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 웅도, 바지락·낙지·석화굴의 ‘천국’
소달구지가 덜컹대지 않는다.
흙먼지 이는 황토길이 아니고 갯벌을 누비니 당연한 일이었다.간간이 터져나오는 ‘이랴이랴’ 소리만이 갯벌의 침묵을 깨뜨릴 뿐이었다.
충남 서산군 대산면 웅도.
봄인가 싶었는데 갯벌에는 여름이 곧장 달려와 있었다.내비치는 햇살이 그렇고 살랑거리다 못해 후덥지근한 더위를선사하는 바람이 그렇고.
웅도는 꼭 곰이 웅크리고 있는 것 같다.큰 섬은 아니다.물이 빠지면 폭 3m,길이 300m의 유두다리를 통해 섬으로 건너갈 수 있다.배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므로 물때를 잘 맞추어야 한다.
80가구 정도가 띄엄띄엄 사는 이 섬은 부자마을이다.가로림만 덕이다.바지락과 낙지,석화굴의 천국이니 갯벌이 섬사람들의 논이요 밭이다.
눈에 확 띄는 절경이나 장관은 없지만 자분자분 아름다움이 섬마을에 충일하다.인적이 뜸하다.모두 갯벌에 나간 탓이다.섬 진입로에서 3㎞쯤 걸어들어가자 지평선인지 수평선인지 가물거리는 곳에 소달구지 행렬이 보인다.갯벌의 길이또한 3㎞.하도 달구지가 다닌 탓에 길 자국이 선명하다.
소리가 먼저 달려온다.‘이랴이랴’소리에 힘든 노동을 마친 이들의 탄식이 숨겨져 있다.40가구 쯤이 한꺼번에 나가작업한다.따라서 소달구지 40대 정도가 거뭇거뭇한 갯벌을따라 바지락을 가득 싣고서 돌아온다.
생각밖으로 40대 젊은 부부들이 눈에 많이 띈다.수입이 짭짤해서다.아침 8시에 나가 오후1시 조금 넘어 돌아오는데뭍에서의 일당 못잖은 4∼5만원을 손에 쥔다.
하루 바지락 채취량은 모두 합쳐 3t 정도.겨울 한창때는 6t을 캐냈단다.3t이면 400만원을 웃도는 돈으로 가구당 10만원이다.
마을 이장인 조상호씨는 “바지락에도 산란기가 있시유.이제 쫌 있으믄 추석때 꺼정은 바지락을 안 캐내유.대신 6월부터 낙지를 건져올리는 디 참 재미있지유”한다.그럼 마을주민들이 한동안 빈손으로 노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조씨는 “석화굴 까는 재미로 이때를 난다”고 설명한다.풍요로운 가로림만을 끼고 있는 덕에 이 마을엔 쉴틈이 없다.
소달구지 대신 한때 경운기나 트랙터를 몰고 들어가기도했으나 바닷물에 부식되는 일이 잦아 다시 소달구지를 이용하게됐다.
‘전통’으로 돌아간 덕에 사진작가 등이 종종 찾고 방송사 취재팀도 여러번 다녀가 주민들을 귀찮게 했다.그래서인지 마을 인심이 강퍅하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하지만 말을조금만 더 주거니받거니 하면 예의 느릿한 충청도 사투리에섞인 넉넉한 인심을 들여다보게 된다.
6개월쯤 뒤인 가을녘에는 머리를 처박는 시뻘건 해님을 등에 진 채 돌아오는 소달구지들을 만나는 낭만을 맛볼 수도있단다.
웅도 갯벌을 찾을 때는 한평생을 바다에 바치며 살아온 할아버지의 웃음도 울음도 다 넘어선,바다를 닮은 얼굴을 만나볼 일이다.
서산 임병선기자 bsnim@.
*충남 서산 여행 가이드.
〈가는 길〉 서해고속도로 서해대교가 개통되면서 서산가는 길이 빨라졌다.당진 나들목을 빠져나와 32번 국도를 이용,서산까지 간 다음 29번 국도를 타면 대산읍까지 간다.대산읍에서 오지리 방향으로 좌회전해 3㎞ 가면 대산초등학교웅도분교 표지판이 보인다.이길로 접어들어 역시 3㎞ 진행하면 웅도가 바로 보인다.
서울로 되돌아올 때에는 서산으로 들어가지 말고 오히려위쪽으로 올라가 대호방조제를 건너 당진으로 들어간다.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에서서해고속도로를 경유, 서산까지 가는 버스가 20분간격으로있다.2시간 소요. 서산에서 웅도가는 버스는 하루 세차례뿐이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는 불편하다.
웅도에는 숙박시설은 물론,식당,구멍가게도 없기 때문에단단히 준비해야 한다.웅도어촌계(041-663-8903)에 물때나민박문의를 할 수 있다.
〈먹거리〉 서산 하면 어리굴젓이 떠오를 정도로 유명하다.
소금에 절여 젓을 담근 뒤 고춧가루 등 양념을 넣어 무친어리굴젓은 간월도 산이 가장 이름높다.하지만 웅도 어리굴젓은 간월도 것보다 더 맛이 뛰어나다.
염장하지 않고 생굴로 양념해 무친 것이라 맛이 살아 있다.
짜지 않으면서도 매콤새콤한 향이 진득하다.양념도 갖가지다.생굴,생밤,태양초,쪽파,육쪽마늘 등이 들어가니 맛이 뛰어날 수밖에.어리굴젓 1㎏ 1만5000원.택배도 가능.(041)663-8898서산 낙지는 다른 지역 낙지에 비해 다리가 굵고 실하다.삶으면 외려 부피가 커진다.육질도 부드럽다.서산 특산물인박과 함께 끓여내는 박속낙지탕은 청양고추와 바지락을 넣어 칼칼하게 끓여내 속을 확 뒤집어놓을 정도.대산읍 웅도식당(041-663-8497) 등 잘하는 집들이 많다.
* 충남 서산 '백제의 미소' 마애삼존불.
서산에 가면 우선 ‘백제의 미소’부터 영접할 일이다.
당진 거쳐 서산군에 들어서자마자 운산면이 나온다.마애삼존불 입간판을 보고 왼쪽으로 돌아 7㎞ 더가면 용현계곡.이계곡을 10분 정도 거슬러 오르면 마애삼존불의 넉넉한 미소를 만날 수 있다.
세 부처님을 모시고 있어 삼존불이다. 관리인이 조명을 비쳐준다.중앙에는 여래입상,오른쪽에는 반가사유상,왼쪽에는보살입상이 화강암에 돋을새김돼 있다. 본존불인 여래입상의 높이는 2.8m.6세기 중엽의 백제작품으로 모두 밝은 미소를 짓고 있어 본존인 여래와 왼편의 보살, 오른편의 반가상모두 조명에 따라 신비한 미소를 머금는다.마애삼존불 관리사무소(041-663-3675) 조명 각도에 따라 미소가 순간적으로 변할 정도로 정교하고 신비해 국보 제 84호로 지정됐다.본존불의묵직하면서당당한 체구에 둥근 맛이 감도는 윤곽선이나 보살상의 세련된 조형감각 등이 당시 중국과의 해상교통로로 각광받은 태안과 부여를 잇는 서산의 지정학적 위치와 함께 중국 문화의 흔적이 짙은 것으로 평가된다.
근처 개심사도 넉넉하고 안온한 백제사찰의 멋을 만끽하기에 손색 없다.
해미읍성에는 5∼6월 해당화가 피어 색다른 정경을 자아낸다.성종 22년(1491년)축성된 이 석성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군관시절 근무지로,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당한 곳으로이름높다.또한 1866년 병인박해때 천주교 신도 1,000여명이순교한 곳이다.석성으로 높이가 5m,총길이가 1,800m에 이르고 성 면적이 6만평에 달한다.
교통이 전체적으로 불편한 게 흠.서산읍에서 택시 타면 1만5,000원.서산버스터미널 (041)-665-4808 마애삼존불 앞까지 시내버스 2시간 간격 하루 5회 운행,40분 소요.
개심사나 해미읍성을 돌아본 뒤 18㎞ 떨어진 덕산온천에들러 온천욕을 즐기는 것도 좋다.서산시청 문화공보담당관실(041-660-2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