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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핫샘 할아버지의 눈물 나는 대화법

    핫샘 할아버지의 눈물 나는 대화법

    김종권 _ 현장 업무(일명 노가다)에 관리 업무까지 아우르느라 몸이 둘이라도 모자라고 죽으려야 죽을 시간이 없다는 건설 현장의 감독관입니다. 피로는 술로 달래고 술은 일로 푸는 생활 속에서도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시인이기도 합니다. 5, 6년 전 이집트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이 세상의 문화란 문화는 모두 섞어 놓은 듯 짬뽕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그곳에서는 다양한 인종이 지지고 볶으며 재미나게 살고 있다. 이집트 남자들은 그야말로 남자답게 잘 생겼다. 좀 고집스러워 보이지만 그건 회교 습속에 따라 기르는 콧수염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는 싱긋싱긋 잘 웃고, 화를 낼 때는 세상을 삼켜버릴 듯 화를 내다가도 좀 억울한 일이라도 당하면 울기도 잘 우는데, 아마 타고난 감수성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우리 회사 자재 구매 담당이었던 핫샘 할아버지(당시 62세)는 바로 이집트 남자의 표준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젊은 사람보다 더 강인하면서도, 감수성이 매우 예민했다. 그는 상당히 정직하고 셈도 바르며, 어지간한 문서는 다 처리할 수 있을 만큼 영어에도 능통했다. 그리고 그 바닥에서 알아주는 자재 구매 전문통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이란 누구나 허점이 있게 마련이기에, 어쩌다 한 번 잘못 처리한 일이 나에게 적발되었다. “그랜드파더, 당신이 구매한 것은 내가 승인한 품목의 세부사항과 다르다. 왜 그랬는가? 그리고 그에 따른 대책은 무엇인가?” 하고 정중하게 물었다. 한국 같았으면 내 성질에 자재를 부숴버리든지, 아니면 사람을 부숴버리든지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는 말이 막히자 대뜸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집트인들은 수다 떠는 것을 엄청 즐기기 때문에, 여기에 말려들면 족히 한두 시간은 입씨름을 해야 할 것이 분명했다. “나는 열심히 했다. 어제 저녁 먹고 늦게 문이 닫힌 자재 상회에 가보니 주인이 없었는데, 사실 그 집을 찾느라 한 삼십 분이 걸렸고, 그 집을 찾으러 가다가 개를 만났는데, 개가 으르렁거리며 따라와서 어쩌고저쩌고….” 그 따위 핑계는 속이 부글거려서 오래 듣지 못하는 성격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타국인데다 상대가 나보다 연세가 훨씬 많은 어르신이었기에, 오만 짜증 물리치고 억지로 생긋 웃는 낯을 만들어 정중하게 다시 말씀드렸다. “저는 사실 멍멍이를 억수로 좋아하지만, 그 멍멍이란 자재에 대하여 단 한 번도 언급한 바가 없습니다. 기억나시지요? 그러니 대단히 죄송하지만 멍멍이는 대화에서 빼주시기 바랍니다. 딱 이 서류에 있는 자재에 대한 정보만 저에게 말해주세요. 플리즈.” 아 그랬는데, 성질을 죽여도 이미 닷 말 이상을 죽인 나에게 핫샘 할아버지는 “당신은 너무 냉정한 것 같다. 좀 더 다정하게 대해줄 수 없느냐”며 훌쩍거리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 자기네 옆집 영감이 나하고 비슷한 성격의 소유자인데 젊은 나이에 일찍 죽었대나 어쨌대나 하면서 코를 팽 푸는데, 그때까지 잘 참았던 꼭지가 홱 돌아버렸다. 바로 눈을 곧추세운 다음, 지하에 계신 알렉산더 대왕께서 들을 만큼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남자가 쩨쩨하게 핑계 대지 마시오! 그리고 울지 마시오! 내가 이 따위 허섭스레기 같은 얘기를 듣자고 산 넘고 바다까정 건너서 여기 우그라질 사막에 온 게 아니니까. 다른 얘기는 치우고, 자재가 틀린 이유와 다음 대책, 그 두 가지에 대해서만 나에게 말하시오!” 그 다음엔 어찌 되었느냐고? 아무 대답 없이 한 시간 동안 구석에 앉아서 훌쩍거리고 계시기에, 나중에는 도리어 내가 “아 임 쏘리” 하며 다신 안 그러겠노라고 도로 통사정을 해서 퇴근을 시켰다. 나 원 참,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내가 옴팡 뒤집어쓰게 생겨 기분이 무척 좋지 않았다. 그러나 숙소에 가서 샤워하고 베란다 의자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 역시 잘못한 게 없지 않았다. 이성만을 앞세워 감성적인 면을 소홀히 했던 것. 그 후 핫샘 할아버지와 얘기할 때면 최대한 감성적으로 다가갔다. “그랜드파더, 그러면 우린 모두 망해요. 아시겠어요? 그것도 아주 쫄딱 말이에요. 자그마한 손실이 모이면 태산만 한 손실을 만든다는 것을 오래 사셨으니 잘 아시잖아요? 그리고 제가 이야기할 때 제발 좀 울지 마세요. 자꾸 그러시면 저도 우리 아버지 생각이 난단 말이에요. 그리고 감성적인 걸로 말하면 저도 본토에서는 한 감성 하던 사람이거든요. 되지도 않는 시 나부랭이까정 쓰며 말이죠. 부모형제, 처자식, 멍멍이까지 다 버리고 이 머나먼 타국까지 온 것 보면 모르시겠어요? 저도 진짜 무지 불쌍한 놈이란 말이에요. 훌쩍….” 물론 그 후 핫샘 할아버지는 실수를 줄이려고 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미 연세도 있고 심한 관절염까지 있어 다리품 파는 것에 진력을 내시므로 가끔의 손실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속이 다 썩어 문드러지고 허파 히뜩 디비지는 일도 많았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손실은 긴 세월에 놓고 본다면 나나 회사나, 핫샘 할아버지에게 뭐 그리 큰 손실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언제나 이렇게 뜨거운 감흥을 나에게 되돌려준다. 사람들이 내게 주는 희망과 실망이 너무 무거워서 둘 다 가질 수는 없을 때는 어쩌겠는가? 실망은 재까닥 내려놓고, 오로지 희망만을 잽싸게 품는 수밖에 달리 무슨 딴 짓을 할 수 있겠는가? 월간<샘터>2006.09
  • [길섶에서] 성 묘/임태순 편집부국장

    엊그제 점심 자리에서 추석 성묘가 화제로 올랐다. 누군가 명절 성묘 풍습도 우리 대에서 끝날 것이라고 하자 모두 머리를 끄덕였다. 납골당에 화장이 자리를 잡는 추세인 만큼 멀리 시골 고향까지 내려가 조상의 묏자리를 돌보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 것은 뻔한 일이다. 수목장을 생각해볼 만하다는 이도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묏자리를 써서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아예 꿈도 꾸지 말고,‘깨끗이’ 가자는 데에까지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한 동료가 조상의 묘도 우리가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 공부나 간신히 할 뿐, 청소와 심부름 등 집안 일조차 거들지 않는 요즘 아이들에게 어떻게 조상의 묘를 맡기느냐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이들도 제 주변조차 정리하지 않는 것 같다. 방이 더러워 치우라고 하면 거실로, 식당으로 옮겨다니기만 했지 여간해선 품을 팔지 않는다. 이제 조상의 묏자리도 정리해 놓아야지, 아이들을 믿었다가는 저 세상에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 뵐 면목이 없을지 모르겠다. 임태순 편집부국장 stslim@seoul.co.kr
  • ‘키다리 나라’ 네덜란드

    ‘키다리 나라’ 네덜란드

    대다수 사람들이 할아버지보다는 아버지가, 아버지보다는 자기 키가 더 크지만 네덜란드인은 세대를 내려올수록 유례를 찾을 수 없게 쑥쑥 자라나고 있다고 AP통신이 최근 전했다. 1950년대 네덜란드인은 미국인을 제치고 지구에서 가장 키가 큰 국민의 영예(?)를 누려왔지만 전문가들은 국부(國富)와 어렸을 때부터 알뜰히 보살피는 보건 시스템 덕에 여전히 키가 자라고 있다고 지적한다.1940년대 독일 나치 점령때 키가 줄어들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이 나라 국민은 1800년대 중순부터 지금까지 비약적으로 키가 커왔다. 네덜란드인에게 1위를 양보한 미국인은 이제 덴마크인에게도 추월당했다. 네덜란드 남성의 평균 키는 183㎝이며 여성은 170㎝. 이렇듯 국민들의 키가 무섭게 커지자, 정부에선 4년 전에 공공건물의 문틀 높이를 230㎝로 높이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몇년 전 국적항공사는 ‘키다리 클럽’ 회원들에게 비행기에 앉을 때 다리를 길게 뻗을 수 있는 좌석을 우선 배정하기로 합의했다가 다른 사람들의 항의가 쏟아지자 취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영 철도회사는 4500명의 클럽 회원들에게 신형 객차의 특별 좌석을 배정하고 있다. 이 클럽의 판 스푸룬델은 남자 190.5㎝, 여자 180㎝인 이 클럽 가입 기준이 다른 나라의 비슷한 클럽과 비교할 때 그리 높지 않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1600만 국민 가운데 가입 대상이 80만명 정도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물론 옛날에도 이 정도였던 건 아니다.1848년에 4명 중 1명은 신장 기준 157.5㎝가 안 돼 군 입대를 거부당했는데, 지금은 1000명 중 1명 꼴로 바뀌었다. 라이덴 대학병원 게오르규 마트 교수는 남성 평균 신장이 50년 안에 190.5㎝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국부가 이 모든 걸 설명할 순 없는 일이다. 예를 들어 평균 신장이 183㎝인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이 네덜란드인처럼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트 교수는 “피그미족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한다고 네덜란드인처럼 되진 않을 것”이라며 “우리들의 키가 얼마나 커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아들 잃고 비극적 최후 입양아 출신 한인 여성

    누가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는가. 생후 4개월 만에 미국 가정에 입양됐던 20대 한인 여성이 두 살배기 아들의 실종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망이 자신에게로 좁혀오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가족 일부는 그녀가 CNN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받은 압박감 때문에 자살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방송이 유괴나 실종사건을 다루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선 어린이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부모들이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보도하는 등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실종 전후 행적 명확히 못 밝혀 1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올랜도 근처의 한 소도시에 있는 빌 유뱅크의 집 벽장에서 손녀 멜린다 더켓(21·한국이름 이미경)이 지난 8일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27일 집에서 갑자기 사라진 아들 트렌튼의 행방이 2주째 묘연하자 이를 비관, 산탄총을 머리에 쏴 자살한 것이다. 그녀는 지난 1985년 12월 서울의 한 고아원에서 유뱅크의 아들 부부에게 입양된 한국인 핏줄이었다. 남편과 올해 초 이혼한 뒤 잔디관리 회사에서 해고까지 당해 아들을 혼자 양육하느라 어렵게 지내 왔다. 경찰에서 그녀는 “텔레비전 영화를 남자친구들과 본 뒤 아들 방에 들어갔더니 창문 스크린이 찢겨져 있고 그애는 없었다. 유괴된 것 같다.”고 진술했다.하지만 친척들은 전날에도 아이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고, 이틀 전 산탄총을 구입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더욱 그녀는 궁지로 몰렸다. 남편은 거짓말 탐지기를 무사히 통과했지만 그녀가 이를 거부하자 의심은 커져만 갔다. 경찰은 용의자 딱지를 붙이진 않았지만, 그녀의 컴퓨터와 노트, 카메라 등을 압수했고 그녀의 자살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아들의 실종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공언했다.●시청률 올리려 납치·실종 자주 다뤄 그녀는 자살 전날, 경찰 수사 과정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음을 털어놓은 글을 블로그에 남겨 놓았다. 더욱이 그녀가 자살한 시점은 CNN ‘헤드라인 뉴스’ 진행자 낸시 그레이스와의 인터뷰가 방영되기 몇 시간 전이었다. 그레이스는 검사 출신으로 출연자들을 몰아붙이는 것으로 악명 높은데, 더켓과의 인터뷰에서도 “당신, 도대체 어디 있었느냐. 왜 그날 어디 있었다고 말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할아버지 빌은 “아들의 실종으로 벼랑 끝에 몰린 더켓을 언론이 아예 아래로 밀어버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레이스는 방송에서 직접 “비난받을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메일 성명을 통해선 “아이를 찾는 데 도움이 되려고 이 사건을 다룬 것”이라며 계속 이 사건을 보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일간 올랜도 센티널은 전했다. 그러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이 프로그램은 과거에도 리틀 미스 콜로라도 출신 존버넷 램지 살해 사건을 비롯,10대 소녀 실종 사건을 많이 다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Local]전남도 순천서 ‘노인건강 대축제’

    전남도가 13∼14일 순천시 팔마체육관에서 제1회 전남도 노인건강복지 대축제를 연다. 이번 축제에서는 할아버지·할머니의 즉석만남 시간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식전행사로 도립국악단의 사물놀이와 국악공연으로 흥을 돋운 뒤 민속놀이와 한복 입어보기 등 체험행사가 이어지고 서울대 노화연구소의 건강지키기 학술토론회가 열린다.
  • 동서 항렬 따지는 사위-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55)

    저는 딸, 아들, 딸의 차례로 3남매를 가진 아버지입니다.복잡하게도 큰 딸 작은 딸은 시집보내고 보니 사위 둘이 파(派)는 다르지만 종씨입니다. 작은 사위가 큰 사위보다 나이가 3살 위고 항렬로는 할아버지 뻘이 되는군요. 동서간에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이 고장 여론은 구구 각색입니다. 서로 존대하자고 하는 큰 사위의 말에 작은 사위는 그럴 수 없다고 합니다. 나이가 위인 데다가 항렬이 할아버지뻘인데 어떻게 존댓말을 하느냐는 것입니다. 나이가 척은 처남(자기의 처(妻)에게는 오빠가 되는)에게는 말을 존대하면서 그보다 손위인 처형의 남편되는 사람에게는 존댓말을 안하겠다는 것이 작은 사위의 주장입니다. 처가는 장차 낳을 저희들 자식에게는 외가가 아닙니까. 처가항렬을 무시 한다는 것은 어머니를 무시하는 것과 같지 않습니까. 딸들의 아버지로서 여간 고민이 아니며 한편 분한 마음도 듭니다. <전남 고흥군 고흥면 남계리 550의1 유상철> 답변: 딸들의 항렬로 설득을 달 나라에 사람이 발을 두번이나 디뎌본 우주시대에 그 댁 작은 사위님의 켸켸묵은 머리는 어룰이지도 않는군요. 예절도 좋지만 가까운 친척도 아니라는 처지에 자기 고집만 세우는 그 청년의 머리를 한대 꽝 때리고 싶군요. 아뭏든 딸들의 항렬이며 순서도 틀림없는 항렬이니까 장인의 입장을 굽힐 필요는 없을 줄 압니다. 밖에서야 어떻든 『내집에서는 용서 못한다』고 형제의 차례를 단호하게 고집하기를 권합니다. <Q> [선데이서울 70년 1월18일호 제3권 3호 통권 제 68호]
  • [이주일의 어린이책] “채소밭 잔치 놀러오세요”

    여기는 할아버지의 채소밭. 양배추, 방울 토마토, 당근, 감자, 호박이 쑥쑥 키재기를 하는 밭에 무성한 잡풀들을 어째야 하지? 채소잎을 마구 갉아먹는 무당벌레들은 또 어째? ‘채소밭 잔치’(다시마 세이조 글·그림, 고향옥 옮김, 우리교육 펴냄)는 한장한장 그림 자체를 감상하는 기쁨만으로도 가슴이 꽉 차는 그림책이다. 강렬한 원색, 익살맞은 붓터치의 수채화가 어른들의 잠자던 동심까지도 몽롱하게 일깨울만하다. 알록달록 꿈틀꿈틀, 운동감 왕성한 색과 선의 조화에 유아 독자라면 덮어놓고 매료당하고 말 터. 잡초와 무당벌레떼를 없애버리려 마음먹었던 할아버지. 하지만 문득 마을잔치 생각이 나자 이것저것 밭일을 다 팽개친 채 부리나케 마을로 달려가 버린다. 이 책의 참맛은 그 다음 상황부터이다.“우리도 잔치를 벌이자!” 할아버지가 떠나기 무섭게 채소밭은 유쾌한 난장판으로 돌변한다. 무당벌레, 방울 토마토, 덩굴여지, 감자, 참마, 우엉…. 채소밭 식구들이 떠들썩한 잔치를 벌이는데, 싸우고 뛰고 구르고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등에 28개의 점이 찍힌 이십팔점 무당벌레는 방울토마토 잎을 갉아 포스터를 만들지 않나, 그런 무당벌레가 얄미워 방울토마토는 버럭버럭 역정을 내지 않나…. 해프닝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잔치판으로 즐거운 상상에 빠져 있던 아이들은 또 어느새 서정의 우물에 푸욱 잠기게도 된다. 불콰하게 술이 오른 할아버지가 흥에 겨워 돌아오는 달밤 풍경은 그대로 그림이다. 감자 위에 양배추, 양배추 위에 빨간 당근이 채곡채곡 포개져 곡예를 벌이는 잔치마당에 할아버지는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천둥 고함을 지르지나 않을까. 애당초 마음처럼 잡초와 무당벌레들을 내쳐버리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어린 마음들이 ‘후유∼’ 안도의 한숨을 쉬기까지 눈깜짝할 사이의 즐거운 반전이 놓였다. 달밤의 난장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툭 내뱉는 할아버지의 순한 한 마디,“우리 밭에 달님이 떠올랐구먼∼.” 짧은 글, 좁은 행간에서 배어나는 은유의 묘미가 배가 부르도록 푸짐하다. 상생(相生)의 의미가 절로 가슴에 스며드는, 정말 요령많은 그림책이다.4세 이상.8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전국 중·고생 자원봉사대회 대상 2명

    전국 중·고생 자원봉사대회 대상 2명

    제8회 전국 중·고생 자원봉사대회(푸르덴셜생명·한국중등교육협의회 주최) 시상식이 9일 신라호텔에서 열려 청소년 330명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자기만의 특기를 살려 소외된 이웃의 곁에 적극적으로 다가간 이자원(18·서울 여의도고 3년)군과 김엘리야(17·충남 천안 병천고 3년)양 등 대상(친선대사상) 수상자 2명을 소개한다. ■ “할머니·할아버지를 멋쟁이로 가꿔드려요” 천안 병천고 김엘리야양 “산골 할아버지·할머니를 멋쟁이로 변신시켜 드려요.” 한 달에 두 번 천안 병천 사랑의 마을로 찾아가는 김엘리야양과 친구들의 손에는 화장품과 미용기구가 담긴 가방이 들려 있다. 병천고 미용학과 학생들로 이루어진 ‘뷰티도우미’들이다. 학생들이 오는 날 이곳 할아버지·할머니들은 ‘얼짱’으로 변신한다. 뷰티도우미들은 어르신들의 머리를 손질하고 피부관리, 손·발톱 정리를 해 준다. 영정사진을 찍는 어르신들에게는 메이크업 솜씨를 발휘하기도 한다. “눈이 침침한 어르신들은 손·발톱을 직접 깎기가 어려워요. 정기적으로 관리해 드리지 않으면 손·발톱이 살로 파고들어 위험해질 수도 있답니다.” 처음엔 학생들이 찾아오는 걸 부담스러워하던 노인들도 이제는 ‘뷰티도우미’들이 오는 날이면 먼저 나와 기다린다고 한다. 김양은 이미 대학 미용학과 수시모집에 합격한 상태다.“미용기술을 활용해 선생님이 되거나 해외에서 선교활동을 펼치고 싶습니다.” ■ “신나는 요들송으로 행복을 나눠드리죠” 서울 여의도고 이자원군 “중립국 스위스의 노래인 요들송으로 북한이나 분쟁국 어린이들을 위해 공연하고 싶어요.” ‘친선대사상(대상)’을 받은 이자원군. 열 살 때인 1997년부터 가족과 함께 ‘작은 스위스’라는 음악 봉사단을 만들어 전국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산골 오지학교, 달동네, 장애학교 등 문화에서 소외된 지역을 두루 다녔다. 이군 가족의 요들송 봉사는 요들클럽에서 만나 결혼한 부모의 약속 때문이었다. 외환위기 때 아버지가 실직하고나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적도 있었지만 요들송 공연을 다니며 가족애를 돈독히 할 수 있었다. 5년 전부터 보여주기만 하는 공연에서 벗어나 매주 토요일 장애인들에게 스위스 음악을 직접 가르치고 있다.“일회성으로 끝나는 공연보다 함께 배워서 연주하는 공연에서 더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군은 사회복지학과나 청소년지도학과에 진학해 전문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도봉사랑 약속봉사단 회원들 노인정 찾아 사랑의 발마사지

    도봉사랑 약속봉사단 회원들 노인정 찾아 사랑의 발마사지

    “할머니, 피부가 굉장히 고와요. 정말 미인이세요.”“예쁜 사람 다 죽었나 보네. 뚱뚱하고 늙은이가 뭘 이쁘다고….” 지난 4일 도봉구 방학3동 노인 전문 요양원 ‘도봉실버센터’가 시끌벅적했다.‘도봉사랑 약속 봉사단’의 습격(?) 때문이다. 봉사단은 2005년 12월 쌍문2·4동과 방학1동, 도봉여성센터, 청소련수련관에서 활동하는 발마사지 강사와 수강생 60여명으로 출발했다. 배운 기술을 보람되게 쓰자고 뜻을 모아 지역 노인정을 매주 순회하며 마사지 봉사를 하고 있다. 단장을 맡은 손점숙(48) 강사는 “수강생은 실습할 기회를 얻고, 어르신은 무료로 마사지를 받으니까 모두 만족해 한다.”고 했다. 이날 회원 20명이 실버센터의 초청을 받아 센터를 찾았다. 맨발을 내놓기 쑥스러워하던 어르신들은 봉사단의 애교에 무장 해제됐다. 먼저 발 전용 스프레이를 뿌려 세균을 소독하고, 무릎까지 꼼꼼히 닦은 뒤 발 전용 크림을 무릎, 발에 부드럽게 발랐다. 발바닥부터 차근차근 주무르는 손놀림이 날렵했다. 마사지가 끝나자 뜨거운 수건으로 발을 정성스럽게 닦았다. 양말까지 신기면 마사지 끝. “시어머니를 14년째 모시는데요. 많이 도와주셔서 제가 바깥 일을 편히 해요.”봉사단원 김향주(38)씨의 얘기다.“딸 쌍둥이가 있는데요. 애가 많이 아파서 병원신세를 3년이나 졌어요. 이제 괜찮아요.” 마사지를 받던 할머니가 따뜻하게 위로했다.“고생이 많았구만. 궂은 날이 지나가면 쨍한 날이 오는 법이야. 이렇게 좋은 일하는데 그렇지 않겠어.” 할아버지 발은 봉사단 청일점인 홍현섭(43)씨가 맡았다.“할아버지, 발에 힘 빼세요.”“간지러워서 그래.”봉으로 발바닥을 지압하자 할아버지가 참지 못하겠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홍씨는 발바닥이 항상 아픈 아내를 위해 지난 3월부터 발마사지를 배웠다. 배운 대로 아내에게 실습했더니 ‘시원하다.’며 좋아했다. 그 재미에 전문가 과정까지 밟고 있다. 일일이 방을 찾아가 누워 있는 어르신 발을 주무른 후에야 봉사단은 도구를 정리했다. 그때 물리치료를 다녀온 한 할머니가 “너무 늦게 왔냐.”며 울상을 지었다. 회원 5∼6명이 “아니에요.”라며 뛰어나와 짐을 다시 풀고 할머니의 팔 다리를 주물렀다. “자식한테도 발 주물러 달라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아요. 일부러 찾아와서 얼마나 시원하게 마사지해주는지….”한 할머니가 말했다. 봉사단원 갈옥희(41)씨는 “처음 나왔는데 엄마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자주 와야겠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로 실력을 닦은 덕에 도봉구 수강생 10여명은 자치센터 강사로도 취업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길섶에서] 고단한 노인/임태순 편집부국장

    지하철로 출근한다.3호선을 타고 오다 종로 3가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탄다. 전동차에 오르면 종종 할아버지 한분과 마주친다. 마른 몸의 할아버지는 전동차 선반 위에 있는 무가지들을 알뜰히 수거한다. 폐지로 팔아 돈으로 바꾸려는 것일 게다. 할아버지를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우선 개발시대에 그들 세대의 열정과 근면이 없었으면 오늘의 우리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마음 한 구석에선 빚진 기분도 든다. 한편으론 복지사회를 맞아 노인 일자리 마련에 소홀했다는 자책감이 인다. 고령자를 위한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를 마련해 드렸으면 이른 아침 지하철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무가지 수거도 경쟁이 치열하다. 때론 다른 할아버지와 마주치기도 한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승객을 밀치며 급히 수거할 때는 신경에 거슬린다. 공중 도덕을 중요시하는 시민사회에서 에티켓이 실종된 느낌이 든다. 신문을 수거하는 할아버지 모습이 내 안에 투영돼 일어나는 개발시대, 시민·복지사회의 복잡다단한 단면들이다. 임태순 편집부국장 stslim@seoul.co.kr
  • 노인 돌보기 ‘老’가 나섰네

    노인 돌보기 ‘老’가 나섰네

    “총각, 잘 지냈어. 아픈 데 없고….” “형님, 오셨어요. 아가씨는요?” “만날 우리 홍일점만 찾나.” “맛있는 것만 갖다 주는 분이니까 좋아하죠.” 지난 1일 서대문구 천연동 뒷골목 낡은 전세방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시립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소속 어르신 4명이 홀로 사는 김모 할아버지를 방문한 것이다. 동네 꼬마들이 친구에게 장난치듯 어르신들 대화가 정겹다. 김재현(69)할머니가 부엌에 들어가 가져온 도시락을 챙기며 “집이 깨끗해야 건강하다.”고 잔소리를 한다. 장근춘(75)할아버지는 “침대가 넓구먼. 같이 잘까.”하고 농을 던진다. 김 할아버지도 “잠버릇이 험해 형님이 발에 차여서 안 된다.”고 응수한다. 또 한번 웃음이 터져 나온다. 장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어도 총각, 아가씨라고 불러주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특별한 호칭’의 의미를 설명한다. 이들 어르신은 지난 3월부터 건강한 노인(65세 이상)이 생활형편이 어려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Care)’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매주 화·금요일 독거노인 12명을 방문해 도시락을 전달하고 혈압을 측정한다. 작성한 건강기록표를 보건소가 수시로 확인해 독거노인의 건강을 관리한다. 활동비로 매달 20만원을 받는다. 어르신 10여명은 방문일 오후 1시쯤 복지관에 모여 독거노인(47명)에게 배달할 도시락을 챙긴다. 생활형편과 건강상태에 따라 도시락 내용물이 달라 꼼꼼하게 확인한다. 이날은 겉절이김치·연근·나물무침·김, 죽·흑미찰밥, 요구르트·배 등 내용물이 다양했다. 어느새 배달 손수레가 가득 차올랐다. 1조인 장 할아버지 팀은 분업과 협동이 잘된다. 장 할아버지는 혈압 측정을, 안중기(70) 할아버지는 건강기록표 작성을, 이기석(73) 할아버지는 손수레 운반을, 김 할머니는 도시락 배달을 맡는다.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이심전심으로 정해졌다. 방문할 때도 이들만의 노하우가 있다. “돈이 없으니까 지하방이나 옥탑방에 살거든. 혼자 살고 더우니까 속옷만 입고 있는 사례가 많아. 그래서 총각 집은 남자가, 아가씨 집은 여자가 먼저 들어가지.” 또 혈압이 조금 높게 나와도 노인 앞에서는 내색을 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고 혼자 살다 보면 작은 일에도 금세 마음이 상하기 때문이다. 노노케어를 하다보니 마음도, 몸도 건강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 할아버지는 “비슷한 처지라 말 몇마디로도 마음을 쉽게 읽을 수 있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도 힘을 많이 얻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달로 계약 기간이 끝나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일에 익숙해질 만하니까 끝난다.”면서 “건강한 노인들이 꾸준히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정부는 노노케어 등 노인일자리 사업에 한 노인이 7개월만 참여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려는 노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글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100세 생일에도 출근 “은퇴는 없다”

    세상의 모든 노동자가 생일을 자축하기 위해 휴가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100번째 생일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영국 런던 남부의 배관회사에서 일하는 버스터 마틴 할아버지는 100회 생일인 지난 1일에도 여러 대의 밴 차량을 열심히 닦았다.17명의 자녀와 70명 이상의 손자와 증손자를 둔 마틴 할아버지는 아마도 영국에서 가장 나이많은 현역 노동자임에 틀림없어 화제를 낳고 있다고 일간 데일리 메일이 전했다. 올해로 직장 생활만 90년째인 그는 신문 인터뷰에서 “나에게 은퇴라는 말을 꺼내면 엄청 비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3년 전 시장 매점 일을 마지막으로 은퇴하려고 했지만 너무 많은 시간이 남겨져 있음을 깨닫고 몇주 뒤 집 근처의 배관회사에 찾아가 다시 일하게 됐다.나이 탓에 하루 서너시간 자동차 정비나 주차를 돕고 있지만 125세까지 일하고 싶은 것이 할아버지의 소망이다. 100회 생일날에도 그에게 평소와 다름없는 일을 시킨 상사 찰리 멀린스는 “97세에도 일자리를 구한다는 데 한번 놀랐고 그가 한몫 단단히 하는 데 두번 놀랐다.”고 말했다. 콘월 지방의 고아원에서 자라난 마틴은 10세 때인 1916년 런던에 와 새벽 2시30분 문을 여는 시장 매점에서 일했다. 육군에 입대해 2차대전에 참전한 그는 1955년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해군으로 옮겨 복무해 왔다. 그는 지금 전화도 없이 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집에서 쉴 때 시끄럽게 울어대는 전화를 아주 싫어해서다. 가장 혐오하는 단어 역시 “지겨움”이라고 밝혔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봉하마을 개발허가 신청 주민들 시큰둥

    봉하마을 개발허가 신청 주민들 시큰둥

    서울신문이 지난 4일 봉하마을을 찾아 대통령 형인 노건평씨와 주민들을 만나 확인한 결과, 노 대통령이 구두계약을 한 집터는 ‘진영읍 본산리 30번지 노 대통령 생가(生家)’ 뒤쪽 300∼400평 규모였다. 인근의 또 다른 장소에는 경호원 숙소가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생가 뒤쪽에 마련한 집터에는 누군가 살던 집이 헐린 택지와 감나무밭 등이 섞여 있다. 현장에는 터 닦기 공사가 진행된 흔적이 있었으며, 포클레인 2대가 서 있었다. 건평씨는 “현재 관청에 ‘개발 허가’를 신청해 놓았다.”고 밝혔다. 택지 외의 감나무밭 등의 지목변경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당초 노 대통령은 퇴임 이후의 거처로 생가를 구입할 계획이었으나, 집값을 놓고 현 집주인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 생가는 현재 다른 주민 소유다. 봉하마을 집 마당에서 꽈리고추를 손질하던 한 노부부는 “26일 대통령께서 수행하는 사람들과 집터를 보러 내려오셨을 때 인사했다.”면서 “오셔서 살아봐야 알겠지만 고향에 내려와 사신다니 기쁘다.”고 반겼다. 반면 마을회관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한 할머니는 “고향사람이 대통령 되면 동네 발전도 되고 그럴 줄 알았더니 그런 것은 하나도 없고, 불만을 가진 사람도 있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 70대 할아버지는 “원래 생가 뒤편에 전부 지으려고 했는데 경호하는 사람들을 위한 집까지 짓기에 땅이 좁아 마을회관 옆 과수원집 터에 따로 짓는다고 한다.”고 전했고, 또다른 주민은 “경호원 숙소의 건축문제와 관련해 땅 주인과 대통령쪽이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해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젊은이들 열심히 공부할 계기 됐으면”

    “젊은이들 열심히 공부할 계기 됐으면”

    70대 노부부가 병마와 배우지 못한 역경을 딛고 수필집을 출간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장성호(76·청주시 흥덕구 사창동) 할아버지와 김유성(73) 할머니 부부. 글은 할아버지가 쓰고, 삽화는 할머니가 그린 수필집의 이름은 ‘해 뜨는 오솔길’. 수필집에는 어머니와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 재미있는 일상생활, 아름다운 자연풍경 등을 소재로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교훈적인 내용을 담담하게 그려낸 39편의 글이 실렸다. 특히 이 수필집은 부부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뒤 작문과 묵화 등을 배워 엮은 것이어서 더 값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로 정년 퇴직한 할아버지는 70세가 되던 2000년 충북대 평생교육원에 등록해 문학 공부를 시작,2004년 문학지인 ‘한국문인’의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그 뒤 수필집을 출간하기로 마음먹고 더 열심히 글을 써왔으나 지난해부터 폐기능이 약해져 10일 가운데 2∼3일씩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집에서도 산소호흡기에 의지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으나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병원에 입원할 때도 책과 필기구를 싸들고 틈틈이 생각을 정리한 뒤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에 옮기는 작업을 계속했다. 장 할아버지는 “나 같은 늙은이도 책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젊은이들이 더 열심히 공부하는 계기를 주고 싶었다.”면서 “건강이 크게 나빠져 책도 못 내고 죽을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완성하고 보니 마음이 더없이 흡족하다.”고 말했다. 부인 김 할머니의 배움에 대한 열정도 감동적이다. 초등학교에 입학조차 하지 못했던 김씨는 3남2녀의 자식들이 모두 대학까지 마치도록 뒷바라지한 뒤 1999년 대학생들이 운영하는 야학에 입학,2003년 중입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2005년에는 고입검정고시까지 합격했다. 또 평생교육원에서 서예와 묵화를 공부해 이번에 장옹의 수필집에 삽화를 그리는 일에 참여하게 됐다. 김 할머니는 “수필집을 내는데 삽화가 필요하다는 영감님의 말을 듣고 재작년부터 사군자 등 묵화를 배우기 시작, 영감이 쓴 글을 읽고 그림을 그렸다.”며 “마음에 들 때까지 그림 그리기를 반복하다 새벽을 넘기기 일쑤였다.”고 설명했다. 김 할머니는 “겨우 한글이나 읽었던 내가 중학교 과정까지 졸업하고 책까지 냈다고 생각하니 아주 기쁘다.”면서 “조건만 되면 고등학교와 대학도 다니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청주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아베관방, 日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떠오르는 아베시대] (중) 정치적 인맥

    |도쿄 이춘규특파원|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의 인맥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아버지 아베 신타로 전 외상과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등 집안의 ‘인맥 유산(遺産)’이 한 갈래이고, 본인 스스로 구축한 인맥이 다른 한 줄기이다. 보통 아베 인맥에는 보수강경파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베는 실용주의와 현실주의 노선에 따라 정치계는 물론 재계, 관계, 학계, 문화계와도 광범위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자민당의 한 관계자는 1일 “아베 인맥에는 진보적 인사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베의 사고가 실용적이고 유연하기 때문에 강경파 일색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폭넓은 전문가 두뇌집단이 치밀하게 아베를 보좌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인맥의 핵심은 집안의 유산이다.7월 북한 미사일 발사 뒤 아베에게 대응 방안을 조언한 외무성 핵심간부는 부친 신타로가 외상(1982∼86)일 때 비서관을 역임한 아베 외교인맥의 중추 인물이다. 아베도 부친이 외상일 때 비서관을 하며 외교·안보 인맥을 구축했다. 최측근 외교 관료인 야치 쇼타로 외무성 사무차관과 사이키 아키타카 주미공사는 대북 문제로 호흡을 맞췄다. 가사이 요시유키 JR도카이 회장은 철저한 개헌론자로 아베의 재계 지원인맥의 핵심인 ‘4계절 모임’을 이끌고 있다. 아베의 숙부 고 니시무라 마사오 전 일본흥업은행장이 “내 조카는 경제를 잘 모르니 잘 부탁한다.”고 해 교류를 시작, 재계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차기 아베 정권의 핵심정책으로 추진 중인 실업자, 사업실패자 등의 ‘재도전 정책’의 시책을 마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도이 기업활력연구소 이사장 등은 부친 신타로가 옛 통산상 시절(1981년 11월∼82년 11월) 비서관을 했던 인사들이다. 현재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아소 다로 외상도 아베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선대에서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아소 외상의 외할아버지)와 혼맥이 닿는다. 아소 외상은 총재선거에서 패배해도 아베를 도울 당내의 중심 인물로 꼽힌다. 아베는 독자적으로 인맥을 개척하는 데도 남다는 재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가능성이 보이며 사람이 모여들기 훨씬 이전부터 아베는 탁월한 친화력으로 다양한 계층을 만나 두꺼운 두뇌집단을 구축했다. 문화계는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쓰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부인 아키에가 아우르고 있다. 아키에는 아베와 노나카 도모요 산요전기 회장, 대중예술인 등이 속한 ‘말띠(54년생)모임’에 아베의 대리인으로 출석하기도 한다. 라디오 DJ 경력도 있어 방송계와 연결역도 한다. 아베는 귀공자 출신이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바닥부터 시작해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을 중용한다. 이노우에 요시유키(43) 관방장관 정무비서관이 대표적이다. 이노우에는 18세 때 국철 기관사로 입사, 대학의 통신과정을 졸업했으며 국철민영화로 인해 1988년 총리부로 옮긴 뒤 2000년 7월 관방부장관이 된 아베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담당하면서 신임을 얻었고 귀국한 납치피해자를 위한 지원법 초안을 만들었다. 이후 관방장관 산하 납치문제·연락조정실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10월 아베가 관방장관으로 취임하자 정무비서관으로 들어왔다. 아베가 총리에 취임하면 파격적으로 젊은 나이에 총리 정무비서관이 될 전망이다. 스가 요시히데(57) 부총무상도 주목받는 인물이다. 동북지방 아키타현 농가 출신인 스가는 66년 취직열차를 타고 상경, 공장에서 일했다. 이후 회사 직원과 통산상 비서를 거쳐 96년 중의원에 당선됐다. 자민당 대북제재시뮬레이션팀장을 맡아 독자제재안을 만들어 아베의 신임을 얻었다. 아베는 흔들림없는 소신파도 신뢰한다. 지난해 우정민영화에 반대, 자민당을 떠났던 가메이 시즈카 국민신당 대표대행, 히라누마 다케오 전 경산상, 후루야 게이지 중의원 의원 등이다. 이들은 내년 참의원선거 때 아베가 고전하면 구원군이 될 공산이 크다. 집권 이데올로기를 제공할 학계 ‘5인 그룹’도 주목받는다. 이토 데쓰오 일본정책연구센터 소장, 시마다 요이치 후쿠이현립대 교수, 나카니시 데루마사 교토대 교수, 야기 히데쓰구 다카사키경제대학 교수, 니시오카 쓰토무 도쿄기독교대 교수 등이다. 야기 교수는 역사왜곡을 주도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회장이며, 이토 소장이 이끄는 일본정책연구센터는 ‘새역모’ 후원기관이다. 니시오카와 시마다 교수는 ‘일본인 납북자 구출 모임’의 간부를 맡고 있는 극우논객이다. 자민당 내에서는 네모토 다쿠미 전 후생성정무차관, 이시하라 노부테루 전 국토교통장관, 시오자키 야스히사 외무부대신 등 50세 안팎의 전후세대들이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아베 장관의 초등학교 시절 2년 동안 가정교사를 했던 히라사와 가쓰에이 의원도 주목받는다. 나카가와 쇼이치(53) 농림수산상도 아베와 코드가 맞는 든든한 후원자다. 경제신문기자 출신인 나카가와 히데나오(62) 자민당 정조회장도 핵심권 인사로 꼽힌다. taein@seoul.co.kr
  • [떠오르는 아베시대] 집안 내력과 성장 배경(상)

    [떠오르는 아베시대] 집안 내력과 성장 배경(상)

    |도쿄 이춘규특파원|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이 1일 사실상 총리를 뽑는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 선언을 한다. 하지만 그의 차기총리 당선은 확실시된다. 그는 이미 전직 총리들을 예방하며 성원을 부탁하는 등 총리 행보를 시작했다. 다가오는 ‘아베 시대’에 앞서 그의 성장배경과 인맥, 정치 철학과 한반도 인식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아베의 성장 배경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우선 그의 출신지역이 야마구치현이라는 점이다. 야마구치현은 일본의 근대국가를 출범시킨 1868년 메이지유신의 주역들을 배출한 지역이다. 야마구치현은 근대 일본 최대의 파워엘리트집단을 배출했다. 한반도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와 야마가타 아리도모, 가쓰라 타로, 데라우치 마사다케, 다나카 기이치, 기시 노부스케, 사토 에이사쿠 등 7명의 총리를 배출했다. 일본 광역단체 중 가장 많은 숫자다. 도쿄도, 이와테현은 각각 4명씩을 배출했다. 아베가 총리가 되면 8번째 야마구치현 출신 총리다.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 이후 34년만에 야마구치(조슈) 대망론이 재현되는 셈이다. 그의 집안은 화려하다. 그는 ‘우파’‘강경파’‘매파’‘네오콘´(신보수)이란 표현을 싫어한다. 그러나 아베는 강경우파로 인식된다. 지역출신이나 가계의 내력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베의 외할아버지는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다. 그는 태평양전쟁 기간 ‘천황’을 보필해 성전을 수행하는 군국주의 정치 운동을 했던 정치가였다. 패전과 동시에 A급 전범 용의자로 수감됐다가 1948년 다른 전범들이 처형되기 전날 석방돼 ‘쇼와의 요괴’로 불렸다. 석방 배경은 수수께끼지만 미국과의 뒷거래설이 제기되고 있다. 기시는 석방후 정치무대에 복귀,1955년 결성된 자민당 초대 간사장, 외상을 거쳐 57년 총리로 취임해 60년 미·일안보조약 개정을 강력한 반대여론 속에 실현시켰다. 당시 여섯살이던 아베는 도쿄 시부야 기시의 집을 형과 함께 자주 다니던 사실을 회상하며 “데모대에 포위됐던 할아버지의 집”이라고 회상하고 있다. 기시는 자주헌법과 재군비를 강조한 자민당 강경우파의 원조였다. 일본이 진정으로 독립하기 위해서는 ‘자주헌법’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신조이자 일생의 정치 목표였다. 아베도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를 통해, 자민당 결성은 “일본이 진정한 의미의 독립을 되찾기 위한 것”으로 표현했다. 아베는 점령군사령부의 의지가 담긴 현행 평화헌법 대신, 자주헌법 실현을 위한 개헌과 교육기본법 개정을 외친다. 그러면서 “아버지보다 (외) 할아버지의 정치적 DNA를 이어받았다.”고 말하곤 한다. 기시 전 총리도 죽기 전에 외손자 아베 신조를 불러 “빨리 정치가가 되라.”고 했을 정도로 강경우파의 피가 이어지고 있다. 기시 집안은 메이지유신과 맥이 닿는다. 기시는 야마구치 현청 직원 사토 히데스키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증조부 사토 신칸은 메이지유신의 철학적 토대를 쌓았다는 조슈 출신의 요시다 쇼인이나 이토 히로부미 등과 폭넓게 교제하는 등 조슈 인맥의 명망가였다. 하지만 기시는 중학교 3학년때 아버지쪽 집안인 기시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사토 집안에서 양자로 왔다. 그의 동생 사토 에이사쿠는 나중에 총리가 된 뒤 노벨평화상(1974년)을 수상했고, 형 이치로는 해군 중장까지 역임했다. 아베의 아버지는 총리를 눈앞에 둔 채 병으로 작고(1991년)한 아베 신타로 전 외상이고, 친할아버지 아베 간 역시 중의원 의원(1946년 작고)이었다. 이처럼 세습정치가 전통인 일본에서 아베는 지역이나 집안 면에서 일본 정계의 ‘성골(聖骨)’이다. 그래서 ‘강한 자’에 따르는 일본인들이 귀공자 아베를 좋아한다고 한다. 아베 신조는 1954년 기시 전 총리의 장녀 요코와 아베 신타로 전 외상 사이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부인은 모리나가제과의 마쓰자키 아키오 전 사장 장녀 아키에(44)다. 아베 신조의 형 히로노부는 우시오 전기 회장의 장녀와 결혼하는 등 재계와의 연결고리도 튼튼하다. 아베는 공부는 신통치 않았다. 외할아버지, 아버지처럼 도쿄대학을 지망했지만 실패했다. 귀공자들이 다닌다는 세이케이대학 법학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캘리포니아대 정치학과로 2년간 유학했다. 미국에서 귀국한 뒤 고베제철소에서 3년 반 월급쟁이를 한 뒤 아버지의 비서관으로 들어가 정치수업을 쌓았다.1991년 아버지가 사망하자 지역구를 물려받아 1993년 37세에 중의원에 처음으로 당선된 뒤 승승장구했다. taein@seoul.co.kr
  • [길섶에서] 책임감/황진선 논설위원

    추석을 앞두고 아버지, 장조카와 함께 선산에 벌초하러 다녀왔다. 해마다 듣지만, 여긴 몇대조 할아버지, 저긴 몇대조 할아버지의 산소이고, 어떤 일을 하셨다는 말씀을 요즈음엔 유심히 듣는다. 예전에는 설렁설렁 지나쳤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 이를테면 풀을 베는 예초기를 조립하는 일도 그렇다. 전에는 형이 하는 걸 지켜보고 거드는 체하면 됐지만, 요즘엔 제대로 익히려고 애쓴다. 형이 타계한 지도 3년이 지났다. 아버지는 팔순이 넘으셨다. 이제 조상을 모시는 일은 나와 장조카 몫이다. 거드는 것이 아니라 내 책임 아래 해야 할 일들이다. 과채탕적메, 조율이시, 동두서미, 좌포우혜 등 제사상 차리는 법도 잊지 않으려 애쓴다. 친척 어른 중 제사 지내는 법에 서툰 분들이 꽤 있다. 요즘에야 그분들을 이해한다. 제사 지내는 법이 복잡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남·장손이 아니기에 자기 일이라고 여기지 않은 탓이다.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과 책임감이 없는 사람은 그렇게 다르다. 황진선 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 치매노인 연기로 TV현대극 컴백 오현경

    치매노인 연기로 TV현대극 컴백 오현경

    참 오랜만이다.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역할로 TV 현대극에 다시 출연한 것이 13년 만이다. 실력파 연극배우로 출발, 브라운관에서 우리를 울고 웃겼던 관록의 연기자 오현경(70)씨. 북한산이 보이는 서울 정릉 산동네의 오래된 한옥집을 배경으로 촬영이 한창인 MBC 주말드라마 ‘누나’(연출 오경훈, 극본 김정수) 촬영장에서 만난 그는 땡볕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가 입고 있는 하얀 모시한복이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연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오랫동안 병마와 싸운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 “건강 회복하고 가족 드라마로 돌아와 기뻐” 극중 그가 맡은 역할은 주인공 건우(김성수 분)의 할아버지로, 가볍게 치매를 앓아 기억이 오락가락해 식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가끔씩 식구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따끔하게 진실을 말하기도 하면서 가족애를 더욱 부각시키는 양념 역할이다.“치매에 걸린 노인이지만, 대본을 보니 웃음이 나게 썼더라고요.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보다는, 밝고 긍정적이고 친근한 캐릭터로 만들 수 있겠다 싶어 출연을 선뜻 결정했어요.” 그는 아들의 교수 낙방 소식에 눈물을 흘리는 며느리를 보며 “울면 미워요. 웃어야 이뻐요.”라며 들꽃을 꺾어 전하고, 애인과 헤어져 괴로워하는 손자에게는 “못난 놈, 인생이 얼마나 오래 산다고 만나고 싶은 사람 못 만나. 빨리 가봐.”라며 혼낸다. 연극판을 누비다가 TV에서 일약 스타덤에 올라 ‘TV손자병법’ 등으로 인기가 높았던 그를 왜 한참 볼 수 없었을까.“13년 전 건강진단때 식도에 혹이 발견돼 수술을 했는데 암세포가 발견됐어요. 위 절단수술까지 하고 입원을 하면서 몇년간 연기를 못했죠. 조금씩 회복되면서 연극도 조금 하고, 후배 양성을 위한 연기교육 스튜디오도 운영했어요. 지난해 MBC 사극 ‘신돈’에서 귀여운(?) 노승으로 출연하면서 다시 브라운관에 노크했지요.” 연기에 다시 힘을 얻은 그는 ‘신돈’이 끝난 지 2개월만에 현대극에 캐스팅돼 잘 맞는 역할을 맡았다며 기뻐했다. 그래도 치매 연기는 어렵지 않을까.“나이를 먹어 주변 경험도 많이 봤고, 내면 연기는 연극에서 다져져 어렵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오랜만에 드라마에 돌아오니 요즘 드라마들이 불륜 등 불편한 이야기가 많아 놀랐다고. 그는 “TV가 흐뭇한 가족애나 모범적인 서민들의 이야기를 다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쓴소리를 한다. 또 요즘 배우들은 얼짱·몸짱이지만 화술·발음 등 연기의 기본 훈련이 부족한 것 같다며, 말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강조했다. 1961년 KBS 탤런트로 데뷔, 연기 경력만 벌써 45년째다. 고등학교때부터 연극을 했으니 배우로서는 50년이 훌쩍 넘는다. 그는 ‘성격배우’나 ‘악역배우’ 등 고정된 연기는 무의미하다고 했다.“배우는 모름지기 어떤 역할이라도 맡으면 캐릭터를 창조해야 합니다. 비슷한 역만 계속 맡으면 누구나 잘하겠지만,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어야 진정한 연기자입니다.” # “영화·연극도 준비 중” 유쾌한 모습으로 돌아온 그를 기다리는 선물이 또 있다. 오는 11월 개봉 예정인 영화 ‘여름이 준 선물’에서 초등학생 3명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동네 할아버지로 첫 주연을 맡았다. 지난달부터 거의 매일 촬영을 하고 있다고. 오랜만에 연극도 준비 중이다.“2인극에 도전하려는데 출연진이 적어 대사를 다 외울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그래도 부딪쳐 보려고 합니다. 더 늙기 전에 팬들에게 연극 무대에서 저의 남은 역량을 보여주고 싶어요.”대사가 많지 않은 영화보다는, 몸짓과 말로 이뤄지는 연극을 선호한다고 했다. 잘나가던 톱스타일 때도,‘중견’배우가 뜨는 요즘에도 광고 출연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돈 버는 재주가 없을 뿐더러, 상업성에 물들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지키는 마음으로 세운 원칙”이라며 수줍어했다. 그를 반기는 팬들에게 한마디.“많은 사랑을 받다가 10여년간 자취를 감춘 뒤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역할로 다시 돌아왔다는 데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많이 성원해 주세요.” 글 사진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수학의 정석’ 40년 홍성대 저자가 들려준 공부비법

    ‘수학의 정석’ 40년 홍성대 저자가 들려준 공부비법

    고등학교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참고서로 이용했음직한 수학교재가 ‘수학의 정석’이다. 이 수학의 정석이 31일로 발행 40주년을 맞는다. 저자는 자립형 사립고인 전북 전주의 상산고등학교 설립자인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 서울대 수학과 재학시절 그는 등록금, 책값, 하숙비 등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과외였다. ●3700만권 팔려… 에베레스트산 높이의 125배 기존 참고서로 과외하다 이왕이면 학생들에게 좋은 문제를 제공하자는 생각에서 서울 광화문 일대 외국서적 판매점을 뒤졌고 일본과 미국, 프랑스의 수학관련 자료도 모았다. 모은 자료가 늘면서 그냥 두기에 아까워 낸 책이 수학의 정석이다. 출간 첫 해 3만 5000여권이 팔리는 등 매년 판매 부수가 급증하면서 현재까지 최소한 3700만권이 팔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두께가 3㎝인 책을 한 권씩 눕혀서 쌓아올리면 에베레스트산의 125배 높이가 된다. ●출제 예상문제 망라… 높은 적중률 보여 성지출판사 김재호 전무는 수학의 정석이 ‘베스트 셀러’가 된 이유로 ▲ 수학의 기본과 원리를 논리성있게 알기 쉽고 친절히 설명했고 ▲ 출제 가능한 모든 유형의 문제를 다뤘기 때문에 어떤 출제경향에도 높은 적중률을 보였으며 ▲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이면 혼자서도 능히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홍 이사장은 이날 “큰 손자가 고교생인데 ‘할아버지가 만든 책만 봐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홍 이사장은 수학 공부 잘하는 비결도 들려줬다. 눈으로만 읽지 말고 종이에 직접 써보고 문제를 풀 때마다 혼자의 힘으로 풀어보는 노력을 계속해야 하며 예습 중심으로 학습을 할 것 등을 꼽았다. 특히 예습하고 나서 수업시간에 강의를 듣는다면 수학이 훨씬 흥미로워지고 기억에도 오래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학습방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교육당국이 서울에 국제중을 설립하는 것에 부정적인데 당연히 인가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깔깔깔]

    ●숙제 초등학생 짱구가 5대양 6대주에 대해 알아오라는 숙제를 들고 고민하고 있었다. 마침 시골에서 올라오신 할아버지께서 그런 짱구를 불러 숙제를 도와주겠다고 하신다. “5대양은 말이다.‘김 양, 이 양, 박 양, 최 양, 정 양’이라고 쓰면 되고…,6대주는 ‘양주, 소주, 맥주, 포도주, 동동주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막걸리’라고 쓰면 된다.” 그대로 받아 쓴 짱구는 다음 날 선생님께 혼나고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본 할아버지가 곰곰이 생각하시더니 짱구에게 하시는 말씀. “아참, 내가 깜빡하고 탁주를 막걸리라고 적어줬구나….” ●남자 차는 방법 남자:전화번호 좀 가르쳐 주세요. 여자:전화번호부 찾아보세요. 남자:그러면 이름이 어떻게 되죠? 여자:그것도 전화번호부에 나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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