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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에 함박눈… 유치위 “하늘이 돕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사평가위원회의 2014동계올림픽 후보지 현지실사가 진행되고 있는 강원도 평창지역에 실사 첫날인 14일 새벽 10㎝ 이상의 함박눈이 내리고 북한 핵문제를 다룬 6자회담 합의소식까지 전해지자 현지 유치위측과 주민들은 마치 유치에 성공한 듯 축제분위기였다. 평창지역은 이번 겨울 눈이 많이 내리지 않고 날씨마저 포근해 현지 실사를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지만 IOC실사단이 평창을 찾은 13일부터 함박눈이 내리면서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치위원회 측은 “하늘이 돕는다.”며 유치에 자신감을 보였다. 또 실사단이 평창에 도착하는 날 평창 유치에 걸림돌이었던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이 타결됐다는 소식에 “겹경사 속에 유치의 고지가 보인다.”며 고무됐다. 주민들의 대대적인 환영 속에 용평 숙소에 여장을 푼 16명의 IOC실사단은 14일 아침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호텔에만 머물다가 곧장 프레젠테이션 행사장에 모습을 나타내는 등 입조심, 몸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가야 지하루 실사위원장은 프레젠테이션에 앞서 10여분간 언론에 회의장을 공개한 뒤 인사말을 통해 “눈도 오고 날씨가 좋다. 좋은 예감이 든다.”며 유치위측과 덕담을 주고받았지만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체 답하지 않았다. 대신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프레젠테이션 중간중간 기자들에게 분위기만 간단하게 전해 주었다. 이후 저녁 때까지 비공개로 열린 프레젠테이션에서는 해외 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영상메시지를 통해 “냉전의 벽을 허무는 데 서울올림픽이 기여한 만큼 평화와 화합의 올림픽 정신이 평창에서 다시 한번 활짝 피기를 기대한다.”면서 “세계에서 하나 남은 분단국가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면 올림픽의 이상을 한층 드높이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첫날 실사가 끝난 뒤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프레스룸을 찾아 “평가단이 이번 프레젠테이션으로 많은 부분 의문사항을 해소했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올림픽 개념과 유산’에 대해 발표한 김 지사는 “이번 실사는 우리가 IOC에 제출한 신청파일에 대한 검증을 받는 과정으로, 평가위원들이 신청파일 내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선수촌’에 대해 발표한 김소희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은 “평가위원들이 ‘선수 중심의 올림픽’에 대해 관심을 가져 ‘30분 이내에 경기장이 배치되고, 선수 90%가 선수촌에서 경기장까지 10분 이내에 도착이 가능하다.’고 답변하자 ‘원더풀’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활짝 웃었다.평창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평창에 함박눈… 유치위 “하늘이 돕는다”

    2014동계올림픽 후보지 현지실사가 펼쳐지고 있는 강원도 평창지역 일대에 실사 첫날인 14일 새벽까지 10㎝ 이상의 함박눈이 내리고 북한 핵문제를 다룬 6자회담 합의소식까지 전해지자 현지 유치위측과 주민들은 마치 유치에 성공한 듯 축제분위기였다. 평창지역은 올 겨울 들어 눈이 많이 내리지 않고 날씨마저 포근해 현지 실사를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실사단이 평창을 찾은 13일부터 함박눈이 내리면서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치위원회측은 “하늘이 돕는다.”며 유치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또 유치에 걸림돌이었던 북한 핵문제도 실사단이 평창에 도착하는 날 6자회담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겹경사 속에 유치의 고지가 보인다.”며 고무됐다. 주민들의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받은 뒤 용평 숙소에 여장을 푼 16명의 IOC실사단은 14일 아침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호텔에만 머물다 프레젠테이션 행사장에 곧장 모습을 나타내는 등 입조심,몸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실사 첫 행사인 프레젠테이션에 앞서 10여분쯤 회의장을 언론에 공개한 뒤 이가야 지하루 실사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눈도 오고 날씨가 좋다.좋은 예감이 든다.”며 유치위측과 덕담을 주고받았지만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체 답하지 않았다.다만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프레젠테이션 중간중간 기자들을 만나 분위기만 간단하게 전해 주었다. 이후 비공개로 저녁 때까지 열린 프레젠테이션에서는 해외 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영상메시지를 통해 “냉전의 벽을 허무는 데 서울올림픽이 기여한 만큼 평화와 화합의 올림픽 정신이 평창에서 다시 한번 활짝 피기를 기대한다.”며 “세계에서 하나 남은 분단국가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면 올림픽의 이상을 한층 드높이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첫날 실사를 끝낸 뒤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프레스룸을 찾아 “평가단이 이번 프레젠테이션으로 많은 부분의 의문사항을 해소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올림픽 개념과 유산’에 대해 발표한 김 지사는 “이번 실사는 우리가 IOC에 제출한 신청파일에 대한 검증을 받는 것으로,평가위원들이 신청파일 내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선수촌’에 대해 발표한 김소희 KOC위원은 “조사평가위원들의 질문이 예상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며 예상외의 질문은 답변하기 쉬운 것이어서 능력의 120%를 발휘했다.”고 말했다.이어 “평가위원들이 ‘선수중심의 올림픽’에 대해 관심을 가져 ‘30분 이내에 경기장이 배치되고,선수 90%가 선수촌에서 경기장까지 10분 이내에 도착이 가능하다.’고 답변하자 ‘원더풀’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평창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OUR STORY] 노천온천 가족사랑 여행

    [OUR STORY] 노천온천 가족사랑 여행

    달력에 남은 2006년의 날들은 이제 겨우 사흘. 앞만 보고 달려온 심신에는 한해의 피로가 켜켜이 쌓여 있다. 이럴 때 온천을 찾아 웅크렸던 몸을 활짝 펴보는 건 어떨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탕에서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세밑 묵은 때를 말끔히 씻으며 새해설계를 하는 것도 좋겠다. 온천하는 재미는 뭐니뭐니해도 노천탕.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수승화강(水昇火降)과 두한족열(頭寒足熱)의 자연섭리를 만끽할 수 있다. 때마침 함박눈이라도 내려 준다면, 한겨울 이보다 더 포근한 그림은 없을 듯하다. 특히 목욕탕의 더운 습기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더욱 권할 만하다. 최근에는 어린이를 위한 물놀이 시설까지 갖춘 대형온천들이 늘어나면서 3대(代)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겨울 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글 사진 이천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인천 이범기씨 가족의 새해설계 온천나들이 세종대왕과 세조 등 조선시대 군왕들은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인 경기도 이천시의 온천을 자주 찾아, 몸의 나쁜 기운을 다스렸다고 전해진다. 지난 2월 이곳에 문을 연 테르메덴(www.termeden.com·031-645-2000)은 서울 근교 온천 가운데 ‘가격대비 성능’이 탁월한 곳으로 소문나 있다. 단순히 온천탕만을 즐기는 일본식과는 달리 삼림욕을 할 수 있는 자연공원과 스포츠 시설, 오락관, 문화관 등 각종 부대시설 등이 고루 갖춰진 독일식으로 설계됐다. # 12가지 수치료 시설 테르메덴 12가지 수(水)치료 시설이 설치된 지름 30m짜리 바데풀이 자랑거리. 워터제트로 신체 각 부분을 자극해 피부활성화는 물론 안마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온천 관계자의 설명이다. 살균효과가 뛰어난 ‘쌀탕’, 진통효과와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솔잎탕’ 등 다양한 ‘노천 아이템탕’과 전통 불한증막도 즐길 수 있다. 피부각질을 뜯어먹는 ‘의사 물고기’를 온천수에 풀어놓은 ‘닥터피시(doctor fish)’탕은 어른들은 물론 어린이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스릴을 느낄 만한 놀이시설은 없지만, 가족끼리 한나절 보내기엔 딱. 인하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범기(38·인천)씨 가족 또한 휴식과 새해설계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어린이집을 운영하느라 바쁜 아내와 평소 얼굴 보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모처럼 시간을 냈습니다. 한겨울에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네요. 맨살을 마주하며 따뜻한 정을 느낄 수도 있고요.” 야외풀장은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 물에서 노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신나는 아이들에게 울퉁불퉁하고 통통 튀는 슬라이드는 최고의 물놀이 시설이다. 야외풀장 또한 온천수를 사용하고 있다. 황성용 운영계획팀 대리는 “천질(泉質)에 특정 성분의 농도가 과다하게 내포되어 있지 않고, 여러 가지 성분이 골고루 포함돼 있는 나트륨 알칼리성 단순천인 것이 특징”이라며 “지하 1200m에서 매일같이 1500t가량을 퍼올려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의 온천은 대부분 단순천. 자극성이 없이 부드럽고 온화해 노인은 물론 어린이에게도 잘 적응되는 온천수로 분류된다. # 각질 뜯어먹는 닥터피시탕 인기 야외풀장에서 시간을 보낸 이씨 가족은 이번엔 뜨끈한 ‘쌀탕’에 몸을 담갔다. 이천 쌀을 도정하는 과정에서 나온 쌀겨를 푼 탕이다. 각자 눈을 지그시 감은 것이 새해 설계라도 하는 모양이다. 내년에 중이염 수술이 예정된 큰딸 진아(9)양의 새해 소망은 건강을 회복하는 것.“귀가 잘 들려야 피아노도 칠 수 있잖아요. 열심히 연습해서 꼭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될 거예요.”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막내 종민(6)이는 “비밀인데요. 여자친구 소연이랑 더 친해지고 싶어요.”라며 쑥스러운 듯 고개를 파묻었다. 이제 이곳의 자랑거리 ‘닥터피시’를 만날 차례다. 섭씨 40도 정도의 온천수에서 인체의 각질을 먹으며 살아가는 물고기다. 야외 족탕에 풀려 있는 1만마리의 닥터피시는 중국 하이난성에서 들여온 친친어. 황 대리는 “밤새 굶은 채로 있다가 오전 11시에 탕을 개방하면 난리가 날 정도로 사람들에게 달라 붙는다.”며 “사람이 몰리는 주말 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월요일엔 20∼30마리 정도가 죽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씨 가족들이 탕에 몸을 담근 지 1분쯤 지났을까. 닥터피시들이 새까맣게 몰려 들기 시작했다. 진아와 종민이는 간지럽다며 아우성이다. 그것도 잠시. 살아 있는 생명체가 몸을 깨끗이 해주는 것이 즐겁고 신기한 듯, 아우성은 이내 웃음소리로 바뀌었다. 이씨의 아내 조진숙(38)씨 또한 “의학적 효과 여부를 떠나서, 일년 묵은 때가 한꺼번에 씻겨 나가는 듯 개운하네요.”라며 편안한 자세로 물고기들의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 겨울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 하지만 따스한 노천탕에서 가족과 친구, 연인과 함께 즐기는 겨울 맛을 그 무엇과 견줄 수 있을까. # 가는 길 자가용:영동고속도로 이천 나들목→안성, 설성 방면→약 15㎞ 직진. 중부고속도로 서이천 나들목→안성, 설성 방면→약 20㎞ 직진. 대중교통:이천행 고속버스(1시간 소요)→이천터미널에서 테르메덴까지 왕복운행하는 셔틀버스나 시내버스 16-1번. # 주변 관광지 어린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세계도자기센터(www.worldceramic.or.kr)에 들러볼 만하다. 도자를 놀이로 체험하는 토야 교육관 ‘도자가 뭐야’에서는 도자가 제작되는 전 과정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031)631-6501. ■ 테마별 노천온천 7곳 연말연시를 맞아 가족끼리 가볼 만한 전국의 노천 온천 중 테마별로 특징이 있는 7곳을 골라봤다. # 오션캐슬 선셋 스파 바다를 바라보며 노천욕을 즐기고 싶다면 충남 안면도 오션캐슬의 선셋 스파가 그만이다.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은 꽃지 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오션뷰 스파. 기포욕으로 피로를 풀고, 멀리 보이는 해넘이 풍경에 눈을 씻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어른 2만원, 어린이 1만 4000원.(042)671-7070. # 아산 스파비스 충남 아산시의 아산 스파비스는 한여름처럼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노천 온천풀은 물론, 유아풀, 어린이 슬라이드 등 다양한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다. 전신 마사지는 물론, 건강진단까지 받을 수 있어 ‘종합 보양 온천’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어른 2만 2000원, 어린이 1만 4000원.(041)539-2080. # 산정호수 한화콘도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명성산 기슭에 자리잡은 산정호수 한화콘도의 노천탕은 단풍나무와 대나무가 있는 겨울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지금은 모두 잎을 떨구고 있지만, 탕에 들어가 푸른하늘을 보면 제법 자연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어른 7000원, 어린이 5000원.(031)534-5500. # 설악 워터피아 미시령 아래 자리한 워터피아는 설악산의 수려한 경관이 한눈에 펼쳐지는 10여가지 노천 테마탕이 일품. 워터피아의 암반은 이웃한 척산온천과 같은 단층대에 속해 있어 온천수질이 매우 좋은 것이 특징이다. 어른 3만 9000원, 어린이 2만 9000원. 한화콘도 투숙객의 경우 어른 3만 1000원, 어린이 2만 3000원.(033) 635-7711. # 덕산 스파캐슬 43가지 성분이 포함된 49℃ 덕산 온천수가 자랑인 스파캐슬(www.spaca stle.com)은 아이들과 찾기 좋은 곳. 유수풀, 키디풀, 워터 슬라이드가 모여 있는 써니레이 등 다양한 어린이 놀이시설을 즐길 수 있다. 사우나+노천탕 이용요금 어른 4만 8000원, 어린이 3만원.(041)330-8000. # 무주리조트 노천탕 스키의 본고장 유럽에서는 온천욕과 같은 ‘아프레 스키(스키 뒤풀이)’의 조건에 따라 스키장의 품격을 결정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아프레 스키를 도입한 곳은 전북 무주리조트. 설원을 누비다 세솔동에 있는 구절초 사우나와 노천 온천탕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어른 1만 3000원, 어린이 9000원.(063)320-7894∼6. # 경기 광주 스파 그린랜드 경기도 퇴촌에 자리잡은 스파리조트.1000t의 자연석과 조경수로 꾸며진 폭포 노천탕과 정원을 거닐며 발지압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노천 정원족탕이 인기. 화가 쇠라의 작품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등 예술품을 동원한 인테리어도 특징. 최근엔 ‘닥터피시탕’도 새로 조성했다. 주말 자유이용권 어른 2만원, 어린이 1만 5000원.(031)760-5700.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온천의 건강학 예부터 인간은 몸의 이상이나 각종 질병에 맞서 다양한 치료법을 개발해 왔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동양의학은 약물요법, 자극요법, 양생요법 등으로 세분화하며 발전했다. 온천을 이용한 건강법은 이 중에서도 물의 온도와 인체에 대한 마찰, 물 자체의 성분을 이용한 수치료법에 해당된다. 이후 수치료법은 냉온교호욕, 월풀(Whirl pool), 허바드(Hubbard)욕, 냉·온찜질, 진흙욕, 파라핀 등으로 발전해 지금에 이르렀다. # 온천욕이란 온천욕은 예부터 전해지는 수치료법의 일종이다. 온천수는 온열 효과, 기계적효과 그리고 각종 전해질과 염류 성분에 의한 약물학적 효과, 삼투압에 의한 생체변조 효과를 갖고 있다. 온천수는 지상으로 용출되는 지하수 중에 유황이나 방사능 등이 포함된 물로, 온도는 다양하다. 온천수 중 섭씨 25.5도 이하를 냉천,25∼34도를 미온천,34∼42도를 온천,42도가 넘으면 고온천으로 분류한다. # 온천욕의 효과 물의 자극효과는 온도, 온천수의 적용 속도와 피부 면적에 따라 결정되며, 피부와의 온도차가 클수록, 또 적용 속도가 빠르고, 적용 면적이 넓을수록 자극 효과가 커진다. 이런 점에서 보면 온천욕은 생리화학적 면에서는 말초혈관의 확장으로 심부조직과 말초혈관에 다량의 혈액을 공급해 울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또 전신 온천욕은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심장 박출량을 늘리므로 처음에는 약간 혈압이 오르다가 이내 혈압이 낮아져 몸이 안정된다. 호흡도 처음에는 약간 헐떡거리지만 곧 호흡률과 호흡의 깊이가 증가해 안정된다. 피부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홍조가 나타나며 촉각 감수성도 증대된다. 온천욕은 또 한선을 자극, 땀을 나게 하며, 피부 발한은 소변을 줄이고, 인체의 대사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이런 온천욕은 인체 조직에서 지방산과 가스, 이산화탄소 입자와 같은 많은 방향족 물질을 제거해 건강을 지켜준다. 정리하면 온천욕은 첫째 피로와 자극 해소 및 근육을 이완시키고, 둘째 한선을 자극해 땀을 배출하며, 셋째 말초혈관을 확장, 심박출량을 증가시킨다. 또 혈압을 낮추고 혈행을 개선,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며 신경계에 작용해 진정작용 및 동통을 완화한다. # 동양의학에서의 온천수 효과 온천수를 마시거나 목욕을 통해 질병을 이기게 하는 치료법을 천수요법이라 한다. 당연히 수질이 중요해 나쁜 수질의 물을 이용하면 다른 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 천수요법은 전통적으로 내·외·소아·안과 등 각 과에 두루 사용했고, 근골, 피부질환, 마비질환, 탈모 등에도 적용했다. 천수요법의 한의학적 원리는 물의 유윤작용(濡潤作用)이 인체 장부기기(臟腑氣機)의 승강출입(升降出入)을 원활히 하고, 물의 자영작용(滋榮作用)은 기혈진액(氣血津液)의 순환에 작용한다는 것이다. 물은 대개 성미(性味)가 감평(甘平)하며, 양기를 보하는 효과가 있는데, 특히 온천수는 대체로 성미가 신열(辛熱)하고 약간의 독이 있어 목욕을 하면 개선(疥癬)과 창독(瘡毒) 등의 피부질환에 좋고 더불어 경락과 기혈을 통하게 하며, 어혈을 없애고 정신을 유쾌하게 한다. 또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류머티즘, 신경통, 골수염, 신병광질환, 대사성 질환 등에도 좋다. 도움말: 신현대 경희의료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 ■ 식후 1~2시간후부터, 급성질환자는 피해야 건강에 좋은 온천욕이지만 무작정 해서 되는 건 아니다. 온천욕의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 따로 있는가 하면 온천욕을 해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온천욕을 잘하기 위해 지켜야 할 수칙을 짚어 본다. 온천욕은 식사 후 1∼2시간쯤 지나 음식물이 적당히 소화된 뒤에 시작하는 게 좋다. 입욕 전에 온천수를 한 잔 마신 뒤 입욕하면 체내 노폐물을잘 배출시키고 많은 땀을 흘려 올 수 있는 탈수현상도 막아준다. 입욕해서는 냉·온탕을 번갈아 이용하는 게 좋다. 인체는 냉탕에서는 산성으로, 온탕에서는 알칼리성으로 변하기 때문에 냉·온욕을 되풀이하면 체액이 중성이나 약알칼리성으로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시간은 냉탕 1∼2분, 온탕 10∼15분 정도가 좋다. 온천욕을 하는 동안에는 때를 밀 필요가 없다. 온천수에 몸을 담그면 피부가 미끈거려 때가 잘 밀리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 다른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줄 수도 있다. 온천수에는 피부에 유익한 각종 미네랄 성분이 많으므로 온천욕을 마친 뒤에는 물기는 수건으로 닦지 말고 자연상태에서 말리는 것이 좋다. 각종 질환을 가져 온천욕이 해로운 경우도 있다. 급성 폐렴, 급성 기관지염, 급성 중이염, 급성 편도선염, 급성 간염과 감기 등 모든 급성 질환을 앓고 있다면 온천욕을 피하는 게 좋다. 또 아주 심한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당뇨병, 내출혈 증상, 위·십이지장궤양을 가진 사람도 온천욕을 피해야 한다. 식후 1시간이 지나지 않아 채 음식이 소화되지 않았거나 공복으로 허기진 상태로 입욕하는 것도 금기. 또 음주 직후나 내복약 또는 주사를 맞은 직후, 심신이 매우 지쳐 있거나 과도한 흥분 상태에 있을 때도 온천욕을 피해야 한다. 온천의 특정 성분 때문에 온천욕을 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심장병이나 고혈압, 신장병 환자는 식염천과 중조천을 피해야 하고, 위장이 과민한 사람이나 병후 심신이 쇠약한 사람은 탄산천과 유황천이 좋지 않다. ■ 자료제공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 儒林(765)-제6부 理氣互發說 제4장 儒林(22)

    儒林(765)-제6부 理氣互發說 제4장 儒林(22)

    제6부 理氣互發說 제4장 儒林(22) 죽기 전까지도 눈 밝은 군주의 출현을 고대하였던 공자의 모습은 마치 소설 ‘큰 바위 얼굴’을 연상시킨다. 평생 동안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성인을 고대하고 있었던 주인공 자신이 마침내 큰 바위 얼굴이었다는 너대니얼 호손의 명작소설의 내용처럼 평생 동안 이상적인 왕을 고대하며 천하를 주유하였던 공자는 죽은 후에야 이 세상이 그토록 고대하였던 큰 바위 얼굴이 바로 공자 자신이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왕 중의 왕. 인류가 낳은 예수와 부처, 그리고 공자의 3대 성인은 이처럼 세속의 왕권과 그 화려한 권세와 영광을 포기함으로써 진리의 왕 중의 왕으로 환생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물끄러미 공자의 무덤 앞에 새겨져 있는 묘비의 내용을 다시 한번 자세히 보았다. “대성지성문선왕묘(大成至聖文宣王墓).” 그 묘비의 내용은 ‘위대한 지덕을 갖추어 더없이 뛰어난 지성, 문선왕의 무덤’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보다 자세히 분석하면 공자를 세 가지의 지덕을 갖춘 성인으로 추앙하고 있는 것이다. 즉 ‘대성(大成)’이란 말은 ‘위대한 학문을 완성하였다’는 뜻이고,‘지성(至聖)’이란 말은 ‘최고의 성인’이라는 뜻이며,‘문선왕(文宣王)’이란 말은 ‘문화를 전파하는 왕’이라는 세 가지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 순간 내 가슴 속으로 뜨거운 감동의 물결이 용솟음쳐 끓어올랐다. 그렇다. 나는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 공자는 진리의 왕 중의 왕이지만 또한 아직까지도 인간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예수가 부활하여 그리스도가 되어 하늘왕국을 선포함으로써 이 지상의 나그네인 우리들에게 하늘나라의 시민이 되기를 요망하고 있지만 공자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여전히 저 무덤에 묻힌 하나의 인간으로 남아 우리들에게 이 지상의 시민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처 역시 해탈하여 초월적인 신앙의 대상이 되었지만 공자는 여전히 인간으로만 남아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사람의 아들’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예수는 어디까지나 ‘하나님의 외아들.’ 그러나 공자는 2500년 전에 태어났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남아서 우리들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충고를 아직까지도 계속해서 참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는 ‘위대한 학문의 완성자, 최고의 성인, 문화를 전파하는 왕’이라는 저 묘비의 내용처럼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우리 곁에 살아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인간 공자. 나는 이제는 함박눈으로 변해 쏟아지는 눈발 속에서 묵묵히 공자의 무덤을 바라보면서 생각하였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변함없이 우리와 똑같은 인간 공자. 예수와 부처처럼 신앙의 대상으로 우상(偶像)화되지 않고 여전히 살아있는 인간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공자.
  • 儒林(737)-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18)

    儒林(737)-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18)

    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18) 꿈에서 깨어났지만 그 내용이 너무나 선연하여 두향은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꿈속에서 치마폭을 벌리고 받은 그 큰 별이 아직도 몸 위에 감촉으로 살아있는 듯하였다. 무슨 꿈인가. 두향은 누운 자세 그대로 꼼짝도 않고 생각하였다. 캄캄한 어둠 속을 맨발로 달려가고 밤하늘에서 별똥별이 흐르고 그 유성을 받으려고 애를 쓰다가 결국 제자리만 맴돌 뿐, 꿈에서 깨어나는 악몽은 지금까지 습관적으로 꾸던 꿈의 내용이었다. 그런데 어이된 일인가. 이번에는 내가 떨어지는 별을 두손으로 받았다. 치마폭을 벌려 그 별을 분명히 받았으며 행여 그 별이 튕겨져 나갈까 치마폭을 감싸 쥐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땅을 뒹굴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두향은 숨죽여 생각하였다. 언제나 생각하고 있었듯 하늘에서 유성이 흐른다면 지상에서는 큰 인물이 죽는다는 징조가 아닐 것인가. 꿈속에서 보았듯 감히 쳐다볼 수 없을 만큼 찬연한 광채를 뿜어대고 있는 별이야말로 단 한사람, 나으리를 가리키고 있음이 아닐 것인가. 그 큰 별이 그런데 어째서 내가 달려가지도 않았는데 제 스스로 내게로 다가와 떨어져 두손으로 치마폭을 벌리자 내 몸속으로 흘러들어왔는가. 아아, 그렇다면. 순간 두향은 소스라쳐 놀라며 몸을 일으켜 앉았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나으리께서는 연세하신 것이 아닐까. 이승을 떠나면서 나으리께서는 내게 마지막으로 기별을 전해오신 것이 아닐 것인가. 나으리께서는 그 옛날 헤어질 무렵 치마폭에 써주셨던 ‘죽어 이별은 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살아 이별은 슬프기 그지없더라.’라는 정표의 내용 그대로 이제 소리 없는 죽음으로 이별하게 되었으니, 나으리께오서는 꿈속에서 큰 별로 나타나 두향의 치마폭을 향해 떨어짐으로써 자신의 죽음을 알려 오신 것이 아닐 것인가. 두향은 방문을 열었다. 동지섣달이라 하더라도 아직 유시였으므로 땅거미가 내리지 않은 어둑 저녁이었다. 그새 잠깐 낮잠이 든 모양이었다. 하늘에서는 눈이 펄펄 내리고 있었다. 낮잠을 자는 짧은 순간에 함박눈이 내려 어느덧 설편(雪片)은 온누리를 뒤덮고 있었다. 사방은 소리 하나 없고, 산야는 다같이 깊은 망각 속에 갇혀서 아득한 정적 속에 잠겨 있었다. 강물은 지난 며칠 새의 엄동으로 꽝꽝 얼어붙어 있었으나 그 위로 내리는 꿈과 같은 눈발은 난분분 난분분 서로 엉겨 붙어 춤추면서 내려오다 지치고 피로해 한 빛에 만가지 모양을 하고 지붕과 나무, 뜨락이며 장독대 위를 한결같은 손길로 어루만지고 있었다.
  • 송승헌·장혁 “전역 신고합니다”

    “병장 송승헌과 장혁은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불법 병역면제 사실이 적발돼 입대했던 한류스타 송승헌(사진 왼쪽·30)과 배우 장혁(오른쪽·30)이 15일 중동부전선 최전방지역에서 24개월의 군복무를 모두 마치고 각각 전역했다. 송승헌은 이날 기상과 함께 아침점호, 부대 전역신고를 마친 뒤 예비군 마크를 달고 승리회관에 나타나 함박눈 속에서 감회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어 기다리던 일본·타이완·홍콩 등 국내외 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송승헌은 “마냥 좋을 것 같은 오늘이었지만 정들었던 전우와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쁘지만은 않다.”며 “어리석고 성숙하지 못했던 판단 때문에 실망과 상처를 안겨주고 입대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에 나가면 모범적이고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사회에 소외된 이웃과 따뜻한 정을 나누도록 하겠다.”고 울먹였다. 송승헌은 팬들과 만남 직후 2년간의 애환이 서려 있는 화천 최전방 산골을 벗어나 서울로 향했다. 전역하는 자리에는 국내외 언론사 기자 100여명이 몰려와 뜨거운 취재경쟁을 벌였으며 국내외 팬 700명도 ‘국방의 의무에 최선을 다하고 무사히 돌아오셔서 고맙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그를 반겼다. 승리부대 최전방 철책선에서 소총수로 복무한 장혁도 군복 차림과 전투모를 눌러 쓴 늠름한 모습을 하고 취재진 앞에 나타나 “시원 섭섭하다. 사회로 내딛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며 소감을 밝혔다. 장혁은 “동료 선·후배 전우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동안 많은 대화도 나누고 밤을 지새우는 경계근무를 통해 한층 성숙함을 느끼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둘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둘

    글 김성동 | 사진 이승희 길이 끝나는 곳에는 공항이 있었다. 가없고 위 모를 하늘길 좇아 어디론가 떠나고 또 돌아오는 하늘 밑에 벌레들로 공항 기다림방(대합실)은 저자바닥이었는데, 견딜 수가 없었다. 오박육일 동안 필사적으로 곡차만 마셨으므로 화두가 자꾸 끊어졌다. 금방이라도 무엇이 넘어올 듯 구역질이 치밀어오르면서 라리라라리 삼삼은 구요 구구는 팔십일로 어지럽고 울렁거리고 빠개지듯 골치는 또 쑤셔오는 것이었다. 날카로운 쇠붙이로 애를 훑어내리는 것 같은 속쓰림을 달래기 위해서는 다시 또 곡차를 마셔야 할 것이었는데, 사바하. 주막은 보이지 않았고 향고양(담배) 또한 올릴 수 없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머니가 시집올 때 풀솜할머니(외할머니)가 원앙금침에 넣어주셨다는 햇솜처럼 희고 탐스러운 함박눈이 만다라꽃잎처럼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네 둘레는 온통 깨끗하게 빨아 넌 옥양목 호청 빛깔이었는데 뿡빵뿡빵 자동차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동구권에는 눈이 드물다는데, 손뼉 소리인가. 알제리 바닷가에서 비롯될 토굴생활을 북돋워주는 축하의 박수 소리. 길게 내어뿜는 망상번뇌 너머로 보이는 것은 비행기였고, 나는 숨을 삼키었다. 길라잡이하는 번역원 사람은 내가 인천공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알고 차례를 밟고 있지만, 미안하다. 나는 알제리 보살과 뫼르소 바닷가로 갈 것이었다. 우리는 남몰래 짬짜미(밀약)를 하였고 이제 그 처녀보살 마하살만 나타나면 된다. 길라잡이한테 인생 노선이 바뀐 것을 말하고 알제리 가는 비행기표를 끊으면 된다. 나는 바지 속에 손을 넣어 강연료가 담긴 봉투를 만져보았다. 청춘의 한 시절이 빗살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눈을 감으셔요.” “눈을 감으라구요?” “얼르응.” 나는 눈을 감았고 여자사람이 말하였다. “꼭 감으셔야 돼요.” “꼬오옥.” “꼬옥.” 감고 있던 두 눈을 힘주어 더욱 감던 나는 “아” 하고 숨을 삼키었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내 입술에 와 닿는 내 것이 아닌 입술의 느낌을 똑똑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뫼르소 바닷가로 갑니다.” 다식판으로 박아낸 것처럼 선이 뚜렷한 입술을 떠올리며 나는 몸을 돌리었지. 그리고 옆허구리(옆구리) 서늘한 산죽山竹 밭 틈서리로 희미한 치받이(오르막)를 도두밟아(발끝에 무게를 두어 힘들게 밟아) 올라가는데, 아흐. 귀여운 처녀였지. 어여쁜 여자였지. 사랑스러운 보살이었지. 오도독오도독 소리가 나게 이빨로 꼭꼭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너무도 귀엽고 너무도 어여쁘며 너무도 사랑홉아서(사랑스러워서) 아흐 숨 한 번 쉬는 동안에도 팔만사천 번씩 입 주기를 하여주고 싶은 사람이었지. “우우-” 퍼부어내리는 눈발을 향하여 소리를 질렀는데, 대답이 없다. “우우-”는 그 여자사람과 짬짜미한 군호(암호)였다. 산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물론하고 보고 싶을 때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입 주기를 하고 싶을 때면 쓰기로 한 비밀주였다. “알제리이이-” 산속 아닌 바닷가라서 거시기하기는 하지만 그곳 또한 중생들 사는 사바세계리니. 무엇을 하든 두 사람 밥이야 굶겠는가. 유럽·아프리카 중생들하고 참선도 하고 명상도 하고 바둑도 두다가 안 되면 진서도 가르치고 붓글씨도 가르치고 정 안 되면 콩트라도 쓰고 에세이라도 써서 알제리보살이 번역해서 원고료 받으면 되지 않겠는가. 지아비는 씨 뿌리고 지어미는 밭 매면 되지 않겠는가. 땀 흘려 일하는 틈틈새새로 본디 성품자리 들여다보면 되지 않겠는가. 나날 삶이 이와 같을진대 서방정토로 가지 않고 또 어디로 가겠는가. 알제리여, 횃불을 밝히지 말라. 우리 함께 어둠 속을 걷자. 그렇다. 집시가 되자. 나는 염불을 때릴 테니 너는 알제리와 불가리아 민요를 불러라. 알제리는 오지 않는데, 나는 무엇을 기다리는가. 진실로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아침부터 밤까지 그리고 또 아침부터 밤까지 내가 얼을 기울여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짜장(정말) 무엇이란 말인가. 부처를 이루기 위한 위없는 깨달음의 세계인가. 한뉘(한평생)를 던져서라도 오직 한 장 그림으로 건지고 싶은 관음보살 미소인가. 영육을 던져 한 자루 뼈로 합쳐질 수 있는 오롯한 여인인가. 넋의 문학인가. 죽음인가. “전화 좀 받아보세요.” 길라잡이한테 잡혀 기다림방으로 들어가는데 손전화기를 건네준다. 알제리였다. “나는 알제리를 못갑니다.” “그런 법이….” “부모님한테 들켰어요.” 서쪽에서 왔다가 동쪽으로 갔고 동쪽에서 왔다가 서쪽으로 갔다니 우습구나 달마 찾는 중생이여 동쪽에서 오면 서쪽이 되고 서쪽에서 오면 동쪽이 되니 온 곳은 어디요 간 곳은 또 그 어드메더란 말이뇨. 내 마음 김성동_열여덟에 고등학교를 자퇴, 출가하였고 스물아홉에 운명처럼 환속했습니다. 하산 이태 후에 대표작 <만다라>(1978)를 세상에 냈고, 그때 평단은 “우리 문학계도 드디어 순도 높은 구도소설 한 점을 얻었다”며 그의 비범한 역량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간 작가는 소설 <풍적風笛> <피안의 새> <꿈> <길>, 산문집 <미륵의 세상 꿈의 나라> <생명기행> 등을 통해 존재의 근원에 대한 치열한 고뇌를 보여주었습니다. 월간<샘터>2006.09
  • [심상덕의 서울야화] (11) 점심에 뭘 먹을까

    [심상덕의 서울야화] (11) 점심에 뭘 먹을까

    기온이 점점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특히 점심시간 같은 때, 오늘은 뭘 먹지? 뭐 입맛 나는 마땅한 것 좀 없을까? 이런 음식을 먹을까. 저런 음식을 먹을까? 자꾸 망설이게 되잖아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점심식사를 뭘로 할까. 점심메뉴 선택이 직장인들의 공통된 걱정거리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날씨 더워지는 계절에 가장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음식, 그건 역시 ‘냉면’입니다. 그러나 이 냉면이 원래는 여름 음식이 아니라 한 겨울철 음식이었다는 겁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한 겨울철에 얼음이 서걱서걱하는 동치미 국물에다 말아먹는 메밀국수. 그렇게 차가운 냉면을 먹다보면 온 몸을 오들오들 떨면서 또 한편으론 ‘아이구야 앗 뜨거워라.’하며 엉덩이를 델 정도로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앉아서 먹는 냉면 맛. 이게 진짜 냉면 맛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었던 거죠. ‘고종황제’는 겨울철만 되면 그 왜 왕위를 물리고 덕수궁에 있을 때, 툭하면 여염에서 냉면 국수를 사오도록 해서는 동치미 국물에다 말아서 ‘후루루루룩∼ 후루루루룩∼ 후루루루룩∼’ 일부러 이렇게 큰 소리를 내가면서 냉면을 즐겼다고 합니다. “냉면을 먹을 때는 조용조용히 먹으면 별 맛이 없다네. 되도록이면 후루루룩∼후루루룩∼ 이렇게 소리를 내가면서 먹도록들 하시게나.” 냉면을 함께 먹던 신하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던 고종황제였습니다. 요즘 우리가 너나없이 서양식 예절에 적응되다 보니까 음식을 먹을 때 소리 내지 않고 조용조용 먹어야 예의를 지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요. 이 냉면을 먹을 때만큼은 ‘후루루룩∼후루루룩∼’ 이렇게 소리를 내면서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가 있거든요. 어쨌거나 전에 우리 서울에서도 이 냉면으로 유명한 집이 있었습니다. 그 예전에 광교와 수표교 사이에 있는 콘크리트다리 북쪽, 그 개천가에 ‘백양루’라는 냉면집이 있었는데 서울에서도 냉면맛 좋기로 아주 소문이 났습니다. 그 집 냉면 맛이 얼마나 좋았었는가 하면요.‘눈물 젖은 두만강’을 부른 국민가수 김정구씨도 이 ‘백양루’의 단골 손님이었습니다. 가수 김정구가 한창 활발한 활동을 하던 그 시절에도 우리 서울엔 ‘조선 호텔’도 있었고 ‘반도 호텔’도 있었고 시설 좋은 숙박업소들이 여러군데 있었지만 가수 김정구가 멀리 만주 공연이나 지방 공연을 끝내고 서울에 돌아오면 청계천 가까운 곳에 있었던 그 냉면집 ‘백양루’ 주변의 ‘한양여관’에 묵곤 했던 겁니다. 그가 다른 숙박업소를 다 물리치고 굳이 한양여관에 묵었던 이유는 백양루의 냉면을 금방 시켜다 먹을 수 있는 재미 때문에 그랬다는 겁니다. 그 시절엔 이 냉면집에 전화를 하면 집집마다 배달도 해줬었거든요. 이렇게 기다란 목판에 냉면 그릇을 한 열댓개씩 담아가지고, 한손에 받쳐서 여기 어깨에 메고 그리고 한쪽 손으로는 ‘따르릉 따르릉∼’ 자전거를 타고 집집마다 냉면 배달을 해줬던 거죠. 근데 그 예전부터도 냉면이다 하면 역시 ‘평양냉면’이었잖아요. 그러나 불과 30여년 전만해도 우리 서울에서 ‘평양냉면’ 이라는 간판을 당당하게 내건 냉면집은 별로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함흥냉면’집은 그래도 큰 글씨로 간판을 내걸 수 있었지만 이 ‘평양냉면’은 30여년 전은 물론이고 6·25이후에도 서울시내에서 간판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던 겁니다. 그 이유가 뭔가 하면요.6·25이후 북진 통일과 반공을 내세우던 그 시절에 평양이라는 말조차 내세우기가 꺼림칙했었거든요. 그러나 그 당시 남북대치 상황에서도 함흥이라는 지명은 평양보다는 그래도 거부감이 덜한 편이다 보니까 ‘함흥냉면’이라는 간판을 내걸 수 있었던 거죠. 그래서 ‘평양냉면’집은 ‘평양’이란 이름을 빼놓고 그냥 ‘냉면집’이라는 간판만 내걸었거든요. 한 열흘 있으면 6월25일 입니다만 지난날 이 냉면 하나에도 서울과 평양 사이의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던 겁니다.6·15 남북 선언이후 이런 느낌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 [CEO칼럼] 꽃으로 배불릴 수는 없다/노영인 동양메이저 시멘트 부회장

    [CEO칼럼] 꽃으로 배불릴 수는 없다/노영인 동양메이저 시멘트 부회장

    너는 언제 나서 자라 벌써 이렇게/작고 이쁜 꽃을 피웠느냐/ 정말이지, 진짜로 눈이 부시구나/그래, 겨울은 을매나 춥고/ 땅속에 있는 것들은 다 잘 있더냐/나는 안다 봄을 가져온/ 이 작은 것들아/너희들의 아름다움, 너희들의 외로움을/ 김용택 시인의 시(詩) ‘정말로 눈이 부시구나’의 한 구절이다. 바쁜 일정에 쫓기다 보면 문학 작품을 가까이 하기 힘들지만 김용택 시인의 시집만큼은 일에 지칠 때마다 가끔 펼쳐본다. 그의 시에서는 고향의 아취가 물씬 배어 나와 마음을 순화시킨다. 시처럼 봄은 그렇게 다가왔다. 춥디 추운 겨울은 잿빛 도심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좀처럼 움츠러들 줄 몰랐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인가 보다. 철 지난 3월의 함박눈 속에서 매화는 섬진강 굽이도는 산자락에 봄을 흩뿌렸다. 성급한 진달래는 새싹이 나기도 전에 연분홍 연지 같은 꽃을 피웠다. 남녘에서 거슬러온 봄소식은 서울 인근의 산은 물론이고, 도심에도 꽃망울을 터트렸다. 서울 여의도 윤중로는 어린아이 속살 같은 벗꽃으로 뒤덮이고, 아파트단지 화단을 개나리가 노랗게 물들였다. 앞서 핀 목련은 벌써 화사한 얼굴에 검버섯이 번지기 시작했고, 그윽한 향기가 일품인 라일락은 뒤늦게 수줍은 듯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달 들어 주말마다 서울 인근 고속도로와 국도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한식이 들어 있는 탓이기도 했지만 교외로 꽃구경 나가는 인파도 적지 않았다. 고속도로뿐 아니라 등산로도 지체와 정체를 거듭했다. 꽃보다 등산객이 더 많아 보였다. 오랜만에 북한산 산행에 나섰다가 ‘꽃 반, 사람 반’에 치여 일찌감치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늘어선 음식점 가운데 한 곳에 눈길이 갔다. 이름하여 ‘꽃밥전문점’. 꽃잎 쌈밥을 파는 곳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웰빙식인 모양이었지만 왠지 꺼려져 다른 음식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예전엔 우리네도 화전이라 하여 진달래꽃을 얹어 전을 붙이기도 했다. 필자도 어릴 적에 지천으로 핀 진달래꽃을 따서 먹기도 했다. 그러나 모름지기 꽃이란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요즘 ‘우리 사회 분위기’가 떠올라 식사 후에 입가심으로 마신 막걸리가 더욱 텁텁하게 느껴졌었다.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한파로 기업들은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많은 기업들은 고비를 못 넘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살아남은 기업들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체질을 바꾸고 경쟁력을 높였다. 그 결과 좀처럼 끝이 안 보이던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었다. 한파를 딛고 일어선 기업들은 봄날 화사한 꽃처럼 만개했다. 우리 사회는 보는 것만으로 만족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서둘러 꽃잎을 맛보려고 불을 지펴 화덕을 데우는 모습이다. 물론 기업은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원이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꽃을 다 떼어내고 나면 열매를 맺을 도리가 없다. 설혹 꽃을 먹는다 해도 그 양은 턱없이 부족해 입맛만 버릴 것이다. 지금은 진달래꽃을 따서 화전을 붙이기보다 매화꽃이 매실을 맺고, 그 매실이 튼실하게 자라도록 거름을 북돋울 때이다. 그 과실이 풍성하게 영근 후에 나눠 먹어도 늦지 않다. 그 과실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사회의 몫이다. 노영인 동양메이저 시멘트 부회장
  • 儒林(547)-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37)

    儒林(547)-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37)

    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37) ‘자신의 마음을 편안케 해 달라.’는 혜가의 첫마디를 들은 순간 달마는 대답한다. “그 마음을 가져오너라. 그리하면 내가 평안케 해주리라.” 혜가는 한참을 생각한 후에 대답한다. “아무리 찾아도 그 마음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달마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내가 이미 네 마음을 평안케 하였다.” 달마와 첫 제자였던 혜가와의 대화에서 그 유명한 안심법문(安心法門)이 탄생된 것. 퇴계와 율곡과의 ‘마음이 편안한 이후라야 능히 사려할 수 있다(安而後能慮)’의 토론은 그런 의미에서 달마와 혜가 사이에 오간 ‘안심법문’과 상통하는 것이었다. 혜가가 ‘제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스님께서 평안하게 해주소서.’하고 호소하였을 때 ‘그 마음을 가져오너라. 내가 평안케 해주리라.’라고 대답함으로써 아무리 찾아봐도 그 마음은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 달마처럼 퇴계는 율곡이 ‘편안한 마음을 얻지 못하겠다.’고 하소하자 그 마음은 탐구하고 또 탐구하여 나가면 쌓이고, 깊이 익숙해져서 점점 밝아지고 사리의 실체가 나타나게 돼 자연 얻을 수 있는 것이지, 처음부터 인간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 본성이 아님을 가르쳐 준 것이었다. 결국 퇴계는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 본성이야말로 이(理)임을 설법해준 것이었다. 이는 주자사상의 핵심인 ’성즉리(性卽理)’, 즉 ‘본성이 곧 이’임을 가르쳐준 것이었다. 실제로 달마의 소림사 앞뜰에서 신광이 왼쪽 어깨를 벤 그날 밤 밤새도록 큰 눈이 내린 것처럼 율곡이 머물렀던 계당에서의 마지막 밤에는 이틀 연속 내리던 봄비는 어느새 진눈깨비로 변해 있었다. 기록에 의하면 율곡이 강릉으로 떠나가던 날 아침에는 밤새 내리던 진눈깨비가 함박눈으로 변하여 온 강산에 흰 눈이 쌓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간신히 꽃망울을 터트리던 매화꽃잎에 참따랗게 눈이 쌓여 설중매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가지 위마다 눈부신 설화를 피어나게 하고 있었지만 매화꽃은 여전히 꿈결 같은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하오면 스승님.” 크게 깨달음을 얻은 율곡이 다시 퇴계에게 물었다. “스승님 말씀대로 주자가 말한 ‘편안한 뒤에 능히 사려 깊은 것’과 ‘사려가 깊은 것에 능히 얻는 것’의 가장 나아가기 어려운 것은 과연 무엇입니까.” “그것은 이(理)다.” 단호하게 퇴계가 대답하였다. 이(理). 열두 살이 되었을 무렵 작은 아버지 이우로부터 유교의 경전인 사서삼경을 배울 무렵 논어를 배우던 퇴계는 문득 이해할 수 없는 글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이(理)라는 글자였다. 숙부에게 이의 뜻을 물었더니 숙부가 머뭇거리자 퇴계는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았던가. “모든 사물에서 마땅히 그래야 할 시(是)가 이(理)가 아닐까요.”
  • [이현세 만화경] 표범, 그 위대한 인내심과 품격

    [이현세 만화경] 표범, 그 위대한 인내심과 품격

    어느새 친구의 아들들이 군에 가는 나이가 되었다. 가끔 술자리에 모이면 군대 얘기가 안주가 된다. 군에 보내서 기어코 고생을 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어제의 육군 병장들이 막상 때가 되니 걱정되는 모양이다. 이래저래 걱정도 되고 궁금도 해서 얼마 전에 만화학과 제자들과 함께 전방 GOP 경계체험을 갔다. 한마디로 군대는 좋아졌다. 내무반은 일인침대와 휴게실로 꾸며져 쾌적했고, 목욕탕과 도서관도 만족스러웠으며 구타는 없어졌다. 이 세상 어떤 조직보다 사고율만 따져도 아들을 맡기기에는 가장 안전한 곳이 군대였다. 하지만 그래도 젊은이들에게 군대는 여전히 힘들고 괴로운 곳이다. 몇 년 전에 군대를 소재로 한 만화 ‘까치병장’을 제작한 적이 있었다. 군대얘기를 소재로 한 대부분의 영화·연극·드라마·문학 작품들이 그렇듯이 내가 그린 ‘까치병장’ 역시 낯선 조직과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야기되는 갈등관계가 주요 소재였고,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 교훈을 담아냈다. 그런데 이번 GOP 경계체험에서 경계근무도 같이 서고, 대화시간도 가지면서 두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그 하나는 여태껏 ‘문화상품의 소재로 주목받을 수 없었던 극적인 생활양식의 발견’이다. 영하 20도의 야밤, 전방의 철책선은 웅웅대며 울고 있었고, 가로등의 희뿌연 불빛 사이로 함박눈은 쏟아졌다. 이곳에서 GOP 근무 장병들은 해지기 전에 경계근무에 투입되어 날이 밝을 때까지 겨우 서너시간 쪽잠을 자가며 매일 똑같은 일상을 일년이나 반복한다. 이 장병들의 생활이야말로 젊은 시절 가장 혹독하고도 가장 극적인 삶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군인들에게 요구되는 최고의 덕목은 대개 충성과 명예, 용기 등이 차지했지만 이것은 어쩌면 극적인 소재만을 좇는 대중문화가 만들어 낸 순위 조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군인의 자질을 가진 병사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다수의 작가들은 서슴없이 ‘네팔의 구르카 용병’을 꼽는다. 강철처럼 단련된 신체, 올빼미에 견줄 만한 시력, 거기에다 물불 가리지 않는 용맹성까지. 그러나 대다수 작품들이 놓치고 있는 구르카 용병들의 가장 우수한 자질은 ‘인내심’이다. 한번 매복을 명 받으면 폭우가 쏟아지는 속에서도 몇날 며칠이고 움직이지 않고 적의 움직임을 찾아 전방을 주시한다. 이 인내심이야말로 구르카 용병을 최고라고 칭하게 하는 최고 요인이지만 이 덕목은 극적 요소로 전환이 어려워 작품화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군인의 최고 덕목은 인내심이고,GOP의 장병들은 극한의 인내심을 요구 받는다. 반대로 사회에서 소위 조직폭력에 몸 담았던 자원이 대체로 군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통계가 있었다. 그 이유는 체력이나 용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루한 일상을 견디지 못하는 ‘인내력 부족’이었다. 또 한가지 발견은 군에 오기 전에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하여 문화 예술을 접하기 어려웠던 병사들이 군에 와서도 문화적 인프라 부족 탓에 역시 문화예술과는 담 쌓고 사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젊은 장정들에게 주고 싶은 소프트웨어는 너무나 많지만 도서관이나 공연장, 전시장 같은 하드웨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곳이 병영이었다. 장병들은 우리 모두의 젊은 아들들이며 ‘군복 입은 시민’이다. 우리사회의 미래는 청년들의 몫이고,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한 왜곡된 가치관과 문화적 미성숙이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병영에서 모색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젊은 피와 탄력있는 육체를 가진 장병들을 생각하며 눈을 감으면 아름다운 표범이 보인다. 표범이라면 흔히 아름다운 점박이 무늬와 잘 빠진 몸매, 그리고 앙칼진 성격과 날카로운 발톱을 생각하고 가끔은 제 덩치보다 더 큰 사슴을 나무 위까지 물고 올라가는 힘을 떠올린다. 그러나 나는 표범을 생각하면 먼저 단 한번의 사냥에 모든 것을 걸고 몇날 며칠을 위장하고 풀숲에 숨어서 먹이를 노리는 표범의 노란 눈이 생각난다. 내게는 바람도 숨을 죽이고 있는 그 침묵의 인내심이 표범이다. 그리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하이에나처럼 썩은 고기를 먹지 않는 그 우아한 품격이 표범이다. 한때 한국의 모든 야산을 주름잡고 포효하던 표범은 지금은 철책선 남방 아래에는 한 마리도 없다. 옛날 표범과 함께 살았던 우리 조상 중 누구 하나가 표범의 종말을 알았을까. 앞으로 군을 소재로 한 작품을 할 기회가 있다면 군의 덕목 중에는 인내심이 최고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리고 ‘범국민운동’으로 병사들이 좀더 많은 문화·예술 환경을 접할 수 있도록 시설을 확충해야겠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분명 GOP의 장병들은 ‘극한의 인내심’속에 생활하고 있고 병영체험을 하러간 학생들은 그 인내심을 경이와 존경의 눈으로 봤다. 장병들은 단절된 바깥세상의 문화예술을 그리워했고, 나와 함께 간 학생들은 집중력과 인내심을 배우고 왔다.
  • 설맞이 자치구 장터 풍성

    설맞이 자치구 장터 풍성

    설 명절은 올해도 우리에게 다가왔다.29일이니까 열흘쯤 남았다. 백화점·할인점에선 설 대목 경기가 제법 좋아졌다는 소식이 연이어 들린다.‘싱글벙글’ 그 자체다.그러나…,아무래도 눈길 가는 곳은 재래시장 상인의 얼굴.이들은 사는 정겨움과 고뇌를 고스란히 담고 사는 우리의 부모들이요,이웃들이다.‘옛날만 못하다’며 한숨을 내쉬지만 올해는 좀 낫단다. ‘시장 바닥’에서 들려오는 말이니 경기가 좋아지긴 좋아졌나 보다.서울 중부시장 건어물 가게주인의 소매 걷어붙이는 폼에서도 병술년은 ‘잘 될 일’만 터질 것같다.분명 그의 소매자락엔 흥이 묻어 있다.백화점·할인점 특수는 이 쯤에서 접어놓자.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다지 않은가. 요즘 명절의 단상은 갖가지다.제수용품 꾸러미를 든 아낙네의 모습은 보기 힘들어졌다.방앗간 정경도 찾기 어려워진 세태다.차례상도 주문해 올리는 가정이 늘고 있다.차례를 지내고 일가친척이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푼다며 골프장을 찾는 가정도 늘고 있단다. 그래도 올 설 명절에는 푸근한 사람 냄새를 품고 지냈으면 좋겠다.방앗간 가래떡도 생각해 보고,가슴속에 보리밭을 뛰어다니며 연 날리는 소싯적도 회상하자.오랜만에 장롱속에 묵혀두었던 한복도 꺼내 아이들에게 때때옷도 입혀보면 어떨까.욕심 같아선 올 설은 함박눈과 함께 맞고 싶다.그래야만 병술년 한해가 좋아질 것 같아서다. 글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을 맞아 서울시와 자치구가 품질과 가격을 보증하는 양질의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를 서울 곳곳에서 개최한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27일(금)까지 을지로 지하도 상가 안 내고향 특산물코너에서 ‘설맞이 내고향 특산물 특가 이벤트’를 연다. 제주도와 양평군, 영광군 등 전국 15개 자치단체의 설날 제수용품과 선물을 시가보다 5∼10% 정도 싸게 살 수 있다. 특산물코너에서는 옥돔, 굴비, 오징어 등 수산물과 꿀, 홍삼 등 건강식품을 비롯해서 과일과 청국장, 곶감, 민속주, 잡곡, 한우, 한과, 건나물류 등을 판매한다. 자세한 문의는 중부상가관리소 (02)2290-6327. 특별히 전라남도 지역의 농수산물을 선호한다면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친환경 전남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18일에 이미 개장한 장터는 22일(일)까지 서울무역전시장에서 계속된다.67개 업체에서 232개 품목을 취급한다. 강남구(구청장 권문용)는 21일(토)에 강남구청 주차장에서 ‘설맞이 농수축산물 직거래 장터’를 개장한다.▲봉화의 사과 잡곡 송이버섯 ▲청도의 곶감 된장 청국장 ▲주문진의 복매운탕 ▲영광의 굴비 대하 송편 ▲함평의 한우 돼지삼겹살 ▲담양의 한과 ▲완도의 멸치 ▲여수의 돌산갓김치 등 12개 시ㆍ군의 우수 농수축산물을 한 곳에서 살 수 있다. 서초구(구청장 조남호)는 24일(화)∼26(목) 사흘 동안 서초구청 광장에서 ‘서초장날’을 개최한다. 남원·제천·해남·청양·횡성·괴산·태안 등 11개 자치단체의 농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강동구(구청장 신동우)는 25일(수)과 26일(목) 이틀에 걸쳐 구청광장에서 완도 등 12개 자치단체에서 올라온 농수산물 직거래장터를 연다. 국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이천 쌀과 완도 김, 진안 현미, 영양 고추장 된장 등을 살 수 있으며 봉화 사과, 홍천 잣, 부여 밤, 음성의 신고배 등 제수 용품도 판매한다. 시가보다 20∼30% 싸게 살 수 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日 혼슈 앗피스키장, 은빛 세상속으로

    日 혼슈 앗피스키장, 은빛 세상속으로

    스키어들이 은빛 설원의 짜릿함을 만끽하기 위해 해외 스키장을 노크하고 있다. 국내 스키장들의 쉽지 않은 숙박 예약과 북적대는 슬로프, 붐비는 리프트 등을 피해 보다 여유로운 스키를 즐기기 위해서다. 최근 여행사들이 앞다퉈 해외 스키투어 상품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무엇보다 비용과 함께 실제 스키를 탈 수 있는 ‘스키 가용시간’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상품 중에는 ‘말뿐인’ 스키투어도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일본 혼슈 북동부 이와테(岩手)현의 앗피(APPI·安比)스키장은 새롭게 주목을 받는 곳. 지난 1987년 문을 연 앗피는 700여개에 달하는 일본 스키장 중 ‘톱 10’에 꼽히는 고급 리조트로 한국 등 외국인들에게 개방된 지 2∼3년밖에 되지 않는다. 오전에 서울을 출발하면 당일 야간 스키는 물론 하루 12시간 스키를 탈 수 있다. 또 적설량이 많아 5월초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고, 리프트를 기다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한적하다. 국내 스키장과 가격을 비교해 볼 때 크게 비싸지도 않다. 하얀 눈꽃을 감상하며 은빛 슬로프를 내려오는 앗피 스키장은 한겨울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글 이와테(일본)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천연설에서 즐기는 환상적인 스키 일본 스키장 리프트 중에서 가장 길다는 자이라 곤돌라(길이 3494m)를 20분쯤 타고 마에모리(前森)산 정상에 올라서자 발아래로 새하얀 눈 세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1305m 높이의 원뿔형 정상에서 베이스로 부채꼴처럼 퍼져나간 슬로프에는 바람에 흩날리는 눈송이가 소복히 내려 앉았다. 주변에는 자작나무와 ‘부나’(無名)로 불리는 잡목 위로 눈꽃이 활짝 피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저멀리 하얀 눈에 휩싸인 이와테산(2038m)은 흰눈을 소복히 쌓아놓은 아이스크림처럼 탐스럽다. 앗피는 일본 북해도 원주민 아이누족의 언어로 ‘아주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땅’이라는 의미로 정상에 올라서면 방사상으로 퍼지는 슬로프와 눈덮인 리조트가 한데 어우러져 설국(雪國)을 연상케 한다. 스키장은 정상에서 내려오는 슬로프가 21개(총 연장 46.8㎞), 곤돌라 2기를 포함해 전체 리프트가 18기, 베이스가 3개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커 슬로프에는 사람이 거의 붐비지 않는다. 슬로프는 5.5㎞에 이르는 야마바토 코스를 비롯해 4㎞와 5㎞코스가 각각 1개씩이며, 나머지도 길이가 2∼3㎞에 이른다. 폭도 50∼100m에 이르며, 위에서 내려보면 넓은 직선 활주로처럼 곧게 뻗어있다. 때문에 리프트를 기다리는 일은 거의 없다. 스노 보드 마니아를 위한 100m 길이의 하프 파이프가 이달 중순 오픈한다. 먼저 야마바토 코스를 택해 메인 베이스로 활강을 시작했다. 아무도 지나간 흔적조차 없는 슬로프에는 쏟아지는 함박눈이 시야를 가릴 뿐 다른 스키어를 발견하기조차도 쉽지 않다. 슬로프를 벗어나면 눈이 허리까지 잠길 정도로 높이 쌓였다. 아무도 없는 외딴 숲속에서 나홀로 스키를 즐긴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환상적이다.3∼4번은 쉬어야 겨우 내려올 정도로 길다. 설질도 최상이다. 눈은 넘어져도 아프기는커녕 포근하다 싶을 정도로 습기가 적은 건설(乾雪·dry powder). 활강을 하거나 회전할 때 스키 플레이트와 부츠를 타고 전해지는 설질의 느낌이 상쾌하다. 눈을 가르는 느낌은 솜털 위에 몸이 살짝 떠가는 듯하다. 시즌 최고 적설량이 무려 3m에 육박할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린다. 다양한 슬로프를 오가며 내려오다 잠시 한눈을 팔아 길을 잃었다. 슬로프를 내려와보니 메인 베이스가 아닌 산 반대편에 있는 다른 베이스. 슬로프가 워낙 넓은 데다 영어 표지판이 없었던 탓이다. 다시 산 정상으로 올라가 내려오려면 최소 1시간. 동료와 만나기로 한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베이스의 프런트 직원에게 서툰 영어로 사정을 이야기하자 “셔틀버스가 없지만 (외국인에 대한) 스페셜 서비스”라며 친절하게 본관으로 태워준다. 직원의 친절함에 여행이 더욱 즐겁다. 오는 4월1일까지 리프트 요금은 5시간권 4400엔,8시간권 4700엔,2일권 8400엔,3일권 1만 2100엔이다. 야간권(오후 4∼8시)은 2200엔이다. 스키·스노보드 세트는 물론 스키복과 장갑까지 대여할 수 있는데 스키는 5시간에 3만 7000엔,‘스키+웨어’는 5시간에 5300엔이다.5시간권은 빌리거나 타는 시간부터 시간이 계산된다. 환율은 100엔은 870원 정도. 리조트 영업담당자인 조지 히로시(38)는 “동북지역이라 눈이 많은데다 슬로프의 산사면이 북쪽을 향하고 있어 북해도 못지않게 설질이 좋고, 다양한 슬로프를 갖춰 초심자들도 산 정상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다.”면서 “지난해 65만명의 내장객 중 한국인이 1000여명에 불과하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인 한국 관광객 유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럭셔리한 리조트에서의 아늑한 휴식 앗피 리조트는 1000개가 넘는 일본내 스키장 중 최고로 꼽힌다. 일본 거품경제가 꺼지기 이전까지만 해도 내국인들을 수용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붐비던 곳이었다. 한국 스키어에게 개방된 것은 불과 2년전. 대부분 마을형 리조트 형태인 일본내 다른 스키장과 달리 우리에게 익숙한 ‘스키인 스키아웃’(현관에서 스키를 신고 벗기)형 고급 리조트다. 리조트는 호텔 그랜드, 타워, 빌라, 아넥스 등 4가지로 1000여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숙박료는 1박 2식에 그랜드 호텔은 1만 3500∼3만 2500엔, 타워는 1만 6500∼4만엔이다. 식당은 야키니쿠(한국식 불고기 요리)를 파는 이조원(李朝苑)과 이향(李香)을 비롯해 라팡드르(양식), 나나시구레(일식), 란란(중식), 알베르그(일양식) 등 22개가 있다. 가격은 모리오카 냉면(800엔), 야키니쿠 세트 2∼3인분에 5000엔 정도. 스키를 마친 뒤 본관 온천 대욕장과 노천온천에서 피로를 풀면 좋다. 본관 온천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노천온천은 성인 840엔이다. 마사지로 피로를 풀 수 있는데 전신마사지(150분)가 1만 5750엔, 발마사지(30분)가 3150엔이다. 부대시설로는 실내 온천풀장, 헬스클럽, 스쿼시 코트 등도 갖추고 있다.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많다. 스노모빌을 타고 앗피코겐 눈목장을 도는 스노모빌랜드의 액티비티가 인기. 전문 강사로부터 간단한 스노모빌 작동법을 배운 뒤 강사를 따라 눈쌓인 목장 코스를 도는 것으로 30분에 4000엔 정도다. 크로스컨트리도 즐길 수 있는데 5시간에 1500엔이다. 스키장 메인 베이스에는 2000여개의 전구로 만든 일루미네이트 축제가 열려 오는 3월말까지 화려하게 빛을 뿜어낸다. # 원조 한류의 멋과 맛을 찾아서 이와테 현청이 있는 모리오카(盛岡)시에 가면 한국의 맛과 멋을 발견할 수 있다. 원조 한류의 뿌리를 체험할 수 있다. 리조트에서 시내까지 셔틀 버스를 타고 40분쯤 걸리는데 편도 요금이 800엔 정도. 모리오카에서 가볼 만한 곳은 세계적인 ‘옻칠장인’ 전용복(53)씨가 운영하는 이와야마 우루시(칠예) 미술관. 지난 11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장인 누리마루에 그의 작품을 전시한 인물로 한국에서 보다 일본 등에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20년전 일본 도쿄의 최대 연회장인 메구로가조엔(영빈관)을 리모델링하면서 내부에 5000여점(3000억원)의 옻칠 작품을 설치해 화제가 됐다. 현재 옻칠 분야의 일본인 제자로 2000여명, 한국인 제자는 10여명을 두고 있다. 미술관에 가면 나전칠기 기법을 사용한 ‘암수의 혼’이라는 세계 최대 옻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길이가 무려 18m에 이르며 작품값만도 12억원에 이르는 대작이다. 입장료 700엔. 모리오카 냉면은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 원조 모리오카 냉면은 쇼쿠도우엔(食道園)이란 음식점으로 주인인 아오키 마사히코는 한국인 아버지 양용철씨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교포 2세다. 또 재일교포 2세인 변용철씨가 운영하는 ‘변변카이’는 이 지역에만 6개의 음식점이 있다. 또 일본 최대 모리오카 냉면 제조 공장을 운영한다.1965년도부터 야키니쿠가 유행하면서 냉면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인근에 있는 야키니쿠와 모리오카 냉면 전문점 ‘변변카이’도 재일교포 2세인 변용욱(57)씨가 운영하는 곳. 그의 성과 ‘즐겁게 팡팡튀다.’라는 뜻의 이름. 시내에만 6개의 분점이 있고, 일본 최대 모리오카 냉면 공장을 운영한다. 일본 NHK 맛대맛에서 사누키 우동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일본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연간 150만개의 생면을 생산한다. 포장 냉면은 2인분에 600엔이며, 식당에서는 1인분에 700엔에 판매한다. 이밖에 시내에는 귀여운 대접에 나와 이름 붙여진 ‘왕코소바’가 이색적이다. 한그릇에 한젓가락 정도의 모밀이 나오는데 성인의 경우 20∼30그릇을 비운다고 한다. 유래는 400년전 잔칫집에서 손님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시작됐다고 한다. 히라이즈미에 있는 주손지 절(中尊寺)은 이와테 현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850년의 역사를 지닌 사찰이다. 황금색 불상이 모셔진 금색당 등 3000여점의 국보급 문화재가 전시된 헤이안 미술의 보고다. 입장료는 평일 800엔. # 미리알고 떠나세요 아시아나항공이 인천에서 미야기현 센다이까지 매일 운항한다. 가는 편은 아침 10시20분 출발,12시20분 센다이 도착하며, 돌아오는 편은 오후 1시25분 센다이를 출발, 오후 4시 서울에 도착한다. 센다이 공항에서 앗피리조트까지는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도호쿠(東北)자동차도로를 타고 하치만타이 IC로 빠지는데 245㎞로 2시간30분에서 3시간가량 소요된다. 센다이에서 일본철도(JR)를 타고 모리오카역에 내린 뒤 앗피스키장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앗피리조트 홈페이지(www.appi.co.jp)는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한다. 사용전압이 110볼트로 전자 기기를 사용하려면 110볼트 어댑터를 가져가야 한다. 전화는 리조트에서 1000엔짜리 전화카드를 구입해 로비에 설치된 국제전화기를 이용하면 된다. 전화는 ‘001+010+82+(0을뺀)지역번호+전화번호’로 하면 된다. FIT(개별 자유여행)도 시도해 볼 만하지만 살인적인(?) 일본의 교통비를 감안할 때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패키지는 씨에 프랑스(www.ciefrance.com)에서 2박 3일(53만 9000원부터),3박 4일(62만 9000원부터) 앗피리조트 상품을 판매한다. 상품에는 왕복 항공료와 교통비, 숙박료, 조식·석식, 야외온천 프리패스 등이 포함된다.1588-0074.
  • [2집이 맛있대] 전북 전주시 완산벌왕족발

    [2집이 맛있대] 전북 전주시 완산벌왕족발

    동장군이 몰려오고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계절이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영양 만점의 족발요리와 연탄구이가 바로 그 것이다. 전북 전주시 우아동 3가 747의 10 완산벌왕족발(주인 임규환·52)은 대를 이어 맛을 지켜온 전주의 토종브랜드다.45년 동안 족발요리를 고집해온 친정 아버지로부터 전수받은 맛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 부인 조춘임(48)씨는 돼지고기 요리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왕족발 상표를 내건지 26년째인 이들 부부의 철학은 ‘가장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집 족발은 순수 국산 돼지만 고집한다. 정성들여 깨끗이 손질한 족발에 계피, 감초, 오향, 가시오가피, 월계수잎 등 24가지의 약재를 넣고 가마솥에 푸욱 삶는다. 한 솥에 60㎏의 족발을 넣고 2시간 30분 동안 고아낸 뒤 식히는 과정이 중요하다. 자연바람을 쏘이면서 서서히 말려야 족발에 붙어 있는 힘줄과 지방층, 껍질이 최적의 상태로 응고되기 때문이다. 특히 완산벌왕족발은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기 때문에 체인점 족발과는 비교 할 수 없는 맛을 낸다. 당일 삶은 족발만 팔고 재고가 전혀 없어 냉장보관이 필요 없다는게 주인의 설명이다. 약재를 넣은 족발은 돼지 특유의 역한 냄새가 전혀 없다. 적당히 촉촉하면서 졸깃졸깃 탄력이 넘치는 맛은 이 집만의 비결이다. 첫 느낌은 부드럽지만 씹을 수록 고소하다. 느끼하지 않고 감칠맛이 넘쳐 자꾸만 젓가락이 가게되는 족발 본연의 풍미를 만끽 할 수 있다. 게다가 상추 깻잎 당근 풋고추 등 싱싱한 야채를 듬뿍 준다. 중국집에서는 1만원 정도 줘야 하는 탕수육과 최근 웰빙음식으로 각광 받는 새싻, 막국수 등은 덤으로 제공된다. 김치, 콩나물국, 무채 등 밑반찬도 맛깔스럽다.2만원짜리 족발 중자를 하나 시키면 어른 네명이서 충분히 먹을 만큼 푸짐하다. 최근 개발한 ‘복분자 돼지갈비 연탄구이’는 인기가 상한가이다. 전통고추장과 복분자즙에 숙성시켜 연탄불에 지글 지글 굽는 돼지갈비는 매콤 달콤하면서 물리지 않는 맛이 자랑이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만선의 꿈을 안고 바다로 나가자/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전라도 땅에는 눈사람을 만들고도 넉넉한 함박눈이 내려 온 누리를 눈부신 은빛 동심으로 가득 넘치게 했다. 폭설 때문에 듣게 된 재난소식이 마음 아팠지만 겨울답게 춥다는 것, 오랜만에 만나는 ‘계절다움’이 오히려 감동으로 와닿았다.‘자기다운 모습으로 제 자리에 있다는 것’, 하나님께서 만물을 지으신 창조의 원리요 질서이다. 눈 덮인 산하를 바라보며 몇 년 전 옌볜(延邊)에서 만났던, 이제 초등학교 2학년생인 이길이 생각났다.“빨리 오소. 빨리 오소….” 중국 옌볜에서 할머니와 살고 있는 이길이 목소리로만 기억하는 부모에게 전화를 받으면 늘 시작하는 말이다. 이길은 생후 8개월 때 부모와 헤어졌다. 옌볜에는 이길처럼 네 집에 한 집 꼴로 보통 3∼5년, 길게는 10년까지 부모를 만나지 못한 중국 동포 아이들이 살고 있다. 중국 동포들은 한국을 고국이 아니라 ‘기회의 땅’,‘약속의 땅’으로 기억한다. 한국과 중국의 수교 직후, 한국에서 잠깐 번 돈으로 사업을 시작해 ‘갑부’ 소리를 듣게 된 이들을 바라보면서 키워온 ‘코리안 드림’이다. 한국에서 번 돈 10만원이 중국 공무원 월급보다 많다는 단순한 계산 때문에 눈덩이처럼 커진 꿈이요, 순박한 비전이다. 그러나 불법체류자라는 약점 때문에 이들 대부분은 악덕 고용주들의 횡포와 고된 노동, 임금 체불, 부녀자에 대한 성희롱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낯선 땅에서 방황하며 하염없이 옌볜하늘을 쳐다보며 눈물 흘리고 있다. 서울시 가리봉동에는 ‘중국 동포 타운’이 형성되어 있다.‘제2의 옌볜’,‘조선족 타운’이라 불린다.90년대 이후 한국인들이 ‘3D업종’을 기피하면서 중국 동포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런 일들을 대신하게 되었고, 이런 직종이 모여 있는 가리봉동 일대로 사람들이 모이게 된 것이다. 그나마 입국해서 방세가 싼 다가구 ‘벌집’에 모여 살기까지는 몇 차례 브로커들의 손을 거쳐야 한다. 소요되는 1인당 비용은 중국에서 평생 월급을 모아도 갚을까 말까한 엄청난 액수이다. 결국 거액의 알선료는 그들이 일생 동안 힘겹게 지고 가야 할 빚이 된다. 이들을 위한 획기적인 정책과 복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정말 중국 동포들이 ‘코리안 드림’을 이루도록 돕기 위해서는 그들의 가슴에 ‘복음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똑같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지만 복음을 간직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엄청난 삶의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복음을 접하지 못한 대다수 동포들이 술과 도박과 마약에 빠져 있는 반면, 금식기도로 주님의 치유를 경험한 어떤 형제는 신학을 전공하여 중국동포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으며, 일용직으로 일하는 어느 부부는 조금만 더 저축하면 옌볜에 돌아가 교회를 세울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찬바람과 함께 이제 세모의 언덕 위로 달려간다. 몇 날이 지나면 어김없이 새해의 아침이 밝아온다. 그리고 그 아침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생들을 위해 말씀으로 찾아오신다. 어둠 속에서도 빛이신 하나님께서 준비하시는 새벽이 언제나 잉태되고 있는 것이다. 우주만물과 인류를 향한 참으로 놀라운 하나님의 섭리요, 은혜이다. 비록 어둠 속을 살고 있지만 우리는 다시 새해를 기다리며 만선의 꿈을 안고 힘차게 바다로 나간다. 우리가 험한 바다를 헤쳐나가는 동안에 그분께서 우리의 배를 소원의 항구로 인도해 주신다.“광풍을 평정히 하사 물결로 잔잔케 하시는도다…, 여호와께서 저희를 소원의 항구로 인도하시는도다.”(시 107:29,30). 그리하여 우리의 배에는 평강과 감사의 찬양이 차고 넘친다. 또 한 해를 넘기며 사회 곳곳에서 불우이웃 돕기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평소에는 일상의 삶에 쫓겨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곳을 한 번 더 돌아보며, 이웃들의 상한 마음을 어루만지려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가리봉동 ‘쪽방’에 살고 있는 중국 동포들을 바라보며 뇌리에서 떨칠 수 없는 사실은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너무 부자구나.’라는 느낌이다. 이 땅에서 나그네로 살고 있는, 무려 15만명이 넘는 중국 동포들과 함께 만선의 꿈을 안고 힘차게 바다로 나가는 일은 하나님으로부터 먼저 복을 받아 누리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주어진 몫이란 생각이 든다.“너희와 함께 있는 타국인을 너희 중에서 낳은 자같이 여기며 자기같이 사랑하라….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레 19:34). 아멘.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 [박은영의 DVD 레서피] 강철 액션 팝콘 튀듯

    팝콘은 천 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인디언들의 전통음식이었다고 한다. 아스텍인들은 팝콘을 실에 꿰어 부적으로 걸고 다닐 만큼 신성하게 여겼다는데 오늘날에는 극장의 공기를 지배하는 강력한 방향제이자 주전부리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팝콘만큼 가벼운 음식도 없다. 그래서인지 심각한 고민 없이 가볍게 보는 영화를 ‘팝콘 영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청각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영화에서 팝콘은 한층 더 진가를 발휘한다. 물론,‘웰컴 투 동막골’처럼 옥수수 함박눈이 쏟아지는 감동 팬터지에 적절하게 이용되기도 하고 말이다. 존 카펜터의 ‘분노의 13번가’를 리메이크한 ‘어썰트 13’은 파괴력 있는 액션에서 장점을 찾을 수 있는 오락영화다. 전편이 범죄자들과의 대결을 보여주었던 것과 달리 이번엔 경찰과 부패 경찰의 모순적인 대립이 갈등구도다.‘매트릭스’의 로렌스 피쉬번, 에단 호크, 가브리엘 번 등 호화로운 출연진도 강점이지만 총기전문가의 꼼꼼한 자문으로 완성된 사실적인 총기 액션이야말로 백미다. ‘태풍태양’은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감독의 두 번째 청춘영화다. 전작이 소녀들의 섬세하고 다채로운 일상을 확대경으로 잡아냈다면, 이번엔 소년들의 인라인스케이트를 통해 역동적이고 가파른 성장기를 담았다. 얼음을 꽉 채운 청량음료 한 잔이 생각날 정도로 속이 확 트이는 시원한 이미지들이 위태로운 청춘의 비상만큼이나 아찔하다.●어썰트 13 일단 다채널 스피커를 확보하고 있다면 DTS가 주는 박력 있는 사운드를 감상해볼 필요가 있다. 사방에서 강철 팝콘을 튀겨대는 듯 뿜어져 나오는 총소리는 이 DVD가 갖는 가장 큰 미덕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2.35:1의 와이드 영상은 영화의 80%를 차지하는 밤 장면과 실내 장면을 명료하게 표현한다. 로렌스 피쉬번의 검은 피부가 어둡고 푸른 배경 속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에단 호크의 창백한 피부보다 근사해보일 정도다. 밀리터리 마니아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무기 전문가가 설명하는 영화 속 각종 총기류’와 ‘스턴트 액션 감독에게 듣는 리얼 액션’,‘삭제장면’ 등 부가영상의 내용도 알차다.●태풍태양 극장에서 ‘때깔’ 좋기로 소문났던 영상은 DVD에서도 저력을 발휘한다. 특히 인물들이 야외에서 태양을 등지고 있을 때 강하게 대비되는 음영과 CF 같은 화면은 기존 한국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영상이라 새롭다. 정재은 감독의 전작 ‘고양이를 부탁해’는 마니아들의 필수소장 목록에 들만큼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진 DVD로 명성이 높았다. 그에 반해,‘태풍태양’은 흥미로운 소재와 특수한 제작과정에도 불구하고 메이킹 필름이 빠져 있다. 그러나 전문적인 해설이 곁들여진‘이것이 어그레시브다’는 실제 스케이터들을 인터뷰한 내용으로 매우 흥미롭다.DVD칼럼니스트 mlue@naver.com
  • 하늘아래 1번지 대관령 스키국민학교

    하늘아래 1번지 대관령 스키국민학교

      북구(北歐)의 눈나라를 연상케 하는 겨울의 비경(秘境) 대관령(大關嶺). 거기 눈덮인 산허리의 비탈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꼬마「스키어」들이 경쾌하게 미끄러지고 있다. 고무신·장화·농구화에 자작 스키를 얽어매고 털모자와 털장갑을 낀 아이들도 있고 군데군데 기운 헌 옷에 고무신, 파랗게 언 맨손의 아이들도 있다. 책가방은 어깨와 등에 잡아 매여있고 두 손에는 긴 대나무 꼬챙이가 들려 있다. 그 대나무를 열심히 눈 속에 틀어박으며 매운 한기(寒氣) 속을 미끄러진다. 이 꼬마「스키어」들이 강원도 평창군 도암(道岩)국민학교 학생들. 한국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있는 학교를 꼽으라면 이 도암국민학교. 대관령 중턱 해발 780m의 눈 속에 전설처럼 묻혀있다. 재학생 수는 688명. 재학생 수의 반수가 되는 330명의 어린이가「스키」1조씩을 가지고 있고 3학년 때부터「스키」를 배우기 시작, 5·6학년이 되면「스키」를 들고 등교했다가「스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만큼 능숙해진다. 눈이 많이 내리는 이 지역에서는 흔히 걸어 다니기가 어렵거나 전혀 불가능할 만큼 많은 눈이 내려 쌓이기가 일쑤여서 이곳 어린이들에게「스키」는 유쾌한 교통수단이다. 걸어서 1시간 걸리는 거리를 20분만에 실어다 주는 편리한 도구이자「스포츠」인 것이「스키」. 문명의 외곽지대에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이들에게 매년 10월 하순쯤에 내리는 함박눈은 무엇에도 비길 수 없는 감격이고 기쁨이고「만나」이상의 선물이자 축복인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초가을부터 멀지 않아 올 겨울을 가슴 죄며 기다린다. 가을이 오면 벌써 성급하게도「스키」를 꺼내 손질해 놓고『날씨가 빨리 추워져서 눈이 내렸으면…』하고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겨울과 눈과「스키」는 이곳 아이들의 꿈의 전부이자 가장 즐거운 놀이가 되어준다. 아직 겨울이 오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꿈속에서 내리는 함박눈을 보며 환성을 지르고「스키」를 지친다. 국교선 하나뿐인 스키반, 한국대표선수들의 요람(搖籃) 겨울이 오면 마침내 그들의 꿈은 실현되고 눈 덮인 대관령 산비탈은 그냥 그들의 꿈나라로 변한다. 국민학교 대표급 선수만도 34명이 재학중인 이 도암국민학교는 일반부 국가대표선수를 16명이나 길러낸「스키」의 요람.「노르딕」형 장거리 국가대표 선수이자 올해「프랑스」의「그레노블」대회에 참가한 윤종임(尹鐘任)선수를 비롯, 고태복(高泰福), 김명규(金明圭), 강헌수(姜憲洙)(이상「알파인」형)선수 등을 포함한 13명의 쟁쟁한「스키어」들이 이 학교를 거쳐갔다. 지난 58년에는 국민학교로서는 유일한「스키」반이 발족,「스키」를 가진 330명의 학생 중에서 엄선된 60명의 반원들이 맹연습 중이다.「스키」반의 지도교사는「노르딕」형의 우리나라 일반부 선수권 및 신기록 보유자인 최종학(崔鐘學)(30)씨. 「스키」선수가 되려는 꿈을 그 작은 가슴 깊이 지니고 있는 60명의「스키」반원들은 최교사의 지도 아래 매일 3시간씩 맹훈련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 반장인 민영준(6학년), 이일균군 등은 이미 100m를 4·5초 내지 5초에 달릴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래가 촉망되는 애들이에요』라고 최교사는 대견스러운 듯 자랑한다. 특히 100m를 8초에 달리는 김진봉(6학년)양 등 20여명의 여학생들은 이 학교 사내 아이들의 활력을 더해주는 귀여운 소녀들. 가난한 아이들의 소원은 근사한 스키 가져봤으면 「스키」반 학생용「스키」60조를 도내 각 기관으로부터 기증 받았다. 전국「스키」대회 국민학교부에서 연9회를 계속 우승, 교장실엔 9개의「트로피」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리고 단국대학과 자매결연을 했고 대한「스키」협회와의 자매결연도 추진 중이라고. 그러나 학생들이 대부분 화전민이어서 옹색한 살림을 하고 있는 형편. 아이들의「스키」를 밀어주기에 그들의 경제력은 충분치 못하다. 『정상적인 영양관리와 좋은 장비만 갖춰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담당 최교사의 푸념이다. 이들의「스키」는 대부분 태백산의 특산인 고로쇠나무로 만들어져 있고, 아버지나 형, 또는 자신들이 깎아 만든 수제품이어서 대가 구불구불하고 밑부분도 고르게 다듬어지지가 않아 상당한 장애가 되고 있는 실정. 「스키」1조의 값은 국산품 소인용이 4천 5백원 내외, 외국제의 경우는 1만 5천원 정도라지만 이들에겐 감불생심(敢不生心),「근사한 스키」를 꼭 하나만 가져보았으면 하는 것이 이곳 어린이들의 조그만 꿈이다. <홍윤기(洪允基) 기자> [ 선데이서울 69년 신년호 제2권 제1호 통권15호 ]
  • [영화속 수능잡기] 웰컴투 동막골

    [영화속 수능잡기] 웰컴투 동막골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무대인 강원도 오지 동막골.‘누구네 돼지가 새끼를 뱄다더라, 누구네 엄마가 아랫배에 뭔가 단단한 게 잡힌다더라.’ 하는 소문은 밤새 천리를 가는 마을이지만, 동막골 사람들은 전쟁이 일어난 사실조차 모른다. 인터넷은 물론,TV와 라디오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없으니 바깥 세상의 소식을 알 턱이 없다. 그들은 이념이 뭔지를 모른다. 아는 것이라고는 씨앗을 심으면 싹이 트고 잎이 나고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흙으로 돌아가 다시 싹을 틔운다는 순환의 진리뿐. 그곳에 6명의 군인이 찾아든다. 국군·인민군·미군은 서로를 경계하고 마을 사람들까지 위협해 보지만, 총을 들이대고 수류탄을 뽑아 들어도 마을 사람들은 두려움을 모른다. 이데올로기의 싸움이 얼마나 살벌한 것인지를 동막골 사람들은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의 순박함 앞에 오히려 총을 들이댄 이들이 민망해진다. 결국 행복하고 따듯한 동막골 사람들에게 점점 동화돼 가는 군인들은 함께 밭을 갈고, 멧돼지도 잡고, 강냉이도 튀겨 먹고, 풀썰매도 타면서 점점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그러나 평화와 즐거움도 잠시, 전쟁의 마수는 동막골까지 뻗친다. 이 평화스러운 마을을 전쟁의 불길에 놓아둘 수 없다. 드디어 연합군의 작전이 시작된다. 이 영화를 보고 이렇게 투덜대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일제 36년 동안 제국주의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곳이 없을 텐데, 강원도의 오지라 해도 원시의 풍속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다는 영화의 설정 자체가 말도 안 돼. 우리나라가 브라질처럼 원시의 정글을 끼고 있다거나 티베트처럼 험악한 산악지형에 둘러싸여 있다면 몰라도, 손바닥만한 나라에 그런 마을이 어디 있어. 원수처럼 으르렁거리던 군인들이 몇 달 같이 지냈다고 해서 형제 이상의 우애를 과시한다거나, 목숨을 내걸고 마을의 평화를 지키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설정 아니야. 옥수수 창고에 폭탄이 터졌다고 해서 하늘에서 팝콘이 함박눈처럼 내린다는 것도 우습지 않아. 현실도 아닌 것을 마치 현실처럼 보여주는 것은 사기야.’ 그렇다. 없는 것을 마치 있었던 것처럼 보여주니 영화는 사기다. 현실에 동막골은 없었다. 현실에 있었던 것은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다. 그러나 영화가 보여주는 동막골이라는 공간은 현재에 없는 공간이지만 앞으로 있어야 할 공간이다. 그곳은 분열과 대립과 갈등의 공간이 아니라 화해와 평화와 사랑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현실에 없는 초월의 공간을 보여주기도 한다.1950년대 우리의 현실에 부족했던 것은 화해와 사랑이었다. 이념은 사람들의 표정을 굳게 했다. 이념의 인간에겐 웃음도 발랄함도 없었다. 동막골의 팬터지는 천진난만한 웃음과 화해와 사랑의 표정을 보여준다. 영화의 팬터지는 비현실적인 것이긴 하지만 우리의 역사가 무엇을 결여하고 있는가를 강력하게 고발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상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예술이 보여주는 팬터지는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그것을 통해 우리의 현실이 무엇을 결여하고 있는지를 통찰해 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박광현 감독, 신하균·정재영·강혜정 주연,2005년작.
  • 검은섬의 전설/한주연 그림

    ‘홍합’‘섬, 나는 세상 끝을 산다’ 등으로 질펀한 입담을 자랑해온 소설가 한창훈이 처음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썼다. 그가 나고 자란 고향 언저리 섬들을 줄기차게 향수해 왔던 작가는 첫 동화에서도 그 오랜 테마를 노래했다. 창작동화 ‘검은섬의 전설’(한주연 그림, 사계절 펴냄)은 섬 이야기이다. 그것도 작가가 태를 묻은 섬 거문도(검은섬)에 전해오는 7편의 전설 이야기이다. 작가는 “초등학교 5학년짜리 딸에게 읽히려고” 동화를 구상했단다. 소설가 아저씨는 머리말에다 창작의도를 자상히 밝혔는데, 대번 이어 올 심상찮은 글맛이 예감된다.“여기에 나오는 일곱개 이야기는 아저씨가 어렸을 때 저녁밥 먹고 멍석에 누워 여름 밤 폭포처럼 쏟아지던 은하수를 보며 들었던 이야기야.(…)자, 이제 옛날 검은 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할 거야. 들어봐.” 여수에서 배를 타고 두 시간쯤 가면 닿을 수 있는 곳, 거문도 주변의 섬 지명과 관련한 전설이어서 동화에는 사실감이 한결 더 살아있다. 게다가 작가 특유의 감칠맛 나는 입말체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도 어린 독자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하다. 첫번째 이야기 ‘흰 섬’편을 한번 보자.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한시간쯤 가면 만나는 무인도 백도(白島)의 유래담인데, 고시랑고시랑 얼마나 신명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지 한번 잡은 책을 웬만해선 내려놓지 못할 것 같다.“원래는 ‘백 개의 섬’이라는 이름이었는데 ‘흰섬’으로 이름이 바뀌었어. 왜 바뀌었을까?(…) 옥황상제에게 아들이 하나 있었어. 그런데 이 아들이 말은 안 듣고 자꾸 골치 아픈 일만 벌이는 거야. 삼천년에 한번씩 열리는 반도복숭아를 몰래 팔아먹었거나 벼락을 훔쳐 제멋대로 쏘아댔을 수도 있고, 공부 안 하고 선녀들 꽁무니만 따라다녔거나 날씨를 책임지는 대신들 방에 몰래 들어가 엉뚱하게도 아프리카에 함박눈을 펑펑 내리게 했을 수도 있겠지.” 딸 아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귀엣말로 속삭여주던 입말체 그대로를 지면에 옮겨놓았다. 이쯤되면 책장이 절로 술술 넘어갈 수밖에. 총기있는 작가의 먼 기억에서 소환된 전설에는 서사 자체의 즐거움도 크지만, 섬의 언어와 문화를 덤으로 전해준다는 점 또한 커다란 미덕이다. 초등생.85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꺄아악! 욘사마다… ‘외출’ 촬영현장

    꺄아악! 욘사마다… ‘외출’ 촬영현장

    영화 ‘외출’의 영어제목인 ‘4월의 눈(April Snow)’을 연상시키듯 때아닌 함박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강원도의 산골을 돌아 도착한 삼척시의 한 마을. 그곳에 위치한 자그마한 정자 죽서루 앞엔, 사랑을 잃고 쓸쓸한 발걸음을 한 발 한 발 옮기는 두 남녀의 위태로운 실루엣이 아스라이 포개지고 있었다. 배용준·손예진 주연의 영화 ‘외출’ 촬영현장. 이날 촬영분은 두 주인공 인수(배용준)와 서영(손예진)이 처음으로 호감을 표시하는 장면이다. 서로의 배우자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왔고, 확인해 보니 둘은 불륜 관계였다. 믿어왔던 사랑이 산산이 깨진 절망 속에서 둘은 새로운 사랑의 싹을 틔우지만, 차마 다가갈 수 없어 망설이고 또 아파한다. 병원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선 둘이 함께 한적한 공원을 거니는 게 촬영의 전부였지만, 미묘한 정서를 주고받는 중요한 장면이라 두 배우의 표정은 가라앉은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배용준과 손예진은 50여m를 빼곡히 둘러싼 취재진 앞에서 간혹 화사한 웃음으로 포즈를 취했지만, 촬영이 시작되자 이내 슬픈 운명의 인수와 서영이 됐다. 검은 카디건의 서영과 검은 재킷을 걸친 인수는 똑같은 상실감을 안고 있어서인지 닮은꼴처럼 보였다. 천천히 즈려밟듯 발걸음을 옮기는 서영과 몇 발짝 뒤에서 걸어오는 인수. 망설이듯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인수의 표정엔 그늘과 빛이 교차한다. 한 발짝 한 발짝…. 어느새 인수는 서영의 옆에 서있다. 마주보고 어색한 웃음을 짓는 둘. 사랑하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마음이 서로에게 애틋하게 전달된다. 섬세하면서도 절제된 방식으로 감정선을 잡아내는 ‘8월의 크리스마스’‘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다운 장면이었다. 허진호 감독은 촬영장면에 대해 “계절이 바뀌면서 설렘과 두려움의 감정이 생기듯 겨울의 마지막에 죽서루라는 공원을 배경으로, 새로운 사랑이 왔는데 표현할 수도 즐거워할 수도 없는 두 주인공의 심리를 잡아냈다.”고 설명했다. 배용준을 캐스팅한 이유로는 “‘스캔들’의 촬영현장에서 배용준을 처음 접했는데 전에 알고 있던 부드러운 이미지와 함께 강함이 느껴져 인수역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내외신 취재진 370여명이 몰렸지만 장소가 협소해 촬영현장은 내외신에 따로 공개했다. 내신기자들만 모인 촬영현장에서도 그 어떤 영화보다 취재 경쟁이 치열했다. 배용준은 쉬는 시간 틈틈이 ‘욘사마’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와 인사로 화답했다. 영화는 오는 9월 아시아 10개국에서 동시에 개봉될 예정이다. ■ 배용준이 꼽은 명장면 여성들의 마음을 감듯 부드럽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느릿느릿 말하는 목소리.‘겨울연가’속 배용준(33)의 음성은 이제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있었다. 팬이라면 설렐 테고 팬이 아니라면 조금은 느끼하게 느껴지는 그 말투로, 그는 기자회견 내내 반듯하고 성실하게 답변을 했다. 그가 영화 ‘외출’을 선택한 이유는 “감독에 대한 믿음과 기대 때문”이었다. 감독만 믿고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는 그는 “계산과 분석에 철저한 평소 방식으로 보면 예외적인 일”이라며 웃었다. 그렇다면 허 감독과의 작업은 만족스러울까.“소문은 들었지만 힘듭니다. 저는 머리로 계산해서 가슴으로 느끼는 연기를 해왔는데, 감독님은 현장에서 가슴으로 느껴 가슴으로 나오는 연출을 하죠. 많이 다르지만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비슷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맘고생을 하다 보니 한달 만에 몸무게가 4㎏이상 빠졌다. 하지만 데뷔 10년 만에 새롭게 하나부터 배워가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단다. 지금까지 촬영한 장면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병원에 누워 있는 아내에게 “난 너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장면. 현장에서 만든 대사인데 “너무 무섭고 가슴 아픈 대사”여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기자회견은 기자들이 많고 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미리 질문서를 받아 진행됐다. 하지만 진행자가 취사선택했다는 질문들은 모두 너무 상투적이고 평이한 수준이어서 아쉬움이 많았다. 그의 대답들도 전세계 팬층을 거느린 ‘욘사마’다웠다.“팬들의 주목이 많이 부담되고 어깨도 무겁지만 이분들의 기대와 사랑과 관심이 이 자리에 서게 했고, 앞으로 배우활동을 지속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매순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자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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