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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립운동가 허위 선생 손녀 유해 할아버지 고향 구미에 뭍힌다

    독립운동가 허위 선생 손녀 유해 할아버지 고향 구미에 뭍힌다

    독립운동가 ‘왕산’ 허위(1854∼1908) 선생의 손녀 허로자 여사의 유해가 할아버지의 고향 경북 구미에 안장된다. 10일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에 따르면 허 여사 유해 봉안식이 오는 12일 오전 11시 구미 공설 납골당인 숭조당에서 열린다. 허 여사는 지난달 26일 서울에서 향년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으나 경제적으로 궁핍해 유해를 모실 곳을 찾지 못했다. 그의 장례식도 구자근(구미갑) 국회의원과 LS전선㈜ 측의 도움을 받아 어렵사리 장례를 마쳤다. 화장한 유해를 모실 곳이 마땅치 않아 서울 사는 5촌 조카가 잠시 모시고 있다가 이번에 구미로 모시게 됐다고 한다. 허 여사의 유해를 구미로 모시는 데는 김재상 구미시의회 의장과 구미시의 도움이 있었다고 민족문제연구소는 덧붙였다. 우즈베키스탄에 살던 허 여사는 2006년 10월 당시 한명숙 국무총리 초청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했으며 이후 최근까지 서울에서 생활했다. 허 여사의 할아버지인 허위 선생은 1907년 13도 연합의창군 1만여명을 이끌고 서울진공작전을 벌이는 등 의병 활동을 하다 체포돼 1908년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했다. 항일운동으로 집안이 풍비박산 나면서 허위 선생 후손들은 한국과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키르기스스탄 등 여러 곳으로 흩어져 살고 있다고 민족문제연구소는 설명했다. 김영덕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장은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평생 고생을 하셨을 텐데 이제는 할아버지가 잠들어 계신 곳에서 영면하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구미 임은동에는 허위 선생 묘소와 사당, 허위 선생을 기념하기 위한 왕산기념관, 생가터에는 기념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 “우린 깐부잖아”…‘오징어게임’ 오영수,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

    “우린 깐부잖아”…‘오징어게임’ 오영수,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

    지난해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깐부 할아버지’ 오일남 역을 맡았던 배우 오영수가 10일(한국시간) 오전 11시에 열리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것은 역대 최초다. 오영수는 이날 열린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오영수는 작품 속에서 게임 참가자로 ‘깐부 할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은 오일남 역을 맡았다. 이 부문에는 올해 세 번째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에 도전하는 ‘석세션’의 키에라 컬킨을 비롯해 ‘더 모닝쇼’의 빌리 크루덥, 마크 듀플라스, ‘테드 라소’의 브렛 골드스타인 등 쟁쟁한 배우들이 후보에 올랐다.한국 배우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거머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영화 ‘기생충’, 2021년 ‘미나리’ 출연진도 골든글로브에서는 수상하지 못했다. 한국계 배우인 샌드라 오, 아콰피나가 연기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한국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가 골든글로브 연기상 후보에 오른 적은 없었다. 역시 ‘오징어 게임’으로 TV드라마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이정재의 수상은 아쉽게 불발됐다. 이 부문에선 ‘석세션’의 제레미 스트롱이 트로피를 안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그렸다.
  • 58년 연기 경력 ‘오겜’ 오영수, 골든글로브 거머쥐었다

    58년 연기 경력 ‘오겜’ 오영수, 골든글로브 거머쥐었다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78)가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 연기상을 품에 안았다. 오영수는 10일(한국시간) 열린 제79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오영수는 올해 세 번째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에 도전하는 ‘석세션’의 키에라 컬킨을 비롯해 ‘더 모닝쇼’의 빌리 크루덥, 마크 듀플라스, ‘테드 라소’의 브렛 골드스타인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수상했다. 한국 배우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2020년 ‘기생충’, 2021년 ‘미나리’ 출연진도 배우상은 받지 못했다. 한국계 배우인 샌드라 오, 아콰피나가 연기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한국 드라마나 한국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가 연기상 후보에 오른 적은 없었다. TV드라마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이정재 수상은 아쉽게 불발됐다.이 부문은 ‘석세션’의 제레미스트롱에게 돌아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다.오영수는 게임 참가자로 ‘깐부 할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은 오일남 역을 맡았다. 연기 경력이 58년에 이르는 오영수는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었고, 동아연극상, 백상예술대상 연기상 등을 받은 실력파다. 2003년 발표된 고(故)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노승 역할 등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 베트남전과 반전 시위… 1960년대 대혼란, 美 정치 지형 뒤엎다

    베트남전과 반전 시위… 1960년대 대혼란, 美 정치 지형 뒤엎다

    1970년대 서구에서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했다. 특히 미국의 70년대는 60년대의 혼란을 물려받은 악몽 같은 세월이었다. 격동의 70년대를 거치면서 미국의 정치적 지형은 새로 조성됐고 이를 토대로 1980년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이 승리했다. 미국 정치의 ‘보수화’가 이 시기에 결정됐고, 시공간을 확장해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당선도 잉태했다고 볼 수 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미국의 70년대를 재조명해 지금 미국을 이해하는 장기 연재를 맡았다.존 F 케네디가 1963년 암살된 후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린든 존슨(1908~1973)은 흑인 권리를 신장하기 위한 1964년 민권법을 통과시켰고 ‘위대한 사회’라고 불리는 복지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남북전쟁 후 인종 분리 제도를 유지해 온 남부의 반발은 거셌다. 존슨은 케네디가 시작한 베트남전쟁을 물려받았다. 존슨과 그의 안보팀은 우월한 군사력으로 베트남의 공산화를 저지할 수 있다고 믿었다. 1964년 대선에서 승리한 존슨은 1965년 초부터 북베트남에 대한 공습을 시작하고 지상군을 베트남에 증파했다. 그러나 북베트남과 베트콩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중국의 개입을 우려한 존슨은 북베트남의 심장부는 그대로 두고 주변만 공습했다. 미군은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느라 많은 희생을 치렀다. 1967년 말 남베트남에 주둔한 미군은 50만명이었다. 1965년 2000명 수준이던 미군 전사자는 1966년 6000명, 1967년 1만 1000명을 넘어섰다. 미군의 항공 전력도 북베트남의 정교한 대공 방어망에 걸려 큰 희생을 치렀다. 그럼에도 미군 사령부는 베트남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로버트 맥너마라(1916~2009) 국방장관은 전쟁에 회의를 느끼고 존슨 대통령에게 사임을 청했다. 전쟁에 지친 존슨의 얼굴에는 피로감이 역력했다. ●‘구정 대공세’로 미국 여론 반전 1968년 1월 31일 구정(舊正)을 기해 북베트남군은 정규군을 동원해 베트남 전역에서 대공세를 취했다. 사이공의 미국 대사관이 베트콩에 의해 뚫렸고 북부의 유서 깊은 도시 후에가 북베트남군에 장악됐다. 미군은 반격해 사이공을 확보했고 치열한 교전 끝에 후에를 탈환했다. 그러나 후에는 완전히 파괴됐고 포로가 된 공무원, 군인, 경찰, 교사, 수녀 등 3000명이 학살됐고 2000명이 실종됐다. 두 달 동안 계속된 전투로 북베트남군 6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됐다. 미군 4000명, 남베트남 정부군 5000명, 한국군 200여명도 전사했다. 케산 고지 전투에서는 미 해병대원 500명이 전사했고 북베트남군은 전사자 1만명을 내고 후퇴했다. 전술적으로는 미군의 승리였다. 하지만 사이공의 미국 대사관이 공격을 받은 모습을 TV로 본 미국민은 정부가 거짓말을 해 왔다고 믿게 됐다. 게다가 CBS의 월터 크롱카이트는 전투가 한창일 때 남베트남을 방문하고 돌아와서 “이제 미국이 협상으로 전쟁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방송했다. 모든 언론이 베트남전쟁은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고 보도했다. 맥너마라 국방장관은 2월 말 퇴임했고, 존슨은 오랜 친구인 클라크 클리퍼드(1906~1998) 변호사를 후임으로 임명했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학생들’(SDS·Students for a Democratic Society)이 중심이 된 진보적 청년계층은 군산 복합체가 움직이는 미국 체제를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워 가고 있었다. 1965년에 이들은 UC 버클리, 하버드, 위스콘신 등 캠퍼스에서 집회를 열었고 10월에는 버클리에서, 11월에는 백악관 앞에서 큰 시위를 벌였다. 그해 8월 LA 남쪽 흑인 거주 지역에서 폭동이 일어나서 많은 건물이 불타고 수십명이 사망하는 소요사태가 발생했다. 다른 도시에서도 흑인 시위와 폭동이 빈발했다. 민권법 통과를 위해 존슨 대통령을 지지했던 마틴 루서 킹(1929~1968) 목사가 이끌던 온건한 흑인단체도 반전대열에 가담했다. 1967년에는 학생 시위대가 국방부와 백악관을 포위하는 대형 집회로 발전했다.●유진 매카시, ‘반전 후보’로 나서다 학생운동 그룹은 전쟁에 반대하는 정치인을 1968년 대선에 나설 민주당 후보로 밀고자 했다. 이들이 접촉한 로버트 케네디(1925~1968) 상원의원 등은 정부의 전쟁 정책에 반대하면서도 현직 대통령에 도전하기를 꺼려했다. 이때 나선 사람이 미네소타 출신 상원의원 유진 매카시(1916~2005)였다. 세인트존스대와 미네소타대에서 공부하고 대학에서 강의하다가 하원의원을 지낸 후 상원의원이 된 그는 학구적이고 종교적이며 양심적인 정치인이었으나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었다. 1968년 1월 초 매카시가 베트남전쟁 반대를 외치면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전국에서 젊은이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매카시 돌풍’이 일었다. 그해 3월 12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매카시는 42%를 획득해 49%를 얻은 존슨 대통령을 바싹 추격했다. 그러자 며칠 후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매카시를 돕던 젊은이들은 케네디가 기회주의적이라고 생각했다. 3월에 열린 매사추세츠 등에서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선 매카시가 1위를 달렸다. 존슨 대통령은 전쟁에 대한 의지를 상실한 상태였다. 클리퍼드 국방장관은 베트남에서 미국이 군사적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존슨에게 보고했다. 3월 31일 존슨은 북베트남에 대한 공습 중단을 선언하고 하노이에 협상을 제안하면서 자신은 대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4월 4일, 멤피스에서 킹 목사가 백인우월주의자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워싱턴, 시카고, 뉴욕, LA, 워싱턴DC 등 미국 120개 도시에서 흑인들의 시위가 폭동으로 번졌다. 경찰과 주 방위군이 무장을 하고 폭동에 대처했고 사망자가 속출했다. 뉴욕 컬럼비아대에선 학생들이 대학 본부를 점거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컬럼비아대는 인근 할렘에 거주하는 흑인 주민들과 체육관 건립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학생들’이 주도하는 신좌파 계열의 학생들이 베트남전쟁 반대와 징집 거부를 주장하면서 총장실을 점거했고 학장을 인질로 감금했다, 캠퍼스에는 체 게바라(1928~1967)와 맬컴 X(1925~1965)의 사진이 곳곳에 붙었고 무장한 경찰이 캠퍼스를 포위했다. 뉴욕시는 내란이 일어난 것 같았다.●케네디 상원의원 암살로 좌절된 열망 로버트 케네디가 풍부한 자금과 인력을 갖고 대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자 매카시의 선거운동은 동력을 상실했다. ‘케네디’라는 빅 네임은 미디어를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1968년 6월 5일, 로버트 케네디는 캘리포니아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했다. 그날 밤 12시 넘어 케네디는 로스앤젤레스의 앰배서더 호텔에서 연설을 했다. 그리고 호텔 주방을 거쳐 이동하던 중 아랍계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하고 변화와 개혁을 이루려던 젊은이들의 꿈마저 좌절되고 말았다. ■이상돈 명예교수 1951년생. 서울대 법대를 거쳐 미국 툴레인대와 마이애미대에서 유학한 뒤 1983년부터 2013년까지 중앙대 법과대학 교수로 헌법 등을 가르쳤다. 2016년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활동도 했다.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 춘곡 고희동이 외할아버지.
  • 카불공항 미군에 건네진 뒤 사라진 갓난 아기, 넉달 만에 외조부 품에

    카불공항 미군에 건네진 뒤 사라진 갓난 아기, 넉달 만에 외조부 품에

    왼쪽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택시 운전사로 일하는 하미드 사피(29)다. 지난해 8월 19일(이하 현지시간) 형 가족을 공항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다 공항 바닥에서 혼자 울고 있는 갓난 사내아이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길렀다. 아들이 없었던 그에겐 이 아기가 하늘이 내린 선물처럼 여겨져 애지중지 키웠다. 그런데 이 아기는 탈레반의 재장악에 겁을 먹고 조국을 떠나려던 이들이 아비규환을 이룬 카불공항의 철조망 너머 미군 병사에게 건네졌다 실종된 아기 중 한 명이었다. 사피는 지난 8일 오른쪽 외할아버지 무함마드 카셈 라자위에게 아기를 돌려주며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9일 로이터 통신의 단독 보도로 아기가 넉 달 만에 외할아버지 품에 안기게 된 극적인 사연이 처음 알려졌다. 당장 영화로 만들어도 될 만큼 많은 얘기가 담겨 있다. 미르자 알리 아흐마디(35)와 수라야(32) 부부는 17세, 9세, 6세, 3세, 그리고 생후 두 달 된 소하일 등 다섯 자녀를 데리고 그날 카불공항에 도착했다. 아흐마디는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10년 동안 경비원으로 일한 경력 때문에 탈출해야만 살 수 있다고 믿었다. 철조망 너머 미군 병사가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고, 부부는 막내아들 소하일이 군중에 떠밀려 압사할 것을 우려해 팔을 위로 들어 아기를 건넸다. 아흐마디는 “입구가 불과 5m 앞이라서 곧바로 아기를 되찾을 것으로 생각해 건넸는데, 갑자기 탈레반이 피난민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반대편 입구를 찾아 공항에 들어갈 때까지 30분 넘게 걸렸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부부는 공항 안에 들어간 뒤 사흘 동안 필사적으로 소하일을 찾았지만 아무도 소식을 알지 못했고, 결국 소하일 없이 가족들은 카타르와 독일을 거쳐 미국 텍사스주의 난민촌에 도착했다. 소하일이 미군에 건네질 당시 사진은 찍히지 않았다. 같은 날 공항 철조망 너머 미군에 건네지는 모습이 촬영된 생후 16일된 여아 리야는 가족과 곧바로 상봉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친척 집에서 부모와 함께 지내고 있다. 소하일의 부모는 미국에 도착한 뒤에도 계속해서 아들을 찾아달라고 부탁했고, 한 지원단체가 지난해 11월 초 소하일의 사진을 넣은 ‘실종 아기’ 게시물을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옮겨 날랐고, 이를 보도한 로이터 통신 보도가 하나의 계기가 됐다. 같은 달 말 한 카불 시민이 사진의 아기가 이웃집에 입양된 아기 같다고 제보했던 것이다. 알고 보니 사피는 페이스북에 소하일의 사진까지 버젓이 올려놓고 있었다. 사피는 “난 딸만 셋을 뒀는데 어머니가 죽기 전 소원이 손자를 보는 것이라 하셨다”며 “그래서 내가 키우기로 하고, 집으로 데려와 ‘무함마드 아베드’란 이름을 붙여줬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도 소하일을 발견한 뒤 부모를 찾아주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소용이 없어 할 수 없이 집에 데려와 키우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소하일의 친부모는 아프간에 남아있는 친척들에게 소하일을 찾아가봐달라고 부탁했고, 북동부 바다크샨 지방에 멀리 떨어져 사는 소하일의 외할아버지 등이 카불의 사피를 찾아가 양과 호두, 옷가지 등을 선물로 주며 아이를 돌려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사피는 거부하고 자신과 가족들도 미국으로 함께 갈 수 있게 해달라고 매달렸다. 그 바람에 7주남짓 두 가족은 밀고당기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소하일의 친부모는 국제 적십자사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자 결국 소하일의 외할아버지가 탈레반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아기 납치 사건’으로 수사하지 않는 대신 두 가족의 협상을 중재해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소하일이 외할아버지의 품에 안겼다. 그동안 정이 많이 든 사피 부부는 아기를 돌려주면서 많은 눈물을 쏟아냈다. 소하일의 가족은 다섯 달 동안 아기를 돌본 대가로 사피에게 10만 아프가니(약 115만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영상통화로 소하일의 얼굴을 본 친부모는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른 시일 안에 소하일을 미국으로 데려오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외할아버지 라자위는 현재 미시건주에 정착해 살고 있는 사위가 “아들 얼굴을 다시 보게 된 기쁨에 취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더라”고 전했다.
  • “반려견이 남친보다 낫다”…늦은 퇴근길 마중 나온 골든레트리버에 ‘울컥’

    “반려견이 남친보다 낫다”…늦은 퇴근길 마중 나온 골든레트리버에 ‘울컥’

    골든레트리버는 듬직한 생김새만큼이나 높은 지능 덕분에 많은 반려인의 사랑을 받는다. 최근 중국 광둥성 허원시의 여성도 자신을 마중 나온 골든레트리버 영상을 게재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허원시 여성 후모씨는 7일 밤 가로등 없는 퇴근길이 너무 무섭다며 남자 친구에게 마중 나와 달라고 전화했다. 하지만 그를 마중 나온 것은 다름 아닌 반려견이었다. 태어난 지 5개월 된 골든래트리버 종 반려견은 가로등이 없어 어두운 오솔길을 밝혀줄 손전등을 입에 물고 나타났다. 관련 영상이 공개된 이후 현지에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골든래트리버는 천사견이라더니 정말 마음씨가 착하다", "남자친구보다 나은 반려견이다. 이제 후 씨는 남자친구보다 더 든든한 반려견이 있으니 남자친구는 없어도 되겠다", "강아지보다 못한 남자친구는 존재 이유가 없다. 춘제 연휴 전에 당장 헤어져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골든레트리버는 전 세계 견종 중 4번째로 지능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열정적이고 기민해 여러 국가에서 마약 탐지견과 맹인 안내견 등으로 골든레트리버를 활용 중이다. 중국인들의 골든레트리버 사랑도 대단하다. 지난해 중국인이 가장 많이 입양한 반려견 4위에 골든레트리버가 올랐을 정도다. 골든레트리버와 관련된 훈훈한 사연도 적지 않다. 지난해 9월에는 쓰레기장에 버려진 자신을 구해준 주인을 위해 매일 아침 직접 폐지를 줍는 골든레트리버의 사연이 보도돼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골든레트리버가 모은 폐지는 생명의 은인인 주인 할아버지의 병원비 마련에 활용됐다.
  • 치매 앓는 中 할머니 집 나가자 2세 손녀 CCTV에 도움 요청

    치매 앓는 中 할머니 집 나가자 2세 손녀 CCTV에 도움 요청

    치매를 앓는 할머니가 외출한 뒤 한동안 귀가하지 않자 2세 손녀가 CCTV를 향해 구조 요청을 해 화제가 되고있다. 외할머니가 위험에 처한 것을 직감했던 두 살배기 손녀가 울음을 터뜨리며 도움의 손길을 청해 이목이 집중된 것. 화제가 된 사건은 지난 5일 중국 윈난성에 거주하는 남성 청타이 씨가 장거리 출장을 떠나며 집 안에 남아있는 장인 장모와 2세 외동딸 샤오청 양의 안전을 우려해 거실 천장에 CCTV를 설치한 뒤 발생했다. 이 지역 인민경찰로 재직 중인 청 씨는 출장길에 오른 뒤 곧장 집 안에 설치해둔 CCTV 화면을 켰다. 그런데 청 씨가 CCTV를 보기 시작한 지 얼마 후 그의 딸 샤오청 양이 거실에 등장해 카메라를 향해 손짓을 하며 무언가 호소하기 시작했다. 올해 2세에 불과한 샤오청 양은 정확한 표현을 하지는 못했지만, 손짓과 발짓을 하며 울음까지 터뜨리며 무엇인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모습이었다. 당시 아이는 평소 낮잠을 잘 시간에 방에서 걸어 나온 뒤 거실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를 향해 “엄마, 엄마, 외할머니가 없어요”라고 반복해서 표현하려 시도하고 있었다.하지만 당시 집 안에 홀로있었던 샤오청 양을 도와줄 사람이 없어 아이는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며 상황의 시급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이를 확인한 청 씨는 집 안에 무언가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출장길에 올랐던 그는 곧장 관할 파출소에 사건을 신고, 치매에 걸려 길을 잃은 샤오청 양의 외할머니를 무사히 구조했다. 보도에 따르면 샤오청 양은 맞벌이하는 부모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살고있으나 이날 오전 외할아버지가 시장에 간다며 집을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건 접수 후 현장에 출동했던 파출소 직원 A씨는 “놀랍게도 샤오청 양은 겨우 두 살에 불과하다”면서 “그런데도 카메라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또렷하게 외할머니의 부재 사실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두 살 아동이 정확하게 사리 분별을 판단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사건이 웨이보 등 현지 SNS를 통해 공유, 확산되자 누리꾼들은 샤오청 양의 대처 능력을 높이 사면서도 치매를 앓는 노인과 2세 아동만 남겨둔 채 집을 비운 가족들의 행동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제기하는 분위기다. 한 누리꾼은 “2세 아동과 치매 환자만 단둘이 집안에 남겨둔 행동은 만일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일한 태도였다”고 비판했다.
  • 영화평론가 윤성은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릴리 이야기’

    영화평론가 윤성은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릴리 이야기’

    사람에게 그렇듯이 동물들에게도 운명이 있다는 것이 가혹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릴리 이야기’는 재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과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과 고양이의 바람직한 관계, 가족의 의미, 주체적인 선택 등 다양한 화두를 던지는 다층적인 소설이다. 저자인 영화평론가 윤성은은 “어느 날 길에서 만난 늠름한 길고양이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면서 “집에서 안락한 생활을 누리지만 갇혀 사는 집고양이와 먹고 사는 건 고되지만 자유를 가진 길고양이가 교감했을 때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100% 고양이의 시선으로 쓰여진 소설은 시크한 집고양이 릴리가 듬직한 길고양이 꼬짤이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빨간 리본을 단 흰 고양이 릴리는 재개발이 예정된 낡은 아파트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고급 사료가 아니면 거부하고, 맛난 간식은 마다하지 않으면서 평온하고 심심하게 살아가던 릴리는 어느 날 사소한 계기로 단지 길고양이의 우두머리격인 꼬짤이와 대화를 하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꼬짤이와 친해지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릴리는 재개발이 다가오면서 길고양이들이 아파트 단지를 떠나야할 처지에 놓이면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꼬짤이와 헤어질 것인가, 아니면 꼬짤이를 따라 길고양이가 될 것인가. 소설은 동물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모험담이지만, 감동적이면서도 따뜻한 여운과 재개발로 인해 쫓겨나는 동물들의 문제 등 현실과 연결해 생각해볼 여지를 동시에 남긴다. 윤성은 작가는 “‘릴리 이야기’는 고양이들을 향한 애정과 인생에 대한 측은함, 세상을 채우고 있는 서글픔 등의 감정으로부터 시작됐다”면서 “그 모든 색깔들은 따뜻한 온도에서 잘 섞일 거라고 생각했다. 결말을 처음부터 해피엔딩으로 정했던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동화 같지만 현실이 느껴지고, 현실 같아도 낭만적인 글로 읽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외신들 “北 탄도미사일 발사, 협상 복귀 않고 갈길 가겠다는 신호”

    외신들 “北 탄도미사일 발사, 협상 복귀 않고 갈길 가겠다는 신호”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로 새해 들어 첫 무력시위를 벌인 데 대해 외신은 조만간 협상에 복귀할 뜻이 없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AP 통신은 5일(현지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하면서 “두 달여 만의 무기 발사이자 조만간 비핵화 협상에 다시 합류하는 데 관심이 없고 오히려 무기 증강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통치한 10년 동안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이 62차례 이뤄졌다면서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치하 46년 동안에는 9차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통치한 17년 동안은 22차례였다고 전했다. AFP 통신은 북한이 대북적대시 정책을 문제 삼아 미국의 협상 제의를 거부해왔고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 때 미국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와중에 탄도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은 미국에 ‘우리는 바뀌지 않을 것이고 미국이 항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간 워싱턴 포스트(WP)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평화를 위한 마지막 시도를 약속한 지 며칠 만에 탄도미사일 발사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신년사를 통해 “기회가 된다면 마지막까지 남북관계 정상화와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길을 모색할 것이다. 다음 정부에서도 대화의 노력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몇 시간 뒤에 문 대통령이 동해선 강릉∼제진 철도 건설사업 착공 현장을 찾은 점을 거론하면서 문 대통령이 이번 발사로 긴장 조성의 우려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국방과학원은 1월5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하였다”면서 “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와 국방과학부문의 해당 지도간부들이 시험발사를 참관하였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참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극초음속미사일 부문에서의 연이은 시험 성공은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가전략무력의 현대화 과업을 다그치고 5개년 계획의 전략무기부문 최우선 5대 과업 중 가장 중요한 핵심 과업을 완수한다는 전략적 의의를 가진다”고 언급했다. 이번 무력시위가 이미 중장기적으로 수립된 국방계획에 따른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5일 오전 8시 10분쯤 북한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를 향해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한 발이 발사된 것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위력 시위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지난해 10월 19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잠수함에서 시험 발사한 뒤 78일 만이다. 한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연합뉴스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이번 발사는 유엔 안보리 다수 결의안 위반이며 이웃 국가 및 국제 사회에 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대북 외교적 접근에 대한 방침을 유지할 것이며 북한이 대화에 나서기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주한미군을 관할하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도 성명을 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이번 발사는 미국 국민이나 영토, 우리 동맹에 대해 즉각적인 위협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북한의 불법적인 무기 프로그램이 안보 불안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앞서 지난해 10월 북한의 SLBM 시험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새해 벽두부터 재개된 북한의 군사적 행동에도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천명한 실용적 대북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 생존욕구 큰 X세대가 뛴다… “은퇴 후 30년 버티려 내 삶에 재투자”

    생존욕구 큰 X세대가 뛴다… “은퇴 후 30년 버티려 내 삶에 재투자”

    치킨집, 편의점, 커피숍 창업으로 이어졌던 중년의 은퇴 공식이 바뀌고 있다. 기존 기성세대와 전혀 다른 새로운 중년인 X세대가 40~50대로 진입하면서다. X세대는 인류 역사상 어떤 세대보다 젊고, 덜 권위적이며, 소비력이 좋은 노년층이 될 예정이다. 어릴 때부터 ‘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자랐고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특성도 발견된다. 이들이 경제적 불안과 공포 속에서도 인생의 후반을 ‘은퇴’가 아닌 또 다른 ‘시작’으로 보는 이유다. “평생을 오피스워커로 살아왔으니 남은 후반부는 다른 칼라(collar)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구독자 3만 4700여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50대 몸짱 TV’의 운영자 오세욱(52)씨는 최근 직장을 그만두고 40~50대 맞춤 운동법을 소개하는 전업 유튜버가 됐다. 아내는 그의 도전을 내켜 하지 않았지만 안정적인 ‘수익’ 대신 결국 그의 ‘꿈’을 지지하기로 했다. 서울대 공대를 나와 삼성전자 연구원, 미래전략실을 거쳐 도이치은행, 다이와증권 애널리스트, 외식업체 재무 담당 임원을 지낸 오씨는 인생 후반을 운동을 통해 느꼈던 삶의 활력과 만족감을 타인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오씨는 20~30대를 위한 운동법은 많지만 정작 중장년층을 위한 콘텐츠가 적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그는 2년 전부터 스마트폰 카메라로 중년층을 위한 운동 팁들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기세를 몰아 지난해는 중장년층을 겨냥한 운동법을 책으로 출간했다. 최근에는 트레이너 자격증도 땄다. 오씨는 “예전이었으면 할아버지 소리를 들을 나이인 50이 돼도 아직 살날이 살아온 만큼 남아 있다”면서 “건강만 있으면 (X세대는) 지금도 청년이고 지금부터 새로운 인생”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오씨처럼 모든 X세대가 자신만만한 노후를 계획하고 있는 건 아니다. 이경민 마인드루트리더십랩 대표는 “40대는 자녀 양육 시기가 길어지면서 70세까지는 현업에서 일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세대지만 조직에서는 큰 기대를 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조직이든 조직 밖이든 오랫동안 생존해야 한다는 욕구가 굉장히 크다”고 설명했다. 천편일률적인 기성세대의 은퇴법과 모습은 달라도 생존에 대한 욕구 자체는 그 어느 세대보다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이들의 생존 욕구는 소비로도 나타난다. 신한카드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온라인 교육 플랫폼 ‘클래스101’ 등 5개 업종에서 20대 여성 비중은 2년간 16.1% 감소했지만 40대 여성은 7.9% 늘었다. 도서 소비도 활발하다.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2010년 20%를 차지했던 40대 독자 비중은 X세대가 40대에 대부분 진입한 2019년 34%까지 올랐다. 특히 신기술을 배우려는 40대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지난해 산업계를 강타한 ‘메타버스’ 관련 도서 연령대별 구매 비중은 X세대가 43.3%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윗세대야 30년 열심히 일해서 10년 노후 준비면 됐겠지만 지금은 은퇴 후에도 30년을 더 살아야 하잖아요. 살아남으려면 ‘존버’(최대한 버틴다는 뜻의 은어)하면서 공부해야죠.” 유통업계 대기업에서 팀장급으로 일하는 임주완(43·가명)씨는 퇴직 후 강단에 서는 것이 꿈이다. 임씨는 내년부터 모아 둔 적금을 깨서 박사 과정을 시작한다. 임씨는 향후 남은 5년을 “내 인생 마지막 베팅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50대 초중반이 대표로 내려오고 80년대생 임원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면서 “임원을 할 수 있으리란 기대도 크게 없고 이대로 회사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사실 모르겠다. (직장에서는) 길어 봐야 최대 5년이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임씨는 2년 전부터 좋아하던 골프 라운딩 횟수도 줄이고 주말마다 마케팅 특강을 나가면서 강의 경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는 “대학 때 IMF를 겪어서 그런지 특히 경제적으로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늘 존재하는 것 같다”면서 “석사 학위를 따면서 그랜저 한 대 값(약 3500만원)이 깨졌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박사 과정 역시)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X세대는 젊은이보다 중년과 노인이 주류인 세상에서 노인이 되는 첫 세대다. 책 ‘영포티, X세대가 돌아온다’의 저자 이선미씨는“미래는 더이상 젊은이의 전유물이 아닌 주류가 될 중노년 세대와 젊은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됐다”면서 “거대한 인구수를 자랑하는 X세대가 활력 있는 새로운 인생 2막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 “남의 놀이터 오면 도둑인 거 몰라?”…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 결국 검찰 송치

    “남의 놀이터 오면 도둑인 거 몰라?”…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 결국 검찰 송치

    지난해 10월 외부 어린이들이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자 관리사무실로 데려가 협박한 혐의로 입건된 인천 영종도에 한 아파트입주자대표회 회장 사건이 결국 검찰로 넘겨졌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와 협박 혐의로 A(60대)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12일 오후 7시쯤 초등학교 4~5학년 어린이 5명을 아파트 관리사무실로 데려가 겁을 주는 등 학대한 혐의로 입건됐다.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인 A씨는 B군 등이 외부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여러 차례 폭언하며 관리실에 데려가 붙잡아 둔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경찰에서 “외부 아이들이 놀이터에 많이 오길래 기물 파손이 우려돼 훈계 차원에서 관리사무실로 데려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A씨는 당시 “아이들이 놀이터 기물을 파손했다”며 112신고를 했으나,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을 때 놀이터 시설을 망가뜨린 정황은 없었다. 부모들은 이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 협박과 감금 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소했으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도 수사해달라고 경찰에 요구했다. 당시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의 자필 글에는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휴대전화와 가방을 놓고 따라오라며 화를 냈다”며 “엄마한테 전화도 못 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경찰은 “사건 경위와 피해자 진술 등을 고려해 A씨의 정서적 학대와 협박이 있었다고 판단해 검찰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한 학부모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놀이터에서 놀던 어린이가 썼다는 자필 글에는 “쥐탈 놀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어디에 사느냐’고 물어보고 ‘OO에 산다’고 했더니 ‘OO 사는데 남의 놀이터에 오면 도둑인 거 몰라?’라고 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해당 아파트에선 이후 입주자대표 임시회의에서 외부 어린이가 단지 내 놀이터를 이용할 경우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용의 안건이 의결됐다가 입주민들 반대로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 [2022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몸의 기억으로 ‘나 사는 곳’을 발견해가는 언어-신미나론/염선옥

    1. 몸의 기억에 부여되는 리얼리티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쩌면 예술이 끝자락에 도달해 있고 이제 “규정 불가능성”(하이데거)에 빠진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현대는 예술 과잉의 시대이자 ‘무(無)예술성’의 시대이기도 하다. 이는 헤겔이 비유한 것처럼, 이제는 예술이 인간의 비대해진 욕망을 더는 채워 줄 수 없다는 “예술의 종언”을 증명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우리가 쓰고 읽는 시 또한 예외가 아니다. 현대성과 서정성이 미학적으로 반목을 거듭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은 이분법적 폐쇄성이 낳은 관념적 산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시의 속성을 탈(脫)서정성에 두려는 해체적 사유는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다. 현대성과 서정성은 대척적 개념이 아니라 수많은 접점을 만들어 가면서 새로운 시의 차원으로 수렴되어 가는 것이라는 앙투안 콩파뇽의 ‘현대적 전통’론은 여전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신미나에게 ‘시’는 현대성과 서정성이 만나면서 발원하는 예술적 실체로서 그녀의 시는 현대인에게 예술의 존재를 아직도 따뜻하게 건네는 악수로 은유될 수 있을 것이다. C.S. 루이스는 ‘오독’(1961)이라는 비평집에서 현대는 삶과 예술이 혼동되며 시인과 대중이 서로 예술을 다르게 이해하는 시대라고 갈파한 바 있다. 또한 이성복은 ‘불화하는 말들’(2015)이라는 시론집에서 시인들에게 세상과 불화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만큼 적지 않은 논자들이 현대시가 세계와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게 예술과 세계가 불화하는 시대에 신미나는 점점 멀어져 가는 경험과 언어 사이의 거리를 좁히면서 그것을 통합하려고 한다. 본래 시가 노래와 춤이라는 몸의 기억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상실된 아우라(Aura)를 여전히 기억해야 할 미학적 흔적으로 보고 이를 재포착함으로써 삶과 분리된 예술을 통합하려는 것이다. 신미나의 시에서 우리는 현대인의 닫힌 기억들이 열린 기대 속에서 각인되는 과정을 경험한다. 그녀에게 몸의 기억은, 비록 하찮고 순간적으로 꺼질 미광(微光) 같은 것일지라도, 수없는 리얼리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고리에 실 묶고 방문을 닫는 찰나 번쩍 세상이 온다 아가, 세상이 어찌 보이냐 할아버지 어린 나를 무등 태우고 뒤돌아서서 지붕 위로 어금니 던진다 까치가 어금니 물고 간 곡선으로 내 젖무덤은 부풀어 올라 백내장 걸린 할아버지 중얼거리시데 저 봐라, 상갓집에서 혼 빠진다 - ‘산 너머’ 전문 시의 화자는 어린 시절 이를 뽑던 기억, 할아버지 무등을 타던 기억을 떠올린다. “문고리에 실 묶고 방문을 닫는 찰나 번쩍 세상이 온다”는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감각을 부여한다. 할아버지가 무등 태우며 ‘헌니 줄게 새 이 다오’를 노래하던 순간은 온몸으로부터 분출되고 온몸으로 수렴되는 발화의 기억을 남긴다. 신미나의 시에 그려진 화자의 경험과 기억은 독자의 마음을 열어 주면서 무등 탔던 기억, 실에 묶어 이를 던졌던 기억, 미신과도 같이 헌 이를 주면 새 이를 물어다 준다고 노래했던 기억에 생생한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이렇듯 몸의 기억에 리얼리티를 부여한 결과 그녀의 시는 많은 이들에게 오래된 정동적 연결망을 제공하게 된다. 신미나는 수많은 시편을 통해 “장판에 손톱으로 꾹 눌러놓은 자국 같은”(‘이마’) 기억, “어린 조약돌 몇 개 씻어 주머니에 넣고”(‘첫사랑’) 다니던 기억, “눈밭에 노란 오줌 구멍을 내”(‘연’)던 기억, “방바닥에 엎드려 글씨를” 쓰다 “공책 뒷장에 눌러쓴 자국이 점자처럼 새겨졌”던 기억(‘받아쓰기’), “생쌀을 씹는 버릇”(‘윤달’)의 기억을 소환한다. 이러한 섬세한 기억들이 귀환하는 방식은, 기록되지 못한 채 떠돌지라도, 시인으로 하여금 창의적 감각과 초월적 사유를 거느리게끔 해 준다. 이를 통해 시인은 현대인이 가진 몸의 기억을 순간적으로 각성시키면서 파편화된 체험을 끌어들이는 놀라운 통합의 힘을 발휘한다. 2. 신화와 샤먼적 요소 신미나는 개인적 경험뿐 아니라 공동체적 감각이 묻혀 있는 시대를 향하는 시인이다. 기억의 바닥에 있는 시대의 경험과 그것에 얽힌 삶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이려고 노력한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이 전체를 통해 얻어지는 질서의 틀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신미나의 기억은 할머니의 삶과 함께 빈번하게 드러나는데, 화자의 삶은 할머니에 의해 ‘명랑’을 되찾고 있으며 “오랜만에 찾아온 할머니가 장사치로 떠도는 게”(‘마고 2’) 싫을 정도로 화자의 고백에는 할머니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숨쉬고 있다. ‘마고 할멈’은 시인에게 삶이라는 매트릭스 안에서 죽음을 애도하며 견뎌 애써 살게끔 해 주는 상징이다. 기억 속의 할머니는 시인의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이고, 시인은 자신의 경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할머니의 삶과 기억을 끌어들여 샤먼적 요소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처럼 그녀의 시에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낡은 것으로 치부되기 쉬운 농경적 삶의 방식이 생생하게 보전되어 있다. 과학기술 사회에서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묻혀 버린 옛것을 꺼내와 그것이 가져다준 진정한 메시지를 독자와 교환한다. 삶을 위로하던 공감 요소인 신화가 불려올 때 그녀의 시에서는 샤먼의 배치 과정이 필연적으로 중요하게 개입하게 된다. 사실 신미나의 시에는 무속 체험과 감각이 빈번하게 암시적으로 드러난다. 그녀는 첫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2014)와 제2시집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2021)에서 신화나 샤먼의 체험을 두루 끌어들이고 있다. 그녀에게 신화나 샤먼적 요소는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과 기억의 산물이다. 신화와 샤먼적 요소는 “뜻 없이 반복되는 이야기”처럼 “먼 데서 음악 소리가 들”(‘어디 먼 데서 음악 소리가 들리고’)리는 기억에 담겨 있는데, 이는 “너무 많은 무늬를 몸에 새긴” 것 같아 끝없이 되풀이된다. 그것들은 자아를 지탱하는 배경과 같으며 이러한 사례는 그녀의 시 전체에 걸쳐 배치되어 있다. “지푸라기인형”(‘마고 2’, ‘백일몽’)과 “헝겊인형”(‘묘의 함’), “종이인형”(‘묘의 함’,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거울’)은 무(巫)와 관련을 두고 있으며, 탱화나 “천년을 물속에 살아야 사람으로 환생한다는 물가”(‘백일몽’) 이야기, “때리면 정신 든다는 무당 말”(‘불티’)에 “아비가 대나무 뿌리로 아들을 때”리는 주술성이라든가 “몸을 얻으려면 새 옷을 입어야”(‘홍합처럼 까맣게 다문 밤의 틈을 벌려라’) 하는 샤먼적 상상, 저승으로 떠나게 될 아기들이 가여워 제명과 맞바꿔 아기들을 살린다는 ‘마고’ 신화까지, 그녀는 수많은 샤먼적 요소를 활용하고 있다. 모든 것이 과학적 시선에 의해 지배되는 현대에 샤먼과 신화적 요소는 리얼리티를 감쇄시킬 수도 있을 법한데, 신미나의 시에서 그것들은 우리의 삶을 독특한 형태로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그녀는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겪은 기억을 중심으로 인문적 사유가 제거된 과학기술의 공허함과 허황된 논리를 비판하면서 그 빈 곳에 신화와 샤먼을 채워 넣는 것이다. 묘는 한 번도 태어나지 않은 아이 헝겊 인형이 대신 말을 한다 오색 종이로 만든 가마에 고깔모자를 쓰고 묘는 검정으로부터 왔다 묘의 주머니는 작고 이따금 탄내가 난다 주머니 속에는 타다 만 볍씨가 있다 묘의 상자 속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가 있고 정글짐 꼭대기의 해가 타고 있다 - ‘묘의 함(函)’ 전문 ‘묘’는 “한 번도 태어나지 않은 아이”로서 “헝겊 인형이 대신 말을” 하고 “오색 종이로 만든 가마에 고깔모자를 쓰고 묘는 검정으로부터” 온 존재이다. 종이 가마에 고깔모자를 쓴 검정으로부터 태어난 ‘묘’는 제의를 치르는 무당 같은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묘의 상자 안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가 있”다. 바로 이는 접신과 빙의된 샤먼의 모습이다. ‘종이 인형’을 한 묘의 상자 안에는 타인의 삶이 담겨 있는데 거기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도 있다. 시인이 은유하는 것은 시대의 종말과 위기에 있지 않다. 다만 그녀는 시공을 초월하여 보편적이라고 믿어 왔던 인간의 존재방식에 균열을 낼 뿐이다. 기술 발전과 합리성이 채워 주지 못하는 소외와 불안을 ‘무속’ 모티프를 통해 진단하고 ‘해원’이라는 처방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할머니가 장사치로 떠도는 게 싫어서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화를 냈더니 이고 있던 채반을 내려놓고 갔다 채반 위에 팥 한 알 또렷이 남았다 다음날엔 보따리를 두고 갔다 매듭을 풀어보니 지푸라기 인형이 나왔다 겨드랑이에 손을 끼우고 일으켜 세워도 자꾸만 목이 꺾였다 배를 갈라보니 노란 것이 반짝 했다 금니였다 할머니의 등에 새긴 문신은 쟁기, 방패 귀갑 귀갑, 쟁기, 방패 마작처럼 패를 뒤집어 얼굴이 자도르르 돌아간다 쟁기, 방패, 귀갑 귀갑, 쟁기, 쟁기 눈, 코, 잎을 갈아 끼운다 높고 슬픈 노래를 물려주려고 잠들면 가만 코에 손가락을 대본다 할머니는 피가 너무 환해서 인간의 잠을 자지 못한다 - ‘마고 2’ 전문 장사치로 떠도는 할머니가 등장하자 화자는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화를 낸다. 이는 가난한 할머니의 고통이 새겨 넣은 상처를 마주하는 화자의 고통을 암시한다. 종종 가난으로 얼룩진 기억은 삭제되거나 묻히는데, 시인은 할머니의 기억을 아프게 되살려 고통과 가난을 마주하는 순간을 불러낸다. 할머니는 보따리를 두고 갔지만 그 매듭을 풀어 보니 지푸라기 인형이 그 안에서 나온다. 아무리 일으켜 세우려고 해도 자꾸 목이 꺾이기만 하는 인형의 배를 갈라 보니 노란 금니가 반짝이고 있다. 지푸라기 인형이라는 샤먼적 요소를 통해 할머니와 접신하는 경험은 신비롭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신화와 샤먼적 요소를 통해 추억으로 남은 것이다. 할머니에게 들었던 신화를 통해 다시 할머니를 만난 것이다. 할머니의 등장이 어린 손녀가 겪어 갈 미래에 대한 염려 때문이라는 전개는 신화의 이미지를 거느리는데 “배를 갈라보니” 노란 금니가 나온다는 신화는 작품에 이러한 환상성을 부여하고 있다. 붉은 구슬을 입에 물고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흰 천을 배로 가르며 할머니가 나왔 습니다 천수관음은 천개의 손으로 슬픔을 어루만진다는데 손이 천개면 세상의 눈물을 닦을 수 있습니까 뜨거워서 그래, 아가 어쩌다 네 마음에 명랑을 잃었니? 할머니는 천수(泉水)를 한 모금 머금고 내 입에 흘려 열을 식혀 주었습니다 봄에 난 콩 싹처럼 웃어보라, 해를 피하지 않는 해바라기처럼 용감해라, 물 만난 오리처럼 신나게 욕해보라, 비 온 뒤 제비처럼 까불어라, 분수처럼 솟구쳐라, 쪼개고 쑤시고 부러뜨려라, 톱날의 요철과 같이 벌떼처럼 화를 내라, 연기처럼 곧게 서라, 백합처럼 기도하고, 뛰고 달리고 돌아서서 안고 뱉고 찢고 발 굴러라 할머니는 겹겹의 모란 치마로 나를 폭 싸서 공중에 띄웠습니다 키질하듯이 위아래로 까부르니 몸이 아기만큼 작아져 배꼽이 간지럽고 이히히 웃음이 났습니다 할머니는 내가 말을 배우기 전 아기들만 아는 우스운 재미로 슬픔을 걷어가려 한 것인데 오랜만에 웃은 게 세상에 없는 일인 걸 알고 섭섭해서 눈을 감았습니다 - ‘탱화 3’ 전문 화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흰 천을 배로 가르며 할머니가 오셨다는 것은 시인에게 강림하는 샤먼적 순간을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명랑을 잃은” 화자에게 할머니는 “천수(泉水)를 한 모금 머금고” 입에 흘려 열을 식혀 주었다. 이러한 발화를 통해 할머니의 존재는 화자에게 한 차원 더 명확해진다. 할머니는 “…웃어보라, …용감해라, …욕해보라, …까불어라, …솟구쳐라, …부러뜨려라, …화를 내라, …곧게 서라, …기도하고, 뛰고 달리고 돌아서서 안고 뱉고 찢고 발 굴러라”라고 위로하며 말을 배우기 전 아기들만 아는 재미로 슬픔을 걷어가려 했기 때문이다. 이런 할머니에 대해 화자는 “오랜만에 웃은 게 세상에 없는 일인 걸 알고 섭섭해서 눈을 감”는다. 화자에게 할머니는 ‘웃음을 주는’ 존재이며 삶에 원초적인 힘을 주는 정신적 동반자이다. 할머니의 상실을 지우고 할머니의 존재를 보존하는 방식은 기억에 의해 가능한 것인데, 시인은 신화적이고 샤먼적인 신비함을 그 안에 담음으로써 이러한 작업을 수행한다. 할머니와의 만남을 신비한 일로 확장해 가면서 신화적이고 샤먼적인 성격을 현실로 돌아오게 한 것이다. 3. 존재론적 근거로서의 기억을 통한 표준화에의 저항 할머니는 현존하지 않고 시인의 몽상과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베냐민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르면, 신미나는 과거를 고정적 점으로 보지 않고 현재로부터 관찰하고 불러낸다.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기억으로 새겨진 것은 언젠가 ‘있었던’ 실재일 뿐이다. 그러나 신미나는 세속적 질서 속에 할머니의 기억과 농촌 경험을 가져와 행복에 대한 표상을 과거로부터 형성한다. 화석으로 남은 시골이 따스한 공간이었다는 전언을 통해 도시가 가진 허상을 비판하고 지금까지 가졌던 삶의 불균형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다. 신미나는 이렇게 자신의 기억을 응시하면서, 데리다가 말하는 흔적(trace)을 만지는 일을 수행한다. 수레가 남긴 바퀴자국을 토대로 동물과 수레의 현전을 논할 수 없듯 그의 흔적은 ‘없다’를 말할 수 없는 심적 자국인 것이다. 그 점에서 ‘지켜보는 사람’을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의 첫 작품으로 배치한 것은 퍽 유의미하다. 본다는 것, 보았다는 것은 허상이 아닌 실상으로, 부재가 아닌 존재로 인정하는 일이며, 그 존재성은 사라지지 않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있는’ 것과 ‘있었던’ 것이 가지는 존재성의 기대를 동시에 내포한다. 한 알의 레몬이 테이블 위에 있다 오래전에 있었던 것처럼 금방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한 알의 레몬이 눈앞에 있다 그것을 치우면 레몬은 과거형으로 존재한다 흰 테이블보 위에 레몬이 있다 눈을 감아도 레몬은 레몬 빛으로 남고 나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진심으로 보인다 - ‘지켜보는 사람’ 부분 화자는 테이블에 놓인 “오래전에 있었던” 한 알의 레몬을 바라본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레몬은 비록 치워진다 해도 ‘과거형’이 될 뿐 비(非)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리했던 것은 눈을 감아도, 그것을 치우더라도, “레몬 빛으로” 남는 ‘사실’이 되고 “진심으로” 보이는 것이 된다. 존재의 가치는 시간이 증여한 것도 아니고 사회가 합의한 상징도 아니다. 그것은 개인이 경험하여 의미가 솟아나는 지점에서 생겨날 뿐이다. 그 세계에서 기호화되지 못한 것들은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림자를 만”들고 조용히 남아 있게 된다. 이는 “쪼그리고 앉아”(‘단조’)서 보던 물에 불어나는 한 톨의 쌀알이 “찬 벽에 발을 대고 누”워서도 천장에 떠오르는 또렷함 같은 것이다. 기억은 ‘있었던’ 것의 부재를 또 하나의 존재로 인정하는 과정으로 도약한다. 동요 속에서 마구 튀어오르거나 우글거리는 기억의 운동성은 존재의 살아 있음을 말해 주는 증거가 된다. 시인이 쓸모없는 일로 여겨지는 기억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기억 속에 오롯이 권역을 형성하고 우리의 인식과 감각에 등장하는 본연의 것들은 비록 외곽으로 밀려나 버렸다 해도 우리를 상실과 폐허 속에서도 살아가게 하는 존재론적인 근거이기 때문이다. 물론 때때로 기억은 자주 하찮고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기억이 물질적인 감각에 찍힌 낙인일 때 신미나의 시는 기억의 집적을 통해 그러한 규정을 벗어난다. 그의 기억은 일정한 시공간과 서사와 감각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은 생명의 고리를 이으면서 긍정적으로 순간순간을 끌고 나간다. 보들리야르는 현대를 가리켜 “현존하는 모든 시스템의 비만 상태”라고 지적하면서도 현대인은 기억과 상상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잊어버렸다고 말한다. 신미나의 시는 언어의 옷을 채 입지 못한 기억들로 가득 채워짐으로써, 시적 주체를 추동하는 공감의 발원지로 기능하게 한다. 새로운 것의 권위에 대해 역설한 콩파뇽은 기억을 유행과 현대적인 것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이는 기억이 ‘새로움’에 대한 ‘낡음’이라는 모순관계의 짝패가 아니라 오히려 현대가 담아내지 못하는 ‘상상력’의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공연한 일들”과 “쓸모없는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신미나의 목소리는 기억의 세부를 포착하겠다는 의지이며, 그녀의 시는 폐기되는 세부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미나는 주변에 널린 세부에 주목하면서, 삶은 지평이 아니라 오히려 세부의 집적임을 말한다. 이때 세부는 여러 차원의 경험으로 채워진 모래사장으로서, 우리는 그 속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공연한 것들, 쓸모없는 것들은 삶을 채워 주는 세부인 것이다. 그녀의 시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식과 불화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법칙 이외에 어떤 언설에도 동요하지 않고 자신이 지향하는 고유의 법칙을 유지한다. 이때 도시는 다름과 비뚜름 대신 바름을 동의반복적(同意反復的)으로 배열하고 배치하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유동하는 세계 어디를 가도 한가운데 자랑스럽게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바로 도시이기 때문이다. 네모반듯한 도로와 건물, 기호와 상징, 그 속에서 현대인은 한 방향으로 향하는 물고기 떼처럼 몰려간다. 모든 공간이 유사해지면서 모국어가 있어도 전 세계가 몇몇 우세어를 중심으로 통일되고 있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표준화와 평균화에 저항하는 신미나 시의 힘이다. 이상하지 않나요, 이런 고요는 몰려오던 해일이 눈앞에서 멈춘 듯한 누군가 세계의 안과 밖에 커다란 간유리를 끼워두었으므로 나의 폐는 부레가 될 수 없고 물고기는 눈을 깜빡일 수 없어요 빛에 일렁이는 물 그물이 나의 발을 얽을 뿐입니다 - ‘아쿠아리움’ 부분 물주름 없는 물결 귀를 떠난 소리 풀 없는 인공 정원 - ‘홍제천을 걸었다’ 부분 현대인의 행동 양식은 모든 면에서 어떤 인공적인 것의 제작 방식과 일치하는 양상을 보인다. 같은 것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현대인은 동화되어 가고 있다. 노동하는 동물로 격하된 채 살아갈 뿐 거부와 배척이 두려워 ‘소수-되기’를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살아가는 도시는 개인에게 감동을 주는 일에 대하여 어떤 말도 하거나 듣지 않는다. 도시인다운 ‘다수-되기’(에티엔 발리바르)를 지향하게끔 할 뿐이다. 도시는 고유한 특성이 제거된 개인을 색인 속에 분류하고 저장한다. 그런 가운데 개인의 슬픔은 썩어 가거나 사라지게 된다. 도시인의 언어는 차가운 콘크리트 언저리에서 싹튼 불쾌하고 축축한 우울과 소외의 언어가 된다. 그런 언어로 표지된 도시인은 자신의 결여된 내면성을 드러낼 방식이 없게 된다. 이러한 세계에 대한 미학적 항의가 신미나의 시다. 4. ‘나 사는 곳’의 발견 과정으로서의 기억 혹자는 신미나의 시에서 농촌과 자연과 가난이 빚어낸 서정성을 읽어낸다. 그러나 우리는 더 확장된 의미로서 폭력의 시대에 소실되어 가는 ‘나 사는 곳’(오장환)을 훑는 작업을 읽어 낸다. 모국어의 소실과 전통의 소외와는 달리 매체와 일상을 메우는 것은 온통 서구 것이다. 케이팝(K-Pop)과 한류(Korean-Wave)도 서구 입맛에 맞춘 예능으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SNS의 시대,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 하이브리드-스토어 등 과학기술의 발전은 콘택트 없이도 실시간 업무를 가능하게 했고, 신용카드라는 합의된 인증 방식의 결제를 통해 우리의 취향과 입맛은 모두 통제되고 있다. 이런 위험신호를 감지한 신미나는 ‘나 사는 곳’을 중심으로 우리의 것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내고 있다. 보들레르가 현대성을 현대인의 불안과 관련시켜 읽어 냈다면, 신미나는 현대성을 폭력과 상실로 읽어 낸다. 그녀가 읽은 현대라는 미달태(未達態)는 “누군가 세계의 안과 밖에 커다란 간유리를 끼워”(‘아쿠아리움’) 둔 것과도 같아 “폐는 부레가 될 수 없고 물고기는 눈을 깜빡일 수 없는” 상실의 세계일 따름이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머금고 “그만, 이라고 말해도 자꾸만 공을 물어 오는 착한 개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폭력인 것이다. 아쿠아리움에 가둔 물고기 세상처럼, 우리가 사는 곳은 동일한 풍경이 반복되어 나타나고 “풀 없는 인공 정원”(‘홍제천을 걸었다’)이 가득한 곳이 되고 말았다고 시인은 진단한다. 마당이 있는 저 집에서 살면 참 좋겠다 언덕 위에는 여자 대학교가 있고 배구공 튕기는 소리도 가끔 들리고 비빔국수 잘하는 냉면집도 있고 가을이면 키 큰 은행나무가 긍지처럼 타오르는 동네 문방구 평상에 한참을 앉아 있어도 핀잔주지 않는 할머니가 있고 옆에서 신문지 깔고 고구마순 껍질이나 같이 벗기고 싶고 해 지기 전에 수건을 걷어 오른팔에 얹고 옥상에서 내려갈 때 젖이 불은 개가 헐떡이며 걸어가는 것을 보는 집 보러 왔다가 그냥 간다 이가 썩어 구멍 난 데를 혀로 쓸며 돌아보는 사직동 - ‘지하철역에서 십오분 거리’ 전문 ‘고스트 타운’(베냐민)이 된 도시가 현대화의 필연적 산물이라면 시인이 바라는 도시는 어떤 곳일까? “풀 없는 인공 정원” 대신 “마당이 있는” 집이고 “문방구 평상에 앉아 있어도 핀잔주지 않는 할머니가” 있는 곳이다. 부품을 한데 모아둔 것처럼 젊은이들만 들어찬 도시가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공간이며, 아이들이 애용하는 문방구 평상이 있는 공간이다. 또 획일화되지 않은 무정형의 공간이며 비폭력적 공간이자 비상실의 장소이다. 빌딩과 벽이 없는 언덕 위에 여자대학교가 있는 곳이며 그곳에서 “배구공 튕기는 소리도 가끔 들리고” 비빔국수 잘하는 냉면집도 있어 맛볼 수 있는 “가을이면 키 큰 은행나무가 긍지처럼 타오르는 동네”인 것이다. 시인이 이러한 공간성을 가져오는 방식은 ‘우리 것’의 회복이자 ‘나 사는 곳’의 확인 과정인 셈이다. 첫 시집에서부터 발견되는 그의 시적 공간은 도시 미학적 공간과 거리가 이처럼 철저하게 멀어진다. 또한 신미나의 시는 흔적으로만 남은 우리말의 보고이다. 현대적인 것을 이루는 성좌를 완성할 때 세련된 시어의 반복과 나열이 필수라면 시인의 언어는 낡은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적인 것으로 명명된 모든 상황에서 시인이 채우는 장판, 요, 밥물, 물금, 내천, 조약돌, 연밥, 무밭, 아욱잎 등 추억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우리의 감각적 언어가 더 감각적이고 새로운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시인은 농도 짙은 외래어를 사용하기보다 ‘싱고’, ‘무이모아이…’ 같은 우리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쏟아져 흐르는 외래어와 말줄임에 우리말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언어란 얼마나 나약하기만 한가? “나는 오리라 하였고 당신은 거위라” 하였으며, “나는 공복이라 하였고 당신은 기근”이라 부르며, “당신은 성북동이라 하였고 나는 종암동이라” 하였다는 등 언어는 불통을 잠재적으로 내재한다. 언어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일치”(‘사랑의 순서’)하는지도 모른다. 신미나는 시가 소통되지 못하는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독자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도시의 방식인 고통의 언어 대신 모태의 언어를 내뱉는다. 모태의 언어는 관찰과 소통과 사색을 통해 유래된 ‘흙’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자기를 더 많이 드러내고 표출하는 도시 방식 대신 듣고 보고 느끼는 ‘삼중(重)의 겹’을 택한 결실이다. 이때 시인은 도시 안에서 ‘보는 자’이자 ‘느끼고 듣는 자’가 된다. “휘파람을 불며 길을 나서”면 “리어카에 폐지를 실은 노인들”(‘입김’)도 볼 수 있고, “한 손으로 번쩍 아이를 들어올리는”, “얼굴만 아는 여자”(‘길음동’)도 만날 수 있다. 또 “신발을 꺾어 신고 앞서”(‘모란과 작약을 구별할 수 있나요?’)가는 이를 살펴볼 수도 있다. 화자가 바라보는 것은 무언가가 되지 못한 세부이며 삼중의 겹을 통해 시로 현상된 것들인 셈이다. 또한 그녀의 시는 우리로 하여금 “수건 안감의 아라베스크 무늬”를 보게 하고 “귀 기울여 듣게” 한다. 우리는 말하기를 유보하고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선행해야 비로소 삼중의 겹을 완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 머리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 과정이 그 안에 있다. 장마 지면 정미네 집으로 놀러 가고 싶다. 정미네 가서 밍크이불을 덮고 손톱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고 싶다 김치전을 부쳐 쟁반에 놓고 손으로 찢어 먹고 싶다 새로 온 교생은 뻐드렁니에 편애가 심하고 희정이는 한 뼘도 안 되는 치마를 입는다고 흉도 볼 것이다 말 없는 정미는 응 그래, 싱겁게 웃기만 할 것이다 나는 들여놓은 운동화가 젖는 줄도 모르고 집에 갈 생각도 않는다 빗물 튀는 마루 밑에서 강아지도 비린내를 풍기며 떨 것이다 불어난 흙탕물이 다리를 넘쳐나도 제비집처럼 아늑한 그 방, 먹성 좋은 정미는 엄마 제사 지내고 남은 산자며 약과를 내올 것이다 - ‘정미네’ 전문 “밍크이불”은 어느 집에나 있었고 우리는 그 “밍크이불을 덮고 손톱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김치전을 부쳐 쟁반에 놓고 손으로 찢어 먹고” 싶다고 느낀 경험과 교생의 편애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기억, 예쁜 친구를 험담하던 기억이 시인의 머리에서 튀어나올 때까지 우리는 그저 기억 속에 둥둥 떠 있기만 했을 것이다. 신미나의 시는 우리에게 ‘스스로 주어짐으로 돌아감’(장뤼크 마리옹)을 선사한 기억의 주체인 셈이다. 또한 신미나의 기억은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뿐 아니라 더 거슬러 올라가 시대적 소멸의 흔적을 길어 올린다. 어머니가 들려주신 마고 이야기(‘마고 1·2’)를 소재로 삼는가 하면 할머니의 기억과 할머니와의 접신 과정을 ‘탱화’(‘탱화 1·2·3’)로 드러내기도 한다. 만약 시간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정의한다면 ‘새로움’의 추구라는 개념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신미나의 시에서 전통적 서정성을 읽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는 과제를 저버린 것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이는 시가 발견해야 하는가, 발명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일 뿐이다. 신미나의 시는 시간 개념을 긍정하며 발명보다 발견을 더 큰 화두로 삼는다. 이는 타인에게 물려받은 것을 거부하는 것이며 기호화되지 않은 세부의 것을 발견하려는 의지를 내포한다. 그리고 발견은 ‘나 사는 곳’을 살피는 몸짓이며 몸에 각인된 과거를 통한 시인의 존재 방식에 대한 근원적 모색을 뜻한다. 신미나는 언어적 한계를 무화(無化)하기보다 기억을 통해 자신이 실감하는 쪽을 그려 내고 있는 것이다. 기억을 되살려 시어를 택하고 그 속에서 실감을 표현하는, 들뢰즈식으로 ‘행동하는’ 시인인 셈이다. 단절과 폐허의 상황에서 그녀는 ‘벽’이 아닌 ‘문’을 택하고 단절이 아닌 소통을 지향한다. 선명한 기억이야말로 개인을 지탱하는 근원적 뿌리이며 개인의 감각과 사회의 전체성을 함께 붙드는 운동임을 그녀의 시는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 사람 머리 위에서 물구나무, 100계단 오르며 세계신기록…압도적 균형감각 (영상)

    사람 머리 위에서 물구나무, 100계단 오르며 세계신기록…압도적 균형감각 (영상)

    20년 넘게 무술을 연마한 베트남 형제가 ‘한계는 없다’는 걸 몸으로 증명했다. 26일(이하 현지시간) 베트남 국영방송 VTV는 한 곡예사 형제가 기네스 ‘머리 위에 사람 올리고 균형 맞추며 연속으로 계단 오르기’ 부문에서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고 보도했다. 곡예사 형제 장 꾸옥 코(37)와 장 꾸옥 응이엡(32)은 23일 스페인 지로나 대성당 앞에서 100개 계단을 53초 만에 오르며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다. 계단을 그냥 올라간 게 아니라 머리와 머리를 데칼코마니처럼 수직으로 맞대고 균형을 맞추며 걸어 올라갔다.형제는 그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았다. 서로의 균형감각에 기대어 경사진 계단을 올랐다. 형제는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 그간 훈련한 대로 안정적인 호흡과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덕분에 결승선에 성공적으로 도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 계단 10개는 기존 90개 계단과 높이와 재질이 달랐다. 연습 기회가 없었는데 다행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로나 대성당 앞 계단이 90개뿐이라, 기네스 측은 이번 도전을 위해 임시 계단 10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이로써 형제는 2018년 같은 장소에서 페루 곡예사들이 세운 세계기록은 물론, 2016년 본인들 기록도 경신했다.형제는 2016년 12월 90개 계단을 52초 만에 올랐다. 2014년 중국인들이 세운 25계단 60초 기록을 3배 이상 늘리며 기네스 신기록을 수립했다. 해당 부문에서는 세계에서 형제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형제는 “15년간 기술을 연마했다. 많은 사고와 부상을 겪었고, 이제 더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런 위험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계속 도전했고 결국 우리는 성공했다”라고 기뻐했다. 하지만 2018년 10월 페루 곡예사들이 97개 계단을 오르며 형제의 기록은 깨졌다. 이후 형제는 왕좌 재탈환을 위해 부지런히 기술을 연마했다. 2018년 12월에는 눈을 가린 상태로 53.97초 만에 10개 계단을 내려갔다가 뒷걸음질로 올라가는 데 성공하며 새로운 기록을 탄생시켰다.형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소림 무술을 배웠다. 전통의학병원 의사였던 형제의 아버지는 무술로도 현지에서 유명했다. 형제는 그런 아버지 밑에서 매일 무술과 서커스를 연습했다. 10대 때부터 두각을 드러낸 형제는 호찌민시 서커스단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다. 평생을 곡예와 함께 산 형제는 23일 압도적 균형감각으로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걸 세계인 앞에서 증명하고 싶다”던 형제의 바람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 열흘 만에 회춘한 김정은… “북한도 포토샵 이용” [김유민의 돋보기]

    열흘 만에 회춘한 김정은… “북한도 포토샵 이용” [김유민의 돋보기]

    1984년생으로 아직 30대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급격하게 노화가 온 얼굴로 공식 석상에 나타난 지 열흘 만에 달라진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김정은 총비서는 2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에서 짙은 색 정장에 흰 셔츠, 넥타이를 한 모습이었다. 셔츠 목 부분은 헐렁해졌고, 깊어진 얼굴 주름도 옅어진 모습이었다. 지난 17일 평양 야외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열렸던 김정일 10주기 중앙추모대회가 최저 영하 6도의 기온으로 추웠던 것을 감안해도 눈에 띄게 입가와 팔자주름, 턱살이 없어지고 안색은 밝아진 모습이었다. 열흘 전 추모대회 때는 삼지연시 건설사업장 현지 지도에 나설 때(11월16일)와 같은 가죽코트에 비슷한 체격이었지만 불과 한 달 사이에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지고, 노화가 온 듯한 모습이었다. 김정은 총비서의 건강은 북한 내부 권력구도와 남북관계 등 한반도 상황이 급변할 수 있기에 큰 관심을 받는 부분이다. 집권 내내 연평균 6~7㎏씩 체중이 늘어왔던 김정은은 지난 7월 20kg 가량 체중이 준 모습으로 수차례 건강이상설이 불거졌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는 “총비서 동지가 수척해졌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내보내며 김 총비서의 체중 감량 소식을 전했다. 고도비만인 김 총비서가 당뇨와 고혈압같은 합병증으로 인해 체중이 빠졌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의학계에서는 당뇨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10kg 이상 체중이 급격히 빠진다고 알려져 있다.38살인 김정은 총비서는 군 부대나 공장, 병원이나 육아원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포착될 정도로 줄담배를 피우고, 술도 많이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 1994년 82세에 심근경색으로 사망했고,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8년에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가 3년 뒤 심근경색으로 숨졌기에 심장병 가족력도 지니고 있다. 일본 도쿄신문과 미국 글로브는 김정은 총비서의 ‘대역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우리 정부는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북한에서도 사진관서 포토샵 이용 최근 불과 며칠 사이에 얼굴에 있는 살과 주름이 없어진 것은 ‘사진’의 위력이 커 보인다. 건강 이상 및 노화 논란을 제기했던 사진은 ‘영상’ 캡처 사진이었다. 오늘 알려진 모습은 북한이 배포한 사진이기에 후보정을 거쳤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11월 조선신보는 평양시내에 위치한 스튜디오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2층 규모 건물에 사진관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스튜디오 모습이 보인다. 한국의 여느 스튜디오와 흡사하게 여러 소품과 배경을 비치했고, 컴퓨터를 이용해 보정 작업을 했다. 미국 어도비 사의 ‘포토샵’을 쓰는 모습이었다. 북한, 전원회의서 “농촌 발전 의제” 북한은 지난 28일 열린 제4차 전원회의 2일차 회의에서 농촌 발전을 단일 의제로 논의했다. 그만큼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정은은 집권 10년간 식량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코로나19와 대북 제재 장기화로 여건은 더 나빠졌다. 감염병 때문에 중국과 국제기구 원조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가난하고 고립된 나라” 외신 혹평 27살의 나이에 최고지도자가 된 김정은 총비서의 ‘집권 10년’을 두고, 외신들은 “김정은이 핵에 매달려 북한이 가난하고 고립된 나라가 됐다”고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로이터통신도 북한의 국방력은 강해졌지만, 고립이 더 심해졌다며 결국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중국에 더욱 의존적인 나라가 됐다고 진단했다. BBC방송은 탈북자 10명을 인터뷰해 더욱 피폐해진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비판했고, 가디언은 북한이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유례없는 도전에 시달렸다고 분석했다. BBC는 젊은 지도자의 등장으로 변화를 기대한 북한 주민이 많았으나 “북한은 결과적으로 더욱 가난하고 고립된 국가가 됐다”면서 “김 총비서에게는 북한 인민에게 자유를 줄 힘이 있었지만, 2500만 북한 인민들은 자유를 얻는 대신 과거 어느 때보다도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비판했다. 가디언 역시 “김정은 지도하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자연재해, 코로나19로 초래된 유례없는 도전에 시달렸다”고 진단했다.
  • 2021년, 여러분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2021년, 여러분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2021년 참으로 힘든 한해였습니다. 특히 코로나19와의 사투가 길어지면서 사람들의 삶이 팍팍해졌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경영난으로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나야 했던 직장인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 자영업자들 외에도 시민들은 현재 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최근 요소수 사태까지 터지면서 큰 불편과 혼란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LH 부동산 투기 의혹, 데이트 폭력, 군부대 성폭력 사건 등 연일 쏟아지는 무거운 뉴스는 그 무게만큼이나 우리의 마음을 짓눌렀습니다. 그럼에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따뜻함을 보여준 일상 속 작은 영웅들이 희망을 선사했습니다.낙하물로 인해 위험해진 도로를 손수 치운 시민부터 퇴근길 꽉 막힌 도로에 갇힌 구급차에 길을 만들어준 운전자, 바다에 빠진 낚시꾼을 구조한 대한적십자사 소속 수상안전강사들, 그리고 교통사고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구조 활동을 펼친 군인들의 사연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했습니다. 특히 치매를 앓는 90대 할머니가 쓰러지자 이틀 동안 곁을 지킨 반려견 백구 사연은 긴 여운을 주었습니다. 작은 배려가 빛난 순간도 많았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의 귀가를 도운 해병대원들,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는 길에 접촉사고를 낸 아이 엄마를 토닥인 상대 운전자, 도로 위에 쏟아진 과일들을 보자 한마음으로 정리한 부산 시민들, 70대 고객이 갑자기 쓰러지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소중한 생명을 구한 천안의 마트 직원들까지, 아름다운 배려가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했습니다. 2021년 우리가 만난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 말벗해 주고 수속 밟아주고… “손자뻘이 동행해 든든해요”

    말벗해 주고 수속 밟아주고… “손자뻘이 동행해 든든해요”

    1인 가구·조손가정 등 서비스 제공“매일 1~2건 나가… 주로 60대 이상”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진 지난 23일 오전 9시. 병원 안심동행서비스 매니저 정대건(26·사회복지사)씨가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홀로 사는 방수남(79)씨 자택 앞으로 찾아왔다. 지난 10월 서울대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받고 두 달 만에 검진차 다시 병원에 가야 했던 방씨는 넓고 복잡한 병원을 떠올리니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서울시가 ‘병원 안심동행서비스’를 새로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렇게 방씨는 손자뻘 되는 매니저와 함께 수술 후 첫 병원 나들이를 했다. 정씨는 방씨의 병원 서류를 꼼꼼히 챙긴 뒤 휴대전화 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방씨와 정씨의 모습은 영락없이 할아버지와 손자로 보였다. 병원으로 이동하는 40분 동안 코로나19에 대한 걱정부터 젊은 시절 사업했던 이야기까지 정씨는 할아버지의 말동무가 됐다. 할아버지가 가장 어려워했던 길찾기도 정씨 덕분에 수월했다. 영상촬영을 위해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방씨가 어려움을 겪자 탈의실에도 함께 들어가 환복을 도와주고 벗어 놓은 옷도 대신 챙겼다. 방씨는 “수술 전후로는 대구에 있는 며느리가 서울을 오가며 병원에 함께 갔지만 이번에는 올 수가 없었다”면서 “병원에 가면 피를 뽑으라 하고 영상도 찍으라 하고 여기저기 가라고 하는데 어디가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31일에 한 번 더 병원에 가야 하는데 그때도 이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할아버지와 같은 1인 가구는 서울시 전체 398만 가구 중 139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4.9%를 차지한다. 1인 가구는 ‘아플 때 가장 서럽다’는 말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2020년 서울시 복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홀로 사는 사람이 제일 힘든 점으로 ‘몸이 아프거나 위급할 때 대처의 어려움’(32.5%)이 꼽혔다. 노인 가구는 거동도 불편해 쉽사리 병원을 가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병원 안심동행서비스를 시작했다. 1인 가구,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등 가족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시민이 대상이다. 거동이 불편하면 이동할 때 부축을 해 주고 신청자가 원하면 진료를 받을 때도 동행이 가능하다. 정씨는 “요새 매일 1~2건씩 동행을 나가고 있다. 보통 60대 이상이 많이 신청하고 상급 종합병원을 방문할 때 많이 이용한다”면서 “‘병원에 혼자 가기 무서웠는데 같이 갈 사람이 생겨서 고마웠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 말동무에 길찾기까지...손자뻘 매니저와 병원 가는 날

    말동무에 길찾기까지...손자뻘 매니저와 병원 가는 날

    1인 가구·조손가정 등 서비스 제공거동 불편하면 부축하고 진료 동행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진 지난 23일 오전 9시. 병원 안심동행서비스 매니저 정대건(26·사회복지사)씨가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홀로 사는 방수남(79)씨 자택 앞으로 찾아왔다. 지난 10월 서울대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받고 두 달 만에 검진차 다시 병원에 가야 했던 방씨는 넓고 복잡한 병원을 떠올리니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서울시가 ‘병원 안심동행서비스’를 새로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렇게 방씨는 손자뻘 되는 매니저와 함께 수술 후 첫 병원 나들이를 했다. 정씨는 방씨의 병원 서류를 꼼꼼히 챙긴 뒤 휴대전화 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방씨와 정씨의 모습은 영락없이 할아버지와 손자로 보였다. 병원으로 이동하는 40분 동안 코로나19에 대한 걱정부터 젊은 시절 사업했던 이야기까지 정씨는 할아버지의 말동무가 됐다. 할아버지가 가장 어려워했던 길찾기도 정씨 덕분에 수월했다. 영상촬영을 위해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방씨가 어려움을 겪자 탈의실에도 함께 들어가 환복을 도와주고 벗어 놓은 옷도 대신 챙겼다. 방씨는 “수술 전후로는 대구에 있는 며느리가 서울을 오가며 병원에 함께 갔지만 이번에는 올 수가 없었다”면서 “병원에 가면 피를 뽑으라 하고 영상도 찍으라 하고 여기저기 가라고 하는데 어디가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31일에 한 번 더 병원에 가야 하는데 그때도 이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할아버지와 같은 1인 가구는 서울시 전체 398만 가구 중 139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4.9%를 차지한다. 1인 가구는 ‘아플 때 가장 서럽다’는 말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2020년 서울시 복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홀로 사는 사람이 제일 힘든 점으로 ‘몸이 아프거나 위급할 때 대처의 어려움’(32.5%)이 꼽혔다. 노인 가구는 거동도 불편해 쉽사리 병원을 가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병원 안심동행서비스를 시작했다. 1인 가구,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등 가족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시민이 대상이다. 거동이 불편하면 이동할 때 부축을 해 주고 신청자가 원하면 진료를 받을 때도 동행이 가능하다. 정씨는 “요새 매일 1~2건씩 동행을 나가고 있다. 보통 60대 이상이 많이 신청하고 상급 종합병원을 방문할 때 많이 이용한다”면서 “‘병원에 혼자 가기 무서웠는데 같이 갈 사람이 생겨서 고마웠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 [월드피플+] 美 88세 할아버지, 70년 만에 손녀와 함께 대학 졸업

    [월드피플+] 美 88세 할아버지, 70년 만에 손녀와 함께 대학 졸업

    88세의 할아버지가 무려 70년 만에 꿈에 그리던 대학 졸업장을 받았다. 최근 미국 NBC뉴스 등 현지언론은 샌 안토니오 출신의 르네 네이라(88) 할아버지가 지난 11일 자신의 손녀와 함께 텍사스 대학을 졸업했다고 보도했다. 이제는 자랑스러운 경제학 학사 학위를 손에 쥔 할아버지는 지난 1950년 대 처음 대학에 입학했으나 가정 여건 상 공부를 계속 할 수 없었다. 결혼 후 무려 5명의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생활을 위해 돈을 벌어야 했던 것. 할아버지는 "당시 학사 학위를 받는 것이 내 인생 목표이자 꿈이었는데 가정을 꾸리면서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면서 "이후에도 몇 년 동안 여러 번 수업을 듣기는 했지만 회사에 다니면서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대학 졸업의 꿈은 그대로 꿈으로 끝나는 듯 보였지만 뒤늦게 손녀 딸의 진학이 동기부여가 됐다. 손녀인 멜라니(23)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할 뜻을 밝히자 할아버지도 오랜시간 가슴 속에 묻어둔 꿈이 되살아난 것. 이에 두 사람은 함께 지역 커뮤니티 칼리지에 입학해 지난 2017년 졸업한 후 텍사스 대학에 편입했다.  물론 노년의 할아버지가 청년들처럼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역시 손녀 멜라니였다. 두 사람이 텍사스 대학에서 단 한번도 같은 수업을 들은 적은 없지만 이들은 함께 등교하고 공부하고 식사를 함께 했다. 멜라니는 "학교에서 할아버지는 매우 유명했으며 너무나 자랑스러웠다"면서 "자가용이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난청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공부한 할아버지의 강인함과 인내심은 다른 학생들에게 큰 귀감이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할아버지에게 여러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에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휴학해야 했고 지난 1년 동안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최근에는 청력을 잃고 말하기도 힘든 상황까지 온 것. 이에 멜라니와 가족들은 대학 측에 졸업을 인정하는 학위를 수여해 달라고 요청해 결국 할아버지는 꿈에 그리던 학사학위를 받았다.   멜라니는 "건강이 악화된 할아버지가 매우 행복한 생의 마지막 기억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면서 "할아버지가 너무나 자랑스럽고 이 추억을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밝혔다.   
  • 2021 KBS 연예대상에 문세윤…“상의 무게 이겨내 보겠다”

    2021 KBS 연예대상에 문세윤…“상의 무게 이겨내 보겠다”

    데뷔 20년 차 개그맨 문세윤(39)이 생애 첫 연예대상을 거머쥐었다. 문세윤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2021 KBS 연예대상’에서 김숙, 김종민, 박주호 가족, 전현무 등 4팀의 후보를 제치고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올해 KBS에서만 ‘1박2일’ 시즌4를 비롯해 ‘갓파더’, ‘트롯 매직유랑단’ 등 3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활약했다. 지난해 최우수상에 이어 대상을 받은 문세윤은 수상자로 “오늘 크리스마스인데 저한테까지 산타 할아버지가 올지 몰랐다”며 “제가 과연 이 상의 무게를 감당하면서 활동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지만, 잘 이겨내면서 열심히 활동해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처음 받아봤다는 그는 수상 소감을 많은 분들 앞에서 상을 직접 받는 것도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항상 지치고 쓰러질만하면 은인 같은 분들이 한 명씩 나타나서 제 손을 잡아주고 끌어주셔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며 함께 대상 후보에 오른 김숙과 신동엽 등에 감사를 표했다. 이어 ‘1박2일’ 시즌4 멤버들을 언급하며 “지금은 함께하지 못하지만 우리 선호에게도 고맙다고 전해주고 싶다”며 사생활 논란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배우 김선호에게도 인사를 전했다. 2001년 SBS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SBS TV 코미디 프로그램 ‘웃찾사’, tvN ‘코미디빅리그’,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이날 시상식은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으로 진행됐으며 김성주, 문세윤, 한선화가 MC를 맡았다.
  • 총쏘는 산타?…어린이들과 돌격하는 러시아 군의 크리스마스

    총쏘는 산타?…어린이들과 돌격하는 러시아 군의 크리스마스

    전세계가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차분한 크리스마스를 맞은 가운데 소총을 들고 어린이들과 훈련에 나선 러시아판 산타클로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해외언론은 시베리아 도시 케메로보의 설원 속에서 훈련 중인 러시아 국가방위군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산타 복장을 입고 돌격에 나선 이들은 현지 군인과 경찰 생도들이다. 이들은 사격까지 하며 실전을 방불케한 훈련을 했는데 흥미로운 것은 역시 왜 군복 대신 어울리지 않은 산타 복장을 했느냐는 점이다. 러시아에서는 산타클로스를 ‘서리 할아버지’라는 의미의 데드 모로즈라 부른다. 슬라브 신화에 등장하는 러시아판 산타클로스로 역시 크리스마스 때 찾아와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준다. 다만 데드 모로즈는 빨간색 옷과 더불어 파란색 옷을 입기도 하며 지팡이로 못된 사람을 얼려 버리기도 한다. 곧 이들 군인들이 데드 모로즈 복장을 한 것은 크리스마스 이벤트인 셈으로 어린이들에게는 실제 총 대신 모형 총이 제공됐다. 현지언론은 "러시아 산타는 소련의 스탈린 통치 시기인 1937년 첫 등장해 크리스마스의 새로운 상징이 됐다"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는 와중에 이같은 이벤트가 이채롭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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