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내일 취임2돌… 「청와대의 하루」
◎민의청취… 정책결단… 고독과 긴장의 24시/틈틈이 독서… 「페레스트로이카」읽어/결재 밀리면 퇴근뒤 서재로 옮겨 밤새 검토/휴일엔 영부인과 산책,서예ㆍ테니스등 즐겨
오는 25일로 취임2돌을 맞는 노태우대통령.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매일매일 결정을 해나가야하는 대통령의 청와대생활 24시는 어쩌면 고독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대통령의 하루는 각료ㆍ참모들의 보고청취,주요인사접견,회의주재,오찬ㆍ만찬 등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비쳐지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청와대 24시 속에는 보통사람 노태우의 면모가 물씬하게 배어나온다.
○…노대통령은 침상맡에 자명종시계나 디지틀 라디오가 없어도 아침 6시만 되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기상을 하면 전날 청와대비서관들이 작성해 둔 그날의 일정과 접견자료,연설자료들을 세밀하게 읽어보면서 추가사항이나 검토사항이 생각나면 그때그때 메모를 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조간신문들을 훑어보면서 7시뉴스를 듣는다.
상오7시15분쯤에는 부인 김옥숙여사와 함께 본관아래쪽으로 약4백m가량 떨어진 체육관까지 심호흡을 하면서 산책을 한다.
체육관에 들어서면 사이클,역기 등 체력단련기구 등을 통해 20여분간 땀을 뺀다.
이어 길이 25m의 수영장을 4차례 왕복해 2백m가량을 수영한다.
○수영으로 체력단련
8시쯤 아침식사를 하지만 주로 잣죽,깨죽,호박죽등 가벼운 음식을 아침에는 즐겨든다.
출근은 9시. 출근이라야 본관 2층의 살림집에서 1층 집무실로 내려오면 된다. 정확히 말해 계단 30개를 밟고 내려오면 출근이 끝나는 셈이다.
출근을 하면 곧바로 경호실장과 의전비서관으로부터 간밤에 일어난 중요사항과 당일의 구체일정을 보고받는다.
상오의 공식일정은 9시30분부터 시작된다.
상오 일정은 대개 두세차례의 공식ㆍ비공식 접견이 있고 중간중간에 정부관계자 및 수석비서관들의 보고가 있다.
이어 낮12시에는 거의 매일 빠지지않고 외부인사들과 공식ㆍ비공식 오찬을 갖는다.
대통령의 오찬자리는 공식ㆍ비공식이 각기 반반씩 되지만 특히 비공식오찬은 정부기관을 통한 여론수집과는 전혀 별개의 민의를 은밀히 듣는 자리로 활용한다.
오찬이끝나면 대충 하오1시30분∼2시가 된다.
이때부터 서재겸 집무실에서 30∼40분간 휴식을 취한다.
대통령은 어릴적부터 음악을 좋아해 지금도 휴식시간에는 우리 가곡에서부터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다.
특히 좋아하는 노래는 우리 가곡 가운데 「그리운 금강산」,클래식가운데는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이며 서울올림픽 주제가 「손에손잡고」도 애청하고 흥이 날때는 따라 부르기도 한다.
하오 2시30분부터 1시간동안은 적게는 10건,많을때는 30건의 보고서를 읽고 결재서류들을 점검,그때그때 서명,재가를 한다.
하오 공식일정은 일반적으로 3시30분부터 시작돼 공식만찬이 없을때는 6시30분에서 7시까지도 계속된다.
하오 일정은 주로 국무총리등 정례보고자,정부관계자들의 국정현안에 대한 보고가 주를 이루나 이따금 사회단체,협회,공로수상자,그리고 집단방문객들을 위한 다과가 베풀어지기도 한다.
만찬행사도 오찬과 마찬가지로 공식ㆍ비공식만찬이 거의 매일 들어있다. 부인과 2층 살림집에서 된장찌개에 우거지국으로 드는 저녁식사는 기껏해야 1주일에 1∼2차례뿐이다.
만찬행사가 끝나면 하오 8시30분전후가 된다. 2층 거처로 올라가 편안한 차림으로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저녁9시 TV뉴스를 듣는다. 일정이 많아 각종 보고서나 결재서류가 밀릴 경우 퇴근시에 서류를 무더기로 팔에 끼고 2층 서재로 들어가 밤새 살펴본다. 밀린서류가 없을때는 조용히 독서를 한다. 주로 동서고금의 역사책을 많이 보지만 최근에는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와 서상목박사(민자당의원)가 지난해말 쓴 「한국자본주의의 위기,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읽었다.
○…노대통령이 보통사람으로서 즐거워하는 시간은 일요일 아침의 청와대 경내 산책이다.
본관 뒤편 산책로를 따라 약1시간가량 산책한다. 산책때는 꼭 애견을 데리고 간다. 본래 애견은 연희동시절부터 그를 무척 따르던 누런색의 진도견 「진돌이」였으나 「진돌이」가 최근 6개월간 훈련을 가는 바람에 역시 진도견인 흰색의 「올리」(수컷)와 「피스」(암컷)를 데리고 다녔다.
「올리」와 「피스」는 88서울올림픽이후 청와대 식구가 되었는데그 이름은 올림피아에서 따왔다는 것.
일요일 낮에는 부인과 함께 서예를 한다. 작년에만 해도 서예가를 초빙해 지도를 받았지만 지금은 혼자서 연습한다. 한문 한글을 모두 쓰지만 주로 한문을 많이 쓴다. 즐겨쓰는 문구는 「강유득중」(강함과 부드러움의 좋은 점을 살려 중간을 취함이 좋다) 「필사즉생」 등이다.
노대통령이 직접 쓴 글씨를 돌에 새긴 곳은 3군본부 청사입구에 세워져 있는 「계룡대」가 있고 현판으로는 「청소년연구원」현판이 있다.
하오에는 부인과 함께 청와대참모들이나 각료들을 초청,테니스를 즐긴다.
대통령은 3∼4개월에 한번꼴로 골프를 나가기도 하지만 주변을 번거롭게한다고 해서 매우 자제하는 편이다. 골프 핸디캡은 18.
○노모계실땐 꼭 문안
○…노대통령은 지난해 외손녀를 보아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가정적인 단란한 맛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딸 소영씨는 부군과 함께 미국에 유학중이고 아들 재헌군도 수학중이어서 청와대에서는 부부가 외롭게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올해 81세인 노모 김태향여사가 아들을보러 가끔 청와대에 들르는데 평균 한달에 6∼7일씩 머문다. 노대통령은 노모가 계실때는 퇴근후 꼭 노모방에 들러 문안을 드리고 출근 전에도 역시 문안을 드린다.
노대통령은 부인을 매우 사랑한다. 자신도 바쁘고 부인도 소리안나게 퍼스트 레이디로서 사회봉사활동을 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남편으로서 부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제대로 표시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부인생일에 중견여류시인 유안진씨가 쓴 시집과 수필집(「영원한 느낌표」「그리운 말한마디」인 것으로 전해짐)을 선물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대통령은 언젠가 「왜 시집을 선물했느냐」는 질문에 『시는 내가 가까운 사람에게 하고픈 말을 대신해주는 아름다움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