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할아버지
    2025-08-2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917
  • [노인의 날] ‘황혼의 음악선물’…실버 악사들의 인생3막

    [노인의 날] ‘황혼의 음악선물’…실버 악사들의 인생3막

    “사~공에, 뱃~노~래, 가~물 거리면….” 지난달 25일 서울 구로구 노인복지회관 강당에서는 어르신들의 구성진 노래에 할아버지들로 구성된 악단이 반주를 해주고 있었다. 젊은 시절 밤무대를 주름잡던 노병(老兵)들이 다시 뭉친 것이다. 이름하여 ‘그린실버밴드’. 이 악단에서 가장 어리다는 드러머 이규채(61)씨는 할머니들로부터 펜레터도 받는 인기스타다.“늙을래도 늙을 틈이 없는 것 같아, 음악 할 때만은 20대 청춘 그대로지”. 낡은 악기가 삐걱대고 박자가 틀려도 이들의 열정을 막을 순 없다. 경력이 30년 이상인 베테랑들의 연주에는 삶에 대한 애정과 진솔함이 묻어 있다. 지난 6월에는 의정부 송산노인복지회관 소속 어르신 16명이 ‘실버 오브 락’이라는 록밴드를 결성했다. 구성원 모두 연주경력은 전무하지만 노인의 날(10월2일)에 있을 첫 공연을 앞두고 일주일에 3일씩 만나 맹연습을 하고 있었다.“팔운동도 되고… 재밌다우!” 드럼을 치는 팔놀림이 제법 자리가 잡힌 조경숙할머니(66). 김추자의 ‘빗속의 여인’을 흥얼거리며 스틱을 놀리는 모습에서 젊은이 못지 않는 열정이 느껴진다. 키보드를 석달가량 했다는 김형철(76)씨는 밴드를 시작하자 자녀들이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다.“자식들이 멋쟁이라고 치켜세우는 것도 기분 좋지만, 무엇보다 신나게 열중 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나이 먹을수록 더 활동적이어야 하거든”. 음악을 하는 백발의 악사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나이보다 훨씬 건강하고 젊어 보인다는 것이다. 글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군대도 사회 리더십 배워”

    “군대도 사회 리더십 배워”

    ▶군대에 반드시 현역으로 가야 한다는 가풍이나 가훈 같은 게 있습니까. -그런 것 없습니다. 그냥 당연히 가야 하는 것을 간 것입니다. ▶집안 분위기가 좀 남다른 면은 없나요. 하다 못해 인테리어라도…. -없습니다. 우린 너무나 평범한 집안입니다. ▶군대 회피 풍조를 보면 혹시 화가 나거나 하지 않습니까. -몸이 아프거나 가정형편상 못간 사람을 보고 뭐라고 해선 안 된다는 말을 우선 하고 싶습니다. 일부러 안 간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나기에 앞서 안타깝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군복무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인간관계, 리더십 같은 것도 배울 수 있는데…. ▶다른 집안과 비교해 손해봤다고 생각해 본 적은 혹시 없습니까. -없습니다. 오히려 식구 모두가 건강해서 현역입대 자격을 얻은 게 복이라면 복이죠. ▶가족들이 다 모이면 특이한 점이 있습니까. 군대 얘기만 한다든지…. -의외로 군대 얘기 안 합니다. 우연히 군대 관련 뉴스가 나오면 잠깐 화제가 되는 정도입니다. 우린 정말 평범한 보통 집안입니다. ▶상을 받은 뒤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친구들이 신문보도를 보고 ‘너희 집안이 정말 그렇게 많이 현역으로 갔느냐. 참, 이상한 집안이다.’라고 하더군요. 솔직히 할아버지께서는 쑥스럽고 미안하다고 하십니다.6·25 때 전사한 전우들에 비하면 당신은 건강하게 전역했다면서…. ▶입대를 꺼리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군대도 하나의 사회입니다. 힘들어도 견딜 수 있는 만큼만 힘듭니다. 하나의 사회를 체험한다는 긍정적인 자세를 가졌으면 합니다. 올해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란으로 유난히 ‘안보’니 ‘애국’이니 하는 단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혀가 바쁜 이들의 현란한 수사가 없어서 임진왜란이, 병자호란이, 한·일합방이,6·25가 초래된 것은 아닐 것이다. 김인석(90·경기 하남시)옹 가족처럼 피와 땀으로 나라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 나라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김옹 가족은 3대(代)에 걸쳐 11명의 남성 가족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현역으로 복무한 기록으로 지난 8일 ‘2006년도 병역이행 명문가’ 대상을 수상했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천살 넘은 호랑이 얘기 들려줄까?”

    [이주일의 어린이책] “천살 넘은 호랑이 얘기 들려줄까?”

    우리 민족문화의 원형질 같은 존재가 호랑이일 것이다. 신령스럽고 용맹스러우며 때론 익살맞기도 한 호랑이는 그래서 질리지 않는 민담소재가 돼 왔다. 위엄과 익살을 갖춘 영물(靈物)로서의 호랑이 이야기라면 예나 지금이나 식상해할 아이가 있을까. 알려지지 않은 호랑이 이야기에다 교훈과 은유를 푸지게 곁들인 그림동화가 ‘하얀눈썹 호랑이’(이진숙 글, 백대승 그림, 한솔수북 펴냄)이다. 서사에 목마른 아이 독자들을 단박에 홀려버리는 데는 한 문장이면 족하다.“천 살 넘은 호랑이 얘기 하나 해줄까?” 이렇듯 감질나게 운을 떼는 책에는 장점이 많다. 금방이라도 꿈틀댈 듯한 그림들은 그대로 애니메이션으로 옮겨도 좋겠다 싶게 생동감 넘친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추진하는 ‘우리 문화 원형의 디지털 콘텐츠화 사업’의 하나로 선정돼 TV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될 예정이다. 굽이굽이 깊은 산속에 사는 하얀 눈썹 호랑이. 휘영청 보름달이라도 뜨는 밤이면 눈썹은 달보다도 더 밝게 빛난다. 씰룩쌜룩 하얀 눈썹에서 뿜어나오는 신비로운 빛 덕분에 이 호랑이에겐 뭐든 훤히 꿰뚫어 보는 신통력이 있다. 허튼 거짓말이 통할 리 없다. 나쁜 꾀가 많아 여우로 보이는 여자도 “어흥, 꿀꺽!” 욕심이 많아 너구리로 보이는 남자도 “어흥, 꿀꺽!” 살랑살랑 눈썹을 흔들자 금세 하얀 수염의 할아버지로 변신한 호랑이. 세상동정을 살피려 내려간 마을은 역시나, 거짓말과 험담을 일삼는 ‘먹잇감’들로 가득하다. 돼지코 남자와 마을사람들이 호랑이를 헐뜯는 장면을 책은 판소리 한 대목처럼 옮기는 재치를 부렸다.“저 산 고개에!”“깊고 깊은 산 고개에?”“호랑이가 나타나서!”“못생긴 호랑이 놈이 나타나서?” 권선징악의 선명한 교훈을 은유하던 이야기는 ‘도롱이 쓴 아이’를 등장시켜 지혜의 메시지를 끼워넣는다. 호랑이의 정체를 꿰뚫어 보고는 기어이 산으로 따라들어온 아이는 지혜의 상징인 셈이다.“허허, 날 진짜 호랑이로 알아보다니, 참 기특한 아이구나!”“호랑이님은 사람 속마음도 알 수 있다고 들었어요. 저도 그럴 수 있다면 남을 돕는 데 쓰고 싶어요.” 호랑이에게서 세상을 비춰볼 수 있는 눈썹 한올을 받아든 아이에게 책은 소명을 넘겨주고 끝을 맺는다.“그럼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착한 사람을 도와주고 있겠지. 너처럼 착한 사람 말이야.” 둥근 달을 배경삼아 바위 위에 마주한 호랑이와 아이의 실루엣 그림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을 연상케 한다. 눈썹으로 세상을 비추는 설정 또한 머리털로 분신을 만든 손오공 이야기와 닮은 꼴. 익숙함 속에 서사의 참맛이 진국으로 우러나는 그림동화다. 이 책을 시작으로 ‘알려지지 않은 호랑이 이야기’시리즈가 이어나올 예정이다. 초등 저학년까지.89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깔깔깔]

    ●변기통과 낚시터 피닉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조지가 변기통에서 신나게 낚시를 하고 있었다. 의사 제프가 와서 말했다. “고기 잘 잡혀요?” “미쳤어? 변기통에 물고기가 있어?” 그러자 제프는 드디어 조지가 정신을 되찾았구나 싶어 기뻤다. 조지는 제프가 가는 것을 보고 “휴∼ 좋은 낚시터 뺏기는 줄 알았네.”●산타 할아버지 산타 할아버지가 좁은 굴뚝을 통해 겨우 집안으로 들어갔는데, 그만 집을 잘못 찾아 들어갔다. 방에는 아이들 대신, 금발의 미녀가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자고 있었다. “아이구, 또 잘못 찾아왔군!” 산타 할아버지는 자고 있는 아가씨를 바라보며 “정말 난처하게 됐군. 이 아가씨에게 무엇인가를 하면 난 이제 천국에 돌아갈 수 없을 테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이놈의 거시기가 걸려서 굴뚝을 빠져나갈 수 없을 텐데.”
  • 첫 장편소설 ‘백치들’ 펴낸 김숨

    첫 장편소설 ‘백치들’ 펴낸 김숨

    중동 건설현장에서 6년을 일하고 돌아온 아버지는 할 일이 없었다. 프라이팬에 식빵을 구워 먹거나 양은대야 속 물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거나 옥상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냈다. 가난한 집의 장남으로 유일하게 고등학교를 마친 아버지는 소방공무원이 되고 싶었다. 월북한 큰할아버지 때문에 꿈이 좌절되자 사막으로 떠났다. 대낮에 할 일이 없기는 동네 아저씨들도 마찬가지였다. 한때 지방신문사 기자였던 소진 아저씨는 재개봉관에서 하루종일 영화 보는 게 유일한 낙이다. 도배장이 만우 아저씨는 시도때도 없이 잠에 빠져들었고, 설암으로 아내를 잃은 도식 아저씨는 엄청난 식욕에 사로잡혔다.1980년대 대전시 한 귀퉁이에 모여살았던 이들은 백수였고, 백치였다. 김숨(32)의 첫 장편소설 ‘백치들’(랜덤하우스코리아)에 등장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은 무력하고, 안일하기까지 하다.“해방과 함께 태어나거나 해방 이후에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에 6·25전쟁과 4·19를 겪은” 이들은 “청년이 되어서는 오로지 먹고살기 위해 사막의 건설현장으로 가거나, 군인이 되어 월남의 전쟁터로 가거나, 광부가 되어 서독으로 날아가야했다”(28쪽). 그러나 고도 압축성장 시대에 한순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밀려나면서 옥상에 올라가 술이나 마시는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어릴 때 대전에서 살았는데 동네 어른들 대부분이 일하는 날보다 노는 날이 많았어요. 그때는 ‘왜 저렇게 살까’하고 경멸했는데 지나고 나서야 그들이 게으르거나 책임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워낙에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기 때문이란 걸 알았죠.” 소설 속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작가의 아버지도 중동 근로자였다. 휴가차 서울에 올 때면 양탄자며, 소니 라디오며, 크레파스 같은 외제 물건들을 한보따리씩 풀어놓았다.“남들이 못 가진 걸 가지니까 좋았지요. 그런데 아버지가 귀국해서 직업 없이 힘들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것들이 허상에 불과했다는 걸 알았어요. 그러면서 아버지에 대한 거리감이랄까, 원망 같은 것들도 생겼고요.” 살아남으려는 의지와 욕망조차 상실해버린 아버지 세대를 원망과 경멸 대신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언젠가 소설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작가는 “백수일 수밖에 없었던 그 분들이 나를 소설가로 키웠다.”고 말했다.“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던 백치들에게 소설에서나마 ‘빛나는 것’들을 하나씩 안겨주고 싶었다.”는 것. 아버지 세대를 대놓고 ‘백치들’이라고 부르는 건 작가 나름의 애정의 표시다.“어리숙하고 서툴지만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순하게 살아온 그들은 천사 같은 사람들”이라면서 “백치는 그들에게 보내는 찬사의 의미”라고 말했다.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지난해 첫 소설집 ‘투견’을 낸 바 있는 작가는 “내 소설이 잔혹하고,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번 작품은 독자들과 소통할 부분이 많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직장에 다니며 틈틈이 글을 쓰는 그는 소설가 부부다. 남편 김도언도 최근 소설집 ‘악취미들’(문학동네)을 냈다.“소설 경향이나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서로 무관심한 편”이라는 작가는 “집필할 때도 그렇고, 발표된 작품도 안 읽는 경우가 많다.”며 웃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바다사자 장군이의 ‘끝없는 사랑’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바다사자 장군이의 ‘끝없는 사랑’

    ‘첫 사랑을 잊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순정.’ 대공원 해양관에는 젊은 시절 풋사랑을 잊지 못하고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애틋하게 옛 친구를 그리워하는 동물이 있다. 주인공은 올해 15살인 바다사자 장군(♂)이. 장군이는 8살짜리 장순이를 옆에 두고도 동갑내기 ‘그녀’만을 애타게 찾고 있다. 장순(♀)이와 함께 돌고래쇼장 뒤쪽 우리에서 살고 있는 장군이의 연인은 옆집 오타리아관에 있는 동갑내기 바다사자 ‘그녀’다. 그녀는 장군이와 장순이처럼 애칭도 없이 암컷바다사자로 불린다. 5년전만해도 장군이는 장순이, 그녀와 한 우리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650㎏이나 나가는 육중한 장군이가 관심의 표현인지, 괴롭히려는 것인지 그녀에게만 하도 치근대는 통에 그녀가 견뎌내지 못했다. 결국 사육사들은 동갑내기 그녀를 떼어놓기로 하고 옆의 오타리아관으로 옮겼다. 그런데 그녀가 떠난 뒤 장군이는 틈만 나면 ‘실종’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아침에 우리 문을 열면 장순이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기 일쑤였다. 장군이가 연인을 만나기 위해 ‘사랑의 월담’을 시도, 계단처럼 돌이 박혀 있는 2m높이의 담벼락을 타고 오타리아관으로 넘어간 것이다. 월담이 계속되자 사육사들은 고민 끝에 담장 위로 2m 높이의 철제 스탠드를 설치했다. 담벼락도 오르기 힘들게 울퉁불퉁한 돌들을 제거했다. 하지만 스탠드에 가로막힌 뒤에도 장군이의 구애는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틈만 나면 담벼락에 기대 ‘우후우웅∼우후우웅∼’하는 울음 소리를 내며 그녀를 부른다. 짝짓기를 할 때가 되면 더욱 심해진다. 담벼락을 기어올라 오타리아관만 쳐다보고 있기도 한다. 물개류의 수명은 15∼20년. 이제 장군이도, 그녀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됐지만 장군이의 구애는 식을 줄 모른다. 함께 생활하는 장순이에게는 별 관심이 없다. 바람난 것이 아니냐는 비난 아닌 비난(?)도 듣지만 장군이야말로 첫사랑을 지키려는 진정한 순정파가 아닐까.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깔깔깔]

    ●나쁜 남자 한 커플이 호텔에 투숙했다. 여자는 방 한가운데 선을 그으며 말했다. “이 선을 넘으면 짐승!” 밤새도록 그 선을 넘지 않고 남자는 잠을 푹 잤는데, 다음날 여자가 선 건너편에서 울고 있었다. 남자가 물었다. “무슨 일이야?” 그러자 남자를 째려보며 여자가 하는 말, “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사랑의 옷 한 할머니가 알몸으로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 며느리를 보게 됐다. “얘! 알몸으로 뭐하는 거니” “어머니, 이건 사랑의 옷이에요”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자신도 옷을 다 벗은 채 할아버지를 기다렸다. “아니 이 할망구야! 훌러덩 벗고 뭐하는 거여?” “이게 그러니까 사랑의 옷이라우” 그러자 할아버지 하는 말“그럼 다림질이나 제대로 해서 입어”
  • 허위선생 장손녀 추석때 한국초청

    “다음달 초엿새가 추석이라는데….” 구한말 항일의병장으로 활약했던 왕산 허위(1854∼1908)선생의 장손녀로 카자흐스탄에 살고 있는 허로자(80)할머니가 한명숙 국무총리로 부터 ‘추석 선물’을 받았다. 24일 저녁(현지시간) 조카 손녀 최 알료나(22)씨와 사마르칸트에서 4시간동안이나 기차를 타고 타슈켄트로 달려온 허 할머니에게 한 총리는 한국 방문을 초청했다. 허 할머니는 “한국에 간 사촌 동생들을 만나게 됐다.”면서 “(조국에 가겠다는 희망을) 이젠 다 잊고 더 어떻게 해 보겠다는 생각도 없었는데 그저 꿈만 같다. 조선에서 우리를 찾을 줄 몰랐다.”고 감격해 했다. 허 할머니는 “구미에 있는 할아버지 산소에 꼭 가보고 싶다.”면서 “TV에서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봤지만 가서 제대로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조선에서는 내 또래 노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 물고기랑 미역이 먹고 싶다.”고 소녀처럼 마냥 설레여 했다. 정부 당국자는 “일단 허 할머니가 원하는 날짜와 동행인 등을 파악해 곧바로 초청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면서 “특별귀화 여부는 당사자 의사 등 고려 사항이 많아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허위 선생의 자손으로 최고령인 허 할머니는 역시 독립운동가였던 왕산의 맏아들 허학(1887∼1940)씨의 딸이다. 앞서 키르기스스탄에서 살던 허위 선생의 손자 게오르기(62)와 블라디슬라브(55)씨는 지난 7월 한국에 특별귀화했다.타슈켄트 연합뉴스
  • [주말탐방] PO 24시

    [주말탐방] PO 24시

    # PO 그들은 누구인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PO(Program Organizer)들이 등장한 것은 불과 1년도 채 안된다. 지난해 10월 한화리조트에서 PO 1기생 19명을 뽑은 것이 처음이다. 당시 공고가 나가자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젊은 ‘끼꾼’들이 응시했는데 1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들 중에는 연극배우, 댄스강사, 가수 지망생 등 다양한 재주를 가진 젊은이들도 많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한달여의 교육기간을 거쳐 설악, 제주, 경주, 단양 등 전국 각지로 파견돼 서비스 일선에 나섰다.PO시스템은 해외리조트에 있는 GO(Gentle Organizer)를 벤치마킹했다. 하지만 GO는 그냥 잡다한 리조트 내의 일을 하는 직업이지만 PO는 그 수준을 넘어서 공연과 레크레이션을 주도하는 휠씬 전문적인 일이다. 한화리조트 윤성현(49) 기획실장은 “PO는 고객들이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 불편해 하지 않고 즐겁게 놀다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하기에 그 어떤 서비스 업종보다 힘들다.”고 하면서 “고객들의 안전과 즐거움을 책임질 수 있는 재능과 사명감이 있으면 훌륭한 PO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3기를 뽑았으며 현재 전국적으로 80여명의 PO들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해 가족과 떨어져 산다. “여러분의 팬∼태스틱한 밤을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 지난 20일 저녁, 강원도 설악산 인근의 H리조트 로비.20대의 젊은 남녀 5∼6명이 피에로, 스파이더맨, 공주 등으로 변장하고 나타났다.‘짜잔’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현란한 율동이 눈앞에 펼쳐진다. 잠자코 구경하던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도 흥에 겨웠는지 덩달아 들썩들썩 춤을 춘다. 손잡고 같이 온 손자손녀들도 저절로 움찔거린다. 한 피에로가 “아이∼아버니임~, 빼지마시고 어머니 손을 잡고 이렇게 흔들어 보세요.”라고 권유한다. 그러자 구경꾼 대열에 있던 조영복(51·강원도 원주시)씨가 멋쩍은 듯 부인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와 흥겨운 음악에 몸을 맡긴다. 이렇게 한사람, 두사람….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다들 흥겨운 춤판으로 빠져들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금방 한 데 어우러진다.‘어허’ 하는 환호성도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왔다. 이런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는 뭐니뭐니 해도 PO들의 역할이 크다.PO는 ‘레저 도우미’로 최근에 생겨난 직업이다. 이들은 리조트나 놀이동산 등을 찾는 손님들에게 되도록 많은 즐거움과 웃음을 선사하는 역할을 한다.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봤다. # 스트레스를 책임집니다 설악산 자락의 한 리조트에는 어슴푸레 어둠이 내려앉았다. 갑자기 로비에서 신나는 음악이 울려퍼진다. “와∼호, 이∼히∼”하는 소리에 사람들이 한둘씩 모여들었다. 불이 꺼진다. 이윽고 PO들이 펼치는 ‘웰컴파티’가 시작된다. “자, 파티에 앞서 몸을 풀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시죠. 오늘의 즐거운 밤을 우리가 책임지겠습니다.” 로비에 설치된 특설무대에 있던 PO들이 내려와 사람들의 손을 잡고 같이 춤을 춘다. 처음에는 멋쩍은 듯 망설이던 백발 성성한 할아버지, 아이와 함께 온 부모님들도 어느새 그들의 몸놀림에 덩실덩실 따라한다. 서울 도봉구에 산다는 김성희(31)씨는 남편과 손을 잡으며 “얼마만인가요. 이렇게 음악에 맞춰 춤을 춰본 것이….”하며 부끄러움을 날려보낸다. 다른 사람들도 PO들의 끼에 매료된 듯 즐겁게 춤을 춘다. 화려한 춤뿐만 아니라 마술과 캉캉 공연, 퀴즈게임 등이 이어지면서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PO 이처럼 PO들은 하루종일 춤, 노래, 마임, 마술, 퍼포먼스 등 각종 재주와 열정을 손님들에게 보여주느라 비지땀을 흘린다. 이색 직업이기에 하루 일과 역시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오전 7시 고객들과 함께 리조트 주변 호숫가를 산책하며 곳곳에 숨겨둔 보물을 찾는 깜짝 이벤트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8시에는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요가시범이 이어진다. 물론 자격증을 소지한 PO들이다. 오전 10시에는 펀볼(Fun-Ball)게임이 벌어지는데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오후에는 마술을 배우는 마술교실, 신나는 북의 리듬을 배우고 드럼을 직접 쳐보는 드럼교실 등이 이어지는데 다들 전문가 실력 뺨치는 PO들이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또한 리조트내의 아쿠아 테라피, 아쿠아 유산소 운동, 아쿠아 댄스, 가장 무도회, 봉 체조, 수구 게임 등 물을 활용한 놀이가 쉴 새 없이 벌어진다. 가는 곳마다 PO들이 손님들을 즐겁게 맞이한다. PO들이 고객들을 위해 마련한 최고의 이벤트는 앞서 언급한 저녁 8시에 열리는 ‘웰컴파티’. 이 무대에서는 섹시 댄스, 퍼포먼스, 댄스 따라잡기, 분장 쇼, 팬터마임, 마술 쇼, 가면 무도회 등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현란한 공연이 연이어 펼쳐진다. 이처럼 PO들의 다재다능한 ‘끼’에 빠진 사람들은 밤늦도록 이어지는 춤판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 웃음 뒤에 숨어 있는 눈물과 땀 “아까 너(애플) 무대 위에서 왜 이렇게 버벅대니? 오늘 무슨 고민있냐?” 웰컴파티가 끝나고 손님들이 돌아가자 PO들이 둥글게 모여 앉았다. 팀장 잭의 호된 질책이 애플(조시내·23)에게 쏟아졌다. 좀더 완벽하게 끝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항상 즐거워 보이는 PO들에게도 고민은 많다.‘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을까.’하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그리고 일년 내내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외로움도 크다. “참 힘들어요. 물론 저도 사회에서 잘 논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다양한 공연을 위해 여러 기술을 배우다보면 저도 모르게 주저 앉아 눈물을 흘릴 때가 많아요.” 신디(22·신지연)의 고백이다. 옆에 있던 태지(29·김법중)는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자부심과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하고 연습해서 고객들에게 선보였을 때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애써 위로했다. 또다른 PO는 “생소한 직업세계에 있지만 젊음의 열정을 발산할 수 있어 웬만한 고생도 참고 있다.”고 토로했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그래픽 강미란기자 mrkang@seoul.co.kr
  • 핫샘 할아버지의 눈물 나는 대화법

    핫샘 할아버지의 눈물 나는 대화법

    김종권 _ 현장 업무(일명 노가다)에 관리 업무까지 아우르느라 몸이 둘이라도 모자라고 죽으려야 죽을 시간이 없다는 건설 현장의 감독관입니다. 피로는 술로 달래고 술은 일로 푸는 생활 속에서도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시인이기도 합니다. 5, 6년 전 이집트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이 세상의 문화란 문화는 모두 섞어 놓은 듯 짬뽕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그곳에서는 다양한 인종이 지지고 볶으며 재미나게 살고 있다. 이집트 남자들은 그야말로 남자답게 잘 생겼다. 좀 고집스러워 보이지만 그건 회교 습속에 따라 기르는 콧수염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는 싱긋싱긋 잘 웃고, 화를 낼 때는 세상을 삼켜버릴 듯 화를 내다가도 좀 억울한 일이라도 당하면 울기도 잘 우는데, 아마 타고난 감수성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우리 회사 자재 구매 담당이었던 핫샘 할아버지(당시 62세)는 바로 이집트 남자의 표준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젊은 사람보다 더 강인하면서도, 감수성이 매우 예민했다. 그는 상당히 정직하고 셈도 바르며, 어지간한 문서는 다 처리할 수 있을 만큼 영어에도 능통했다. 그리고 그 바닥에서 알아주는 자재 구매 전문통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이란 누구나 허점이 있게 마련이기에, 어쩌다 한 번 잘못 처리한 일이 나에게 적발되었다. “그랜드파더, 당신이 구매한 것은 내가 승인한 품목의 세부사항과 다르다. 왜 그랬는가? 그리고 그에 따른 대책은 무엇인가?” 하고 정중하게 물었다. 한국 같았으면 내 성질에 자재를 부숴버리든지, 아니면 사람을 부숴버리든지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는 말이 막히자 대뜸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집트인들은 수다 떠는 것을 엄청 즐기기 때문에, 여기에 말려들면 족히 한두 시간은 입씨름을 해야 할 것이 분명했다. “나는 열심히 했다. 어제 저녁 먹고 늦게 문이 닫힌 자재 상회에 가보니 주인이 없었는데, 사실 그 집을 찾느라 한 삼십 분이 걸렸고, 그 집을 찾으러 가다가 개를 만났는데, 개가 으르렁거리며 따라와서 어쩌고저쩌고….” 그 따위 핑계는 속이 부글거려서 오래 듣지 못하는 성격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타국인데다 상대가 나보다 연세가 훨씬 많은 어르신이었기에, 오만 짜증 물리치고 억지로 생긋 웃는 낯을 만들어 정중하게 다시 말씀드렸다. “저는 사실 멍멍이를 억수로 좋아하지만, 그 멍멍이란 자재에 대하여 단 한 번도 언급한 바가 없습니다. 기억나시지요? 그러니 대단히 죄송하지만 멍멍이는 대화에서 빼주시기 바랍니다. 딱 이 서류에 있는 자재에 대한 정보만 저에게 말해주세요. 플리즈.” 아 그랬는데, 성질을 죽여도 이미 닷 말 이상을 죽인 나에게 핫샘 할아버지는 “당신은 너무 냉정한 것 같다. 좀 더 다정하게 대해줄 수 없느냐”며 훌쩍거리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 자기네 옆집 영감이 나하고 비슷한 성격의 소유자인데 젊은 나이에 일찍 죽었대나 어쨌대나 하면서 코를 팽 푸는데, 그때까지 잘 참았던 꼭지가 홱 돌아버렸다. 바로 눈을 곧추세운 다음, 지하에 계신 알렉산더 대왕께서 들을 만큼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남자가 쩨쩨하게 핑계 대지 마시오! 그리고 울지 마시오! 내가 이 따위 허섭스레기 같은 얘기를 듣자고 산 넘고 바다까정 건너서 여기 우그라질 사막에 온 게 아니니까. 다른 얘기는 치우고, 자재가 틀린 이유와 다음 대책, 그 두 가지에 대해서만 나에게 말하시오!” 그 다음엔 어찌 되었느냐고? 아무 대답 없이 한 시간 동안 구석에 앉아서 훌쩍거리고 계시기에, 나중에는 도리어 내가 “아 임 쏘리” 하며 다신 안 그러겠노라고 도로 통사정을 해서 퇴근을 시켰다. 나 원 참,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내가 옴팡 뒤집어쓰게 생겨 기분이 무척 좋지 않았다. 그러나 숙소에 가서 샤워하고 베란다 의자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 역시 잘못한 게 없지 않았다. 이성만을 앞세워 감성적인 면을 소홀히 했던 것. 그 후 핫샘 할아버지와 얘기할 때면 최대한 감성적으로 다가갔다. “그랜드파더, 그러면 우린 모두 망해요. 아시겠어요? 그것도 아주 쫄딱 말이에요. 자그마한 손실이 모이면 태산만 한 손실을 만든다는 것을 오래 사셨으니 잘 아시잖아요? 그리고 제가 이야기할 때 제발 좀 울지 마세요. 자꾸 그러시면 저도 우리 아버지 생각이 난단 말이에요. 그리고 감성적인 걸로 말하면 저도 본토에서는 한 감성 하던 사람이거든요. 되지도 않는 시 나부랭이까정 쓰며 말이죠. 부모형제, 처자식, 멍멍이까지 다 버리고 이 머나먼 타국까지 온 것 보면 모르시겠어요? 저도 진짜 무지 불쌍한 놈이란 말이에요. 훌쩍….” 물론 그 후 핫샘 할아버지는 실수를 줄이려고 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미 연세도 있고 심한 관절염까지 있어 다리품 파는 것에 진력을 내시므로 가끔의 손실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속이 다 썩어 문드러지고 허파 히뜩 디비지는 일도 많았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손실은 긴 세월에 놓고 본다면 나나 회사나, 핫샘 할아버지에게 뭐 그리 큰 손실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언제나 이렇게 뜨거운 감흥을 나에게 되돌려준다. 사람들이 내게 주는 희망과 실망이 너무 무거워서 둘 다 가질 수는 없을 때는 어쩌겠는가? 실망은 재까닥 내려놓고, 오로지 희망만을 잽싸게 품는 수밖에 달리 무슨 딴 짓을 할 수 있겠는가? 월간<샘터>2006.09
  • [길섶에서] 성 묘/임태순 편집부국장

    엊그제 점심 자리에서 추석 성묘가 화제로 올랐다. 누군가 명절 성묘 풍습도 우리 대에서 끝날 것이라고 하자 모두 머리를 끄덕였다. 납골당에 화장이 자리를 잡는 추세인 만큼 멀리 시골 고향까지 내려가 조상의 묏자리를 돌보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 것은 뻔한 일이다. 수목장을 생각해볼 만하다는 이도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묏자리를 써서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아예 꿈도 꾸지 말고,‘깨끗이’ 가자는 데에까지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한 동료가 조상의 묘도 우리가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 공부나 간신히 할 뿐, 청소와 심부름 등 집안 일조차 거들지 않는 요즘 아이들에게 어떻게 조상의 묘를 맡기느냐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이들도 제 주변조차 정리하지 않는 것 같다. 방이 더러워 치우라고 하면 거실로, 식당으로 옮겨다니기만 했지 여간해선 품을 팔지 않는다. 이제 조상의 묏자리도 정리해 놓아야지, 아이들을 믿었다가는 저 세상에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 뵐 면목이 없을지 모르겠다. 임태순 편집부국장 stslim@seoul.co.kr
  • ‘키다리 나라’ 네덜란드

    ‘키다리 나라’ 네덜란드

    대다수 사람들이 할아버지보다는 아버지가, 아버지보다는 자기 키가 더 크지만 네덜란드인은 세대를 내려올수록 유례를 찾을 수 없게 쑥쑥 자라나고 있다고 AP통신이 최근 전했다. 1950년대 네덜란드인은 미국인을 제치고 지구에서 가장 키가 큰 국민의 영예(?)를 누려왔지만 전문가들은 국부(國富)와 어렸을 때부터 알뜰히 보살피는 보건 시스템 덕에 여전히 키가 자라고 있다고 지적한다.1940년대 독일 나치 점령때 키가 줄어들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이 나라 국민은 1800년대 중순부터 지금까지 비약적으로 키가 커왔다. 네덜란드인에게 1위를 양보한 미국인은 이제 덴마크인에게도 추월당했다. 네덜란드 남성의 평균 키는 183㎝이며 여성은 170㎝. 이렇듯 국민들의 키가 무섭게 커지자, 정부에선 4년 전에 공공건물의 문틀 높이를 230㎝로 높이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몇년 전 국적항공사는 ‘키다리 클럽’ 회원들에게 비행기에 앉을 때 다리를 길게 뻗을 수 있는 좌석을 우선 배정하기로 합의했다가 다른 사람들의 항의가 쏟아지자 취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영 철도회사는 4500명의 클럽 회원들에게 신형 객차의 특별 좌석을 배정하고 있다. 이 클럽의 판 스푸룬델은 남자 190.5㎝, 여자 180㎝인 이 클럽 가입 기준이 다른 나라의 비슷한 클럽과 비교할 때 그리 높지 않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1600만 국민 가운데 가입 대상이 80만명 정도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물론 옛날에도 이 정도였던 건 아니다.1848년에 4명 중 1명은 신장 기준 157.5㎝가 안 돼 군 입대를 거부당했는데, 지금은 1000명 중 1명 꼴로 바뀌었다. 라이덴 대학병원 게오르규 마트 교수는 남성 평균 신장이 50년 안에 190.5㎝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국부가 이 모든 걸 설명할 순 없는 일이다. 예를 들어 평균 신장이 183㎝인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이 네덜란드인처럼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트 교수는 “피그미족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한다고 네덜란드인처럼 되진 않을 것”이라며 “우리들의 키가 얼마나 커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아들 잃고 비극적 최후 입양아 출신 한인 여성

    누가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는가. 생후 4개월 만에 미국 가정에 입양됐던 20대 한인 여성이 두 살배기 아들의 실종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망이 자신에게로 좁혀오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가족 일부는 그녀가 CNN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받은 압박감 때문에 자살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방송이 유괴나 실종사건을 다루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선 어린이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부모들이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보도하는 등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실종 전후 행적 명확히 못 밝혀 1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올랜도 근처의 한 소도시에 있는 빌 유뱅크의 집 벽장에서 손녀 멜린다 더켓(21·한국이름 이미경)이 지난 8일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27일 집에서 갑자기 사라진 아들 트렌튼의 행방이 2주째 묘연하자 이를 비관, 산탄총을 머리에 쏴 자살한 것이다. 그녀는 지난 1985년 12월 서울의 한 고아원에서 유뱅크의 아들 부부에게 입양된 한국인 핏줄이었다. 남편과 올해 초 이혼한 뒤 잔디관리 회사에서 해고까지 당해 아들을 혼자 양육하느라 어렵게 지내 왔다. 경찰에서 그녀는 “텔레비전 영화를 남자친구들과 본 뒤 아들 방에 들어갔더니 창문 스크린이 찢겨져 있고 그애는 없었다. 유괴된 것 같다.”고 진술했다.하지만 친척들은 전날에도 아이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고, 이틀 전 산탄총을 구입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더욱 그녀는 궁지로 몰렸다. 남편은 거짓말 탐지기를 무사히 통과했지만 그녀가 이를 거부하자 의심은 커져만 갔다. 경찰은 용의자 딱지를 붙이진 않았지만, 그녀의 컴퓨터와 노트, 카메라 등을 압수했고 그녀의 자살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아들의 실종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공언했다.●시청률 올리려 납치·실종 자주 다뤄 그녀는 자살 전날, 경찰 수사 과정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음을 털어놓은 글을 블로그에 남겨 놓았다. 더욱이 그녀가 자살한 시점은 CNN ‘헤드라인 뉴스’ 진행자 낸시 그레이스와의 인터뷰가 방영되기 몇 시간 전이었다. 그레이스는 검사 출신으로 출연자들을 몰아붙이는 것으로 악명 높은데, 더켓과의 인터뷰에서도 “당신, 도대체 어디 있었느냐. 왜 그날 어디 있었다고 말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할아버지 빌은 “아들의 실종으로 벼랑 끝에 몰린 더켓을 언론이 아예 아래로 밀어버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레이스는 방송에서 직접 “비난받을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메일 성명을 통해선 “아이를 찾는 데 도움이 되려고 이 사건을 다룬 것”이라며 계속 이 사건을 보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일간 올랜도 센티널은 전했다. 그러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이 프로그램은 과거에도 리틀 미스 콜로라도 출신 존버넷 램지 살해 사건을 비롯,10대 소녀 실종 사건을 많이 다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Local]전남도 순천서 ‘노인건강 대축제’

    전남도가 13∼14일 순천시 팔마체육관에서 제1회 전남도 노인건강복지 대축제를 연다. 이번 축제에서는 할아버지·할머니의 즉석만남 시간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식전행사로 도립국악단의 사물놀이와 국악공연으로 흥을 돋운 뒤 민속놀이와 한복 입어보기 등 체험행사가 이어지고 서울대 노화연구소의 건강지키기 학술토론회가 열린다.
  • 동서 항렬 따지는 사위-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55)

    저는 딸, 아들, 딸의 차례로 3남매를 가진 아버지입니다.복잡하게도 큰 딸 작은 딸은 시집보내고 보니 사위 둘이 파(派)는 다르지만 종씨입니다. 작은 사위가 큰 사위보다 나이가 3살 위고 항렬로는 할아버지 뻘이 되는군요. 동서간에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이 고장 여론은 구구 각색입니다. 서로 존대하자고 하는 큰 사위의 말에 작은 사위는 그럴 수 없다고 합니다. 나이가 위인 데다가 항렬이 할아버지뻘인데 어떻게 존댓말을 하느냐는 것입니다. 나이가 척은 처남(자기의 처(妻)에게는 오빠가 되는)에게는 말을 존대하면서 그보다 손위인 처형의 남편되는 사람에게는 존댓말을 안하겠다는 것이 작은 사위의 주장입니다. 처가는 장차 낳을 저희들 자식에게는 외가가 아닙니까. 처가항렬을 무시 한다는 것은 어머니를 무시하는 것과 같지 않습니까. 딸들의 아버지로서 여간 고민이 아니며 한편 분한 마음도 듭니다. <전남 고흥군 고흥면 남계리 550의1 유상철> 답변: 딸들의 항렬로 설득을 달 나라에 사람이 발을 두번이나 디뎌본 우주시대에 그 댁 작은 사위님의 켸켸묵은 머리는 어룰이지도 않는군요. 예절도 좋지만 가까운 친척도 아니라는 처지에 자기 고집만 세우는 그 청년의 머리를 한대 꽝 때리고 싶군요. 아뭏든 딸들의 항렬이며 순서도 틀림없는 항렬이니까 장인의 입장을 굽힐 필요는 없을 줄 압니다. 밖에서야 어떻든 『내집에서는 용서 못한다』고 형제의 차례를 단호하게 고집하기를 권합니다. <Q> [선데이서울 70년 1월18일호 제3권 3호 통권 제 68호]
  • 전국 중·고생 자원봉사대회 대상 2명

    전국 중·고생 자원봉사대회 대상 2명

    제8회 전국 중·고생 자원봉사대회(푸르덴셜생명·한국중등교육협의회 주최) 시상식이 9일 신라호텔에서 열려 청소년 330명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자기만의 특기를 살려 소외된 이웃의 곁에 적극적으로 다가간 이자원(18·서울 여의도고 3년)군과 김엘리야(17·충남 천안 병천고 3년)양 등 대상(친선대사상) 수상자 2명을 소개한다. ■ “할머니·할아버지를 멋쟁이로 가꿔드려요” 천안 병천고 김엘리야양 “산골 할아버지·할머니를 멋쟁이로 변신시켜 드려요.” 한 달에 두 번 천안 병천 사랑의 마을로 찾아가는 김엘리야양과 친구들의 손에는 화장품과 미용기구가 담긴 가방이 들려 있다. 병천고 미용학과 학생들로 이루어진 ‘뷰티도우미’들이다. 학생들이 오는 날 이곳 할아버지·할머니들은 ‘얼짱’으로 변신한다. 뷰티도우미들은 어르신들의 머리를 손질하고 피부관리, 손·발톱 정리를 해 준다. 영정사진을 찍는 어르신들에게는 메이크업 솜씨를 발휘하기도 한다. “눈이 침침한 어르신들은 손·발톱을 직접 깎기가 어려워요. 정기적으로 관리해 드리지 않으면 손·발톱이 살로 파고들어 위험해질 수도 있답니다.” 처음엔 학생들이 찾아오는 걸 부담스러워하던 노인들도 이제는 ‘뷰티도우미’들이 오는 날이면 먼저 나와 기다린다고 한다. 김양은 이미 대학 미용학과 수시모집에 합격한 상태다.“미용기술을 활용해 선생님이 되거나 해외에서 선교활동을 펼치고 싶습니다.” ■ “신나는 요들송으로 행복을 나눠드리죠” 서울 여의도고 이자원군 “중립국 스위스의 노래인 요들송으로 북한이나 분쟁국 어린이들을 위해 공연하고 싶어요.” ‘친선대사상(대상)’을 받은 이자원군. 열 살 때인 1997년부터 가족과 함께 ‘작은 스위스’라는 음악 봉사단을 만들어 전국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산골 오지학교, 달동네, 장애학교 등 문화에서 소외된 지역을 두루 다녔다. 이군 가족의 요들송 봉사는 요들클럽에서 만나 결혼한 부모의 약속 때문이었다. 외환위기 때 아버지가 실직하고나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적도 있었지만 요들송 공연을 다니며 가족애를 돈독히 할 수 있었다. 5년 전부터 보여주기만 하는 공연에서 벗어나 매주 토요일 장애인들에게 스위스 음악을 직접 가르치고 있다.“일회성으로 끝나는 공연보다 함께 배워서 연주하는 공연에서 더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군은 사회복지학과나 청소년지도학과에 진학해 전문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채소밭 잔치 놀러오세요”

    여기는 할아버지의 채소밭. 양배추, 방울 토마토, 당근, 감자, 호박이 쑥쑥 키재기를 하는 밭에 무성한 잡풀들을 어째야 하지? 채소잎을 마구 갉아먹는 무당벌레들은 또 어째? ‘채소밭 잔치’(다시마 세이조 글·그림, 고향옥 옮김, 우리교육 펴냄)는 한장한장 그림 자체를 감상하는 기쁨만으로도 가슴이 꽉 차는 그림책이다. 강렬한 원색, 익살맞은 붓터치의 수채화가 어른들의 잠자던 동심까지도 몽롱하게 일깨울만하다. 알록달록 꿈틀꿈틀, 운동감 왕성한 색과 선의 조화에 유아 독자라면 덮어놓고 매료당하고 말 터. 잡초와 무당벌레떼를 없애버리려 마음먹었던 할아버지. 하지만 문득 마을잔치 생각이 나자 이것저것 밭일을 다 팽개친 채 부리나케 마을로 달려가 버린다. 이 책의 참맛은 그 다음 상황부터이다.“우리도 잔치를 벌이자!” 할아버지가 떠나기 무섭게 채소밭은 유쾌한 난장판으로 돌변한다. 무당벌레, 방울 토마토, 덩굴여지, 감자, 참마, 우엉…. 채소밭 식구들이 떠들썩한 잔치를 벌이는데, 싸우고 뛰고 구르고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등에 28개의 점이 찍힌 이십팔점 무당벌레는 방울토마토 잎을 갉아 포스터를 만들지 않나, 그런 무당벌레가 얄미워 방울토마토는 버럭버럭 역정을 내지 않나…. 해프닝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잔치판으로 즐거운 상상에 빠져 있던 아이들은 또 어느새 서정의 우물에 푸욱 잠기게도 된다. 불콰하게 술이 오른 할아버지가 흥에 겨워 돌아오는 달밤 풍경은 그대로 그림이다. 감자 위에 양배추, 양배추 위에 빨간 당근이 채곡채곡 포개져 곡예를 벌이는 잔치마당에 할아버지는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천둥 고함을 지르지나 않을까. 애당초 마음처럼 잡초와 무당벌레들을 내쳐버리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어린 마음들이 ‘후유∼’ 안도의 한숨을 쉬기까지 눈깜짝할 사이의 즐거운 반전이 놓였다. 달밤의 난장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툭 내뱉는 할아버지의 순한 한 마디,“우리 밭에 달님이 떠올랐구먼∼.” 짧은 글, 좁은 행간에서 배어나는 은유의 묘미가 배가 부르도록 푸짐하다. 상생(相生)의 의미가 절로 가슴에 스며드는, 정말 요령많은 그림책이다.4세 이상.8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도봉사랑 약속봉사단 회원들 노인정 찾아 사랑의 발마사지

    도봉사랑 약속봉사단 회원들 노인정 찾아 사랑의 발마사지

    “할머니, 피부가 굉장히 고와요. 정말 미인이세요.”“예쁜 사람 다 죽었나 보네. 뚱뚱하고 늙은이가 뭘 이쁘다고….” 지난 4일 도봉구 방학3동 노인 전문 요양원 ‘도봉실버센터’가 시끌벅적했다.‘도봉사랑 약속 봉사단’의 습격(?) 때문이다. 봉사단은 2005년 12월 쌍문2·4동과 방학1동, 도봉여성센터, 청소련수련관에서 활동하는 발마사지 강사와 수강생 60여명으로 출발했다. 배운 기술을 보람되게 쓰자고 뜻을 모아 지역 노인정을 매주 순회하며 마사지 봉사를 하고 있다. 단장을 맡은 손점숙(48) 강사는 “수강생은 실습할 기회를 얻고, 어르신은 무료로 마사지를 받으니까 모두 만족해 한다.”고 했다. 이날 회원 20명이 실버센터의 초청을 받아 센터를 찾았다. 맨발을 내놓기 쑥스러워하던 어르신들은 봉사단의 애교에 무장 해제됐다. 먼저 발 전용 스프레이를 뿌려 세균을 소독하고, 무릎까지 꼼꼼히 닦은 뒤 발 전용 크림을 무릎, 발에 부드럽게 발랐다. 발바닥부터 차근차근 주무르는 손놀림이 날렵했다. 마사지가 끝나자 뜨거운 수건으로 발을 정성스럽게 닦았다. 양말까지 신기면 마사지 끝. “시어머니를 14년째 모시는데요. 많이 도와주셔서 제가 바깥 일을 편히 해요.”봉사단원 김향주(38)씨의 얘기다.“딸 쌍둥이가 있는데요. 애가 많이 아파서 병원신세를 3년이나 졌어요. 이제 괜찮아요.” 마사지를 받던 할머니가 따뜻하게 위로했다.“고생이 많았구만. 궂은 날이 지나가면 쨍한 날이 오는 법이야. 이렇게 좋은 일하는데 그렇지 않겠어.” 할아버지 발은 봉사단 청일점인 홍현섭(43)씨가 맡았다.“할아버지, 발에 힘 빼세요.”“간지러워서 그래.”봉으로 발바닥을 지압하자 할아버지가 참지 못하겠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홍씨는 발바닥이 항상 아픈 아내를 위해 지난 3월부터 발마사지를 배웠다. 배운 대로 아내에게 실습했더니 ‘시원하다.’며 좋아했다. 그 재미에 전문가 과정까지 밟고 있다. 일일이 방을 찾아가 누워 있는 어르신 발을 주무른 후에야 봉사단은 도구를 정리했다. 그때 물리치료를 다녀온 한 할머니가 “너무 늦게 왔냐.”며 울상을 지었다. 회원 5∼6명이 “아니에요.”라며 뛰어나와 짐을 다시 풀고 할머니의 팔 다리를 주물렀다. “자식한테도 발 주물러 달라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아요. 일부러 찾아와서 얼마나 시원하게 마사지해주는지….”한 할머니가 말했다. 봉사단원 갈옥희(41)씨는 “처음 나왔는데 엄마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자주 와야겠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로 실력을 닦은 덕에 도봉구 수강생 10여명은 자치센터 강사로도 취업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길섶에서] 고단한 노인/임태순 편집부국장

    지하철로 출근한다.3호선을 타고 오다 종로 3가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탄다. 전동차에 오르면 종종 할아버지 한분과 마주친다. 마른 몸의 할아버지는 전동차 선반 위에 있는 무가지들을 알뜰히 수거한다. 폐지로 팔아 돈으로 바꾸려는 것일 게다. 할아버지를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우선 개발시대에 그들 세대의 열정과 근면이 없었으면 오늘의 우리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마음 한 구석에선 빚진 기분도 든다. 한편으론 복지사회를 맞아 노인 일자리 마련에 소홀했다는 자책감이 인다. 고령자를 위한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를 마련해 드렸으면 이른 아침 지하철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무가지 수거도 경쟁이 치열하다. 때론 다른 할아버지와 마주치기도 한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승객을 밀치며 급히 수거할 때는 신경에 거슬린다. 공중 도덕을 중요시하는 시민사회에서 에티켓이 실종된 느낌이 든다. 신문을 수거하는 할아버지 모습이 내 안에 투영돼 일어나는 개발시대, 시민·복지사회의 복잡다단한 단면들이다. 임태순 편집부국장 stslim@seoul.co.kr
  • 노인 돌보기 ‘老’가 나섰네

    노인 돌보기 ‘老’가 나섰네

    “총각, 잘 지냈어. 아픈 데 없고….” “형님, 오셨어요. 아가씨는요?” “만날 우리 홍일점만 찾나.” “맛있는 것만 갖다 주는 분이니까 좋아하죠.” 지난 1일 서대문구 천연동 뒷골목 낡은 전세방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시립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소속 어르신 4명이 홀로 사는 김모 할아버지를 방문한 것이다. 동네 꼬마들이 친구에게 장난치듯 어르신들 대화가 정겹다. 김재현(69)할머니가 부엌에 들어가 가져온 도시락을 챙기며 “집이 깨끗해야 건강하다.”고 잔소리를 한다. 장근춘(75)할아버지는 “침대가 넓구먼. 같이 잘까.”하고 농을 던진다. 김 할아버지도 “잠버릇이 험해 형님이 발에 차여서 안 된다.”고 응수한다. 또 한번 웃음이 터져 나온다. 장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어도 총각, 아가씨라고 불러주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특별한 호칭’의 의미를 설명한다. 이들 어르신은 지난 3월부터 건강한 노인(65세 이상)이 생활형편이 어려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Care)’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매주 화·금요일 독거노인 12명을 방문해 도시락을 전달하고 혈압을 측정한다. 작성한 건강기록표를 보건소가 수시로 확인해 독거노인의 건강을 관리한다. 활동비로 매달 20만원을 받는다. 어르신 10여명은 방문일 오후 1시쯤 복지관에 모여 독거노인(47명)에게 배달할 도시락을 챙긴다. 생활형편과 건강상태에 따라 도시락 내용물이 달라 꼼꼼하게 확인한다. 이날은 겉절이김치·연근·나물무침·김, 죽·흑미찰밥, 요구르트·배 등 내용물이 다양했다. 어느새 배달 손수레가 가득 차올랐다. 1조인 장 할아버지 팀은 분업과 협동이 잘된다. 장 할아버지는 혈압 측정을, 안중기(70) 할아버지는 건강기록표 작성을, 이기석(73) 할아버지는 손수레 운반을, 김 할머니는 도시락 배달을 맡는다.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이심전심으로 정해졌다. 방문할 때도 이들만의 노하우가 있다. “돈이 없으니까 지하방이나 옥탑방에 살거든. 혼자 살고 더우니까 속옷만 입고 있는 사례가 많아. 그래서 총각 집은 남자가, 아가씨 집은 여자가 먼저 들어가지.” 또 혈압이 조금 높게 나와도 노인 앞에서는 내색을 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고 혼자 살다 보면 작은 일에도 금세 마음이 상하기 때문이다. 노노케어를 하다보니 마음도, 몸도 건강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 할아버지는 “비슷한 처지라 말 몇마디로도 마음을 쉽게 읽을 수 있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도 힘을 많이 얻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달로 계약 기간이 끝나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일에 익숙해질 만하니까 끝난다.”면서 “건강한 노인들이 꾸준히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정부는 노노케어 등 노인일자리 사업에 한 노인이 7개월만 참여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려는 노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글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