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가작/ 복숭아꽃 살구꽃(I)
[등장인물]달자(19세) 어머니(50대 후반) 아버지(60대 후반) 달분(21세) 달석(10세) 이우(19세) 아낙1(50대 후반) 아낙2(60대 초반) 최영감(60대 후반) 상빈(23세)[무대]1950년 초에서 중 사이 전쟁 끝인지라.여러모로 무질서하고 매우 어수선함,기울대로 기울어진 원두막 같은 초가.뒤꼍으로는 형성이 또렷치 않은 복숭아나무들과 살구,대추,밤나무들이 드문드문 이 빠진 듯이 서 있다.
늦은 점심 시간.효과음과 함께 막이 오르면,달자 어머니,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약단지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어머니: 후후훗….(연신 입김을 불며 부채질을 하다가는 멍하니 허공을 향하고.어느 한 곳에 초점을 못 둔다.)달자: (등장.) 엄니! 잠깐 쉬세유.지가 하겠내유.부채 이리 주세유.
어머니: 이짓두 인제는 지쳤데이.언적 거정 해야 하는 것인지…? 달자: 짜증두 나게 생겼내유.하지만두 누워서 지내시는 아부지 보다야 낫지유.아부지는 5년 동안 한 번두 땅을 밟지 못 하신게.울마나답답하시겠슈….
어머니: 와? 그 맴 모르간디.점점 빚만 불어 난게 안 글여.보리 쌀구경한 지두 언젠지 몰루는디….
달자: 그래두,엄니,물 한 대접으루두 배부를 수 있잔아유.
어머니: 우리야 아무러면 이럭저럭 해두 괜잔은디.달석이,그 녀석이야,어디,우리 맴 같드랴?달자: 지가 영옥이네 갔다 올게유.
어머니: 차라리 안 가는 편이 더 배 부르데이,더 죽는 소릴 한게.뒤통수 따가워서 그냥 못 온단게.
달자: 우리 집 사정을 강 건너 불 보듯이 빤히 아는디 쉽게 나오겠어유.
(달석이 보퉁이 들고 등장.)달석: 아이-씨,나,낼부텀 핵교 안 가구 말겨.
어머니: 또,그 놈에 납부금 땜이 안 좋은 소리 들은 겨? 누가 싸 놓구 안 주는 것 아니잔여.
달석: 그 누가 머래두.낼,부텀 증말 안 갈틴게.
달자: 니는 사내 아니냐? 사내답게 버튀어 바.
달석: 누이는 남자면 머든지 다 맘대루 되는지 아는 가배.핵교를 그만 두면 되잖아.
달자: 니,참말루 그랬다가는 혼날 줄 알아.
달석: 누이가 먼디 날 때린댜? 누이면 다 간디이.
달자: 조 녀석이,그래두,덤벼든 데이.
(달석 도망가며 달자 쫓아가면서 퇴장.아낙 1 등장.)아낙 1: 그래두 재주는 있단게.약은 꾸준히다리니? 끼니는 거르면서두 말여.
어머니: 이 시간에 왼 일 인겨.(약탕기를 기울였다 도로 놓으며.) 으째,어려운 걸음을 다 한겨.
아낙 1: 우리 집 양반이 오늘은 장사가 통 안돼서 그냥 해가 지기 전에 들어 왔잔여.
어머니: 그래서,피난 나 온겨?아낙 1: 아니구먼,우리 집 양반이 술만 먹었다문 허구한 날 마누라나 다듬질하는 양반은 아니구먼.
어머니: 누가 뭐라구 핸남.와,독이 울루구 그란대.무섭데이.
아낙 1: 독이 오르긴 누가 독이 올랐다구 물어진 데이.
어머니: 아니면 말구.참말루 먼 일로 바뿐 걸음 한겨…?아낙 1: 이 집 큰 딸 시집가서 잘 사는 가벼.
어머니: 와! 뜬구름 없이 달분이 야기여.잘 살구 있구먼.
아낙 1: (방백.) 그람,우리 집 양반이 잘 못 들었는 가배….
어머니: 이 여편네가,근디.머라구 혼자 씨부렁 거리는겨.
아낙 1: (더듬으며.) 아무것두 안여.
어머니: 점점,인젠 말 까정 더듬으며 날린 겨.,먼 큰 죄진 겨?아낙 1: 죄는 먼 놈에 죄여.
어머니: 그람,자꾸먼 와 글여…?아낙 1: 더 있다가는 무슨 벼락 맞겠데이.증말루,절벽인 겨.절벽인척 하는 겨.
어머니: 증말루,아까 부텀 먼 소리를 하는 겨.속 시끌어서 죽겠데이.
아낙 1: 오늘 우리 집 양반이 달분이가 사는 동리에 들렀다가 들었는디.달분이가 소식이 묘연 하데이,시집에서 나간 지 벌써 달포가 덤는 데이.
어머니: 시방 먼 끔찍한 소릴 함부루 지껄이구 있는 겨….
아낙 1: 이 사람아! 자네 친정 에미 맞는 겨.
어머니: 네,이 놈에 김 서방은 멋 하구?아낙 1: 어디 그게 사위만 탓 하겠남.다 달분이 팔자가 희박 여서지.
시집 간지가 벌써 울 마나 됐어? 아마 모르긴 해두.5년이 넘어 갈겨.
아,그 집이 한약방을 해서 부족한 것은 없지만 서두 손이 워낙에 귀한 집이 아니남.그란디,여태거정 아이 소식이 읍스니….
어머니: 어-이구! 불쌍한 것.그래,어디 간겨…? 말루는 도무지 믿을수가 업데이.낼 내가 당장 가바야 스겠데이.
아낙 1: 가바야,멀 하겠남.속만 더 디집어질 것 인디.
어머니: 그래두,가 바야.믿을 수 있겠는….(털썩.) 아낙 1: 지발! 내 말 들어.벌써 딴 여자가 주인 행새 하구 있다는디.
어머니: 우리 달분이….그람,너무 불쌍해서 어떡한 데이.(울고불고)이 년이 지나치게두 못 나서 딸년 까정 그 모양인 겨? (달자,약초 꾸러미 들고 서서히 등장.)아낙 1: 지발! 그만 줌 여….(혀를 찬다.) 약 다 탄 데이! 아까와서이 일을 어찐데이.어찐데….(아낙1,약탕기 들고 퇴장.) 달자: 이,모두가 구린내 펄펄 나는 가난 때문여.이 몹쓸 놈의 가난….왼순 겨.(어머니 부축해서 방으로 가며 울먹.) 언니! 시집살이가 대채 울 마나 매운 겨.부모 복이 읍슬라면 남자 복 이라두 있어야 잔여.
(이때,마당으로 허겁지겁 들어오는 이우.)이우: 달자야! 니,와 그랴 ?달자: …….
이우: 무슨 일 있었냐? 나 한티거정 말 못 할 일인감.
달자: 이우야! 울 언니 어쩌냐….
이우: 달분 언니가 와? 시집 간 언니는 와 갑자기 찾구 글여.또,아자씨가.
달자: 그런 게 아니구.울 언니가 시집에서 쫓겨 났데이.
이우: 니,나 놀라게 할라구 시방 그짓말 하는 거지.안 속는데이.
달자: 나두,증말 그짓말 이었으면 좋겠데이.
이우: 이유가 먼 데이.착하구 얌전 하기루 소문 난 달분 언니가 와…?달자: 자슥이,먼지 그 놈에 자슥 땜이 그란데이.
이우: 증말루 어찌냐? (눈물을 훔친다.)달자: 오늘은,니,혼자 야학 가레이.
이우: 니,안 가는디.나 혼자는 싫데이.
달자: 니,그람.맴 매키는 대루 하레이.
이우: 이따가 놀러 올게….
달자: 오지 말라구 하문은,니,집에 가다가 엉엉 울겠데이.
이우: 그라구 본게.니,내가 안 왔으면 하구 고대 나바.그치.(퇴장.)(거지꼴을 하고,달분,등장.).
달자: 잘 못 찾어 오셨구먼 유.우리 집은 아무것두 드릴 것이 읍내유.밥숟가락을 들어 본 일이 언제인지.모르건 내유.
달분: (나직이) 달자야,언니데이!달자: 머,참말,언니여! (동정을 살피며.) 대채,이 꼴이 머 데이.
달분: 누가 있는가? 바바….
달자: (한 바퀴 돌고 와서) 아무두 없는디?달분: 그람,방으루 들어가자.
달자: 엄니,아부지! 언니가 왔슈.
어머니: 어디 보자.그 간에 울 마나 고생을 한 겨.(껴안는다.)달분: (큰절을 한다.) 시간이 없어유.일행이 기다리구 있구만유.시방북쪽으루 가는 길에,잠깐,식구들 얼굴이나 보구 갈라구 들린 거내유.
달자: 언니! 어딜 갈라고 그랴.가지 말구 우리예전 마냥 같이 살어.
야밤 여,그런 무모한 짓 하지 말어….
달분: 걱정 말어,가는대루 소식 띠울 틴게.엄니,아부지,달석이를 니가 잘 보살펴야 한데이.너만 믿을 꺼여.
어머니: 달자,야,말대루 가지 말어.그 낯선 곳에 가서 무슨 봉변 이라두 당하면 어찌 냐? 울 마나 무서운 세상인디.(매 달린다.) 가면안 되어….
달분: 너무,지,걱정 말 어유.(뿌리치며 뛰쳐나간다.) 지 잘 살아유….
달자: 언니! 언니……!(암 전 )닷새 뒤,아침.달자,산에 갈 채비를 한다.낫,호미,망태든 지게를 지는중이다.
이우: 니,산에 갈라구 하남.
달자: 잠이나 더 잘 일이지 와 왔냐.
이우: 지지 베야,잠이 와야지.엊저녁 일 땜이….
달자: 니,입방아 찌기만 여? 야학에서 신문 본 일 아무 한 태나 누설였다 가는 그 날루 제삿 날 되는 겨.
이우: 니는 나 못 믿냐? 달분 언니가 너무 불쌍 데이….그릇케 죽다니….
달자: 쉬-이,울 엄니 알문 어뜩여.나는 속이 평화라 참는 줄 알어?가슴이 아려두 내가 더 아리구,분통이 터저두 내가 더 터진께.날,그냥 두구,가서 엄니 일이나 거들어….지발,밥값이나 줌 해바.
이우: 그라구 본게,니그,얼굴이 밤새 상였구나….산에 가서 속에 담긴 것 다 풀어 버리구,해 떨어 지기 전에 내려 오레이…!달자: 알았단게.(모두 퇴장.)(어머니,키질을 하고 있다.아낙 2 등장.)아낙 2: 왼,키질 이레이.
어머니: 어서 오세유.우리 아들 녀석이 워낙에 허기가 진 모양 여유.
논바닥에서 나락을 가져 왔는디,티가 더 많내유….틴지,쭉쟁인지.영분간이 안 가유.
아낙 2: 와! 이렇게 사람 자꾸 걸음 하게 한데? 우리 집 닷새 후,큰일 치루는 것 알구 있남.
어머니: 야,알 아유.
아낙 2: 그 때 까정 꼬옥 되아지 새끼를 가져오던가 돈을 해 오던가,잘,알아서 햐.
어머니: 미안한디,장담 못 하겠내유.
아낙 2: 이번에는 먼 수를 써서 라두 해 내야 햐….(퇴장)(달자,망태 들고 지게 지고 온다.)어머니: 산에 갔다 오는 겨? 다 큰 처녀가 산에 오르락 하면 흉햐.다음부턴 나가 갈겨….
달자: 별 소릴 다 해유.엄니가 산에 가시면 증말 안되유.지난번처럼발을 헛딛어서 낭떠러지에서 구르면 어쩌 실라구유.
어머니: 조심 하문돼.아까 순림이 엄니가 다녀 갔는디.
달자: 와유? 우리 집엘 다유.
어머니: 널 중매 서겠다는 디? 아랫마을 김 부자 댁 머슴이 마님 친정 조카 라는디.너랑 맺어 주었으면 한데나바.
달자: (펄쩍 뛴다.) 지는 유.시집 안 갈거 내유.아니 못 가내유.
어머니: 와? 집 걱정 땜이… 글여.
달자: 아니라구는 않겠내유.(가리키며) 저 과수원을 지,힘으루 제 모습을 찾아 줄거내유.비록 시방은 전쟁 휘오리에 시달려서 엉망이지만,정성을 기울이면 곧 지 모습을 회복 할 수 있을 거내유.
어머니: 힘드는 일을 니 혼자 어떡여.설사 그릇케 한다구 하더라두,어느 세월에….아마두 빚쟁이들이 더 설칠 틴디….
달자: 차근차근 일어서야 지유.몇 년이 걸린대두 해야 지유.산더미같은 빚두 갚아 나가구.아부지두 시설 좋은 서울 병원에 모시구 가서 병을 고쳐 드려야 하구 유….
어머니: 그라지 말구,시집이나 가서 집안 일 일랑 잊어 버리구 편하게 살어.
달자: 지는 유.언니가 안 여유.언니야,약값 땜이 한 몸을 던졌지만두….지는 유,땀 흘려 일을 해서 태산 보다두 높구 하늘 아래인 빚을지 힘으루 반드시 청산 할 거내유…! 어머니: 언니,야기는 와 꺼내는 겨.나두 니 덕에 입하나 줄이구 싶어서 글여…!큰딸 년을 약값으루 팔어 먹구두,너무두,모잘 라서 인제는 너 거정 팔어 먹을라고 글여.(신세 타령을 한 바탕 한다.) 이 년에기막힌 인생.시상을 너무두 잘 만나서,….얼씨구∼ 절씨구∼ 지하자∼ 지화자∼ (춤까지 춘다.)달자: 엄니! 지가,입 밖으루 나 왔내유.고정 하세유.
어머니: 니그 언니는 와! 소식이 없는 겨.살았는지 죽었는지….굶지는 안는 겨?달자: 곧 먼 소식이 오겠지유.걱정 마세유.
어머니: 요새 꿈자리가 어찌나 사나운지,불길 하구먼.
달자: 언니는 잘 있으닌께.바쁘다…본께,틈이 없나바유.
어머니: 아무리 바빠두 그렇지.
달자: 가서 편지를 썼어두 북에서 여기거정은 시일이 걸리잔아유.
어머니: 참! 증말 그러겠는디.
달자: 그란게,언니 걱정은 푹 놓으세유.
어머니: 안만해두 예감이….
달자: 엄니! 와,자꾸만 글여유.
어머니: 안만.먼일이 있것남.
달자: (호돌갑을 떨며) 그란게,걱정 마세유.
어머니: 그나저나 니는 참말루봄에 과수원에 손 댈겨? 근 십 년이나,사람 손이 가지 안아서 엄청 손이 많이 갈겨.그라구 남자 손이 더많이 필요할 겨….그 집에선 너랑 혼인만 하면 논 서마직이 선작두준다는 것 같은디.고집 피우지 말구….
달자: 그 야기는 생각 하기두 싫어유.
어머니: 너를 위해서 그라는 건게.나중에 지발 딴 소릴 하지말어.
달자: (시원스럽게) 야.지만 믿으세유.우린 아직두 숨쉬고 있내유.어서 빨랑 봄이….아마두 시방이야,힘이 들 어두 언젠가는 잘 사는 시상이 올거내유.그란께,그 야기는 안 들은걸루 하겠어유.
어머니: 글여 맘대루 혀….나이 먹어 늙던지 말던지.(성을 내는 것처럼 망태 들고 퇴장.)달자: 야아.
이우: (등장.) 약초랑 땔감이랑 구한 겨.생각 보담 일찍 왔네.
달자: 와 ! 호랑이가 안 깨물어 가서 실망인감.
이우: 글여,늑대가 그냥 나 준 것이 천하에 악녀는 알아보던 가 보내.
달자: 그람,이 달자를 몰라보면 큰일이지.
이우: 참! 오다가 들었는디.나,몰래 시집 간다구….
달자: 어디서 쓸대읍는 소리는 잘두 주서 들어 갔구 댕긴단게.
이우 지지베두,좋으문서….좋다구 하문 어디 빼서 간다구 하데이.
달자: 자꾸만 헛소리 할거문은 얼른 가 버려…!이우: 골난 겨.골난 척 하는 겨.니그,엄니가 벌써 반승낙을 했다구하더라.그 집 보리쌀 한 말은 더 갔다 줬다는디…? 니,참말루 모르구 있었냐.
달자: 누가 글여.니,머 잘 못 먹은 겨.
이우: 능청 그만 떨어.지지 베야,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을 너만 모른다구 시치밀 떼문 그게 감춰 지냐구.
달자: (주저앉는다.) 울 엄니가 증말 여?이우: 한 번 엄니 한티 확인 혀바.증말루 몰랐던 겨? 난 니가 아는줄 알구.
달자: 꺼져 버려! 아무 말두 듣기 싫어 (분노에 찬다.) 이우: (쩔쩔 맨다.) 달자야! 맘 가러 안으레이.
달자: 니가,시방,내 우수운 꼴이 재밌어서,더 보구 싶은 모양이지….
이우 와! 글여.증말루….
달자: 난,무슨 일이 있어두.시집이구 나발이구 안가….(방안으로 퇴장.)이우: (방백) 화가 단단히 났으니? 큰 일 이내.며칠 갈 터인디….어쩌면 좋아…! (퇴장.)(달자,다음 날부터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어머니: (방 쪽에 대고.) 글여! 굶어 죽든지,어디 맘대루 혀바.망할년,썩을 년….저 놈에 승질 머리는 대체 누굴 닮은 겨?달석: 물 이라두,지가 떠다 줄게유.
어머니: 벌써,이레째여.물 한 모금두 넘기지 안는데이.내비 나둬,그까짓 것 죽으면 뒤겉에 묻으면 된게….
달석: 엄니,누이 죽으면 안 되어.
이우: 아직두,아무것두 안 먹어유?달석: 우리 누이 줌 어티기 해바.누이가….
어머니: (방문 고리를 잡고) 헛간에 가서 연장 그룻 가져와.달석아!죽었으면… 송장이 썩으면 냄새나 육 먹은게…! 이우: 엄니! 지발 진정 하셔유.
달석: 끙끙….(안간힘을 다 해.방문이 열린다.)(이우,어머니,달석 모두 방으로 간다.축 늘어진 달자 아무것도 모른다.)이우: 달자야…!어머니: 야앗-야…!달석: 누이야…! 누야….
(암 전)이틀 후,저녁.달석이가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뒷짐을 지고 들어온다.
어머니,달자,마당에서 다 다린 약을 짜고 있다.
어머니: 멋 하다가 인제 들어 오는 겨.도대채 학교는 댕겨 온겨,안댕겨온겨.
달석: …….
달자: 놀다 본께.늦었겠지유.너무 나무라지 마세유.
어머니: 요새 줌 수상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디?달석: 엄니두,지가 머 나쁜 일이라두 하구 다니남유….
어머니: 저 것 바라.(손으로 가리킨다.) 뒤에다가 황금 덩어리를 숨겼는지,구십살 먹은 할아버지 아니남.
달자: 니,아까 부텀 뒤에 멀 숨긴 겨.내 나 바바….
달석: (더듬으며) 아무것두 아니구먼.
달자: 먼디 글여! (가까이 다가간다.) 달석: (한발 물러선다,) 아무것두 아니란게.글여….
어머니: 머길래 글여! (나꿔챈다.)달석: (엿 가락들과 누룽지 뭉치가 떨어지자 황급히 줍는다.)달자: 이게 다 머여.( 빼앗는다.) 어디서 난겨.
달석: (방백) 말하면 안되는디.
어머니: 말 안 할겨…?달석: …….
달자: 엄니! 안 되겠슈.부엌에 가서 부지깽이를 가져 와야 하는 가배유.
어머니: 글여.
달석: (울음보를 터뜨린다.) 으앙,으응….
어머니: 그란다구,그냥 넘어 갈 줄 알어.(엉덩이를 때린다.)달석: 실은 아랫마을 김 부자집 머슴 성이 준겨.
어머니: 멋 여…? 달자: (머리를 쥐어박으며) 언제부터 그 사람이랑 가깝게 지낸 겨.
달석: 그 성! 나쁜 사람 안여.내 납부금두 내 주구.나랑두 잘 놀아준 다구….
달자: 이제 부터는 그림자라두 쫓아다니지마.
달석: 싫어.그람,나 집에 안 들어 올겨.
어머니: 그래 나가라….(고함을 친다.)달석: (뛰어 나간다.)달자: 달석아! 달석아…! ( 달석이 쫓으며 퇴장.)어머니: 다들 지 멋대루여.어디들 멋대루 해바.아이구,내 팔자여.서방 복 읍는 년이 어디 자슥 복인들 있것남….
박광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