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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와 산] (7) 경북 영양 일월산

    [도시와 산] (7) 경북 영양 일월산

    우리나라는 곳곳이 산이지만 경북 영양은 온통 산이다. 이렇듯 무수한 산 가운데 우리 민족의 영산이 백두산이라면 영양의 영산은 일월산(해발 1219m)이다. 영양군민들은 한결같이 일월산에 신령스러운 일월(日月)신이 살고 있으며, 이로부터 정기를 받고 영험을 얻는다고 믿는다. 안동·영주시 등 인근 주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즐겨 찾는다. 경북의 최고봉인 일월산은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고 해와 달이 솟는 것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 해서 이름지어졌다. 고산자 김정호는 조선 철종 12년(1861)에 작성한 대동여지도에서 일월산을 찬양했다. 그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동쪽은 영동, 서쪽은 영서, 남쪽을 영남이라 일컬었고, 이 세 곳의 정기를 모은 곳이 바로 일월산이라 했다. ●태백산맥의 영험스러운 ‘여산(女山)’ 일월산은 세인들의 접근을 쉬 허락하지 않는다. 그만큼 여정이 험난하기 때문이다. 안동과 영주에서 국도를 따라 들어가면 된다. 그러나 길은 좁은 데다 구불구불하다. 초보 운전자들은 기겁할 정도다. 하지만 일단 일월산을 향하면 때묻지 않은 산야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연방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마침내 안동에서 1시간여 만에 맞는 일월산은 둥글둥글 큰 덩치의 모습이다. 영양군의회 권영기 전문위원은 “일월산은 영양 일월면과 수비면, 청기면, 봉화군 재산면을 아우르며 인근에 청량, 백암, 칠보, 통고산 등 수많은 중봉과 소봉을 거느린 높은 산이지만 정작 산세는 완만해 ‘순(順)산’이다.”라며 “그래서 사람들은 일월산을 여자의 산이라 칭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이런 만큼 산행코스는 다양하면서도 쉽다. 등산로 대부분은 가파르지 않다. 어떤 코스도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다. 오르락내리락하며 기름진 흙길로 이어져 있다. 이 중 일월면 용화리 대티골에서 정상부의 일자봉(1219m)과 월자봉(1205m)으로 오르는 2개 코스가 가장 인기다. 이를 번갈아 오르내리면 4시간 남짓 걸린다. 등산로변은 4~6월이면 정상까지 이름 모를 수많은 야생화가 널려 아름다운 자태와 향기를 자랑한다. 잘 보존된 원시림이 하늘을 가려 긴 터널을 이룬다. 정상에 서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태백산맥 줄기의 수없이 많은 작은 산들이 구름바다를 이루며 저마다 두둥실 떠다닌다. 그 너머로 멀리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경기 용인시에서 온 권종덕(39)씨는 “정상으로 오르는 길섶은 야생화 군락인데다 처녀지 같아 밟기조차 미안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상에 서니 천하를 얻은 느낌”이라면서 “전국의 많은 산을 올라 봤지만 이런 묘한 기분이 들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국 명산과 달리 천년고찰 없어 일월산은 무속 신앙의 명소다. 무속인들은 접신을 위해, 일반인들은 영험을 얻기 위해 사시사철 찾는다. 월자봉 남서릉에 있는 황씨부인당은 영험의 상징이다. 옛날에 첫날밤을 치르기 전에 소박맞은 황씨 부인의 영혼을 모신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권 전문위원은 “황씨 부인의 신랑은 신혼 첫날밤 뒷간에서 볼일을 보고 신방 앞에 서자 문 창호지에 칼날 그림자가 얼씬거리자 연적의 소행이라 오해하고 놀라 달아났다. 칼날 그림자는 사실 문 앞에 있던 대나무 그림자였다.”면서 “황씨는 신랑을 기다리다 지쳐 한을 품고 죽었다.”고 들려줬다. 일월산의 음기와 영기가 가장 강하다는 일월 용화리 선녀골의 선녀탕(기도객들이 목욕 재계하는 곳)은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계곡과 잇닿은 곳에 수많은 넙적돌로 쌓아 만든 굿당과 기도처가 즐비하다. 계곡은 온통 무속의 기운뿐이다. 이 때문인지 일월산은 전국의 다른 명산과는 달리 천년 고찰이 없다. 일월면에 사는 이모(78) 할아버지는 “예부터 일월산의 주신은 황씨 부인이어서 부처님을 모시지 못한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 비록 암자 크기인 용화사와 천문사 등의 절이 있지만 불상을 모시지 않는 사찰이다.”라고 귀띔했다. ●인재의 산실 일월산 일월산 자락은 명당으로 소문났다. 수많은 인재가 배출된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자봉 아래에 자리한 한양 조씨의 동족 마을 ‘주실마을’은 ‘승무’로 유명한 시인 조지훈을 비롯해 문인과 박사만 28명, 장성 10여명 등 숱한 인재를 배출했다. 일월산 골짝 중 가장 골이 깊고 넓은 일월면 오리동은 1970년대 한국 구세군사의 전환점을 마련한 김해득(1918~80) 제14대 구세군 한국사령관이 태어난 곳이다. 일월산의 물줄기가 면면히 이어지는 석보면 원리리 두들마을은 작가 이문열의 고향이다. 그는 2001년 이곳에 광산문학연구소를 열어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의 어머니 상으로 떠오른 조선 중기 여성 군자 장계향 선생도 일월산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다. 영양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조물조물 산나물 食神들도 군침 ‘참나물, 취나물, 어수리나물, 병풍취나물, 우산나물….’ 산나물 천지인 일월산은 요즘 채취객들로 북적거린다. 경북 영양 주민들은 이른 새벽부터 산에 오른다. 전국 각지에선 대형버스와 승합차가 몰려든다. 하루 평균 500여명에 이른다. 4~6월이면 주민들은 짭짤한 수입을 얻으려고, 외지인들은 전국 산나물 가운데 으뜸으로 쳐주는 일월산 산나물의 진미를 맛보기 위해서다. 영양군 농정과 김상준 유통계장은 “청정지역 일월산의 기름진 부식토에서 자라는 산나물은 40여㎞ 떨어진 동해에서 불어오는 해풍과 산악지대 특유의 큰 일교차 영향으로 향이 진하고 부드러워 전국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는다.”고 자랑했다. 이어 “조선시대 때 일월산에 생산되는 60여종의 산나물 중 금죽, 참나물, 고사리 등은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영양 주민들은 일월산 산나물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봄철 잠시 산나물로 올리는 매출액은 30억~40억원에 달한다는 것. 일부는 한철에만 2000만~3000만원의 목돈을 거머쥔다고 영양군의회 권재욱(영양읍 일월·수비면) 의원은 귀띔했다. 일월산 마니아인 권 의원은 “일월산 산나물은 70년대까지만 해도 주민들을 연명하게 했고, 이후엔 돈을 벌어 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말했다. 영양군도 산나물을 관광자원화해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2005년부터 매년 ‘일월산 산나물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올해 축제엔 외지 관광객 25만명이 다녀갔다. 군은 이번 축제를 통해 산나물 및 특산품 25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경제유발효과는 1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권영택 영양군수는 “일월산 산나물축제는 이미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으며, 지역의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일월산이 영양 주민에게 안겨 주는 정신적·물질적 혜택은 실로 엄청나다.”고 말했다. 영양 김상화기자
  • 日 민주당 새대표에 하토야마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의 제1야당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62) 새 대표가 17일 “중의원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지상명제”라고 밝혔다. 하토야마 대표는 이날 NHK의 ‘일요토론’에 출연, “오는 8월쯤 중의원 해산 및 선거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생활자 중심으로 정치를 새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 정권교체를 실현시키겠다는 포부다. 하토야마 대표는 16일 치러진 민주당 대표선거에서 124표를 획득, 오카다 가쓰야(55) 부대표를 25표 차로 눌렀다. 불법 정치자금 의혹설에 전격 사임한 오자와 이치로 전 대표 체제의 조직력 덕택이다. 당 집행부의 힘이 안정감을 내세운 하토야마 대표 쪽으로 쏠렸다. 하토야마 대표는 중의원 선거를 겨냥, 공약으로 내건 ‘거당(擧黨)체제’를 구축했다. 당의 쇄신과 함께 결속을 위해서다. 대표선거의 여세를 몰아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때문에 선거에서 경합했던 오카다 부대표를 간사장에, ‘선거의 귀재’로 불리는 오자와 전 대표를 선거담당 대표대행에 임명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사실상 집단지도체제를 갖췄다. 하토야마 대표를 중심으로 한 오카다 간사장과 오자와 이치로, 간 나오토, 고시이시 아즈마 등 3명의 대표대행 체제다. 특히 하토야마 대표는 오자와 전 대표의 ‘꼭두각시’라는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듯 “내가 대표다.”라며 ‘하토야마의 컬러’에 따른 집행부임을 역설했다. 하토야마 대표는 당의 얼굴이자 선거의 간판인 만큼 아소 총리와의 한판 승부를 피할 수 없다. 교도통신의 여론조사 결과 총리에 적합한 인물로 하토야마 대표는 43.6%를 얻은 반면 아소 다로 총리는 30%에 그쳤다. 치열한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더욱이 공교롭게도 둘 다 전형적인 ‘세습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하토야마 대표의 할아버지는 자민당을 만든 하토야마 이치로 전 총리다. 아소 총리의 외할아버지는 일본 현대정치의 틀을 다진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다. 할아버지 세대와는 달리 정권을 건 ‘총리 손자 대결’이다. 하토야마 대표는 당의 노선이나 정책에 크게 손을 대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오자와 전 대표 때처럼 안전보장에서는 미국보다는 유엔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hkpark@seoul.co.kr
  • [우리 동네 이야기] 다 같이 돌자 차 동네 한 바퀴!

    [우리 동네 이야기] 다 같이 돌자 차 동네 한 바퀴!

    산 사이 작은 들과 작은 강과 마을이 겨울 달빛 속에 그만그만하게 가만히 있는 곳 사람들이 그렇게 거기 오래오래 논과 밭과 함께 가난하게 삽니다. 김용택, <섬진강> 중에서 지리산 뭉툭한 산허리를 휘감고 도는 섬진강, 씽씽 달리는 승용차보다 털털거리는 경운기 소리가 더 어울리는 고샅길, 숨 한 번 고르고 잠시 쉬었다 가는 깔끄막, 그 언저리에 차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을이 있다. 문득 흘러들어온 이방인에게도 따뜻한 차 한 잔 우려 건네는 마음 좋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집집마다 건네는 흔한 차 대접의 호사를 모두 누리려면 미리 배를 든든히 채워 두고 갈 일이다. 하동군 화개면 용강리, 화개장터에서 마을버스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신작로를 기준으로 차 시배지와 쌍계사, 용강마을이 서로 마주하고 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는 신라 흥덕왕 3년, 당시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대렴이 차나무 종자를 가져와 쌍계사 주변에 처음 차를 심은 차 시배지로 기록되어 있다. 이렇게 시작된 자생차밭은 화개 지역에만 350ha에 이르니 면적만으로 따지면 전남 보성보다 넓다. 지천이 차밭이고, 차밭이 지천인 이곳은 명실상부 차 동네이다. 용강리를 가득 메운 다향삼매에 빠져 길을 걷다보니 어느덧 하루해가 뉘엿뉘엿 저문다. 지리산이 품은 사람들 용강에서의 아침은 등산으로 시작됐다. 아침 산행에 동행한 이는 남난희(52) 씨다. 한때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 산악인으로 명성을 날리며 산을 오르던 그녀는, 지금은 아들과 함께 지리산 화개골에서 차와 된장을 만들며 소박하고 여유롭게 살고 있다. 알피니스트로서의 산이 도전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의 산은 자신의 품 안에 생활의 터전을 내준 삶의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을 버리니 산을 얻었다”는 그녀의 말은 오랜 여운을 남긴다. 산행은 불일평전을 거쳐 불일암과 불일폭포로 이어졌다. 자생차의 고장답게 등산로 주위로 키 작은 차들이 자라고 있다.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지 않은 말 그대로 자생차는 가지를 치지 않아 새순은 얼마 되지 않고 묵은 잎만 커다랗게 잘 자란다고 한다. 불일암에서 108배를 마친 우리는 내려오는 길에 불일산장에 들러 잠시 몸을 쉬었다. 가파른 산비탈에 자리 잡은 불일평전(平田; 높은 곳에 있는 평평한 땅)에는 작은 산장과 함께 돌탑 무더기와 차밭이 조성되어 있다. 이곳의 차밭은 30여 년 전 산장을 지은 故 변규하 선생이 조성한 것이다. 지리산의 정기를 머금은 차나무는 군침이 돌기에 충분했다. 남난희 씨는 이곳 차밭에 새순이 올라오면 산을 오르내리는 것도 잊고 하루 종일 찻잎을 따기도 한다. “산의 정기를 받아 자라서인지, 이곳의 차는 서툰 제 솜씨에도 특별한 향과 맛이 다관 안에서 피어납니다.” 남난희 씨의 말이다. 좋은 차밭이 있는 곳에 향기로운 차 한 잔이 빠질 수 있을까. 산장 안에 마련된 작은 다실 겸 서재는 이곳을 찾는 사람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쉼의 공간이다. 맑은 공기와 함께 향긋한 차 한 잔이라니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차와 더불어 사는 사람들 좁은 계단식 차밭과 차밭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앉아 있는 집이 사람 사는 동네임을 짐작케 할 뿐, 움직임도 소리도 없다. 산행으로 노곤해진 몸을 잠시 쉴 겸 남난희 씨의 집에서 자연 밥상으로 요기를 하고 그녀가 덖은 차를 맛볼 수 있었다. “처음 차를 덖을 때는 만드는 방법을 몰라 맨땅에 가마솥을 걸고 차를 덖기 시작했어요. 땅에 걸어두었으니 엉거주춤한 자세로 차를 덖었죠. 이마며 등이며 온통 땀이 범벅이고, 뿌연 먼지는 올라오고, 솥은 얇아서 차는 타고 딱 죽을 맛이더라고요. 이놈의 차는 누가 이렇게 만들기 시작했는지 부아가 나기도 했어요. 그래서 솥 밑에 진흙을 덧대기도 하고…, 정말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갖은 고생 끝에 만들어진 차는 제대로 덖이지 않아도 뿌듯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처음 성취했을 때의 뿌듯함, 그것은 차의 질과는 상관없었다. ‘부르릉’ 정적을 깨고 빨간 헬멧을 쓴 우체부 아저씨가 들어온다. 자연스레 찻자리는 세 명이 함께한다. 화개면 토박이인 장영철(44) 씨는 생업인 우편집배원 일 말고 차도 만들고 있다. 자신이 마실거리를 자급자족하는 정도라지만 어릴 적부터 차와 함께 살아온 그에게는 차사랑이 자연스레 묻어난다. 장영철 씨로부터 어릴 적부터 보아온, 지금 그가 만들고 있는 발효차 제다법을 듣는다. “발효차는 세작이 아닌 중작을 이용, 솥에 덖지 않고 찻잎을 햇볕에 말리는 시들리기를 먼저 합니다. 햇볕이 많이 드는 오전 11시경부터 오후 1시경에 말리는데 이때 제대로 시들리지 않으면 찻잎이 청동구리빛(붉은색)이 아닌 뿌옇게 변합니다. 시들리기가 끝나면 바로 멍석에 놓고 비비는데 이때 덖음차보다 더 많이 비비고 털고 말리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이때도 시간에 따라 찻잎의 색이 변하는데 차를 우릴 때 맑은 탕색을 얻기 위해서는 손을 바지런히 움직이고, 차를 털어 말릴 때 찻잎이 포개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모든 과정이 끝나면 자루에 넣어 흙방에 2~3년 동안 숙성시킵니다.” 계곡 바닥 돌 위에 쌓인 가랑잎을 건져 물에 달여 마시기도 했다는 그의 차사랑은 참말 유별나다. 하지만 장영철 씨와 남난희 씨는 자신이 만드는 차의 제다법을 이야기하면서도 조심스럽다. 자칫 자신이 만드는 차가 최고의 차라고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차 동네 사람답게 서로가 서로의 차를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투기식으로 이루어지는 차 농사에는 걱정의 말을 더한다. “사람들의 차 관심이 높아지고, 곳곳의 논밭이 차밭으로 바뀌고 있어요. 이곳뿐 아니라 지역 특산물이 성행하고 있는 곳은 모두 마찬가지일 겁니다. 돈이 되는 농사만 선택하게 되니 걱정이에요.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남난희 씨의 말이다. 장영철 씨는 제대로 된 발효차가 아닌 편법을 이용, 발효차를 만드는 일부 사람들에게 쓴 소리도 한다. “발효차를 만드는 사람들 중 일부는 비닐에 넣어 차를 발효시킨다고 합니다. 그건 발효가 아닌 띄우는 겁니다. 이런 차는 먹었을 때 매스꺼움을 느낍니다. 일부 비양심적인 사람들의 행동이 대다수의 차농들과 우리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남난희 씨의 집을 나와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조용한 마을 분위기와는 달리 회관 안에는 삼삼오오 모인 노인들로 북적인다. 점에 10원 하는 화투놀이가 한창이다. 마을회관은 심심풀이 화투놀이와 함께 주전부리와 담소가 있는 곳이다. 문득 들이닥친 기자는 어느새 점 10원 화투판을 벌이는 마을 어른들을 잡으러 온 경찰이 되었다. 모두 징역 갈지 모른다는 농으로 화답하자 이내 데면데면함은 어데 가고 찐 밤과 떡이 상에 오른다. 노인들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이곳에 지금처럼 차 농사가 시작된 것은 20~30여 년 전이라고 한다. 그 전에는 모두 야생의 차나무에서 아무렇게나 훑은 찻잎을 고뿔에 걸렸을 때 마시거나 피부병이 났을 때 몸에 바르는 약으로 여겼다. “그 전에는 이만큼 잭살나무(차나무)가 번성할 줄 몰랐제. 산에 드문드문 있는 게 전부였당게. 어릴 적부터 잭살나무 가지를 손가락 사이에 넣고 쭉쭉 훑어다 똘배(돌배)랑 같이 가마솥에 푹푹 끓여서 마시곤 했제. 시한(겨울)에 고뿔에 걸려도 그것만 마시면 뚝 떨어졌당게.” 이동문 할아버지의 말이다. 박상감 할머니는 “잭살나무 열매를 따 돌절구에 찧고, 그것을 가마솥에 쪄서 기름을 짜 머릿기름이나 지짐이를 부치는 데도 사용했지. 그뿐인감. 옛날에 약이 어딨당가, 헌데나 몸이 간지러울 때도 잭살나무 잎을 삶아서 그 물을 바르면 간지럼증도 낳고 피부병도 낳았지”라고 떠올린다. 주전부리를 먹으며 마을 어른들과 즐거운 대화가 오가던 중 따뜻한 차가 나온다. 발효차다. 생각해 보니 이곳에 와서 마신 차가 모두 발효차이다. 겨울에는 발효차가 제일이라고들 말하지만 그 이유가 궁금하다. “처음 난 잎하고 세작, 중작 대부분 죄다 내다 팔아. 그러다 보니 내가 먹을 건 태반 뻣센 잎이라 발효차를 많이 만들어. 뻣센 잎은 발효차가 더 맛나당게. 뭐 나 먹을 거로 녹차도 조금 만드는디, 그래도 아무 때나 먹을라면 발효차가 제일이지. 세작·중작은 비싼게 팔아야 하고. 근디 요새는 하도 차농사를 많이 하다 보니께 값이 많이 떨어졌당게. 우전의 경우 온종일 두 명이 따야 1kg을 따는디, 그전에는 그것이 6~7만 원이었는디, 지금은 5만 원 조금 더 돼. 그러니 어디 품삯 무서워서 놉(인부)을 부리것능가. 그나마 돈을 조금 만지는 것이 세작·중작인디, 그것도 힘들어. 놉이 있어야 말이제. 다 같은 시기에 차를 따니 서울에서도 불러오고 진주에서도 불러오고. 그래서 차 딸 때는 송장도 일어나서 차를 따야 한다는 말도 있당게.” 이귀례 할머니의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사는 공간, 자신의 품을 기꺼이 내준 자연. 자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자연의 것을 얻어 살고, 또 그곳에서 아픔을 다독이고, 잠시 빌린 것이기에 다시 돌려주는 것이 당연한 삶이라고 받아들인다. 그 동네에 차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 글 임종관 ·사진 월간 《다도》 찾아가는 방법 승용차 호남고속도로 전주 나들목 ⇒ 88고속도로 ⇒ 지리산 나들목 ⇒ 구례 ⇒ 화개 ⇒ 용강리(쌍계사)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장수 나들목 ⇒ 88고속도로 ⇒ 지리산 나들목 ⇒ 구례 ⇒ 화개 ⇒ 용강리(쌍계사) 대중교통 서울 남부터미널, 부산 사상시외버스터미널, 광주 유스퀘어(구 광천터미널), 서울 용산역 관광안내 전화 055-880-2114
  • [나눔 바이러스2009] ‘움막이 새집으로’ 산골 웃음꽃

    [나눔 바이러스2009] ‘움막이 새집으로’ 산골 웃음꽃

    “평생 움막같은 집에서 살 줄 알았는데 늘그막에 호강하게 생겼습니다.” ‘사랑의 집 고치기 농가희망 봉사단’ 활동으로 무료 집수리 혜택을 받은 강원 춘천시 서면 덕두원마을 조순희(75) 할머니 등 산골마을 주민 4가구가 15일 새집 소원을 풀었다. 농사꾼으로 살아오면서 집을 고친다는 것은 엄두도 못냈는데 농협 봉사단원들이 낡은 집을 새집처럼 리모델링해 주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농가 201곳 수리 집수리는 농협에서 5년째 운영중인 사랑의 집 고치기 농가희망 봉사단원 50여명이 참가했다. 수리비는 농협에서 한 가구에 500만원씩을 지원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농협 봉사단원들이 이날 새벽같이 춘천을 찾아 밤 늦게까지 꼬박 봉사활동을 폈다. 목공일을 맡은 봉사단원들은 낡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한 지붕에 올라 나무 지지대를 설치했고, 색깔 있는 철판 지붕을 올리며 비지땀을 흘렸다. 그동안 전기배선 등 전문기술을 가진 봉사단원들은 전기시설을 새로 했다. 최병훈(50) 봉사단원은 “고향처럼 노인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너무 행복하다.”며 “혹한기 겨울 두달을 빼고 한달에 한번씩 봉사활동을 펼치는데 꼬박꼬박 참가하며 보람을 느낀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농협이 이렇게 시골을 찾아 사랑의 집 고치기 봉사활동을 펼친 것은 벌써 5년째다. 이번까지 포함해 그동안 모두 201개 농가를 수리하는 동안 봉사단원 2000여명이 참여했다. ●거동 불편 할머니 위해 싱크대 이 같은 봉사활동으로 새집을 갖게 된 시골마을 주민들의 기쁨도 크다. 이날 집수리 혜택을 본 조순희 할머니는 “빗물 새는 낡은 지붕 탓에 5년전 필리핀에서 시집 온 며느리한테 늘 마음의 빚을 지고 살았는데 이제야 응어리가 풀린 것 같다.”며 좋아했다. 할머니는 16살에 인근 마을에서 시집와 반평생을 오막살이 초가집에서 살았다. 이후 20년 전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꿨지만 그마저 세월이 흘러 지붕이 새고 흙벽이 떨어져 내렸으나 돈이 없어 고치려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수십년 전 처음 전기가 들어올 때 얼기설기 설치했던 전기배선도, 보일러, 수도배관도 모두 낡았지만 교체하지 못했었다. 필리핀에서 시집 온 며느리 마릴료우(30)는 “한국으로 시집와 청주 경(庚)씨 5대 종부가 됐지만 평생 남들처럼 번듯한 집에서 살지 못하는 시어머니에게 늘 죄송스러웠는데 이번에 좋은 선물을 드린 것같아 기쁘기만 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농협 봉사단 활동을 통해 낡은 장판과 기름보일러 등을 교체한 금산리 마을 윤용석(78·장애인) 할아버지도 “수술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 보일러와 싱크대, 찬장까지 새로 마련해 주니 이렇게 고마울 수 없다.”고 반색했다. 최두해 봉사단장은 “봉사활동을 펼치는 동안에는 내집처럼 봉사 활동을 해주는 단원들과 감사의 마음으로 봉사단을 맞아 주시는 주민들 모두가 한마음이 된다.”며 “그동안 독거 및 장애 노인, 소년소녀가장 등을 중심으로 도움의 손길을 주었는데 앞으로 다문화 가정, 어려운 조합원들의 농가 주택까지 봉사범위를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코렐라인:비밀의 문’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코렐라인:비밀의 문’

    헨리 셀릭은 어떤 의미에서 불운한 감독이었다. 그가 연출하고 팀 버튼이 제작한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그 영화는 언제나 버튼의 영화로 소개되곤 했다. 이어 만든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국내 DVD출시)가 전작의 그림자에 줄곧 가려졌음은 새삼 말하기조차 안쓰럽다. 그가 오랜 부진 끝에 발표한 ‘코렐라인: 비밀의 문’은 의미 있는 복수극이다. ‘코렐라인’을 연출하면서, 셀릭은 관습을 좇지 않는 자신의 작품 스타일과 딱 어울리는 닐 게이먼의 기괴한 블랙 유머와 조우했고,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팀 버튼의 것이 아니라) 온전히 그의 세계에 속하는 것임을 세상에 밝힐 수 있었다. ‘코렐라인’은 잔혹동화에 가까운 닐 게이먼의 원작소설(한국에선 ‘코랄린’이라는 어색한 제목으로 번역 및 소개됐다)을 각색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다. 게이먼과 짝을 이뤄 작업하는 데이브 매킨의 삽화가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와 많이 닮아서일까, 소설 ‘코렐라인’은 꿈틀대는 영상으로 채색되기를 기다렸던 작품처럼 보인다. 원작에 없는 캐릭터가 추가됐고, 일부 캐릭터의 이름이 바뀌었으나,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내용에는 큰 변함이 없다. 원작의 판타지에다 온갖 정성을 기울인 이미지와 소리를 입힌 결과물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코렐라인과 엄마와 아빠는 외딴 마을의 빌라로 이사온다. 새집에서의 첫날부터 소녀는 심심하다. 종일 컴퓨터에 매달려 일하는 엄마와 아빠는 코렐라인과 놀아주지 않고, 아랫집에 사는 두 할머니와 윗집에 사는 할아버지, 그리고 다소 엉뚱한 이웃 소년에게도 별로 재미있는 구석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코렐라인은 집의 한 구석에서 조그만 문을 발견한다. 문을 열면 좁고 울퉁불퉁한 통로가 나오는데, 그 너머엔 놀랍게도 이쪽 세상과 똑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다. 이상한 세상의 다른 엄마와 아빠는 언뜻 친절하고 다정해 보이지만, 검은 단추로 된 눈동자를 가진 그들은 코렐라인에게도 단추 눈을 붙이려고 한다. 소녀는 사라진 진짜 부모를 구하고 영혼을 잃지 않기 위해 모험길에 오른다. ‘코렐라인’은 용감한 정신과 행동으로 가짜 세계로부터 소중한 진짜를 구해내는 소녀의 이야기이며, 애니메이션은 아름답고 신비한 영상으로 가득하다. 영락없이 아동용 영화라고? 글쎄다, 그렇게 보기엔 문제가 없지 않다. 셀릭과 게이먼의 나라는 기본적으로 ‘섬뜩한 공포와 끔찍한 진실’에 바탕을 두고 있어서, ‘코렐라인’을 어린 관객에게 권하기엔 마음이 영 안 내킨다(오히려 예술영화와 공포영화 팬에게 더 맞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요즘 추세에 따라 ‘코렐라인’도 ‘3D 애니메이션’으로 완성됐는데, 여기에도 장단점이 있다. 입체감(사실 그리 입체적이지도 않다)과 듣기 편한 한국어 더빙을 원한다면 3D 버전을, 선명한 색감과 화사한 빛과 오리지널 음성을 선호한다면 2D 버전을 선택하길 바란다. 원제 ‘Coraline’, 개봉 21일. 영화평론가
  • 국립국악원 28일 ‘단오 국중대회’

    국립국악원 28일 ‘단오 국중대회’

    국립국악원은 오는 28일, 음력 5월5일 단옷날을 맞아 서울 국악원 야외극장 별맞이터에서 ‘2009 단오 국중대회’를 연다. 단오는 추위가 늦게 계속되는 북쪽지방까지 비로소 날이 풀리고 농부에게는 파종을 하고 모를 낸 후 약간의 휴식이 생기는 시기로, 이날 하루만은 마음껏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이번 단오 국중대회는 주요 절기마다 특별공연으로 펼치는 ‘절기공연’의 일환으로, 기존의 놀이형 행사에서 벗어나 단오의 뿌리와 의미를 되새기는 프로그램으로 꾸몄다. 국립국악원은 부여, 고구려, 삼한의 제천행사인 영고, 동맹, 오월제와 같은 제천행사를 일컫는 국중대회와 단오를 연결해 풍년을 기원하는 기풍제와 관객이 함께하는 ‘단오 난장’ 등으로 공연을 준비했다. 북의 대합주 ‘북의 제전’으로 시작해 제관이 하늘에 올리는 축문인 ‘고천문’을 읽는 하늘 부름, 소망을 담은 비나리, ‘강릉관노가면극’과 ‘단오놀이’ 등으로 이어진다. 또 별맞이터 입구에서는 투호놀이, 단오부채 만들기(재료비 5000원)를 진행하고 수리취떡과 오미자 화채를 맛보는 자리도 준비돼 있다. 삼대가 함께 온 관람객에 한해 할아버지, 할머니는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무료 입장객은 인터넷이나 전화로 예약하면 좌석을 미리 지정받을 수 있다. 관람료 5000원. (02)580-3300.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日 민주당 대표 경선 귀족 정치인 vs 反오자와 쇄신파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 선거가 2파전 구도로 굳어졌다. 16일 치러질 선거의 당선자는 당의 새로운 얼굴로 정권교체를 겨냥한 중의원 선거에 나서게 된다. 하토야마 유키오(사진 왼쪽·62) 간사장과 오카다 가쓰야(오른쪽·55) 부대표는 14일 당 본부에서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하토야먀는 오자와 이치로 대표와 정치적 행보를 같이한 만큼 ‘친오자와’, 반면 오카다는 오자와 대표의 사임을 요구한 의원 쪽의 지지를 받기 때문에 ‘반오자와’로 분류되고 있다. 둘 다 목표는 정권교체다. 하토야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민당 정권에 종지부를 찍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또 “괴뢰 정권이 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오자와 대표와 거리를 뒀다. 오카다도 이날 오후 “정권교체를 위해 앞장선다. 열린 당으로서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되찾을 것”이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두 후보 가운데 승자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강점과 약점이 뚜렷해서다. 때문에 민주당의 대표선거는 국민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하토야마는 온건하고 친근한 이미지와 함께 오자와 그룹의 지지를 받고 있다. 당 안에서는 기반이 확고, 오카다를 한참 앞선 상태다. 문제는 간사장으로서 ‘오자와 대표=하토야마’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점이다. 또 할아버지는 총리를, 아버지는 외무상을 지낸 전형적인 세습 정치인이다. 동생은 하토야마 구미오로 현재 총무상이자 자민당 의원이다. 오카다는 당 정치개혁추진본부장으로 국회의원 세습 제한과 기업단체 헌금 전면 금지 방침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당의 쇄신’을 강조하는 소장파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뿐 지지그룹의 폭이 넓지 않다는 게 약점이다. hkpark@seoul.co.kr
  •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생각이면 모든 게 끝?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견해를 같이 하면 모든 게 OK인가?  미국의 정치 전문 블로그 ‘폴리티코’가 12일(현지시간) 미스 USA 대회 개최권을 갖고 있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를 꼬집었다.이 블로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 상쾌하지 못한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짐짓 비아냥거렸다.  트럼프는 이날 아침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성애에 관한 발언에 이어 10대 시절 찍은 상반신 나체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돼 논란을 빚어온 미스 캘리포니아 캐리 프리진(21)의 2009 미스 USA 준우승 타이틀을 박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문제는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  트럼프는 지난달 미스 USA 본선에서 프리진이 했던 답변이 “미국 대통령이 내린 답변과 똑같다.”고 말했다.이어 자리에 앉아 있던 프리진을 가리키며 “어려운 질문을 받고 아주 솔직한 대답을 했다.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답변이었다.”고 감쌌다.나체 사진 파문에 대해서도 “그것 때문에 자격을 박탈해선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으며 (프리진이 찍은) 사진은 괜찮은 수준이라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프리진은 트럼프의 옹호에 고무된 듯 “미국 대통령과(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그리고 많은 미국인들이 나와 신념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또 울먹이는 목소리로 “나를 지지하는 수천개의 편지와 이메일을 받았다.”면서 “대회에서 페레즈 힐튼이 숨은 개인적 의도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는 질문을 했다.”고 역공을 했다.대회가 끝난 뒤에도 “증오에 찬 공격들, 비열한 루머들, 거짓 주장들이 난무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한 그는 사진 유출 역시 동성 결혼에 반대한 자신을 괴롭히려는 시도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난 운동가도 아니고 개인적 소신이 투철한 것도 아니다.”며 “단지 무대 위에서 그 질문을 받으면서 이번 폭풍에 휘말려든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2차대전에 참전했던 할아버지를 언급하며 그렇게 여러 사람이 싸워 쟁취한 자유가 남용되어선 곤란하다며 “미국에서 이런 일이 있어선 안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나체 사진들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던 10대 시절에 저지른 실수였다.모델에 지원하기 위한 차원이었지 결코 일반에 공개하기 위해 촬영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대회 본선 도중 프리진은 심사위원이었던 힐튼의 질문에 “결혼은 남녀간에 이뤄져야 한다고 믿어왔다.누군가 불쾌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가치관을 갖도록 길러졌다.”고 답했다.  이같은 답변은 최근 메인 주까지 가세해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주가 5개로 늘어난 미국 사회의 변화와 동떨어진 인식이란 비난을 사왔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우리 함께 별을 만들자/임나라

    [엄마와 읽는 동화] 우리 함께 별을 만들자/임나라

    새벽 6시30분. 깜깜한 성당 마당에 버스 한 대가 공룡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미래야, 얼른 올라타자. 날씨가 매섭네.” 엄마가 손을 잡았다. 미래는 살짝 손을 빼낸 채, 성큼 버스에 올랐다. 그러곤 운전기사 바로 뒷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모자를 푹 눌러써 버렸다. 엄마가 옆자리에 앉는 듯했으나 곁눈도 주지 않았다. 두툼한 겨울옷을 잔뜩 껴입고서도 추위에 발을 구르고 서 있던 사람들이 단숨에 모두 타자 버스는 이내 출발하였다. 맨 나중에 탄 아저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 섣달그믐에 태안 바다를 덮쳐버린 기름을 닦으러 새벽 추위를 무릅쓰고 달려오신 교우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 일이 마치 바닷물을 숟가락으로 퍼 담는 것과도 같겠습니다만….” 아저씨의 인사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한 아줌마가 앞으로 나오더니 랩에 싼 주먹밥과 우유 한 봉지씩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엄마가 두 몫을 받아 한 몫을 미래의 손에 쥐어 주었다. “아직 따뜻하네. 우유 한 모금 먼저 마시고 나서 천천히 먹어.” 엄마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엄마 몫은 앞좌석 뒤에 매달린 그물망에 모두 넣어 두었다. ‘엄만 먹지도 않을 거면서 왜 나만 먹으래?’ 그냥 짜증이 났다. 풍선처럼 팽팽해진 가슴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아이는 너뿐인 거 같구나? 몇 학년이야?” 버스 통로를 오가던 아줌마가 이제 서서히 동이 터 오는 동쪽 하늘만 뚫어져라 창밖으로 내다보고 있는 미래에게 물었다. 5학년요, 하려 하는데 말이 되어 나오질 않았다. 어젯밤부터 한마디도 말을 해 보질 않았기 때문에 입이 굳어 버린 걸까. “5학년인데, 몹시 추워하네요.” 엄마가 변명하듯 대신 말했다. “이렇게 모녀가 남을 위해 봉사를 떠나니 얼마나 보기 좋아요? 추워도 보람된 일이죠. 이 주먹밥 아줌마가 밤새 만든 거야, 먹어 봐.” 아줌마는 미래의 무릎에 놓인 주먹밥을 들더니 랩을 벗기곤 한 조각 떼어내어 미래 입에 넣어 주었다. 얼결에 입을 우물거렸다. “빈속이라 더 추울 거야. 우유도 마시고.” 우울한 기분과는 달리 새콤달콤한 주먹밥은 아주 맛이 있었다. “딸에게 나눔에 대한 추억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엄마도 그물망에서 우유를 꺼내 한 모금 마시며 이미 뒷자리로 가고 있는 아줌마에게랄 것도 없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캑, 캑. 갑자기 사래가 들려 주먹밥이 목에서 넘어가질 않았다. 엄마가 황급히 등을 두드려 주었다. 하지만 미래는 아직도 숨을 고르지 못해 핵핵대면서도 엄마 손을 차갑게 밀어냈다. 엄마 손은 힘없이 무릎 위에 얹혀졌다. ‘뭐, 추억? 꽁꽁 얼어붙은 겨울 바다로 기름 닦으러 가는 게 추억이 될 거라고? 나를 먼먼 땅으로 내쫓고서 엄마 혼자 추억을 곱씹어 보시겠다는 거지?’ 미래의 속마음을 다 알고 있는지 엄마가 손바닥으로 가슴을 살살 두드리며 큰 숨을 몰아쉬었다. 미래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씩씩거렸다. 아저씨가 백미러로 미래를 넘겨다보며 말했다. 아마 미래를 달래보려는 것 같았다. “엄마가 싫다는 너를 억지로 데리고 온 모양이구나? 기왕 온 거 참고 가 봐. 푸른 바다에 온통 기름덩이가 산처럼 둥둥 떠다니고, 해안의 바위와 수없이 깔린 돌들이 검은 기름으로 뒤덮여 있는 걸 보면 너도 그게 바로 인류의 재앙이라는 걸 느낄 수 있을 게다.” ‘인류의 엄청난 재앙이라는 것쯤 나도 안다고요. 그런데 지금 나는 그곳에 가기 싫어 화가 난 게 아니라고요.’ 미래는 답답한 마음에 의자 깊이 몸을 묻고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바닷가 모래사장엔 외계인 같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자루같이 큰 노란 방수복, 파란 마스크, 빨간 고무장갑, 색색의 털모자와 챙 달린 모자를 제멋대로 삐뚤빼뚤 쓴 사람들이 옷을 있는 대로 껴입어 부풀어진 몸을 천천히 움직이며 콜타르 같은 기름덩이를 걸레로 닦아내고 있었다. 걸레의 종류도 가지가지였다. 수건, 내의, 마대포, 이불홑청, 두루마리째 돌 위에 산더미처럼 부려 놓은 하얀 무명천, 기름이 닦일 것 같지도 않은 나일론 의류 등 집집마다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천들은 모두 모아진 듯했다. 커다란 바위에 매달려 기름을 닦아내는 사람들, 크고 작은 조약돌을 들고 하나하나 반짝반짝 닦아내는 사람들, 웅덩이를 파서 고여 든 기름을 플라스틱 바가지로 끝도 없이 퍼내는 사람들, 말할 시간도 아끼며 모두 묵묵히 자기들이 맡은 일들을 정신없이 해 나가느라 바빠 보였다. 행렬은 멀리 가물가물한 수평선 끝 해안에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다. 미래도 얼굴에 땀방울이 송송 맺히도록 온 힘을 기울여 기름때를 닦았다. 미래보다 더 어린아이들도 많이 와 있었다. 한참 열중하다 문득 눈이 마주치면 고무장갑 낀 손을 높이 흔들며 서로 파이팅을 하기도 했다. “땀 좀 닦자. 여기 깨끗한 수건도 있네.” 엄마가 미래에게 다가와 수건을 몇 겹으로 접어 얼굴에 맺힌 땀방울을 꼭꼭 찍어내 주었다. 미래는 화들짝 놀라 뒷걸음을 치면서 짧고 매몰차게 말했다. “싫어. 손대지 마.” 팽 돌아서며 미래는 엄마의 슬픈 눈을 보았다. 얇은 칼날에 살을 베일 때처럼 가슴이 섬뜩해졌으나 미래는 짐짓 모른 체 저만치 달음질쳐 엄마와 멀어졌다. 파도가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바위를 덮치고 나선 까르르 멀어져 갔다. 사람들은 손놀림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잠깐씩 파도가 펼쳐내는 장관들을 구경하며 미소를 짓기도 하였다. “멀쩡한 바다에 기름을 쏟아 순식간에 물고기들을 떼죽음시키고…, 바다가 죽어 가네…, 온갖 해초들이 다 죽어가네에. 이런 참변이 어디 있을꼬? 두 번 다시 일어나선 안 될 악몽이여, 악몽. 조금만 조심했더라면….” 한 할아버지의 탄식 소리는 바위와 바위가 맞붙어 동굴처럼 파인 곳에 온 몸을 굽혀 검은 기름덩이를 한 움큼씩 파서 양동이에 옮겨 담을 때마다 끊겼다 이어졌다 반복되곤 하였다. “미래야, 어젯밤엔 네게 자세한 얘길 할 수가 없었단다. 사실은 엄마가….” 어느 결에 엄마가 다가와 옆에 서 있었다. “많이 아파. 너도 조금 짐작은 하고 있겠지만.” “아주 많이?” “응. 그래서 아빠에게 널 뉴질랜드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 거야. 다행히 아빠도 이제 정신을 차려서 목수 일도 열심히 하고 계신대. 그곳엔 목조건축 일이 많아서 열심히만 하면 빌더로 인정받을 수도 있어 살기는 괜찮다는구나. 새엄마가 될 그 아줌마에게도 널 반갑게 맞아달라고 했어.” “누가 간댔어? 누가 부탁하랬어? 그럼 엄만 누구랑 살고 치료는 어떻게 할 건데?” 숨 가쁘게 쏘아대던 미래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듯해서 둑방으로 올라왔다. 엄마도 숨을 할딱이며 따라 올라왔다. “수술을 해 봐야 안대. 엄마가 만약 살아서, 살아서 건강해지면 다시 널 꼭 데려올게. 지금은 너라도 가서 편하게 살아야지.” 미래는 야속한 엄마가 불쌍해 목이 메었다. 더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오후가 되자, 바다는 점점 더 짙은 회색빛으로 변해 갔다. 확성기의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이만 작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만조 때까지 하려 했으나 곧 눈이 쏟아질 것 같으니 서둘러 마무리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먼 길, 안녕히 가십시오.” 그러더니 5분도 채 안 되어 눈발이 마구 흩날리기 시작했다.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자면서도 울었던지 가끔 흐느끼다가 놀라 깨기도 한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따뜻한 엄마의 손길이 느껴졌다. 태안에 기름 유출 사건이 생긴 것만큼이나 미래에겐 아픈 엄마와 헤어져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견딜 수가 없었다.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나면서부터 미래의 가슴은 또다시 방망이질을 해댔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기지개를 켜는지 끄응, 끄으응, 소리를 내며 버스 안이 부산스러워졌다. 추위에 일하느라 고단했던지 모두 미래처럼 버스에 오르자마자 잠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텔레비전을 켰다. 미래는 창가에 앉은 엄마 쪽을 슬며시 돌아다보았다. 엄마는 잠도 자지 않은 듯 두 손을 맞잡은 채 입술을 달싹이고 있었다. 엄마는 무슨 기도를 하고 있는 걸까. 텔레비전에선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기 시작했다. 기후온난화로 인해 뉴질랜드와 가까운 조그만 섬나라가 해수면이 점점 높아져서 몇십 년 후엔 물속으로 가라앉게 되리란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수면이 높아진 파도가 갑자기 덮쳐들 것을 걱정하며 집 앞을 돌로 쌓기도 하고, 아예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기도 하였다. 모두 근심에 싸인 표정들이었다. 스텔라라는 여자아이가 화면에 나타나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막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우리를 도와주세요. 세계의 선진국 모든 사람들이 연료를 덜 사용해 주시고, 자동차를 줄여 주세요. 매연을 줄여 주세요.’ 그리고 이어 순박해 보이는 스텔라 엄마의 모습이 비쳐지며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는지는 몰라요. 하지만 스텔라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슬프지만 뉴질랜드로 이민 보내려고 해요.’ 스텔라의 눈이 푸른 별처럼 크고 참 맑아 보였다. ‘스텔라야. 나도 뉴질랜드로 가게 될 거 같아. 그곳에서 널 만날 수도 있겠지? 우리 함께 별을 만들자. 그 별을 하늘 높이 띄워 보자. 그리움의 별을 말이야.’ 미래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울고 있는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 ●작가의 말 태안 앞바다에 기름 유출사건이 났을 때 두 번에 걸쳐 기름을 닦으러 간 적이 있었다. 차마 맑은 눈으로는 바라볼 수 없는 처참한 환경파괴의 장이었다. 또 한편 지구 저쪽, 지구온난화로 인해 점점 바닷물에 잠겨가고 있는 조그만 섬나라를 기억하고 싶었고, 이런 소용돌이 시대 속에서도 묵묵히 변화를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의 아픔을 그려보고자 하였다. ●약력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하늘마을의 사랑)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파랑이의 구름마차) ▲동화집 : 하늘마을의 사랑, 무화과나무집 ▲현재, 한국조형예술원 근무
  • [열린세상] 전직 대통령의 죄/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열린세상] 전직 대통령의 죄/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엄마 대통령할아버지 왜 저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모습을 TV로 본 아이들이 물었다. 8살, 6살 때였다. 순간 몹시 당황했던 난 뭐라 대답해야 할지 잘 몰랐다. “ 대통령 할아버지가 잘못을 해서 그래.” “대통령도 잘못을 해? “ 질문이 끊이지 않던 아이들은 특히 대통령이 정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가졌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 난 대통령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리고 아이들에게 교육의 근간을 무너뜨린 것이 이들의 가장 큰 죄란 생각을 했다. 요즘 또 한사람의 전직 대통령 때문에 우울하다. 다른 전직대통령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마음이 착잡하다. 그에 대한 실망은 늘 언행에 관한 것이었다. 재임 중이나 퇴임 후 그는 참으로 많은 말을 했으나 대부분 나라에 보탬이 되지 않았다. 도덕성 발달에 대한 연구에서 도덕성이 잘 발달된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들을 비교한 적이 있다. 의외로 이들 부모의 훈육방식에는 차이가 없었는데, 온화하고 자율적인 훈육방식이 체벌이나 통제적인 것보다 효과가 있다는 기존 이론과는 다른 결과였다. 도덕성이 잘 발달된 사람에게서 나타난 특징은 부모의 훈육방식과는 상관없이 부모를 신뢰하고 존경한다는 것이었다. 신뢰하고 존경하는 부모 밑에서 도덕성이 잘 형성되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자식이 신뢰하고 존경하는 부모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해당범주는 단 하나, 생활 속에서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부모였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부모가 ‘거짓말하지 마라.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마라. 열심히 살아라.’ 가르치면 효과가 컸다. 그러나 불성실하고 정직하지 못한 부모는 아무리 고운 말과 세련된 방식으로 ‘바르게 살라.’고 가르쳐도 소용없었다. 모든 지위에는 그에 맞는 역할이 있다. 부모, 교사, 성직자, 심지어 학생도 해야 할 역할이 따로 있다. 역할을 제대로 할 때 권위와 명예가 산다. 대통령은 한나라의 통치자로서 최고의 권위와 명예를 가진 만큼 누구보다도 높은 도덕성과 능력과 판단력을 요구하게 된다. 공직사회의 청렴을 부르짖던 대통령이 부적절한 돈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몹시 실망스러운 일이다. 자연채무니, 형제 같은 마음으로 주고받았다는 얘기들도 기가 찰 노릇이다. 한술 더 떠 그의 한 참모는 다른 전직대통령에 비해 액수가 적다는 것을 강조하며 생계형비리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인지 심리학자인 피아제는 인간의 도덕적 판단능력이 유아기엔 타율적이고 이성을 판단할 수 있는 단계로 가면 자율적이 된다고 하였다. 유아기엔 행동결과만을 놓고 그 양을 비교하여 잘잘못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백원을 훔친 사람과 천원을 훔친 사람 중 누가 더 나쁘냐고 물으면 어린아동들은 천원을 훔친 사람이 더 나쁘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자율적 판단단계로 가면 훔친 동기나 과정을 고려하고, 또한 액수와 상관없이 훔치는 것은 다 나쁘다는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죄는 어쩜 ‘한나라당 불법자금의 10분의1이 넘으면 처벌을 받겠다.’고 한 예전의 그 말인지도 모른다. 그 후 우리는 잘잘못을 판단하는 데 대단한 혼란을 가져왔고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이러한 기준이 스펀지에 물 스며들듯 새겨지고 말았다. 모두가 유아기적 판단을 하게끔 만들어 놓은 것이다. 지금 언론이나 심지어 검찰도 이런 맥락에서 고민하고 있지 않는가. 이러한 논리가 적용되는 한 우리는 어떤 것도 잘잘못을 가릴 수 없다. 죄를 지은 사람은 자기보다 더 많은 죄를 지은 사람을 가리키며 배짱을 부릴 것이다. 잘못을 한 아이들도 자기보다 더 잘못한 아이들 때문에 반성할 필요를 못 느낄 것이다. 결론적으로 교육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 [9일 TV 하이라이트]

    ●과학카페(KBS1 오후 7시10분) 개는 코로 세상을 본다? 사람보다 1만배 이상 뛰어난 개의 후각능력. 개의 후각세포 수는 무려 2억 2000만개에 달한다. 예민한 후각을 이용해 마약탐지견, 암 탐지견에서 재난 구조견까지. 개들은 우리 주변에서 다양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개들의 다양한 행동.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을 공개한다.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오전 8시30분)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카프카스(코카서스) 지역의 중앙에 위치한 그루지야는 자연의 축복을 톡톡히 받은 땅이다. 동서로 길게 해발 4000m의 카프카스 산맥이 지나고, 그 앞으로 푸른 초원과 포도밭이 펼쳐지며 이곳에 풍요를 선사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교차로, 그루지야로 떠나본다. ●효도우미 0700(EBS 오후 5시10분) 전남 무안의 김종풍 할아버지는 어려서 영양실조로 인한 고열로 청각을 상실하면서 언어능력까지 함께 잃어버리고 말았다. 들리지도 않고, 말하지도 못하는 어둠의 세계. 낳아 키운 자녀들조차 할아버지와 대화를 하려면 큰 노력이 필요할 정도이다. 들리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김종풍 할아버지의 사연을 들어본다. ●토마토(YTN 오전 8시25분)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폐경. 중년 여성이 겪어야 할 당연한 고통으로 생각하며 대다수의 여성들이 폐경을 우울하고 힘들게 보내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40세 전 가임기 여성에게도 조기 폐경이 나타나고 있다. 폐경으로 오는 갱년기 증후군.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아본다. ●김정은의 초콜릿(SBS 밤 12시10분) 3집 신곡 ‘아이스크림’으로 사랑 받고 있는 윤하와 17집으로 돌아온 대선배 인순이가 ‘김정은의 초콜릿’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 ‘Diva Best 명곡’이라는 주제로 차트 대결을 펼친 두 사람은 각자의 음악인생에 영향을 미친 여성가수들을 뽑고 즉석에서 노래를 부르는 시간을 마련한다. ●2009 외인구단(MBC 오후 10시50분) 유성에 훈련생 테스트를 받으러 간 혜성은 구장 입구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엄지와 동탁을 발견한다. 그 길로 달려가 엄지의 손목을 낚아 채는 혜성. 예상치 못한 혜성과의 재회에 엄지는 놀라움과 감동이 교차한다. 한편 혜성은 유성의 훈련생 입단 제의를 받고도 동탁을 이기고 싶다는 이유로 입단을 거절한다. ●솔약국집 아들들(KBS2 오후 7시55분) 혜림은 혼자서 조용히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수진이는 가사 도우미까지 구하겠다는 혜림에게 화를 내며 이러려고 한국에 왔냐며 따진다. 한편 은지는 스캔들 기사를 핑계삼아 선풍이를 불러낸다. 술 취한 은지를 업고 가다 복실이를 만나자 당황한 선풍은 어쩔 줄 몰라한다.
  • [현장 행정] 마포구 경로당 컴퓨터 교실

    [현장 행정] 마포구 경로당 컴퓨터 교실

    “오늘은 한글 프로그램 중에서 글자 스타일 바꾸는 방법을 배울 겁니다. 여기 이 문장을 드래그(drag)한 다음 마우스 오른쪽을 클릭하시고….” 지난 6일 오후 마포구 성산2동 대우경로당. 머리가 희끗한 최윤기(76) 할아버지가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독수리 타법으로 열심히 자판을 두드렸다. 강사 역시 나이 지긋한 김정오(78) 할아버지다. 돋보기를 눌러쓴 김 할아버지는 수강생인 최 할아버지와 불과 두살 차이다. 김 할아버지는 이날 최 할아버지에게 1시간가량 글씨 크기 바꾸는 법, 문자색 변환 등을 5~6번씩 반복해 가며 가르쳤다. 사실 강사인 김 할아버지도 4년 전까지는 인터넷의 인자도 모르던 ‘컴맹’이었다. 그랬던 김 할아버지가 컴퓨터 강사로 바뀔 수 있었던 것은 바로 2005년 마포구가 운영했던 ‘구민 정보화 교육’ 덕분. 그는 3개월 간 진행된 교육기간 하루도 빠짐없이 강의를 녹음해 가며 컴퓨터 공부에 집중했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엔 마포구 ‘구민 정보화 교육생 경진대회’에서 어르신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제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 ‘컴퓨터 도사’로, 지역 내 경로당에선 소문난 컴퓨터 강사로 통한다. ●월 20만원 강사료 받아 지난달부터 2주간 교육을 받은 최 할아버지도 이젠 이메일을 매일 확인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예전엔 일일이 손으로 작성해 방문·제출했던 노인회 경로당 회원 명단도 지금은 한글 프로그램으로 작성해 이메일로 직접 보낸다. 그는 “컴퓨터를 배우고 세상이 더 넓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교육이 끝나면 내가 배운 것처럼 다른 노인들을 가르쳐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마포구 경로당이 때아닌 ‘컴퓨터 삼매경’에 빠졌다. 마포구가 지난 4월부터 대표적 정보 소외계층인 노인들을 대상으로 ‘경로당 컴퓨터 교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구는 지난해까지 지역내 경로당 70곳에 서울 정보기술(IT)희망나눔뱅크로부터 지원받은 중고 PC를 전달했다. KT신촌지사를 통해 인터넷도 설치했다. ●10월까지 70개 경로당서 컴퓨터 교실 구는 또 올 초 경로당 컴퓨터교실 강사로 활동할 60세 이상 노인 30명을 모집, 지난 3월까지 2개월간 인터넷 기초, 문서 편집, 한글 작성 등 컴퓨터 기초이론 등을 강의했다. 구가 2005년부터 운영한 노인 정보화교육을 1~2년간 받았던 노인 가운데 28명이 컴퓨터 강사 교육을 받았다. 노인 컴퓨터 강사들은 10월까지 경로당 1곳을 맡아 2개월 간 순회 강의를 한다. 주 3회 2시간가량 교육하며, 월 20만원의 강사료도 받는다. 구는 현재 주로 경로당·자치위원회장 등을 위주로 강의하지만, 차차 교육 대상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10월엔 경로당 컴퓨터 교실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정보화 경진대회도 열기로 했다. 신영섭 구청장은 “비슷한 나이대의 강사가 경로당에서 눈높이에 맞게 컴퓨터 교육을 해주기 때문에 이해도 빠르고 자극도 돼 교육효과가 더 높다.”면서 “경로당 내 새로운 IT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컴퓨터 교실 사업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강아지똥 할아버지(장주식 글·최석운 그림, 사계절 펴냄) ‘강아지똥’ ‘몽실 언니’의 작가로 고인이 된 권정생 선생의 삶을 그린 그림책. “나는 나를 동물 이하로 여기며 살테야. 짐승들도, 세상도 얼마든지 아름답거든.” 부도, 명예도 마다하고 평생 자연의 품에서 작고 약하고 낮은 생명들과 함께 했던 선생의 이야기에 화가 최석운의 삽화가 실렸다. 9800원. ●마음 깊이 어루만짐, 후스르흐(김성희 글·그림, 한솔 수북) 새끼를 낳는 낙타 가운데 출산의 고통을 준 새끼가 두려워 젖을 안 주고 피하는 낙타가 있다고 한다. 몽골에서는 마두금이란 전통 악기를 켜고 따스한 손길로 어미 낙타를 쓰다듬어 두려움을 없애주는데 이 의식을 그려낸 책이다. 9500원. ●하늘만 허락한 슬픈 사랑(한교원 글·경혜원 그림, 생각의나무 펴냄) 고전 소설 ‘운영전’을 쉽게 풀어썼다. 작자와 쓰인 연대가 알려지지 않은 ‘운영전’은 안평대군의 궁녀 운영과 젊은 선비 김진사의 애절한 사랑을 다뤘다. 다른 고전소설과 달리 결말이 비극적이고 액자소설 형태라는 것이 특징. ‘교과서에서 쏙쏙 뽑은 우리고전’ 시리즈의 16번째 책. 9000원. ●네스호 괴물의 행운 편식하는 아이 이야기(A W 플래히터 글·스콧 매군 그림, 신윤조·이명희 옮김, 마루벌 펴냄) 정체불명의 생물로 세인의 두려움을 자아냈던 네스호 괴물. 한낱 작은 벌레에 지나지 않았던 이 괴물이 실은 편식하는 아이들이 버린 오트밀을 먹고 자랐다는 엉뚱한 상상이 즐거운 그림책. 1만원. ●청소년을 위한 마지막 강의(윤승일 글, 살림프렌즈 펴냄) 조수미, 안철수, 엄홍길, 이어령, 박원순 등 우리 사회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명사들이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삶의 조언. 저자는 10대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거장들을 직접 찾아가 청소년들이 꼭 하고 싶었던 질문을 대신 전했다. 1만 1000원.
  • [깔깔깔]

    ●장갑 사이즈어떤 남자가 아내에게 장갑을 사주기 위해 상점에 갔다. 그런데 크기를 알 수가 없었다. 상점 여직원이 친절하게 물었다.“사이즈를 모르시겠다고요? 그럼 저의 손을 만져 보세요.”남자는 여직원의 손을 만지작거리고는 장갑 하나를 샀다. 돌아가던 남자는 다시 상점으로 와서 수줍게 말했다. “사는 김에 브래지어도 살까 하는데요.”●똑똑한 아들아버지와 아들이 교회에 갔다. 기도 중에 아버지가 ‘오, 하나님 아버지’라고 하자 아들도 ‘오, 하느님 할아버지’라고 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속삭였다.“너도 ‘하나님 아버지’라고 하는 거야.”아들이 물었다.“아빠한테도, 나한테도 아버지야?”“그렇지, 아들 똑똑하구나. 알겠지?”그러자 아들이 마지못해 하는 말.“그래…. 형.”
  • [7일 TV 하이라이트]

    ●생로병사의 비밀(KBS1 오후 10시) 한 생명이 태어나기까지 엄마 뱃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40주. 40주가 되면 태아는 비로소 모든 준비를 마치고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하지만 채 세상에 적응할 준비를 마치지 못하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다.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들이 세상에 적응해가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만나본다. ●장화홍련(KBS2 오전 9시) 장화가 일본여행에서 돌아오자 태윤은 변 여사를 모시고 서울로 올라가려고 한다. 그런데 변 여사는 거기 악마가 살고 있다는 말로 태윤과 홍련을 놀래키고, 장화는 태윤이 자주 가는 곳이 바로 변 여사를 버렸던 충청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수찬은 홍련의 용마루집을 사들인 사람이 태윤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신데렐라 맨(MBC 오후 9시55분) 유진은 완성된 샘플을 조심스레 운반하고, 자신의 옷이 좋은 평가를 받자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품평회를 앞두고 유진의 옷을 입기로 한 모델과 연락이 안 되고, 결국 유진은 직접 옷을 입기로 한다. 한편 인터넷 쇼핑몰에 자신의 옷과 똑같은 옷이 있는 것을 본 유진은 깜짝 놀란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오후 8시50분) 공장 안을 맴도는 한마리의 개. 뒷다리를 질질 끌며 앞다리로만 걷고 있고, 시멘트 바닥에 쓸려 살갗이 벗겨진 심각한 상태이다. 오직 앞다리로 걷는 개 복덩이를 만나본다. 또 집 안에 무려 108개의 돌탑을 쌓은 권순철씨, 달 밤에 댄스 삼매경에 빠진 신태환 할아버지를 만나본다. ●얼쑤! 한국어쇼(EBS 오전 6시) 집 밖까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멜린다씨네 집. 딸 셋이 모이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남편과 세 딸이 함께 하는 김치 담그기 대작전! 모두 팔을 걷어 붙이고 김치를 담가 보는데…. 한국 음식 중 김치 담그는 게 제일 자신 있다는 필리핀 여성 멜린다씨. 과연 김치 맛은 어떨까.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35분)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지난달 23일부터 일주일에 걸쳐 미국 곳곳을 돌며 강연을 펼쳤다. 그 중 달라이 라마의 강연이 펼쳐졌던 UC 버클리대를 찾았다. 강연의 주제는 ‘동정심을 통한 평화’. 그는 인류의 발전 속에 서로에 대한 이해와 동정심이 결여됐다며 내적인 가치를 거듭 강조했다.
  • “오늘의 나를 있게한 어머님께 바칩니다”

    “오늘의 나를 있게한 어머님께 바칩니다”

    삶이 퍽퍽해질수록 유년으로 돌아가고픈 충동은 필연이다. 그 유년의 풍경이 어떻게 그려졌든 한구석에는 늘 어머니가 하나의 든든한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미술경영연구소’와 ‘미술관가는길’이 6일부터 이달말까지 ‘어머니’ 특별기획전을 서울 인사동 ‘미술관가는길’에서 갖는다. 김형근, 김흥수, 이만익, 최석운 등 내로라하는 화가 21명과 함께 ‘문단의 대표 화가’인 소설가 윤후명이 50호 내외의 작품 2점씩을 출품했다. 1967년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한 뒤 줄곧 소설을 써온 윤후명은 최근 몇 년 전부터 그림을 그려왔다. 그로서는 화가로 첫 공식 외도인 셈이다. 또한 담배장사를 하며 한국전쟁과 현대사의 격동기를 떠돌며 헤쳐온 그의 어머니에게 바치는 문학 아닌, 또 다른 형태의 헌사다. 윤후명뿐 아니라 22인 화가들의 작품은 한결같이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 애틋함을 표현하고 있다. 화가 이만익의 ‘어머니와 별’을 비롯해 최석운의 ‘어머니와 아들’ 등 그림을 주욱 둘러보기만 하면 애써 구구한 설명이 붙지 않더라도 가슴이 먼저 반응한다. 이미 곁을 떠났지만 하늘에서 늘 쳐다보고 있을 것만 같은 어머니, 뽀글뽀글 파마에 평범하고 촌스럽지만 억척스러웠던 우리네 어머니를 떠올리게 되면서 절로 눈시울을 젖게 만든다. 특히 이번 특별 전시회를 맞아 22인의 화가들과 함께 영화감독 방은진, 드라마작가 김수현 등이 어머니에게 부치는 편지를 모아서 기념 문집 ‘어머니, 그리고 엄마’를 냈다. 또한 16일, 23일에는 ‘명사로부터 듣는 어머니의 의미’ 등 특별강연회도 예정돼 있다. 한편 롯데월드에서는 ‘비교적 젊은’ 부모님이 즐길 수 있는 행사도 준비했다.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오후 6시 가든스테이지에서 ‘7080 카네이션 콘서트’를 펼친다. 박학기, 나무자전거 등이 1970~80년대 추억의 옛노래를 들려준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동반한 3대 가족 방문 고객을 위한 특별 우대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다문화사회의 다양성 더 반영을/남인용 부경대 신문방송학 교수

    [옴부즈맨 칼럼] 다문화사회의 다양성 더 반영을/남인용 부경대 신문방송학 교수

    오늘은 어린이 날이다. 새로운 생명을 길러내는 가정·사회·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저출산 경향으로 출산율 증대를 위한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다. 자살과 교통사고는 생존율을 높이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저출산 사회에 새로운 희망으로 등장한 외국인 식구들은 다문화사회를 지향한다. 서울신문은 출산율과 관련해 인구감소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해 왔다. ‘2018년 인구감소… 노인빈곤 대책 세워야’(1월21일), 대가족 제도를 통한 해결을 제안한 ‘보육문제 이렇게 해결을’(3월14일), 주명룡 한국은퇴자협회장의 칼럼 ‘저출산 고령화, 정부 대책을 찾습니다’(3월13일), 저출산의 주원인이 출산 기피를 강요하는 기업·사회·국가라고 지적한 문소영 차장의 칼럼 ‘누가 저출산 국가를 만드나?’(3월21일) 등이 주목할 만했다. 그동안 저출산 문제 진단과 함께 해결책이 다수 제안되었지만, 불임으로 인한 출산의 어려움, 미혼모 등의 문제로 인한 낙태, 취학 이후 가중되는 교육 부담에서 오는 출산 기피에 대한 분석이 미흡했다. 임신하려는 부부를 돕는 정책, 낳기만 하면 국가가 길러주는 정책, 교육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정책 등 장기적인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요즘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한 5가지 조건’으로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이해심, 할아버지의 재력, 옌볜 아주머니의 보살핌, 둘째의 희생’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자녀 양육에 있어서 어지간한 뒷받침으로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말이다. 첫째의 성공을 위해 항상 양보해야 할 둘째를 출산할 용기는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존율 또한 출산율만큼 중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청소년·여성·실직 남성·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자살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3월 자살 이상급증, 10·20대가 위험하다’(3월10일)가 이를 다룬 대표적 기사이다.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으로 교통사고, 특히 어린이 교통사고가 있다. ‘어린이 대공원에 교통안전체험관 개관’(3월25일)에서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다뤘다. 자살과 교통사고가 생존율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기에 자살과 교통사고의 예방 대책에 대한 관심이 더욱 요구된다. 서울신문은 저출산에 대한 대안으로 다문화사회를 제시하면서 집중 조명했다. 단일민족 국가에 근거한 현행 헌법의 개헌을 주장한 ‘개헌 다시 보자, 글로벌시대 포용할 따뜻한 헌법 필요’(1월1일), 다문화사회는 또 다른 품격 있는 문화의 창조라는 방은령 교수의 칼럼 ‘다문화사회와 한국인’(1월31일), 사설 ‘출산율 1.19, 이민수용 고민할 때 됐다’(2월27일), 박현정 이사의 칼럼 ‘다문화 소양을 말한다’(3월2일), 권선필 교수의 칼럼 ‘농촌의 세계화 이젠 도시가 배워야’(3월31일), 각 부처의 공동 대응을 촉구한 김도희 교수의 칼럼 ‘다문화가정의 안정과 통합을 위하여’(4월14일) 등이 돋보였다. 현재 우리 언론의 국제 면은 대체로 1개 면으로 발행되고 있다. 국제 면에서 다루는 기사는 주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강대국 중심이며 그 외의 나라는 드문 편이다. 뉴스의 시각 또한 서구 또는 강대국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만큼 국내 정치 면을 줄여서라도 국제 면의 양을 늘리고 우리 구성원의 다양성을 지면에 반영했으면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 유입인구가 늘고 있는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뉴스를 늘리고 그들의 입장에서 뉴스를 생산하기를 기대한다. 우리도 외국 언론이 자기 마음대로 우리나라를 바라보면 서운해하지 않는가? 남인용 부경대 신문방송학 교수
  • [엄마와 읽는 동화]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나를 키운다/심후섭

    [엄마와 읽는 동화]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나를 키운다/심후섭

    “아버지, 이곳의 나무를 좀 베어버려야겠습니다.” 아들이 전기톱을 든 채 씩씩거렸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곳을 갈아엎어 밭을 더 넓혀야 하겠습니다.” “아니, 밭은 지금도 묵는 것이 있는데…….” “아닙니다. 밭은 넓을수록 좋지 않습니까?” 그러자 팔십이 넘은 아버지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얘야, 너 지난번에 바닷가 낭떠러지 아래에 산처럼 쌓여 있는 양 떼들의 뼈를 보았지?” “네.” 아들의 대답은 여전히 퉁명스럽습니다. “그 뼈들이 왜 거기에 그렇게 많이 모여 있다고 생각하니?” “글쎄요. 누가 갖다 버렸겠지요.” “아니다. 그 많은 뼈를 무슨 수로 다 갖다 버리겠니? 양들이 거기에서 한꺼번에 죽었기 때문이란다.” “아니, 그럼 양떼들이 거기에서 자살을 했단 말입니까? 무엇 때문에…….” “양들은 죽고 싶어서 죽은 게 아니야.” “네에?” “뒤에서 마구 달려오니 앞에서는 밟히지 않으려고 정신없이 달리게 되었지. 그러다가 낭떠러지에 이르러서는 멈추지 못해 결국 모두 다 떨어져서 죽은 것이지.” “왜 달리게 되었는데요?” “너처럼 전기톱을 들고 설친 때문이지.” “아니, 양들에게 무슨 전기톱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양떼들은 늘 하는 것처럼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었어. 그런데 뒤에 있던 한 마리가 풀을 더 탐내어 맨 앞으로 나왔지. 그러자 모두들 조금씩 더 앞으로 나오게 되었어. 그러다 보니 양들은 서로 앞지르려고 달리기 시작했지.” “왜 자꾸 앞질렀습니까?” “조금이라도 풀을 더 많이 뜯어먹으려고 그랬지.” “아니, 들판에 온통 널려 있는 것이 모두 풀인데 왜 서로 그랬습니까?” “내 말이 바로 그 말이다. 바로 앞에 있는 풀만 해도 충분한데 조금이라도 더 많이 차지하려고 서로 앞지르다 보니 나중에는 그만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까지 무리가 늘어나게 되고 말았지. 조금씩 달리던 것이 점점 더 달리게 되었고……. 그러다가 점점 더 빨라지게 되자 마침내는 무엇 때문에 달리는지도 모르고 그저 밟혀 죽지 않기 위해 냅다 달릴 수밖에 없게 되었지.” “그러다가 낭떠러지를 만났지만 멈출 수 없게 된 양들이 모조리 한 구덩이에 떨어져서 다 죽게 되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지. 네가 톱을 들고 설치는 모습이 바로 그 양떼들이 조금씩 앞 달려나간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보이는구나.” “네에.” 그제서야 아들은 톱을 내려놓고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자, 그 톱을 다시 들고 저 백과공(白果公) 밑으로 가 보자.” “백과공이라고요?” “그래. 저 은행나무는 열매가 하얗지 않으냐? 그래서 옛사람들은 저 나무를 가리켜 ‘흰 열매를 가진 노인’이라는 뜻으로 ‘백과공’이라고 불렀어. 나무를 사람처럼 대하는 것이지. 나무를 사람처럼 부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해. 그건 바로 나무도 친구로 볼 수 있기 때문이지.” “네에.” “자세히 봐. 저 나무는 사람처럼 위엄을 갖추고 있지 않으냐? 다른 나무도 그렇지만 저 나무는 더욱 의젓하게 생겼고…….” “네, 그렇군요.” 백과공은 노인이 늘 기대어 쉬는 은행나무였습니다. 이삼백 년도 더 되어 밑둥치만 해도 열 아름이 넘었습니다. 나무 밑에는 안락의자가 놓여 있었고, 찻잔을 놓아두는 탁자도 있었습니다. 탁자 위에는 노인이 가끔씩 건강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사용하는 전파탐지기도 놓여 있었습니다. “자, 이 탐지기의 관을 저 나무둥치에 대어 보거라.” “네.” 아들은 귀마개처럼 생긴 탐지기의 관을 굵은 가지에 갖다 걸었습니다. “자, 이번에는 톱을 들고 그 나무에게 다가가 보거라.” 아버지는 전파탐지기의 스위치를 올리며 말했습니다. 아들은 톱을 윙윙 울리며 나무에게로 다가갔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전파탐지기의 바늘이 갑자기 날카로운 곡선을 마구 그려댔습니다. 아들은 깜짝 놀라 하마터면 톱을 떨어뜨릴 뻔하였습니다. 전파탐지기에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날카로운 선이 마구 나타났기 때문이었습니다. “봐라. 네가 톱을 들고 다가가니 나무가 이렇게 놀라지 않니? 우리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나무의 이런 비명이 계속되면 우리 인간들에게도 좋을 것이 없어. 사람들도 이런 스트레스를 계속 받으면 빨리 죽게 되고 말 것이야. 자, 이걸 좀 보거라.” 노인은 톱을 밀어내고 백리향꽃 화분을 들고 나무에게로 다가갔습니다. 백리향은 향기가 백 리까지 퍼져나간다고 붙여진 이름이었습니다. 그러자 전파탐지기는 화면에 부드러운 물결선을 그렸습니다. “자, 나무에게 아름다운 꽃을 들고 다가가니 이렇게 평화스러워하지 않느냐. 평화스러운 나무 밑에 앉아 있으면 사람도 저절로 평온해지게 되지.” “네에.” 아들은 다시 한번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너, 나무도 음악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겠지.” “네. 들어보았습니다.” “그래, 나무에게 시끄러운 기계 소리와 음악 소리를 오래 들려주었더니 음악 소리를 들려준 쪽이 훨씬 더 건강하게 잘 자랐다고 하지 않더냐.” “네에…….” “말이 없어 보이는 듯한 나무이지만 이처럼 다 생각을 하고 있어. 그런데 우리는 지금 당장 배불리 먹으려고 나무를 마구 베어내고 있어. 그러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될 것 같니?” 아들은 대답 대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야. 우리는 나무에게서 많이 배워야 해. 나무를 자세히 살펴보면 많은 역사를 짐작할 수 있어. 동네 근처에 있는 참나무에는 어른 눈높이쯤에 상처가 많아.” “누가 나무를 해롭게 하였군요.” “그렇지. 흉년이 들면 도토리를 따기 위해 커다란 돌멩이로 나무 등걸을 마구 때린 때문이지. 나무에 상처가 많이 생긴 해에는 인심도 사나웠다고 볼 수 있지.” “그러고 보니 그 부분이 많이 썩고 있었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사람들은 자꾸 욕심을 낸 때문이야. 도토리나무는 흉년이 들면 일부러 열매를 많이 맺어 우리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어. 그리고 풍년이 들면 열매를 적게 맺어 힘을 아껴 두고…….” “정말입니까?” “그렇지. 비가 적게 오면 곡식은 목이 말라 흉년이 들지만 도토리나무는 열매를 더 많이 맺게 되지. 비가 적으면 바람으로 이루어지는 가루받이가 더 잘 이루어지는 때문이지. 반대로 비가 많이 오면 곡식은 풍년이 들지만 도토리는 적게 달리게 되지. 그리하여 결국은 힘을 아끼는 셈이 되지. 다 하늘이 만들어낸 오묘한 삶의 이치이지.” “네에.” “그런데도 사람들이 자꾸만 나무를 때려 억지로 따내는 바람에 나중에 꼭 필요할 때에는 그 열매를 제대로 얻을 수 없게 되고 말지.” “아, 그러고 보니 지금도 지구의 곳곳에서 숲이 사라지는데 숲이 없어지는 만큼 사막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막이 늘어나는 만큼 사람은 더욱 살아가기 힘들게 되고…….” “그렇지. 사막에서 불어오는 흙바람 때문에 숨쉬기에 얼마니 힘드니? 따지고 보면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우리를 살려주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만물양아설(萬物養我說)을 거역하고 있어.” “네에? 만물양아설이라고요?” “그래, 나무와 풀은 물론이고 발에 이리저리 채이는 돌멩이까지. 그러니까 이 세상 모든 사물이 다 우리들을 길러주고 있다는 것이야. 우리가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한데 어울려야 한다는 것이지.” “네.” 아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무렵 손자가 학교에서 돌아왔습니다. 손자의 손에는 나무 한 그루가 들려져 있었습니다. 가지에는 발그레한 꽃눈이 맺혀 있었습니다. “웬 것이냐?” 할아버지가 나무를 받아들며 말했습니다. “오다가 냇가에서 주웠습니다. 물에 떠내려 온 것 같습니다.” 꽃나무는 물에 씻겨 껍질이 더러 벗겨져 있었습니다. “그렇구나. 그래, 어떻게 하려고?” “이 나무는 우리 집에는 없는 나무 같아요. 우리 집 담 밑에 심겠어요.” “그래, 그거 참 좋은 생각이로구나. 네 덕분에 우리 집이 더욱 아름다워지겠구나. 새로 철쭉꽃이 들어왔으니…….” “네에, 새 철쭉꽃이라고요?” 손자가 궁금해하였습니다. “그래, 철쭉이라는 이름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는 ‘척촉(??)’에서 왔대. 꽃이 너무 아름다워 지나가는 사람이 자꾸 멈칫거리게 되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바로 ‘척촉’인데 이 말이 변해서 ‘철쭉’이 되었다고 하는구나. 앞으로 우리 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다 네가 심은 이 꽃나무를 들여다보고 ‘야, 아름다운 꽃이로구나.’ 하며 걸음을 멈칫거릴 테니 바로 이 꽃이 새 철쭉꽃이 아니고 무엇이냐? 허허허!” 할아버지가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하하하! 꽃이 피거든 멀리 있는 이웃들을 초대해야 하겠습니다. 이웃을 본 지도 오래된 것 같으니…….” 아들이 톱을 내려놓으며 말했습니다. “네, 그게 좋겠어요. 하하하!” 손자도 웃으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온 집안이 웃음꽃으로 가득 찼습니다. ●작가의 말 이제 전 세계는 전쟁 난민이 문제가 아니라 기후 난민이 더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고온과 물 부족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사람들이 해마다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막에서 공룡의 뼈가 발견되고 숲의 흔적이 발견되는 것은 그 옛날 이곳이 깊은 밀림 지대였음을 말해 줍니다. 그러나 지금은 황사를 일으키는 메마른 사막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도 점차 사막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우리 후손들은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요? ●약력 ▲1953년 경북 청송 진보에서 출생 ▲경북대학교 교육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졸업(교육학 박사)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및 ´소년´지 동화 추천 완료 ▲제1회 MBC창작 동화 대상, 대구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수상 ▲동화집 ´나무도 날개를 달 수 있다´, ´의로운 소 누렁이´ 등 50여권 지음 ▲현재 대구학남초등학교장 및 대구교대 겸임교수
  • [도시와 산] (4) 남양주 운길산~예봉산

    [도시와 산] (4) 남양주 운길산~예봉산

    운길산(610m)은 순하지도 거칠지도 않다. 높지도 낮지도 않다. 하지만 한강 두물머리가 지척이어서일까 구름을 모은다. 태조 이성계는 이 산에서 구름이 흘러가다 쉬어가는 곳이라 해서 운길산이라 칭했다고 전해진다. 운길산에서 적갑산(560m), 철문봉(630m) 등을 지나면 역시 수도권의 명산 예봉산(683m)으로 연결된다. 조선시대 경기 동부, 강원 중북부 선비들이 한양으로 갈 때 임금이 사는 도성을 향해 신하로서 예를 표해 예봉(禮峰)이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운길산~예봉산 능선에는 아련한 역사의 숨결이 여기저기 스며 있다. 이춘규 편집국 부국장 taein@seoul.co.kr ●200년전 다산 정약용 선생 체취가 느껴진다 운길산~예봉산 능선은 다산능선이라고도 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 형제들과 인연이 많다. 특히 철문봉 정상에는 ‘정약용, 약전, 약종 형제가 집 뒤 능선을 따라 이곳까지 와 학문을 밝힌 곳’이라고 적혀 있다. 다산은 40세 때인 1801년 강진으로 유배생활을 떠나기 전에 약전·약종 형들과 현 팔당호 인근 생가를 나서 능선길을 산책하며 학문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약용·약전(귀양지서 사망)의 귀양과 약종의 순교로 삼형제는 이후 함께하지 못하게 된다. 다산은 생가 앞 두물머리 풍경에 대해 18년 유배생활을 했던 전남 강진군 다산초당이나 백련사에서 바라본 강진만의 풍경과 유사해 고향을 생각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두물머리에 팔당호가 생겼지만, 강진만 일부도 간척돼 풍경이 변했다. 생가는 예봉산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에 있다. 운길산 산허리에 자리잡은 수종사에도 역사가 숨 쉰다. 조선후기 사회변혁을 꿈꾸던 선각자들이 모여들었다. 초의선사, 다산, 추사 김정희 등 선사와 묵객들이 종파와 당색, 신분을 따지지 않고 사회변혁의 꿈을 다듬은 곳이다. 수종사(주지 동인)측은 “세조가 금강산을 다녀오다 두물머리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새벽에 이상한 종소리가 들려 잠을 깨 부근을 조사하게 하자 바위굴 속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울려 나왔으므로, 이곳에 절을 짓고 수종(水鐘)사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심었다는 550년 이상 된 거대한 은행나무 두 그루는 강변풍경과 조화롭다. ●시골처녀의 풋풋함과 만난다 다산능선을 종주하다 중간에 음료수가 필요하다 싶을 때면 맛 좋은 약수터가 있다. 수종사 입구와 절 안에 맛있는 약수터가 있다. 수종사 삼정헌에서는 멋진 두물머리 풍경을 보면서 공짜로 주는 차를 마실 수 있다. 고마운 마음은 불전함에 넣는다. 운길산으로 오르는 수종사코스는 수종사의 전망대가 좋다. 절상봉 코스는 정상에서 북한강과 두물머리쪽이 근사하다. 운길산 정상에서는 새해 일출이 압권이다. 여기서 보는 운길~예봉 능선과 골짜기 전경은 거대하다. 서울시내에서 전철로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산이 깊다. 도시의 번거로움이 절로 사라진다. 자동차 소음에서 완벽하게 해방된다. 명상에 제격이다. 봄~가을까지는 숲이 우거져 낮에도 어둡다. 지난해 말 운길산역이 개통되기 전에는 접근이 어려워 산꾼들만 찾던 코스였다. 특히 숲이 좋아 알레르기 치료에 좋다는 피톤치드를 많이 뿜어낸다. 알레르기 환자들이 이 능선길을 걸으며 상쾌한 호흡을 기원한다. L이비인후과 이모 원장은 “다른 숲도 마찬가지지만 숲이 좋은 이 능선길은 폐의 기능을 강화시켜 주어 알레르기 예방과 치료에 좋다.”고 말했다. 1년 전만 해도 시골처녀의 풋풋함을 간직했던 이 능선길이 이제 도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땅들이 침식당하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나무계단을 순차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원종철 남양주시 문화관광과장은 “전철 연장개통과 함께 미처 몰랐을 정도로 등산객이 몰려온다. 지역경제에도 도움된다. 부족한 주차장 등을 확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생물자원의 보고에서 새들과 얘기하다 3~4월 능선 좌우에 생강나무꽃이 흐드러진다. 은은하게 퍼져오는 향기는 황홀하다. 이어서 진달래와 철쭉이 화려함을 다툰다. 능선산행만 4시간 안팎이나 걸리는 이 산 토양은 기름져 이곳 진달래나 철쭉은 팔뚝만큼 두꺼운 것이 많다. 사철 생물다양성의 보고임을 확인한다. 소나무와 낙엽송이 여기저기 군락을 이룬다. 참나무과로만 굴참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들이 지천이다. 물푸레나무, 산벚나무, 피나무, 쪽동백, 참개암나무, 개옻나무 등 수종이 무척 다양하다. 바람의 능선이다. 능선에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나 참나무, 물푸레나무들은 줄기가 2~7개로 갈라진 게 많다. 짐승들의 낙원이기도 하다. 멧돼지는 흔한 동물이다. 골짜기에서는 고라니를 볼 수 있다. 너구리, 산토끼 등 포유류가 서식한다. 여름철새인 검은등뻐꾸기, 벙어리뻐꾸기, 뻐꾸기는 물론 꿩이나 산비둘기 등 새들과 얘기할 수 있다. 겨울에는 지척인 북한강, 남한강에서 기러기, 청둥오리들이 떼지어 물질을 한다. 총길이 13㎞ 안팎인 종주길은 수도권에서는 귀한 육산이다. 운길산 정상 양쪽에 약간 돌산의 형세가 있지만 그밖의 대부분 능선은 흙산이다. 그래서 무릎에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 관절이 좋지 않은 서울시민 송(75)씨 할아버지는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할머니와 자주 찾는다. 등산은 운길산역에서 수종사를 거치거나 능선길을 따라 운길산, 새재고개, 적갑산, 철문봉을 거쳐 예봉산을 지나 팔당역으로 향하는 종주코스가 산꾼들에게는 인기가 있다. 예봉산서 율리봉, 율리고개를 거쳐 팔당역으로 가면 6~7시간 걸린다. 힘이 부치면 새재고개에서 약수터를 지나 도곡리, 도심역으로 가는 4~5시간 코스가 있다. 역코스도 좋다. 운길산역서 운길산만 올랐다가 내려가거나 팔당역서 예봉산만 올랐다 내려가는 3시간 안팎 걸리는 코스는 가장 대중적이다. ■ “다음 내리실 역은 운길산역입니다” 지하철·전철노선의 확장은 산행지도를 확 바꾼다. 중앙선전철의 단계적 연장도 마찬가지다. 중앙선은 2007년 말 덕소에서 팔당역까지 연장개통되면서 주변 명산을 찾는 등산객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임섭 팔당역 역무원은 “재래선 역사일 때 하루 2~3명만 이용했으나 개통 뒤 평일 1500여명, 주말 5000여명이 이용한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말 중앙선이 양평군 국수역까지 연장되자 산행지도는 놀랍게 변했다. 국수역의 청계산(658m)이나 직전 양수역에서 갈 수 있는 부용산(366m)으로 가는 등산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전철이 연장개통되며 예봉산을 찾는 등산인구가 줄어들지 않고 중앙선 이용 전체 등산인구가 증가했다. 그래서 예봉산 등산을 마치면 한 시간에 두 번씩 있는 용산행 전철은 덕소역까지는 좌석이 충분했었지만 올해 들어 자리잡기가 어렵다. 국수역의 경우 “재래역사일 때 하루 100명 이하이던 이용객이 최근 80배인 8000명 정도로 늘었다.”고 이광훈 역무원이 밝혔다. 올해 말 산행지도는 또 바뀐다. 용문역까지 연장개통되기 때문이다. 원주까지도 빠르면 내년 말 개통될 예정이지만 예산문제로 1~2년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들 구간은 멋진 산들을 품고 있어 향후 산행지도는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상권에도 대변화가 일고 있다. 팔당역 인근 예봉산 입구는 지난해부터 음식점이 늘었다. 등산전문점도 생겼다. 능선길 여기저기는 간이 막걸리가게들이 있다. 최근엔 운길산역과 국수역 주변에 가게가 늘고 있다. 운길산 수종사 입구에는 농산물 좌판점들이 늘고 있다.
  • 「미스·대한결핵협회」김정자양-5분 데이트(193)

    「미스·대한결핵협회」김정자양-5분 데이트(193)

    대한결핵협회 지도과「타이피스트」김정자양(23)이 이번주 표지「모델」. 뚜렷한 윤곽과 시원스럽게 큰 눈을 가진 이국적 용모. 165cm의 키. 33-24-34의 날씬한 몸매 때문에 남자들에게「프러포즈」도 많이 받고 주위에서「패션·모델」이나 영화배우가 되라는 권유를 곧잘 듣는다. 고등학교 때부터 배구와 육상을 열심히 했더니 몸매가 다듬어진 것 같다는 김양의 추측. 상업하는 김철성씨(47)의 2남3녀중 맏딸. 중앙여고를 나왔다. 쾌활한 성격이어서 남의 기분을 썩 잘 맞춰주지만 손해나는 일은 절대로 안한다는 깍쟁이. 돈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매일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며 월급의 반은 곗돈으로 붓는다. 2~3년쯤 더 직장생활을 하다 결혼해서 조용히 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등산과 수영이 취미. 할아버지 때부터의 천주교 집안이어서 결혼도 같은「가톨릭」교인끼리 했으면 하는 집안이나 김양의 바람이다. 「팝송」듣기를 즐겨하는데 좋아하는 가수는「톰·존스」와 조영남. 혈액형은 O형. <원(媛)> [선데이서울 72년 7월 16호 제5권 29호 통권 제 1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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