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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일영 前 조선일보 회장 별세

    조선일보사 방상훈 사장의 부친인 우초(愚礎) 방일영(方一榮) 전 조선일보 회장이 8일 오전 2시5분 숙환으로 별세했다.80세. 평안북도 박천 출신인 고인은 조선일보가 폐간된 지 2년 뒤인 1943년 4월 당시 사장이던 할아버지 계초(啓礎) 방응모(方應謨)의 비서로 조선일보에 입사한 뒤 조선일보사를 56년간 이끌어온 한국의 대표적인 언론 경영인의 한 사람이다.고인은 한국전쟁 때 납북된 방응모 회장의 뒤를 이어 1953년 사장에 취임,지난 93년 회장직을 물러날 때까지 조선일보를 한국 굴지의 신문으로 자리매김시켰다.회장직을 물러난 이후에도 고문으로 재직하다가 99년 지병으로 은퇴했다. 6·25전쟁 중 30살의 젊은 나이로 사장 자리에 앉은 고인은 사옥이 불타는 등 열악한 상황에서 스스로 윤전기를 손질하고 사채를 얻으러 다니는 등 회사 재건에 박차를 가했으며 이후 탁월한 경영능력과 인력관리를 통해 조선일보의 성장을 일궜다. 고인은 1963년 한국신문발행인협회 이사장,1969년 아시아신문재단(PFA) 부이사장,1976년 IPI한국위원장 등을 역임했다.또 방일영 문화재단을 설립하는 등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에도 힘써 82년과 99년 각각 국민훈장 무궁화장과 금관문화훈장 등을 받기도 했다.한편으로는 80년대 신군부와 유착해 조선일보를 키웠으며,코리아나호텔 설립에 특혜 의혹을 받았다는 등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유족은 장남인 방 사장과 차남 용훈(勇勳) 코리아나호텔 사장 등 5남 1녀.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2일 오전 7시,장지는 경기도 의정부시 가릉동 선산.(02)760-2091∼2(서울대병원),(02)724-5110(조선일보사). 이종수기자 vielee@
  • 책꽂이

    ●철학자 플라톤(미하엘 보르트 지음,한석환 옮김,이학사 펴냄) “나는 유럽의 철학적 전통을 플라톤에 대한 일련의 각주라고 말하고 싶다.” 철학자 화이트헤드가 한 이 유명한 말은 서양철학사에서 플라톤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웅변해준다.서양정신사란 거대한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반드시 만나는 서양철학의 원류가 바로 플라톤이다.육체와 영혼,이데아론,선험적인 앎과 상기,앎의 개념 등 플라톤의 주요 사상을 다룬다.1만원. ●IT혁명의 구조(존 피어스·마이클 놀 지음,변윤식 옮김,사이언스북스 펴냄) 첨단 네트워크 사회를 이끈 정보통신 과학의 원리와 역사를 조명.저자들은 미국 정보통신 과학과 산업의 메카였던 벨 시스템 벨 연구소의 핵심 연구원 출신.특히 피어스는 20세기 후반 ‘반도체혁명(고체혁명)’의 출발점이 된 트랜지스터 개발에 참여,‘트랜지스터’란 이름을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1만8000원. ●아인슈타인의 유쾌한 편지함(앨리스 캘러프라이스 지음,박은희 옮김,세종서적 펴냄) 아인슈타인은 1919년 상대성이론이 검증된 이후 세계적인 스타가 됐고 그때부터 많은 어린이들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과학자도 기도를 하느냐는 제법 철학적인 질문,천재라서 정신병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공연한 걱정 등 하나같이 아인슈타인의 삶과 사상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실린 것들이다.이 책엔 그런 동심의 결정체가 담겼다.9300원. ●신군주론(프란체스코 귀치아르디니 지음,해누리 펴냄) 난세를 살아가기 위한 국가통치론과 지혜의 처세술을 기록.이탈리아 피렌체의 귀족가문에서 태어난 저자는 마키아벨리와 절친한 친구로 그와 더불어 16세기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다.마키아벨리가 강력한 군주를 중심으로 한 통일국가의 건설을 지향했다면,귀치아르디니는 이상적인 귀족정치를 바탕으로 통일을 꿈꿨다.8700원. ●위험한 시장(도미니크 바튼 등 지음,강남규 옮김,아라크네 펴냄) 기존 통념과 학설은 금융위기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생존전략을 짜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금융위기는 본래 그 나라의 특수한 경제,문화,정치구조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그러나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위기는 예측 가능하고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략적 선택을 통해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2만4000원. ●꼴 따먹기(이춘희 글,김품창 그림,언어세상 펴냄) ‘꼴’이 뭔지 아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뒷동산으로 소먹이 풀(꼴)을 베러간 아이들이 장난기가 발동해 꼴따먹기를 하는 추억의 장면을 아로새겨냈다.꼴따먹기란,땅에 그어놓은 금에 낫을 던져 맞히는 사람이 꼴을 차지하는 전래놀이.닥종이 인형처럼 생긴 시골아이들의 정겨운 모습에서 아이들은 어렴풋이나마 할아버지·아버지 세대의 향수를 느낄 것 같다.4세 이상.8500원.
  • 독자의 소리/ 북한산 경관보호가 우선 외

    북한산 경관보호가 우선 지난 19일자 대한매일에 실린 ‘아찔한 북한산’과 21일자 ‘위험한 북한산 후속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글을 읽고 찾아간 휴일의 북한산은 만원이었다.산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주의를 주는 할아버지가 있었는가 하면,저마다 동행한 사람들과 정치·경제·사회에 대한 비판으로 등산로는 초입부터 열기를 내뿜었다. 그러나 높이 올라갈수록 조금전 세태를 비판하던 사람들조차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며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위험하니 가지말라는 안내문이 있는데도 비웃기라도 하듯 가서는 안될 길을 고집하거나,숲을 짓밟으며 길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산에 오르는지 궁금했다.그런데 기사처럼 통제에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 안전장치를 한다면 북한산은 어떻게 될까.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한산 모든 암벽마다 철심을 박고 로프를 설치할 수는 없다.위험한 암벽과 가지말라는 산길을 가는 기쁨보다는 후손과 다른 많은 사람들을위하여 자연경관을 있는 그대로 간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은철(서울 금천구 독산동) 자전거 음주운전 삼가야 얼마전 퇴근길에 지하철역 부근도로에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후송했지만,며칠 뒤 관할 경찰서로부터 그 분이 뇌출혈로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당시 내리막길에 쓰러져 있는 그 분의 입에서는 술 냄새가 났고,곁에는 자전거가 나뒹굴고 있었다.일선에서 일하는 경찰관이라서 밤늦게 술을 마신 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많이 본다.많은 사람들이 자전거의 위험에 무신경하지만,사실 자전거는 자동차보다 더 높은 수준의 운동능력과 신체조작을 필요로 한다.음주운전은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는 것을 삼가야 하겠다. 이지연(성남 중부경찰서 방범과)
  • 당나귀·수탉·물고기가 하늘에 둥둥~ 샤갈의 환상 속으로/초현실화 19점 국내 첫 전시

    공중을 떠다니는 인물,하늘을 나는 염소,인간과 교감하는 동물….마르크 샤갈(1887∼1985)의 작품세계를 특징짓는 키워드는 단연 ‘초현실’이다.밝은 색채의 이미지들로 가득한 샤갈의 그림은 여느 현대회화와는 달리 푸근하며 소박한 감성으로 다가온다.20세기 가장 사랑받은 화가 중 한 명이었지만 작품세계는 거의 이해되지 못한 화가.그의 오리지널 작품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8월7일부터 9월30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갤러리에서 열리는 마르크 샤갈전에는 화려한 색상과 분방한 표현으로 동심과 향수,순수와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샤갈의 유화 19점이 나온다. 초기작 ‘할아버지의 농장’(1914)에서부터 1930년대 ‘벌거벗은 남녀’,‘꽃다발 위의 나부’(1948∼50),1960년대 ‘파리의 밤하늘을 나는 새’‘마을의 신랑신부’,1970년대 ‘아룸(arum)속의 연인들’을 거쳐 사망하기 한 해 전에 그린 ‘화가와 몸집이 큰 누드모델’(1984)에 이르기까지 시기별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샤갈은 평생 성경에 사로잡혔다.이번 전시에서는 성경을주제로 한 ‘분홍 배경의 다윗 왕’(1963),‘야곱과 천사의 싸움’(1969∼72),‘토라를 든 유대인’(1975) 등 3점이 소개된다. 러시아 비테프스크의 한 유대인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난 샤갈은 가장 독창적인 미술가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1923년 파리로 돌아와 제2차세계대전이 일어날 때까지 파리에서 활동한 샤갈은 러시아적 정취와 유대적 전통 사이에서 고도의 상징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그의 그림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인,당나귀,말,염소,물고기,수탉,천사,악사들이 등장해 마치 우주유영을 하듯 둥둥 떠다닌다. 샤갈은 화가들보다는 아폴리네르나 블레즈 상드라르 같은 시인들과 더 친했다.샤갈의 작품세계에 ‘초현실주의’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도 바로 그의 시인 친구인 아폴리네르다.그러나 샤갈은 자기 그림에 문학적 해석을 가미하는 것을 경계했다.샤갈은 자신의 회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나는 나의 그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그것은 문학이 아니다.나를 사로잡은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배열한 것일 뿐이다.…” 그림을 그린 작가도 이해하지못하는 그림.하지만 샤갈이라는 화가와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이미 소박한 환상과 환희의 기호로 자리잡고 있다.이번 전시에는 샤갈의 작품을 모사한 가로 4m,세로 2m의 대형 태피스트리 작품도 1점 선보인다.전시작들은 샤갈재단 등에서 빌려온 것들이다. 올해로 개관 26주년을 맞은 김창실 선갤러리 대표는 “10여년 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 걸린 샤갈의 대형벽화를 보고 받은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샤갈의 유화만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입장료는 일반 8000원,단체 및 학생 4000원.(02)734-0458. 김종면기자 jmkim@
  • 안중근의사 친족 한국기업서 일한다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후손인 조선족이 한국의 게임회사에서 중국 사업을 맡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넷마블의 안해상(사진·36) 팀장.안씨는 안명근 선생의 친손자다.안명근 선생은 안중근 의사의 사촌동생으로 데라우치 마사타케 일본총독을 암살하려 했다는 ‘105인사건’의 주모자로 10년간 복역했다. 안해상씨는 중국 톈진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컴퓨터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전자회사를 다녔다.그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안명근 선생의 후손을 취재하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간 한국 기자를 만나고 나서부터였다.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고,주변에 조선족이 많이 살지 않아 할아버지의 독립 운동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고 한다.안중근 의사가 대단한 분이었다는 사실도 한국에 와서야 알게 됐다. 한국 유학을 결심한 안씨는 1995년 숭실대 전자계산학과에 편입했다.2000년에는 중국인 아내와 함께 한국인으로 귀화했다.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인터넷 전자상거래 회사를 다니다 지난해 넷마블이 중국 게임시장 진출을 위한 마케팅 인력을 충원할때 입사했다. 그는 “중국 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90% 이상은 한국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면서 “한국 게임의 뛰어난 그래픽과 다양한 재미가 12억 중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
  • “未堂의 詩 - 행적 따로 평가 받아야죠”/36년만에 교정 떠나는 서울대교수·시인 황동규 씨

    이사를 앞둔 탓이었을까.이번 여름을 끝으로 36년 만에 교정을 떠나는 서울대 황동규(黃東奎·65) 영문과 교수의 연구실은 좀 어수선하게 느껴졌다.하지만 베토벤 현악 4중주의 바이올린 선율과 오래된 책 냄새가 떠도는 방에서 따뜻하면서도 형형한 눈빛을 한 황 교수는 ‘시인마을 촌장’의 품위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만해(萬海)와 소월(素月),그리고 미당(未堂)의 궤적을 잇는 한국 서정시가의 ‘적자(嫡子)’ 황 교수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서정시의 기본이 바로 ‘사랑 노래’죠” 황 교수 작품의 스펙트럼은 40여년 시작(詩作)의 세월 만큼 다양하다.‘즐거운 편지’,‘조그만 사랑노래’ 등의 사랑시부터 시작,‘계엄령 속의 눈’,‘삼남에 내리는 눈’ 등 암울한 독재 시절을 배경으로 한 참여시의 경지까지 나아갔다.80년대 이후로는 ‘풍장’ 연작시와 시집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등을 통해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몇년 전 영화 ‘편지’로 널리 알려진 황 교수의 ‘즐거운 편지’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대중적이면서도 평론계에서도 높게 평가받는 그의 대표작이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즐거운 편지’는 고려가요 ‘가시리’로부터 내려오는 ‘기다림’이라는 한국 사랑노래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면서도 “6·25 전쟁 직후 풍미하던 실존주의의 영향으로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는 사랑에 대한 새로운 자세가 나타났다.”고 자평했다.사랑 역시 시간의 흐름에 소멸한다는,자연 법칙 앞에서는 무기력하다는 말이었다. 왜 결국 사라지고 마는 사랑과 죽음에 줄곧 매달렸을까.황 교수는 “‘사랑과 죽음’은 삶의 앞뒷면을 보여준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그는 “끝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사랑이 의미가 있는 것처럼,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의미 있는 법”이라면서 “고통을 받아들여야 결핍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 시의 핵심 개념은 ‘홀로움’.황 교수는 “외로움은 수동적으로 혼자 남겨진 상태지만 홀로움은 선택에 의해 혼자 있는 것”이라면서 “홀로움은 결국 사람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사회망의 기초가 된다.”고 말했다.홀로움이 개인성의 극대화로 해석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미당에게 무언의 시위를 했다” “고은 선생의 미당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미묘한 질문을 던졌다.황 교수가 미당의 추천으로 58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을 뿐 아니라 평소 가장 존경하는 시인으로 미당을 손꼽아 왔기 때문이다.지난해에는 모 신문사에서 제정한 미당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친일 행각은 접어두더라도 80년대 초 군사독재 정권에 아부하던 미당의 행적은 용납하기 어려웠다.”면서 “당시 평론가 고(故) 김현 선생과 매년 다니던 세배를 2,3년동안 다니지 않는 등 미당에게 무언의 시위를 했다.”고 회상했다.황 교수는 그러나 “시인의 삶에 문제가 있다고 시가 엉터리라고 하는 것이나,시가 좋으니까 과거의 것을 일절 묻지 말자고 하는 것은 둘 다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친은 제 문학의 표본입니다” 황 교수의 아버지는 ‘소나기’와 ‘목넘이 마을의 개’를 지은 소설가이자 오랫동안 경희대에서 교편을 잡았던 고(故) 황순원 선생이다.보기 드문 ‘부자 문학가’인 셈이다. 인터뷰 내내 황 교수는 선친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렸다.선친의 그늘에서부터 헤어나오기 위해 나름대로 싸워왔기 때문이다.“선친은 소설 외에는 다른 글을 쓰지 않은 깨끗한 선비 같은 분”이었다고 황 교수는 떠올렸다.수필 등 체취가 묻어 나오는 ‘잡문’을 써 온 것도 문학적 스타일을 세우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었다. 그러나 선친에 대한 존경심 만큼은 지울 수 없었다.황 교수는 “대학 시절 회현동 2층 집에서 새벽녘 목이 말라 물을 마시러 1층에 내려갔을 때 서재에서 불을 밝힌 채 창작에 매달리던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면서 “선친은 예술인의 엄격함을 보여준,내 문학적 인생의 무시할 수 없는 표본”이라고 떠올렸다. ●“젊어지려고 노력합니다” 사람은 쉽게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법.슬쩍 ‘즐거운 편지’의 대상이 됐던 분의 근황에 대해 물었다.황 교수는 “선친이 서울고에서 교편을 잡고 있을 때 동료 선생님의 딸”이었다고 들려줬다.“결혼한뒤로 미국에 이민 간 그분을 한국에서 몇 번 만나 술도 마셨지만 예전의 감정이 안 오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황 교수는 올해는 아무것도 안 할 계획이다.“잠시라도 쉬고 싶다.”는 게 이유다.문단에서 꼽히는 ‘여행광’이지만 무작정 떠나는 일도 자제할 생각이다.시도 억지로는 안 쓸 참이다. 황 교수는 정년을 앞둔 ‘할아버지 교수님’이지만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은 편이다.점잖으면서도 멋있다는 게 그 이유다.종종 이메일로 ‘팬레터’까지 받을 정도다.황 교수는 “언제나 젊어지려고 노력한다.”면서 “학생들에게 너무 논리에만 얽매이지 않고 감수성도 중요하다는 점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
  • “결혼생활 꼬일땐 툭 털어놓자”

    남편이 가정생활을 시시콜콜 털어놓는다는 것은 금기시됐던 일 가운데 하나다.‘수신제가(修身齊家)…’라 했던가.“제 가정 하나 제대로 못 다스리면서…”라는 말은 남편들에게 ‘복잡한’ 집안일을 선뜻 남에게 고백하는 것을 막아왔다. 그러나 이젠,문제가 생기면 상담소나 정신과를 찾는다.심지어 방송에 출연,전국을 향해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도 낯설지 않은 시대다.부부생활도 배워야 잘 한다는데…. ●상담소 찾는 남편들 “도대체 여자를 모르겠어요.나는 열심히 가족들 벌어먹였는데,나와는 더이상 못 살겠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내가 외도를 한 것도 아니고 폭력을 휘두른 것도 아니고…” 주위에서 성공한 직장인이라는 평판을 듣고 있는 강경식(가명·51)씨는 아내의 이혼요구에 ‘황당하다.’고 했다.“나는 바깥 일 열심히 했고,가정은 아내에게 맡겼는데 이제 아내는 나와 이야기도 하기 싫답니다.도대체 나와는 말이 안 통한다는 겁니다.내가 무슨 잘못을 했지요?” 강씨의 아내 김영진(가명·47)씨가 냉담해진 것은 2년 전.“이제와서 생각하니 ‘이야기 좀 하자.’는 아내의 말을 번번이 무시했던 것이 사실입니다.부부 사이에 무슨 이야기를 해요.제가 성실하고,한눈 팔지 않으면 됐지.그런데 연애하던 때도 아니고 도대체 부부 사이에 무슨 이야기할 게 그리 많답디까?” 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김순옥(성균관대 교수)소장은 “2∼3년 전부터 남편들이 상담을 원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있고 길게 말하지 않는 남자들이 2∼3시간씩 속마음을 털어놓는다.”고 말했다.‘돈 벌어다주면 된다.’고만 생각했던 남편들이 ‘결혼의 위기’를 맞으면서 결혼생활의 문제점을 체크하고,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것이다.더욱이 20∼30대 부부의 경우,이혼의사는 일반적으로 여성이 더 높기 때문에 남성들은 ‘왜?’라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 전문상담가를 찾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대부분 의사소통이 없었던 부부관계가 문제다.동기는 달라도 결국은 부부간의 대화 부재가 문제의 핵심임을 확인하곤 한다.많은 부부들이 대화하는 방법을 몰라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상대방이 알아주기만을 바라고,‘이해해주지 않았다.’,‘무시했다.’고 마음의 문을 닫는다.”고 지적했다.서로 대화하는 방법을 몰라 “나는 이야기했다.당신이 못 알아들었을 뿐”이라고 말하거나,“화 안내면 그게 애정표현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정신과 병원 방문한 30대 여성 48평 아파트에 사는 전성자(가명·39·경기 고양시 일산구)씨는 아이들의 사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파출부 일을 하고 있다.맵짠 살림솜씨는 진작부터 소문났던 터라 입소문이 나면서 여느 사람보다 1만∼2만원씩 더 받으면서 일한다.‘파출부’라는 어감이 좀 싫긴 하지만 외국어 고교를 목표로 하는 큰아들(중3)과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딸(중1)의 뒷바라지에 큰 도움이 된다.그런데 낮에는 남의 집일,밤에는 자신의 집일을 하느라 몸이 피곤할 대로 피곤하기 때문에 그는 가끔 남편에게 위로받고 싶었다.하지만 아내가 파출부일을 한다는 것에 자존심 상한 남편은 “당신이 좋아서 하는 일,내 탓은 하지 마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하곤 했다.결혼 16년동안 동창회는커녕 변변한 옷 한 벌없이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게 후회스럽다는 전씨는 “희생하고 살아온 내 인생이 허무하다.”고 한숨을 내리 쉬었다.우울증이 깊어간다고 했다. ●KBS ‘아침마당’생방송 스튜디오 한 부부가 공개적으로 상담을 받고 있다.아이 둘 딸린 연상녀와 결혼한 연하남 부부는 결혼 12년째.평소 아이들에게 자상하고,얌전한 남편 정의복(45·택시기사)씨는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15일씩 내리 ‘술독에 빠져' 지낸다.“나는 아버지로서 잘 해왔지만 요즘 보면 제 엄마와 이야기할 뿐,내가 집에 들어가면 모두 입을 닫는다.나는 외롭다.술마시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아내 이명자(47)씨는 “남편이 밥 한 끼 먹지 않고 술만 마시는 것을 보면 괜히 재혼했다는 생각이 들고 후회하게 된다.그동안 아이들에게 잘 해준 것은 알지만,회사에 들어갔다가도 한 달을 채우지 않고 나오는 술꾼 남편에게는 질렸다.”고 말했다. 상담을 담당한 정신과전문의 송수식 박사는 “혹시 ‘남의 아이만 키웠기 때문에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냐?”고 물으며 남편의 속마음을 열어보였다.그리고 “나는 매일 술을 마시지않으니 알코올중독자가 아니다.”라고 항변하는 남편에게 알코올중독임을 진단,치료받을 것을 권했다. 생방송이 끝난 후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상담은 이어졌다.“당장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속마음을 털어놓으니 시원하다.”는 부부의 얼굴은 방송 시작 전보다 많이 펴져보였다. KBS TV의 ‘아침마당­부부탐구’는 시작한 지 11년째,지금도 매주 10건 정도 꾸준히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담당연출자 김정수PD는 “자신을 열어보이는 일은 용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어렵게 출연을 결정하고도 마지막 순간에 ‘못 나오겠다’고 물러서는 사람들도 있다.하지만 출연자 중 70% 쯤은 방송에 출연한 뒤 좋은 쪽으로 해결되기 때문에 결혼생활을 원만한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사람들 가운데 상담소나 정신과를 찾기 어려운 저소득층은 기꺼이 방송을 택한다.”고 말했다. ●왜 부부들은 상담을 원하는가 정의복-이명자 부부는 “앞으로 어떻게 사는 게 좋을지 몰라서 방송에 나왔다.”고 말했다.또 69세의 할아버지는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황혼이혼을 원하는 할머니(65)의 마음을 열기위해 “박사님에게 진단을 받아보자.”고 방송상담을 신청하기도 했다. 늘어나는 이혼.이제 더이상 이혼은 남의 일이 아니다.그래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감을 느낀 부부들이 ‘이혼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상담을 원한다는 것이다. ●부부문제,어긋난 대화에서 시작된다 송수식 박사는 ‘부부생활도 배워야 잘 한다.’는 책을 통해 부부 문제의 핵심을 밝힌다.“사람이란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다.그런데 그 방법이 너무 달라서 엉뚱하게 처음 의도하는 것과 달리 서로 감정을 상하게 된다.부부싸움은 어처구니없게도 이렇게 ‘어긋나는 대화’에서 비롯되기 일쑤다.” 여자는 문제가 생기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감정표현을 ‘말’로 전달하려고 한다.금방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을 하고 싶어하고,말을 들어줄 상대를 물색한다.대부분 남편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것을 바라고 말을 꺼낸다.그런데 문제는 남편이 아내의 이야기를듣고싶지 않아 한다는 것이다.남자는 문제가 생기면 이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모색한다.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수원대 최규련 교수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부부대화법’이란 책에서 “아내들은 남편과의 관계에서 감정을 나누거나 이해받지 못해서 불만을 가진다.반면 남편들은 아내의 이야기를 들을 때 자신이 무엇인가 해줘야 하고 해결방법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그 결과 아내의 감정을 인정해주려고 하기보다 대응하는 반응을 보이게되고 아내들은 더욱더 과도한 감정적 반응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허남주기자 hhj@
  • 게임 속 광고 효과 톡톡

    마치 실제상황처럼 3차원으로 생생하게 재현한 서울시내의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게임.스쳐 지나가는 전광판 속에,문득 낯익은 그림이 눈에 띈다.최근 개봉한 영화 ‘싱글즈’의 주인공들이 활짝 웃고 있는 포스터다. PPL(제품 끼워넣기)간접광고 열기가 게임매체로까지 번졌다.게임을 통한 영화,지역관광,의류 광고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이같은 경향은,지금까지 PPL 광고가 주로 TV드라마나 영화 사진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 등 영상매체를 통해 이루어졌음을 볼 때 게임 매체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그대로 입증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레이싱 게임에 영화 포스터 온라인게임 업체 더 소프트(대표 남건)는 최근 온라인 3D 레이싱게임 ‘아크로레이스’(www.accrorace.com)에 영화 ‘싱글즈’의 포스터와 사진,주제곡 등을 끼워 넣었다.자동차 경주 도중 스쳐 지나가는 도로 옆 고층빌딩 전광판이나 차량에 영화포스터 등을 등장시켜 간접광고를 하는 것. 남건 더 소프트 대표는 “영화 제작사측에서 게임이 TV드라마나 영화에 필적하는 매체로 성장했다는 판단아래 광고 삽입을 제의해 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비단 영화만 광고하는 것이 아니다.경상북도는 최근 여름 피서철을 맞아 온라인 게임 ‘투어레이싱’(www.tourracing.com)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지난 4월말 오픈한 ‘투어레이싱’은 경상북도가 행자부 지역정보화지원사업의 하나로 7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1년 동안 개발한 3D 온라인 레이싱 게임.지방자치단체가 지역관광 홍보를 목적으로 게임을 내놓은 것은 한국에서 처음이다. ●지역관광 홍보용 게임도 나와 ‘투어레이싱’은 불국사 등 경상북도 전역을 자동차를 타고 돌아 다니면서 특산품 등을 수집해 목적지로 가는 게임이다.수집한 아이템과 도착 순위에 따라 점수를 획득해 ‘골품’과 ‘관등’을 높여 가며,왕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상대차와 무기를 이용해 싸우기도 하는 등 재미에도 신경을 썼다. 경상북도 정보통신담당관실 관계자는 “관광지·특산품·상징 캐릭터 등을 소재로 해 지역관광 광고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공공의식 고취와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 효과도 노리고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온라인 틀린그림찾기 게임인 ‘룩앤룩 어드벤처’(게임빌)는 최근 패션 브랜드인 ‘EXR’의 여름 의류 신상품을 소개하는 아바타를 내놓았고,넥슨(www.nexon.com)은 온라인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 곳곳에 KFC 치킨과 KFC할아버지를 배치했다.넷마블(www.netmarble.net)역시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툼레이더2’ 등 주로 모회사 플레너스의 영화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속성에 있어서 강점 지녀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의 게임을 이용한 간접광고 시도는 자연스러운 추세”라고 입을 모은다.PPL 마케팅이 기존 매체를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산이 계속되는 추세에서 영향력 큰 게임,인터넷 매체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한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특히 게임은 배너 등에 의존한 인터넷 매체보다 브랜드 노출 빈도나 지속성에 있어서 강점을 갖는다.”고 말했다. 게임빌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온라인게임이 의류 마케팅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입증한 첫 사례”라면서 “틀린 그림을 찾아야하는 우리 게임의 특성상,게이머들은 광고를 집중해서 계속 보아야 한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반면 최근 스폰서업체의 브랜드를 콘텐츠속에 자연스럽게 등장시키는 ‘스타일섹션’을 선보였던 영화전문 인터넷업체 엔키노닷컴(www.nkino.com)의 황성환 이사는 “인터넷을 통한 PPL 광고는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면서도 거부감을 주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특히 10대,20대 등 신세대에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엔키노닷컴은 DVD타이틀을 소개하는 글에 S사의 홈시어터 로고를 곳곳에 배치하는 식으로 광고비를 받고 있다. ●신세대 거부감 없어 홍보효과 커 커뮤니티사이트 세이클럽(www.sayclub.com) 관계자는 “커뮤니티·포털 사이트들은 단순히 브랜드를 노출하는 것만이 아니라,매체특성을 살린 적극적인 홍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세이클럽은 영화 포스터를 채팅방 배경화면에 도입하고,아바타의 복장에 스포츠의류 F·N사 등의 로고를 부착해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한편 오페라 무대의 커튼처럼,특정광고가 화면에 3∼5초쯤 노출된 뒤 사라지는 형식의 독특한 ‘커튼콜 광고’기법을 선보인 포털사이트 드림위즈(www.dreamwiz.com) 관계자는 “게임이든 인터넷이든 PPL 광고라는 새로운 수익원을 계속 유지하려면 매체 특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내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대한포럼] 오 신부와 꽃동네

    지난해 8월 꽃동네 전 회장 오웅진 신부가 검찰의 내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오 신부와 꽃동네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이 달 들어 오 신부가 검찰의 소환에 ‘불응’과 ‘출두’를 거듭하면서 직접 수사를 받는 동안 의혹은 더욱 증폭되었다.오 신부가 검찰에 출두하더라도 묵비권을 행사,검찰의 신문에 진술을 거부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여기에 지난 10개월 동안 검찰의 내사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일부 신문과 방송,특히 인터넷 신문에 각종 의혹이 여과없이 보도되면서 꽃동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더욱 식어갔다.검찰이 18일과 19일 이틀동안 꽃동네 운영과 관련,수녀 2명과 공무원 1명을 소환해 마무리 보강조사를 벌인 뒤 다음 주 초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니 지켜 볼 일이다. 필자는 오 신부를 잘 안다.젊은 시절 한때,같은 길을 걷기로 하고 동문수학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매사에 열심이며,특히 주말이나 방과 후 여유 시간에 넝마주이로 번 돈으로 학교 주변 불우 청소년들을 가르치던 그의 모습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러던 그가 1976년 신부가 되고 첫 부임지인 충북 음성군 금왕읍 무극리 다리 밑에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밥 동냥을 해 병든 다른 10여명의 거지들을 먹여 살리던 최귀동 할아버지(1990년 사망)를 극적으로 만났다. ‘얻어 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 것은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최 할아버지의 헌신적인 모습에 감동,무극리 용담산 기슭에 흙벽돌로 ‘사랑의 집’을 지어 그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그를 아는 사람들은 당연한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그 후 맹동면으로 옮겨 오늘의 꽃동네를 키워냈다. 오 신부가 적어도 학창시절과 최 할아버지를 만나던 때의 그 순수하고 숭고한 박애정신을 지키고 있다면 그는 무죄라고 필자는 생각한다.그래서 검찰이 제기하는 의혹과 혐의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어 묵비권이라는 최소한의 방어수단을 그가 행사하고 있다고 이해한다.변호인단도 “죄가 없는 사람에게는 진술거부가 효과적이며 10개월 동안 수사해온 검찰이 증거가 있다면 기소하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그에게 씌워진 혐의는 후원금 및 국고보조금 횡령과 부동산 투기,농지법 위반,인근 광산개발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등으로 어마어마하다. 한국천주교사회주교회의는 이 사건 발생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13일 모임을 갖고 먼저 국민에게 유감의 뜻을 밝히면서 검찰의 공정한 수사로 꽃동네가 불의를 자행하고 있다는 오명이 씻어지기를 희망했다. 꽃동네를 아끼는 사람들의 심정도 주교회의의 희망과 같을 것이다.법은 만인에게 분명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오 신부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검찰도 ‘사회로부터 버림 받은 사람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꽃동네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수사한다고 했다.반드시 그 차원에서 의혹을 해소하고 범법 사실이 있다면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될 것이다.오 신부 역시 의도적이거나 악의적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행정적인 미숙이나 관행적이었지만 범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겸허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부랑인,심신장애인,알코올중독자,고아 등 3000여 꽃동네 가족들에 대한 보살핌을 계속하는 일이다.이사건 이후 연간 70만명에 이르던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이 꽃동네를 떠나고 있다고 한다.꽃동네에서 통곡의 소리가 들린다.오 신부도,꽃동네도,우리 모두도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그런 다음 꽃동네를 다시 바라보자. 최 홍 운 논설위원실장 hwc77017@
  • 외딴집 5인의 ‘살인파티’/25일 개봉 ‘마이 리틀 아이’

    관객들이 특별하다고 느낄 공포영화를 만드는 일은 더이상 쉽지 않은 작업같다.이렇다할 이유없이 잔인하게 사람을 난도질하는 슬래셔 무비는 한물간 지 오래.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극도의 공포감을 자아내는 고난도의 심령물이 새 유행을 타고는 있지만,그 역시 녹록찮다.‘식스 센스’‘디 아더스’처럼 기막힌 반전을 펼칠 영화를 내놓기가 어디 쉬운가. ‘마이 리틀 아이’(My little eye·25일 개봉)는 그런 고민을 꽤 많이 한 듯한 할리우드산 공포물이다.고민없는 칼부림으로 말초적 공포감을 자극하는 접근법은 일단 피했다.폐쇄공간에 인물들을 고정시킨 설정은 ‘헌티드 힐’ 아류의 하우스호러물 같기도 하다.그러나 속도감 있는 화면과 소재로 인터넷 세대를 정조준했다는 데에 색다른 감상점이 찍힌다. 백만달러의 상금을 노리고 낯모르는 2명의 여자와 3명의 남자가 외딴집에 모인다.6개월동안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되며,한사람도 집을 떠나서는 안된다는 게 상금의 조건.모두 20대인 이들의 동거에는 그러나 곧 균열이 생긴다.언제나 공포의 진원지는 발신자를 알 수 없는 소포물.할아버지가 사망했다는 편지에 대니(스티븐 오 라일리)는 집을 떠나고 싶어하지만,상금을 노린 친구들은 그의 이탈을 반대한다. 누군가 노려보는 듯 음산한 느낌은 스크린 밖으로 전염된다.집안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의 존재는 주인공 못지않다.수시로 화면의 중심을 차지하는 카메라가 각도를 바꿀 때마다 내는 기계음,인물들의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투사되는 카메라 렌즈의 거친 화면들이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화면의 기교를 아무리 색다르게 부린다한들 지능게임을 걸지 않는 공포영화는 끝까지 탄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원인을 모른 채 한사람씩 죽어가는 가운데 남은 이들이 극도의 개인주의로 두려움에 치를 떨 뿐,영화는 관객에게 그 어떤 죽음의 단서도 귀띔해주지 않는다.갑부들의 단순한 호기심에 무참한 피의 잔치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막판의 대사 한줄로 확인하는 순간,그럴싸한 반전을 기대하던 관객은 그만 맥이 빠져버릴 것같다.다큐멘터리를 주로 찍어온 미국의 마크 에반스 감독.황수정기자
  • “복날 음식 형편따라 즐겼지요”/서울 班家음식의 산증인 김숙년씨

    현대인들은 24절기를 대부분 잊고 지낸다.하지만 복날만큼은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여름 무더위가 지겨웠던 까닭일까,여름 보양식을 즐겁게 먹었던 기억 때문일까. 초복(16일)을 앞두고 전통요리연구가 김숙년(金淑年·69)씨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났다.마른 장마 속에 몹시 더웠던 이날 그는 2시간 남짓 계속된 인터뷰 동안 앉음새를 흩뜨리지 않았다.흰색 모시 저고리에 포도색 치마로 곱게 차려입고 단아하게 화장을 한 김씨는 일흔을 바라보지만 수줍어하는 듯한 소녀티가 가시지 않았다.목소리 또한 낭랑했다. ●혀끝의 기억으로 350가지 맛 찾아 김씨는 최근 100년간의 서울 토박이 반가(班家) 문화를 대변한다.그의 고조부 김석진(金奭鎭) 이전 11대가 서울 사대문 안에서 살았고 증조부 김영한(金寗漢) 이후 지금까지 서울에서 살고 있다. 더위를 화제로 삼은 김씨는 복날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옛날엔 초복은 여름을 맞이하는 기분으로,말복은 한여름을 넘겼다는 다소 허전한 느낌으로 맞았지요.제가 어릴 때만 해도 복날엔 ‘복놀이’가있었지요.학동들은 천렵을 나서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았고,어른들은 황구를 몰고 산등성이로 넘어 갔지요.” 복날 음식 이야기가 끝이 없다.복날 형편은 가세에 따라 다 달랐다.서민들은 보신탕과 추어탕을 즐겼고,반가에선 육개장이나 삼계탕으로 더위를 이겼다. “‘더 있는 집’에선 민어 잔치를 벌였지요.민어로 구이와 매운탕을 먹고,부레로 순대를,알로 어란을 만들었지요.” 인삼이 귀하던 옛날,서민들은 삼계탕 대신 닭곰탕을 먹었다. “장닭 몇 마리를 푹 고아 식구들이 한 그릇씩 먹으며 더위를 달랬지요.” “당시에도 음식 사치가 있었고 경제력이 있던 중인들은 궁궐 못지않게 먹었습니다.대표적으로 용봉탕을 들 수 있지요.” 용봉탕이란 잉어와 닭을 함께 고아 낸 다음 잣·호두 등으로 고명을 한 것으로 겉보기에도 화려하면서 먹음직한 것이다. 또 한겨울 동짓날의 팥죽도 복날 먹었다고 한다.붉은 팥을 액막이로 여겼기 때문이다. “참외와 수박도 빠지지 않았지요.” 그러면서 김씨는 참외와 증편(떡)을 살갑게 갖고 나왔다. 이렇게 당시의음식을 꿰뚫고 있는 김씨는 ‘김숙년의 600년 서울음식’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김씨는 어린시절 혀끝의 기억만으로 350가지나 되는 전통 서울음식의 맛을 찾아낸 것이다.이 책은 단순한 요리책의 차원을 넘어 서울 반가의 생활문화와 예의범절이 담긴 역사책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엄한 가풍… 4대 42명 한집서 살기도 음식 이야기로 바뀌면서 김씨는 추억속에 빠져드는 듯했다. “어릴 적의 가풍이 무척이나 엄했지요.” 그도 그럴 것이 김씨 집안은 조선 인조 때 예조판서를 지낸 김상헌(金尙憲)을 배출했고,순조의 둘째딸 복온(福溫)공주의 시댁이기 때문이다. 김씨 가문은 김상헌 이후 잣골(효자동) 등 서울 4대문 안에서만 살아왔으나 1910년 한일합방 당시 형조판서였던 고조부 오천(梧泉) 김석진이 “세상을 보고 듣지 않겠다.”며 두메산골이던 서울 도봉구 번동 드림랜드 자리의 한 부분인 오현(梧峴·당호)집으로 이사를 했다.오천은 결국 나라를 빼앗긴 울분을 못이겨 자결했다. 고조부의 자결 이후 일본의 감시와 수탈이 한창이던 1934년 김씨는 오현집에서 5남매의 장녀로 태어났다. 어린 김씨는 대가족의 울타리 속에 살았다.오현집에 증조부·조부모·부모·삼촌·고모·당숙·당고모·김씨의 5남매 등 4대 42명의 식구가 살았다고 회상했다.일제시대 가족은 엄했지만 언제나 따스하고 정겨웠다. 이런 대가족이자 일제를 거부하는 집안의 맏며느리였던 어머니의 손이 마를 날이 없었다.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오는 제사와 어르신들의 생신,세시풍속을 다 챙겼기 때문이다. 대신 집안에서는 구수한 음식 냄새 또한 가시질 않았다.댕기머리 소녀였던 김씨는 감히 음식을 먹지 못했지만 부엌에선 할머니와 어머니가 ‘숙아 맛좀 보렴.’하고 한 숟가락 떠준 덕분에 맛을 봤다.그 기억이 잊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음식은 세대를 잇는 징검다리 해방과 더불어 김씨는 학교 교육을 받았다.일제 때 증조부가 신식교육은커녕 외출도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6·25 때 800평에 이르던 오현집은 인민군에게 빼앗겼고 유엔군에게 폭격됐다.현재 드림랜드에는 폭격에서 살아남은 사랑채만 남아 있다.안채는 수년 전에 복원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 김씨는 1957년 이화여대 가정학과를 졸합하고 성심여고에서 음식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서예 교사로 교편생활을 시작했다.1959년 국전에서 입선하기도 했다.1973년 전근갔던 창문여고에선 가정 교사였지만 서예도 많이 가르쳤다.그동안 틈틈이 서예를 출품,국전에 입선한 적이 여러차례였다.한글 서예의 지평을 연 일중(一中) 김충현(金忠顯)이 그의 숙부이다. 지난 1996년 교사를 그만둔 뒤 서예에서 멀어지는 대신 전통 음식에 가까워졌다.“감기 기운이 있다가도 부엌에만 들어가면 감기가 다 나았어요.” 그에겐 음식이 세대를 잇는 징검다리 같아 보였다.“언젠가 쇠골찜을 만들었는데,‘할아버지,숙이가 만들었어요.드셔보세요.’라고 마음으로 이야기를 했지요.그리곤 즉시 전화를 걸어 7살 손자에게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시던 음식’이라며 먹으라고 했지요.” ‘…서울음식’ 발간 이후 김씨는 잡지와 방송에서 음식 코너를 맡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요리 연구가들이 가장 배우고 싶어하는 서울 반가음식의 산 증인인 김씨.그에게는 요즘 전통 음식과 생활문화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 글 이기철기자 chuli@ 사진 이언탁기자 utl@
  • 넌버벌 무술퍼포먼스 ‘점프’/별난 무술가족 맛 좀 보려우?

    3대가 함께 사는 어느 집안.거실 정면에 걸린 가훈 ‘평범하게 살자’가 심상치 않다 했더니 할아버지부터 아들,며느리,손녀,삼촌까지 가족 구성원 모두 ‘평범’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권위주의적인 할아버지,출근하는 아내대신 집안살림을 하는 화가 아들,경찰관 며느리,공주병 딸,그리고 술에 절어 사는 노총각 삼촌.겉보기엔 여느 가족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이들을 잘못 건드렸다간 큰코 다치기 십상이다.매일 아침 발차기와 격파,아크로바트 묘기로 가족애(?)를 다지는 ‘무술 가족’이기 때문이다. ●태껸 고수 할아버지·무술왕 며느리 지난 5일 우림청담씨어터(옛 강남난타전용관)에서 막올린 ‘점프’(최철기 원안·연출)는 이 별난 가족의 좌충우돌 해프닝을 담은 창작 넌버벌(비언어) 퍼포먼스이다.태껸을 비롯해 온갖 무술을 섭렵한 할아버지를 선두로 모든 동작을 무술로 해결하는 이 집안에,어느날 청학동에서 상경한 꽁지머리 총각과 꺼벙한 2인조 도둑이 들면서 기상천외한 무술대결이 펼쳐진다. ‘난타’의 성공으로 넌버벌 퍼포먼스란 장르가 일반에 널리 알려지긴 했으나 상대적으로 타악퍼포먼스의 한정된 공연에 치우쳐 왔다.‘점프’는 이같은 한계에서 벗어나 태권도를 중심으로 체조와 아크로바트를 결합한 ‘무술퍼포먼스’로 과감히 영역확장을 꾀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4년전 TV에서 본 태권도 다큐멘터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초기엔 리듬 발차기 중심의 공연을 생각했는데 점차 작품을 발전시키면서 세계 각국의 무술을 응용하게 됐습니다.” 이 작품의 원안을 내고,연출을 맡은 최철기는 ‘난타’출신이다.99년부터 지난해까지 ‘난타’의 연출가로 활동하면서 넌버벌 퍼포먼스의 무한한 가능성에 매료됐다.유럽 순회공연 때 현지인들로부터 “태권도를 활용한 공연을 해보지 그러느냐.”는 제안을 받았던 것도 ‘점프’를 탄생시킨 중요한 계기가 됐다. 무술퍼포먼스라는 낯선 장르를 시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쳤다.처음엔 태권도 시범단으로 연습을 했으나 연기가 안되는 통에 ‘차라리 배우에게 무술을 가르치자.’는 생각으로 2001년 공개 오디션으로 단원을 뽑았다.이때부터 2년간 태권도·아크로바트·코미디 연기 등 분야별로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았다.지난해 겨울에는 ‘별난 가족’이란 가제로 샘플공연을 해 관객의 선호도를 미리 파악했다. 다행히도 배우와 스태프들이 연습실에서 흘린 땀은 무대에서 결실을 보고 있다.배우들 대다수가 무술 유단자이거나 체조선수로 활약한 전력이 있다지만 허공을 휙휙 가르는 유연한 발차기와 몸을 아끼지 않는 아크로바틱 묘기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여기에 등장인물들의 개성 있는 캐릭터와 만화적인 상황설정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가족이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물론 초연인 만큼 아쉬운 점도 있다.배우들의 연기가 아직 어색하고,작품 전체의 완급조절이 미흡한 점,또 매트릭스와 홍콩 느와르영화 장면의 진부한 패러디 등은 신경써서 보완해야 할 부분들로 여겨진다.그럼에도 ‘점프’가 보여준 공연 양식의 독창성과 실험성,배우들의 열정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쉴 새 없이 관객 웃기는 게 목표 연출가 최철기는 “관객이 마치 한편의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본 것처럼 시원하고 후련한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아버지역을 맡은 배우 진영섭도 “우리의 목표는 쉴 새 없이 관객을 웃기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점프’는 새달 24일까지 강남에서 공연하고,9월3일부터 문화일보홀로 장소를 옮겨 한달간 관객을 맞는다.장기적으로는 ‘난타’처럼 해외시장을 겨냥하고,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전용극장도 계획하고 있다.여러모로 ‘난타’와 닮은 꼴인 이 작품이 ‘제2의 난타’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1588-7890. 이순녀기자 coral@
  • 아내 강간 /(하)혼인증명서 = 아내 성폭행 자격증?

    아직 ‘부부간 프라이버시’ 벽 못넘어 ‘아내강간죄’ 신설, 법으로 다스려야 폭력 후의 강요된 성관계를 ‘강간’이나 ‘성폭력’으로 정의하는데 대부분 여성들은 동의한다.그렇지만 “남편을 고발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여성들의 생각은 각기 달랐다.“그래도 남편인데.”“괜히 고발했다가는 더 낭패를 당하지 않을까.”라고 머뭇거리는 여성들도 많고,“법이 달라져야한다.”고 요청하는 여성들도 많았다.어떤 폭력보다 잔혹한 폭력이라는‘아내강간’,그러나 현실에서는 아직도 ‘부부간의 프라이버시’라는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범죄’라는 인식 대신 오히려 ‘선정적인 주제’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더욱이 남자들은 “그렇다면 부부관계 전에 ‘동의서’를 받아야 하느냐?”고 비아냥대기도 한다.그러나 “가정폭력은 처벌대상임에도 폭력 후 강간이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임에 분명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내강간에 대한 인식과 법률로 명문화할 필요성은 가정폭력을 상담하는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대두됐다.가정폭력 피해자의 50% 이상이 ‘아내강간’의 괴로움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여성부는 지난 2001년 가정폭력특별법의 개정에 앞서 아내강간을 처벌하는 조항을 도입하기로 했으나 곤욕을 치렀다.남성들의 반발이 거세 아내강간이란 말대신 부부강간이라는 다소 중립적인 단어로 바꿔 중화시키려 했지만 허사였다.그뒤 아내강간은 ‘장기과제’로만 분류된 채 현재까지 ‘시기상조’란 덫에 걸려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가정폭력은 처벌하면서… 당시 여성부로부터 용역연구를 맡았던 여성개발원의 박영란 박사는 “우리 사회의 부부폭력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낮을 줄은 미처 몰랐다.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가 있는 곳에 법이 필요하다는 의식대신,오히려 ‘나와 내 아내’의 문제로 개인화함으로써 받아들이지 못했다.그러나 언제까지나 의식이 변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을 것이다.”면서 “아내강간의 처벌근거를 마련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런 일반인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 ‘이혼 소송중이거나 별거중의 아내강간’ 등,‘단계적’ 명문화를 대안으로 내놓는 여성학자도 있다.90년대,오랜기간 폭력의 피해자였던 아내들이 어느날 가해자로 변해버린 일련의 사건들을 연구했던 동덕여대 김경애 교수는 “폭력 후 강간은 아내가 노예임을 증명하기 위한,혹은 굴복시키려는 폭력의 마지막 수단이었다. 여성의 수치심은 엄청났지만 남성들은 한결같이 ‘내 아내까지 마음대로 못한다면….’이라는 말로 이를 정당화했다.이 엄청난 의식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별거중·이혼소송 중’등 제한적으로라도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원만한 관계에서는 강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주지시키는 홍보작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70년대 대법원 판례,아내강간 인정했다 흔히 아내강간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논거로 70년 대법원의 판결을 제시한다.이로 인해 경찰에서는 피해여성들의 신고조차 접수하기를 꺼린다. 그러나 당시 사건은 다른 여자와 동거중인 남편을 간통죄로 고소하고,이혼소송을 제기했던 여성이 다시 ‘새출발’을 약속,고소를 취하한 이틀 후에 남편으로부터 폭력과 강간을 당했고 이를아내강간으로 고소했던 것이다.이에 대해 아내강간을 인정한 1심과 달리 대법원은 “사건이 나기 이틀 전 다시 새출발하기로 한 만큼 정교 승낙 의사표시를 철회한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 이 사건을 “아내강간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이명숙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문은 분명히 ‘파탄상태가 아닌 만큼 강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즉 정상적인 부부사이에서는 인정되지 않지만 이혼 준비중이거나 별거 등의 문제상황에서는 ‘아내강간’이 성립한다고 판결을 내렸다.판결문 전문을 읽지 않았거나 오해한 사람들이 이를 잘못 원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러므로 현재 판례로도 충분히 “아직 법률상으로는 남편이니 나는 부부관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폭력남편들을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와 함께 이 변호사는 “형법 297조의 강간죄 조항만으로도 아내강간을 처벌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남편은 분명 남성이고,아내는 부녀에 포함되는 만큼 강간죄의 주체와 객체가 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그러므로 가정을치외법권지역으로 여기는 가부장적인 의식을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찰에서 수사중인 아내강간 사건들이 눈길을 끈다.지난 70년 판결 이후 30여년 만의 경찰 수사이기 때문이다.의처증과 폭력에 시달리다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남편이 폭력 후 강간한 사건이 있고,또 친구 2명과 함께 별거 중인 아내를 성폭행한 믿지못할 사건이다. 서울대 조국 교수는 “이들 사건의 피해자들이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새로운 판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는다면 훨씬 쉽게 아내강간의 명문화는 이뤄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또 아내강간죄를 신설하고 반드시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늘고있다. ●외국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에서 가정폭력법에 ‘강간’이 제외된 경우는 별로 없다.또한 1996년 유엔인권이사회는 ‘가정폭력에대한 모범입법안’에 아내강간을 가정폭력이라고 명시적으로 포함시켰다.세계적으로 아내강간을 인정하는 추세임에 분명하다. 욱이 1984년 미국 뉴욕법정에서는 “혼인증명서가 남편이 형사면책을 갖고 강간할 수 있는 자격으로 파악돼서는 안된다.기혼여성도 미혼여성과 똑같이 자신의 신체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판례는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결혼한 여성에게도 인정한 사례로 주목된다.그래서 미국에서는 77년 이래 대부분의 주에서 ‘아내강간’의 면책을 폐기했다.또 영국에서도 1994년 아내강간을 인정하게 됐고 독일에서도 97년,형법을 개정하면서 혼인외 성교를 삭제,강간죄의 객체에 법률상의 처를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일본은 우리처럼 법으로 명문화되지는 않았으나 ‘계속적인 성관계를 전제로 하는’ 부부관계에서는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지만 혼인이 실질적으로 파탄난 경우 ‘아내강간’을 인정하고 있다. 허남주 기자 hhj@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최근 여성계는 큰 힘을 얻었다. “남성적인 형법이 달라져야 한다.”,“여성의 노(No)는 분명한 노(No)다.”는 서울대 법대 조국(曺國·사진·38)교수의 말이 어떤 여성학자들의 주장보다 더 설득력을 갖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4월 ‘형사법의 성편향’이란 책을 출간,형사법에서 불합리한 여성문제를 ‘시대착오적’이라 지적하고 형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가 유난히 앞선 의식의 소유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형법은 폭행·강간·살인 등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 만큼 약자로서의 여성을 생각하게 된 겁니다.아무도 말하지 않아서 제가 하기 시작한 것일 뿐인데 지나친 칭찬은 송구스럽습니다.” 그는 “여성문제에 대한 관심이 형법학자에게 있어 특이한 관심은 결코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하고 “1980년대 미국,영국,독일에서는 학문적 논의나 법원판결의 주요 주제가 여성주의였다.이때 형사법의 대대적 개혁대상이 바로 성 편향적 조항들이었다.”고 밝혔다.우리가 지금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형법을 공부하던 20대에 이미 이런 불합리함에 눈떴고,미국과 영국에서 5년간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뒤 형법학회에서 국내 형법의 불합리함을 조목조목 짚어내는 여성주의적 입장의 논문을 발표했다.여성계에서 본격적으로 문제삼기도 전이었다.“당시 선생님들이 당황하셨지요.하지만 제 논거가 틀리지 않다는 점은 인정하셨습니다.그후 입장을 뒷받침하는 연구와 발표 등을 활발히 한 결과,아직 다수설은 아니지만 ‘유력한 소수설’ 또는 ‘귀기울여야할 소수설’ 정도의 대접은 받게 됐습니다.그는 평소 “분쟁도구인 법은 결코 평화로울 때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말로 ‘아내강간’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보통의 남성들을 설득하기도 한단다. 사회전반에 권리의식은 높아졌는데 유독 남녀간,그중에서도 특히 부부간 문제를 다루는 법적 시스템은 제자리 걸음이라고 말하는 조 교수는 ‘가정폭력’은 처벌해도 ‘폭력 후 강간’은 처벌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야말로 잘못됐다고 지적했다.또 “부부 중 일방이 성교를 거부할 경우 혼인계약 위반을 주장하는 상대방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강간이 아니라 이혼법정으로 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쯤이면 경상도 출신에,장남에,할아버지로부터 “큰 일하라.”는 당부까지 받으며 자랐다는 조 교수에게 개인적인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혹시 그의 생각과 개인적인 생활은 다르지 않을까. 조 교수는 현재 박사과정 중인 아내가 1년에 4개월간 외국으로 나가 있기 때문에 방학마다 ‘주부’로 지냈다는 주부경력 4년차.“설거지를 하기 위해 빨간 고무장갑을 끼면서 때때로 ‘이 시간에 책을 조금 더 볼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내가 선택한 길과 내가 선택한 아내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즐겁게 집안일을 한다.”고 말했다.조 교수는 아버지로서 중1,초2 남매를 키우면서 ‘스스로 행동하고,책임질 것’을 가르친단다.둘째의 유치원 시절,“엄마들이 가는 유치원 행사에 아빠로 참석하는 것이 힘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곧 익숙해졌다.”면서 “남성들에게 기존의 틀을 벗어나 달라질 것”을 권했다. 허남주기자
  • ‘할아버지’ 감독의 힘/ ML 플로리다 감독 매케언 73세 고령불구 연일 돌풍

    “나이 많다고 무시하면 안돼요.” 미국 프로야구에서 올 시즌 초부터 내셔널리그(NL) 밑바닥을 헤맨 플로리다 마린스는 지난 5월12일 잭 매케언(사진·73) 감독을 전격 발탁했다.래리 베인페스트 단장이 16승22패의 부진을 보인 제프 톨버그 감독을 해임한 것. 매케언 감독에 대해 주위에서는 나이가 너무 많다고 우려했지만 그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노장의 힘’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상 세번째 노장 감독인 매케언은 팀을 맡은 이래 31승22패를 올려 9일 현재 5할대 이상의 승률(47승44패)을 유지하고 있다.스포츠 전문 웹사이트 CBS 스포츠라인이 매긴 파워 랭킹도 20위에서 12위로 훌쩍 높아졌다.지난 7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 승리로 통산 800승 고지도 밟아 기쁨을 더했다.매케언은 지난 1999년 신시내티 레즈 시절 96승67패를 기록하며 NL ‘올해의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평소 농담을 즐기는 매케언은 요즘 “미국 은퇴자협회(AARP)가 나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해야 할 것”이라고 자랑스러워한다. 김영중기자 jeunesse@
  • 盧대통령 내년초 할아버지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내년 초부터 ‘할아버지’소리를 듣게 됐다.지난해 12월 노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와 결혼한 며느리 배정민씨가 현재 임신 3개월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노 대통령이 며느리의 임신 소식을 듣고 대단히 기뻐했다.”며 “대통령 주치의 등을 통해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알려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소영기자 symun@
  • “천재 소녀골퍼 미셸 위 돕자”

    한국계 천재 소녀골퍼인 미셸 위(한국명 위성미·14)를 돕자는 손길이 줄을 잇고 있다. 전남 장흥군민들이 ‘위성미 장흥군민 후원회’ 결성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체육인과 기관·단체 등이 모은 2000만원이 위 선수의 할아버지인 위상규(77·장흥군 부산면 기동리)씨에게 3일 전달됐다.후원회는 오는 10월 위 선수가 제주에서 열리는 골프대회에 참석차 장흥을 찾게 되면 정식으로 발족한다.위 선수는 아버지인 위병욱(44·미 하와이대 교수)씨를 따라 취학 전에 장흥을 서너번 다녀가기도 했다. 위병욱씨의 모교인 서울 우신고등학교 총동문회도 위 선수 돕기에 나섰다. 위 선수 후원은 아마추어 선수는 광고출연이나 후원계약을 할 수 없고 돈이 아닌 옷이나 골프용품 등을 지원받도록 하고 있는 미국골프협회(USGA) 규정 때문에 대회출전 경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추진되고 있다.18세가 돼야 프로입문이 가능한 위 선수는 뛰어난 실력으로 각종 프로대회에 초청받고 있으며,한해 5만∼7만달러를 경비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위 선수는 미국여자오픈 등 9월까지 5개 대회에 출전하고 오는 10월에는 제주도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CJ나인브리지클래식에 출전한다. 장흥 남기창기자 kcnam@
  • “일요아침드라마 편견 깨렵니다”/ MBC 새드라마 ‘1%의 어떤것’ 인터넷소설 작가가 직접 각색

    6일 첫 전파를 타는 MBC ‘1%의 어떤 것’(장근수 연출,현고운 극본)은 그냥 ‘일요 아침 드라마’가 아니라 새로운 장르인 ‘로맨스 극장’이라고 제작진은 주장했다. 그러나 인물조형·내용·구성 등은 기존 트렌디 드라마들과 거의 차이가 없다.장근수 프로듀서도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겠느냐.”면서 “그동안 가족 코믹극이 주류를 이루던 일요일 아침 시간대에 여성 취향의 로맨스 소설풍 드라마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 새롭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1%의…’는 인터넷에서 ‘뜬’ 현고운의 로맨스 소설을 작가 자신이 25화 안팎의 드라마로 각색한 것.MBC가 인터넷 원작을 드라마화하는 것은 ‘옥탑방 고양이’에 이어 두번째다.평범하게 살고픈 중학선생님 김다현(김정화)이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할아버지 이규철(변희봉)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이 발단.재벌그룹 회장인 규철은 감동하여 손자 재인(강동원)에게 다현과 결혼하지 않으면 유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협박한다.두 사람은 사사건건 충돌하지만 점점 서로의 장점을 발견해 나간다. 김정화는 “솔직히 튀기 싫어 1등도 양보하는 다현이 성격은 좀 이해하기 어렵네요.전 2등도 힘든데….”라며 웃는다.실제 성격은 밝고 순수한 다현과 많이 차이난다고 한다.“솔직하고 털털한 것은 맞지만 전 많이 소심하거든요.낯도 심하게 가리고요.” 김정화는 지난 한해만 17개의 CF로 20억원을 벌었지만,올해는 CF를 6개 정도로 ‘자제’한다는 계획이다.MBC 라디오 ‘뮤직 포 유’진행과 영화 ‘데우스 마키나’와 드라마 출연 등 본업에 좀 더 충실할 각오. 재인 역의 강동원은 원래 말이 느린 터라,대사 많고 말 빠른 재인을 연기하기가 쉽지 않다.“성격은 또 얼마나 나쁜데요.까다롭고 신경질적이고….계속 짜증내야 하는 것이 힘들어요.”부산 태생인 강동원은 스스로를 “말이 없고 무뚝뚝하지만 낙천적이고 편안한 성격”이라고 말한다. 데뷔작인 MBC ‘위풍당당 그녀’ 이후 주연급 배역을 처음 맡았다.“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철저히 준비했다.”고 각오를 밝힌다.그러더니 “시청자들에게 저도 서울 말씨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싶다.”며 농담을 한다.애써 경상도 사투리를 서울 말씨로 교정했는데 정작 한번도 써먹지 못했다는 것이다. 드라마 제목은 99% 정해져 있는 운명을 바꾸는 것은 1%의 불확정요소라는 뜻이라고 한다.장 PD는 “개인적으로는 이 드라마가 우리나라의 드라마라는 장르 전체에서 그런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책꽂이

    ●탐욕의 실체(브라이언 크루버 지음,정병헌 옮김,영진닷컴 펴냄) 미국의 7대기업이자 최대 에너지 회사였던 엔론의 파산과정을 내부자의 눈으로 파헤쳤다.엔론 파산 이후 엔로니티스(Enronitis)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Enron as it is(엔론과 같은)’를 한 단어로 축약한 것으로,엔론처럼 재무구조가 부실하거나 변칙회계 의혹에 휩싸여 있는 기업들을 지칭하는 말이다.엔론이 쌓아올린 거대한 위용의 바벨탑이 낱낱이 폭로된다.1만 4000원. ●청계천을 떠나며(이응선 지음,황금가지 펴냄) 서울의 한복판인 종로구와 중구를 가르는 하천인 청계천의 원래 이름은 ‘개천(開川)’이었다.지금의 청계천은 일제시대에 붙여진 이름으로 1958년 광교를 시작으로 복개공사를 시작해 1979년 마장교를 완성한 후 그 위에 고가도로를 건설했다.청계천 상인 출신인 저자는 청계천의 뒷골목은 ‘카오스적 질서’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한다.9000원. ●희망의 사회윤리 똘레랑스(하승우 지음,책세상 펴냄) ‘관용’의 가치를 한국사회에 창조적으로 수용하는 방안을 제시.차이와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 사회윤리로서의 톨레랑스는 꼭 필요한 덕목이다.저자는 톨레랑스의 이미지는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를 닮았다고 말한다.한 손엔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저울을,다른 손엔 불의를 응징하는 칼을 든 여신의 모습은 톨레랑스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4900원. ●바이칼,한민족의 시원을 찾아서(정재승 엮음,정신세계사 펴냄) 2500만년 전에 형성된 태초의 호수 바이칼.‘시베리아의 진주’‘성스러운 바다’‘또 하나의 지구’‘세계의 저수지’ 등으로 불리는 바이칼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가장 깊고(1637m),가장 차가우며,가장 큰(남한 면적의 3분의1) 담수호다.우리에겐 한민족의 발원지로서의 의미가 크다.2만원. ●베짱이 할아버지(김나무 글·강전희 그림,문학동네어린이 펴냄) 제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은 성장동화.어린 주인공 영철이가 할머니의 죽음,시골에서 도시로의 이사,맞벌이 부모,가난한 이웃들의 삶 등을 통해 겪는 갈등과 화해의 과정.아내를 잃고 자식을 고아원으로 보낸 베짱이 할아버지의 부성애와 한(恨)을 접하면서 영철이의 마음이 부쩍 커지는데….초등 고학년용.6800원. ●나의 개 부딜(피야 린덴바움 글·그림,허서윤 옮김,꼬마이실 펴냄) 착하지만 게으른 불테리어종 개 부딜의 하루.뭐든 제멋대로인 부딜의 익살,그래도 그를 사랑스럽게 다독이는 주인의 애정이 유머넘치게 묘사되고 있다.4세 이상.8800원.
  • “고용안정·경비절감 일석이조”배영식 信保이사장 인터뷰

    이달부터 국내 최초로 임금피크제를 전면 도입하는 신용보증기금 배영식(사진·裵英植·54) 이사장은 1일 “고용안정과 경비절감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는 제도”라며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개별 기업과 조직의 특성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이사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부터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1년만에 노조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추진 배경은. -정년이 58세로 보장돼 있지만 제대로 안 지켜지는 게 현실이다.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유능한 인재들이 일찌감치 ‘할아버지’로 전락해 버리는 게 다반사다.좁게는 개인과 가정의 불행이지만 넓게 보면 이들을 부양하느라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 노조의 반발이 상당했을 텐데. -노동계가 임금피크제를 편법적인 인원정리나 임금삭감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때문에 초기 협상에 어려움이 컸다.그러나 ‘회사 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해 조직과 개인이 한발씩만 양보하자.’며 노조를 설득했고,노조가 이에 발전적으로 응했다. 협상과정에서 가장큰 난관은. -우선 만 55세때 그때까지의 보직·직급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게 어려웠다.지점장·부장 등 자리를 내놓고 별정직으로 ‘백의종군’해야 한다는 데 노조가 난색을 표했다. 만 55세 이후의 임금감축 폭(신보의 경우 해마다 75%-55%-35%로 줄어듦)을 결정하는 데도 진통이 컸다. 이 제도가 업적이 아닌 연공(年功)중심체제를 강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어차피 58세 정년 범위 안에서 고용을 안정시키는 것이어서 문제될 게 없다.고령화 추세도 감안해야 한다.요즘 50∼60대면 사회인으로서 마지막 정열을 불태울 나이인데,노인 취급을 하는 것은 문제 아닌가.또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경우 향후 3∼4년 뒤 연간 30억∼40억원씩 인건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효과도 볼 수 있다. 다른 기업에 조언을 한다면. -신보에는 채권추심,소액소송,경영지도 등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일들이 많아 60명 이상의 전직 금융인들이 아웃소싱(외부위탁) 형태로 고용돼 왔다.이 일들을 만 55세 이상 우리 직원들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고용안정과 경비절감 등다목적의 효과가 있다. 이렇게 개별 기업이나 조직의 여건을 최대한 고려하고 활용해야 한다.그래야만 노조도 수긍할 수 있다.그러지 않으면 공연히 부작용만 날 수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우미관 다리가 최고의 놀이터였지”‘청계천 토박이’ 이순형 서울대 명예교수

    “내가 만일 화가라 ‘황혼의 청계천을 뒤로하고 귀가하는 지게꾼’을 묘사한다면 밀레의 ‘만종’(晩鍾)에 뒤질 것인가?”(1954.7.18) 고가도로 철거와 함께 청계천을 서울시민의 품으로 되돌려 주려는 복원공사를 하루 앞둔 30일,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동문회관 ‘함춘원’(含春苑)에서 이순형(李純炯·68) 전 서울대의대 학장을 만났다.그는 인터뷰 도중 어언 반세기가 지나 샛노랗게 바랜 경기고 시절 학교신문 한 쪽을 감회 어린 눈으로 읽어나갔다.2학년 때 문예반원으로 수필란에 실은 ‘청계천송’(淸溪川頌)이란 제목의 글이다. ●‘서울의 하수구' 원흉은 빗나간 시민정신 소년 순형은 이 글을 통해 당시만 해도 아낙네들의 빨래터로,인근 빈곤층 가정에서 흘려보낸 구정물 등으로 더러워져 ‘서울의 하수구’로 불렸던 청계천의 원흉(?)은 빗나간 시민정신에 있다고 보고 목청껏 비난했다.자연이 인간에게 베푸는 선물을 예로 들며 청계천의 소중함을 일깨운 뒤,아침 일찍 청계천에 나가 보면 나라의 혼을 불어넣어주기 때문에 (세련됐지만 친밀감을 찾아볼 수 없는) 명동거리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이 박사는 60년대부터 불모지였던 국내 기생충학에 몸을 던져 후학을 길러낸 뒤 지난해 은퇴해 명예교수로 있다.청계천을 화두로 꺼내자 금방 옛 추억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얘기 보따리를 술술 풀어놨다.낡은 볼펜을 꺼내 청계천 주변 지도까지 그려가며 어린아이처럼 신이 난 표정이었다. “한 차례 큰 비가 지나간 뒤엔 장대 끝에 줄을 매단 볼품없는 낚싯대로 가물치를 건져 올리기도 했지요.그럴 때면 웃통을 벗어젖힌 아이들이 너나없이 환호성을 질러대고….” ‘서울 토박이회’ 부회장 직함도 갖고 있는 그는 할아버지 세대 이전부터 청계천 근처에 살아온 토박이.본적이 청계천변에 자리한 장교동 56번지다.지금은 없어진 종로구 수하동의 청계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이 박사는 “어릴 적 청계천 수표교 쪽에는 부드러운 모래밭이 멋지게 깔려 나이에 따라 높낮이를 달리 정한 뒤 둔치에서 뛰어내리는 놀이를 즐겼다.”고 회고했다.아치형으로 만들어 모양 자체만으로도 인기를 얻은,현재 삼일빌딩앞 우미관 다리는 변변한 놀이시설이 없던 당시엔 손꼽히는 놀이터였다.주민들이 철봉,역기 등 운동기구를 하나 둘씩 들여놓아 요즘 드라마로 더욱 유명한 김두한도 힘자랑을 했단다. “나이 든 사람들 중에는 청계천 하면 탁류를 떠올릴 지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잠시 피란 떠났다가 1·4후퇴 무렵 서울로 돌아와 다시 바라본 청계천은 글자 그대로 푸르디 푸른 맑은 물이 출렁이고 있어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전쟁 중에는 너나없이 가정형편이 나빠지는 바람에 집집마다 청계천변으로 나와 떡이나 부침개를 만들어 팔아 연명한 삶의 터전이기도 했다.이 박사 자신도 열다섯살이던 9·28수복 때에는 담배,껌을 팔아 돈을 벌었다.아직도 국산 ‘공작’이나 미제 ‘러키 스트라이크’ 등 담배 이름을 잊지 못했다. ●‘나이애가라' 막걸리집의 어원은 전쟁이 끝난 50년대 중반,가난을 벗어날 생각에 서울로 인구가 몰려들면서 청계천 주변에는 판잣집이 늘어 갔다.판자로 얽은 막걸리집을 ‘나이애가라’라고 불렀다.화장실이 없어 취객들이 청계천 둑 위에서 소변을 봤는데 아이들의 눈에는 그 물줄기가 거세게 느껴졌다는 얘기다. “5월 단오,8월 한가위 때면 장사교 위에서 동네마다 대표를 뽑아 연날리기 대회가 열리곤 했지요.” 중·고교생들이 정동 등 시내 학교로 통학하는 길이었던 청계천 10리 뚝방길은 사춘기 청소년들의 분홍빛 사연을 실어나르는 길이기도 했다.자동차 한 대가 겨우 빠져나갈까 말까 할 정도로 비좁은 길에 학생들이 넘쳐나 남녀끼리 자연스레 어깨가 마주쳤다며 이 박사는 씩 웃었다. 흔히 서울에서 태어난 사람에게는 고향이 없다고 하지만 이는 한 나라의 수도(首都)라는 이유로 많은 것을 타지인들에게 내준 탓이라고 했다.팔도 사람이 모인 서울을 그는 ‘공설운동장’으로 비유한다.한강도 서울의 하천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커서 대부분 사대문 안에서 둥지를 틀었던 서울 사람에게는 ‘고향’ 하면 떠오르는 게 청계천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청계천 복원은 고향 찾아주는 일 “청계천 복원은 서울토박이는 물론 고향을 잃고 살아가기 쉬운 미래 서울시민들에게 고향을 찾아주는 일로 반기지 않을 수 없지요.” 최근 서울토박이회 회원들과 청계천 복원의 성공을 염원하는 홍보 캠페인을 벌이던 중 광교 조흥은행 옆으로 난 뒷골목에서 50여년 전의 여염집 담장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고향의 흔적을 찾았다는 감격으로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중산층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청계천 쪽에 살면서 상대적으로 외면당해온 북촌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때로는 청계천 주변을 떠나기 싫어했던 부모님을 원망한 적도 있다.”는 이 박사.조상 대대로 무교동·수하동·삼각동 등 청계천 주변을 내내 떠나지 못하다가 60년 모두 의학도였던 4형제의 학비 마련 등을 위해 당시 신도시로 개발된 불광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겨 청계천과 약간은 멀어져야만 했다. “개발에 떠밀려 청계천이 복개될 때는 안타깝기 그지 없었는데….”라며 말끝을 맺지 못하는 이 박사.2년 후에 다시 드러날 청계천의 새 모습을 꿈꾸며 옛 추억에 잠긴 듯 지그시 두 눈을 감았다. 글 송한수기자 onekor@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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