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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책꽂이]

    가녀장의 시대(이슬아 지음, 이야기장수 펴냄) 매일 한 편씩 이메일로 독자들에게 글을 보내는 ‘일간 이슬아’로 알려진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할아버지가 통치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여자아이가 글쓰기로 가세를 살린다. 가부장도, 가모장도 아닌 ‘가녀장’이 집안 권력을 잡으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가족 이야기. 316쪽. 1만 5000원.아메리칸 프리즌(셰인 바우어 지음, 조영학 번역, 동아시아 펴냄) 민영교도소인 미국 루이지애나주 윈 교정센터에 교도관으로 위장 취업한 기자가 쓴 르포르타주다. 4개월간 교도관으로 일하며 교도소의 일상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미국 교도소 산업의 민낯과 인종차별의 현장, 그리고 교도관으로 일하며 겪는 인간성 상실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428쪽. 1만 8000원.삼국시대 손잡이잔의 아름다움(박영택 지음, 아트북스 펴냄) 미술평론가이자 수집가로도 유명한 저자가 직접 모은 가야·신라시대 손잡이잔 75점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흑색 경질 토기로 1000도 이상 고온에서 구워 낸 회청색 잔의 조형미는 물론 가야·신라인의 당대 생활, 미의식, 나아가 그들의 세계관까지 훑는다. 408쪽. 2만 6000원.마지막 지평선(아메데오 발비 지음, 김현주 옮김, 북인어박스 펴냄) 조물주가 세상을 창조했다면 그 조물주는 누가 만들었나. 빅뱅이 우주의 기원이라면 그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이탈리아 천문학계에서 주목받는 저자가 우주를 둘러싼 현대 물리학계의 공방을 풀어낸다. 이탈리아 학생과 교사 1만명이 최고의 과학 대중 저작물에 수여하는 아시모프상 수상작. 304쪽. 1만 8000원.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스테파니 카치오포 지음, 김희정·염지선 옮김, 생각의힘 펴냄) 신경 과학자가 최신 뇌과학과 행동과학 연구들, 그리고 독신주의자에 가까웠지만 한 남자에게 반해 결혼까지 이르게 된 경험을 기반으로 사랑의 작동원리를 분석한다. 저자는 사랑은 감정이 아닌 사고방식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308쪽. 1만 7800원.반도체 삼국지(권석준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은 그야말로 전쟁 중이다.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려 하고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늘리려 한다. 미중 구도 대결 속에서 일본 역시 과거의 명성을 노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의 앞날을 전망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360쪽. 2만원.
  • 창원 팽나무 천연기념물 지정 기념행사...이장역할 배우 명예이장 위촉

    창원 팽나무 천연기념물 지정 기념행사...이장역할 배우 명예이장 위촉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와 화제가 된 경남 창원시 북부리 동부마을 팽나무 천연기념물 지정을 기념하는 행사가 12일 동부마을 팽나무 주변에서 열렸다.문화재청은 이날 오후 2시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 팽나무 주변에서 ‘창원 북부리 팽나무’ 천연기념물 지정 기념행사를 했다. 이날 기념행사는 창원시립교향악단의 식전공연을 시작으로 전영우 문화재위원장의 창원 북부리 팽나무 이야기, 지정서 교부 등 공식행사, 팽나무 영상 상영, 소프라노 황혜진 등의 축하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홍남표 창원시장에게 국가지정문화재 관리단체 지정서를 직접 전달했다. 창원시는 드라마에서 소덕동 이장역할을 맡았던 탤런트 정규수씨를 북부리 명예이장으로 위촉하고 위촉장을 전달했다. 북부리 동부마을 이장은 당산나무 할아버지로 위촉돼 위촉장을 받았다. 드라마에 나온 바이올린 연주를 팽나무 앞에서 재연하는 특별행사도 열렸다. 이두호, 이현세, 장태산 등 유명 만화작가들이 팽나무 천연기념물 지정을 축하해 그린 그림작품, 마을주민 윤소정 작가가 그린 고래그림 벽화 등이 마을 주변에 전시됐다. 오랫동안 마을 공동체 구심점 역할을 해온 창원 북부리 동부마을 팽나무는 수령이 500년쯤으로 추정된다. 전체 높이는 15m쯤이며 어른 가슴높이(1.2m) 둘레는 6.8m에 이른다. 마을 주민들은 팽나무앞에서 해마다 10월 초하루에 한 해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당제를 지낸다. 넓은 평야지대 중간 높은 동산위에 우뚝 서 있는 팽나무의 웅장한 모습과 주변 낙동강 전경도 장관이다. 동부마을 팽나무는 이같은 학술적·역사적·경관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7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창원 북부리 팽나무는 문화재청과 지역주민, 창원시가 협의체를 구성해 주민 재산권 피해를 최소화하고, 각종 민원 등 문제점을 선제적으로 해결한 첫 천연기념물 지정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창원시와 함께 북부리 팽나무 생육환경 개선, 관람환경 정비, 마을 축제 등 국가유산으로서의 위상에 걸맞는 체계적인 보존·관리·활용계획을 세워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홍남표 창원시장은 “북부리 팽나무 천연기념물 지정은 문화재청, 창원시, 시민이 합심해 이뤄낸 첫 사례이다”며 “창원시 대표 문화유산으로 자리잡고 시민 모두가 문화유산을 향유할 수 있도록 보호관리와 보존, 전승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부산영화제, 이민자의 삶과 마주하다

    부산영화제, 이민자의 삶과 마주하다

    도시락으로 김밥을 챙겨 와 ‘김밥소년’으로 놀림받는 캐나다 초등학생, 프랑스로 입양됐다가 우연히 친아버지와 가족을 찾은 여성,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20여년 영업한 주류 가게 주인의 딸.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플래시 포워드 부문에 초청된 ‘라이스보이 슬립스’와 아시아영화의 창에 초대된 ‘리턴 투 서울’, 와이드 앵글 부문에 초청된 ‘LA 주류 가게의 아메리칸 드림’ 주인공들이다. 각각 캐나다 교민 앤서니 심, 캄보디아계 프랑스인 데비 슈, 미국 이민 2세 엄소연 감독 작품인데, 어디에도 쉽게 섞이지 못하는 해외 교민들의 정체성 혼돈과 되찾기가 영화 주제다.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여덟 살 때인 1994년 캐나다로 건너간 심 감독의 자전적인 얘기다. 싱글맘 소영(최승윤 분)과 아들 동현(이선 황 분)이 낯선 여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는 차별과 소외를 다뤘다. 토론토국제영화제 플랫폼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제2의 미나리’란 얘기를 들었다. 노란 머리, 파란 콘택트렌즈로 정체성을 가리려던 동현과 아등바등 살던 소영은 췌장암 판정을 받자 강원도를 찾아간다. 아들의 할아버지 집이 있는 그곳에서 뿌리와 정체성을 확인하는 그들의 여정을 그렸다. 심 감독은 “한국 이민자 역사가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이민 2세들이 다양한 문화 분야에 뿌리를 내리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더욱 많아지는 것 같다”며 “이 영화 대본을 쓰면서 ‘미나리’의 선댄스영화제 수상 소식을 듣고 내용이 비슷하지 않을까 걱정하긴 했다”며 웃어 보였다. 아울러 “20년 전이었다면 이 영화가 캐나다 정부의 투자를 받고 제작될 수 있었을까”라고 되물었다. ‘리턴 투 서울’을 연출한 슈 감독은 지난 10일 BIFF가 마련한 오픈토크를 통해 “많은 사람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모두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된다”고 말했다. 2011년 실제 친구가 친아버지와 가족을 상봉하는 데 동행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찢어진 관계가 다시 연결되는 복잡한 과정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엄 감독의 다큐는 1992년 LA 폭동을 직접 경험해 흑인에 대한 적개심을 숨길 수 없는 이민 1세들과 폭동을 간접 경험했을 뿐이며 같은 유색인종으로 연대하려는 쪽에 마음이 기우는 이민 2세들의 세대 차이를 조명하며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 4대째 가업… “문헌 보고 하나씩 복원 뿌듯”

    4대째 가업… “문헌 보고 하나씩 복원 뿌듯”

    영화 ‘최종병기 활’에는 오랑캐를 두렵게 만든 조선의 비밀병기 편전이 등장한다. 편전은 크기가 작아 애기살로도 불리는데 통아(桶兒)에 넣고 쏘면 엄청난 운동에너지로 상대를 공격한다. 이수광의 ‘지봉유설’(1614)에는 “왜적들은 중국의 창법, 조선의 편전, 일본의 조총이 천하제일이라고 항상 말했다”는 대목도 보인다.워낙 베일에 가려 있다 보니 편전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유물로만 남아 있었다. 이 편전을 복원한 이가 바로 국가무형문화재 궁시장 유영기(87)·유세현(61) 부자다. 궁시장은 궁을 만드는 궁장과 화살을 만드는 시장으로 나뉘는데, 이들 부자는 시장에 해당한다. 아버지(1996년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밑에서 40년간 배우고 일한 유세현 명인은 11일 국가무형문화재로 인정받았다.이날 경기 파주시 영집궁시박물관에서 만난 유 명인은 “다른 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문화재로 인정되기도 하는데 살아 계셨을 때 보여 드릴 수 있어 기쁘다”며 웃었다. 유영기씨는 거듭 “잘됐다”고 말하며 “보유자가 됐으니 더 신중하고 조심히 해 나가라”고 당부했다. 유 명인은 4대째 화살을 만들고 있다. 확인된 것만 4대째이지 실제로는 그 이상일 것이라는 게 유 명인의 설명이다. 그는 “할아버지만 해도 이 직업이 홀대받던 세상에 사셨고, 각광받는 직업이 아니다 보니 드러내 놓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자연스럽게 아버지 밑에서 배웠듯 선대들도 자연스럽게 가업으로 이어 왔을 것이란 얘기다. 이들 부자가 복원한 화살은 편전과 통아를 비롯해 육량전, 무촉전, 세전, 신전, 영전, 관이전 등이 있다.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활의 민족인데도 빠르게 사라져 가던 다양한 화살이 유씨 부자를 통해 이어질 수 있었다. 특히 비밀병기인 편전은 수차례의 연구 끝에 최대 428m까지 날아가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다 보니 문헌에서 괜찮은 걸 발견한다거나 하나씩 복원해 나가면서 점점 화살이 나아지는 걸 보면 뿌듯하다”는 유 명인은 “다양한 활쏘기가 이뤄지려면 우리 같은 사람들이 전통 화살을 복원해야 한다. 해 오던 대로 꾸준히,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 왜구도 오랑캐도 떨게 만든 ‘편전’… 장인의 숨결 담긴 한국 화살

    왜구도 오랑캐도 떨게 만든 ‘편전’… 장인의 숨결 담긴 한국 화살

    영화 ‘최종병기 활’에는 오랑캐가 두려워하는 조선의 비밀병기 편전이 등장한다. 편전은 크기가 작아 애기살로도 불리는데 통아(桶兒)에 넣고 쏘면 엄청난 운동에너지로 상대를 공격한다. 사거리도 길어 공격하기 좋고, 작고 빨라서 피하기도 어렵고, 통아까지 한 세트라 적군이 주워도 쓰지 못한다. 편전에 대해 이수광은 ‘지봉유설’(1614)에 “왜적들은 중국의 창법, 조선의 편전, 일본의 조총이 천하제일이라고 항상 말했다”고 기록했다. 태조 이성계가 편전을 정말 잘 쐈다고 전해지는데, 조선 왕조는 혹여 적국에 편전의 비결이 넘어가지 않도록 꽁꽁 감췄다. 워낙 베일에 가려 있다 보니 편전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유물로만 남아 있었다. 이 편전을 복원한 이가 바로 국가무형문화재 궁시장 유영기(87)·유세현(61) 부자다. 궁시장은 궁을 만드는 궁장과 화살을 만드는 시장으로 나뉘는데, 부자는 시장에 해당한다. 문화재청은 아버지(1996년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밑에서 40년간 배우고 일하던 유세현 명인을 11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이날 경기 파주시 영집궁시박물관에서 만난 유 명인은 “다른 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문화재로 인정되기도 하는데 살아 계셨을 때 보여 드릴 수 있어 기쁘다”며 웃었다. 유영기씨는 거듭 “잘됐다”고 말하며 “보유자가 됐으니 더 신중하고 조심하며 해 나가라”고 당부했다. 유 명인은 4대째 화살을 만들고 있다. 확인된 것만 4대째이지 그 이상일 것이라는 게 유 명인의 설명이다. 그는 “할아버지만 해도 홀대받는 세상에 사셨고, 각광받는 직업이 아니니까 드러내 놓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자연스럽게 아버지 밑에서 배웠듯 선대들도 자연스럽게 가업으로 이어 왔을 것이란 얘기다. 그의 두 자녀도 보고 배운 게 있어 화살 만드는 방법은 아는 상태다. 한국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활의 민족이다. 활을 잘 쏘는 것은 지도자의 덕목이었으며, 유교 국가였던 조선에서 선비들의 필수 교양이기도 했다. 신전처럼 일부 화살은 의례용으로 사용되는 등 다양한 용도의 화살이 존재했다. 그러나 화살의 수요가 빠르게 줄면서 명맥이 끊기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두 부자는 편전과 통아를 비롯해 육량전, 무촉전, 세전, 신전, 영전, 관이전 등을 복원했다. 특히 비밀병기인 편전은 수차례의 연구 끝에 최대 428m까지 날아가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문헌에 편전이 멀리 날아갔다는 기록이 전해오는데 이들 덕분에 사실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한국의 전통문화 계승·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점점 화살 만들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전통 활쏘기가 규격화되면서 시합용 화살 말고는 수요도 많지 않다. 그나마 국궁장 등에서 쓰이는 화살도 개량형이 더 많이 소비되고 있다. 유관 기관에서 화살의 명맥이 이어지도록 딱히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다. 외국의 활 전문 유튜버가 한국 활에 만점을 줄 정도로 한국 활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지만 정작 국내에선 명인들의 열정에 기대있을 뿐 위기에 놓인 처지다. 대나무, 꿩 깃털, 복숭아나무 껍질, 소 힘줄 등 화살에 들어가는 재료가 흔하지 않은 것도 어려운 문제다. 유 명인은 “소규모로 꿩을 키우는 곳에서 깃털을 뽑아주곤 했는데 수지타산이 안 맞아서 접는 사람이 많다”면서 “예전엔 소 힘줄도 떼줬는데 지금은 소 힘줄이 없으면 등심으로 안 쳐준다고 해서 가져오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불평만 하고 자포자기할 수는 없다. 유 명인은 열정을 발휘해 옛 문헌들과 그림을 뒤져가며 화살을 살리는 데 진심을 다하고 있다. 더 나아질 게 있을까 싶은 화살이지만 연구하다 보면 화살의 성능과 기능이 더 좋아지고, 새롭게 문헌에서 기록을 찾아 화살을 복원해내는 데서 오는 보람이 크다. 하루에 만들 수 있는 화살은 평균 3개 정도로 더디지만, 장인의 숨결이 담긴 화살을 가까이에서 보니 하나의 예술품처럼 보이기도 했다. 공방에 종일 앉아 화살을 만드느라 쏜살같이 지나온 세월이지만, 명인의 창작혼은 더 빠르고 멀리 세계를 향해 뻗어가고 있었다. 유 명인은 “내가 쓸데없는 일은 안 했구나 싶고, 여태껏 했던 일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활쏘기가 이뤄지려면 우리 같은 사람들이 전통 화살을 복원해야 한다.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됐으니 해 오던 대로 꾸준히,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 6·25전쟁 전사했던 故 박태인 경사 유해 가족 품으로

    6·25전쟁 전사했던 故 박태인 경사 유해 가족 품으로

    6·25전쟁 초기 전투에서 전사한 박태인(사진) 경사의 유해가 가족들 품으로 돌아간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2007년 5월 전남 영광군 삼학리에서 발굴했던 유해의 신원을 박 경사로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고인의 신원 확인 통보 행사는 13일 광양시의 유가족 자택에서 열린다. 유해는 가족의 뜻에 따라 선산 가족묘에 안장할 예정이다. 광양에서 태어나 보성군 벌교경찰서에서 순경으로 일하던 고인은 전쟁이 벌어진 직후 호남으로 진출하는 인민군 6사단을 막기 위해 국군과 전남경찰국이 영광군 일대에서 벌인 전투(1950년 7월 20∼25일)에 참전했다. 당시 삼학리를 지키던 경찰 소대 병력은 북한군 대대와 전투를 벌이며 불갑산으로 후퇴했는데, 고인은 이 작전 도중 전사했다. 고인이 전사할 당시 두 살이었던 아들 박완근씨는 방송에서 유해발굴사업을 접하고 2020년 10월 광양시보건소를 찾아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했다. 국유단은 채취한 유전자 시료를 분석해 가족 관계일 가능성이 있는 유해를 확인한 끝에 2007년 5월 영광군에서 발굴한 유해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씨는 유해 신원을 확인했다는 소식에 “무슨 일인지 멍해서 잘 모르겠다. 옛날 같으면 생각도 못 할 일을 국방부와 대한민국 정부가 해냈다”며 “아버지를 그토록 찾길 원했던 할아버지와 어머니 옆에 고이 안장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국유단은 유해 신원 확인에 국민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국유단(1577-5625)이나 인근 보건소·보훈병원·군병원 등으로 연락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전자 시료 채취를 희망하지만 거동 불편, 생계 등의 이유로 방문이 어려우면 국유단이 직접 찾아갈 수도 있다.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은 2000년 4월 시작돼 지금까지 전사자 197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 ‘김밥 소년’, 프랑스 입양 여성, LA 주류 가게 주인의 딸

    ‘김밥 소년’, 프랑스 입양 여성, LA 주류 가게 주인의 딸

    초등학교 점심시간,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온 것을 보자 친구들이 “이게 뭐냐”고 놀린다. 소년은 엄마가 정성껏 싸준 김밥과 국을 몰래 버릴 수 밖에 없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플래시 포워드’ 부문에 초청된 ‘라이스보이 슬립스’(Riceboy Sleeps)는 1990년대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주한 싱글맘 소영(최승윤 분)과 아들 동현(이선 황)의 얘기로 캐나다 교민 앤서니 심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토론토국제영화제 플랫폼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제2의 미나리’란 얘기를 들었다. 심 감독은 “(여덟 살 때인) 1994년 캐나다로 이주한 뒤 내가 한국인인지 캐나다인인지 고민하곤 했다”며 “한국 문화와 음식을 숨기고 창피해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여건에도 홀로 아들을 키우는 소영은 백인 친구들에게 놀림받는 동현 보고 “태권도 포즈를 취하면 아무도 괴롭히지 못한다”고 조언한다. 학교를 찾아가 서툰 영어로 “이건 인종차별”이라고 조목조목 따진다. 집에서 직접 김치를 담그고, 미역국을 끓이며, 생선을 굽는 등 뿌리를 잊지 않는다. 심 감독은 “우리 어머니도 어린 시절 내게 ‘태권도’ 얘기를 하며 당당하라고 조언했다. 또 항상 집에서 음식을 해먹으며 얘기를 나누곤 했다”고 돌아봤다. 동현은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파란색 콘탠트렌즈를 껴 정체성을 가리려 한다. 그렇게 아둥바둥 버티다 소영이 췌장암에 걸려 강원도에 있는 아들의 할아버지 집을 찾아간다. 심 감독의 외할아버지 고향인 강원도 양양에서 촬영했다. 그는 “캐나다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짧은 시간에 촬영을 마쳐야 해 쉽지 않았다. 설상가상 팬데믹까지 겹쳤다”며 “모든 장비를 들고 강원도 산길에 올랐다. 힘들었지만 우리 외할아버지가 자란 아름다운 자연에서 촬영했다는 점에 뿌듯함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심 감독은 ‘라이스보이’란 표현에 대해 “동현이 놀림 받는 나쁜 뜻도 있지만 쌀농사를 짓는 할아버지와 작은아버지를 고국에서 만나 정체성을 되찾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제2의 미나리’란 찬사를 듣는 데 대해 심 감독은 “한국 이민자 역사가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이민 2세대들이 다양한 문화 분야에 뿌리를 내리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더욱 많이 생기는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이 영화 대본을 쓸 때 ‘미나리’의 선댄스영화제 수상 소식을 듣고 내용이 비슷하지 않을까 걱정하긴 했다”며 웃었다. 그는 “어릴 때 김밥이나 컵라면을 도시락으로 갖고 가면 놀림을 당하곤 했는데 고교 졸업 후 모교에 놀러갔더니 카페테리아에서 백인들이 라면을 먹고 있었다”며 “나를 놀리던 친구들이 이제는 맛있는 한국식당을 추천해달라고 조른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BTS(방탄소년단)나 ‘오징어게임’의 세계적인 인기처럼 케이팝, 케이푸드, 케이무비가 세계 주류가 됐다. 엔터테인먼트 분야뿐 아니라 한국이 무시 못할 나라가 됐다는 걸 느낀다. 20년 전이었다면 내 영화도 캐나다 정부의 투자를 받고 제작할 수 있었을까 싶다”고 털어놓았다.이번 영화제에는 한인 이민자들의 정체성을 해부한 작품이 둘 더 초청됐다. ‘아시아영화의 창’에 초청된 캄보디아계 프랑스인 데비 슈 감독의 ‘리턴 투 서울’, 와이드 앵글 부문에 초청된 엄소연 감독의 다큐멘터리 ‘LA 주류 가게의 아메리칸 드림’이다. 슈 감독은 10일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오픈토크를 통해 “오늘날 많은 사람이 태어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한다. 모두가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을 (스스로)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된 프레디(박민서 분)는 일본 여행을 가려다 태풍 때문에 뜻하지 않게 한국을 찾는다. 게스트하우스 직원 덕에 알게 된 입양아동센터를 통해 연희란 한국 이름을 찾고, 친아버지(오광록 분)를 만난다. 슈 감독은 실제 친구 얘기가 모티브라고 전했다. 2011년 친구가 친아버지와 가족을 상봉하는 곳에 동행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찢어진 관계가 다시 연결되는 복잡한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도 초청됐다. 엄 감독은 로스앤젤레스(LA)에서 20년 동안 주류 상점을 운영한 아버지 엄해섭씨의 딸로 1992년 LA 폭동을 직접 경험해 흑인에 대한 적개심을 숨기지 못하는 이민 1세들과, 폭동을 간접 경험했고 같은 유색인종으로 연대하려는 쪽에 마음이 기우는 이민 2세들의 세대 차이를 조명하며 이를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 [마감 후] 기꺼이 통하는 세상/강병철 사회부 차장

    [마감 후] 기꺼이 통하는 세상/강병철 사회부 차장

    그 시절 시골 마을 할아버지댁 전화벨 소리는 요즘과 많이 달랐다. 흡사 화재경보음처럼 우렁차서 곁에서 울려 오면 심장이 함께 떨렸다. 그러니 마당에서 일하다가도 듣고, 앞집 뒷집 마실을 갔다가도 들었다. 소리만 컸지 발신자를 알 길이 없는 기계식 전화가 전부였던 시절 그때의 전화는 오면 받아야 하고 놓치면 아쉬운 것이었다. 벨소리에 반사적으로 수화기를 들던 세월은 아득한 옛날이 됐다. 지금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전화는 응대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휴대전화 너머 자칭 부모자식, 형제자매, 동문, 옛친구는 물론 공공기관, 금융기관까지 그 무엇도 믿을 수가 없다. 통신 수단은 한없이 발전했는데 정작 맘 놓고 통할 수 없는 세상, 보이스피싱이 만든 현실의 디스토피아다. 보이스피싱은 누구나 당한다. 오래전 같이 검찰을 취재하던 선배 기자 하나가 제 손으로 일금 30만원을 입금한 뒤 허탈해하던 표정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심지어 검사마저 타깃이 된다고 하니 기자도 검사도 전화를 맘 놓고 받을 수 없는 세상이다. 보이스피싱은 개인의 심리적, 사회의 구조적 취약성을 파고든다. 가족의 사고나 입원을 가장하고, 대출에 목 조이는 사람에게 금리를 낮춰 준다고 속인다. 약한 고리를 공격당해 돈을 뺏기고 자책감에 휩싸인 피해자들은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보이스피싱이 생겨난 이후 모든 종류의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일단 의심의 대상이 됐다. 범죄가 인간 사회의 일정한 변화를 야기한다고 하면, 보이스피싱은 인류사에서 관계와 소통에 대한 인식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친 범죄일 것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민생침해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다. 정말 반가운 이야기다. 전임 총장이 취임사에서 ‘신뢰받는 검찰’을 앞세워 검경 수사권 조정의 안착만을 강조했던 것에 비하면 가히 혁명적 변화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16년 묵은 난제’라고 하는데 왜 이제서야 검찰이 칼을 뽑는지 의아할 정도다. 검찰의 존재 이유는 이 총장의 공언대로 민생침해범죄의 근절에서 가장 먼저 찾아야 한다. 남은 국정감사 기간에도 여야는 야당 대표와 영부인 수사를 두고 왈가왈부할 것이다. 하지만 검찰로서는 그건 잘해도 못해도 욕먹을 수사니 그저 순리대로만 처리하면 될 일이다. 반면 민생침해범죄는 검찰이 ‘윗선의 윗선’과 ‘배후의 배후’까지 캐고 일당을 일망타진한다고 한들 누가 비난하겠는가. 아울러 지난 5년간 보이스피싱 피해액 1조 7000억원 중 피해자들에게 돌아간 돈은 고작 30%라고 한다. 윤석열 정부는 5개월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국정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하고 비속어 논란 따위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범죄수익 환수와 피해자 지원까지 훌륭하게 해낸다면 검찰이 바닥을 쓸고 있는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견인차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럴 수 있다면 완강하게 검수완박을 거부하며 검찰의 수사권을 지켜야 한다던 주장도 힘을 받을 것이다. 오랜 기간 깊고 넓게 뻗힌 범죄의 뿌리를 짧은 기간에 캐내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도 못 하면 아무도 할 수 없다. 검찰의 힘에 기대어 발신자 불명의 전화라도 기꺼이 받고 불필요한 의심 없이 통하는 세월이 다시 오길 빈다. 그때는 검사들도 기자 전화를 잘 받지 않을까 기대하며.
  • 일제에 학살당한 제암교회… “다시는 아픔 오지 않도록 해야”

    일제에 학살당한 제암교회… “다시는 아픔 오지 않도록 해야”

    3·1운동의 들불이 전국으로 번져가던 1919년 4월 15일 일본군은 경기 수원군 향남면(현 화성시 향남읍) 제암리 교회에 15세 이상 마을 남성을 모이게 했다. 예배가 없는 날이었고, 앞서 벌였던 만세 시위를 강경진압한 것에 대해 사과하겠다고 공지했다. 교회당에 사람들이 모이자 일본군은 출입문과 창문을 잠그고 총을 난사했다. 22명의 교인 중 19명이 교회당에서 죽었다. 3명이 도망쳤고, 그중 2명이 죽었다. 소식 없는 남편을 찾으러 온 부인 2명도 죽었다. 이제 막 신앙을 품기 시작한 교인 23명이 사망한 이 사건은 ‘제암리 학살사건’로 불린다. 일본군은 시신을 교회 밖에서 태웠다. “1980년 3월 25일 제암교회에 부임했을 때 역대 31대 교역자라고 했습니다. 3·1운동을 기념하는 교회에 31대 목사라는 데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게 됐어요. 제암리는 ‘예수 믿다 망한 동네’라는 가슴 아픈 소문이 퍼져 나갔는데 문을 닫지 않고 맥을 이어 오고 있다는 데서 고마움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지난 5일 제암교회에서 만난 강신범 목사의 목소리에는 ‘제암리 학살사건’을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느껴졌다. 강 목사가 처음 부임했을 당시 교인은 할머니 4명, 할아버지 2명으로 총 6명에 불과했다. 제암교회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로 덜컥 부임한 그는 ‘예수 믿다 망한 교회’라는 제암교회가 유지되고 있음에 기뻐했고, 그때부터 제암교회를 위해 헌신했다. 교인 중에는 사건 당시 남편을 잃은 전동례 할머니도 있었다. 할머니는 몰래 매장지를 다니며 희생자들이 어디에 묻혔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강 목사는 전동례 할머니의 증언을 따라 1982년 희생자들이 매장된 곳을 발굴했다. 찾아낸 유해는 교회 뒷동산 양지바른 곳에 묻었다. 교회의 일이다 보니 제암리 학살사건에는 여러 선교사가 관심을 보였다. 프랭크 스코필드(한국명 석호필) 선교사는 일제의 만행을 널리 알렸고, 이는 일제가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는 계기로 이어졌다.103년이 지난 제암리 학살 현장에는 곳곳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제암교회는 1905년 안종옥 권사의 살림집에서 시작했고 이후 신축과 증·개축을 반복해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3·1운동 100주년인 2019년에는 제암교회 예배당에서 일본 목회자 10여명이 단체로 엎드려 절을 하며 “일본인들을 용서해달라”며 절규했던 일은 한국과 일본인 모두의 마음을 울렸다. 작은 규모의 교회지만 제암교회가 전하는 메시지는 묵직했다. 2012년 은퇴한 강 목사는 지금도 제암교회의 슬픈 역사를 여기저기 전하고 있다. 강 목사는 “일본에서도 뜻있는 사람들이 순례를 오고,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필요한 곳에 가서 말씀을 전한다”면서 “일본 가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면 ‘듣지도 배우지도 못했다’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제암교회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지 않기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강 목사는 “과거 역사를 기억하며 다시는 아픔이 오지 않도록 뭔가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지 않겠느냐”면서 “지금도 제암리 주민들은 제암리 사는 것을 보람 있게 생각하고 있고, 어디 가서나 제암리의 역사를 아는 대로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든이 넘은 나이지만 제암리의 일을 전하는 강 목사의 모습은 여전히 강건했다.
  • 책을 탐구·탐독·탐미·탐험하는 사람… 그가 곧 책박물관[김언호의 서재탐험]

    책을 탐구·탐독·탐미·탐험하는 사람… 그가 곧 책박물관[김언호의 서재탐험]

    1980년대와 90년대는 ‘책의 시대’였다. 책 쓰고, 책 만들고, 책 읽는 시대였다. 나라와 사회의 민주화가 우리들 삶의 중심 주제였다. 책 쓰기, 책 만들기, 책 읽기는 민주화를 구현해 내는 문제의식이자 실천 역량이었다. 파주출판도시는 1980년대와 90년대 책 만드는 우리들의 문제의식이고 그 성과였다. 권위주의 정치권력으로 책이 수난당하는 시대에 출판인의 삶은 고단했지만, 책 만들기와 함께 출판도시 건설은 우리에겐 축제 같은 일이었다. ●파주출판도시 건설의 선두에서 1980년대 후반 단행본 출판사 대표 10여명은 주말이면 북한산을 오르곤 했다. 산을 오르면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대화했다. 파주출판도시는 우리의 북한산 산행에서 발상됐다. 1980년대라는 험난한 시대가 출판도시와 같은 대형 프로그램을 구현하게 만들었다. 시대상황이 그 시대상황을 극복하는 지혜와 의지를 창출해 낸다는 사실을 우리는 체득했다. 세계출판문화사에 유례가 없는 파주출판도시의 건설은 탁월한 출판 장인 이기웅과 함께 이야기돼야 한다. 출판계의 동지들이 손잡고 더불어 함께 구현해 낸 파주출판도시는 이기웅이라는 출판인이 기획자로 선두에 나섰기에 구체화되고 실현될 수 있었다. 나는 파주출판도시를 ‘한 권의 큰 책 만들기’라고 생각했다. 한 권의 책은 혼자 만들 수 없다. 한 권의 책을 존재하게 하는 문화적·역사적 전통과 시대정신이 전제된다. 파주출판도시는 더불어 함께하는 협동과 연대의 정신으로 가능했다. 출판인 이기웅이 선도하고 이에 동의하는 출판 동인들의 파트너십으로 출판도시는 현실이 되는 것이었다.●미술출판 수준 한 단계 높인 열화당 열화당은 1976년에 창립한 한길사보다 5년 선배 출판사다. 이기웅은 열화당을 문 열기 5년 전인 1966년 일지사에서 책 만들기를 시작했다. ‘조지훈 전집’(1973, 전6권)과 ‘서정주 문학전집’(1972, 전5권)을 만들었다. 밤을 새우면서 교열에 매달렸다. ‘최초 독자로서의 편집자’의 재미를 누리는 것이었다. “조지훈에게서는 강건하고 우렁차며 꼿꼿한 선비정신을, 서정주에게서는 정교하고 서정적인 언어의 마술을 배웠습니다.” 미술출판을 중심 주제로 삼는 열화당. 열화당의 등장은 우리 미술출판의 수준과 차원을 드높이는 역사적인 사건 같은 것이었다. 한국 미술출판은 열화당의 등장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는다. 한국과 동양미술, 서양미술의 전 영역·전 장르에 걸치는 미술출판이었다. 김원룡의 ‘신라토기’, 강우방의 ‘원융과 조화: 한국고대조각사의 원리 1’과 ‘법공과 장엄: 한국고대조각사의 원리 2’, 황수영 글·안장헌 사진의 ‘석굴암’, 문명대의 ‘고려불화’와 ‘한국조각사’, 조요한의 ‘한국미의 조명’, 권영필의 ‘실크로드 미술’, 최열의 ‘한국 근대미술의 역사’와 ‘한국근대미술 비평사’, 오광수의 ‘한국현대미술사’, 지건길의 ‘한국 고고학 백년사’ 등을 통해 우리 미술사의 찬란한 세계로 들어갔다. ‘근원 김용준 전집’(전6권)과 ‘우현 고유섭 전집’(전10권)을 펴냈다. ‘상허 이태준 전집’(전14권)이 진행되고 있다. 이기웅은 한국기층문화의 탐구에 나선다. ‘한국 호랑이’(김호근·윤열수 편), 황헌만의 사진집 ‘장승’·‘초가’·‘옹기’와 ‘우리네 옛 살림집’(김광언)이 그것이다. ‘창덕궁과 창경궁’(한영우 글·김대벽 사진), ‘서원’(이상해 글·안장헌 사진), ‘강릉 선교장’(이기서 글·주명덕 사진)을 통해 한국 전통건축의 철학과 미학을 담아낸다. 인간문화재 춤꾼들의 춤 사진과 현장비평으로 엮어낸 ‘춤과 그 사람’, ‘한국의 탈놀이’ 시리즈, 김수남의 사진작업 ‘한국의 굿’과 ‘한국악기’(송혜진 글·강운구 사진), 이종석의 ‘한국의 전통공예’·‘한국의 목공예’, ‘우리 옷과 장신구’(홍나영 외), ‘한국의 가면극’(전경욱), ‘조흥동의 한량무’를 통해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구현해 낸다. 출판인 이기웅과 사진작가 강운구, 북디자이너 정병규가 “30여회 경주를 유람하면서” 손잡고 펴낸 ‘경주남산’은 책 만들기의 풍류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열화당 사진문고’는 사진예술을 대중화로 이끈 작은 ‘사진박물관’이다. ‘사진의 역사’(보먼트 뉴홀)와 ‘영혼의 시선: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 에세이’ 등 사진이론서들이 이어진다. 이기웅의 에디터십은 건축작품집으로 진입한다. ‘김중업 다이얼로그’로 시작해서 ‘승효상 도큐먼트’, ‘새로 숨쉬는 공간: 조병수의 재생건축 도시재생’에 이어 ‘민현식 건축작품집’이 기획된다. 건축이론과 건축에세이로 확장된다. 지오 폰티의 ‘건축예찬’, 하산 화티의 ‘이집트 구르나 마을 이야기’, 손세관의 ‘북경의 주택’, 르 코르뷔지에가 쓴 ‘르 코르뷔지에의 사유’ 등이다. 이기웅은 다시 19세기 말과 20세기의 주요 미술운동을 다루는 ‘현대미술운동총서’로 들어간다. ‘후기인상주의’로부터 ‘추상표현주의’로 이어지는 전14권의 총서다. 다시 ‘위대한 미술가의 얼굴’ 전16권으로 이어진다. 고답적 해설에서 벗어나 한 시대의 미술운동을 역동적으로 서술해 내는 번역출판이다. 이기웅의 문제의식은 미술비평가이자 사진이론가, 소설가이자 다큐멘터리 작가이고 사회비평가인 존 버거(1926~2017)의 발견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다른 방식으로 보기’, ‘A가 X에게: 편지로 씌어진 소설’, ‘어떤 그림: 존 버거와 이브 버거의 편지’로 이어지는 존 버거의 책들은 우리의 사유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끈다. ●박물관 방불케 하는 책 컬렉션 열화당은 1971년 창립 이래 지금까지 1000여권을 출간해 냈다. 출판인 이기웅은 우리 출판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출판인에 속할 것이다. 그의 손에는 언제나 책이 들려져 있다. 탐구·탐독하는 기획자다. 그는 책의 매무새를 치밀하게 살피는 책 탐미가다. 아름다운 문자들로 구성되는 한 권의 책이야말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학일 것이다. 19세기 영국의 위대한 출판 장인 윌리엄 모리스가 말하지 않았나. “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적 성과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 첫째를 건축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다음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기웅과 나는 책을 탐험하는 길에 동행해 왔다. 우리는 새 책도 좋아하지만 헌책과 고서 속으로 들어가기를 누린다. 우리는 고서의 향기를 사랑한다. 1994년 4월이었다. 이기웅 대표 내외와 우리 내외는 영국의 웨일스 지방 헤이온와이로 갔다. 헌책에 새로운 생명 불어넣기, 헌책방운동을 세계에 펼친 리처드 부스 선생의 고서마을에 가서, 책의 정신을 온몸으로 호흡하고 싶었다. 농사 창고가, 마구간이 책방으로 재탄생하고 있었다. 수많은 헌책들이 책의 음향을 합창하고 있었다. 그 봄날의 하오, 고서마을 헤이온와이의 체험은 이미 우리가 펼치고 있는 출판도시의 당위와 철학을 우리들 가슴과 머리에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헤이온와이 여행을 계기로 나는 예술인마을 헤이리의 건설에 나섰다. 출판도시는 이기웅이, 헤이리는 김언호가 맡아서 진전시키게 되는 것이었다. 출판인 이기웅은 책 만들기, 책 읽기를 삶의 일상적 질서로 삼지만 아름다운 책, 의미 있는 책들을 발견하고 수집·보존한다. 그 자신이 책박물관이다. 한 권의 책이 존재하는 그 과정, 그 결과를 한자리에 운집시키는 지혜야말로 인문학이고 박물관 작업이다. 이기웅의 책에 바치는 헌신, 책에 대한 신념은 종교처럼 존엄하기도 하다. 51년째 책과 씨름하기에 나서고 있는 영원한 현역 이기웅이 동과 서, 남과 북으로 책을 찾는 여행에서 발견하고 수집한 책이 물경 4만 3000권이나 된다. 16세기의 독일 고서 ‘마르틴 루터 전집’(전12권)과 1827년부터 42년에 걸쳐 출간된 ‘괴테 전집’을 비롯해 우리 근현대의 의미 있는 책들을 모았다. “열화당 책박물관의 컬렉션은 ‘보편의 특수성’ 또는 ‘보잘것없음의 보잘것 있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는 책의 역사성·희귀성으로 고서의 가치를 규정하는 일반적 잣대와 달리, 컬렉터가 아닌 ‘편집자’의 시각에서 발견한 책들입니다. 이들 책은 낱권으로서가 아니라 함께 존재함으로써 그 의미와 가치가 더욱 특별해집니다.” ●열화당과 이기웅을 다시 말하고 싶다 2004년 가을, 나는 북하우스에서 즐거운 책놀이를 펼쳤다. ‘두 출판인의 책 탐험전: 열화당 이기웅과 한길사 김언호의 꿈’이 그것이었다. 그와 내가 수집한 책 50여점씩을 전시해 책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공개했다. 다시 2014년 가을, 책축제 파주북소리를 열면서 나는 ‘7인 7색’전을 기획했다. 화봉 책박물관 여승구, 삼성출판박물관 김종규, 범우사 윤형두, 지경사 김병준, 열화당 이기웅, 한길사 김언호, 고서 컬렉터 변기태 등 7인의 고서 컬렉션을 전시하는 나름 재미있는 책 축제였다. 이기웅은 2014년 10월 ‘출판인 한만년과 일조각’전을 기획했다. 출판인 한만년(1925~2004)의 10주기와 일조각 창립 60년에 즈음하여 한만년과 일조각이 남긴 업적을 조명하자는 것이었다. “출판인 한만년의 출판정신을 통해 우리 시대의 책의 역사를 경험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2014년 1월에는 2018년 81세로 세상을 떠난 문예출판사 전병석 대표가 열화당 책박물관에 기증한 도서를 전시했다. ‘책은 캠퍼스 없는 문화대학’이라고 말한 한 출판인의 컬렉션은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책의 풍경이었다. 열화당은 1815년 이기웅의 5대조 할아버지 오은(鰲隱) 이후(李)가 강릉 선교장에 세운 아름다운 집이다. 서책을 만들고 수집하면서, 지적 대화를 펼치던 공론 공간이었다. 출판인 이기웅은 이 열화당에서 펼쳐진 선인들의 정신과 철학을 책으로 되살리기 위해 출판사 열화당을 설립했다. “인문주의자이자 기행문학가이고 건축가인 오은 할아버지는 출판인이셨습니다. 그 정신을 다시 살리고 싶었습니다.” 열화당 30주년인 2001년 나는 ‘출판사 열화당과 출판인 이기웅을 다시 말하고 싶다’는 글을 썼다. “아름다운 한 권의 책은 어느 날 하루아침에 탄생하지 않을 것이다. 한 시대를 일으켜 세우는 출판문화 역시 그러할 것이다. 출판인 이기웅의 책 만드는 일과 그 성취는 대형건물 같은 걸 지어내는 물량 출판이 아니지만, 이 땅의 출판문화사에 기록되는 ‘문화유산’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런 출판인을 선배로 동료로 삼아 책 만드는 일을 하게 돼 나는 즐겁다. 아름다운 책의 정신으로 책 만드는 그 출판사와 그 출판인에게 경의를 표한다.” 한길사·한길책박물관 대표
  • 먹을것 구하다 쓰러진 82세 할아버지, 우크라 군인이 구조

    먹을것 구하다 쓰러진 82세 할아버지, 우크라 군인이 구조

    우크라이나군이 자국 내 최전선 근처에서 굶주림에 지쳐 쓰러진 할아버지를 구조했다.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TSN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자국 내 최전선 근처 마을에서 식량을 구하러 나왔다 실신한 82세 남성을 구해 집까지 데려다줬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보좌관이 이날 트위터에 공유한 영상에는 우크라이나 군인 2명이 폐허가 된 마을의 진흙 바닥에 쓰러져 있는 백발 남성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담겼다.영상 속 군인들은 할아버지를 부축하며 일으키려고 했지만, 그는 “다리에 힘이 없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다”고 답했다. 집이 어디냐고 묻는 말에는 대답할 기운조차 없는지 손으로 방향을 가리킬 뿐이었다. 그러자 한 군인은 “걱정 마라. 우리가 도와주겠다. 그게 우리 일”이라고 말한 뒤 남성을 등에 업었다. 이후 남성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대화 과정에서 자신의 나이를 82세라고 밝혔던 남성은 석달 전까지 식량 배급소로 쓰이던 우체국이 문을 닫은 뒤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도 했다. 먹을 것을 구하러 나왔다가 굶주림에 쓰러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점령지 탈환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미국 CNN방송은 우크라이나군이 전쟁 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에 다시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도네츠크를 지나 루한스크 지역에 있는 마을 최소 한 곳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친러시아 주민을 해방하겠다며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했다. 루한스크주는 지난 7월 초에 러시아에 완전히 점령됐다. 러시아는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주의 러시아 병합을 선언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최근 법률 서명과 함께 병합 작업을 마무리했다. 우크라이나는 강제병합에 따른 긴장 고조에도 동부와 남부 점령지를 모두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헤르손, 자포리자 등 남부 전선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은 계속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안톤 게라셴코 트위터
  • [문화마당] 드디어 터진, 국민 합창의 시대/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

    [문화마당] 드디어 터진, 국민 합창의 시대/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

    요즘은 회식 문화도 사라지고 저녁이 있는 삶이 중요해진 터라 숨겨진 생활예술 장르들이 하나둘씩 주목을 받는다. 그중에서 ‘춤’ 다음으로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장르가 ‘합창’이다. 가수처럼 혼자만 잘 부르는 독창이 아니고 음이탈 좀 나더라도 소리로 한마음이 돼 보는 아마추어 시민 합창 말이다. 프로가 아닌 만큼 음정이 흔들리고 실수도 곧잘 하지만, 반드시 협동해야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데다 참가자들의 각기 다른 삶의 스토리가 곁들여져 최근 합창 커뮤니티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그동안 합창은 민간은 물론이고 정식 공연으로도 주목받지 못했던 비인기 장르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립 합창단이 많지만 지나치게 경직되고 단조로운 연출로 관심을 끌기엔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북유럽과 발트 3국, 선진국을 중심으로 매우 친화적이고 기능적인 취미활동으로 오래전부터 사랑받아 왔다. 특히 겨울이 긴 북유럽에서는 실내에서 소그룹으로 즐길 수 있는 실내악 또는 합창 문화가 발달했는데, 한 맺힌 침략의 역사를 바탕으로 100~150년 된 합창 축제가 열리고 있는 발트 3국의 경우 합창단원만 3만명, 시민댄서 8500명, 관객 7만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등 세계 최대 규모의 합창 대국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중에서도 5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에스토니아의 합창 축제 ‘라울루피두’(노래하는 파티)는 러시아로부터의 독립 과정에서 폭력과 억압 대신 자유를 외치는 수단으로 큰 역할을 해 왔다. 이 때문에 발트에서의 합창은 단순한 예술활동이 아니라 역사운동의 한 축으로 인식될 정도다. 국내에서 합창 콘텐츠의 가능성을 눈치채고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도시는 춘천이다. 춘천은 나이, 성별 상관없이 온 세대가 자주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7년 전 처음 합창 축제를 기획했는데, 지금은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가 모여 노래하는 가족합창단부터 청소년들의 합창 멘토가 되겠다며 암 투병 중에도 몇 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시민, 두 살 때 합창하는 엄마 등에 업혀 있다가 올해는 최연소 단원으로 참가한 아이까지 가슴 뜨거워지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넘쳐난다. 그동안 춘천은 호반의 도시에서 문화도시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로 문화사업을 활발히 이어 왔지만 대외적 인지도 측면에서 축제 형식으로는 사실상 춘천마임축제가 유일했다. 하지만 올해 온 세대 합창 페스티벌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10년 후 춘천을 기억시킬 대표 축제가 무엇이 될지 헷갈릴 정도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 이런 트렌드를 방송도 놓칠 리 없다. 최근 SBS에서 선보이고 있는 합창 경연 프로그램 ‘싱포골드’도 차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은퇴 후 합창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찾아가는 어른들의 이야기, 합창하다 결혼한 이야기, 당근마켓에서 쇼핑하다가 합창하게 된 엄마들 등 출연진의 다양한 스토리와 뜻밖의 노래 실력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거기다 2023년 7월 개최 예정인 강릉의 세계합창대회에 강릉단오제로 단련된 시민참여 문화를 기반으로 최근 125개 팀이 참가 신청을 마쳤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그나저나 비인기 장르였던 합창이 뒤늦게 주목받는 이유가 뭘까. 뭐든지 혼자 하던 세상에서 모처럼 한마음이 돼 보는 감동적인 경험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건 아닐까. 이참에 나도 오디션에 도전해 봐야겠다. 좀 꽥꽥거려도 화려한 율동이면 합격할 수 있지 않을까.
  • 진실화해위, 4·19 도화선 ‘3·15 의거’ 직권조사

    진실화해위, 4·19 도화선 ‘3·15 의거’ 직권조사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1960년 ‘3·15 의거’ 당시 부산 시위대의 마산 원정시위 등에 대한 직권조사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3·15 의거는 1960년 3월 15일 이승만 정권이 자행한 부정선거에 항의해 일어난 민주화운동으로, 4·19 혁명의 도화선으로 평가받는다. 직권조사 대상은 1960년 4월 24일부터 마산에서 잇따라 일어난 대규모 시위다. 4월 24~25일 이승만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할아버지·할머니 시위에 이어 26~27일 부산 시위대의 마산 원정 시위가 격렬했지만 지금까지 구체적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위원회는 ‘할머니·할아버지 시위’의 경우 그간 조명받은 학생·청년 시위와 달리 주도층이 장년·노년층이고, 시위 목표 또한 이승만 정권 퇴진이어서 기존의 부정선거 규탄 시위와는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부산에서 수천명의 시위대가 마산으로 넘어온 경위와 확인된 사망자 2명 외에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지난 1월 ‘3·15 의거 참여자의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후 첫 진실 규명도 이뤄졌다. 위원회는 피해자 천모씨가 3·15 의거 주모자로 몰려 경찰에 체포·연행된 뒤 10일간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고문을 당한 사건과 관련해 국가가 피해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하고 역사적 의미를 후대에 알리기 위해 선양·교육 사업 등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또 1970년대 납북 귀환 어부의 반공법(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 수사기관의 가혹 행위로 조작됐다며 국가가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사과할 것과 확정 판결에 대해선 재심을 권고했다.
  • 자본주의 속 결핍·고독 그린다…‘존은 제인을 만났지만’

    자본주의 속 결핍·고독 그린다…‘존은 제인을 만났지만’

    장마리 소설가가 두 번째 단편집이자 다섯 번째 작품집인 ‘존은 제인을 만났지만’을 실천문학사에서 펴냈다. 가족 간의 관계, 순혈주의로 인한 배타성, 성과를 내기 위해 개인이 감내해야 했을 심리적 압박 내지 고독함, 그리고 세대 갈등에 따른 문제 등 삶을 역설적으로 작동시킨 다양한 전복적 상상력이 가동된 8편의 단편들로 엮은 중견 작가의 작품집이다. 천일염 염부와 그 아들의 지난한 삶을 그린 ‘송화.COM’이나 할아버지 나라에 뿌리 찾기와 동시에 돈을 벌려고 온 러시아 망명 독립운동가 손자의 참담한 현실을 그린 ‘빅토르 최’ 같이 전형적인 리얼리즘 작품부터 미래형 고려장을 상상해서 그려낸 ‘2040, 무릉 시티’나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스포츠인 ‘파쿠르’를 매개로 미래의 가족상의 한 형태를 보여주는 ‘아빠가 누구냐고 묻지 마세요’ 등의 작품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결핍되고 소외된 인간 군상들(노인, 결손 가정, 외국인 노동자 등)에 대한 서사를 보여주고 있다. 장마리 작가는 전북 부안에서 출생해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 단편소설 ‘불어라 봄바람’으로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소설집 ‘선셋 블루스’, 장편소설 ‘블라인드’, ‘시베리아의 이방인들’ 등을 펴냈다. 제7회 불꽃문학상과 제6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 ‘재산 600억설’ 이서진…“할아버지 집에 집사·도우미 6명”

    ‘재산 600억설’ 이서진…“할아버지 집에 집사·도우미 6명”

    ‘원조 엄친아’로 불리는 배우 이서진의 집안과 재력이 재조명됐다. 지난 28일 방송된 채널A ‘행복한 아침’에서는 연예계의 화려한 싱글 스타 BEST 4가 공개됐다. 이날 이서진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 예능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 중인 그는 금융업계 엘리트 집안 출신으로 재산만 600억원이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이서진의 할아버지는 서울은행과 제일은행 총재를 지낸 고(故) 이보형씨다. 아버지 고(故) 이재응씨도 안흥상호신용금고 대표를 지냈다. 이서진 본인 역시 미국 명문대로 꼽히는 뉴욕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 한 자산운용사 상무를 역임한 인재다. 이서진은 과거 한 방송에서 “할아버지 집에 도우미분이 많이 계셨던 것은 맞다. 집사와 도우미분이 세 분씩 계셨다”고 밝혔다. 다만 재산이 600억원대라는 소문에는 “현금이 그렇게 많으면 내가 왜 유럽에서 (꽃보다 할배) 수발을 들고 있겠냐”고 해명했다.
  • ‘파친코’는 가족을, 내 작품은 나라를 다뤘지

    ‘파친코’는 가족을, 내 작품은 나라를 다뤘지

    “제2의 ‘파친코’로 비교되는 것은 영광이지만, ‘파친코’가 가족을 위한 생존 소설이라면 제 작품은 나라를 위한 투쟁 소설이죠.” 지난해 12월, 한국계 미국인 작가 김주혜(35)가 쓴 ‘작은 땅의 야수들’이 미국 출간과 동시에 화제가 됐다. 즉시 아마존 ‘이달의 책’에 오르는가 하면 더 타임스를 비롯해 전미 40여개 매체에서 추천 도서로 소개됐다. 10여개가 넘는 나라에 판권이 팔렸고 세계 평화에 기여한 문학 작품에 수여하는 ‘데이턴문학평화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 작품의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지난 28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제 가치관과 영혼을 심어 준 한국어로 책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보는 건 예술가로서 가장 뿌듯하고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대사 같은 경우는 사실 한국어로 먼저 생각한 다음에 영어로 옮겨 썼는데, (한국어판에서) 말맛이 살아났죠. 의성어, 의태어를 통해 감칠맛 나는 표현, 따스한 촉감이 강조됐어요.”‘작은 땅의 야수들’은 1917~1965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으며 백두대간부터 한라산 자락까지를 공간적 배경으로 둔다. 독립 투쟁과 격동의 세월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가난 탓에 기생으로 팔려 간 ‘옥희’와 호랑이 사냥꾼 ‘경수’, 독립운동군 ‘명보’ 등이 격동의 시대를 감당해 내는 모습을 담았다. 일제강점기 한국인이 겪었던 뒤틀린 운명을 다뤘다는 점에서 동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를 떠오르게 한다. 그에게 ‘제2의 이민진’이란 수식어가 붙은 이유다. 그는 “비교된다는 것은 큰 영광”이라면서도 “두 소설은 각각의 독창적인 예술 작품”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작가는 이런 소설을 쓴 배경에는 독립운동을 한 외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눈 쌓인 공원을 달리다가 어릴 때 어머니에게서 들은 외할아버지의 호랑이 같은 기개가 떠올랐어요.” 그는 또 인종 차별이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했다고 전했다. “직장에서 ‘너는 하인이야’, ‘너 같은 건 글 쓸 생각하지 마라’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꿋꿋이 내 것(뿌리)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했어요. 차별이 오히려 한국 이야기를 쓰도록 부추긴 것 같아요.” 화려한 데뷔에 이어 그는 두 번째 소설을 집필 중이다. “한 예술가와 그의 예술에 관한 러브스토리로 발레에 대한 내용을 쓰고 있어요. 첫 장편이 저의 조상으로부터, 피로 내려온 이야기라면 두 번째 이야기에는 예술에 대한 저의 사랑을 담을 예정입니다.” 
  • [여기는 베트남] 투병 중인 아내 살해한 남편에게 동정 쏟아진 이유

    [여기는 베트남] 투병 중인 아내 살해한 남편에게 동정 쏟아진 이유

    투병 중인 아내를 살해한 남편에게 동정이 쏟아지고 있다. 어떤 사연일까? 베트남 현지 언론 징뉴스는 지난 26일 호치민시 인민법원이 A씨(56)에게 살인죄로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A씨는 병원에 입원 중이던 아내를 감전사시키고,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해 경찰에 체포됐다. A씨의 아내는 지난 2007년 뇌졸증으로 쓰러진 후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입원 중인 아내는 물론 당시 8살인 어린 아들과 장애가 있는 장인까지 돌보는 것은 A씨의 몫이었다. 목수로 일했지만 아내와 아이를 돌보기 위해 종종 일을 쉬어야 했고, 결국 직장에서 해고 당했다. 이후 작은 사업을 하면서 가정을 돌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온 가족이 코로나19에 걸리면서 형편은 더 어려워졌고, 더 이상 아내의 병원비마저 바닥이 났다. 아내는 “제발 소원이니, 나를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아내는 죽음을 원했지만, A씨는 여전히 최선을 다하며 아내를 보살폈다. 하지만 아내는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서 남편에게 불평과 원망을 쏟아냈다. 결국 지난해 11월,  A씨는 아내를 감전사시켜 살인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A씨는 “아내와 함께 죽으려 했다가 나만 살아남았다”면서 본인의 잘못을 시인했다. 26일 열린 1차 공판에서 A씨의 아들은 “아버지는 지난 15년간 최선을 다해서 가족을 위해 살아왔다”면서 “날마다 아픈 엄마를 돌보고, 나를 학교에 데려다 주었으며, 장애가 있는 할아버지를 보살폈다. 단 하루도 불평불만 없이 성실하게 살아온 아버지를 가족에게 돌려달라”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또한 A씨를 긴 세월 지켜본 이웃 주민들은 “ A씨는 누구보다 책임감 있고 성실한 가장이었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형량을 줄여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단체로 제출했다. 법원은 “명백한 살인죄가 성립하나, A씨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주변 상황을 참작해 7년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7년 형은 살인죄 중 가장 형량이 낮은 수준이다. 
  • 시 짓고 태권도 유단자 되는 특별한 전북농촌유학

    시 짓고 태권도 유단자 되는 특별한 전북농촌유학

    “산 좋고 물 맑은 전북에서 특별한 유학생활을 체험해 보세요” 삭막한 도시생활을 하던 서울 초등학생들이 전북지역 농촌에서 다양한 체험을 해보는 ‘농촌유학사업’이 오는 10월 첫발을 뗀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할머니의 고향 같은 농촌에서 신나는 유학생활을 즐길 수 있어 도시민들에게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9일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초등학생들의 농촌유학 시범사업이 10월 1일부터 2023년 2월 말까지 5개월 간 실시된다. 이는 지난 8월 전북도, 서울시교육청, 전북도교육청 등이 ‘전라북도 농촌유학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뒤 진행되는 첫번째 사업이다. 농촌유학을 전국적으로 우수한 교육혁신 모델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구상이다.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서울학생은 27명이다. 지역별로는 완주군 4명, 진안군 8명, 임실군 11명, 순창군 4명이다. 유형별로는 가족체류형 17명, 센터형 6명, 홈스테이형은 4명이다. 특히, 전북의 농촌유학은 지역별로 특화프로그램이 개발돼 있어 학생과 학부모들이 마음에 드는 학교를 고를 수 있다. 학교별로 도시학교 못지 않는 학습과 병행해 특별한 체험을 하도록 함으로써 만족도를 극대화 시킨다는 방침이다. 진안군 조림초등학교는 유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아토피 치유마을에 거주하면서 건강한 농촌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순창군 동산초등학교 유학생은 지역주민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전통문화와 텃밭 가꾸기 등 농촌 활동을 체험하게 된다. 전북도는 농촌유학사업을 더욱 활성화 시키기 위해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1시군 1특화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임실군은 김용택 시인과 아름다운 섬진강변을 거닐며 시를 짓는 문학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태권도원이 자리잡고 있는 무주군은 ‘태권도 1단 따기’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판소리의 본향 남원시는 판소리 체험 교육을 하고 말목장이 있는 장수군은 승마체험을 내세운다. 완주군은 숲 체험학교, 순창군은 전통문화 체험, 고창군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탐방 교육을 실시한다. 전북도와 전북교육청은 도시의 더 많은 학생들이 농촌유학을 경험할 수 있도록 가족체류형 거주시설을 확충하고, 도내 모든 농어촌 지역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한다. 내년부터 2026년까지 90억원을 들여 농촌 유학생과 학부모가 안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거주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귀농귀촌과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계획도 추진된다.
  • 벌과 뛰노는 벅스랜드, 꼬마 파브르의 꿈 무럭무럭[권다현의 童行(동행)]

    벌과 뛰노는 벅스랜드, 꼬마 파브르의 꿈 무럭무럭[권다현의 童行(동행)]

    서울신문은 29일부터 3주에 한 번 ‘권다현의 동행’을 연재합니다. 가족 단위 여행이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과 여행을 겸할 수 있는 국내 여행지를 발굴해 보자는 취지의 코너입니다. 연재를 이어 갈 권다현 작가는 ‘아이여행 가이드북’ 시리즈 등의 저서를 낸 여행작가입니다. 여행업계에서 교육 여행 분야의 기대주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앞으로 유익하면서도 볼거리가 풍성한 여행지를 발굴, 소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남자아이 둘을 키우면서 공룡이나 로봇처럼 필수적으로 거쳐 가는 관심사가 있으니 바로 곤충이다. 개미나 메뚜기처럼 일상에서 흔하게 만나는 녀석들부터 어디서 보고 들었는지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따위의 특징을 줄줄 외운다. 특히 장수풍뎅이를 직접 키우는 것은 남자아이들에게 로망처럼 여겨진다. 첫째는 무사히(?) 넘어갔으나, 둘째는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를 키우고 싶다고 몇 달째 엄마를 조르는 중이다. 이처럼 아이들이 곤충에 관심을 집중할 때 수만 마리의 곤충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경북 예천의 곤충생태원으로 떠나 보자. ‘미래 파브르’의 꿈이 여기서 반짝이게 될지 모를 일이다.예천곤충생태원으로 떠나기 전 홈페이지를 방문했더니 곤충연구소란 명칭이 눈에 들어온다. 언뜻 프랑스의 파브르 같은 곤충학자를 떠올렸는데, 주민들의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유용곤충을 연구·개발하는 곳이란다. 대표적으로 화분매개곤충인 머리뿔가위벌과 호박벌을 활용해 사과농가의 안정적인 결실확보와 품질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예천곤충생태원의 캐릭터도 이들을 모델로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식용곤충에 대한 연구개발도 이뤄지고 있는데, 엄마들 사이에서 고단백 식품으로 유명한 밀웜(Mealworm)이 여기에 속한다. 몇 년 전에는 곤충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도 운영했으나 현재는 관련 제품 판매만 이뤄진다. 연구시설은 일반인의 관람이 불가하지만, 곤충이 우리 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알 수 있어 아이는 물론 부모도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아이들의 로망 장수풍뎅이와의 만남 예천곤충생태원은 실내에 마련된 곤충생태체험관과 야외에 자리한 곤충생태원으로 나뉜다. 먼저 곤충생태체험관에 들어서니 나무 할아버지가 맞아준다. 동화책에서 본 것처럼 눈과 입이 달린 모습으로 “허허허, 어서 오렴!” 말까지 하니 제법 실감 난다.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3D영상관에서는 곤충이 주인공인 단편 애니메이션을 상영한다. 몇 년째 같은 작품이라 화질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지만, 아이들은 3D 전용안경을 끼고 영화관에 앉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모양이다.2층으로 올라가면 본격적인 관람이 시작된다. 곤충학습관에서는 곤충의 탄생부터 ‘곤충의 몸은 어떻게 나뉠까?’, ‘애벌레는 어떻게 숨을 쉴까?’ 같은 다양한 물음을 화석이나 표본, 미디어 등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화면에 그려진 곤충을 색칠한 뒤 전송 버튼을 누르면 아이들이 완성한 곤충이 스크린에서 움직이는 디지털 인터랙티브 체험공간도 있다. 곤충박사처럼 하얀 가운을 입고 연구실에서 사진촬영을 할 수 있는 포토존도 아이들에게 인기다. 이웃한 곤충생태관은 곤충이 살아가는 다양한 환경을 알려 준다. 숲이나 풀밭, 물속과 땅속, 그리고 과수원과 농지 생태계를 사실적으로 구성한 것은 물론 이곳에 사는 대표적인 곤충들을 실제로 관찰할 수 있다. 아이가 고대하던 장수풍뎅이와의 만남도 이뤄졌다. 큰집게벌레처럼 밤에 활동하는 곤충들은 암실을 따로 조성해 보다 흥미로운 관찰이 가능했다. 3층에는 곤충자원관이 자리한다. 앞서 소개한 머리뿔가위벌과 호박벌 같은 화분매개곤충을 비롯해 애완곤충, 바이오곤충, 식·약용곤충, 천적곤충 등 다채롭게 활용 가능한 곤충의 세계를 소개한다. 미디어를 이용해 장수풍뎅이 키우기를 체험하는 공간에서 한참이나 발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니, 잠깐이지만 반려곤충을 들여야 할까 고민에 빠졌다.●귀여운 모노레일 타고 간 곤충 놀이터 바로 그때 방사장을 탈출한 커다란 벌 한 마리 덕분에 아이들의 관심이 금세 옮겨 갔다. 서양뒤영벌로 불리는 이 벌은 활동량이 많고 성격이 온순해 온실작물 수정에 쓰인다고 한다. 이곳 전시실에는 벌방사장이 있어 아이들이 직접 벌을 만져 볼 수 있다. 서양뒤영벌 수컷은 침이 없기 때문에 이런 아찔한 체험이 가능하다. 어릴 때 벌에 쏘였던 경험이 있는 둘째는 끝내 용기를 내지 못했지만, 침이 없는 벌도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알게 됐다. 또 1층 로비에서 곤충 캐릭터가 등장하는 미디어 동굴을 지나면 멀티체험관으로 이어지는데, 여기엔 아이들의 다양한 신체활동을 이끌어 내는 디지털 인터랙티브 짐(Gym) 원더힐과 5세 이하 유아들을 위한 놀이방이 마련돼 있다. 2층에는 RFID 카드 리더기를 활용해 근육왕 쇠똥구리, 마라토너 제왕나비, 점프대장 거품벌레, 진딧물 사냥꾼 무당벌레, 흰점박이꽃무지 한약방, 개미대장의 부대 길찾기 등 곤충과 함께하는 흥미진진한 체험을 제공하는 벅스랜드가 기다린다. 이제 귀여운 모노레일을 타고 곤충생태원으로 나가 보자. 한두 번 꽤 가파른 코스를 지나 10여분 정도면 곤충테마놀이시설이 자리한 제1정거장에 하차한다. 널찍한 모래놀이터와 트램펄린, 미끄럼틀은 물론 초등학생들도 신나게 놀 수 있는 대형 놀이시설이 많아 모든 연령대의 아이들을 만족시킨다. 예천 깊은 산골의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키며 뛸 수 있으니 엄마로서는 먼 길 달려온 보람이 있는 놀이터다.●흙더미서 유충 찾고 나비들과 산책 초록 잔디와 부드러운 흙길이 어우러진 정원에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벌의 생태를 재미있는 게임으로 알아 보는 벌집테마원과 흙더미를 뒤지며 아이가 좋아하는 장수풍뎅이 유충을 찾아보는 곤충체험원, 하얀 나비 노란 나비와 함께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나비관찰원 등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리해 천천히 둘러보기 좋다. 끈끈이주걱과 파리지옥처럼 곤충을 잡아먹는 식충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온실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동굴 속에는 어떤 곤충이 살아가는지 알아 보는 동굴곤충나라는 실제 동굴처럼 꾸며진 전시공간이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동굴이란 독특한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는 곤충들을 보면서 아이도 엄마도 새삼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낀다. 자연 그대로의 수서곤충과 수서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수변생태원은 푸른 가을 하늘과 어우러져 잠시 걸음을 쉬어 가게 한다. 언덕 꼭대기에는 황금빛 장수풍뎅이가 참나무에 매달린 모양의 전망대가 있어 곤충생태원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곤충생태원은 모노레일을 이용해 왕복 가능하며 걸어서도 관람 가능하다. 이용객이 많은 주말에는 긴 줄이 서는 모노레일을 먼저 타고 곤충생태원을 둘러본 후 곤충생태체험관으로 이동하는 게 효율적이다. 아빠랑 활 쏘는 놀이터, 꼬마 궁수의 눈빛 초롱초롱 활체험장엔 양궁·국궁 전문강사 재미와 교육 다 잡은 양수발전소 동글동글 ‘토끼간빵 ’용궁역 별미 용궁시장 순댓국밥·‘오불’ 맛봐야 예천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활쏘기에 도전해 볼 수 있다. 예천문화사업단에서 활체험장을 운영하고 있어 국궁과 양궁 모두 체험 가능하다. 전통무예를 바탕으로 한 국궁은 조준기가 없어 처음 체험하는 아이들에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강사의 도움을 받아 한 발 한 발 시위를 당기다 보면 신라 화랑이라도 된 것처럼 아이들 눈빛이 진지해진다.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손에 땀을 쥐고 봤던 양궁은 아이들에게도 친근할 뿐 아니라 조준기가 있어 비교적 다루기 쉽다. 손끝이 야무진 첫째는 한두 번 타깃 가운데를 맞히더니 몇 차례나 화살을 추가하는 등 활쏘기의 재미에 푹 빠졌다. 국궁과 양궁 외에도 어린아이들이 안전활과 안전화살을 이용해 활쏘기를 경험해 볼 수 있는 흡착활체험, 일반 화살촉이 아닌 스펀지로 된 화살로 공중에 떠 있는 공을 맞히는 호버볼 활체험, 스크린을 보면서 이동식 타깃을 맞히는 무빙타깃 활체험, 5대5 팀플레이로 색다른 재미를 느껴 볼 수 있는 활서바이벌체험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모두 사전에 전화로 예약하면 이용 가능하고 금액도 20발에 5000원 정도로 저렴하다. 양궁과 활서바이벌체험은 매일, 나머지 프로그램은 평일에만 운영된다.예천을 여행하면서 의외로 아이들이 알차게 놀았던 곳이 예천양수발전소 홍보관이다. 이름 그대로 예천양수발전소에서 운영하는 공간인데 에너지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용되는지, 친환경 에너지가 왜 필요한지 등을 아이들이 알기 쉽게 설명한다. 무엇보다 터치스크린을 활용한 게임과 위치에너지를 이용한 공 쏘기, 에너지 관련 퀴즈 등 다양한 체험시설도 함께 자리해 흥미를 돋운다. 또 입구에서 나눠 주는 RFID 팔찌를 태그할 때마다 각각의 점수가 누적되면서 전광판에 실시간 순위가 공개된다. 덕분에 아이들은 더 많은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전시관을 열심히 누비며 신나게 뛰어놀았다. 전시관 뒤쪽 상부댐의 호젓한 풍광을 덤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용궁역도 아이들과의 여행지로 추천한다. 용궁이란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용왕님이 사는 기차역이에요?”, “거기 가면 토끼와 거북이도 만날 수 있어요?” 등 질문이 끊임없다. 행정구역상 예천군 용궁면에 자리해 용궁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그 이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잘 꾸며진 간이역이다. 우선 기찻길에서 바라보면 이제 막 용궁에서 올라온 것처럼 기운이 넘치는 푸른 용이 반겨 준다. 전설에 따르면 근처 커다란 연못 아래 용궁으로 통하는 길이 있어 이처럼 푸른 용이 매일같이 드나들었다고 한다.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모습에 아이들은 신기한지 이리저리 살펴본다.기차역 안으로 들어서면 역무실 대신 베이커리카페가 눈과 코를 사로잡는다. 동글동글 토끼간빵이 맛있는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 용궁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별주부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앙증맞은 모양새는 토끼의 간을 상상한 결과다. 지역에서 나는 우리 밀과 간 건강을 지켜 줄 헛개나무 추출물을 넣어 만들었다고 하니 그 유쾌한 재치에 주머니를 열 수밖에 없다. 토끼간빵이라고 하니 먹기를 망설이던 아이들도 한 입 베어 물고 나서는 용왕님이 왜 토끼를 잡아 오라고 했는지 알겠다며 키득거린다. 용궁역 주변에선 4·9일마다 오일장이 열린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익숙한 건 엄마도 마찬가지라 여행지에서 오일장을 만나면 더없이 반갑다. 어르신들이 정성스레 키워 낸 각종 농산물은 흥정이 필요 없을 만큼 담뿍하다. 용궁시장의 명물인 제유소도 걸음을 멈추게 한다. 방앗간과 달리 참기름과 들기름만을 뽑아내는 제유소는 켜켜이 내려앉은 시간만큼이나 고소한 향기로 가득하다.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참기름이 화학적 착유 방식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이곳에선 전통 그대로 깨를 볶은 후 물리적 압력을 가해 기름을 짠다. 덕분에 깻묵으로 불리는 찌꺼기에도 영양분이 많아 나오기가 무섭게 물고기 양식하는 이들이 가져간다고 한다. 아이들도 각종 음식을 통해 흔하게 먹는 참기름과 들기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으니 꽤 흥미로운 모양이다. 용궁시장에 왔으면 꼭 맛봐야 할 음식도 있다. 바로 순댓국밥과 오징어불고기다. 순댓국밥이 뭐가 특별할까 싶지만 이곳에선 두툼한 돼지 막창을 이용해 순대를 만든다. 속도 푸짐하고 쫄깃함보다는 부드러운 식감이라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다. 오징어를 각종 야채와 함께 매콤하게 볶아 낸 오징어불고기는 담백한 순댓국밥과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한다. 용궁시장에는 10여개의 순댓국밥집이 성업 중이다. 그중에서도 용궁역 건너편에 자리한 박달식당은 맛도 맛이지만 입구에 걸린 ‘저는 애가 넷이나 있는 애국자입니다’라는 문구가 정겹다. 식당 휴무일은 아이들과 놀아 주는 날이라니 혹여 문이 닫혀 있더라도 기분이 상할 수 없다. 어린이 손님들을 위해 갓 구운 강냉이도 제공해 아이들과 넉넉한 한 끼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여행작가
  • “아버지 김창열 화백을 찍으며, 그 침묵을 이해했죠”

    “아버지 김창열 화백을 찍으며, 그 침묵을 이해했죠”

    아들 김오안, 동료 부요 감독 함께물방울에 천착한 金화백 삶 그려 “아버지와 시간 보내고 싶어 시작제작 5년간 물방울 매력 알게 돼독창적인 특별함 보는 기회 되길”다큐멘터리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28일 개봉)는 1세대 단색화가 김창열(1929~2021) 화백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50년간 ‘물방울’에 천착한 그는 색도 모양도 느낌도 다른 물방울 수천, 수만개를 캔버스에 아로새겼다. 전쟁과 죽음의 공포, 월남 이후 다시는 밟아 보지 못한 평안남도 맹산군 고향 땅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예술로 재탄생했다.아픔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김 화백의 삶을 돌아보는 다큐는 아들 김오안 감독과 동료 브리지트 부요 감독이 공동 제작한 것이다. 개봉을 앞두고 서울신문과 만난 이들은 “영화를 만드는 데 5년이나 걸렸다. 김 화백을 이해하고, 독창적이고 인간적인 특별함을 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1969년부터 프랑스에서 유학 시절을 보낸 김 화백은 현지에서 마르틴 질롱(김마르틴) 여사와 만나 아들 둘을 뒀다. 둘째 아들인 김 감독은 프랑스에서 나고 자랐다. 한국어를 꽤 유창하게 하지만 모국어는 불어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는 다른 집 아빠들과 달랐다. 토론과 대화가 중요한 프랑스에서 대화 대신 침묵하는 아버지를 이해하는 건 어려웠다”고 돌이켰다.영화는 멀게만 느껴졌던 아버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그의 개인적 바람에서 시작됐다. 김 감독은 “영화를 찍기 전에는 아버지의 그림에 대해 일상처럼 받아들였고, 전쟁 등 그의 아픔에 대해서도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다”며 “촬영 기간 곁에서 아버지를 지켜볼수록 물방울의 매력도 알게 됐다”고 했다. 김 화백이 물방울을 일생의 테마로 삼은 건 우연이었다. 어느 날 파리 작업실에서 대야에 물을 받다가 옆에 있던 캔버스에 물방울이 튀었는데, 거기 햇빛이 비친 영롱한 모습에 빠져들었다. 부요 감독은 “김 화백의 작품에는 영적, 조형적, 치유의 힘이 모두 들어 있다”며 “그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 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화백은 생전 달마대사의 일화를 입에 달고 살았다. 잠을 참으려 스스로 속눈썹을 뽑고 눈꺼풀을 잘라 가며 9년간 면벽 수행을 했다는 얘기다. 김 감독은 “아버지는 화가로서 스스로를 달마와 동일시했던 것 같다. 달마가 수행하듯 아버지도 작업을 통해 괴로웠던 본인의 경험을 비워 낸 것”이라며 “그의 물방울이 유명한 건 아주 단순한 동시에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아버지의 침묵이 지혜의 한 형태란 걸 안다”며 “물방울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질문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작품의 가치”라고 말했다.영화에선 내내 아버지에 대한 따스한 시각이 묻어난다. 화실에서 집중한 화가, 손자와 가위바위보를 하는 할아버지, 전우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던 생존자로서의 한 인간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영화 개봉과 맞물려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는 오는 10월 5일까지 두 감독의 사진전을 개최한다. 다큐와 관련한 다양한 사진과 영상 50여점, 김마르틴 여사가 쓴 글 등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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