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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일 사람과 향기] 좋은 세상 만드는 이야기 할머니

    [김병일 사람과 향기] 좋은 세상 만드는 이야기 할머니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부터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를 넘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2018년에는 노인인구가 14%가 넘는 고령사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평균 수명도 현재의 80세를 넘어 머지않아 90세, 100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퇴 후 3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현실로 바짝 다가오고 있다. 이 시기를 얼마만큼 충실히 준비하느냐에 따라 축복받은 삶이 될 수도 있고, 후회하는 삶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은퇴 후 30년을 준비하는 데 금전적인 요소와 건강문제를 먼저 떠올린다. 나의 인생을 ‘의미 있는 삶’으로 이끄는 데 돈,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을까? 최근 모처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청춘합창단원을 선발하기 위한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어르신들에게 남은 인생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꿈과 희망을 주고 있다. 또 지켜보는 많은 국민들은 멋있는 노후라고 칭송하고 부러워하기도 한다. 이처럼 노후의 삶이 개인도 즐겁고 지켜보는 주위도 흥겹게 하면 좋다. 다만 여기에 우리 이웃, 사회, 국가와 같은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역할이 추가된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몸담고 있는 곳에서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를 자주 만난다.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사업은 전통시대의 가정에서 이루어지던 무릎교육을 현 시대에 맞게 재현한 것이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곱고 반듯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노력했던 우리 선현들의 가르침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2009년 30명의 할머니로 시작된 이 사업은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6개월간의 교육과정을 마친 할머니들이 유치원을 방문해 유아들에게 선현들의 미담이나 우리 옛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면서 조심스럽게 바라보던 시선들이 이제는 유아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나이 어린 유아들이 유치원에 할머니 오시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할머니 이야기를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우고 꼼짝도 하지 않고 듣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효도하고 절약하겠다며 유치원을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부모들은 영리하고 똑똑한 아이가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야기 할머니들이 봉사하는 유치원의 학부모들은 예의까지 갖춘 아이,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해 주길 바라고 있다. 그 역할을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가 계속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학부모와 유치원 관계자들의 이러한 요구로 지난해 100명, 올해는 전국적으로 300명의 할머니들을 모시고 양성과정을 운영하게 되었다. 이번 양성과정에 참가하신 할머니들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이야기 할머니’로부터 권유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정을 나누는 향기로운 선배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고 듣고 동참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보다 더 나은 미래는 젊은 세대, 미래세대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세대는 똑똑하고 영리하다. 이제 남을 배려할 줄도 아는 바른 아이로 키워야 한다. 이것이 우리 기성세대에게 요구되는 절실한 시대적 과제이다. 이 과제는 한강의 기적, 경이로운 국가발전을 이루어낸 어제의 산업전사요 오늘의 은퇴 어르신들이 잘하실 수 있다. 할머니뿐만 아니라 할아버지도 하실 수 있다. 그들은 어린 시절 그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무릎교육을 받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기회만 준다면 잘할 수 있다. 이제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단순한 공경의 대상이 아니다. 이 시대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할을 은퇴 후까지 하고 계신다는 보람과 긍지를 느끼게 해드리자. 할아버지, 할머니도 개인적 즐거움, 소일, 취미생활에서 벗어나 우리사회가 밝고 건전하게 나아가는 데 아름다운 황혼의 빛을 보탰으면 한다. 그럴 때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세상, 향기롭고도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는 지름길이 열리지 않을까.
  • 애니메이션 ‘UP’ 할아버지 집 실제 건축 화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업’(UP) 속 칼 할아버지가 사는 집이 실제로 지어져 화제가 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업’에서 칼 할아버지가 사는 이 집은 과거 부인과 추억이 깃든 곳으로 풍선을 달고 하늘을 나는 영화 속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실제로 미국 유타주에 지어진 이 집은 한 부동산 회사(Bangerter Homes)의 작품이며 판매도 한다. 영화 속 외관은 물론 내부 인테리어 까지 똑같이 만들어졌으며 현관 앞 우체통도 실제 그대로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디즈니의 허가를 받아 제작 된 이 집의 가격은 39만 9000달러(약 4억 2천만원). 부동산 회사 측은 “처음 영화 UP을 보고 이같은 집을 생각했다.” 며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이 되는 기분으로 살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11일 TV 하이라이트]

    ●과학카페(KBS1 밤 11시 40분) 작년 3월 부산 여중생 납치 사건의 범인 김길태가 공개 수배 8일 만에 체포됐다. 명확한 범행 증거가 드러난 상황에서도 김길태는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곤 했는데…. 이에 경찰은 김길태에게 ‘P300’(뇌파탐지검사법)을 시도해 보기로 한다. 과연 그의 뇌도 거짓말을 할 수 있었을까. ●KBS 월화 드라마 스파이 명월(KBS2 밤 9시 55분) 한류 단속반으로 일하는 명월은 특수공작원이 되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뭔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비밀 경호 임무를 받고 싱가포르에 도착한 명월은 쇼케이스차 방문한 한류 스타 강우와 만나게 된다. 강우와 엮이면서 상황이 꼬여가던 중 명월은 뜻하지 않게 중요한 작전을 망치게 된다. ●일일시트콤 몽땅 내 사랑(MBC 밤 7시 45분) 혜옥은 김 집사가 혼자 밥먹는 모습에 속상하기만 하다. 혜옥은 김 원장에게 앞으로 밥 먹을 때 김 집사도 함께 먹자고 한다. 그러자 김 원장은 혜옥의 변화를 의심스럽게 생각한다. 한편 한영의 할아버지와 소개팅하게 된 영옥. 소개팅 자리에서 자신보다 훨씬 키가 큰 한영의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당신이 국가대표입니다(MBC 오후 6시 50분) 페루에 한류 스타가 나타났다. 젊은 한국인들의 길거리 공연에 페루인 100여 명이 쫓아다니며 구경을 한다. 미국 공연 중 경찰의 제지를 받게 되자 현지인들이 그들의 공연 연장을 부탁할 정도다. 이들은 소녀시대도, 빅뱅도 아닌 바로 ‘독도레이서’ 팀이다. 6명의 한국인 대학생들이 전 세계에 독도를 알리기 위해 나섰다. ●직업의 세계-일인자(EBS 밤 10시 40분) 김규흔은 2005년 전통식품 한과 명인 지정 한과 제작에 최초로 자동화 공정을 도입했다. 그리고 포장법을 개발해 한과의 유통기한을 늘린 주역이다. 한과의 대중화, 세계화를 이끌어가는 그의 한과 인생은 어느새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번듯한 기업 최고경영자지만 그는 여전히 작업복을 입고 공장에서 하루를 보낸다. ●경찰 25시(OBS 밤 11시) 새벽 4시경, 전남 보성에서 잔인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는 피 흘린 채 싸늘하게 죽어 있는 시체만 있었다. 원정 도박으로 수천만 원을 탕진한 아들이 이를 해결하려고 아버지의 재산을 노린 범행을 저지른 것이었다. 더구나 아들은 자기 아버지를 살해하는 이 끔찍한 범행 계획에 친구까지 가담시켰다고 하는데….
  • 지하철 매너손 논란…추행추방 공감 vs “난 아냐” 반감

    지하철 매너손 논란…추행추방 공감 vs “난 아냐” 반감

    지하철 매너손 논란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지난 6일 ‘예비약사’라는 필명의 네티즌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지하철 매너손’이라는 글이 논란을 부른 것. 아침 7시 반 혼잡한 지하철을 이용한다는 이 여성은 성희롱 오해를 받지 않게 남성들이 손을 올리고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여성 네티즌들은 대부분 ‘지하철 매너손’ 글에 공감을 표하고 있는 반면 상당수의 남성들은 “만원 지하철에서 신체접촉은 불가피한 일”, “모든 남성들을 변태로 모는 것은 아닌지” 등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 논란이 일고 있다. 지하철 매너손 논란을 부른 여성은 “오늘 아침에도 지하철을 탔는데 남성들에 둘러싸이게 됐다”며 “옆에 할아버지는 제 엉덩이 옆을 툭툭 치셨고 뒤에 회사원 아저씨의 손도 제 엉덩이가 닿을만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고 불쾌감을 느낀 경험담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여성은 또 “엉덩이를 친 것은 지하철 운행으로 인한 반동 때문일 것”이라면서도 “남자들이 억울한 성희롱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손을 올리고 있으면 감사하겠다. 남자들 기도하는 손 어려운가요?”라고 정중하게 부탁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nownews@seoul.co.kr
  • [WHO&WHAT] 인류 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 승자는?

    [WHO&WHAT] 인류 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 승자는?

    “당신이 상상하는 최고의 행운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을 사람들에게 던지면 상당수가 ‘로또 당첨’을 얘기할 것이다. 1등 대박을 꿈꾸며 그렸던 수많은 ‘불가능’이 실제 눈앞에서 현실화하는 것. 그걸 보는 기분은 정말이지 어떤 것일까. 여기 로또보다 더 기막힌 행운의 주인공들이 있다.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불운이 겹치는 ‘머피의 법칙’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경험한 우연과 행운은 ‘돈’뿐 아니라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명예’까지 함께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역사는 이들을 행운아로 기록하지 않는다. 인류 역사를 바꾼 ‘위대한 발명가’ 또는 ‘과학자’, ‘고고학자’로만 기억할 뿐이다. 이번 주 서울신문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행운아를 뽑는 오디션을 개최했다. 심사위원은 샐리 앨브라이트가 맡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에게는 유리한 일만 생긴다고 자신하는 그녀,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주인공(멕 라이언 분)이자 ‘샐리의 법칙’을 탄생시킨 룰세터다.  무대에 오른 참가자들은 자기들이 경험한, 그러면서 그들 스스로 믿기 힘들었던 행운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세렌디피티’(우연한 행운)의 대명사가 된 그들의 얘기와 ‘아메리칸 아이돌’의 사이먼 코엘이나 ‘위대한 탄생’의 방시혁에 버금가는 샐리의 독설이 이어졌다. 샐리 : 무려 22년 만에(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1989년에 개봉), 그것도 이렇게 화려한 무대에 심사위원으로 초대돼 정말 영광입니다. 도대체 어떤 행운을 경험한 분들이 등장하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요, 첫번째 참가자 모시겠습니다.  (객석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 샐리 : 으악! 할아버지. 이렇게 발가벗고 나오시면 어떡해요. 아르키메데스 : 허허. 설정이 좀 과했나. 나름대로 그 시절 분위기를 살려본 건데…. 난 인류 최초의 스트리킹 기록 보유자. 아니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이자 화학자이자… 뭐 암튼 과학자이자 철학가인 아르키메데스라고 하네만. ‘유레카’(Eureka)라는 신조어도 내가 만들었는데. 샐리 : 아. 역사책인지 과학책인지 들은 것 같긴 하네요. 근데 설마 스트리킹이 할아버지의 행운은 아니겠죠? 아르키메데스 : 뭐, 다들 아는 얘기라고 생각해서 스트리킹을 콘셉트로 잡아봤는데 아가씨 좀 무식한 거 아닌가. 실망인걸. 입 아픈 얘기를 또 하자면, 난 기원전 3세기 시라큐스의 목욕탕에서 인류사를 바꿀 발견을 했지. 친구이자 친척인 히에로 왕이 순금 왕관을 만들도록 세공사한테 시켰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딴 걸 섞었을 것 같았단 말이지. 그래서 나한테 그걸 조사해 달라고 하는데, 무게가 같으니까 알아낼 방법이 없었거든. 나라고 별 수 있나. 머리만 싸매고 있다가 목욕탕에 갔는데, 욕조에 몸을 담그는 만큼 물이 넘치는 걸 발견했지. 그 순간 난 벌거벗은 채로 미친 듯이 집으로 뛰어가면서 ‘유레카’를 외쳤지. 어라. 그게 무슨 발견인지 이해를 못하는 것 같은데. 금, 은, 동은 밀도가 다 다르잖아? 그럼 같은 무게가 됐을 경우에 부피가 달라지거든. 결국 금에 다른 걸 섞으면 무게가 같아도 넘치는 물의 부피는 달라지지. 이게 바로 ‘아르키메데스의 법칙’이라고 불리는 위대한 인류의 성과야. 샐리 : 아. 말씀하시는 동안 뒷조사를 좀 했는데요. 이 오디션의 가장 큰 평가요소가 ‘행운’과 ‘우연’인 건 알고 계시죠? 그런데 할아버지는 모래 위에 기하학 문제를 풀다가 로마 병사가 그걸 밟았다고 화내다가 세상을 뜨셨다면서요? 죄송하지만, ‘가장 어이없는 죽음’ 오디션에 나가시면 더 좋은 성적을 받을 것 같네요. 다음 참가자 나오세요. 단체 참가자군요. 양취위안 : 저희는 중국 시안(西安)에서 온 농부들입니다. 이름은 양씨인데, 별로 중요한 건 아니고. 음…. 샐리 : 오디션 무대가 낯설다는 건 이해합니다. 그래도 뒷 참가자들을 위해서 좀 더 간략하고, 빠르게 설명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양취위안 : 예. 1974년의 일인데요, 우리는 시안의 리산(驪山)에서 우물을 파고 있었습니다. 아주 가뭄이 심한 해였거든요. 알다시피 농사꾼이 제일 무서운 게 가뭄이잖아요. 그래서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관리까지 와서 우리더러 우물을 파라고 막노동을 시키고 있었어요. 밑으로 4m쯤까지 바닥을 팠는데 갑자기 흙으로 만든 사람이 나오더라고요. 솔직히 벌 받을까봐 무서워서 도망치려고 했는데, 감독관이 계속 파라 그래서 파다보니 사람이 자꾸 나오고 길도 나오고 그랬죠. 샐리 : 그게 뭐였죠? 양취위안 : 그게 진시황제의 병마용이었어요. 한 2000년쯤 됐다고 하대요. 아직도 다 못 팠어요. 어림짐작으로 넓이가 55㎢쯤 된다더라고요. 샐리 : (짝짝짝) 참 대단한 발견들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돈은 좀 버셨나요? 양취위안 : 아뇨. 우리나라가 공산주의 국가이다보니 별다른 보상은 받지 못했어요. 다시 농부로 돌아갔죠. 다만 시안이 관광지로 각광받으면서 후손들이 지금은 덕을 좀 보고 있어요. 샐리 : 아, 안타깝습니다. 돈과 명예를 얻고 끝이 좋아야한다는 오디션의 취지에는 적합하지 않네요. 그리고 사실 고고학적인 발견에서 ‘농부’나 ‘우물파기’는 너무 식상한 감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도 농부가 우물을 파다가 나왔고, 성경해석의 열쇠였던 ‘사해(死海)문서’도 양치기 소년들이 동굴찾기를 하다 발견했거든요. 조심해서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다음 참가자는… 커플, 아니 파트너시군요. 아르노 펜지어스 : 안녕하세요. 전 아르노 펜지어스이고 이 친구는 로버트 윌슨입니다. 저희는 과학자이긴 한데, 사실 하는 일은 거의 안테나 개발자에 가까웠죠. 통신위성을 쏘고 나면 거기에서 나오는 전파를 잡는 전파 안테나를 만들었거든요. 1964년에 미국 뉴저지의 벨연구소에 있을 때 자꾸 잡음이 잡히더라구요. 그래서 안테나 위에 비둘기도 쫓아내고, 새똥도 치우고 별짓을 다했는데도 해결이 안 됐어요. 둘이서 계속 머리를 맞댄 끝에 그게 뭔지 알아냈습니다. 샐리 : 뭐였는데요? 펜지어스 : 그게 바로 150억년 전에 우주대폭발 ‘빅뱅’의 흔적인 우주배경복사였습니다. 안테나를 고치다가 우주 탄생의 증거를 찾은 거죠. 그 덕에 노벨상도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인생이 활짝 핀 거죠. 그 일이 없었으면 아직까지 어느 동네에서 안테나나 만들고 있었을 텐데 말이죠. 샐리 : 흥미롭긴 한데, 개념이 너무 어려워서 솔직히 마음에 와 닿지는 않네요. 거기다 빅뱅은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게 너무 많잖아요. 오늘 참가자 중 유일하게 두 분만 생존해 계신 분들이니, 다음 기회에 다시 오시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분 나오세요. 알프레드 노벨 : 난 앞에 나온 친구들이 받은 그 상을 만든 사람이오. 그 상 받는 게 평생의 소원인 사람들이 전 세계에 몇 억명은 될 걸. 샐리 : 아. 폭탄 제조의 1인자시군요. 근데 ‘우연’이나 ‘행운’과 어떤 관계가. 노벨 : 먼저 1800년대 중반에 제일 많이 연구됐던 폭탄이 니트로글리세린이었다는 사실부터 말해야겠군. 근데 이게 너무 불안정해서 활용이 쉽지 않았지. 맨날 터지고 사고 나고. 한번은 내 공장이 폭발하면서 동생도 죽고, 그 충격으로 아버지도 돌아가셨어. 그래서 난 결심했지. 원활한 철도공사를 위해 더 안전하고 강력한 폭탄을 만들겠다고. 그러던 중에 실험실에서 유리조각에 손가락을 베였고, 당시 치료약으로 쓰이던 콜로디온을 발랐어. 근데 그 끈적끈적한 콜로디온을 활용하면 폭약 제조가 좀 쉬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고. 그 결과 ‘폭발성 젤라틴’을 만들어냈지. 또 니트로글리세린 용기가 부식돼 새어나와 흙에 스며든 것을 보고는 다이너마이트를 만들었지. 샐리 : 둘 다 우연이자 행운이다, 이 얘기이신 것 같은데요. 살아계실 땐 항상 발명품들이 ‘우연’이라는 것을 부인하셨죠? 오디션 욕심은 알겠지만, 좀 모순이네요. 노벨상을 만들어서 인류 발전에 이바지하신 점은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평생 고독하게 사셨고 수학자를 싫어해서 노벨상에 수학을 빼셨다는 얘기도 있던데. 노벨 : (묵묵부답) 샐리 : 암튼 만나봬서 영광이었습니다. 다음 분 나오시죠. 찰스 굿이어 : 전 미국의 발명가이자 사업가인 굿이어입니다. 저 때만 해도 고무는 계륵이었어요. 매력적인 재료이기는 한데 모양 변형이 쉽지 않았고 온도가 높아지면 굳어버리거나 부서져 버렸죠. 전 평생 이 일에 매달리면서 여러가지 물질을 섞어봤어요. 그러다가. 샐리 : 잠깐만요, 굿이어씨. 혹시 어디에 실수로 뭘 떨어뜨렸는데 그게 고무를 유용하게 만들어줬다. 뭐 그런 류의 얘기는 아니겠죠? 그러면 좀 전에 노벨씨 얘기와 너무 비슷해서 실망할 것 같은데요. 굿이어 : 그… 그게, 실은 유황을 실수로 고무랑 섞었는데, 녹지 않는 성질을 발견해서. 샐리 : 아. 됐습니다. 별로 창의적인 얘기는 아니군요. 여기까지만 듣겠습니다. (들어가는 굿이어 뒤에 대고) 근데 방금 그 굿이어씨 이름이 ‘굿이어 타이어’의 굿이어랑 같은 건가요? 흠~ 자 그럼 마지막 참가자 나오세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왜 내가 여기 나왔는지 잘 모르겠데. 난 평생 철저한 철학 속에서 살아왔다고 자부하는데, 이런 내가 우연을 논하는 자리에 서다니 영문을 알 수 없군. 샐리 : 아. 특별초대 손님 괴테님이시군요. 물론 파우스트 같은 문학적 성과나 철학적 성과를 우연이나 행운으로 폄훼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저희가 오늘 모신 것은 비교해부학의 선구자로서인데요. 괴테 : 아. 그거? 그렇지, 거기엔 좀 우연이 있지. 난 포유류와 사람이 같은 계보라는 증거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과학자이기도 했거든. 당시 학자들은 포유류 위턱의 앞부분에 있는 ‘간악골’이 사람에겐 없다는 이유로 포유류와 사람이 다르다고 주장했어. 그런데 내가 베니스의 한 공동묘지에서 태아의 유골을 보고, 사람의 간악골은 자라면서 점차 유착이 돼서 사라진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지. 뭐 내가 직접 해부를 하지 않고도 찾아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류에겐 큰 축복이자 행운이지. 샐리 : 잠깐만요. 그 공동묘지에서 간악골을 찾아낸 게 사실은 괴테 당신이 아니라 하인이고, 당신은 그 공을 빼았았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전후 사정을 설명하기가 애매하니까, ‘우연’으로 포장한 거 아닌가요? 괴테 : 아니 아니, 그럴 리가 있나. 다 나를 음해하는 주변 사람들과 말 옮기기 좋아하는 후세인들이 만들어낸 얘기라고. 난 불쾌해서 더 이상 이 자리에 못 있겠구만. 들어가겠네. 샐리 : 자~ 그럼 오늘 오디션을 정리하도록 하죠. 시대와 분야에 상관없이 내로라하는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봤지만, 그 누구도 온전한 ‘행운’과 ‘우연’만으로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됐네요. 특히 많은 사람들이 우연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 실제로는 그들의 노력에 의한 필연적 산물이라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우승자는 없다고 해야겠죠?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우연과 행운의 과학적 발견 이야기(로이스톤 로버츠·안병태/도서出판국제) 역사를 다시 쓴 10가지 발견(패트릭 헌트·김형근/오늘의책) 우연한 발견을 위대한 발명으로(최달수/김영사) 우연의 법칙(슈테판 클라인·유영미/웅진지식하우스) 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발명들(헬레인 베커·하정임/다른) 세계사를 뒤흔든 16가지 발견(구드룬 슈리·김미선/다산초당)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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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지하철의 막말남 신상터는 누리꾼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지하철의 막말남 신상터는 누리꾼

    인터넷 세상에서 반복되는 문제점으로 늘 지적되면서도 고쳐지지 않는 게 있다.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빚어지는 막말과 폭행, 그리고 ‘누리꾼 수사대’들에 의한 이른바 ‘신상털기’다. 발단은 다리꼬기였다. 한 할아버지가 다리를 꼰 채 앉아 있는 20대 남성에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남성, 적반하장의 진수를 보여주려는 듯 80대 할아버지에게 막발을 퍼부었다. 이 동영상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의 ‘광클’이 이어지며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곧바로 ‘누리꾼 수사대’가 이 남성에 대한 신상털기에 나섰고, 또다시 이에 대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과장 광고 ‘신라면 블랙 과징금’ 높은 관심 2위는 신라면 블랙 과징금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고급화 전략으로 가격 우회인상 논란을 빚은 농심 ‘신라면 블랙’에 대해 과장 표시와 광고를 한 것으로 판정하고 1억 5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애플과 카카오톡 간에 빚어지고 있는 마찰도 화제였다. 애플코리아가 카카오톡에 자사 결제모듈(IAP)로 애플리케이션을 판매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것. 3위. 카카오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애플 본사 방침에 따라 앱스토어에서 퇴출돼 아이폰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우려된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승부 조작 사건에 ‘국대’ 출신의 스타플레이어 이름이 거론되면서 파문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최성국이 상주 상무 시절 승부조작 사전 모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고 밝히며 검찰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누리꾼들은 이 소식을 검색어 순위 4위에 올렸다. 5위는 사상 첫 국제통화기금(IMF) 여성 총재가 차지했다. 주인공은 만장일치로 선출된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 라가르드 총재는 5일부터 5년간 총재로 활동하게 된다. ●세빛둥둥섬 폐쇄… 논란 증폭될 듯 MBC ‘무한도전’ 팀이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은 6위에 올랐다. 7위는 반포대교 아래 조성된 세빛둥둥섬의 폐쇄 소식이었다. 세빛둥둥섬은 장마 기간 안전을 위해 지난달 21일부터 무기한 폐쇄됐다. 이 기간 발생한 손실은 모두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상황이어서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고(故) 송지선 아나운서와의 스캔들로 시즌 도중 입소했던 프로야구 두산의 임태훈 선수가 논산훈련소에서 찍은 단체 사진은 8위, ‘로또’보다 당첨확률이 2배 높고 세금도 더 싸진 ‘연금복권 502’ 출시 소식은 9위에 올랐다. 롯데 팬들이 구단 코칭 스태프 경질을 요구하며 벌이고 있는 ‘무관중 운동’은 10위를 차지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산부인과 신생아 병동을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산부인과 신생아 병동을 가다

    “여보! 이 악물고…조금만 더! 힘을 줘. 옳지. 잘한다.…” 지난달 26일 새벽 강남구 차병원 산부인과 가족분만실. 새 생명이 탄생하는 진통이 이어진다. 짧은 순간이지만 출산의 고통을 아내와 함께 나누기 위해 허인환(40)씨가 택한 가족분만실이다. 남편의 손을 잡은 산모의 힘이 다해 갈 즈음, 예쁜 공주님이 힘찬 울음소리로 엄마와 세상을 향해 인사한다. 새벽 2시 33분. 김명희(36)씨는 7시간의 산고 끝에 3.8㎏의 우량아를 낳았다. 아빠가 된 허씨는 “노산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건강한 아기를 낳은 아내가 고맙다.”며 엄마와 아기를 이어 주던 탯줄을 자른다. 결혼 6년 만에 어렵사리 들어선 아기. 산모의 나이를 고려할 때 제왕절개로 출산하는 게 맞지만 김씨는 자연분만을 선택했다. 아기와의 감격스러운 첫 만남을 고스란히 느끼기 위해서다. 첫딸을 만난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내 아기 맞죠? 내가 엄마가 된 거죠? 감사합니다.” 그녀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고맙다는 말을 연발한다. 엄마를 찾아온 아기에게, 분만 내내 곁에서 지켜 준 남편에게, 생명 탄생을 돕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던 의료진에게….생애 최고의 기쁨을 위해 생애 최대의 고통을 기꺼이 감수한 그녀에게 이 순간만큼은 그 모든 게 축복이다. 하루 평균 22명의 신생아가 태어난다는 서울 중구 제일병원. 오전 10시 면회시간만 되면 신생아실 앞은 아이를 보려는 산모와 가족들로 북적인다. 커튼을 젖히고 아기의 번호를 보여 주면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아기와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면회를 온 사람들 틈으로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한 아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아이고 천상, 오서방 쏙 빼닮았네.” 정순임(62)씨는 3대 독자에게 시집간 딸이 낳은 외손자가 너무도 사랑스럽고 고맙다. 바로 옆 바깥사돈 앞에서 한껏 어깨가 으쓱해진다. “아가야 할아버지~ 해 봐.” 자식 키울 때보다 손자가 더 예쁘다더니 오칠중(66)씨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친손자의 얼굴을 담기에 바쁘다. 간호사들이 3교대로 24시간 아기들을 돌보는 신생아실. 세상에 나오는 과정은 아기들에게도 쉽지 않다. 이곳에서 아기들의 호흡, 맥박, 체온 등을 체크하는데 간혹 안타까운 모습도 있다. 호흡이 불완전해서 산소치료를 받거나 황달로 응급처치를 받는 아기들이다. 초보 엄마들에게 ‘신생아 입원실’이라고 하면 하늘이 무너진다. 조임경씨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호흡 불안정으로 신생아 중환자실로 갔다. “무리해서 자연분만을 했나.” “더 나빠지면 어쩌나.” 초산이라 모유 수유도 처음인 데다 출산 직후에는 모유의 양도 많지 않아 이래저래 힘들다. “대부분 하루,이틀이면 좋아져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의료진의 말도 전혀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그녀는 “아이를 낳아 봐야 엄마 마음을 안다고 하는데 이제야 그 의미를 알 것 같다.”고 울먹였다. 새 생명이 움트는 공간인 신생아병동은 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기나긴 고통과 기다림은 생애 가장 아름다운 만남을 위한 통과의례다. 미래의 동량(棟梁)인 새 생명의 탄생. 한 가족에게 그보다 아름답고 신성한 일은 없을 터. 태어난 아기들의 건강하고 멋진 앞날을 기원한다. 글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저자와 차 한잔] ‘우연한 풍경… ’ 낸 조경 전문가 김연금

    [저자와 차 한잔] ‘우연한 풍경… ’ 낸 조경 전문가 김연금

    비틀거리며 하늘로 오르는 산동네 계단, 어느 골목길에서 마주친 작은 화분들….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지만 그런 풍경들은 우연히 생긴 게 아니다.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보면 곳곳에 삶의 흔적이 깃들어 있기 마련이다. … 그렇게 사람의 체취가 밴 풍경을 탐닉하고, 그 속살이 품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이가 있다. ‘우연한 풍경은 없다’(나무도시 펴냄)를 낸 ‘조경작업소 울’의 김연금 소장. 그를 만나 풍경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연한 풍경은 없다’는 조경전문가가 쓴 풍경에 대한 탐구서다. 김 소장은 골목이나 거리에서 혹은 시장에서 촘촘한 시선으로 건져낸 이야기들을 차분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풍경은 혼자 만드는 게 아닙니다. 전문가의 손을 거친 도로와 가로수, 건축물 그리고 가게의 간판, 주인이 내놓은 화분…. 거기에 우리 이웃들이 어울려야 비로소 풍경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책 제목도 ‘우연한 풍경은 없다’가 됐다. “풍경은 삶과 의지가 오랜 시간 얽혀서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담벼락의 낙서 하나도 우연이 아니라 의지에 의해 생겨난 것입니다.” 그의 주문은 먼저 도시를 디자인하는 전문가들에게 향한다. “이 책을 통해 전문가들도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삶을 들여다보고 공유하라고 권하고 싶었습니다. 풍경 하나하나에 깃든 이야기에 주목하다 보면 도시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무엇을 요구하는지도 읽어낼 수 있으니까요.” 대중을 향한 바람도 있다. 풍경을 만드는 일이 전문가집단으로부터 풍경의 주체인 대중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풍경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한다고 말한다. “도시 곳곳을 들여다보면 그 자체로서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 많습니다. 의도적 장식이 아니라 내적 가치에 의한 아름다움이지요. 그런데 막상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높이 평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문가의 입으로 ‘지금 여러분이 살고 있는 공간이 진정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책은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계단에서부터 시작된다. 꼬불꼬불한 계단이 생기게 된 내력, 소위 ‘하코방’이라고 부르던 판자촌이 만들어낸 풍경을 꼼꼼하게 전해준다. 김 소장이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옥수동은, 그가 조경공부를 시작해서 박사가 되고 유학을 다녀오는 내내 산 교육장 역할을 해줬다. “옥수동은 제게 삶의 터전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공간과 사람과의 관계를 가르쳐준 살아 있는 텍스트였으니까요. 덕분에 강의실에서 배운 이야기를 늘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풍경의 탐닉에 그치지 않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풍경을 만들기 위한 제안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어른에게도 놀이터를 만들어주자는 주장이다. 종로구 종로3가의 할아버지들이나 성북구 길음동의 할머니들에게도 놀이터를 선물하자는 것이다. “생활공간 속의 자투리를 찾아내 작은 공원으로 만드는 ‘한평 공원’ 프로젝트를 10년째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결론은 아이들에게만 놀이터가 필요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공간의 유연성을 살려서 할아버지, 할머니는 물론 아저씨, 아주머니에게도 놀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말을 전문가나 행정담당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김 소장이 일관되게 붙잡고 있는 ‘풍경’에 대한 화두는 사람과 조화, 그리고 참여다. “모든 것을 전문가의 손으로 만드는 것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그 공간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의견을 묻고 함께 만들어 나가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호준 편집위원 sagang@seoul.co.kr
  • 강북에도 노인보호시설 생긴다

    종로구에 사는 조모(68) 할머니는 함께 지내던 아들 김모(40)씨에게 수없이 목을 졸리고 폭언 등을 당했다며 이웃의 도움을 받아 최근 서울시 보호기관에 신고했다. 20년 전부터 홀로 살던 박모(71) 할아버지와 동거했는데, 사실혼 처지라 ‘쥐꼬리’ 정부 보조금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런데 전 남편 소생인 아들은 틈만 나면 술에 잔뜩 취해 돈을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 더욱이 조 할머니는 당뇨와 고혈압, 뇌경색 질환을 앓는다. 한겨울 전기장판을 고칠 여력도 없던 터라 내놓을 돈이 없었다. 보호기관은 사실 확인 뒤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의료기관과 함께 적절한 조치를 취했고, 조 할머니는 차차 안정을 찾아 지역사회로 복귀했다. 아들 김씨에 대해서도 일시보호 조치를 내려 격리(?)시키도록 만들었다. 지병인 신장질환으로 고생하던 박 할아버지 또한 병원에 입원할 수 있게 경제적 도움을 주선했다. 서울시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노인학대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인보호전문기관을 강북에 추가 설치한다고 29일 밝혔다. 다음 달 1일 성북구 삼선동에 신설되는 ‘서울시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은 강북·노원·도봉·동대문·서대문·성북·은평·종로·중랑·성동·중구 등 강북지역 11개 자치구의 노인학대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되며 (재)천주교 까리따스수녀회 유지재단이 운영을 맡는다. 이에 따라 서울시 노인보호 업무는 남부와 북부권으로 나눠 운영된다. 서울시는 2004년부터 서초구 방배동에 노인보호전문기관 1곳을 운영하고 있다. 시는 노인학대 24시간 전화상담(1577-1389), 학대노인 일시보호조치 및 치료, 학대 노인에 대한 사후관리, 노인학대 예방교육 등을 통해 노인학대 방지에 주력할 방침이다. 마포구도 노인들의 문화복지 향상을 위해 같은 날 아현동 710에 ‘아현실버문화센터’를 연다고 밝혔다. 지상 7층, 연면적 1097.64㎡로 1층에는 북카페와 치안센터, 2∼3층에는 경로식당을 마련했다. 4∼5층에는 교육장과 U헬스케어센터가 들어서 영어 등 다양한 교육·취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등이 의료·재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6층에는 치매나 중증 질환 노인을 돌보는 데이케어센터를 설치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김동건·강병수를 기억하시나요 “야구인생 2막 시작”

    그라운드에 선 건 1년 반 만이었다. 더 이상 야구장에서 뛸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야구라면 지긋지긋했으니까요. 다시는 돌아보지 않으려 했는데….” 그럴 만했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 김동건. 2001년부터 9년 동안 프로선수 생활을 했다. 김동건에게 그 9년은 지겹고도 긴 기다림이었다. “언젠가는 나도 주인공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버텼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가다 보니 어느새 9년이 흘렀더군요.” 김동건의 프로 통산 기록은 68경기 출장에 82타수 14안타 타율 .171이었다. 그리고 홈런 하나와 타점 16개가 전부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시작부터 나빴던 건 아니었다. 김동건은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 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 우승의 주역 가운데 하나였다. 1번 타자에 주전 유격수. 추신수-이대호-정근우가 당시 팀 동료들이었다. 이듬해 SK에 2차 1지명으로 입단했다. “그때만 해도 모든 게 다 잘될 거라고만 생각했어요. 자신도 있었고요.” 그런데 프로는 쉽지 않았다. 출장 기회 자체가 잘 안 왔다. 입단 뒤 3년 동안 딱 19번 1군 경기에 나섰다. 스스로는 왜 그런지 이유를 잘 몰랐다. “경기에 못 나서니 마음이 조급했고, 마음이 급하니 더 야구가 안 됐던 것 같아요.” 상무에 2년 다녀온 뒤에는 팀 사정이 달라져 있었다. 유격수 자리엔 나주환이, 3루엔 최정이 버텼다.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었다. 2009시즌이 끝난 뒤 방출됐다. SK 관계자는 “재능이 있지만 모든 면에서 조금씩 모자란 선수였다.”고 평가했다. 그렇게 김동건의 프로 인생은 끝났다. 다시는 야구를 안 하려고 했었다. 야구가 너무 싫었다. 그런데 할 줄 아는 게 또 야구밖에 없었다. 이달 초 신생팀 엔씨소프트가 공개 트라이아웃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시 도전해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제게서 야구를 빼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김동건은 이를 악물었다. 28일 마산구장 모습이었다. 또 다른 내야수 강병수는 아무 말 없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재일교포 2세. 고향은 오사카다. 지난 2002년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에 5순위로 입단했다. 실력이 괜찮았다. 입단 당시 제2의 이케야마 다카히로(통산 304홈런을 기록한 일본 강타자)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역시 2군에 주로 머물렀다. 기회가 올 때마다 조금씩 일이 꼬였다. 2004년엔 2군 경기 도중 다른 내야수와 충돌해 턱뼈가 부서지기도 했다. 실력은 크게 늘지 않았고 젊은 선수들은 치고 올라왔다. 2008년 방출됐다. “야구를 버릴 순 없었습니다.” 일본에서 새 팀을 찾았지만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그해 12월 한국으로 건너와 한화에 입단했다. 그러나 일이 안 풀렸다. 당시 한화 2군엔 젊은 내야수들이 넘쳤다. 1군은 고사하고 2군 경기에 나서기도 힘들었다. 한화 관계자는 “비슷비슷한 선수들이 많아서 되도록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실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운이 없었다.”고 했다. 시즌이 끝난 뒤 다시 방출됐다. 강병수는 일본에서 신생팀 트라이아웃 소식을 들었다. 한국으로 돌아왔다. 포기할 만도 한데 또 도전한 이유가 무얼까. “제주도에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그분께 제가 한국에서 야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강병수 눈이 살짝 붉어졌다. 이날부터 3일 동안 열리는 엔씨소프트 1차 트라이아웃엔 54명이 모였다. 230명이 참가 신청을 했고 그 가운데 서류심사로 이만큼을 걸러냈다. 54인의 사연은 김동건-강병수처럼 각자 구구절절하다. 이 가운데 몇 명이 테스트를 통과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정해진 숫자는 없지만 소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창원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김일성 닮으려 6차례나…” 김정은 성형 후계자?

    “김일성 닮으려 6차례나…” 김정은 성형 후계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정된 셋째 아들 김정은이 공식 석상에 등장하기 전까지 모두 6차례 성형 수술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닮아 보이기 위해서다. ●“北 현직 고위관계자가 증언” 하태경(43) 열린북한방송 대표와 정치범수용소에 27년 동안 수감됐다가 탈북한 김혜숙(50·여)씨 등은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왕립합동군사문제연구소(RUSI)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북한의 권력승계 현황에 관해 설명하던 중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북한의 인권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영국을 방문했다. 하 대표는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2007년 초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했다.”면서 “김정은이 지난해 9월 공식적으로 등장하기까지 3년여간 모두 6차례 크고 작은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말을 현직 북한 고위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에게 존경받는 김 주석과 비슷하게 얼굴을 고쳐 할아버지의 후광을 이용하려고 했다는 풀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9월 당대표자회의를 통해 공식 등장한 뒤 김일성과 꼭 빼닮은 용모로 주목 받았고 ‘할아버지와 닮기 위해 성형수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후계체제 작업 치밀하게 진행 하 대표는 “화폐개혁이 실패해 민심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일 후계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치밀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하 대표와 김씨를 비롯해 영국에 머무는 탈북자 및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을 방문해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 254명의 명단을 전달하고 생사 여부를 확인해 줄 것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 “김정은, 김일성 닮으려 6번 성형 수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정된 셋째 아들 김정은이 공식 석상에 등장하기 전까지 모두 6차례 성형 수술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닮아 보이기 위해서다.  하태경(43) 열린북한방송 대표와 정치범수용소에 27년 동안 수감됐다가 탈북한 김혜숙(50·여)씨 등은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왕립합동군사문제연구소(RUSI)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북한의 권력승계 현황에 관해 설명하던 중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북한의 인권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영국을 방문했다.  하 대표는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2007년 초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했다.”면서 “김정은이 지난해 9월 공식적으로 등장하기까지 3년여 간 모두 6차례 크고 작은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말을 현직 북한 고위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에게 존경받는 김 주석과 비슷하게 얼굴을 고쳐 할아버지의 후광을 이용하려 했다는 풀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9월 당대표자회의를 통해 공식 등장한 뒤 김일성과 꼭 빼닮은 용모로 주목 받았고 ‘할아버지와 닮기 위해 성형수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하 대표는 이날 “화폐개혁이 실패해 민심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일 후계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치밀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하 대표와 김씨를 비롯해 영국에 머무는 탈북자 및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을 방문해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 254명의 명단을 전달하고 생사 여부를 확인해줄 것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 [27일 TV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전남 곡성에는 짚풀과 사랑에 빠진 임채지 할아버지와 논밭을 남편 삼아 살아온 아내 정애님 할머니가 살고 있다. ‘짚풀공예가’ 임채지 할아버지는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관광객들에게 늘 인기 만점이다. 하지만 곡성군의 자랑으로 자리 잡은 그도 아내 정애님 할머니 앞에서는 그저 ‘속 썩이는 애물단지 노인네’일 뿐이다. ●월화 드라마 동안미녀(KBS2 밤 9시 55분) 소영은 배우 채슬아에게 드레스 디자인 컨셉트를 설명한다. 잘 안될 거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화려하고 섹시한 디자인을 선보인 소영. 한편 진욱의 아버지는 자기 밑에서 일하는 미중년 남자의 딸이 진욱과 사귀는 바로 그 아가씨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시간 소영과 진욱은 첫 데이트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몽땅 내 사랑(MBC 밤 7시 45분) 김 원장은 아들 자랑을 하는 친구의 말에 자신의 아들도 공부를 잘해 유학 갔다고 자랑한다. 옥엽은 속상해하면서도 김 원장을 위해 자신이 집사 보조라고 거짓말을 한다. 그 모습에 김 원장도 속상하기만 하다. 한편 우진은 학생들이 두준에게 선물을 전달해 달라고 하는 것을 본다. 그리고 자신이 두준보다 인기가 없음을 알게 된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SBS 밤 9시 55분) 아정은 문광부에서 파면당하고 힘들어한다. 기준은 그런 아정을 위로해 주고 아정은 기준의 위로에 마음이 편해진다. 아정은 문광부에 들어가기 전 고시원에서 공부하며 코피 흘리던 모습, 합격자 명단에서 이름을 발견했던 순간, 공무원이 되서 열심히 일했던 모습까지 파노라마처럼 지난 일들을 회상하는데…. ●희망릴레이(KBS2 오후 5시 30분) 철거 예정인 달동네에서 9년째 벽화를 그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마을을 그림으로 꾸미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거리의 미술’ 대표 이진우씨다. 그가 생활하며 벽화를 그리는 동네는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이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 벽화를 그리며 황폐해진 동네를 희망으로 바꾸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본다. ●경찰 25시(OBS 밤 11시) 새벽 귀갓길 피해자는 노골적으로 자신을 겁탈하려는 남자의 행동에 깜짝 놀라 도망쳤다. 하지만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에만 급급했던 범인은 계속해서 피해자를 쫓았고, 급기야 피해자는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이렇게 힘이 약한 여성들만을 노려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는 파렴치한 범죄행각을 OBS ‘경찰25시’에서 전면 공개한다.
  • [주말 하이라이트]

    ●6·25특집다큐(OBS 토요일 밤 9시 20분) 고(故) 임인식 대위는 그동안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 최초의 종군기자이다. 그의 6·25 전쟁 당시 기록물들을 통해 전쟁이란 무엇이며,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무엇을 남겼는지를 되돌아본다. 특히 그동안 공개된 적이 없는 6·25 전쟁의 사진자료와 당시 사진대대장으로 참전했던 고 임인식 대위의 일기와 기록을 최초로 공개한다. ●광개토태왕(KBS1 토요일 밤 9시 40분) 모용보는 전후배상을 하겠다는 거짓 약속을 하며 고구려 왕 이련을 기만한다. 한편 모용보는 화해하는 척하며 담망 왕자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담덕은 모용보의 속셈이 의심스러워 이 자리에 동행해 음식에 독을 넣은 것은 아닌지 면밀히 주시한다. 하지만 풍발은 음식이 아닌 선물로 준비한 피리에 독을 발라 놓았는데…. ●내 마음이 들리니(MBC 토요일 밤 9시 50분) 준하는 민수에게 애인이 되어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민수가 동주를 좋아하는게 싫다며, 민수에게 그 점을 생각해보라는 말을 남긴다. 한편 동주는 진철에게 자신이 봐서는 안 될 장면을 봐서 떨어졌다고 말한다. 동주는 현숙에게 용서를 빌고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얘기한다. ●토요특집 출발! 모닝와이드 3부(SBS 토요일 오전 7시 40분) 전국 방방곡곡에 숨어 있는 최고 전설. ‘나는 전설이다’의 이번주 주인공은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40여 년간 교통정리를 해 온 97세 임진국 할아버지다. 평생을 총각으로 살아왔던 그가 아흔이 넘어서 드디어 장가를 갔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알콩달콩 달콤한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다는데…. ●화평공주 체중감량사(KBS2 일요일 밤 11시 15분) 화평공주는 선왕의 늦둥이 막내딸로 태어났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왕이 된 오라버니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큰 화평공주. 그녀는 지혜롭고 따뜻한 성품을 지녔지만 지나치게 몸집이 크다. 하지만 그녀는 궁 안의 모든 이가 그녀에게 친절하기 때문에 자신의 큰 몸태가 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늘 푸른 인생(MBC 일요일 오전 6시 10분) 낙동강 변의 기름진 토양에서 질 좋은 농산물이 생산되는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노이1리 갈실마을이다. 겉으로는 티격태격해도 마음 깊숙이 서로 존경하며, 따뜻한 부부의 정을 나누고 살아가는 갈실마을 어르신들의 인생 이야기를 함께한다. ●김연아의 키스&크라이(SBS 일요일 오후 6시 40분) 개그맨 김병만의 스케이팅 실력이 날로 향상되어 놀라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지난주 방송된 첫 페어컴피티션에서 파트너와 좋은 호흡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던 김병만. 최근 더욱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한다. 또 촬영장에서 김병만이 망설임 없는 리프트와 스핀으로 이 코치를 놀라게 한 현장도 만나 본다.
  • [6·25 전쟁 61주년] “남편 납북 61년… 전화벨 울리면 그이 왔을까 가슴 떨려”

    [6·25 전쟁 61주년] “남편 납북 61년… 전화벨 울리면 그이 왔을까 가슴 떨려”

    “그날 몸을 던져서라도 나도 함께 데려가라고 매달렸어야 하는 건데…. 내무서 앞에 끌려나온 남편 모습을 보니 정신이 핑 돌면서 가슴이 울렁거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어.” 24일 서울 청량리동에서 만난 김항태(83) 할머니는 말문을 열자마자 흐느꼈다. 주름이 조글조글한 손으로 가슴팍을 연신 내리쳤다.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가 풀리지 않은 듯 보였다. “그때 내가 임신 1개월째라는 걸 나중에 알았지. 남편은 우리 딸이 있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갔으니…. 딸은 남편과 나를 이어주는 유일한 생명줄이야.” 결혼 1년 5개월 만에 스물두 살의 새댁은 남편을 북으로 떠나보냈다. 할머니의 남편 김재봉(91) 할아버지는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9월 말 강화군 교동도의 신혼집에서 인민군과 마을 좌익 청년들에게 잡혀 북한 황해도로 끌려갔다. 그렇게 남편을 보내고 전쟁통에 홀로 낳은 딸이 올해로 환갑이 됐다. 4년 전부터 할머니를 괴롭히는 고관절 디스크의 고통은 가슴을 까맣게 태운 그리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직도 그냥 끊어지는 전화가 오면 남편이 나를 찾아 전화한 게 아닐까 싶어. 그런 전화가 올 때면 가슴이 떨려.” 북녘 어딘가에 살아 있다면 올해로 아흔 살이 넘었을 남편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할머니는 아직 체념하지 않았다. ●서울 수복 직후 남편과 생이별 할머니는 남편과 헤어진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당시 충격으로 날짜 감각을 잊은 채 멍하니 보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신 할머니는 국군이 서울을 되찾은 지 며칠 뒤라고 기억했다(1950년 9월 28일 국군과 유엔군은 서울을 수복했다). 유엔군의 인천 상륙 작전이 성공하고 서울도 되찾아 조만간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북으로 간 남편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쾅, 쾅쾅’ 그날 새벽녘 귓전을 울리는 굉음에 놀라 잠에서 깼다. ‘북한군이 다시 내려온 건 아닐까….’ 정신을 차려 보니 포탄 떨어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누군가 집 대문을 거세게 두드리고 있었다. 미처 몸을 숨길 새도 없이 거센 발길질에 대문이 부서졌다. 십수명의 정체 모를 청년들이 들이닥치자 무서움에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그들은 내무서에서 나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반동 세력이니 내무서로 함께 가야겠다.’면서 다짜고짜 남편의 팔을 붙들었다.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남편의 가슴팍에 내무서원은 기다란 총부리를 들이댔다. 남편은 그렇게 내무서로 끌려갔다. 한바탕 소란을 치르고 정신을 차려 보니 희뿌옇게 동이 터 오고 있었다. 이튿날 정신을 차리고 내무서 앞으로 달려갔다. 남편은 포승줄에 두 손이 꽁꽁 묶인 채 다른 마을 청년들과 함께 매여 있었다. (손가락으로 방안 끝에서 끝을 가리키며) “그때 남편이랑 같이 붙들려 간 사람들이 여기서부터 저기까지는 될 거야. 두 줄로 섰으니 한 스무명 정도…. 맘에 안 드는 사람들은 죄 끌고 간 거지.” 내무서원들은 남편과 청년들을 교동도 항구로 데려갔다. 할머니는 울먹이며 남편의 뒤를 따라갔지만 함께 배에 오를 수는 없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내렸지만 그 순간이 진짜로 마지막이 되리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남편이 탄 배는 건너편 황해도 연백군이 바라다보이는 교동도 항구를 떠났다. 배를 타고 30분도 채 안 걸리는 가까운 거리를 건너가는 남편의 뒷모습,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김 할머니가 남편으로부터 받은 마지막 소식은 남편이 끌려간 지 이틀 만에 보낸 작은 쪽지 한 장이었다. 함께 끌려간 사람들 가운데 면 서기와 이웃 청년 2명이 풀려 나오면서 전해준 것이었다. 손바닥 반만 한 작은 종이엔 ‘내 걱정하지 마세요. 배 타고 건너와 잘 있습니다. 당신의 남편 김재봉’이라고 쓰여 있었다. 단정하게 또박또박 적힌 이 세 문장이 60년이 넘도록 김 할머니 가슴에 박혀 있다. 조심스레 쪽지를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작은 종이 쪼가리, 귀퉁이가 다 닳도록 만지고 보면서 35년을 간직했는데, 80년대 중반에 이사하다 모두 태워버렸어. 그때는 ‘어차피 돌아올 수도 없는 남편인데 갖고 있은들 뭐하나’ 이런 심정이었지.” ●쪽지 35년 간직하다가 불 태워 할머니가 여전히 잊지 못하는 남편 김 할아버지는 서울농고를 졸업하고 교동도 금융조합(현재의 농협) 서기로 입사한, 똑똑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그는 친구들과 사랑방에 둘러앉아 시국 토론도 하는 열혈 청년이었다. 전쟁 전에는 뜻 맞는 마을 청년들과 청년단을 조직하기도 했다. 이념 대립이 팽팽하던 전쟁 직전, 남편은 좌익 세력의 표적이 됐다. 공산당이 득세한 교동도에서 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당원 가입도 거부했다. 할머니는 “전쟁이 터지자마자 동네 빨갱이들이 명부를 들고 다니면서 이름을 쓰고 지장을 찍으라고 했는데 그게 공산당 가입 명부였다.”면서 “교동도에는 빨갱이들이 많았는데, 그게 다 먹고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공산당에 넘어갔던 탓”이라고 말했다. 할아버지의 자상함은 한도 없었다. “이 양반은 이렇게 내 가슴을 아프게 하려고 그랬는지 그렇게도 별났다. ‘김치도 맛있다, 빨래도 잘 넌다’ 하면서 항상 칭찬해줬다. 무거운 것도 하나 못 들게 했다. (주먹 쥔 손으로 다른 쪽 손바닥을 탕탕 내리치면서) 그런 말을 바로 엊그제 한 것 같고, 아직도 생생한데….” 할머니는 또다시 한참을 울었다. 남편이 북으로 간 뒤에도 김 할머니는 교동도를 떠나지 못했다. 언젠가 돌아올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농사일로는 커 가는 딸과 생활하기가 벅찼다. 아버지 얼굴을 모르는 딸에게 공부를 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 딸이 10살이 되던 1961년 서울로 왔다. 외삼촌이 살고 있던 답십리에 방을 구했다. 다른 환경에서도 남편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다. 딸을 학교에 보내고 집안이 조용해지면 방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남편과 함께 자식 기르는 재미로 살 줄 알았는데 하루아침에 벼락을 맞았으니…. 죽어야 잊지 그전엔 못 잊어.” 80년대 중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되자 남편 소식을 들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러나 납북자는 대상이 아니었다. 북한에서 납북자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북에서 저렇게 뻗대니 어떻게 햐. 절대 용서가 안 돼.” 할머니는 남편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현실에 가슴을 저몄다. 인고의 세월은 끝이 없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산가족 방문 상봉이 합의되자 김 할머니는 다시 가슴이 뛰었다. 불편한 다리로 이북5도청에 마련된 이산가족 민원 창구를 찾았다. “교동도 지도를 가져가 여기서부터 저기로 내 남편이 끌려갔다고 그렇게 설명을 했는데…. 내 절절한 심정을 이해나 해줄는지. 못 만나게 할 거면 살아 있는지 말이라도 해줘야 할 거 아냐.” ●北서 납북자 인정 안 해줘 분통 “몇 년 전에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남편을 꼭 찾아주겠다며 걱정 말라는 서신도 보내왔는데 결국 허사였어. 내 남편은 납치돼 간 건데 정부에서 책임지고 찾아줘야 해.” 할머니의 목소리에서 결기가 느껴졌다. “60년 동안 남편이 딱 한 번 내 꿈에 나온 적이 있어. 교동도 안방 아랫목에 앉아 내 이름을 부르기에 화들짝 놀라 깼는데 꿈이지 뭐야. 꿈인 걸 안 순간 어찌나 눈물이 나는지….(할머니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뒤로 꿈에도 한 번 안 나오니 야속한 사람이지. 내 마음에는 그 사람의 사랑이 불에 넣어도 안 탈 거 같고 물에 넣어도 안 떠내려갈 거 같고 그래.”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새삼 가슴을 후비는 탓이리라. 김 할머니 눈가에 다시 이슬이 맺혔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퓰리처 수상 바르가스 기자 나는 불법체류자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유명 기자의 뜻밖의 고백에 미국 사회가 어리벙벙해 있다. 2007년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 보도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호세 안토니오 바르가스(30)는 23일 ABC 방송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불법 체류자라고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12살에 고향 필리핀을 떠나 미국에 간 바르가스는 가짜 영주권으로 대학도 나오고, 여러 언론사에서 기자로 일했다. 그는 미국 최고 권위지 워싱턴포스트(WP)에서 숱한 특종을 터뜨리며 유명 기자로 입신한 삶의 과정을 방송을 통해 고백했다. 그가 불법 체류 사실을 안 것은 미국에 온 지 4년 뒤. 할아버지에게서 영주권이 가짜이고 다른 증서도 돈으로 샀다는 얘기를 접했다. 그러나 그는 고교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성적 우수자로서 장학금을 받아 샌프란시스코대에 입학하는 등 탄탄대로를 걸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인턴기자를 시작으로 필라델피아 데일리뉴스를 거쳐 WP에 자리를 잡았다. WP 입사 때는 발급 절차가 까다롭지 않은 오리건 주 운전면허증을 제출, ‘관문’을 통과했다고 말했다. 불법 면허증을 이용, 백악관 만찬을 비롯해 수도 워싱턴 DC에서 벌어지는 각종 행사를 취재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내 정치를 말한다] (7)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

    [내 정치를 말한다] (7)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

    나는 굴곡 없는 삶을 살았다. 자수성가하신 할아버지와 기업인·정치인의 길을 걸으신 아버지 덕분이다. 기업체를 운영하는 입장이지만 ‘독점’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을 갖게 된 것도 교만과 독선에 대한 경계심을 키워 주신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가르침에서 비롯됐다. 할아버지는 항상 ‘두꺼비 헛배 부르듯 허욕 부리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의 일이다. 나는 당시에는 흔치 않게 자가용으로 등교를 했다. 친구들과 마주칠까 봐 학교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내려 걸어갔다. 1학년 어느 날, 시간이 늦어 교문 가까이에서 내렸다. 마침 그 자리에서 마주친 물리 선생님이 “세연아, 돈이 없어 점심을 못 먹는 친구들도 생각해 보거라.”라고 나무라셨다. 민망함에 며칠 동안 가슴이 울렁거렸다. 가진 사람일수록 겸손해야 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아봐야 한다는 가르침을 깊이 새겼다. 굴곡이 없는 삶은 정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스펙’일지도 모른다. 그런 차원에서 내 정치의 원동력은 권력의지가 아닌 셈이다. 애당초 ‘정치인’이 되기 위해 정치권에 발을 들인 것도 아니었다. 정치와 행정에 대한 감시자로서 정치권에 잠시 파견 나온 것이라고 스스로 규정했다. 지금까지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혜택을 보은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복무의식이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멸사봉공(滅私奉公)이라고 말할 정도는 못 되지만, 공직에서 선공후사(先公後私)는 반드시 지키고자 한다.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스스로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협하는 무엇인가로부터, 누군가로부터 국가사회 공동체를 지켜 내는 데 일조하기 위해서다. 거대한 비전을 제시하거나 어떤 일에 앞장서는 것보다는 올바른 지도자를 제대로 돕는 것이 정치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에는 약자를 위한 안전망이 아직도 너무 성기고 부실하다. 그 그물을 튼튼히, 촘촘히 쳐야 한다. 하지만 뒷감당하지 못할 퍼주기 선동을 일삼는 자들을 보면 그 허위와 기만에 분노를 느낀다. 오로지 권력만 탐하는 자들, 남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 이익에만 사생결단으로 달려드는 자들을 보면 역겹다. 이들은 사회 공동체의 안정적인 발전과 행복을 위협한다. 이들로부터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지켜 내야 한다. 경제권력, 정치권력, 행정권력 간의 결탁과 담합을 막아야 국민이 제대로 숨을 쉴 수 있다. 경제적 포식을 일삼는 탐욕스러운 일부 재벌, 제 밥그릇만 챙기는 일부 관료집단, 선동만 일삼는 포퓰리스트, 영혼을 팔아먹은 종북주의자들로부터 국민을 지켜 내야 한다. 동시에 여러 가지 위기에 빠진 청소년, 다문화가정 등 ‘표’가 없어 정치로부터 소외된 영역을 위해서도 노력하려고 한다. 정치의 관심에서 벗어난 영역의 일도 누군가는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정리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Q & A] “黨쇄신 성공 못하면 미래 어두워” Q 아버지가 김진재 전 의원이고, 장인이 한승수 전 국무총리다. 그런 집안 내력이 정치에 입문한 배경인가. A 아버지의 이름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오래 기억되도록 하는 게 자식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너무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 인생을 대신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했다. Q 집안에서 어떤 정치를 배웠나. A 아버지가 직접 정치를 가르치진 않았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을 통해 들어 보니 아버지는 주목받지 못하는 어려운 사람들을 챙기려고 애를 많이 쓰셨다고 한다. Q ‘18대 최연소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이 맘에 드나. A 별로다. 관심의 초점이 의정활동에 맞춰지지 않고 나이에 맞춰지면 본질적인 면보다 다른 곳에 관심이 쏠려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중진의원들과 의견이 다를 때에는 동등한 무게가 주어지지 않는 것 같다. Q 공직자 재산공개 때 825억원을 신고했다. 약자들의 어려움을 알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A 사실 그게 콤플렉스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자라온 게 아니기 때문에 애환을 다 알 수 없다. Q 콤플렉스를 갖게 된 계기가 있나. A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에 ‘성인이 된다는 것은 자아를 객관화할 수 있는 것’이라는 표현이 있다. 사업을 하면서 재벌끼리 독식하는 모습에 화가 나곤했지만, 나 역시 다른 사람들 눈에는 부모 잘 만나서 모자람 없이 자란 사람에 불과하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힘없고 약한 사람들 편에 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늘 생각한다. Q 당내 쇄신파로 분류된다. 쇄신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보나. A 다른 대안이 있었다면 고민했겠지만 한나라당 말고는 대안이 없어 입당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나라당을 바른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쇄신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고, 지금의 변화가 완결되지 못하면 한나라당의 미래가 어두워질 것이다. Q 언제부터 당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나. A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느꼈다. 공천에서 떨어져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복당한 뒤에도 오랜 기간 당협위원장을 맡지 못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절실히 느꼈다. 사실 지난 5월 황우여 원내대표가 선출되기 전까지는 계속 좌절감을 갖고 있었다. 의원들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못했고, 당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Q 계파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사람 사이에 친소관계는 생길 수밖에 없지만 국회의원이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계파구도에 갇혀 종속변수로 전락하는 것은 옳지 않다. 특정 계파의 수장에게 공천권을 받았거나, 받을 거라고 기대하고 소신없이 움직이는 걸 보면 불편하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1972년생(39세) ▲금정고,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아내 한상은씨와 2남 1녀 ▲취미:독서, 영화감상 ▲좌우명:정직, 성실, 신뢰 ▲동일고무벨트(주) 부회장 ▲(재)고촌장학재단 이사 ▲낙타장학회 발기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 ▲한나라당 청년위원회 미래세대위원장 ▲한·일의원연맹 21세기위원회 부위원장 ▲한·중의회 정기교류체제 청년노동분과위원장 ▲새로운 한나라·민본21 공동간사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 “정체성 혼란 겪다 한국서 핏줄의식 깨달았죠”

    “정체성 혼란 겪다 한국서 핏줄의식 깨달았죠”

    “한국인도 일본인도 영국인도 아닌 내 정체성은 뭘까. 한국인인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이런 물음에 대한 해답을 간절히 얻고 싶었습니다.” 도쿄 아오아먀 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미치코’에서 남자 주인공 리하르토 역을 맡고 있는 신원(24·일본명 신겐)씨는 혼혈 한국인 4세다. ●재일학자 故 신기수 선생의 외손자 한·일 관계사 분야에서 저명한 재일 학자로 알려진 고(故) 신기수 선생의 손자다. 신 선생은 ‘에도 시대의 조선통신사’ 등 한·일 관계 저서 22권과 ‘해방의 그날까지’ 등 기록영화 10여편을 남겼다. 하지만 신씨의 아버지는 영국인이어서 서양인의 외모를 지니고 있다. 런던에서 태어난 신씨는 10세 때까지 영국에서 지냈고, 이후 일본 고베에서 생활했지만 2002년 외할아버지의 죽음 이후 뿌리를 찾고 싶다는 열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열다섯 살 때부터 외모가 서양인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헬로’라고 말을 걸어 왔다. 나는 변한 게 없는데 남들이 그렇게 봐 주지 않아 정체성에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며 청소년기의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이런 와중에 한·일 관계 연구에 평생을 바친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맞아 재일 한국인에 대한 고민까지 더하게 됐다. 당시 고베 아시아 미나미 고교에서 호주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던 그는 행선지를 한국으로 급히 바꿨다. 한국말을 전혀 못했지만 뿌리를 찾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 2003년 우여곡절 끝에 서울 중동고 3학년에 전학했다. “모든 게 낯설었지만 모두가 살갑게 대해줘 ‘아 이게 핏줄 의식이구나’라고 깨닫게 됐다.”는 그는 “선생님들이 체벌을 주면서도 저는 제외하려 했지만 오히려 자발적으로 친구들과 함께 받을 정도로 ‘한국식 동료의식’에 푹 빠져 지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1년간 지낸 신씨는 이때 깨달은 정체성을 지키고 싶어 일본에서도 한국식 이름을 자신있게 드러내 놓고 활동하고 있다. ●“한국 뮤지컬 세계진출 기여하고 싶어” 와세다대 1학년 때 뮤지컬 ‘렌트’(Rent) 오디션에 합격해 무대에 선 뒤 영국국립연극학교(RADA) 워크숍을 이수하는 등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지난해 9월 입학한 뉴욕의 명문 연극학교 ‘슈라이버 스튜디오’에 다니다 뮤지컬 ‘미치코’에 캐스팅됐다. 오는 12월부터는 뮤지컬 ‘로키 호러 쇼’에서 주인공 로키 역을 맡게 된다. 배우 조승우와 정용석 뮤지컬 감독의 팬이라는 신씨는 “한국어는 물론 영어와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장점을 발휘해 한국 뮤지컬의 세계 진출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청주 ‘병역명문가’ 지원

    충북 청주에서 3대가 병역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한 이른바 ‘병역명문가’는 각종 지원을 받게 된다. 21일 청주시의회에 따르면 최광옥 의원 등 7명은 ‘청주시 병역명문가 예우에 관한 조례안’을 최근 발의했다. 1대 할아버지부터 2대 아버지와 아버지의 형제, 3대인 본인 또는 형제, 사촌 형제까지 모두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가문을 말한다. 청주에서는 현재 24가구(100명)가 해당된다. 조례가 제정되면 이들은 공예비엔날레 등 시 주관 행사 입장료 면제, 공영주차장 이용료 50% 감면, 청주동물원 등 시 산하 시설 입장료 면제 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 시의회 관계자는 “병역명문가 예우 조례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지자체 가운데 처음”이라며 “병역명문가가 주위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시책을 개발한다는 내용도 조례안에 포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청춘을 ‘플레이’하다

    청춘을 ‘플레이’하다

    2009년 1월 음악영화 ‘원스’로 유명해진 프로젝트 밴드 ‘스웰시즌’의 내한공연이 열린 서울 세종문화회관. 로비에서 버스킹(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관객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공연)을 펼친 무명 밴드가 ‘스웰시즌’의 글렌 핸서드 눈에 띄어 즉흥적으로 특별출연자로 무대에 올랐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이 된 것. 그리고 그 얘기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무명 밴드의 영화 같은 첫 무대까지의 이야기 3인조 모던록 밴드 ‘메이트’의 결성 이전부터 데뷔까지를 담은 음악영화 ‘플레이’(23일 개봉)는 그렇게 시작됐다. 2009년 10월쯤 제작사의 제안을 받은 남다정(31) 감독은 연습실과 공연장으로 멤버들을 쫓아다니며 시나리오를 세공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청춘들이 속을 다 내보이기엔 길지 않은 시간. 6개월 만에 나온 첫 시나리오는 그들의 얘기를 온전히 담지 못해 폐기했다. 1년이 지나고 비로소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영화에 극적 사건이나 아찔한 반전은 없다. 주인공들은 청춘의 동의어처럼 박제화된 패기나 열정과도 거리가 멀다. 사랑도, 인간관계도 미숙한 탓에 끊임없이 머뭇거린다. 모든 걸 설명하지도 않는다. 여백을 채우는 건 그들의 음악이다. 남 감독과 두 주연배우 정준일(28·건반 보컬), 이현재(23·드럼)를 지난 13일 서울 계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또 다른 멤버 임헌일(28·기타 보컬)은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다. 이 영화로 장편 데뷔를 한 남 감독은 “영화사 제안을 받기 1주일 전에 한 TV프로그램에서 이들을 처음 봤다. 언젠가 음악영화를 한 편 하고 싶었던 데다 또래의 고민을 담을 수 있어 더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한 남 감독은 3년간 시나리오를 쓰고 공모에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자신의 삶과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숱한 밤을 지새운 ‘메이트’의 고민이 다르지 않다고 느낀 것. 처음 영화 얘기를 들었을 때 정작 ‘메이트’는 시큰둥했다. 정준일은 “처음에는 동의를 안 했다. 무명시절을 딛고 앨범을 막 냈던 터라 음악에 충실하고 싶었다. 뭔가를 얻으면 다른 일은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현재 역시 “우리 같은 신인 밴드를 영화로 만들어 뭐 하느냐는 생각도 들었고 다음 앨범을 준비하느라 바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즈음은 ‘좋아서 만든 영화’(2009),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이야기’(2010), ‘조금만 더 가까이’(2010) 등 인디음악 뮤지션을 내세운 영화가 쏟아져 나오던 때였다. 정준일은 “보통 음악영화라면서도 음악은 곁가지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공감하기 어렵다.”면서 “가난한 밴드 지망생들이 배를 곯고 밴드를 결성하고, 구성원들이 갈등을 겪다 결국 성공한다는 식의 판에 박은 기승전결은 피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비전문 배우와 신인감독의 조합이라 우여곡절도 많았다. 정준일은 “내가 첫 촬영이었는데 전혀 준비를 안 했다. 의상 정도만 준비했다.”면서 “뭣 모르고 과도하게 설정하면 영화에 방해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말했다. ●아찔한 반전·극적인 기승전결은 없어 가장 열심히 준비한 이는 임헌일이라는 게 감독과 동료들의 증언이다. 이현재는 “헌일이 형은 상대 여배우(정은채)와 호흡을 맞추는 장면을 집중적으로 준비했다.”면서 “상대가 전문 배우라고 해도 너무 밀리면 자존심이 상하니까 그랬던 것 같다.”고 대변했다. 임헌일은 유일하게 수줍은 키스신을 찍은 ‘배우’다. 막상 완성품을 보고난 뒤에는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모양이다. 남 감독은 “되게 부끄럽다. 발가벗고 무대 위에 혼자 선 느낌”이라면서도 “이 친구들의 모습을 오롯이 담은 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정준일은 “재밌었고 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내 연기를 보면 왜 저것밖에 못했을까 싶기도 하다.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재는 “지금은 어색하고 창피하지만 영화를 생각하면 언제든 초심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거의 2년을 아옹다옹(?)했으니 정도 든 눈치다. 남 감독이 “언니(영화평론가 남다은)가 영화를 보더니 ‘니가 그렇게 낭만적인 사람인지 몰랐다’고 하더라.”라고 말하자, 내내 말을 아끼던 시니컬한 이미지의 정준일이 치고 들어왔다. “쓱 보면 감독님 외모가 미녀는 아니고, 시크한 프랑스 여자 같은데 술 마시면 낭만적이고 소녀 같은 면도 있다.” 남 감독은 “쉽게 친해지는 성격들은 아닌데 지금 보면 흐뭇하다.”며 ‘수습’에 나섰다. 인생의 출발점에 선 것은 남 감독이나 ‘메이트’나 마찬가지일 터. 남 감독은 “1930년대 신여성의 치명적 사랑을 다룬 본격 치정영화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라면서 “나중에 결혼하면 힘들 테니까 지금 찍어야 한다.”며 웃었다. 정준일은 “‘메이트’의 음악에서 록의 색깔을 덜어낸 솔로 앨범이 늦어도 가을에는 나올 것 같다.”면서 “내 음악을 제일 잘 아는 (이)소라 누나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앨범 나오고 공연 몇 번 하다가 연말쯤 군대에 가야 한다. 더는 연기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조각 같은 외모(미국인 할아버지를 둔 혼혈 3세)로 데뷔 전부터 모델 생활을 병행했던 이현재는 “재즈 세션도 하고 모델도 좀 할 것 같다.”면서 “연기는, (잠시 생각하더니) 내가 할 수 있는 캐릭터란 게 뻔하지 않겠나.”라며 고개를 젓는다. 멤버들의 군 복무로 3년쯤은 ‘메이트’ 활동이 어렵다. 팬들은 이후가 궁금할 법하다. 정준일은 “연인관계도 그런데 하물며 밴드 멤버끼리 영원을 약속하는 건 의미가 없다.”면서 “팀을 유지하려고 음악을 하는 게 아니고 음악을 위해 팀이 존재한다. 열정이 있다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재도 “각자 영역을 터치하지는 않는다. 메이트로는 언제든 뭉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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