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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북 ‘장수마을’ 화려한 변신

    성북 ‘장수마을’ 화려한 변신

    성북구 삼선동 293 일대에는 지은 지 40~50년 된 노후주택들이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에 오밀조밀 모여 있다. 일명 ‘장수마을’로 불리는 이곳이 화사하게 변신했다. 구는 한성대 회화과와 미디어디자인학부 학생 100여명이 지난달 장수마을을 찾아 20여가구의 담과 계단에 그림을 그리며 봉사활동을 펼쳤다고 20일 밝혔다. 벽화는 학생들이 제시한 150여개의 시안 가운데 주민 의견을 반영한 작품들로 구성했다. 가파른 계단에는 화분들이 놓이고, 초록색을 좋아하는 할머니의 집 담벼락에는 한겨울에도 푸른 나무가 싱싱하다. 피노키오 동화를 좋아하는 소년의 집 담에는 동화 속 주인공들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집에는 실제 화초들과 어울리는 박넝쿨에 박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낮은 계단에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와 손녀가 밝게 웃는 그림도 선보여 예의를 강조하는 지역 이미지를 풍긴다. 장수마을은 2004년 지정된 삼선 4구역 주택재개발사업에 포함됐지만 인근에 서울성곽과 삼군부총무당 등 문화재가 있고 급경사 구릉지여서 6년째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무허가주택이 많아 정비사업이 절실하지만, 재개발이 되더라도 주민정착률은 아주 낮을 것으로 보여 구청 고민이 적지 않다. 김영배 구청장은 “마을을 안정적이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춘 곳으로 조성할 수 있는 대안 개발을 여러모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머리만 잘 감아도 탈모 예방

    탈모에 관한 많은 속설 중 대표적인 게 ‘할아버지 탓’이다. ‘탈모는 부계를 따라 한 대 걸러 유전된다.’는 속설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부모 양쪽에서 모두 유전될 수 있음이 밝혀져 이 속설은 속설에 그치게 됐다. ‘대머리는 정력이 세다.’는 속설 역시 오해다. 남성호르몬은 남성형 탈모의 주요 원인이지만 그것만으로 탈모가 오는 것은 아니다. 남성형 탈모는 남성호르몬의 변화로 생긴 DHT라는 물질에 인체가 반응해서 생기기 때문에 남성형 탈모가 있다 해서 남성호르몬이 더 많다거나 정력이 센 것은 아니다. 또 ‘정수리 탈모는 원형탈모증’이라는 설도 있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남성형 탈모는 앞에서 뒤로 이마가 벗겨지는 유형과 정수리 가운데서 시작하는 유형이 따로 있다. 최광성 교수는 “진행성 질환인 남성형 탈모를 원형탈모증으로 오인해 방치하면 증상이 계속 심해진다.”면서 “탈모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아보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탈모를 예방하려면 머리감기가 중요하다. 특히 겨울에는 일조량이 줄고, 남성호르몬이 증가해 탈모가 심해지는 데다 난방으로 실내외 기온차가 커 모발이 쉽게 건조해져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런 때는 머리만 제대로 감아도 건강한 두피를 유지할 수 있다. 건강한 머리감기의 시작은 1∼2일에 한 번 정도 머리를 감아주는 청결한 습관. 더러는 머리 감을 때 머리카락이 빠지기 때문에 머리를 자주 감으면 안 좋다고도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 머리를 감으면 두피에 쌓인 노폐물·비듬·피지 등이 제거되어 두피 건강에 좋다. 또 머리를 감을 때 손 끝 지문 부위로 두피를 부드럽게 마사지해 탈모를 예방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머리 감는 횟수는 두피의 특성에 따라 다른데, 두피에 기름이 많이 끼는 지성은 반드시 하루 한 번씩 감는 게 좋다. 머리는 가능한 한 저녁 시간에 감도록 하며, 감은 후에 두피를 잘 말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발을 잘 말려도 두피가 젖어 있다면 모근을 자극하는 비듬이나 박테리아 등이 번식해 탈모를 부를 수 있다. 모발은 자연풍으로 말리는 게 좋으나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할 경우 찬바람으로 두피에서 30㎝ 이상 거리를 두고 말려야 모발 손상을 피할 수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뉴 시티노믹스 시대] 동화가 흐르는 스위스 마이엔펠트

    [뉴 시티노믹스 시대] 동화가 흐르는 스위스 마이엔펠트

    1880년 스위스의 여류작가 요한나 슈피리는 요양을 위해 취리히 인근의 조그만 온천마을을 찾았다. 한가로운 삶을 즐기던 슈피리는 산을 무대로 한 작품의 영감을 떠올렸고, 이듬해 소설을 발표했다. 삼각모자를 쓰고 알프스를 뛰노는 어린 여자아이, 바로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의 탄생이었다. ●하이디·클라라 놀던 곳 ‘그대로’ 슈피리는 53세에 하이디 연작 두 편과 함께 스타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1937년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된 이후 전세계에서 리메이크가 이어졌다. 소설과 영화 속 아름다운 알프스의 배경이 된 곳은 인구 수천명의 작은 농업도시 마이엔펠트다. 마이엔펠트가 본격적으로 하이디 덕을 보게 된 것은 1974년 일본의 다카하타 이사오가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서부터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하이디를 알리고, 누구나 머릿 속에서 그릴 수 있는 하이디의 모습을 완성한 만화영화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는 어린이의 필독서로 급부상하며 전 세계 50여개국에 번역 출간됐고, 현재까지 2000만권 이상 판매됐다. 하이디는 지역과 시대 배경을 제외한 모든 것이 허구다. 1970년대 하이디의 흔적을 따라 마이엔펠트를 찾은 관광객들은 스위스 전통 의상을 입은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만나고 싶어했지만 아름다운 자연에 감탄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실망한 것은 당연했다. 결국 이 같은 일이 반복되자 마을 주민들이 나섰다. 동화 속 모습을 마이엔펠트에 그대로 재현하기로 한 것이다. 하이디와 클라라가 뛰어놀던 할아버지의 오두막집이 세워졌고, 좀 더 높은 곳에 피터의 오두막집이 만들어졌다. 하이디의 집에는 동화 속 모습을 그대로 살린 식당과 침실, 부엌이 들어섰고 옆에는 기념품 상점도 자리잡았다. 한국 등 전 세계에서 발간된 하이디 책들을 모아놓은 코너도 있다. ●동심 파고들기 전략 주효 관광대국 스위스를 찾는 사람 중 마이엔펠트를 방문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다. 취리히에서 자르간스를 거쳐 마이엔펠트에 도착하려면 기차를 몇차례 갈아타고 왕복 4시간 정도가 걸린다. 빠듯한 여행일정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걸음이다. 각종 편의시설도 보잘 것 없다. 마을어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마르셀 프롱스는 “하이디의 마을이라는 자부심은 있지만 주민 대부분은 관광수입은 부수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생업에 종사한다.”면서 “관광에만 치중해 생활을 바꿨다면 지속적인 발전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마이엔펠트가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하이디를 만날 수 있다.’는 목적 때문이다. 인구 3000여명에 불과한 이 마을에 매년 4만~5만명의 관광객이 온다. 허구에서 만들어진 이야기이지만, 어릴 적 동심을 갖고 있는 팬과 그들의 아이들 마음을 파고 든 결과다.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마이엔펠트를 찾은 앤드류 픽슨은 “화려한 유적이나 즐길거리가 없어도 이야기만으로 훌륭한 관광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마이엔펠트 박건형순회특파원 kitsch@seoul.co.kr
  • [나눔 송년 릴레이 인터뷰] ② 27년간 기부한 류양선 할머니

    [나눔 송년 릴레이 인터뷰] ② 27년간 기부한 류양선 할머니

    서울 지역 아침 기온이 영하 9도까지 내려간 지난 16일 오전 11시. 칼바람이 안쪽까지 들어오는 서울 노량진동 수산시장 젓갈부의 ‘충남상회’에서 노란 옷을 겹겹이 껴입은 작은 체구의 할머니를 만났다. 37년간 젓갈장사를 하며 모은 전 재산으로 책과 장학금 기부를 이어가는 ‘젓갈 할머니’ 류양선(77)씨가 그 주인공. 할머니는 가게 한편에 있는 좁은 구들장 위에 앉아 손님맞이 채비를 하고 있었다. 온기가 도는 바닥과 할머니 앞에 놓은 작은 전기난로 덕분에 그나마 따뜻한 엉덩이와 발을 제외하고는 시장 안까지 불어닥치는 찬바람에 코가 시렸다. 할머니는 전기세가 아까워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간 이틀 전에야 비로소 난로를 켜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습관이 돼 있는 까닭이다. 류 할머니는 이렇게 ‘입을 것 안 입고 먹을 것 안 먹어’ 모은 돈을 전부 책 사고 장학금 마련하는 데 사용한다. 얼마 전 국어사전 1억여원어치를 구입해 전국의 초·중학교 200여곳에 기부한 것이 알려지면서 할머니의 기부 열정은 또다시 화제가 됐다. 수없이 찾아오는 인터뷰 요청이 귀찮을 법한데도 할머니는 매스컴에 노출되는 것을 흔쾌히 환영했다. 할머니의 선행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져야 할머니를 닮은 제2, 제3의 기부 천사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젓갈이 더 많이 팔려야 더 많은 학생들에게 책을 사줄 수 있다는 생각에 할머니는 가게 벽면에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크게 뽑아 걸어뒀다. 생각 없이 지나가던 사람들도 사진과 기사를 보고 나서는 할머니를 알아보고 젓갈을 구입해 가기도 한다. “장사가 잘돼야 애들 책 한권이라도 더 사줄 수 있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머릿속에는 온통 학생들 생각뿐인 듯 보였다. 말할 때마다 입에서 김이 나오는 날씨 속에서도 두 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가 힘들지 않았던 것은 할머니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란 옷만큼이나 따뜻한 ‘기부 천사’의 마음씨 때문이었다. 100촉짜리 백열전구 7개가 환하게 비춰 아늑하게 느껴지는 9.9㎡(3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할머니와 인터뷰를 시작했다. →날씨가 추운데 장사하시느라 고생 많으시죠. -날씨가 추워서 문제지. 여기 앉아 있으면 찬바람이 슝슝 들어와. 위아래로 잔뜩 껴입었는데도 춥네.(이날 할머니는 상의로 내복, 티, 양털조끼, 노란색 바람막이, 노란색 점퍼 등 5겹을, 하의로 내복, 기모바지, 방수 재질 바지 등 3겹을 겹쳐 입고 점퍼에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 여기 구들장이 있어 엉덩이는 따뜻해. 전기난로 켜놓으면 그나마 낫지. 이것도 한서대학교에서 보내준 건데 잘 틀지도 않어. 젊었을 땐 새벽 4시에도 나왔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렇게 못 나와. 아침 7~8시 사이에 나와서 그래도 제일 늦게까지 장사하지. 밤 8~9시면 닫아. 그런데 어제오늘 날씨가 추워서 손님이 더 없네. →젓갈이 잘 팔려야 기부도 많이 하실 텐데요. -많이 팔아야 하는데. 올해는 완전히 적자야, 적자. 10월 20일부터 며칠 김장철에만 ‘빤짝’하고. 4월에서 9월까지는 정말 손님 없었어. 그전에 모아둔 돈 없었으면 나도 파산할 뻔했지. 임대료랑 창고 사용료 230만원 내고 나면 남는 것도 없어. 난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기부할 용의가 있는데 기부도 못 하게 생겼어. →적자가 났는데도 기부는 그치지 않으셨어요. -내가 벌고 남은 돈으로 기부하는 것도 아닌데 뭘. 형편 따라 기부하나? 애들 책 사주고 하려고 적금을 미리미리 들어놓지. 1000만원짜리고 2000만원짜리고, 3년짜리 4년짜리 있어. 그거 탈 때 기부하는 거지. 이번에도 3000만원 3년짜리 그게 만기돼서 그걸로 책 산 거야. 4~5번에 걸쳐서 줄 테니까 미리 책을 보내주실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떼먹을 사람은 아니니까 보내주시더라고. 고맙지. 크는 애기들이니까 얼릉 공부해야 하잖아. 죽기 전에 최대한 많이 (기부) 해야지. 나머지는 1년에 한번씩 계속 해서 갚아야지. (할머니는 지난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에서 펴낸 ‘한국어대사전’ 201세트, 1억 854만원어치를 구입해 전국의 초등학교, 중학교에 보냈다. 사전 구입비로 3000만원을 내고 나머지 돈은 앞으로 5차례에 걸쳐 고려대 측에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처음 기부를 시작하신 건 언제인가요. -(한참을 생각하다가) 처음한 게 1983년도일 거야. 아, 완도. 완도초등학교 애들이 여기에 견학을 왔더라고. 그래서 걔들한테 책을 보냈지. 동화책. 그게 계기가 돼 가지고 책 기부를 시작했지. 어린 애들이 할머니가 보내준 책 잘 읽었다고 편지도 보내고 하니까 참 마음이 좋더라고. 거기도 책 여러 번 많이 보냈지. 나중에는 완도초등학교에서 애들이랑 학교가 같이 감사패도 보냈더라고. 여기서 감사패를 제일 먼저 받았는데 계속 기부하다 보니까 감사패가 나중엔 줄줄줄…지금은 한 100개는 돼. →지금껏 어느 정도 기부하셨는지 가늠하세요. -(손사래 치며) 모르지 그걸 어떻게 기억해. 무조건 주면 그만이지. 그런 걸 뭐라고 일일이 다 적어 놓나? 버는 대로 모이는 대로 족족 주는걸. →기부하시면 어떤 점에서 보람을 찾으시나요. -책 사주고 장학금 보내고 하는 그 자체가 좋아. 그러다 아이들이 고맙다고 편지라도 쓰면 그냥 엔도르핀이 팔구월에 목화송이 피듯 피지. 그런 편지 읽을 때가 제일 행복해. 이번에도 서산 국민학교 6학년 애가 편지허구 장갑허구 봉투에 같이 넣어서 보냈더라고. 할머니따라 기부 천사가 되겠다고 그렇게 썼더라고. 내가 이번에 사전을 그 동네 학교마다 쫙 보냈거든. 그걸 받은 아이가 기사에서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편지를 보낸 모양이야. →할머니 뒤를 이어 기부 천사들이 늘겠어요. -그게 제일 좋은 판단이여. 내가 자식들이 없어. 할아버지는 4년 됐나, 5년 됐나 돌아가셨고. 나 혼자 사는데 내가 준 장학금이나 책 받은 학생들이 자식처럼 손주처럼 찾아오면 반가워. 내가 준 장학금 받은 대학생들도 종종 가게로 찾아와. 젓갈도 사 가고 할머니도 뵙고 그런다고. 할머니가 기부하니께 우리도 같이 기부하는 거라고 젓갈도 더 많이 사 가고 하지. 기부는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녀. 자기가 스스로 허고 싶어야 허지. 자기가 받아보면 주고 싶은 마음도 더 생기는 법이야. 그래서 내가 어린 친구들한테 더 많이 나눠주려고 해. (인터뷰 도중 할머니는 기자에게 추운 날 고생한다며 간식을 이것저것 꺼내주셨다. 장사를 하다 보면 끼니 때 사이에 배가 고파져 두부, 고구마 등 새참을 드신다고 한다. 이날도 할머니는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흰 두부를 잘라 양념간장에 찍어 드셨다. 이 두부는 할머니가 장학금을 기부하는 대학 관계자의 친척이 감사의 표시로 자신이 운영하는 두부공장에서 직접 가져다 주는 것이라고 한다. 두부를 다 드신 할머니는 점심·저녁 밥을 지어 먹는 작은 전기밥솥에서 찐 고구마까지 꺼내 드셨다. 할머니는 “새참은 나눠 먹어야 제맛”이라시며 기자에게도 작은 밤고구마 한개를 건네셨다.) →얼마 전에는 학생들에게 또 사전을 사주셨는데 유난히 책을 많이 사주시는 이유가 있나요. -내가 사주는 건 전부 책이지 뭘. 돈으로 하면 고루고루 가간? 책으로 하면 1학년이 보고 나면 2학년, 2학년이 보고 나면 6학년 다 보잖아. 보고 나면 또 보고, 찢지만 않고 두면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으니 책이 좋지. 돈은 그냥 쓸데없이 쓰기도 하고 쓰고 나면 없고. 그니께 책 선물이 제일 좋은 거야. 그리고 또 내가 못 배웠응께. 어렸을 때 배워야지. 나 지금도 모르는 거 무슨 소린가 하고 사전에서 찾아보고 그러면 이튿날 보면 다 없어졌어. 어렸을 때 배운 건 지금까지도 아는데. 배움에도 때가 있지. 나무도 어린 나무에 거름을 줘야지 고목나무에 거름 줘봤자 소용없어. →학생들 교육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원래 꿈은 뭐였나요. -배우고자 하는 애 가르쳐야 혀. 내가 돈 벌면 내 고향에다가 하버드 대학보다 더 좋은 놈 지어서 돈 많은 사람은 돈 받고, 돈 없는 사람은 많은 사람들한테 받아서 주고 그렇게 하는 게 꿈이었어. 그랬는데 돈 많은 부자가 나보다 먼저 짓데. 내가 지으려고 했는데 그 사람이 선수 치네(웃음). 그런 시골은 가난하니까 이런 서울에 와서 공부 못 해. 공부 잘해서 서울대학교에 붙어도 하숙비도 없고 생활비도 없어서 올라오지도 못혀. 그게 내 최종 목표였는데 이미 서산에 대학교가 생겼네. 그래서 내가 이제 거기다가 장학금도 보태주고 땅도 보태줬지. 할머니는 1998년부터 한서대학교에 20억원대의 부동산을 기부하고 현재 한서대학교 ‘류양선 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할머니가 기증한 부동산에서 나오는 세는 이 학교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쓰인다. 충남 서산시 해미면에 위치한 한서대학교는 1992년 개교했다.) →보통 사람들은 돈 벌면 자기 자식한테 물려주기 바쁜데 할머니는 어떠세요. -다 그렇지. 난 자식은 없어.(할머니는 28살에 결혼해 3년 정도 함께 산 남편이 두 번째 살림을 차려 집을 나간 뒤 쭉 혼자 사셨다고 한다.) 돈 많은 재벌들도 다 번 돈 자기 자식한테 주려고 하지 뭐. 그런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야. 저 자식들은 뭐 두 손 두 발 붙들어 맸나. 저희들이 벌어서 먹고살아야지. 그러니까 자립심이 없어. →올 겨울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리로 기부가 크게 줄었다던데요. -그렇다 하대. 안한다고. 그런 돈을 가져간다냐. 지가 노력해서 먹고살아야지. 아주 못 쓰는 사람들이야, 그 사람들. 그런 사람은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혀. 기부가 어그러졌어. 허먼 뭘 혀. 그런 사람들이 다 가져가는걸. 난 그래서 책으로 하지 돈으로 안 해.(이 대목에서 벽에 기대어 앉아 있던 할머니는 등을 떼고 몸을 일으키며 언성을 높였다.) →기부 계획이 더 있으신가요. -건강이 허락해서 장사를 하는 날까지는 천원짜리 하나라도 더 보태줘야지. 우선 얼마 전에 애들 사전 보내준 거, 고려대학에 남은 돈 채워넣어 줘야지. 사전값이 1억 좀 넘는데 처음에 적금 탄 돈 3000만원만 일단 주고 나머지는 차차 갚기로 했어. 장사해서 차곡차곡 돈 모아서 일단 그것부터 갚고. 그 뒤에는 또 학생들 책 사주고 대학교 장학금도 보태주고 할거야. 죽기 전까지 최대한 많이 주고 가야지. 나이는 공짜로 먹다 보니까 어느새 이렇게 많이 들었는데 얼마나 남았을지는 몰라도 죽을 때까지는 열심히 일해서 열심히 기부해야지. 허허.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류양선 할머니는 37년간 노량진서 젓갈장사 서산 한서대에 20억 기증 장학회 이사장으로 활동중 1933년 충남 서산읍(현재 서산시) 양대리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얼마 안 되는 땅을 가지고 농사를 지었던 부모님 밑에서 자란 류 할머니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더 이상 학업을 잇지 못했다. 류 할머니의 기부가 대부분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과 책 마련에 쓰이는 것은 가난해서 공부를 더 할 수 없었던 본인의 아쉬움 때문이다. 어린 나이부터 집안일과 농사일을 돕다 28살에 남편을 만난 류 할머니는 1972년 고향을 떠나 서울에 자리를 잡았다. 먹고살 궁리를 하던 끝에 ‘장사가 안 돼 오래 두어도 썩지 않는’ 젓갈 장사를 택했다는 할머니는 그 후 지금까지 37년간 서울 노량진동 수산시장에서 ‘충남상회’를 운영하며 수익금의 대부분을 기부와 나눔에 쓰고 있다. 장사를 하면서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27년 전부터 기부를 시작한 류 할머니는 고향인 충남의 양로원, 재활원, 보육원 등을 비롯해 낙도와 지방의 초등학교 등에 책과 물품을 전달해왔다. 1983년 수산시장에 견학 온 완도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동화책을 보내준 것이 기부의 시작이 됐다. 충남 서산 한서대에도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세번에 걸쳐 20억원대의 부동산(경기 광명시 소재)을 기증해, 현재 한서대 ‘류양선 장학회’ 이사장으로 장학 사업에 힘쓰고 있다. 류 할머니는 돈이 없어 공부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고향인 서산에 대학교를 지으려 했던 꿈을 대신해 앞으로도 장학금과 책으로 기부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토요일 오전 9시 40분) ‘산자락’이라는 의미를 가진 피에몬테는 이름 그대로 알프스 산맥에 둘러싸여 있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탈리아 통일운동을 주도한 사보이 왕가의 화려한 저택과 기념비들, 세계 최대의 영화박물관 ‘몰레 안토넬리아나’ 등 다양한 볼거리로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도시, 이탈리아 피에몬테를 찾아가 본다. ●결혼해주세요(KBS2 토요일 오후 7시 55분) 태호는 순옥에게 당장 수술을 받자고 하지만 순옥은 연호 약혼식이 끝나면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가족에게는 비밀로 하자고 한다. 종대는 순옥이 아픈 것도 모르고 순옥에게 걸핏하면 화를 내고, 연호는 본심을 드러낸 영신의 강압적인 태도에 힘들어한다. ●놀라운 대회 스타킹(SBS 토요일 오후 6시 30분) 1기를 뛰어넘는 다이어트킹 2기의 최고 감량치, 마침내 그 베일을 벗다. 100일 만에 몸무게 50㎏을 감량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다이어트킹 1기. 그 뒤를 이어 시작된 다이어트킹 2기가 마침내 최종회를 맞는다. 방송 전부터 궁금증을 증폭시킨 2기 도전자들의 몸무게 감량치가 공개된다. ●시크릿 가든(SBS 토요일 오후 9시 50분) 주원은 분홍에게 “나중에 이 여자 아님 죽을 것 같다고 해도 반대해 달라.”며 “이 여자한테서 꼭 떼어놔 달라.”고 부탁한다. 허락이 아니라 반대를 해달라는 주원의 말에 황당해하는 분홍. 그 모습을 지켜본 라임은 기막혀하며 아드님께 사람을 붙여 일거수일투족 잘 감시해 제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게 해달라 말하는데…. ●비교체험 여행기 그곳에서 살아보기(MBC 토요일 밤 12시 20분) 터키 파묵칼레에 가면 클레오파트라 미(美)의 비밀을 알 수 있다. 아름다움의 대명사 클레오파트라가 수영을 즐겼다고 해서 온천의 이름도 클레오파트라 온천이 된 곳.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움을 찾아 리에와 박인영은 온천 체험에 나선다. ●OBS초대석(OBS 일요일 오전 6시 55분) 명사들을 초청하여 지역 현안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주제로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핫이슈에 이르기까지,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유영록 김포시장이 출연하여 한강신도시 개발 및 김포시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교통, 교육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다큐멘터리 3일(KBS2 일요일 오후 10시 25분) 자신이 요양원에 산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는 할아버지가 있다. 젊은 시절 화가가 꿈이었던 유제흥 할아버지(83세). 할아버지는 꿈을 접고 극장 간판 그리는 일로 생계를 이어갔다. 치매 때문에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만, 도화지를 펼쳐 자신의 그림 속 고향을 기억하는 할아버지를 만나본다.
  • [오늘의 눈] 안녕하세요 “꼬마예요” /김상연 정치부 차장급

    [오늘의 눈] 안녕하세요 “꼬마예요” /김상연 정치부 차장급

    누나, 형, 아주머니,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들 안녕하세요. 저 ‘꼬마’예요. 맞아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 말레이곰이에요. 한민족의 큰할머니 웅녀(熊女) 이후로 이렇게 뜨거운 국민적 관심을 받은 곰은 아마도 제가 처음일 거예요. 사실 저도 여러분의 반응에 놀랐어요. 전에 동물원에서 탈출한 선배들은 공포스러운 괴물 취급을 받았는데, 이번에 저는 철없이 가출한 개구쟁이 대접을 받았죠. 아무래도 제 몸집이 누굴 해칠 만큼 크지 않아서 그랬을 거예요. 9일 만에 동물원으로 돌아온 지금, 여러분이 주신 애정의 결을 곰곰이 헤아려 보고 있어요. 뒤뚱거리며 도망치는 제 뒷모습을 상상하는 데서 오는 귀여움의 감정일 수도 있고, 답답한 우리에 갇혀 살면서 자유로운 대처(大處)를 선망한 저의 운명에 대한 안쓰러움일 수도 있을 테고…. 아니면 저를 통해 모처럼 인간세(人間世)의 온갖 시름을 잊고 싶은 동심의 부활일 수도 있고요. 사실 올 한해 우리나라는 너무 한숨지을 일이 많았어요. 군함이 쪼개져서 많은 형들이 차가운 바다에 잠겼고, 평화로운 섬에 포탄이 떨어져 집이 부서지고 아저씨들이 쓰러졌죠. 국회에서 양복 입은 어른들이 피를 흘리며 싸우기도 했고요. 이렇게 우울한 긴장에 갇혀 살던 참에 생뚱맞게도 곰돌이 탈출극이 벌어지니 다들 피식하고 따뜻한 웃음이 흘러나왔나 봐요. 이번에 새로 알게 된 게 있어요. 사람들은 사랑을 주기보다는 받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사실, 아무것도 해준 것 없는 저 같은 꼬마한테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수 있다는 사실 말이에요. 그렇다면 올 한해 다투고 미워했던 여러분의 가족이나 친구, 동료한테도 그런 사랑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흠이 있더라도 저를 대하듯 불쌍한 존재로 여긴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거예요. 여러분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 또 동물원 나갈지 몰라요. carlos@seoul.co.kr
  • 질투심 87세 할아버지 ‘순간’ 참지 못하고…

    질투심 87세 할아버지 ‘순간’ 참지 못하고…

    87세 할아버지가 강렬한 질투를 느껴 90세 부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최근 칠레에서 발생했다. 순간적인 감정을 못이겨 부인을 살해한 할아버지는 자살을 하려다 자식에게 들켜 실패하고 경찰에 체포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년의 비극은 지난 10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일어났다. 이날 밤 외출했다 귀가하던 할아버지가 부인을 본 게 화근이다. 부인은 이웃집 남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순간 할아버지는 이웃남자를 부인의 숨겨놓은 애인이라고 확신했다. 질투심에 불이 붙은 할아버지는 부엌으로 달려가 칼을 집었다. 할아버지가 실수를 깨닫은 건 할머니가 숨을 거둔 뒤였다. 올해로 결혼 50년을 맞은 부인이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할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했다. 하지만 때마침 귀가한 아들이 달려드는 바람에 할아버지는 칼을 빼앗겼다. 현지 언론은 “할아버지가 이미 80년대 살인사건에 연루돼 수감된 바 있다.”면서 “순간적인 착각과 질투심 충동으로 말년에 할아버지가 또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조손가족 소득 월60만원 미만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손자·손녀를 맡아 기르는 조손가족 대부분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친부모도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어 양육비 지원은 4가구 중 1가구에 그친다. 여성가족부는 65세 이상 조부모와 18세 이하 손자녀로 구성된 조손가족 5만 1852가구 중 1만 2750가구를 조사한 결과 이들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59만 7000원이라고 14일 밝혔다. 2인 가족 최저 생계비 85만 8000원에도 훨씬 못 미친다. 손자녀의 양육을 맡게 된 이유는 친부모의 이혼이나 재혼이 53.2%로 가장 많았다. 친손자녀를 기르는 경우가 80.8%로 외손자녀를 키우는 경우 15.7%(무응답 1.5%)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양육비를 정기적으로 보내 주는 경우가 친부는 13.3%, 친모는 8.6%에 불과했다. 조부모들의 평균 나이는 72.6세로 고령이라 전체 가구의 46.7%가 정부나 공공기관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내년부터 부산·인천·충남·전북을 선정, 아동학습도우미 지원 등 조손가족 통합지원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이복실 여가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빈곤이 대물림되지 않고 소외당하지 않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농어촌 청소년 대상 - 본상] 기능성 사과 90% 직거래

    [농어촌 청소년 대상 - 본상] 기능성 사과 90% 직거래

    ●농업 배세환씨 친환경·과학영농으로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공학도 출신 과수농이다. 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온 사과 과수원에서 프로폴리스 기능성 사과를 생산해 전체 생산량의 90% 이상을 직거래로 판매한다. 충주의 명물인 사과나무 가로수길 사과 따기 행사를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 “감쪽같네!” 파출소에 ‘짝퉁 경찰’ 등장

    “헉! 공안이 아니라 마네킹이었네.” 인력난 핑계를 들어 중국의 한 파출소가 공안경찰 대신 경찰복을 입은 마네킹을 시내 방범초소에 세우는 꼼수를 부렸다가 네티즌들에게 비웃음만 자아냈다. 후난성 신문 후난자이셴(湖南在线) 에 따르면 쓰촨성 렁차오 파출소가 3달 전 방범 초소에 진짜 경찰 대신 마네킹에 흰색 헬멧과 제복 등으로 그럴듯하게 꾸며 세워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초소 마다 인력을 배치할 수 없다며 멀리서 보면 얼핏 경찰관으로 보이는 마네킹을 둔 것. 이 때문에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벌어졌다고 현지 신문들은 전했다. 3달 전 88세 할아버지는 시내에서 소매치기를 당하고 바로 옆에 있는 방범 초소로 달려갔으나 가까이서 보니 경찰관이 아닌 마네킹이었던 것. A씨는 “허탈해 하며 근처 파출소에 가서 신고를 했지만 이미 소매치기 범은 멀리 도망친 뒤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명 ‘짝퉁 공안’ 덕에 일대 도로에 속도위반 차량이 급격히 주는 등 상당한 효과를 보기도 했다고 파출소 측은 주장했지만 이 사실이 인터넷에 퍼지자 “눈가리고 아웅식 대책”이라며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항의가 거세지자 해당 파출소 측은 최근 초소에 마네킹을 치우고 순찰 병력을 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대학생 손자, 조부모 무참히 살해

    입대를 앞둔 대학 휴학생이 흉기로 조부모를 무참히 살해해 충격을 주고 있다. 충북 보은경찰서는 12일 임모(19)군을 존속살해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임군은 이날 오전 5시쯤 보은군 보은읍 집에서 잠자던 할아버지(75)와 할머니 김모(76)씨에게 수십 차례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할아버지 집에서 4㎞ 떨어진 곳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임군은 범행 한 시간 전에 자신의 집에서 택시를 타고 범행현장을 찾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임군이 여자친구와의 교제를 반대하는 가족들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임군이 범행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범행 동기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임군이 자신이 준비한 흉기와 할아버지 집에 있던 낫과 톱 등을 이용해 무참히 살해한 점을 감안, 가족 간에 심각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보은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옹진군 출신 처음… 대청도 ‘섬소년’ 진성이 서울대 가다

    옹진군 출신 처음… 대청도 ‘섬소년’ 진성이 서울대 가다

    느닷없이 연평도 포격 소식이 들려왔다. 텔레비전은 종일 포격 소식을 전했고, 마을은 온통 흉흉한 바람에 들썩거렸다. 그날도 진성이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한눈 팔 겨를이 없는 그도 포격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러다 뭐가 잘못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학교도 일주일간이나 휴교했다. 마음을 다잡으려 해도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동안 준비했던 대학시험이 물거품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다리가 풀릴 지경이었다. 명강사들이 즐비한 유명한 학원에서 밤잠을 설치며 공부한다는 도시 애들이 떠올랐다. 그런데도 정작 자신은 대입 면접시험을 보러 뭍으로 나갈 수나 있을지를 걱정해야 했다. 한사코 요동치는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일부러 책에 얼굴을 파묻었다. 뭔가에 미친 듯 몰두해야 했다. 그렇게 치른 올해 서울대 수시모집 기회균형전형에서 그는 당당히 교육학과에 합격했다. 옹진군 전체에서 나온 첫 서울대 합격자라는 사실을 안 건 나중이었다. 섬아이 백진성(17)군의 서울대 합격 소식은 훈훈한 충격이었다. 합격 소식에 들뜰 법도 하건만 그는 침착하고 의젓했다. “저처럼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즐겁게 공부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 교육학자가 되겠다는 그는 “비로소 꿈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진성이는 인천에서 태어났지만, 2살 때 부모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육지생활을 접고 할아버지 때부터 살던 고향 대청도로 왔다. 사시사철 거센 바람을 맞으며 자란 탓일까. 진성이는 보통의 섬사람들처럼 조용하고 우직했다. 옹진군 전체에서 서울대에 합격한 최초의 학생이라는 말에도 “그게 뭐 중요한가요.”라면서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도시 아이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공부해 온 진성이의 성품이 엿보였다. 대청도에 사는 학생들은 대부분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더 좋은 교육환경을 위해 도시로 나가지만 진성이는 뒷바라지를 할 수 없는 가정형편 때문에 섬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경험한 유일한 과외는 ‘해병대 형님’들이 꾸리는 주말학교 공부였다. 어머니 류석자(44)씨는 “2학년 때부터 인천으로 나가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엄마 아빠가 돈 없는 줄 알고 ‘열심히 하면 되잖아요’라며 새벽 1~2시까지 공부한 아들이었다.”면서 “가고 싶은 대학, 학과에 합격했으니까 어려운 사람한테 베풀 줄 아는 훌륭한 학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성이는 이번 수능에서 언어·외국어는 상위 1%, 수리는 5% 안에 드는 뛰어난 성적을 냈다. 진성이의 합격 소식은 가족만의 기쁨이 아니었다. 옹진군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공부해 처음으로 서울대에 합격한 진성이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손뼉을 치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1300명이 모여 사는 대청도의 한집 건너 다 아는 이웃들과 학교 선생님들이 모두 몰려와 합격을 축하했다. 대청초·중·고를 함께 다니며 12년 동안 같은 교실에서 공부했던 급우 8명도 그의 합격 소식에 다같이 환호성을 질렀다. 진성이를 중학교 때부터 가르친 유병석 부담임교사는 “진성이는 서해 5도 포화 속에서 건진 희망”이라며 “선생님들도 최선을 다했다.”며 감격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분위기 띄워주는 ‘묘약’ 크리스마스 케이크 ‘달콤한 맛의 열전’

    분위기 띄워주는 ‘묘약’ 크리스마스 케이크 ‘달콤한 맛의 열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살리는 건 와인보다 케이크가 아닐까.어떤 모임에서든 촛불 하나 꽂힌 케이크가 등장하면 묘하게 마음이 설렌다. 케이크는 오래전부터 가족, 친구, 연인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워 주는 ‘묘약’이었다. 이번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제과점과 커피·아이스크림 전문점은 물론 편의점까지 다양한 케이크를 쏟아내며 ‘달콤한 열전’을 벌이고 있다. ● 겨울에 더 어울리는 아이스크림 케이크 배스킨라빈스는 지난달 13종의 새로운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선보이며 일찌감치 크리스마스 특수 챙기기에 나섰다. 산타 모자에 별 선글라스를 낀 깜찍한 곰이 스키를 타는 ‘씽씽 스타 베어’(2만 3000원)는 인기 상품. 피스타치오아몬드, 체리주빌레, 초콜릿무스 세 가지 맛으로 돼 있어 맛도 놓치지 않았다. 여세를 몰아 이달엔 케이크 10종을 더 추가했다. 그 가운데 귀여운 산타가 선물상자를 들고 돔 위에 서 있는 ‘로맨틱 러브 돔’(2만원)은 분위기를 띄우려는 연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요거트, 블루베리 치즈케이크 두 가지 맛으로, 산뜻하고 부드러워 여성들이 좋아할 만하다. 하겐다즈의 주력 상품은 ‘하트 오브 해피니스’(3만 3000원). 딸기와 마카다미아 너트 아이스크림 두 가지 맛이 어우러져 부드럽고 달콤해 이름처럼 행복감을 선사한다. 19일까지 예약 주문하면 2011년 하겐다즈 플래너 및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볼을 증정한다. 쫀득한 맛이 특징인 아이스크림 젤라또를 활용한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나왔다. 크라운-해태제과가 운영하는 ‘빨라쪼’는 ‘산타의 선물상자’(2만 5000원), ‘달콤한 유혹’(2만 4000원), ‘화이트 크리스마스(2만 4000원) 등 3종을 출시하고 10일부터 21일까지 예약 주문하면 10% 할인해준다. ●이야기로 사로잡아라 SPC그룹이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 파스쿠찌와 도넛 브랜드 던킨 도너츠는 맛과 함께 이야기도 판다. 파스쿠찌는 지난해에 이어 동화 ‘피노키오’의 이야기를 형상화한 케이크 4종을 선보였다. ‘스노우 딸기 케이크’, ‘초코산타 스플레’ ‘엔젤 티라미스’ ‘파네토네 베로나’ 등의 제품에는 착한 마음을 가진 피노키오가 산타 할아버지로부터 생애 첫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대하는 이야기를 담아 감성을 더했다. 각각 2만 3000~2만 8000원. 던킨도너츠는 루돌프 사슴이 되고 싶은 귀여운 곰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인 지붕에 초콜릿 생크림이 올려진 귀여운 ‘루돌프 베어 하우스’(2만 1000원), 깜찍한 루돌프 곰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해피 루돌프 베어’(20,000원) 등을 비롯해 15종의 케이크가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편의점·레스토랑도 남다른 맛 급할 때 찾기 쉬웠지만 2% 부족했던 집 근처 편의점 케이크의 품질도 높아졌다. 편의점 GS25는 올해 처음으로 떡 케이크(2만 2000원)를 선보였다. 국내산 찹쌀에 백년초, 연, 호박 등의 천연 재료와 초콜릿이 들어간 총 4가지 맛으로 구성돼 있다. 조각 케이크 형식으로 만들어져 칼로 자를 필요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레스토랑 ‘나무와 벽돌-구르메’(02-747-6425)는 장인의 손길로 빚은 11종의 케이크를 준비해 놓고 있다. 15일 선보일 제품 가운데 굵은 장작 위에 깜찍한 눈사람이 서 있는 ‘뷔슈 드 노엘’(3만 2000~3만 8000원)이 눈길을 끈다. 칠면조와 함께 연말연시 프랑스인들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케이크라고. 과거 벽난로에 굵은 장작으로 불을 지피며 이 케이크를 먹었던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열린세상] 아버지의 부재/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열린세상] 아버지의 부재/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최근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쓴 ‘아빠는 왜?’란 시가 소개되면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고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이뻐해 주어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 주어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두 달 전에는 계획적으로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까지 죽음으로 몰고 간 사건이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었다. “아버지가 없어지면, 가정에 평화가 올 줄 알았다.”는 것이 13세 소년의 말이다. 소년은 대한민국 최고 춤꾼이 되기를 희망했지만, 아버지는 춤꾼이 아니라 판사나 검사가 되기를 기대했던 모양이다. 오래 전에 유행해서 모두 알고 있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아이 교육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란다. 초등학생 여학생이 쓴 시를 읽고 끔찍한 방화사건을 접했을 때, 아버지는 씁쓸함을 넘어 우울해진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본다. 나는 지금 어떤 아버지인가, 혹은 아이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서글픈 질문을 던진다. 아버지가 미워 집에 불을 지른 소년의 말이나, 냉장고나 강아지보다도 존재감이 없는 아버지를 그려낸 소녀의 시는 우리 가정의 대다수 아버지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 가정에서 아버지는 자신의 위치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존재감이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도 어렵다. 아이들은 대개 초등학교부터 엄마 손에 이끌려 다닌다. 학교수업을 마치면 엄마가 짜놓은 계획에 따라 학원에 가고, 피아노도 치고, 태권도 도장에도 간다. 엄마도 한없이 바쁘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는 엄마대로, 전업주부인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들의 스케줄을 짜고 정보를 수집하느라 정신없다. 직장생활하는 엄마들은 아이를 좀 더 챙겨주지 못한다는 마음에 늘 안타까워하고, 전업주부 엄마들은 아이 교육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책임감에 억눌린다. 아버지는 늘 주변에 위치한다. 나는 지금 아이들이 편모슬하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아버지가 귀가해도 아이들은 여전히 학원에서 공부 중이거나 집에 있어도 인터넷을 하거나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릴 뿐이다. 일찍 들어온 날 함께 저녁식사하는 것, 그리고 드라마 한편 보는 것이 함께하는 대부분의 일이다. 아버지의 존재감을 보여줄 시간이 너무 적다. 예전에 인기 있었던 드라마 ‘전원일기’에는 양촌리 김 회장(최불암 분)이 나온다. 김 회장이 안방에 앉아 있는 자리는 항상 아랫목 가운데였다. 아버지의 존재감은 아랫목 가운데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표현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존재감은 어쩌면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한 것인지 모른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극복해야 하는 것은 아버지다. 나는 아이들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것이 성장에서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대학생이 되거나 이십대 중반이 되어 초식남이나 건어물녀가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권의 약화는 이십대들에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하게 만든다. 어쩌면 자녀들이 극복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전원일기’의 아버지 김 회장은 이제 드라마에서조차 없다. 지금 드라마 속의 아버지들은 대체로 존재감이 없거나 권위를 강하게 표현하는 가부장적 인물일 뿐이다. 이 아버지의 표상은 대다수 아버지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지만, 어쩌면 현실 속의 아버지는 이 둘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그저 계시다는 이유만으로 존재감을 발휘했던 시대는 아닌 듯하다. 서글픈 일이지만 세상 탓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연말이 다가온다. 세상의 아버지들이 이런저런 일들로 바쁘게 보내야 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세상에서 조금 중요한 일들은 뒤로 미루고, 정말 중요한 일에 시간을 써야 할 것 같다. ‘아빠가 있어 좋다/ 아빠는 나에게 꿈이어서’라는 자녀의 시를 기대하고자 한다면.
  • 특집 ‘포화 속의 섬, 연평도 개들’

    MBC에브리원 ‘아이 러브 펫’은 7일 오후 2시 30분 기획특집 ‘포화 속의 섬, 연평도 개들’을 방송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주민 대다수가 떠난 연평도에는 주인을 잃은 상실감과 배고픔에 허덕이고 부상에 시달리는 많은 개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귀와 다리에 파편을 맞아 생명이 꺼져가는 개들의 응급수술 현장부터 주인을 지키는 충직한 개까지, 연평도에 남은 개들을 조명한다. 또 “자식 같은 개들을 놔두고 온 게 마음에 걸린다.”면서 다시 연평도로 들어온 한 할아버지의 사연과 주인들의 요청으로 반려동물을 구조하는 현장도 담는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 동물사랑실천협회가 연평도에 들어가 주민들을 대신해 동물들을 구조한 후 견주가 안심할 수 있도록 사진을 찍어 보내주는 ‘실시간 알림 도우미’의 모습도 소개한다.
  • 김정은 ‘김일성 따라하기’

    김정은 ‘김일성 따라하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확정된 김정은이 3년 내 주민들에게 쌀밥에 고깃국을 먹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들고 나왔다고 요미우리신문이 6일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 김정은이 지난달 초순쯤 평양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3년 내에 국민경제를 1960∼1970년대 수준으로 회복시켜 (김일성 주석이 목표로 내걸었던) ‘이밥(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솜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사는 것’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김정은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 내걸었던 목표를 앞세운 유훈정치로 지도적 역할을 맡으려는 의도를 담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김 주석의 출생 100년에 해당하는 2012년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정하고 국방강화를 지향하고 있다. 김정은은 후계자로 결정된 9월 이후 ‘과거에는 식량은 없어도 탄환이 없으면 안 된다고 했지만 지금은 탄환은 없어도 식량은 있어야 한다.’는 등의 경제 중시 발언을 해 왔다. 한편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적발된 북한 주민이 1200명을 웃돌고, 이들은 현재 평안남도 개천시의 개천교화소(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탈북자 단체인 NK지식인연대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북한은 외국 대중문화 유입을 엄격히 차단하고 있지만 평양과 평안남·북도, 황해도, 함흥, 청진의 일부지역에서는 한국의 TV공중파 방송이 수신돼 많은 북한 주민이 안방에서 몰래 한국 TV를 시청하고 있다고 이 단체는 전했다.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수감된 주민들은 보통 2년에서 5년의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며 사면에서도 제외된다고 이 단체는 전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유대근기자 jrlee@seoul.co.kr
  • “기념일은 특별하게~” 엽기 가족사진 화제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을 맞아 가족끼리 기념사진 한 장쯤은 남길 것이다. 최근 조금은 유치하면서도 민망할 수 있는 가족사진들이 인터넷 상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 메일 등 외신들은 ‘Awkward Family Photos’라고 불리는 미국의 웹사이트에 기재된 엽기적인 가족사진을 소개했다. 공개된 몇 장은 이 사이트에서 인기 있는 사진 중 일부다. 산타 모자를 쓴 한 가족은 누드 상태에서 중요 부위를 무화과 나뭇잎 한 장으로 가렸고 엄마는 덤으로 코코넛 껍질로 된 비키니 상의를 입었다. 키 순서대로 서서 찍은 모습은 조금 민망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낸다. 다른 한 가족은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손자, 손녀까지 크리스마스트리 형태의 옷을 입고 야외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또 다른 대가족은 아기가 우연히도 할머니의 가슴을 만지고 미소를 짓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편 이 웹사이트는 한 달 방문자 수만 1500만 명이 넘으며 독자들은 서로 ‘어색한 사진을 공유할 수 있다. 사이트를 만든 미국의 마이크 벤더와 더그 처네크는 지난해 4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까지 8만여 장의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또 두 사람은 최근 가장 바보 같은 사진만을 골라 책에 실어 출판을 했다. 그들은 이번 크리스마스를 맞아 베스트셀러를 꿈꾸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주말 데이트] 새달 2일까지 30년 고별 무대 김성녀

    [주말 데이트] 새달 2일까지 30년 고별 무대 김성녀

    1955년 그러니까 다섯 살 때였다. 당시 우리나라 여성국극 스타였던 박옥진(2004년 작고) 여사의 손을 잡고 천막극장 무대에 처음 섰다. 어린 나이에도 무대에서 노는 끼가 보통이 아니었다. 이때부터 무대 주변은 곧 놀이터였고 인생의 나무를 심는 터전이었다. 유랑극단에서 무대를 세우고 허무는 모습을 보면서 천막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 허생전부터 인기작만 추려 공연 김성녀(60). 윤문식·김종엽과 함께 ‘마당놀이 인간문화재’라고 불린다. 김성녀는 이들과 함께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마당놀이’로 관객들과 만났다. 그렇게 30년 세월이 됐다. 이미 3000회 공연을 돌파했으며 매년 10만명 이상씩 관객을 끌어들여 지금까지 350만명이 이들의 연기에 울고 웃었다. 뿐만 아니다. 기네스북에 등재될 만큼 기록들이 많다. 예를 들어 스태프와 배우가 30년 동안 쭉 함께해 왔다. 뮤지컬은 대개 더블 캐스팅을 하게 되지만 김성녀의 ‘마당놀이’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30년 동안 변함없이 혼자 배역을 맡으면서 한 번도 펑크를 낸 일이 없다. 김씨는 요즘 이렇게 지나온 30년을 결산하면서 윤문식·김종엽 두 사람과 함께 고별무대를 갖고 있다. 특히 최근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연출가 손진책(63)씨가 30년 무대에서 인기를 끌었던 대표작들만 모은 ‘마당놀이전’이어서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981년 초연작 허생전을 비롯해 별주부전, 홍길동전, 춘향전, 심청전, 이춘풍전, 변강쇠전, 봉이선달전을 다시 엮어 새해 1월 2일까지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마당놀이 전용극장(2500석의 천막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지난달 30일 오후 이 극장에서 김씨를 만났다. 파란 형광색 모자가 썩 어울려 보였다. 저녁 공연 시간(7시 30분)이 아직 남아 있어서 분장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번 공연에 감회가 깊겠습니다.” “청춘을 다 바쳤지요. 이젠 젊은 후배들에게 바통 터치를 하고 링커 역할을 할 때가 왔습니다. 30년 전 우리 세 사람(김성녀·윤문식·김종엽)에서 시작된 마당놀이도 이제는 전환의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함께 10년 이상씩 함께해 온 제자나 후배들도 많습니다. 제가 대학강단(중앙대)에 서게 된 것도 마당놀이를 이어갈 후진 양성을 위한 것이었고 다들 잘 따라 주고 있습니다.” “세 분이 함께 서는 무대는 이번이 마지막인가요.” “앞으로 어떻게 할지 아직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우리 셋이 이끌어온 마당놀이는 이제 고전으로 남게 되겠지요. 그동안 ‘마당놀이’라고 하면 다들 우리 셋을 떠올렸잖아요. 이번 공연에서 30년을 마무리하고 앞으로 후배들이 잘 이어 갈 수 있도록 (세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책임과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30년 전 세 분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민예극단 시절이었지요. 당시 연극계는 서양극을 주로 무대에 올리곤 했습니다. 이때 허규 전 국립극장장과 연출가 손진책, 배우 몇 명이서 한국적인 것을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했지요. 때마침 MBC 창사 기념 공모에 출품했고 채택되면서 셋이 같이 무대에 계속 서게 됐습니다.” “마당놀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텐데요.” “소리 장도입니다. 웃음 속에 비수가 있지요. 30년 동안 매년 마당놀이를 찾는 관객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됐고, 어른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됐습니다. 마당놀이는 손자부터 할머니까지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유일한 무대입니다. 관객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가려운데 서로 긁어 주며 지내온 세월입니다. 그렇게 30년을 동고동락했지요.” # 극단 미추 대표 됐어요… 남편이 섭정하겠죠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홀로 캐스팅이기 때문에 쓰러지면 안 된다는 그런 긴장감으로 버텼습니다. 특별히 운동은 하지 않고 뜨개질도 하면서 공연에 대한 마음 다짐을 하지요.” “남편인 손진책씨가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했는데 극단 미추는 어떻게 됩니까.” “제가 대표를 맡아 이끌어 갑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손진책씨가 섭정을 하지 않겠어요(웃음). 극단 미추는 나름대로 틀이 잡혔습니다. 단원들과 의논해 초심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잘 해나가려고 합니다. 덩치를 약간 줄이고 외국인 연출가도 불러들이고, 좀 더 다양해지도록 말입니다.” 김씨는 마당놀이와 관련된 서적 3권을 펴냈다. 최근에는 ‘일곱가지 마음 담긴 따뜻한 손뜨개’라는 책도 냈다. 김씨는 이날도 공연 시간을 기다리며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빨간색 등 여러 가지 색색의 실타래가 들어 있는 가방도 눈에 들어온다. # 뜨개질로 마음을 달랩니다 “늘 뜨개질을 하시나요.” “(웃으면서) 이 모자도 제가 짰습니다. 공연이다, 학교다 늘 바쁘니까 일탈하고 싶잖아요. 잠시 여백을 짠다고나 할까요. 공연 때는 ‘오늘 관객이 많이 찾아줄까’ 하는 걱정도 생기잖아요. 그런 생각도 잊을 겸 뜨개질을 합니다.” “언제부터 뜨개질을 하셨나요.” “40년 됐습니다. 뜨개는 거짓말을 안 합니다. 한올 한올 정직하게 서로 연결되고…. 창의력이자 수학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조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 뜨개질이지요.” “그동안 몇 벌 정도의 옷을 짰는지요.” “옷은 한 80벌 정도 될 겁니다. 주변 사람들한테 선물도 많이 했습니다. 공연 때 피아노를 잘 쳐주면 그분한테 선물도 하고…. 실을 사러 갈 때는 동매문시장도 가고 수입상가도 가고 그럽니다.” 앞에 언급한 대로 김씨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 박옥진 여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는 “어머니는 선생님이자 무대 예술의 선배이기도 합니다. 예인으로서 진정한 인내와 희생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분입니다. 30년간 마당놀이 단독 배역을 맡으면서 버텨온 것도 어머니의 힘이지요.”라고 말했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소련의 토벌 광풍 속에 살아남은 샤먼

    소련의 토벌 광풍 속에 살아남은 샤먼

    호평을 받고 있는 SBS 4부작 다큐멘터리 ‘최후의 툰드라’ 마지막 편이 5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영된다. 1부 ‘땅의 노래’, 2부 ‘툰드라의 아들’, 3부 ‘곰의 형제들’에 이은 마지막 편 주제는 ‘샤먼’이다. 영하 60~70도의 혹독한 툰드라 지역에서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샤먼 덕택이다. 드넓은 대지 위에서 잃어버린 순록을 찾아주고, 병든 사람을 고쳐주는 샤먼. 영험한 기운 덕분이라지만 사실 그들은 자신의 피와 살을 내어주며 봉사하는 존대다. 때문에 툰드라 주민들은 그들에게 절대 권력을 쥐어주었다. 그러나 공산주의 소련은 샤먼을 인정하지 않았다. 근대화 물결 속에서 샤머니즘은 귀신놀음쯤으로 격하되고 비판받으면서 샤먼에 대한 대대적 ‘토벌 작전’이 벌어졌다. 샤먼이라는 이유로, 샤먼의 친족이라는 이유로 사형당하거나 감옥에 간 사람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샤먼의 성지들은 불태워져 파괴됐다. 이런 상태로 수십년의 세월이 흐르다보니 샤먼의 흔적이나 자취를 찾기 쉽지 않다. 취재진은 이런 상황에서 시베리아 최북단 타이미르 반도에 살고 있는 응가나산족을 찾았다. 응가나산족 최고 샤먼이자, 툰드라 최고 샤먼으로 꼽히는 카스조르킨 형제의 활약상이 1970년대 기록된 영상자료로 남아 있다. 이들은 아픈 환자가 찾아오면 접신한 뒤 화살을 자신의 몸에다 찔러 넣는 의식을 통해 환자를 치료했다. 샤머니즘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전설적인 인물로 꼽히지만, 그 때문에 샤머니즘 탄압 당시 비참하게 죽어간 인물이다. 취재진이 만나고자 한 사람은 이들의 손자인 이고르. 그는 샤먼 탄압의 광풍 속에서도 근대적인 정규 학교교육을 모두 거부하고 비밀스럽게 할아버지의 대를 잇는 샤먼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그러나 혹독한 탄압의 기억이 여전해서일까. 이고르는 낯선 이방인들을 쉽게 만나주지 않는다. 두달 동안 기다리고 설득한 끝에 겨우 만나게 된 샤먼 이고르. 그는 취재진에게 어떤 말을 해줬을까. 이어서 찾은 곳은 투바공화국와 부랴트공화국. 이들은 1991년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된 뒤 샤머니즘의 부활에 앞장서 온 나라다. 실제 이들 나라에서는 샤먼에 대한 공인자격증도 있고 샤먼협회나 샤먼 센터 같은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도 자기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이들과 상의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제작진은 특히 부랴트공화국에서 열리는 샤먼들의 축제 ‘타일라간’을 화면에 담았다. 수십명의 샤먼들이 다 함께 접신하는 광경, 그동안 비밀스럽게 치러 오던 검은 양을 바치는 의식 등을 모두 화면에 담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복 형제·자매 유산분쟁 가능성

    북한 주민들이 1일 월남한 남한 주민의 친자녀로 법적 인정을 받으면서 이들이 유산도 상속 받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서는 남한 재산이 북한으로 넘어갈 수도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또 유사한 소송이 잇따라 제기되면 남한에서 새로 가정을 꾸린 다수 실향민 가족 후손들이 북한의 이복 형제·자매와 치열한 ‘유산 분쟁’을 벌일 수도 있다. 현행법은 아직 ▲북한 주민의 상속권을 인정할지 ▲인정한다면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지 ▲상속분을 북한으로 보낼지 등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정부가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 체제를 취하는 북한 당국이 주민에게 상속된 유산을 무단으로 가져가는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친자녀 소송에서 북한 주민 손을 들어준 서울가정법원 재판부도 “억압적인 북한체제와 이들의 사회적 지위를 감안할 때 (소송 승소에 따른) 이익을 현실적으로 누릴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고 판결문에서 밝혔다. 법무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마련,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북한 주민에게도 남한 주민과 동등한 상속권과 상속지분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남한 주민이 유산을 남긴 사람을 부양하거나 재산 유지 및 증가에 역할을 한 경우 별도 기여분을 인정할 예정이다. 또 상속으로 남한 재산을 취득한 북한 주민은 반드시 재산관리인을 선임토록 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주민의 상속재산을 무차별적으로 징발해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북한 주민이 부동산 등 중요재산을 처분할 경우에는 재산관리인이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생계유지나 질병치료 등의 목적이라면 허가를 받아 북한으로 재산을 반출할 수 있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북한 주민들과 남한 주민 간의 친자관계를 인정한 만큼 앞으로 상속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분쟁은 특례법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 주민이 한국전쟁으로 이별한 가족 및 후손을 상대로 친족관계를 확인해 달라는 소송은 앞으로 다수 제기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북한 정부가 소송 제기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친자확인소송을 제기한 주민들도 국가보위부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공판에서 확인됐다. 북한 주민이 우리 법원에 소송을 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01년 황해도 연안군에 사는 손모씨 등 3명이 “남한에서 사망한 아버지의 친자식임을 확인해 달라.”며 서울가정법원에 인지(認知)청구를 냈다. 이들은 이복형제와 재산 분할 문제가 합의됐다며 소를 취하해 법원이 판결을 내리지는 않았다. 북한에 거주하는 벽초 홍명희(1888~1968)의 손자는 2006년 자신의 동의 없이 할아버지의 소설 ‘황진이’를 잡지에 게재해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며, 남한의 출판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 사건은 법원의 조정을 통해 출판사가 홍씨에게 1만 달러를 지급하는 대신 출판권을 인정받는 것으로 합의됐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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