덕분이었다.”며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갖가지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남주기자 hhj@
  • “교원 후보자 인성 평가”서울師大 이르면 9월부터

    서울대 사범대학은 이르면 올 2학기부터 학생들의 인성을 평가하는 ‘인성 함양 수행평가제’를 도입키로 했다.이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닌 학생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인격체로서의 교원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학교측은 밝혔다. 인성 수행 평가제도를 도입하기는 사범대학 중 서울사대가 처음이다.조창섭 사범대 학장은 13일 “공교육 붕괴의 원인은 교원에 대한 학생들의 존경심이 약해진 데 한 원인이 있다.”면서 “그동안 학생들은 학과공부와 학점이수에만 매달리다가 교단에 진출하는 일이 되풀이됐다.”고 밝혔다.이를 위해 사범대는 지도교수가 한 학생을 입학 때부터 졸업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인성을 평가,그 결과를 교육청과 각 사립학교에 제공해 교원 임용 때 참고자료로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
  • 선거구하한선 10만 VS 11만/하한선 11만땐 22개의석 줄고 10만일땐 지역구 13곳 통폐합

    ‘10만이냐,11만이냐.’국회 정치개혁특위를 공전시키고 있는 선거구 인구 하한선 논쟁의 핵심이다.1만명 차이지만,전체 의석수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기준시점과 방식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나올 수 있지만,지난 10월말 기준으로 인구 하한선이 11만으로 정해지면 10만일 때보다 통폐합되는 지역구가 9개쯤 더 늘어난다. 강원 태백·정선(10만 534명),경북 봉화·울진(10만 567명),전남 나주(10만 2482명),경기 여주(10만 3979명),경북 칠곡(10만 5994명),전남 함평·영광(10만 6223명),전남 강진·완도(10만 6592명),경남 함양·거창(10만 9589명),전북 김제(10만 9918명) 등이 그 대상이다. 하한선이 11만으로 되면 한나라당에서 12석,민주당 5석,자민련 2석,열린우리당 3석 등 지금보다 모두 22석이 줄어든다.10만일 경우에는 한나라당 8석,민주당 2석,자민련 2석,우리당 1석으로 통폐합되는 지역구는 13곳이다. 통폐합으로만 봤을 때 10만과 11만의 차이는 9석이다. 한편 상한선이 30만에서 33만으로 되면 부산 남구,광주 서구,경기 안산단원을,전주 완산,전북 익산 등 5곳은 분구가 되지 않는다. 없어지는 곳이 늘고,늘어나는 곳이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하한선 1만명은 의석을 14개쯤 줄일 수 있게 된다. 이같은 계산대로라면 상·하한선을 11만∼33만으로 하더라도 지역구 의석수는 현재보다 2석∼4석 이상 늘어난다는 결론이 나온다.당초 10만∼30만을 기준으로 의석수 증가는 16석∼18석으로 예상됐다. 이런 점에서 의석수 논란은 정치개혁의 본질이 못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민주노동당은 24일 논평을 내고 “지역구를 현행대로 227석으로 유지하는 것이 정치권의 협상 쟁점이자 정치개혁(?)으로 둔갑되고 있는 경악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기성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했다.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야3당은 지역구를 챙기기 위해 인구하한선을 10만으로 고집하고 있고,열린우리당은 ‘남 잘되는 꼴’을 못봐 11만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여야가 정치개혁을 난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노당은 “정 의석수를 줄여야 한다면 인구 상·하한선을 12만∼36만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운기자 jj@
  • 작가 정동주씨가 들려주는 작품방향/“응달에 가려진 역사의 진실 찾아낼 것”

    “러시아 작가 솔제니친은 그의 작품에 슬라브인의 고통만을 주로 담아냈습니다.소수민족의 아픔은 감춰져 있지요.러시아의 한인들,즉 ‘고려사람’들은 극도의 고통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러시아 사대주의’ 노선으로 함몰해 들어갔습니다.마치 일제시대 친일로 목숨을 이어간 사람들처럼…” 작가 정동주씨는 95년 러시아 한인들의 신산한 삶을 다룬 책 ‘카레이스키,또 하나의 민족사’를 펴내며 이렇게 쓸쓸한 심경을 토로한 적이 있다.1930년대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한 한인들의 운명이란 그야말로 시베리아 곳곳에 나뒹구는 자작나무 잎새 같은 것이었다. 작가는 서울신문에 연재할 ‘달빛의 역사,문화의 새벽’을 이야기하면서 10여년전 러시아 한인 취재 때의 심정을 들려줬다.글쓰기라면 두려움이 없을 법한 그이지만 이번 연재에 임하는 각오는 그만큼 비장하고 가슴이 설렌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대중적 독서풍토에서 두드러진 현상을 꼽는다면 아마 신화와 팬터지의 유행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특히 그리스 로마신화가 널리 읽히면서 어린 학생들도 창과 방패를 든 아테나 여신이나 강력무쌍한 영웅 헤라클레스 같은 신화 속 주인공들의 구체적인 형상을 그릴 수 있을 정도이지요.하지만 그 태곳적 서양의 신화가 ‘지금,여기’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달빛에 물들어가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눈을 떠야 합니다.” 예컨대 운주사 천불천탑의 의미를 새겨보기보다는 그리스 파르테논의 폐허에서 낭만을 찾으려는 태도가 앞선다면 그것이 문화사대주의요 정신적 식민주의가 아니고 무엇이냐는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그가 앞 뒤 꽉 막힌 문화적 국수주의자의 기미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우리 것,옛 것에 대한 맹목적인 향수야말로 곧 잊혀질 추억에 불과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는 따뜻한 체온과 숨결이 남아 있는 숨겨진 역사의 현장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정사(正史)에서 부정하는 혹은 아예 치지도외하는 것이지만 시공간을 뛰어넘어 한국인들에게 영향을 끼쳐온 유산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역사적 진실’이 아닐까요.진실은 발굴돼야 합니다.” 그는 때로는 야사(野史)가정사보다 진솔함을 믿는 편이다.우리는 흔히 야사를 풍속이나 전설,유언비어 쯤으로 여기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 않다.정사의 결함을 보완하고 오류를 시정해주며 경우에 따라서는 정사보다 당대의 시대상을 더 잘 반영하기도 한다.정사의 눈가림 탓에 흔적도 없이 사장돼 버린 역사의 순간들을 작가는 진실에 육박하는 힘찬 글로 퍼올린다.그러면 고증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나는 학문적 엄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학자가 아닙니다.하지만 혹시라도 고증 노력을 소홀히 해 실감의 부피를 줄이는 그런 어리석음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입니다.낭만적 거짓이 역사의 진실을 가릴 수는 없으니까요.나름의 ‘비장의 자료’들이 축적돼 있습니다.‘달빛의 역사,문화의 새벽’을 통해 보다 많은 독자들이 역사적 상상력의 지평을 넓히고 사유의 깊이를 더했으면 합니다.” ●‘인간해방'에 관심… 백정들 민권운동 조명 작가의 관심사라면 무엇보다 대하소설 ‘백정’‘민적’ 등의 작품을 통해 보여줬듯이 뿌리깊은 신분차별의 극복 문제다.역사의 바깥으로 쫓겨나 서성이거나 웅크리고 있다가 이내 잊혀져버리는 이름 없는 존재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은 사뭇 눈물겹다.댓가지로 만든 패랭이를 쓰고 짚신을 신은 채 초가에서 살며 짐승을 잡거나 버들고리를 만들어 팔던 사람들,비단옷을 입어서도 말을 타서도 디새집에 살아서도 안됐던 사람들,호적도 없고 아예 인구에서조차 제외됐던 사람들.이들이 다름아닌 백정이다.“백정은 우리 봉건역사의 최대 희생자입니다.백정들의 신분해방운동은 곧 민권운동이었고 근대적 사회변혁운동의 원천이었습니다.백정으로 상징되는 신분차별을 극복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가치입니다.여성에 대한 성차별,지역차별,학력차별 등 인간에 의한 인간의 온갖 차별은 모두 선민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작가는 이번 연재를 통해 1923년 일제하에서 일어난 백정들의 신분해방운동인 진주 형평사운동을 다시 한번 조명할 작정이다.“형평사 창립을 주도한 진보적 백정 출신 장지필과 양반출신 강상호라는 두 인물이 벌인 진보와 보수의 이념대립은 한국 사회사상사의 흐름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습니다.한국 사회운동의 원류가 된 셈이지요.” 작가는 ‘백정문학’ 연구에 몰두하면서 역사의 응달에 가린 인물들의 공적을 찾아내는 가외의 소득도 올렸다.초기 기독교 선교사에서 거의 잊혀진 미국인 선교사 새뮤얼 무어 목사에 관한 자료를 접하게 된 것이 그 한 예다.“무어 목사에 의해 기독교에 입문한 백정 박성춘은 1898년 조선의 백정을 대표해 종로 만민공동회에 참석,감동적인 연설을 합니다.지금의 인사동인 개장수골의 한 교회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최초의 인권해방운동을 주도한 것도 백정계급이지요. 순수한 기독교 정신이 이러한 운동의 씨앗이 됐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모두 ‘달빛의 역사,문화의 새벽’에서 새롭게 다뤄진다.물론 한국인권해방운동사라는 관점에서다. ‘달빛의 역사,문화의 새벽’의 알맹이를 빚어내는 또 하나의 질료는 불교다.작가의 불교적 사유의 도저함은 최근 출간한 ‘부처,통곡하다’라는 책을 통해서도 어렵잖게 확인할 수 있다.새벽 세시 반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산과 들판,바닷가에서 기도를 올리며 청정수행에 드는그는 불교신자라기보다는 차라리 불교생활실천자라고 하는 표현이 옳다.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는 훼손된 불상을 볼 때마다 내 가슴에서는 의혹의 불길이 솟습니다.조선왕조 오백년이 배불(排佛)의 시대요 억불(抑佛)의 시대였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쉽게 생각한다면 역사에 정말 무책임한 일이지요.나는 작가적 상상력으로 글을 쓰는 소설가이지만 모든 현상을 실증적인 눈으로 읽으려고 노력하는 쪽입니다.” ‘달빛의 역사,문화의 새벽’에는 과연 어떤 불교 이야기가 담길까.“운주사 천불천탑의 비밀은 오묘한 문양에 있습니다.더이상 탑에 새겨진 문양의 의미를 풀지 못한 채 신비의 영역에 가둬둘 수는 없어요.” 작가는 지금 그 무늬의 숨겨진 뜻을 풀어내기 위해 천불천탑과 절절한 밀어를 나누고 있다.“천불천탑의 비밀이 드러날 ‘달빛의 역사,문화의 새벽’의 첫 편은 거대한 논쟁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우리 생활문화 뿌리 찾는데도 애정 듬뿍 작가는 자신의 주된 관심사인 ‘인간의 해방’ 문제 못지않게 우리 생활문화의 뿌리를찾는 일에도 애정의 눈길을 보낸다.대표적인 것이 한국의 ‘차살림',찻그릇의 미학 같은 주제다.“한국 차살림에는 정체성이 결여돼 있다.”고 말하는 작가는 일본에서 역수입돼 형식에만 신경을 쓰거나,중화주의에 짓눌려 스스로 중국 차에 종속돼 온 우리의 차문화를 무척이나 안타까워한다.“우리 차의 본래 모습을 되찾아야 합니다.일본의 다도와 그 원류인 한국의 차살림을 비교해보는 것은 그런 점에서도 매우 긴요한 일이지요.” 그는 “차예절은 기교나 기술이 아닌 정신의 깊이에서 비롯된다.”는 견해도 덧붙였다.‘달빛의 역사,문화의 새벽’은 한국 차살림의 중흥조인 다산 정약용과 초의선사의 ‘동다송’,조선 전기 문신인 점필재 김종직이 함양 군수로 일할 때 차밭을 만들어 농민의 다세(茶稅) 부담을 덜어준 이야기 등을 다룬다. 국인의 혼과 한,그리고 정체성에 관한 작가의 관심은 넓고 깊다.그는 마당극 운동을 하다가 82년 ‘농투산이의 노래’라는 시집을 내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해 전국 순회공연까지 펼친 민족극 ‘진양살풀이’는 80년대 마당극운동의 이정표가 된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그런가 하면 미술평론가로도 이름을 날렸다.특히 우리 민족색채인 오방색에 관한 연구는 유명하다.그래서인지 그가 좋아하는 화가는 강렬한 색채의 내고(乃古) 박생광이다. “박생광의 ‘동학 전봉준’이나 ‘무당’ 같은 작품에서는 왠지 민족의 자신감과 희망을 느끼게 됩니다.”“역사를 떠난 민족은 없으며,전통을 떠난 민족예술은 없다.”는 내고의 예술관과 그의 문학관은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다. ●우리 조상의 얼굴은 곧 인디언의 얼굴 작가는 요즘 새 연재물 집필을 앞두고 “한국의 ‘원주민’,즉 원래의 우리 얼굴을 되찾아야 한다.”는 말을 유난히 자주 한다.“고대 한국인들의 삶과 사고방식,습속은 인디언의 그것과 너무도 닮았다.”며 “인디언의 얼굴은 곧 우리 조상의 얼굴”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자신의 장시 ‘순례자’에 문명비판시라는 평을 달아준 영문학자 김우창 교수를 인생의 멘토로 삼고 있다는 그는 일찍이 김 교수가 자신에게 ‘인디언학’을 공부해보도록권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작가가 쓰고자하는 ‘달빛의 역사,문화의 새벽’은 인디언에 관한 기록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매혹적일 수밖에 없다.주류에서 비껴난 ‘달빛의 역사’를 통해서만 우리는 작가가 강조하듯 ‘인간해방’이라는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달빛의 역사,문화의 새벽’은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 있는 에세이로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 [CEO 칼럼] 일하기 좋은 기업 만들기

    기업과 구성원들의 관계가 날로 각박해지고 있다. 경제가 가라앉으면서 기업은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직원들은 불안감에 떨며 숨죽인 가운데 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나서고 있다.그러다보니 노사 신뢰관계는 악화일로다. ‘사오정’이나 ‘오륙도’,심지어 ‘삼팔선’이란 자조섞인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해마다 ‘미국의 100대 일하기 좋은 기업’선정작업을 주관하는 로버트 레버링 박사는 훌륭한 기업이 되기 위한 몇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번째로 조직원 상호간의 신뢰를 들었다.신뢰란 자신과 동료,상사 등 여타 구성원들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전제로 한다.뿐만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을 한 인격체로 존중하며 그들의 생각에 귀 기울여 주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요건이다. 둘째는 소속된 회사와 맡고 있는 일에 대한 직원들의 자부심이다.자부심이란 비단 몸담고 있는 회사가 대기업이거나 맡은 업무가 핵심업무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기업 규모와는 무관하게 구성원 각자가회사나 자신의 발전 가능성을 굳게 믿고,수행하고 있는 업무에 보람을 느끼면서 동료나 자신이 속한 사회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생긴다. 세번째 조건은 배려와 협력이 넘치는 조직문화 형성이다.강한 팀워크를 만들고 구성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문화는 구성원 상호간의 배려와 협력이 모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열매인 것이다.서로를 불신하는 상황속에서는 어떠한 신뢰관계도,조직문화도 형성될 수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새로운 건설문화를 창달하는 ‘엑셀런트 컴퍼니’(Excellent Company)를 지향한다.좀 원대하긴 하지만 창사 때부터 유지해 온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매주 직원 개인들의 3분 스피치를 통해 서로의 다른 생각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각종 취미 및 동호회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스폰서십 제도를 운영하여 구성원 서로를 배려함은 물론,모든 직원들이 매달 어김없이 참여하는 사회봉사활동을 통하여 우리 사회에 고마움을느끼며 가진 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윤리강령을 공표하고 이를 엄격히 적용하고,독서 릴레이 캠페인을 펼쳐 직원들의 정서함양을 북돋우고 있다.동시에 다양한 온·오프라인 교육기회를 제공하여 직원들의 자기계발기회를 확대해 나가고 있기도 하다. 이런 노력들이 작은 결실을 보아 올해 ‘훌률한 일터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중요한 것은 여타 회사들과 비교를 통한 ‘비교우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 직원들이 모두 공감하고 나아가 고객이 인정하는 ‘절대적인’ 훌륭한 일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출근할 때면 그날 해야 할 일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설레는 회사,맞이하는 하루 하루가 새롭고 역동적인 회사,즐겁게 일하는 가운데서 보람을 찾고 이를 통해 얻은 값진 열매를 조직원들이 함께 나눠 가질 수 있는 회사,아마도 이런 회사가 CEO가 만들어 가야 할 ‘일하기 좋은 기업’이자 ‘훌륭한 일터’가 아닐까 한다. 김 종 훈 한미파슨스 대표
  • 11만이하 선거구 의원들 ‘가슴앓이’

    국회의 정치관계법 개정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선거구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역 출신 의원들의 가슴앓이가 심해지고 있다.현행 소선거구제를 전제로,선거구 인구 상·하한선은 4당 모두 10만∼30만명안에 동의하는 듯했으나,열린우리당이 11만∼33만명으로 당론을 바꾸면서 하한선이 10만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이에 따라 현재 인구가 10만∼11만명인 선거구 의원들도 노심초사하기는 마찬가지다. ●10월현재 김제·여주등 23곳 지난달 말 기준으로 10만 이상∼11만 미만 선거구는 경기 여주(이규택),강원 태백·정선(김택기),전북 김제(장성원),전남 나주(배기운),강진·완도(천용택),함평·영광(이낙연),경북 칠곡(이인기),봉화·울진(김광원),경남 함양·거창(이강두) 등 모두 9곳이다. 더구나 한나라당이 ‘국회의원 정수 현행 유지’ 당론을 고수키로 한 상황에서 비례대표 의원수를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감소를 최소화하려면 인구 상·하한선을 높일 수밖에 없어 이들 지역구 의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최근 시민단체 등이국회의 정책능력 강화 등을 이유로 비례대표 의석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지역구 의원들을 위해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선거구 인구 상·하한선 기준 시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9월말 기준이면 인구 11만명 이하 선거구는 총 21개이나 10월말을 기준으로 하면 전북 김제(9월말 11만 629명,10월말 10만 9918명)가 추가된다. ●하한선 확정땐 ‘오리알 신세' 인구 10만명 이하 선거구는 8월말 기준으로 산청·합천(김용균),군위·의성(정창화),북제주(양정규),철원·화천·양구(이용삼),의령·함안(윤한도),예산(오장섭),고흥(박상천),영월·평창(김용학),부여(김학원),대구 중(백승홍),고령·성주(주진우),진안·무주·장수(정세균·이상 인구크기 순) 등 12개이나 9월말 또는 10월말을 기준으로 하면 청송·영양·영덕(김찬우)이 추가된다.이에 따라 인구기준 시점을 12월말로 할 경우 통폐합 대상 선거구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봉화·울진과 태백·정선은 인구수가 10월말 각각 10만 567명,10만 534명인데 최근 2개월간각각 791명과 424명이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연말이면 10만명 밑으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예산은 인구 하한선을 9만 5000명까지로 낮추더라도 9월말 기준(9만 5073명)이면 간신히 살아남지만 10월말(9만 4806명)이면 통·폐합대상이 된다. 김상연기자 carlos@
  • [열린세상] 수능시험 오답시비를 보며

    수능시험 오답시비로 시끄럽다.사연인 즉 올해의 수능시험에도 언어영역에서 여러 개의 시를 같이 제시한 후 그 시들에 대해 문제를 냈는데,이번에는 출제위원들이 머리를 과도하게 굴렸던 모양이다.백석과 김춘수 그리고 서정주의 시를 한 편씩 제시한 후 상투적으로 비교하게 한 것부터가 시에 대한 모욕인데,이번에는 거기서 한 술 더 떠,크레타의 미궁에 들어가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테세우스의 이야기를 제시한 다음 여기서 앞에 제시한 백석의 시,‘고향’에 나오는 ‘의원’(醫員)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던 것이다. 수험생들은 이 문제에 딸린 (1)테세우스 (2)미노타우로스 (3)미궁의 문 (4)비밀의 방 (5)실,이 다섯 가지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정답으로 골라야 했다.그런데 출제기관에서는 (3)번 ‘미궁의 문’을 정답이라고 발표한데 반해 일부 전문가들이 도리어 (5)번 ‘실’이 정답이라고 주장하여 문제가 생긴 것이다.보도에 따르면 대다수 수험생들 역시 3번이 아닌 5번을 정답이라고 대답했다 하는데,문제가 불거지자 출제기관에서는 학회에 검증을 의뢰했다고 한다. 당사자인 수험생들은 무엇보다 최종적인 결정의 향배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더불어 이런 모호한 문제를 출제한 사람들에게 분노를 느끼겠지만,이번 일은 물의를 빚은 시험문제만을 두고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왜냐하면 이번 일은 이른바 대학수학능력 시험이라는 것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모순이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수능시험은 객관식 시험이다. 그리고 이런 객관식 시험은 몇 개의 보기 가운데서 정답을 고를 것을 요구한다.그러니까 수능시험은 정답이 있는 물음으로만 이루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세상의 많은 일들에는 정해진 답이 있고 우리는 그런 것들을 존중하면서 살지 않으면 안 된다.그러나 상식의 세계에서는 대개 정해진 답이 지배하지만,학문의 세계에서는 정해진 답이 지배하지 않는다.학문의 진보란 어제까지 정답이던 것이 오답이 되는 과정과 다름없다.그러므로 진정한 대학 수학능력이란 모든 정답을 의심하는 비판적 정신에 있다.주어진 정답을 끊임없이 의심하고,남들이 자명하고 당연하다고 인정하는 것들에 대하여 새로이 물음을 던지는 활달한 정신만이 학문의 진보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객관식 시험은 언제나 주어진 문제에 정답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 까닭에 어떤 경우에도 이런 자유로운 비판정신을 길러줄 수 없다.수능시험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학생들의 암기력이나 상식의 측정을 위해서는 유용한 평가수단이지만 진정한 학문적 능력의 측정을 위해서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시험인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 출제위원들이 수능시험의 이런 본질적 한계를 망각한 채,객관식 시험의 형식 속에 주제넘게도 학문적 탐구의 주제가 되는 내용을 담으려 할 때,어쩔 수도 없이 기형적인 문제들이 출제되는 것이다. 물의를 빚은 언어영역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이 문제에 대해 이 땅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어떤 판정을 내릴지는 두고보아야 알 일이지만,나로 말하자면 그 문제가 학문적으로 고찰할 가치가 있는 문제라면,그 문제의 정답은 정답이 없다는 것,또는 모든 답이 정답일 수 있다는것이다. 도대체 수학도 아닌 문학에 관련된 문제를 내주고 거기서 정답을 찾으라는 이런 미개하고 무식한 발상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객관식 시험은 학문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을 소극적으로 가려내기 위해 쓰일 수는 있어도 학문적 능력을 함양하거나 학문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선발하기 위해 쓰일 수는 없다. 우리가 정말로 한국 대학의 학문적 경쟁력을 염려한다면 이제는 이런 객관식 시험에 모든 학생들이 목을 매게 만드는 수능시험부터 먼저 폐지해야 한다.아이들을 정답의 굴레에서 해방하라.그들이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할 수 있는 정신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김 상 봉 민예총 문예아카데미 교장
  • [열린세상] ‘부자되기’ 경제교육 위험

    아파트 값의 가파른 상승,계층간의 위화감,이민 열풍,원정출산,지나친 사교육,젊은이들의 10억원 모으기 운동 등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접하는 일들이다.이런 현상들은 모두 돈과 관련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혹자는 우리사회가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혹자는 천박한 금전만능주의라고 비난하기도 한다.하지만 근본적 문제는 지나치게 치우치기 때문에 균형감을 잃어버려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양의 어느 문학가는 “돈은 인간의 제 6감이다.”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였다.돈이란 있으면 있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하지만 몇몇에게 돈이 집중되고 나머지는 상대적 내지는 절대적 박탈감에 빠진다면 분명 그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난다.우리 사회가 최근 이런 부작용으로 비틀거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부유한 자들은 더 많이 벌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여 발버둥치고 있다.그 이면에 빈곤과 절망 속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는 이들이 증가한다.당연히 사회적 긴장이 증가하고 불신과 불안이번져나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린 초등학생부터 경제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이를 가르치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이 유행하고 있다.물론 어린이들이 돈의 소중함을 깨닫고 어려서부터 돈에 대한 조절력을 길러준다는 표면적 이유는 그럴듯하다.하지만 그 이면에 부모 마음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경제교육보다는 부자되기 교육의 측면이 더 강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과연 어린 아동들에게 이런 교육을 시켰을 때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잘 따져보고 결정하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돈을 버는 것이 너무나 소중해진 사회에서 모두가 허겁지겁 어릴 때부터 경제관념을 잘 심어놓아야 더 쉽게 부자가 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한 개인에게 일생동안 남아 두고두고 영향을 미치게 된다.따라서 어릴 때 사회나 부모가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가가 한 개인과 사회에 몹시 중요한 일이다.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돈은 이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야 할까? 아니면 돈이 있어도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여유를 길러야 할까? 몇 년전 유행했던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가 떠오른다.지금 우리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린 새싹들에게 그 광고의 이미지를 깊이깊이 뇌리에 새기는 교육을 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굳이 이런 교육을 받지 않았던 우리 어른들도 이렇게 돈에 열광하게 되는데 어려서부터 돈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는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가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이다. 우리 어른들의 돈에 대한 왜곡된 꿈을 다음세대에까지 전달하지 말자.돈을 제대로 쓰고 관리하는 법은 대학생들에게 오히려 필요한 교육이다.최근 카드 빚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이 늘어난다고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경제교육을 제대로 시키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다.어린이에게는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여유를 먼저 함양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의 교육이다.왜냐하면 그들이 자랐을 때 꼭 부자가 될지 아닐지는 미지수이므로 돈과 무관하게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다.오히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부자가 되었을 때 더 큰 행복을 누릴 것이며 무슨 일을 해서라도 돈을 벌어야겠다는 왜곡된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돈과 무관하게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은 무엇일까? 가족간의 사랑,친구들과의 우정,놀이의 즐거움,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 등이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너무나 평범해서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요즘 우리 어린이들은 이러한 평범한 행복조차 누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어른들이 모르고 있다.그래서 항상 돈에 연연하는 어른들은 부자되기 교육을 자녀에게 시켜야 안심이 되는 것이다.더 이상 돈에 대한 집착 때문에 사회 문제가 발생하는 부작용을 다음 세대에 남기지 말자.우리 자녀에게 부자가 되었을 때 더 행복하고 여유롭게,부자가 아니더라도 떳떳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좋은 교육을 시켜야 한다. 신 의 진 연세대 의대교수
  • [마당] 피와 땀이 서린 문장이 그립다

    전국시대 말기,선비를 예우하여 많은 빈객들을 확보하려고 경쟁하여 위세를 떨치던 사람들 가운데 위(魏)나라의 신릉군(信陵君),초(楚)나라의 춘신군(春申君),조(趙)나라의 평원군(平原君),제(齊)나라의 맹상군(孟嘗君)은 선비를 존대하여 경쟁적으로 식객을 불러 모았다. 한편 이들과는 달리 신분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대단한 재산을 모은 여불위(呂不偉)도 빈객들을 초빙하는 일에 전념하였다.그는 상인 출신의 미천한 신분이었으나,결국 그 당시 가장 세력을 떨치던 진(秦)나라의 재상이 되어 나이 어린 왕인 정(政)으로부터 중부(仲父;아버지의 아우)라고까지 불리며 자신의 위세를 만천하에 떨쳤던 것이다. 그가 빈객들을 모으게 된 동기는 진나라가 강국이면서도 어진 선비와 재능 있는 자들을 우대하지 않은 데 대한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것이다.그의 밑에 있던 지식인의 수가 무려 3000명이나 되었다. 여불위는 자기의 식객들 가운데 뛰어난 문장력과 탁월한 식견의 소유자인 선비들을 뽑아서 글을 쓰게 하고는 팔람(八覽),육론(六論),십이기(十二紀)로 분류하여 모두 20만 여 글자를 쓰게 하였다.그는 이 책이야말로 천지 만물에 대한 고금(古今)의 지식을 모두 동원하여 쓴 것으로 판단하고는 자신의 성을 따 ‘여씨춘추(呂氏春秋)’라고 불렀다.‘여씨춘추’의 내용은 역사적인 견문을 비롯,옛 사람들의 유언(遺言),옛글 중에서 빠진 글 등이 대부분이며,천문학과 의학,농학 등과 관련된 것도 실려 있다. 그리고 유교와 도교 사상이 주류를 이루지만 명가,법가,묵가,음양가의 견해도 포괄되어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이 책의 문장이 훌륭하다는 것이었다.여불위는 이 책을 함양(咸陽)의 성문에 진열하고,그 위에 천금(千金)을 걸어 놓고서,각 제후국의 선비나 빈객 중 그 누구라도 한 글자라도 더하거나 뺄 수 있는 자에게 천금을 주겠다고 널리 알렸다.그 당시 뛰어난 빈객들이 저마다 앞을 다투어 ‘여씨춘추’의 문장에 손을 대려했지만,그 누구도 한 글자도 고치지 못했다고 하여 이 책은 더욱 유명해졌다. 당나라의 시인 가도(賈島) 역시 길을 걷다 문득 시상이 떠올라 시를 짓다가 글자 한 글자 때문에 고민하다가 그당시 경조윤의 직책에 있던 대문장가 한유의 행차를 막게 되었다.“비켜라,어느 안전이라고 무엄하게 길을 막느냐?”는 수행원들의 고함소리에 아랑곳하지 하지 않고,자신이 맨 마지막 시구의 한 글자를 ‘퇴(推)’로 해야 할지 ‘고(敲)’로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길을 막게 되었다고 했다.오히려 한유는 화를 내기는커녕 빙그레 웃으며 자신도 골똘히 생각하다가 ‘고’자가 더 낫다고 하고는 함께 나란히 말을 타고 오면서 시를 논했다고 하는 일화가 신선하다. 이렇듯 중국의 옛 선현들이 작품을 지을 때 한 글자 한 글자에 온힘을 쏟아 부었는데,그러한 과정에는 처절하리만큼 피눈물 나는 노력이 뒤따랐다.그렇기에 흔히 술 한말에 시 백편을 쓴다고 호언장담했던 이백의 시보다,글자 한자 한자에 세심하게 퇴고하기로 유명했던 두보의 시가 줄곧 우리나라에서 훨씬 더 많이 읽힌 이유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정녕 작가에 뜻을 둔 문학지망생이 아니더라도 일자천금의 값어치가 있는 문장과 한 글자 한 단락에 피와 땀이 서려 있는 글을 만나고 싶은 것은결코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김 원 중 건양대교수 중문과
  • 낙엽천국/늦가을 경남 함양 上林나들이

    낙엽만큼 상반된 느낌을 주는 게 있을까.낙엽을 밟으며 사랑을 키우는 연인이 있는가 하면,흩날리는 낙엽을 맞으며 실연의 아픔을 삭이는 사람도 있다.이파리를 떨군 나뭇가지는 앙상하기 이를데 없지만 그 아래 수북하게 쌓인 낙엽더미는 푸근함을 준다.그래서 감성이 풍부한 사람치고,젊었을 적 지는 낙엽을 보고 시인 흉내 한번 안내본 사람 없을 것이리라. ●통일신라시대 조성된 인공 활엽수림 2만여평 지는 가을을 만나러 경남 함양 상림(上林)에 갔다.누군가 상림을 ‘낙엽의 천국’이라고 했었지.그래,기왕 낙엽을 밟으려면 천년이 넘는 연륜이 쌓인 활엽수림에 가보자.놀랍게도 상림은 1100여년전 조성된 인공활엽수림이다.통일신라 말 진성여왕 때의 대학자 고운 최치원 선생이 천령군(함양의 옛이름) 태수 부임후 조성했다고 한다.마을을 가로지르던 위천(渭川) 범람을 막기 위한 호안림(護岸林)이다.당시 심은 나무들이야 모두 늙어 죽었지만 그들은 대를 이어 씨앗을 뿌렸고,100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귀중한 활엽수림으로 남았다.상림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활엽수림이다.당시엔 상림과 하림을 합쳐 6만여평이었으나,지금은 길이 1.4㎞,폭 200m,2만7000여평만 남아 있다. 크고 작은 활엽수들이 가득 들어찬 상림.여름이면 하늘을 덮어 한 줌 햇살도 허용치 않을 만큼 무성했던 이파리들이 지금은 반쯤 졌다.숲 가운데 난 큰 길은 물론,사이사이 오솔길은 온통 낙엽 천지.길이 아닌 숲속으로 들어가니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더미가 부스럭거리며 낯선 손님을 경계한다. 상림엔 수십년에서 수백년 수령의 110여종 2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란다.졸참나무,느티나무,팥배나무,사람주나무,감나무 등이 주요 수종.나무의 종류가 다양하고 나무 굵기도 제각각이어서 통일신라 때 조성됐던 숲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낙엽색깔도 조금씩 다르다.참나무 계통은 떨어질 때부터 갈색이지만,느티나무나 감나무 이파리는 떨어진 뒤에도 완전히 마르기 전까지는 붉거나 노란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낙엽더미 속 아이들 천진함에 웃음 절로 상림 이곳저곳엔 사진작가들이 삼각대를 받쳐놓고 가을이 내려앉는그림을 잡고 있다.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찍으며 이들은,화려함을 뒤로하고 거름으로 썩고자하는 자연의 겸허함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마침 인근 유치원에서 소풍을 나왔다.어른들에겐 사색의 대상인 낙엽도 아이들에겐 그저 놀이의 수단일 뿐.두 손 가득 낙엽을 집어 뿌려대는 아이들 표정에 천진함이 넘친다.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까르르 까르르’ 내는 웃음소리에 심각한 척 고독을 ‘씹던’ 어른들도 슬며시 미소를 머금는다. 상림엔 숲을 가로지르는 실개울과 군데군데 세워진 함화루,초선정,화수정 등 정자들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숲 한편엔 최치원 신도비와 척화비 등 함양에서 선정을 베푼 위정관들을 기리는 비석들을 모아놓았다.또 최치원을 비롯해 연암 박지원,김종직 등 함양에서 태어났거나 살았던 대학자 11명의 흉상을 세워놓은 인물공원이 조성돼 있다. ●지리산 북부 한신계곡 수려함 일품 들판 한 가운데 조성된 상림의 평탄함이 아쉽다면 지리산 북부 한신계곡으로 발길을 돌려보자.마천면 백무동에서 세석고원까지의 험준하면서도수려한 계곡미가 일품. 맑고 고운 물줄기가 10㎞ 정도 이어지는 이곳은 원래 한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하지만 늦가을 풍치도 그만이다.특히 백무동부터 첫나들이 폭포까지 계곡과 절벽을 사이에 두고 평탄한 오솔길이 2㎞ 정도 이어지는데,어지러이 나뒹구는 낙엽과 아직 색깔을 잃지 않은 단풍 물결이 만추의 서정을 빚어낸다.이 오솔길은 어린 아이들도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잘 닦여져 있다.1960년대 초 한 벌채업체가 목재 운반을 위해 조성한 도로였다고 한다.숲속 길을 한참 걸어가면 등산로와 계곡이 만나게 되는데,그 지점에 첫나들이 폭포가 있다.20여개의 물줄기를 자랑하는 이 폭포는 바람폭포로도 불린다.폭포수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철제 다리 아래로 쏟아지는데,다리 위에서보다는 아래서 위로 보는 풍광이 더욱 장관이다.한신계곡의 등반 기점인 백무동까지는 차를 타고 갈 수 있다. ●용추 자연휴양림선 숙박도 가능 안의면에 위치한 용추계곡도 가벼운 산행을 즐기며 가을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곳.계곡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0분 정도 올라가자 용추사가 나오고,그 아래 15m 높이의 용추폭포가 우뢰와 같은 소리를 낸다. 폭포를 지나 소로에 접어드니 바람에 쓸린 낙엽이 수정처럼 맑은 계곡물에 쏟아져 내린다.용추계곡 끝에는 함양군에서 조성한 용추 자연휴양림(055-963-9611)이 있어 산책과 산림욕을 즐기기에 좋다.예약하면 휴양림내 산막에서 묵을 수도 있다.숙박료는 2.7평형(4인용) 3만원,4.5평형(6인용) 4만원. 글·사진 함양 임창용기자 sdargon@ 가이드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88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함양IC 표지판이 보이면 빠져나와 우회전해 5분쯤 가면 함양읍이다.가던 길로 직진해 읍내를 지나가면 위천이 나온다.위천을 건너기전 우회전해 천변 도로를 5분쯤 달리면 상림과 만난다.한신계곡은 함양읍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용추계곡은 북쪽으로 각각 이정표를 따라가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동서울터미널에서 함양까지 고속버스가 5회 출발한다.함양읍에서 택시를 타면 상림까지 기본요금에 갈 수 있다. ●숙박 상림 주변 및 함양읍내에 별궁장여관(055-963-9241∼3),상림장여관(055-963-1170) 등 여관이 많다.함양읍 죽림리 가재골관광농원(055-963-9952),인산동천관광농원(055-963-8793) 등을 찾으면 전원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정여창 고택 함양 지곡면엔 조선 전기의 유학자 정여창의 후손인 하동 정씨들의 집성촌이 있다.정여창 고택은 하동 정씨의 종갓집.3000여평의 대지에 총 17동의 건물을 지었으나 지금은 12동만 남아 있다.경북지역의 폐쇄적 공간구조와 달리 안채와 사랑채 등이 개방식 구조로 분할되어 집이 밝고 화사하다.솟을대문을 통해 마당에 들어서면 ㄱ자 사랑채가 자리잡고 있다.정원 한편의 굽은 소나무와 배롱나무 등이 선비의 은은한 멋을 풍긴다. 건축 당시의 모습을 상당부분 유지하고 있어 남도 고건축 연구의 중요한 사료로 평가되는 양반가옥이다.문의 함양군청 문화관광과(055-960-5555). 식후경 예나 지금이나 귀한 손님상에 빠지지 않는 요리중 하나가 소갈비찜이다.함양 안의는 갈비찜,그중에서도 안의고추갈비찜(사진)으로 유명한 곳이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체인점이들어서 있지만 어디 본고장의 맛을 따라가랴.상림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거창 방면으로 가다보면 안의면사무소 소재지가 나온다.갈비찜 간판을 단 식당이 꽤 많다.토박이인 듯한 할아버지가 맛있다고 가리키는대로 들어간 곳이 ‘옛날할머니 갈비식당’. 메뉴는 안의고추갈비찜과 갈비탕 딱 두가지.갈비찜은 1접시에 2만5000(2인)∼3만5000원(3인),갈비탕은 5000원이다.혼자 왔으니 1만5000원짜리로 만들어달라며 떼를 쓰다시피해 갈비찜을 시켰다. 붉은 빛이 도는 고기와 몇가지 야채,갖가지 고명이 어우러진 갈비찜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인근 거창이나 산청에서 기른 한우고기에 매콤한 청양고추와 풋고추,붉은 고추로 맛을 내 매콤달콤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난다.육질이 참 부드럽고 쫄깃하다.찬 물에 핏물제거 5시간,갈비 삶는데 8시간,양념에 재어 다시 조리는데 1시간 반 등 총 15시간의 공이 든다는 주인의 자랑 때문인지,맛이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055)962-0163.
  • 길거리 키스 벌금 모스크바市 검토중

    |모스크바 연합|러시아 모스크바시 당국이 공공윤리 함양을 위해 길거리 등 공개된 장소에서 키스를 하는 커플에게 범칙금을 물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러시아 일간 스톨리츠나야 베체르나야 가제타 인터넷판이 9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시 당국은 경찰과 교육계의 탄원을 받아들여 공개된 장소에서 키스 등의 애정 표현을 하는 이들에게 300∼500루블(약 1만 2000∼2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키스를 하다 적발된 이들이 벌금을 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벌금을 대신 내줄 때까지 이들을 특정 장소에 구류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 당국은 키스 등 애정 표현 외에도 공공장소에서의 음주와 고성방가,침 뱉기,만취 행각 등도 규제할 방침이라고 가제타는 전했다. 그러나 모스크바의 인권 운동가들은 시 당국의 길거리 키스 규제가 조지 오웰의 소설에나 나올 법한 감시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실제 이 규칙이 제정되면 가능한 한 이를 위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시론] 韓·칠레 FTA비준 빨리 매듭을

    한국과 칠레는 3년여를 끌어온 협상을 마무리하고 올 2월에 자유무역협정문에 서명하였다.이제 협정문이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 남은 절차는 국회의 비준을 거치는 것이다.국가간 협정에 대한 국회비준은 통상 6개월 이내에 이루어진다고 하나,우리나라의 경우 비준이 이러저런 이유로 늦어지고 있다.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비준 지연은 국제경쟁력 약화는 물론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FTA 정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칠레 FTA에 대한 국회비준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농업피해에 대한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농업계와 정부가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한·칠레 FTA로 인한 농가피해는 10년간 4500억원(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결과)에서 5800억원(한양대 연구결과)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러한 근거에 따라 ‘한·칠레 FTA 이행 특별법’을 제정하고 보상대책으로 국비와 지방비 등을 합쳐 7년간 1조원 규모의 투융자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부로서는 한·칠레 FTA로 인한 보상 대책이 농업계가 요구하는 수준에이르지는 못하나 피해를 보상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라는 생각이다.그러나 농업계는 시장개방으로 포도,복숭아,과일 가공품 등 관세철폐 대상 품목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소비의 대체효과 등 간접적인 피해를 고려하면 피해액은 정부의 투융자 규모보다 훨씬 크다는 입장이다. 양쪽이 완전한 타협을 이룰 가능성은 없다.FTA 체결에 대한 이익집단의 반응에 있어서 이익을 보는 집단은 분산되어 있고 소극적으로 반응한다.그러나 손해를 보는 집단의 반응은 적극적이고 집중력 또한 높다.따라서 대내협상의 결과인 국회비준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손해를 보는 집단의 반응을 누그러뜨려 지나친 정치이슈화를 막고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칠레 FTA 협상타결 내용을 보면 농업부문에 미치는 피해가 당초에 우려했던 것보다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농민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농심은 계속되는 시장개방과 자연재해 등으로 멍들고 농촌의 미래는 불안하다.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세계경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간 협상은 물론 FTA를 통한 핵심 국가끼리의 짝짓기 등을 통해 빠르게 재편되어 가고 있으며,우리는 이러한 추세를 마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한국은 국민소득 1만달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10년 가까이 허송세월을 하고 있으며,경제의 추진력은 크게 약화되어 가고 있다.이대로 간다면 우리 경제의 앞날이 매우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비준을 마냥 미루어둘 수만은 없다.이제 우리 경제와 농촌을 다같이 생각하는 대타협이 필요한 시기이다.‘선대책 후비준’ 원칙을 지키고 농업계와 합의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농업에 대한 투자가 한·칠레 FTA로 인한 피해액보다 많다고 한들 무엇이 큰 문제인가? 산업의 근본인 농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은 국토 균형발전을 통해 도시 과밀화 등에 의한 사회적 비용을 축소하는 것은 물론 경관 및 환경보전,전통 문화의 계승 등 농업의 다원적 기능 함양을 통해 경제는 물론 사회적,정치적으로도 순기능을 발휘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편 농업계는 한·칠레 FTA로 농촌이 붕괴되고 식량안보가 심각하게 위협을 받는다는 식의 지나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양보와 타협을 위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되는 국제 사회의 냉엄한 현실과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경제발전과 농업발전은 따로 갈 수 없는 공동체의 운명을 가진 것이라는 점을 농업계와 비농업계 모두 명심할 때이다. 최 세 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자치센터 자원봉사 할맛나요/수유2동 문화강좌등 프로맡아 우수평가 3冠…상금5000만원

    강북구 수유2동 주민자치센터가 서울시 평가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수유2동 주민자치센터는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방과후 교실 등 특수사업과 다양한 문화강좌가 높은 평가를 받아 우수 주민자치센터 및 우수 프로그램으로 각각 선정됐다.또 이 같은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인정돼 우수 자원봉사활동 센터로도 뽑혀 서울시로부터 5000만원의 인센티브 보조금을 지원받게 됐다. 이 곳 주민자치센터는 지역여건을 고려한 특수사업으로 ‘방과 후 교실’ ‘녹색가게’ ‘자연학습장’ 등을 설치해 주민자치위원회와 1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방과 후 교실’은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이나 편부모 가정의 초등학교 1∼4학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무료로 운영돼 기초학습지도와 함께 아이들의 정서와 특기개발에 힘쓰고 있다. 자원재활용에 앞장서고 있는 ‘녹색가게’는 재활용품 판매 수익금으로 연말 불우이웃돕기에 참여하고 있고,지역내 자투리땅을 활용해 조성된 ‘자연학습장’은 어린이의 정서함양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프로그램들은 주민자치위원들이 순번제로 자원봉사에 나서는 등 모두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진행돼어 더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한마디로 주민들이 주인된 친근하고 유익한 문화·생활공간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것이다. 김현풍 강북구청장은 “수유2동 주민자치센터를 모델삼아 지역내 모든 주민자치센터에 우수 프로그램들을 접목시키고 주민참여 특성화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동구기자 yidonggu@
  • [씨줄날줄] 3금제도

    금기를 거부하며 자유의지를 추구하는 인간의 도전은 태초부터 있었다.성서에 따르면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를 따지 말라는 하느님의 금기를 어겨 에덴동산에서 쫓겨나지만,그 대신 선악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인류사를 진보의 측면에서 보는 역사학자들의 경우 인간이 유사 이래 끊임없이 자유의 영역을 확대해왔다고 긍정 평가한다. 1960년대 말 영화중에 ‘소령 강재구’란 영화가 있다.1965년 월남전 파병을 앞두고 수류탄 투척훈련 도중 한 병사의 실수로 떨어진 수류탄을 몸으로 덮쳐 수많은 부하들의 목숨을 건지고 산화한 강재구 대위의 희생정신을 그린 영화다.세세한 줄거리는 잊었지만,강 대위의 육사 생도시절 생활 장면 몇몇은 생생히 기억 난다.‘직각보행’,‘직각식사’ 장면들이다.생도들이 이동할 때 직각으로 움직이고,직각으로 팔을 들어 밥을 먹는,‘엽기적’인 모습이 충격적이었다.지금도 육사 신입생들은 정식 입학 전 6주간의 기초군사훈련 과정에서 ‘직각생활’을 한다.10대 후반의 재기발랄한 젊은이들에게 이제 엄격한 규율 속에 절제된삶을 사는 ‘군인’의 길에 들어섰음을 일깨우는 한 수단일 것으로 이해된다. 육군사관학교가 1951년부터 지켜온 ‘3금(禁)제도’의 완화를 놓고 고심중이라는 보도다.금연·금주·금욕(성생활과 결혼) 중 특정 장소에서의 음주 허용을 검토 중이다.특히 오는 2006년 개관 예정인 교내 생도회관에 대형 ‘호프집’을 만들어 생도들이 토·일요일에 면회 오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육사는 올해초 훈육관과 부모,지도교수의 승인 아래 술을 마실 수 있도록 완화했다.이전에는 학교장과 생도대장(준장)의 승인을 받는 경우 등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용됐었다. 생도 시절은 평범한 젊은이들이 고도의 애국심과 국가관,사명감,책임감,지도력 등을 갖춘 국가 간성의 역량을 함양하는 시기이다.극도의 자제력과 인내심,극기력이 당연히 요구된다.이 기간 국가는 생활비와 학비,품위 유지비 등을 댄다.생도 1인당 약 1억 2000만원의 양성비가 든다.미 육사의 경우 3금제도를 폐지한 결과 임신,음주사고 등 부작용이 속출해 한때 폐교까지 거론했다고 한다.평범한 사람들의 목을 옥죄는 각종 금기나 성역,차별적인 법규 등의 철폐나 개선은 마땅하다.하지만 사회 모든 집단에 같은 규율이 적용돼야 옳은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김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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