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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청교육대’ 전모 기록있다

    1980년 신군부가 `사회악 일소´라는 명분으로 4만여명의 인권을 유린한 `삼청교육대 사건´의 전모를 확인시켜 줄 기록물이 국방부 등에 보관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국가기록원은 삼청교육대 관련 기록이 국방부에 1376권, 국가기록원에 50권, 법무부에 3권 등 모두 1429권이 남아 있다고 21일 밝혔다. 특히 대부분 비공개 자료로 분류되어 있는 국방부 기록은 삼청교육 계획과 결과,`감호생 난동사건´과 판결문,`삼청교육 사진첩´ 등이다.삼청교육의 실상을 생생하게 증언해주는 내용으로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국가기록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123개 기관에서 기록물 보존 실태 조사를 벌여 삼청교육대 사건을 비롯,5·16군사쿠데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광주민주화운동 등의 기록이 상당수 보존돼 있음을 확인했다. 1951년 3월10일 경남 거창·산청·함양에서 저질러진 양민학살 사건 등 한국전쟁 기간에 군·경 등의 민간인 학살기록도 11건 확보했다. 국가기록원은 공개가 가능한 내용은 우선적으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비공개 기록물도 재분류 작업을 거쳐 가급적 빨리 공개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국가기록원은 실태 조사 결과 1962년,1968년,1975년 등 세 차례에 걸쳐 `누적문서 정리 및 영구보존 문서 소산계획´에 따라 대대적으로 문서가 폐기됐고 국가 기록물의 부실보존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또 기록관리법이 제정된 2000년 이전에는 핵심 정책기록이 대부분 10년 이하 한시보존 문서로 분류되어 주요기록이 폐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비밀기록도 보호기간이 끝나면 즉시 폐기토록 함으로써 국가 주요기록이 심사도 없이 대량으로 사라졌다고 국가기록원은 설명했다.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구청장 현장인터뷰] 노재동 서울 은평구청장

    봄을 시샘하는 늦추위가 한풀 꺾인 지난 16일 노재동 은평구청장은 현장 점검을 나섰다. 북한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은평뉴타운. 그 중에서도 오는 6월 첫 일반분양을 앞둔 1지구였다. 덤프트럭 등 중장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하기 전 동승한 차안에서 노 구청장으로부터 ‘친절한 브리핑’을 들었다. “저 곳은 우회도로가 뚫릴 곳이고…, 이 곳은 집하장이 필요없는 최첨단 쓰레기처리장이 들어설 자리예요. 쓰레기로 인한 민원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저 곳(기자촌을 가리키며)은 뉴타운에서 절대로 빠지면 안돼요.(기자촌은 뉴타운에서 제외돼 있다.)어떻게든 주민들을 설득해 베벌리힐스처럼 대표적인 단독형 주거지로 만들고 싶습니다.” 마치 스크린이 이어지듯 노 구청장의 설명은 계속된다.“저기 저 불광천에는 고무로 된 댐을 건설해 유량을 조절할 계획입니다. 저런 곳(재래시장을 가리키며)은 현대화가 필요해요. 하지만 지금같은 방식으로는 안돼요. 매장 구성 등 변화에서 대형할인점의 순발력을 따라 갈 수 없어요. 좀더 새로운 방안을 채택해야 경쟁할 수 있어요.” 재래시장 현대화뿐 아니라 현행 현대화 방식의 문제점까지…. 구청 살림을 책임진다고 하지만 언제 저런 것까지 파악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설명은 깊이가 있었다. 노 구청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현장 중심 행정가다. 구청 한 간부의 얘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월요일 아침이면 간부들은 긴장합니다. 아침회의에서 구청장의 지적에 혼쭐난 간부가 한둘이 아닙니다.”이 같은 지적은 그가 휴일을 현장에서 보낸 결과다. 이곳저곳을 수행비서 없이 돌아본 후 개선사항을 회의에서 쏟아내기 때문이다. 노 구청장의 현장 나들이가 잦은 것은 은평구가 그만큼 둘러볼 곳이 많은 탓도 있다. 동네가 낙후돼 은평뉴타운을 포함해 38개 지역에서 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청소나 점검을 조금만 소홀히 해도 금세 표가 난다. 길을 가다 휴지를 줍는 일은 노 구청장의 일상이다. 서울시내 25개 구청 가운데 처음으로 불법부착물 제거 등 단순 청소업무를 경로당에 맡겼다. 골목길 청소는 할아버지 봉사대가 한다. 지난해 ‘깨끗한 서울가꾸기’ 대상을 탔다. “2만달러 시대는 말과 돈으로만 됩니까. 시민의식도 뒤따라가야 합니다.” 노 구청장에게는 꼬리표 하나가 따라 다닌다. 쓴소리를 잘하는 구청장이라는 것이다. “민선 구청장이 표를 의식해야지 쓴소리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주민들 귀에 단 얘기만 하면 가식이에요. 이런 것은 오래 못 가지요. 은평구만 해도 인정과 온정이 살아 있는 동네예요. 말하는 사람의 진심이 통한다는 얘기”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2시간여 노 구청장과 함께 현장을 돌아보면서 느낀 것은 그가 무척 솔직하다는 점이었다. 촌사람 특유의 진솔함과 따뜻함이 있었다. 그는 행정 목표도 ‘따뜻한 행정’에 두고 있다. 그는 “뉴타운이 완성되면 은평구는 강·남북을 통틀어 서울을 대표하는 자치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그가 걸어온길 ▲출생 1941년 경남 함양 ▲학력 함양농고, 고려대 법과대학 ▲약력 흥국상사 신용관재부장,㈜동주상사 상무이사, 고려대 교우회 이사 겸 은평지부 상임부의장, 한나라당 15대 대통령 선거대책본부 조직본부장, 한나라당 지방자치위원회 부위원장, 한나라당 은평(갑)지구당 상임고문·은평(을)지구당 부위원장,4대 서울시의원, 은평구 축구연합회 명예회장 ▲가족 정동화씨와 1남 1녀 ▲종교 기독교 ▲주량 마시지 않음 ▲좌우명 경천애인(敬天愛人) ▲애창곡 고향무정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박삼구회장의 ‘디자인 경영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최근 새 기업 CI 선포와 함께 임원들에게 디자인 경영 교육을 받게 하는 등 ‘감성경영’에 전력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이사 이상 임원 165명은 다음달 초부터 용인에 있는 인재개발원에서 ‘디자인 매니지먼트’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이번 임원 연수는 박 회장이 지난해 10월 직접 지시해 마련된 교육이다. 임원들은 1박2일간 합숙하며 국제디자인대학원(IDAS)의 ‘최고의 경영 디자이너 만들기’ 과정을 듣는다. 교육 내용은 ▲디자인의 개념 재정립을 통한 디자인 경영의 본질 파악▲디자인 감성 및 마인드를 갖춘 창조적 CEO 양성▲미래경영 핵심자원인 디자인에 대한 안목 제고 등이다. 박 회장은 1999년 9월부터 6개월간 IDAS에서 ‘디자인 경영’교육을 이수하면서 디자인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작년 11월 전략경영본부 홍보팀에 디자인광고팀을 신설한 것을 비롯해 최근 그룹의 새 CI를 만드는 등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디자인 교육은 ‘숫자’에 ‘감(感)’을 더해 더욱 창의적인 능력을 함양하도록 임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회계 교육과 동일 선상에 있다.”고 설명했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깡촌’ 함양군 알고보니 부자마을

    경남 함양군에 ‘억대부농’이 100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돼 화제다. 지리산과 덕유산에 둘러싸인 함양군은 인구 4만여명의 ‘깡촌’으로 절반이 농사를 짓고 산다. 2일 함양군에 따르면 지난해 농사를 지어 1억원이상 소득을 올린 농가는 112가구로 나타났다.군내 8000여 농가의 평균소득 2050만원에 비하면 5배이상 높은 것이다. 도내 평균은 2604만원이고, 전국 평균은 2900여만원에 불과하다. 함양군에 억대부농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사과와 한우 가격이 크게 오른데 힘입었지만 무엇보다 군이 지난 2003년부터 추진한 ‘100+100운동’의 결과다.100+100운동은 연간 1억원이상 소득을 올리는 군민과 100살이상 장수하는 노인이 각각 100명이 넘도록 하겠다는 군정목표다. 우선 농업인 후계자 등을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을 지원했으며, 농가에 대한 보조 대신 각종 정책자금 융자를 알선하는 등 자립기반 조성에 힘썼다. 군이 이 운동을 처음 시작할 당시 군내 1억원이상 소득자는 25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듬해 71명으로 늘었다가 3년만에 목표를 달성한 것. 지역별로는 서상면이 24명으로 가장 많았다.파프리카를 일본으로 수출하고, 화훼·딸기 육묘 등 시설채소와 한우사육으로 소득을 올렸다. 다음으로는 안의면(21명), 함양읍(17명) 순이었다. 특히 군내 최고 부자마을은 함양사과 단지인 수동면 도북마을.80가구가 사는 마을에서 억대부농이 7명이고,5000만원이상 고소득자도 13명이나 됐다. 개인별로는 유림면 박모(45)씨가 최고. 박씨는 돼지 2500마리를 키우며, 흑돼지를 분양해 6억 30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이번에 억대부농에 합류한 41명은 대부분 복합영농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함양읍 권모(45)씨의 경우 2004년까지 부인 박모(45)씨와 함께 벼농사 5.6㏊와 양파 1㏊를 재배하고, 위탁영농을 했으나 소득은 8000만원선에 머물렀다.그러다가 군의 권유로 지난해 초 논 1.1㏊와 양파밭 0.8㏊를 늘리고, 한우 10마리를 입식, 꿈을 이뤘다. 권씨는 “군의 지원으로 매월 3∼4차례 방문하는 축산 컨설턴트의 조언을 받아 축사를 개축해 사료를 절감할 수 있었으며, 축사에서 나오는 퇴비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다.”며 성공비결을 설명했다. 군은 억대부농 육성계획이 3년만에 달성되자 오는 2010년까지 2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사과와 곶감·한우·흑돼지·딸기 등 시설채소를 전략품목으로 정하고 지난해 소득 7000만원이상 농가를 집중적으로 지원, 소득이 1억원에 도달하도록 할 계획이다. 노원섭 농정기획계장은 “농가의 영농의욕을 높이기 위해 기반시설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우수농가를 선발, 선진지 견학 기회도 줄 것”이라며 “생산품은 농협의 협조를 받아 대형 마트 및 백화점 등에 판로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함양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실전논술] 학교의 역할과 오늘날의 대학

    ●다음은 황종희의 ‘명이대방록(明夷待訪錄)의 일부이다. 글쓴이가 주장하는 학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그러한 역할이 오늘의 대학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200자)로 쓸 것.) 학교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기관이다. 그러나 옛날 성왕들의 의도는 단지 거기에 머물지만은 않았다. 반드시 천하를 다스리는 모든 수단이 학교에서 나올 수 있도록 갖추어 놓은 뒤에야 비로소 학교를 설립하는 의의가 갖추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조정에서 서열을 정하고 법령을 제정하는 정치 활동, 노인을 봉양하고 고아를 보살피는 후생 복지 사업, 신속한 법 절차, 전쟁 상황에서의 통신 체계, 전쟁이 일어났을 때 장병의 징집, 커다란 소송 사건에 연루된 관리와 일반 백성들에 대한 소환 조사, 큰 제사를 지낼 때 반드시 조상에게 흠향하는 일 등이 모두 옛날 국립 대학인 벽옹이 설립되었을 당시부터 비롯된 제도인데, 그렇다고 물론 이러한 일들만을 모든 구비 조건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므로 교육이란 조정에 있는 군주로부터 방방곡곡의 여염집에 이르기까지, 모두들 성인의 가르침에 감화되어 관대한 기풍을 갖추지 않은 사람이 없게끔 하려는 것이다. 군주가 옳다고 해서 반드시 옳은 것만도 아니요, 군주가 그르다고 해서 반드시 다 그른 것만도 아니다. 군주라도 함부로 자신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반드시 옳고 그름을 학교의 공론에 맡겨야 한다. 그러므로 인재를 양성하는 일은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일부일 뿐, 학교는 오로지 인재만을 길러 내기 위하여 설립되었던 것은 아니다. 옛날 삼대 이후로 천하의 옳고 그름은 한결같이 조정에서 결정하여 왔다. 그래서 천자가 칭찬하는 일이라면 모든 신하들이 무조건 따라서 옳다고 말하였고, 천자가 욕하는 일이라면 모든 신하들이 무조건 따라서 그르다고 하였다. 문서 정리, 회계, 조세, 군사, 소송 등의 실무적인 일들은 하급 관리들에게 위임시키고 다만 세속의 풍습이나 대중적 유행을 벗어난 몇몇 사람들은 학교 안에서 마땅히 세속적 거래나 술수가 없어야 좋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말하는 학교란 과거 시험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경쟁, 그리고 부귀 영화의 꿈을 불태우는 곳이 되었고, 마침내 조정 내에서 일어나는 세력과의 이해 관계에 따라 그 본령이 바뀌어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선비들 가운데 재주와 덕있는 학자들은 더러운 세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덕을 닦고 학교와는 처음부터 관여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학교는 그나마 인재를 길러내는 마지막 남겨진 기능마저 상실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학교의 설립 취지는 서원 형태로 변하였다. 그러므로 자연히 조정의 생각과 노선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만약 서원에서 그르다고 말하면 조정에서는 반대로 반드시 그것을 옳다고 주장하고, 서원에서 옳다고 말하면 조정에서는 반대로 반드시 그것을 그르다고 비난하였다. 서원에서 주장하는 일이라면 그 진실이 어찌되었든 무조건 거짓된 학문이라 하여 배우지 못하도록 금지령을 내리거나 서원을 철폐하거나 탄압하였고, 어떻게 해서라도 조정의 권력을 동원하여 이기려고 들었다. 그래서 벼슬하지 않은 자에게는 형벌을 가하면서,“이 자는 천하의 사대부들을 선동하여 조정을 배반하는 자이다.”라고 하였다. 당초에 학교는 조정과 각별한 관계는 없었으나, 후대로 갈수록 조정과 학교는 대립하면서 마침내 인재를 길러내는 일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그 인재들을 해치며 탄압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학교라는 이름만 남겨 놓은 것은 무엇 때문인가? 동한(東漢) 시대 태학(太學)의 3만 명에 이르는 학생들은 권력자들에 대해 조금도 거리낌없이 통렬하게 비판하자 공·경·대·부 등 고위 관리들은 그들의 비판을 피하기에 급급하였다. 또한 송나라 시대에는 많은 학생들이 대궐문 앞에 모여 북을 두드리면서 이강(李綱)의 복직을 강력히 청하기도 하였다. 하·은·주 삼대가 남긴 유풍 중에서 오직 이러한 사실만이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시 조정 중신들에게 학생들의 옳고 그르다는 기준에 따라 그들의 옳고 그름의 잣대로 삼게 하여 장차 도적의 무리들과 간신배들이 학생들의 올곧고 준엄한 기상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군주도 편안하고 나라도 보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떤 자들은 그것을 보고 세상의 일이 쇠퇴하여 간다고 생각했다. 나라가 망해가던 원인은 당인을 잡아들이고 진동(陳東)과 구양철(歐陽澈)을 유배 보냈기 때문이며, 게다가 학교를 파괴함으로 인하여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모르고 학교의 사람들만 탓하고 있다. 아! 하늘이 이 백성을 낳아 군주에게 맡겨서 가르치고 양육하게 하였으나 밭을 주던 법은 사라져 백성들은 밭을 사서 스스로 먹고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세금을 부과하여 그들의 생활을 어렵게 만들었다. 게다가 학교를 폐지시켜 백성들은 바보처럼 교육받을 기회도 잃게 되었는데 오히려 권익과 이익만으로 그들을 유혹하니, 이는 매우 어질지 못한데도 공허한 이름으로 칭송해 높여 군부(君父)라 부르니, 누구를 속일 수 있겠는가? ●지문의 분석 교육의 역할에 대한 글쓴이의 견해가 담겨 있는 이 책의 제목은 퇴조하는 명나라를 재건하기 위한 정치 체계 내지는 원리를 세워 어진 군주를 기다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글쓴이는 이 책에서 당시 정치·경제·사회의 문제들을 주로 맹자의 민본 사상의 입장에서 비판하고, 하·은·주 삼대의 정치를 이상으로 국가 체계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는 무엇보다 천하의 정치는 한 성(姓)의 흥망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백성들의 고통과 행복의 문제임을 밝히고, 정치의 기본적인 모습을 여러 사람이 큰 나무를 옮겨 가는 모양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제시문은 그 중 학교 역할의 변질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부분이다. 글쓴이는 학교는 인재 양성 기관이라는 점을 전제로 천하를 다스리는 모든 수단이 학교에서 나올 수 있도록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즉, 학교 설립의 목적과 의의에 대해 말하면서 학교는 단순히 인재만을 양성하는 곳이 아니라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모든 조건이 나오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교육의 목적이 성인의 가르침에 감화되어 관대한 기풍을 가지도록 하는 데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모든 시비 판단을 학교의 공론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역사적으로 학교가 인재를 길러내는 기능을 상실했다는 점과, 대학을 파괴하면서부터 나라가 망하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학교의 역할, 학생들의 직언, 대중 운동의 정당성 등을 강조하고 있다. ●출제 의도와 생각하기 이 문제는 제시된 글을 읽고 논점을 파악하여 분석한 후에 이를 다시 우리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기 위한 문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제시문에 나타난 학교 교육의 역할에 관한 필자의 견해를 파악하고 분석해야 한다. 제시문에 의하면, 학교는 우선 천하를 다스리는 수단을 제공하고 성인의 감회를 가르쳐 임금에서 백성에 이르기까지 관대한 기풍을 지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세상의 모든 시비를 판단하며 인재를 양성하고 권력을 비판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런데 학교의 본래적인 역할이 변질됨으로써 과거 시험을 위한 경쟁, 세속적 욕망의 추구 수단으로 전락하게 되었고, 급기야는 인재 양성의 기능마저 상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학교 교육은 통치 원리의 제공, 국민 인성의 함양, 시비의 판단, 인재 양성, 권력 비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용 분석이 이루어지면 다음에는 이러한 학교 교육의 역할을 오늘의 대학에서도 똑같이 담당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수험생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제시문에 나타난 역할을 제한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관점이 제시될 수도 있을 것이고, 과거의 역할을 전적으로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이는 가치관의 문제이므로 어느 관점이 옳고 그르다 할 수 없지만, 어떤 주장이든지 논거가 분명해야 한다. ●어떻게 쓸까 논제에서 제시문을 토대로 학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그것을 오늘날 대학과 연관지어 논의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내용을 제시문과 연관지어 생각해 보아야 하는데, 논술문의 주제로는 ‘전문적 능력을 지닌 인재의 양성’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오늘의 대학은 전문성을 지닌 인재 양성의 책무에 전념하고 인성 교육을 통해 전문적 능력을 통합해야 한다는 내용을 주제문으로 글을 이어나가면 자연스러운 논술문을 작성할 수 있다. 먼저 서론 부분에서는 사회 변화에 따른 역할 분담에 대하여 언급하고 학교의 역할 변화에 대한 구체적 내용으로 본론을 이어가면 자연스럽다. 물론 여기에서 오늘날 학교의 현실을 언급하면서 논의를 도입하면 논의의 구체성을 지닐 수 있다. 본론의 첫 단락에서는 주어진 논제대로 제시문을 분석하여 글쓴이가 주장한 학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분석해야 한다. 제시문에 나타난 인재 양성과 권력 비판 등과 관련지어 학교의 역할에 대하여 언급하면 된다. 이어서 사회와 학교의 관련성에 대하여 논지를 이어가면 글쓴이가 주장한 학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교육 현안과 관련지어 언급을 하면 그만큼 논의가 구체성을 지닐 수 있다. 이 단락에서는 제시문의 내용 핵심을 얼마나 정확히 파악해 논점을 이끌어내고 있는지가 채점의 핵심이 될 수 있다. 본론의 두 번째 단락에서는 앞서 언급한 글쓴이가 주장한 학교의 역할이 오늘날의 대학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논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대학이 어떤 기능을 지니고 있고, 우리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 또한 오늘날 대학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와 한계에 대해 언급해야 한다. 이때 유의해야 할 것은 대학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무엇인지, 그에 따른 대학의 위상 변화와 그 역할에 대해 언급하면 논의가 심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결론 부분에서는 앞부분에서 논의한 학교의 역할과 그 역할이 대학에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핵심적 주장을 요약해 강조하면서, 인성 교육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 고양과 교육의 사회적 통합 기능을 강조하며 마무리지으면 좋은 답안이 된다. 이석록 서울 대치메가스터디 원장
  • [구청장 현장인터뷰] 김형수 영등포구청장

    [구청장 현장인터뷰] 김형수 영등포구청장

    지난 12일 서울의 어스름한 새벽 기운이 가시지 않은 오전 7시30분. 검은색 파카 차림의 김형수(58) 영등포구청장이 자택인 대림1동 3층짜리 상가 건물에서 나왔다. 이날은 ‘승용차 요일제’로 인해 관용차를 탈 수 없는 날. 그럴 때면 그는 어김없이 구청까지 걸어서 출근한다.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제대로 ‘순찰’를 돌아보자는 생각에서다. 새해 인사를 제대로 건네기도 전에 김 구청장은 부지런히 바로 옆동네인 신길동으로 향했다. 폭이 1m도 안 되는 좁은 골목 사이에 낡은 단층 주택들이 빽빽하게 몰려 있었다. ‘서울에도 이런 동네가 있나.’싶더니 골목 어귀에 ‘경축 신길동 뉴타운 지정’이라는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절반 정도는 빈 집인데, 대부분 두꺼운 비닐이나 넓은 판자로 입구를 막아놨습니다. 제대로 출입이 금지되고 있나 살펴보는 것도 순찰 대상이지요. 빈집을 그대로 놔두면 주민들이 퍽치기 등의 범죄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영하 3도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산동네를 오르내리다 보니 벌써 등에 땀이 배기 시작했다. 걷기가 아니라 차라리 경보라고 하는 게 더 나았다. “괜히 구두를 신고 왔다.”는 기자의 투정에 김 구청장은 골목 옆의 음식물 쓰레기통을 일일이 살펴보면서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할 필요없이 이렇게 걷는 것만으로도 체력관리가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해군회관이 있는 높은 언덕에 올라서자 날이 더욱 환해졌다. 지나가던 60대 할머니가 김 구청장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누구인지 물었다. “사실은 구청에 자주 오는 민원인이지요. 법규로는 안 되는 민원을 부탁해올 때가 가장 힘들지만,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모두 다 들어주는 것도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정서비스관이 엿보인다. 그는 예전에 주민 한명이 자신을 알아보고 ‘차 한잔이라도 마시고 가라.’면서 붙잡아두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30분정도 지각을 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영등포역 주변의 ‘영등포공원’에 다다랐다. 김 구청장은 벤치에 나뒹구는 빈 막걸리통을 주우며 말했다. “영등포역이 있어서인지 우리구는 ‘노숙자 특별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노숙자들이 많아요. 노숙자 중 질병이 있는 사람은 시립병원에 보내고, 나머지는 자활센터를 제대로 만들어서 자기 밥벌이는 스스로 해결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김 구청장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노숙자에 관한 특별보고서를 전달했다. 정부에는 노숙자 관련 특별교부금을 요청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이 없다. 영등포역을 빠져나와 해장국집으로 들어섰다. 그는 빨간 고춧가루가 풀어진 콩나물국을 5분만에 단숨에 비웠다. 발걸음만큼이나 빠른 속도였다. 집에서 구청까지 40분이면 주파하지만 일부러 꼬불꼬불 돈다는 게 그의 변이다. “걸음이 빨라서인지 어릴 적에 데이트를 해도 여자들이 싫어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사람들 사이에 운명이란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사람을 5∼6년동안 5∼6번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했는데, 운명의 힘(?)이 아니면 불가능했던 일이지요.” 해장국집을 나서는 길. 구청을 향하는 그를 보면서 주민들은 그의 ‘알레그로(매우 빠르게 라는 음악용어)’식 발걸음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출생 1947년 경남 함양 ▲학력 중앙대 약학과 졸업, 의약식품대학원 졸업 ▲약력 영등포구 약사회장, 영등포구의회 의장, 서울시 구의회의장협의회 회장, 전국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 회장, 서울약사신용협동조합 이사장, 한나라당 영등포을 상임고문 ▲가족 신영순씨와 1남1녀 ▲종교 카톨릭 ▲기호음식 된장국, 상추쌈 ▲주량 소주 2잔 ▲좌우명 어려울수록 정면돌파, 최선을 다한다 ▲애창곡 애정이 꽃피던 시절
  • 설 제수용품 싸게 팔아요

    설을 앞두고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가 서울시내 곳곳에서 열린다. 서울시는 오는 18∼22일 전라남도와 함께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설맞이 전남 농수특산물 직거래장터’를 연다고 15일 밝혔다. 장터에서는 전남 22개 시·군 농가에서 생산된 친환경 쌀과 각종 농수산물을 시중보다 저렴하게 판매할 예정이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17∼27일 을지로 지하도상가 내고향특산물코너에서 옥돔, 굴비, 과일, 곶감, 민속주, 한과 등 지역특산물을 5∼10% 할인해 판매한다. 동대문구는 자매결연한 8개 자치단체와 함께 25일 구청앞 광장에서 나주 배, 제천 사과, 춘천 닭갈비, 남해 멸치 등 지역특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예정이다. 은평구는 24일 구청앞 광장에서 함양의 호박고구마, 진도의 건어물, 횡성 한우, 나주 배 등을 시중가격보다 20∼30% 싸게 팔며, 성북구는 25∼26일 사과, 배, 소고기, 돼지고기, 복분자주 등 설 제수용품을 싸게 파는 직거래장터를 구청앞 광장에서 연다.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08일 TV 하이라이트]

    ●특선다큐(EBS 오후 9시) 현대 세계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어 논란이 되는 종교와 과학의 문제를 다룬다. 과연 종교와 과학은 한 점으로 수렴할 수 있는 것일까? 진행자 윈스턴 교수는 ‘신의 입자’를 연구하는 스위스의 한 연구소를 찾아 그 입자의 존재 여부를 살펴본다. 또 유전자가 종교적 신념을 좌우한다는 유전학자의 이야기도 들어본다. ●인사이드 월드<라고스의 메기 양식>(YTN 오후 6시25분) 라고스에서 잡는 물고기 양은 국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고 어부들의 소득에도 도움이 안 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소규모 양식장이다. 메기는 극한 환경에서도 잘 살고 수온 변화와 힘든 이동도 잘 견뎌 양식하기 쉬운 어종이다. 소규모 메기 양식장은 집 정원이면 충분한 공간이 된다. ●MBC스페셜(MBC 오후 11시40분) 개혁 개방의 총 설계자로서 경제 개혁을 단행하고 중국 경제의 비약적 발전을 가져오게 한 주인공 덩샤오핑. 하지만 경제적 여유가 생긴 사람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고스란히 덩샤오핑의 몫으로 돌아오고, 이 과정에서 덩샤오핑은 정치적 위기를 맞이한다.‘작은 거인’ 덩샤오핑의 리더십을 들여다본다. ●하늘이시여(SBS 오후 8시45분) 영선은 왕모에게 왕마리아 여사가 자경을 찾아갔다는 말을 은근히 흘리면서 마음을 떠본다. 이에 왕모가 저녁때 만나고 왔다고 말하자 영선은 안도하면서도 자경이 상처 받을 수 있으니 앞으로는 자경과 관련된 이야기를 조심해서 하라고 조언한다. 이에 왕모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생각에 착잡해진다. ●체험, 삶의 현장(KBS1 오전 9시) 가수 태진아, 이루 부자가 남대문시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밥배달 일꾼으로 캐스팅됐다. 오늘의 배달음식은 고등어조림. 가수 태진아, 이루 부자의 구슬땀 퍼레이드를 지켜본다. 개그맨 이홍렬, 아나운서 박주아가 토종 흑돼지를 돌보기 위해 경남 함양으로 출동했다. 또 가수 서지영이 새농장 일꾼으로 나섰다. ●놀라운 아시아(KBS2 오전 9시40분) 한 사람의 목소리에서 고음과 저음, 두 가지 음색이 나오는 것은 가능할까? 허스키한 음색부터 가느다란 쇳소리까지 다양한 음색을 내는 창법이 있다. 바로 몽골 유목민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기 위해 시작했다는 ‘후미’. 그들의 독특한 창법, 후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 [책꽂이]

    ●전기(傳奇)(배형 지음, 최진아 풀어씀, 푸른숲 펴냄) 전기란 기괴하고 신기한 일을 다룬 이야기를 말한다. 중국 당나라 시대는 어느 왕조보다도 일상을 벗어난 ‘기(奇)’에 관심이 많던 시대였다. 중국 각지의 민담과 설화를 채록한 이 책엔 원숭이 아내, 물고기가 둔갑한 미인, 바다속 신선국, 동굴 속 낙원 등 기이한 소재의 이야기 31편이 실렸다.1만 5000원.●하늘 아래 기와집을 거닐다(박선주 지음, 다른세상 펴냄) 한국 전통 건축을 전공한 저자(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전국 한옥 22곳을 둘러보며 느낀 단상을 담은 에세이집. 담양 소쇄원, 영천 매산종택, 예산 추사고택, 양동 관가정, 논산 윤증 고택, 안동 학봉 종택, 구례 운조루, 상주 양진당, 함양 정여창 고택 등이 소개된다.9800원.●불량정권(재스퍼 베커 지음, 김구섭·권영근 옮김, 기파랑 펴냄) 김정일과 북한 정권의 본질을 분석한 연구서. 영국 BBC방송 중국 특파원을 지낸 저자는 북한을 ‘죽음의 수용소 군도’‘마르크스주의 절대왕조 국가’로 규정한다.1만원.●조선의 화가 조희룡(이성혜 지음, 한길아트 펴냄) 조선문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선비화가 매수(梅) 조희룡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조명한 평전. 조희룡의 문학론과 화론, 예술론을 다뤘다. 저자(경성대 교수)는 조희룡의 문학예술은 19세기 여항문화의 대미이자 20세기 새로운 문화예술의 시작점이라고 말한다.1만 5000원.●인도를 읽는다(사카키바라 에이스케 등 지음, 정택상 옮김, 황금나침반 펴냄) “코끼리는 움직임이 굼뜨다. 그러나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큰 걸음에 가속도가 붙어 아주 빠르다.” 맘모한 싱 인도 총리가 최근 인도의 경제성장과 관련해 한 말이다.‘잠자던 코끼리’ 인도가 깨어나 달리기 시작했다.‘아시아의 거인’ 인도 진출을 위한 전략이 담겼다.1만 2000원.●천지가 다정하니 풍월은 끝이 없네(마에노 나오아키 지음, 윤철규 옮김, 학고재 펴냄) 중국 고전 속에 나타난 자연에 관한 이야기들을 묶었다. 당·송대의 시가와 소설, 신화의 세계를 넘나들며 자연과 인간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원제는 송나라 시인 소식의 ‘적벽부’에서 유래한 ‘풍월무진(風月無盡)’.1만원.●소로우와 에머슨의 대화(하몬 스미스 지음, 서보명 옮김, 이레 펴냄) 미국 정신사의 두 영웅인 소로우와 에머슨의 25년에 걸친 비밀스러운 우정 이야기. 소로우보다 열네 살 위로 언제나 멘토의 역할을 자임했던 에머슨이 소로우의 성장을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일화가 시선을 끈다.1만 2000원.●마음이 머무는 풍경(최진연 지움, 대산출판사 펴냄) 문화재신문 기자인 저자가 20여년간 그리운 풍경, 우리 옛것을 찾아다니며 사진과 글로 남긴 기록을 묶었다.1만8000원.●수첩 속의 풍경2(중앙 일간지 여행전문기자 지음, 한국관광공사 펴냄)경가도 여주 해여림식물원, 제주도 동거문오름 등 전국 유명 여행지 39곳의 독특한 색깔과 사연을 원색 사진과 함께 실었다.1만원.
  • 정서순화·사회성·극기훈련에 딱~

    초등학교 6학년 김모(13)양은 ‘골목대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평소 산만하고 집중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3년전부터 여름·겨울 방학에는 인근 사찰을 찾아 절의 일상을 체험했다. 자연히 성격이 차분해졌다고 한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템플 스테이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정서적인 ‘안정감’을 1순위로 꼽았다. 동국대 선학과 이법산 교수는 “템플스테이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서를 순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면서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극기훈련 등을 통해 자신을 스스로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매우 좋다.”고 평가했다. 여기에다 사회성 함양과 자아 성찰 등 부수적인 효과도 추가된다. 그러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매우 유익하지만 아직까지는 프로그램과 시설 등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런 미비한 사항들이 개선되면 자연을 느끼고 단체생활과 극기를 통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템플 스테이가 더 매력적인 체험활동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훈동 한별정신병원장은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측면에서 사찰 체험의 장점을 늘어놓았다.그는 “명상은 의학적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의 감소를 비롯, 면역력 증가, 뇌파의 안정 등을 가져온다.”면서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집중력을 키울 수 있어 학습효과에 매우 좋다.”고 진단했다.최 원장은 특정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환자들에게 템플 스테이를 많이 추천하고 있으며 실제 효과를 본 환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열린세상] 수능·대학입시 바뀌어야 한다/한민구 서울대 교수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가 발표되었다.56만여명의 수험생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같은 시간에 같은 문제를 가지고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었다. 예년 같으면 수능 결과에 대하여 떠들썩했겠지만 금년에는 황우석 교수 논란과 호남의 폭설피해 등으로 관심이 줄어 수능의 심각한 문제에 대한 논란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했다. 금년에도 각 과목별로 난이도 조정에 실패하여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주요한 과목의 하나인 수리 영역을 살펴봐도 자연계 수리 ‘가’형을 만점 받은 학생이 표준점수가 146점인데 반하여 ‘나’형의 만점자는 152점이 되어 큰 불이익을 받게 되었다. 자연계 수험생이 인문계 수험생이 주로 지원하는 수리 ‘나’형 시험을 보고 자연계로 지원할 경우 ‘가’형 응시자가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올해 수리 ‘나’형 응시자는 지난해보다 6만 5000여 명 늘었는데 입시 전문가들은 5만 명은 자연계 수험생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연계 학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수리 ‘가’형은 인문계 학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수리 ‘나’형에 비하여 훨씬 어렵고 노력도 더 든다는 것이 정설이나 쉽게 보는 학생들이 유리한 점수를 받게 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사회탐구 11과목, 과학 탐구 8개 과목 등은 선택과목이 많아 난이도에 따라 표준점수와 백분위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발생한다. 원점수로는 같은 만점을 받았지만 성적표에 기재된 한국지리 법과사회의 최고점은 77점, 최하인 세계사는 63점으로 14점 차이가 난다. 한국지리와 법과사회는 한 문제를 틀려도 백분위가 100점으로 똑같다. 이는 시험이 어려워 표준점수는 높지만 만점자나 차점자 수가 적어 백분위에서 동석차 현상으로 모두 1%안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가 쉬웠던 세계사의 백분위는 만점의 경우 백분위가 95점, 한 문제를 틀린 경우는 87점으로 8점 차이가 난다. 경제는 표준점수에서 만점자 67점, 차점자 65점이지만 백분위에선 만점자는 99점, 차점자는 94점으로 5점 차이가 난다. 이처럼 선택과목이 어떤 난이도로 출제되었느냐가 수험생에게 심각한 유·불리를 줄 수 있는 현행 수학능력시험제도는 대폭 보완되어야 한다. 사회탐구 및 과학탐구 분야의 선택과목 수를 대폭적으로 줄이고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수립해야 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수능문제가 전반적으로 쉬워지면서, 과목별로 만점을 받지 못하면 2∼3등급이 되어 학생들의 깊은 사고력과 창의력의 함양을 저해하는 하향 평준화식의 수능은 전반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얼마 전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하여 정부가 규제 중심의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을 때 “강남의 아줌마들이 정부보다 훨씬 똑똑하다.”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현재 우리 정부는 고등학교 과외를 줄이고 사교육비를 절감하기 위해 다양한 입시 정책을 펴고 있으나 오히려 사교육비의 증가는 물론 국내 교육여건에 절망하고 해외로 아이들을 조기유학 보내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수능이나 대학입시에서도 큰 효과가 없는 정부의 규제 및 통제를 풀고 대학에 맡기는 것이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접근 방법이며 동시에 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막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첩경이다. 또한 우리 대학도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많이 부여하는 입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대부분의 대학이 학과별, 전공별로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물론 선호도가 떨어지는 분야에는 학생들이 가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으나 세부전공으로 뽑는 것은 시정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문과, 이과의 구별도 없으며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와서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계열별로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학생들이 적성을 감안하여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체제를 대학이 마련해야 한다. 한민구 서울대 교수
  • [경제플러스] 시낭송경연 세종회관서

    JEI재능문화가 주최하고 교육인적자원부·문화관광부·한국문화예술위원회·한국시인협회가 후원하는 전국시낭송경연대회가 28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대회는 명시 보급과 시 사랑 운동의 확산을 통해 국민 정서를 함양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회에서는 배우 김혜자씨와 서울시청소년관현악단의 시낭송 협연, 가수 한경애씨의 시와 노래, 서울시무용단·서울시극단의 협연 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 [실전 논술] 윤리의 발생과 존속

    ●다음 글의 저자는 윤리의 발생과 존속에 대하여 특정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저자의 입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200자)로 쓸 것.) 공평 무사함에 대한 예찬과 그 기원 서로 이웃한 두 명의 족장 사이에 수 년 전부터 불화가 있어서, 그들은 서로 씨앗을 파헤치고 가축을 훔치며 집을 불태웠는데 전체적으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였다. 그것은 그들의 힘이 상당히 비슷했기 때문이다. 영토가 동떨어져서 이 싸움에 휩쓸려들지 않았던 제 3의 족장은 이 호전적인 두 족장 중에서 한쪽이 결정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는 날이 올 것을 염려하여, 결국 양자 사이를 호의와 친목으로써 중재했다. 그런 다음 그는 그 때부터 평화를 위반하는 자에 대하여는 자신과 상대방이 합세하리하는 것을 각각에게 암시함으로써 은근히 자신의 협상안을 강요했다. 그래서 양자는 그 앞에 모여 여태껏 증오의 도구이며 또한 빈번히 그 증오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자신들의 손을 망설이며 그의 수중에 맡겼다. 그리하여 실로 그들은 성실하게 평화를 추구하려 애썼다. 그 결과 그들은 모두 자신의 복지와 쾌적함이 갑자기 증대했다는 것, 이웃은 더 이상 음험하거나 조롱을 하는 악인이 아니라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는 상인이라는 것, 심지어는 뜻밖의 재난이 닥치면 지금껏 그래 왔듯이 이러한 이웃의 곤경을 이용하거나 그것을 최고도로 높이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 재난에 대해 상대방을 구제해줄 수 있다는 것 등등을 놀라워하면서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흡사 두 지방에 사는 부족인들은 그 이래로 아름다워지기라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그것은 눈이 밝아지고, 이마의 주름살도 없어졌으며, 모두가 자신의 미래를 신뢰할 수 있게 된 때문이었다. 인간의 영혼과 육체에 있어 이러한 신뢰보다 더 쓸모 있는 것도 없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 매년 동맹일에 다시 만났다. 족장과 그 부족민들 모두가, 더욱이 그 중재자의 앞에서 모였던 것이다. 그 중재자 덕분으로 얻게 된 이득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들은 중재자의 방식을 경탄하며 존경해 마지않았다. 그들은 중재자가 ‘공평 무사’한 사람이라고 하였다. 그것은 그들이 그 후 자신들이 모으게 된 이익에만 너무도 몰두했던 나머지 그 중재자인 이웃의 행실을 보지 못하여 그의 상태는 중재 이후에도 그전의 상태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몰랐기 때문이다. 즉, 그는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므로 그가 이익을 염두에 두지 않기라도 한 듯이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처음으로 공평 무사함을 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분명 사소하거나 개인적인 경우에서 그 때까지 그와 유사한 일이 종종 일어났음에도 그들이 그런 일이 덕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게 된 것은 그것이 처음으로 전 부족들이 볼 수 있도록 아주 큰 글씨로 벽에 쓰여졌을 때 이후의 일인 것이다. 도덕적 특성은 그것이 ‘가시적’으로 전 사회의 행·불행을 결정한 그 순간에야 비로소 덕으로 인식되고 명명되며 존중되고 함양하도록 권유를 받게 된다. 즉, 그럴 경우엔 ‘대다수’ 사람들에게 있어서 감정의 높이라든가 내면적 창조력의 흥분은 너무 엄청나서 그들은 각각 자신이 갖고 있는 최상의 것을 이러한 특성에 부여한다. 즉, 엄숙한 자는 자신의 엄숙함을, 기품 있는 자는 기품을, 여인들은 온화함을, 청년들은 자기들 본질에 가득 차 있는 온갖 희망과 미래를 그 도덕적 특성의 발치에 놓는다. 시인은 그것에 언어와 이름을 부여하고, 그것을 유사한 계열에 넣어 혈통을 주고, 최후에는 예술가들이 하듯 자기의 상상이 창조한 형상으로 새로운 신격으로서 숭배하는 것이다. 그는 숭배를 ‘가르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것은 하나의 덕이 된다. 만인의 사랑과 감사가, 마치 조각상에 그러하듯, 그것에 작용하여 결국에 가서는 훌륭한 것과 숭배할 만한 것이 ‘결합’하여 일종의 신전인 동시에 일종의 신적 인격체가 되기 때문이다. 그 후 덕은 유일한 덕으로서, 즉 이전과는 다른 독립된 존재로서 서게 되는 것이며, 신성시되는 초인간성으로서의 권리와 권력을 행사한다. 윤리와 윤리적인 것 도덕적·윤리적·윤리학적이라는 것은 오래 전에 설정된 규율이나 관례 따위에 순종하는 것을 뜻한다. 고통스럽게 기꺼이 복종하느냐 하는 것은 중요치 않으며, 복종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오랫 동안 유전되어 온 천성에 의하여 윤리적인 일을 쉽고도 기꺼이 해치우는 사람(예컨대 고대 희랍인에게 있어서처럼 복수하는 일이 선한 윤리에 속해 있을 때 복수를 해치우는 사람)을 ‘선하다’고 한다. 그는 ‘무엇엔가’ 선하기 때문에 선하다고 불리는 것이다. 그런데 호의와 동정심 같은 것들은 윤리의 변천 속에서도 늘상 ‘무엇엔가 선한 것’으로, 유용한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주로 호의적인 사람, 자비심이 많은 사람을 ‘선하다’고 한다. 악은 ‘윤리적이지 않은 것’, 비윤리를 저지르는 일, 그것이 이성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인습을 역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웃을 해침은 서로 상이한 여러 시대의 모든 윤리 법칙에 있어서 대체로 해악스러운 것으로 간주되어 왔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는 ‘악하다’는 말에서 자유 의지로 이웃을 해치는 일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인간이 윤리와 비윤리, 선과 악에 대하여 구분을 지어 온 근본 대립은 ‘이기적인 것’과 ‘비이기적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습 및 규율의 속박과 그로부터 자유로운 것 사이에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인습이 어떻게 ‘성립’ 되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에 가서는 선악이라든가 그 밖에 내재적 지상 명령(도덕 법칙)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무엇보다도 하나의 ‘공동체’, 하나의 ‘민족’의 보존이 목적인 것이다. 잘못 판단된 우연을 바탕으로 형성된 모든 미신적 관례는 인습을 강요하는데, 이 인습에 복종하는 것이 윤리적인 것이다. 인습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는 것은 위험한 것인데,‘공동 사회’의 경우가 개인의 경우보다 훨씬 유해하다. 그런데 모든 인습은 기원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면 있을수록, 더 많이 망각될수록 계속해서 존중될 만한 것으로 되어 간다. 거기에 바쳐지는 숭배는 세대가 지날수록 더 두텁게 쌓여 인습은 마침내 신성한 것이 되고 외경심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지문의 분석 이 글은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의 일부이다. 이 책은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친구이자 동지였던 바그너와의 절교로 깊은 상심과 사상적 변이를 겪고 있는 시기에 쓰여진 작품이다. 니체에 의하면 도덕은 특정한 습관이나 풍습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따라서 도덕의 준수가 유쾌함을 창출함으로써 도덕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입증한다 하더라도 도덕이 곧바로 선하다고 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 도덕 및 윤리와 관련하여 대단히 파격적인 니체의 입장은 일단 상대주의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나, 그의 도덕 이론을 통칭하기에 딱히 적합한 용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도덕 및 윤리의 발생과 관련하여 니체가 상대주의적 외양을 띠는 것은 분명하지만, 도덕 이론과 관련하여 그가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기존의 나약하고 노예적인 기독교 윤리를 파괴하고 건강하며 활기찬 초인의 도덕을 강조하는 데 놓여 있기 때문이다. ●출제의도와 생각하기 제시문에서 니체는 도덕 및 윤리가 결코 천부적인 것이 아니라 일종의 합의에 의해 우연히 창출되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아울러 인습적인 힘에 의해 존속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보면 도덕 법칙은 사실 정당한 가치 척도가 될 수 없으며, 우연히 만들어져 인습적으로 강요되고 있는 원칙들을 강제하는 체계일 뿐이다. 비교적 난해한 제시문이지만 나름대로 제시문의 입장을 요약한 다음, 거기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단, 제시문의 주장에 대한 논박과 옹호가 논의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글을 써 나가는 것이 자신의 입장을 명료하게 제시하는 방법이다. 제시문이 비교적 추상적인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입장을 제시할 경우에는 적절한 예를 들어 접근하는 것이 좋다. 제시문의 입장을 찬성한다면 니체의 주장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도덕 규범의 예를 보여 주고, 반대할 경우에는 니체의 주장에 대해 반례가 될 만한 예를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어떻게 쓸까 주어진 논제와 관련해 볼 때 주제의 방향은 도덕에 대한 니체의 입장 검토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주제문은 도덕에 대한 니체의 입장이 부분적으로만 타당하다는 점을 제시하면 된다. 이러한 방향과 관련하여 서론은 먼저 전통적 도덕관에 대하여 정리하면서 문제 의식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면 된다. 본론의 처음 부분에서는 앞서 언급한 전통적 도덕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 자연스럽게 글을 연결해 나갈 수 있다. 이어서 도덕의 발생에 대한 니체의 입장과 그 문제점을 지적하면 된다. 도덕 및 윤리가 합의에 의해 우연히 창출된다는 니체의 입장을 지적하고 그 문제점을 논술하면 된다. 이 때 구체적인 예를 들지 않으면 자의적이거나 추상적인 주장이 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 예로써 보완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본론의 마지막 부분에는 도덕의 존속에 대한 니체의 입장을 정리하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성실한 답변이 되겠다. 마지막으로 결론 부분에서는 본론의 마지막 부분인 도덕의 존속에 대한 니체의 입장, 즉 인습적인 힘에 의해 존속된다는 입장에 대해서 비판하는 내용으로 마무리지으면 된다. 단 무조건적인 비판이 아닌, 자신의 견해가 드러난 논리적 비판이어야 한다. 이석록 서울 대치메가스터디 원장
  • ‘테마와 걷는 산행길’ 열린다

    ‘테마와 걷는 산행길’ 열린다

    백두대간 중심축이자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을 조망할 수 있는 ‘환 지리산 생태·문화·역사 관찰로’가 조성된다. 이는 등산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 새로운 등산문화 창출을 위한 첫 시도여서 눈길을 끈다. 20일 산림청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선보일 ‘환 지리산’는 산책과 생태·문화탐방을 결합시킨 산림 휴양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무의미한 산행보다 자연에 숨겨진 문화유산과 삶의 이야기를 알고, 자연스럽게 보존 가치를 깨닫게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산림청이 마련한 기본계획에 따르면 ‘환 지리산’는 남원·구례·하동·산청·함양권 등 5개권역과 권역별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세부 노선(90여개)으로 나뉜다. 총 연장은 262.5㎞(소요시간 72.7시간)에 달한다. 일례로 화개장터∼쌍계사(5.3㎞)구간은 난이도 ‘하’ 등급으로 분류돼 산행에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명시했다. 산림청은 관찰로 구간 분류가 마무리되면 노선별로 산림생태·문화·역사 등을 기록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내년 상반기 산림휴양포털(www.san.go.kr)에 제공할 계획이다. 지리산이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것은 방대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효과도 반영됐다. 시범사업은 주5일 근무제 정착과 웰빙에 대한 관심 증가, 지자체의 체험관광개발 욕구 등과 맞물려 벌써부터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행에 앞서 노선별로 거점마을에 대한 휴식공간 확충, 문화재 설명판, 노선 안내도 설치 등이 선행될 계획이다. 산림청은 관찰로 조성을 전국 주요 산으로 확대하는 한편 내년부터 ‘숲길조사단’을 투입, 전국의 등산코스와 시설 등의 정보를 제공키로 했다. 김상균 산림휴양정책과장은 “앞으로는 산림보전과 함께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신개념의 등산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김호연 빙그레회장 ‘보훈문화상’ 수상

    김호연 빙그레회장 ‘보훈문화상’ 수상

    빙그레 김호연 회장이 2005년 보훈문화상을 수상했다고 회사측이 19일 밝혔다. 김 회장은 순수 민간 기업인으로 이봉창의사기념사업회 회장과 백범 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부회장, 김구재단 이사로 활동하면서 선열들의 독립·애국정신을 함양해 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 회장은 백범기념관 건립위원회 이사로 활동하며 서울 효창동에 위치한 백범기념관 건립에 큰 역할을 했으며, 백범 사상 연구 관련 출판물 발간도 지원하고 있다. 또 후손없이 서거한 이봉창 의사의 기념 사업회도 후원하고 있다. 그는 이봉창 의사의 업적을 알리고,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지난 10월 ‘광복 60주년 기념 이봉창의사 마라톤 대회’를 열었다. 이밖에 김 회장은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김구재단을 통해 매년 150여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예술위 ‘올해의 예술상’ 선정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위원장 김병익)는 제2회 `2005 올해의 예술상´수상작으로 최하림의 시집 `때로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를 비롯해 7개 분야 32개 작품을 선정,13일 발표했다. 수상자와 단체는 `최우수상´ 각 5000만원,`올해의 예술상´ 각 3000만원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19일 오후 6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있다.◇문학▲최우수상=최하림 `때로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올해의 예술상=공선옥 `유랑가족´, 윤성희 `거기, 당신?´, 서영채 `문학의 윤리´, 남찬숙 `받은편지함´◇미술▲최우수상=함양아 `함양아전´▲올해의 예술상=김주현 `확장형 조각´, 강수미(기획)`번역에 저항한다´, 이영철(기획)`당신은 나의 태양:한국현대미술 1960´, 이화여대박물관 `시간을 넘어선 울림:전통과 현대´◇연극▲최우수상=극단 백수광부 `그린벤치´▲올해의 예술상=극단 골목길 `선착장에서´, 극단 물리 `죽도록 달린다´, 극단 미추ㆍPMC프로덕션 `김성녀의 벽 속의 요정´,Labo C.J.K `바다와 양산´◇무용▲최우수상=안성수 픽업그룹 `선택´▲올해의 예술상=김영희무트댄스 `마음을 멈추고´, 손인영NOW무용단 `안팎´, 이경옥 무용단 `2005 춘향 사랑놀음´, 서울발레시어터 `봄, 시냇물´◇음악▲최우수상=화음쳄버오케스트라 `화음쳄버오케스트라 10주년 기념음악회´▲올해의 예술상=김대진 `김대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시리즈Ⅷ´, 서울바로크합주단 `서울바로크합주단 창단 40주년 특별정기연주회´, 최희연 `최희연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사이클´, 서경선(작곡) `2005서울국제음악제 KBS교향악단 특별연주-교향시 시월´◇전통예술▲최우수상=남북전통공예교류전 운영위원회 `남북전통공예 교류전´▲올해의 예술상=강은일 `강은일의 해금플러스V-일상과 회상´, 민속악회 메나리 `그 빛깔 그대로´, 타루 `밥만큼만 사랑해´, 박은영무용단 `박은영 궁중무용발표회´◇다원예술▲최우수상=없음 ▲올해의 예술상=머리에 꽃을 거리예술제 준비위원회 `2005 제주 머리에 꽃을 거리예술제´, 홍성민·김은영 `토탈씨어터 앨리스´.
  • 종교와 문화의 ‘따뜻한 만남’

    종교와 문화의 ‘따뜻한 만남’

    지난 4일 경기도 고양 어울림극장에서는 작지만 뜻 있는 문화행사가 열렸다. 김포시 고촌감리교회가 15년 전 시작한 교육선교 프로그램을 통해 악기 연주를 배운 청소년 60여명이 결성한 ‘김포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정기연주회를 개최한 것. 매주 토요일 교회에 모여 연습해온 실력으로 클래식은 물론 캐럴까지 연주해 갈채를 받았다. 연말을 맞아 종교와 문화가 만나는 훈훈한 행사들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대부분이 자선공연 형식으로 진행돼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선교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선교에는 영화가 최고’ 문화선교연구원은 오는 12∼16일 서울 종로 서울아트시네마 등에서 ‘생명·소통·평화’라는 주제로 ‘제3회 서울기독교영화축제’를 연다. 경쟁부문인 단편영화제를 비롯, 애니메이션 상영, 특별기획전, 세미나 등으로 이뤄지며 기독교 관련 영화 20여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개막작으로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흥의 역사현장 조명을 통해 부흥의 본질적인 풍경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부흥’(김우현 감독)이 선보인다.(02)743-2535.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 노량진 CTS아트홀에서 꿈이 있는 교회(담임 하정완 목사) 주관으로 열린 ‘수요영화예배 아이즈’ 행사에는 수험생과 일반인 등 5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연극과 찬양공연, 영화 ‘주먹이 운다’ 상영 등과 함께 설교·영화묵상이 곁들어진, 새로운 형식의 예배가 이뤄진 것. 하 목사는 “청년 신자들이 줄어드는 추세에서 영화·연극 등 다양한 문화요소들을 예배에 적용, 교회의 문턱을 쉽게 넘기 위한 시도”라면서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마다 영화예배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음악회에서 패션쇼까지 다양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옥한흠)는 오는 22일 오후 7시 서울 저동 영락교회 베다니홀에서 모자가정을 위한 자선음악회 ‘One 母 Time’을 개최한다. 불의의 사망 등으로 남편을 잃고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경제적 능력이 없어 가정해체의 위기를 겪고 있는 모자가정을 향한 관심을 촉구하는 행사다. 성악가 오현명 한양대 명예교수,CCM가수 소리엘 등 다양한 분야의 음악가들이 공연을 펼친다. 기독교 선교단체인 한시미션 코이디아연대는 9일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경남 함양군 어린이들을 초청, 자선 콘서트인 ‘제17회 다해사랑 콘서트’를 연다.‘피아노 치는 변호사’의 저자 박지영 변호사와 아침·김도현·타루·이어픽·티어즈 등 CCM·국악공연팀이 출연한다.(02)552-2449. 유니세프는 오는 13일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친선대사를 맡고 있는 영화배우 안성기씨의 사회로 ‘에이즈 고아를 위한 2005 유니세프 자선의 밤’ 앙드레김 특별패션쇼를 개최한다. 탤런트 이영애·김래원 등과 주한 외교사절 부인 등이 모델로 특별 출연한다.(02)735-2310. 앞서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6일 서울 리틀엔젤스예술회관에서 ‘2005 대한민국 불교음악 페스티벌’을 열고, 창작 찬불가를 선보였다. 크리스챤 뉴스위크는 1∼4일 서울 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싱가포르 최고 마술쇼인 ‘매직오브러브’ 초청공연을 개최, 호평을 받았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도 4일 서울 혜화동 동성고 강당에서 휘성·장우혁·서지영·코요테 등 인기가수들이 공연을 펼치는 ‘생명의 밤’ 행사를 열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실전 논술] 사회속에서 개인의 책임과 역할

    ●다음은 전광용의 (꺼삐딴 리)에서 발취한 글이다 이 글에 등장하는 이인국의 행적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 사회 속에서 개인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유의사항 1)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200)로 쓸 것. 2)이인국이 친일 행동을 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으로 일관하지 말 것. 3)사회와 개인의 관계에 대한 의견을 진술할 것. 4)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개인의 윤리 덕목을 제시할 것. (가)벌써 육 개월 전의 일이다. 형무소에서 병보석으로 가출옥되었다는 중환자가 업혀서 왔다. 휑뎅그런 눈에 앙상하게 뼈만 남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환자. 그는 간호원의 부축으로 겨우 진찰을 받았다. 청진기의 상아 꼭지를 환자의 가슴에서 등으로 옮겨 두 줄기의 고무줄에서 감득되는 숨소리를 감별하면서도, 이인국 박사의 머릿속은 최후 판정의 분기점을 방황하고 있었다. 입원시킬 것인가, 거절한 것인가……. 환자의 몰골이나 업고 온 사람의 옷매무새로 보아 경제 정도는 뻔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마음에 켕기는 것이 있었다. 일본인 간부급들이 자기 집처럼 들락날락하는 이 병원에 이런 사상범을 입원시킨다는 것은 관선 시의원이라는 체면에서도 떳떳지 못할뿐더러, 자타가 공인하는 모범적인 황국신민(皇國新民)의 공든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그는 이런 경우의 가부 결정에 일도양단하는 자기 식으로 찰나적인 단안을 내렸다. 그는 응급 치료만 해 주고 입원실이 없다는 가장 떳떳하고도 정당한 구실로 애걸하는 환자를 돌려보냈다. 환자의 집이 병원에서 멀지 않은 건너편 골목 안에 있다는 것은 후에 간호원에게서 들었다. 그러나 그쯤은 예사로운 일이었기에 그는 그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버렸다. 그런데 며칠 전 시민 대회 끝에 있는 해방 경축 시가 행진을 자기도 흥분에 차 구경하느라고 혜숙이와 함께 대문 앞에 나갔다가, 자위대 완장을 두르고 대열에 끼인 젊은이와 눈에 마주쳤다. 이쪽을 노려보는 청년의 눈에서 불똥이 튀는 것 같은 살기를 느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어리벙벙하던 이인국 박사는, 그것이 언젠가 입원을 거절당한 사상범 환자 춘석이라는 것을 혜숙이에게서 듣고야 슬금슬금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집으로 이거 들어왔다. 그 후 그는 될 수 있는 대로 거리로 나가는 것을 피하였지마는 공교롭게도 어제 저녁에 그 벽보 앞에서 마주쳤었다. (나)나는 코 허리에 내려온 안경을 올리면서 눈을 부릅떴다. 그의 시각은 활자 속을 헤치고 머릿속에는 아들의 환상이 뒤엉켜 들어차 왔다. 아들을 모스크바로 유학시킨 것은 거지의 억지에서였던 것만 같았다. 출신 계급, 성분, 어디 하나 부합될 조건이 있었단 말인가. 고급 중학을 졸업하고 이과 대학에 입학한 바로 그 해이다. 이인국 박사는 그 때나 지금이나 자기의 처세 방법에 대하여 절대적인 자신을 가지고 있다. “얘, 너 그 노어 공부를 열심히 해라.” “왜요?” 이들은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버지의 말에 의아를 느끼면서 반문했다. “야 원식아, 별 수 없다. 왜정 때는 그래도 일본말이 출세를 하게 했고 이제는 노어가 또 판을 치지 않니. 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는 바에야 그 물 속에서 살 방도를 궁리해야지. 아무튼 그 노서아 말 꾸준히 해라.” 아들은 아버지의 말에 새삼스럽게 자극을 받은 것 같진 않았다. “내 나이로도 인제 이만큼 뜨내기 화화쯤은 할 수 있는데, 새파란 너의 낫세로야 그걸 못하겠니?” “염려 마세요, 아버지…….” 아들이 대답이 그에게는 믿음직스럽게 여겨졌다. 이인국 박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어디 코 큰 놈이라구 별것이겠니, 말 잘 해서 징정이 통하기만 하면 그것들두 다 그렇지…….” 이인국 박사는 끝내 스텐코프 소좌의 배경으로 요직에 있는 당 간부의 추천을 받아 아들의 소련 유학을 결정짓고야 말았다.(중략) “가만 있어요, 호랑이두 굴에 가야 잡는 법이오. 무슨 세상이 되든 할 대로 해 봅시다.” “그래도 저 어린 것을 어떻게 노서아까지 보낸단 말이오.” “아니 중학교 아이들도 가지 못해 골들을 싸매는데, 대학생이 못 가 견딜라구.” “그래도 어디 앞일을 알겠소…….” “괜한 소리, 쟤가 소련 바람을 쏘이구 와야 내게 허튼소리 하는 놈들도 찍소리를 못 할 거요. 어디 보란 듯이 다시 한 번 살아 봅시다.” 아들의 출발을 앞두고, 걱정하는 마누라를 우격다짐으로 무마시키고 그는 아들의 유학을 관철하였다. ‘흥, 혁명 유가족도 가기 힘든 구멍을 친일파 이인국의 아들이 뚫었으니 어디 두고 보자…….’ 그는 만장의 기염을 토하며 혼자 중얼거리고 희망에 찬 미소를 풍겼다. 그 다음 해에 사변이 터졌다. 잘 있노라는 서신이 계속하여 왔지만 동란 후 후퇴할 때까지 소식은 두절된 채로였다. 마누라의 죽음은 외아들을 사지로 보낸 것 같은 수심에도 그 원인이 있었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 이인국 박사는 신문 다찌끼리 속에 채워진 글자를 하나도 빼지 않고 다 훑어 내려 갔다. 그러나 아들의 이름에 연관되는 사연은 한마디도 없었다.‘이 자식은 무얼 꾸물꾸물하느라고 이런 축에도 끼지 못한담……. 사태를 판별하고 임기 응변의 선수를 쓸 줄 알아야지, 맹추같이…….’ ● 지문의 분석 이 소설은 정신적 지조 없이 시류(時流)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오로지 자신의 영달과 안일만을 추구하기에 여념이 없었던 우리나라 지도층을 신랄하게 비판한 작품이다. 지문으로 제시한 부분은 일제 강점기하에서 모범적인 황국신민(皇國新民)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사상범 춘석의 입원을 단호하게 거절하는 장면과 소련군 장교를 배경 삼아 아들의 모스크바 유학을 결정짓는 장면이다. 왜정 때는 일본말을, 이제는 노어를 해야 버젓이 살 수 있으며, 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는 바에야 그 물 속에서 살 방도를 궁리해야 한다는 말에서 이인국의 성격이 잘 드러나고 있다. 식민지 통치, 해방,6·25전쟁, 산업화 등등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오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인가, 사회 속에서 개인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주인공 이인국은 일제 때 의과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회중시계를 상품으로 받는다. 그는 의술이 뛰어났지만 권력층만 상대하면서 그의 자녀를 일본인 학교에 보내는 것은 물론 시의원에다가,‘국어(國語) 상용(常用)의 가’라는 칭호를 받는 등 철저한 친일파로 살아간다. 해방 후 소련군이 진주해 오고 그는 반민특위에 체포되어 앞날을 알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감방에 돌던 전염병을 퇴치하고 러시아어를 힘써 배운다. 그러던 중 소련군 장군 스텐코프의 혹 제거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 주고 그의 신임을 얻어 석방된다. 뿐만 아니라 소련군 장군의 후원에 힘입어 아들을 모스크바로 유학 보낸다.6.25 전쟁이 터지자 그는 월남하여 병원을 개업하는데, 병원은 종합 병원을 방불케 할 만큼 성공한다. 그는 이제 영어를 열심히 배우고 미국 대사관 직원과 교분을 쌓아 그의 추천으로 미국무부 초청을 받아 미국 길에 오른다. 결국 이 작품은 시류에 타협하면서 일신의 안녕만을 추구하는 인간형에 대한 비판이라는 주제 의식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출제의도 이 문제는 현대와 같은 경쟁 사회에서 개인은 사회에 대하여 어떤 책무를 지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요구한다. 이것은 장차 사회 속의 개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소양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연대감이 무너지고 개별화, 분자화되어 가는 시대적 병폐를 치유하는 길을 모색하는 일이기도 하다. ● 생각하기 먼저 이 지문에 나타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이인국이 일제 시대와 해방 직후의시기를 지내 오면서 사회 속에서 어떤 처세를 하였느냐 하는 점이다. 사상범 춘석의 입원을 거절하고 아들을 모스크바로 유학 보낸 이유가 무엇인가에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잇다. 그리고 현대 사회의 특징과 개인 윤리의 개념을 생각해 본다. 현대 사회가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고 그 특징이 무엇인지를 확정해야 거기에 적합한 개인 윤리를 탐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대 사회의 특징과 관련지어 개인에게 요구되는 윤리적 덕목이 무엇인지 확정한다. 희생, 봉사, 친절 등 실로 다양한 개인의 윤리적 덕목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인이 왜 그런 덕목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가를 현대 사회의 특징에 비추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 어떻게 쓸까 논제에서 주어진 내용과 연관지어 주제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데, 문제를 삼고 있는 내용으로 보아 건전한 개인 윤리 함양이라는 정도로 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제문의 방향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은 개방적 제도와 건전한 판단력의 윤리가 필요하다.’는 방향에서 잡을 수 있다. 글의 서론 부분에서는 논제에서 주어진 것과 관련하여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하여 자신의 관점을 드러내면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물론 주인공의 행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논의의 과제를 제시하면 훨씬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다. 본론 부분에서는 먼저 주인공 이인국의 성격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극단적인 이기주의자, 기회주의자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를 토대로 반사회적 행위로 지탄받는다는 점을 제시하면 된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하여 현대 사회의 특징에 대한 일반적인 언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는 다원화와 개방화를 지향한다는 점을 언급하면 된다. 그런 다음, 현대인에게 필요한 개인 윤리가 무엇인지 중점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 가치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생활 태도와 건전한 판단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내용 이외에도 스스로 현대인에게 필요한 윤리가 무엇인지 성찰을 하여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부분에서는 앞서서 논의한 내용을 마무리하면서 건전한 개인 윤리 함양의 노력이 필요함을 제시하면 된다. 이 논제와 관련하여 ‘이인국이 시대에 따라 변신하게 된 이유를 서술하고, 현대 사회에서 건전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교육적 조치가 어떤 것인지 논술하시오. 사회 환경 속에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법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와 같은 논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석록 서울 대치메가스터디 원장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9)한국의 茶人들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9)한국의 茶人들

    섬돌을 이고 있는 뜰에는 흰 서리가 가득하게 내리고 새벽빛은 쌀쌀하다. 누군가 유천의 수곽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문을 여니 초당 평상마루에 머리가 희끗한 중년의 남자가 등산복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 먼 산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생에 대한 번뇌가 가득했다. 오직 답답하면 남도의 땅끝 산에 댓바람 새벽부터 오르겠는가. 그 중년의 남자는 마음에 병을 가득 안고 있었다. 나는 그 중년의 남자에게 한잔의 차를 권했다. 물음이 필요없었다. 차를 마시는 자우홍련사 툇마루에는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만 낭자했다. 한잔의 차를 마신 그 중년인은 가볍게 합장을 하고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태산만한 삶의 무게가 여전히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먹다만 차가 찻잔에 남아 있었다. 그는 한잔의 차도 온전히 마실 만큼의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 중년인의 모습은 한치의 여유도 없이 살아가는 우리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왠지 마음이 저 깊은 곳에서부터 아련해지는 느낌이었다.‘다부’(茶賦)에서는 차의 품성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한 사발을 마시니 마른 창자가 깨끗이 씻어지고, 두 사발을 마시니 신선이 되는 듯 하고 세 사발을 마시니 병골이 깨어나고 두풍이 낫고, 네 사발을 마시니 근심과 울분이 사라지고, 다섯 사발을 마시니 색마가 놀라 달아나고 탐식하는 마음이 사그라지며, 여섯 사발을 마시니 온 세상에 해와 달이 비치고 만물이 제 모습대로 살아 있음을 알겠고, 일곱 사발을 마시니 맑은 바람이 울울이 옷깃에서 일어나며 봉래산의 울창한 숲이 아주 가까이 다다른 듯하다. ”차에 대한 여섯가지의 덕도 함께 적고 있다. 오래 살고 싶거나, 병을 멎게 하고 싶거나, 맑은 기운을 지니고 싶거나, 편안한 마음을 지니고 싶거나, 신령스러움을 몸에 지니고 싶거나, 예를 갖추려고 할때는 반드시 차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차에 대한 ‘품성론’은 마치 차가 인간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신비한 만병통치약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차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차의 품성론의 핵심은 ‘쉼’이다.‘쉼’이란 거칠게 헐떡이며 매시간과 매일을 살아가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자전거와 비교된다. 우리는 자전거가 멈추면 넘어지듯 우리의 삶이 쉬어가게 되면 경쟁력에서 탈락하는 공포를 느낀다.‘차’는 이같은 쉼 없는 흐름을 쉬어가는 정거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역사에서 대표적인 차인중 한 사람인 고운 최치원, 설잠 김시습,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등은 거칠게 변화하며 탄탄하게 옥죄어오는 시대적 과제와 현실속에서 한발짝 물러나 자신을 차와 함께 가다듬었다. 차와 함께 현재의 삶을 쉬어버린 것이다. 그들은 그 쉼을 통해 자신을 보고 시대현실을 관통해냈다. 그리고 역사와 시대현실에 대한 새로운 눈을 떴다. 그런 점에서 ‘차’는 바로 쉼을 통해 마음과 몸을 정화해 새로운 생의 활력을 얻어내는 것이다. 차 도구를 준비하고 물을 준비하고 차를 우려내는 행위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행위로 끝나서는 안된다. 마음과 육신의 쉼을 통해 자신의 근원을 바라보는 내적행위로 귀착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역사속에 명멸한 대부분의 차인들은 바로 역사와 현실 속에서 존재하며 활발하게 자신과 세상을 바꾸는 일에 헌신했다. 그런 점에서 차는 하나의 고고한 정신문화적인 생활문화양식이 아니라 현실의 삶과 탄탄하게 연동하는 살아있는 삶으로서 우리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차인들은 알아야 한다. 역사 속의 차인 중 맨 첫 장에 등장하는 인물은 바로 원효 스님이다. 차인으로서의 원효 스님은 고려 때 이규보가 쓴 ‘남행월일기’라는 기록을 통해 볼 수 있다.“원효방에 원효가 와서 살자 사포가 또한 와서 모시고 있었다. 사포는 차를 달여 원효스님에게 드리려 했으나 샘물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때 바위 틈에서 갑자기 물이 솟아났는데 맛이 매우 달아 젖과 같으므로 늘 차를 달였다 한다. 원효방은 넓이가 2.4㎡쯤 되는데 한 늙은 중이 거처하고 있었다. 그는 삽살개 눈썹과 다 해어진 누비옷에 도를 닦는 모습이 고고했다. 방 한가운데를 막아 내실과 외실을 만들었는데 내실에는 불상과 원효의 초상화가 있고 외실에는 병 하나, 신 한 켤레, 찻잔과 불경을 놓은 책상만이 있을 뿐 불 때는 도구도 없고 시자도 없다.” 신라시대 차인들은 또 있다. 설총과 보천, 효명태자, 충담사, 고운 최치원이다. 설총은 ‘차와 술로서 정신을 깨끗이 해야 한다.’고 했고, 화랑도의 지도자였던 보천과 효명태자는 매일 오대산 문수보살에게 차를 달여 공양했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안민가를 지었던 충담사는 왕에게 차를 달여 바쳤고, 최치원은 그의 저서 ‘계원필경´과 쌍계사진감선사비명에 “차로써 갈증을 풀 수 있고 근심을 잊게 되었다.”고 차의 가르침에 대해 설파하고 있다. 고려시대에는 주로 문인들을 중심으로 한 차인들이 많았다. 임춘, 김극기, 이규보, 진각국사 혜심, 원감국사 충지, 이제현, 이색, 정몽주, 길재 등이 차를 마시며 내면을 가꾸었다. 고려시대 삼은으로 불리는 이색은 차를 몹시 좋아하여 깊은 산속 골짜기 벼랑에서 떨어지는 샘물가에서 부싯돌을 쳐서 차를 달여 마셨다 한다. 그는 차를 마시며 “차를 끓여 마시니 편견이 없어지고 마음이 밝고 맑아 생각에 그릇됨이 없다. 영아차의 맛은 그 자체가 참되다. 가루차를 점다하여 마시니 차가 뼛속까지 스며들어 있는 삿된 기운을 모두 없애준다.”고 차생활의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때 이색은 차생활을 통해 시대적 현실 속에서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정도의 길을 발견하고 다짐했다고 볼 수있다. 고려시대에 이어 조선시대 차인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비록 문화적으로 많은 쇠퇴를 겪어야 했지만 임진왜란 등 각종 전란으로 조선시대 사회가 피폐해지기 전까지는 사대부들에 의해 차는 크게 애용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가장 두드러진 차인중 한사람은 바로 점필재 김종직이다. 그가 함양군수로 있을 때 백성들의 차세를 덜어주기 위해 관영 차밭을 만든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당시 차로 인해 수탈받는 민중들의 아픔을 이렇게 적고 있다.“상공할 차가 이 고을에서는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해마다 백성들에게 차세를 거두니 백성들은 돈을 가지고 전라도에 가서 차를 샀다. 대개 쌀 한 말로 차 한 홉을 얻었다. 내가 이 고을에 부임했을 때 이러한 폐단을 알고 백성들에게 요구하지 않고 관가에서 스스로 구하여 바쳤다. 삼국지를 읽다가 신라시대에 당나라로부터 차씨를 얻어다 지리산에 심게 하였다는 것을 보았다. 아아 이 고을도 산 아래 있으니 어찌 신라 때의 유종이 없겠는가. 그리하여 노인들을 만날 때 마다 널리 물어보았더니 과연 엄천사 북쪽의 대숲 속에서 몇 그루의 차나무를 얻게 되어 나는 매우 기뻤다. 그래서 나는 그땅에 차밭을 가꾸도록 하고 그 부근의 백성땅을 사들여 관청 땅으로 보상을 하였다. 그뒤 몇해만에 제법 번식되어 차밭이 고루 퍼지게 되었으니 4∼5년만 있으면 상공할 액수를 채우게 될 것이다.” 역사에서 현실 속 차인의 태도는 어디에 있는지를 점필재 김종직은 우리에게 일깨우고 있다. 차가 깊은 산속 정자나 도심 속 화려한 차실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우리의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하는지에 그 진정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대목인 것이다. 조선시대 차인들로는 설잠 김시습, 한재 이목, 서산대사, 초의, 추사, 다산 등이 존재한다. 근현대 차인들도 존재한다. 근현대 차인들은 서양의 커피문화 속에 모든 것이 사라진 박토에서 차문화의 싹을 틔운 개척자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과거에 차서들을 통해 다관을 복원하고 차밭을 찾아 차를 덖고 그리고 다법을 정립하기 위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노심초사해왔다. 그리고 그 반석 위에 오늘날 한국차의 문화가 싹터 있는 것이다. 근현대 차인들로 송광사의 다송자, 응송 스님, 효당 최범술, 명원 김미희, 석불 정기호, 홍종인, 청남 오제봉, 금당 최규용, 청사 안광석, 의재 허백련, 토우 김종희 선생들이 주역이다. 물론 이밖에도 수없이 많은 차인들이 차 문화를 복원하기 위해 힘써온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문화란 근본적으로 한 사람에 의해 탄생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중에서 효당 최범술과 의재 허백련, 금당 최규용 선생의 차 사랑은 매우 남달랐다. 효당 최범술은 진주 다솔사에 주석하며 지금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많은 차인들을 양성해냈다. 효당 선생은 ‘한국의 다도´라는 책을 집필, 초의선사 이후 한국다도의 맥을 복원해내는 성과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다소사에 차밭을 일궈 ‘반야차’를 직접 제다해 차인들에게 보급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의재 허백련도 빼놓을 수 없는 차인이다. 남종화의 맥을 이은 의재 선생은 무등산에서 직접 차를 재배해 ‘춘설’이라는 일품차를 생산해냈다. 효당과 의재는 우리나라 차인의 동서쌍벽이라 칭할 정도로 근대 차문화의 산파역을 해냈다. 차인의 삶은 근본적으로 검박하다. 그것은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거나 현재 모두 우리의 삶은 그 현상만 달라졌지 그 근본은 같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거니 현재니 하는 시간적인 흐름은 현상을 바꿀 뿐이지 그 근원을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인에게 차는 늘 현실이요, 역사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일지암 암주 ■ 한재 이목의 ‘다부’ 얼마전 산중을 떠나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대학생 시절부터 한국전통문화와 한국전통차 문화운동을 했던 한 다인이 ‘한국발효차연구소’를 인사동에 개원했기 때문이다. ‘한국발효차연구소’가 인사동 한 모퉁이에 아담한 사무실을 마련하고 우리 민중들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했던 발효차에 대한 연구와 복원을 할 것을 다짐하는 자리는 차가운 겨울의 매운 바람을 훈훈하게 녹이는 화로 같은 것이었다. 한국차는 이렇게 선각자적이고 개척정신을 가진 차인들에 의해 오롯이 그 전통이 보존되어오고 있는 것이다. 한재 이목과 그가 남긴 ‘다부’(茶賦)가 그 주인공 중 하나다. 다부는 우리나라의 차인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책이기도 하다. 육우의 ‘다경’과 노동의 차노래 ‘칠완다가’를 참고해 지은 차 노래가 바로 ‘다부’이다. 한재는 서문에 이렇게 적고 있다.“사람은 사물을 대함에 있어서 그 성미에 따라 다르나니 이태백이 달을 좋아하고 유령은 술을 좋아하듯 나는 차를 처음에는 잘 알지 못하다가 차의 성질을 알고부터는 마음속으로 좋아하게 됐다. 차는 세금을 내고 들여오니 이 일이 좋단 말인가 하고 사람들이 말했다. 이에 내가 대답하기를 이 일은 하늘이 처음부터 그렇게 한 것이 아니며 차가 그렇게 시킨 것도 아니다. 나는 겨를이 없어 이에 미치지 못하였을 뿐이라고 하였다.” 480자로 된 ‘다부’는 우리나라에 전하는 가장 오래된 다서(茶書)인 ‘다신전’(茶神傳)보다 350년 앞섰다. 저자인 한재 이목이 중국에서 직접 체험한 차 생활을 바탕으로 쓴 작품으로 차의 심오한 경지를 노래한 작품이다. “차를 일생동안 즐겨도 싫증 나지 않는 것은 그 고유의 성품 때문이다.”로 시작된 ‘다부’에는 ‘차 이름과 산지’‘차나무의 생육환경과 예찬’‘차 달여 마시기’‘일곱 잔의 차 효능’‘차의 다섯가지 공로’‘차의 여섯가지 공로’ 등을 열거하고 있다. ‘다부’에 실린 몇가지 내용들을 살펴보자. 먼저 차의 직접적인 효과 5가지를 말하고 있다.“책을 볼 때 갈증을 없애준다. 울분을 풀어준다. 손님과 주인의 정을 화합하게 한다. 뱃속 기생충으로 인한 고통을 없앤다. 취한 술을 깨게 한다.”차를 마셔 신체와 정신에 이로운 점 6가지도 밝히고 있다.“오래 살게 한다. 병을 낫게 한다. 기운을 맑게 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신선과 같게 한다. 예의롭게 한다.”‘다신전’이나 ‘동다송’과 같은 명저인 ‘다부’는 조선을 지배하던 유학자가 쓴 유일한 창작다서다. 노장사상, 특히 양생론과 깊은 연관을 가진 이책의 특징은 행다(行茶), 조다(造茶) 등 실제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사상적인 측면을 더 강조했다는 점에서 조선 유학자들의 음다기풍과 그 정신을 이해할 수 있는 노작이기도 하다.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8)일본의 차 문화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8)일본의 차 문화

    늦가을과 초겨울 하늘은 참으로 투명하고 맑다. 마치 가을걷이를 위해 풍성하게 들어차 있던 들판이 텅비어 버린 것 같이 아름답고 맑아서 눈이 아프도록 시리다. 코발트빛 밤 하늘은 또 얼마나 깊고 청순한지 모른다. 너무 높아서 까치발을 들고 손을 눈썹위 이마에 얹고 쳐다봐야 하는 밤하늘은 마치 술이 술술 익어가는 시골의 마을처럼 우리의 애잔한 삶을 살포시 위로하는 길손같이 정겹기만 하다. 하늘에 떠있는 별은 또 얼마나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가. 천목(天目) 즉 하늘의 눈 같은 별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우리 중생들에게 혜안(慧眼)의 살림살이를 살 수 있도록 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가로등 같은 것이다. 산에 뜨는 달 또한 마찬가지다. 산에 뜨는 달은 등불이 되고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는 마치 관현악의 장중한 울음 같다. 그림자 가득한 뜰을 지나 대나무를 쪼개어 만든 홈통을 타고 졸졸 밤새도록 울어대는 유천의 물을 발우에 담는다. 발우에는 달이 담기고 별이 담기고 영원한 적막이 흐른다. 푸른 돌솥에 찻물을 담아 차를 달여 마신다. 차의 살림살이는 차인의 마음에 따라서 가깝기도 하고 멀기도 하다. 자신이 속한 일상속에서 잠깐 마음의 눈을 돌려 내 안의 나를 바라보는 고즈넉한 시간을 갖게 한다면 차는 내 삶속에 뜨거운 용광로처럼 피어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웰빙적인 측면에서 단순한 음료로 기능한다면 그 삶은 역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도록 메마르고 강파를 것이다. 일본다도의 창시자로 불리는 이큐 소우준 선사는 주광문답(珠光問答)에서 차의 살림살이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일미청정(一味淸淨)하고, 법희선열(法喜禪悅)하니 조주선사는 이를 체득했지만, 육우는 이런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사람이 다실(茶室)에 들어가면 겉으로는 남과 나의 구별을 떨쳐버리고 , 안으로는 부드럽고 온화한 덕을 함양하며, 서로 간에 교제함에 있어서는 삼가고(謹), 공경하고(敬), 사념을 품지 않고(淸), 평온해지며(寂) 결국 온 세상이 평안해진다.” 이큐선사의 근, 경, 청, 적은 후일 센리휴에 의해 화(和), 경(敬), 청(淸), 적(寂)으로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일본다도의 핵심사상이 되고 있다. 이큐선사 이전에 일본에는 ‘다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송나라 때 전해진 음차풍속의 일환인 ‘투차(鬪茶)’가 성행했을 뿐이다. 일본에 맨 처음 말차를 전한 사람은 에이사이스님으로 천태산 만년사에 주석하며 5가7종 가운데 1파인 황룡파의 선을 배우고 귀국하면서부터로 말하나 그같은 것은 현상적인 측면이 강하다. 당시 일본에서는 중국으로 많은 스님들이 유학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의 선가에서는 선수행과 더불어 다양한 음다법이 성행했던 시기와 일치한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말차법은 중국에서 귀국한 많은 유학승들에 의해 시작된 문화의 공통분모 같은 것으로 봐야 한다.12세기 일본 사찰에서는 좌선때 애용된 말차가 단순한 음용의 수준을 떠나 하나의 다례로 정착됐다. 당시 일본의 선종사찰에서는 중국 선종사찰에서와 같이 생활규범으로서의 청규가 있었다. 무로마치 시대에는 사찰에서 대규모의 차회가 열릴 정도로 끽다법이 일반화됐다고 보여진다. 그같은 선종사찰의 말차법은 현재도 행해지고 있는 건인사의 경우에서 보면 확연해진다. 건인사에서는 매년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네머리의식(四頭·요쓰가시라)’을 진행한다. 그 다례를 살펴보면 맨 먼저 향을 피우는 헌향, 다과(茶菓)와 함께 말차가 들어간 천목이 배치되는 행잔(行盞), 그리고 스님이 정병을 가지고 손님이 천목(찻잔이름)에 끓은 물을 붓고 차를 저어 돌리는 행다(行茶)순으로 되어 있다. 일본교토 상국사에도 사두재연이라는 말차법이 지금까지 행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당시 선종사찰에서 말차법에 의한 다례가 일상화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가마쿠라시대를 거쳐 아시가가 시대에는 송나라로부터 ‘투차’의 풍속이 전해졌다.‘투차’풍속은 일본무사들의 정신적인 성향과 맛물려 당시 사회지배계층의 전형적인 음차문화로 자리잡았다. 무로마치 막부시대에 일본의 다도는 화려한 꽃을 피운다.‘서원차(書院茶)’로 불리는 당시 차문화는 값비싼 차와 다완을 자랑하는 등 외형적인 화려함에 치우쳐 차의 정신이나 형식보다는 차의 품격, 다완의 가격 등 사회적인 부의 수준에 따라 그 차회의 품격이 정해질 정도로 사치스러워졌다. 서원차는 화려할 뿐만 아니라 너무도 귀족적인 차회였던 것이다. 그것은 당시 서원차를 주도했던 무가(武家)와 막 꽃피기 시작한 상업자본가들의 외형적인 자기과시욕 때문이었다. 사무라이들의 근엄하고 권위적인 취향과 상업자본가들의 자기과시욕의 결합은 심지어 차가 도박으로까지 발전할 정도로 지배계층 내부의 극단적인 정신적 사치를 불러왔을 정도다. 서원차의 병폐는 사회경제적 균등을 통해 안정적인 사회의 구축을 이루려는 집권막부에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갔다. 일본 다도의 창시자랄 수 있는 무라다 주코와 이큐 소우준 선사의 만남은 이때 이루어졌다. 주코의 스승인 이큐선사는 고코마쓰일왕의 아들이었다. 그는 어린시절 사찰로 보내졌다. 어린시절 여러 가지 고난을 이겨낸 이큐선사는 조주의 끽다거를 갈파해낸 탁월한 선승이었다. 조주의 끽다거의 공안을 깨쳤던 그는 왕실 막부의 투차의 화려함을 대신해서 원오극근선사의 ‘다선일미’를 다도의 근본형식으로 이끌어냈다. 이큐는 그의 나이 60세 때 30살의 주코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나라출신인 주코는 11살에 출가하였으나 그 단조로운 생활을 견디지 못해 환속, 이곳 저곳 떠돌며 ‘투차’나 여러곳의 ‘다사(茶事)’를 보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주코는 우연히 이큐선사의 설법을 듣고 그 문하에 다시 입문하게 된다. 주코를 조주차의 깨달음으로 이끌었던 이큐선사 일화 한토막을 소개해본다. 이큐는 주코가 ‘끽다거’의 공안을 깨칠 수 있도록 각고의 수행을 주문했다. 천재였던 주코에게도 그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결국 이큐선사는 마지막 방법을 선택했다. 선수행중인 주코를 이큐선사가 불렀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끽다거”. 그러나 주코는 이큐선사의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이큐선사가 차탁 앞에 놓인 찻잔에 차를 담아 주코에게 건넸다. 주코가 그 찻잔을 받아들기 위해 손을 내밀자 이큐선사는 “끽다거”하며 찻잔을 깨트려버렸다. 공안이 익을 대로 익어 있던 주코는 이큐선사의 벽력같은 소리에 단박에 깨칠 수 있었다. 마침내 조주차의 근원을 알게 된 주코는 이큐선사의 인가를 받았으며 원오극근선사의 묵적을 전수받았다. 이큐선사의 인가를 받은 주코선사는 당과 송에서 전해진 투차의 차 문화를 대체하는, 즉 차와 선이 하나인 일본화된 품차의 정신을 만들어냈다. 주코를 통해서 차가 선이며, 선이 차이며, 끽다가 참선이고 참선이 끽다인 ‘다선일미’를 구현해냈다. 이같은 주코의 차도는 다케쇼오를 커쳐 센리휴에 의해 완성된다. 부유한 피혁상의 아들이었던 다케쇼오는 주코의 제자로부터 다도를 배웠다.36세 때 사카에로 돌아온 다케쇼오는 20세나 아래인 센리휴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다케쇼오는 일본이 다도를 통해 민족적인 정신을 눈뜨게 했다. 교토에서 와카와 다도를 함께 배운 다케쇼오는 와카를 다도에 접목시켰다. 그는 주코의 다도를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선가의 기풍으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와카를 표구해 차실에 걸어놓아 일본다도에 민족적인 정신을 심어냈다. 사카에 상인 가문 출신이었던 센리휴는 주코와 다케쇼오의 차 정신을 완성해냈다. “여름에는 차실을 시원하게 하고 겨울엔 차실을 따뜻하게 하며 연료를 찻물이 잘 끓게 넣고 차는 맛있게 우려내는 것이야말로 차정신의 비결”이라고 말한 센리휴는 다다미 스무장 넓이의 넓고 화려한 서원차의 차실 대신 두세 사람이 무릎을 맞대고 겨우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이른바 초암차실을 완성했다. 센리휴는 전국시대의 최고의 무장이었던 오다 노부나가의 차 시종을 거쳐 일본을 천하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차 시종관이 되었다. 센리휴가 일본차계에 그 이름을 떨친 것은 1587년 히데요시가 주관한 천하통일 기념차회와 기타노 신사에서의 차회에서다. 센리휴는 이 차회에서 원나라 때 화가 옥간의 ‘원사만종’을 걸고 최고급 차합과 쌀 4천만섬의 가치가 있다는 ‘송화(松花)’라는 아름다운 다관을 사용했다. 그야말로 서원차의 극치를 보여준 차회였던 것이다.1589년 기타노 신사의 황금차실은 그같은 호화로운 차회의 극점이었다. 온통 황금으로 이루어진 황금차실과 8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차인들의 참석은 ‘거처는 비가 새지 않으면 되고 음식은 배가 부르면 충분하다.’는 센리휴의 생각과 정 반대가 되는 것이었다. 센리휴는 일단 작은 차실을 선호했다. 그리고 중국에거 전래한 천목찻잔이나 청자완보다는 조선서민들이 사용했던 막사발(이도다완)을 즐겨 사용했다. 모양이 고르지 않고 검은 빛을 띠며 무늬가 없는 막사발을 센리휴는 최상의 다완으로 쳤다. 이같은 다도를 통해 센리휴는 마침내 주코의 ‘근경청적’의 정신을 ‘화경청적’으로 완성해낸 것이다. 일본차의 정신은 흔히 ‘와비차’로 표현된다.‘와비’란 이른바 ‘한적(閑寂)’하다는 말로 정신성이 강한 차예절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선차의 첫 번째 목적은 심신을 수련하는 것이다. 차와 선이 상통하는 점은 바로 정신적 경지의 정화와 승화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차를 마실 때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 맛을 음미한다. 참선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참선을 할 때는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생각을 끊어야 한다. 다도(茶道)와 깨달음은 그것을 직접 실행하는 주체의 맑고 고요한 근원적인 감각에 치중한다. 연차, 자차, 점차, 음차 등 일련의 과정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본체를 드러내며 윤회하는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 것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선다일미라는 것이다. 다도는 또 근원성의 문화라는 점에서 깨달음과 일치한다. 다도의 완성은 일종의 무형의 깨달음에서 비롯된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신이 표현해내는 근원적인 문화양식인 것이다. 다도는 무형의 근원에 도달한 자신의 외재적 표현을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또다른 문화양식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깨달음을 성취한 위대한 선사들이나, 다도를 완성한 차인들은 이미 또다른 문화를 창조한 문화의 창조인들인 것이다. 센리휴선사는 이렇게 말한다.“물을 긷고, 땔감을 하고, 물을 끓이고, 차를 따르고, 부처께 올리고,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자신이 마시고, 삽화분향하는 것 모두가 불법을 수행하는 행위인 것이다.” 차와 선의 문화는 그런 점에서 인류 미래문화의 진보를 앞당기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지암 암주 ■ 日 茶界 최고보물 ‘다선일미’ 묵적…中 송나라때 원오극근선사가 전해 일본차계 최고의 보물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그것을 ‘이도다완’으로 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중국 송나라때 선승으로 유명한 원오극근선사가 직접 썼다고 전해지는 ‘다선일미(茶禪一味)’라는 묵적이다. 서원차와 투차의 화려하고 권위적인 차 문화를 선과 결합시켜 내 ‘다선일미’라는 일본의 차도를 창조해낸 주코가 그의 스승인 이큐선사로부터 차도의 인가증서로 원오극근선사의 묵적을 전해받은 것이다. 이큐선사로부터 묵적을 물려받은 주코는 그것을 다실 안에서 가장 잘 보일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위치인 벽감속에 걸어 두고 사람들이 그의 다실을 드나들 때마다 무릎꿇고 예를 행하여 경의를 표하게 했다. 일본 경도 대각사에 소장되어 있는 ‘다선일미’에 대한 일화는 아주 재미있다. 원오극근선사가 어느날 중국 성도에 있는 소각사에서 설법을 하였다. 원오극근선사는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는 일본 제자를 불렀다. 그리고 직접 그 제자에게 ‘다선일미’라는 네자를 써주었다. 그 제자는 그 글씨를 큰 대통에 담아 귀국하는 배를 탔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천신만고 끝에 일본에 도착한 그 스님이 탄 배가 항구에서 전복되고 만 것이다. 그 대통과 글귀는 이사람 저사람 손을 전전하다 마침내 이큐선사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큐선사는 그 대통에 든 글귀를 보고 오랫동안 참문을 하였다. 출중한 선승이었던 이큐선사는 마침내 원오극근선사가 쓴 ‘다선일미’의 오의를 깨쳤다. 그리고 그 정신과 묵적을 자신의 수제자였던 주코에게 차도의 인가증으로 전해준 것이다. 주코는 교토에 주광암을 개원했다. 그리고 선종의 중흥조인 육조혜능선사의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의 선지를 바탕으로 차를 마심으로써 ‘초암다풍’을 형성한 것이다. 주코는 “차실에 들어가면 밖으로는 남과 나의 구분을 모두 잊고 안으로는 유화의 덕을 쌓으며 서로 응대함에 있어서는 근경청적하고 궁극적으로는 천하태평에 이른다.”고 말한다. 주코는 선을 통해 일본의 다도를 철학이자 종교로 승화시켜낸 것이다. 청담스님은 차의 진수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차의 맛이 지닌 진수는 어디까지나 술처럼 교만하지 않고, 커피처럼 자만하지 않으며, 코코아처럼 천진한 기취와는 달리 엄절한 청정미에 있다. 그러기에 다도는 미를 발견하고도 오히려 환희를 감추려는데 묘미를 느끼는 예술이라 할 수 있으며 선을 실행하고도 그 공덕을 숨기는 윤리이자 참을 체득하고도 오히려 빛을 묻는 종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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