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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건소 무료 구강교실 문연다

    서울시가 이르면 2월부터 21개 자치구 보건소에 3대(代)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토요가족 구강교실’을 운영한다고 26일 밝혔다. 보건소 사정에 의해 동작·마포·송파·구로 보건소 등 4곳은 제외된다. 시가 구강교실을 적극 지원한 데에는 지난해 서울시민 보건지표 조사 결과 주요 질환 유병률 중 충치 유병률이 인구 1000명당 154.78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구강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지출도 커 요양급여 비용만 1조원이 넘는다. 비급여까지 포함하면 4조원을 웃돌 정도로 시민들이 구강 치료에 많은 돈을 지출한 점을 감안해 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이르면 2월부터 ‘열린 보건소’ 지원 시는 ‘열린보건소 프로그램’ 예산 12억 5000만원을 들여 이 중 21개 보건소 공통 서비스로 구강교실을 지정, 적극 권장 사업으로 지원한다. 가족들이 함께 구강교실을 찾으면 구강 검사와 잇솔질 체험, 양치질 방법 등에 대한 교육과 불소도포도 해 준다. 또 구강컵, 치간칫솔 등의 구강용품도 무료로 나눠 준다. 세대별로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는 틀니 손질법도 가르쳐 준다. 엄마·아빠에게는 구강 검사와 함께 구취 측정, 치아의 세균인 플라크 체크를 해 준다. 아이들에게는 충치 검사와 플라크의 산 생성도 체크 검사인 ph검사를 시행한다. 또 보건소에 따라 어린이들의 충치 예방에 효과가 큰 실란트 시술을 해 주는 곳도 있다. 실란트의 경우 충치가 많이 발생하는 어금니의 홈을 치아색의 레진으로 메우는 것인데 영구치가 난 아이들에게만 시술할 수 있다. 현재 이 서비스를 운영 중인 중랑구 보건소의 경우 구강교실이 열리면 하루 6~8가족 30여명이 이용한다. 김범신(45·여)씨는 “양치질을 깨끗이 하고 보건소에 갔는데도 플라크 검사에서 잘 닦이지 않은 부분에 빨간 시약이 묻은 것을 보더니 아이들이 신기해했다.”며 “어른들도 잘 모르는 구강 관리법을 온 가족이 함께 배우니 아이들에게도 교육 효과가 컸다.”며 만족해했다. 중랑구보건소 이혜림 치위생사는 “치과 가기를 두려워하는 어린이들도 가족과 함께 교육을 받으니 편안하게 생각한다.”며 “어른들도 그동안 잘못된 방법으로 관리해 왔다는 점을 배우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둘째·넷째 토요일 가족단위 신청 구강교실은 초·중·고교 수업이 없는 매주 둘째·넷째 토요일 오전 9시~낮 12시 운영된다. 보건소에 2인 이상의 가족 단위로 신청하면 된다. 자녀의 경우 만 3세만 넘으면 구강검사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보건소마다 프로그램과 일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방문 전에 미리 전화해서 구체적으로 문의하면 좋다. 시는 구강교실 체험 후기 공모전을 열어 연말 시상 계획도 검토 중이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과속스캔들’ 현실로…29세에 할아버지 된 남자

    ‘과속스캔들’ 현실로…29세에 할아버지 된 남자

    영화 ‘과속스캔들’을 연상케 하는 실제 사연이 영국 언론에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간지 더 선의 25일자 보도에 따르면, 실명이 밝혀지지 않은 29세의 남성 A는 최근 자신의 14살 된 딸이 출산을 앞두고 있어 ‘예비 할아버지’가 됐다. 특정한 직업없이 한량의 인생을 살던 그는 최근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나는 14살 때 아빠가 됐고, 지금은 14살이 된 내 딸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고백했다. 사우스웨일즈에 사는 A의 딸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15세 남자친구와 관계 끝에 아이를 가졌고, 올 8월 출산 예정이다. A는 딸에게서 임신 소식을 접한 뒤 “딸이 어려서 걱정되는 부분이 많지만 손자를 버릴 생각은 없다.”면서 “이제부터라도 성실하게 살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소식을 접한 A의 전부인은 “그는 영국에서 가장 어린 할아버지인 동시에 가장 나쁜 아빠”라고 맹렬히 비난을 퍼부었다. 전부인의 주장에 따르면 A는 딸의 양육에 특별한 관심도 보이지 않은 채 방관했으며, 친딸도 돌보지 않는 사람이 손자까지 책임지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 더 선은 “무능력한 할아버지와 아직 어린 부모아래서 태어날 아이를 위해 사회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가운데, 시민의 세금으로 보조해주기에 적합한 가족인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사진=영화 ‘과속스캔들’ 한 장면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해외 ‘시민 영웅’과 닮은꼴… 비교해 보니

    해외 ‘시민 영웅’과 닮은꼴… 비교해 보니

    그들이 없었으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더 큰 비극이 올 수도 있었다. 영웅은 위기에서 태어난다고 했던가. 지난 21일 성공적으로 끝난 청해부대의 ‘아덴만 여명작전’을 도운 선원들의 용감한 행동이 우리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삼호주얼리호의 리더였던 석해균 선장. 그는 해적의 총구 앞에서도 배를 지그재그로 몰며 시간을 지연시켰고, 내부상황과 정보를 우리 군에 상세히 전달했다. 특히 작전 중 해적들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으면서 그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됐다. 이어 24일에는 1등 기관사 손재호씨가 작전이 시작되자 목숨을 걸고 엔진을 정지시키는 기지를 발휘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스스로 죽음의 공포와 마주한 해적들이 무슨 해꼬지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보여 준 지혜로운 용기였다. 국민들은 이들에 대해 ‘영웅’ 칭호를 부여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의 영웅담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화제가 됐던 ‘미담의 주인공’ 또는 ‘의인(義人)’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선뜻 용기를 낸 것이 아니라 극한의 상황에서 자기 목숨을 내놓고 감행한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모습은 테러와 전쟁이나 대형 화재 등 각종 대형 사건·사고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미국식 ‘소시민 영웅’의 모습과 닮아 있다. 지난 8일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을 노린 미국 애리조나 총기난사 사건 직후 현지 언론들은 61세 할머니 파트리샤 마이시와 74세 할아버지 빌 배저를 앞다퉈 조망했다. 범인 제러드 리 러프너의 탄창을 빼앗은 마이시와 몸을 던져 그를 제압한 배저에게는 ‘작은 영웅’이라는 호칭이 붙여졌다. 지난해 말 디트로이트에서 벌어진 알카에다의 여객기 폭탄 테러 기도 때에는 범인을 제압한 한인 승무원 조승현씨가 주목받았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영웅은 특수한 상황에 놓인 일반인 중에서 나오는 것이 보편적”이라면서 “사람들은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그 일을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소시민 영웅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소시민 영웅’이 나오기 힘든 구조였다.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을 구한 사람들도 ‘영웅(히어로)’보다는 ‘의협심 강한 사람’쯤으로 포장되곤 했다. 그들에 대한 고마움도 오래가지 않았다. 잠시 떠들썩하다 말았다. 지난해 6월 서울 역삼동의 한 정류장에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시내버스를 들어올렸던 시민들, 11월 서울 삼성동 5층 건물 화재 당시 위기 속의 여성들을 구해낸 이름 모를 남자는 화젯거리 정도로만 짧게 다뤄졌다. 보상체계도 매우 박하다. 미국에서는 이타적인 행동을 한 소시민 영웅들에 대해 각종 법안을 도입해 법적·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기초적인 보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차이의 원인을 문화적 배경에서 찾는다. 전상진 서강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국은 역사적으로 길지 않고, 혁명을 통해 만들어진 나라인 만큼 일종의 ‘정통성’, ‘국가적 당위성’ 등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영웅을 만들어 낸다.”면서 “이에 반해 한국은 영웅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이 초라해 보일 수 있다는 방어심리 때문에 ‘나라도 저렇게 했을 것’이라는 식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고 이 때문에 별도의 혜택이나 조망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박건형·최영훈기자 kitsch@seoul.co.kr
  •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행정의 달인 29인을 말하다] (3) 보건위생 분야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행정의 달인 29인을 말하다] (3) 보건위생 분야

    지방행정의 달인에 대한 국민들의 열기가 갈수록 뜨겁다. 서울신문에서 지난 10일자 행정분야 달인을 시작으로 17일자 시설환경분야 소개에 이어 3회인 이번에는 보건위생 분야 달인을 소개한다. 매회마다 쏟아지는 댓글을 보면서 바른 행정, 열정의 행정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느낀다. 4회인 공간개선 분야 달인들은 오는 31일자에 소개된다. ■‘치매관리 으뜸’ 서울시 양천구 지역보건과 팀장 이순례 씨 치매상담 ~ 진료 원스톱… 전문병원급 서비스 “오늘이 몇월 며칠이죠, 식사는 언제 하셨습니까?” 한 간호사가 80대 노인에게 질문을 한다. 나이가 몇이며, 아침 식사는 무엇을 했으며,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등 너무나 사소한 내용이다. 그런데 80대 노인의 답변은 어눌하기 짝이 없다. 조금전에 물었던 것을 다시 물으면 답도 조금씩 달라진다. 간호사는 서류에 무언가를 적은 후 할아버지를 옆방으로 모셔간다. 옆 방에서는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신경과 전문의가 할아버지를 직접 진료하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보건행정분야 ‘달인’을 만나기 위해 방문한 서울 양천구 신월2동 ‘양천치매센터’는 마치 치매전문병원 같았다. 간호사는 최근 행정안전부와 서울신문사가 공동 선정한 보건위생분야 달인 이순례(54·간호 6급) 양천구 지역보건과 팀장이었다. 전문의는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이대목동병원)의 신경과 최경규 교수였다. 보건소 간호팀장과 대학병원의 전문의가 보건소가 운영하는 치매센터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던 것. 전국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치매센터를 운영하지만 치매 상담에서 전문의 진료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곳은 전국에서 이곳뿐이다. 매주 3일은 병원이 아닌 치매센터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최 교수는 “양천구의 치매관리 체계가 제도적으로는 최고 선진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양천치매지원센터가 이처럼 치매예방에서 전문치료까지 원스톱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은 이 팀장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다. 이 팀장은 25년째 구청의 간호직으로 근무하면서 치매지원센터 원스톱 시스템의 산파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보건 서비스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 그는 2008년 6월부터 지역협력 의료체계를 구축해 환자와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효과적인 치매예방관리에 도움을 주고 있다. 지역의 의료기관인 이대 목동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진료 전산시스템을 도입해 치매의 원인분석과 치매진료, 건강상담, 검사비 지원, 진료비 감액서비스 등을 일괄 처리해주고 있다. 가족이 없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건강관리에 소홀한 저소득층 노인일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도 높다. 이 때문에 그는 보건소를 찾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초기 치매증세를 식별해내는 데 관심을 쏟아왔다. 보건소나 치매센터를 찾는 노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고 그들의 편에서 치료방법을 찾아 주게 됐다. 초기단계의 치매 의심환자로 생각될 경우 곧바로 전문의로부터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치매진행을 지연시키거나 치료를 위한 각종 정보를 가족들에게 제공해 준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일일이 찾아 건강을 체크해주는 방문보건활동 중에도 치매 의심환자가 생기면 가족처럼 이들을 보살피고 치매진행을 늦추는 데 자식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렇게 그를 통해 치매선별 검진을 받은 주민만 그동안 1만 9000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788명은 치매환자로 확인돼 관리 및 치료를 받고 있다. 고위험군 570명은 이 팀장을 비롯한 5명의 간호사들로부터 치매진행을 지연시키는 전문 교육과 관리를 받고 있다. 양천구 보건소 이효춘 과장은 “비슷한 일을 해도 담당공무원의 관심도에 따라 결과는 큰 차이를 낸다.”고 이 팀장의 노력을 설명했다. 이 팀장의 역할은 치매관리에만 머문 것이 아니다. 방문보건사업, 결혼이민자 돌보미, 장애인 재활치료 사업 등 여느 보건소가 하는 일은 모두 하고 있다. 요즘은 지역내에 1170여명에 이르는 새터민을 위한 방문보건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그를 ‘치매 수호천사’ 또는 ‘장애인 수호천사’ 등으로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할아버지와 함께 매주 2~3번 치매센터를 찾는 양천구 신월2동 주민 최봉신(66) 할머니는 “손을 잡아주고 등을 쓰다듬어 주는 등 자식처럼 대해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주민들을 대하는 그의 친절과 헌신은 생활 속에서 배어나온 것.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자녀들에게도 “배려하는 삶”을 강조한다고 한다. 새벽 5시면 기도와 함께 일과를 시작한다. “오늘도 병들고 힘든 주민이 있다면 나로 하여금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 질 수 있도록….”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응급처치 넘버원’ 광주광역시 동부소방서 소방교 방정수 씨 인공호흡 등 7년간 1만3600건… 6명 살려내 “인공 호흡 등 간단한 조치로 꺼져가는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응급조치의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응급처치의 달인’으로 뽑힌 광주광역시 동부소방서 방정수(32·소방교)씨는 “인명 구조와 관련,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갖추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심장이 갑자기 멈춘 환자는 4분이 지나면 뇌손상이 오고, 10분 이상이 경과하면 뇌사에 이를 확률이 높아진다.”며 “구급·구조활동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방씨는 요즘도 출근하자마자 심폐소생술 장비인 제세동기의 배터리부터 점검한다. 최근 계속된 한파로 응급장비가 구조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119구급대원으로서 매일 정신무장을 새롭게 하는 것도 일과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항상 긴급 출동에 대비하고 있는 방씨는 소방관으로 특채된 2003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6명의 생명을 구해냈다. 2009년 성탄절에 급성 심근염을 앓던 27세의 청년을 심폐소생술을 통해 극적으로 살려냈다. 또 모텔 투숙 중에 심장이 정지된 40대 남자도 제세동기와 기도삽입관 처치로 되살려 가정으로 돌려 보냈다. 앞서 2007년 1월에는 갈비탕을 먹다가 고깃덩이가 목에 걸려 호흡곤란을 일으킨 할머니를 기도 폐쇄처치술과 후두경·마질겸자 등을 이용해 기도에 걸린 이물질을 제거한 뒤 심폐소생술로 되살려내는 등 ‘하트 세이버’로서 이름을 떨쳤다. 이로써 최근엔 행정안전부로부터 ‘응급처치의 달인’인 ‘대한민국 최고기록공무원’으로 인증 받았다. 또 기관내 삽관 등을 이용한 인공호흡 512건, 심장질환·당뇨 등 급성질환자응급처치 8059건,교통·산악사고 등 외상환자 응급처치 5058건 등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가 이처럼 현장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은 반복된 훈련과 실습 덕택이다. 그는 119구급대에 들어오기 전 지방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할 당시 신경외과 전문의로부터 응급처치술을 배웠다. 또 응급 상황에 직면하기 쉬운 당뇨·심장병 등 주요 질환에 대한 공부도 병행했다. 저혈당 환자에게 포도당을 투여하거나 외상환자의 지혈과 부목고정 등의 응급 처치도 늘 그의 몫이다. 이런 노력과 현장 경험으로 그가 시행하는 기도삽관 방식의 응급처치 기술은 전문의에 버금갈 정도이다.촌각을 다투는 구급 현장에서 환자의 입 안쪽 성문(Vocal Cord)을 통해 정확히 관을 밀어넣고 기도를 유지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그는 요즘도 이 처치법의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매일 마네킹을 이용,기도에 플라스틱 튜브를 삽입하는 연습을 반복한다. 그는 누구나 배우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응급처치법을 대중화하고 구급 장비 개선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부터 일부 휴대폰에 기본 메뉴로 탑재된 ‘심폐소생술 동영상’은 그가 낸 아이디어이다. 이 동영상은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주위 사람이 즉시 119에 신고한 뒤 흉부압박법 등을 통해 환자에게 기도를 유지해주는 내용이다. .그는 이 제안으로 2009년 ‘생활공감 정책’ 분야의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또 구급차에 설치된 들것에 온풍 순환시스템을 장착해 심장이 일시 멈춘 환자가 대형 병원으로 이송되는 동안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아이디어 역시 광주시소방본부가 모든 장비에 채택하도록 결정했다. 그는 최근 ‘행정의 달인’으로 선정되면서 여러가지 변화를 맞고 있다. 현재 재학 중인 동신대 대학원(소방행정학과)은 최근 그를 현장전문교수로 위촉했다. 그는 이 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구급·구조 방법 등을 가르친다.지방공무원교육원의 강의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그는 “모든 국민들이 응급조치법을 익혀 상황 발생시 당황하지 않고 대처했으면 좋겠다.”며 “응급처치에 대한 홍보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글 사진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24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전남 함평의 한 시골 마을. 이곳에 처가살이를 하는 가난한 도예가 갑수씨가 있다. 자신만의 작품을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에겐 말 못할 고민이 있다. 덜컥 잡아놓은 개인전을 앞두고, 전시회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걱정이 커져만 간다. 예술이냐, 현실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과연, 갑수씨는 전시회 준비를 끝마칠 수 있을까.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KBS2 밤 11시 5분) 9회 게스트로 이만기와 주영훈이 함께한다. ‘전국고민자랑’에서는 키가 작은 남자의 사연들이 소개된다. 개그맨 이수근도 키에 관한 에피소드 중 하나를 공개했다. “학창시절 불량 학생들과의 시비에 키가 작다는 이유로 상대편 8명 중 7명이 나한테 덤비더라.”는 웃지 못할 일화를 들어본다. ●역전의 여왕(MBC 밤 9시 55분) 태희는 용식이 다치는 게 싫어서 차갑게 대했다고 말한다. 한편 구 회장은 태희와 용식 사이에 불륜관계가 있었다는 이사의 말을 듣게 된다. 구 회장은 태희를 불러 용식이 한 상무와의 사장 공천에서 지고, 떠돌면서 사는 걸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 말에 태희는 구 회장이 걱정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대답하는데…. ●SBS 대기획 아테나(SBS 밤 9시 55분) 정우는 손혁의 사진을 조사하던 중, 손혁과 다정하게 사진을 찍은 소녀가 혜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정우는 혜인에게 이 사실을 묵과하지 않을 것임을 전하고, 혜인은 가슴 아파한다. 소리 없이 종적을 감춰버린 혜인 때문에 혼란스러운 가운데, 혜인의 행방을 찾아 헤매던 정우에게 뜻밖의 전화가 걸려온다. ●다큐 인생 2막(EBS 밤 10시 40분) 경북 예천에 전통식초연구소란 곳이 있다. 그곳엔 잘나가는 서울 강남의 IT 관련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와 벌써 5년째 식초를 만들고 있는 한상준씨가 산다. 혼자 고향에 온 것도 모자라서 객지에 나가 있는 어머니와 서울에 있는 동생까지 불러들여, 함께 일하고 있는 상준씨를 만나본다. ●경찰 25시(OBS 밤 11시 5분) 어느 날, 60대 할머니가 경찰서를 찾아왔다. 쉬는 날 스트레스도 풀고 운동도 할 생각에 찾은 콜라텍에서 만난 할아버지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피해 금액은 무려 2500만 원. 도대체 어떤 경위로 그런 거금을 사기당한 것일까. 한없이 약해져 버린 노인들의 마음을 노리는 그들의 범행 현장을 찾아가 본다.
  • 사랑한다면 게으른 부모 돼라

    사랑한다면 게으른 부모 돼라

    성공한 중국계 미국 여성의 전형으로 꼽히는 에이미 추아 미국 예일대 법대 교수가 최근 출간한 자전적 에세이 ‘호랑이 엄마의 군가’(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가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정반대 주장을 담은 책이 국내에서 출간됐다. 영국 잡지 ‘게으름뱅이’(The Idler)의 창간인이자 ‘게으른 부모들의 대변인’으로 유명한 톰 호지킨슨이 쓴 ‘즐거운 양육혁명’(문은실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이다. 추아 교수는 동·서양 교육법 논란으로 확산된 언론 기고문(전문 참조 www.seoul.co.kr)에서 아이 교육에 성공하고 싶으면 호랑이 엄마가 되라고 주장한다. 반면 호지킨슨은 게으른 엄마가 되라고 조언한다. 책의 원제도 ‘게으른 부모’(The Idle Parent)다. 무한 과잉보호의 덫에 걸린 부모들과 소비문화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자연성이 거세된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이쯤 되면 벌써 곳곳에서 항변이 터져나올 법하다. “야야, 공주님 왕자님 같은 아이들이 투정 부리면 안 받아줄 방법이 있나? 원하는 것 못 사주고, 요구 못 들어주는 내가 문제지.” 아니면, “그렇게 아이들 방치해 키우다가 나중에 우리 아이만 뒤처지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건데?”라고 핀잔할 수 있다. 좀 더 신랄한 반박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이면 영어, 수학, 논술 등 특수목적고 입시를 준비할 때지. 뭐, 그것도 많이 늦은 거지만…. 특목고 아니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가기 어려운 것 몰라?” 하지만 호지킨슨은 보모에게든, 방과 후 학원에든, 과외 선생에게든, 아이 교육을 남에게 맡기는 부모야말로 책임감이 없는 부모라고 일갈한다. 게으른 부모야말로 역설적으로 책임감 있는 부모, 이웃과 어울릴 줄 아는 사교적인 부모, 소비문화에 아이가 노출되는 것을 막는 알뜰한 부모이며 생활 주변의 모든 물건을 장난감화할 수 있는 창의적인 부모라고 정의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행복한 아이로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회사 일에, 야근에, 술자리에, 잔뜩 녹초가 돼서도 의무감으로 아이와 놀아주거나 혹은 못 놀아준 보상으로 장난감과 게임기 등을 안겨주기 바쁜 한국의 모든 부모들에게 게으름을 부리라고 선동하는, 참으로 ‘불온한’ 책이다. 머리로는 동의도 된다. 하지만 선뜻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아이 교육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라는 말은 우스갯소리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서글픈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돈의 가치가 최우선시되는 시대, 무한 경쟁의 시대, 불확실성의 시대에 자신의 아이들을 경쟁의 승리자로 만들어주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거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있는 부모의 ‘숭고한 뜻’을 마냥 폄하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는 말문이 닫힐 수밖에 없다. 설령 뜻대로 아이를 명문 대학에 입학시켰다고 치자. 그리고 그럴싸한 직장에 들어가게 됐다고 치자. 진정 아이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행복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 걸까. 과연 부모의 노고와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살까. 공치사 들으려 한 일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책은 부모와 아이 모두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삶이야말로 행복한 삶이라고 역설한다. 호지킨슨은 17세기 존 로크와 18세기 장 자크 루소의 교육관을 현재적 의미로 되살려놓았다. 로크의 ‘교육에 관한 몇 가지 생각’, 루소의 ‘에밀’은 호지킨슨을 통해 지면을 박차고 시대를 뛰어넘어 구체적인 아이 교육의 지침, 부모 삶의 지침으로 몸을 바꿨다. 아이 교육의 실천 지침을 밝히거나 철학적 계몽을 꾀하지도 않는다. 그저 게으른 부모가 있는 환경에서 행복한 아이가 나올 수 있음을 다양한 실례를 통해 ‘혁명적’이거나 ‘이상적’으로 보여준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뜨끔해지거나 무릎을 치게 된다. 그렇다고 주눅 들 이유는 없다. 호지킨슨 역시 아이들에게 밥 먹으라고, 장난감 정리하라고 호통쳤던 기억, 장난감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들 때문에 부글부글 끓어올랐던 자신의 시행착오, 실패담을 고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통해 가치를 배우고 체계화했다는 점을 빼면 보통 부모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책 앞머리에 나오는 ‘게으른 부모의 강령’ 스무 가지는 책의 내용을 요약해주며, 아이들을 기르는 데 명심해야 할 가치를 단순하지만 명쾌하게 상기시켜 준다. 게으른 양육을 통해 얻는 크나큰 장점 중 하나로는 ‘부모의 내면에서 분노가 폭발하는 것을 막아준다는 점’을 꼽았다. 그리고 또 하나. 부부 간 다툼의 뇌관 하나를 미리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루소는 “아이를 비참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길은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갖게 해 주면 된다.”고 했고, 로크는 “값비싼 장난감보다 자갈 하나, 종이 한 장, 열쇠 꾸러미에 어린아이들이 즐거워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신은 실천할 수 있는가. 1만 3000원. 글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일러스트 길종만기자 kjman@seoul$co$kr
  • 공원·마을 지킴이 ‘실버파워’

    공원·마을 지킴이 ‘실버파워’

    “할아버지 덕분에 공원에 노숙자와 불량배가 사라졌어요.”(가양1동 가양어린이공원) “할머니 덕분에 깨끗한 공원에서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게 돼 좋아요.”(화곡8동 더부리 어린이공원) 할아버지·할머니들로 구성된 ‘공원 파수꾼’이 강서구 주민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공원 파수꾼은 강서구가 2001년부터 지역 경로당에 어린이공원 관리를 맡기면서 할아버지·할머니들이 공원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강서구는 올해도 지역의 공원 108곳을 대한노인회 강서지회의 추천을 받은 경로당 83곳에 위탁해 연말까지 관리·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강서구는 19일 구청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위탁증을 수여한다. 공원 파수꾼은 공원의 청소와 수목관리, 시설물 안전상태 점검, 공원 내 금지행위 발견시 주민계도 등 마을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고복득(85·화곡동) 할머니는 “손자·손녀 같은 아이들이 잘 놀 수 있도록 놀이기구가 부서졌는지 확인하고, 공원에서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혼내고, 봉사활동도 하니까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강순일(73·가양동) 할아버지는 “그동안 경로당에 나가 그냥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순라군을 맡은 뒤 지역을 위해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용돈도 벌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공원파수꾼과 함께 3월부터 10월까지 운영하는 ‘실버 순라군’과 ‘은사랑 선생님’도 실버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강서구는 오는 21일까지 실버 순라군 120명(동별 6명씩)과 노인복지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서 도우미로 활동할 은사랑 교사 30명 등 150명을 모집한다. 실버 순라군은 60세 이상 노인 120명으로 구성된 자율방범대로 지역의 경로당 등에서 정정한 어르신을 추천받아 선발한다. 최고령자는 85세이다. 실버 순라군은 매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아파트 단지와 공원, 학교 근처 등 어린이와 여성,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지역을 2인 1조로 순찰하면서 마을 지킴이 구실을 한다.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 전화번호가 입력된 전화를 들고 다녀 우범자 등을 발견할 경우 전화기 버튼만 누르면 인근 지역을 순찰하던 경찰이 곧바로 나타난다. 순라군은 조선시대 도둑과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야간에 궁궐과 도성 안팎을 순찰하던 포졸을 일컫는 말로, 강서구 순라군들은 근무 복장도 실제 조선시대 포졸들을 본떴다. 은사랑 교사는 다음 달부터 12월까지 하루 2시간씩 주 2~3회 노인복지센터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서 전문지식 등을 활용해 어린이, 노인 교육프로그램 도우미로 활동한다. 노현송 구청장은 “공원 파수꾼과 실버 순라군은 어르신들에게 일거리를 마련해 드리고, 아이들에게는 안전하고 깨끗한 공원을 마련해 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사업”이라면서 “앞으로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 어르신들의 지식과 경험을 더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발굴하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몽골 설원 누비는 늑대 사냥꾼들

    몽골 설원 누비는 늑대 사냥꾼들

    중앙 아시아 고원지대에 위치한 몽골. 그리고 스스로 강인한 늑대의 후예라 여기는 유목민족 몽골인들. 그들은 늑대를 신성시하면서도 늑대를 향해 총을 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추운 겨울만 되면 굶주린 늑대들이 가축에게 위협을 가하기 때문이다. 몽골의 경우 전체 인구의 30%가량이 유목생활을 한다. 그들은 여전히 전통가옥 ‘게르’에서 생활하며 가축을 기른다. 그들이 추운 겨울, 혹한보다 더 걱정하는 게 늑대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100년 전 늑대로 인한 가축피해가 심해지자 몽골에서는 조직적으로 늑대 개체 수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정부도 매년 10월 15일부터 4개월간 늑대 사냥을 허락하고 사냥꾼 협회를 운영한다. EBS ‘극한직업’은 19~20일 밤 10시 40분, 2회에 걸쳐 몽골의 늑대 사냥꾼을 소개한다. 40년 넘게 늑대 사냥꾼으로 살아온 간바테르. 그는 사냥꾼 협회에서 훈장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사냥실력을 갖췄다. 손녀 손자들 앞에선 인자한 할아버지이지만 늑대사냥에 나서는 순간, 눈빛이 변한다. 그의 눈은 매섭고, 누구보다 빛난다. 발자국만 봐도 늑대가 언제, 어디로 지나갔는지 아는 자타공인 베테랑이다. 사냥 본능은 그의 아버지에게 그대로 물려받았다. 유목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본능이다. 늑대를 신성하게 여기지만, 늑대를 잡는 것이 더 신성하다고 생각하며 자신들의 직업에 강한 자부심을 품고 살아가는 몽골의 사냥꾼 부자(父子)다. 어느날, 늑대에게 양을 빼앗긴 한 이웃이 간바테르에게 사냥을 요청한다. 간바테르는 동이 트기도 전, 늑대의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제작진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극한의 늑대 사냥 현장에 간바테르와 동행해 혹한을 뚫고 늑대를 쫓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간바테르는 넓은 설원에서 늑대의 발자국을 찾기 시작한다. 역시 베테랑 답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발자국을 발견한다. 간바테르는 바쁘게 발자국을 쫓는 한편 다른 포수들, 몰이꾼들과 한자리에 모여 작전을 짠다. 늑대는 150m 밖에서 쥐가 기어가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사람들은 최대한 소리를 낮춰, 재빨리 각자 위치로 흩어진다. 과연, 사냥꾼들은 혹한의 추위를 뚫고 늑대를 잡을 수 있을까. 20일에는 눈으로 뒤덮인 설원 위에서 밤새 늑대에게 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말 한 마리가 등장한다. 양 떼가 당한지 며칠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뼈까지 물어 뜯긴 말의 시체가 발견되자 사냥꾼들은 늑대 사냥에 더욱 의욕을 보인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2011 더 따뜻한 대한민국으로] 홀몸노인 먹거리 걱정 싹~

    [2011 더 따뜻한 대한민국으로] 홀몸노인 먹거리 걱정 싹~

    #1 정부 지원금으로 혼자 살아가는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의 최모(79) 할아버지는 영하의 추위에 두툼한 외투를 걸치고 집을 나섰다. 지하철1호선을 타고 신설동역에 내려 동대문구푸드마켓으로 가는 길. 마켓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날씨도 추운데 오시느라 고생 많았다.”며 자원봉사자들과 직원들이 정겹게 할아버지를 맞았다. 정부 지원금 40만원에서 월세 25만원을 내고 병원비, 약값으로 쓰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최 할아버지는 푸드마켓에서 필요한 생필품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어 더없이 다행이라고 여긴다. 그는 “난 시골에서 어렵게 살아서인지 귀한 쌀밥을 아껴 먹는다.”면서 쌀과 라면, 설탕, 식용유를 골랐다. #2 푸드마켓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정인숙(54·전농동)씨는 박스째로 들어온 후원물품들을 하나하나 낱개로 포장한 뒤 거동이 불편한 홀몸노인 가정에 배달한다. 그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을 배달하는 일이어서 뿌듯하단다. 배달을 마친 손을 꼭 잡아주는 노인들과 몇마디 나누다 보면 ‘이게 인생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단다. 동대문구푸드마켓이 홀몸노인들의 먹거리 해결에 발벗고 나섰다. ●이용인원 2000여명 증가 17일 구에 따르면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중 만 65세 이상 홀몸노인 가구 1600명(연인원 1만 1600여명)을 대상으로 1억 8200여만원의 물품을 지원하던 푸드마켓의 수혜대상을 올해부터 만 60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용 인원이 2000여명(연인원 2만여명)으로 늘어나고 연간 지원액도 3억여원으로 늘어난 셈이다. 서울시의 복지사업 지원이 시의회와의 논란 속에 대폭 축소되고 자치구의 재정부담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도 동대문구는 자체 적으로 저소득 주민의 지원에 적극 나섰다는 점에서 더욱 값진 의미가 있다. 푸드마켓은 옛 신설동 주민센터 청사를 리모델링해 운영되고 있다. ●市 복지지원 축소 속 區 팔걷어 푸드마켓을 이용하는 홀몸노인들은 월 1회 필요한 쌀을 비롯해 라면, 빵, 국수 등 생필품 4개 품목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또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서는 각 동 주민센터에서 물품을 예약받아 매주 목요일 각 동에서 위촉된 28명의 복지위원들이 집까지 직접 물건을 배달해 주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홀몸노인들이 찾아오면 말벗도 돼 준다. 물건만 받아들고 쓸쓸히 돌아서는 노인들의 모습이 서글프게 느껴져서라고 한다. 한가족처럼 대하는 분위기 덕분에 등록카드 발급자의 70%가 적극 이용할 만큼 호응을 얻고 있다. 유덕열 구청장은 “안정적인 물품 확보를 위해 푸드마켓 직원들도 기부업체 발굴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더 많은 구민들이 혜택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돌봄이 필요한 어려웃 이웃들을 위한 나눔운동에 동참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씨줄날줄] 51초의 침묵/박홍기 논설위원

    미국 제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지난 1933년 3월 4일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것은 두려움, 그 자체입니다.”라며 입을 뗐다. 대공황 아래 신음하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용기를 복돋워 주기 위해서였다. 또 “진정한 운명이란 그 운명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우리 동포들을 섬기는 것임을 가르쳐 준다면… 어두운 날들도 우리의 희생만큼이나 값질 것입니다.”라고 했다. 모임의 성격에 따라 어떻게 연설해야 할지, 언제 목소리를 높이고 낮춰야 할지, 언제 모든 사람의 할아버지처럼 또는 리더답게 활기차고 힘있게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책, ‘위대한 연설 100’에서). 말의 정수(精髓)는 연설이다. 한편의 연설로 주장·가치관, 신념을 드러낼 수 있는 데다 감동을 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로 사람을 움직이고, 말로 세상을 뒤흔든 ‘명연설’은 동서양을 떠나 짧게는 몇년 또는 수백년, 심지어 수천년의 세월도 건너뛴다. 마르쿠스 키케로, 링컨, 원스턴 처칠, 존 F 케네디를 비롯해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외치며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마틴 루터 킹에 이르기까지. 세상이 움직이는 순간, 그곳에 연설이 있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를 목소리 높이며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명연설가로 인정받은 터다. 2008년 11월 4일 대선 승리 수락 연설에서는 “미국이 모든 것이 가능한 나라라는 점을…, 그리고 민주주의가 가진 힘을 여전히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밤이 바로 그 답입니다.”라며 시대의 희망과 변화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오마바 대통령이 다시 국민을 단합시켰다. 지난 13일 애리조나 총기난사 사건의 현장인 투손을 방문, 30분이 넘는 추모연설에서 9살 난 최연소 희생자 크리스티나 그린을 언급하다 말이 아닌 ‘51초의 침묵’으로 독설이 판치던 정치판과 국민들의 삭막해진 마음을 녹여냈다. “우리 민주주의가 크리스티나가 상상한 것과 같이 좋았으면 한다.”고 말한 뒤 연설을 중단, 10초가 지나자 오른쪽을 봤다. 10초가 더 흐르자 심호흡, 30초가 되자 감정을 추스른 뒤 어금니를 깨물고 연설을 이어갔다. 뉴욕타임스는 14일 “국민과 소통한 극적 순간”, ‘오바마의 저격수’인 폭스뉴스 토크쇼 진행자 글렌 벡도 “연설 중 최고”라고 극찬했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연설의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새의 여정·경마장 얘기… 그림책으로

    영유아 시기에서부터 책 읽기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자녀들에게 책을 사 주려고 적금까지 허는 부모들이 허다하지만 판매되는 책은 대부분 전집이나 학습 만화다. 1990년대부터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그림책 단행본을 꾸준히 낸 보림출판사는 그림책 본연의 미적 표현과 예술성 구현에 초점을 맞춘 ‘더 컬렉션’ 시리즈를 시작했다. 첫 번째 성과물로 자체 발굴한 신진 작가 2명의 처녀작 ‘어느 날’(유주연 지음, 1만 5000원)과 ‘달려 토토’(조은영 지음, 1만 2000원)를 출간했다. ‘어느 날’은 전통 수묵화에 현대성을 가미한 그림체로 친구를 찾는 한 마리 새의 여정을 서정적으로 담았다. ‘달려 토토’는 경마장에 간 할아버지와 아이의 이야기다. 경마장이란 흔치 않은 공간을 소재로 도박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과 말의 생명력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두 권의 그림책 원화 작품은 국내에서 책이 정식으로 발간되기 전 외국에서 판권이 먼저 팔려 나갔다. 지난해 3월 이탈리아의 볼로냐 아동도서전에 출품돼 프랑스의 한 출판사에 전 세계 판권이 팔렸으며, 이미 프랑스에서 한국보다 먼저 책이 출간됐다. 권종택 보림출판사 대표는 그림책이 어린이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으로 한정되면서 영역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며 “한정된 연령층과 시대의 유행을 벗어나 그림책의 본래 기능을 되살린 ‘더 컬렉션’ 시리즈로 독자들에게 예술적인 감동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럽에서 20대 여성들이 그림책을 소장하는 것이 유행하고, 일본에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그림책 읽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권 대표는 또 “프랑스 출판사가 먼저 판권을 사간 것은 세계의 그림책 시장이 이미 그림책의 순수 목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한국 출판계 역시 더욱더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림의 ‘더 컬렉션’ 시리즈는 한정된 연령층과 시대의 유행을 벗어나 그림책의 본래 기능을 되살린 대안 그림책으로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보림은 ‘유아들의 성경’이라 불리는 베스트셀러 ‘사과가 쿵’ ‘열두 띠 동물 까꿍 놀이’로 아기 엄마들에게 낯익은 출판사다. ‘더 컬렉션’ 시리즈 외에도 그림책 전문 글 작가가 부족한 현실을 보완하기 위해 성인 대상 문학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이나 작가와 협업하는 ‘보림 작가 그림책’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특파원 칼럼] 어른들 독설과 9살 소녀의 죽음/김균미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어른들 독설과 9살 소녀의 죽음/김균미 워싱턴 특파원

    지난 13일 한 소녀의 장례식이 있었다. 9년 전 미국 현대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날인 9월 11일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이 세상에 왔다가 한 ‘정신 이상자’가 휘갈긴 총에 맞아 숨진 크리스티나 테일러 그린. 9살이었다. 지난 8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한 대형 슈퍼마켓 앞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6명 중 최연소자였다. 장례식장에는 9·11 테러 현장에서 수거된 대형 성조기가 나부꼈다고 한다. 발레와 수영을 잘하고 미국 최초의 여성 프로야구선수를 꿈꿨던 크리스티나는 초등학교 학생회 임원에 처음 선출돼 40세의 떠오르는 스타정치인인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을 보러 친구 엄마와 함께 슈퍼마켓을 찾았다. 롤 모델인 기퍼즈 의원을 직접 만나 얘기할 수 있다는 설렘은 그러나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애리조나주 총격사건의 희생자들 중에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이들이 여럿 있지만 유독 크리스티나가 관심을 끄는 것은 소녀의 짧은 삶이 가진 상징성과 소녀 그 자체일 것이다. 어린 딸·아들을 둔 부모의 심정으로, 손자·손녀를 둔 할머니·할아버지의 심정으로 크리스티나의 죽음을 보면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안타까워하며 많은 미국인들은 눈물을 훔쳤다. 애리조나 사건이 터지자마자 대부분의 미국 언론들은 정치·사회 전반에 팽배한 분노와 증오를 부추기는 ‘독설 정치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범행 동기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언론과 평자들은 보수 진영의 막말과 독설에 손가락질하며 책임공방을 벌였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모식 연설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난 3년간 워싱턴에 살면서 대선 후보시절부터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하는 모습을 수없이 봤지만 12일 추도식에서 행한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TV로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이 “대통령이 된 뒤로 가장 훌륭한 연설이었다.”고 평가했지만 외국인인 기자가 듣기에도 호소력이 컸다. 32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상당 부분을 9살 소녀에 대한 얘기를 하는 데 할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크리스티나가 생전에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을 잘했는지 이야기할 때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크리스티나 또래의 딸을 둔 아버지의 심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오바마 대통령은 크리스티나의 희생을 계기로 당파를 떠나 희망과 화합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제 막 친구들을 대표해 학교일을 배우기 시작한 크리스티나가 품었던 미국, 미국의 꿈,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크리스티나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고 단호한 목소리로 외칠 때에는 숙연함마저 느껴졌다. 딸 아이를 두고 하는 아버지의 맹세와도 같이 들렸다. 9살 소녀의 희생이 이념과 당파로 갈라진 미국 사회를 이어 주고, 희망과 미래로 향하는 문을 열어 주었다는 조금은 거창한 생각마저 들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어디를 막론하고 기성세대, 특히 정치·사회 지도자들은 다음 세대에게 지금보다는 살기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를 원한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아마도 가장 그들이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후세가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아닐까 싶다. 아들·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성세대가 되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는 그럴싸해 보여도 실천하기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애리조나 총격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 불거진 정치인들의 막말·독설 논쟁을 우리네 정치인들이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하다. 매번 반복되는 국회의원들의 몸싸움, 삿대질과 막말. TV 화면을 통해 보는 이런 정치·사회 지도자들을 보면서 “너희들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말이 통할까. TV 뉴스를 보지 않는 어린이·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가족사진은 지갑 속에 넣고만 다니지 말고 가슴 속에 새기고 다녀야 하는 것 아닐까. kmkim@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희망을 싣고 달리는 탈북 버스기사 유금단 씨

    [김문이 만난사람] 희망을 싣고 달리는 탈북 버스기사 유금단 씨

    황순원의 ‘소나기’가 잠시 북으로 간다. 두메산골이다. 잔잔히 흐르는 강줄기가 있다. 오며 가며 정든 징검다리도 있다. 한 소녀가 그 다리를 건널 때 소년을 만났다. 둘이 오가피나무 열매를 따먹곤 했다. 겨울에는 온통 눈으로 뒤덮였다. 영화 ‘러브스토리’처럼 뒹굴었다. 눈싸움도 했다. 강에서 산천어도 잡았다. 봄에는 진달래가 만발했다. 가재랑 놀았다. 그러다가 산에 올랐다. 두 손을 턱에 괴고 아래를 바라본다. 소년은 어디 갔을까. 중얼중얼 노래를 불러 본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에~’ 소녀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나이 먹을수록 찾아오는 것은 불행과 배고픔의 연속이었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사랑하는 아들을 친척 집에 맡기고 두만강을 홀로 건넜다. 파란곡절을 겪으며 남한으로 왔다. 두고 온 아들 때문에 가슴이 아파 매일이다시피 술을 마시며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불렀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아들과 다시 남한에서 눈물겨운 상봉을 했다. 하여 ‘이제는 살아야 한다.’며 다부지게 일어섰다. 포장마차 보조, 공사장 막일, 식당 홀서빙, 노점상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다가 버스 운전사가 됐다. 필기시험에서만 12번 떨어지고 13번째 합격하는 불굴의 의지로 이루어 냈다. ‘절망은 없다. 꿈 있는 자가 진정 아름답다.’라는 좌우명으로 이겨 냈다. 지금은 ‘뛰뛰 빵빵’ 신나게 서울 시내를 달린다.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라는 인사말에 승객들의 표정이 환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과 사는 맛을 느낀다. 그 소녀의 이름은 유금단(40). 함경북도 출신으로 2001년 탈북했다. 북에서 온 여성으로는 드물게 남한에서 6년째 버스 핸들을 잡고 있다. 그는 2008년 광복 63주년 때 보신각 타종 행사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신정동에 있는 6623번 시내버스 차고지. 이날따라 눈이 많이 내렸다. 하얀 눈과 환한 웃음이 잘도 어울린다. 약속 시간이 약간 늦었기 때문에, 그렇게 달려오는 모습이 영락없는 소녀였다. 그의 애마나 다름없는 버스 안에서 마주 앉았다. 먼저 지금 고향에도 눈이 많이 오겠다고 했다. “겨울이면 눈이 항상 많이 쌓여 있어요. 저는 눈을 아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남한에 왔을 때 눈이 별로 없어서 속상했어요. 작년하고 올해가 눈이 좀 와서 기분이 좋아요. 오늘 비번인데 눈과 함께 놀라고 하느님이 축복해 주는 것 같아요.” 고향이 어떤 곳이냐고 했더니 “함경북도 산골이며 금강산 못지않은 좋은 경치를 자랑한다.”며 싱글벙글 웃는다. 역시 고향 얘기는 즐거운 일. 봄에는 산나물을 캐고 가재를 잡던 추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한다. 강냉이를 절구에 찧어 먹었고 어머니가 삶아 준 줄당콩으로 허기를 채웠다. 그렇다면 부모 생각도 간절하겠다고 했더니 유씨는 잠시 차창 밖을 바라본다. 함박눈이 더욱 굵어진다. 유씨의 눈가는 차츰 젖어 갔다. “아버지는 40대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50대 초반에 돌아가셨지요. 두 분 다 젊은 나이에…. 아버지는 원래 남한 출신입네다. 6·25 때 17살이었는데 북한군에게 잡혀 갔지요.” 유씨는 남한에 처음 왔을 때 고모와 삼촌을 만났다. 그리고 조치원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도 갔다. 이때 가슴속 깊이 다짐한 것이 있다. 이산가족으로 한 많은 삶을 살아 가는 이 땅의 노인들을 위해 통일의 문이 열리는 날 버스에 수십대, 아니 수백대가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달고 북으로 달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간절하게 당부했다. “제발, 그날까지 다들 건강하게 살아 계십시오.” 탈북해 남한에 온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을까. 적응하느라 고생도 많았을 텐데 말이다. “북한이나 남한이나 다 같은 조선 땅입니다. 남한으로 내려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제 인생은 여기(남한)에서 시작됐으니까요. 남한에서 귀신병을 앓다시피 온갖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걸 겪으면서 비로소 꿈과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남한에서 지내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언어의 이질감이었다. 막노동판에서 쫓겨났을 때도 그렇고 포장마차 보조일, 식당 홀서빙 일을 할 때도 말이 안 통한다는 이유로 그만두어야 했다. 함북 지방 사투리가 불친절한 반말로 들린다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이 세상은 암흑이었습니다. 술을 안 마시면 견딜 수가 없었지요. 우울증과 귀신병을 반복적으로 앓았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울었던 날이 한두번이 아니었지요. 그렇지만 어떡합니까. 북에 두고 온 아들 생각에 참고 또 참았지요.” 북한에서 8살 된 아들과 이별할 때는 “열흘만 있으면 엄마가 돌아올게.”라고 했다. 당시 남편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서 8년 징역형으로 수감된 상태였고 아들은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리다시피 했다. 이런 아들이 떠올라 울음을 그치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노점상으로 나섰다.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아들과 남편을 데려오는 데 썼다. 하늘도 감동했던지 2005년 남편과 아들을 남한에서 극적으로 만나게 됐다. 그가 버스 운전사가 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유니폼을 입은 버스 기사가 멋있게 보이더군요. 또 시민들의 발이 된 내 모습을 상상했지요. 기분이 아주 좋아지더라고요.(웃음)” 함북 산골에는 시내버스가 없지만 북한에서 버스 기사는 중산층에 속한다. 그는 어느 정도 운동신경이 있어 운전을 자신했지만 필기시험에서 계속 떨어졌다. 한자식 단어가 낯설고 이해가 잘 안 됐다. 주변에서 해석을 도와 주워도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결국 13번째 도전에 합격해 마을버스 핸들을 잡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달려오는 5t 트럭을 피하기 위해 핸들을 급히 돌리다가 그만 장 파열을 일으키는 큰 사고를 당했다. 3개월 동안 병원에 입원했다가 복부에 붕대를 감은 채 경기 지역 시내버스에 다시 올랐다. “그때 죽을 뻔했지요. 병원에서 호흡기에 의지해 지냈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주위에서 많이 격려를 해 주더군요.” 4년 전부터는 지금의 6623번 시내버스로 옮겨 신정동과 여의도를 오가고 있다. 새벽 2시까지 일하는 날도 많지만 집에서 기다리는 아들 생각에 즐겁기만 하다. 버스의 단골 승객들한테는 ‘친절한 금단씨’로 소문이 나 있다. 키가 150㎝ 단신이지만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함경도 또순이’로도 통한다. 그는 특히 키가 작고 다리가 짧아 클러치를 밟을 때마다 정강이가 갈라지는 느낌을 받지만 정신력으로 참고 이겨 낸다. 아주머니들이 오르내릴 때 엄지를 치켜세우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런 격려와 관심에 힘입어 지난해 6월에는 모범운전자 자격증까지 땄다. “꿈이 있다는 것 자체가 목표의 절반은 이루어낸 것이지요. 또 꿈이 있어야 하늘이 도와줍니다. 저는 원래 비행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시골에 작은 요양원을 설립해 노인들을 모시는 일에 일생을 바치려고 합니다.” 그는 마음속으로 ‘나는 부자다. 남한테 빚이 없으니 부자가 아니냐.’라는 생각을 늘 한다. 또한 ‘대한민국 땅에서 살아 가면서 개인적 감정으로 부딪치며 살아갈 수는 없다. 웃는 얼굴로 살아 가자.’고 다짐한다. 이런 내용으로 강연을 하면 매번 기립 박수를 받는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에게 ‘눈물 젖은 두만강’을 지금도 부르냐고 했더니 “이젠 너무 슬퍼서 잘 안부른다. 대신 윤태규의 ‘마이웨이’를 즐겨 부른다.”고 했다. 노랫말이 새삼 다가온다. ‘아주 멀리 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다볼 것 없네/~누구나 한번쯤은 넘어질 수 있어/이제와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어/내가 가야 하는 일들에 지쳐 쓰러지는 날까지/일어나 한번 더 부딪쳐 보는 거야. 마이웨이.’ 편집위원 km@seoul.co.kr ●유금단씨는 1970년 5월 함북에서 태어났다. 2001년 탈북해 중국 땅을 전전하다 2002년 6월 남한에 왔다. 막노동과 포장마차 보조, 식당 홀 서빙일 등을 하다 2003년 말 12번의 낙방 끝에 13번째 필기시험에 합격하면서 버스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 이후 경기 지역 마을버스와 시내버스의 핸들을 2년 동안 잡은 뒤 4년 전부터 서울 신정동과 여의도를 오가는 6623번 시내버스 핸들을 잡고 있다. 2008년 6월에는 대한민국 환경문화대상을 수상했으며 그해 8월 15일 광복 63주년 보신각 타종 행사에 우주인 이소연씨 등과 함께 참여해 화제가 됐다. 2010년 6월에는 모범운전자 자격증을 받았다. 현재 18살 된 아들과 함께 경기도에서 산다.
  • [깔깔깔]

    ●질문의 차이 두 자매가 싸웠다. 언니:네가 내 우유 먹었지? 동생:아냐, 난 안 먹었어. 동생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 언니가 작전을 바꿔 다시 물었다. 언니:우유 맛있었지? 동생:응. ●건망증 한 할아버지가 택시를 탔다. 뒷좌석에 탄 할아버지가 기사에게 물었다. “기사양반, 내가 어디 가자고 했지요?” 택시기사가 뒤를 돌아보며 한마디 했다. “깜짝이야. 그런데 손님! 언제 타셨나요?” ●무관심한 아버지 사오정과 아들이 돌고래쇼를 보러 갔다. 난생 처음 돌고래를 보고 신기함을 감출 수 없었던 아들이 물었다. “아빠, 저거 뭐야?” 그러자 사오정이 귀찮아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응, 생선.”
  • “中 남부 먀오족은 고구려 후예다”

    “中 남부 먀오족은 고구려 후예다”

    중국이 동이족 수장으로 꼽히는 치우(蚩尤)를 중화 3대 시조로 모시는 것은 만주 등 동북지방에 대한 종주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여기에는 남부 산악지역에 살고 있는 먀오(苗)족 문제도 있다. 인구가 1000만명에 이르러 중국 56개 소수민족 가운데 다섯 번째로 크다는 먀오족은 자신들의 조상으로 치우를 내세운다. 그런데 먀오족이 치우의 후손이 아니라 패망한 고구려 유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김인희 전북대 쌀·삶·문명연구원 전임연구원이 지난 10여년간 중국 남부지역을 현지답사한 결과를 총정리한 ‘1300년 디아스포라, 고구려 유민’(푸른역사 펴냄)에 담긴 주장이다. 김 연구원은 “역사상 최초의 ‘코리안 디아스포라(Diaspora)가 먀오족”이라고 주장한다. 디아스포라는 이산(離散), 흔히 국가 소멸 뒤 세계 각지로 흩어진 유대인을 뜻한다.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재일교포나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카레이스키 등을 지칭한다. 김 연구원의 주장은 구당서, 신당서, 자치통감 등 중국 측 기록에 근거를 두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당나라 장수 이적은 평양성을 함락한 뒤 668년 보장왕과 함께 20만명의 유민들을 끌고 귀국했고, 이듬해인 669년 이들을 남쪽 공한지(空閑地)에 배치했다. 고구려 핵심 지배층을 고구려 본토와 머나먼 곳에 살게 해서 재기 의욕을 끊고, 포로들을 투입해 변경지역을 개발하려는 의도였다. 중국 문헌에 먀오족에 대한 기록이 일절 없다가 10세기 이후 송나라 시대 때부터 갑자기 “고구려와 풍속이 닮았다.”면서 언급되는 까닭은 이때서야 중국 남부에 자리잡은 먀오족을 중국인들이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먀오족이 고구려 유민이라는 증거로 우선 전통 바지 ‘궁고’를 든다. 고대 복식을 보면 중국 남방지역은 무덥고 습하기 때문에 대개 엉덩이와 허벅다리 뒤쪽을 그대로 노출하는 개방형 바지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먀오족만 유일하게 바지 위에다 또 한번 큰 천을 덧대는 방식의 바지, 궁고를 입고 있다. 이는 고대 흉노족 복식이나 고구려 벽화에서 발견되는 복식과 비슷하다. 종아리 부근은 바짝 조이고, 엉덩이와 허벅지 부분은 통을 크게 넓힌 뒤 그 위에다 바지 천 하나를 덧씌워 두르다 보니 엉덩이 부분은 뾰족하게 솟아나도록 한 모양새다. 이는 추운 곳에서 말을 타야 하는 북방 유목민의 전형적인 복장이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와 결혼하는 형사취수(兄死娶嫂) 문화, 장례 전에 집안에 시신을 모셔 두는 풍습, 동명왕 신화처럼 아시아 동북부의 대표적 설화인 난생신화를 가지고 있다는 점 등 다양한 근거를 든다. 결정적으로 먀오족은 옷에다 조상에 대한 옛 기억을 그려 뒀다. 이는 인디언 이러쿼이족 출신 미국 학자 폴라 언더우드(1932~2000)가 ‘몽골리안 일만년의 역사’라는 책을 남긴 것과 비슷하다. 문자가 없던 인디언들은 옛 조상들의 대이주 행렬을 장대한 구전 서사시로 남겨 뒀고, 언더우드는 집안 어른들로부터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적 얘기’라고 들어왔던 이 서사시를 기록으로 남겼다. 먀오족 옷의 그림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여자들의 주름치마에 두 개의 강을, 웃옷 뒤편에는 큰 성을 그려 뒀다. 구전설화에 따르면 이들은 추운 곳에서 적에게 패배해 노란 물과 맑은 물을 건너 남쪽으로 왔다. 이게 바로 황하와 장강을 뜻한다는 것이다. 또 조상들이 머물렀던 곳을 잊지 않기 위해 고향에 두고 온 옛 성을 그려뒀다. 이 성의 문양은 장방형인데, 고대 성곽에서 장방형으로 지었던 성은 고구려 성이 가장 대표적이다. 재미있는 점은 서부 먀오족과 달리 동부 먀오족에게서는 ‘큰 강’에 대한 얘기 대신 ‘동쪽의 해 뜨는 바닷가’ 얘기가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이를 고구려 패망 뒤 만주 일대에서 남쪽으로 끌려온 이들은 서부 먀오족, 고구려 평양성에서 바다 건너 끌려왔던 이들은 동부 먀오족이라고 해석한다. 동부 먀오족이 서부 먀오족보다 더 반항적이고 남방문화와 비교적 덜 섞여 든 이유와도 연결된다. 한마디로 평양성에 거주했던 고구려의 핵심 지배층이었던 까닭에 서부 먀오족에 비해 문화 자존심이 유달리 강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고구려가 아니라 치우를 조상으로 내세웠을까. 이는 만주족 청나라를 붕괴시키고 한족 중심의 근대국가를 성립시키려 했던 반청 운동가들의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먀오족을 이민족으로 정벌했던 고구려로 보기보다, 한때 다투었던 형제인 치우의 후손이라고 하는 것이 편했다는 것이다. 문자가 없어 옛 조상에 대한 희미한 기억만 갖고 있는 먀오족 역시 중국과는 조상이 다르다는 민족 자주성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였다는 해석이다. 실제 저자는 먀오족의 조상이 치우라는 주장을 주로 한족 학자들이 내놓는 반면, 먀오족 스스로는 치우에 대해 그다지 알지 못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이는 동북공정이 최근 들어와 시작된 것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 정권이 들어선 1950년대부터 이미 시작됐다는 학계 일부 주장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마오쩌둥이 꿈꾼 것은 공산주의 정권이 아니라 한족 패권 정부였다는 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길섶에서] 부부/최광숙 논설위원

    최근 TV 다큐멘터리에서 한 노부부를 보았다. 할아버지는 93세, 할머니는 86세다. 이들은 70여년째 해로(偕老)하고 있단다. 두분 다 건강해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했다. 자손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다복(多福)하다는 말이 딱 그들을 두고 하는 말 같다. 그 연세가 되면 건조한 일상의 연속일 법도 한데 닭살부부가 따로 없다. 할머니의 순박한 애교에 할아버지는 연신 함박웃음이다. 시골장이 서면 잘 차려입고 데이트를 나선다. 여름철 냇가에서 장난기가 발동한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물장난을 치신다. 물세례를 받은 할머니가 삐치자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달래는 모습은 딱 연애하는 젊은 커플이다. 나이 들어도 알콩달콩 재미나게 사는 노부부의 모습을 보니 한폭의 그림 동화를 보는 듯했다. 끊임없이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그들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주기까지 했다. 죽을 때까지 시들지 않게 풋풋한 사랑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사라졌다. 대신 숙제를 남겼다. 그럼 내 삶은?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문학영재반 ‘집현전’ 학생들의 출판기념회 가보니

    문학영재반 ‘집현전’ 학생들의 출판기념회 가보니

    지난해 12월 어느 겨울 밤. 서울 서초구의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는 문학 작품집 ‘성뒤골의 글꾼들’(좋은세상)의 조촐한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이 문집을 펴낸 주인공은 15살 까까머리 중학생부터 대학교 신입생을 포함한 열명 남짓의 예비 작가들이다. “해리포터 신드롬에 빠져서”(강승민·동대부고 1년) 혹은 “가족과 친구들의 칭찬이 좋아서”(고은별·혜화여고 2년), “한국 문학과 인문학 부흥을 위해서”(유기웅·서울시립대 1년) 등 글을 쓰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모두 한마음이었다. 작품집 제목인 ‘성뒤골’은 과거 부자촌으로 도둑이 자주 출몰했던 우면산 골짜기를 이르는 말인데, 지난해 이곳 연수원에서 동고동락하며 창작의 열정을 불태웠던 것을 기념해 지은 이름이다. 이들의 첫 만남은 2006년으로 거슬러 간다. 김재천 시인과 故 김기순 소설가, 당시 수유중 교장이던 오대석 서울시교육원장 등 문학을 사랑하는 세 사람이 함께 뜻을 모아 글쓰기에 소질이 있는 학생을 상대로 시와 소설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집현전’이 첫 출발점이다. 집현전은 같은 해 국내 최초의 방과후학교 문학영재반인 성북교육청 문예창작 영재교육원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첫 수업 당시 중학생이었던 학생들이 지난해부터 대학의 국문학과와 문예창작과로 진학해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는가 하면, 개중에 몇몇은 이미 중·고교 시절부터 전문 작가로 등단해 시인과 소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집현전 1기로 참여한 문지은(영훈고 3년) 학생은 “머릿속에만 갇혀 있는 생각들을 밖으로 끄집어내기 시작하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제 마음대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소설 쓰기의 매력”이라면서 “(소설이) 친구처럼 천천히 다가왔지만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정식 소설가로 등단해 올해 경희대 국문학과에 진학하는 구태희(명덕여고 3년) 학생은 창작소설 ‘당신이 살아남는 법’에 대해 “1인칭 주인공 시점을 통해 주인공의 이름을 표기하지 않고 결말도 정하지 않아, 작가가 일방적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독자들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작품 설명에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 작품집에는 소설가 김동리 선생의 손자인 김병도(방배중 2년) 학생이 직접 할아버지의 대표 작품인 ‘무녀도’에 대한 독후감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김군은 “모자 사이인 모화와 욱이를 각각 샤머니즘인 토속신앙과 외래적인 기독교로 나눠 대립시키면서 당시 시대상을 제대로 묘사했고, 인물 간의 섬세한 심리 묘사도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6년간 아이들을 가르쳐온 소설 창작반 선생님이자 현직 소설가이기도 한 오 원장은 “최근에는 학생들 스스로 동인을 결성해 작품집을 내는가 하면 학생 신분으로 소설가로 등단한 제자도 나오고, 대학 진학도 국문학과로 할 정도로 다들 열정적”이라면서 “앞으로는 가르치는 입장이 아니라 아이들과 경쟁을 해야 할 처지”라고 말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글 사진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60대 할머니 용기가 총기난사 추가 희생 막았다

    60대 할머니 용기가 총기난사 추가 희생 막았다

    주말 미국을 경악시킨 애리조나 총기난사 사건은 용의자 제러드 리 러프너(22)의 사전 계획된 단독 범행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당국은 10일 ‘정신이상증세’를 보이고 있는 러프너가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을 살해대상으로 정하고 사전에 범행을 계획해 왔다는 증거들을 찾아냈다. 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 물결이 확산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모든 관공서에 조기를 게양토록 한 가운데, 수사당국은 다른 반정부단체나 극우단체가 개입했을 개연성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러프너가 백인우월주의단체 ‘신세기재단’이 펴내는 잡지 ‘아메리칸 르네상스’ 웹사이트에 여러 차례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돼 연관 가능성을 조사중이다. ●“단독범행 추정”…극우매체 연관성 조사 연방수사당국의 조사기록에 따르면 투산의 러프너 집에 있는 금고에서 그의 서명과 함께 ‘나의 암살’, ‘사전에 계획했다.’, ‘기퍼즈’라고 휘갈겨 쓴 봉투가 발견됐다. 기퍼즈 의원에 대한 사전 암살 계획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금고에서는 2007년 기퍼즈 의원실이 이번 사건이 발생했던 것과 같은 유권자 행사에 참석했던 러프너에게 보낸 감사 편지도 발견됐다. 러프너가 수년째 기퍼즈 의원을 주목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추정됐던 50대 남자는 러프너를 사건 당일 세이프웨이까지 태워다준 택시 기사로 확인됐다. 9살짜리 소녀와 존 롤 연방판사 등 6명이 숨지고 기퍼즈 의원등 14명이 다친 이번 사건의 용의자 러프너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몇년새 급격하게 성격이 바뀌었다고 미 언론들이 러프너의 고교와 2년제 커뮤니티칼리지 동료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프너는 2007년부터 피마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니면서 교실과 도서관에서 말썽을 피워 5차례나 교내 경찰과 언쟁을 벌인 끝에 지난해 9월 교칙 위반으로 정학 처분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대학 동급생들의 말을 인용해 러프너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징후들을 보였으며, 2008년 육군에 지원했다 약물 문제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상·하원 의원들의 신변 경호에 비상이 걸렸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9일 상·하원 의원과 가족, 의원 보좌관들과 전화회의를 갖고 신변 경호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상·하원의원 경호 비상 한편 할머니와 할아버지 등 용감한 4명의 시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용의자 러프너를 제압한 덕택에 총기 난사 사건 피해는 더 커지지 않았다. 10일 ABC방송에 따르면 사건 당일 권총에 장전돼 있던 실탄 31발을 다 쏜 뒤 총알을 다시 장전하려는 러프너를 현장에 있던 61세의 패트리샤 마이시(여)와 74세의 빌 배저 등 남성 3명이 달려들어 쓰러뜨렸다. 3명의 남자들이 러프너를 제압한 사이 61세의 패트리샤는 용의자로부터 새 탄창을 빼앗아 추가 피해를 막았다는 것이다. 패트리샤는 인터뷰에서 “범인이 주머니에서 탄창을 꺼내기에 그 탄창을 붙잡았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교장이 회초리 드니 학생·학부모 불만 없어요”

    “교장이 회초리 드니 학생·학부모 불만 없어요”

    “교장이 회초리를 드니까 학생이나 학부모가 불만이 없어요.” 안홍렬(61) 충남 천안중학교 교장은 학생이 잘못하면 직접 회초리를 든다. 학생들은 교장실을 ‘따끔이 교실’로 부른다. 교사 체벌 금지가 논란을 부르고 있는 가운데 교장이 회초리를 들어 학생을 가르치고 교권도 바로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 학교의 교사들은 학생이 불손한 행동을 하거나 지각, 두발상태 불량 등이 있으면 두말하지 않고 학생을 교장실로 데려간다. ●“엄정함 전하기 위해 정자관 써” 안 교장은 학생에게 회초리를 들 때 옛 훈장처럼 정자관(程子冠)을 쓴다. 그는 “교사가 직접 학생을 체벌하면 감정이 개입할 수 있고, 학생에게 마음의 상처가 생길 수 있다.”면서 “정자관을 쓰는 것은 나름의 형식을 갖춰야 엄정함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교장은 대신에 교사들의 체벌을 철저히 금지시키고 있다. 안 교장은 회초리를 들기 전에 무엇을 잘못했는지 조목조목 지적한 뒤 학생이 반성하면 동의를 얻어 할아버지의 마음에서 종아리를 3~5대 때린다. 회초리는 손가락 굵기의 볏과 식물인 신우대로, 결코 부러질 만큼 때리지는 않는다. 안 교장은 “학생들에게 내가 모범을 보여 공감을 얻어야 학생들이 따른다.”고 했다. 안 교장의 별명은 ‘이사도라’이다. 24시간 학교를 돈다고 해서 학생들이 붙여줬다. 매일 오전 5시 30분에 학교에 나와 운동장 등을 청소하고 점심시간에 급식실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학생들이 밥을 먹고 간 식탁을 닦는다. 지난해 말 학교축제 때는 말썽꾸러기 학생 4명과 함께 문제 학생이 학교생활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그린 인형극 ‘하늘 편한 서당 금깨비이야기’를 공연하기도 했다. 안 교장이 회초리를 든 것은 1998년 교감이 되고서였다. “체벌이 사회문제로 불거져 교사들이 학생을 가르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아 내가 대신 짐을 지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명문이던 천안중을 10여년 만인 2008년 3월 다시 와보니 한부모가정 등이 늘면서 교육에 문제가 빈발해 회초리를 더 들게 됐다.”고 회고했다. ●“체벌 사라져도 훈육은 남아야” 교장이 회초리를 들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교사의 체벌을 받은 학생이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없어졌다. 최근에는 ‘머리를 단정하게 깎으라’는 지적을 거부하고 달아났던 학생의 학부모가 다음 날 자식을 데리고 교장실로 찾아와 잘못을 빌게 하는 일도 있었다. 면학 분위기가 좋아져 ‘왕따’나 금품갈취 등 불미스러운 사고도 크게 줄었다고 한다. 그는 다음 달 말에 정년퇴직하지만 퇴직 후에도 운동장 청소와 식탁 닦아주기 봉사는 계속할 생각이다. 안 교장은 “체벌은 언젠가 없어져야 하지만 학교에는 반드시 어른이 있어야 하고 훈육 자체가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김황식 총리 오늘 취임 100일

    김황식 총리 오늘 취임 100일

    “내가 나이는 이렇지만 사실 마음은 여러분 못지않은 열정과 감성을 갖고 있어요. 눈덮인 휴화산처럼 있지만, 속에서는 마그마가 끓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 기자단과 가진 송년간담회 자리에서 김황식 총리가 한 말이다. 이 자리에서 김 총리는 ‘할아버지’라는 평가에 대해 농담 섞인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8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김 총리의 그간 행보를 들여다보면 김 총리가 언급한 ‘마그마’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김 총리가 맞닥뜨린 첫 관문인 인사청문회에서 청문위원들은 ‘녹록지 않다.’는 평가를 내놨다. 부동시로 인한 병역면제로 부정적인 여론이 적지 않았는데도 김 총리는 모든 의혹 제기에 적극적인 태도로 임하면서 파상공세에 밀리지 않았다. 이어진 대정부 질문에서는 온화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소신발언을 서슴지 않는 김 총리에게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서도 ‘물건이다.’라는 감탄이 이어졌다. 김 총리는 조직 내부에서는 합리성과 꼼꼼함으로 정평이 나 있다. 평생 법관으로 재직해서인지 방대한 현안들 중에서도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실수는 좀처럼 하지 않는다는 평이다.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여야 정치인들이 앞다퉈 연평도를 찾을 때도 “지금 총리가 가도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서 연평도행을 자제한 일은 대표적인 합리적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국정운영과 관련해서는 공정사회·일자리·복지·교육·ODA 등 5대 과제를 역점추진할 계획이며, 이달 중 공정한 사회 실현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제시할 예정이다. 김 총리는 또 나라가 어려웠던 시절에 외국에 나가 고생한 국민들에 대해서는 유독 감성적인 면모를 보인다. 인사청문회 때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글썽였고, 최근에는 파라과이에 있는 한인 학교를 방문했다가 펑펑 눈물을 쏟기도 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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